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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한권의 책] 김원룡·안휘준 맥 잇는 한국미술의 화려한 도판집

    어머님께서 대학 입학선물이라며 주신 선물이 ‘한국미술사’였다. 얼마나 열심히 읽었던가. 처음이었으므로 그 모든 것이 새로웠고 신기했으며 때로 출렁이는 가슴을 억제하지 못했다. 이 얼마나 큰 기쁨이었던지. 누구나 이런 독서 경험이 있었을 게다.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김원룡님의 그 책이야말로 내 학창시절을 드리우고 있는 거대한 그물이었고 거기 담긴 지식의 날줄과 씨줄 모두 내 안에 자리잡고 있으니 충격이었던 게다. 자라면서 또 다른 한국미술사를 만났지만 처음 만난 인상이 너무도 눈부셔서인지 내겐 그것이 미술사였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뒷날 김원룡의 제자 안휘준 교수가 수정, 보완해 다시 낸 ‘한국미술의 역사’에서도 이미 제시해 둔 ‘자연주의’라는 한국미술의 본질을 그대로 머금고 있으니 그 향기 또한 여전하다고 하겠다. 이번에 우리 미술사학계의 원로 진홍섭 선생, 그리고 후학인 강경숙, 변영섭, 이완우 교수가 나서 집필한 ‘한국미술사’(문예출판사 펴냄)는 그 길 위에 세운 또 하나의 거대한 봉우리다. 필자가 여럿이니 관점이 다를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건축, 조각, 도자, 회화, 서예 등 각 분야마다 커다란 성취를 이룩한 연구자들이 함께 힘을 모았으니 오히려 이 점이야말로 더 큰 장점이라 하겠다. 실제로 그 내용 하나하나를 읽어나가다 보면 담긴 내용 모두 충실하고 자상함이 느껴진다.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성과를 반영하고 있고 평가와 해석 또한 못지않게 지극하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할 것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서예분야 서술에서 삼국시대 이래 시대별 편성을 꾀한 점이 돋보인다. 대개 서예사를 소홀히 여기기 쉽거니와 우리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헤아려 보면 이런 요구를 채워주었다고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한국미술의 성격에 관한 것인데 자연에의 순응과 조화를 앞세워 ‘고요한 맑음, 은은한 투명성, 대범성, 단색성’을 그 특색으로 압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미묘한 울림으로 다가오는데 앞선 연구자들의 생각을 잇고 또 발전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계승과 발전의 태도는 시대구분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흠이 있는데 맺음말 부분에 근대시기를 소략하게 다룬 대목이 그것이다. 이건 19세기 중엽 이후 다시 말해 조선말기로 설정해 둔 부분의 서술에서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그러한 문제점을 염려하는 마음을 세심하게 밝혀두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건 정말 옥에 티일 뿐이다. 무려 8년의 세월을 바쳐 만들었다는 정성스러움이 감탄스럽고 그런 만큼 편집도 깔끔하여 단아한 데다 도판 또한 숱하게 실어 놓아서 보는 즐거움까지 제공하고 있으므로 아쉬울 게 없다. 나아가 부드럽고 원만스러운 문장의 맛이 있어 중고등학생조차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하다는 사실은 이 책이 갖춘 최고의 미덕이다. 그리고 어쩌면 어릴 때 나처럼 이 책을 어머님으로부터 선물 받을지도 모르는 신입생들이 기대하고 있겠거니와 세상 어머님들 모두가 그렇게 해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열 미술평론가
  • [지구 온난화 2題] 곰은 잠 못이루고…

    [지구 온난화 2題] 곰은 잠 못이루고…

    지구온난화가 곰의 겨울잠 습관을 바꿔놓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포근한 날씨 덕에 겨울에도 나무열매, 도토리 같은 먹을 것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동면 동물이 더 이상 겨울잠을 잘 필요가 없게 됐다는 얘기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스페인불곰재단에 따르면 스페인 북부 칸타브라이언산에 서식하는 곰 130여마리 중 상당수가 최근 몇년 동안 겨울에도 여전히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1일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보도했다. 길레르모 팔로메로 재단 대표는 “3년 전부터 한겨울 칸타브라이언산의 고지대에서 곰 무리의 발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 “특히 어린 새끼를 거느린 엄마 곰들이 적극적으로 먹이를 찾으러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잠을 자는 곰도 해가 갈수록 잠자는 기간이 짧아지는 추세다. 칸타브리아대학 가르시아 코르동 교수는 “곰의 행동 변화는 지구온난화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기상학자들은 올해가 스페인 역사상 가장 따뜻한 해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올해는 19세기 중기에 맞먹는 고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자연보호기금의 마크 라이트 과학자문역은 “곰이 동면하지 않는 것은 기후 변화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기후 변화가 단지 날씨를 좌우하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생태계에 큰 충격을 주는 재앙임을 예고하는 사례”라고 우려했다. 진한 갈색 털과 검은 발, 황갈색 얼굴이 특징인 유럽 불곰은 시력은 약하지만 정확한 청각과 예민한 후각을 지니고 있다. 평균 수명은 30년이다. 보통 10∼12월 동면에 들어가고, 이듬해 3∼5월 활동을 재개한다. 칸타브라이언산에 서식하는 불곰은 1990년대 초반엔 70∼90마리에 불과했으나 정부의 보호정책에 힘입어 현재는 13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베리타스·한국법학교육원과 함께하는 PAST 실전강좌] 언어논리영역(독해)

    1. 제시문에 나타난 필자의 견해로 옳지 못한 것을 모두 고르시오. 그러나 일관되게 새로운 철학의 영역에서 노작하는 사람들은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들은 플라톤이 그러했던 것처럼, 또는 칸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비역사적이다. 왜냐하면, 철학의 지나간 시기의 대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지금의 대상에만 흥미가 있을 뿐이고, 이전 시대와의 관계에 흥미는 없다. 나는 철학사를 경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그것이 역사요, 철학이 아님을 기억해야만 하겠다. 모든 역사적인 탐구처럼, 그것은 과학적인 방법과 심리적 내지는 사회학적인 설명을 가지고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러나 철학사는 진리의 집합물로서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 전통적인 철학에는 진리보다도 오류가 많다. 그러므로 오직 비판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만이 유능한 역사가가 될 수 있다. 과거 철학의 찬양 및 제각기 그것 자신에 있어서는 옳은 지혜의 몹시도 많은 표현으로서의 각종 체계의 제시는, 현세대의 철학적인 잠재력을 음해했다. 그것은 학생에게 철학적인 상대주의를 채택하게 하고, 철학적인 견해만이 있고, 철학적인 진리는 없다고 믿게 했다. 과학적인 철학은, 역사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하고, 논리적인 분석에 의하여 현대과학의 성과와 같은 정도로 엄밀하고 정교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기를 기도한다. 그것은 진리의 문제가 과학에서와 동일한 의미로 철학에서도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ㄱ : 앞으로의 철학의 올바른 방향은 과거와의 유기적 관계를 토대로 오로지 진리탐구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ㄴ : 철학의 역사는 오류만으로 되어 있지만 일종의 역사학이므로 그 연구에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ㄷ : 과거의 어떤 철학자들도 그 당대의 현실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ㄹ : 탁월한 비판력을 소유한 역사가만이 과거의 철학적 오류를 올바르게 고칠 수 있다. ㅁ : 과거의 역사가 지금의 우리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없다. (1) ㄱ,ㄴ,ㄷ,ㄹ,ㅁ (2) ㄱ,ㄴ,ㄹ (3) ㄱ,ㄹ (4) ㄴ,ㄷ,ㅁ (5) ㄷ,ㅁ 문 1.(1) ㄱ : 과학적인 철학은 과거의 역사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해야 한다. ㄴ : 전통적인 철학에는 진리보다도 오류가 많다. ㄷ : 철학의 지나간 시기의 대가들은 당시의 대상에만 흥미가 있었다. ㄹ : 진리와 오류를 구별하는 것이고 과거의 철학적 내용을 고치는 것은 철학사의 왜곡이다. ㅁ : 현세대의 철학적인 잠재력을 음해했고 철학적인 진리는 없다고 믿게 했다. 2. 다음 글에 대한 이해로 올바른 것을 모두 고르시오. 자연과 이성의 상대화는 그동안 문화가 많이 발달했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다. 문화란 그 자체가 인간의 자유와 창조성으로 자연에 인위적인 변화를 가하는 것을 함축하는 것이므로 문화가 발달한다는 것은 곧 문화현상이 실체 혹은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따라서 점점 더 인위적이 된다는 것을 함축한다. 이런 상황이 심화되고 그 사실이 조금씩 인식됨에 따라 자연과 이성뿐만 아니라 문화 자체와 문화를 창조하는 인간에 대한 상대주의적인 태도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서구에서는 19세기에 이르러 인간이 문화를 창조할 뿐 아니라 인간도 문화에 의하여 결정되고 지배당한다는 사실이 의식되기 시작했다. 즉 소외현상에 대한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헤겔에 의하여 절대정신의 변증법적 자기 완성과정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도입된 소외개념은 마르크스와 실존주의자들에 의하여 부정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즉, 인간이 생산한 문화적 현상이 그것을 창조한 인간의 의도와는 독립해서 작용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그 의도에 역행하기까지 할 수 있으며, 바로 그런 것이 우리의 문화적 특징을 이룬다고 본 것이다. 인간이 자연은 지배했지만 인간이 만든 사회와 문화는 인간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는 힘으로 커졌을 뿐 아니라 인간이 오히려 자신의 산물에 의하여 지배당하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알려 준 것이다. 물론 헤겔이나 마르크스처럼 문화 그 자체의 발전에도 자연에 못지않은 법칙이 지배하고 그 법칙에 의하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한 소외현상이 바로 상대주의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역사주의(Historicism)는 다만 이론적인 차원에 남아 있으면서 논리적인 설득력만 행사했을 뿐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에 의하여 증명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확증될 가능성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ㄱ : 소외현상과 역사주의를 인정하게 되면 문화와 인간은 실체, 자연, 이성의 지배에서 멀리 벗어나 우연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ㄴ : 문화의 발전은 인간이 더욱 자연환경과 더불어 생활하게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창조한 인위적인 환경 속에서 살고 행동하게 한다. ㄷ : 역사주의는 현실적으로 전혀 입증되지 않았으며, 소외현상 자체를 직접적으로 거부하는 이론이다. ㄹ : 문화에 의하여 인간의 의식이 결정되고 그 문화가 다름 아닌 인간의 자의적인 판단과 자유로운 창조의 결과로서 거기에 일관성도 법칙도 작용하지 않는다면 상대주의는 불가피할 것이다. (1) ㄱ,ㄴ,ㄷ (2) ㄱ,ㄹ (3) ㄴ,ㄷ (4) ㄷ,ㄹ (5) ㄹ 문 2.(5) ㄱ : 역사주의에서는 소외현상이 바로 상대주의(우연성)를 뜻하지는 않는다. ㄴ : 문화가 발달한다는 것은 인간이 실체와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ㄷ : 소외현상은 인간이 문화에 의하여 결정되고 지배당하는 것이고, 역사주의(Historicism)는 문화의 발전에도 자연에 못지않은 법칙이 지배한다는 것이므로 의미가 서로 상반되지 않는다. 베리타스 법학원 PSAT강사 방재훈
  • [문화마당] 안녕하세요!/임영균 중앙대 교수·사진작가

