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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리뷰/ 극단 백수광부 ‘보이첵’, 색다른 해석… 재미있게 만든 고전

    독일 작가 게오르크 뷔흐너가 19세기 초에 쓴 미완성 희곡 ‘보이첵’은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텍스트다. 도구적 이성주의에 길든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고,질투에 눈먼 남자의 복수를 다룬 심리극이기도 하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어서 지금까지는 주로 실험주의 연극으로 선보였다. 하지만 극단 백수광부가 그린 ‘보이첵’(연출 임형택)은 색다른 해석을 아우르면서도 정통 연극 스타일로 꾸몄다.특히 색색의 조명과 그림자를 활용한 무대,거친 몸짓과 춤 등은 이 공연을 다른 어느 ‘보이첵’보다 재미있고 쉽게 다가서게끔 했다.그동안 절제된 연기를 보여준 극단으로서는 파격적인 변신인 셈이다.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등장인물을 사회구조의 희생물로 그린 점.이를 위해 유모 역인 칼을 원작과 다르게 조종자로 설정했다. 막이 밝아지면 등장인물 모두가 검은 옷을 입고 나와 제각각 움직인다.천진난만한 몸짓에서 난폭한 춤까지.조종자는 조용히 이들을 지켜본다. 결국 모두 조종자에 이끌려 꼭두각시처럼 구호를 외치며 퇴장한다.여기서 조종자는 보이지 않는 권력을 상징한다. 그러나 다음 장면부터는 연출의 의도가 잘 살아나지 않는다.조종자는 때로 극중 인물과 대화를 나누고,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물이 돼 서성거린다.후반부에서는 유모로 등장해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한다.연출가는 권력이란 본래 아주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고,가시적인 동시에 비(非)가시적인 것이란 것을 말하고 싶었겠지만,관객은 혼란스럽다. 하지만 점차 혼돈에 휩싸여 가며 연약한 인간이 돼 가는 보이첵 역의 최광일과,남성의 폭력성을 분출한 군악대장 역 최지웅의 대조적인 연기는 극을 압도한다.동물과 아기 역 배우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도 연신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나름대로 재미있게 고전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17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 연우소극장.(02)744-7090. 김소연기자
  • 크리스티경매 화각함 고국품에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회(회장 김영수)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최근 구입한 19세기 조선시대 공예품인 화각함(사진·華角函) 한 점을 7일 국가에 기증했다. 이 화각함은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문화체육부(문화관광부 전신)장관을 지낸 김영수 회장을 통해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지건길)에 전달됐다. 화각함이란 쇠뿔을 이용한 한국고유의 각질공예품으로 뿔을 매우 얇게 펴 각지(角紙)를 만든 다음 뒷면에 여러 색깔의 단청 안료를 써서 갖가지 문양을 내게 된다. 기증 화각함(28.1㎝×21.0㎝×17.4㎝)은 뚜껑이 달린 긴 네모꼴 사각함으로 바닥을 제외한 모든 면에 사각형의 화각이 장식돼 있다. 서동철기자 dcsuh@
  • 책/ 로보 사피엔스 - 로봇이 여는 미래, 毒일까 藥일까

