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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이없는 실수로… ‘천재 소년’ 송유근 논문 철회

    어이없는 실수로… ‘천재 소년’ 송유근 논문 철회

    송유근(17)군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어처구니없는 실수 때문에 철회됐다. 송군이 내년 2월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국내 최연소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서울신문 11월 19일자 29면> 미국천문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측은 24일(현지시간) “저작권 위반에 따른 표절 문제로 지난 10월 5일자로 발표한 송군의 논문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저널 검토위원들은 발표자료(프로시딩) 중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 ‘자기 표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발표자료를 참고문헌 목록에 넣지 않는 천문학계의 논문 발표 관행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번에 철회된 논문은 ‘선대칭, 비정상 블랙홀 자기권: 재고’라는 제목으로, 송군이 제1저자,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이 제2저자 겸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저널 측은 이 논문이 박 연구위원이 2002년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발표자료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을 논문 철회 이유로 들었다. 저널 검토위원들은 “박 연구위원이 2002년 발표한 프로시딩은 학회 발표자료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인용하는 등 사실상 동료심사를 거친 논문과 같은 수준이기 때문에 프로시딩 인용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저작권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철회 발표가 나기 전에 저널 편집장인 이선 비슈니액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박 연구위원에게 보낸 비공식 이메일에서 “천체물리학 저널은 학회 프로시딩을 논문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밝혀 이번 논문 철회는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연구위원은 25일 UST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혀 걱정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했던 결과”라며 “유근이는 내 지도를 받아 공부한 죄밖에 없는 만큼 돌을 던지려면 내게 던지라”고 말했다. 익명의 네티즌이 제기한 표절 의혹으로 시작된 이번 논문 철회 사건으로 송군의 내년 2월 박사 학위 취득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송군이 재학 중인 UST의 학칙에 따르면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SCI급 국제저널에 1저자로 논문 1편 이상 게재’를 해야 하는데 이번 논문 철회로 송군은 학위 취득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돼 요건 충족 때까지 졸업이 유예됐다. 현재 송군은 SCI급 저널에 우주론과 끈이론에 관한 추가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년 2월 졸업 전 논문이 게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97년 11월생인 송군은 아직 만 18세여서 ‘국내 최연소 박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거의 6년이나 남아 있다. 현재의 최연소 기록이 만 23세 11개월(정진혁·미국 뉴욕 RPI공대)이기 때문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팔 분쟁이 낳은 참극…오열하는 여군 병사

    이-팔 분쟁이 낳은 참극…오열하는 여군 병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잇단 희생자를 낳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를 잇는 443고속도로에 위치한 주유소에서 한 이스라엘 병사가 팔레스타인 남성의 습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날 현장에는 시신을 본 한 여군이 울음을 터뜨리며 동료의 죽음을 애도했으며 이 모습은 여러 외신을 통해서 공개됐다. 사망한 이스라엘 군인은 올해 18세로 당시 함께 있었던 다른 여군은 상처를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을 습격한 남성은 이후 다른 두 여성을 습격하다가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오전 예루살렘 중심에 있는 유대인 시장에서는 2명의 팔레스타인 여학생이 70대 팔레스타인 남성에게 가위를 휘둘렀다가 이스라엘 경찰의 총격을 받고 소녀 1명이 숨지고 나머지 1명은 부상을 당했다. 이 소녀들은 자신들이 공격한 남성이 이스라엘인인 줄로 착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요르단 강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나블루스 부근에서도 팔레스타인인에 의한 이스라엘인 습격 사건이 두 차례 발생했다. 먼저 1명의 팔레스타인 남성이 이스라엘 군인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병사 1명이 사망했으며, 이어 또 다른 팔레스타인 남성은 행인들을 향해 차를 몰고 돌진한 뒤 도주했다. 최근 두 달간 팔레스타인인에 의한 이스라엘인 습격사건과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들 간 무력충돌로 이스라엘인 20명, 미국인 1명, 팔레스타인인 최소 9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AFPBBNEWS=NEWS1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알쏭달쏭+] 女는 男보다 운전 못한다…사실일까?

    [알쏭달쏭+] 女는 男보다 운전 못한다…사실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운전이 서툴며, 이로 인해 ‘김여사’ 등 운전이 서툴거나 매너가 없는 여성 운전자를 지칭하는 별칭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이런 상황, 비단 한국만의 것은 아니다. 최근 영국 정부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영국에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최초 운전면허시험에서 불합격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관련기관이 2014~2015년, 17~50세 운전면허시험 응시자의 합격률을 조사한 결과, 17세 여성의 경우 같은 나이의 17세 남성에 비해 합격률이 7%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성별에 따른 합격률의 격차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같은 나이대의 남성에 비해 20세의 여성은 15%, 35세 여성은 41%, 50세 여성은 50% 더 합격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개로 영국 자동차운전자협회(automobile association, 이하 AA)에 따르면 남성운전자는 자신이 배우자(여성)에 비해 운전을 잘한다고 느끼며, 여성 역시 자신의 배우자(남성)가 자신보다 운전을 잘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함께 차량에 탈 경우 대부분 남성이 운전대를 잡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조사됐다. AA는 “남성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비율이 여성 운전자에 비해 높다. 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도로 안전에 더욱 집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여성운전자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은 조수석에 앉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결과가 남녀 성차별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18세 때 3번의 시험 끝에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한 안젤라 클라크(35)는 현지 일간지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운전 실력이 떨어진다는 성차별은 매우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그렇지 않다면 한쪽 성별(남성)의 합격률이 훨씬 높은 것에 대해 설명할 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명예는 ‘비’… 기록은 ‘고’

    명예는 ‘비’… 기록은 ‘고’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시즌 최저 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미여자프로골프협회(LPGA)가 주는 ‘베어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명예의 전당(이하 HF) 가입을 예약했다. 세계 랭킹 1위의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는 역대 가장 어린 나이에 ‘올해의 선수’에 뽑혔다. 박인비는 23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끝난 LPGA 투어 2015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6위(12언더파 276타)에 올라 시즌 평균 타수 1위를 확정, 베어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LPGA 투어 HF에 가입하려면 해당 포인트 27점을 채우고 투어에서 10년 이상 활동해야 한다. HF 포인트는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2점, 그 외의 일반 투어 대회 우승 때는 1점, 올해의 선수 또는 평균 타수 1위에 1점씩이다. 박인비는 최종전 이전까지 메이저 7승(14점), 일반 대회 10승(10점)을 수확했고 2012년 평균 타수 1위, 2013년 올해의 선수에 올라 1점씩을 보태 총 26점을 얻은 상황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올해 평균 타수 1위를 차지하면서 모자랐던 나머지 1점을 보탠 박인비는 2016시즌까지 투어를 뛰어 햇수 조항을 만족시키면 2007년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LPGA HF에 가입하게 된다. 박세리는 2004년 27점을 채운 뒤 투어 10년째인 2007년 6월 HF에 헌액됐다. 박인비는 그러나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13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박세리는 LPGA HF에 가입하면서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도 자동 가입됐지만 2014년부터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일반 투어 대회 15승 이상 또는 메이저 2승 이상이라는 승수 조항에는 부합했지만 40세 이상 또는 은퇴 5년이 지난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나이 조항은 충족시키지 못했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이 대회 공동 7위에 오른 리디아 고는 LPGA 투어 최우수선수(MVP) 격인 ‘올해의 선수’를 가장 어린 나이에 움켜쥐며 또 하나의 최연소 기록을 신고했다. 1997년 4월 24일생인 리디아 고의 나이는 이날 현재 18세 7개월이다. 앞서 시즌 상금 1위도 일찌감치 확정한 리디아 고는 이로써 2관왕에 올랐다. 세계 랭킹에서도 0.009점 차로 박인비를 따돌리고 1위를 지켰다. 리디아 고의 MVP 수상은 LPGA 투어뿐 아니라 미국 4대 프로스포츠와 미국프로골프(PGA)를 통틀어서도 최연소 기록이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웨인 그레츠키는 19세, PGA 투어의 타이거 우즈는 21세 때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또 신인상 수상 이듬해 올해의 선수에 오른 것도 20년 전인 199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리디아 고는 또 한 시즌 투어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CME 글로브 레이스 순위에서도 1위를 지켜 2년 연속으로 보너스 100만 달러를 챙겼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사망 1주전 장기기증…5명에 새 삶 주고 떠난 소녀