    2주전 중국 북경의 중앙민족대 미술관에서 전시회 오픈식을 하는데, 누가 뒤에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했다. 뒤를 돌아보니 한국유학생인 듯한 여학생 몇명이 서 있었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중국 중앙민족대 미술과 학생들인데, 한국 TV드라마에서 한국말을 배웠다고 했다. 중국 북경 국제공항에는 영어를 제외한 유일한 외국어로 한국어가 공항안내문에 표기가 돼 있다. 여기가 한국의 공항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친근감이 들 때도 있다. 공항 검색대의 여직원들도 안녕하세요, 뒤로 돌아 서세요 등 능숙한 한국말을 사용해 귀를 의심할 정도다. 그만큼 중국의 젊은이들은 한국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북경의 명문대인 청화대의 미술학도들 중에는 대학원은 한국에서 꼭 다니고 싶다는 학생들이 많다. 지도교수가 한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현재 중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데, 자기도 한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뒤 중국에서 교수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유학을 가기 위해 한국말을 공부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현재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중앙대학교에도 미국, 프랑스,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16개국 100여명의 유학생들이 한국을 배우려고 와있다. 이 외국인 학생들은 교정에서 서로 만나면 으레 “안녕 하세요.”를 연발한다. 2년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한달 동안 기차로 횡단여행을 한 적이 있다. 지루한 장거리 기차여행을 할 때 가장 큰 기쁨은 간이역에서 사먹는 한국도시락 라면이었다. 우연히 한국 라면을 선전하는 광고를 TV에서 보았다. 필자는 한국 라면이 상류층이 먹는 고급기호식품으로 통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도착한 모스크바. 중심가 광고판에는 국산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모델이 프랑스 인상파 그림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처럼 포즈를 잡고 있었다. 한국휴대전화는 명품 중에서도 가장 고가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울란우데의 민속촌 앞 식당에서는 소금에 저린 야채에 고춧가루를 조금 넣고는 한국김치라고 선전하며 팔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영화제작자도 국산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왜 디자인 좋은 모토롤라를 사용하지 않느냐고 묻자 자기 집은 LA 산속에 있어 통화성능이 뛰어난 한국 휴대전화를 값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성능보다는 한국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 사고 있는 듯했다. 그러면 왜 최근 유독 외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훌륭한 한국산 공산품과 영화·드라마 등 문화콘텐츠들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세기말 미국은 서부를 정복하고, 러시아는 시베리아 철도를 놓으며 블라디보스토크의 얼지 않는 항구를 가졌다. 또 영국은 아프리카를 종단하면서 식민지를 만들었듯이, 이제 21세기의 한국은 전세계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의 무역진흥공사(코트라) 직원과 이름없는 수출전사들은, 세계 각지에서 한국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다. 지난봄 미국 대선 주자들 가운데 한 명인 민주당 힐러리 상원의원은 뉴욕의 한국동포들을 상대로 한 정치모금 행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한국사람처럼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민족은 흔치 않다.” 그렇다. 우리 민족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왔다. 이제 2007년부터는 우리 모두가 서울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영어를 잘못해서 미안합니다.”라는 말 대신에 “안녕하세요.”라고 자랑스럽게 인사말을 건네도 괜찮을 듯하다. 임영균 중앙대 교수·사진작가
  • [이슬람 문명과 도시] (25)끝 아프리카 이슬람 전초기지 탄자니아 잔지바르

