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18세기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 박지원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 잠실역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 드라마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 브리핑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376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5·끝) 에필로그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5·끝) 에필로그

    봄볕속에 하얀목련이 피었다. 하얀목련의 젖무덤 꽃망울속에 생명 존재의 향기가 피어난다. 너무도 신비롭고 고귀하기만 한 존재의 향기속에서 우리 삶의 온갖 애환과 연민을 맛본다. 노란병아리 솜털처럼 돋아나는 차싹속에 온 우주를 깨어나게 하는 봄향기가 묻어나고 있다. 그 설레이며 기쁜 봄속을 떠받치고 있는 차나무속에 수선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금잔옥대(金盞玉臺), 제주도 모슬포 대정에 귀양간 추사가 그 작고 초라한 우거에서 한묶음 피어난 수선화를 보고 울었다는 그 꽃이다. 제주도에서 일지암으로 시집을 온 금잔옥대가 3년 만에 그 활짝 웃는 얼굴을 내보인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자연의 질서와 환경이라는 것이. 그 생명의 위대함에 절로 눈물이 난다. 우리는 이같은 자연의 흐름에 역행해 살고 있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고, 우주의 생명과 리듬을 뒤틀고 행복을 추구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속도의 포로가 되어 욕망의 포로, 즉 매달림의 포로가 되어 살아가는 삶의 끝은 허무와 허우적거림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같은 삶의 종착점에 대해 고민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연의 질서와 사회의 질서가 파괴되며 인간의 근본적인 이성이 상실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시대의 차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같은 이성의 회복에 있다.18세기 초의·추사·정약용 등 당시대의 최고 지식인들이 차를 마시며 새로운 시대 변혁의 역사를 도모했던 것처럼 차를 통해 이시대의 정신성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차의 새로운 길인 것이다. 우리 차는 이제 막 발아단계를 벗어나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각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먼저 차의 역사성 복원이다. 우리는 차에 대한 역사성의 복원에 서둘러야 한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이어오면서 우리곁에 자리했던 차문화의 복원은 매우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자료를 복원하기 위한 관련 전문가의 육성은 기본이다. 그같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차학회다. 열악한 조건과 환경 그리고 인력의 어려움 속에서도 차학회는 꾸준히 세미나를 개최하며 한국차의 역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역사에서 차는 어둠속 깊은 창고에 갇혀 있었다. 먼지를 털어내고 빛을 쪼여주기 위해서는 과학적 세밀함과 학문적 규명작업이 서서히 이루어져야 한다. 인물사, 사상사, 문화사, 제다사, 그리고 육종사등 각 분야별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이같은 접근은 차가 단순한 전통문화라는 당위성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서 자리잡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이 관련 전문가를 위한 다양한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에 여러 대학에서 차학과가 신설돼 정식학과 과목으로 강의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그런 대학들에도 관련 전문가가 없어서 애를 태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사람의 전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예산이 투여되어야 한다. 향후 한국차를 위해 각 대학이나 관련단체들의 관심과 배려가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다도철학이다. 우리는 곳곳에서 다도, 이른바 차의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행다 즉 차의 행위에 국한된 것이다. 물론 그속에 차의 철학이 깃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행다속에 깃든 차의 철학적 요소들은 아직 우리에게 모호한 상징적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그같은 다도철학은 마치 차가 일상에서 편하게 마시는 것이 아닌, 번잡한 일상사를 벗어나 먼 산속에서 고고하게 마시는 고급문화로 인식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같은 인식은 일반대중들의 접근을 막을 뿐만 아니라 차를 차인들이라는 틀속에 고정시키는 폐해를 낳기도 한다. 다음은 육종의 문제다. 우리는 몇해 전 우리의 전통차는 야생차에 있다고 말하는 주장을 듣기도 했다. 현재 우리 차밭에 있는 대부분의 차들이 전통차가 아니라 일본에서 들여온 품종인 일본차라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그같은 주장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육종학에서 보면 모든 식물들은 여러 가지 교배를 통해 새로운 품종을 탄생시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 점에서 야생차는 우리의 전통차라는 당위성은 있지만 그것이 곧 우리차의 전부라는 사실은 맞지 않다.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야 하는 것은 하나의 산업으로서 생산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과 식물이 그러하듯이 늘 우수한 품종이 탄생해 그 사회뿐만 아니라 종족들을 이끌어간다. 차나무 역시 마찬가지다. 육종학을 통해 좀더 우수한 차나무가 끝없이 개발 보급되어야 한다. 중국이나 일본 타이완은 이를 위해 수없이 많은 자본과 전문가들을 투입, 새로운 육종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그같은 새로운 육종실험의 결과 획기적인 차나무 교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면 한사람의 차인으로서, 한사람의 차농사꾼으로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육종을 통해 탄생한 차나무는 수확뿐만 아니라 차맛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그 잠재적 시장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차가 단순한 가내수공업을 통해 몇 사람만 나누어 마시는 것이라면 이같은 관점이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는 이제 세계적으로 농업산업의 한축으로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 일본을 비롯한 차 생산국들은 산업적 측면 즉 무역적인 측면에서 세계시장을 겨냥해 장단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차의 소비량은 2003년 통계에 따르면 1인당 소비량이 40g이었으나 2004년에는 90g으로 늘어났다.2006년 현재 그 소비량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모르지만 불과 1년사이에 배로 늘어난 것을 볼때 이미 차는 우리나라에서도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음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한해 차 생산량은 약 3800t이다. 그러나 수입도 만만치 않다. 약 3000t가량이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대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수입하는 차는 대부분 티백시장으로 대표되고 있으며 한국 차생산자들의 소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정도로 자라나고 있다. 우리나라 차 시장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6000억원, 일본의 경우는 약 1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중국은 그 규모를 환산하기 힘들 만큼 거대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차 생산을 위한 새로운 육종은 우리차 생산에 결정적인 영향를 미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들여다볼 때 차는 전남 경남지역 등지에서 농가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분야로 주목받을 만하다. 국가차원에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시장가치로 발돋움하고 있는 차에 대해 국가의 지원과 관심은 절실한 문제 중 하나다. 대체농업으로서 차는 그 무한한 가치와 생산성을 잠재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다에 있어서의 변화도 필요하다. 현재 전통차시장은 약 5%정도다. 이는 차농가들이 제다에 있어서 전통차생산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의 제다에 있어서 새로운 방향성에 눈을 떠야 하는 것이다. 최근 한 신문에 녹차샐러드가 개발되어 미식가들의 각광을 받는 것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었다. 유럽에서 개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차 샐러드는 차상품의 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돼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제다에 대한 관심도 변해야 한다. 