    천식 발작으로 사망한 한 10대 소녀가 숨을 거두기 불과 일주일 전에 바라던 장기 기증을 하게 돼 다섯 명의 목숨을 구한 사연이 뒤늦게 공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영국 서퍽주(州) 삭스먼덤에 사는 데이비드 포드가 죽은 18세 딸을 대신해 ‘성요한의 기사단’(The Order of St John) 상을 받았다. 이는 영국 건강보험(NHS) 산하 혈액·장기관리기관이 장기 기증으로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주는 명예로운 상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사망한 딸 엘리자베스를 회상하며 포드는 “리지(애칭)는 (장기 기증으로) 다섯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리지의 장기를 기증받은) 사람들이 건강을 되찾아 자녀를 갖게 된다면 딸은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한 것이므로, 우리 모두에게 위안이 될 것”이라면서 “더 많은 사람이 영감을 받아 장기 기증 등록에 가입해 누군가에게 삶의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섯 명의 목숨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는 15세 때 처음 천식 진단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빵 만들기에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는 평범한 10대 소녀였다. 하지만 몸 상태가 갈수록 되자 그녀는 장기 기증을 결심하게 된다. 이에 대해 아버지 데이비드는 장기 기증을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딸이 죽어가면서 결심한 소원을 거절할 수 없었고 이제는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갖게 된 것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내 사랑하는 딸의 심장과 신장, 비장, 간 등의 장기가 심각한 병을 지닌 사람들에게 삶의 새로운 기회를 줬다”면서 “리지가 아니었다면 어찌 보면 그 사람들이 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명예로운 상을 대신 받게 된 아버지는 “딸이 남긴 것이 만성적인 장기 기증 부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기 기증 부족 문제는 영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장기이식 등 의학적인 기술 면에서는 OECD 국가 중 우위에 있지만 기증자가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 이에 따라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람은 해마다 500여 명이고 인체조직 자급률도 2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아인슈타인·볼테르 키운 8할은 지극한 사랑

    아인슈타인·볼테르 키운 8할은 지극한 사랑

    과학자의 연애/박민아 등 지음/바이북스/240쪽/1만 3500원 ‘사랑할수록 더 많이 혁명할 수 있다.’ 68혁명의 대표적 구호다. 비폭력 문화혁명으로서 갖는 에너지와 순수함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사랑의 힘은 과학 혁명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영화, 드라마 등에서는 흔히들 과학자는 뛰어난 두뇌와 냉철한 이성으로 우주의 운영 원리를 발견해 내고, 꽁꽁 숨겨진 자연의 비밀을 풀어 내지만, 사랑하는 여자(혹은 남자)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는 데는 젬병인 인물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현실 속 과학자들의 사랑은 달랐다. ‘사랑의 힘’은 그들의 연구를 자극하고 격려하는, 학문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위대한 과학자들의 내밀한 연애사를 들여다보는 일은 사랑의 보편성과 위대함, 당대의 사회문화상을 다시금 확인하는 일이며 인류사에 길이 빛나는 과학적 성취를 좀더 쉽고 재미나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은 천재 과학자이면서 희대의 바람둥이과에 속했다. 첫 아내 밀레바 마리치를 만나기 전의 젊은 시절은 좀 우울했다. 취리히대학을 턱걸이로 졸업한 뒤 실업자 신세에 고등학교 임시 수학교사를 전전하다가 얻은 직업이 겨우 특허청 심사원이었다. 그러면서도 수학과 물리학에 자신보다 탁월한 능력을 보인 밀레바를 만나 그의 도움 속에서 놀라운 학문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밀레바와 결혼 3년째, 광전효과와 브라운 운동, 특수상대성이론을 일제히 발표하며 과학사가들이 1905년을 ‘기적의 해’라고 부르도록 했다. 특히 특수상대성이론의 논문은 밀레바가 검토해 7곳의 오류를 수정해 줬고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적 특성에 대하여’라는 극도의 겸손한 제목까지 달아 줬다. 오만하게 기존 학계의 권위에 도전하는 듯한 인상을 피하기 위한 세심한 의도였다. 프랑스혁명의 사상적 이데올로그 역할을 맡았던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는 에밀리가 없었다면 그저 그런 작가로 남았을지 모른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다. 에밀리와 볼테르는 18세기 프랑스 사교계에서 불륜이면서도 공인된 연인 관계였다.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과학적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에밀리와 귀족이 아닌 신분의 제약으로 작가적 재능 발휘에 한계가 있던 볼테르의 만남은 단순한 염문 이상이었다. 수학과 과학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에밀리는 뉴턴의 ‘프린키피아’의 심오한 비밀을 끝까지 파고든 뒤 ‘뉴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라는 명료한 해설서를 남겼다. 볼테르 역시 에밀리의 도움을 받아 뉴턴의 법칙을 당대 정치 사회를 해석하는 잣대로 삼아 계몽주의 철학의 논리적 근간을 완성시켰다. 이 밖에도 동성애라는 금지된 사랑 속에서 인공지능의 기초를 닦은 앨런 튜링, 침팬지의 생태를 관찰한 제인 구달, 완벽한 파트너십을 보여 준 퀴리 부부 등은 사랑의 위대함을 실증하는 살아 있는 사례가 됐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조선의 엔터테이너(정명섭 지음, 이데아 펴냄) 엄격하게 신분을 구분했던 조선 시대. 신분이 낮아도 한참 낮은 노비가 몰래 글을 깨치려다가 윗사람에게 들켜 경을 치는 일은 사극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노비가 글을 익히는 것도 모자라 양반 자제들을 가르치고, 또 과거에 여러 명을 급제시켰다면 믿을 수 있을까? 정조 때 요즘으로 치면 국립대학인 성균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정학수라는 하인이 실제 그랬다. 마치 오늘날 입시 학원의 스타 강사처럼 말이다. 저자는 양반, 상놈 등 신분을 넘어 당대의 권위, 위선, 엄숙함에 도전했던 32명의 삶에 대한 편린을 조선 후기 학자들의 문집에서 찾아내 현대적 시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낸다. 쉽게 말해 이 책은 조선시대 기인열전이다. 240쪽. 1만 5000원. 인간의 품격(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보보스’를 통해 디지털 시대 새로운 엘리트 계층의 도래를 예견하는 등 사회문화 현상 전반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분석을 보여 줬던 저자가 이번엔 인생을 돌아본다. 또 그간 자신이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여겼지만 내적 성장이 동반되지 않은 껍데기에 불과했다고 고백하며 내적 결함을 딛고 내면을 키우기 위해 분투했던 아이젠하워, 아우구스티누스, 조지 엘리엇, 새뮤얼 존슨 등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성공을 위해 나를 부풀리는 ‘빅 미’(Big Me)의 시대를 벗어나 자신을 낮추고 대의에 헌신하는 ‘리틀 미’(Little Me)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496쪽. 1만 6500원. 책들의 그림자(최은주 지음, 엑스북스 펴냄) 시와 함께 문학을 대표하는 분야인 소설이 등장한 것은 18세기. 신이나 왕, 영웅을 벗어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인기가 높아졌지만 외려 편견을 일으켜 사람에게 해악을 끼친다는 종교계의 비난을 받았다. 문학은 덩달아 운신의 폭이 좁아지며 죄가 되는 행위이자 어리석은 취미가 됐다. 과연 그럴까. 저자는 문학이 틀에 박힌 삶의 한계를 벗어나게 해 준다고 강조한다. 또 여러 시점에서 사건을 진단해 볼 수 있는 경험을 갖게 해 준다고 덧붙인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문학이 실용적인 학문이 될 수 있다고 강변한다. 또 문학에서 어떻게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지 길라잡이가 되기 위해 이 책을 통해 색다른 문학 수업을 선물한다. 216쪽. 1만 3000원. 어리석음(아비탈 로넬 지음, 강우성 옮김, 문학동네 펴냄) 여성의 정체성이 학자의 길을 오히려 가렸던 자크 데리다의 애제자 아비탈 로넬의 대표 저서이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책이다. 대담한 사유와 독창적인 문체로 기존의 권위를 논리적으로 해체한다. 책은 미국 문명의 억압성을 비판하고, 이성을 중심에 둔 서구 사상이 ‘어리석음’의 범주 아래 다양한 대안적 사유들을 포섭해 온 과정을 담아냈다. 특정한 지식에 대한 무지가 아니라 우리의 어리석음에 대한 무지야말로 가장 근원적인 무지인 만큼 로넬에게 어리석음은 진정한 앎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한 학술대회 청중으로서 자크 데리다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연신 던진 뒤 데리다가 이름을 묻자 ‘형이상학’이라고 대답한 일화는 그의 자존감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544쪽. 3만원. 비난게임(벤 대트너·대런 달 지음, 홍경탁 옮김, 북카라반 펴냄) 두뇌를 쓰는 업무 수행자일수록 인정과 평가에 민감하다. 단순히 경제적 보상만으로 그들의 업무를 추동할 수 없다. 어설픈 경제적 보상은 오히려 역작용을 초래한다. 마찬가지로 조직 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상사는 공적으로 부하를, 부하는 ‘뒷담화 형태’로 상사를 비난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저자는 비난이 횡행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 및 배경을 소개한 뒤 개인의 성격에 따른 비난의 방식과 대응 방법을 유형화한다. 궁극적으로는 책임져야 할 상황에서 남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외부로 돌리지 않는 리더와 조직 구성원이 어떻게 혁신을 추동했는지 생생한 사례와 함께 보여 준다. 문제의 책임을 묻는 조직과 문제의 대안을 찾는 조직의 미래는 금세 나뉠 수밖에 없다. 260쪽. 1만 4000원.
  • [파리 연쇄 테러] 경계심 쉽게 풀리지 않겠죠 하지만 정부가 잘 하고 있어요…파리의 삶은 계속될 거예요

