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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밥심/서동철 논설위원

    19세기 말, 조선을 찾은 서양인들은 서민들이 먹는 고봉밥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조선이 ‘대식국’(大食國)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유일 것이다. 몇 년 전 고구려 시대 이후 밥그릇에 쌀을 담아보는 토지주택박물관의 실험에서도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요즘 흔히 쓰는 밥공기에는 350g, 남한산성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사발엔 690g, 개성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주발엔 1040g, 연천 호로고루에서 출토된 고구려 질그릇에는 1300g의 쌀이 들어갔다. 조선시대 밥사발도 고구려 것에 비하면 간식 그릇 수준이다. 고구려가 동아시아를 제패한 원동력이 ‘밥심’이었다는 농담도 그래서 나왔다.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이 67.2㎏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선시대도 아닌 1970년의 소비량 136.4㎏과 비교해도 절반에 채 못 미친다.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84g으로 밥을 지으면 두 공기가 될까 말까한 분량이다. 그것도 술과 떡 같은 가공품을 포함한 통계치라니 밥으로 소비한 쌀은 훨씬 적을 것이다. 밥심이 사라진 시대, 우리는 무엇에서 기운을 얻고 있나.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 국내외서 포니정 장학사업 활발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 국내외서 포니정 장학사업 활발

    정몽규 포니정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타워 1층포니정홀에서 장학증서 및 학술지원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재단 설립자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을 비롯한 재단 관계자와 포니정 장학생 및 학술지원 대상자, 학교 관계자와 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에 포니정 장학생으로 선발된 한양대학교 차윤지 학생 등 30명은 1년간의 학비 지원과 더불어 현장답사, 워크숍, 멘토링, 해외학술탐방 등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 포니정재단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학업 성적과 가정형편 등을 고려해 올해까지 총 234명의 포니정 장학생을 선발해오고 있는 국내 대표 장학재단이다. 국내는 물론 베트남에서도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는 포니정재단은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총 380명의 베트남 장학생을 선발해 1년 치 등록금과 생활비 일부를 지원해왔다. 또한 베트남 장학생 중에서도 우수 장학생 2명을 매년 선발해 국내로 초청, 국내 유수 대학원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포니정 초청장학생 프로그램’을 지난해부터 운영 중에 있다. 이와 더불어 포니정재단은 인문학 박사학위를 보유한 신진 학자를 대상으로 1년간 총 4천 만원의 연구비와 출판지원금 1천 만원을 수여하는 학술지원 프로그램을 지난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보고 박사의 ‘19세기 서구의 대중국 지식 체계화 과정 연구’와 최해별 박사의 ‘동아시아 법의학 지식의 형성, 전파 그리고 변용’ 등 2건이 최종 선발된 바 있다. 또한 매년 사회 각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한 개인 및 단체를 선정해 수여하는 ‘포니정 혁신상’은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지난해 수상자로는 석지영 하버드로스쿨 종신교수가 선정됐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시작으로 차인표 신애라 부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국내외,사회각계 각층의 리더들이 선정된 바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열린 국내 장학증서 및 학술지원증서 수여식 자리에서 “포니정재단은 정세영 명예회장님의 도전정신과 인재 중시 철학을 계승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미래의 인재들을 키워가고 있다”며 “포니정 장학생과 학술지원 연구자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성장할 것으로 믿으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기쁜 마음으로 동행하겠다”며 장학생들을 격려했다. 한편, 오는 5월 포니정 혁신상, 11월 베트남 장학증서 수여식, 12월 국내 장학증서 및 학술지원증서 수여식 등을 앞두고 있는 포니정재단은 올해에도 각계 각층의 많은 인재 및 리더들이 포니정재단을 통해 꿈과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과학이 걸어온 길 천재적 발상인가 대중적 협력인가

    과학이 걸어온 길 천재적 발상인가 대중적 협력인가

    # 1. 1900년 12월 14일은 ‘양자혁명’의 날이다. 막스 플랑크(1858~1947년) 베를린대 교수는 뉴턴의 고전물리학 체계를 송두리째 뒤바꾼 ‘E=hv’란 법칙을 세상에 내놨다. 흑체복사 현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탄생한 양자역학은 트랜지스터를 비롯해 반도체, 초전도체를 활용한 현대 전자공학의 밑바탕이 됐다. 플랑크는 베를린 인근 녹지인 그뤼네발트를 일곱 살 난 아들과 걸으며 “아빠가 뉴턴에 버금가는 중요한 발견을 한 것 같다”고 말했지만 당시로선 양자역학의 본질을 꿰뚫진 못했다. 이는 스위스 특허청 계약직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년)의 몫이었다. 대학에서 강사 채용이 거부됐던 아인슈타인은 근근이 생계를 꾸리며 1905년 한 해에만 5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방정식인 ‘E=mc2’을 유도한 특수상대성이론이 포함됐다. #2. 하와이제도에 도착한 최초의 유럽인 집단을 이끈 제임스 쿡 선장은 폴리네시아인들을 만난 뒤 외쳤다. “이 종족이 광대한 대양을 가로질러 뉴질랜드와 이스터섬까지 퍼져 나간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폴리네시아인들은 5000년에 걸쳐 지도나 나침반도 없이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수역인 태평양을 개척했다. 쿡 선장도 원주민 항해자의 도움을 얻어 74개의 섬이 그려진 지도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 지도와 섬들에는 쿡의 이름이 붙었다. 역사도 원주민 항해자가 아닌 쿡의 이름만 기억할 따름이다. #3. 수천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맨해튼 프로젝트’는 2차대전의 종식을 앞당겼지만 과학자들은 뒤늦게 고민에 빠졌다. 자신들의 연구가 핵무기로 뒤바뀐 현실에 두려움과 윤리적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들은 종전 직후 조직을 결성해 본격적인 운동에 나선다. 이렇게 탄생한 ‘원자과학자연맹’은 냉전시대 군축과 반체제 과학자 구명 운동을 이끌었다. 연초 출판계에 과학서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양자역학, 양자장이론 등 전문 지식을 다룬 서적부터 과학의 감춰진 이면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책까지 다양하다. 민중과학, 좌파과학 등을 소개하는 ‘색깔있는’ 책도 나왔다. ‘퀀텀스토리’(짐 배것 지음, 박병철 옮김, 바니 펴냄)는 양자역학의 탄생 이후 지금까지의 궤적을 조명한 책이다. 양자역학은 뉴턴의 고전역학을 전복하며 상대성 이론과 함께 20세기 지성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과학적 발견으로 꼽힌다. 19세기 영국의 물리학자들은 “이제 물리학에서 더 이상 새로운 발견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이는 난공불락의 요새에 먹구름이 모여드는 징조에 불과했다. 이 같은 오만함은 플랑크의 ‘작용양자’ 개념이 도입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한때 뉴턴의 고전 열역학을 열렬히 숭배했던 플랑크는 물질이 원자나 분자로 이뤄진 불연속 객체라는 ‘원자론’으로 전향한다. 아인슈타인이라는 걸출한 천재 한 사람이 완성한 상대성 이론과 달리 양자역학은 플랑크,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닐스 보어, 리처드 파인먼, 스티븐 와인버그, 피터 힉스 등 시대를 풍미했던 수많은 천재들이 머리를 맞대 고군분투한 결과물이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가 우리 돈으로 60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들여 거대강입자충돌기(LHC)의 힉스 입자(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최소 입자)를 증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반면 ‘과학의 민중사’(클리퍼드 코너 지음, 김명진·안성우·최형섭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는 전자의 가정을 뒤엎는다. ‘타고난 천재들이 이뤄냈다’는 과학기술 발전의 신화에 반기를 든다. 과학엘리트들의 업적에는 보이지 않게 도움을 준 보통사람들의 노력이 전제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민중사관적 잣대를 들이대며 집단의 산물을 강조한 것이다. 예컨대 달의 위치와 조석의 관계를 기록해 지리학과 천문학 발전의 기반을 닦은 어부들, 화학과 재료과학 발전에 이바지한 광부·대장장이·옹기장이, 산업혁명 완수에 필요한 지식을 생산한 금속노동자와 기계공 등을 다룬다. 과학의 숨겨진 이면을 더 들춰보고 싶다면 좌파 과학사학자 게리 워스키의 ‘과학… 좌파’(게리 워스키 지음, 김명진 옮김, 이매진 펴냄)를 챙겨 읽어봄직하다. 연구실 밖에서 인종·성 차별, 환경오염, 핵무기에 맞선 20세기 좌파 과학자들은 신자유주의, 군비 강화, 테러, 기후변화 등이 기승을 부리는 오늘날 제3의 과학좌파 운동을 전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푸시킨부터 체호프까지 러 문학 한권에