    [이슬람 문명과 도시] (25)끝 아프리카 이슬람 전초기지 탄자니아 잔지바르

    탄자니아 동쪽 섬 잔지바르는 동부 아프리카의 적도 끝 인도양에 진주처럼 떠 있다. 블랙 아프리카로는 드물게 주민의 95% 이상이 이슬람 신도다. 검은 얼굴에 하얀 이슬람 모자 코피야를 쓰고 원색 차도르를 걸친 그들은 아프리카 이슬람의 또 다른 얼굴이다. 수도 이름은 다르 에 살람으로 ‘평화의 도시’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인도양이 시작된다. 인도에서 본다면 인도양의 끝이다. 열려 있는 바다를 통해 바깥의 문화와 기술을 쉽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생각 이상의 높은 수준의 삶과 문화를 지니고 있다. 다르 에 살람에서는 최초의 인류가 탄생했다는 울두바이 계곡을 잠시 둘러보고, 서둘러 잔지바르행 배를 탔다. ‘하디무’라 불리는, 육지에서 건너온 이곳 원주민 반투족들이 이슬람을 접한 것은 9세기쯤. 계절풍 따라 교역하러 온 페르시아 상인들을 만나면서다. 키짐카지 모스크에 남은 1107년 비문에는 페르시아인 거주지에 대한 기록도 있다. 이들은 ‘다우’라 불리는 범선을 타고 12월쯤 잔지바르에 왔다 6월쯤 역풍을 이용해 되돌아갔다. 그래서 지금도 잔지바르 사람들은 자신들을 ‘시라지’라 부른다. 페르시아만의 항구도시 시라즈 출신이란 뜻이다. 이 섬에 처음 도착한 페르시아인들은 백옥같이 하얀 백사장에 검은 흑인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잔지바르’(검은 해안)란 이름을 남겼다. # 잔지바르의 영혼이 숨쉬는 구시가, 스톤 타운 잔지바르 이슬람의 역사가 1000년이니 그 사연도 복잡하고 절절하다.1499년 바스코 다 가마의 발길이 닿은 뒤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고, 향료·황금·노예를 노린 유럽상인들의 아프리카 전초기지가 됐다.‘아라비안 나이트’를 유럽에 소개한 리처드 버튼은 물론, 대탐험가 리빙스턴과 스탠리도 잔지바르를 거쳤다.1832년부터 150년동안은 아랍 해상왕국 오만의 술탄이 이 곳을 통치했다. 술탄의 궁정이었던 ‘경탄의 집’을 비롯, 이슬람 유적지는 대부분은 이 시대의 것이다. 잔지바르의 축소판인 16세기 스톤 타운의 미로 속으로 들어갔다. 노예와 술탄의 후예들이 공존하는 형제애의 공간이다. 끝없는 미로 골목에서 아랍의 정취가 강하게 묻어난다. 아치형 창틀의 발코니와 아라베스크 문양이 수놓인 카펫만 보면 중세 아랍마을을 보는 듯 착각이 인다. 골목을 메운 수천개의 작은 상점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낯익은 3개의 문화가 아름답게 만나고 있다. 니그로에 가까운 토착 흑인, 아랍인, 인도계 사람들의 문화이다. 잔지바르는 특히 세계 최대 클로브 산지이다.19세기초 경제작물로 시작한 클로브가 지금은 섬 전체를 뒤덮고 있다.‘향료의 섬’답게 수확이 끝난 겨울에도 클로브의 향기가 섬 전체에 깔려있다. 하얀 이빨을 드러낸 검은 무슬림들이 스와힐리 말로 인사를 건넨다. 낯설지 않은 발음과 단어가 들리기 시작한다. 몇 마디 아랍어쯤은 쉽게 알아들었다. 스와힐리어는 아랍어에다 아프리카의 토착언어를 결합시킨 동부 아프리카의 통용어다. 아프리카 이슬람은 스와힐리어를 바탕으로 해안선을 따라 빨리 퍼져갔다. 오늘날 아프리카에 이슬람이 뿌리를 내린 배경이다. 그들에게 고개 숙일 수밖에 없는 것은 참혹한 역사의 응어리를 너무도 깔끔하게 녹여냈기 때문이다. 잔지바르는 동부 아프리카 노예 무역의 거점이다. 잠비아·말라위 같은 내륙에서 잡혀온 노예들은 동쪽 바다 끝 항구도시 바가모요로 끌려온다. 이 곳에서 바다를 건너 잔지바르로 실려간다.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영혼의 안식처인 셈. 바가모요는 ‘내 마음을 이 곳에 두고 간다.’는 뜻이다. # 100만의 노예가 유린당한 비극의 현장에서 잔지바르에는 노예무역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은 대성당이 들어선 곳은 노예를 거래하던 시장터였다. 산타 모니카 호스텔의 지하에는 노예를 가둬뒀던 쪽방이 보존돼 있다. 제 한 몸 일으키지도 못할 낮고 비좁은 방에서 2∼3일씩 굶으며 팔리기만 기다렸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자신의 운명과 가족과의 이별을 생각하면서 몸부림치던 그들의 절절함이 온 방안에 가득하다. 이렇게 팔려나간 노예만도 1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에 의해 다른 사람의 삶과 영혼이 파괴된 그 현장에 우두커니 서 있으니 괜히 눈물이 고인다. 탐험가 리빙스턴의 호소로 노예시장이 폐쇄된 바로 그 해에 노예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대성당이 착공되었다 한다. 대성당 뒤뜰에는 당시의 쇠사슬을 이용해 노예무역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잔지바르의 모습을 다시 한번 가슴에 담기 위해 스톤 타운 성곽 안의 노천시장 주변을 천천히 거닐어 보았다. 중동의 시장과는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사람들의 걸음걸이와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다. 건들건들한 듯한 그 한걸음 한걸음이 모두 리듬이고 율동이다.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탄자니아와 잔지바르를 여행하는 동안 내내 흘러나오는 노래는 ‘말라이카’(천사)였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비극을 현실적이고 감동적으로 묘사한 노래다. #“하라카 하라카 하이나 바라카”-내일 할 수 있는 일은 내일로 잔지바르 무슬림들은 싱거운 인도양 바닷물을 닮아서인지 한없이 친절하고 포근하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는다.“하라카 하라카 하이나 바라카.” “내일 할 수 있는 내일로 미루자.” 자신있는 사람들의 당당한 삶의 철학이다. 그래서 그들은 시간의 노예가 아니라 시간의 창조자로 살아간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이다. 아프리카 이슬람의 전초기지로서 잔지바르는 뛰어난 해상세력인 아랍상인들을 불러들이면서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발돋움했다. 유럽이 암흑의 시대에 잠들고 있을 때, 잔지바르는 아프리카가 세계를 만나는 창이었다. 그들이 만난 이슬람은 근엄하고 율법적인 종교가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고 나와 남이 함께 하는 조화와 절충과 겸손이 종교였다. 녹색 치마에 빨간 차도르를 걸친 잔지바르 여인의 대담함과 색감이 내내 잊혀지지 않는다. ■ “편견없는 다문화시대 선도” 14억 인구,57개 이슬람 국가가 만들어 내는 이슬람 문화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서구가 만들어 놓은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이슬람을 우리의 시각과 주관으로 재조명하는 작업은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와 다른 모습,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편견없이 사랑하며 끌어안는 자세야말로 다문화시대 최고의 경쟁력이 아닐까.1년간 언론사 최초로 심층적으로 살펴본 ‘이슬람 문명과 도시´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더욱 친숙한 이슬람이란 이웃과 친구를 만났으리라 확신한다. 서울신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이슬람문화硏 소장
  • [책꽂이]

    ●웃는 남자(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열린책들 펴냄) 어린 시절 어린이 매매단에 납치돼 끔찍한 수술을 당한 뒤 평생 웃을 수밖에 없는 기형적 얼굴을 갖게 된 주인공 콤프라치코스의 이야기. 위고가 19년간 영국 망명 기간에 집필한 소설 가운데 하나로 17세기 영국 귀족사회와 하층민의 생활을 소상하게 그렸다. 아름답고 순결한 맹인 소녀와 당대 최고의 권세를 지닌 여공작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콤프라치코스의 모습.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전2권 각권 9800원.●고야의 유령(밀로스 포먼·장 클로드 카리에르 지음, 이재룡 옮김, 현대문학 펴냄) 18세기 말에서 19세기초, 전통적인 가톨릭 군주제와 혁명의 물결이 첨예하게 맞서던 시대의 스페인. 그 가운데에 궁정화가로 명성을 날린 프란시스코 고야가 있었다. 고야의 눈에 비친 스페인과 유럽의 현실은 이성이 잠든, 악마만이 득실거리는 세상이었다. 왕족의 초상화를 그리며 명성을 인정받았지만, 악마에게 영혼을 판 사탄의 후계자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고야 작품엔 암울한 기운이 짙게 배어 있다. 이 소설은 종교재판소의 수도승 로렌조 신부가 고야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하면서 시작된다.9500원.●내쫓긴 아이들(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김연수 옮김, 문학사상사 펴냄) 4인조 청소년 갱단의 극단적인 폭력과 일탈행위를 통해 정치와 일상의 파시즘 문제를 파헤친 소설.200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1965년에 발생한 실화 ‘우도 분더러 사건’을 토대로 이 작품을 썼다. 파시즘의 폐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르트르의 희곡 ‘알토나의 유폐자’와 비교된다. 청소년들의 끔찍한 행태와 무정부주의적인 경향은 장 콕토의 ‘무서운 아이들’을 연상시킨다는 평.9800원.
  • [씨줄날줄] 골신(骨新)/육철수 논설위원

    대의명분을 찾아내는 데는 정치인만한 귀재도 없을 듯하다. 늘 뭔가 새롭고 그럴듯한 걸 발굴해서 국민을 현혹하고 입맛에 맞춰야 지지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19세기 후반 일본의 위정자들은 막부통치를 종식하고 왕정복고에 대거 참여했다. 느닷없이 왕정을 다시 내세우자니 명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중국의 역서 시경(詩經)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구절이 ‘기명유신’(其命維新)이었다. 주(周) 무왕(武王)이 은(殷)의 주왕(紂王)을 폐위시키고 왕위를 이어받을 때 써먹은 논리인데, 하늘의 명을 받아 옛 왕조를 새롭게 이어간다는 의미였다. 여기서 따온 게 ‘유신’(維新)이고, 명치유신은 그렇게 탄생했다. 유신이란 말은 ‘낡은 제도와 체제를 새롭게 고친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기엔 정치인들의 권모술수도 담겨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유신논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벤치마킹해서 1972년 ‘10월 유신’의 모태가 된다. 당시 정권은 “한국인의 체격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면서 ‘한국적 민주주의’(Koreanized Democracy)라는 제법 그럴싸한 조어를 만들어 냈다. 미국·유럽식 민주주의는 한국 실정에 맞지 않으니 한국식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신체제가 새로운 것을 이어가기는커녕, 장기 독재의 수단으로 악용됐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과거에 된통 속아봐서인지, 요즘도 정치인들이 ‘신’(新)자를 갖다붙인 단어나 조어를 들먹이면 의심부터 생긴다. 참여정부를 관통하는 ‘혁신’도 그렇다. 행정혁신이다 혁신도시다 뭐다 해서 온통 혁신이 널려 어지러운데, 도무지 뭐가 혁신됐는지 감이 오질 않는다. 그런데 그 혁신도 모자랐던지, 그제 취임한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한 술 더 떴다. 그는 직원들에게 “혁신을 넘어 골신(骨新)·혈신(血新)을 하라.”며 고강도 변화를 주문했다고 한다. 가죽(革)만 아니라 뼈와 피도 새 걸로 바꾸라는 얘기다. 참 좋은 말이긴 하나, 혁신도 어려워 쩔쩔매는 판에 갈수록 태산이다. 새롭게 변한 다는 게, 말만 번지르르하다고 어디 되는가. 지도자가 오랜 기간 소리소문 없이 변화에 솔선수범해야 아래쪽에서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법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기획]‘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이렇게 풀자