    어떤 로봇학자들은 기계는 결코 인간의 능력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또 다른 로봇학자들은 로봇이 결국 세계를 지배하리라고 예측한다. 그런가 하면 양쪽 과학자들이 모두 틀렸다고 주장하는 제3의 학자들도 있다.로봇은 인간에게 뒤쳐지지도,인간을 제압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 고유의 의식과 거의 영속적인 로봇의 몸을 전자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인간이 로봇이 되는 ‘로보 사피엔스(Robo sapiens)’가 출현하리라는 것이다.호모 사피엔스는 과연 로보 사이엔스로 진화해나갈 것인가. 도서출판 김영사에서 펴낸 ‘로보 사피엔스’(페이스 달루이시오 지음,피터 멘젤 사진,신상규 옮김)는 로봇공학의 현주소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전망한 대중과학서다.새로운 종의 진화를 주도하는 로봇공학자들의 연구실을 찾아 인터뷰하고 그들이 만드는 로봇의 모습을 담았다.첨단 로봇공학이 예언하는 인류의 미래,그 빛과 그림자는 우리에게 기대와 두려움을 함께 안겨준다. 책은 먼저 로봇이란 말의 연원과,오늘날 ‘로봇혁명’시대를 맞기까지의이력을 간단히 언급한다.인간과 로봇의 혼합종인 로보 사피엔스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1세기 들어서이지만 인공적인 일꾼이란 개념은 진작부터 존재했다. ‘로봇’이란 단어는 체코 작가 카렐 차펙이 1920년에 쓴 ‘R.U.R’이란 연극작품에서 고안해낸 말.그러나 그 이전에도 인간과 같은 능력을 가진 ‘인공 일꾼’이란 개념이 있었다.일본의 발명가와 장인들은 17세기에 이미 ‘가라쿠리(絡繰り)’라는 차 시중을 드는 자동기계를 만들어냈다.또 스스로 작동하는 것처럼 설계된 기계적인 장치라는 뜻을 지닌 오토마톤(automaton)은18세기 유럽 궁정에서는 흔한 오락기였다.19세기에 이르면 자동기계는 유대전설에 나오는 인공적으로 창조된 인간,즉 골렘(golem)이나 태엽인간,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같은 형태로 공상과학 소설 등에 등장한다. 이러한 공상을 현실화하려는 시도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이뤄졌다.산업형 로봇의 개척자로 불리는 미국의 우주항공 학자 조지프 엥겔버거는 인간보다 훨씬 정확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반복작업을 하는 기계를 고안했고,로봇을 공장에 도입했다.그뒤 현대적인 컴퓨터가 등장하자 로봇공학은 비로소 지금과 같은 단계에 도달하게 됐다. 인간을 돕는 로봇 시스템은 이미 사용되고 있고,우리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예컨대 자동차에 장착된 파워 핸들이나 크루즈 컨트롤(속도유지 장치),GPS시스템,비행기의 계기비행규칙(IFR) 착륙시스템 등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그러나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이나 할리우드 영화의 터미네이터를 떠올리면 두려움이 앞선다.미래에 대한 기술공포증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도 공룡처럼 멸종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올라선 셈이다.이것은 유성의 충돌과 같은 재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순수 생물학적인 인류보다 지능적으로 훨씬 우월한 로봇의 영향에 의한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대표적인 로봇 과학자인 시게오 히로세는 지능을 갖도록 설계된 어떤 로봇도 도덕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으며,심지어 ‘성자형’ 로봇도 가능하다고 말한다.로봇은 생물학적인 생존을 위해 투쟁할 필요가 없는 만큼 이기적이지 않은 기계로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생생한 로봇들과의 만남은,독자들로 하여금 영화 ‘A.I.’‘바이센테니얼 맨’ 등에서 볼 수 있는 지능형 로봇 연구가 어느 정도 현실로 다가와 있는가를 가늠하게 한다.또한 ‘매트릭스’‘공각기공대’ 등의 영화가 그리는 암울한 미래에의 공상이 결코 공상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예감도 갖게 한다. 적지 않은 과학자들이 전망하듯 50년 내에 로봇이 인간의 지능을 앞지를지,혹은 로봇이 스스로를 복제해 인류를 위협하게 될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분명한 것은 ‘기계적 미래’를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사실상 로보사피엔스 시대 이전의 마지막 호모 사피엔스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2만 49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인터넷 스코프] 새로운 지름길,바뀌는 세상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1990년 하버드대학교의 중앙도서관인 와이드너도서관 정문과 후문에는 늙수그레한 이가 지켜서서 출입하는 학생들의 가방을 하나하나 조사했다.출입구에 전자감응장치를 하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가방 조사하는 이들이 직장을 잃기 때문에 설치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방을 조사당할 때마다 새 기술의 도입과 그 영향을 생각해 보고는 했다.그리고 떠오르는 것은 영국에서 19세기 초에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이었다.노동자들이 전국적으로 일으킨 기계파괴 운동이었다.주모자가 러드라는 사람이라고 해서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불렸으나 가공인물이었다.노동자들의 격렬한 반기계운동에도 불구하고 기계화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새 기술의 수용이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고 때로는 커다란 저항을 받기도 한다.근년의 사례로는 음악 파일의 공유 문제를 둘러싼 소동을 들 수 있다.미국의 냅스터 사이트가 저작권법 위반을 들고 나온 음반업자들의 제소로 서비스를 그만두었고,그와 비슷한,국내의 ‘소리바다’ 사이트가 법원결정에 따라 올해 7월31일 음악 파일 공유를 위한 서버 사용을 금지당했다.항의하는 네티즌들의 소리가 높았지만,법은 법이었다. 소리바다는 이제 메인 서버를 거치는 방식을 쓰고 있지 않다.업그레이드된 무료 프로그램 ‘소리바다2’를 다운받으면 메인 서버를 거치지 않고 사용자들끼리 음악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다.음악 파일 공유의 기회가 사라질 것을 걱정하던 젊은이들에게는 일대 희소식이지만,이마저 음반산업계가 가로막고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냅스터나 소리바다는 어떤 점이 좋은가.첫째,원하는 곡을 쉽게 그리고 공짜로 구할 수 있다.둘째,이용자 스스로 마음에 드는 곡들만으로 앨범을 만들 수 있다.셋째,정보 공유라는 네티즌의 이상에 맞는다.이렇게 신나는 해결책,좋은 지름길을 알게 된 네티즌들더러 그 길로 가지 말란다고 해서 돌아가기는 어렵게 된 형편이다. 음반산업계의 반발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음반(요즘은 주로 CD지만) 판매가 줄어든다는 것이다.냅스터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 때,미국 대학가 음반가게가 실제로 한산해졌다.복사해도 음질에 손상이 없는 MP3 압축재생방식의 우수성과 무료로 음악 파일을 주고받는 시스템이 결합하는 것은 두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카세트 테이프 녹음기의 보급으로 음반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고 음반 산업계는 걱정했지만,오히려 음악 산업을 엄청날 정도로 팽창하게 했다.반대와 금지가 아닌 흡수와 이용의 방법은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특히 소비자의 욕구를 등한히 할 수 없다.현재 음반 가게에서 고객의 요구로 곡목을 골라 편집해 주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은 고려해 볼 만하다. 이용자들끼리 음악 파일을 공유하는 것은 단속하기는 어렵고 공유 바람은 자지 않을 것이다.음반업자들이나 음악가들에게는 좋은 시절이 끝나가는지도 모른다.그러나 비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방대한 양의 음악 CD나 DVD를 갖추고 유료로 빌려주거나 편집해 주는 음악도서관이 여기저기 생길 수도 있고 이를 통해 판매가 촉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새 기술은 세상을 바꾼다.컴퓨터가 타자학원의 간판을 내렸고,성능 좋아지고 싸진 휴대전화가 잘 나가던 무선호출기 업체의 문을 닫게 했다.새 기술은 달음질칠 것이다.새 기술을 계속 반대하고 법의 힘을 빌려 막기 쉽지 않게 되는 때가 올지 모른다.편의성과 경제성이 크면 법적 강제력이 누르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박강문 칼럼니스트 명예논설위원
  • 연극 ‘보이첵’ 주연 최광일 “깨어있는 동안 머릿속엔 늘 보이첵 뿐입니다”

    “마리가 다른 남자와 잔 것이 제겐 큰 충격이었어요.놓치기 싫어서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방법이 없어서 슬퍼요.그래서 그녀를 죽였죠.” 모든 연극배우가 그럴까.24일 연우소극장 무대에 오를 연극 ‘보이첵’의 주연배우 최광일(32).그는 극중 배역인 보이첵을 설명하면서,내내 1인칭을 쓰며 정말 가슴 한구석이 아픈 듯한 표정을 지었다.기자가 헛갈려서 “본인이요? 보이첵이요?”라고 물으면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온 듯 웃으며 “보이첵이죠.”라고 대답했다. 최광일은 지난 90년 연극 ‘빌록시 블루스’로 데뷔해 30여편에 출연한,꽤 경력이 긴 배우다.하지만 그가 유명해진 것은 친형인 영화배우 최민식의 뒤를 이어 지난해 ‘에쿠우스’의 알렌 역을 맡으면서부터다.이 작품에서 나체로 열연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받았다.“신인상을 주니까 받긴 했는데,주위에서는 네가 신인이냐며 웃어요.” 그래도 ‘에쿠우스’로 성공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94년 ‘부자’라는 단막극에 출연했을 때 연기를 너무 못해 선배들에게 돌아가면서 맞았다.”면서 “내 자신과 연기를 돌아보게 된 계기를 준 그 작품(부자)이 가장 성공한 작품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의 연극 입문 동기는 참 소박하다.“작은 형(최민식)때문에 연극을 보러 자주 갔지만 별 흥미를 못 느껴 잠만 잤죠.그런데 우연히 본 연극 ‘실비명’에서 송영창의 연기가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정말 사랑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그래서 고교 졸업후 바로 극단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연극배우의 길이 쉬울 리가 없다.그는 최근까지 호프집 서빙이나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했다.요즘에는 사정이 나아졌다.곧 개봉하는 이무영 감독의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에서 영화배우로 데뷔한 것.두 명의 여자와 함께 사는 코미디언 역으로 주연급이다.“영화 출연으로 지금껏 만져보지 못한 돈을 받았어요.세 달간 아무 일을 안 해도 될 정도예요.” 그는 순진한 소년 같이 싱글벙글 웃었다. 하지만 곧 태도를 바꾼다.“생계 문제도 있고 직업이 배우라서 관련된 일이라면 가리지 않겠지만,제 본령은 연극입니다.” 카메라 앵글에 갇히는 영화보다,더 실험적이고 움직임의 여지가 많은 연극이 자신에게 맞는단다.“영화에 나온 제 모습을 보니 왠지 어색하더라고요.” 형 최민식의 명성 때문에 부담스럽지는 않을까.“처음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민식이 동생’으로 통했죠.저도 이름이 있는데….” 그는 이번 연극이나 영화에서도 자신이 최민식 동생으로 소개되는 것이 싫다고 했다.“형은 제게 별 조언을 해 주지 않아요.그냥 ‘수고했다.’정도죠.하지만 형은 제가 존경하는 배우예요.형만한 아우가 없다는데….저도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을까요?” 이번 작품 ‘보이첵’은 ‘에쿠우스’이후 첫 출연작.19세기 초에 쓰인 독일 작가 게오르그 뷔흐너의 고전으로,연출가 임형택(서울예대 교수)이 98년 뉴욕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호평 받은 작품이다.이번엔 작가주의 극단 백수광부와 함께 무대에 올린다.주인공 보이첵은 보이지 않는 사회구조에 의해 실험 당하고 희생되는 인물.뼈빠지게 일하지만,유일한 희망인 동거녀 마리가 바람나자 그녀를 칼로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한다.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물었다.“마리를 죽이고 ‘아가야,백마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전 그 대사를 할 때면 아이가 장난감 말을 타는 상상을 해요.연극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부분이죠.” 정신분열과 광기를 겪는 이 어려운 인물을 얼마만큼 소화할지 궁금했다.“아직 보이첵의 발끝에도 못 닿았습니다.”그는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지하철을 탈 때나 거리를 걸을 때도 항상 보이첵의 눈과 귀로 보죠.(보이첵은)예민해지면 시청각에 혼돈을 겪거든요.” 환청을 듣는지 멍하게 허공을 응시하는 그는 보이첵과 이미 한몸이 된 듯했다.새달 17일까지.평일 오후 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월 쉼).(02)744-7090. 김소연기자 purple@
  • 외신 ‘한국 소비’ 엇갈린 평가