    푸시킨부터 체호프까지 러 문학 한권에

    “셰익스피어가 인간성을 발명했다면 도스토옙스키는 ‘병든 인간’을 발명합니다. ‘정신병동의 셰익스피어’라고도 불립니다. 도스토옙스키적 세계라는 정신병동은 속 좁은 인간들이 아닌 속 넓은 인간들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그리고 그의 세계에 빠져든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자기 안에서 그러한 넓이와 심연을 보는 겁니다.” 노문학자인 서평가 로쟈(본명 이현우)가 문학의 숲이 우거진 러시아로 독자들을 이끈다. 러시아 근대 문학의 출발점인 푸시킨부터 못난 인간들의 무능과 회한으로 ‘삶의 코미디’를 그려낸 체호프까지,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황금시대를 이끈 대문호 7명의 삶과 작품 세계를 꿰뚫은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현암사)다. 오는 3월에는 고리키, 파스테르나크 등 20세기 러시아 작가 9명을 포진시킨 20세기 편이 출간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한방암치료 vs 양방암치료, 답은 환자 중심의 치료

    한방암치료 vs 양방암치료, 답은 환자 중심의 치료

    바깥은 한파로 꽁꽁 얼어 있지만, 답답할 정도로 따뜻한 공기의 실내에서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크림을 찾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이러한 역설적인 시대에 과거에는 없었던 현대인의 병이라고 불리는 ‘암’이라는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암이 과거의 사람들에게는 흔치 않았던 병이며 현대인의 잘못된 생활습관과 환경오염 등이 원인이 된다는 결과가 2010년 10월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로잘리에 데이비드 교수와 마이클 짐머맨 교수에 의해 보고된 바가 있다. 이들은 이집트와 남아메리카에서 발견된 최대 3000여 년 전의 미라를 포함해서 수백 구의 미라와 화석, 고대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암은 고대인에게 매우 드문 희귀병이었다”며 “산업혁명 이후 급작스럽게 생활 방식이 바뀌면서 현대인의 식습관과 생활방식이 암 발병에 큰 원인을 제공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세계암연구협회의 레이첼 톰슨 박사 역시 “이 연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결국 암은 식단과 생활습관만의 변화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병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암을 진단받게 되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두렵고 경황없는 마음이 앞서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개인마다 다른 환자의 몸 상태와 병기를 고려한 치료방법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생명연장에 중심을 잡고 투병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가암정보센터에서 인정하는 암 치료방법으로는 양의학 치료라고 할 수 있는 수술,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과 한방암치료의 핵심인 면역치료가 있다. 한방암치료와 양방암치료의 가장 큰 차이는 양방에서의 치료가 ‘병’을 없애는 것이라면, 한방에서 치료는 ‘환자’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치료의 초점이 ‘병’과 ‘환자’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접근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중국은 수십 년 전부터 국가 중의약관리국에서 중의약 제반 정책 수립 집행뿐 아니라 중점 전문과로서 한방종양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2006년 후생노동성에서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임상시험을 하고 한약에 대한 항암효과에 대해 검증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서구 양방 의학의 중심인 미국, 독일, 호주 등지에서도 암 치료에 있어서 한방 치료가 주는 효과에 관하여 활발한 연구와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한방암치료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부산 방선휘한의원의 방선휘 대표원장은 “한의학과 양의학이 극도로 대립하는 것은 한국이 거의 유일한 국가”라며, “양의학에 비해 한의학의 현대적인 근거의 양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19세기 말의 항생제 발명 이후 불과 200년의 역사를 가진 발전이며, 반면 한의학은 최소 2000년 이상의 경험과 지혜의 결과이고, 이미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는 환자 중심의 효과적인 암 치료의 추세는 양, 한방 통합암치료”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MBC QUEEN채널 “암과 나” 프로그램에서 양방과 한방 암치료 간의 열띤 토론 중 방선휘 박사는 2011년 경상대, 서울대 의료진에 의해 한방단독치료로 호전된 7례의 증례를 언급하며 한방 암치료의 잠재력을 제시하였고 결과적으로 과학적이고 근거 중심의 치료를 위해 한방 암치료에 대한 실험적, 임상적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금융위기와 규제강화 반복되는 역사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금융위기와 규제강화 반복되는 역사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그의 저서 ‘불황의 경제학’에서 1990년대 후반 아시아의 금융위기를 ‘현대의학에 의해 박멸된 줄 알았던 치명적인 병원균이 기존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형태로 재출현한 것과 같다’라고 표현하면서 금융 위기의 희생자가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것을 역설하였다. 하지만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약 10년 후, 전 세계는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광범위한 금융 위기를 경험했다. 그동안의 금융 위기를 거치며 많은 제도적 장치들이 보완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 위기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금융 위기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거시적으로는 주로 경기순환론이나 통화론으로 접근하여 설명한다. 경기순환론적 접근은 금융 불안을 경기순환 과정의 일부로 파악한다. 즉 호황기에는 경제 주체들의 낙관적 기대로 금융 자산의 가격이 정상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는데,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거나 외부 충격으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 금융자산의 가격 폭락과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금융 불안이 초래된다. 경기순환적 금융위기는 주로 금융시스템이 빠르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데 1920년대 주식시장의 투기적 열풍에서 촉발된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이 대표적인 예다. 밀튼 프리드먼과 같은 통화론자들은 금융 부문이 침체될 때 통화 공급이 현저히 줄어 경기 침체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된다고 주장한다. 즉 통화론적 접근에 따르면 통화정책이 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 미미한 시장 불안이 통화신용정책 파급 경로를 통해 금융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급격한 통화정책의 긴축 선회 또는 일관성 없는 통화정책이 금융 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미시적으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금융 위기를 야기 또는 확산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적하는 주장이 있다. 금융 부문에서 정보의 비대칭은 주로 도덕적 해이 및 역선택과 관계된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투자 방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돈을 빌려주는 사람보다 정보가 많다. 따라서 투자 방안에 내재된 리스크를 실제보다 낮다고 속여 돈을 빌리려는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 쉽다. 또한 금융시장의 이자율은 평균적인 리스크를 반영해 결정되므로 리스크가 낮은 좋은 투자 방안을 가진 사람들은 시장 이자율이 너무 높다고 판단해 대출 받기를 포기한다. 반면 리스크가 평균보다 높은 투자 방안을 가진 사람들만 대출을 받는 역선택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에 의해 실행된 대출은 경기가 나빠지면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 금융 시스템 전반이 불안정하게 된다. 특히 정보의 비대칭은 금융 불안을 증폭하고 금융 위기를 주변으로 급속히 확산시킨다. 이는 금융 불안이 발생하면 시장 참여자들이 정보 부족으로 건전성을 파악할 수 없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예금을 단기간에 인출하기 시작하면서 금융 위기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때는 정보 비대칭이 한 국가의 금융 불안을 역내 다른 국가로 전염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각 국가는 이런 금융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금융 위기의 재발을 막고자 하였다. 대표적인 장치가 최종 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의 설립과 예금보험제도의 도입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금융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던 19세기에 은행이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행의 투자실패 소문은 예금자들의 자금인출 사태, 즉 ‘뱅크런’을 유발해 은행들의 파산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1863년 연방정부의 인가를 받은 상업은행에 위기가 발생하면 조세를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은행법을 실시해 뱅크런을 막고자했다. 하지만 국가은행법을 통한 금융시장의 안정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상업은행의 안전성이 높아지자 국민들은 신탁은행도 비슷하게 안전한 것으로 오인했고 이들 신탁은행들은 상업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하면서 많은 예금을 유치하였다. 1907년 대형 신탁은행인 니커보커 신탁은행의 파산을 계기로 신탁은행의 취약성이 노출되면서 많은 신탁은행들이 문을 닫았고 금융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이에 미국 정부는 1913년 최종 대부자 기능을 수행할 중앙은행, 즉 연방준비제도를 창설하고 모든 예금은행에 지급준비금 보유 의무를 부과했다. 하지만 1930년대 대공황으로 은행의 지급 능력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다시 연쇄적인 뱅크런이 발생하였고 1933년 글래스-스티걸법을 통해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해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을 한층 높였다. 중앙은행 설립 및 예금보험제도 도입 등으로 각국은 금융 위기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었지만 금융 위기 발생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최근 주요20개국(G20)에 의해 금융 위기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그림자금융은 금융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금융 위기 이전까지 그림자금융 관련 상품들은 시장에서 안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그림자금융의 전문가인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토비어스 아드리안(Tobias Adrian)은 그림자금융이 중앙은행과 예금보험제도가 창설되기 전의 금융기관들과 유사한 리스크, 즉 중앙은행 유동성 지원과 예금보험 등과 같은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였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들 기관의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통한 수익추구 행태는 금융부문 간 상호 연계성과 대출의 경기 순응성을 확대함으로써 글로벌 금융 위기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심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 금융 위기는 기존의 금융규제 체계로는 더 이상 금융시스템 안정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위기극복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규제 개혁의 총괄 책임이 G20 국가들이 주도된 금융안정위원회(FSB)에 맡겨진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기존에는 대부분 위기 당사국이나 선진국이 중심이 돼 문제를 해결하였으나 이제는 국가 간 금융부문의 상호 연계성이 높아져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 없이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서 신흥시장국들의 역할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흥시장국이 다수 포함된 G20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규제 개혁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금융 위기 직후에는 규제 강화 주장에 모두가 공감하였지만 최근 들어 금융 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지나친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런 현상이 정반합의 변증법처럼 금융시스템 안정과 시장기능 복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황금률을 찾아가는 과정인지, 아니면 또 다른 금융위기의 씨앗이 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전 금융 위기와 그 해결과정 등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지켜본다면 마냥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던 글로벌 금융규제 개혁 논의가 훨씬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공동기획 서울신문·한국은행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쏙쏙 경제용어] ■뱅크런(bank-run) 금융 위기 또는 해당 은행에 대한 불신으로 단기간에 많은 예금주들이 은행으로부터 예금을 인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먼저 인출하는 사람일수록 더 유리한 결과가 발생할 때 뱅크런이 강하게 나타난다.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펀드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나면 펀드런(fund-run)이라고 한다. ■역선택(adverse selection) 거래자들 사이에 정보의 불균형이 존재한 상황에서 정보가 보다 부족한 사람이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중고차 구매자가 결함이 있는 중고차를 모르고 사거나, 보험사가 자신의 질병 내역을 숨긴 가입자를 받아주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 효과) 자기 자본에 빌린 돈을 합해 투자할 때 수익률이나 손실률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수익이 발생하면 자기 자본만 투자했을 때보다 수익률이 높아지지만 손해를 입을 경우에는 자기 자본만 투자했을 때보다 손실률이 커진다.
  • [기고] ‘명품 세종시’ 만들기, 공직자가 동참해야/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기고] ‘명품 세종시’ 만들기, 공직자가 동참해야/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정부기관들의 세종시 이전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세종시는 이를 맞이할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 현재도 출퇴근 시간에는 대도시를 방불케 하는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주차장도 늘 포화 상태이다. 먼저 입주한 사람들의 불만이 여전히 만만찮다. 이전한 공무원들도 이런저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내려왔는데 이것저것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하지만 세종시 건설은 이미 세계적 관심사가 되었다. 세계 도시학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세계 도시건설사를 보면 18세기에는 미국의 워싱턴 DC가, 19세기에는 프랑스 파리 개조사업이, 20세기에는 브라질의 브라질리아가, 그리고 21세기 들어와서는 대한민국의 세종시가 가장 큰 관심을 모은 도시개발사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종시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 21세기 이념이 잘 담긴 도시이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민주적인 도시, 직업과 계층을 넘어 소통하는 도시, 문화가 있고 자연이 함께하는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세종시 기본구상을 위한 국제 현상공모에 참여한 세계적 작가와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키워드이다. 정부청사가 섬처럼 고립되지 않고 도시와 소통하는 개방형 행정타운을 지향했고,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친근감이 있는 민주적인 청사를 추구했다. 부처에 따라 청사 1층을 문화·여가 공간으로 개방하고 보안장치는 층 단위로 설치하는 것도 논의됐다. 자동차에 빼앗긴 도시를 사람 중심도시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도 담겨 있다. 새 도시 인구의 80%를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정류장의 도보권에 배치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걷는 사람을 배려하는 도로체계를 계획했다. 차 없이도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자동차 도로율과 주차장 규모를 낮추어 계획했다. 대신에 세계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은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를 위한 전용도로를 많이 계획했고, 세계적 수준의 문화시설과 학교가 건설되고 있다. 건설 지역 전체 면적의 52%를 공원·녹지로 계획, 어디에서나 자연과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신도시를 건설할 때 계획된 시설을 일시에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건설 초기에는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드러난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렸다. 이 점에서 세종시는 계획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에너지를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고 건설 과정에서도 관련기관 모두가 최선을 다하리라고 믿는다.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뜻 속에서 건설되고 있는 21세기 선도도시이다. 현재 제기된 문제의 대부분은 도시가 다 건설되고 나면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건설 초기에 나타난 문제로 인해 세종시가 추구하고 있는 깊은 뜻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워싱턴 DC와 브라질리아가 세계적 명소로 알려졌는데, 앞으로 세종시가 당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건설되면 이를 능가하는 명품도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거시적인 시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인내와 슬기가 필요한 때다. 여기에 공직자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좌·우 이념 넘어 객관성 갖춘 역사책 만들 것”