    [기획]‘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이렇게 풀자

    유엔 인권기구가 우리나라 정부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보상할 것을 권고하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가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해 대체복무 등의 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한 데 이어 관련 시민단체와 인권 변호사 등도 후속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전문가 2명을 만나 유엔 권고 이후 국내 이행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양심따른 병역거부 실현 연대회의’ 한홍구교수 인터뷰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한홍구(47·성공회대 교수)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유엔 인권기구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보상하라고 권고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사실 좀 망신스럽다. 권고 자체가 피해 당사자들한테 유리하게 나온 건 좋지만 우리 정부가 일을 못해서 외부에서 보상 권고까지 한 것은 망신이다. 전세계에서 병역 거부로 인해 징역을 살고 있는 사람이 1100여명인데 이 가운데 95%인 1000명 이상이 한국에서 나왔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이번 권고안은 두 명에 해당하지만,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매일매일 보상을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90일 이내에 재발 방지 의무와 구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떤 후속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유엔 인권기구의 권고는 병역법을 개정하라는 의미다.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 더 이상 형사 처벌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간단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대체복무제도를 이미 갖추고 있다. 공익근무요원, 주차단속요원, 산업체요원, 상근예비역, 전경, 의경 등이다. 대체복무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주고 4주간 군사훈련만 면제해 주면 된다. ▶형사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개인청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몇 명이나 되며 어떤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가. -195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대략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집단적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책을 빨리 세우면 집단 행동은 없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 군대를 안 간다는 것은 ‘주홍글씨’ 성격이 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군 복무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은 손해를 보는 구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군대에 갔다 오는 것은 굉장한 불이익을 안게 돼 있다. 현역으로 군 복무 하는 사람들은 몸으로 현물세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불이익을 바로잡아야 한다. ▶병역 거부에 대한 논란만 있고 제도가 빨리 도입되지 않는 이유는. -병역 문제에 대해 굉장히 잘못된 인식이 있다. 국가주의·군사주의·반공주의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조차 군사주의에 예속돼 병역 거부 문제가 심각하게 구제되지 못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보다 국방의무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생각은.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떤 게 우위를 점하는 게 아니라 서로 조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국방의 의무나 양심의 자유도 분명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교집합이 있다고 본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차지훈 변호사 ‘유엔인권기구 권고 이행방안’ 보고서 “유엔 인권 관련 위원회의 권고를 계기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후시스템을 만들고, 이에 근거하여 보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백승헌)이 11일 주최한 ‘2006 한국인권보고대회’에서 참석한 차지훈(43·민변 국제연대위원회)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유엔 권고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차 변호사는 인권보고대회에서 ‘국제인권기구 권고에 대한 국내 이행방안’ 보고서를 냈다. 차 변호사는 “그동안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권고를 법원이 확정 판결한 사안이고, 국내 실정법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무시해왔다.”면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가 된 이 시점에서 예전과 같은 대응은 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권이사회의 권고를 이행한 외국 사례는 ▲시혜적으로 보상금 지급 ▲이행법률을 새로 제정 ▲기존 국내 절차에서 처리한 경우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네덜란드, 우루과이, 에콰도르 등의 국가는 시혜적 보상제도를 이용한다. 보상제도는 손해배상제도와는 달리 위법성이나 관련 공무원의 고의·과실이 없어도 이루어질 수 있어 국내법과의 충돌을 줄일 수 있다. 네덜란드는 ‘반 알펜’ 사건에서 “인권이사회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그 결정을 존중,5000길더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콜롬비아는 인권이사회가 결정한 사안에 대한 보상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인권이사회의 결정이 나면 사법부는 보상 액수만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등으로 국가행위의 위법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일괄해 구제하는 보상제도가 있다. 인권이사회의 금전 보상에 대한 권고가 있는 경우 콜롬비아나 보상관련 법률을 참고해 보상 여부를 결정·집행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인권이사회의 결정이 재심 사유로서 ‘새로운 사실’에 해당한다고 판시, 기존 절차와 조화를 이뤘다. 핀란드 정부도 인권이사회의 보상 권고에 따른 행정소송을 받아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상상고와 같은 비상구제 절차가 있지만, 인권이사회의 권고를 재심 인정 사유로 존중해 인정하는 법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인권이사회의 규약 위반 판단이 있으면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하도록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차 변호사는 “인권이사회의 권고는 법령의 개정 등 입법적 측면까지 걸쳐 있어 이행하기가 쉽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인권옹호 국가를 지향하면서 이런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히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민변 2006인권보고서’ 요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개최한 ‘2006 한국인권보고대회’에서 “수도권지역의 주택가격이 올라 서민생활에 압박을 주어 국민의 주거 기본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변은 “경기침체로 임대료와 관리비 체납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대한주택공사는 매년 임대료 5% 이상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징수유예조치 등을 통해 경제회생을 지원해야 하며, 개발예정지역의 강제 철거로 빚어지는 인권유린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권보고서 요약. ●노동분야 임금 노동자의 50%를 넘어선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정규 노동자들은 그 절박함에 극단적인 투쟁 방법을 선택하는데, 정부는 강제 진압·대량 구속에만 열을 올린다. 특히 근로계약 내용에 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지는 원청 사업주의 사용자성 문제는 제도적으로 풀어야 한다. 건설노동자가 자주적으로 결성한 노조가 자율적인 단체교섭을 거쳐 노조단결활동에 필요한 ‘전임비’를 확보한 것에 대해 ‘공갈죄’를 적용, 노조 간부들을 구속하는 것은 노사관계를 19세기로 돌려놓는 것이다. 복수노조 금지 제도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결권의 핵심 내용인데, 노사정 합의라는 이름으로 다시 유예됐다. 공무원 노조를 ‘불법 단체’라고 하면서 사무실을 강제로 폐쇄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유감이다. ●교육분야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줄어드는 반면, 대학교육기회의 불평등과 지나친 성적 경쟁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학교환경위생정화 구역 내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시행되고 있거나, 계획되고 있는 곳이 무려 900곳이 넘어 학생들의 학습환경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규모 식중독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에도 사후약방문 격으로 대책이 논의되는 실정이다. ●주한미군 관련 평택미군기지 예정지인 대추리·도두리 농지 일대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 주민의 영농 행위를 차단하고 출입통제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자행됐다. 올해 9월과 10월에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이 벌어졌다. 보수진영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자체를 반대하면서 전쟁위협론과 한·미동맹유지론을 다시금 제기했다. 그러나 주권국가로서 작전통제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미국측이 조기환수를 요구하면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여성 KTX여승무원 불법도급 문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 시정을 권고했으나 시정하지 않았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2년이 지났지만 업주 처벌이 약식 명령에 그치고, 몰수 등 추징규정도 약해 성매매 근절에 충분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언론 박근혜 피습사건과 일심회 간첩 의혹사건 보도에서 언론은 선정적인 보도와 왜곡보도를 일삼아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에서는 여당과 야당의 정쟁에 초점을 둬 양비론적 입장에서 보도하는 데만 그쳤다. 포스코 사태 보도에서는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왜곡된 하도급 구조, 그에 따른 비정규 건설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노조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만 있었다. 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이 한권의 책] 원작 독창성 깨야 번역이 산다