차상품의 영역이 녹차요구르트, 녹차아이스크림 등 웰빙산업과 맞물린 제다의 변화가 시급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그것은 향후 차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논의하고 각성할 것은 차인들의 화해와 상생을 통한 차문화의 발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천개의 차 모임이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각 차인들간뿐만 아니라 차인회들간 불화와 반목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같은 현실을 보며 차에 관심이 있는 일반대중들은 “차인들이 왜그래?”라는 눈총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차계의 현실이다. 차의 근본정신을 망각한 불신과 반목이 우리 차문화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같은 현실을 타계하는 것 역시 차인들의 몫이다. 차의 근본정신은 화합과 상생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화합과 상생을 통한 차인들의 결합은 한국 차문화의 발전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것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차인들은 차를 처음 대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정신을 통해 이땅에 건강한 차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헌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차문화에 대한 미래는 매우 밝고 넓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도 긴 역사속에서 향기와 자취를 잃지 않고 우리곁을 지켜온 것이 바로 우리의 차였기 때문이다. <일지암 암주> ■ 연재를 끝내며 차이야기를 쓰는 동안 여러 사람으로 부터 연락을 받았다. 차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써달라는 주문과 격려였다. 사실 그동안 다인들은 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차에 관심이 있거나 입문을 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차에 대해 더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가까이 할 만한 이야깃거리들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연재는 그런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사회에서 차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써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다. 앞에서 말했지만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대체농업산업으로써 각 분야에 응용되고 접목되고 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문화적인 가치와 내용을 동반해야 한다. 오늘의 한국차를 이끌었던 선배다인들은 각 분야에 일가를 이룬 분들이었다. 의재 허백련, 효당 최범술, 응송스님, 금당 최규용선생, 창선 한웅빈선생, 명원 김미희, 예용해, 청남 오제봉, 토우 김종희, 청사 안광석선생 등은 차가 한국문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매개체였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웠다. 그분들은 차를 알게 하고 차의 효용성과 그 정신성에 주목했다. 우리에게 잃어버린 차의 다리를 놓아준 것이다. 선배다인들이 뿌린 씨앗은 지금 이땅에 발아를 하고 있다. 우리의 삶 이곳 저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아직 그같은 확대와 팽창을 담아낼 콘텐츠를 갖고있지 못하다. 차의 묘목, 차의 제다, 차의 문화성, 차의 사상성과 철학성 등 전분야에서 우리는 이제 막 그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차인들에게 나침반도 지도도 없다. 누군가 앞장을 서서 그같은 지도를 그리고 이끌어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초의스님이 주석하며 잃어버린 한국차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일지암의 암주로서 차에 대한 사명감은 막중하기 이를데 없다. 초의스님은 차를 통해 당시대의 삶과 문화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냈다. 그리고 그속에서 우리차의 생명과 살림살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우리에게 각인시켜주었다. 그런 점에서 일지암은 우리차 역사의 한복판에서 역사성과 사회성 그리고 창조성을 발휘해야 하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막 발아된 씨앗에 무슨 얼굴과 내용이 있겠는가. 아주 조심스럽게 사랑하며 그 씨앗이 잘자라서 아름다운 얼굴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영양소를 듬뿍듬뿍 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차에 대한 최소한의 심평기준을 세우기 위해 마련한 대한민국차품평대회, 반도의 끝머리 해남에서 지역차생산공동체인 남천다회와 함께 가꾸는 다원, 그리고 차 잡지에 연재하고 있는 차의 현대사 이야기들, 한발짝 더 나아가 국제규모의 문화대전에 손과 발을 내미는 것은 초의스님과 선배다인들의 다맥과 정신사를 이어가는 초석이 되기 위함이다. 이른 새벽 일지암 유천의 수곽소리에 잠을 깨어 한잔의 맑은 청수를 초의스님 영정에 올리는 다례의식에는 우리차의 정신성과 합리성을 통해 이땅의 다인들뿐만 아니라 중생들의 아픈 삶을 조금이라도 보듬어야 한다는 사명의식이 배어있다. 수없이 들려오는 소리들, 그리고 그속에 들어있는 아픈 생채기들이 이땅의 차인들속에 깊이 배어있다. 그같은 아픔속에서도 한발짝 한발짝 앞으로 나가는 것은 이시대를 살아가는 한사람의 승려로서, 다인으로서 차의 성지 일지암을 지키는 지킴이로서 할 수 있는 작은 소명의식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할 수만 있다면 이땅의 중생들 곁으로 차가 다가갈 수 있도록 기꺼운 마음으로 헌신하리라.
  • 바르톨리, 그녀가 온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40)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선다.3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휘자 정명훈의 피아노 반주로 독창회를 연다. 바르톨리는 세계 성악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슈퍼 스타.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이후 최고의 디바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1966년 로마에서 태어난 바르톨리는 성악가인 부모 밑에서 발성의 기초를 배운 뒤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본격적인 성악 수업을 받았다. 그가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세 때인 1985년 이탈리아의 한 TV쇼에 출연하면서부터. 이를 계기로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그를 라 스칼라 극장 오디션에 초청했고 카라얀, 바렌보임, 아르농쿠르 등 유명 지휘자들도 그에게 잇따라 작업을 제의하는 등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1996년엔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의 데스피나 역으로 뉴욕 메트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바르톨리는 세계적인 음반사 데카의 전속 연주자로 지금까지 열 장이 넘는 오페라·솔로 음반을 냈다.특히 ‘비발디 앨범’(1999)은 대중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안토니오 비발디의 오페라를 세계에 널리 알린 음반으로 화제를 모았다. 바르톨리 하면 떠오르는 레퍼토리는 단연 모차르트와 로시니. 하지만 글룩, 비발디 등 바로크와 르네상스 시대 고음악들을 발굴해 노래하는 데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17∼18세기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에 대해 만만찮은 학구적 열정을 보이는 그는 스스로 “나는 18세기에서 온 사람““고악기 같은 목소리”라고 말한다. 세 옥타브 반을 오르내리는 폭넓은 음역을 갖고 있는 바르톨리는 편의상 메조소프라노로 구분될 뿐, 모든 음역을 다 소화할 수 있는 가수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의 장기인 모차르트와 로시니뿐만 아니라 베토벤, 슈베르트, 비아르도, 벨리니, 들리브 등 18∼19세기 민요풍의 소박한 곡들과 벨칸토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이탈리아·프랑스 예술가곡들을 들려준다. 모차르트 ‘너희 새들은 늘 그렇듯이’, 베토벤 ‘가장 잔인한 순간’, 슈베르트 ‘양치기 소녀’, 비아르도 ‘하바네즈’, 들리브 ‘카디스의 딸들’, 벨리니 ‘우울함, 너 부드러운 님프여’, 로시니 ‘티롤의 고아소녀’ 등이 대표적인 곡들이다. 바르톨리는 그동안 다니엘 바렌보임, 정명훈, 제임스 레바인, 안드라스 쉬프, 장 이브 티보데 등 일류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무대를 꾸며왔다. 이번에는 정명훈이 피아노 반주자로 나서 또 다른 관심을 모은다.“바르톨리는 내가 평생 처음으로 성악반주를 하고 싶도록 만든 성악가였다.”는 게 정명훈의 말. 두 사람은 이미 해외에서 여러 차례 음반과 무대를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입장권은 7만∼30만원.(02)518-7343.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Leisure+α]