    “좌·우 이념 넘어 객관성 갖춘 역사책 만들 것”

    역사 기술은 더러 객관성을 의심받는다. 일제강점기를 거친 한국사는 더욱 그렇다. 최근 한국사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위태롭기 그지없다.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면서도 역사교과서 기술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주변국들은 역사 왜곡을 일삼는다. ‘제대로 된’ 한국사 책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지는 때다. 이런 가운데 민음사가 ‘가장 믿을 만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역사서 ‘민음 한국사’ 시리즈를 출간했다. 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현재 한국사에서 좌우 이념 대립이 극심하다. 한국사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시점에서 객관성을 담보하고 역사서 수준을 높이는 출판을 해보겠다는 결심으로 책을 내놨다”고 밝혔다. 총 16권으로 계획한 시리즈의 1차분은 한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 많았던 15~16세기를 조명했다. ‘15세기, 조선의 때이른 절정’(제1권)과 ‘16세기, 성리학 유토피아’(제2권)다. 장 대표가 강응천 문사철 대표와 한국사 시리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 것은 3년 전이다. 민족사관과 친일사관, 독재 미화 등이 한창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두 사람에게는 이미 수년 전부터 객관적인 역사 서술과 접근법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우선 한 편집자가 전체 역사 서술의 큰 틀을 잡고, 역사학계의 중진학자들이 전문 분야를 집필한 뒤에 편집 과정에서 서술 방향과 톤을 논의하는 식으로 균형을 잡아갔다. “세계적으로 역사를 집필하는 기본 방식”이라는 장 대표는 이 책의 독특한 기술 방식의 하나로 ‘세기별 구분’을 꼽았다. 보통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누는 구성이 아니라 100년 단위로 쪼개 풀어내는 방식이다. 명확한 시간 변화를 주축으로, 같은 시기를 살아온 다른 나라의 상황을 비교하다 보면 한국사의 개성과 다양성이 또렷하게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15세기에 진행된 조선 건국을 원-명 교체와 연결 짓고 주변 신생국 열전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16세기는 조선 사대부의 성장을 중심으로 양명학과 프로테스탄티즘, 종교개혁 등을 들여다본다. 좀 더 쉽게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을 이용한 것도 장점이다. 편집을 주관한 강 대표는 “한국사를 통괄해 보겠다는 의지로 분야별 전문가들을 제대로 모았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단순히 역사학자로만 구성하지 않고 폭넓은 분야의 학자들을 참여시켰다. 문중양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가 한국 과학사를 진단하고, 박진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15세기 한글 창제의 의미를 짚는다. 한필원 한남대 건축과 교수는 사대부들의 이상향인 경북 봉화 닭실마을에서 피보나치 수열을 찾고, 염정섭 한림대 사학과 교수는 사회경제사를 두루 고찰한다. 강 대표는 “한국사에 대한 모든 선입관을 배제하고 역사를 들여다보자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목적”이라면서 “초기의 목표를 이루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판단하기에 이르지만, 포괄적으로 다시 한번 보자는 생각으로 최대한 알차게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시리즈는 15세기부터 시작해 19세기를 끝내면 다시 고대부터 차근차근 거슬러 올라오는 순서로 출간된다. 20세기와 현 정권까지의 현대사는 2016년에 내놓으면서 완간할 계획이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잠시만요” 신호등 조절하는 천재 맹도견 ‘화제’

