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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美 19세기부터 허위청구방지 소송… 연방정부에 손해 입히면 배상 청구… 낭비된 예산 25년간 21조원 환수

    국민소송제와 관련해 가장 눈여겨봐야 할 사례는 미국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에 부당하게 손해를 입힌 자(사람이나 기관)를 대상으로 한 허위청구방지 소송이 19세기부터 활발하게 진행됐다.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에도 단체소송, 월권소송, 시민소송이란 이름의 비슷한 제도가 있다. ●환수액 중 소송 낸 사람에게 최대 30% 보상 허위청구방지 소송은 주로 연방정부에 사기 납품으로 손해를 끼친 기업이나 이를 공모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이다. 남북전쟁(1861~1865년) 당시 군수품 납품업자들이 불량 군수품을 납품해 폭리를 취하자 링컨 대통령이 주도해 1863년 허위청구방지법(FCA)을 제정했기 때문에 ‘링컨법’이라고도 부른다. 이 법은 소송 남용이 사회 문제가 되고 군수업자들의 로비로 규제가 약화되는 바람에 20세기 들어 한동안 유명무실해졌지만 1980년대 들어 군납비리가 증가하자 1986년 법 개정을 통해 다시 규제를 강화했다. 1987년부터 2011년까지 25년 동안 허위청구방지 소송 건수가 7843건이나 됐고 국고로 환수한 예산액이 203억 달러(약 21조원)나 될 정도로 예산 낭비와 부정부패를 막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피고는 패소가 확정되면 정부에 입힌 손해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에 더해 부정청구 건당 최소 5000달러에서 최대 1만 달러에 이르는 민사상 벌금을 추가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환수액 중 최소 10%에서 최대 35%는 소송을 제기한 사람에게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허위청구방지 소송은 ‘퀴탐(qui tam)소송’이라고도 하는데, ‘자기 자신을 위해서일 뿐 아니라 왕을 위해서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이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은 주로 공익제보자가 많기 때문에 공익제보자 소송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연방·주정부·기초단체 단위로 납세자 소송 미국에선 연방정부와 주정부, 기초자치단체(카운티·타운)를 상대로 한 납세자소송도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 제도는 1847년 뉴욕시장을 피고로 하는 납세자소송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같은 해 매사추세츠 주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남용에 대한 납세자소송을 인정하는 법을 제정한 게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1968년 연방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연방정부의 재정지출이 적법한지 다툴 수 있는 납세자소송도 가능하게 됐다. ●독·프·영, 단체·월권 ·시민 소송 제도 비슷 미국 납세자소송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을 점령한 연합군사령부가 1948년 이 제도를 주민소송이란 이름으로 도입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를 본뜬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미국·일본과 비교하면 소송 요건을 너무 까다롭게 규정하는 바람에 실효성이 극히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장석훈 옮김, 판미동 펴냄)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으로 철학자, 종교사학자, 잡지 편집장, 소설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인류의 스승 3인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책이다. 세 인물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역사가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설명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비화를 재조명하며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진리, 정의, 사랑, 자비 등의 메시지가 현재의 우리 삶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 준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겪는 위기는 단순히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철학적이며 영적인 위기라고 규정한다. 세 성현의 윤리적 가르침 중 어느 것을 따르든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독자들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392쪽. 1만 8000원. 플로팅 시티(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펴냄) 전작 ‘괴짜 사회학’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사회학자 수디르 벤카테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번에는 뉴욕의 지하경제를 탐사했다. 저자는 과거 계층과 지역의 경계 안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경계를 뛰어넘어 전에 없던 관계를 만들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착지를 찾아 부유(플로팅)하는 사회현상을 뉴욕에서 목격한다. 그는 새롭게 맞닥뜨린 변화의 비밀을 풀 열쇠를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지하경제에서 찾는다. 복잡한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맨해튼의 골목길과 빌딩 숲을 부유하며 이민자와 매춘부, 사교계 명사와 거리의 마약상들에게서 이야기를 채집한다. 다양한 이민자들의 초상에서부터 도시를 연결하는 각종 브로커들과 부의 대물림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하려는 상류층 자제들의 욕망, 그리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벤카테시 자신의 사회학자로서 성찰까지 오롯이 담아냈다. 368쪽. 1만 6000원. 민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유승희 지음, 이학사 펴냄) 정조대에서 철종대까지 18~19세기 조선 사회의 범죄 사례를 바탕으로 당시의 사회적 특징과 갈등 양상을 들여다봤다. 전근대 도시민의 생활상 연구에 천착하고 있는 저자는 특히 조선의 수도 한성부에서 일어난 사죄(死罪), 즉 사형에 처해지는 범죄를 중심으로 당시의 가감 없는 생활상을 그려 낸다. 조선 후기는 사회변동과 함께 다양한 계층 간 갈등이 분출되면서 사회적·도덕적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가 성행하고 사회 기강과 상호 간 신뢰가 훼손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책은 변화의 시기에 나타난 사회적 갈등의 모습에 주목한다. 1752년(영조 28년)부터 1910년까지 국정을 기록한 일기인 ‘일성록’을 통해 집계한 1853건의 범죄 사례를 토대로 범죄 유형, 범죄 발생 지역, 범죄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 다양한 통로로 갈등 관계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조선 후기의 범죄 지형을 세밀하게 그려 낸다. 285쪽. 1만 7000원. 착한 인류(프란스 드 발 지음, 오준호 옮김, 미지북스 펴냄)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이며 대중 저술가로 폭넓은 명성을 얻고 있는 저자가 인간 도덕성의 생물학적 기원을 추적한 책이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 않고, 자연은 약육강식의 투쟁 상태라고 믿고 있다. 또 도덕이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인위적으로 고안된 문명의 산물로 바라본다. 하지만 저자는 도덕이 종교나 문명이 출현하기 전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확립됐다고 주장하며 침팬지 등의 연구를 통해 이를 증명한다. 저자는 포유류의 공감 능력과 타자를 배려하는 능력, 개인보다 집단을 앞세우고 협력을 추구하는 능력 등으로부터 도덕의 기원을 발견한다. 도덕이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는 증거다. 저자는 도덕성의 뿌리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저자에 따르면 결국 종교도 도덕의 기원이 아니라 인간의 선한 본성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강화한 후원자였던 셈이다. 388쪽. 1만 8000원.
  • 멸종위기 ‘죽음의 꽃’ 발견…만지면 ‘최대 사망’

    멸종위기 ‘죽음의 꽃’ 발견…만지면 ‘최대 사망’