    [파리 연쇄 테러] 경계심 쉽게 풀리지 않겠죠 하지만 정부가 잘 하고 있어요…파리의 삶은 계속될 거예요

    프랑스 파리에서 산 지 벌써 32년이다. 영화와 와인 공부를 하고, 결혼 후 두 딸을 키운 프랑스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처럼, 고향이다. 범죄 없는 나라가 있을까마는 올해 프랑스 파리는 달랐다. 지난 1월 시사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가와 기자를 겨냥한 테러가 있었고, 열달 만에 다시 이슬람국가(IS)의 연쇄 테러가 터졌다.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다들 생활 속에 조심하는 모습이 배어 있다. 카페나 바에는 여전히 사람은 많지만 예전만큼 북적이지는 않는다. 출퇴근 직장인들로 붐비는 시간에 버스와 지하철에도 비교적 사람들이 적다. 옆 사람과의 접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누군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거나 아랍인들을 보면 우선 피하고 돌아봐 확인하기 일쑤다. 테러가 터진 10·11구에서 멀리 떨어진 16구에 있는 NRJ 라디오 방송국에 들어가려면 소지품을 다 보여줘야 한다. 방송국 주차장에 들어갈 때는 동승자 신분증까지 확인한다. 아동 그림교실이나 일본인 노래강좌 등으로 빌리는 건물에는 담당자가 열쇠를 갖고 기다렸다가 사람들이 다 모이면 함께 들어가고, 모두 나오면 다시 문을 잠근다. 경계심은 쉬이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가 국민의 불안감을 빠르게 잠재우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사고 직후에 하루 세 번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시장협의회 등에서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현장을 찾고,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사건마다 개요와 향후 대처를 언론을 통해 충실히 설명한다. 정부 각료와 파리 시장, 검찰 역시 국민에게 모든 것을 공개한다. 말뿐만 아니다. 올랑드 정부는 발빠른 대처와 강력한 대응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었다. 테러리스트의 신분을 신속히 밝혀내고 숨어 있는 리더와 공범을 추적하고 속속 검거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파리지앵’이 설문조사기관 오독사와 함께 한 조사에서 국민의 신뢰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 16~17일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 73%(25%는 ‘매우 잘’, 48%는 ‘어느 정도’)가 올랑드 정부에 지지를 보냈다. BFM TV는 18일(현지시간) “그는 자신의 지지율을 다소 높인 ‘샤를리 효과’를 넘어 이제는 ‘11월 13일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정부의 태도와 시민의식에서 프랑스의 진면목을 찾을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 드러나는 ‘반이슬람 감정’은 오히려 파리에서는 더 심해지지 않았다. 원래 반이슬람 감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골이 깊어졌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으로 정부가 선동하거나 언론이 이용하지는 않는다. 젊은층은 어려서부터 이슬람 아이들과 학교에서 같이 생활하며 자라 왔기 때문에 이질감이 거의 없다. 프랑스 내 가톨릭과 유대교, 이슬람 등 각 종교인 대표들이 모여 연대감을 보여준다. 무슬림들은 자신의 모스크를 공개하면서 “이슬람과 테러리스트를 혼합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한다. 물론 극우파도 있다. 국민전선의 수장 마린 르펜은 “프랑스는 프랑스인을 위한 국가”라면서 “(난민을 포함한) 이민자를 모두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올랑드 대통령이 사고 직후 각 정당 대표를 엘리제궁으로 초대했을 때도, 지난 17일에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줄기차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2005년 파리 외곽에서 빈민 이민자들이 벌인 대규모 소요 사태를 겪어도 프랑스는 자유·평등·박애의 가치를 지켜 왔다. 정부가 신뢰와 의지를 보여주고 국민이 연대하는 한, 반목과 불신 대신 이 세 가지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되리라 믿는다.
  • ‘천재 소년’ 18세 송유근군, 국내 최연소 박사 심사 통과

    ‘천재 소년’ 18세 송유근군, 국내 최연소 박사 심사 통과

    ‘천재소년’ 송유근(18)군이 결국 국내 ‘최연소 박사’의 주인공이 됐다. 송군의 멘토이자 지도교수인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연구위원은 송군이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교대학원(UST)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최종 통과해 내년 2월 만 18세 3개월의 나이로 박사가 된다고 18일 밝혔다. 송군은 1997년 11월생이다. 박사학위로 제출한 논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천체 물리학적 응용’으로 블랙홀과 우주론, 끈이론 등 3가지 분야를 포괄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송군은 7세에 수학 미적분을 풀고 8세에 대학에 입학했다. 이어 2009년 UST 천문우주과학 석·박사 통합과정에 입학했다. 내년 2월 대학원 입학 7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게 된다. 지금까지 국내 최연소 박사 기록은 미국 뉴욕 RPI공대 정진혁씨가 갖고 있던 23세 11개월이었다. 송군은 박사논문 심사에 앞서 미국 천문학회에서 발행하는 ‘천체물리학 저널’ 10월 5일자에 박석재 위원과 함께 블랙홀과 관련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총괄자문을 맡았던 킵 손 미국캘리포니아공대(칼텍) 명예교수가 리뷰를 맡기도 했다. 박 연구위원은 “논문 심사가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는 훌륭한 연구자 밑에서 박사후 연구과정(포스트닥터)을 밟는 게 중요하다”며 “끈이론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계속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송군의 아버지 송수진씨는 “유근이는 그 나이 또래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스마트폰도 없고, 신경이 분산될까 봐 연구실에 인터넷 회선도 연결하지 않았다”며 “워낙 조용한 성격이라 박사학위 논문 통과 후에도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물방울무늬 가진 귀여운 동물…주머니고양이를 아시나요?

    물방울무늬 가진 귀여운 동물…주머니고양이를 아시나요?