    “잠시만요” 신호등 조절하는 천재 맹도견 ‘화제’

    주인을 대신해 신호등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알림버튼을 눌러주는 영리한 맹인 인도견의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일간지 데일리메일의 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4살인 맹인 인도견 ‘밀러(래브라도 리트리버 종)’다. 밀러는 20대 초반부터 시각 장애를 앓아온 크리스 마이클(68·영국 서포크 거주)씨의 4번째 맹도견이다. 시내에 조그만 식물원을 운영 중인 마이클은 언제나 밀러와 함께 길을 나서는데 그 영리함에 매번 고마움을 느낀다고 전한다. 마이클은 “밀러는 횡단보도에서 지금 정지신호인지 주행신호인지 정확히 판단한다”며 “때때로 시각장애인용 알림버튼을 앞다리로 직접 눌러 차량들을 먼저 정지시킨 뒤 안전한 보행이 되도록 돕는 경우도 있다”고 전한다. 단 1대의 차량이라도 위험이 감지되면 즉시 뒷발로 서서 신호등 버튼을 누르고 도로 한복판으로 나아가 안전성을 충분히 감지한 뒤 주인을 인도하는 밀러의 천재적 영리함에 지역 주민들도 매번 놀라움을 표시한다. 한편 밀러의 견종인 래브라도 리트리버(Labrador Retriever)는 본래 캐나다 뉴펀들랜드가 원산지로 19세기에 영국으로 건너가 1903년 영국 애견협회(UKC)에 공인됐다. 방수성이 좋은 짧은 털과 알맞은 근육질이 특징으로 가슴 폭이 넓고 발은 작고 단단하다. 꼬리는 뿌리가 굵고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데 모양이 수달의 꼬리와 비슷하여 오터테일(ottertail)이라고도 불린다. 지능이 높아 훈련이 쉽고 천성이 성실해 맹도견·경찰견·마약탐지견 등으로 각광받으며 사람과 매우 친밀해 가정 애완견으로도 인기가 높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돈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지긋지긋한 빚의 전쟁

    돈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지긋지긋한 빚의 전쟁

    화폐의 전망/필립 코건 지음/윤영호 옮김/세종연구원/436쪽/2만 2000원 흔히 돈이라 불리는 화폐. 이 화폐는 경제의 논리가 생성된 이후로 줄곧 핵심 요소로 작용해 왔다. 실제로 화폐 없는 경제는 있을 수 없으며 현대경제는 화폐가 가진 순·역기능의 조절과 해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혹자는 지금 글로벌 위기의 본질을 화폐정책의 실수에서 찾기도 한다. ‘화폐의 전망’은 바로 그 화폐의 본질을 꿰뚫어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 혼란을 해부해 눈길을 끈다. 책 제목만 볼 때 그저 단순한 화폐 관련 총서로 비쳐진다. 하지만 돈의 맥락에서 금융의 역사와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튼실한 대안을 제시한 역저다. 조개껍질 같은 초기의 화폐 형태에서 지폐, 전자화폐까지 온갖 형태로 변화해 온 화폐사의 추적이 책의 기본 바탕이다. 그러면서 화폐의 변천사와 맞물린 부채며 신용의 사례를 들춰 위기의 본질을 보게 만드는 구성이 흥미롭다. ‘금융업은 국가를 채권자와 채무자의 두 집단으로 분리하고, 두 집단을 서로에 대한 증오로 가득 채운다.’ 19세기 초반 미국 사상가 존 테일러가 일찍이 간파한 돈의 해악이다. 저자는 이 말을 들어 현재의 금융 위기야말로 돈의 본질과 깊이 연관돼 있음을 들춰낸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갈등은 사실상 돈의 탄생과 더불어 시작됐고 경제사도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투쟁사라는 것이다. 서구의 많은 국가에서 부채의 총 가치는 연간 경제 생산가치의 3∼4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 시각에서 돈과 부채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어떻게 변해 왔고 변할 것인지를 더듬는다. ‘돈은 부채이고 부채는 돈이다.’ 돈과 부채의 연관성을 현대경제의 필수요소라는 신용으로 연결하는 대목도 독특하다. 2011년 8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채무국의 지위를 의미하는 AAA 등급을 상실했다. 요컨대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데 필요한 신용이 감소한 것이다. 책은 그 결과로 야기된 혼란에 주목해 지금 경제가 중대한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보여 준다. 신용은 금융거래에 사용될 수 있지만 투기조장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해악의 사례들이 그런 측면에서 곁들여진다. 저자는 지난 40년 동안 누적된 엄청난 부채는 단번에 상환될 수도 없고 상환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채무국들은 공식적인 디폴트를 선언하든 정부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든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것이란 진단이다. G2로 불리는 미·중 관계의 언급도 흥미롭다. “채무·채권국의 관계를 포함해 좀 더 강력하고 긴밀한 협력을 취하겠지만 단시일 내에 중국의 위안화가 현재의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를 대치하지는 못할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말에 얽힌 이야기] 청동기 말 뼈부터 현대미술까지… ‘말 많은’ 전시들

    [말에 얽힌 이야기] 청동기 말 뼈부터 현대미술까지… ‘말 많은’ 전시들

    말의 그 힘찬 질주가 우리 민족의 기상을 웅변해 주고 있어서일까. 갑오년 신년 벽두에는 말띠해의 박진감을 생생히 전해 주는 전시 공간이 많다. 화폭 사이로 ‘익숙한’ 존재를 새삼 ‘낯설게’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국립민속박물관(02-3704-3173)은 2월 17일까지 ‘힘찬 질주, 말’ 기획전을 이어 간다. 청동기시대 말 머리뼈부터 삼국시대의 말 모양 토기 등 관련 유물 64점이 소개된다. 전시에선 서울 마장동의 유래가 된 사복시 마장원(馬場院)과 관련된 ‘살곶이 목장지도’, 경주 현곡면 왕릉급 고분 호석(護石)에서 나온 말 신장(神將) 등을 관련 학계의 성과 및 해석과 함께 선보인다. 말 신장은 지난해 11월 발굴 이후 처음 공개 되는 것이다. 또 제주 목장에서 말의 사육을 담당하는 목동인 ‘말테우리’가 쓰던 개가죽으로 만든 방한모와 그 모습이 담긴 20세기 사진엽서, 암수 두 마리의 말이 노니는 장면을 그린 조선 후기의 ‘곤마도’, 버드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말을 그린 지운영 화백의 1923년 작 ‘유하마도’ 등이 나왔다. 1970년대에 제작된 소아용 말타기 장난감, 고무공을 눌러 움직이는 경마 장난감 등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 전개는 무척 이채롭다. ‘말과 탈것’을 중심으로 야생마(진화), 길들이기(순화), 사람 승용(1단계), 신·영혼 승용(2단계), 19세기의 말, 기차와 승용차 등 말의 대용재로 이어지는 시간적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경기도박물관(031-288-5400)은 12월 말까지 ‘말 타고 지구 한 바퀴’전을 연중 내내 이어 간다. 경주 금령총에서 나온 ‘기마인물형토기’,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 등에 등장하는 말의 모습 등을 보며 세계 각 지역의 말과 관련된 문화를 살필 수 있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해 마구 스탬프 찍기·모형말 타고 사진 찍기 등의 체험행사도 마련됐다. 전주역사박물관(063-228-6485)은 ‘달리자 청마야’전을 2월 23일까지 연다. 십이지와 말, 말의 상징, 말과 신앙, 일상생활 속의 말, 말의 생태, 군마, 지역과 말 등 7개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두 마리의 말이 등장하는 조선시대 화가 장승업의 ‘쌍마도’, 말 위에서 술을 마실 때 쓰는 청자 ‘마상배’ 등 50여점을 전시한다. 마사박물관(02-509-1283)은 4월 28일까지 ‘말놀이 문화’ 특별전을 개최한다. ‘내 친구, 말’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전시에선 죽마놀이·말뚝박기 등 전통 말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롯데갤러리(02-726-4456)는 2월 3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청마시대’전을 이어 간다. 한국, 몽골, 호주 등의 작가 28명이 회화, 조각, 설치물 등 말을 주제로 7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우리나라는 김석영, 송형노, 김점선 등 9명, 몽골은 차드라발 아디야바자르, 바트뭉크 다르마 등 15명, 호주는 마기 셰퍼드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신년기획-유라시아 루트를 가다] ‘鐵의 실크로드’…부산항이 동북아 물류 허브로 뜬다