    한국 경제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수출보다는 소비형 내수시장을 촉진시켜온 것에 대해 외신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뉴스위크지는 최신호(10월14일자)에서 ‘학생으로부터 배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과 한국의 현 경제상황을 비교·분석했다.19세기 이후 일본의 금융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한 한국이 금융·기업구조조정에 성공한 뒤 내수시장 진작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이제는 오히려 일본이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뉴스위크는 “수출에 의한 자금흐름이 내수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은행대출이 늘고 국민들의 소비가 활발해 졌다.”고 말했다.특히 외환위기 이전까지 팽배했던 ‘일하면 저축해야 한다.’는 의식이 사라지면서 신용카드 사용이 급증하는 등 소비성향이 커졌고 내수시장이 활발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의 소비팽창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자 보도에서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은 소비지출이 너무 많이 늘어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동시에 수출이 위축될 경우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WSJ은 또 “소비지출 및 가계부채의 증가가 억제되지 않을 경우 한국은 일본이 지난 1990년대 초반에 겪었던 유사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아시안게임/ 정구 전종목 휩쓸었다

    ‘7전 7금’ 한국 정구가 사상 유례없는 전 종목 석권으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한번에 날려버렸다.무려 금 7개,은 3개,동 2개를 따내 새로운 ‘메달밭’으로 떠오른 것.여자부의 김서운(수원시청)과 남자부의 유영동(순천시청)은 3관왕의 영예도 안았다. 지난 3일 일찌감치 남녀 단체전 동반 우승을 일군 정구는 7일 남녀 단·복식과 혼합복식 등 5종목을 싹쓸이했다. 우리 선수끼리 맞붙은 남녀 개인 단식 결승에서 김희수(문경시청)와 박영희(대구은행)가 우승했고,여자 복식에서는 김서운-장미화(안성시청)조가 미즈카미 시노-야타가이 시호(일본)조를 5-1로 물리치고 5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복식에서도 우리 선수끼리 맞붙어 이원학(달성군청)-유영동조가 이겼고,혼합복식에서는 김서운-유영동조가 7번째 금메달을 사냥했다. 94년 히로시마대회부터 한국 정구를 이끌어왔지만 간질환과 잦은 허리부상으로 한때 대표팀에서 탈락하기도 한 유영동은 “한달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장 슬픈 선물을 주셨지만 오늘은 가장 기쁜 선물을 주셨다.”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정구는 이로써 역대 아시안게임에 걸린 15개의 금메달 가운데 12개(94년 여자 복식·단체전,98년 남자 복식·단체전,여자 단체전)를 거머쥐었다. 동호인 수 3만명에 1년 예산은 3억 5000만원에 불과하지만 협회,감독,선수,동호인이 똘똘 뭉쳐 이룩한 쾌거였다.대표팀에서 탈락한 선수들은 연습 파트너를 자청했고,협회 임원들은 주머니를 털어 3400만원의 지원금을 마련했다. 동호인들도 경기가 있는 날이면 생업을 팽개치고 관중석을 메웠다.게다가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다섯달 전부터 경북 문경에서 강도높은 합숙훈련을 했으며,이미 두달 전 부산에 내려와 사직정구장에서 코트 적응 훈련을 계속해왔다.땀과 정성이 일궈낸 ‘금 싹쓸이’인 셈이다. 조경수 여자팀 감독은 “라이벌 일본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훈련에만 몰두한 선수들이 너무 고마울 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정구는 경기 방식은 테니스와 비슷하지만 딱딱한 공 대신 말랑말랑한 고무공을 사용한다.19세기 말 일본에서 고무공 테니스가 개발된 뒤 1905년 한국에 도입됐고,53년 대한테니스협회의 발족으로 테니스와 정식 분리됐다. 부산 최병규기자 cbk91065@
  • 밀레 작품 서울서 본다 - 시립미술관 12월부터 전시회

    농촌의 풍경을 목가적으로 그린 ‘만종’‘이삭줍기’등으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작품이 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된다. 서울시립미술관과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한국지부 등은 오는 12월13일부터 내년 3월30일까지 ‘밀레전-Millet After Millet’전을 을 연다고 밝혔다.이번 전시에는 밀레의 대표작인 유화 ‘자비심(라 샤리테)’을 비롯해 판화·드로잉 등 70여점과,밀레에게 영향을 준 신고전주의파 다비드,밀레로부터 영향을 받은 천재화가 고흐와 세잔 등의 유화와 판화 56점 등 모두 130여점을 소개한다.아쉽게도 ‘만종’과 ‘이삭줍기’는 이번 전시에서 빠진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밀레 자신이 대표작으로 손꼽은 ‘자비심’.‘자비심’은 1860년대 미국의 자산가인 밴더빌트 가에 1000프랑에 팔린 후 행방불명됐다가 2000년에 발견돼 세계 미술계를 뒤흔든 작품이다. 지난해 일본 메르시안 뮤지엄에서 처음 공개된 후 한국에서 두번째로 미술팬들을 만난다. ‘자비심’은 농가로 구걸을 하러온 문 밖의 거지에게,농부의 아내가 딸을 시켜 빵을 건네주도록 하는 서정적인 작품이다.(02)2124-8936. 문소영기자
  • 재일동포 사학자 신기수씨 별세