    ●에버랜드, 서른번째 생일축제 ‘유로 페스티벌’ 에버랜드는 개장 30주년을 맞아 오는 17일부터 6월 11일까지 봄 축제인 ‘유로 페스티발’행사를 벌인다. 이번 축제의 첫번째 볼거리는 대규모 퍼레이드인 ‘카니발 판타지 퍼레이드’. 브라질 ‘리우’, 이탈리아 ‘베네치아’·‘카리브 연안’의 축제를 그대로 옮겨왔다. 총 13대의 플로트(퍼레이드 자동차)가 동원되며 모두 128명의 공연단,670m에 달하는 퍼레이드 길이, 러닝 타임만 40분에 이르는 등, 세계 유명한 테마파크의 퍼레이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 규모와 재미를 자랑한다. 특히 이번에 새로 제작한 플로트에 다양한 특수 애니메이션 효과가 주목할 만하다. 플로트 색깔이 변하는 모습, 플로트 위에 어린이들이 탑승 가능한 회전 목마 설치, 꽃으로 형상화된 전자 드럼,7m가 넘는 플로트에서 3m 이상을 갑자기 튀어 오르는 장치 등 첨단의 기술로 무장해 보는 사람에게 흥겨움을 더해준다. 카니발 판타지 퍼레이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단순히 눈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중간 중간 멈춰 서서 사람들과 함께 춤과 노래, 악기 연주를 펼치는 시간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다. 직접 꾸며진 플로트에 타보기도 하고 여러가지 캐릭터로 변장한 연기자들과 춤도 추고 그야말로 동화 속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두번째 눈요깃거리는 아름다운 봄꽃.6000평의 포시즌 가든에 100만 송이가 넘는 튤립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며 조명과 어우러지는 야경은 일품이다. 세번째는 18세기 프랑스 왕실의 결혼식을 주제로 새로 만든 퍼레이드인 ‘웨딩 셀러브레이션’. 200여 마리의 새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는 ‘버드 파라다이스’도 볼 만하다. 홍따오기, 유럽 홍학, 금강앵무 등 여러 종류의 새들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앵무새에게 먹이를 주는 기회도 있다.(031)320-5000,www.everland.com ●미술관에서 보는 퍼포먼스 어린이 전문 미술관인 씽크씽크(thinkthink.net)미술관에서는 11일 새봄과 발 맞춰 ‘빛과 그림자’전을 오픈했다.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전시가 아닌 퍼포먼스를 통한 체험형식으로 진행된다. 문의 (02)562-1328. ●봄에 즐기는 막바지 스키 현대성우리조트(hdsungwoo.co.kr)는 리프트 주간권을 구입하면 점심과 왕복 셔틀버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원앤프리 (1&free)패키지와 저렴한 가격으로 콘도숙박과 리프트, 렌털을 내맘대로 할 수 있는 스프링 스키 패키지를 선보였다. 가격은 각 각 4만원과 8만4000원. 문의 (02)520-2346. ●여행도 하고 나무도 심고 생명의숲 국민운동(forest.or.kr)은 오는 25일 강원도 삼척시에 있는 영경·준경묘의 소나무 숲과 동해시의 전통마을숲인 승지솔밭을 둘러보는 ‘생명의 숲기행’을 떠난다. 삼척의 준경·영경묘는 금강송의 원시림이 보존된 곳으로 천연기념물 103호인 속리산 정이품송과 부부의 연을 맺은 신부송이 있다. 특히 이번 숲기행에서는 식목일을 앞두고 동해시 승지솔밭 주변에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과 함께 자랄 어린 소나무를 심는 의미있는 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참가비는 회원 3만원, 비회원 4만원. 문의 (02)499-6153. ●메스토,창사 5돌 사은 이벤트 청소전문업체 메스토는 ‘청결한 실내공간의 또 다른 과학’이라는 이념으로 창사한 지 5주년을 맞아 기념 사은 이벤트를 3월말까지 진행한다. 새롭게 단장한 홈페이지에 접속해 마스코트 ‘코도리’와 함께 격려의 글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을 준다. 특등 1명에게는 실버피앙 은이불세트,1등 3명에게는 은방석세트,2등 5명에는 실머피앙 은타월세트,3등 10명에게는 알러제로를 증정할 예정.1588-1015,www.kodori.co.kr ●아디다스,아디칼라 선보여 아이다스는 기존의 오리지널스에서 진보한 슈즈 컬렉션인 ‘아디칼라’를 오는 18일 전세계 동시에 내놓는다. 올해 선보일 아디칼라 컬렉션은 화이트 시리즈와 패션·미술 분야의 아이콘을 접목한 컬러 시리즈로 구성됐다. 한정판매 ‘리미티드 에디션’부터 좀 더 대중화한 제품까지 6가지 레벨로 다양하게 소개할 예정. ●애견과 함께 놀아볼까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멍멍파티(mungmung.or.kr)는 26일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제1회 멍멍파티행사를 벌인다. 애견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와 게임들이 준비되어 있다. 장소와 장비는 무료로 제공된다. 참가신청은 인터넷을 통해 받고 있다. 문의 (031)795-3910. ●마카오에서 몸풀고,골프는 태국에서 자유투어(freedom.co.kr)는 마카오에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들을 직접 둘러 보는 여유로운 시간으로 몸을 푼 다음, 태국으로 들어가 골프를 즐기는 ‘후아힌 골프(189홀)+마카오 관광 6일’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태국의 후아힌 밀포드 골프클럽(Huahin Milford GC)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작업을 마치고 작년 12월 재오픈한 곳으로 골프여행 및 가족 휴양지로 최적지. 바다가 보이는 링크코스와 산악을 끼고 도는 마운틴 코스 등 두가지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매일 출발하며 가격은 59만 9000원부터. 문의 (02)3455-9990∼1. ●도심속에서 축제의 밤을 롯데월드는 15일부터 야간 입장권이 있으면 오후 6시 이후부터 놀이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문 나이트 환타지(Moon Night Fantasy)’축제를 벌인다. 기간은 오는 31일까지. 또 봄시즌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야간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편성하여 진행한다. 실내공원 어드벤쳐에서는 수십만개의 전구가 환상적인 야경을 발하는 가운데, 다채로운 공연들이 진행된다. 스페인의 밤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봄꽃축제 ‘세비야 퍼레이드’를 비롯해, 실내 불꽃쇼, 아크로바틱 쇼, 어드벤쳐 전체공간을 장식하는 ‘우주서커스 레이져쇼’ 등 대형 공연들이 매시간마다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문의 (02)411-2000. ●기차로 즐기는 캐나다여행 캐나다의 관광열차회사인 록키 마운티니어사는 밴쿠버에서 휘슬러를 잇는 휘슬러 마운티니어(whistlermountaineer.com)상품을 내놓았다. 밴쿠버에서 휘슬러리조트까지 이어지는 99번국도(Sea-to-Sky)를 따라 대자연의 절경을 감상하며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 한 쪽으로는 하늘로 우뚝 솟은 장엄한 산세가, 또 한 쪽으로는 아름다운 태평양을 접한 절경이 펼쳐진다. 특히 이 열차의 헤리티지 전망칸은 창문에 유리가 없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다. 편도로 3시간이 소요된다.5월16일부터 하루 한번 운행. ●TGI프라이데이스,새 런치메뉴 출시 패밀리 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는새로운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선보인다. 다진 쇠고기에 소스를 발라 구운 잭 대니얼 찹 스테이크, 우둔살을 매콤한 소스에 볶은 사우스웨스턴 칠리 스테이크, 달콤매콤만 돼지목심 데니시 포크 스테이크, 크림소스의 치킨 카르보나라 등.1만 900∼1만 2900원선으로, 다른 메뉴에 비해 저렴하다.3월에는 일부 매장에서,4월부터 전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헬리한센,기능성 속옷 출시 금강제화의 등산복 브랜드 ‘헬리한센’에서 기능성 속옷 ‘리파 스포츠 라인’을 선보인다. 섬유 중 가장 가벼운 폴리프로필렌에 향균·방취·단열·속건·정전기 억제 등 기능성을 추가해 활동량이 많은 사람에게 적합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몸에 잘 맞으면서 스트레치 기능이 있어 움직임이 편하다는 설명. 상·하 세트로 구성돼있다. 상의 3만원, 남성 하의 2만 3000∼2만 7000원, 여 하의 2만7000원. ● 코데즈컴바인,봄 프로모션 코데즈컴바인은 호세 쿠에르보 데킬라와 연계해 ‘렛츠 고 쿠에르보 네이션(Let´s go Cuervo Nation)’ 이벤트를 연다. 코데즈컴바인 홈페이지(www.codes-combine.co.kr)에 ‘내 인생 최고의 여행지’ 사진과 수기를 올리면 3명을 뽑아 쿠에르보 공화국 여행 기회를 준다. 접수는 4월10일까지, 당첨자 발표는 4월15일이다. ●메이필드,봄나물 축제 메이필드호텔 뷔페 레스토랑 ‘미슐랭’은 다양한 드레싱, 해산물과 함께 즐기는 봄나물 축제를 마련한다. 봄나물을 파인애플·키위·레몬의 서양식 소스로 즐기는 샐러드, 돈나물 오징어 무침, 원추리 게살 무침, 낙지 두릅 초회, 겨자소스 곁들인 원추리와 닭고기 등을 내놓는다. 봄나물 축제를 포함한 미슐랭 뷔페의 가격은 점심 3만 8000, 저녁 4만 5000원(성인기준·세금 별도),4월30일까지.(02)6090-5659,www.mayfield.co.kr ●로레알파리,퍼펙트 슬림 패치 로레알파리는 피부에 붙이면 8시간 지속적으로 셀룰라이트를 분해하는 ‘퍼펙트 슬림 패치’를 선보인다. 셀룰라이트가 많이 쌓인 허벅지, 엉덩이, 복부 등에 붙이면 농축 카페인 성분이 지속적으로 피부에 들어가 셀룰라이트를 분해하고, 보습과 탄력을 강화해 준다는 설명. 소비자 테스트 참가자 79%가 3주 후 셀룰라이트 집중 부위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회사측은 덧붙였다. 퍼펙트 슬림 패치는 퍼펙트 슬림 데이·나이트젤과 함께 사용하면 더욱 효과가 크다.1팩(패치 6매),2만 5000원. ●팔래스호텔서 공짜식사 할까요? 서울팔래스호텔의 뷔페레스토랑 ‘로만티카’는 홈페이지에서 쿠폰을 인쇄해 방문하는 고객에게 1명의 식사비를 무료로 해주는 행사를 8월까지 진행한다. 매주 월∼목요일에 4∼7명이 이용하면 1명이,8∼11명은 2명이 무료다.12명 이상 이용할 경우 20% 할인한다. 주중 가격은 점심 3만 2000원, 저녁 3만 7000원(세금·봉사료 포함).(02)2186-6885∼6,www.seoulpalace.co.kr ●밀레니엄 힐튼,프랑스 장인의 요리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프랑스 식당 ‘시즌즈(Seasons)’는 27년 경력의 총주방장 박효남 상무가 엄선한 일품·코스요리를 선보이는 ‘Chef Park’s Classics’를 3월말까지 진행한다. 연게 요리와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캐비어 드레싱을 곁들인 연어말이 게살 요리, 송로버섯 소스의 양배추로 싼 거위간 요리, 코냑향의 쇠고기 안심 구이, 특선 해산물요리 등을 박 상무가 직접 테이블 앞에서 요리할 예정.2만 6000∼3만 6000원, 해산물요리는 시가. 이와 함께 와인과 소프트 드링크를 무제한 제공하는 점심특선(4만 5000원), 저녁특선(6만 5000원)을 새롭게 선보인다. 세금·봉사료 별도.(02)317-3060.