    [신년기획-유라시아 루트를 가다] ‘鐵의 실크로드’…부산항이 동북아 물류 허브로 뜬다

    19세기 독일의 지리학자 페르디난트 리히트호펜은 1877년 중국 신장(新疆)에서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국제 교역로를 ‘실크로드’(Silk Road)라고 불렀다. 실크로드는 중국을 기·종점으로 중앙아시아를 통해 유럽에 이르는 국제 교역로의 의미로 폭넓게 사용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8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한 데 이어 11월 13일 북한과 러시아가 합작한 나진~하산 철도 프로젝트에 한국이 동참하기로 합의해 부산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가 1916년 세계에서 가장 긴 시베리아 횡단철도(9297㎞)를 연결한 지 1세기 만이고,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한 철도연결 사업이 공론화된 지 13년여 만이다. 철의 실크로드 사업은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구축,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중국 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GR)와 연계해 유럽까지 경제성이 보장된 수송로를 건설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여러 대안 가운데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유럽까지 최단 거리인 데다 자원 확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에서 두만강을 거쳐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면 국경 통과가 적어 통관 절차나 환적(해상운송에서 화물을 다른 운송수단에 옮겨 싣는 것) 등에 걸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강원발전연구원에 따르면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해상으로 화물을 수송하면 30~33일이 걸린다. 반면 유라시아 대륙 횡단철도로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경유하면 20~22일로 10일가량 단축된다. 운임도 컨테이너 1개당 46%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재진 강원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에너지원의 73.4%를 중동에 의존하는 만큼 러시아 극동지역의 에너지 자원 확보를 원활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라시아 철도가 기대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유라시아 철도를 추진하려면 남북관계 악화로 중단된 남북한 철도연결 사업을 복원해야 한다. 정부는 2000년 9월 경기 파주시 문산부터 군사분계선까지 경의선 구간 12㎞를 착공해 2002년 10월 완공했다. 강원 고성군 제진역부터 군사분계선까지 동해선 구간 7㎞를 2005년 12월 건설했다. 북측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궤도 부설을 2004년 10월 완료했고, 지난해(2013년) 9월 나진부터 러시아 하산까지 철도 54㎞를 개통했다. TKR 노선은 현재 3개 축으로, 이 중 TSR과 연결 가능한 노선은 2개 축이다. 첫번째는 부산에서 서울을 거쳐 철원까지 연결된 남측의 경부·경원선 노선 533㎞와 북한 평강에서 청진, 두만강까지 749㎞를 연결한 1313㎞의 경부·경원선 축이다. 두번째는 부산에서 포항, 삼척, 강릉, 제진역을 통과하는 470㎞와 북한의 원산, 나진, 두만강 접경까지 781㎞를 합한 길이 1351㎞ 규모의 동해선 축이다. 이 가운데 경원선은 아직 북한과 연결되지 않았고, 동해선 남측 지역도 제진역만 북한과 연결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개통을 목표로 포항~삼척 165.8㎞ 구간을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제진역에서 강릉을 지나는 철도 노선은 계획 중이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북한동북아교통연구실장은 31일 “제진역에서 남쪽으로 가는 철로가 없다는 점에서 동해지역을 통한 유라시아 철도 구간은 2020~2030년쯤 현실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동해선 철도는 현재 국내 물류의 70~80%를 담당하고 있는 경부축의 혼잡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부산항과 울산항보다 러시아에 가까운 강원도가 러시아 교역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과의 연결통로 역할을 하는 제진역은 2006년 완공 이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북한 금강산역~남한 제진역 간 거리는 25.5㎞.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던 2007년 5월 17일 남북 간 열차 시험운행에 따라 북한 열차가 한 차례 들어온 이후 더 이상 운행을 못함으로써 역으로서의 역할을 잃었다. 북한 방향 외에 남쪽으로 이어진 선로가 없을 뿐 아니라 6년여간 열차 운행이 없다 보니 선로는 붉게 녹슬었고 7만평에 달하는 제진역사는 황량해 보였다. 고성군 죽왕면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황경원(43)씨는 “금강산 관광 중단 이전보다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면서 “철도 연결 등 남북한 간 화해 협력 분위기만 이뤄지면 지역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유라시아 철도가 실현되면 경부·경원선 축은 여객, 동해선 축은 화물 수송에 제격”이라고 전망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유라시아 철도망이 구축된다면 러시아 철도와 우리 철도의 이질적 시스템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선로 사이의 간격을 의미하는 궤간만 보면 우리와 북한, 중국은 폭 1435㎜의 표준궤를 사용하는 데 반해 러시아는 1520㎜의 광궤를 사용한다. 낙후된 북한 철도의 현대화도 과제로 꼽힌다. 북한 철도의 전철화율은 80.4%로 남한(69.1%)보다 높지만 노후화되고 전력공급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곧잘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된다. 안 실장은 “남북 관계의 진전뿐 아니라 일부 구간이 시속 10~20㎞ 수준에 불과한 북한 철도의 현대화 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성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포니정재단, 학생 30명 등에 장학증서 전달

    포니정재단이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서 학생과 학자 등 30명에게 장학증서와 학술지원 증서를 전달했다. 포니정재단은 한국 최초의 독자적 자동차 모델 ‘포니’를 개발한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도전정신을 잇고자 설립된 장학재단이다. 올해 장학생으로 선발된 차윤지(한양대)씨 등 30명에게는 1년간 학비와 현장답사, 국외학술 탐방 등 다양한 교육 기회가 제공된다. 학술지원 대상으로는 이보고 박사의 ‘19세기 서구의 대중국 지식 체계화 과정 연구’와 최해별 박사의 ‘동아시아 법의학 지식의 형성, 전파 그리고 변용’ 등 2건이 선정됐다. 해당 연구 프로젝트에는 1년간 4000만원의 연구비와 출판지원금 1000만원이 지원된다. 이 밖에 베트남 학생 2명에게도 초청 장학증서가 전달됐다. 포니정재단은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밟고자 하는 베트남 학생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동물 인식이 동물들에 미치는 영향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동물 인식이 동물들에 미치는 영향

