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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국제영화제…시네마천국으로

    부산국제영화제…시네마천국으로

    바다가 시작되는 곳 부산.지금 이곳은 63개국에서 출품된 264편의 작품이 상영되는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모인 20여만 영화팬들로 넘실대고 있다.올해는 역대 최다 상영작이 준비돼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만큼,아니 그보다 더 재미있는 각종 이벤트들이 열릴 예정이다.여기에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새로운 부산의 맛과 멋이 당신이 기다리고 있다.오늘이라도 부산으로 떠나자.그곳에서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추억의 영화로 만들어보자. ■ 어떤 영화볼까 260여편이나 되는 영화의 바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기란 어렵다.게다가 관객들의 취향 역시 천차만별일 테니.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테마별 가이드를 따라 나에게 꼭 맞는 영화를 골라보자. ●온가족과 함께 영화를 가족이 함께 손을 잡고 감상할 만한 작품 가운데 첫 손에 꼽히는 영화는 ‘낙타의 눈물’이다.새끼 낙타를 살리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유목민 가족을,몽골 출신의 여성 감독 비암바수렌 다바아와 루이지 팔로니가 카메라에 담았다.생명의 소중함과 인간과 동물간의 교류 등이 웃음과 감동 속에 어우러진 수작.왕샤우디의 ‘곰의 포옹’은 이혼한 부모 사이에서 성장하는 초등학생에 관한 이야기로,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애니메이션도 여러 편 있다.차이밍친의 장편 애니메이션 ‘량산바오와 주잉타이’는 남장 여인 주잉타이와 량산바오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토유엔의 ‘맥둘이야기2:파인애플빵 왕자’는 얼마전 국내 개봉된 ‘맥덜’의 속편으로,꼬마돼지 맥둘을 통해 홍콩인들의 추억과 꿈을 이야기한다.‘부미의 모험’은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정서가 짙게 배어 있어 낯선 애니메이션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젊음,그 열정과 사랑 가장 관심이 집중될 만한 영화는 이와이 지의 ‘하나와 앨리스’.전형적인 이와이 지표 영화로,짝사랑하는 남자에게 깜찍한 거짓말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다.중국·일본·타이완 합작영화 ‘사랑에 관한 세가지 이야기’는 어떤 장애도 뛰어넘는 사랑을 그린 옴니버스 영화로 타이완의 이치옌,중국의 장이바이,일본의 시모야마 텐이 참여했다.뛰어난 이야기꾼인 마니 라트남의 ‘청춘’은 학생운동 리더,성공을 꿈꾸는 젊은이,정치깡패로 전락한 터프가이 등 세 명의 젊은이와 그들의 연인이 주인공.세 커플의 사랑과 갈등을 노련한 솜씨로 교차시켰다.중국의 우쉬시안의 ‘친구와 연인 사이’는 실연을 딛고 성장해 가는 베이징의 젊은이의 모습을 담았고,이상일 감독의 ‘69’는 60년대 말 일본의 전공투 세대에 영향을 받은 고등학생들이 학교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과정을 그렸다. ●여성에 의한,여성을 위한 여성의 심리를 여성의 시점에서 섬세한 터치로 풀어내고 있는 영화들.전통적 가치관에 의해 희생당하는 여성의 문제를 다뤄온 중국의 5세대 여성감독 리샤오훙은 ‘사랑에 빠진 바오버’를 통해 작품세계의 변화를 예고한다.이전 작품에 비해 매우 감각적이고 섬세해졌다.실비아 창의 ‘20 30 40’은 제목 그대로 20대와 30대,40대의 여성이 당면한 고민과 갈등을 한바탕 수다처럼 풀어낸 영화로,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 낼 만하다.신인감독 나미 이구치의 ‘개와 고양이’는 복잡미묘한 여성의 심리를 탐구한다.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된 두 여성이 서로를 미워하다가도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는 애증관계를 다뤘다. ●아시아의 고민과 갈등 아시아 지역은 오늘날 가장 역동적인 곳.논지 니미부트르의 ‘베이통’은 불교 국가로만 알려진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슬람 분리주의 운동의 실상을 이야기한다.마리오 오하라의 ‘방파제’는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필리핀의 현실을 심도깊게 다뤄 올해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이란에서 온 두 편의 영화 아지졸라 하미드네자드의 ‘눈위에 흐른 눈물’과 바흐만 고바디의 ‘거북이도 난다’는 쿠르드 족의 문제를 다뤘다.‘눈위에‘은 쿠르드 게릴라를 돕는 처녀와 지뢰를 탐지하는 이란 병사와의 관계를,‘거북이도‘는 이라크군의 만행을 피해 북쪽 국경지방으로 도망온 쿠르드족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다.두 편 모두 플롯 구성이 탄탄하고 상징기법도 뛰어난 작품들이다. ●아시아 상업영화 급변하는 아시아 영화산업의 맥을 짚어주기 위해 몇몇 웰메이드 상업영화가 초청작 리스트에 올랐다.아흐마드 레자 다비시의 ‘대결’은 이란-이라크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별 안전장치 없이 진짜 폭탄을 출연자 옆에 바로 터뜨리는,한마디로 ‘무식하게 찍은 전투신’으로 대단한 사실감을 보여준다. 웡칭포의 ‘강호’는 21세기 홍콩 느와르의 방향을 예견하는 작품.이야기구조는 더 탄탄해졌고,기술수준 또한 진일보했다.홍콩의 인기 감독인 조니 토의 ‘대사건’은 홍콩영화의 전형적인 영웅의 이미지와 결별한다.범죄집단,경찰,인질들,방송매체 사람들이 서로 얽힌 처절한 투쟁을 통해 선과 악의 경계를 흐트려 놓는다. 아누락 카히압의 ‘검은 금요일’은 1993년 뭄바이 연쇄폭탄테러 사건의 배후와 음모,그리고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석을 가했다.인도 M F 후세인의 ‘미낙시:세 도시 이야기’는 화가 출신답게 놀라운 영상미를 보여준다. 아오야마 신지의 ‘호숫가 살인사건’은 후반부 반전이 인상적인 일본의 스릴러 영화.아라카미 신지의 애니메이션 ‘애플 시드’는 놀라운 시각효과를 자랑한다.모션캡처로 사람의 움직임을 CG로 만든 다음 다시 셀로 옮기는 툰셰이딩이라는 기법을 동원해 마치 실사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음악으로 소통하기 전통음악에서부터 재즈,록까지 음악이 사람들 사이의 소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티 순톤 비차이락의 ‘전주곡’은 태국의 전통악기인 대나무 실로폰 라나드 엑의 대가에 관한 이야기.19세기말에서부터 태평양전쟁 말기가 배경이다.사카모토 준지의 ‘세상밖으로’는 종전 후 재즈를 연주하는 젊은이들에게 조명을 맞춘다.음악적 열정을 통해 사회의 편견과 인종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아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첸렁난의 ‘해양열’은 타이완의 호하이얀 록 페스티벌에 참가한 록 밴드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참가자들은 모두 각기 다른 배경과 목적을 가지고 있고,수준도 차이가 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똑같다. ■ 이벤트의 바다에도 빠져보자 영화제에서는 영화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세계각국에서 날아온 화제작들 못잖게 눈길을 끄는 아이템이 행사장 곳곳에서 펼쳐지는 이색 이벤트들.영화를 ‘깊고 넓게’ 즐기는 마니아용은 물론이고 ‘시간죽이기’ 삼아 찾은 관객들에게 부담없을 프로그램도 다양하다.스크린 밖에서 기다리는 이벤트들이 뭐가 있는지 살펴보자. ●야외공연·상영 & 영화음악 콘서트 스펀지 앞 임시무대에서는 8일부터 매일 시시각각 이색공연들이 줄잇는다.부산에 머물 날짜를 감안해 홈페이지에서 미리 체크해 두면 좋겠다.9일 오후 5시에는 영화배우 양동근의 무대인사가 있다는 사실!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야외상영장에서 쌀쌀한 밤공기 속에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영화를 본 기억은 두고두고 새롭지 않을까.매일 오후 7시30분에 한편씩 상영된다.개·폐막작은 매진됐지만,‘우먼트랩’‘미치고 싶을 때’‘캐샨’‘다정한 입맞춤’‘대사건’‘사랑에 관한 세가지 이야기’‘낙타의 눈물’ 등 7편이 남아 있다.서둘러 ‘찜’하자.좌석은 선착순. ●영화도 보고,감독도 만나고 영화를 다 본 뒤 그 자리에서 바로 영화를 만든 감독과 주인공을 대면할 수 있다면 기쁨도 색다르지 않을까. 영화제목 앞에 ‘GV(Guest Visit)’라고 표기된 작품을 고르면 영화 속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하류인생’의 임권택 감독(8일 오전 10시 메가박스),‘범죄의 재구성’(8일 낮 12시30분 메가박스)의 최동훈 감독과 배우 백윤식,‘올드보이’(8일 오후 3시30분 메가박스)의 박찬욱 감독과 배우 강혜정 등 국내 유명 영화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해외 게스트들도 줄줄이다.‘하나와 앨리스’(8일 오후 1시 메가박스)의 감독 이와이 지,‘용호문’(10일 오전 10시 메가박스)의 배우 홍금보,‘카페 뤼미에르’(11일 오후 4시 메가박스)의 감독 허우 샤오시엔,‘풍요의 땅’(13일 오후 8시 대영시네마)의 감독 빔 벤더스 등이 그들이다. ●핸드 프린팅 해마다 부산영화제의 하이라이트 행사로 진행돼 온 핸드프린팅의 올해 주인공은 그리스의 작가주의 거장감독 테오 앙겔로폴로스(69).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영원과 하루’),심사위원 대상(‘율리시즈의 시선’),각본상(‘시테라섬으로의 여행’) 등 세 차례를 수상했고,베니스영화제에서는 ‘알렉산더 대왕’과 ‘안개속의 풍경’으로 두 차례나 황금사자상을 받은 감독이다.13일 오후 2시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끝내고 남포동 PIFF광장 야외무대로 걸음해 보자.누구든 무료관람할 수 있다. ■ 미리 챙겨 많이 보자 ●안내책자는 필수! 영화제를 알차게 감상하려면 안내 책자는 기본으로 챙겨야 한다.상영시간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도 좋고,부산은행 전지점에서 구할 수 있다.작품과 감독,배우,내용,상영관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예매는 어떻게? 가장 빠르고 간편한 방법은 인터넷 예매이다.영화제 홈페이지(www.piff.org)와 부산은행 홈페이지(www.pusanbank.co.kr),부산은행 각 지점 예매창구와 현금지급기,메가박스 수원·대구 지점 임시매표소에서도 살 수 있다.편당 입장료는 5000원.무작정 나섰다면 현지 극장주변의 임시매표소를 이용해도 된다.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과 메가박스,남포동 부산극장과 대영시네마 매표소에서 14일까지 티켓을 판다.물론 남은 티켓분량에 한해서다. 부산 이기철 한준규·황수정 김소연기자 chuli@seoul.co.kr
  • ‘캄머21 오페라단’ 창단7주년 ‘라보엠’공연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성악가들이 가을 시즌에 잘 어울리는 보헤미안들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아름다운 선율에 담았다.서울 캄머 21 오페라단(단장 최태성)이 창단 7주년을 맞아 13∼15일 오후 7시30분 한전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오페라 ‘라 보엠’. 공연에서는 국내 정상급 성악가는 물론,중견부터 신예까지 함께 무대에 올라 한국 성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장애를 딛고 한국인 최초로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 콩쿠르에서 입상한 테너 최승원,유럽 하이델베르크 오페라단의 주역가수로 활동한 임재홍 등이 로돌포 역에 캐스팅됐다.한국 최고의 프리마돈나 김인혜와 중견성악가 김숙은,떠오르는 신예 송혜영이 미미를,한국 바리톤의 두 자존심 우주호와 최종우는 마르첼로를 연기한다. ‘라 보엠’은 19세기 말 이탈리아 사실주의 오페라의 대표적 작곡가인 푸치니의 작품.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파리를 배경으로 작가 로돌포와 병든 미미의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사랑,가난하지만 인간성을 잃지 않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연주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지휘를 통해 명성을 쌓은 박상현이 지휘와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모스틀리 오케스트라의 몫.이 오케스트라는 팝스 콘서트와 정통 클래식 연주를 넘나들며 20대의 감성을 울리는 연주로 정평이 나 있다.연출은 김홍승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1997년 창단한 캄머 21 오페라단은 지금까지 쉽고 재미있는 공연으로 오페라의 대중화에 힘써왔다.특히 관객과의 친밀성을 위해 중·소극장 공연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4만∼15만원.(02)588-9630.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랩·드라마로 보는 한글의 우수성