    슬쩍 만지기만 해도 인체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는 희귀한 ‘죽음의 꽃’이 발견돼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지역매체 선덜랜드 에코(Sunderland Echo)는 멸종된 줄 알았던 희귀식물 ‘선옹초(agrostemma githago)’가 최근 다시 발견됐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희귀 꽃은 선덜랜드 위트 번에 위치한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거나 자연미가 뛰어난 지역을 소유 및 관리하며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 일을 하는 민간단체) 소유의 소우터 등대 인근에서 해당 관리인에 의해 우연히 포착됐다. 선옹초라 불리는 이 희귀식물은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석죽과의 한해살이풀로 유럽이 원산지다. 보통 높이 60∼80㎝까지 자라나며 지름 3㎝ 정도의 자주색 꽃잎은 5∼6월에 피어난다. 문제는 이 꽃 전반에 신체에 악영향을 주는 독성물질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영국왕립원예협회(Royal Horticultural Society)에 따르면, 선옹초에는 글리코시드(glycoside) 계열의 독 성분이 존재하는데 잘못 만질 경우 심한 복통, 구토, 설사, 현기증, 호흡곤란이 야기될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다. 때문에 영국왕립원예협회는 이 식물에 대한 지나친 호기심 때문에 직접 손으로 만지거나 꺾는 것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본래 선옹초는 19세기 때 영국에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 수준의 식물이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비극작품인 ‘코리올리누스(Coriolanus)’에 언급되기도 한 이 식물은 특유의 성분때문에 민간에서 의학적인 용도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실제로 의사들은 선옹초의 의약적 성분을 추출하려는 시도를 여러 번 한 바 있다. 이 선옹초는 현대에 들어 농법이 바뀌고 제초제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점차 사라졌는데 한때는 영국에서 완전히 멸종됐다는 인식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최근 선옹초가 재발견되면서 학계에서는 해당 식물에 대한 관심이 다시 깊어지고 있는 중이다. 한편 영국왕립원예협회에 따르면, 선옹초를 만진 즉시 깨끗이 비누나 소독제로 손을 씻어주면 큰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호기심에 조금이라도 입에 넣거나 섭취하는 행위는 금하는 게 바람직하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4300년 전 고대 이집트인 일상 담은 벽화 발견

    4300년 전 고대 이집트인 일상 담은 벽화 발견

    이집트 고대 무덤에서 그동안 감춰져 있던 오래된 벽화가 모습을 드러내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도 카이로 인근의 무덤에서 발견한 이 벽화는 4300년 전 당시 이집트인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벽화가 있는 무덤이 ‘Persaneb’이라는 이름의 남성의 것이며. 그가 종교적 행사를 담당하는 제사장이나 왕실의 다양한 일을 처리하는 집사 등의 직책을 맡았던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그가 4300년 전 당시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직책을 맡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무덤은 19세기에 발견됐지만, 무덤 안에 잠자고 있던 벽화는 최근에서야 빛을 보게 됐다. 무덤에는 총 3개의 방이 있으며, 벽화는 무덤의 중앙에 위치한 방의 동쪽 벽에 위치해 있으며 채색까지 입혀져 학자들의 눈길을 더욱 사로잡았다. 여기에는 나일강 남쪽에서 배가 출항하는 모습과 사람들이 경작이나 파종을 하는 일상적인 모습이 포함돼 있으며, 일부 장면에서는 무덤의 주인과 그의 아내, 그리고 애완견이 함께 서 있거나 새를 사냥하는 일상적인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완벽하게 보존된 것은 전체 벽화의 30% 정도에 불과하지만, 발굴팀은 남아있는 벽화를 재건하고, 그 안의 숨은 의미 등을 찾아낼 계획이다. 벽화를 발견한 러시아국립대학교의 막심 레베데브 교수는 “무덤이 발굴된 이후 최근까지 특별한 유물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벽화의 발견으로 이집트 고왕국의 일상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예비군, 이제는 ‘카빈’과 이별하고 싶다! (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예비군, 이제는 ‘카빈’과 이별하고 싶다! (上)

    - 6.25 때 미국이 준 80만정...70살로 늙어- 지난 2001년 미국에서 TV시리즈로 방영되어 전 세계적으로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주인공 격인 리처드 윈터스 중위가 이끌던 이지 중대가 독일군을 상대로 종횡무진 활약할 때 중대원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었던 총기 중 하나가 바로 M1 카빈이었다. 당시 주력 소총이었던 M1 개런드보다 짧고 가벼워 주로 장교나 후방 전투요원들에게 많이 지급되던 이 총은 위력은 약했지만 상당히 쓸만하다고 평가되어 제2차 세계대전 중 제식소총인 M1보다 많은 무려 600만정이 생산되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면서 약 100여개 사단에 달했던 미군 사단 대부분이 해체되면서 남아돌게 된 수 백만 정의 카빈은 종전 5년 만에 대규모 전쟁이 발발한 한반도로 흘러들었고, 전쟁이 끝난 뒤 한국군의 손에는 무려 80만정의 카빈이 남아있게 되었다. -반세기에 걸친 한국군의 카빈사랑- 1,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친 ‘태극기 휘날리며’나 흥행작 ‘포화 속으로’ 등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등을 보면 배우들이 110cm가 훌쩍 넘는 M1 소총을 별 어려움 없이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 장면에는 중대한 오류가 하나 숨어있다. 배우들의 신장이 대부분 180cm를 넘어간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남성 평균 신장이 174cm에 이르고, 군에 입대한 20대 초반 청년들은 180cm를 넘는 경우도 아주 많지만, 반세기전만 해도 우리나라 남성들의 평균 신장은 165cm 안팎에 불과했기 때문에 110cm에 달하는 무겁고 긴 총인 M1 개런드는 한국군이 쓰기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총기였다. 이 와중에 6.25 전쟁 기간 중 대량으로 들어온 M1 카빈은 대단히 쓸 만한 총이었다. M1 개런드보다 20cm 이상 짧았고, 무게도 가벼워 체구가 작은 한국인들에게 안성맞춤인 총이었다. 실제로 주력소총이었던 M1 개런드보다 훨씬 많은 양이 도입되어 1960년대까지 실질적인 주력소총으로 사랑받았고, 1970년대 M16A1 소총이 대량으로 도입된 이후에도 경찰과 일부 특수부대의 주력 소총으로 당당하게 일선을 지켰다. ]그러나 1984년 한국형 소총인 K2와 K1이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서서히 일선에서 밀려나 향토사단의 예비군용으로 편성되기 시작했고, 현재도 약 70만정의 카빈이 예비군 무기고에 치장되어 있을 만큼 한국군의 카빈 사랑(?)은 각별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하다. -21세기 예비군, 20세기 총, 19세기 사격방식?- 연식이 오래되어 좋은 것은 술밖에 없다고 하던가! 제아무리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M1 카빈이라 해도 그 기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총이라는 물건은 기본적으로 기계이기 때문에 아무리 닦고 조이고 기름 친다 하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녹이 슬고 낡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그 총이 인류 최대의 전쟁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과 ‘미니 세계대전’이었다는 6.25 전쟁 등 굵직한 전쟁을 2번이나 겪었으면서 무려 70여 년이나 사용되고 있다면 문제는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심각하게 낡은 M1 카빈의 문제점은 전국 곳곳의 예비군 훈련장에서 지적되어 왔었다. 탄창이 너무 낡아 탄창에서 탄이 약실로 올라오지 않는 문제는 이미 많은 예비군들이 체험을 통해 겪었다. 분명 이 총기는 방아쇠를 한번 당길 때마다 탄이 한 발씩 발사되는 반자동소총임에도 불구하고, 탄창에서 탄을 꺼내 손으로 직접 약실에 밀어 넣고 사격을 하고, 사격 후에는 다시 장전 손잡이를 잡아당겨 탄피를 빼내고 다시 약실에 새로운 탄을 끼워 넣는 방식의 사격이 곳곳의 예비군 사격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21세기 훈련장에서 20세기의 총을 들고 19세기 사격 방식으로 사격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향토예비군 사격훈련 때 사격장에는 여분의 총이 몇 정 더 준비되어 있는데, 이는 ‘19세기 방식’으로 사격을 하려 해도 사격 자체가 안 되는 총기가 종종 나오기 때문이다. 유사시 향토예비군들은 이 총을 들고 원자력발전소나 시청, 터미널 등을 지켜야 하는데 상대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북한의 최정예 특수부대들이니 ‘역전의 용사’들이 발사도 안되는 총을 들고 있다가 북한의 탄환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계속) 사진= 위에서부터 ▲ 6.25 전쟁 당시 국군과 미군이 사용한 화기들. 체구가 작은 한국인들이 왜 M1 카빈(좌측 최하단)을 선호했는지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이 된다. ▲ 향방예비군에게 ‘전투용’으로 지급되는 ‘골동품들’(사진 왼쪽)와 이들이 맞서 싸워야 하는 북한 항공저격여단(오른쪽). 70년된 카빈 소총과 나일론 방탄헬멧, 아버지뻘의 탄띠와 수통 등으로 88식 자동소총과 중화기로 무장한 북한 특수부대에 대적할 수 있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살짝 만져도 사망? 멸종위기 ‘죽음의 꽃’ 발견