    야생동물들은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서 대부분 책이나 영화로 만난다. 동화엔 사람보다 많은 동물이 등장한다. 동물들은 사람처럼 이야기하고 웃기도 하며, 친구가 되어 세상을 함께 여행한다. 무서운 악당도 된다. 동물에 대한 사람의 인식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아이들은 동화 덕분인지 동물을 친숙하게 여긴다. 하지만 친숙한 듯한 동물들이 실제론 다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곰돌이 푸’ 인형을 받고 한껏 들떴던 아이가 실물을 보고 그렇게 귀엽지 않다는 걸 깨닫고 동물원 곰 앞에서 울기도 한다. 테디베어의 모델 ‘불곰’은 시속 56~64㎞까지 달릴 수 있고 큰 발톱으로 사냥감을 공격해 죽이기도 한다. 사람과 맞닥뜨리면 매우 위험하지만 곰이 친근하다고 여기긴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을 무서워하지 않고 다가오면 과자며 사탕이며 먹을거리를 줬기 때문에 곰들은 썩은 이빨로 돌아와야 했다. 그래서 종복원센터의 산길 안내 현수막에 그려진 곰은 귀엽지 않다. 사람들에게 ‘곰돌이’로 비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무섭고 나쁜 동물이라는 누명을 쓴 동물도 있다. 하이에나는 만화영화 ‘라이언킹’에서 주인공 사자를 괴롭혀 아이들의 미움을 샀다. 다른 동물이 사냥한 먹이를 하이에나가 빼앗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자가 먹이 곁으로 오면 떠나거나 30~100m쯤 떨어져 기다렸다가 남은 먹이를 먹는다. 줄무늬하이에나는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일부에 살며 사바나처럼 빽빽한 풀 속에 숨기 위해 털에 줄무늬를 가졌다. 얼룩무늬하이에나는 아프리카에 살고 털에 점을 지녔다. 동물원에 오면 줄무늬하이에나가 자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게을러서가 아니라 야행성이기 때문이다. 낮엔 굴에 숨어 지낸다. 식사 시간을 늘리려고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쇠사슬에 뼈를 매달아 주면, 강력한 이빨로 뼈를 떼어 야생에서처럼 특정 장소로 들어가 먹는다. 라이언킹에서 얼룩무늬하이에나 한 마리의 지능이 좀 낮게 그려지긴 했지만 매우 똑똑하다. 사회적 행동과 관련 있는 전두엽 피질이 발달했다. 협동적인 문제 해결 능력은 침팬지를 앞선다는 연구도 있다. 먹이를 얻기 위해 두 마리가 함께 밧줄을 끌어야 하는 실험에서 훈련 없이도 과제를 풀었고, 다른 동료에게 가르쳐 주기도 했다. 먹잇감마다 다른 사냥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70만년 전 인류의 유적 근처엔 하이에나의 배설물과 뼈가 있다. 인류가 하이에나와 경쟁하며 살았다는 증거다. 늑대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줄어들었다. 늑대는 이솝우화에서 양을 훔쳐 가는 나쁜 동물의 역할을 도맡고 있다. 음흉한 남자를 ‘늑대’라고도 한다. 서구에서는 17~19세기 늑대의 수가 크게 줄었는데 예전부터 늑대에 관한 종말론적 신화나 전설이 많았다. 일본 ‘아이누 설화’는 인간과 흰 털을 가진 늑대가 소수민족인 아이누족의 조상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만화영화 ‘원령공주’에서 다뤄졌다. 1970년대 이후 야생에서 발견되지 않는 우리나라 늑대는 호랑이와 똑같이 큰 동물을 먹이로 하기 때문에 숲 속의 호랑이와 달리 숲 가장자리에 산다. 사람들이 숲의 가장자리에 터를 잡으며 점차 야생동물들과 마주치게 됐는데, 특히 자신의 가축을 죽이는 늑대를 싫어하기에 이르렀다. 요즘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 고라니 등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과 맞물린다. 오창영(1928~2013) 초대 서울동물원장의 ‘오창영 동물기’에 1960년 봄, 새끼 늑대가 경북 영주에서 창경원으로 들어오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1964~1967년 영주에서 온 다섯 마리의 늑대가 창경원에 있었고, 이들의 후손 한 마리가 1996년까지 살았다고 한다. 현재 서울대공원의 늑대는 말승냥이로도 불리는데, 이는 북한 말로 똑같은 ‘늑대’다. 멸종 위기의 한국 늑대를 복원하려고 2005년 북한 평양동물원에서 한 쌍을 들여왔다. 이들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늑대나 하이에나와 달리 아이들에게 좀 더 친숙한 동물이라면 만화영화 ‘쿵푸팬더’나 ‘뽀로로’의 주인공을 꼽을 수 있다. 쿵푸팬더의 판다나 뽀로로의 펭귄은 매우 유명해 잘 알지만, 쿵푸팬더 ‘포’에게 무술을 전수하는 ‘시푸 사부’나 뽀로로의 친구 ‘에디’는 어떤 동물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관람객에게 시푸 사부가 ‘레서판다’, 에디는 ‘사막여우’라고 알려 주면 그 동물을 더욱 친숙하게 느낀다. 레서판다는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이며, 서울대공원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 1위로 뽑힐 만큼 귀여운 외모를 자랑한다. 만화영화에서는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사부님이지만 실제론 굉장한 동안(童顔)이다. 야생에서는 8~10년을 산다. 판다는 네팔어로 ‘대나무를 먹는다’는 뜻이다. 레서판다도 대나무를 먹지만 곰과가 아니라 레서판다과다. 뽀로로에 나오는 에디는 큰 귀를 가진 사막여우다. 더운 사막에 살아 열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귀가 크다. 발에 털이 많아 모래에 빠지지 않고 잘 걷는다. 서울동물원 사막여우는 정확히 말해 ‘페넥여우’다. ‘페넥’은 아랍어로 ‘여우’다. 페넥여우는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으로 허가를 받아야 반입할 수 있어서 동물원에만 있다. 다른 사막여우는 CITES에 속하지 않아 반려동물로 인기를 끈다. 동물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디어에 나오는 동물 이미지는 왜곡되고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오랑우탄은 해마다 숱하게 ‘애완용’으로 밀렵된다. 타이완에선 1986년 텔레비전 쇼에서 오랑우탄을 ‘이상적인 친구’로 소개한 뒤 큰 문제를 낳았다. 다 자란 오랑우탄은 워낙 강한 힘 때문에 통제하기 힘들어 주로 한 살 미만의 오랑우탄이 야생에서 사라졌으며, 크면 철창 안에 갇히게 됐다. 야생동물을 소유하려는 욕심과 동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 준 미디어 탓이다. 우리는 텔레비전 속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즐거움과 위안을 느낀다. 인간 이외에 다른 생명체가 있다는 게 우리를 안심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생명체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그저 마음에 안 들어서, 왠지 기분 나빠서 지나가던 고양이를 때리기도 하고 동물원의 동물을 괴롭히기도 한다. ‘알면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면, 이 세상의 동물들을 더욱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새해엔 내 방식대로의 사랑이 아닌, 그 대상 자체를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enrichment@seoul.go.kr
  • 역사 상 가장 멋진 수염 소유자가 ‘미모의 여성’?

    역사 상 가장 멋진 수염 소유자가 ‘미모의 여성’?

    과거에는 지위의 상징, 지금은 하나의 패션으로 사랑받으며 ‘콜맨(영화배우 로널드 콜맨) 스타일’, ‘카이젤(고대 로마 카이사르) 스타일’, ‘채플린(영화배우 찰리 채플린) 스타일’ 등 모양과 개성도 다양한 것이 남자들의 ‘수염’이다. 그런데 역사상 가장 멋진 수염의 소유자 중 한 명이 ‘여자’라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역사 상 가장 멋진 수염 소유자’ 중 1명인 19세기 미국 여성 애니 존스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녀린 몸매에 뚜렷한 이목구비는 전형적인 상류사회 미인을 연상시키지만 당대 어떤 남성보다 풍성해 보이는 수염이 묘한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다. 지난 1865년 미국 버지니아에서 태어난 애니 존스는 불과 생후 9개월부터 코와 턱 밑에 수염이 자라 부모를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외모로 주목받은 그녀는 당시 거액인 주급 150달러를 받으며 서커스 단원으로 활동했는데 5세 때 이미 웬만한 남성보다 풍성한 수염을 자랑했다고 한다. ’털 복숭이’, ‘수염 레이디’등 여자에게는 다소 수치스러운 별명을 갖게 됐지만 그녀는 당당히 본인의 특성을 활용해 공연을 진행했고 곧 서커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단원이 됐다. 존스는 유명세에 힘입어 유럽 투어까지 갔는데 그녀의 수염에 반한 러시아 화가가 ‘예수님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존스는 수염만큼 긴(땅 바닥에 끌릴 정도) 머리카락으로도 유명했으며 16세 때 첫 결혼 후 총 2번 가정을 꾸렸다. 그녀는 37세 때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마지막 유언은 수염을 자르지 말고 그대로 함께 땅에 묻어달라는 내용이었다. 풍성한 수염은 그녀에게 부끄러움이 아닌 자랑거리이자 동반자였던 것이다. 한편, 애니 존스 외에 멋진 수염 소유자로 가디언지가 선정한 인물들은 산타클로스(가상 인물), 피델 카스트로(정치인), 제레미 팩스맨(언론인), 록밴드 지지 탑 멤버 2명(빌리 기븐스·더스트 힐) 등이 있다. 사진=가디언지 캡처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홍석우 딴생각] 한글 때문에 조선이 발전할 것이다