    (도쿄 교도 연합) 일본 에도(江戶)시대 조선통신사 연구의 권위자인 재일 한인 사학자 신기수씨가 5일 오사카(大阪)의 병원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가족들이 밝혔다.71세. 일본 교토(京都) 태생인 신씨는 한·일 양국간 역사·문화 교류에 헌신해왔으며 특히 17∼19세기의 에도시대에 조선과 일본을 12차례 오간 사절단의 발자취를 추적한 영화를 제작하는 등 조선통신사 연구에 큰 업적을 남겼다. 신씨는 또 일제 식민통치시대 한국인 노동자들의 저항운동에 대한 기록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신씨는 일본에 한국 문화를 전파했던 조선통신사 행렬을 서울 등 한국의 7개 도시와 도쿄 등 일본내 15개 도시에서 재현하는 ‘2001 평화의 행진’ 추진위원을 맡기도 했다.
  • [씨줄날줄] 여성 보라매

    그 해에 난 새끼를 길들여 사냥에 쓰는 매를 보라매라고 한다.옛날 우리나라 북쪽 지방에서 길들인 보라매는 사냥을 아주 잘해서 중국,일본 사람들이 좋은 말 한 필과 바꾸자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매사냥은 중세에서 19세기에 걸쳐 동서양에서 성행했다.고려시대 충렬왕은매 사육과 매 사냥을 담당하는 응방(鷹坊)이라는 관청을 두고 몽고에서 ‘기술자’를 데려올 정도였다.조선시대 연산군 때에는 좌우 응방을 두고 병졸들을 배속시켜 매를 잡아오게 하였다.‘시치미를 뗀다.’는 말도 매 꼬리에 붙인 주인의 이름표,즉 시치미를 몰래 떼어버리고 자기 이름표를 바꿔 단 데서 유래했다. 1997년 국내 최초로 공사에 입교했던 여성 20명 중 5명이 ‘빨간 마후라’의 꿈을 이뤘다.3명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전투기 조종사,즉 보라매가 됐다.2명은 수송기 조종사로 배치됐다.우리나라 여성 파일럿 1호 김경오(金璟梧·68)씨는 일흔이 가까운 나이지만 아직 조종간을 놓지 않는다고 한다.김씨는 6·25 전란 중 여자 항공후보생에 지원해 공사 1기생들과 함께 공군 소위로 임관된 뒤 정찰기를 몰았다.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전투기 조종은 허락받지 못했다. 갓 태어난 여성 보라매들은 남성들과 겨뤄 최우수조종사인 톱건(Top Gun)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톱건이 되려면 지금까지보다 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그러나 모험과 개척의 역사는 남성의 전유물은 아니다. 미국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여성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는 남성비행사들도 세우지 못한 기록을 줄줄이 세운 ‘세기의 여성’이었다.1897년에 태어난 그녀는 1928년 대서양 횡단 비행 참여,32년 대서양 횡단 단독 비행,35년 태평양 횡단 및 아메리카 대륙 종단 단독 비행 등을 마쳐 엄청난 명성과 인기를 누렸다.그녀는 37년 마흔살을 앞두고 지구를 한바퀴 돌기로 결심한다.전에는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일이었다.그러나 플로리다를 출발해 남아메리카 북단과 아프리카,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거쳐 태평양 상공 날짜 변경선 부근에 이르러 비행기와 함께 실종되고 말았다.우리 여성 보라매도 전인미답의 분야에서 개척자 역할을 다한에어하트에 못지않은 톱건이 되었으면 한다. 황진선 논설위원
  • 이런책 어때요/ 명인명창 外

    ◆ “귀(耳)명창 중에는 뭐니뭐니해도 흥선대원군을 빼놓을 수 없다.당시 운현궁 사랑채 노안당을 드나들며 소리를 한 명창들이 하나 둘인가.김창환 이동백 송만갑 박유전 정정렬 장판개 등이 대원군의 총애로 어전에서 소리해 국창 칭호를 받은 이들이다.” 40년 넘게 사진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사진통멘 광대’로 통한다.전국의 소리꾼과 무격,놀음바치 판에 빠져들어 우리 전통예술을 증언하고 보존해왔기 때문이다.이 책엔 그가 가려 뽑은 한국의 명인명창 120인 이야기가 담겼다.여성명창의 유래,영호남의 삼현육각 등에 관한 해설문도 실었다.2만9000원. ◆ 선불교의 역사는,깨달음이라는 원형을 재생하거나 모방해 온 역사다.선불교와 불교간의 이 ‘원형논쟁’은 사활을 건 것이었다.선불교는 왜 불교를 모방했으며,선불교에서 마음을 원형으로 내세운 까닭은 무엇인가.선불교의 역사에 숨은 해석의 역사,이미지의 역사,인간의 역사를 살폈다.한국 불교계 쟁점 가운데 하나가 돈점(頓漸)이다.저자는 돈과 점을 번쇄한 철학적 이론이아니라 모종의 의지 혹은 욕망의 반영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한다.노동하지 않는(?)선불교의 노동관,붓다의 수제자 가섭 등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눈길을 끈다.1만2000원. ◆ 소요유(消遙遊)와 호접몽(蝴蝶夢)의 사상가 장자.그의 사상엔 시대의 흔적이 각인돼 있다.그가 산 시대는 전국시대 중기로 정치·경제적 변혁기이며,전쟁이 흔하고 제자백가가 난립해 혼란스러운 시기였다.평생 생활고에 시달리며 은거한 탓에 ‘비관적 염세주의자’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장자는 세상을 탐색하는 소요파인 동시에 제 이상에 충실한 사람이었다.이 책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의 과학적 상상력과 계몽사상가적 실천에 주목한다.아울러 산문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위대한 문학가로서 장자를 부각한다는 데 특색이 있다.1만5000원. ◆ 인류가 자신의 본질과 근원을 찾으려고 기울여온 노력의 여정을 다각도로 살폈다.티베트의 생명의 바퀴에서 유태의 일곱 갈래 촛대,이집트 사자의 서,자이나교의 우주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구현해낸 다채로운 영혼의 이미지를 통해 그 실체에 이르는 길을 찾는다.저자에 따르면 인도철학의 윤회사상과 불교의 업,그리고 기독교의 성찬식은 영혼과 육체의 관계에 대한 유사한 믿음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 것이다.책에 실린 200여점의 아름다운 도상은 인간이 영혼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 왔는가를 생생히 보여준다.2만2000원. ◆ 프랑스의 샤를 드골 공항에서 버스로 한시간 남짓 가면 다다르는 파리의 중심가,이른바 ‘오페라구역’이라 불리는 이곳의 번화한 거리 가운데 ‘오페라거리’가 있다.파리 가르니에 오페라극장 앞에서 르와얄 궁전과 루브르박물관 일대로 이어지는 거리다.지금은 관광지로 바뀌었지만,1860∼70년대 오스만 남작의 주도로 이뤄진 파리 재개발 사업의 얼굴이기도 한 곳이다.카페문화’로 대변되는 이 시기의 예술가들에게 이 ‘모더니티’의 상징적 공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이런 시공간을 배경으로 19세기 프랑스회화의 흐름을 다룬다.2만원. ◆ ‘0의 신비’를 찾아 떠나는 유쾌한 지적 오디세이.‘없음’의 수학적 표현인 0의 역사를 추적,상대성이론·양자역학·초끈이론 등 인간이 우주의 근원을 설명하고자 만들어낸 이론 세계를 열어 보인다.미국 과학저술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저자는 특유의 재기발랄한 언어감각으로 난해한 이론을 쉽게 풀이한다.0이라는 개념이 없던 고대에는 사람들이 ‘비어 있음’또는 ‘없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표기했을까 등의 문제에서 고대의 황량한 ‘빔’개념,현대 물리학이 제기한 공(空)개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룬다.1만5000원.
  • 책/ 중세문화이야기 - 중세는 암흑시대? 천만의 말씀