    여기 귀여운 물방울무늬를 가진 고양이가 있다. 이는 주머니고양이(학명: Dasyurus quoll)로, 배 부위에 주머니를 가진 유대류에 속한다. 최근 인터넷상에서는 사람 손바닥 위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잠에 푹 빠진 귀여운 아기 주머니고양이를 찍은 사진 한 장이 확산하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 귀여운 동물을 우리가 일상에서 보기는 쉽지 않다고 동물전문 매체 ‘더 도도’는 전했다. 우선, 주머니고양이는 당신 집 근처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호주 본 섬과 태즈메이니아 섬에서만 서식하며 지금까지 6종 정도가 알려졌다. 다음 이유는 주머니고양이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육식성 동물로 저녁이 돼서야 굴에서 나와 먹이 사냥에 나서 보기 어렵다. 이들은 작은 곤충부터 토끼나 주머니토끼 등 작은 동물까지도 잡아먹는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개체 수가 매우 적다. 호주에 서식하는 종은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며 태즈메이니아에서는 취약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사실 주머니고양이는 호주가 개발되기 전인 18세기 무렵에는 많은 지역을 가득 메웠었다고 호주 환경부는 말한다. 주머니고양이는 18세기 영국 탐험가인 제임스 쿡 선장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는데 그는 이들을 사육하는데 열정적이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영국인들과 함께 건너갔던 고양이들이 버려지거나 도망치는 등 여러 이유로 야생화돼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밀려난 것도 개체 수 감소에 한몫했다고 한다. 따라서 오늘날 주머니고양이를 보려면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고 자연에서 우연히 보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한편 주머니고양이는 몸길이가 약 40cm, 꼬리 길이는 30cm로 꽤 길다. 무는 힘이 강한 턱을 갖고 있어 육식하기에 알맞으며 발톱 또한 매우 날카롭다. 또한 뒷발에는 엄지가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현장 행정] 내년부터 중랑은 ‘희망 뱅크’

    [현장 행정] 내년부터 중랑은 ‘희망 뱅크’

    “오래 병을 앓던 남편이 지난 5월에 세상을 뜨니 아무 힘이 없네요. 배운 것도 적고 힘도 세지 않아 취직도 힘들어 앞일이 막막합니다.” 중랑구 신내동에 사는 임모(61·여)씨는 복지 사각지대 점검을 위해 자택을 방문한 나진구 구청장에게 힘없이 말했다. 나 구청장은 “내년부터 저소득층이 월 10만원을 저금하면 민간재원으로 10만원을 함께 저축해주는 행복중랑플러스 통장을 시작한다”면서 “힘든 분들이 종잣돈을 모아 이를 바탕으로 힘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구의 기초생활수급자는 10월 말 기준으로 1만 3494명이고,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4번째로 많다. 행복중랑플러스 통장은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해 이들이 임대보증금, 교육비용, 결혼자금, 창업자금 등 목돈을 만들도록 하는 게 목표다. 서울시도 2009년부터 희망플러스 통장을, 올해부터 청년통장을 시행했다. 다만 희망플러스는 최저생계비 150% 이하가 대상이고, 청년통장은 만 34세 미만이 대상이다. ‘행복중랑플러스 통장’은 이들로 포용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위해 만들어졌다. 18세 이상, 최저생계비 200% 이하인 저소득층 가구가 대상이다. 3년간 매월 10만원씩 적립하면 지원금을 합쳐 3년 후에는 720만원과 은행이자를 받게 된다. 이자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서울시 청년통장을 감안해 보면 3% 수준이 예상된다. 통장을 개설하면 연간 1번씩 금융교육도 해준다. 구의 이번 정책은 25개 자치구 중 처음이다. 우선 3년간 해마다 32명을 선정한다. 내년 5월에 공고를 내면 16개 동에서 총 48명을 추천받아 자격심사를 한다. 추천은 동마다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해 조직한 행복나누리협의체가 맡는다. 8월부터 선정된 가구는 10만원씩 자동이체로 저축하게 된다. 임의해약 방지를 위해 통장 명의는 사회복지협의회로 한다. 중도 해지를 할 경우 일정시점을 넘으면 저축한 금액 전액을 받고, 저축기간이 너무 짧으면 본인이 넣은 돈만 받는다. 구는 지난 12일 중랑구사회복지협의회와 우리은행 중랑구청지점과 협약식을 했다. 재원 3억 5000만원은 민간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이미 205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나 구청장은 “행복중랑플러스 통장 사업에 많은 구민들이 참여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동참해 주시길 당부한다”면서 “앞으로도 민관 협력을 통해 체계적인 복지 대상자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영상시대 생존법… 그래픽·사진 위주 ‘EBS 지식채널형’ 책 출간

    영상시대 생존법… 그래픽·사진 위주 ‘EBS 지식채널형’ 책 출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 젊은 층은 책과 거리가 멀다. 지식과 정보를 얻는 수단도 스마트폰 혹은 TV가 대부분이다. 출판계로서는 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은 물론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절박함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나온 ‘우리가 사는 세계’(천년의상상 펴냄)는 이러한 출판계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텍스트 형식 면에서 보면 마치 모바일용으로 제작한 카드뉴스 같기도 하고, EBS TV ‘지식채널’ 같기도 하다. 복잡한 인문학의 사유 체계를 간명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문장에 그림, 사진, 그래픽 등을 덧붙여 담아냈다. 예컨대 18세기 후반 프랑스혁명의 실패 이후 마지막 계몽철학자로 남은 콩도르세(1743~1794)가 감옥에서 쓴 ‘인간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에 대한 설명에서는 그의 논리를 도표와 함께 설명한 뒤 ‘교육이 평등해지면 재산의 평등도 커진다’, ‘평등이 가능해진 사회에서는 자유도 확대된다’는 식의 책 내용의 정수를 아포리즘 같은 한 줄로 정리하고 있다. 짧게 끊어 가는 호흡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담고 있는 책 텍스트의 정보량과 사고의 깊이는 만만치 않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가 강의 교재로 쓰는 ‘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을 고스란히 옮긴 덕이다. 후마니타스칼리지 핵심 교양의 한 축인 ‘세계에 대한 이해’를 위해 근현대 400년을 짚어냈다. 코페르니쿠스의 과학혁명으로부터 시작해 사상혁명, 정치혁명, 경제혁명, 개인의 탄생, 근대 도시의 탄생 등으로 짚은 뒤 서양의 근대적 가치가 동아시아와 어떻게 조우했는지, 한국의 전통사회와 만나 어떤 문제와 과제를 남기며 변화·발전했는지를 담은 기초인문교양 텍스트로 거듭났다. 선완규 천년의상상 대표는 “향후 인문서 출판 경향은 기존의 텍스트를 강화하는 축과 젊은 층이 익숙한 뉴미디어적 형식을 실험하는 흐름 두 축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이번 책으로 첫 실험을 시도해 본 만큼 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본격적인 인문학 텍스트로 들어가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씨줄날줄] 건재고택/서동철 논설위원

    충남 아산의 외암마을에는 16세기부터 예안 이씨가 모여 살았다고 한다. 지금처럼 외암마을로 불리게 된 것은 아무래도 조선 후기 대표적인 유학자의 한 사람인 외암(巍巖) 이간(李柬·1677~1727)의 명성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외암(外岩)마을이라고 쓰는 것은 일제강점기 표기를 간편하게 한다며 이름을 고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암마을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잠정 목록에 올랐다. 호서 성리학은 율곡 이이를 비롯한 기호학파의 학맥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18세기에 접어들어 호서 학맥은 호론(湖論)과 낙론(論)으로 분리된다. 호론을 주장한 사람이 남당 한원진이었고, 낙론을 주장한 사람이 바로 외암 이간이었다. 두 사람 모두 우암 송시열의 학통을 이어받은 한수재 권상하의 문인이었다. 호락 논쟁이란 인성(人性)과 물성(物性)이 같은지 다른지가 핵심이었다. 한원진은 인성과 물성이 다르다고 했지만, 이간은 인성과 물성은 같은 것이라고 다른 견해를 폈다. 두 사람 모두 호서 출신이지만 호서 유학자들이 한원진에, 서울 주변(下) 유학자들이 이간에 동조하면서 각각 호론과 낙론이라고 했다. 외암마을은 설화산이 뒤를 감싸고 반계라는 이름의 작은 시내가 앞으로 흐른다. 하지만 북쪽 산과 남쪽 시내의 전형적 배산임수가 아닌 동쪽 산과 서쪽 시내의 형태이다. 마을의 집을 대부분 서남향으로 지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노출되는 마을 북서쪽에는 모자라는 자연조건을 인위적으로 보완하는 비보(裨補) 숲을 조성했다. 외암마을은 마을 어귀에서 종가(宗家)에 이르는 안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자리잡고 있다. 안길 양쪽에는 각각 큰 집을 중심으로 중·소 규모 집들이 한데 어울려 있다. 남쪽 영역의 큰 집이 참판댁이라면 북쪽 영역의 큰 집이 건재고택이다. 건재고택은 건재(建齋) 이상익(李相翼)이 19세기 후반기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지었다고 한다. 건재가 영암군수를 지낸 만큼 영암댁(靈岩宅)이라고도 불린다. 중요민속자료인 건재고택은 소유권이 2009년 미래저축은행으로 넘어가는 불운을 맞는다. 수백억원의 고객 돈을 빼돌리고 밀항을 시도하다 붙잡힌 김찬경 당시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이 집을 술판을 벌이는 접대 장소로 이용했다. 결국 경매에 넘겨졌지만, 살 사람은 없었다. 건재고택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매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환영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생각해 볼 문제도 있다. 옛집은 국가나 지자체가 사들이는 순간 애물단지가 된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훼손이 빨라지고 관리 인력도 필요하니 예산 먹는 하마가 된다. 사람이 실제로 거주하는 민속마을이라는 가치도 퇴색할 것이다. 매입이 불가피하다면 집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 살면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카드뉴스? 지식채널? 신개념 인문서 ‘우리가 사는 세계’