    [홍석우 딴생각] 한글 때문에 조선이 발전할 것이다

    “중국 글자로는 모든 사람이 빨리 알 수도 없고 널리 볼 수도 없는데 조선 언문은 본국의 글일 뿐더러 선비와 백성과 남녀가 널리 보고 알기 쉽다. 슬프다. 조선 언문이 중국 글자에 비해 크게 요긴하건만 사람들이 요긴한 줄도 알지 못하고 업신여기니 어찌 안타깝지 아니하리오.” 조선의 선각자가 쓴 글 같지만 호머 헐버트 박사가 1890년 ‘사민필지’에 쓴 글이다. “200개가 넘는 세계의 문자를 검토해본 결과 한글은 현존하는 문자 중 가장 훌륭한 문자임이 분명하다. 누구라도 한글을 대하면 배운 지 나흘 만에 책을 읽을 수 있다” 라고도 했다.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고종의 특사로 참가하는 등 조선의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그는 쉽게 배울 수 있는 한글 보급이 조선 근대화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 한글 때문에 조선이 발전할 것으로 보았다. 그런 그의 판단이 결국 옳았다. 해방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던 나라가 한 세대 만에 15대 경제 대국이 되었다. 전후에 원조를 받다가 원조를 주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 중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세계에서 오직 일곱 나라에 불과한 ‘5020클럽’에도 가입했다. 이를 기적이라고도 하고 원인으로 교육열, 창의력, ‘빨리빨리’ 문화, 리더십 등을 꼽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한글이라고 믿고 싶다. 19세기 말엽에 한글 때문에 조선이 발전하리라고 내다본 헐버트 박사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헐버트 박사는 배운 지 나흘 만에 한글을 읽었다고 했지만 2008년도 노벨문학상 작가인 장마리 구스파프 르 클레지오는 한글을 배운 지 하루 만에도 잘 읽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러니 60년대 수출입국을 시작할 때도 우리 근로자들은 작업지침을 읽을 수 있어 좋은 제품의 생산이 가능했다. 2007년도 UNDP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문자 해독률은 99.8%로 세계 최고이다. 한글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꼽는 교육열도 그 원천이 한글에 있는지 모른다. 어린 나이에도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자식을 보면 어느 부모가 가르치고 싶지 않겠는가. 한글은 어떤 언어보다도 표현이 다양하다. 빨간 색깔 하나를 표현하는데도 불그레하다, 볼그무레하다, 볼그댕댕하다, 검붉다, 연붉다 등이 가능하다. 글자와 생각이 서로 순환적이라면 이런 문자를 사용하는 우리의 생각이 창의적이 아니면 이상하다. 디지털 시대를 맞으면서 한글은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느 글자보다도 빠르게 자판을 통해 의미 전달이 가능하니 ‘빨리빨리’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글로벌 언어인 영어를 구사하는 데 어느 민족보다 어려움이 크다. 한글의 어순 체계가 영어와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에 핸디캡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계 7대 무역대국이 되었으니 핸디캡이 없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KAIST 이민화 교수의 책을 읽어 보면 창조경제를 이렇게 정의했다. 기업의 비즈니스 단계에서 예전에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핵심 요소였다. 지금은 워낙 생산기술이 발전해 품질에서 차별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를 중심으로 아이디어 단계가 중요하고 마지막 단계인 고객과의 접점이 중요하다. 이런 것이 창조경제이며 애플의 모습이 바로 그러한 모습이다. (요약에 오류가 있다면 이민화 교수의 양해를 바란다) 언어를 여기에 대입해 보았다. 지금 세계는 완전한 하나의 경제권으로 좁혀져 가고 있는 창조경제시대이다. 우리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한글을 갈고 닦아야 하며, 글로벌 고객 접점을 넓히려면 영어 구사 능력을 획기적으로 키워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비교적 확률이 높은 방법이 아닐까. 성균관대 석좌교수·전 지식경제부장관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체념의 조형(김우창 지음, 나남 펴냄) 한국의 대표 지성,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50년간 문학뿐 아니라 정치, 역사, 예술, 철학 등 인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사유를 펼친 결과물이다. 문학의 추동력과 의미, 문학의 현실 참여, 비교문학 등 김 교수의 문학 관련 글 가운데 가장 논리적 밀도가 높고 뉘앙스가 풍부한 글 34편을 골라 실었다. 문학선을 꾸민 문광훈 충북대 독문과 교수는 “김우창의 문학 논의는 감성의 섬세함, 논리의 철저함, 감성과 논리로 된 사유를 실어 나르는 언어의 정확함 등이 한국 문학에서 유일무이하다”며 “그의 글은 이 짧고 비루하고 덧없는 생애에서 덧없지 않을 어떤 맑고 고요한 지평을 끊임없이 돌아보게 한다”고 책의 의의를 짚었다. 1980년대 나남출판사에서 펴냈던 문학선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이어 가기 위해 다시 출간하는 ‘나남문학선’의 첫 번째 책이다. 752쪽. 3만 2000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빌리 엔·오르바르 뢰프그렌 지음, 신선해 옮김, 지식너머 펴냄) 마트 계산대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하는 공상, 아침에 일어나 습관적으로 하는 양치질…. 우리가 무시하고 지나쳤던 사소하고 하찮은 순간들에 호기심을 갖고 이를 학문적으로 접근한 독특한 책이다. 스웨덴 대학 교수인 저자들은 문학 작품과 예술 작품을 아우르는 방대한 자료와 참고문헌, 관찰, 각종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순간’의 이면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문화·사회적 의미를 분석했다. 책은 사소한 기다림, 습관, 공상 등의 무위는 현대성의 산물이자 문화적 행위이며 이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행위가 아니라 현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변화를 계획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432쪽. 1만 6000원. 교황 프란치스코(프란체스카 암브로게티·세르히오 루빈 대담, 이유숙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한 대중적인 행보로 존경받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삶과 생각을 담은 첫 공식 전기다. 교황 선출 이전 아르헨티나 추기경으로 재직할 당시 저명한 종교 전문 기자 2명과 2년간에 걸쳐 나눈 대담을 엮었다. 2010년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출간됐고 올해 교황 즉위를 기념해 재출간되면서 전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됐다. 어릴 때 조부모와의 추억, 폐부전으로 사경을 헤매던 청년 시절, 성직자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 그리고 아르헨티나 추기경으로 재직하던 시절까지 가톨릭 수장이기 이전에 호르헤 베르고글리오라는 한 인간의 성장과 깨달음을 생생한 육성으로 전달한다. 교리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들에 대한 생각, 종교가 사회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따끔한 질책에선 용기 있는 지도자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328쪽. 1만 4000원. 초파리(마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갈매나무 펴냄) 부제가 ‘생물학과 유전학의 역사를 바꾼 숨은 주인공’이다. 생물학의 실험 재료로 쓰인 수많은 벌레 중에서도 초파리는 매우 유용한 존재로 꼽힌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이상적인 실험 동물인 개, 생쥐, 토끼 등에 밀려나 있던 초파리는 박물학이 쇠퇴하고 실험생물학이 떠오르기 시작한 20세기에 이르러 새롭게 주목받았다. 초파리를 통해 발견된 다양한 생물학적 사실들이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에게서 성립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기초 유전학뿐만 아니라 발생유전학, 진화유전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초파리에 관해 발표된 논문만 10만편이 넘는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아는 사람만 알고 있었던 초파리의 무용담을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러시아 등 세계 곳곳의 연구실을 배경으로 한 편의 과학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려 나간다. 296쪽. 1만 40000원.
  • [시론] 서울대공원의 허황된 꿈보다 동물복지를/김성균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시론] 서울대공원의 허황된 꿈보다 동물복지를/김성균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얼마 전 서울대공원에서 탈출한 호랑이에게 사육사가 물려 죽은 사건이 있었다. 사건 직후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2009년 서울대공원 재조성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국제현상공모전을 열었지만 사업의 현실성이 부족하고 입장료도 10배 이상 올려야 가능해 결국 포기했다는 것이다. 2002년 수의학과 교수 등과 함께 생태적이고 동물복지를 고려한 현실적인 동물원 계획안을 제출했다. 기존 동물원 시설들을 분석하고 미국 오마하 동물원 연수 체험과 세계적 동식물원 전문가, 관리인 및 이용자들과의 워크숍 내용 등을 토대로 했다. 하지만 2003년 새로 부임한 이원효 전 서울대공원 원장은 이 계획을 무시하고 2009년 서울시와 함께 ‘서울대공원 재조성을 위한 기본구상 및 타당성 국제현상공모’를 시행했다. 상금은 총 15억원(당선작 6억 5000만원)이었는데 공모운영비 등을 포함해 20억원가량 혈세를 쏟아부었다. 이 공모는 아이디어 공모로 실행하려면 다시 기본계획·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를 해야 돼 추가 비용이 많이 든다. 이는 2008년에 시행된 면적이 서울대공원의 70배나 되는 ‘새만금 종합개발 기본구상을 위한 국제공모’에 상금 총 1억 5000만원(당선작 5000만원)을 내걸었던 유사한 공모와 비교해 봐도 엄청난 규모였다. 상금이 많아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후원한 현란한 전시행정의 결과였다. 현실성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얻겠다고 동물원 1년 지원예산 30억원의 3분의2에 해당하는 혈세를 퍼부은 서울시가 예산이 없어 동물사의 잠금장치도 고치지 못해 호랑이가 탈출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무모한 예산 집행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서울시에 물어야 한다. 동물원 설계전문가의 관점에서 이번 동물원 사고의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서울대공원은 건설기술이 부족했던 70년대의 산물이다. 필요 이상으로 규모만 커 관람과 관리만 힘든 구조이며 동물들의 행태를 고려하지 않은 19세기형 철창식 전시방식이다. 따라서 동물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호랑이 탈출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주로 행정직이던 서울대공원 원장 등 고위직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동물의 행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동물사육사의 비전문성도 문제이다. 셋째, 동물원에서는 모든 동물과 동물사에 대한 운영지침이 필수적인데 이것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있어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게 이번 사고를 부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개선 방안은 뭘까. 최근 동물원의 세계적 추세는 자연생태 서식지를 조성하여 그 속에서 동물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동물복지가 우선이며 주요 동식물의 종 보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서울대공원 재조성은 기존 시설을 잘 활용하고 보완하는 동물원 재생의 개념으로 세계적 동물원 추세에 맞춰야 한다. 이런 개념으로 작성된 2002년 생태동물원 기본계획안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동물원들이 있는데 유사한 동물들을 보유·관리하고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 전문가를 모든 동물원에 똑같이 배치하기 어렵다. 또 전시내용이 비슷한 다른 동물원을 관람할 필요가 없게 된다. 합리적인 대안으로 우리나라 전체 동물원을 통합, 운영할 필요가 있다. 동물원마다 특화된 동물을 중점적으로 배치하고 이에 대한 연구·관리 전문가를 양성해 전문적 관리지침을 만들어 순회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예산절감 및 전문성이 확보되고 국민들은 여러 도시의 다양한 동물원을 찾아갈 필요를 느낄 것이며, 관람객 증가로 동물원 만성 적자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공원 문제는 전문가들이 모여 대공원 안팎의 구체적인 현안들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사육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차제에 서울대공원을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할 것이다.
  • 경북 반가 건축 ‘만산고택’ 중요민속문화재에