  • 타이완 독립 포석… 양안 긴장고조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서울 안동환기자|중국측의 강력한 경고에도 타이완 천수이볜 총통이 국가 통일강령을 철폐하고 독립을 위한 수순을 밟기로 해 양안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이 양안의 군사적 대치국면을 우려, 통일강령 철폐에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타이완 야당들은 천 총통 탄핵을 추진키로 했다. ●‘국가통일위원회·통일강령’효력 중지 천 총통이 27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국가통일위원회(국통위)와 통일강령의 효력 중지를 선언했다고 타이완 중앙통신이 보도했다.천 총통은 “어느 누구도 타이완 국민의 선택권에 전제조건을 달수 없다.”고 강조했다. 천 총통의 이같은 결정은 타이완 독립을 위한 포석으로 중국과의 연계관계를 부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측의 무력시위를 포함한 대응행동이 우려된다. 국통위는 국민당 집권 시절인 1990년 설치돼, 중국이 주장하는 “중국과 타이완은 하나다.”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여 양안 관계개선의 물꼬를 트는 기반이 됐다. 그러나,17∼18세기 이주민 후손으로 구성된 천 총통 지지자들은 대만인의 자치권 확대를 지지하는 반면 1949년 공산정권 출범 후 대만으로 패주한 국민당 지지층은 궁극적으로 본토와 재통일을 희망하고 있다.●중국 강력 경고…‘분열반대법’발동? 중국은 즉각 ‘분열활동 중지’를 경고했다. 중국은 “‘타이완독립’을 획책하는 천 총통의 분열 활동은 반드시 타이완해협 지구에 엄중한 위기와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해 3월 통과시킨 ‘국가분열반대법’에 따른 강력한 조치도 시사하고 나왔다. 국가분열반대법에는 타이완 독립이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돌아섰거나 최악의 경우 무력 사용이 포함된 ‘비평화적인 기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이 국가분열반대법을 통해 무력을 쓸 수 있는 상황은 ▲분열세력이 타이완을 중국에서 분열시키려고 할 때 ▲타이완이 중국에서 떨어져 나가는 결과를 초래할 중대한 사건의 발생 ▲평화통일 가능성이 사라졌을 때 등이다. 중국 당국이 천 총통의 국통회 및 통일강령 폐지를 위의 경우 중 하나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타이완 야당 ‘총통 탄핵’ 추진 제1야당인 국민당과 친민당 등 범국민당 계열 야당들이 천 총통에게 ‘극단적 행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범국민당 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탄핵(파면)과 국민투표를 통한 철폐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전면투쟁 결의를 밝혔다. 국민당은 아울러 100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를 전개하기로 했다.jj@seoul.co.kr
  • [베리타스·한국법학교육원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

    ●언어논리 제시문 독해 올해 입법고시의 출제경향에서 볼 수 있듯이, 비교적 난해한 제시문에 대한 정확하고도 신속한 독해능력이 수험생에게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독해가 뒷받침된다면, 제시문의 서술상 특징에 따라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 일례로 다음의 글처럼 둘 이상의 대상을 두고 글이 전개되는 경우에는 대상 사이의 인과·대응관계가 제대로 연결되고 있는지, 두 대상을 하나의 기준에 의해 비교·대조하고 있는지를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문제유형 가운데 하나이므로 개념을 확실히 잡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문제-제시문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사실을 모두 고르시오. 근대 이후의 권력은 나병과 페스트에 대한 대응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두 개의 모델로 구분된다. 나병에 대해서는 추방, 자격상실, 유배, 거부, 박탈 등의 거리두기 메커니즘이 동원되었다. 반면 페스트에 대해서는 공중보건의학과 같은 앎의 시선, 앎의 권력을 통한 페스트 환자 끌어안기라는 통제의 모델이 채택되었다. 광기를 관찰하는 시선의 힘이 근대 정신의학의 출현을 가져왔듯, 전염병에 걸린 환자를 관찰하는 시선의 힘은 근대 공중보건의학의 출현을 가져왔다. 정신의학이나 공중보건의학 모두 사람의 생명에 관여하는 지식-앎 권력이다. 사람의 생명을 관찰하고 조절하고자 하는 생명권력은 이렇게 하여 출현하였다. 생명을 대상과 목표로 삼고 있는 생명권력은 종(種)으로서의 인간 전체, 국민 전체를 생물학적으로 조절하려는 권력의 야심을 의미한다. 과거 군주의 절대권력은 생명에 대하여 ‘살게 내버려두고 죽게 만드는’ 권력이었다. 앎-권력의 지배구조는 17∼18세기에는 인간의 육체를 감시하고 규제하는 규율권력(pouvoir disciplinaire)의 출현을 가져왔다. 규율권력은 페스트의 모델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전염병의 통제나 팬옵티콘(Panopticon)식으로 설계된 감옥에서 구현되는 감시와 훈련, 곧 규율에 입각한 권력이다. 생명권력은 ‘죽게 내버려두고 살게 만드는’ 권력이다. 생명 가운데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재량을 휘두르는 권리인 것이다. 생명권력은 인종주의의 외양을 지니게 된다. ㄱ:전염병에 걸린 사람을 관찰하는 시선의 힘이 근대 정신의학을 출현시켰고, 광기를 관찰하는 시선의 힘은 근대 공중보건의학의 출현을 가져왔다. ㄴ:과거 군주의 절대권력은 생명체에 대하여 죽음의 위협을 가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했다. ㄷ:페스트와는 달리 나병에 대해서는 거부, 박탈, 통제, 추방 등의 메커니즘이 사용되었다. ㄹ:생명권력은 절대권력보다 인종주의적 속성이 뚜렷하다. ㅁ:규율권력은 앎-권력의 지배구조를 탄생시켰다. (1)ㄱ,ㄴ (2)ㄴ (3)ㄴ,ㄷ (4)ㄷ,ㄹ,ㅁ (5)ㄹ,ㅁ ●해설 ㄱ:제2단락에서 ‘광기를 관찰하는 시선의 힘→근대 정신의학의 출현, 전염병에 걸린 환자를 관찰하는 시선의 힘→근대 공중보건의학의 출현’의 관계로 대응시키고 있다. ㄴ:제3단락에서 ‘절대권력은 생명에 대하여 살게 내버려두고 죽게 만드는 권력이며, 생명권력은 죽게 내버려두고 살게 만드는 권력이다.’ ㄷ:제1단락에서 ‘나병은 추방, 자격상실, 유배, 거부, 박탈 등의 거리두기 메커니즘이 동원되었고, 페스트에 대해서는 통제의 모델이 채택되었다.’ ㄹ:제3단락의 끝 문장에 생명권력은 인종주의 외양을 지닌다고 진술되어 있으나, 절대권력의 인종주의적 속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으므로 대조시킬 수 없다. ㅁ:제3단락에서 ‘앎-권력의 지배구조는 규율권력(pouvoir disciplinaire)의 출현을 가져왔다.’ 정답:(2)
  • ‘열하일기’ 한글판 발견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이 쓴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우리말로 번역한 필사본이 새로 발견됐다. 서울대 인문대 학장인 권두환 교수는 22일 ‘연암열하일긔’라는 제목이 붙은 254쪽 9만 2000여자 분량의 열하일기 한글 번역 필사본을 사진자료 형태로 공개했다. 권 교수가 일본 도쿄대에서 찾아낸 이 필사본의 분량은 지금까지 열하일기의 유일한 한글 번역본으로 알려졌던 현존 명지대 소장본의 17배에 이른다.이 필사본은 경성제국대학과 도쿄제국대학에 재직했던 한국어 연구의 대가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1882∼1944) 교수가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상권 150쪽, 하권 104쪽으로 돼 있고 각각의 표지에 ‘熱河記 乾(열하기 건)’,‘熱河記 坤(열하기 곤)’이라고 한문으로 적혀 있다. 연암이 중국을 다녀오면서 열하일기를 쓴 것은 1780년. 권 교수는 문체·단어·맞춤법 등 특징으로 미뤄 필사본의 저본(底本)은 18세기 말이나 19세기 초 만들어진 한글 번역본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연합뉴스
  • [씨줄날줄] 풍자만화/육철수 논설위원

    시사풍자만화에는 좋든 싫든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게 마련이다. 작가에게 촌철살인의 창의력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미디어 기능이 강한 신문만화·만평의 경우 더욱 그렇다. 풍자의 대상인 현상이나 인물의 정곡을 찌르고, 때론 대상 인물의 속을 벅벅 긁어 놓아야 제맛이 난다. 물론 풍자 대상이나 표현에 성역시되는 부분도 있게 마련이어서 어디까지를 영역에 넣을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수 있겠다. 그런 연유로 만화가의 필화사건은 동서고금에서 숱하게 일어났다. 주로 당대의 권력자를 건드렸다가 생긴 일이다. 시사만화의 도입 초기인 18세기, 화가이자 만화가로 활약한 고야는 자신이 그린 만화로 인해 스페인 군주 페르난도 7세의 미움을 사서 프랑스로 도망가는 신세가 됐다.19세기 프랑스에서 신문삽화가로 활약한 오노레 도미에는 루이 필립왕을 서양배(꼭지 쪽은 가늘고 밑 쪽은 넓은) 모양으로 그려 신문에 실었다가 6개월 금고형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고바우 영감’으로 유명한 김성환 화백이 1950년대 ‘경무대 변소동’(경무대에서는 변소청소하는 사람도 위세가 당당함을 빗댄 풍자만화)을 그렸다가 수난을 겪었다. 불과 십수년전 군사정부시절까지 필화사건은 다반사였고 화백들은 걸핏하면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당했다. 유럽에서는 지금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풍자한 만평 때문에 난리가 났다. 지난해 9월 덴마크의 어느 신문이 마호메트의 터번에 시한폭탄을 그려넣어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냥 뒀으면 일이 잘 풀렸을 텐데, 지난 1월 노르웨이 신문에 이어 최근엔 유럽 7개국 12개 매체가 게재하는 바람에 ‘문명충돌’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마호메트의 형상이나 조각조차 금기시하는데, 형상에다 조롱까지 해놨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벌써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해당국 대사소환과 대사관 폐쇄, 상품불매운동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외교공관 공격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유럽 국가들의 주장대로 신문이 표현의 자유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되겠으나, 이번 일은 아무래도 도를 넘어선 것 같다. 가뜩이나 테러문제로 세계가 살얼음 위를 걷는 판국에, 풍자만화로 한바탕 웃으려다 세계 평화가 깨지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넘치는 정보 ‘그물망 사고’로 훑어라

