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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로 보는 한국 근현대 100년사-국사(하)展’

    한국 근현대사의 자취를 시청각 자료로 살펴보는 색다른 전시회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자료로 보는 한국 근현대 100년사-국사(하)전’.17일부터 4월12일까지 열리는 이 기획전에는 문학·음악·연극·영화·무용등 각 예술장르를 망라하는 시청각자료들이 두루 전시된다. 전시 제목은 고교 국정 국사교과서 상·하에서 따온 것.국사교과서에는 근대사회가 태동한 것을 1600년대로 본다.그러나 이번 ‘국사(하)전’은 추사 김정희가 고증학의 시대를 연 19세기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추사 시대를 근현대로 이행하는 전환점으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추사의문하에는 진경문화를 이끌던 세가자제 보다는 한미한 양반이나 중인 이하 신분 출신들이 많았다.이들은 고증학 이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꿈꿨다.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서원을 철폐하고 성리학 이념을 부정하는 개혁정치를 펼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추사의 제자였기 때문이다. 97년 문민정부까지를 다루는 이번 전시의 특징은 전시자료 대부분이 원본 그대로라는 점.그런만큼 지난 시절의 역사를 보다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시각자료는 각 시기의 사건을 신문·잡지·포스터·그림별로 정리해 보여준다. TV와 라디오로 방송된 역사극이나 다큐멘터리 뉴스 드라마의 주요 장면도 시대별로 편집해 모니터로 방영할 예정.영화도 시기별로 나눠 상영한다. 신문의 경우 한국근대신문의 효시인 한성순보(1883년),최초의 일간지 매일신문(1898년),순한글일간지인 제국신문(1898년) 등의 창간호와 처음으로 컬러인쇄가 들어간 조양보(1906년) 등이 전시된다.문학작품으로는 1884년에 나온 ‘충효경집주합벽’과 딱지본 소설인 이해조의 ‘옥중화’(1913년) 남궁준의 ‘학의 성’(1914년) 신소설 ‘탄금대’(1923년) 이광수의 ‘사랑’ 등이 선보인다.미술작품과 달력,포스터 등도 눈길을 끌만 하다.추사 김정희,소치 허련,심전 안중식,춘곡 고희동,청구 이마동,석파 이하응,정월 나혜석 등의그림도판과 1871년에 나온 명시력 등 달력,그리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포스터인 ‘님자업는 나루배’(1932년) 등이 출품된다.음악으로는 ‘경부철도노래’(1908년)와 윤극영의 동요 ‘푸른 하늘 은하수’등이 소개돼 향수를자극한다.한편 가수 패티김 남진 양희은 이선희 이승철이 전시기간중 한차례씩 나와 노래와 함께 가요사 이야기를 들려준다.‘…국사(하)전’의 입장료는 일반 2,500원,학생 2,000원.(02)720-5114. 김종면기자
  • 佛 문학·연극에 나타난 ‘눈물의 역사’

    눈물은 왜 어떤 때는 찬양받고 어떤 땐 비난받을까. 유럽문화의 개화기인 18∼19세기 프랑스문학과 연극 등을 통해 눈물의 형태와 의미를 살펴본 책이 나왔다.프랑스 역사학자 안 뱅상 뷔포가 쓴 ‘눈물의역사’(동문선펴냄). ‘괴로워하는 여인을 보고 당신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마음에 동요를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그러나 그녀가 느끼고 있는 것을 모두 얘기할 시간을 준다면 당신은 금방 눈물에 젖을 것이다’(장 자크 루소) 저자는 이처럼 계몽주의 철학자 루소,프랑스혁명이 낳은 웅변가 미라보,백과사전파의 선두주자 디드로와 달랑베르 등의 문학작품과 재판기록,연감,의학서적,일기 등을 엮어 눈물의 변천사를 서술한다. 책은 18세기와 19세기 전반,후반 등 시대를 셋으로 나누어 눈물을 분석한다.우선 18세기는 ‘눈물의 시대’였다.남자든 여자든 걸핏하면 남들 앞에서울었다.이런 유행은 1730년대에 최고조에 이르렀다.사람들 앞에서 흘리는 눈물은 찬양받았고,눈물을 짜내는 최루희극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런 ‘눈물의 과잉’은 19세기 초반 변화를맞았다.기독교의 고뇌주의에 따른 자기억제와 낭만주의가 결합되면서 감상적인 눈물이 폄하되고감수성에서 우러나는 눈물이 높이 평가받게 됐다. 19세기 후반에는 눈물을 보는 시각이 더욱 엄격해졌다.남자의 눈물은 혐오의 대상이 됐다.여성의 눈물마저 불안과 동일시됐다.따라서 연극에서 멜로드라마가 퇴조하고 자기억제가 더욱 중시되게 됐다. 지난 86년 프랑스 리바주 출판사에서 역사총서 제1권으로 나온 것을 이자경한국외대 강사가 번역했다.값 1만8천원. 박재범기자
  • 현대 자본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시장과 경쟁 만능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사회주의가 거의 몰락하고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풍미하는 가운데 자본주의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영국의 18∼19세기를 돌아봄으로써 현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미리 점검하는데 시사점을 던지려는 국내 역사학계의 시도가두드러지고 있다.이를 반영한 책이 최근 나온 ‘다시 돌아본 자본의 시대’(이영석 지음 소나무 펴냄)와 ‘영국노동계급의 형성’(에드워드 P 톰슨 지음 창작과비평사 펴냄)등이다. 우선 이영석 광주대 교수는 “현자본주의를 현상분석하는 것만으로는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 아래 영국 산업혁명기와 이 시대를 둘러싼 현대의 논쟁을 전한다.구체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발달,노동계급의 형성 등이 이뤄진 19세기의 영국상황을 총체적으로 분석,계량분석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대의 수정주의적 관점을 비판한다.여기서 저자는 수치적으로 당시 GNP의 증가는 그다지 크지 않았더라도 삶의 양식,문화,지식인의 태도 등은 큰 변화를 맞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책에서 세계중심국가로 대두됐다가 주변세력으로 전락한 영국이 ‘왜 그렇게 됐는가’라고 묻는다.이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지난 80년대 벌어진 장기불황의 원인에 관한 논쟁을 정리한다.저자는 당시 영국의 지식인들은 불황의 원인을 2차산업혁명이 일어난 1870년대 이후의 영국경제상황에서찾으려 노력했고 이런 노력이 국민모두에게 영향을 끼쳐 마침내 대처리즘이탄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미국학자가 제시해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기업가실패설’을 소개,우리의 지도층에게 나름대로 메시지를 전하려애쓴다.이 실패설은 “당시 기업가들이 지배층이던 지주(젠틀맨)의 생활상을 모방함으로써,근면 노력 창의 혁신 등 새로운 가치관을 생성하는 데 실패한 것이 영국의 몰락원인”이라고 주장한다.이 부분을 보면 최근 국내의 ‘신흥부유층’과 당시 영국기업가들이 어쩌면 그리도 비슷한지 하는 탄성이 일게 된다.값 1만3,000원. 지난 60년대,‘노동의 전진’이 크게 진행된 시기에 나온 톰슨(1924∼1993)의 책 역시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정보통신시대가 전개되는 현시점에서 의미가 깊다.비록 현재 유럽에서 노동계급이라는 말이 거의 사라질 정도가 됐지만,‘노동계급은 노동자에 의해 주체적으로 형성됐다’는 톰슨의 관점은 여전히 유용한 언급으로 보인다.사회에는 언제나 강자와 약자가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통신혁명시대에 사회적 약자의 괴로움을 덜어주기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책은 사회가 약자를 지원하고 보완함으로써 국가를 건강하게만드는 책임을 지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톰슨은 20세기 역사가 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저자 250명중의 한명으로 꼽힌다.책은 나종일 서울대 명예교수와 유재건 부산대 교수,한정숙 서울대교수를 비롯한 서양사학자 6명이 10년을 투자해 공동번역했다.상·하 두권으로 번역분량이 1천2백여쪽이다.상·하 각각 3만원. 박재범기자 jaebum@
  • 종교다원화 시대 종교정책

    앞으로 우리 정부의 종교정책은 종교다원 현상의 확대가 지닌 사회적 의미를 인식한 뒤 결정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한국문화정책개발원(원장 이종석)이 문화관광부의 용역으로 발표한 ‘해외각국의 종교현황과 제도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세기의 세계 종교다원 상황이 가장 실감나게 드러난 국가인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다원현상이란 한나라 혹은 한 문화권 내에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것으로 19세기 특정지역이나 국가에 특정종교가 지배하거나 특정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만을 종교로 이해했던 상황에 반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자수에 있어서 국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종교가 없고,종교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종교도 없다.95년 인구조사에서 기독교(개신교·천주교)와 불교 등 두 종교가 전체인구의 49.8%,종교인구의 97.4%에달했지만 유교 인구가 조사되지 못했고 개신교와 천주교가 사실상 다른 종교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의 종교다원화 현상은 두드러진다고 볼수 있다. 따라서 보고서는 앞으로 정부가 더이상 종교를 통해 국민적 일체감이나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종교정책의 기조가 종교를 통한 사회통합이 아니라 종교로 인한 사회통합의 저해요인을 없애는 것이 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음으로는 종교에 대한 교육적 차원의 관심이 정책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올바른 종교생활과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여러 종교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이를 위해선 종교에 대한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하다는 것이다.특히 종교가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세계의 여러 문화가 우리문화에서 더욱 빠르고 깊게 전이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객관적이고 공정한 종교교육이 강조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전통적인 종교를 고수하려는 세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기존 종교들의 보수적이고 회귀적인 운동은 민족주의나 인종주의,지역할거주의 등 다양한 정치적 이데올르기와 결합할 때 폭력적인 사태로 발전할수 있다는 것이다.이른바 이슬람 근본주의나 힌두교 원리주의자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정갑영(46) 연구실장은 “정교(政敎)의 분리가 국가와종교의 관계로 정착되고 있는 세계의 현실에서 종교 다원상황은 더욱 확대될것”이라며 “국민들의 올바른 종교생활을 위한 정부의 정책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아시아에 부는 영어 바람] 국가경쟁력 필수 ‘무기’