    랩·드라마로 보는 한글의 우수성

    창제일조차 국경일에서 제외되는 등 푸대접을 받고 있는 우리 고유의 글 한글.MBC는 한글날 558돌인 9일 오전 11시5분 한글의 우수성을 조명하는 특집 다큐멘터리 ‘한글,소리를 보이다’를 방영한다. 이번 특집은 기존 ‘딱딱한’ 다큐멘터리의 틀을 탈피해 판소리에서 랩,과학 실험에서 재연 드라마까지 다양한 포맷을 도입했다.이를 통해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세대를 초월해 세계 어느 문자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한글의 진가를 알리고,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뜻을 되새기고자 노력했다. 국내 최초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교수와 학생이 한글과 다른 문자의 소리를 음성 분석해 한글이 소리를 시각적으로 담아내는 데 뛰어난 문자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힌다.신세대들에게 인기가 있는 힙합 그룹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 JK(서정권)’는 한글 탄생에 대한 메시지를 힙합 리듬과 랩을 통해 전한다.제작진은 특히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아버지이자 영국의 유명한 언어 치료사인 알렉산더 멜빌 벨이 19세기초 창안해 낸 ‘보이는 음성(Visible Speech)’보다 한글이 수백년이나 앞서 창제되는 등 그 우수성을 색다른 시각에서 입증한다.지난 2001년을 시작으로 네번째 한글날 특집을 기획·제작한 최재혁 아나운서는 “막연하게 한글은 고마운 것이고 우수한 문자라는 자위가 아니라,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역동적인 한글의 자화상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징병제 논란 대선쟁점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갈수록 악화함에 따라 미국이 쉽사리 병력을 철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부족한 병력을 확충하기 위해 결국 징병제를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 징병제가 실시된 것은 지난 19세기 남북전쟁과 20세기의 제1·2차 세계대전 기간 등 모두 세 차례뿐이었다. NYT는 ‘징병제 카드:아무도 아직 밀어붙이고 있지 않은 옵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모두 민감성을 감안해 징병제에 대해 모호하게 언급할 뿐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140만여명의 군인을 비롯해 86만 5000여명의 주방위군과 예비군 병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상군인 육군과 해병대 인원은 비전투병까지 더해도 65만 5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미군은 이라크에 13만 5000여명,아프가니스탄에 2만여명,한국에 3만 6000여명 등을 고정 배치하고 있어 한반도나 이란에서 새로운 갈등이 발생하거나 미 본토에 테러 공격이 가해질 경우 대처 능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부시 행정부와 민주당 케리 후보측 모두 병력 부족을 해결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군대에 갈 연령대의 청년들과 그 부모들이 징병제 부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이 문제가 대선 쟁점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스티븐 킹의 킹덤 1부 ‘악연의 시작’(KBS2 오후 11시20분) 90년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TV 시리즈와 영화로 만들었던 ‘킹덤’을 리메이크한 작품. 미국의 대표적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이 각색에 참여,TV와 소설을 동시에 평정했다는 찬사를 들었다.미국 ABC방송을 통해 지난 3월 방영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킹덤 병원은 미국 남북전쟁 당시 화제로 무너진 군복 공장 터 위에 세워져 있다.이곳에서 종종 지진이 일어나고 엘리베이터가 이유도 없이 멈추는 등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어느 날 유명 화가 피터가 뺑소니 사고를 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킹덤 병원으로 실려온다.피터는 사고를 당해 쓰러져 있는 동안 개미핥기의 형상을 한 의문의 동물에게 도움을 받는다.같은 날 킹덤 병원에 잦은 입원으로 유명한 드루즈 부인이라는 환자가 또 다시 들어온다. 상태가 절망적으로 보였던 피터는 무의식 중에 킹덤 병원의 비밀을 엿보는 환상을 경험하고 깨어난다.피터의 담당 의사 후크는 이것을 기적이라고 부르고 피터의 아내 나탈리는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그러나 서서히 킹덤 병원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95분. ●순수한 사람들(EBS 밤 12시) 19세기 후반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귀족의 속물주의와 퇴폐적인 생활을 다룬 루키오 비스콘티의 마지막 유작.웰시 툴리오는 친구들과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자신의 정부인 테라사를 대동하고 다니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부인 줄리아나는 그런 남편으로 인해 계속 고통에 시달린다.그런데 사실상 툴리오와의 관계가 끝나다시피한 부인 줄리아나가 젊은 소설가와 사귀게 되자 툴리오는 복잡한 심경이 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체첸반군의 역사와 삶 첫 소개

    체첸반군의 역사와 삶 첫 소개

    지난해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극장 테러사건과 지난달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러시아 초등학교 인질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체첸 반군의 역사와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방송된다. iTV 경인방송은 2일 오후 7시 5분 국내 방송 최초로 체첸 반군의 생생한 활동상황을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 ‘체첸을 가다’를 방송한다.이번 방송은 영국의 종군 다큐멘터리 감독 타란 데이비스가 체첸을 직접 방문해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끊임없이 잔인한 테러와 납치를 벌이는 체첸반군의 투쟁 방식은 19세기 초 이만 샤밀이라는 체첸의 이슬람 지도자가 체첸 독립을 쟁취하던 당시부터 사용해 온 것이다.체첸은 그를 영웅으로 추앙하며 그가 남긴 정신적 유산인 테러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타란 데이비스는 체첸 반군의 활동을 러시아와의 피로 얼룩진 과거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짚어나간다.150년 전,코카서스 지역의 영웅인 샤밀이 40년간 체첸의 산악지대에서 반군을 이끌며 독립투쟁을 벌였고,러시아는 10년을 기다리며 그의 아들을 납치해 복수를 했다.그리고 오늘,샤밀의 계승자 ‘샤닐 바사예프’가 나타난다.1955년 바사예프의 가족을 포함한 수만명의 체첸 사람들이 러시아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이에 바사예프도 1000명의 러시아 인을 납치하는 등 다시 피의 테러가 반복되고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5)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리 산 1-37번지에서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5)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리 산 1-37번지에서