    1860년 스위스의 역사가 부르크하르트가 그의 대표작 ‘이탈리아 르네상스문화’에서 선보인 ‘르네상스’와 ‘휴머니즘’이란 개념은 당대 지식인들의 상상력을 한순간에 사로잡았다.5세기 서양 고대문명이 붕괴한 뒤 유럽은 기독교회의 지배 아래 암흑과 야만의 1000년을 보냈고,14세기 후반 이탈리아에서 싹터 찬란하게 꽃핀 ‘르네상스’가 고대를 화려하게 부활시키며 근대를 열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이던 이‘정설’도 20세기 들어 중세사 연구가 심화하면서 크게 흔들렸다.‘암흑’의 중세와 계몽된 ‘근대적’르네상스 사이에 그어진 명확한 선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중세사 연구자들은 세밀한 연구를 통해 근대의 전형으로 꼽히던 핵심적인 특징들을 중세 속에서 찾아냈고,르네상스 후에도 중세가 지속됐음을 증명해주는 많은 전통적 요소를 끄집어냈다.또한 고전 부활의 시기인 르네상스를 카로링 왕조의 프랑스,앵글로 색슨족의 영국,오토제국의 독일에서도 발견했다. 미국의 중세사가 해스킨스는 과감하게 ‘12세기 르네상스’설을 내세웠으며,12세기 유럽문화의 흐름을 퇴보에서 ‘진보’로 바꿔 놓은 주역은 이탈리아가 아니라 프랑스라는 주장도 제기됐다.1940∼50년대에는 아예 르네상스라는 개념 자체를 거부하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우리는 한 마디로 뭉뚱그려 중세문화 혹은 중세문명이라 부르지만,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이처럼 매우 복합적임을 알 수 있다.미국의 대표적인 유럽중세사학자 존 볼드윈(73·존스 홉킨스대 명예교수)이 쓴 ‘중세문화 이야기’(박은구·이영재 옮김,혜안 펴냄)는 서양 중세문명을 하나의 유기적인 통일체로 파악한다. 이 책은 1000년부터 1300년까지,스콜라 문화라는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룬다.시기상으로 볼 때 르네상스 이전이고,스콜라 문화는 르네상스의 휴머니즘과 대립되는 개념이니 전형적인 중세 이야기라 할 수 있다.그러나 기존에 우리가 알던 중세와는 확연히 구분된다.중세문화라고 하면 일단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둡고 침침하고 야만적이고 퇴보적인 것이다.그러나 저자는 중세를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며 밝고 희망적인 이미지로그린다.르네상스 이전의 ‘르네상스’를 다룬 셈이다. 책에 소개된 아미엥 성당의 ‘아름다운 그리스도상’이나 랭스 성당의 ‘미소 짓는 천사’같은 조각상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심판관으로서 그리스도의 모습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으며,‘아름다운 그리스도’의 평온함에는 그 시대가 자각한 힘에 대한 자신감과 안정에 대한 신뢰가 반영돼 있다.또 랭스의 조각품에서 절정에 이른 이러한 자신감은 잔잔한 미소로 표현돼 있다.저자는 “13세기는 미소가 인간의 예술적 표현에 의해 공감과 정당성을 가질 수 있던 매우 드문 시기였다.”면서 “이 점은 다음 세기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일그러진 모습과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특징은 중세의 다른 분야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12세기 대표적 건축양식인 고딕건축이 그 한 예다.어두움으로 덮이는 것을 선호한 로마네스크 건축가와는 대조적으로 고딕 건축가들은 전문 기술을 총동원해 빛으로 가득한 교회를 세웠다.로마네스크 벽이 육중하고 밀폐되고 격리된 효과를 냈다면,고딕의 외벽은 섬세하고 투과적이며 빛을 발하도록 만들었다.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외투로 교회를 감싼 듯한”모습이다.시대의 특징을 함축해 보여주는 이같은 고딕건축은 유럽에선 흔히 볼 수 있지만 우리로선 접하기 쉽지 않다.그런 점을 감안해 한국어 번역본에는 원저에없는 고딕건축 관련 사진들을 꽤 많이 실었다. 이 책의 핵심주제는 저자가 누누이 강조하듯이 ‘스콜라주의’다.스콜라라는 말은 르네상스부터 19세기 초까지는 다분히 경멸적인 뜻이 담긴 용어로 쓰였다.저자는 스콜라주의를 “중세 학교에서 독특하게 창안된 사유하고,가르치고,저술하는 방법”이라고 규정한다.그에 따르면 스콜라주의적 요소야말로 당대의 복합적인 문화운동에 중세적 전형을 새겨준 관건이다.중세의 본질을 ‘스콜라학적 방법’으로 규명한 이 책은,제한된 주제에도 불구하고 서양 중세문화의 토양을 이해하는 데 일정한 도움을 준다.1만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책/ 中 최초의 근대상인 ‘매판’을 아십니까

    국제사회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중국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그 힘은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탁월한 상인정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풍부한 자원에 비해 기술력과 산업여건은 미비하지만 적절한 사업적 예측과 과단성 있는 투자,내국인의 정서를 활용하는 힘,국제무대에서의 사업감각 등은 ‘중국경제경계론’까지 낳았다.특히 유대인에 버금가는 화교들의 지원이 뒷받침된 중국의 힘은 가히 상인정신에서 나온다고 하기에 충분하다. ‘동양과 서양,전통과 근대를 잇는 상인 매판’(하오옌핑 지음,이화승 옮김,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은 바로 이러한 중국 상인정신의 뿌리인 중국 최초의 근대식 상인 매판(買辦,comprador)의 실체를 밝힌다.19세기 중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매판이 사회변혁과 경제발전,특히 초기의 산업화와 문화,사상의 변화 등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를 면밀히 살핀다. 매판은 중국 역사에서 관리의 협박과 착취를 받지 않고 상업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한 최초의 상인이었다.그들은 자본은 적었지만 그것을 적극적으로 운용했다는 점에서전통적인 부자들과 달랐다.부자들은 신사(紳士)의 생활을 누리면서 자산관리는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집사들에게 맡기곤 했다.매판은,예외는 있었지만 자산과 더불어 사업가적 전문지식을 겸비한 새로운 형태의 재산가였다.저자는 중국 근대사에서 제국주의의 주구로 멸시받고,전통에서 이탈한 국외자로 지탄받은 매판이 실제로는 근대적 기업인의 뿌리임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춘다. 매판은 이미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지만 논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중국인에게조차 이들은 처음에는 유교 논리를 따르지 않았다 해서,나중에는 중국인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국노 취급을 받았다.저자는 중국과 서양,전통과 근대성 사이에 끼어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매판을 ‘중간인’이라고 지칭한다.그들이 보여준 경제적·경제외적인 측면에서의 역할은 ‘동양에는 근대성이 부재하다.’는 서구의 시각을 일부나마 교정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는 관점에서 저자는 매판에 대해 일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매판은 20세기 들어 매국적 인사를 지칭하는 사회과학적용어로 바뀌었다.한국에서는 1970년대 사회 성격을 논하면서 외국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제국주의 주구라는 뜻의 매판자본이란 용어가 사용됐다.매판이란 용어는 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에서도 되풀이됐다. 저자는 당시 외국회사의 보고서와 서신들,영자신문과 중국신문을 비롯한 각종 사료들을 토대로 매판의 실상을 생생하게 그린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386세대가 본 W세대/ 외국브랜드 친숙한 ‘어용학생’