    이젠 아시아에서도 영어가 대세(大勢)인가.중국어 일본어가 주요 언어인 아시아에 영어가 빠른 속도로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미국에 이은 두번째 경제대국인 일본에서 공용어 대상이 될 정도로 영향력을 확대했다.우리나라도 영어 공용어 채택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중심의 인터넷 이용자들의 급격한 증가와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나’의 영향이 가장 큰 요인.인터넷 인프라스트럭쳐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미국의 ‘잉크터미’와 일본의 NEC가 전세계 웹사이트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영어 강세의 조류를 읽을 수 있다. 전세계 웹사이트 495만여개에 올라있는 웹 문서(documents)는 10억개.이중영어로 된 것이 86.55%나 됐다.영어의 영향력 확산에 불을 지핀 셈이다.서방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영어는 필수불가결한 무기라는 인식의 확산도 한 몫하고 있다. 현재 모국어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아시아 인의 숫자는 3억5000만명.홍콩·싱가포르·필리핀 등에서는 이미 영어가 민족어에 앞서 제 1언어로 자리잡았다.정치·경제의 중요한 자리도‘영어계’가 장악해 가고 있다.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공용어도 영어로 낙찰됐다. 세계 2위의 인구대국 인도조차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영어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인도는 힌두·벵골어 계통의 언어 16개와 영어를 공용어로 삼고있으나 인도 상류층을 중심으로 유력 언어가 됐다. 극단적인 아시아주의를 표방해온 말레이시아 역시 예외가 아니다.마하티르모하메드 총리가 국가발전을 위한 전략으로 영어를 배우느냐,말레이어를 고집해 경쟁에서 처지느냐의 기로에 서있다며 영어교육 활성화의 기치를 높힌것도 5년전의 일이다. 영국 식민통치때부터 사용해온 영어를 금기시하고 고유 말레이어만을 고집한 결과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 많은 손해를 입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외국어로 진행되는 모든 종류의 교습행위를 금지,외국인 교사 채용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법을 고쳤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영어가 하나의 ‘패션’이다.대화 도중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을 지적능력과 성공의 척도로 간주되고 있다.영어교습소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에도 영어바람은 어김없이 불었다.베트남 정부는 각부처 차관을 포함한 고위급 관리들을 대상으로 국립행정과학원에 1년짜리 영어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 철회이후 봇물처럼 밀려온 외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하는 베트남 관리들에게 영어숙달은 발등의 불이다. 캄보디아에서도 대학에서 “프랑스어 대신 영어를 제 1외국어로 채택해달라”는 시위를 벌일 정도로 영어는 그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물론 아시아의 맹주임을 자부해온 중국에서는 ‘영어제국주의’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99년말 900만명에 육박했고 영어실력 또한 아시아 국가중에선 출중하다. 그래도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인터넷 주소 등록 및 관리기구인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는 인터넷 주소 등록은 영어대신 중국어로 하도록권장하고 있다. 박희준기자 pnb@ *싱가포르 성공사례 외국인들에게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 편한 나라로 꼽히는싱가포르.잘 갖춰진 기간시설,편리한 숙박·교통망보다 더욱 매력적인 것이 어디가나 의사소통에 불편이 없다는 점이다.운전기사나 식당 웨이트리스까지도 영어가 ‘확실히 되는’싱가포르는 정치,경제,언론에서 직장,동아리활동까지 공식적인사회활동이 모두 영어로 이뤄진다. 인구 70%이상이 중국계이며 기타 말레이,인도계 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가 대표적 영어권으로 자리잡은 데는 이 나라만의 특수한 역사를 빼놓을 수없다. 150여년 영국통치끝에 말레이령에서 독립한 싱가포르는 소수 말레이계 지배층이 다수 화교를 통치,부작용이 잇따르자 국가통합의 도구로 영어공용어 정책을 폈다.중국어,말레이어,타밀어 등 민족언어도 국어로 인정하면서 영어를 못하면 일정 지위 이상 오를 수 없도록 사회구조를 만들어 영어가 대세로자리잡도록 했다. 이러한 정책이 반발없이 먹힐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영어가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됐기 때문.서울만한 면적에 인구 400만에 불과한 이 도시국가가 서구 선진국의 아시아 전초기지가 되기까지 영어구사가 가능한 질좋은 노동력은 최대 매력포인트였고 이는 경제부강으로 이어졌다. 싱가포르의 경쟁력은 인터넷 시대에 더욱 돋보인다.현재 야후에 영어로 등록된 싱가포르 국적의 사이트는 한국의 2배,정부 홈페이지는 5배가 넘는다. 싱가포르에서는 이젠 국가경쟁력 제고의 관건으로 ‘싱글리쉬’(민족토속어 억양과 발음이 짬뽕된 영어) 탈피운동을 펼치고 있다.보다 세련된 영어구사가 목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번영의 과실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싱가포르의 뿌리를 알게 모르게 좀먹고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일부 학자들은 이질적인 민족들을 영어가 묶어주기는 커녕 국가의 정체성을 더욱 흐려놓았다고 우려하기도 한다.소속감도 없이개인주의적인 싱가포르인들의 성향을 대표적 부작용으로 지적한다. 손정숙기자 jssohn@ *일본 실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민방의 한 TV 프로그램.미국인 진행자가 길거리의 일본인에게 간단한 상황을 영어로 대답할 것을 요구하면 한결같이 쩔쩔맨다.어쩔줄 몰라하며 엉뚱한 대답을 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즐거워한다.‘영어 벙어리’에 가까운 일본인의 자화상을 자조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상당수 일본인들은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는다.도쿄의 외국인회사에 근무하는 후에키 다카코(笛木貴子·25·여)씨는 “세계 어디를 여행하더라도 일본말로 응대해주기 때문에 영어를 쓸 일이 없다”고 말했다. 25일 발표된 98∼99년 아시아 각국의 토플(TOEFL) 성적은 일본에 큰 충격이었다.97∼98년 북한과 함께 최하위로 추락했던 일본은 이번에 꼴찌를 면하고18위로 올라서는가 싶더니 북한(15위)에게 추월당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의 자문기관인 ‘21세기 일본의 구상’은 이달초 일본인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영어를 제2공용어로 채택하자는 보고서를 냈었다.그러나 영어의 공용어화가 실현될 지는 의문이다.19세기말 메이지(明治)유신때 문부상을 지낸 모리 아리노리(森有札)가 “일본어 대신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자”고 주장했는가 하면 1945년 패전 직후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일본인들의 영어실력이 세계에서 알아주는 바닥권인 이유는 간단하다.듣고말하는 훈련보다는 눈으로 보고 읽는 교육에 치중했기 때문이다.그런 점에서일본의 영어교육은 한국보다는 낙후돼있다. 공용어까지는 아니더라도 교육현장에서 실용외국어 학습에 비중을 두자는움직임과 시도가 최근 엿보인다.일본 문부성은 올 4월 새학기부터 국어시간을 대폭 줄이고 외국어 시간을 늘린다.이에 따라 초등학교에서도 영어를 가르칠 수 있게 됐다.중학교는 영어 등 외국어에 국어,사회,수학 등 주요과목과 동일한 한해 105∼140시간을 배정했다.파격적인 배정인 셈이다. 대학입시에 토플성적을 반영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차기총리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 자민당간사장은 지난해 총재선거때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일본의 영어 바닥탈출은 이제 시작된 느낌이다. 황성기기자 marry01@
  • [金대통령 연두 기자회견] 일문일답 (2)

    ▲민간단체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영어 공용화 주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입장을 밝혀달라. 인터넷 정보의 80% 이상이 영어로 돼있는 등 영어는 이제필수적이며 국제 공용어가 됐다. 정부도 초등학교부터 영어를 가르쳐 고교를 졸업하면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왔다.영어뿐 아니라 다른 언어도 배우지 않으면 세계화 추세와 관련해 국제경쟁에서 배겨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영어 공용화문제는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며 아직 결정된바 없다.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 등 지방자치 확대를 위한 복안과 자치경찰제의시행시기에 대해 밝혀달라. 지방자치 확대는 전 정치생활을 통해 그 실현을 위해 싸워왔고 이 문제로 90년 12일간 단식까지 한 사안이다.정부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한편으로는 세계화,다른 한편으로는 지방화가 진행되는 추세에서 지방자치는 전국 각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왔고 지금도 1,400여개 권한 이양조치를 추진중이다. 지방교부금도 13.27%에서 큰 결심으로 15%로 올려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60억∼70억원의 수혜를 입도록 했다. ▲최근 탈북자 7명이 북한에 강제송환됐다.탈북자문제는 당사자 신상이 걸린 인권문제일 뿐만 아니라 외교문제이기도 하다.탈북자문제에 대한 생각은. 일부에서는 경제협력 등 대북 지원방안과 연계,북한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얘기도 있다.또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 햇볕정책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는지 말해달라. 국민의 정부 들어 2년간 탈북자 200여명이 조용히 들어왔다.이번에 잘못돼 매우 유감이다.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제적 관계가 있어 밝힐 수는 없다.러시아와 중국의 한반도정책은 우리와 그들의 국익과 일치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은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좋은 것이다.탈북자문제가 국익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고 중국 및 러시아와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일본과 북한이 빠르면 오는 3월부터 수교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일본과 북한의 관계개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협상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북한에 대해 식량을 지원할 경우 한국 정부의 대응은 무엇인가.지난해처럼 한국 정부가 북한에 비료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가. 일본은 대북 수교협상에 있어 한국과 사전에 충분한 의견교환을 나눴다.우리의 적극적 지지 속에 이뤄지고 있다.세계 모든 우방들이 북한과 접촉하는 것을 찬성한다. 다만 북한이 남북대화는 하지 않고 다른나라와만 대화해 한국을 고립시키려는 가당치 않은 계획은 용납할 수 없다.최근 북한과 수교한 이탈리아,수교를 추진중인 필리핀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식량 지원은 일본이 결정할 문제이다.우리도 이의가 없다.금년에도 비료를 지원할 의사가 있다.남북한 협상을 통해 비료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 ▲대통령께서 최근 민주당 창당대회에서‘병역비리를 정부가 뿌리뽑고 있는중’이라고 말했다.또 반부패국민연대에서 정치인 21명을 포함해 200여명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접수했고 청와대는 이를 검찰에 이첩했다.대통령께서 보고받은 병역비리의 규모와 과거 수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근절대책을 말해달라. 병역비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국민의 신성한 의무인 병역의무를 기피하고서는 이 나라에서 명예롭게 살아갈 수 없다.절대로 용납돼서는 안될 것이다.국민의 정부 들어 병역비리를 철저하게 척결했고 많은 성과를 올렸다.그러나 아직도 미진한 점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한 보고는 받지 못했다.이 문제는 대통령이 관여하지않고 검찰이 독자적으로 법에 의해 처리하도록 넘긴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검찰과 군 수사기관 등 여러 곳에서 병역비리를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철저하게 척결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입장을 밝힌다. ▲지금 대통령은 해외에서 오히려 인기가 높다.지금은 지지도가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이 4월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지 말해달라. 내 지지도까지 걱정해줘 고맙다.어제 보고를 보니까 내 지지도가 조금 올라서 71%까지 됐다.정치적 지지도는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다.그것이 내게는 큰 자극이 된다.내가 하는 일에 대한 반성과 격려가 된다.국민이 나를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항상 겸허하면서도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다. 4월 총선에 대해서는 우리가 매우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총선에서 반드시 성공을 해야 정치의 안정이 있고,안정이 있어야 우리가 필요한개혁을 추진할 수 있으며,개혁이 있고 정치안정이 있어야 남북대화도 잘된다. 안정 속의 개혁을 이뤄야 한다.개혁을 목표로 하지 않는 안정은 의미가 없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들은 정권 유지를 위해서 안정을 말했지만 국민의 정부는 국민들의 좀더 나은 생활,남북관계 발전,한반도 평화를 위해 안정을 필요로 한다.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법무장관에게‘선거활동 금지는 권위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4·19와 6·10항쟁도 당시 실정법에 저촉됐으나 역사적 정당성이 인정됐다’고 말했는데 이는 실정법 집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오해를가져올 수도 있다. 나는 법무장관에게 법을 어기는 문제에 대해서 고발이 들어오면 취급하라고 말했다.다만 꼭 구속해서 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실정법을 어겨서 고발이 들어왔는데이를 취급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19와 6·10은 지나간 역사의 얘기로서 한 것이지 이 문제와 직결해서 한말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우리나라처럼 정치인 이외의 선거 개입을 막는 나라가없다. 5·16 이전 자유당과 민주당때에도 그런 일이 없었다.사회가 국민적 참여를 막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그런 일반론적인 얘기를 했다.법무장관에게 실정법을 무시하라고 한 적 없다. ▲대통령의 올해 화두는 인터넷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어제 국무회의에서도 전자민주주와 전자정부를 강조했는데 구체적인 실현 계획은. 정부는 전자정부 실현을 위해 4대 사업을 2001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첫째,전 공무원의 E-메일화로 전자정부 인프라를 구축하고 둘째로는 민원처리를 온라인시스템화하겠다.이 두 가지는 금년에 완료한다. 중앙정부 및 지자체 데이터베이스화와 통합정보 데이터 구축은 내년까지 완료할 것이다.이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사업의 능률화를 꾀하고 부패요소를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일을 해나겠다. 이는 우리 경제 전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연말부터 여야 총재회담 얘기가 나왔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총재회담에 대한 전망은. 여야 총재회담에 대해 그동안 언제든지 하겠다고 수차 얘기했다.어려울 때일수록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그러나 이것은 상대가 있다.합의가 돼야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 총재회담뿐 아니라 언제든지 여야가 모든 것을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겠다. 정치의 자치능력을 키워 국민의 걱정을 줄이는 방향으로 여야관계를 구축하겠다. ▲탈북자 7명의 강제 북송과 관련,책임의 일부가 언론에 있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한 적이 있다.지난해 옷로비사건 파동때도 마녀사냥식 보도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언론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는 세력이라고 보는가.언론관을 말해 달라. 나는 언론에 노출된 것이 여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얘기지 언론이 의도적으로 탈북자문제를 망치기 위해서 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도 탈북자를 돕기 위해 선의로 한 일이겠지만 결과는 오히려 문제가 있었다.또 언론뿐만 아니라 정부의대응이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반성하고 있다.그렇게 이해해 달라. ●맺는 말 우리 국민은 IMF사태를 국민의 힘에 의해 정부와 협력하여 해결한 위대한 국민이다.나는 오늘의 정치적 혼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올바로 판단,극복해 줄 것으로 믿는다.대한민국이 세계 일류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살려나가야 한다.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적인 국가로서 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이 절대적 요건이다.정치권이 크게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19세기 말 근대화의 물결을 외면하다 20세기 100년 동안 뒤처졌다. 이제 지식정보화 국가를 만들어 세계를 선도하고 대한민국을 빛나는 조국으로 만들어야 한다.앞으로 남은 3년 동안 총력을 다해 이 길로 헌신하겠다.우리 국민 모두가 국가목표를 향해 화합하고 협력해 자랑스러운 나라를 후손에게 남겨야겠다. 이도운기자 dawn@
  • [김상웅 칼럼] 정치개혁, 껍데기는 가라