    살짝 만져도 사망? 멸종위기 ‘죽음의 꽃’ 발견

    슬쩍 만지기만 해도 인체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는 희귀한 ‘죽음의 꽃’이 발견돼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지역매체 선덜랜드 에코(Sunderland Echo)는 멸종된 줄 알았던 희귀식물 ‘선옹초(agrostemma githago)’가 최근 다시 발견됐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희귀 꽃은 선덜랜드 위트 번에 위치한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거나 자연미가 뛰어난 지역을 소유 및 관리하며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 일을 하는 민간단체) 소유의 소우터 등대 인근에서 해당 관리인에 의해 우연히 포착됐다. 선옹초라 불리는 이 희귀식물은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석죽과의 한해살이풀로 유럽이 원산지다. 보통 높이 60∼80㎝까지 자라나며 지름 3㎝ 정도의 자주색 꽃잎은 5∼6월에 피어난다. 문제는 이 꽃 전반에 신체에 악영향을 주는 독성물질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영국왕립원예협회(Royal Horticultural Society)에 따르면, 선옹초에는 글리코시드(glycoside) 계열의 독 성분이 존재하는데 잘못 만질 경우 심한 복통, 구토, 설사, 현기증, 호흡곤란이 야기될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다. 때문에 영국왕립원예협회는 이 식물에 대한 지나친 호기심 때문에 직접 손으로 만지거나 꺾는 것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본래 선옹초는 19세기 때 영국에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 수준의 식물이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비극작품인 ‘코리올리누스(Coriolanus)’에 언급되기도 한 이 식물은 특유의 성분때문에 민간에서 의학적인 용도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실제로 의사들은 선옹초의 의약적 성분을 추출하려는 시도를 여러 번 한 바 있다. 이 선옹초는 현대에 들어 농법이 바뀌고 제초제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점차 사라졌는데 한때는 영국에서 완전히 멸종됐다는 인식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최근 선옹초가 재발견되면서 학계에서는 해당 식물에 대한 관심이 다시 깊어지고 있는 중이다. 한편 영국왕립원예협회에 따르면, 선옹초를 만진 즉시 깨끗이 비누나 소독제로 손을 씻어주면 큰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호기심에 조금이라도 입에 넣거나 섭취하는 행위는 금하는 게 바람직하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200년 전 물맛은 어떨까? 세계 최고(最古) 생수병 발견

    200년 전 물맛은 어떨까? 세계 최고(最古) 생수병 발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생수병이 발견돼 고고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디스커버리 뉴스(Discovery News)는 폴란드 국립 그단스크 해양 박물관 고고학 연구진이 생산된 지 약 200여 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고(最古) 생수병을 발견했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폴란드와 러시아 영토에 걸쳐있는 북유럽 발트 해 남동부 그단스크 만 수심 12.2m에 잠들어있던 난파선 속에서 발견된 이 생수병은 진한 갈색 빛깔로 오랜 세월을 짐작하게 한다. 길이 30㎝에 생산연대가 1806~1830년도 사이로 추정되는 이 생수병은 당시 만들어진 맥주병, 와인병과 유사한 형태로 보이는데 겉면에는 ‘젤터스(Selters)’라는 상표 문구가 적혀있다. 젤터스는 19세기 당시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끈 독일의 고급 미네랄워터(광천수) 브랜드로 지금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참고로 광천수(鑛泉水)는 땅 속에서 솟아난 샘물로 칼슘·마그네슘·칼륨 등의 광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생수병이 여전히 미 개봉 상태라는 점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19세기 젤터스 생수병이 전혀 개봉되지 않은 완전한 상태로 발견된 경우는 매우 희귀하다. 이와 관련해 발견을 주도한 그단스크 해양 박물관 고고학자 토마츠 베르나르즈는 “우리는 아직 병을 개봉하지 않았다. 200년 전 물맛이 어떨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그단스크 해양 박물관 연구진에 따르면, 생수병이 발견된 난파선은 19세기 당시 발트 해를 오고가던 무역선박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Gdánsk National Maritime Museum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결혼정보회사 듀오, ‘20세기, 위대한 화가들’展 초청행사 실시

    결혼정보회사 듀오, ‘20세기, 위대한 화가들’展 초청행사 실시

    결혼정보회사 ‘듀오(대표 박수경)’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20세기, 위대한 화가들-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전시회 무료 초청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오는 31일까지 듀오 홈페이지 방문 고객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듀오는 응모 고객 추첨을 통해 전시회 관람권 100매(1인 2매)를 무료로 제공한다. 20세기, 위대한 화가들 전시는 지난 6월 27일부터 오는 9월 1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개최된다. 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미술계의 거장 53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회화, 콜라주, 조각,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104점의 오리지널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19세기 미술의 혁신을 가져온 인상파부터 동시대 현대 미술까지 폭넓은 작품을 만날 수 있게 기획됐다. 격변의 20세기 미술계를 이끈 유명 작가들의 예술혼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이 전시에는 인상파의 클로드 모네와 오그스트 르누아르, 입체파의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 야수파의 앙리 마티스와 키스 반 동겐, 마르크 샤갈과 마리 로랑생과 같은 파리의 화가들,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와 르네 마그리트, 추상표현주의 윌렘 드 쿠닝과 앵포르멜의 장 뒤뷔페, 누보 레알리슴의 대표적 화가 이브 클라인,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역사 속 인물의 유작 외에도 영국의 젊은 예술가 집단 이바(yBa)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히는 데미안 허스트, 마크 퀸, 컨템포러리를 대표하는 뱅크시와 미스터 브레인워시, 줄리안 오피 등 현존하는 작가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대를 달리하는 예술가들의 세계관을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역사적 사건들과 문화, 시대적 배경이 무수히 얽혀 빚어낸 작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19세기 이후 파리를 중심으로 시작된 근대 미술과 2차 세계대전을 거쳐 종전 후 맞이한 미국과 영국의 현대 미술 전성기 등 다양한 예술 사조와 미술계의 전반적인 흐름을 경험할 수 있다. 듀오 김승호 홍보팀장은 “전세계에서 보유하고 있는 유명 컬렉션을 서울 한자리에 모아 보는 것은 매우 흔치 않은 기회”라며 “듀오의 고객 감사 이벤트를 통해 인기 전시회를 무료로 감상하고 넓은 예술적 스펙트럼을 가져보는 것도 알찬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벤트 신청 및 자세한 문의는 듀오 홈페이지(www.duo.co.kr)와 전화를 통해 가능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조남현 서울대 명예교수 등 6명 ‘학술원상’