    산업화 시대를 이끈 것이 선형적(線形的) 사고였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복합적인 ‘그물망 사고’다.흘러넘치는 정보들을 어떻게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선택하는가 하는 능력, 즉 생각하는 힘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지식전람회 시리즈’(프로네시스 펴냄)는 각 분야 소장학자들이 문학, 역사, 철학, 과학, 예술 쪽의 흥미로운 테마들을 자유롭게 풀어쓴 청소년 교양서다.1차분으로 먼저 7권이 나왔다. ‘원통함을 없게 하라’(김호 지음)는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 지침서인 ‘무원록’과 형옥의 일을 맡은 사람들이 유의해야 할 점을 적은 정약용의 ‘흠흠신서’에 나오는 사례들을 통해 조선 법의학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책.‘신라인들의 사랑’(최정선 지음)에서는 서동요의 선화공주와 백제 무왕의 사랑 이야기 등 신라시대 사랑의 유형학을 다룬다.또 ‘계몽의 시대와 연금술사 칼리오스트로 백작’(박승억 지음)은 이성의 시대라 불리는 18세기 서구 유럽 사회가 사실은 연금술과 위대한 신비주의가 함께 성행한 시대였음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 생명복제마저 현실화된 마당이지만 뇌연구만큼은 여전히 ‘안개상자’다. 뇌의 부위별 기능을 확인하는 작업인 ‘뇌지도 계획’조차 끝내지 못하고 있다.이 회백색 주름덩어리는 과연 신비의 베일을 벗을 수 있을까.‘구멍뚫린 두개골의 비밀’(최석민 지음)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뇌과학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돕는다. 이밖에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투기열풍을 통해 선물거래 같은 최첨단 경제현상을 설명한 ‘경제와 역사, 그들의 동반 여행기’(최상목 지음), 체세포 배아복제를 둘러싼 찬반 입장을 살핀 ‘인간 생명의 시작은 어디인가’(최경석 지음), 우리 문화 속의 석가모니 붓다를 찾아가는 ‘세상은 연꽃 속에’(배진달 지음) 등도 재미있게 읽힌다. ‘나 홀로 학문’은 이제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 천하 만물이 그렇듯 학문도 서로 살을 섞어야 강해지는 법이다. 다양한 학문의 이종교배를 통해 새로운 지적 블루 오션을 제시하는 이 시리즈는 특히 통합적인 교양이 요구되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지식전람회 시리즈는 오는 3월초까지 ‘지리상의 발견과 함께 시작된 야만의 탄생’‘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베일에 싸인 차도르’‘조화로운 세계의 언어’등 4권이 더 나올 예정이다. 각권 9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월드이슈] 우크라-러 흑해분쟁

    [월드이슈] 우크라-러 흑해분쟁

    2004년 ‘오렌지 혁명’으로 촉발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천연가스 분쟁에 이어 이번엔 크림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해군의 임대료 문제가 불거졌다. 서방언론들은 최근 두 나라의 갈등을 19세기 러시아와 서방연합군이 벌인 전쟁에 빗대 ‘제2의 크림전쟁’이라고 부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을 크림반도와 흑해의 지배권을 둘러싼 ‘러시아 대 서방’의 대결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세바스토폴에 대한 1997년 협약을 파기한다면 치명적인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크림전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말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의 폭탄발언이 양국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의 발언은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항구에 주둔중인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지 임대료를 4배로 올려 받겠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방침이 보도된 직후 터져나왔다. 크림전쟁은 1854년 크림반도와 흑해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동방제국’ 러시아와 영국·프랑스·터키의 ‘서방 연합군’이 벌인 전쟁이다. 러시아는 가스값 인상요구에 기지임대료 카드로 맞선 우크라이나를 향해 ‘전쟁위협’에 가까운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가스분쟁’ 이어 ‘흑해분쟁’ 그러나 우크라이나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14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해군과 공동으로 사용하던 얄타 해변의 등대를 실력으로 ‘접수’했다. 러시아는 “등대를 강탈당했다.”면서 맹비난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크림반도의 항해시설을 불법으로 쓰고 있다.”고 맞섰다. 다음달 중순 양국간 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갈등은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이번 기회에 ‘세바스토폴 문제’를 담판 짓고 가겠다며 벼르고 있다. 인구 40만의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는 현재 30척이 넘는 러시아 군함이 정박해 있다. 주둔중인 러시아 해군만 1만 4000명이 넘는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지고 흑해함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분할 배속된 뒤에도 러시아 해군의 주둔엔 별 문제가 없었다. 두 나라는 1997년 러시아가 1년에 9800만달러(약 980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20년 동안 세바스토폴 항구를 사용키로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2004년 ‘오렌지혁명’을 통해 집권한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이 친(親)서방 정책을 펼치며 러시아와 거리를 두자 갈등이 표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려는 유시첸코 정부에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함대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러시아함대가 나토 가입 최대 걸림돌” 러시아군을 축출해야 한다는 민족주의 세력의 지원을 업고 유시첸코 정부는 지난해 임대료 인상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흑해의 군사시설을 미국에도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흘리더니 7월엔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러시아군이 통제하는 등대를 습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연말 가스분쟁에서 최고조에 달한 두 나라의 갈등은 결국 이바노프의 ‘크림전쟁’ 발언으로까지 치달았다. 세바스토폴에서 밀려나면 러시아에는 치명적이다. 흑해 연안에서 그만한 천혜의 군항은 찾기 힘든 데다 200년 넘게 사령부가 주둔해 왔다는 상징성도 크다. 만일 미군이 주둔한다면 그야말로 송곳을 든 상대에게 턱밑을 내주는 형국이 된다. ●러시아 ‘세바스토폴 지키기’총력전 러시아는 3월의 우크라이나 총선에서 흑해함대 이슈가 전면에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최근 “크렘린의 고위급 인사가 이 지역의 친러시아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현지에 급파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함대시설 유치지역에 대한 특별지원금도 약속했다. 러시아가 내심 기대하는 것은 이 지역의 친러시아 정서다.2세기 넘게 함대 사령부가 주둔했기 때문에 주민들 대부분은 스스로를 러시아인으로 여긴다.2004년 대통령선거 당시 유시첸코가 이 지역에서 얻은 득표율은 7%에 불과했다. 