    카나리아가 한밤중에 울고 있었다. 그 곁을 지나던 박쥐가 왜 낮에는 울지않고 한밤중에 우느냐고 물었다.카나리아는 자기가 밤에 울게 된 사연을 말했다.“낮에 울다가 그만 사람에게 잡혔어.그후부터 낮에 우는 것을 삼가게된 것이란다.”그 말을 듣고 박쥐가 비웃으면서 말했다.“그러나 이미 너는잡혀서 새장 속에 있지 않니?그것은 잡히기 전에 했어야지. ”이솝우화 한 토막이 요즘 정치권의 행보와 비슷하다.‘한반중에 우는 ’카나리아와 같은 정치권에 경실련에 이어 총선시민연대가 낙천대상자 명단을발표했다. 가히 정치권의 지각변동이라 하겠다.그동안 정치권은 큰 정치 생활정치 상생정치 등 그럴듯한 구호를 내걸면서 실제로는 나눠먹기,놀고먹기,뒤통수치기,세비올리기,개혁입법 변질시키기,기득권지키기 등 반개혁과 고비용, 부정비리로 얼룩졌다.정치불신이 정치혐오증으로 증폭되었다. 시민단체들의 정치개혁 요구는 국민의 뜻이고 시대정신이다.국민은 오래전부터 이대로는 안된다,바뀌어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정치인들은 이를 묵살하고 외면했다.정치개혁이 안된 것은 순전히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기성정치인들의 욕심때문이다. 수많은 국민이 IMF체제에서 실업과 감봉과 저임금과 가족해체의 고통을 겪을 때 국회는 정쟁과 자신들의 잇속지키기에만 급급했다.그리고 마지막에 내놓은‘협상선거법’이란 기형아는 마침내 국민의 분노를 촉발시키고 말았다. 국민대표 기관인 국회가 자율적 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여론에 밀려 정치개혁에 나선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국민의 분노가 극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개혁이다.개혁은 합법적 과정을 거치는 까닭에 더디고기득세력의 저항때문에 쉽지 않다. 그렇지만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때 나타나는 혁명은 모든 것을 뒤엎는다.따라서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 큰불행이다.자칫 반동세력에 기회를 주게 된다. 15대 국회는 어느 면에서 4·19후의 과도기 국회와 비슷한 위상이다.4월혁명을 맞아 지탄의 대상이었던 제4대국회는 내각제개헌을 하고 스스로 해산했다.15대 국회가 역사의식이 있었다면개혁에 앞장서거나 그럴 의지가 아니라면 해산하고 새 국회를 소집했어야 옳다. ‘명예혁명’을 통해 50년만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었는데 국회는 마치프랑스혁명기의 앙시앙 레짐처럼 구체제가 버티고 있으면서 개혁의 발목을잡고,지역감정을 부추기고, 계층갈등을 증폭시키면서 끝없는 정쟁으로 지새웠다.프랑스 정국은 혁명과 반혁명, 쿠데타와 왕정복고를 거듭하고,한국의내각제 의회(제5대국회)는 쿠데타의 반동기를 겪으면서 정치를 나락으로 빠뜨렸다.다행히 지금 우리 국민은 가장 온건한 방법으로 정치개혁을 요구한다. 정치권은 이 온건한 요구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4·19후 허정(許政)과도정부는‘혁명적 과업을 비혁명적 방법으로’란 구호를 내걸었지만,현국회는‘개혁과업을 혁명적 의지로’실천하는 진지함을 보여야 한다.아직도 파당적 이해나 기득권유지 차원에서 머뭇거리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파고를 맞게 될지 모른다.“역사는 변해야 할때 변하지 않으면반드시 보복한다.”(헤롤드 라스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시민단체의 부적격 정치인명단 공개와 함께 50년 낡은 정치가 이제 자정과정을 겪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지금 정치개혁을 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절대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정치권은 참회하는 모습으로 선거법은 물론 각종 개혁입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개혁’의 개(改)는 자신(己)에게 하는 채찍 질, 혁(革)은 ‘거모생피(去毛生皮)’즉 털을 깎아 만든 겉가죽 끈으로서,자신을 채찍질하며 변화한다는 뜻한다.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한점 부끄럼이 없는 인물,자신에게 늘 채찍질하는 개혁인사를 골라야 한다.19세기 영국수상 글래드스턴은 “영국의 수상은 푸줏간 주인과 같아야 한다.푸줏간 주인의 성패는 칼질이다.쓸모없는 부위나 기름덩이는 대담하게 도려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이 참에 알갱이만 남기고 껍데기는 모두 날려버리자. 김상웅 주필
  • 朴泰俊 총리지명자 구상

    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지명자의 ‘TJ내각’이 닻을 올린다.새 밀레니엄시대 초대총리로서 각오도 남다르다. TJ는 ‘경제총리’에 걸맞게 경제분야에 온 힘을 기울일 것 같다.이를 위해 경제팀만큼은 자신과 손발이 맞는 인사들을 기용하고 싶어하는 눈치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TJ의 경제실력을 믿고 있어 그의 의중이 반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TJ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빚어진 빈부격차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는다.그는 총리로 지명된 1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실업자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어렵게 살고 있는 분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많다”고 ‘위민(爲民)재상’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강력한 성장론자였던그가 이제는 ‘안정 속의 성장’으로 경제관의 모토를 바꾸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TJ가 경제성장의 무게중심을 거둬들인 것은 아니다.간담회에서도“우리나라는 제조업으로 살아온 나라”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그런 기초위에서 21세기 지식정보화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철의 사나이’란 별칭에서 따온 ‘철혈총리’보다는 ‘디지털총리’로 더 불리기를 원하는 것도 그때문이다.TJ는 18세기말부터 19세기초까지 두차례 영국 총리를 지낸 소(小)피트를 가장 존경하는 재상으로 꼽고 있다.그 이유를 “그분은 재정개혁을 비롯한 여러 개혁을 했고,영국 근대정치의 초석을 깐 분”이라고설명했다.그가 앞으로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인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TJ는 총리직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도 플러스요인이다.따라서 TJ는 대통령의 강력한 후원 속에소신있게 경제정책을 밀고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종태기자 jthan@
  • [대한시론] 새 세기를 열며