    조남현 서울대 명예교수 등 6명 ‘학술원상’

    대한민국학술원은 11일 총회를 열어 조남현 서울대 명예교수 등 6명을 제59회 대한민국학술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인문학 부문 수상자인 조 교수는 저서 ‘한국문학잡지사상사’에서 19세기 말~20세기 중반 문학잡지 130종 2400여권에 실린 문학작품과 논설, 기사 등을 분석해 한국 현대문학 구성 요소를 재해석하는 바탕을 마련한 점을 인정받았다. 이경식 서울대 명예교수도 저서 ‘고려시기 토지제도연구-토지세역체계와 농업생산’을 통해 고려시대 토지제도의 실상에 대한 역사적·체계적 이해를 도운 공로를 평가받아 이 부문 수상자로 뽑혔다. 박충석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고대 한국인의 사고 양식이 현대에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한국 정치사상의 역사적 문맥을 조명한 저서 ‘한국정치사상사’로 사회과학 부문 수상자가 됐다. ‘불연속 여과상전이’ 모형에 관한 논문을 쓴 강병남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비모수함수추정론 전문가 박병욱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는 자연과학기초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 액정과학자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자연과학응용 부문에서 각각 학술원상을 받는다. 대한민국학술원상은 1955년부터 매년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 부문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나 저작으로 학술 발전에 이바지한 학자를 선정해 왔다. 학술원은 이날 총회에서 이한구 경희대 석좌교수, 이정민 서울대 명예교수 등 10명을 신임 회원으로 선출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기회의 땅 아프리카 혼돈의 땅 돼버린 이유

    기회의 땅 아프리카 혼돈의 땅 돼버린 이유

    아프리카의 운명/마틴 메러디스 지음 이순희 옮김/김광수 감수/휴머니스트/1024쪽/5만 4000원 로마시대 작가이자 행정가였던 플리니우스(61~112년)는 “아프리카에서는 늘 새로운 것이 나온다”고 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따라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21세기에도 아프리카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자원 잠재력과 소비시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경제 열강이 눈독을 들인다. 하지만 지난 한 세기 동안 아프리카를 휩쓴 역사는 결코 영화 속 풍경 같지도, 희망이 엿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치욕적이고 잔혹하며 침울하다. 역사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마틴 메러디스는 2006년에 낸 책 ‘아프리카의 운명’(The Fate of Africa, 2006)에서 독립을 향해 나아가던 1950년대부터 반세기 과정을 아우르면서 아프리카의 흥망성쇠를 풍성하게 조감한다. 저자가 1964년부터 15년간 격동기를 체험하고 연구원, 아프리카 특파원 등으로 활동한 경험을 폭넓고 깊이 있게 담았다. 이 책의 한국어판이 최근 출간됐다. 아프리카 각국이 독립 정부를 갖기 이전의 역사는 서문을 통해 충실하게 설명한다. 19세기 말 유럽 열강들이 벌인 아프리카 쟁탈전에서 역사, 문화, 종교에 관계없이 수백개 종족이 엮이면서 1만여개 정치 단위체가 40개 유럽 식민지와 보호령으로 재편됐다. “나이지리아의 통일은 영국의 발명품”이라는 말은 아프리카 국경의 탄생을 극단적으로 설명한다. 세계가 냉전 체제로 들어간 1940년대 후반부터 아프리카 국가들에 독립의 여지가 생겼다. 서구 열강은 아프리카 저항세력이 정치·경제적 불만을 품고 공산주의로 편입될 것을 우려하면서 정치개혁을 시도했다. 1957년 3월, 영국은 ‘모범식민지’였던 골드코스트를 중심으로 독립 정부가 들어섰다. 당시 가나의 독립운동을 이끈 은크루마의 회의인민당이 1956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영국 정부는 독립 정부의 출범을 확정했다. 이 즈음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은 “이집트 수에즈 운하 회사의 국유화”를 선언하면서 외세 영향력을 청산했고 연이어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 등 영국 보호령들과 프랑스령 알제리, 벨기에령 콩고 등이 차례차례 독립 정부를 세웠다.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와중에 이루어진 독립은 성장 동력이 되기에 충분했다. 1960년대까지 아프리카 경제는 5~6%씩 성장했고, 세계은행 경제학자 앤드루 카마크도 “아프리카 대부분의 지역은 경제적 미래가 매우 밝다”(아프리카 발전 경제학, 1967)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권력은 쉽게 부패했고, 의회민주주의 경험이 적은 아프리카 국민들은 견제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식민 행정관들이 떠난 자리를 차지한 신흥 엘리트들이 온갖 혜택을 떠안았다. “나이지리아가 독립한 첫해는 권력이 이익으로 변하는 광란의 시기”라는 저자의 표현은 나이지리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잠비아의 기록(1974년)에 따르면 새 권력을 위한 주택 1710채와 하인 숙소 1307채를 건설하는 데 도시 주택예산 77.2%가 소요됐고, 4.7%는 오두막집 9905채 건설에 들어갔다. 1980년대 중반에는 우간다를 중심으로 에이즈의 재앙이 퍼졌고, 장수하는 권력은 폭군이나 독재자가 되면서 아프리카는 암울한 상황이 반복됐다. 1994년 아프리카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정권이 넬슨 만델라에 의해 민주적으로 전복됐지만, 비슷한 시기에 르완다에서는 종족 갈등으로 100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량학살이 일어났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기대와 열망이 스러진 배경과 미래가 비관적인 이유를 역사소설처럼 속도감 있게 풀어내면서, 아프리카의 경제발전 잠재력은 지배 엘리트의 약탈적인 정치와 목적 달성을 위해 폭력을 조장하는 이들의 행동 탓에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감수를 한 김광수 교수는 “저자가 아프리카의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본 점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아쉬운 점으로 꼽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정치·경제 문제, 보건 및 생태학적 위기 등이 발생한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아프리카를 가까이서 들여다본 저자의 경험이 생동감을 불어넣으면서 아프리카의 현대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데 책은 의미를 갖는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피카소·샤갈 등 근·현대 미술 컬렉션 5만 3000여점 소장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피카소·샤갈 등 근·현대 미술 컬렉션 5만 3000여점 소장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MNAM)은 당초 회화 작품을 전시하던 뤽상부르 미술관에서 출발해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지어진 팔레 드 도쿄에 있다가 1977년 퐁피두센터가 개관하면서 옮겨와 둥지를 틀었다. 미술관 작품 구성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결정에 따라 팔레 드 도쿄 현대미술관 컬렉션 중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의 신인상파, 나비파의 작품들은 개관을 준비 중이던 오르세 미술관으로 갔고, 그 이후의 작품들은 모두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관됐다. 뤽상부르 미술관과 팔레 드 도쿄를 거쳐 이관된 작품과 새롭게 구성한 피카소, 샤갈, 마티스, 브라크, 브랑쿠시, 클레, 보나르 등 근·현대 미술 컬렉션 5만 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회화에서부터 사진, 뉴미디어, 조각, 디자인, 건축에 이르는 거의 모든 종류의 현대미술 장르를 다룬다. 피카소와 같은 세계적인 화가들이 20세기 초반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덕분에 20세기와 21세기 현대미술작품 컬렉션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4층과 5층의 상설전시실, 2층과 6층의 기획전시실 등 총 전시면적은 1만 7000㎡. 5층에는 1905년부터 1960년 사이에 완성된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입체파(큐비즘) 작가들의 작품은 특히 풍부하다. 피카소의 ‘기타리스트’, 조르주 브라크의 ‘과일 접시와 카드들’과 같이 입체파의 시작을 알린 상징적인 작품부터 라울 뒤피의 ‘수잔나와 노인들’, 페르낭 레제의 ‘결혼식’ 등 후기 입체파까지의 작품들이 미술관 벽에 빼곡하다. 마티스의 ‘왕의 비탄’, ‘붉은 실내’, ‘루마니아풍 블라우스’, 1차 대전 이후 파리에서 활약한 파리파의 대표적 화가인 모딜리아니의 ‘마담 헤이든의 초상’, 샤갈의 ‘에펠탑의 신랑신부’도 빼놓을 수 없다. 초현실주의 작가 달리의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말, 사자’,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칸딘스키의 ‘노랑빨강파랑’과 ‘파란하늘’ 등 추상 작품,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의 ‘심연’, 몬드리안의 ‘뉴욕’ 등 걸작들을 관람할 수 있다. 4층은 1960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실험적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쉬포르쉬르파스, 플럭스, 미니멀아트, 개념미술의 대표 예술가들인 리히터, 폴케, 백남준, 보이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자연을 소재로 한 이탈리아 작가 페노네, 설치미술가 볼탄스키 등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상설전시 외에 6층에서 열리는 퐁피두의 특별기획 전시는 언제나 많은 관심을 불러 모은다. 예술가, 예술가의 가족 및 후원단체 등의 기부를 통해 다양해진 컬렉션으로 특별한 주제 혹은 예술가를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 퐁피두센터 개관 특별전을 장식한 마르셀 뒤샹을 비롯해 달리, 보나르, 마티스, 베이컨, 피카소, 뒤뷔페 등 예술가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했으며, 올해에는 가장 프랑스적인 사진을 남긴 앙리 카르티에 브르송전이 열리고 있다. 주제별 전시는 ‘파리-뉴욕’, ‘파리-파리’, ‘팝아트의 시간들’, ‘히치콕과 미술’ 등이 있었다.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샌드위치 한반도/문소영 논설위원