    카드뉴스? 지식채널? 신개념 인문서 ‘우리가 사는 세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 젊은 층은 책과 거리가 멀다. 지식과 정보를 얻는 수단도 스마트폰 혹은 TV가 대부분이다. 출판계로서는 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은 물론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절박함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나온 ‘우리가 사는 세계’(천년의상상 펴냄)는 이러한 출판계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텍스트 형식 면에서 보면 마치 모바일용으로 제작한 카드뉴스 같기도 하고, EBS TV ‘지식채널’ 같기도 하다. 복잡한 인문학의 사유 체계를 간명하면서도 통찰적인 문장에 그림, 사진, 그래픽 등을 덧붙여 담아냈다.  예컨대 18세기 후반 프랑스혁명의 실패 이후 마지막 계몽철학자로 남은 콩도르세(1743~1794)가 감옥에서 쓴 ‘인간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에 대한 설명에서는 그의 논리를 도표와 함께 설명한 뒤 ‘교육이 평등해지면 재산의 평등도 커진다’, ‘평등이 가능해진 사회에서는 자유도 확대된다’는 식의 책 내용의 정수를 아포리즘과 같은 한 줄로 정리하고 있다. 또 거기에서 출발해 ‘이성을 내세우는 급진 진보가 흔히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유의 확장을 꾀하기도 한다.  짧게 끊어 가는 호흡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담고 있는 책 텍스트의 정보량과 사고의 깊이는 만만치 않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가 강의 교재로 쓰는 ‘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을 고스란히 옮긴 덕이다. 후마니타스칼리지 핵심 교양의 한 축인 ‘세계에 대한 이해’를 위해 근현대 400년을 짚어냈다. 코페르니쿠스의 과학혁명으로부터 시작해 사상혁명, 정치혁명, 경제혁명, 개인의 탄생, 근대 도시의 탄생 등으로 짚은 뒤 서양의 근대적 가치가 동아시아와 어떻게 조우했는지, 한국의 전통사회와 만나 어떤 문제와 과제를 남기며 변화·발전했는지를 담은 기초인문교양 텍스트로 거듭났다.  선완규 천년의상상 대표는 “향후 인문서 출판 경향은 기존의 텍스트를 강화하는 축과 젊은 층이 익숙한 뉴미디어적 형식을 실험하는 흐름 두 축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이번 책으로 첫 실험을 시도해 본 만큼 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본격적인 인문학 텍스트로 들어가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전통건축이 품은 하늘과 땅, 사람

    전통건축이 품은 하늘과 땅, 사람

    우리 전통건축에는 선조들의 정신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주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유교의 자연관, 도가의 비움사상과 불교의 공(空)사상을 빌려와 삶의 공간을 구성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12개의 세계 문화유산을 비롯해 궁궐과 사찰, 전통 마을 등 전통 건축물들이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서울 이태원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19일부터 열리는 ‘한국건축예찬-땅의 깨달음’전은 우리 전통건축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자 마련된 전시다. 건축물과 관련된 고미술품과 현대사진 작가들의 사진, 영상물과 3D 재현 영상물을 총동원한 융·복합형 전시로 우리 전통건축의 미학과 정신을 심도 있게 재조명한다. 주명덕, 배병우, 구본창, 김재경, 서헌강, 김도균 등 세대를 달리하는 현대사진 작가들과 박종우 영상감독이 2년여의 시간 동안 사계절을 거치며 아름다운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삼성문화재단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특별하게 공을 들인 이번 전시는 해인사, 불국사, 통도사, 선암사, 종묘, 창덕궁, 수원화성, 도산서원, 소쇄원, 양동마을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건축 10곳을 선정한 후 우리 선조들이 존중했던 하늘과 땅, 사람의 3개 주제로 묶어 구성했다. 우선 ‘침묵과 장엄의 세계’라는 주제 아래 불교사찰과 종묘를 하나로 엮어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우주관, 세계관을 짚어본다. 사찰의 경우 자연특성을 활용한 가람배치와 사찰 건축 특유의 화려함과 장엄미가 주목할 만하다. 원로작가 주명덕은 법보사찰인 가야산 해인사의 비경과 함께 성철스님 생존 당시부터 기록해 온 스님들의 수행 장면을 보여준다. 구본창은 통도사와 금강계단, 전각들을 섬세하게 담아냈고 문화재 전문 사진가 서헌강은 석조건축과 목조건축이 조화를 이룬 불국사의 화려함을 담았다. 또 ‘금동대탑’의 구조와 설계를 보여주는 3D 스캔과 9층으로 추정 복원한 영상, 석굴암의 축조 과정을 3D로 재현한 영상, 해인사와 불국사의 가람배치를 비교 연구한 전봉희 서울대 교수의 ‘사찰의 가람배치’가 선보인다. 조선시대의 왕실사당이자 유교건축의 백미인 종묘는 배병우의 사진과 박종우 감독의 영상으로 그 침묵과 장엄미를 연출했다. 두 번째는 ‘터의 경영, 질서의 세계’를 주제로 통치이념을 건축적으로 어떻게 조영했는지를 살핀다. 창덕궁의 사계를 기록한 배병우의 사진과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동궐도’(국보 249호, 동아대 소장), 김홍도의 ‘규장각도’를 통해 창덕궁의 자연친화적 구성을 들여다본다. 19세기 대원군에 의해 중건된 경복궁과 육조거리를 재현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경복궁과 육조거리’ 모형은 서울의 변화를 역설적으로 짐작하게 한다. 18세기 후반 정조와 정약용이 설계하고 채제공이 축성한 수원화성은 김재경의 사진과 ‘화성능행도’, ‘화성의궤’, 팔달문의 3D 복원영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다. 또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에 소장된 ‘숙천제아도’가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조선 말기 문신 한필교가 42년 동안 부임했던 중앙 및 지방 관아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 화첩으로 전라도 장성부, 황해도 서흥부, 한성의 종묘 등 부임지의 우물 위치부터 다른 마을로 이어지는 길과 산 이름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세 번째는 ‘삶과 어울림의 공간’이라는 제목으로 서원과 정원, 민가를 하나로 묶었다. 양동마을, 도산서원, 소쇄원을 주명덕, 김도균, 구본창이 각각 사진으로 기록했다. 동영상, 스캔 영상과 함께 18세기 서대문 밖 경기감영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경기감영도 12곡병’, 소쇄원도가 전시된다. 양동마을의 무첨당을 실제 크기로 재해석한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의 ‘한옥구조의 재해석-유첨당’ 등이 소개되어 선조들의 슬기로운 건축 원리가 담긴 전통건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리움 측은 “하늘과 땅, 사람을 존중하며 자연과 함께해 온 한국 전통건축은 그 자체로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자 시간을 초월한 영원한 건축이며 우리 시대를 지탱하는 정신이자 지혜의 원천”이라며 “이번 전시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우리 건축문화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술관은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청소년들이 우리 전통건축의 아름다움과 품격을 감상할 수 있도록 평일에 20세 미만 청소년 무료입장 제도를 운영한다. 전시는 내년 2월 6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하늘,땅, 인간의 조화... 한국 전통건축에 담긴 미학과 정신