    1950년대에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일본을 방문한 적이있었다.그때 주위에서 이웃 나라인 한국에 가보지 않겠는가 물었다.그의 대답은 가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세계사의 격동기인 15세기에서19세기까지 500여년 동안 나라 문을 잠그고 아무런 개혁이나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나라는 장래 희망도 없다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19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지배층의 가렴주구로 백성들의 생활은 도탄에 빠지게 되었다.이에 따라 전국 도처에서 민란이 일어났다.그러나당시 집권층은 자신의 호의호식에만 관심이 있었고 국민들의 곤경을 해결하기 위한 개혁은 외면하였다.그 결과 전국적인 규모의 농민항쟁인 갑오농민전쟁이 발발하게 되었다.이를 진압한다는 구실로 청일전쟁이 일어났고,승리한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었으며 그 후유증으로 해방은 되었으나 남북 분단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다.이 기간중 한국 역사는 우리에게 값진 교훈이 되고 있다. 우리가 스스로 나라를 다스리지(自治) 못하면 결국엔 외세가 개입하게 되고 이는엄청난 국민적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는 것이다.지난 2년 동안 뼈저리게 겪은 IMF 위기도 문제의 본질에 있어서는 19세기 후반 이후 전개된 정치적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는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 체질을 초래한 요인들을 잘 알고 있었다.소모전으로 날을 지새는 정치권,낙후된 금융산업,국제경쟁력이 취약한 재벌기업,대립·갈등의 노사관계가 주된 요인이나 이를 개혁하는 데는 엄청난 고통·희생·저항·반대가 뒤따를 것이므로 우리 스스로 바꾸지 못하였던 것이다.그후 일어난 것은 우리가 체험한 대로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늘 바뀌고 변한다.변하는 속도가 최근에 올수록 가속화되고 있을 뿐이다.따라서 변하는 세상에 맞추어 늘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습관화하고 체질화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이미 2,500년 전에 공자는 ‘매일매일 새롭게 거듭 태어나야만 한다(日日新又日新)’고 하였다.지금처럼 국제화·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을 때는 이에 맞추어 우리 자신도 변화의 속도를 빨리 해야 국제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음은 새삼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우리의 최대 화두는 개혁과 구조조정이다.급변하는 세상에서 이에 맞추어 개인·기업·은행·정부·정치권·노조·학교·언론 등 모든 조직이 스스로 변하는 것을 체질화해야만 한다는 뜻이다.어떤 이는 개혁과 구조조정은 IMF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한 번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급변하는 세상에선 이에 맞추어 개혁이나 구조조정·혁신·변화를 일상생활화·체질화해야만 생존 자체가 가능하다. 선택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다.급변하는 세상에 살면서 이에 맞추어 스스로 매일매일 조금씩 변할 것인가,아니면 개혁과 구조조정이 두려워 가만히 있다가 외세가 들어와 한꺼번에 개혁하게 놔둘 것인가다.희망찬 21세기를 열면서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19세기 후반기 이후 전개된 정치적 양태나 근자에 겪은 IMF사태 같은 일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온 것을 보면 보통의 각오나 결단이아니고서는 이러한 악순환에서헤어나기가 어렵다.특히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지도층부터 매일매일 거듭 새롭게 태어나며,개혁과 구조조정을 일상생활화함으로써 우리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치 능력을 새 세기엔반드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외세 개입으로 선량한 국민들이 고통을 받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한다.선진국이란 결국 스스로 자기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국가이며,새 세기엔 이런 나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기원한다. 鄭暢泳 연세대교수·경제학
  • 연세대등 6개대 대입논술 출제경향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경희대·한양대·경북대 등 전국 6개 대학은 7 일 시행한 2000학년도 대입 논술고사에서 동서고전과 현대문을 골고루 출제, 종합적인 사고능력과 독해력·표현력을 측정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논제도 ‘인간과 제도’,‘인간과 돈’,‘인간과 환경’ 등으로 비교적 평 이해 쉽게 주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얼마 만큼 심층적·종합적으로 성찰하고 있는 가를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 다.고액 논술과외나 암기식의 학습평가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 로 보인다. ?연세대 인문계 논술I에서는 춘향전,이청준의 ‘소문의 벽’,그리스의 비극 작품인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에서 지문을 발췌했다.문제는 예문에 나타 난 인간관계의 특징을 분석하고 밑바탕에 깔려있는 공통된 논리를 자신의 관 점에서 비판하는 것이다. 자연계의 논술II에서는 제시문으로 조지 리처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 드화’,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공저한 ‘계몽의 변증법’,에리히 프롬의 ‘자유에서의 도피’를 냈다.‘세 제시문은 현대문명이 빚어내는 부정적 현 상을 설명하고 있다.이러한 현상들이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술하라’는 게 문제이다. ?고려대 독일의 철학자 아놀드 겔런의 ‘인간학적 연구’,프리드리 그렌츠 가 저술한 ‘아도르노의 철학’ 중 겔런과 아도르노가 ‘제도와 인간의 관계 ’에 대해 벌인 논쟁의 일부분을 지문으로 출제했다. 문제는 이들의 논쟁에 대한 수험생의 견해를 제시하는 것이다. 학교측은 “40여년 전의 논쟁이지만 오늘날에도 중요성이 여전하다는 측면 에서 예시문을 채택했다“면서 “제도 및 현실에 대한 분석력과 사고력 등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 ‘현대사회에서 돈이 지니는 의미를 개인이 추구해야 할 삶의 질 과 관련시켜 논술하시오’라는 문제로 (1,400∼1,600자) 서양의 고전과 현대 문 등 모두 3개의 작품에서 제시문을 뽑았다. 19세기 미국 자연주의 소설의 고전인 허먼 멜빌의 ‘모비 딕’과 독일 사회 학의 고전인 게오르그 짐멜의 ‘돈의 철학’미국 레스터 서로우 교수의 ‘ 부의 구축’ 등이 원전이다. ?경희대 인문·자연계열의 수험생 모두에게 친숙한 황순원의 단편소설 ‘송 아지’ 전문을 지문으로 제시,나름대로 논제를 찾아 견해를 밝히도록 했다. ?한양대 새천년 인류가 해결해야할 과제 중의 하나인 ‘환경문제’를 주제 로 택했다.슈마허의 경제학 저서인 ‘작은 것이 아름답다’,움베르토 에코의 문화비평 에세이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과학전문지 ‘과학사상’에 수 록된 ‘엔트로피’와 관련된 글을 지문으로 제시했다.경제학·인문학·과학 등 환경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지문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도록 요구했다. ?경북대 한용운의 ‘조선불교 유신론’의 일부 문장을 제시하고 채만식의 ‘미스터 방(方)’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네루의 ‘세계사 편력 ’ 브레히트의 ‘갈릴레오의 생애’ 통계청 자료 등 5개의 예시 자료를 활용 해 파괴와 유신의 논지를 파악,역사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논술하도록했다. 대학별 논술고사 문제는 대한매일 뉴스넷(www.kdaily.com)을 통해 볼 수 있 다. 박홍기 이창구 장택동 이랑기자 hkpark@
  • 印尼 종교전쟁 발발 위기

    인도네시아가 새해 벽두부터 사실상 내전 위기에 처했다.발칸반도가 따로없다.엄청난 희생끝에 동티모르가 독립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암본을 중심으로말루쿠주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기독교도와 회교도간의 분쟁이 전쟁양상으로치닫고 있다.일부 신문은 최근 2주일 사이에 2,000명이상이 숨졌다고 보도했다.급기야 회교도들은 기독교도들을 상대로 성전(聖戰)을 선포했다. ■회교도들의 움직임 30여만명의 인도네시아 회교도들은 7일 자카르타 독립기념 광장에 모여 말루쿠 제도에서 벌어지는 기독교 회교도간 유혈 사태의복수를 위해 지하드(성전)를 촉구했다. 시위대는 이날 “교회를 불태워라”“관용은 넌센스다.기독교도들을 죽이라”는 구호를 외쳐댔다.이들은 회교 정치가들과 운동가들이 낸 신문 광고와소집령에 따라 모여들었다.통합개발당 지도자이자 장관을 역임한 함자 하즈와 국민협의회 의장인 아미엔 라이스도 참석했다.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무정부상태인 말루쿠주 인도네시아 군은 7일 말루쿠제도로 무기가 밀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군 함정 9척과 정찰기 5대를 배치 이지역을 완전히봉쇄했다.또 군병력을 대거 투입됐다.일간지 레푸블리카는 6일 말루쿠제도북쪽 할마헤라 섬에서 회교도 2,000명이 학살됐다고 보도했다.암본에서만 최근 700여명이 사망했다.안타라통신은 지난해 12월 26일 이후 할마헤라섬 7개지역에서 모두 99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또 예배처 122곳을 포함한 건물8,500채가 부셔지거나 불탔다.수만명이 다른지역으로 피신했다. 새해 들어서1만 7,500명이 이곳을 떠났다. ■말루쿠주도 암본 19세기 태평양권 무역 중심지로 네덜란드의 항구였다.따라서 기독교도가 많다.2차대전 후에 인도네시아에의 편입을 거부,독립운동이벌어졌으나 강점당했다. 중앙정부의 회교도 이주정책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도의 우위가 유지되고 있다.90년대 들어 이슬람교도가 지배세력이 되면서 긴장이 조성됐다.이때 기독교도들의 독립요구도 불거지기 시작했다.98년 11월 양측의 싸움으로 14명이 숨진 사건이 무력분쟁의 시발이었다.이외 분리독립 운동이 고조되고있는 지역은 아체주와 이리안자야주,리아우주 술라웨시섬 남부등이다. 김병헌기자 bh123@
  • [매체비평] 밀레니엄과 언론의 장삿속

    밀레니엄은 분명 한 천년을 일컫는 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언론에서 쓰는 밀레니엄은 이것이 천년을 일컫는 말인지 백년을 일컫는 말인지,아니면 단순히 미래를 일컫는 말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천년간을 일컫는 영어가 밀레니엄이라는 단순하고도 또렷했던 기억마저도가끔은 혼돈을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신문산업의 미래와 한국 신문업의 과제를 논하고자 하는 자리에서 어떻게생각하면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멀리서 서두를 잡은 것은 이 말을 쓰고 있는 한국언론의 요즈음 행태가 외국언론은 제쳐두고라도 최소한 한국 신문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잘 보여줄수4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비단 한국 뿐 아니라,그리고 비단 신문 뿐 아니라 국내외의 인쇄,전파매체를 막론하고 이 말은 큰 혼돈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 단적인 예가 바로 새 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 지난 한 세기를 되돌아보는 내용을 화면과 지면에 심심찮게 내보낸 것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아직 20세기는 끝나지 않았다.흔히들 그렇게 ‘대망’한다는 21세기는 정확히 말해 내년인 2001년 1월 1일부로 시작되는 것이다.그런이유로 올해에 걸맞는 기획을 하자면 지난 천년을 되돌아보고 그 흐름을 짚어 새 천년을 한 번쯤 상상하거나 예견하는 기회를 가졌어야 옳았다. 시간 계산의 수리적 이유도 이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21세기의 첫 발걸음을 정말로 새로운 안목과 내용으로 내딛기 위한 준비작업을 아직은 20세기인 1년간 차분히 하기 위한 더없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에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의 언론들은 너나 없이 경쟁적으로 2000년과 21세기를 도매금으로 싸잡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만급급했다.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모으고 그래서 실질적으로 어떤 생산적인결론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토론의 광장으로서가 아니라 보다 많은 광고와 판매수입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이벤트 상품으로서만 주로 활용된 것이 아니었나 한다.거칠게 요약하는 것이 되겠지만 바로 언론의 상업주의가 그대로 잘드러난 대목이다. 언론의 상업주의는 20세기적 산물이지만 1천년대의 산물이라고는 하기 어렵다.언론의 상업주의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신문의 경우 19세기 후반부터이며 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정점에 달했다고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전세기만 하더라도 할 말을 하기 위해 매체를 발간하였지 매체를 발간하기 위해 할 말을 수집하고 만들지는 않았다. 적어도 메시지가 미디어에종속되거나소외되는 상업주의 현상은 19세기 중반 이전만 하더라도 없었다는이야기다. 흔히들 인터넷,전자신문이 훨씬 더 보편화되는 미래 멀티미디어 시기에 있어서 현재와 같은 종이신문이 살아남을 것인가를 신문산업의 미래와 관련하여 제일의 화두로 삼곤 한다.여기에 대한 답도 1,000년을 주기로 하느냐,100년을 주기로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0년에 함몰된 채로 미래 100년을 생각하는 대답을 하게 되는 경우라면 종이신문을 만드는 현재의 신문사들이 창구 다양화라는 범위의 경제를 실현시킨다는 차원에서인터넷이나 전자신문을 겸영하는 것 등을 말할 수 있겠다. 매체의 상업주의를 절대적 전제로 하는 대답이다. 반면 지난 100년을 상대화시켜볼 수 있는 1,000년을 단위로 한다면 여러가지 다른 대답이 가능하겠다.필자라면 그 가운데 새 천년에 오히려 더 많은1가치를 가져다줄 것 같은 탈 상업주의를 기반으로 많은 대안을 찾겠다. 정연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폴 크루그먼교수, NYT 고정칼럼 첫 기고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뉴욕타임스 2일자에 고정 칼럼니스트로서 첫 글을 게재했다.‘다시 한번’이란 제목의 이 칼럼에서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를 ‘제2의 세계경제’시대라고 지적하고 “20세기초 정치적 기반이약해 단번에 붕괴된 세계 경제주의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경제의 세계화에일반인들의 정치적 지지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다음은 칼럼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90년대는 무엇보다도 세계화의 10년이었다.나쁜 소식(금융위기)과 희소식(생활수준의 지속적인 향상)이 모두 국가경제의 상호 통합 강화와 밀접하게관련돼 있었으며 무역과 투자의 증가는 멈출 수 없는 논리처럼 보였다. 이전에도 이런 시기가 있었다.사학자들은 운송 및 통신 분야의 신기술로 대규모 국제무역과 투자가 처음으로 가능하게된 19세기 중반 이후를 ‘제1의세계경제’로 부르곤 한다.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경제를 창출하기 위해 기술자들은 대서양에 케이블을 설치하고 알프스산맥에 터널을 뚫는가 하면 바다를 연결하는 운하를 건설하는 등의 기적을 일궈냈다. 그러나 파나마 운하가 완성될 즈음 세계경제는 분열로 빠져들었다.제1의 세계경제는 어느 정도까지는 전쟁의 희생자라고도 할 수 있다.파나마 운하 완공과 1차 세계대전의 발발이 모두 1914년 8월에 이뤄졌다.전쟁과 이로 인한간접적 결과인 초인플레,독일의 정치적 불안정,미국의 고립주의 등은 1945년까지 세계경제를 철저하게 분열시킨 세계화 추진 세력의 후퇴를 부분적으로밖에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엘리트들이 세계경제주의를 계속 주창했지만 세계경제의 정치적 기반이 적절하게 놓이지 못함으로써 최초의 충격만으로도 체제가 붕괴되고 말았다. 우리는 현재 지난 반세기 동안 주로 미국의 지도력하에 재건된 ‘제2의 세계경제’시대에 살고있다.한번 쓰러진 세계경제를 일으켜 세우는데는 장시간이 소요됐다.세계 전체의 생산대비 무역규모가 1914년 이전 수준에 도달한것은 70년대 이후였으며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가 회생한 것은 최근 10년에 불과하다.그렇다면 제2의 세계경제는 튼튼한 기반위에 세워진 것인가.그렇다고 할수 있지만 충분할 만큼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의 세계경제주의는 당시처럼 극히 작은 종파에 불과하며 일반인들과는거리가 먼 뿌리없는 세계주의자들의,그리고 이들을 위한 이념으로 쉽게 치부되고 있다. 이는 작년 11월 시애틀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대한 (시위대의)무차별 파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현실이 자유무역주의자 편에 서있고세계무역이 일반인들의 지지를 받고있다 해도 반세계경제주의의 주장이 선전전(戰)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가 힘들다. 금세기의 더 큰 경제적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다.즉 제2의 세계경제가 다보스에 모인 사람들을 뛰어넘어 일반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것이다.이에 실패한다면 제2의 세계경제도 결국 제1세계경제의 전철을 밟게될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연합
  • [21세기 문화프론트라인](1)생태주의