    필리핀 북쪽의 암초인 오키노토리시마는 ‘더블베드’ 크기다.태평양 복판 쪽으로 혀를 내민 미나미토리시마도 산호초에 불과하다.그러나 이들 암초에 대한 일본의 투자는 융단폭격에 가깝다.무인도에 불과한 조어대,일명 센카쿠 열도로 험난한 중·일 분쟁을 야기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독도 역시 일본의 장기적 해양 영토전략에서 시비가 붙고 있을 뿐 우연한 ‘독도망언’이란 없다. ●일본에 비해 수동적인 우리네 해양관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연안국에 광대한 해양관할권을 인정하는 국제해양질서가 성립된 작금의 추세는 일본의 해양력 강화에 매우 유리하다.해양을 포함한 일본의 영토는 실로 엄청나며 우리와 비할 바가 아니다.그러한 점에서 독도는 바둑으로 치면 일본과 맞상대하는 동해판수의 화점(花點)이다. 감성적으로야 독도를 ‘작은 점’,‘손톱만한 섬’이라 지칭해도 무방하겠지만 오키노토리시마 따위와 비견하면 엄청 큰 섬이다.유치환 시인은 울릉도조차도 ‘심해선 밖의 한점 섬’으로 묘사하였지만,대해양 시대의 역사관으로 볼 때는 매우 가깝고도 큰 섬이다.그만큼 우리 사회의 바다관이 수동적이란 증거이리라. 대한민국 국민 김성도씨가 주민등록을 전입했으며,수많은 이들이 호적을 둔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리 산 1-37번지’를 찾은 것은 지난 9월19일.국회바다포럼과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바른정치연구모임 소속의 국회의원,해양연구원,해양수산개발원,수산과학원 등의 해양전문가들이 울릉도에 속속 모여들었다.‘울릉군 독도리’로 떠나기 전날,‘해양강국 발전 모색과 영토주권 수호’ 세미나를 갖던 차에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예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자기 나라 섬을 방문하는 것도 막는 지경이니 할 말 잃은 표정들이었다. 예의 ‘내 마누라론’이 재론되곤 한다.어차피 내 마누라인데 제3자에게 내 마누라임을 애써 강조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논리다.독도를 주유하는 부정기 노선의 관광객들도 3시간여를 달려와서 먼발치에서 되돌아가야 한다.까다로운 입도신청서를 작성하고 허가를 기다려야 하는 데다가 날씨마저 궂기 때문에 상륙이 쉽지 않다.돌이켜보면 2000년 독도선착장 준공식에 공사를 책임졌던 해수부장관도 외교문제를 빌미로 참석하지 못하였다.그러하니 내 나라 내 땅에 발을 디디면서도 감격스러울 수밖에! ●대견하고 고맙기만 한 섬 해경 함정으로 울릉도 저동항을 떠난 지 2시간여.독도는 그야말로 ‘불현듯’ 눈앞에 나타났다.섬 그림자의 실루엣이 드러나길 30여분.가파른 바위산으로 솟구친 섬이라 그야말로 도발적으로 다가온다.많은 섬을 다녀 보지만 독도처럼 대견하고 고마울 데가 또 어디 있으랴.조물주의 능력이 오묘한지라 동해에 처음으로 독도를 만들어 놓고 섬이 너무 작아서 마음이 안되었던지 훗날 울릉도를 만들어 주었다.누군가 농을 던진다.“이왕이면 독도 같은 섬 수십개만 쭉 뿌려 주셨더라면! ” 독도수비대에 앞서 토종 삽살개가 마중한다.사람이 그리운지 살갑기가 그지없다.가파른 층계를 올라가면 예의 태극기 휘날리는 경비대 막사와 헬기장,등대 등이 나타난다.초병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망망해대를 지켜볼 뿐이다. “고향이 어딥니까?” “전라도에서 왔습니다.”참 멀리서도 왔다.2개월을 지키다가 울릉도 본부로 나가 임무교대한다.행동반경이 지극히 좁은 섬이라 감옥에 갇힌 폭이다.추석 귀향행렬에 끼지 못하는 이들은 비단 휴전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니 독도경비대 역시 전쟁터에 서 있는 셈이다. “참으로 좋은 날에 오셨습니다.” 이런 날이 별로 많지 않단다.가을바람은 독도에도 어김없이 불어 해국(海菊)이 보랏빛 자태를 드리운다.화산섬에 수백만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어디선가 식물들이 안착하여 무려 60여종이 자라고 있다. ●본섬 외에도 78개 암초로 이루어져 동도 정상에서 굽어보니 서도의 가파른 절벽 사이로 장군바위·감바위 등이 초록빛 바다 위에 떠 있다.울릉도에서 오는 뱃길은 거의 검푸른 빛깔이었는데 동도와 서도 사이의 야트막한 바다는 그야말로 초록빛이라 뛰어들고픈 충동이 불끈 솟는다.독도를 단독섬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동·서도 본섬과 무려 78개의 암초가 대가족을 이룬다. 독도하면,민족문제와 결부되어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오지만,실상 독도의 풍경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머나먼 동해 가운데에 이처럼 불쑥 튀어나왔다는 점도 참으로 절묘하지만 여러 암초를 거느린 가장답게 늠름하고 의연하기가 이를 데 없다.동도와 서도가 거의 비슷한 크기로 중심을 딱 잡고 버틴 가운데 자잘한 암초들이 주변 풍경을 장엄하게 해준다. 괭이갈매기,흑비둘기,멧비둘기 등 60여종에 달하는 새들도 살고 있어 ‘외로운 섬’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감태와 모자반,대황군락이 수중림을 형성하는 가운데 난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자리돔 같은 물고기도 쉽게 눈에 띈다.그 자체로 동해의 꽃이며 종다원성의 보고이자 천연보호구역답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90여㎞ 떨어진 울릉도가 선명하게 다가온다.독도를 자신들의 관할에 두고 있다고 주장하는 오키섬은 무려 160㎞나 떨어져 육안 관찰이 불가하다.가시거리에서 조업하는 울릉도민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오키 어민보다 역사적·현실적 지배력을 지니고 있음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460만년 전에 형성… 제주도의 맏형격 많은 사람들의 오해 가운데 하나가 독도를 ‘동해의 막내’라고 부른다는 점.약 460만년 전에 형성된 독도는 250만년 된 울릉도,120만년 된 제주도의 맏형이다.족보상으로도 어엿한 형일뿐더러 독도를 떠받치고 있는 해저지형은 독도와 울릉도가 비슷한 크기임을 알려준다.육안으로 보이는 독도는 지극히 일부분이다.그러한즉 1965년 한·일협상 과정에서 귀찮은 존재이니 차라리 비행기 폭격으로 지구상에서 없애 버리자고 한 정치인의 발언은 그 얼마나 황당하며 무지에 가까운 망언인가. 돌이켜보면 독도는 지금껏 위정자들보다는 민중의 손으로 지켜왔다.성호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안용복은 영웅에 비길 만하다.’고 극찬하였듯이,동래 출신의 일개 어민이 일본까지 건너가 섬을 사수하였다.한국전쟁의 빈틈을 찌르면서 침범하던 일인들을 온몸으로 막아낸 홍순칠 대장 이하 의용수비대 역시 국가와 무관하게 자신들의 몸을 던진 민중이었다.지금도 사이버공간에 들어가면 갖가지 독도사이트들이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이쯤되면 국가가 한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 되묻지 않을 수 없다.‘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으로 시작되는 ‘독도는 우리땅’조차 금지곡에 오를 정도였으니! ●‘독도 지키기’ 나라는 무얼 했는가 의용수비대원으로 생존한 몇분 중의 하나인 정원덕(76)옹은 아주 간단하게 말한다.“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지요.늘상 배 타고 나가서 미역 뜯고 전복 따던 곳이지요.”울릉도민들에게는 ‘일상의 바다밭’일 뿐이란 말이다.울릉도 사람들,더 나아가 강원도 묵호,경상도 울진 사람들도 출어하던 황금어장이다.따라서 일제가 통감부 지배를 시작하던 1905년에 시네마현(島根縣) 고시40호로 독도를 임의 편입조치하고 토지대장에 기입한 것을 근거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망언은 역사적·현실적 지배를 무시한 국제법상의 명백한 도발에 불과하다. 독도에서 물개바위를 바라보노라니 돌연 귀엽기만한 강치 생각에 마음이 찡하다.물개과의 수만마리 하얀 강치들이 일본업자들에게 학살당하여 씨를 말렸다.그 학살의 책임은 누가 지겠는가.1948년에는 미군 폭격기에 의해 독도에서 고기 잡던 울릉도민들이 학살당하고,1952년에는 한국산악회 독도조사단이 피습을 당한다.우연일까,아니면 재일본미군사령부와 일본의 은밀한 묵계에 의한 것일까.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천년대계의 해양력 설계, 독도에 달려있어 1880년 북경조약으로 두만강 녹둔도가 러시아로,간도협약으로 간도가 중국에 넘어갔다.동북공정으로 고구려와 발해사가 초미의 관심인데 일본은 기회만 있으면 독도망언을 내뱉는다.지극히 조직적인 ‘정치적 망언’이라 치고 빠지기 수준을 뛰어넘는데,우리에게 독도는 아직도 ‘머나먼 당신’이다.피동적인 ‘내 마누라론’만으로 우리들의 당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저동항으로 돌아오는 뱃전에서 누구나 합치된 의견이었으니,이제 ‘마누라타령’은 용도폐기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해군 전략이론가이자 19세기의 가장 뛰어난 해군역사가인 마한이 ‘해양력이야말로 역사의 진로와 국가 번영을 이루는 중요한 고리이다.’라고 하였을때,독도는 우리의 해양력을 시험하는 잣대임이 분명하다.러일전쟁터가 독도 근해였음은 제국의 각축이 언젠가 다시금 독도에서 재현될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일본 자위대의 무력적 위협이 현실화되는 동해판수의 화점에서 우리는 바둑돌을 어떻게 놓을 것인가.그야말로 천년대계의 해양력을 설계할 일이다.
  • 구름을 사랑한 과학자/리처드 험블린 지음

    이상 기후의 조짐이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슈퍼컴퓨터의 기술적 발전도 엄청난 위력을 지닌 자연의 변덕 앞에서는 속수무책.지금도 이러한데 18세기 후반 거대한 기상 이변의 소용돌이속에 휘말렸던 유럽 시민들이 겪었을 공포는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구름을 사랑한 과학자’는 구름 명명법과 분류법을 고안해 현대 기상학의 기초를 닦은 19세기 아마추어 기상학자 루크 하워드(1772∼1864)의 일대기이다.루크 하워드는 영국 런던에서 철제기구 제조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금욕적인 생활을 강요당하며 자란 그가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창밖의 구름을 관측하는 것이었다.결국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약제사의 길을 걷게 되지만 구름에 대한 관찰은 멈추지 않았다. 든든한 조력자 윌리엄 알렌의 도움으로 과학과 철학을 토론하는 모임인 아스케시안 소사이어티에 참여한 그는 1802년 런던의 한 허름한 건물 지하에서 ‘구름의 변형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한다.구름은 수증기가 상승하면서 응결되어 만들어진 것이며,나아가 몇가지 기본 형태로 구름을 분류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이 논문은 기상학의 역사를 다시 쓰는 중요한 연구물로 각광받게 됐다.영국의 지질학자인 리처드 험블린은 기상학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면서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루크 하워드의 삶과 업적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되살려놓는 동시에 구름과 대기 현상 연구의 역사,그리고 현대 기상학이 형성되는 과정 등 19세기 영국 런던 과학계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1만 7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스티븐 런치만 지음,이순호 옮김,갈라파고스 펴냄) 330년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후 고대 도시가 있던 비잔티움에 자신의 이름을 딴 콘스탄티노플이라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했다.동양과 지중해 사이의 해상로와,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육상로의 교차로에 자리잡은 이 도시는 이런 지리적 이점 때문에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은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그러나 최초의 기독교 도시로서 고대문화의 마지막 피난처였던 콘스탄티노플은 1453년 오스만 제국에 의해 함락된다.이 책에는 그 과정이 생생하게 담겼다.1만 5800원. ●차이나타운 없는 나라(양필승·이정희 지음,삼성경제연구소 펴냄)한국 화교는 19세기 말부터 중국 대륙에서 한반도로 건너온 중국인과 그 후손들로,그들의 국적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아닌 중화민국 즉 타이완이다.한국 화교의 역사는 120년을 헤아린다.구한말 한국 화교는 영국산 면포의 중계무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일본상인과 조선상인을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했다.조선총독부는 한국 화교의 경제력 신장을 경계해 고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그러나 화교경제는 1950년대 이후 쇠퇴를 경험한다.이 책은 국내 화교와 한국사회가 부(負)의 역사를 청산하고 발전적 공생관계를 만들어 갈 것을 제안한다.5000원. ●거상(지아구어씨·장쥔링 지음,김태성 옮김,더난출판 펴냄) ‘동양의 유대인’이라 불리는 저장성 남부 원저우(溫州) 상인 이야기.원저우는 중국 저장성 남부에 위치한 작은 소도시.원저우인들의 발길이 닿는 곳은 모두 상업의 중심지가 됐다.상하이의 베이징로와 난징둥로(南京東路),푸둥의 캉차오로(康橋路) 등은 모두 원저우인들의 세력확장으로 부상하게 된 상업지역이다.원저우에는 ‘개체경제’라고 불리는 소규모 생산업체들이 발달해 있다.현재 해외거주 원저우 출신 화교는 87개국 2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2만원. ●빌 에반스(피터 페팅거 지음,황덕호 옮김,을유문화사 펴냄) ‘재즈계의 쇼팽’으로 불리는 빌 에번스 평전.뉴올리언스의 흑인 브라스밴드에서 처음 생겨난 재즈는 흑인의 강렬하고 펑키한 취향,활기 넘치며 격렬한 즉흥연주를 특징으로 한다.그러나 에번스의 음색은 관조적이고 사색적이며 서정적이면서도 극도로 정제된 미학의 세계를 보여준다.현재 재즈 피아노의 흐름은 ‘버드 파웰 이후’에서 ‘빌 에번스 이후’로 바뀐지 오래.에번스가 이끌어온 트리오는 1960년대 마일즈 데이비스 퀸텟·존 콜트레인 쿼텟과 더불어 오늘날 재즈 앙상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2만 5000원. ●녹색사상사(존 배리 지음,허남혁·추선영 옮김,이매진 펴냄) 근대사회 형성기의 계몽주의부터 포스트모더니즘 등 최근 사회이론에 이르기까지 역대 사회사상가들이 자연과 환경을 어떻게 보아왔는가를 정리.홉스와 로크,루소 등 고전 정치철학자들과 맬서스,다윈,스펜서,크로포트킨,마르크스,존 스튜어트 밀 등 진보적 혹은 반동적인 사회이론을 제시한 사회이론가들이 자신들의 이론에서 자연과 환경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소개한다.과거와 현재의 사회이론이 환경을 어떻게 오용했는가를 살펴보며 환경과 사회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녹색 사회이론의 가능성을 탐색한다.1만 5000원.
  • [추석연휴 안방극장] 코미디·액션