    하늘,땅, 인간의 조화... 한국 전통건축에 담긴 미학과 정신

     우리 전통건축에는 선조들의 정신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주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유교의 자연관, 도가의 비움사상과 불교의 공(空)사상을 빌려와 삶의 공간을 구성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12개의 세계 문화유산을 비롯해 궁궐과 사찰, 전통 마을 등 전통 건축물들이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서울 이태원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19일부터 열리는 ‘한국건축예찬-땅의 깨달음’전은 우리 전통건축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자 마련된 전시다. 건축물과 관련된 고미술품과 현대사진 작가들의 사진, 영상물과 3D 재현 영상물을 총동원한 융·복합형 전시로 우리 전통건축의 미학과 정신을 심도 있게 재조명한다. 주명덕, 배병우, 구본창, 김재경, 서헌강, 김도균 등 세대를 달리하는 현대사진 작가들과 박종우 영상감독이 2년여의 시간 동안 사계절을 거치며 아름다운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삼성문화재단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특별하게 공을 들인 이번 전시는 해인사, 불국사, 통도사, 선암사, 종묘, 창덕궁, 수원화성, 도산서원, 소쇄원, 양동마을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건축 10곳을 선정한 후 우리 선조들이 존중했던 하늘과 땅, 사람의 3개 주제로 묶어 구성했다. 우선 ‘침묵과 장엄의 세계’라는 주제 아래 불교사찰과 종묘를 하나로 엮어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우주관, 세계관을 짚어본다. 사찰의 경우 자연특성을 활용한 가람배치와 사찰 건축 특유의 화려함과 장엄미가 주목할 만하다. 원로작가 주명덕은 법보사찰인 가야산 해인사의 비경과 함께 성철스님 생존 당시부터 기록해 온 스님들의 수행 장면을 보여준다. 구본창은 통도사와 금강계단, 전각들을 섬세하게 담아냈고 문화재 전문 사진가 서헌강은 석조건축과 목조건축이 조화를 이룬 불국사의 화려함을 담았다. 또 ‘금동대탑’의 구조와 설계를 보여주는 3D 스캔과 9층으로 추정 복원한 영상, 석굴암의 축조 과정을 3D로 재현한 영상, 해인사와 불국사의 가람배치를 비교 연구한 전봉희 서울대 교수의 ‘사찰의 가람배치’가 선보인다. 조선시대의 왕실사당이자 유교건축의 백미인 종묘는 배병우의 사진과 박종우 감독의 영상으로 그 침묵과 장엄미를 연출했다.  두 번째는 ‘터의 경영, 질서의 세계’를 주제로 통치이념을 건축적으로 어떻게 조영했는지를 살핀다. 창덕궁의 사계를 기록한 배병우의 사진과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동궐도’(국보 249호, 동아대 소장), 김홍도의 ‘규장각도’를 통해 창덕궁의 자연친화적 구성을 들여다본다. 19세기 대원군에 의해 중건된 경복궁과 육조거리를 재현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경복궁과 육조거리’ 모형은 서울의 변화를 역설적으로 짐작하게 한다. 18세기 후반 정조와 정약용이 설계하고 채제공이 축성한 수원화성은 김재경의 사진과 ‘화성능행도’, ‘화성의궤’, 팔달문의 3D 복원영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다.  또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에 소장된 ‘숙천제아도’가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조선 말기 문신 한필교가 42년 동안 부임했던 중앙 및 지방 관아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 화첩으로 전라도 장성부, 황해도 서흥부, 한성의 종묘 등 부임지의 우물 위치부터 다른 마을로 이어지는 길과 산 이름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세 번째는 서원과 정원, 민가를 하나로 엮어 ‘삶과 어울림의 공간’이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양동마을, 도산서원, 소쇄원을 주명덕, 김도균, 구본창이 각각 사진으로 기록했다. 동영상, 스캔 영상과 함께 18세기 서대문 밖 경기감영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경기감영도 12곡병’, 소쇄원도가 전시된다. 양동마을의 무첨당을 실제 크기로 재해석한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의 ‘한옥구조의 재해석-유첨당’ 등이 소개되어 선조들의 슬기로운 건축 원리가 담긴 전통건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리움 측은 “하늘과 땅, 사람을 존중하며 자연과 함께해 온 한국 전통건축은 그 자체로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자 시간을 초월한 영원한 건축이며 우리 시대를 지탱하는 정신이자 지혜의 원천”이라며 “이번 전시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우리 건축문화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술관은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청소년들이 우리 전통건축의 아름다움과 품격을 감상할 수 있도록 평일에 20세 미만 청소년 무료입장 제도를 운영한다. 전시는 내년 2월 6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 몸속에 쌓이는 피로감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 몸속에 쌓이는 피로감