    ‘문화의 세기’ 21세기가 힘차게 시작됐다.21세기의 첫 해인 올해는 문화관광부가 정한 ‘새로운 예술의 해’이기도 하다.변혁과 진보,신생의 기대 속에 출발한 새 세기 문화예술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문화현장 최전선에 있는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21세기에 강세를 보일 문화계 새 조류를 전망해 보는 시리즈를 10회에 걸쳐 마련한다. 사례1.경남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 3만평 규모의 공동체마을.태양열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가능한 자원으로 에너지를 충당하고,물은 자체 순환시스템을 이용한다.쓰레기는 퇴비화하거나 철저하게 분리수거한다.단지 안에는 마을회관 등 공동시설을 포함한 생태주거지역과 자급자족의 생산지역,그리고 휴식과교육을 병행하는 자연환경보전지역이 조화롭게 이웃한다. 사례2.서울 중구 중림동의 6층 건물.온실과 발코니의 활용,지붕과 벽면 녹화로 태양열을 최대한 흡수한다.지하정원을 만들어 빗물을 이용한 친수(親水)공간을 조성하고,천연도료·실내정원 등으로 쾌적한 실내환경을 유지한다. 건축은 인간 편의를 위해 끊임없이 자연을 정복해왔다.그리고 그 폐해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지난 세기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떼어놓고,인간에게서 자연을 빼앗아온 건축.21세기에는 둘을 화해시킬 다른 얼굴의건축은 없는 것일까.1970∼80년대 이미 이런 고민에 빠진 유럽의 건축전문가들은 생태건축에 주목했다.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자원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건축.한마디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친환경적인 방법을대안건축의 지표로 삼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를 ‘삶의 질’향상과 동일시해온 우리나라가 이 방면에 눈돌리기 시작한 건 불과 2∼3년전.그 중심에 98년9월 문을 연 생태건축연구소(공동대표 이윤하 김진택 이남수)가 있다.앞에 소개한 두 사례,간디학교의 생태마을과 서울 도심의 한 생태건축물이 현재 이 연구소가 진행하는 핵심 프로젝트이다.기본 설계는 모두 끝났고,착공 날짜만 기다린다. 연구소는 평소 친분이 있던 이윤하씨(37·노둣돌건축사무소 대표)와 김진택씨(37·건설노동자공동체 우리건설 대표)가 IMF로 사무실을 합치면서 출발했다.생태건축에 관심이 많던 두사람은 이참에 일을 벌이기로 의기투합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이남수씨(38)를 동참시켰다.생태건축에 대한 설계와 시공,연구·평가가 한곳에서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건축도 생명으로 인식해야 합니다.수명이 다했을 때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어떤 건물을 지어야 할까요.생태계 순환고리안에 건축을 머물게 하는것,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대안건축의 핵심입니다.”(이남수)생태건축이 단순히 ‘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어떤삶을 살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태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막연히 시골에 내려가 흙집을 짓고 살아야 하는 걸로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러나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자연환경과의 소통체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생태마을을 형성하기 쉬운 시골보다 오히려 도시에서의 생태건축이 더욱 중요한 과제입니다.”(이윤하)김진택씨는 “많은 사람들이 초기 투자비를 이유로 생태건축을 망설이는데,장기적인 유지·관리 측면에서 보면 일반 건축비보다저렴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발상의 전환.무한정한 개발의 보고로만 여겨온 자연을 이제는 우리삶의 동반자로 끌어안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두 프로젝트외에서울 성내동의 건물,전남 영암의 유치원,경주 생태마을 등으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연구소는 앞으로 녹색운동연합 전국귀농운동본부 등 다른단체와도 인력네트워크를 형성할 계획이다.‘첨단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이들의 생태건축철학이 21세기 인류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그 해답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이순녀기자 coral@ **생태건축 정부 지원속 환경보전·삶의 질 높여 독일 북부 도시인 킬의 주민들이 가꾼 킬하세 생태주거단지는 가장 성공적인사례로 꼽힌다. 재생 및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만으로 지은 이 주거단지는 환경의 질과 생활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경제적인 건축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86년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주정부로부터 불하받은 땅에건축가와 주민이 합심해 91년 착공한 이 마을은 건물 모두가 흙벽돌 목조종이솜 줄판지 등 자연재료를 사용했다.빗물은 자연경사로를 통해 지하로 들어가며,주민들이 쓴 생활하수는 지하유수관을 통해 연못에서 자연정화한 뒤 다시 생활용수로 공급된다.음식물 쓰레기는 분뇨와 섞어 퇴비로 이용하며,자체 발전기를 통해 마을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한다. 마을은 주정부 환경청으로부터 에너지 절약에 관련된 시설비와 유치원의 경영비용을 보조받았다.85년완공된 하노버지방의 야생잔디지붕 주거단지와 샤프브릴 생태주거단지도 유명하다. 일본은 91년 말 민간기업으로 환경공생주택위원회를 구성해 환경보전형 주택건설을 주도하고 있다.키타큐슈에 조성된 지구마을의 집은 집주위나 통로 등의 지표면을 그대로 남겨두거나 투수성이 있는 재료로 포장해 빗물이 흙으로흡수되도록 했다. 또 부지내에 얕은 여울이나 연못을 만들어 물을 순환할 수있도록 하고, 태양전지 판넬과 풍력발전기를 지붕 위에 설치해 보조전원으로이용하게 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20∼50%의 에너지소비를 절감하는 한편 이산화탄소(CO₂)의 배출량도 줄였다. 동경 외곽에 위치한 지구마을 역시 태양에너지 집열판과 풍력을 이용한 우수활용 등의 시스템이 적용된 첨단 환경보전형 집합주택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있는 빌리지 에이커마을은 20대에서부터 60대까지다양한 인종과 직업을 가진 30여 주민이 태양집열판으로 전기와 온수를 공급받으며 공유건물과 2채의 복합건물에서 생활한다.샌디에고 동부의 하이메도우 주택단지는 수자원 이용을 최소화하고 야생동물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이순녀기자] * 생태주의 문화조류 데카르트·뉴턴 등 17세기 자연과학자와 사상가들에 의해 확립된 서구의 근대적 자연관은 세계에 대한 기계론적 해석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그것은인간에 의한 자연 지배와 물질의 무한한 이용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이론이되어왔다.이와 같은 자연관 위에서 진행된 근대화·산업화 과정은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왔지만 한편으론 인간과 자연의 생존을 위협하는 전지구적인 환경위기를 초래했다.그 어느 때보다도 환경의 파괴가 심각한 지금,인류에게 던져진 가장 절실한 화두는바로 생태주의다. 생태주의란 생태학의 기본정신을 말한다.19세기 중엽,생태학이라는 용어를처음 쓴 독일의 생물학자 겸 철학자 에른스트 헤켈은 생태학을 “자연의 경제에 관한 지식의 총체”로 정의했다.이러한 생태학 혹은 생태주의는 근래모든 학문에 걸쳐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사회과학 분야는 물론 인문과학 쪽에서도 이미 생태주의 바람이 불었다.사회생태학,녹색정치학,녹색경제학,녹색사회학,녹색인류학,녹색법학,생태철학,생태윤리,생태 페미니즘,생태 아나키즘 등이 그것이다. 이에 비해 문학예술가들은 지금까지 생태문제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기울여 왔다.서양문학가들은 자연을 정복이나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온 서구 세계관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고,동양문학가들은 주로 경제개발의 피해와 정치이데올로기의 문제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문학생태학이라는 개념 틀 안에서 생태의식을 고취하거나 생태학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문학의 녹색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추세다.생태문학에 관심을 기울여온 문학평론가 이남호교수(고려대)는 “굳이 녹색문학이라 이름 붙이지 않더라도 모든 문학은 이미 녹색인 것이며,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녹색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환경을 중시하는 녹색 감수성과 생태학적 상상력은 미술분야에서도 예외없이 꽃을 피우고 있다.‘환경미술’이라는 말은 한국에서는 아직 학술적인 용어로 정리돼 있지 않다.생태환경미술,환경조각,환경조형물,환경설치미술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환경미술은 일단 도시환경을 보다 아름답고 조형적으로꾸미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미술품을 일컫는다고 할 수 있다.국내에서는 최근 ‘환경기획전:동강별곡’이 열려 환경생태미술의 성가를 높였고,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한 ‘99환경미술제-광화문 프로젝트’는 환경의 중요성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생태주의는 무엇보다 지구 생태계가 부분과 전체,개체와 환경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유기적 통일체라는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인간과 자연이 진정으로 화해하는 생태학적유토피아.21세기의 희망인 에코토피아(ecotopia)의 건설은 녹색 사유를 내면화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김종면기자 jmkim@
  • [화제의 책]