    번역은 모순들의 변증법이다. 과정인 동시에 산물이고 효과까지 추구하기 때문이다. 번역자는 원문에 대한 충성과 목표언어의 가독성을 조율하는 이율배반에 괴로워한다. 맛깔 나는 아홉보다는 어색한 하나 때문에 비난받는 번역행위는 그야말로 모진 작업이다. 언어학적으로 정밀한 번역은 문학적 감수성으로 다듬어져야 작품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대리번역처럼 윤리성을 기만해서는 문화 산물로 인정받기 어렵다. 로고스와 파토스, 에토스 사이의 갈등과 그 극복을 고민해 온 미국 템플대 영문학 교수이자 번역 ‘실천가’인 로렌스 베누티가 저술한 ‘번역의 윤리-차이의 미학을 위하여’는 번역학자와 번역가들에게 동시에 주목받은 저서이다. 그에 따르면, 번역에 대한 문화적·법적 홀대의 원인은 원작자의 진본성과 재산권에 집착해 온 서구 낭만주의와 개인주의에 있다. 영미권 출판물의 압도적 불균형 또한 식민시대 이후에도 패권을 유지하려는 세련된 문화적·경제적 착취, 이른 바 번역의 스캔들을 은폐한다. 베누티는 이러한 스캔들의 양상을 언어·문화·제도·경제·지정학적 관점에서 폭로하면서, 영어를 중심으로 세계화되는 시대에 국가들 사이의 문화, 정치, 경제 교류에서 요구되는 차이의 윤리를 제안한다. 바로 이 점에서 그의 책은 다른 학술적 이론서들과는 두드러진 차별성을 가진다. 제1장(혼질성)에서는 자신의 이론적 윤리적 입장을 밝힌다. 그는 여러 언어들의 텍스트 사이의 투명한 소통을 전제하는 언어학적 번역학의 한계에 대하여, 모든 문화적-언어적 상황의 혼질성을 인정하자는 균등주의를 강조한다. 제2장(원저자성)에서는 번역 폄하의 근저에 자리잡은 ‘원저자’ 개념을 다루고 있다. 특히 19세기 말 의사((擬似)번역의 분석을 통해, 작품이 원저자의 독창성의 표출이라는 서구적 소유권 개념을 비판하고, 원저자성에서 파생되는 집단적 성격, 즉 번역의 원저자성을 대안으로 제안한다. 제3장(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법의 연원을 추적하면서, 번역 홀대의 원인이 낭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특수현상에 있음을 파헤친다. 제4장(문화적 정체성의 형성)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 일본 문학, 성서번역의 분석을 통해서 번역이 한 문화의 기존 가치나 정전(正典)을 공고히 하거나 변형시키는 가운데 문화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행로를 보여 준다. 제5장(문학의 교육론)에서는 영미 문화에서 번역의 억압이 문화적 나르시시즘 및 정치경제적 패권주의에 뿌리박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문학과 번역의 교육현장에서 추진할 덕목을 제안한다. 제6장(철학)에서는 언어철학(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의 시각에서 언어와 매체의 중개를 통해 번역이 철학에 기여하는 몫을 고민한다. 제7장(베스트셀러)은 2차 대전 이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탄생하는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고민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지적 베스트셀러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제8장(세계화)에서는 근대 이후에 이루어진 생산적인 번역 방식을 소개함으로써, 영미 일변도의 불균형한 번역문화를 보정할 방안을 촉구한다. 여러 언어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에서 수집한 생생한 보기를 어휘와 문체 그리고 문예학과 텍스트 과학적 시각에서 균형 있게 조명한 이 책을 모든 전공분야의 학생, 출판기획자, 특히 이론에만 경도되어 정작 번역은 실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박여성 제주대 독일학 교수
  • [사설] 일본에 역사공부 충고한 슈미트 전 총리

    헬무트 슈미트 전 서독 총리가 역사를 모르고, 망각하고, 심지어는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에 따끔한 충고를 가했다. 지난 5일 일본 아사히 신문에 게재된 인터뷰를 통해서다. 그는 아베 신조 총리를 거명하며 “일본 국민에게 자국이나 다른 나라의 역사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자나 유교, 선종 같은 정신문화가 고대 중국에서 혹은 한반도를 통해서 일본에 전래됐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일본인이 적지 않다.”면서 “중국, 한국이 일본을 불신하는 뿌리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걸친 일본의 행동에 있다는 점을 배우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슈미트 전 총리는 일본을 수십차례 오간 독일 내 손꼽히는 지일파다. 여든일곱의 존경받는 노 정치가이자 역사비평가인 그는 일본의 오랜 친구이지만 일본에 반성을 충고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2001년 도쿄 강연 때는 더 신랄했다.“독일은 피로 얼룩진 침략을 했다. 일본도 같은 침략국이다. 일본에서는 그것을 미화하는 역사교과서가 등장하는데 인간은 침략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공통의 책임을 진다.”고 비판했다.‘새역사교과서를만드는모임’의 왜곡 교과서를 용인한 일본 정부와 망언을 해대는 일부 정치가의 맹성을 촉구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에서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역사에 대해 침묵하다시피 했다. 독일의 과거를 뼛속 깊이 뉘우치는 슈미트 전 총리의 진심 어린 충고를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인들이 겸허히 받아들였으면 한다.
  • 베네수엘라 대선승리 차베스는

    우고 차베스(52)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잘 논쟁을 일으키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민중의 지도자’에서 ‘미치광이 군인’까지 그를 둘러싼 평가는 극단을 달린다. 그러나 3회 연속 압도적인 표차로 대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적어도 국내에서는 확고부동한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음을 증명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차베스는 공수부대 중령이던 1992년 2월 부하 1만명을 이끌고 쿠데타를 일으켰다.82년부터 볼리바르혁명운동(MBR-200)에 적극 가담한 그는 쿠데타에 성공한 후 사회주의운동당·애국당 등과 연대해 좌파 연합인 애국전선(PP)을 결성했다.98년 12월 대선에서 56.2%의 지지율로 역대 최연소(44세) 대통령에 당선됐다.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열렬한 지지자인 그는 집권 후 ‘제3의 길’을 주창하며 사회주의 성향의 정책들을 잇달아 도입했다. 빈민을 위해 ‘지속가능한 농공 정착촌’을 구성해 집과 땅을 제공하고, 빈민촌과 농촌지역에 1만 3000여명의 의사를 보내 24시간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수백만명에게 교육혜택도 줬다. 빈민층을 위한 일련의 정책들은 향후 차베스 지지율의 든든한 기반이 됐다. 그러나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에게선 ‘선동가’라는 악평을 들어야 했다. 많은 학자들은 그가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같은 ‘포퓰리스트’라고 비난한다. 차베스의 정치적 지향은 ‘볼리바르주의 혁명’이다.19세기 스페인에 대항해 라틴아메리카 해방투쟁을 이끈 시몬 볼리바르 혁명노선의 계승자를 자임한다. 특수부대 장교 시절인 89년 시몬 볼리바르대 정치학과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그는 미국 신자유주의정책에 맞서 사분오열된 라틴아메리카를 하나로 묶어내는 일을 자신의 과업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한 독설은 유명하다.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차베스는 부시를 겨냥해 “악마가 어제 여기 왔었다.”고 조롱했다. 평소에도 그는 공중파 TV에서 부시에 대한 비난을 단골 메뉴로 삼아 왔다. 차베스는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연임제를 없애는 헌법개정과 총체적인 사회개혁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이제 세 번째 대선 승리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거머쥐게 됨에 따라 차베스에 대한 극단의 평가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佛꽃 매력’ 돈주앙에 반하다

    ‘佛꽃 매력’ 돈주앙에 반하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에 이어 프랑스 뮤지컬도 본격 수입되고 있다. 프랑스 3대 뮤지컬로 꼽히는 ‘노트르담 드 파리’와 ‘십계’에 이어 ‘로미오와 줄리엣’이 내년 1월 서울을 찾는다.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돈 주앙’은 뮤지컬의 탄생지인 프랑스 뮤지컬의 매력을 100% 느낄 수 있는 작품. 사랑의 언어인 불어로 부르는 감미로운 멜로디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남 돈 주앙과 만났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19세기말 프랑스의 오펜바흐가 만든 ‘오페레타(작은 오페라)’란 장르에서 파생됐다. 이후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전파되면서 대중화됐으나 정작 프랑스 뮤지컬은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한국인들에게도 프랑스 뮤지컬의 매력을 알린 ‘노트르담 드 파리’도 1998년에야 현지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200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처음 공연된 ‘돈 주앙’은 가장 최신의 프랑스 뮤지컬. 프랑스 뮤지컬은 배우가 아닌 가수들이 주역을 맡는 게 특징이다. 춤보다 노래의 비중이 크고 대사도 없다.‘돈 주앙’ 역시 41곡의 노래가 쉴새없이 이어진다. 최근 예전 인기곡들만을 엮은 ‘맘마미아’ 등과 같은 작품들이 ‘주크박스 뮤지컬’‘콘서트 뮤지컬’ 등으로 불리며 흥행하고 있다.‘돈 주앙’은 펠릭스 그레이가 만든 곡들로 구성됐지만 모두 80년대 팝송을 듣는 것처럼 귀에 익다. 특히 9개월 동안 앨범 판매 1위를 지킨 ‘샹제’는 공연이 끝난 뒤 배우들이 앙코르로 부를 때면 관객들이 따라 부를 정도로 친숙하다. 안무가 적은 프랑스 뮤지컬의 단점은 역동적인 플라멩코 군무로 메워지고도 남는다. 무대 위에 설치된 40㎝의 울림통은 플라멩코의 힘찬 발울림을 관객들의 심장으로 전한다. 시사회 중에 불거진 현지보다 높은 입장권 문제는 프랑스 노동법으로 인한 세금과 배우 개런티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기획사측의 설명. 뮤지컬 동호회에는 특별 가격할인을 통해 갈등을 해소했다고 한다. 무대 하단의 자막이 상단 자막과 일치하지 않아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한 것은 옥에 티다.(02)501-1377.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유머 넘치는 시각적 이미지 선사”