    지난해 달콤한 감자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가 하면 모든 음식에 설탕을 넣는 ‘슈거보이’ 백종원 요리연구가의 레시피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구고 과일 맛 나는 소주가 품귀 현상을 빚는 등 한번 시작된 ‘단맛 열풍’이 꺼질 줄을 모르고 있다. 설탕은 사탕수수 같은 자연 식물체에서 유래한 식품이지만 복잡한 공정을 거쳐 사탕수수 등의 섬유소와 각종 영양성분을 모조리 배제한 단순 당이다. 필요한 영양소 없이 오직 열량으로만 이뤄져 있다. 그래서 설탕을 다른 말로 정제당이라고 부른다. 달콤한 과일에도 당이 들었지만 과일을 먹을 때는 섬유소를 함께 섭취하기 때문에 혈액의 포도당 함량, 즉 혈당치가 완만하게 상승해 서서히 하락한다. 반면 순수 당 결정인 설탕이 듬뿍 든 식품을 먹으면 체내에 당 성분이 빠르게 흡수돼 혈당치를 끌어올린다. 혈당치가 높아지면 뇌는 혈당을 떨어뜨리고자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으로 혈당치가 낮아져 정상적인 수준을 유지하면 다행이지만, 설탕의 당 성분이 워낙 급격히 혈당치를 상승시키다 보니 당황한 뇌는 인슐린을 다량 분비해 혈당을 정상 수준보다 더 낮게 떨어뜨린다. 그러면 일시적으로 저혈당 증상이 오고, 뇌는 혈당치를 빨리 회복시키고자 다시 설탕을 찾는다. 설탕이 많이 든 케이크나 과자를 먹으면 계속해서 또 먹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당과 인슐린의 악순환이 계속되면 우리 몸의 혈당관리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 인슐린의 분비량이 들쑥날쑥해지고 당을 받아들이는 우리 몸의 세포도 지쳐 버린다. 세포가 포도당을 제대로 연소하지 못하면 갈 곳 잃은 당이 엉뚱한 곳에 쌓여 비만해진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은 비만이지만 이쯤 되면 장기도 무사하지 못하다. 근육이나 장기 등 신체기관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쓰지 못해 기아 상태에 빠진다. 무기력증과 피로가 유발되고 심하면 관상동맥 질환, 심장병까지 생길 수 있다. 인슐린을 만드느라 격무에 시달린 췌장이 일손을 놔버리면 당뇨병이 생긴다. 일단 당뇨병이 생기면 평생 인슐린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에 따르면 설탕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사람은 설탕이 조금 첨가된 음식을 먹는 사람보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3배 높다고 한다. 2010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영양학과는 당분이 첨가된 음료를 하루에 한두 잔 마시는 사람에게서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26%,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2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나친 설탕 섭취는 장 기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전혜진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장은 인체의 가장 큰 면역기관이자 독성물질을 걸러내는 곳인데, 설탕을 많이 먹으면 장내 나쁜 세균이 활발하게 증식해 장의 기능을 해치고 장 점막까지 손상시킨다”고 말했다. 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장내 독소가 그대로 쌓여 만성 피로를 유발하고 이 독소가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서서히 몸을 망가뜨린다. 단맛은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을 분비시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과잉 섭취하면 단맛에 대한 의존성이 증가하고 결국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단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과자 등을 어릴 적부터 먹은 성인은 설탕 중독에 노출되기 쉽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가공식품을 통한 우리 국민의 당류 섭취량은 매년 증가 추세다. 하루 평균 가공식품 당류 섭취량은 2012년 기준 40.0g으로 2010년(38.8g) 보다 3.1% 증가했다. 가공 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은 3~5세가 34.7g(1일 열량의 10.5%), 12~18세가 57.5g(1일 열량의 10.1%)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섭취 권고 기준(1일 열량의 10%)을 초과했다. 6~11세와 19~29세의 당류 섭취량은 각각 1일 열량의 9.9% 수준으로 WHO 섭취 권고 기준에 근접했다. 반면 자연 당인 과일을 통한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2012년 14.4g으로 2010년 16.3g보다 줄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을 보면 최근 5년간 당뇨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0년 217만명 정도에서 2014년 258만여명으로 41만여명(19.0%)이 증가했으며 매년 평균 4.4%씩 환자가 늘고 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씨줄날줄] ‘톨레랑스 제로!’와 ‘솔리다리테’/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프랑스 사회를 이해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톨레랑스’와 ‘솔리다리테’다. ‘톨레랑스’란 타인을 포용하고 배려하는 것을 가리킨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종교와 사상, 정치적 신념을 존중해 주는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 다른 생각까지도 너그럽게 용인하는 것이다. ‘솔리다리테’를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대(連帶) 의식, 혹은 동지애라고 할 수 있다. 혁명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었던 그들에게 톨레랑스와 솔리다리테는 불안한 세상을 온전하게 지탱해 주는 소중한 가치로 존재해 왔다. 관용의 역사는 부르봉 왕조의 초대 왕인 앙리 4세가 1598년 내린 ‘낭트칙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교도였던 앙리 4세는 스스로 가톨릭으로 개종한 뒤 각 개인에게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는 낭트칙령을 통해 종교적 관용을 베풀었다. 이후 18세기 볼테르, 몽테스키외, 루소 등과 같은 계몽주의 철학자들에 의해 자유주의, 평등주의로 확산돼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졌다. 자유·평등·박애의 나라 프랑스는 진정한 자유를 갈구하는 모든 이들의 유토피아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유럽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범죄와 테러가 기승을 부리면서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는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내무장관 시절 모든 범죄를 예외 없이 다스리겠다면서 ‘톨레랑스 제로!’를 선언했다. 사르코지가 너무 강경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이에 동조했다. 지난 13일 밤과 14일 새벽까지 파리의 공연장과 축구장, 레스토랑 등 6곳에서 총기 난사와 자살 폭탄공격 등 최악의 동시 다발 테러가 발생했다. 프랑스 내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이번 테러의 배후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목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프랑스인들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평소에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지만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함께 뭉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도움을 주는 행동은 바로 ‘솔리다리테’의 정신에서 비롯된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톨레랑스’는 사라지고 있지만 ‘솔리다리테’가 프랑스인들에게 유전자처럼 남아 있음을 이번 테러 사태가 입증했다. 충격 속에서도 국가를 부르며 차분하게 축구장을 빠져 나가는가 하면 테러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피를 나눠 주기 위해 3시간 이상씩 줄을 서고 있다. 대피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집을 내주는 시민들도 많다. 지나온 역사에서 그랬듯이 위기의 순간이 닥칠 때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오직 ‘솔리다리테’에 있음을 이들은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우주의 진화 밝힌 ‘철학자 ​칸트’...외계 생명체를 예언하다