    * ‘철도여행의 역사' 19세기 유럽에서 탄생한 철도는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됐고,이제는 일상의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아 ‘낭만적 여행’의 대명사로 여겨진다.책은 기차의탄생이 인간 생활사에 어떤 문화충격과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살펴본 일종의문화 해설서다. 저자는 개인의 여행기록이나 당시의 문헌 등을 통해 기차를 특별한 눈으로바라본다.탄생 초기의 기차여행 풍광을 ‘지나치며 감상하는 살롱의 그림’으로 그리면서 바로 이것이 인간관계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고 설명한다.유럽과 미국의 기차를 비교하면서 계급사회가 뿌리박힌 유럽에서는 객실에 차등을 두었고,미국에서는 이와는 달리 통로형 기차가 발달됐다는 이야기를 대표적인 예로 든다. 저자는 기차의 발달사를 통해 기술이란 문화의 산물이자 문화의 창조자임을강조한다. 쉬벨부쉬 지음 궁리 1만2,000원 *'뉴스속의 뉴스…' “우리는 세상의 종말까지도 ‘생방송’으로 취재 보도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케이블 뉴스매체인 CNN 사장 테드 터너가 지난 80년 6월 ‘CNN 왕국’을 건설하면서 공언한 말이다. 이 책은 테드 터너가 정보화시대를 맞아 뉴스 수요가 커질 것을 예견하고설립한 CNN 방송국의 비화와 성공 스토리를 흥미있게 밝힌다. 뉴스에 문외한이던 그가 1억달러란 전 재산을 투자해 거대 공룡 방송인 ABC CBS NBC와 승부수를 둔 얘기와 전세계 지도자는 물론,CIA 분석가조차도 급박한 위기상황에서 CNN 뉴스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자리를 굳힌 배경을 소상히 파헤치고 있다. 행크 휘트모어 지음 흥부네박 9,800원 *‘2500년 과학사…'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부터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구조 발견까지 과학의 역사를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책은 과학자 17명의 생애에 얽힌 과학의 이야기를 소개한다.이들을 통해 세계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이며 이같은 탐구가 천문학 물리학 등의 이름을 갖게 된 배경,‘서구과학’이 어떻게 막강한 힘을 갖게 됐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예컨대 캐플러의 천문학 연구가 뛰어나지만 그것은 신의 부름에 책무를 다하려는 종교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밝힌다.개인의 생애를 중심으로 한 일반과학서와는 달리 과학적 발전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로이 포터 엮음 창작과 비평사 9,800원
  • [특별시론] 새천년 역사의 숨결

    대저,서기 2000년은 단기 4333년인데 세부동(勢不同)하고 문명의 풍향이 여전히 서세동점(西勢東漸)인지라,그레고리력(曆)을 취해 뉴밀레니엄 새 천년의 원단(元旦)을 맞는다. 우리식으로는 다섯번째이지만 서양식으로는 세번째 천년이 열리는 이 날은 어느 분의 지적대로 천년이라는 긴 스팬으로 역사를 인식해 보지 못해온 한국인이 처음으로 역사의 시각에서 맞은 신세기,새 천년이 되는 셈이다.우리는 지금 바야흐로 인식범위를 넘어서는 시간대로 진입한 것이다. 식민지 시절 시인 이상(李箱)은 “미래로 달아나서 과거를 본다.과거로 달아나서 미래를 보는가”(‘선(線)에 관한 각서’)라는 메시지를 띄우고, 영국의 시인 존 던은 “천성이 뒤떨어진 동물은 현재에 사로잡히지만 인간은미래의 동물”이란 화두를 던지고, 역사학자 코젤렉은 ‘지나간 미래’에서“자연적인 시간과 차별적으로 인식되는 역사적 시간”에 주목했다.중국인들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나 조선조 박제가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은 과거를 딛고 새 것을 여는 인간의 미래성을 제시한다. 미국의 호피 인디언들이 쓰는 말에는 과거나 현재,미래를 명확하게 구별하는 때매김(時制)의 표현이 없다고 한다.그들의 언어는 언제나 현재형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시간이란 ‘옥수수가 익고 양이 자랄 때 무슨 일이 생기는가’라는 식이다. 우리도 ‘어제’‘오늘’이란 우리말은 있어도 ‘내일(來日)’은 한자말일뿐이다.미래를 잊고 살아온 것이다. 동양에서는 600년을 갑주년으로 셈하고,고대 마야문명에서는 260년을 주기로 치고,인도의 종교에서는 마하유가라는1만2,000년에 걸친 긴 세월을 주기적 회귀의 단위로 친다.불기 2543년이고이슬람기 1421년이다.그런데 세상은 온통 서력의 ‘뉴밀레니엄’이니 문명의 힘은 시간의 기원과 개념과 주기와 단위를 지배한다. 중세 이래 세계를 지배한 나라는 다섯이다.16세기는 스페인,17세기는 네덜란드,18세기는 프랑스,19세기는 영국,20세기는 미국이다. 20세기 한때 미·소양극체제가 지금은 팍스 아메리카 시대로 바뀌었다. 21세기도 ‘미국의 세기’가 될까.최근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의 21세기8대 국가과제’로 ▲인종갈등 ▲민주주의와 정부개혁 ▲도시문제 ▲고령화현상 ▲빈부격차 ▲학교개혁 ▲정보기술 개발과 글로벌경제 ▲최강의 군사력유지를 들고,향후 9년 동안 약 3조달러를 이 분야에 집중투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중국과 일본이 미국을 뒤쫓고 러시아도 우수한 기초과학과 전통문화 예술분야에서 추적한다.한반도 주변 4강의 파워게임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이념으로 갈리고(남북),지역으로 나뉘고(동서), 소득으로 분열하고(빈부),이해로 대립하고(집단),정쟁으로 싸우면서(여야) 나라와 국민이 피곤해졌다.매사가 파괴적·비생산적·적대적이다 보니 화합·관용·창조의 정신이 설자리를 찾지 못한다. 이런 틈새에서 현안도 버거운 판에 국가 중장기과제의 대책마련이 쉬울 리없다.향후 30년이면 바닥날 석유자원과 대체에너지 개발,식량 무기화에 따른 양곡수급,물부족,자원고갈,오존층 파괴,환경호르몬,인구노령화,불균형한 남녀성비,국제공용어와 민족언어 보호,사이버 사회,생명공학의 궤도이탈,성타락,가정붕괴 등 서둘러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 세기가 그나마 ‘예측 가능’의 시대였다면 향후 세기는 밀레니엄 버그에서 보듯이 그야말로 예기치 못한 한계와 재앙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을것이다.정부·국회·대학·기업·자치단체들이 밤을 새워도 모자랄 지경이다. 인성이 피폐하고 국력이 흩어지면 21세기 무한 경쟁시대에서 제대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무엇보다 동서와 남북 그리고 해외 동포들까지 아우르는 한민족의 통합과 정체성 회복운동이 시급하다. 원효대사의 ‘원융회통 회삼귀일(圓融會通 會三歸一)’즉 “일체의 마찰과대립을 초월하여 융합해서 셋으로 갈라진 민족을 하나로 귀일시키자”는 정신을 새 천년 원단의 국가적 아젠다로 삼으면 어떨까.동서로 갈리고 남북으로 쪼개진 ‘회삼(會三)’을 ‘귀일(歸一)’시키는 정신의 중심이 바로 ‘원융회통’의 사상이다. 대저,그리하여 한국이 21세기 주역이 되고 단기가 그레고리력을 대신하게되는 “그날이 오면,그날이 오기를!”함께 기원하면서 힘찬 전진을 시작하자. [김삼웅 주필 kimsu@]
  • [뉴 밀레니엄의 전개] ‘남북통일’ 각국 언론사 시각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새로운 세기 세계 평화를 향한 관건이자 필수명제다.새 세기에도 한반도는 지척으로 다가올 통일과업 앞에서 남과 북이,그리고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축을 벌여나가는 격전장이 될 것이다.북한의 개혁개방,남북통일이라는대단원의 막은 새 세기 어느쯤에 이뤄질 것인가.새 세기 한반도 주변에서 펼쳐질 기상도를 워싱턴의 대한매일 특파원과 서울에 나와있는 각국 주요 언론사 특파원의 시각을 통해 집중 진단해본다. ◆미국 시각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미국의 대 한반도정책은 동북아시아지역의 안정과평화유지라는 대명제에 따라 이뤄진다. 최근 북한과 이뤄진 일련의 완화조치들은 이 커다란 대의명제 하에서 조직되고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의 대북경제제재 완화조치와 올해초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북미고위급회담 등은 한반도지역의 안보와 평화유지라는 명제를 가장 극명하게보여주는 정책실행의 단면이다. 단기적으로 핵의혹을 해소하고 계속되던 미사일 발사실험의 유예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미국의 한반도정책은 당면한 미사일·핵확산금지에 더 초점을 둬 한국의 한반도 통일이라는 최종목표와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기도한다. 어쨌든 그동안 북한의 핵의혹과 미사일발사 위협 등이 간헐적이나마 꾸준히이어진 미국과 북한과의 협상에서 다소 해소되거나 정지된 것은 새해 한반도지역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이게 한다. 미국은 99년 한해동안 계속된 설득끝에 결국 북한이 대화의 장에 임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했다.최근 북한은 외무성 성명에서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클린턴 행정부와는 대화를 연기할 수 밖에 없다”고 했지만 북한의 대화의지는 강렬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이다.국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북한이 이번기회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물론 북한의 미국과의 대화는 체제를 위협하는 계속된 극심한 식량난 해소를 위해 외부로부터의 지원을 노린 것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북한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지난 수년동안과 같은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대화의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 북한은 미국과는 물론 경제적·외교적 실익을 노린 한국과의 직접적인 대화 역시 비록 형태는 달리할지라도 속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는 북미 고위급회담이 새해 첫 북미관계의 하이라이트로 떠오를것이다.북한측에서 아직 고위급회담을 위한 대화 준비가 덜 됐다는 분석이있지만 어쨌든 북미회담은 미국이 북한을 국제사회에 이끌어내고 체제의 완만한 변화를 꾀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인 북미수교의 첫단추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고위회담을 반드시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성과는 어느 선까지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하고 있다. [hay@] ◆중국 시각 20세기 지난(至難)했던 한반도 문제는 풀리지 않고 금세기로 넘어왔다.그러나 21세기를 맞아 한반도 정세에 고무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크게 보아4가지다. 첫째,북한과 미국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북한의 경제제재를 완화한데 대해,북한측이 미국과양측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북·미 고위급 회담에 동의하고 미사일 발사실험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적극 호응하고 있다. 둘째,긴장완화를 통해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한국·미국·북한·중국간의 ‘4자회담’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지금까지 6차례에걸친 회담의 성과로 볼때 4개국은 협상 시스템을 계속 가동할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북한·일본관계도 해빙 조짐이 무르익고 있다는 대목이다.지난해 12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를 단장으로 한 일본 초당파의원단이평양을 방문,북한측과 7년동안 중단됐던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한 수교협상을 벌이자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이와 함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총리도 최근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해제하겠다고 화답했다.북·일 관계정상화 회담의 개최는 얼어붙었던 양국관계가 서서히 풀릴 가능성을 예고하고있다. 넷째,남북 민간교류와 경제합작 사업도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금강산관광,현대그룹의 공업단지 조성,남북 농구대회,남북 가수공연,남북교역의 증가 등은 남·북한 민간 및 합작교류의 성과를 의미한다.이는 앞으로 남북한 관계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적 토대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취약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99년 6월 남북한간의 서해교전이 잘 설명해준다.한반도는 동북아의 잠재적 화약고로 남아 있다.수십년간 적대시하면서 대치해온 데다 계속된 상호간의 제재 및 통제정책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어렵게 하고 위기를초래할 수 있는 복병이다. [가오하오룽(高浩榮) 중국 신화통신 서울특파원] ◆러시아 시각 한반도는 종말을 고한 20세기 중 가장 극적인 일들이 많았던,끊임없이 정치적 대립과 격동을 경험했던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러시아는 한반도와 역사적 지리적으로 인접한 탓에 지난 수백년 동안 한반도에서 발생했던 사건들에직·간접적으로 개입했던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21세기와 새 천년의 시작은 양국간 국교정상화 10주년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하다.지난 10년동안 서울과 모스크바는 상호관계에서서로 다른 경험을 해왔다.그러나 대체적으로 한·러관계라는 기관차는 현재가속도를 얻고 있으며 ‘친밀한 우호관계’라는 이름의 역(驛)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양국간의 정치관계에서 특히 중요했던 대목은 지난해 옐친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간 정상회담을 꼽을 수 있다.이는 97년 12월과 98년 8월의 한국과 러시아 경제위기 이후 다소 냉랭했던 관계를 정상화시켰다. 또한 이고르 세르게예프 국방장관,예브게니 셀레즈뇨프 국가두마(하원) 의장의 방한 등 다른 공식적 접촉도 있었지만 나는 무엇보다 보브린 아이스 발레단의 성공적 내한공연과 타간카극단의 공연 ‘아프간’에 대해 언급하고싶다.이 비극의 내용은 관객의 마음에 매우 가까이 다가간듯하다. 새해는 양국 지도층의 방문 뿐아니라 무역,경제,과학 및 기술협력 회의 등 많은 교류계획이 있다.한국 음악애호가들이 올해도 볼쇼이 오페라의 공연을 즐기기를희망한다.양국관계 10주년 기념 한·러포럼 계획도 있다. 한·러우호협회 의장인 비탈리 이그나텐코 이타르 타스통신 사장과 후원단체들이 러시아 박물관에 소장중인 양국관계 역사를 포괄하는 외교문서,공예품과 귀중품,19세기 양국 조정의 전통의상 등을 보여주는 전시회의 서울 개최를 추진중이다.이는 러시아 박물관 소장 한국 문화재를 볼 수 있는 소중한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같은 관계를 바탕으로 볼때 한반도를 둘러싼 새해 정세는 원만한 양국협력 하에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블라디미르 쿠다호프 러시아 이타르 타스 서울지국장] ◆일본 시각 올해 한반도 정세를 푸는 키워드는 ‘대화’다.북한내부에서 대화노선을 둘러싼 대립이 있어 한반도에 곧 평화가 찾아올 거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큰 흐름을 볼 때 대립이나 긴장을 초래하는 요소는 적고 북한 및 주변국을 둘러싼 토론의 장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흐름을 구체적 성과로 연결시키는 일이 가능한지가 초점이 될 것이다. 우선 북한과 미국을 살펴보자.지난해 9월 베를린에서 열린 북·미회담에서북한 고위관리의 방미에 대해 합의했다.방문시기,논의내용은 명확하지 않지만 방문이 실현된다면 미국의 대북(對北) 경제제재도 한층 완화돼 국교정상화까지 내다본 대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달초 일본의 초당파 의원단이 북한을 방문하고 올해안에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을 재개하는데 합의했다.일본도 예상치 못했던 큰 진전이었으며 얼어붙었던 양국이 관계개선을 향해 적극적인 의사를 나타낸 것은 의미가 있다. 물론 98년 8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북·일관계가 급속히 차가워진 것처럼 양국이 다시 어색해질 가능성도 적지않다.일본인 납치 의혹이나 미사일 발사의 전면중지 등의 조건을 일본측에서 제기하면 북한은 식민지배때의 보상금 등을 내걸어 대화는 간단히 중단될 것이다. 단지 북한은 최근 경제재건에 중점을 두고 있어 일본으로부터 식량지원이나 경제협력에 매력을 느끼고 있음이 분명하고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국교정상화교섭은 예상외로 빨리 진전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한의 대화는 지난해 6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차관급회담이 결렬된 이후 끊긴 상태다. 총선이 있는 올해도 당분간 북한과의 대화는 어려울 것이다.6월의 차관급협의에서도 한국정부가 먼저 비료를 보내는 대폭적인 양보를 하면서도 회담을 일방적으로 거부당하는 등 북한측 외교전략에 휘말려 국민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기 때문이다.현시점에서 대화를 재개한다면 야당측에게 절호의 공격요인을 제공할 따름이다. 그러나 좋은 요인도 있다.남북간 경제분야의 교류가 진행되는 일이다.대화재개의 토대가 될 것이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담 직후 인 지난해 9월18일 임기중에 반드시 한반도 냉전구도를 종식시킨다고 강한 결의를 표명했다.이런 의미에서 4월 총선이 끝난뒤 다시 한번대화재개의 태동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고미 요지(五味洋治) 일본 도쿄신문 서울특파원
  • [뉴 밀레니엄의 전개] 이어령‘가와카쓰 교수 대담(2)