    “세 번째 개인전을 꿈의 기회인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열게 돼 더할 나위 없는 영광입니다.” 내년 제52회 베니스 비엔날레(6월10일∼11월21일) 한국관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개인전이 열린다.1995년 한국관이 비엔날레에서 운영된 이래 처음 개인전을 갖게 된 화제의 작가는 2002년부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벌인 이형구(37)씨. 그는 4일 로댕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관 전시 관련 기자회견에서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10년 전 한국 작가들이 보조로 참여했던 베니스에서 10년 만에 개인전을 갖게 된 행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홍익대와 예일대를 졸업한 이씨는 미국 유학시절 체구가 작은 아시아 남성이 가질 수밖에 없는 ‘왜소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본인 몸의 일부를 변형하는 기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뼈대를 인공적으로 만든 조각 ‘아니마투스’로 주목받았다. 학창 시절부터 닭뼈로 인체구성을 시도한 작가는 ‘몸을 발명하는 사이비 과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일일이 직접 뼈를 만드는 장인적 조각가이기도 하다. 19세기부터 시작된 베니스 비엔날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전이다.70여개국이 나라별로 전시회를 여는 ‘문화올림픽’이기도 하다. 한국관은 60여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그동안 특별상을 3회 연속 수상하는 등 비엔날레 관객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지난 비엔날레에는 역대 최대인 15명의 작가가 참여했던 데 비해 내년에 개인전을 여는 것에 대해 한국관 기획책임자인 안소연씨는 “볼거리가 너무 많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국제미술계에서 맹활약할 수 있는 신진작가라는 점에서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작가로 선정된 이씨는 전시회에서 유머 넘치는 시각적 이미지와 깜짝 퍼포먼스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책꽂이]

    ●논어금독(論語今讀)(리쩌허우 지음, 임옥균 옮김, 북로드 펴냄) 5·4신문화운동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인해 중국에서 배척받았던 공자의 사상이 중국 제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 시대를 맞아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이 내세우는 인본과 친민(親民)주의는 공자의 핵심사상인 인의와 맥을 같이 한다.‘중국 사상계의 덩샤오핑’이라 불리는 저자는 공자 사상의 진수가 담긴 ‘논어’에 자신만의 해설을 붙였다. 헤겔은 일찍이 ‘논어’를 ‘처세격언’에 불과하다고 비웃었지만, 공자 이후의 동아시아 사상사는 ‘논어’ 다시 읽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3만 9000원.●에라스무스 평전(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 아롬미디어 펴냄) 고대언어·문법학자, 종교사상가, 성서번역가 그리고 작가로서 16세기 유럽 인문주의를 대표하는 에라스무스. 그는 종교전쟁이라는 시대의 혼돈 속에서 모든 극단을 거부하며 가톨릭과 개혁파 사이에서 평화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비록 역사의 현실에서는 패배했지만 광신의 격류 속에서 이성을 지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특히 종교개혁과 관련해 그의 주변 인물들(루터, 후텐 등)과의 관계를 밀도있게 그렸다.9500원.●인상주의의 역사(존 리월드 지음, 정진국 옮김, 까치 펴냄) 인상주의의 등장은 미술사에 획을 그은 엄청난 사건이었다.19세기 후반, 프랑스 화단에서 전개된 인상주의자들의 집단활동은 고전미술의 시대를 마감하고 근대미술의 시대를 열었다. 미국 미술사학계의 거물인 저자는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 시슬레, 드가, 세잔, 모리조 등 화풍이 제각각이던 이들이 어떤 인연으로 만나 뭉치고 공동의 운명을 인정하게 됐는가를 밝힌다.2만 9000원.●우리와 함께 살아온 나무와 꽃(이선 지음, 수류산방·중심 펴냄) 궁궐과 향교 등 전통 조경공간에 심은 나무와 꽃 등에 관한 이야기. 성균관이나 지방의 향교 등 교육 공간에는 반드시 은행나무를 심었다. 공자가 제자를 가르칠 때 배경이 됐다는 은행나무는 학문의 공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창덕궁을 들어서면 안내판 뒤에 세그루의 회화나무가 있다. 선비의 지조를 나타내는 회화나무는 영의정과 우의정, 좌의정을 뜻한다.4만 3000원.●기로에 선 미국(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유강은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미국의 대표적인 신보수주의(네오콘) 이론가로 꼽혔던 저자(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가 지적하는 신보수주의의 오류. 신보수주의 옹호자였던 저자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이후 맹렬한 비판자로 돌아섰다. 저자는 신보수주의를 미국의 외교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적하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라크 전쟁과 북핵 문제를 꼽는다. 이라크 전쟁후 발생한 이라크 내의 혼란은 그 자체가 미국의 실패를 입증하는 것이다.1만 2000원.●김우창의 인문주의:시적 마음의 동심원(문광훈 지음, 한길사 펴냄) 영문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김우창의 학문세계를 인문주의라는 키워드로 조명. 독문학자인 저자는 ‘김우창 인문학’을 구성하는 수많은 주제들 가운데 특히 내면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내면성이란 고립된 자폐적 개념이 아니라, 자아의 내부로부터 외부로, 나아가 주체를 넘어 사회전체로 확장되는 개념이다.2만원.
  • [책꽂이]

    ●고소설사(김광순 지음, 새문사 펴냄) 우리 고소설의 기원은 ‘금오신화’보다 5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저자(경북대 명예교수)는 고소설의 창작시기를 9·10세기 나말·여초부터 시작해 신소설이 출현한 1906년까지로 잡는다. 고대소설이란 명칭은 1913년 간행된 ‘연정(演訂) 구운몽’과 ‘별(別) 삼설기’의 표지에 고대소설이라는 말을 붙인 것이 효시다. 전기·의인·몽유·이상·군담·애정·풍자·가정·윤리·판소리계 소설 등 고소설의 다양한 유형을 살렸다.2800원.●에보니 타워(존 파울즈 지음, 정영문 지음, 열린책들 펴냄) 소설 ‘프랑스 중위의 여자’로 잘 알려진 영국 현대문학의 거장 존 파울즈의 중편. 경장편집.12세기 프랑스 여류시인 마리 드 프랑스의 중세 연애담을 소재로 한 ‘엘리뒤크’가 켈트문학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표제작 ‘에보니 타워’(흑단탑)는 아이보리 타워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현대미술의 모호함을 상징하는 비유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서구문화의 한 원형을 이루는 켈트족의 신화와 전설에 대한 향수가 짙게 배어 있다.9800원.●톨스토이의 하지 무라드(레프 톨스토이 지음, 조윤정 옮김, 페이지 펴냄) 19세기 중반 러시아제국 군대를 떨게 만든 카프카스의 전쟁영웅 하지 무라드의 비극적 일대기를 그린 톨스토이의 유작. 카스피해에서 흑해까지 1000㎞에 이르는 카프카스 지역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가 그 벌로 사슬에 묶여 있었던 곳.1815년 카프카스는 당시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로 팽창중이던 러시아제국과 악전고투를 벌인다. 무라드는 러시아군을 곤경에 빠뜨리며 카프카스의 전쟁영웅으로 부상하지만 회교도 저항운동의 지도자 샤밀의 미움을 받자 곧 러시아에 투항한다. 소설은 무라드가 러시아에 투항하면서 시작된다.8500원.●보헤미아의 빛(라몬 델 바예-인클란 지음, 김선욱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에스페르펜토’(esperpento·기괴한 것을 통해 새로운 예술을 창출하려는 일종의 그로테스크 사실주의)라 불리는 독특한 미학을 창출한 스페인 극작가의 대표작 선집.‘보헤미아의 빛’ ‘성스러운 말씀’ ‘은빛 얼굴´ 등 세편이 실렸다.“뒤틀린 사회는 뒤틀린 것을 통해서만 비출 수 있다.”는 작가의 문학적 인식이 잘 반영돼 있다.1만 2000원.●사랑하리, 사랑하라(김남조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청모시 얼비치는/새맑은 아침/모래시계 사륵사륵/수정 알갱이 소리/세월이 쌓이는 소리//진보라 연지빛이/타는 노을녘/모래시계 사륵사륵/마음이 물드는 소리/세월 더하는 소리”(‘모래시계’중) 원로시인인 저자가 직접 뽑은 사랑 시선집. 저자는 “사랑은 정직한 농사”라고 강조한다.8500원.
  • 인간유전자 99.9%가 같다고?

    인간유전자 99.9%가 같다고?