    [이광식의 천문학+] 우주의 진화 밝힌 ‘철학자 ​칸트’...외계 생명체를 예언하다

    -'천문학자' 칸트의 태양계 형성설 '순수이성비판'을 쓴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박사학위 논문이 철학이 아니라 천문학 이론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1755년에 발표된 칸트의 학위논문은 그 제목부터가 '일반 자연사와 천체 이론'이었다. 하긴 그 시대는 철학과 천문학 사이에 명확한 선이 없던 때이기는 했다. 하지만 칸트의 논문은 명확히 천문학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것도 우리 태양계의 생성에 관한 학설로, 흔히 성운설'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현대 천문학 교과서에도 ‘칸트의 성운설'(Kant’s Nebula Hypothesis)로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일찍이 뉴턴 역학에 매료되어 대학에서 철학과 함께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던 칸트는 ​틈틈이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하며 천문학을 연구한 천문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대선배인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이 뉴턴에 의해 붕괴되는 것을 보고 새로운 시대의 우주론에 깊이 빠져들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체계는 세계를 달을 기준삼아 천상계와 지상계 둘로 쪼개고, 그 소통을 금지시켰다. 따라서 기왕의 천문학에서는 천상은 불변 완전한 세계이고 천체들은 올림포스 신들처럼 신성한 존재였다. 그러나 천상이든 지상이든 중력의 법칙이 온 우주를 관통한다는 것을 증명한 뉴턴의 역학 앞에 아리스토텔레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뉴턴 물리학의 등장으로 천문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천상의 천체들 역시 지구처럼 질량을 가지고 중력으로 빈틈없이 묶여 있는 물체임이 밝혀지게 되었다. 즉, 지상의 물리학은 천상에서도 적용되며, 지상의 물리학을 통해 우주의 상황을 알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인간의 몸은 비록 지상에 매여 있지만, 우리의 지성은 온 우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제까지 항성천구에 붙어 있는 점으로 간주되었던 하늘의 천체들이 질량을 가진 물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나의 흥미로운 문제가 제기되었다. 천체들의 내력, 곧 우주의 역사라는 문제에 인류가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사실 태양계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태양계라는 개념이 생긴 것은 17세기 말에 이르러서였다. 그럼 이 태양계는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나? 세계의 탄생과 멸망에 관한 이론들은 고래로부터 각 문명권마다 있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인류는 이러한 생멸 이론을 태양계에 접목할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뉴턴 이후에야 비로소 천체 형성에 관한 이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뉴턴 사후 22년이 지난 1749년,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박물학자인 조르주 드 뷔퐁이 태양계 형성에 대한 주목할 만한 이론을 발표했다. 뉴턴에 깊이 영향 받은 뷔퐁은 태양계는 공통의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원은 혜성이 태양에 충돌해 거기서 물질들이 빠져나옴으로써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물질들은 중력으로 인해 뭉쳐져 둥근 형태를 이루었으며, 서서히 식어 행성이 되었고, 더 작은 덩어리들은 위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개의 천체가 충돌하는 것은 우주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심지어 은하들도 충돌하고 있다. 우리은하도 37억 년 후에 안드로메다 은하와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뷔퐁의 혜성 충돌설은 최초의 본격적인 태양계 형성설로, 이로써 그는 ‘우주 파국 이론’의 창시자가 되었다. -​칸트의 성운설과 섬 우주론 이 뷔퐁의 뒤를 이어 태양계 형성설을 들고나온 사람이 바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였다. 31살인 1755년에 발표한 '일반자연사와 천체 이론'에서 칸트는 뉴턴 역학의 모든 원리를 확대 적용하여 우주의 발생을 역학적으로 해명하려 했다. 이것이 바로 뒷날 유명한 ‘칸트-라플라스 성운설’로 알려진 우주 발생 이론이다. ​ 뉴턴이 생성 운동의 기원을 신의 '최초의 일격'으로 돌린 데 반해, 칸트는 우주의 생성과 진화에 사용되는 힘들을 물질에 내재하는 중력과 척력(반발 작용), 그리고 그 안에서 대립되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이 설에 따르면, 원시 태양계는 지름이 몇 광년이나 되는 거대한 원시 구름인 가스 성운이 그 기원이다. 천천히 자전하던 이 원시 구름은 점점 식어가면서 중력에 의해 중심 쪽으로 낙하하는 현상이 일어남으로써 수축이 이루어져 회전이 빨라지고, 마침내 그 중심부에 태양이 탄생되고 주변부에는 여러 행성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행성들이 자전하면서 거기에서 떨어져나온 것들이 바로 위성이다. 칸트는 이러한 방식으로 진화론적 생각을 역학 법칙에 따르는 천제 운동의 과학적인 설명과 결합시켰다. 엥겔스는 바로 이 점에서 칸트가 형이상학적 세계상을 극복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라고 보고, "현재의 모든 천체가 회전운동을 하는 성운 덩어리로부터 발생했다는 칸트의 이론은 코페르니쿠스 이래 천문학이 이룩한 가장 커다란 진보였다"고 평했다. ​ 칸트의 성운설은 행성들의 동일 평면상에서의 운동, 공전방향과 태양의 자전방향과의 일치 등을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초의 과학적인 태양계 기원설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칸트의 성운설은 한마디로, 태양을 비롯하여 행성, 위성, 혜성 들이 원초적인 근본물질들에서 분리되어 우주 공간을 채웠으며, 그 안에서 형성된 천체들이 태양계 공간을 운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칸트의 아래와 같은 추론은 현대 생물학자들의 견해에 접근하는 놀라운 예지의 소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고요함이 지속되는 것은 일순간일 뿐이다. 원소들은 서로를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들 자체가 생명의 근원이다. 물질은 형태를 이루려고 분투한다. 흩어진 원소들 중 밀도가 높은 것은 가벼운 원소들을 주위로 끌어들인다.” '정신과 자연'의 저자인 영국의 생물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이 그의 책 안에서 “원자는 스스로 생명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한 말과 너무나 흡사한 주장이 아닌가! ​ -'외계 생명체'를 예언한 칸트 원시 태양계 형성의 얼개를 만든 칸트는 별들에 대해서도 기왕의 이론들과는 사뭇 다른 주장을 펼쳤다. 직접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하기도 했던 칸트는 별들 역시 태양과 다를 바 없는 존재로, ‘비슷한 체계 안에 들어 있는 중심‘이라고 보았다. 이로써 태양계와 별들 사이의 관계를 정립한 칸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원리를 은하계로까지 확대했다. 그는 은하계가 거대한 렌즈 모양을 하고 있으며, 별들이 은하 적도 부근에 밀집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리의 항성계가 다른 우주의 체계들, 성운들과 비슷하다고 보았다. 칸트는 자신의 우주론에 대해 갖고 있는 깊은 믿음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나는 어떤 꾸밈도 없이, 운동 법칙대로 잘 정돈된 세계가 생겨나는 것을 보면서 만족한다. 그것은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우주와 아주 비슷해 보이므로, 나는 그것을 진실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다." 망원경으로 밤하늘에서 빛나는 나선 형태의 성운을 관측하기도 했던 칸트는 당시 성운으로 알려졌던 드로메다자리의 M31이 수많은 별들로 구성된 또 하나의 은하일 것이라는 구체적인 제안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나선형 성운에 ’섬 우주'(island universe)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주기까지 했다. 지금이야 이런 성운들이 외부 은하임이 밝혀졌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 은하 내부의 성간운이라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었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칸트의 추론 역시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생명은 천체들이 진화한 결과 생겨난 것이지, 신의 창조 행위로 생겨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칸트는 19세기의 진화론자처럼 ‘생명체는 특정한 외적인 조건들과 연계되어 있다’라고 인식했다. “나는 모든 행성들에 다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한 이것을 굳이 부정하는 것도 불합리하다. 태양의 티끌에 불과할 정도로 황량하여 생명체가 없는 지역들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모든 천체들이 미처 완전한 형태를 다 갖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거대한 천체가 확실한 물질상태에 도달하기까지는 수천 년에 또 수천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요컨대 외계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망원경을 통해서 우주가 점점 넓어져가고 새로운 별들이 계속 발견됨에 따라 다른 천체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18세기 중반 이후로 점차 넓게 퍼져갔다.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속에 있는 도덕률" 칸트의 이러한 우주 진화론은 창조자로서 신을 중심으로 한 목적론적 질서와 조화라는 견해와 모순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칸트는 이러한 자신의 시도가 우주의 기계적 완벽성을 순수하게 역학적으로 설명한 것인만큼 신의 완전성과 합목적성의 증거가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칸트의 우주 진화론이 당시에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학자들은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 외에는 잘 인정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나은 시대를 위해 유보되었던’ 칸트의 진화론은 그들이 보기엔 너무 직관적이고 모호하게 비쳤던 것이다. 그러나 뒤이어 나타난 아마추어 천문학자 허셜이 놀라운 발견들을 거듭하면서 칸트의 진화론을 뒷받침했다. 150센티밖에 안되는 조그만 키에, 80평생 고향 쾨니히스베르크(오늘날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백 마일 이상을 나가본 적이 없으면서도 우주를 누구보다 멀리 내다보았던 사람,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오후 우주의 시계추처럼 일정한 시간에 산책을 다녔던 사람, 노년에 이르도록 깊이 우주를 사색했던 철학자- 이런 것들이 '천문학자 칸트'를 규정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이다. 여담이지만,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칸트에게도 한번은 결혼할 뻔한 적이 있었다. 마을 처녀에게 청혼을 하여 승락까지 받았는데, 머리속엔 늘 생각으로 가득하고, 망설여지기도 하고, 또 깜박하기도 하여 세월을 죽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 처녀와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껏 차려입고 처녀의 집엘 갔으나, 아뿔싸! 벌써 20년 전에 이사를 갔다는 것이다. 이것이 칸트 생애에 있었던 로멘스의 총량이다. ​1804년 2월 12일 새벽, 칸트는 늙은 하인이 건넨 포도주 한 잔을 마시고는 "그것으로 좋다”(Es ist gut.)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삶을 마감했다. 향년 80세. 끝으로, 놀라운 직관과 예지로 그 시대의 어느 누구보다 우주의 진면목에 다가갔던 칸트의 묘비명은 우주와 인간을 아우르는 아름다운 내용으로 다음과 같다. “생각하면 할수록 내 마음을 늘 새로운 놀라움과 경외심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내 위에 있는 별이 빛나는 하늘이요, 다른 하나는 내 속에 있는 도덕률이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부여서 ‘사비 백제’ 얼음 창고 유적 첫 발견

    부여서 ‘사비 백제’ 얼음 창고 유적 첫 발견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충남 부여 백마강변 구드래 일원과 서나성에서 각각 백제시대와 조선시대 빙고(氷庫·얼음 보관 창고) 유적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부여군과 백제고도문화재단이 지난 4월부터 발굴조사 중인 부여군 부여읍 구교리 일대에서 직사각형 얼음 저장 공간과 배수로 등을 갖춘 빙고 2개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빙고 유적이 나온 지역은 일제강점기 제작된 특수지형도와 1998년 만들어진 지도에 ‘빙고리’(氷庫里), ‘빙고재’로 기록돼 있어 빙고 존재 가능성이 큰 곳이었다. 구드래 일원에서 나온 백제시대 빙고는 가로 7.2m, 세로 4.7m, 깊이 1.9m이며, 구덩이 바닥이 오목하게 조성됐다. 빙고 중앙부에는 얼음이 녹은 물이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배수로(길이 4.6m, 너비·깊이 0.7m)가 설치됐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백제 시대 빙고로는 한성백제의 연기 나성리유적, 웅진백제의 공주 정지산 유적에서 발굴된 적은 있지만 사비백제의 빙고가 발견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백제시대 빙고에서 약 100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빙고는 가로 16.4m, 세로 6.0m 규모다. 배수로는 길이 17.3m, 깊이 0.4m이며 바닥과 측벽, 덮개를 돌로 마감했다. 홍성 오관리 유적에서 나온 조선시대 빙고와 형태와 크기가 유사하다. 문화재청은 “이 빙고는 조선 전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붕 소재가 돌이 아닌 나무로 된 목조 빙고”라면서 “18세기부터 석빙고가 일반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조선시대 빙고의 변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이어 “15t 트럭 기준으로 백제시대 빙고는 5대, 조선시대 빙고는 10대 분량의 얼음을 채울 수 있는 크기”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굴 성과 설명회는 12일 오전 10시 발굴 현장에서 열린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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