    경북 반가 건축 ‘만산고택’ 중요민속문화재에

    문화재청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에 자리한 ‘만산고택’(晩山古宅)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중요민속문화재 제279호로 지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만산고택은 조선 말기 문신으로 통정대부(通政大夫)와 중추원 의관(中樞院議官), 도산서원장을 지낸 만산(晩山) 강용(1846~1934)이 1878년 건립한 집이다. 별채인 칠류헌(七柳軒)은 영친왕을 비롯한 조선 말기 여러 문인들이 교유하던 장소로 활용됐다. 문화재청은 이 고택이 19세기 경북 북동부 지역 반가(班家)의 건축적 특징을 잘 보전했다고 지정 이유를 밝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세계 56개국 중계… 화려한 참석자 면면에 서구 사교계 ‘최고 행사’

    세계 56개국 중계… 화려한 참석자 면면에 서구 사교계 ‘최고 행사’

    세계 최대의 가구기업 이케아, 통신장비의 명가 에릭손, 비행기 엔진에서 시작해 자동차 업계에 큰 획을 그은 볼보와 사브. 인구 900만명에 불과한 스웨덴은 인구 대비 글로벌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다. 성냥, 지퍼, 몽키스패너, 종이 위에 필름을 덮은 우유팩도 스웨덴이 자랑하는 발명품이다. 잉그리드 버그먼과 그레타 가르보 같은 세계적인 배우, 팝의 전설인 아바 역시 스웨덴 출신이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에게 ‘스웨덴 최고의 브랜드’를 물어보면 대부분 ‘노벨상’을 첫손에 꼽는다. 노벨 시상식과 만찬에 초대받았다고 하면 누구나 부러워하고, 초청자들에게는 아낌없는 편의가 제공된다. 특히 노벨재단의 주최로 열리는 노벨 만찬은 호화로움과 참석자들의 면면 덕분에 스웨덴은 물론 서구 사교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행사다. 많은 언론이 노벨 만찬의 메뉴를 놓고 예상기사를 내보내고, 노벨 만찬을 주관한 요리사는 평생이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준만큼 재단의 콧대도 높다. 주최측인 노벨재단 관계자들과 수상자들을 제외하면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초청을 받고도 만찬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저녁 한끼에 1인당 2500크로나(약 40만원) 수준. 참석자들의 드레스코드는 남성은 연미복과 보우타이, 여성은 이브닝 드레스다. 만찬장 앞은 수많은 관람객들로 마치 영화제를 연상케 한다. 10일(현지시간) 진행된 시상식과 노벨 만찬은 스웨덴 국영 SVT와 로이터통신 주관 아래 전세계 56개국에 생중계됐다. 오후 7시.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브 16세 부부를 시작으로 스웨덴 왕족들과 올해 노벨상 수상자 부부들이 파이프오르간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의 메인 계단을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만찬이 열렸다. 1901년 그랜드호텔에서 진행된 첫 노벨 만찬 참석자는 113명. 올해 노벨 만찬에 초청된 사람이 1250명이라는 점만 봐도 노벨상의 명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다. 만찬이 열리는 블루홀은 실제로는 붉은색 벽돌로 덮여 있다. 설계를 담당한 건축가 라그나 오스트베리가 당초 푸른색으로 구상했지만, 붉은 벽돌색에 반해 생각을 고쳐먹고 이름만 남겨뒀기 때문이다. 행사 참석자들의 가이드와 연사 소개는 스웨덴 대학생들이 맡았다. 스웨덴 외교부의 마들렌 브로넨은 “학생들이 꿈과 목표를 만들 수 있는 경험을 주기 위한 오래된 전통”이라며 “평범한 학생들 중에서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은 국왕 부처와 수상자들이 앉는 메인 테이블을 비롯해 모두 62개의 테이블로 꾸며졌다. 워낙 많은 사람이 참석하다 보니 요리사 43명, 서빙을 담당하는 웨이터와 웨이트리스 270명이 동원됐다. 이날 행사에 사용된 접시는 7000여개, 잔은 5000여개, 식기는 1만벌에 이른다. 노벨 만찬은 단순히 밥을 먹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스웨덴 문화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전 세계에 자랑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노벨재단 관계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마다 각 나라가 자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애쓰지만, 스웨덴 입장에서는 매년 기회가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만찬 행사는 3명의 소프라노로 구성된 오페라 그룹 ‘디바인’이 주도했다. 디바인은 19세기 실존했던 스웨덴의 전설적인 소프라노 제니 린드(1820~1887)를 기리는 창작뮤지컬 ‘나이팅게일’을 3막에 걸쳐 공연했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만찬 메뉴는 세 가지 코스로 구성된다. ‘최고’를 지향하는 노벨 만찬은 원래 두 개의 전식과 두 개의 메인요리, 디저트 등 다섯 가지 코스로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하지만 참석자가 늘어나면서 점차 줄어 이제는 전식, 메인, 디저트 등 세 가지로 진행된다. 올해 전식은 ‘당근으로 장식한 꾀꼬리버섯과 송로버섯 모자이크’, 메인요리는 ‘노르웨이산 랍스터와 가자미, 크림치즈와 시금치로 장식한 랍스터, 아몬드와 감자 퓨레’, 디저트는 ‘노벨 얼굴을 그린 초콜릿과 산자나무’ 등이 준비됐다. 와인은 프랑스산 샴페인 및 레드와인, 이탈리아산 디저트와인이 제공됐다. 만찬이 끝나자 수상자들의 소감 발표가 이어졌다. 노벨 시상식은 수상만 한 뒤 만찬이 끝난 뒤에 소감을 말하는 특징이 있다. 물리학상은 피터 힉스 교수, 화학상은 마이클 레빗 교수, 생리의학상은 랜디 셰크먼 교수, 경제학상은 유진 파마 교수가 각각 공동수상자들을 대표해 단상에 올랐다. 힉스 교수가 조용히 감사의 말만 전한 데 반해 레빗 교수는 유창한 스웨덴어로 감사인사를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내가 소감 발표를 위해 스웨덴어를 한 것은 이 나이에도 내가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셰크먼 교수는 수상소감에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과학연구 지원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3시간 30분이 넘게 진행된 만찬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전체가 금박으로 장식된 시청사 2층의 ‘골든 홀’로 자리를 옮겨 무도회를 밤늦게까지 이어갔다. 수상자들을 비롯해 백발이 성성한 참석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자리를 떠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스톡홀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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