    ◆가와카쓰 교수 17세기 유럽에서 생긴 부국강병(富國强兵)노선은 파워 폴리틱스였습니다.전세계 육지의 3%에 지나지 않던 유럽은 패권주의로 1800년에는 전세계의 34%,1914년에는 84%를 수중에 넣었습니다.이것은 도의에 어긋난행위입니다. 16세기 후반 일본의 조선침략 이후 이퇴계(李退溪)의 주자학이 강항(姜沆)을 통해 후지하라 세이카(藤原惺窩)에게 전해졌습니다.후자하라의 제자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고문이 되면서 일본은 비로소 덕치주의(德治主義)로 바뀌었습니다. 19세기 후반 서양에 문을 연 일본은 부국강병 노선으로 전환해 가까운 아시아 제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세계 5대 열강에 들었습니다.그러나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뒤 강병노선을 배척하고 부국노선으로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20세기 전반 인류는 2차례의 세계대전을 경험했습니다.전후 미국과 소련 2개 초대국은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로 경제력을 올리는 경쟁을 벌였고 한편으로는 군비확대에도 열을 올렸습니다. 소련은 파산해 해체되고 미국은 세계최대의 채무국으로 전락했습니다.경제력은 군사력과 양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백해진 것입니다.세계는 지금 군축으로 향하고 있습니다.경제력이 없는데도 군비강화를 하고 있는 나라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입니다.20세기와 근대의 교훈은 부국강병노선의 파워 폴리틱스는 파산한다는 것입니다. 부국강병의 시대는 대국이 소국을 종속시키는 파워 폴리틱스였습니다.부국강병시대의 종언은 대국이 소국과 대등하게 될 수 있는 시대의 시작입니다. 실제 옛 소련외에 다수의 소국이 자립을 시작하고 있습니다.21세기에는 군사력보다 설득력이 힘이 되는 모럴 폴리틱스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위원장 그런 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협력이 가능해지는게 아닐까요.북한도 그런 물결에 거슬러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한국이 통일을 이루고 중국이 중화사상의 대국의식에서 벗어나 상생의 통합력으로 나간다면 동아시아는 세계의 중심으로 21세기 새 문명을 창조해 갈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오히려 늦게 배운 도둑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동아시아쪽에서 서구이상으로 군사력,경제력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치도 경제도 문화적인 기반이나 그 힘을 갖지 않고서는 앞으로 더나갈 수가 없습니다.상품 하나를 파는데도 소비자의 마음에 감동을 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해진 시대가 된겁니다.그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문화이며 모순을 포용하는 통합력이 바로 문화의 힘입니다. 임란 이후 한국인들은 구원(舊怨)을 잊고 조선통신사를 보내 일본과 문화교류를 했습니다.문승지효(文勝之效·문이 무를 이긴다는 사상)를 바탕으로 한 외교였습니다.21세기를 이끌어나갈 힘이야 말로 문승지효의 문화와 평화의힘이 아니겠습니까. ◆가와카쓰 교수 그렇습니다.21세기는 문화력이 힘이 되는 시대가 될거라고생각합니다.21세기는 군축이 기조가 되어 경제력이 문화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어떤 나라의 문화를 다른 나라의 문화로 억누르는 것은 도의에 어긋납니다.문화력이라는 것은 억누르는 힘이 아니고 끌어당기는 힘입니다.매력있는 문화는 동경되고 수용됩니다.구심력,중심성을갖고 넓어져갑니다. 그것은 일정의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이고 문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문명이라는 것은 매력과 동경에 의해 확장되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문명의 기초는 문화입니다.근대의 대국의 조건이 폭력과 위협에 기초한 ‘힘의 문명’이었다면 21세기 대국의 조건은 매력과 감동에 기초한 ‘미(美)의 문명’이될 것입니다. ◆이위원장 그런 점에서 21세기가 요구하는 인물상은 전쟁영웅들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창조하는 인간,무엇인가 독창성을 지닌 인간일겁니다.요즘 유행하는 말로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으로서의 인간입니다. 동서남북의 360도로 뛰면 승자가 360명이 되는데 각기 한방향으로만 뛰면 일등은 하나밖에 없습니다.한국과 일본의 그 치열한 경쟁사회의 각박한 모습은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리는 획일주의 때문입니다.다성적(多聲的) 사회를만들어내는 길이 바로 21세기의 과제가 아니겠습니까. ◆가와카쓰 교수 근대 일본인이 중시한 것은 19세기 서양에서 도래한 ‘개인주의’사상이었습니다. 개인주의는 전후 일본에서 자유는 ‘멋대로의 이기주의’로,평등은 ‘기회의 평등’보다는 ‘결과의 평등’을 중시하는 풍조가 됐습니다. 근대 이전의 일본은 멸사봉공(滅私奉公)이 지나쳤는데 20세기 들어 멸공봉사(滅公奉私)로 역전됐습니다. 21세기 일본에는 ‘개성’의 확립과 함께 공공성을 짊어진 인물이 요구됩니다.예를 들어 시인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하를 품는 투명한 의지와 거대한 힘,그리고 열이다’고 노래했듯 우주적인 넓이의 감성이 필요합니다.그리고 교육가인 오쿠마 시게노부가 ‘동서문명의조화’에서 말했듯 장대한 구상력을 가진 인물이 이상적입니다. ◆이위원장 21세기형 인간들은 정보화를 넘어선,지식을 넘어선 생명주의적감각을 지닌 인간들이어야 합니다.한국과 일본에서 쓰는 정보통신이라는 한자 말속에는 정(情)과 믿음(信)이라는 글자가 들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미래를 암시합니다. 서구의 정보통신에는 정과 믿음이 부족합니다.한국 아이들은 전화를 한창걸고 난 뒤 전화를 끊으면서 자세한 것은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하는경우가 많습니다.전화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정의 소통을 무의식적으로 노출시킨 말입니다. 한·일 양국의 문화적 동질성이 있다면 바로 정과 의리를 존중하는 것들입니다.정보사회에서 잃기 쉬운 것은 페이스 투 페이스 커뮤니케이션(face toface·대면소통)의 정입니다.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찾게 될 것은 삭막한 산업사회와 사이버 사회에서 잃어버린 피부의 그 온기일 것입니다.빵만으로는살 수 없다는 말처럼 이제는 정보만으로는 살 수 없는 시대가 오게 될지 모릅니다. ◆가와카쓰 교수 정보기술(IT)과 인터넷은 제3차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생활의전분야를 뒤덮고 있고 지구사회를 네트워크망에 집어넣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정보화와 함께 이동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점입니다.전세계 60억인구 가운데 6억이 이동하고 있고 그것이 낳는 총생산(GDP)은 세계 GDP의 10%를 넘고 있습니다.멀지않아 이동인구는 10억이 될 것입니다. 물건,돈은 말할 것도 없고 정보와 사람의 대교류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고그것은 상대와 자기가 틀리다는 의식으로부터 오는 아이덴티티(정체성)의 자각을 강화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역사의 주체도 제국에서 국가,국가에서 민족,민족에서 개인으로 옮겨왔습니다.분화,다양화는 자연계의 의사입니다.정보의 네트워크와 사람의 교류를 거쳐 우주 자연 세계의 다양성을 중시하고 개체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다른존재서로가 공존(共存)과 상생의 시대를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위원장 ‘21세기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연장일까,팍스 아시아일까,팍스자포니카일까’ 하는 문제가 곧잘 새 천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그러나 이런 화두자체가 일극(一極) 중심의 세계관이라고 할 구시대의 사고양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현재로는 미국이 모든 분야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만 미국의 세계지배는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십니까. ◆가와카쓰 교수 팍스 아메리카나도 팍스 자포니카(Japonica)도 아니라 생각합니다.19세기는 유럽의 패권의 세기였습니다.20세기에 태평양의 양쪽에 미국과 일본이라는 신흥 패권국이 발흥했습니다. 일본은 처음 미국의 물질생산력에 뒤졌지만 전후 미국을 따라잡았습니다.미국은 퇴락하고 있습니다.그 과정에서 일본을 선두로 한국을 중심국으로 하는 아시아 신흥국,그 뒤를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뒤쫓고 있습니다.서태평양 지역에 상호의존하는 독자적 경제권이 형성돼있는 셈입니다.이 지역이21세기 세계의 다이내미즘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고대 중세 근대는 중심성을 다투는 시대였지만 포스트 근대에는 탈중심,다중심(多中心)의 네트워크 시대입니다.특히 한국과 일본은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견고한 파트너십을 만들어야 합니다.세계 최대의 해양인 ‘태평양’에 힘이 아닌 매력과 감동을 낳는 문화,평화로운 문명을 쌓는 사명을 갖고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위원장 태평양이라는 이름부터가 평정과 평화의 평(平)자가 들어 있지않습니까.새 천년은 중국이나 일본,미국같은 대국들이 어떻게 작은 나라,힘없는 나라들과 공생하는가에 따라 그 방향이 결정되리라고 믿습니다. 한일관계는 물론 세계와 인류가 다같이 공생하려면 상대방의 상처를 같이아파해주고 치유해주는 노력이 전제돼 있어야 합니다.기린은 찌르레기 새와사이좋게 지냅니다.새는 기린의 털속에 서식하는 기생충을 잡아먹기 때문입니다.그리고 그 기린의 털을 뽑아 둥지를 짓기도 합니다.그러나 기린의 몸에 상처가 나면 그같은 공생관계는 끝납니다.찌르레기는 기린의 기생충이 아니라 그 상처를 직접 쪼아 피를 빨아 먹기 때문입니다. 동아시아는 제각기 아물지 않은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습니다.그것을 아물게 하고 건전한 공생의 길로 나가야 합니다.쉬운 예로 일본 영화가 한국에얼마나 들어가는냐 하는 것보다는 한일 양국이 어떻게 협력해서 80%를 넘는 할리우드 영화의 시장지배에서 벗어나 자국 영화의 비율을 늘려나가는가 하는 전략이 더 중요합니다. 가난한 자가 서로의 자루를 찢는 일만은 그만두어야 합니다.가와카쓰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니 새 천년을 맞는 마음이 한결 더 가볍고 밝아집니다.
  • [기고] 과학과 정치의 불균형