    ‘샌드위치론’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7년 한국 기업·경제의 경쟁력이 위기라고 말해 시작됐다. “일본은 앞서가고 중국은 쫓아오는 상황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발언인데, 이제 경제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의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널리 쓰인다. 군사대국화가 진행되는 중에 2010년 국내총생산에서 일본을 추월해 주요국가 G2로 올라선 중국과,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을 펴는 미국이 주된 축이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미국의 암묵적인 지지 속에서 평화헌법을 재해석해 집단자위권을 확보한 일본의 ‘도발’이 가세했다. 중국의 굴기가 심상치 않고, 미국은 일본을 통해 환태평양에서의 우위라는 자신의 관심사를 관철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적 격랑이 잠잠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강대국들의 힘겨루기 탓에 ‘통일’ 한반도의 미래가 걱정이다. 전통적인 동맹관계보다 이해관계를 앞세운 ‘새로운 밀월’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북한이 참여한 ‘6자회담’은 별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사라지나 싶기도 하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 3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취임 후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과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고, 특히 시 주석은 서울대 특강에서 16세기 조·명(朝明)연합군이 활약한 ‘임진왜란’의 사례를 들어 현재 밀월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질세라 일본은 평소 거리를 두던 북한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에서 진전을 보면서, 대북 제재를 풀었다. 일본의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5일(현지시간) 미국은 “대북 공조 흔들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라고 경고했으나,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위안부 등 일본의 반인륜적 과거사 문제에서는 한국의 손을 들어주고, 일본의 협력이 절실한 환태평양 방위를 위해 일본의 평화헌법 재해석 등 재무장에 대해서는 일본의 손을 들어주면서 한·일 양국을 모두 품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배가 트라우마인 한국 정부는 일본의 재무장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현재 상황을 패권의 교체를 염두에 두고 17세기 명·청 교체기와 비교하거나, 강대국의 등쌀에 국권을 잃어버린 19세기 말 대한제국기를 떠올리며 우려하는 국민이 많다.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된다는 말도 있다.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겠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옛 여인에 빠지다(조혜란 지음, 마음산책 펴냄) 춘향에서 향랑까지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여성 15명을 다시 불러내 그들의 삶에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해 본다. 저자는 전작 ‘옛 소설에 빠지다’로 고전소설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을 귀띔했던 조혜란 이화여대 국문학과 부교수. ‘구운몽’의 백능파, ‘만복사저포기’의 그녀, ‘삼한습유’의 마모 등 고전소설 속 여성 캐릭터 15명을 분석함으로써 욕망, 가부장제, 섹슈얼리티, 버림받은 자에 대한 통찰 등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탐구주제들을 돌아본다. 예컨대 ‘사씨남정기’의 교채란은 남편을 모함하고 정부와 도망치는 악인의 전형으로 묘사됐지만 지금이라면 지극히 욕망에 충실한 여성으로 복권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고전에 매몰된 캐릭터들에게 새로운 의미의 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그 소설들을 정독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면, 그건 ‘덤’이다. 344쪽. 1만 6000원. 진화하는 민주주의(김상준 지음, 문학동네 펴냄) 자생적 민주주의가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이슬람 등 비서구 지역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조명했다. 이를 통해 저자(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는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유럽을 정점으로 발전한 역사의 결과물로만 단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17세기 유럽 지식인 중에도 중국과 조선을 철학자가 통치하는 선진정치의 모델로 받아들인 이가 있었다는 것. 즉 서구에서 기원해 비서구 지역으로 전파된 것으로 인식된 민주주의는 오랜 고정관념이며 비서구 지역의 문화에서 이미 자생적 민주주의의 토양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결론이다. 주 예산의 40%를 주민 결정에 맡긴 주민자치예산제도를 운영하는 인도 케랄라 주, 빈곤가구 현금지원 정책 ‘보우사 파밀리아’를 실시한 브라질 등이 그 예다. 비서구 지역에서 약진하는 민주주의는 기존 민주주의 체제가 보여주지 못한 활력과 창조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서구 중심을 벗어나 다원 균형 문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344쪽. 1만 5000원. 세기말 빈(칼 쇼르스케 지음, 김병화 옮김, 글항아리 펴냄)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빈은 한마디로 지성의 용광로였다. 미국의 문화사 연구가인 저자는 세기 말 빈 사회의 다중적인 모습을 조명함으로써 문화의 본질을 들춰보는 방대한 작업을 했다. 당시 빈 사회는 과학과 예술의 양립, 도덕과 탐미주의의 공존 등 이중적 대립구도가 곳곳에 혼재했다. 자아, 기성가치와 질서의 해체가 급속히 진행되던 역사적 무대에 초점을 맞춘 뒤 그 다중적인 면모를 통찰하는 저자의 지적 편력이 책갈피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문학, 건축, 미술, 음악, 심리학 등 당대 유럽지성사를 풍미했던 주역들이 한 무대에서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문화역사를 직조해 나갔는지를 재확인한 저술이다. 사회에 억압된 본능을 회화로 표현한 클림트, 사회적 무기력감을 극복한 코코슈카의 표현주의 회화, 쇤베르크의 현대음악 등이 빈이라는 특정공간을 무대로 복기된다. 그런 작업을 통해 책은 신통하게도 ‘역사’와 ‘오늘’이 얼마나 긴밀히 상호작용하는지를 웅변한다. 576쪽. 3만 1000원. 부모의 권위(요세프 크라우스 지음, 장혜경 옮김, 푸른숲 펴냄) 자녀를 유능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반드시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육 지침서다. 저자는 독일 김나지움(우리나라의 인문계 고등학교) 교장이자 30년 넘게 독일교사연합 회장을 지낸 교육 전문가. 자기밖에 모르는 응석받이 아이들이 교육현장의 문제가 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한 저자는 오랜 관찰과 연구 끝에 그런 아이들 뒤에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권위적’인 게 아니라 ‘권위 있는’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양육하는지, 부모들이 착각하는 자녀교육의 그릇된 진실이 무엇인지를 교육학의 역사, 뇌과학, 사회학 등 연구결과와 유럽 각국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독일의 교육 문제가 우리나라와 너무나 닮은꼴이라는 데 놀라게 되는데, 책의 제언들은 그래서 더 가치 있게 들린다. 권위 있는 부모는 아이를 부족하게 키울 줄 알고, 아이에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등의 명쾌한 조언이 이어진다. 192쪽. 1만 2000원.
  • [씨줄날줄] 기축통화와 경제 패권/문소영 논설위원