    ‘386세대’가 낡은 세대가 되었다.업그레이드된 거리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그래도 아직은 그들과 함께할 수 있겠지 생각도 해보지만 이미 몸은 중년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386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온 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고,아직 꿈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2002년 6월 거리로 쏟아져 나온 월드컵 세대의 붉은 물결에,386세대들은 그저 당황하며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와서 80년대를 돌이켜 보면 386세대는 어쩔 수 없는 커다란 역사의 굴레에 휩싸여 살았던 것 같다.그도 그럴 것이 20세기 말을 살아가면서 19세기형 교육을 받았고,대학을 졸업한 후엔 인터넷이 범람하는 21세기형 삶을 살아야했기에,당연히 시대착오와 자가당착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그 중에 떠오르는 우스꽝스러운 도상이 하나.월드컵 세대들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어용 학생’의 모습이다.‘좌익용공 학생’은 그래도 21세기에도 매스컴에서 간혹 들먹거린 적도 있고,TV 모 코미디 프로에서 ‘애국청년’으로 둔갑해 등장하였기에 그리낯설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어용 학생?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다. 서라운드로 돌입하기 이전인 80년대 한국사회는 그나마 스테레오 타입을 꿈꾸었다.그 스테레오 타입이 지나치게 부풀려지면서 흑백 논리가 만들어졌다.그 흑백 논리에 의하면 빨간 머리띠를 묶고 화염병을 든 좌익용공 학생의 반대편에 어용학생이 서있다.어용학생의 모습은 우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두 외국산 브랜드 제품으로 치장한다.허리에는 워크맨을 차고 한 손에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를 들고 다른 손에는 양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반미감정 및 계급감정이 심했던 당시로서는 그럭저럭 이해가 가는 도상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지금 대부분의 월드컵 세대들이 어용학생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워크맨 대신에 MP3와 핸드폰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다.그리고 당시 비난의 대상이던 외국산 브랜드는 너무 흔한 것이 되었다.그 자리를 ‘명품’들이 차지하고 있다.80년대 비아냥의 대상이었던 어용학생의 모습은 전 지구적 자본주의 하에서 너무나 평범한 스타일로 변해버린 것이다.80년대 타임지는 특별한 것이었다.접할 수 있는 외국의 정보가 그리많지 않았기 때문이다.또 그냥 보여줘도 크게 문제가 될만하지 않은 내용들을,어디선가 검열을 했는지,북한 관련기사나 특정 정치사안 관련 국내기사들은 시퍼런 도장이 찍혀 있어서 쉽게 읽을 수가 없었던 까닭이다. 이런 시대라서 아마도 월드컵 세대들이 386세대들 보다 휠씬 외국어를 잘 습득하고 있나 보다. ▶ 최금수 neolook.com 이미지올로기연구소장
  • 목포대 김웅배 총장 고문서등 425점 기증

    국립 전남 목포대 김웅배(60) 총장이 평생 수집해온 고문서 380여점, 병풍33점,그림액자 12점 등 425점의 소장품을 12일 대학 박물관에 기증했다.현재 분류중인 서화 100여점도 추가로 내놓기로 했다.그림은 호남지역 남종화가들의 작품이 주류다.병풍은 설초,취석 등의 그림 10점과 효봉,설주,우당,송곡,남룡 등의 글씨 23점이다.미산 등의 그림액자 10점과 글씨액자 2점도 포함됐다. 고문서는 수군병마절도사의 임명장을 포함한 역사학 자료를 비롯해 19세기 의례,간찰(편지) 등의 민속 생활사 관련 자료다. 목포 남기창기자 kcnam@
  • 숲의 서사시-국가의 흥망성쇠 좌우한 나무

    17세기 영국의 문인 존 이블린은 “이 시대의 영국은 나무가 없는 것보다 차라리 황금이 없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과장이 좀 섞이긴 했지만 나무가 인류 문명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과장만은 아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나무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했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나무를 토대로 최초의 문명을 꽃피웠고,숲이 사라지자 그들의 제국도 무너졌다.에게해의 한 섬에 불과한 크레타는 메소포타미아인들과의 나무교역에서 얻은 부(富)로 지중해를 지배했고 찬란한 도시 크노소스를 건설했지만,숲이 고갈되자 스러져 갔다.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지루한 싸움도 함대 유지에 필요한 재목을 누가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헬레니즘 세계 변방의 보잘 것 없는 도시국가이던 마케도니아는 그리스 국가들이 마케도니아 산림에 의존하게 되면서 지중해의 최강대국으로 떠올랐고 알렉산더 대왕의 정벌도 가능했다. ‘숲의 민족’을 자칭한 로마인들의 경우는 어땠을까.그들은 풍부한 삼림덕에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고,갈리아·스페인·북아프리카의 숲을 약탈함으로써 번영과 사치를 유지했다.하지만 점령지의 삼림이 고갈되자 경제는 쇠퇴했고 로마 시민들은 급기야 기아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신생 미국이 유럽국가들을 누르고 경이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던 것도 풍부한 나무 덕택이었다.서부 개척시대 미국에선 나무가 돌과 철,심지어 가죽 대신으로까지 쓰였다. 최근 출간된 ‘숲의 서사시’(존 펄린 지음,송명규 옮김,따님 펴냄)는 청동기시대부터 19세기 후반 서구국가론 마지막으로 ‘나무시대’를 마감한 미국에 이르기까지 시대마다 숲이 수행해온 역할을 살핀다. 한 예로 이 책은 아프리카 서쪽 바다의 작은 섬 마데이라의 울창한 숲이 없었다면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도,바스코 다 가마의 동방항로 개척도 늦춰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보면 문명이 일어나 번창한 곳이면 어느 때를 막론하고 삼림이 파괴됐음을 알 수 있다.삼림파괴 문제는 이미 고대 그리스 시대,플라톤이 그의 저작 ‘크리티아스’에서 아테네인들에게 삼림 벌채의 결과를 경고한 데서 알수 있듯이 인류의 해묵은 과제다.삼림파괴로 발생하는 문제는 일차적 에너지원으로서의 땔나무의 고갈을 비롯해 홍수,토양유실의 심화,사막화,온실효과에 따른 지구온난화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이 책은 삼림파괴로 인한 이같은 재앙을 예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여러 사례를 통해 생태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찾도록 한다는 데 미덕이 있다.2만원. 김종면기자
  • 떠오르는 해외 허니문명소 3곳/ “우리 여기 오길 잘했지?”