    인간 유전자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서로 훨씬 많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는 0.1%의 유전자 차이가 면역력 등 신체 조건의 차이를 불러오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0.3%, 또는 1% 이상까지 유전자가 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어떤 이는 난치병에 걸리거나 특정 약물에 취약하지만 다른 이는 전혀 그렇지 않은 이유를 유전자 탓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하버드 의대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생거 연구소 등 13개 연구소는 백인종과 황인종, 흑인종 등 270명의 유전자 3000개를 해독한 결과, 이들 유전자의 10% 이상이 증식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발간된 네이처에 발표했다. 인간 유전자는 무려 30억개의 코드를 갖고 있으므로 완벽한 해독에는 한참 더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CCL3L1 같은 유전자가 흑인에게서 많이 증식되며 에이즈에 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혈액의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는 동남아시아계에서 특히 많이 증식됐으며,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력과 관련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특정 유전자의 증식 횟수와 다양성은 치매나 파킨슨씨병과도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그러나 나머지 90%의 유전자가 증식되지 않는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번 발견은 19세기 그레고어 요한 멘델의 유전법칙을 폐기해야 할 정도의 획기적인 것이라고 미국 휴스턴 배일러 의대의 제임스 럽스키 교수는 설명했다. 멘델의 법칙처럼 부모로부터 단지 2개의 유전 형질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증식된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를 갖게 된다. 유전자의 증식 횟수도 사람에 따라 다르며, 이 때문에 인간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갖게 된다. 인간 유전자와 99% 동일하다고 알려졌던 침팬지도 실제로는 인간과 96%만 닮은꼴이어서 ‘한참 먼 친척’으로 밝혀졌다. 이번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에이즈, 파킨슨씨병, 치매 같은 난치병 및 다운증후군 등의 유전질환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암에 취약한 사람의 유전자를 파악해 미리 진단할 수도 있다. 생거 연구소의 매튜 헐레스는 “연구진이 이번에 확인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수많은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문화마당] 뭔가 다른 영국의 문화전략/임영균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 런던으로 가는 기차 유로스타를 타면 일반 기차와 같이 승객들이 출발할 때는 어수선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버해협을 지나기만 하면 그렇게 어수선하던 승객들이 갑자기 쥐죽은 듯 조용해지면서 책장하나 넘기는 소리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침묵을 지킨다. 그만큼 영국은 남에게 불편을 끼치기 싫어하는, 에티켓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무서운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불과 10여년 전, 필자가 배낭여행을 갔을 때만 해도 켄싱턴 근처의 외곽에는 집들이 텅텅 비어 있었고,IMF 구제금융에 직면해 우리 기업을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영국 현지에 공장을 열었을 때는 영국 여왕이 직접 테이프 커팅을 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나라가 ‘철의 여인’ 대처의 지도력으로 위기를 극복, 지금은 금융업·관광업·문화산업 등으로 유럽연합국 중에서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수년전 뉴욕 타임스 문화 핫 이슈면에서 독일 사진가 볼프강 틸먼이 영국의 대표적인 미술상인 터너상을 수상했다는 기사를 읽었다.19세기 영국 화가 터너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미술상을 영국인이 아닌 독일 사람에게 주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데, 수상자인 틸먼은 화가도 아닌 사진가이기에 더욱 더 논란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논란 덕분에 전 세계 문화예술인들에게 영국의 터너미술상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영국의 문화전략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저명한 미술상인 이중섭 미술상을 과연 일본인이나 외국인 예술가에게 줄 수 있을까? 그것도 화가가 아닌 사진작가나 비디오작가에게 수여할 수 있을까? 필자는 뉴욕 타임스에 실린 볼프강 틸먼의 터너상 수상소식을 읽고난 후 그의 작품 내용이 궁금해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찾았다. 틸먼의 수상소식을 듣기 전부터 테이트 모던 개관소식에 한번 가보고 싶던 터였다. 런던 템스 강변에 있는 테이트 모던은 원래 화력발전소 건물을 현대미술관으로 개조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천장이 높은 건축물에 속한다. 테이트 모던 별관에 전시된 볼프강 틸먼의 수상 작품은 기대했던 것만큼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권위주의와 거리가 먼 예술가의 일상적인 생활을 액자도 없이 벽면에 설치한 것이 편안함을 안겨 줬다. 테이트 모던이 화력발전소를 개축해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됐듯이 우리도 한강변의 좋은 위치에 있는 당인리 화력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개축할 수는 없을까. 특히 당인리 발전소 주변은 젊은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인 만큼 서울 시민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2년 전 그리스 데살로니카 포토산크리아 사진 페스티벌에서 영국의 사진작가 폴 시라잇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터를 촬영한 사진가로 유명하다. 그에 의하면 영국 국방부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전쟁을 하기 전에 사진작가와 글 쓰는 작가를 척후병으로 적진에 먼저 침투시켜 사진과 글을 써오게 한다고 한다. 전략수립에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런던에 있는 전쟁박물관에서 전시도 해 대중에게 전쟁의 상황을 인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웨일스 예술대 사진학과 교수인 그는 대학간 교류협정을 맺기 위해 해외 출장이 잦다. 그는 중국의 대학과 조인식을 맺으러 갈 때는 중국식 발음이 적힌 명함을 가지고 간다고 한다.24시간 이상을 지체하지 않을 정도로 시간관리에도 엄격하다. 그만큼 영국인들은 사소한 일에도 철저하다. 무엇보다 문화적인 전략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대목이다. 임영균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
  • [데스크시각] ‘번역청’설립하라/김종면 문화부 부장급

    바야흐로 ‘번역의 시대’다.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5%대였던 국내 신간도서 가운데 번역서의 비율은 최근 몇년 새 30%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은 으레 외국 저작물이 차지하는 것만 봐도 번역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과연 진정한 의미의 번역문화가 있는가. 의미있는 책들이 제대로 된 역자에 의해 정상 경로로 번역돼 나오고 있는가. 최근 ‘마시멜로 이야기’의 대리번역 파동은 우리의 천박한 번역문화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주 한 토론회에서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는 “번역문제는 시급한 공공정책 과제의 하나”라며 “국가정책만이 수행할 수 있는 책임 영역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국력에 비해 현 단계의 번역은 수준 이하라는 말도 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소리일 뿐,‘국가’는 말이 없다. 물론 문화의 영역에 속하는 번역 문제를 국가에 떠맡길 수만은 없다. 문화 본연의 특성상 국가가 개입하기보다는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문화라는 것이 저만치 홀로 고고하게 피어 있는 꽃은 아니다. 정치·경제 등 모든 부문과 밀접한 연관 아래 움직이는 역동적인 생명체다. 그런 만큼 번역사업이 국가정책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우리는 흔히 일본 근대화의 견인차로 번역을 꼽는다.1868년 메이지 유신과 더불어 일본은 정부 안에 번역국을 두어 외국 서적을 대대적으로 번역했다. 웬만한 서양 고전학술서들은 그때 이미 번역돼 나왔다. 몽테스키외나 버크의 저작이 일본에서는 100여년 전에 번역됐지만 우리말로는 아직도 옮겨지지 않고 있다. 오늘의 일본은 메이지 시대의 만만찮은 번역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일본이 19세기에 정부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서양 고전 번역작업을 펼친데 비해 우리는 이제 겨우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해외 고전 번역 지원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명저번역지원사업’ 정도가 고작이다. 올 한해 예산이 20억원이니 국민의 정신을 살찌우는 국가적 사업이 강남 아파트 한 채 값밖에 되지 않느냐는 자조도 나올 만하다. 우리의 심각한 지적 근시안을 어떻게 교정해 나가야 할까. 기자는 이 시점에서 ‘번역청’의 설립을 제안한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있긴 하다. 번역원은 지난해 9월 재단법인에서 특수법인으로 바뀌면서 직제를 개편하고 인원도 확충하는 등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는 한국문학을 해외에 번역 소개하는 일 외에 ‘한국관련 서양고서 국역출판사업’도 벌이는 등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 소속 공공기관이라는 어정쩡한 번역원의 위상과 역할로는 본격적인 번역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가기 어렵다. 예컨대 일급 번역가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중등학교 외국어 교육과정부터 번역교육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런 정책과제를 번역원이 과연 추진할 수 있을까. 정부에 번역청을 두고 전문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번역청장은 차관급으로 해 다양한 번역정책을 입안하고 번역사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번역의 양극화 문제다. 이른 바 돈이 되는 자기계발서류의 책은 엄청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재빨리 번역해 내지만 꼭 펴내야 할 고전엔 애써 눈감아버리는 것이 우리 출판계의 현실이다. 번역은 학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철없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번역청이 생기면 이 같은 번역 역조 현상부터 해소해야 한다. 지식사회의 왜곡된 번역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전집은 고사하고 헤겔 전집 하나 자국어 번역본을 갖고 있지 못한 나라.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번역은 국격(國格)의 바로미터다. 김종면 문화부 부장급 jmkim@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22) 청·백 나일강 합수 정치·경제 중심지 수단 하르툼