지역 공산당의 한 간부는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주민투표로 국가귀속을 결정한다면 크림반도는 당장 러시아에 편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BBC는 러시아가 본토의 흑해연안에 세바스토폴의 대체지 물색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과거의 군사적 영광을 되찾으려 안간힘을 쓰는 러시아가 제정러시아와 소비에트 시대의 자랑거리인 이 ‘영웅적 도시´를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총선 앞둔 우크라 정국 2004년 12월 ‘오렌지 혁명’으로 우크라이나 정치사를 갈랐던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오는 3월 총선을 앞두고 교차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분쟁에 이어 ‘흑해 갈등’이 친(親)서방파를 제치고 친러시아파의 내각 장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이다.‘천연가스-흑해분쟁’으로 이어진 두 사건의 핵심에는 정치적 앙숙 관계인 두 인물이 있다. 그 주인공은 친서방파인 빅토르 유시첸코(사진 왼쪽) 대통령과 그와 맞붙었던 친러파 대선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오른쪽). 두 라이벌의 정치적 지형은 1년여만에 역전됐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유시첸코 대통령은 한마디로 사면초가다. 부패 스캔들, 경제 악화에 이어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협상에서 실패한 책임마저 제기되자 지난 10일 의회는 내각해임안을 가결했다. 국민들도 협상결과에 분노하고 있다. 유시첸코 대통령에게 비수를 꽂은 해임안의 주인공도 정치적 동지였던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 친서방 노선에 함께 섰던 그가 등을 돌리자 유시첸코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반면 2004년 선거에서 패배한 야누코비치는 러시아지역당을 이끌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누코비치가 총선 이후 구성될 새 내각의 총리를 임명하거나 그 자신이 총리에 오를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에서 야누코비치의 러시아지역당은 31%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유시첸코의 우리우크라이나당은 13%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총선은 3월26일. 전체 450개 의석을 놓고 45개 정당이 맞붙지만 여소야대 상황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1월부터 의원내각제 국가가 됐다. 친러시아파가 오렌지 혁명을 누르고 재집권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이럴 경우 우크라이나의 급격한 ‘서구화’노선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의 가스·흑해분쟁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역(逆)으로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향력에 두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관철될지, 우크라이나가 탈(脫)러시아라는 정치적 독립을 이룰지는 여전히 불씨가 남은 가스분쟁과 흑해분쟁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와의 분쟁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자극, 의외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세바스토폴 어떤곳 “세바스토폴 요새의 모든 전선은 수개월 동안 비범하고 힘찬 생명들로 들끓었고, 수개월 동안 죽음이 교차됐다…. 그 세바스토폴 요새엔 더 이상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바스토폴이란 지명이 익숙한 건 러시아 문호 레오 톨스토이 덕분이다. 그는 크림전쟁이 한창이던 1854년 세바스토폴 공방전에 참전한 뒤 불후의 단편 ‘세바스토폴 연작’을 남겼다. 원래 타타르인들의 근거지였으나 18세기 후반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가 군항을 건설한 뒤 세바스토폴이란 지명을 붙였다.1804년 러시아 흑해함대의 수비대가 설치됐다.1854년 크림전쟁 당시 러시아군은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맞서 유명한 349일간의 농성전을 벌였다. 영국에서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파견된 것도 이 즈음이었다. 러시아혁명 직후 내전기에는 독일, 프랑스, 반혁명군에 점령됐다가 1920년 소련군에 탈환됐다.2차 세계대전 때는 250일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 해군에겐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천혜의 부동항인 까닭에 소비에트 시절부터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1954년 우크라이나로 넘어왔지만 러시아인들이 4분의3을 차지하는 주민들은 아직도 러시아에 대한 귀속감이 강하다.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이후 러시아에서는 이 지역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주민들 다수가 과거 러시아 수병 출신이다. 따라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적대감도 강하다. 지난해 독일과 미국 전함이 정박했을 당시 주민들은 “세바스토폴, 세바스토폴, 러시아의 자랑스러운 수병들이여”란 노래를 부르며 항의시위를 벌였을 정도다. 우크라이나의 철수압력이 강화되면서 러시아에선 대체항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흑해 동쪽연안의 노보로시스크가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이휘소·장기려·서호수 3인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 헌정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005년도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 헌정 대상자로 이학 분야에 이휘소(1935∼1977) 박사, 의·약학 분야에 장기려(1911∼1995) 박사, 선현(先賢) 분야에 조선 후기 천문학 발전에 기여한 서호수(1736∼1799) 등 3명을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휘소 박사는 입자 물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학자로, 미 펜실베이니아대학과 시카고대학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국내 핵개발에 참여했다는 설이 있지만 근거는 없다. 미국 프린스턴연구소장을 지냈던 존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내 밑에 아인쉬타인도 있었고 이휘소도 있었지만 아인쉬타인보다 이휘소가 더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장기려 박사는 간 전문의로 의술발전에 기여했으며, 부산에 청십자병원과 청십자의료협동조합을 만들어 평생 어려운 이웃을 보살폈다.1979년 막사이사이상 의료봉사상을 받았다. 서호수는 18세기 조선 정조 때의 천문 역산가로 동국문헌비고 등을 편찬하는 등 천문역산에 공헌한 점이 고려됐다고 과기부는 설명했다. 지난 2002년 설립된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는 우장춘 박사와 장영실 등 지난해까지 모두 16명이 헌정됐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과학사 신문/이향순 지음

    ‘아리스토텔레스, 에게해 섬으로 망명’-아테네 고등법원 재판서 사형선고 받아- 기원전 323년 세계 과학계의 성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반대파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그의 활동무대인 아테네를 떠나 망명하였다.…고발자들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식민지 스타게이로스 출신으로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 아테네 정복자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의 어린 시절 가정교사를 지내면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마치 신문을 읽듯 과학사건과 과학자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꾸민 책 ‘과학사 신문’(현암사)의 ‘창간호’ 머리기사다. 저자는 연세대 천문대기학과를 나와 스포츠서울과 과학신문에서 오랫동안 과학담당 기자를 지낸 이향순씨. 이씨는 “공식과 수식으로 나열된 과학 속에 있는 인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며 “생생하게 꾸며진 과학사 사건과 인물 이야기를 읽으면 과학에 흥미가 없는 사람도 과학의 묘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책은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성인이 읽어도 무리가 없는 과학교양서적이다. 당대 과학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과학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토막인터뷰’,‘과학사의 중요한 사건이나 관련 인물에 관한 당대의 왜곡된 시선과 여론을 담은 ‘단소리, 쓴소리’는 물론, 있을 법한 주요사건을 바탕으로 한 짧은 문구의 광고까지 넣어 읽는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우선 고대과학부터 18세기 과학의 중흥기까지를 다룬 1권만 나왔다.19세기 과학의 르네상스부터 나노 과학을 포함한 최첨단 과학이야기를 들려주는 2권,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기술을 소개하는 3권은 올해 말까지 출간될 예정.