    여행사마다 가을 결혼을 앞두고 신혼여행지를 정하려는 예비 부부들의 발길이 분주하다.이들이 찾는 여행지의 특징은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 속에서 다양한 레포츠시설을 즐기는 ‘휴양형’이 대세.이러한 경향은 벌써 몇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올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비싸더라도 조금 더 고급의 리조트시설을 원하고,휴양을 중심으로 하되 약간의 관광코스가 포함되기를 원한다는 점이다.최근 인기 허니문 여행지로 떠오른 태국 후아힌과 인도네시아 웨스트자바 탄중르숭 리조트,신혼부부들에게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꼽히는 필리핀 세부섬을 소개한다. ◆ 태국 후아힌 = 태국 왕실의 해변 휴양지다.방콕에서 3시간 거리에 있다. 1920년 라마 6세가 여름별장을 건립한 후 왕족 등 상류사회에 알려지면서 고품격 휴양지로 자리잡았다.태국 상류층과 유럽인들이 주로 찾았으나 최근들어 한국 신혼여행객들의 발길이 늘어나는 추세다. 해변을 따라 태국 전통양식의 아름다운 호텔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중 올해 개장한 하얏트리젠시 리조트가 단연 눈에 띈다.전형적인 빌라 리조트로 3층짜리 건물 16개 동으로 이루어졌으며,태국 전통의 뾰족지붕이 운치를 더한다. 후아힌에서 1시간 거리에 율 브리너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왕과 나’의 실제 인물인,라마6세의 산장별장이 있다.19세기 유럽풍 건물이 돋보인다. 또 후아힌에서 방콕으로 가는 도중에 태국 최대의 수상(水上)시장 담논사두억이 있다.정방형으로 연결된 수로에 망고·파인애플 등 열대 과일과 음식,토산품을 가득 실은 배들이 모여들어 관광객을 유혹한다.허니문여행사(777-7788)가 하얏트 리조트에서 묵는 ‘노 팁,노 옵션’의 4박5일짜리 상품을 119만원에 판매한다. ◆필리핀 세부섬= 청정지역이면서도 비행시간이 짧아 신혼여행지 1순위로 꼽히는 곳.인천공항에서 세부 막탄공항까지 4시간30분이면 닿는다.플랜테이션베이,샹그릴라 막탄 아일랜드 리조트 등 고급리조트가 많다. 플랜테이션 베이 리조트는 수천평에 달하는 바닷물 인공풀과 스페인풍의 빌라형 객실이 자랑거리.객실에서 발코니 문만 열면 인공 백사장을 거쳐 바로 물로 뛰어들 수 있다.리조트 남동쪽에 산호해변을 끼고 있어 다이빙과 스노클링 등을 즐길 수 있다. 세부섬 최대 규모의 샹그릴라 리조트는 플랜테이션 베이에 비해 세련된 도시형 리조트란 느낌을 준다.546개의 객실과 유럽·동남아시아·중국 광둥식등 8가지 레스토랑,골프장과 해양레포츠시설들을 갖추었다. 19세기에 지은 바로크 양식의 산미구엘 아가오 성당,필리핀 원주민과 싸우다 죽은 마젤란의 기념비 및 그가 만들었다는 마젤란 십자가,세부 재래시장등이 둘러볼 만하다.필리핀항공 전문여행사인 락소(569-0999)가 샹그릴라 4박5일 143만원,플랜테이션 베이 4박5일 148만원짜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탄중 르숭=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쪽 끝 차리타비치에 위치한 리조트.국내엔 아직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세계적인 호텔체인 아코르그룹이 운영한다. 식물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잘 다듬은 정원,파도소리,쏟아지는 듯한 남국의 별들이 낭만을 보장한다.스노클링·카누·바다낚시·제트스키·바나나보트등 동력·무동력 수상스포츠를 별도 요금 없이 즐길 수있다. 리조트에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여전히 활동하는 크라카토우 화산섬과 코뿔소 등 희귀 야생 동식물의 천국인 우중쿨론 등지로 투어에 나설 수 있다.허쉬투어(737-3113)가 4박5일 상품을 139만 9000원에 판매한다. 임창용기자 sdragon@ ■허니문상품 잘 고르려면 수많은 여행상품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그렇다고 대충 정하면 반드시 후회하기 마련.여행 전문가들이 말하는 다음 몇가지 원칙만 잘 지키면 상품 고르기가 훨씬 수월하다. 1. 싸구려 상품에 현혹되지 말라. = 여행상품에 관한 한 그야말로 ‘싼 게 비지떡’이다.처음 지불하는 돈은 적어도 결국 낼 돈 다 내고 대우도 못받기 십상이다. 2. 자세히 조사하라. = 대표적 온·오프라인 상품들을 최대한 많이,자세히 비교해야 한다.같은 비용이라도 상품별로 이벤트 등 각종 혜택은 천차만별이다. 3. 철저히 계획세우고,계획대로 행동하라. = 패키지여행을 하다 보면 자칫 현지 가이드에게 휘둘리기 쉽다.출발 전 꼼꼼하게 일정을 계획하고 그대로행동해야 후회가 없다. 4. 인기여행지에 집착하지 마라. = 여행사가 추천하는 인기여행지엔 한국 여행객들이 몰려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기 어렵다. 5. 반드시 계약서를 남겨라. = 문제가 발생해 여행사와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투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행조건 등을 꼭 문서로 남겨 놓아야 한다. 6. 여행 성격을 확실히 정하라. = 관광·휴양·레저스포츠 등 하고 싶은 것을 명확히 정한 뒤 상품을 골라야 더욱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수 있다. 임창용기자
  • [시론] 땜질식 水害대책 ‘이젠 그만’