    [이슬람 문명과 도시] (22) 청·백 나일강 합수 정치·경제 중심지 수단 하르툼

    고대 이집트시대 이전부터 찬란한 문명과 역사를 꽃 피웠던 아프리카의 수단. 중세 암흑기와 근대 식민통치기를 거친 지금은 아랍과 아프리카 토착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수단 문화의 특징은 각 종족문화의 다양성이다. 수단 북부에는 아랍어를 사용하는 이슬람계 함족과 셈족이, 남부에는 다양한 언어와 신앙을 가진 여러 인종과 부족이 살고 있다.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농업이 발달한 북부와 미개발지역인 남부간의 대립은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수단은 1870년대 이래 이집트의 지배를 받다 이집트가 영국의 통치를 받으면서 1899년부터는 영국과 이집트의 공동 지배를 받았다.1956년 독립했지만 내부갈등 때문에 쿠데타와 내전으로 점철돼 왔다. 이슬람주의를 내세운 북부의 중앙정부와 토착종교와 기독교를 신봉하는 남부 반군간의 싸움이 21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지난해 1월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아직도 수단 서부 다르푸르에서는 총성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1990년대초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분류, 오랫동안 경제제재를 받아왔다. 한술 더 떠 1998년 클린턴 행정부는 화학무기 공장이 있다며 수도 카르툼의 한 공장을 폭격하기도 했다. 물론 이 공장은 테러와는 전혀 무관한, 보통 제약회사 공장에 지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수단은 둘러볼 곳이 많은 나라이다. 아프리카 정중앙에 위치하고, 면적도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편이며,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만도 9개에 이르는데다, 홍해까지 끼고 있다. 여기에다 수단은 건조한 누비아 사막에서 나일강 습지에 이르는 광대한 자연을 자랑하고, 아프리카와 중동이 만나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상처 때문에 관광을 즐기기엔 제한이 많다. 관광객들이 볼 수 있는 곳은 하르툼 주변과 누비아·나일강 유역에 있는 쿠슈 유적지 정도다. 이나마도 교통이나 호텔 등이 잘 정비되어 있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 높은 기온 때문에 11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가 움직이기 편하다. 하르툼 시외 관광은 내무성의 사전허가가 있어야 한다. 하르툼은 백나일 지역의 옴두르만, 청나일 지역의 북부 하르툼 지역이 한데 뭉쳐진 곳이다. 처음에는 1824년 이집트의 군사도시이자 요새로 만들어졌다. 한때 무너지고 버려지기도 했지만,1898년 영국이 재건한 뒤 수단 진출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지금도 하르툼에는 중앙정부 기관과 주요은행, 사무소, 호텔 등이 밀집해 있다. 이런 행정적인 역할 뿐아니라 국제공항과 철길, 나일강 수상교통루트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 명실상부한 중심도시다. 하르툼을 거치면 금세 동부의 포트수단, 북부의 와디할파, 서부의 니얄라, 남부의 와우 등 사방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수단 중동부에 위치한 하르툼은 또 백나일과 청나일의 합류점이기도 하다. 하르툼 시가지는 이 두 강의 합류지점에 위치해 있다. 청나일 부근에는 유럽인 지역이 있고 이 지역은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반면 백나일 쪽 옛 시가지 옴두르만은 아랍적인 곳으로 서민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청나일 너머 북부 하르툼은 최근 공업지대로 개발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몹시 번잡한 도시일 것 같지만, 의외로 가로수가 가득차 있는 조용한 도시다.7∼9월에 우기가 잠시 있고 고온건조한 기후에 4∼6월 동안엔 50도를 넘을 때도 많다. 시내를 이리저리 둘러봐도 역시 가득한 것은 이슬람적인 색채다. 수단의 역사를 잘 알 수 있는 곳은 역시 샤리아 엘 니르 거리의 국립박물관이다. 여기에는 기원전 4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적들이 즐비하다. 누비아호에서 옮겨진 고대 신전 유적과 파라스에서 옮겨진 고대 기독교 벽화 등 보관 중인 유물·유적은 그 수준도 매우 높다. 약간 허전하다 싶은 사람은 국립박물관 인근에 모여 있는 자연사박물관이나 민족박물관 등도 살펴볼 만하다. 또 의회 거리에 위치한 쿠슈 갤러리도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이다. 수단 문화의 정수가 담겨 있는 곳인데, 특히 수단 국내에 서식하는 새들에 관한 전시물들이 인상적이다. 백나일 쪽 옴두르만은 반건조지역이다. 그러나 물을 댈 수 있는 관개망이 발달하면서 점차 목화 생산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목화뿐아니라 설탕이나 아라비아 고무는 물론, 차까지도 생산한다. 작은 마을에 불과했지만 1884년 ‘무하마드의 재림’이라 불리던 마흐디가 영국의 고든 장군이 이끄는 이집트군을 격파하기 위해 군대를 소집하면서 군사기지가 됐다.19세기 막바지에 마흐디를 기리는 ‘마흐디 운동’이 다시 한번 불꽃처럼 번져나가는데, 이 운동의 지도자였던 수단 출신의 무하마드 아마드 이븐 압드 알라는 눈여겨 볼 만하다. 그는 제4대 정통 칼리파인 알리의 맏아들 하산의 후예임을 자칭했는데, 마흐디 운동의 확산을 위해서는 ‘지하드’를 무엇보다도 중요시했다. 이슬람교도들의 신성한 종교적 의무인 성지순례를 대신할 수 있다고까지 역설할 정도였다. 이는 후일 수단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다.1898년 영국군은 키치너 장군의 지휘 아래 마침내 마흐디의 후계자인 칼리파 압둘라를 이곳에서 궤멸시켜 지난날의 패배를 앙갚음했다. 지금 옴두르만은 정치중심지 하르툼 내에서도 물길과 도로·철도망이 이어진 교통과 상업중심지이지만, 이런 역사 때문에 곳곳에 온갖 역사유적들이 가득하다.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마흐디 시대에 지어진,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이어진 좁은 골목과 낮은 토벽담도 인상적이고 전통 가옥도 눈길을 끈다. 이슬람교 사원은 기본이고, 마흐디와 관련된 유적들도 많다. 이 근처에는 은으로 된 돔 형태의 마흐디 무덤이 있는데, 여기서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30분부터 해가 떨어질 때까지 이슬람교 금욕고행파 수도승들의 춤사위를 볼 수 있다. 칼리파박물관도 꼭 가볼 필요가 있다. 이슬람의 종교지도자이자 국왕인 칼리파의 거처로 이곳에서는 마흐디의 전설에 얽힌 각종 전리품이 전시돼 있다. 또 여기서 얼마 더 가면 전통시장 ‘스쿠’가 나오는데, 하르툼 시내의 시장보다 더 활기차다. 옴두르만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교외의 ‘하이 엘 아랍’이 있는데, 여기서는 매일 매일 떠들썩한 낙타 거래가 이뤄진다. 여기서는 수송용뿐아니라 식용 낙타도 거래된다. 이외에도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민족무용대회, 금·일요일마다 열리는 나일강 뱃놀이 등 즐길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수단은 21세기에 다시 아프리카와 중동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다르푸르 내전 등 국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들이 정리되면 천연자원이 풍부한 수단이 한국과 좀더 많은 교류를 가져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했으면 한다. 유왕종 성결대 교수 이슬람문화연구소 연구원
  • [공연리뷰] 서푼짜리 오페라

    [공연리뷰] 서푼짜리 오페라

    “어, 브레히트도 재밌네.” 올해 서거 50주기를 맞은 독일 극작가 베를톨트 브레히트는 현대 유럽연극의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일반 관객에겐 줄곧 난해하고 지루하다는 오해(?)를 받아왔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중인 음악극 ‘서푼짜리 오페라’는 서사극이나 소외효과 같은 거창한 이론에 주눅든 관객의 어깨를 단번에 펴게 하는 작품이다. 브레히트의 신랄한 사회풍자와 쿠르드 바일의 흥겨운 음악이 절묘하게 맞물려 풍성한 연극적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영국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1728년)를 토대로 19세기 영국 런던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걸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악덕 사업가, 칼잡이 조폭 두목, 뇌물에 눈먼 경찰 등 과장되게 희화화시킨 인물들이 등장해 한바탕 소동극을 벌인다. 브레히트가 창단한 독일 베를린앙상블 출신의 연출가 홀거 테슈케는 원작의 시공간적 배경을 현대의 아시아 도시로 옮겨놓았다. 빈민가 다리 밑을 형상화한 세트에 서울 도심 고층건물과 고가도로를 배경영상으로 활용한 무대는 이질적인 듯하면서 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귀족들의 오페라에 반기를 들고 대중적인 오페라를 만들고자 했던 바일의 음악은 한정림의 편곡을 거치며 한층 흥겹고 유쾌한 리듬으로 변모해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뮤지컬에 가까울 정도로 음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연극배우들이 부르는 아마추어적인 노래가 오히려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에 더 잘 어울렸다. 오디션에서 선발된 16명의 배우들은 근래 보기 드물게 잘 짜인 앙상블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정형화된 몸짓과 말투로 칼잡이 두목 매키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지현준과 시종일관 대단한 에너지를 발휘한 폴리역의 김태희가 돋보였다.12월3일까지.(02)580-130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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