    [추석연휴 안방극장] 코미디·액션

    이번 추석은 25일 토요일까지 치면 무려 5일이나 이어지는 ‘다이아몬드 연휴’.각 방송사들이 나름대로 상다리 부러지게 차렸다는 이번 추석 특집 프로그램에서 그래도 눈길을 끄는 건 영화가 아닐까.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블록버스터에서부터 지난해 극장가를 강타한 따끈따끈한 한국 영화 신작까지 안방극장을 찾는다.다시 봐도 질리지 않고 놓치면 후회할 영화들을 골라봤다. ●미션 임파서블2(MBC 28일 오후 11시5분) 오우삼 감독이 만든 ‘미션 임파서블’의 속편.전작에 비해 액션은 화려하지만 스토리는 빈약하다는 평을 받았던 작품.개봉 전 톰 크루즈가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아찔한 예고편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치명적인 독일산 바이러스가 악당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임무를 맡은 비밀 요원 이든 헌트의 활약이 펼쳐진다.탠디 뉴튼,앤서니 홉킨스 등이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했다.123분. ●패스트&퓨리어스(MBC 29일 밤 11시50분) 국내 개봉 당시 제목은 ‘분노의 질주’로,‘트리플 엑스’의 액션스타 빈 디젤 주연.카레이싱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수프라,폴크스바겐 제타,닛산 스카이라인 등 세계 명차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고급 전자제품을 운송하는 컨테이너 트럭이 자동차 폭주족들에 의해 연속적으로 털린다.수사를 위해 폭주족 속으로 위장 잠입한 경찰 브라이언은 두목인 도미닉에게 접근한다.106분.●첫사랑 사수궐기대회(MBC 25일 오후 9시40분) PD 출신 오종록 감독 연출로 차태연,손예진,유동근 주연.부산을 배경으로 첫사랑 여자 친구와 결혼하기 위한 한 남자의 해프닝을 그렸다.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태일의 인생 최대의 목표는 어릴 적부터 좋아해온 일매와 결혼하는 것.일매의 아버지이자 태일의 고등학교 선생님인 영달은 문제아 태일의 앞날을 위해 일매와 계략을 짠다.110분. ●깝스(SBS 26일 오전 1시25분) 국산 영화 ‘마지막 늑대’를 표절 시비에 휘말리게 했던 스웨덴 코미디 영화.스웨덴 박스오피스 6주간 1위에 올라 흥행돌풍을 일으켰으며 지난해 부천국제영화제에 소개돼 큰 호응을 얻었다.10년째 콩알만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마을의 경찰관 베니,야곱,라세 부부.갑작스러운 경찰서 폐쇄 통보를 받고 난 뒤 이들은 경찰서 사수를 위해 기상천외한 범죄 만들기에 돌입한다.90분. ●선생 김봉두(SBS 27일 오후 9시45분) ‘무늬만 선생님’인 문제 선생 김봉두의 개과천선기를 그린 영화.봉두라는 이름은 ‘봉투’즉,촌지를 의미한다.차승원의 물오른 코믹 연기가 돋보인다.서울의 잘나가는 초등학교 선생인 김봉두의 관심은 오로지 촌지 수수.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돈을 받다 들킨 봉두는 학생이라곤 5명 뿐인 강원도 오지의 분교로 쫓겨난다.봉두는 절치부심 서울 재입성 계획을 세우는데….117분. ●오!브라더스(MBC 26일 오후 9시40분) ‘조로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겉늙은 동생과 3류 인생을 사는 철없는 형의 우애를 다룬 휴먼 코미디.이범수가 12살이지만 30대의 외모를 지닌 동생 봉구로 나와 연기 변신을 꾀했다.연락도 없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빚을 떠안게 된 상우.빚을 떠넘기기 위해 동생 봉구를 수소문 끝에 찾아낸다.영락없는 30대 아저씨인 봉구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는데….110분. ●오!해피데이(SBS 27일 오후 1시50분)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갈 쏘냐!’.‘쭉쭉빵빵’한 미녀를 애인으로 둔 ‘킹카’를 향한 평범녀의 구애 작전이 기둥 줄거리.장나라가 귀여운 스토킹을 일삼는 주인공 공희지로 나온다.평소 불의를 참지 못하는 희지는 친구를 대신해 클럽메드에 따지러 갔다가 그 곳 팀장인 현준에게 한 눈에 반한다.그의 스케줄,취미 등 모든 정보를 알아낸 희지는 그를 진드기처럼 따라다닌다.106분. ●빅 대디(MBC 27일 오전 2시10분) 미국 NBC 방송의 코미디 프로그램 ‘새러데이 나이트 라이브’ 작가 출신으로 코미디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아담 샌들러의 흥행작.법대를 졸업했지만 실업자나 다름없는 신세인 소니.여자 친구 바네사는 그의 모습에 실망하고 떠난다.어느날 룸메이트 케빈 앞으로 5살난 꼬마 줄리안이 배달(?)돼 오고,케빈은 5년 전 자신의 실수임을 소니에게 고백한다.소니는 바네사에게 책임있는 남자임을 입중하기 위해 줄리안을 입양한다.100분. ●영웅(MBC 29일 오후 9시55분) 중국의 거장 장이머우가 처음으로 연출한 무협물.이연걸과 장만옥,양조위,장쯔이 등 출연진만으로도 눈길을 붙잡는다.전국시대,‘전국 7웅’이라 불렸던 7개 나라는 천하통일을 이루기 위해 무자비한 전쟁을 치른다.가장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는 진나라의 왕 ‘정’은 통일 중국의 첫 황제가 되려는 야심에 세상을 피로 물들인다.전설적인 무예를 보유한 세 명의 자객 장공과 잔검,비설은 진왕의 목을 노린다.99분. ●반지의 제왕2(SBS 28일 오후 8시35분) ‘해리포터’와 함께 팬터지 무비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영화.1편에서 절대반지를 지켜냈지만 뿔뿔이 흩어지게 된 9명의 반지원정대는 2편에서 프로도와 샘,골룸 일행.아라곤과 레골라스,김리 일행,메리와 피핀 세 팀으로 갈라져 모험을 계속한다.호빗족으로 절대반지에 유일한 내성을 보이는 프로도는 일행과 떨어져 샘과 함께 불의 산으로 떠나지만 골룸이라는 새로운 위협을 맞이한다.177분. ●터미네이터3(SBS 29일 오후 9시45분)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 채 용광로 속으로 사라졌던 터미네이터가 12년만에 돌아왔다.이번 상대는 역대 최강 로봇인 T-X.미모의 기계인간 T-X는 미래의 인류 저항군 지도자인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시간 이동 캡슐을 타고 베벌리힐스에 나타난다.존 코너의 아내가 될 운명인 케이트 브루스터를 보호하기 위해 터미네이터는 T-X와 사투를 벌인다.아널드 슈워제네거,크리스타나 로켄 주연.110분. ●와호장룡(MBC 28일 오후 2시15분) ‘영웅과 전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라는 뜻의 제목처럼 19세기 중국 청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뛰어난 무공을 가진 검객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결혼피로연’‘헐크’의 이안 감독이 연출한 첫 무협영화이다.개봉 당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아카데미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외국어영화상,촬영,미술,음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대나무숲 결투신이 압권이다.120분. ●갱스 오브 뉴욕(MBC 27일 오후 11시5분) 19세기 무법천지였던 뉴욕의 모습을 통해 미국 근대사를 살펴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작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니엘 데이 루이스·캐머룬 디아즈가 주연했다.1840년대 초반,뉴욕의 대표적 슬럼가 ‘파이브 포인츠’에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아일랜드인들이 매일 몰려든다.이들은 ‘밥그릇’을 뺏길까 자신들을 내쫓으려던 미국 토박이들과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치르게 된다.164분. ●조폭마누라2(SBS 25일 오후 9시45분) 2001년 전국 530만 관객을 동원했던 히트작 ‘조폭 마누라’의 속편.‘가문의 영광’ 정흥순 감독이 연출했다.중국 여배우 장쯔이 등 화려한 카메오 출연으로 화제가 된 작품.가위 하나로 남성 조폭계를 평정한 차은진.결투 도중 부상으로 기억을 상실한 그녀는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하며 지낸다.은행강도를 잡아 세상에 알려진 은진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백상어파가 찾아온다.105분.
  • [기고] ‘우라늄 실험’과 원자력 연구/함철훈 가톨릭대 법학과 교수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까지 과학계에는 새로운 원소가 발견될 때마다 혹성의 이름을 따서 원소를 부르는 습관이 있었다.우라늄은 ‘우라누스(천왕성)’에서,플루토늄은 ‘플루토(명왕성)’에서 각각 이름을 땄다. 명왕성이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죽음의 신’이란 이름을 가졌으니 여기에서 연유된 플루토늄이 오늘날 인류를 대량학살할 수 있는 원자폭탄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어떤 운명을 타고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원자력이 이 세상에 끔찍한 파괴의 모습으로 처음 실체를 드러낸 때가 1945년 8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원폭 투하였다면,‘평화의 사자’로서 다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원자력발전을 통하여 세상에 빛을 밝히고 방사선을 이용하여 각종 질병에 치료의 길을 연 일 등이다. 이처럼 원자력을 이용한 기술은 군사적·평화적 목적으로 함께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양면성이 존재하며,그렇기에 원자력의 평화적 활동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없도록 예방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국제적으로 요구되었다. 그 결과 미국의 주도로 유엔 산하에 195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설립되었고,이어서 핵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적 약속인 핵 비확산조약(NPT)이 1970년 발효되었다. 우리나라는 1975년 NPT의 당사국이 되었으며,같은해 IAEA와 안전조치 협정도 체결하였다.1970년대 첨예한 남북대치 상황에서 카터 미 행정부의 돌연한 미군철수 통보는,안보공백의 한 대안으로서 한국정부가 핵개발을 추진하려 한다는 국제적 의혹을 일시나마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다.이러한 사정으로 우리나라는 핵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행한 극미량의 우라늄 분리실험을 놓고 외국의 일부 정치가·언론이 마치 한국정부가 핵무기 기술개발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식으로 문제 삼고 있다.하지만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임계질량은 순도 90%이상의 농축우라늄 15㎏ 정도는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자력연구소가 실험에서 추출한 농축 우라늄의 양은 0.2g에 불과하다.따라서 이러한 방법으로 핵무기 하나를 만들려면 동일한 실험을 10만번 정도 되풀이해야 한다.따라서 핵개발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부풀려 핵무기 관련 의혹으로 비화시키는 것은 무언가 다른 저의가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오늘날 우리와 같은 핵 비보유국이 핵무기를 몰래 만들려면 우선 IAEA와 미국의 엄격한 감시망을 뚫어야 한다.설령 이들의 감시망을 피해 우라늄을 빼돌린다 하더라도 이를 처리할 농축공장이 있어야 한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농축공장 또한 IAEA의 철저한 감시대상이기 때문에 몰래 건설할 수 없다.설령 농축우라늄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이용하여 원자폭탄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기술이므로 원자력연구소의 실험을 핵개발로 몰아치는 것은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국제사회에서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핵 비확산의 틀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우라늄을 분리했을 뿐인 그 실험이 원자력 연구·개발 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자원은 없고 땅덩이도 작은 나라,게다가 인구밀도는 세계적인 나라가 바로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다.자원의 매장량에서,땅의 크기에서 우리가 다른 나라에 밀린다면 우리는 생각의 크기에서 맞서나가야 한다.우리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은 어디까지나 우수한 인력이 아니겠는가. 함철훈 가톨릭대 법학과 교수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2) 경남 남해 어부림·미조리숲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2) 경남 남해 어부림·미조리숲