    컴퓨터 자판을 보면 좌측 상단 배열은 QWERTY 순으로 되어 있다.연유를 살펴보면 우습게도 타자기의 속도를 낮추기 위해 고안된 배열이라고 한다.19세기 초반 기계식 타자기에 숙련된 사람의 타이핑 속도가 너무 빠르면 키가 서로 얽혀 고장이 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부러 자음과 모음을 무작위적으로 섞어 놓았다고 한다. 이후 타자기의 성능이 개선되고 컴퓨터가 개발되고,합리적인 자판이 개발되었지만 아직까지 이 배열은 표준이 되고 있다. 이처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것보다 비합리적이지만 익숙하고 간편한 것이 일반인에게는 상술로도 통하는 경제적인 개념을 이론화하여 ‘QWERTY 이론’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례로는 80년대초 애플컴퓨터나 BETA 방식의 비디오가 IBM 컴퓨터와 VHS 방식에 비해 기술적·기능적 측면에서는 훨씬 우수하였으나,IBM 컴퓨터와 VHS 방식의 비디오가 저가로 대량 보급됨에 따라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 현재에는 컴퓨터 업계와 비디오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 사례 등을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강우의 3분의2가 여름철에 집중되고 매년 3∼4차례의 태풍이 내습하며, 70% 이상이 산악지역이라는 점 등 기상학적,지형학적으로 풍수해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1998년 지리산,1999년 경기북부 집중 호우,2000년 프라피룬·사오마이태풍,2001년 서울 신림동 지역 침수 등 거의 해마다 큰 풍수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 8월4일부터 11일까지 전국적으로 지속된 집중호우와 8월31일부터 9월1일에 걸쳐 우리나라를 관통한 제15호 태풍 루사에 동반된 집중호우는 사상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강우를 기록해 경남지방과 영동지방에 큰 피해를 발생시킨 바 있다. 이렇듯 최근 전국적으로 풍수해로 인한 피해가 크게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혹자는 이러한 피해의 원인을 천재가 아닌 인재라고도 하고,혹자는 이상기상에 의해 1000년에 한번 올 정도의 이례적인 천재로 불가항력적인 피해가 발생하였다고도 주장한다. 천재든 인재든 이와 같은 대규모 풍수해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우리나라 전역에는 1∼2주일동안현장의 참혹한 상황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큰 문제가 발생하였으니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문제를 삼기도 하고,항구적인 대책과 막대한 예산지원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한다.올해는 과거 어느 때보다 피해가 극심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국가의 무상지원 범위가 가장 큼에도 불구하고 특별재해지역을 선포,지원 범위를 더욱 늘리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가 지나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례는 너무나 보편화되어 있는 사실이며,재해대책에는 언제나 변함없이 QWERTY 이론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발생 후의 해결모색이라는 재해대책에서의 QWERTY 자판을 바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재해대책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후 복구보다는 사전예방이다.그러나 피해예방을 위한 개선대책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예산 등의 문제로 제대로 실천되지 못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정된 지역에서 한시적이고 정치적인 논리를 내세우기보다는과학적이고 경제적인 논리에 의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사전 예방대책을 수립,시행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재해대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할 시점이다. 국민은 정부를 불신하고 원인규명도 없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며,전문가는 해야 할 말을 제대로 못하는 그러한 아쉬움은 20세기의 구태의연한 유물로 남겨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재현 국립방재연구소 연구1팀장
  • 청전 이상범 30주기 기념전/ 한국 정감 넘치는 진경산수의 진수

    미술평론가 유홍준씨는 청전 이상범(1897∼1972)을 ‘근대미술사에서 18세기 겸재 정선과 19세기 오원 장승업 등의 뒤를 잇는 한국화 6대가’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청전은 중국풍과 일본풍의 영향에서 한국화를 지키며 ‘청전 양식’이라는 독특한 화법을 개척한 것이다. 동아일보의 삽화가로 있던 1936년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올림픽 마라톤대회우승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워버린 담대함과 자신감이 새삼스럽다. 갤러리 현대는 5일부터 10월6일까지 청전 30주기를 기념하는 ‘청전 이상범 진경산수’전을 연다.1940년대부터 60년대까지의 작품 60여점을 전시한다.40년대 제작한 금강산 전경 12폭을 비롯한 초기 작품 10여점,50년대 이후 전성기 작품 50여점 등이다.특히 개인 소장품으로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30여점이 나와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음반으로 치면 히트곡을 모은‘골든앨범’을 출시하는 셈이다. 청전은 기암절벽을 그리기보다 우리 산촌의 평범한 풍경으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그것은 “그림은 나 혼자 알아서는 안되고,사람들의 공감을 일으켜야 한다.”는 그의 예술론에 근거한다.먼동이 트기 전 새벽녘이나 어스름한 저녁 무렵,잡목이 우거진 야트막한 야산에 초가집 서너 채가 납작 엎드려 있다.그 쓰러질 듯한 집을 향해 등짐을 잔뜩 진 농부가 힘겨운 발걸음을 옮겨놓는다.산자락을 끼고 옆으로 흐르는 시냇물이 졸졸졸 장단을 맞추는 듯하다.대개의 그림이 그런 풍경인 탓에 단조롭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그러나 최순우 전 국립박물관장은 “청전 산수의 걸출한 특징이나 무게를 깊이 통찰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피상론”이라고 평한다.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는 화면에 나타난 거칠고 속도감 있는 붓터치와 붓을 마구 비벼댄 먹자국이 파편처럼 깨진 브러시 워크(brush work)다.일반 한국화와 달리 옆으로 길게 뻗어나간 구도도 눈여겨 볼 만하다. 시기별 변화를 감지하는 것도 좋겠다.청전의 예술은 전성기인 50년대 말∼60년대 초를 전후로 3등분된다.점을 여러겹으로 찍어 중첩하는 미점법(米點法)은 1930년대에 처음으로 시도됐는데,50년대 초반까지는 점들이 화면 중심부에 놓이지 않고 분산돼 있다.전성기인 2기에는 초가집과 나무가 화면의 중앙으로 모이고 사람들의 동선도 여기에 연결된다.이 시기의 점들은 그래서 통일성과 안정감을 준다.60년대 후반에는 구도가 아주 단순해진다.겹쳐 놓던 능선들을 펑퍼짐한 둔덕으로 처리하고 이를 배경으로 냇물과 길을 배치한다.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 점들을 지켜보다 보면 화면을 뚫고 영원으로 지속되는 심리적 원근감이 일어난다.”고 평했다. 청전의 산수를 ‘진경(眞景)’이라고 하는데 있는 그대로의 실경을 그렸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겠다.(02)734-6111. 문소영기자 symun@
  • 새영화/텍사스 레인저

    말발굽 소리 속에 듬성듬성 총성이 울리고 화면 가득 흙먼지가 날리는 서부영화 한편이 찾아왔다.스티브 마이너 감독의 ‘텍사스 레인저’(Texas rangers·31일 개봉)는 첨단무기와 특수효과가 판치는 ‘요즘 액션영화’에 식상한 관객들에겐 반가울 작품이다.19세기 말 약탈자들의 횡포로 무법천지가 되자 미국 텍사스 주의회는 기마경찰대(레인저)를 조직한다.영화는 이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개성이 다른 청년들이 레인저로 뭉치는 과정부터 보여준다. 국경지역에서 살해된 장사꾼의 아들이자 변호사 출신인 더니슨(제임스 반더빅),총도 쏠 줄 모르면서 약탈자들에 대한 분노만으로 자원한 조지(애쉬튼커처),수비대 최고의 총잡이를 노리는 흑인 시피오(어셔 레이몬드)….텍사스 레인저를 지휘했던 실존인물 맥닐리(딜란 맥더모트)가 이 오합지졸의 풋내기 총잡이들을 이끌어 제몫을 하게 만든다. 이들이 살인과 갖은 약탈로 주민들을 괴롭히는 피셔 일당을 제압하는 과정이 영화의 얼개다.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한 영화에는 이렇다할 극적 흥미요소는 없다.전통적인 장르를 현대적 영상스타일로 변주했다는 것 말고는 신세대 관객들을 매료시킬 대목도 딱히 없어보인다.두 젊은 레인저가 한 여자를 놓고 사랑과 우정을 저울질하는 로맨틱한 설정이 감상포인트로 끼어든 정도다.시선을 잡아끄는 스타배우가 없다는 것도 영화의 약점이라면 약점. 그러나 ‘황야의 건맨’들이 말을 달리는 옛날 서부극을 향수해 왔다면 놓쳐선 아까울 듯하다.‘13일의 금요일’시리즈와 ‘멜 깁슨의 사랑이야기’등을 연출한 스티브 마이너 감독. 황수정기자 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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