    1999년이 저물어간다.우리가 살고있는 오늘은 세기말의 끝이며 동시에 천년의 끝이다.지금 유럽에서는 세기말을 상징하는 검은 색이 유행이라고 한다. 그리고 백년 전에도 마찬가지로 검은 색이 길거리를 뒤덮었다고 한다.지금과 백년 전의 사회분위기가 옷 색깔이 어두워질 정도의 것이었다고 한다면 지금보다 천년 전인 서기 999년경의 유럽의 분위기는 지금은 잘 상상할수 없을정도로 긴박했을 것 같다. 당시의 유럽인들은 성서의 예언대로 신이 인간을 파멸로 몰고 갈 것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가진 돈을 교회에 다 바치고 면죄부를 얻으려는 사람들과 쾌락과 사치로 몽땅 탕진하는 사람들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 나올 정도로 세기말이 가져다준 불안감은 강력했던 것 같다.그때로부터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신은 인간세상을 파멸시키지 않고 있다.그 대신 지난 20세기는 인간 스스로가 세계를 파멸시킬수 있다는 것을 잘 알려준 시기였다. 20세기를 집약해 표현하는데 전쟁과 과학이라는 두 마디 단어보다 더 적합한 말은 없을 것 같다.지난 백년동안 1억2,000만명이 130여건의 전쟁에서 죽어갔다.20세기는 그야말로 살상의 시대였던 셈이다.이 숫자는 20세기 이전의 인류사에서 발생한 모든 전쟁에서 죽은 사람의 숫자를 훨씬 넘는 규모다.냉전시기의 전쟁에서만 188만명이 희생당했다.냉전은 이런 점에서도 인류가 20세기에 가장 잘 던져버린 유산이다.그의 조국 러시아에서의 냉랭한 평가와는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고르바초프를 20세기 최고의 인물로 꼽는 것은 이때문이다. 20세기는 또 과학의 세기였다.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지식의 90%는 지난 30년간에 쌓은 것이라고 한다.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났고교통과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백년전 세계일주를 하려면 2개월이상 걸리던 것이 지금은 24시간이면 가능하게 되었다.인터넷을 통해 지구상의 어떤 사람과도 같은 시간에 대화를 나눌수 있다.그러나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과연 인간을 파멸로부터 건져낼수 있을까.전망은 아직 어둡다.지구 곳곳에서 대규모환경파괴가 진행되고 있다.냉전이 끝났다고 하나 아직도 지구 곳곳에서 민족문제나 종교문제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막대한 자금과 기술이 살상무기를 만드는 일에 투여되고 있다.20세기의 어두운 유산을 짊어진 채 우리는 21세기의 입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얼마전 타계한 닉슨 전 미국대통령은 자서전에서 21세기 최대의 불행은 과학의 발전과 정치발전의 불균형이라고 말한 바 있다.과학과 정치의 불균형은 과학을 인간사회의 평화를 파괴하는 힘으로 변하게 하였다.정치가 진보하지 않는한 과학은 인간을 소멸시킬 수도 있는 무서운 도구로 바뀔 수 있다는것이다.과학이 발명한 핵기술을 인간이 어디에 사용하였는지 우리는 금세기의 중반에 생생하게 목격하였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파멸을 막는 방법은 없을까.지금 우리에게 완벽한 해답은 없다.그러나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재앙을 막을 가장 튼튼한 방파제는 인간이 자신이 살고있는 세계의 위험을 정확히 알고,그 지식을 만인이 공유하는 데 있다.인터넷을 필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진보는 평화를 위한 정보와 지식을 전 인류가 공유하는 시스템을 가능케 하고 있다.그러나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있느냐는 문제 사이에는 커다란 거리가 있다.정치가 아직도 오래된 먼지를 가득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21세기에도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다.정치를 바꾸지 않으면,우리는 19세기형의 정치가 21세기의 과학을 악용하는 끔찍한 그림을 보게 될 지 모른다.그런 의미에서 21세기에 우리가 풀어야할 가장 큰 화두는 의외로 ‘정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金武坤 동국대교수·신문방송학]
  • [새 영화] 애나 앤드 킹

    19세기 말 세계는 커다란 변혁의 물결에 휩싸인다.동남아시아의 소국 샴(Siam)왕국의 몽쿠트 왕은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교육을 현대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왕은 먼저 자신의 자녀부터 현대화된 서구교육을 시킬 목적으로 영국출신의 미망인 애나 레노웬스를 가정교사로 초청한다.아들과 함께 샴 왕국에 온 애나는 58명이나 되는 국왕의 자녀들을 가르치게 된다.완고한 몽쿠트 왕과 사사건건 의견충돌을 빚는 애나.그러나 그녀는 이내 국왕의 고뇌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의 감정을 품는다. 31일 개봉되는 ‘애나 앤드 킹’(감독 앤디 테넌트)은 제목이 좀 바뀌긴 했지만 율 브린너와 데보라 카 주연의 ‘왕과 나’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거리를 알고 있는 영화다.19세기말 샴 왕국에서 있었던 실화로 지난 46년과 56년 존 크롬웰과 월터 랭 감독에 의해 각각 영화화됐다.‘애나 앤드 킹’은샴 국왕역의 주윤발과 영국인 가정교사 역의 조디 포스터가 함께 연기했다는 것 만으로도 이목을 끌 만하다.영국 시인 루드야드 키플링은 “오,동양은동양,서양은 서양,그 둘은 결코 만날 수 없으리”라고 단정했지만,이 영화에서 만큼은 적어도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통해 동과 서가 하나로 만난다. 영화는 국경과 신분을 뛰어 넘는 이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되 19세기 제국주의의 침략상을 드러내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샴은 당시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한 자유국가였다.구미 열강과 손잡는 것은 곧 왕조의 몰락을 의미함을 잘 알고 있던 몽쿠트 왕은 자신의 통치권을 희생하면서까지 국민의 자유권을 보장했다.30년 넘게 수도원에서 학문을 닦은 철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몽쿠트 왕은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내면을 지닌 인물이다.주윤발은 특유의온정적 카리스마로 강한 성격의 몽쿠트역을 무난히 소화해냈다. 김종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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