    국제 금융거래나 교역대금 결제에 사용되는 통화를 기축통화(基軸通貨)라 한다. 미국 트리핀 예일대 교수가 ‘키 커런시’(key currency)라고 이름 붙였다. 현재 국제적 주요 통화는 달러, 유로, 파운드, 엔 등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기축통화는 황금이었다. 19세기 중반 이후 국제금융의 중심지가 된 영국의 파운드가 기축통화가 됐다. 하지만, 1차 대전으로 영국을 포함해 유럽 경제가 피폐해지자 전쟁특수를 누린 미국의 경제적 부상을 바탕으로 달러가 파운드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전 세계에서 자유롭게 교환되고, 안정적인 통화가치로 국제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충분해야 하며,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국가는 외환·금융·자본시장이 고도로 발달해야 한다. 결국 2차대전 중에 기축통화의 자리를 굳힌 미국 달러화는 1944년 7월 브레턴우즈체제 (Bretton Woods System)로 확고해졌다. 금 1온스당 35달러로 고정한 금환본위제의 실시였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으로 달러 가치가 추락하자 미국 닉슨 대통령은 1971년 금환본위제 포기를 선언했다. 그래도 미국은 1985년 일본 엔화 강세를 강요한 ‘플라자 합의’ 등을 토대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켜냈다. 1980년대 시작된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 등 ‘쌍둥이 적자’는 달러 약세를 이끌어 21세기 초 세계 금융시장의 걱정거리였다. 모델 지젤 번천이 모델료의 달러화 결제를 거부할 때가 2007년이다. 이런 중에 2008년 9월 세계적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사의 파산으로 촉발된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막대한 달러 유동성을 요구했고, 미국은 이런 기대에 부응해 달러를 찍어냈다. 달러가치 추락으로 세계 금 선물시장에서 금값이 사상 최고가로 치솟기도 했다. 1930년대 영국 파운드화에서 미국 달러화로 옮겨갔듯이, 2008년부터 다른 기축통화의 부상이 제기됐다. 경제침체에 허덕이는 EU의 유로화보다는 G2로 부상한 중국 위안화가 일본 엔화를 밀어내며 국제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정부가 위안화가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덕분이다.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지난해 4조 6000억 위안으로 재작년보다 58%나 늘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사인했다. 직거래를 하면 중간에 달러를 놓고 교환하는 것보다 환전수수료가 줄고, 환변동성도 감소한다는 전망이다. 만약 기축통화가 바뀐다면 경제적 패권의 이동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패권 이동의 선행지표일 수 있겠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모든 활동이 이롭기에 모두에게 월급을