    ●바람·조류 막아주는 울타리형 바다숲 ‘어부림’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에 가면 ‘물건다방’‘물건슈퍼’‘물건면사무소’‘물건중학교’‘물건수산’ 등등 온통 ‘물건’만 보게 되니 슬몃 웃음이 나온다.물론 ‘물건(物件)’이 아니라 ‘물건(勿巾)’이다.물건까지 달려 내려간 것은 일명 어부림이라 불리는 천연기념물(제150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바람과 조류를 막아선 전형적인 울타리형 바다숲.길이 1500m,폭 30m 내외,7000여 평에 이르는 광대한 숲이 해변을 가로지른다.이팝나무 모감주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상수리나무 말채나무 후박나무가 윗자리를 차지하고,그 뒤를 따라 산달나무 까마귀밥 여름나무 생강나무 화살나무 등이 앞다퉈 자리를 잡고 있다.상목 2000여 그루,하목 8만여 그루,도합 1만여 그루가 도열해 찾아오는 이들을 위하여 늘 열병식을 준비한다.대개 해송 같은 단일 품종이기 마련인 바닷가에 이처럼 식물의 종다원성이 확보된 바다숲이 자리하고 있음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나뭇가지 하나라도 함부로 꺾으모 크일나요.해꼬지를 하모 틀림이 벌 받거덩.썩어자빠진 고목도 절대로 손은 대지 마이소.”숲그늘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던 마을 노인들이 외지인을 보자마자 경계의 낯빛으로 전해 준 준엄한 경고다.입구에도 ‘구역 내 텐트금지.숲속에서 취사를 금함.위반시 법적 조치’란 경고 입간판이 서있다.누백년을 걸쳐 지켜온 숲이므로 이렇게 막고 지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전설에는 임진왜란이 터지기 직전에 전주 이씨 무림군(茂林君)의 후손들이 심었단다.그렇다고 보면 대략 400년 역사에 근접하는데,고목의 나이테와 거의 맞아 떨어진다.나무 종류도 170종에 이른다.선조들은 이곳에 왜 이같이 웅장한 숲을 조성하였을까. ●‘숲 해치면 마을 망한다’ 믿음 견고 물건리의 본디 지명은 ‘물건개’.움푹 들어간 만을 따라 펼쳐진 평지에 촌락이 형성되어 지금은 무려 227가구,530여명이 사는 대촌이 됐다.문제는 바다로부터 질풍처럼 내닫는 해풍과 조류였다.숲을 조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다숲이 한 눈에 드는 산등성이에 올라 굽어보니 타원형의 숲이 바다와 뭍의 경계선에 그림처럼 놓여졌다.바다로부터의 온갖 도전을 굳건하게 막아주는 ‘지킴이’로 손색이 없는 위용이다. 19세기 말쯤 일이다.생각없는 사람들이 이곳 나무를 일부 벌채한 뒤 큰 폭풍을 만나 마을이 아예 ‘절단’난 적이 있었다.그 후 ‘숲을 해치면 마을이 망한다.’는 이곳 주민들의 믿음은 더욱 강고해졌다.1987년의 태풍 ‘셀마’ 때도 바닷물이 들어차 큰 피해를 입었다.물건항을 조성하면서 방파제를 쌓은 이후 해변의 아름답던 몽돌들이 씻겨나가고 있으며,숲에도 직접적인 피해가 닥쳤다.짠물이 숲을 덮쳐 나무가 죽어갔다.그래서 10여년 전부터 곳곳에 느티나무 등 후계목을 심어 뒷 일에 대비하고 있다. 너무도 중요한 숲인지라 아예 ‘제사 잡숫는 숲’이 되었다.숲에서 ‘우두머리’ 나무 한 그루를 정해 ‘당산’이라 이름붙이고 해마다 음력 10월 15일이면 제를 올린다.한 달 전에 동회를 열어서 깨끗하고 부정없는 인물을 뽑아 제주로 삼는다.예전에는 남해읍내까지 40리 길을 걸어서 오가며 제숫거리를 사오곤 했다.당목과 제줏집에는 지금도 왼새끼 금줄을 쳐 금기도 행한다. ●물고기에 숲그늘은 ‘호화판 별장’ 1960년대까지만 해도 봄이면 숲 바로 앞까지 멸치떼가 몰려들었다.은백색의 멸치가 몽돌해변으로 몰려들면 후리그물을 둥그렇게 둘러치고 주민들이 모두 몰려나가 그물의 양 귀를 잡아당겨 끌어올렸다.숲가에서는 드럼통을 개조한 가마솥에다 멸치를 연신 삶아냈고,이를 햇살 좋은 들판에 널어말려 ‘메루치’를 만들었다. 고기떼는 숲그늘로 몰려드는 습성이 있다.물고기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숲을 그리워한다.동물만이 숲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도 해변이나 섬의 숲그늘로 몸을 숨기고 ‘그늘의 미학’을 즐긴다.선사시대의 인간들이 바위 그늘에 거주처를 마련하였듯 물고기들도 본능적으로 바위 그늘이나 숲 그늘을 찾는다.물건숲은 이런 물고기들에게는 가히 ‘호화판 별장’에 버금하는 거주조건을 갖춘 곳이다. 숲이 좋았을 때는 지금의 주택지까지가 거대한 ‘나무의 바다’였다.그 후 숲이 줄어들면서 그 물좋던 멸치떼도 사라져 먼 너른 바다로 나가야만 그물에 멸치가 든다.세월이 갈수록 숲은 몸피를 줄여 이제는 옛날의 원형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긴 띠로만 남았다.그래도 이만한 바다숲 구경하기가 쉬운 일인가. 물건숲은 지정학적인 위치와도 깊은 상관성을 갖는다.이곳은 남해의 바깥바다인 동쪽에 위치하여 외풍을 강하게 받는 곳이다.그래서 바람,특히 태풍에 취약했다.만약에 조상들이 물건숲을 조성하지 않았더라면,사람이 사는 이곳도 지금쯤 소멸되어 허허벌판이 되었음직하다.이중환이 ‘택리지’에서 제시한 살만한 곳(家居地)은 계거(溪居),강거(江居),해거(海居)의 순이었으니,만약 이 숲이 없었더라면 이곳 사람들은 열악한 해거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을 쳤어야 했을 것이다. 물건숲의 매력은 활엽수와 상록수의 조화에 있지 않을까.대개의 바다숲이 해송 일색인데 반하여 이 숲은 느티나무가 주종이다.느티나무는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마을나무의 상징으로,그 친연성은 정자나무나 당산나무에서 단연 돋보인다. ●느티나무·상록수 우거진 ‘미조리숲’ 장관 그렇다면 물건숲은 저 홀로 전통인가.그렇지는 않다.남해군에는 이곳 말고도 걸출한 바다숲이 더 있다.아름답기 비할 바 없는 ‘물미도로’를 통해 십여 분을 달려가면 미조리숲(천연기념물 제29호)에 이른다.수령 50∼60여년에 이르는 거대한 느티나무 군락과 상록수 230여 그루가 해변을 향해 숲그늘을 드리우고 있다.설촌(設村) 역사로 미루어 보건대 숲은 현존 나무들의 나이테를 뛰어넘어 일찍부터 조성되었다가 여러 단계의 변천을 거친 것으로 비정된다. 그런데 이곳에서 처참한 풍경과도 마주쳐야 했다.미조리 역시 태풍 셀마를 만난 데다가 작년에는 매미까지 덮쳤다.뿌리째 뽑히거나 부러진 나무,스러진 나무들이 70여 그루에 달했다.거센 해일이 해변을 강타하면서 숲을 넘어 마을을 들이쳤으며,이 바람에 두 집이 쓸려나가고 일곱 집이 반파되기도 했다. 숲이 조성된 토대는 제방처럼 높다.미조리숲의 관리인이었던 이대승(65)씨는 이 숲은 “선대들이 ‘바람의지’로 세운 ‘울타리’”라고 설명했다.“우리가 죽더라도 후손들이 이어갈 것이 분명하지요.”논밭이 부족한 생활 조건에서 바다에 의지하여 사노라면 어차피 바닷가를 피할 수 없었겠으나 당초 이곳의 생존 조건이 너무나 험난했으니,이들 바다숲은 자연조건에 맞선 인간의지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미조리는 반농반어의 특성이 말하듯 의외로 논밭이 많다.숲을 넘어가면 밭이 있어 남해 특산인 마늘을 키우며,그 밭을 넘어가면 논이 있다.만약에 숲이 없다면 바람에 실려오는 염해 때문에 농사인들 제대로 됐을까. 바다숲은 비보풍수(裨補風水)와 연관이 깊다.풍수설에 따라 지형적인 결함을 보충하기 위해 비보로서 마을의 지기(地氣)를 키우고 지키고자 했던 것.숲이 없었더라면 바닷쪽이 얼마나 허했을까.숲이 우거지면 마을에서 뛰어난 인재가 많이 난다는 속설마저도 이곳에서는 예사롭지 않다.미조리에서도 바다숲은 신성목(神聖木)이다.해마다 10월 15일 밤에 동제를 지내기 위하여 아예 동제당을 숲속에 지어 놓았다.뒷산 참나무가 윗당인지라 먼저 제를 지내고,그 다음에 마을에서 송정해수욕장 넘어오는 무림이 고갯목에 장승을 세우고,마지막으로 바다숲에서 제를 지낸다. ●물고기도 숲을 그리워한다 “태풍 매미가 강타하고 난 다음에는 고기가 들지 않아요.”주민들의 시름이 깊다.봄에는 감성돔과 방어,볼락,여름에는 멸치,가을에는 장어와 게 등을 잡지만 씨알도 잘고 잡히는 양도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숲이 얼마나 어업에 중요한가는 이웃 일본의 사례에서 산견된다.일본에서는 막부시대부터 바다숲의 중요성을 간파하였으며,메이지시대에는 본격적으로 인공림을 조성하였다.예컨대 야마구치현(山口縣) 같은 곳에서는 해변 곳곳에 흑송림을 조성하여 고기를 유인하였다.오늘날도 어민은 물론이고 부인회,청년회 등이 앞장서 사회운동 차원에서 숲을 조성한다.물건리와 미조리 숲모심처럼 식수제(植樹祭) 같은 제의도 집행하며 ‘어민의 숲’,‘바다의 숲’,‘물고기의 숲’ 따위의 명표를 붙인 숲을 사회운동 차원에서 키워 나간다. 바다숲은 해변에 바짝 붙어서 운신하는 연안어종의 서식에 결정적인 조건이 된다.숲이 무성한 바닷가에 고기가 몰려드는 이유는 간단하다.바다숲은 풍조(風潮)를 막는 1차적 기능 이외에 물고기에게 잠자리를 마련해 주는 시너지효과까지 부여한다. 우리는 어떠한가.물고기를 위해서 나무를 심자면 삼척동자가 다 웃고 말 것이다.바다만 그러한가.강변숲과 수초가 무성해야 민물고기도 잠자리를 마련한다.콘크리트로 반듯하게 호안을 둘러친 강에서 민물고기가 서식할 수 없듯 해변도로 따위로 장벽을 쌓아올린 곳에 바다물고기가 쉴 터를 장만할 턱이 없다. 이미 수백년 전에 바다숲을 조성할 줄 알았던 선조들의 지혜와 체험이 지금의 우리에게서 완벽하게 단절되고 말았다.남해바다의 숲에서 못난 후손들을 일깨우는 죽비의 매운 맛을 느끼며 아쉬웁게 감고계금(鑑古戒今)의 배움을 청해 본다.
  • [시네마천국]17일개봉 성룡 ‘…세계여행’