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루브르 명화등 올 8차례 특별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소장 명품회화전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 제공을 위해 특별전을 강화하겠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이건무 관장은 19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료화 첫해인 올해 역점 추진과제를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8차례에 걸친 특별전시회.3월 ‘가고 싶은 우리 땅, 독도전’을 시작으로,10월부터 5개월간 열리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명화전까지 다양하다.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 마련한 루브르박물관 명화전에는 고야 등 16∼18세기 화가들의 명화 7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폴 쟈쿨레 판화전(4.21∼6.4)▲불사리전(5.2∼5.21)▲발굴성과전(6.13∼7.16)▲고려시대 사람들전(6.27∼8.13) ▲찬란한 천년의 빛-나전칠기전(8.8∼9.24)▲김정희의 삶과 예술세계전(10.3∼11.19)이 열린다. 김정희 특별전은 올해 그의 사거(死去) 150주년을 맞아 마련된 것이다. 이 관장은 “개관 이후 제기된 관람객 불편이나 건의사항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고객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달 중 ‘고객서비스팀’을 가동할 예정”이라면서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프로그램, 가족·어린이와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 등 27개 교육프로그램을 150회에 걸쳐 마련하는 등 관람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박물관은 3월부터 월2회 주5일 수업과 연계, 초·중·고생 등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을 무료로 개방한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표암 강세황 추정작 3점 발견

    18세기 조선 문인화의 거두인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1713∼91) 선생의 작품으로 보이는 서화 3점이 발견돼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북 청주 백제유물전시관 강민식(39) 학예연구사는 16일 “지난해 3∼6월 열린 ‘과거, 출세와 양명전’에 출품된 보성 오씨 종손인 오병정(68)씨의 소장품 가운데 서화 3점이 표암 선생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청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녹색공간] 짜장면이든 자장면이든…/우석훈 녹색정치연대 정책실장

    표준어로는 ‘자장면’이라고 표현하게 되어 있는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부르지 않는 국민은 아마 우리나라에는 TV 아나운서와 그 언저리의 몇 사람 외에는 없을 것 같다. 표준어를 결정하는 선정위원회에서 한표 차이로 자장면이 되었다는 얘기나, 경음 발음을 하지 못하는 지역의 위원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까지 그야말로 ‘짜장면’이라고 속 시원하게 이 이름을 부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 ‘짜장면’이라고 부르는 국수류의 음식과 비슷한 음식을 고르라면 짬뽕이 있겠지만 진짜로 자매식품은 쫄면이다. 태어난 고향이 인천인 이 두 음식은 소위 ‘짠돌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인천식 발음대로 짜장면과 쫄면이 맞지 않을까. 경제학에서는 짜장면은 면과 아마포에 해당하는 단어이다.18세기에서 19세기에 나온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는 사람들에게 상품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면과 아마포를 사례로 가격과 교환을 설명하는데, 아마 우리나라에서 동일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짜장면이나 짬뽕 그리고 쫄면이나 설렁탕 정도가 여기에 해당할지도 모르겠다. 광복 직후 짜장면(당시에는 어쨌든 짜장면이라고 불렀다)과 설렁탕의 가격이 같았는데, 지금은 2배 차이가 나게 되었다. 똑같이 서민들이 먹는 음식이라서 강력한 가격 정책과 보조정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차이가 나게 된 과정을 화교들에 대한 재산소유 제한과 같은 인종주의 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그야말로 민중들의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한 박정희 개발정책 시대의 문화적 산물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동일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프랑스에서는 바게트와 크라상의 관계를 설명한다. 원가는 바게트가 몇 배 높지만 대개는 비슷한 가격에서 판매된다. 바게트는 우리나라의 쌀과 비슷한 것이라서 정부보조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100집 걸러 하나씩 중국집이 있다.’는 표현을 보면 우리나라의 서민경제와 문화풍습 같은 것들을 조금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부자이든 가난하든 상관없이 먹는 기본적인 음식 정도는 안전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유통기한이 명기되지 않은 수입 밀가루의 중간관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튀김용 돼지기름의 선도도 문제가 되지만 무엇보다도 얼마나 많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밀가루 반죽할 때 조미료 한 움큼씩 넣는 일이 허다하다. 국제적으로 얼마나 문제가 심각했으면 ‘중국음식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최근 일본에서는 화학조미료 소비량과 아토피 발병률이 통계적으로 거의 인과관계에 있다는 주장도 있고, 무엇보다 산모와 태아 사이에 화학물질이 전이되는 것을 막아주는 방어막을 통과한다는 의료계 일부의 지적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온 국민의 기호식이 온전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선호하고 자주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가격과 상관없이 기본적인 관리정책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우리나라의 식품행정은 적발과 사후관리 위주여서 식중독을 막는 정도의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속 시원히 부르지 못하는 건 괜찮지만, 이렇게 서민들이 자주 먹는 음식이 안전하지 않다면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정부에 안전한 자장면을 위해 화학조미료 적정사용량 같은 걸 권장하고, 우리밀가루를 사용하고도 지금처럼 저렴한 자장면을 먹을 수 있도록 국가정책을 조율하는 ‘짜장면 담당관’ 한 명 정도는 있어도 되는 거 아닌가 싶다.‘면류’의 하나가 아니라 ‘짜장면’이라도 안전하게 해주는 것이 서민정책의 출발이고, 행복한 국가의 근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자장면 하나 안전하게 먹게 해주는데 좌파정부와 우파정부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지금 같아서는 다음 대선에는 ‘안전하고 값싼 짜장면!’을 구호로 들고 나오는 후보에게 한 표를 기꺼이 주고 싶다. 우석훈 녹색정치연대 정책실장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6)세계의 음다풍습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6)세계의 음다풍습

    새해다. 아직도 앞산인 달마산은 눈을 모자삼아 구름을 목도리 삼아 유유자적 하늘과 세월을 떠받치고 있다. 새해들어 눈 덮인 골짜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인사를 하러 온 차인들도 많지만 일반 등산객들의 발길도 늘어가고 있다. 하얀 입김을 푸우 푸우 내뿜으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해남의 명산인 두륜산에는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두륜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큰절인 대흥사를 지나 일지암을 지나는 코스와 진불암을 지나는 코스가 있다.200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일지암을 찾는 등산객들은 매우 드물었다. 마치 사시사철 선방처럼 한적한 곳이 바로 일지암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큰 절의 수련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등산객까지 일지암을 찾는 발걸음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른바 웰빙음료로 각광받고 있는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인 것 같다.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 중 가끔씩 차를 청하는 분들이 있다. 일지암에는 좀 독특한 차 풍습이 있다. 그곳에 머무는 사람이 아닌, 청하는 손님이 차를 직접 우려내서 마시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 당황해 한다. 차를 어떻게 내야 합니까.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와 형식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쉽게 생각하세요. 