    모든 활동이 이롭기에 모두에게 월급을

    조건 없이 기본소득/바티스트 밀롱도 지음/권효정 옮김/바다/200쪽/1만 2800원 ‘국가가 모든 이에게 매달 얼마씩 평생 돈을 지급한다면.’ 얼핏 들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같다. 그러나 흔히 ‘기본소득’으로 통하는 이 개념을 놓고 지난 수십년간 끊임없이 논쟁이 일었고 적지 않은 나라가 실행을 시도하고 있다. 양극화와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한국에서도 그 논쟁은 ‘복지’라는 이름으로 이미 진행 중이다. 프랑스 루뱅가톨릭대 필리페 판 파레이스 교수는 “19세기 노예해방, 20세기 보통선거권에 이어 21세기는 기본소득이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조건 없이 기본소득’은 그의 말대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의 명제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개념서다. 모든 복지 논쟁이 그렇듯 ‘기본소득’ 시행을 반대하는 측은 ‘왜 국가가 부자에게도 소득을 지불해야 하며, 그렇다면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지 않겠는가’라고 공격한다.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인 저자는 이렇게 응수한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사회에 이로운 활동을 한 데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라고 지급되는 돈인 만큼 그 소득이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는 말이다. 빈곤을 퇴치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부당함을 줄여 가는 토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 재원은 어떻게 충당할까. 현실적인 물음에 대해서도 “기본소득 지지자의 수만큼이나 각양각색의 방법이 있다”고 명쾌하게 답한다. 기존 예산을 재분배해 마련하는 것을 중심으로 토빈세, 탄소세, 초고소득자 과세를 비롯해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으로 보완하는 방법 등을 제시한다. 특히 정책 입안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패자들은 정치에 관여할 힘이 없지만 기본소득을 받게 되면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커질 것이다.” 저자의 논리는 이렇게 압축된다. “모두 일하기 위해 적게 일할 게 아니라 이제는 적게 일하기 위해 모두 일해야 한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충족시키는 ‘기본소득’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빠른 길은 아래에서부터 운동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백척간두에 선 한국의 운명/이주한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열린세상] 백척간두에 선 한국의 운명/이주한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의 운명에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마침내 일본 아베 정부는 지난 1일 총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헌법 해석 변경을 의결했다. 공격은 하지 않고 방어만 하는 안보원칙을 폐기하고, 총리의 뜻에 따라 무력행사를 하겠다는 군국주의의 명백한 부활이다. 1945년 패전 이후 일본은 전쟁할 수 없는 나라였다. 지난 69년간 일본 지배계급은 절대주의 천황제국가를 염원하며 전쟁금지를 규정한 평화헌법 개정을 노려왔다. 사실상 일본은 팔굉일우(八紘一宇)를 추구하는 천황제국가다. 팔굉일우는 팔방의 넓은 세계를 일본이라는 하나의 집 아래 천황이 지배하겠다고 하는 침략이데올로기다. 밀접한 타국이 공격을 받아 일본의 존립에 위협이 된다고 총리가 판단하면 전쟁을 하겠다는데 그 1순위는 당연히 남북한이다. 고대부터 이어져 온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굳이 들출 필요도 없다. 만약 남북한에서 유사사태(전시상황)가 발생하면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미국의 요구로 일본군은 한반도에 출격할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일본이 동북아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일본극우파들은 오랜 경기침체와 중산층 붕괴, 지진과 원전사고 등으로 야기된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을 쇼비니즘으로 결집해 왔다. 이런 극우적 사고가 일본 시민사회 저변에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갑자기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위력적인 사건 전에는 반드시 전조가 있다. “당신네들은 우리 할머니들이 불쌍하다고 하지만 강간범, 범죄자로 몰린 우리 할아버지들이 불쌍하다.” 일본군 성노예에 대해 한 시민단체 대표가 한 말이다. 더 무서운 전조는 우리 내부에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인정에 대해 별다른 대책이 없다. 오히려 그 의미를 축소하려고만 한다. 19세기 말 한·중·일의 역사가 지금 우리 앞에 다시 서 있는 셈이다. 역사의 복수를 피하려면 누구를 위한 한국인가를 우리는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사 연구의 권위자인 최재석 고려대 명예교수는 역작 ‘역경의 행운’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개인으로서의 일본인은 친절하고 예의가 바르고 공중도덕을 잘 지킨다. 가정교육의 모토는 남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인이 국가를 의식할 때는 이와 판이한 행동을 한다. 기습공격을 잘하는 것이 그 일례일 것이다.” 최재석 교수는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노일전쟁, 1910년 한국 강제 점령, 1937년 중국 침략, 1941년 태평양전쟁, 일본군의 소위 ‘위안부’, 731부대 등을 그 예로 들었다. 2012년 9월 일본의 양심세력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영토 갈등은 근대 일본이 아시아를 침략했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를 기억하자는 호소다. 역사는 한 공동체가 경험한 집단기억이다. 기억에서 지워진 역사는 수레바퀴의 축처럼 다시 돌아온다.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원칙을 넘어서서 지극한 충성의 대상인 천황을 정점으로 한 신분적 상하관계를 절대시하는 천황제 이데올로기는 일본을 얽어매는 치명적인 족쇄다. 히로시마 원폭투하를 겪은 일본인들은 두려움에 떨며 아직도 무거운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역사의 질곡은 민초들이 온전히 떠안게 마련이다. 한·중·일 모두 백척간두에 서 있다. 누구를 위한 일본인가, 누구를 위한 중국인가를 물어야 할 때다. 한국의 운명은 중국과 일본의 운명과 따로 있지 않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자는 그 바퀴 아래에서 신음하는 자, 결국 세계 각국 민초들의 몫이다. 특히 한국은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쟁취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 한국인 그 누구도 한국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세상 만물이 변하듯이 운명도 변한다. 주어진 명이 움직이기에 운명이다. 역사에 감춰진 운명의 비밀이 있다.
  • [사설] 시진핑 방한 韓中 실질 성과 기대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3~4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도 동행한다니 격식을 제대도 갖춘 국빈 방문이 될 것이다.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물론 처음은 아니다. 1995년 장쩌민(江澤民) 주석에 이어 2005년과 2008년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잇따라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중국이 명실상부한 G2로 부상한 이후 최고 지도자가 방한하는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전통적인 우방인 북한과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일본을 제쳐둔 채 우리나라만 찾는 단독 방문이다. 국제사회에서 한층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한국과 중국이 친밀해진 배경에는 풀리지 않는 북한 핵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라는 공통의 고민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경제·사회·문화적으로도 상호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협력의 필요성만큼이나 갈등의 소지 또한 커진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중 관계가 진전되는 모습이 주변국의 시선에선 호의적일 수 없을 것이다. 당장 북한은 어제 새벽 스커드 계열의 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쐈다. 사거리 500㎞ 미사일이라면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의 도발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따른 김정은 정권의 불편한 심기를 더 이상 건드리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북한을 준엄하게 꾸짖어 주기를 기대하는 우리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 문제에 한·중 양국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의 갈등은 종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가리려는 아베 정권의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가 중심이 반면 중·일의 갈등은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 문제가 핵심이다. 그런 만큼 과거사 문제에 중국이 일본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공동보조로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의 동중국해 영향력 확대는 미국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일 관계가 급진전하고 있는 것은 한·중 양국에 적잖은 부담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경제 협력 분야에서도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첫날 정상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FTA가 두 나라 경제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글자 그대로의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시진핑 주석이 방한 이틀째 참석하는 대한상공회의소의 ‘한·중 비즈니스포럼’도 주목할 만하다. 이 포럼에는 양국의 대표적 기업인 150명과 정부관계자 50명이 각각 참석할 것이라고 한다. 협력에 새로운 물꼬가 트이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역사적으로도 19세기 이전의 구시대적 질서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질서가 동북아시아에 정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성이 있다. 그럴수록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의 진전에 그치지 않고 지역 갈등 해소로 동북아 공동 번영의 초석을 다지는 성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도 중국 지도자의 단독 방문 자체가 성과라는 자세에서 벗어나 실질적 성과를 챙기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정치·경제는 물론 사회·문화 부문의 협력도 뒷전으로 미뤄선 안 될 것이다.
  • [열린세상] 일본의 역사 왜곡을 넘어서려면/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일본의 역사 왜곡을 넘어서려면/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일본이 고노 담화 검증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 회피를 시도하고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일부 칼럼과 교회 특강 내용이 반민족, 친일적 성격을 띠었는가에 대한 논란이 크게 확산된 상황에서, 한·일 관계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몇몇 국제관계의 원칙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한·일 관계는 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갈등으로 특징지어질까. 현 정부 들어 한·일 관계는 악화 일로이다. 아베 내각의 신사 참배, 집단 자위권 재해석, 독도 영유권 주장, 또 고노 담화 검증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이것이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또다시 패권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여기서 특기할 사항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고 지난 수십년간 수없이 반복되어 온 정형화된 패턴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또 이명박 정부 시기 모두 한·일 관계는 초기의 상호 우호적 정책과 태도에도 불구하고 예외 없이 교과서 역사 왜곡 등 과거사와 독도 문제로 인해 관계 악화로 귀결됐다. 이것은 근본적으로는 지정학적으로 얽혀 있는 양국 관계의 중심에 과거 역사와 독도 문제가 자리 잡고 있고, 미래 공통의 안보, 협력 과제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에 관한 한 두 나라 모두 물러서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독도 문제는 우리가 현실적으로 지배하고 또 그 정당성을 입증하는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 큰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일단 유사시 강대국 간 분쟁이 가시화되고 동아시아의 안보 구조에 큰 혼란이 오는 시점에 일본의 의도는 걷잡을 수 없이 노골화될 것이다. 역사 문제는 어떠한가. 이 경우는 한국이 엄청난 피해자이기 때문에 우리의 분노는 그칠 줄 모른다. 여말선초의 왜구 침입, 임진왜란, 그리고 강화도 조약으로부터 한·일 합병을 거쳐 해방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무수한 피해가 모두 그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과거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비난을 넘어 일본을 능가하는 실력, 특히 군사력과 경제력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돌아보면 19세기 일본 역시 미국 페리 제독의 함포 사격에 의한 강제 문호개방 후 산업혁명을 앞세운 서양 각국과 형사 재판권과 관세 자주권을 포기하는 불평등 조약을 체결했고, 그 과정에서 메이지 유신을 통해 부국강병, 근대화, 제국주의의 길로 들어서지 않았나. 냉전시대의 일본이 미·일 안보협력의 토대 위에 신중상주의적 경제성장에 몰두한 것은 미·소 사이에서 아무 힘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고, 이제 냉전 이후 시대, 특히 고이즈미 총리 이후의 정책 변화는 급변하는 안보환경 속에서 선제적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날 나토가 해체될 경우 서유럽 국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워싱턴의 견해, 재부상하는 중국의 신형 대국관계 주장과 저돌적 행동, 그리고 국제규범과 국제기구의 역할 증대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그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모두 그런 현실주의적 분석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강대국의 흥망, 세력 균형, 약소국의 지위, 국제법과 국제기구의 역할, 그리고 국제정치에서의 외교, 군사, 경제의 역할에 거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은 우리의 대일 정책과 국제관계 전반에 대한 인식이 어때야 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한국이 일본의 과거 제국주의 유산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 반대하고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세력균형에 유의하면서 군사, 경제력을 기르는 것이다. 오늘날의 국제질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한·일 간의 군사, 경제력 균형은 어떠한가. 우리의 힘이 증대해 강대국 대열에 합류하는 날 우리의 아픈 상처는 희미한 기억으로 퇴색하는 동시에 새로운 차원에서 역설적으로 재해석 될 것이다. 이미 사퇴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생각도 다소 과격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한 가지 덧붙이면, 국제정치의 석학 한스 모겐소는 평화는 기득권 국가의 이데올로기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미국이나 한국은 모두 평화를 선호하는 국가로 이 명예로운 현실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 38선은 일제의 조선침략 야욕 탓