    ‘80일간의 세계일주’(Around the World in 80 Days·17일 개봉)는 어린시절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미지의 세계를,첨단의 상상력과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재현해낸 작품이다. 우선 1억여달러가 투입된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성룡이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반갑다.성룡이 맡은 역할은 영국 백작의 하인 파스파투.하지만 원작과 달리 주인의 조언자이자 친구로,또 위기를 모면해가는 주도적인 인물로 등장한다.한마디로 말해 성룡이 영화의 중심이다. 런던은행에서 불상을 훔친 파스파투는 경찰에 쫓기다 얼결에 괴짜 발명가 필리어스 포그(스티븐 쿠건)의 하인이 된다.평소 필리어스의 진보적인 발명품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과학부장관은 80일동안에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에 장관직을 건 내기를 제안한다.불상을 고향으로 가져가려는 파스파투는 흔쾌히 동행하고,첫 도착지 파리에서 화가 지망생인 모니크 라루슈(세실 드 프랑스)도 동참한다. 터키,인도,중국,샌프란시스코,뉴욕 등을 도는 여행길의 최대 난관은 불상을 다시 찾으려는 전갈단과 과학부 장관의 졸개들.하지만 위협 속에서도 파스파투의 기지 섞인 액션으로 아슬아슬하게 피해나간다.주변 기물을 활용한 계산된 동선과 날렵한 동작을 보여주는 성룡의 액션은 단순한 갈등구조와 에피소드 위주의 여행길보다 훨씬 많은 재미를 선사한다. 동서양을 망라한 각양각색의 볼거리도 풍부하다.하지만 정교하게 재현된 19세기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대부분 이미지에 그친다.터키왕자로 분한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나,영어와 중국어를 번갈아 말하는 중국인들은 어색한 오리엔탈리즘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그래도 동양적 전통과 서양적 진보의 조화를 주제로 삼고,원작과 달리 중국이 여행지의 중요 기착지로 설정된 것은 성룡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라이트 형제 역의 오언·루크 윌슨 형제,뉴욕의 부랑자로 출연한 롭 슈나이더,영국 여왕 역의 캐시 베이츠 등 카메오도 재미를 더한다.막문위,홍금보의 출연도 동양 팬들을 즐겁게 할 듯.다소 유치하고 억지스러운 설정과 사실감이 결여된 화면으로 어린아이의 눈높이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보이지만,추석용 가족영화로는 손색이 없다.‘웨딩싱어’의 프랭크 코라치 감독 연출.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에듀 in] 김귀식 서울시 교육위원회 의장 인터뷰

    [에듀 in] 김귀식 서울시 교육위원회 의장 인터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의 김귀식(71) 교육위원이 최근 제4대 서울특별시 교육위원회 후반기 신임 의장으로 선출됐다.전교조 교사 출신이 교육위 의장으로 뽑힌 것은 처음이다.교육계 일각에서는 서울시 교육위원회와 지난달 말 서울시교육감으로 선출된 공정택 교육감 사이에 정책 부문에서 적지 않은 마찰이 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앞으로 2년 동안 서울시 교육행정을 지도·감독할 김 신임 의장은 특성화 학교 확대와 교사와 장학사들의 잡무 해소 부문에서 비교적 공 교육감과 뜻을 같이 했다.반면 자립형사립고 도입과 학력 신장 문제 등과 관련해선 적지 않은 의견 차이를 보였다. 교육위원회 의장으로서 서울시 교육을 위한 구상안이 있다면. -교육이 황폐화된데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시급하다.현재 가장 심각한 병폐가 서열화 현상이다.서열화 때문에 자꾸 서울로 올라온다.서열화를 놔두고 어떤 약을 써도 통하지 않는다.서열타파는 장기 계획이다.책임있는 분들이 반짝 정책을 펴기보다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 교육위원회는 집행기관이 아니지만 서울시교육감이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하는지 감시하고 견제하고,협조하는 자리다.그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이를 위해 한편으론 교육정책을 감시하고 다른 한편으론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열심히 듣겠다.학생과 학부모,교사들의 요구가 교육청에 제대로 전달돼 다시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점검하겠다. 서울대를 없애면 다른 대학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문제가 있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서열화는 몇 개냐의 문제였을 뿐 항상 있었지 않나. -독수리와 거북이 중에 누가 1등이냐를 따져서는 안된다.내가 문제삼는 서열은 거북이,독수리,사슴 할 것 없이 다 일렬로 세우는 것이다.전국 학생들을 한 단위로 묶어서 한 장의 시험지로 테스트해 점수를 매기니까 적성이나 개성에 관계없이 몇 가지 교과성적만으로 서열이 결정된다.음악은 음악,미술은 미술끼리 우열을 가리면 된다. 서울의 경우 강남·북의 학력 격차 문제가 심각한데.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뀌던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사고력과 창의력이다.지금의 교육 제도는 사고력을 죽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언론에서 학력 차가 지역별로 많이 난다고 하는데,여기서 말하는 학력은 문제푸는 능력을 말한다.이제 학력의 개념도 바꿔야 한다.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이는 곧 스스로 책 읽는 능력,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이다.이런 차원에서 학력 격차를 다뤄야 한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과 정책 부문에서 견해 차가 커 서울시 교육에 혼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다.공 교육감과는 개인적으로 무척 친하다.그러나 견제할 것은 견제해야 한다.우선 공감대를 넓혀나갈 생각이다.지금까지는 집행기관인 교육청과 교육위원회의 이견을 좁히고 정책을 조율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이제는 내가 나서서 의견 차이를 좁힐 것이다.이를 위해 가칭 ‘정책조정특별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다.교육청과 교육위원회가 정책을 확정하기에 앞서 실무자들끼리 의견교환을 통해 합의안을 만들 수 있다.예를 들면 공 교육감이 관심있는 학력 문제라든지,특성화,자립형사립고 설립 등 민감한 문제도 다룰 것이다.공 교육감과는 특위 운영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된 상태다. 현재 일선 학교는 획일화돼 있다.다양한 교육을 위해 특성화 고교처럼 중학교도 특성화할 수 있지 않나.예를 들어 중학교에서도 기본 과목만 가르치고 직업교육을 하면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꿈도 가질 수 있다. -맞는 말이다.직업교육은 실업계 학교만으로는 부족하다.인문계 학교에서도 해야 한다.인문계 과목을 이수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공부는 문제집이나 책만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몸 공부도 기초학력에 해당한다.예를 들어 법대에 간다고 하더라도 땀을 흘리는 노작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학교는 노작교육이나 체험교육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교사도 시설도 부족하다. -학교 전체에 특성화 타이틀을 붙이기보다 일반계 중·고에서도 교장의 철학이나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부분적으로 해야 한다.이것이 자율경영인데 이를 위해서는 교장도 개념을 바꿔야 한다.지금까지는 교장으로 발령나면 영전했다고 축하하고 줄서기를 한다.이게 우리 사회다.이제 교장도 특성화해야 한다. 하향식 정책전달이 아니라 교장 스스로 ‘이런 저런 지역에 가서 이렇게 운영할테니 지원해달라.’는 식으로 경영계획서를 교육청에 내고,교육청은 이를 평가해 교장으로 임명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그러면 모든 지역에서 각 학교들은 특색을 살려 운영될 수 있다.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서울에도 자립형사립고를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원칙적으로 특수목적고나 자립형고를 운영해야 한다.단 원래의 목적을 살려야 한다.학부모들이 특목고와 자립형고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른바 ‘일류대’에 많이 진학시킨다는 이유 때문이다.그러나 강남에 자립형고가 문을 열면 아마 제주도에서부터 줄을 설 것이다.이를 감안해야 한다. 교사들이 더 잘 가르칠 수 있도록 뭔가 자극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꿀벌이 1㎏의 꿀을 따는데 비행하는 거리는 16만㎞라고 한다.우리 교육은 과정이 없는 교육이다.이제 교사들이 결심을 해야 한다.자신이 맡은 아이들을 그 아이의 일생과 연계시켜 지도할 의무가 있다.어떤 소질이 있는지,미래까지 발견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교육청은 그런 교사를 발굴해서 지원해야 한다.그러려면 장학사나 교사 모두 꿀벌처럼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승진구조를 연구구조로 바꿔야 한다.지금도 훌륭한 교사들이 많다.하지만 빛을 보지 못한다.교육청이 이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돕겠다. 연구구조로 바꾼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교사 개인의 실력이 아니라 팀 중심의 사고로 봐야 한다.국어과 교사가 10명 있다면 전체가 만들어내는 능력을 팀의 개념으로 판단,교육의 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지금처럼 주입식 교사 자격연수는 배우고 와서 학교에서 실천하지 않을 경우 아무런 소용이 없다.시범학교가 운영되지만 연구보고서 쓰고 나면 끝이다.때문에 교사들끼리 팀을 만들어 토론회도 하고 정보도 교환하게 하자는 것이다.예산을 다른 데 쓰지 말고 이런 분야에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장학사 업무도 바뀌어야 한다.심하게 말해 한가해야 한다.장학사가 할 일은 일선 학교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현장의 목소리를 자세히 듣는 것이다.서류에 얽매이다 보니 현장에 귀기울일 시간이 없다.임기 중에 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교사들을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면. -수시평가제를 제안한다.교단에 있을 때 실시해본 경험이 있다.평가자와 피평가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에 의한 학교자율 수평평가다.예를 들어 수업과 평가를 분리하지 않고 (학생들이)수업시간에 평가한다.과거처럼 교장이 하는 수직평가가 아니다. 야간 자율학습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와 같은 자율학습은 아이들을 죽인다.학교에서 배워 남는 것이 뭔가.시험장에서 나오는 순간 사라져 폐기처분된다.축적이 안된다.유능한 교사는 아이들에게 풍부한 지식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교사가 아니라 교사가 없어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교사다.자율학습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교육계의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진정한 진보는 보수를 인정할 때 진정한 진보의 길을 갈 수 있다.진정한 보수 역시 진보를 이해할 때 진정한 보수가 된다.개혁을 하되 화합을 깬 개혁은 실패한다.화합 없는 개혁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교육자치를 행정자치로 통합하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건 안된다.헌법 31조는 교육의 중립성과 전문성,자주성을 명시하고 있다.이는 오랜 역사를 통해 이뤄낸 것이다.과거 대통령들이 교육을 통해 의식을 주입했다.그 잘못된 것을 어렵게 고쳤는데,대 원칙은 서랍에 넣어놓고 무작정 통합해 버리면 부작용이 많이 나온다.대 원칙은 수평문화를 만드는 것이다.교육위와 시 의회는 형식적으로 수직적인 구조다.예산을 교육위에서 심의한 뒤 시 의회에서 재심의한다.법이 말만 자치지 자치가 아니다.진정한 자치가 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을 바꿔야 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2008학년도 대학 입시안을 평가한다면. -잘못됐다.공부를 잘 한다고 했을 때 지금까지는 결과만을 중시했다.그러나 앞으로는 어떤 공부 과정을 거쳤느냐를 기록해야 한다.가장 큰 문제는 정책에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초·중·고는 물론 대학,직업인까지 연계된 교육이 하나도 없다.초등 따로 중등 따로다.초등학교에서는 인성교육하지만 학생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 ‘여기는 중학교야.’라는 말을 들으며 스파르타 교육을 받는다.고교에서는 점수에 따라 서열화된다.대학에 가면 모두 사법고시 준비하느라 난리다.교육 지도자들은 이제 어려서부터 무덤에 갈 때까지 연계할 수 있는 교육의 대 원칙을 세워야 한다.장관들은 이 원칙에 맞춰 ‘내 임기 중에는 이것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야 한다.호주머니에서 정책이 나와서는 안된다. 후배 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육체운동이나 사회운동,정신운동 모두 한 상태에서 더 나은 상태로 발전시키는 작용이다.이 경우 일방통행은 안된다.이런 점에서 ‘민중 속으로’를 주창한 19세기 러시아의 브나로드 운동을 현대판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보수는 개혁,개혁은 보수를 반대한다고 하는데 난 서로 상대방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예를 들어 교장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미워하지 말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당시 알려졌다면 난리가 났겠지만 전교조 위원장 시절,당시 김민화 교총 회장과 수 차례 만나 밤새워 술을 마신 적이 있다.교육을 위해 교총과 전교조가 함께 공조하자고 뜻을 모았던 기억이 난다.지금도 그 뜻에는 변함이 없다.앞으로도 교육계의 의견을 좁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자녀들은 어떻게 가르쳤나. -아들이 둘인데 자랑할 정도는 아니다.큰 아들은 홍익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뒤 LG에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둘째는 연세대 화학과를 마치고 갑자기 방향을 바꿔 대학원에서 교육사회학을 전공한 뒤 시간강사로 활동하고 있다.엄밀히 말하면 성공적인 교육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과외는 거의 시키지 않았다.과외라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을 하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불가능한 아이가 과외 받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학부모들이 잠깐 속는 것이다.안타깝다. 대담 정인학 대기자·정리 김재천기자 chung@seoul.co.kr ■ 김귀식 서울시 교육위원회 의장 프로필 ▲1934년생(만 70세) ▲전북 장수 출생 ▲전주 사범학교·서울대 사범대 졸업(국어교육 전공) ▲경복고·혜화여고·경기여고·성동고·상계고·중화고 교사 ▲천주교 빛두레 신앙인학교 교장 ▲전교조 7대 위원장 ▲서울교육포럼 공동대표(현)
  • [서울 포토] 자동차는 ‘애물단지’?