    38선은 일제의 조선침략 야욕 탓

    한반도 분단론의 기원과 러·일 전쟁/박종효 지음/도서출판 선인/437쪽/2만 9000원 38선은 언제부터, 왜 한반도의 분단선이 되었나. 우리는 한반도의 허리를 남과 북으로 갈라놓은 38선과 비무장지대가 한국전쟁의 산물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38선이 19세기 말 일본의 조선침략 야욕에서 기인하였고, 이를 이어받은 미국과 소련의 분할 점령을 거쳐 한국전쟁에서 실현됐음을 낱낱이 보여준다. 모스크바대 교수를 거쳐 현재 모스크바대 한국학센터 명예교수로 있는 저자는 1896년 6월 9일 러시아의 로마노프와 일본 야마가타 사이에 체결된 의정서에서 처음 제기된 이른바 ‘한반도 분할론’의 기원과 막전막후를 러시아문서보관서의 먼지 낀 서고에서 건져올렸다. 제정러시아 외무성 대외정책 문서보관소, 군 역사문서 보관소 등에 소장된 외교문서를 통해 러일전쟁(1904~1905)을 전후한 시기에 한반도를 무대로 대륙세력 러시아와 해상세력 일본이 벌이는 약육강식의 실체를 생생하게 드러냈다. 야마가타는 “북위 39도 선으로 한반도를 분할해 39도 이남은 일본이, 이북은 러시아의 영향권에 두자”고 제안했다. 청나라와 조선이라는 먹잇감을 놓고 각축을 벌이던 두 나라가 러일전쟁으로 부딪치기 전까지 조선을 사이좋게 분점하자는 계획이었다. 이때 일본은 대동강~원산을 잇는 39도 선을 최초의 분할선으로 제안했다. 러시아의 거부로 백지화됐지만, 모스크바 의정서의 비공개 조항에는 ‘분할 대신 중립지대를 두고 동시에 군대를 파견할 수 있으며, 무장군 사이의 충돌 방지책으로 중립지대를 두자’는 내용까지 들어 있다. 분할론과 비무장지대(DMZ)설치론의 기원이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38선까지 내려온 것은 마오쩌둥의 아이디어였다. 유엔군 총사령관 리지웨이는 정전협정 장소로 39도 선상의 원산항을 원했지만, 마오쩌둥이 38도 선상의 개성을 역제안하면서 남과 북을 끊는 분단선이 남으로 내려왔다. 노주석 선임기자 joo@seoul.co.kr
  • 마음을 흔드는 클래식 클래식을 흔드는 지휘자 그 뒤 ‘보이지 않는 손’

    마음을 흔드는 클래식 클래식을 흔드는 지휘자 그 뒤 ‘보이지 않는 손’

    거장 신화/노먼 레브레히트 지음/김재용 옮김/펜타그램/824쪽/2만 8000원 영국 음악학자 한스 켈러는 “지휘자는 본질적으로 불필요한 존재”라고 했다. 음악은 그저 들으면 되는 것이지 지휘자의 행동이나 얼굴을 보다가는 음악적으로 어리석은 경지에 도달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베를린필하모닉에서 플루트 수석을 맡았던 제임스 골웨이는 “빛나는 명인이라고 불리는 지휘자들이 지나치게 많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반면 베를린필의 상임지휘자였던 아르투르 니키슈는 “그가 방으로 들어오기만 해도 오케스트라 소리가 더 좋아진다”는 극찬을 받았고, 영국 버밍엄 오케스트라는 사이먼 래틀로 인해 도시의 자랑거리가 됐다.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러시아 키로프 오페라(현 마린스키 극장)의 총예술감독이 되자 서유럽으로 빠져나가던 스타 오페라 가수들은 발길을 돌렸고, 키로프의 명성이 되살아났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좋은 얘깃거리이자 논쟁의 대상이 된다. 지휘자가 갖춰야 할 능력이 더 좋은 소리를 찾는 예민한 귀인지 연주자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인지에 대한 것부터 팔을 휘젓는 것만으로 오케스트라 전 단원의 수입과 맞먹는 수익을 챙기는 게 사리에 맞는지, ‘상임지휘자’라면서 정작 대외 연주 활동이 더 많은 것이 온당한지 등 소재는 수두룩하다. 신간 ‘거장 신화’는 그 논쟁을 관통한다. 영국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쓴 ‘마에스트로 미스’(The Maestro Myth, 1991·2001)의 번역본으로, 저자는 이 책을 두고 “살아 있는 예술의 역사를 다루는 것으로 시작해 부고를 알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설명한다. 전문 지휘자의 탄생과 성장을 거쳐 그들이 대형 매니지먼트에게 휘둘리고 음악의 본령 대신 부와 권력을 추구하며 쇠락해가는 140여년 역사를 촘촘히 살핀다. 19세기 중반까지 지휘는 작곡가의 몫이었다. 그러나 정신상태가 불안하거나(슈만), 늘 똑같거나(멘델스존), 다소 소극적(차이콥스키)이라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 틈을 ‘날카로운 귀와 정확한 판단력’을 가진 한스 폰 뷜로가 비집고 들어간다. 뷜로는 1865년 10월 독일 뮌헨에서 초연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지휘하고 차이콥스키, 브람스와 작업하면서 작곡과 지휘의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뷜로가 작곡가 의도의 전달자였다면, 니키슈와 한스 리히터는 남다른 작품 해석 능력으로 ‘주도적인 지휘자’의 자리를 굳혔다. 책은 교향곡의 시대를 열면서 지휘계의 관습을 창조한 구스타프 말러, 나치의 음악 선전 선봉에 선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음악과 자본을 결합해 기업 제국을 건설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다니며 엄청난 수입을 올린 ‘제트족’까지 세계적인 지휘자 40여명을 차근차근 짚어 내려오면서 그들을 실제로 지휘하는 ‘클래식 음악계의 지배자’ 로널드 윌포드 CAMI 회장까지 파고든다. 책의 부피감이 엄청나지만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는 것이 미덕이다. 더불어 옮긴이가 해설을 충실히 덧대 이해도 쉽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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