    [서울 포토] 자동차는 ‘애물단지’?

    진흙탕 길에 빠진 승용차를 건져내려고 소를 동원한 모습이 우스꽝스럽다.그러나 엄연히 20세기 서울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1호는 1911년 왕실과 총독용으로 각 1대씩 들어온 관용 리무진이다.1914년부터 총독부 고관과 주한 외교관,친일 귀족들을 중심으로 자동차를 탔다.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전차 등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자동차가 늦게 들어온 까닭은 나쁜 도로 사정에 있다. 1917년 일제가 한강 인도교를 세워 물길을 건너는 데 도움을 줬지만 도로 불편은 썩 달라지지 않아 1932년 승용차는 전국을 합쳐봐야 겨우 984대에 그쳤다.그러던 것이 지난 5월 1000만대를 훌쩍 넘어서 72년 만에 1만배 이상 늘어났다. 그나저나 지금은 도로여건이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데 마구 풀린(?) 자동차들 때문에 비좁게 느껴질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사고로 짜증만 일으키고 있으니 ‘보물단지’가 ‘애물단지’로 바뀌어 버린 셈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열린세상] 아바타(Avata)의 세상/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아바타는 분신(分身)·화신(化身)을 뜻하는 말로,사이버공간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이다.원래 아바타는 산스크리트 ‘아바타라(avataara)’에서 유래한 말이다.아바타라는 ‘내려오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 ‘아바트르(ava-tr)’의 명사형이다.고대 인도에선 땅으로 내려온 신의 화신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나,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3차원이나 가상현실게임 또는 웹에서의 채팅 등에서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그래픽 아이콘을 가리킨다. 아바타는 그래픽 위주의 가상사회에서 자신을 대표하는 가상육체라고 할 수 있다.아바타는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을 이어주며,익명과 실명의 중간 정도에 존재한다.과거 네티즌들은 사이버공간의 익명성에 매료되었지만 이제는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를 느끼게 되어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아바타가 생겼다. 평소에 우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TV,휴대전화,냉장고,에어컨 그리고 자동차 등의 일상용품들을 사용한다.과학기술을 우리 몸에 지니는 장신구의 하나쯤으로 여기고 당연히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요즈음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기업은 물론 정부도 엄청난 투자를 연구개발에 쏟고 있다.기술이 경쟁력의 핵심이고 기술을 가진 기업이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민간기업은 제품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하여 매출을 늘리고 수익을 남기면 그만이지만,정부는 어떤 목적과 내용으로 어떻게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지 일정한 잣대가 아직 없는 것 같다.분명한 것은 정치인들은 4∼5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에 도움이 되도록 모든 예산지원에 대한 성과를 요구한다는 것이다.정부연구사업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과학적 아이디어나 기술개발이 제품개발과 고용창출로 연결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요구되는데,정부는 재정지원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급한 성과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미국 국가과학재단(NSF)이 이미 이런 과학적 연구의 활용성을 파악하기 위해 신상품을 역추적하는 TRACES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다. 녹음테이프와 피임약이 대상의 하나였는데,녹음테이프는 100년 전의 아이디어에 자료,자기이론,전자,주파수 변조 등 단편적인 이론이 모여서 개발되었고,피임약도 19세기 중반 번식에 관한 연구에서 시작하여 복제,호르몬,스테로이드 화학작용에 관한 생리학 연구결과로 빛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많은 연구의 결과가 최종제품에 활용되는 데는 우연과 시간을 필요로 했다는 것이다.우리 정부의 연구사업으로 성공했던 D-램,TDX,CDMA 등의 연구는 기술혁신 사이클에서 기술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하부(down stream)에서 시작된 것이라 개발과 상업화의 기간이 단축되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런 목적의 정부연구사업이 계속 유효할 것인가.세계시장에서 상품의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우리 생존의 관건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산업진흥을 위한 목적에 연구비의 절반 정도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그러나 원천기술의 개발에 초점을 둔 연구사업이 되어야 한다.원천기술이 앞으로 우리 경쟁력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얼마 전 휴대전화 단말기가 고급화될수록 국산화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자료가 발표되었다.원인은 카메라폰의 경우 CCD 칩,MP3폰의 경우 음원 칩의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중국과 같은 자본력이 있는 우리의 경쟁국이 새로운 생산시설에서 저임금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우리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다. 또한 정부연구사업을 현재의 형태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한번 짚어보자.정부출연연구소나 대학이 산업개발연구를 수행한 결과를 기업이 활용하게끔 되어 있다.따라서 기술이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계시키는가의 문제가 지금까지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미국의 국방연구비의 대부분을 민간기업이 사용한다.그 이유는 군수제품의 생산자인 기업이 개발연구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우리 정부가 산업진흥을 위한 연구를 할 수밖에 없다면 정부연구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기초연구나 원천기술개발에 개별기업이나 기업간의 연구컨소시엄으로 정부연구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책꽂이]

    ●아나키스트의 초상(폴 애브리치 지음,하승우 옮김,갈무리 펴냄)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전성기를 이룬 아나키스트 운동과 1960∼70년대 전세계를 휩쓴 반전운동은 역사적으로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아나키스트들은 강요되거나 재단된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이론적인 주장이나 논증보다는 직접 몸으로 실행하며 자기 사상의 정당성을 증명하려 했다.저자는 미국의 대표적인 아나키스트운동사 연구가.1만 6900원. ●대마를 위한 변명(유현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192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마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의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치열한 다툼은 그 자체가 미국 현대사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화학자본인 듀폰과 신문자본인 허스트가 대마를 음해했던 배경,황색저널리즘과 인종차별주의에 대마초가 동원되는 과정,닉슨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최초로 선언한 인물이 된 전후사정 등을 들려준다.대마초의 위험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으로,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차라리 대마초를 피우는 게 낫다는 주장도 담겼다.9000원. ●내가 말을 배우기 전 세상은 아름다웠다(돈 미겔 루이스 지음,이진 옮김,더북컴퍼니 펴냄) 수천년 전 멕시코시티 외곽에 있는 고대 피라미드 도시 테오티와칸에는 ‘지혜로운 사람들’이라 불리는 톨텍 인디언이 살았다.톨텍은 ‘영혼의 예술가’를 뜻하는 말.톨텍 인디언들은 모든 인간은 예술가이며,가장 훌륭한 예술은 영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라 믿었다.오랜 세월 톨텍의 ‘깨달은 자’,즉 나구알들은 무력으로 남미대륙을 정복하려는 유럽인들로부터 그들의 아름다운 진리를 지켜냈다.이 책에는 그 지혜의 목소리가 담겼다.9000원. ●아시안 아메리칸(장태한 지음,책세상 펴냄) 미국의 관문은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엘리스 섬으로만 알려져 왔다.그러나 아시아인 이민자들에게는 에인절 섬이 미국의 관문이었다.아시아인 이민자들이 거쳐야 하는 검문소가 설치돼 있던 에인절 섬에서 아시아인들은 최소 3일에서 최고 3년까지 갇혀 있어야 했다.아시아인들의 미국 이주는 19세기 중엽부터 시작됐지만 그들에게 미국 시민이 될 자격이 주어진 것은 1952년부터였다.미국이 ‘이민자의 천국’이라는 말은 유럽계 이민자,즉 백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다.백인도 흑인도 아닌 아시안 아메리칸의 정체성을 살폈다.3900원. ●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린다 지음,김태성 옮김,북로드 펴냄) 파리라는 거대한 ‘역사박물관’의 참모습을 밝힌 역사·문화 다큐멘터리.책 제목에서 말하는 책은 빅토르 위고의 역사소설 ‘93년’을 가리킨다.‘93년’은 프랑스 대혁명이 한창이던 1793년부터 4년간 프랑스 서부에서 일어난 왕당파의 반혁명폭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중국 문화혁명을 온몸으로 겪은 저자의 경험이 이 책을 여행의 반려로 삼게 했다.‘파리에 모태,시테섬’‘음모가 살이 숨쉬는 앙부아즈’‘혁명귀족 라파예트의 두 얼굴’‘매혹적인 카르나발레 박물관’ 등이 주요 내용.1만 3000원. ●이인식의 과학나라(이인식 지음,김영사 펴냄) 로마의 플리니우스가 펴낸 ‘박물지’에는 스페인 남부 해안에서 목욕하던 인어가 슬픈 노래를 불렀다는 대목이 나온다.중국의 옛 문헌에는 인어에 해당하는 능어(陵魚)와 교인(鮫人)이 나온다.인어의 목격담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매너티(manatee,해우)라는 인어를 닮은 포유동물 때문이다.과학적인 궁금증,교실 밖의 과학세계를 다뤘다.1만 1900원.
  • 부와 민주주의/케빈 필립스 지음

    ●美 예비선거 ‘국가적 경매’와 조롱하기도 미국은 지금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다.누구나 짐작하듯 그것은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붓는 ‘돈잔치’다.대통령 선거자금 모금 행위는 종종 ‘부의 예선(wealth primary)’이라 불린다.예비선거 자체를 ‘국가적 경매’라고 조롱하는 이들도 있다.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미국의 선거자금 모금체제를 “국가를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응찰자에게 팔아 넘김으로써 공직을 유지하려는 양당 공모하의 정교한 직권남용체제”라고 일축한다.미국의 정치 또한 다른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공공연하게 돈으로 흥정되는 ‘시장터 정치’인 셈이다. ‘부와 민주주의’(케빈 필립스 지음,오삼교·정하용 옮김,중심 펴냄)는 미국 금권정치의 역사와 거대 부호들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다룬다.저자는 닉슨 대통령 시절 백악관 보좌관을 지낸 정치평론가로,그의 첫 저서 ‘공화당 다수파의 출현’은 닉슨 시대의 정치적 바이블로 통한다.그는 1990년 레이건 대통령 시절 부자들에 대한 특혜와 부의 집중을 분석한 책 ‘부자와 빈자의 정치’를 펴내며 공화당과 결별,지금은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독립전쟁 때부터 행해진 금권정치 미국의 금권정치는 멀리 독립전쟁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독립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10만명에 이르는 왕당파 부호들은 재산을 몰수당한 뒤 미국을 탈출,영국과 캐나다 등지로 옮겨갔다.이들 중엔 뉴햄프셔의 앤트워스,보스턴의 허친슨,뉴욕의 드 랜시스와 필립스,필라델피아의 펜,메릴랜드의 캘버트 등 유명 가문들이 포함돼 있다.이에 따라 자연히 미국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부의 재편이 이뤄졌다.그러나 혁명 이후 새로 탄생한 백만장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독립전쟁 당시의 전시금융이나 선박나포와 같은 신생 미국 정부와의 커넥션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었다.미국혁명은 일면 영웅적인 것으로 비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저자의 표현대로 “공적 목표와 사적 이익이 혼합된 또 하나의 사례”다. 미국혁명으로 남부는 부를 상실하고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잃었지만,남북전쟁은 훨씬 더 참혹한 결과를 남부에 안겨줬다.남부가 노예해방을 주장하는 북부에 패배한 것은 곧 경제적·재정적 파탄을 의미했다.남부의 400만 노예는 20억 내지 4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이를 고려하면 남부 백인의 1인당 부(富)는 북부인과 비슷했다.그러나 전쟁의 패배는 남부를 비참한 수렁으로 몰아넣었다.가축의 5분의2를 잃었으며 농업기계의 절반이 사라졌다.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새로운 갈등의 역사가 시작됐다.J P 모건·존 록펠러·앤드루 카네기·제이 굴드 등 19세기 후반 미국의 많은 대부호들은 대리인을 사서 징집을 피한 젊은 북부인들로,전쟁을 이용해 부의 사다리를 몇 계단씩 뛰어오른 인물들이다. ●겉은 번쩍이지만 속은 썩은 美현실 미국의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는 1930년대를 돌아보며 “미국이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과는 정반대로 기업의,기업에 의한,기업을 위한 정부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그의 분석은 오늘의 현실에서도 타당하다.부시 행정부는 이미 취임 두 달 만에 개혁주의자들로부터 ‘도금시대’가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도금시대는 경제가 팽창하고 금권정치가 횡행하던 1870∼98년경,겉은 번쩍거리지만 속은 썩은 현실을 풍자한 말이다. 미국의 백악관과 의회는 물론 사법부도 점점 대기업의 이해를 보다 많이 반영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저자는 지금 미국인들은 도금시대의 첫 번째 금권정치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의 금권정치체제를 맞이했다고 진단한다.이어 “재력가들이 지배하는 정부도 폭도들이 지배하는 정부만큼이나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을 경구로 들려준다. 권력과 부의 관계를 해부한 이 책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오늘날 민주주의에 대한 최대의 위협은 소수에 의한 부의 독점이라는 저자의 말은 바로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3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문화재 기증’ 자리 잡는다

    ‘문화재 기증’ 자리 잡는다

    서울 광화문 일대 박물관 거리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개인 소장자들이 평생 모은 소중한 자료와 유물들을 아무 대가 없이 일괄 기증해온 때문이다. 한국외대(불어과) 서정철 명예교수와 이화여대(불문과) 김인환 명예교수 부부가 함께 모아온 15∼19세기 서양 고지도와 관련 서적 150여점을 서울역사박물관에 몽땅 기증하더니 이번에는 고미술상을 운영하고 있는 백정양씨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고려 동경(銅鏡)을 비롯한 792점의 수집품을 기증했다. 이가운데 서 교수 부부가 기증한 것은 70년대부터 30여년 동안 함께 모아온 것들.서울역사박물관측은 이들의 뜻을 기려 지난 1일부터 12월26일까지의 일정으로 부부가 기증한 자료 150여점중 15∼19세기 한국에 대한 서양 고지도와,관련 서적 80여점을 엄선해 ‘유로피언의 상상,꼬레아’전을 열고 있다. 전시중인 자료 가운데는 이탈리아 출신 중국 선교사 마르티니가 제작한 ‘중국지도첩’(1655년)과 프랑스 지도제작자 당빌의 ‘조선왕국전도’(1737년),프랑스인 N 드 페르가 제작한 ‘아시아지도’(1705년)가 들어있어 관람객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중국지도첩’은 6세기경부터 아랍상인들에 의해 ‘실라’로 알려진 한반도가 섬이 아니라 반도국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또 ‘조선왕국전도’는 한·중 국경선을 압록강 이북으로 그려 간도지역이 조선의 영토였음을 보여준다.‘아시아지도’는 옛날부터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라고 보편적으로 불려왔음을 뒷받침하며 1785년 일본인 실학자 하야시 시헤이(林子平)가 그린 ‘삼국접양도’는 울릉도와 독도를 ‘조선 소유’라고 명확히 기록하고 있다. 한편 사단법인 한국고미술협회 이사,강원경찰청 박물관 감정위원,서울지방경찰청 고증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인 백정양씨의 유물 기증도 박물관계를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서울 답십리에서 고미술상을 운영하고 있는 백씨가 지난 30년간 수집해 기증한 유물은 동경 414점,동곳 374점,명두 3점,동촉 1점 등 액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특히 고려 동경은 고려시대 금속공예의 정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국립중앙박물관측은 “박물관의 1년 예산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변변한 물품 한 건 구입할 수준도 못 되는 실정에서 횡재가 아닐 수 없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증된 동경들은 대부분 고려시대의 동경이며,조선시대 동경 10점,일본 동경 1점(‘天下一作’柄鏡)도 포함되어 있다.고려 동경으로는 서화쌍조문경(瑞花雙鳥文鏡),황비창천경(煌丕昌天鏡),용수전각문경(龍樹殿閣文鏡),호주경(湖州鏡),소문경(素文鏡) 등 당대를 대표하는 동경들이 망라되어 있다.형태면에서도 원형경(圓形鏡),방형경(方形鏡),화형경(花形鏡),능형경(稜形鏡),규화형경(葵花形鏡),손잡이가 달린 거울(柄鏡) 등 다양하다.상투를 튼 정수리에 상투가 풀어지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데 꽂는 장신구인 동곳 374점도 크기와 형태에서 독특한 것들이다. 따라서 이 유물들은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금속공예실 개관전시와 관련 분야 연구에도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아무런 조건없이 문화재를 기증한 백씨의 순수한 뜻을 기리고 일반에 널리 알리기 위하여,내년 개관 예정인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품 일부를 전시할 예정이며 백씨에 대해 정부서훈을 추천할 계획이다. 백씨는 유물들을 기증하면서 “그동안 모아온 수집품이 새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전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 문화재 기증문화 확산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18세기 佛 지도도 ‘동해’ 표기

    서울역사박물관은 우리 국호와 동해의 명칭 등이 표기된 유럽의 고지도들을 한자리에 모은 ‘유럽인(EUROPEAN)의 상상,꼬레아-서정철ㆍ김인환 기증 서양고지도 특별전’을 새달 1일부터 12월 26일까지 개최한다. 전시 지도는 서정철(한국외대 불어학과)·김인환(이화여대 불문과)명예교수 부부가 1970년대부터 30여년간 수집해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기증받은 16∼19세기 한국의 모습이 표시된 고지도ㆍ전적류 약 150점 중 80점을 엄선해 ‘서양고지도 속의 한국’‘역사적 진실’등을 주제로 전시한다. 특히 전시되는 지도 중 1737년 프랑스인 당빌이 제작한 ‘조선왕국전도’는 한·중 국경이 지금보다 만주쪽으로 더 치우쳐 있었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또한 18세기 초 프랑스인 샤틀랭이 그린 아시아 지도에는 동해(MER ORIENTALE)라는 명칭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으며,1780년 영국인 보웬이 제작한 지도에도 동해를 한국만(COREA GULF)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측은 “전시되는 지도들은 최근 동해나 독도,간도 문제에 대한 객관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높다.”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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