직장생활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커피를 마시듯 편안하게 차를 끓여 드시면 됩니다. 우선 유천에서 물을 떠와 차를 끓이는 주전자에 넣고 사람 수에 맞게 잔과 차를 준비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물이 끓으면 차 주전자에 물을 붓고 마시면 되는 것이지요.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편안하게 따르고 마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손사래를 치며 차를 마시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안타까워 다시 권해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차는 형식과 관념 속에서 머무는 뜬 구름이 아니라 존재와 현실의 내적 욕망을 갈무리하는 청적(淸寂)이 머무는 마음의 공간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차는 그 자체로 이미 편안함이며 실용적이며 삶이라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장자의 이야기다. 제나라 환공이 당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당대최고의 목수인 윤편이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물었다. “전하께서 읽고 계시는 책은 무슨 말을 쓴 책입니까.” “성인의 말씀이다.” “그 성인은 지금 살아계십니까.” “벌써 돌아가신 분이다.” “그렇다면 전하께서 읽고 계신 책은 옛 사람의 찌꺼기군요.” “내가 책을 읽고 있는데 목수 따위가 감히 시비를 건단 말이냐. 합당한 설명을 한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많이 깎으면 축인 굴대가 헐거워서 튼튼하지 못하고 덜 깎으면 빡빡하여 굴대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한 깎음은 손짐작으로 터득하고 마음으로 느낄 뿐 입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깎아야 할 수레바퀴의 정확한 치수는 있기는 있습니다만 소신은 제 자식에게 그것을 말로 깨우쳐 줄 수가 없고 제 자식 역시 신으로부터 그것을 전수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흔 살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손수 수레를 깎고 있습니다. 옛 사람도 그와 마찬가지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전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하께서 읽고 계시는 것은 옛 사람들의 찌꺼기 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환공과 윤편의 대화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형식인 말은 결코 그속에 담긴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눈으로 봐서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형(形)과 색(色)이요 귀로 들어 알 수 있는 것은 명(名)과 성(聲)일 뿐이다. 차도 마찬가지다. 차는 거창한 삶의 형식이 결코 아니다는 것이다. 차의 본뜻은 삶의 실용속에서 자신을 발견해가는 작은 기쁨에서 시작되는 일상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다만 다구를 갖출 수 있고 차를 마시는 최소한의 지혜를 갖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차는 내 일상의 삶속에서 천연스럽게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차는 곧 자신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는 삶의 존재로서 우리에게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구촌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형태든 차를 마신다. 그리고 차를 마시는 것은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차를 많이 마시는 민족은 어디일까. 아이로니컬하게도 바로 티베트다. 그것은 높은 고원지대의 기후 탓이다. 티베트인들은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 같은 영양성분을 차로 보충한다. 그들이 마시는 수유차와 수유차를 만들 수 있는 통모, 그리고 차담은 티베트인들을 세계에서 가장 차를 많이 마시는 민족으로 만들고 있다. 티베트인들의 음다풍속은 매우 자연스럽다. 형식과 격식이 없이 앉는 곳이 바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티베트인들의 찻자리는 그런 점에서 매우 자유롭고 평안하다. 아마도 형식과 격식을 갖추지 않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차가 하나가 되는 찻자리를 펼치는 유일한 민족이 바로 티베트일 거라는 생각이다. 그들은 노동을 통해 생산하는 생산현장에서, 그리고 국가의 중대사를 논하는 회의장에서도, 높은 산에서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차를 마신다. 자세히 들여다면 그들의 일상은 이미 차 공동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는 그들의 모든 삶을 씨줄과 날줄로 이어준다. 척박한 문화속에는 아주 조용한 삶의 평화가 깃들어 있다. 그들의 종교적 성지인 라사의 포탈라궁을 가기 위해 온 가족이 7개월 동안 삼보일배를 한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차문화 공동체는 우리가 향후 지향해야 할 차의 살림살이가 어디에 있는가를 연구해줄 귀중한 것들이라고 보여진다. 중국 신강 위구르족의 밀크티와 향차(香茶)도 우리가 주목할 만한 것들이다. 위구르족의 밀크티와 향차는 한가한 여가시간보다는 식사와 함께 먹는다는 게 특징이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식사를 한 뒤나 편안한 시간을 따로내어 차를 마시는 반면 위구르족은 식사와 함께 차를 마시는 것이다. 위구르족은 북쪽의 민족들은 밀크티를 마시고 남쪽에 사는 민족들은 향차를 마신다. 위구르족의 밀크티는 매우 독특하다. 벽돌차로 불리는 전차를 쪼개 덩어리를 철제주전자나 알루미늄 주전자에 넣고 물을 부어 팔팔 끓인다. 차가 적당하게 푹 우러나면 신선한 우유 혹은 양젖을 넣고 다시 소량의 소금을 넣은 뒤 더 끓인다. 그리고 몇분이 지난 뒤 찻잔에 따른후 식사와 함께 차를 마신다. 향차 역시 마찬가지다. 주전자를 사용해 차와 함께 후추나 계피 정향 등 향로가루를 넣고 서서히 물을 부은 뒤 불위에 얹어 4∼5분가량 끓인다. 차 찌꺼기나 향료가루를 찻잔에 함께 나오지 않도록 걸러 마시며 보통 아침 점심 저녁식사와 더불어 차를 마신다. 몽골인들에게도 밀크티가 있다. 유목민인 몽골인들에게는 삼차일반(三茶一飯)의 음다풍습이 있다. 하루에 3번정도 차를 마시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과 함께 한번의 식사를 하는 것이다. 중국의 운남지방에서도 독특한 음다풍습이 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음다풍습은 염파차(炎波茶)와 용호투차(龍虎鬪茶)다. 염파차는 차 덩어리를 부숴 작은 토기그릇에 넣은 뒤 토관을 불위에 얹어 찻잎이 “퍽 퍽”하는 소리가 날 때까지 구운 다음 천천히 뜨거운 물을 붓고 다시 5분정도 끓인다. 그런 후 다시 소금덩어리를 다탕에 넣고 끓여서 짠맛이 나면 화로에서 꺼내어 따른 뒤 각자의 기호에 따라 뜨거운 물을 더 부어 마신다. 운남에서는 염파차를 마실 때 옥수수떡을 함께 먹는 습관도 있다. 용호투차는 밀림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감기치료에 이용하는 비방으로 전해지고 있다. 먼저 진하게 우려낸 뜨거운 차를 알코올 도수 높은 술이 담긴 술잔에 부으면 마치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우는 것과 같은 형상을 나타낸다. 감기에 걸렸을 때 마시면 땀이 나고 잠을 잘 자게 되고 몸이 가벼워져 큰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인들은 티베트인 다음으로 차를 가장 많이 마시는 민족이다. 연간 1인당 차소비량이 약 4.5㎏이 될 정도로 차를 마시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영국인들이 차를 마시는 습관은 매우 독특하다.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선 차를 한 잔 마신다. 그리고 아침 식사때 한 잔을 마시며,11시쯤 일을 하거나 대화를 하며 또 차를 한 잔 마신다. 점심식사때 한 잔, 오후 1시부터 4시사이에 한 잔, 잠을 자기 직전에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영국인들의 다시(茶時)다. 영국인들이 세계적으로 차 소비량이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국에서는 또 ‘5시 차’라는 음다풍습이 있다. 18세기 중엽 베드포드 공작부인인 안나가 고안해낸 방법으로 오후 5시에 많은 사람을 초청해 차와 과자 등을 제공하는 통상적인 차회를 말한다.5시 차회에서는 크래커 과일 등을 바구니에 담아 차와 함께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비해 미국인들은 차가운 차인 ‘아이스티’를 즐겨 먹는다. 차는 통상적으로 뜨거운 물에 우려내어 마신다는 통념을 미국인들은 깨고 있는 것이다. 아이스티는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국제박람회에서 영국인 차업자인 리처드에 의해서 보급됐다. 차를 선전하기 위해 박람회에 온 리처드는 7월이라는 뜨거운 날씨 탓에 아무도 차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자 홍차에 얼음을 넣어 차게 한 다음 차가운 홍차라고 권유했다. 차가운 홍차인 아이스티는 뜻밖에도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았고 전세계적으로 보급될 수 있었다. 사막의 나라 모로코에서는 박하차를 마신다. 박하차는 차를 넣고 먼저 끓이다 설탕과 함께 박하잎을 넣어 마신다. 차와 설탕 박하가 어우러져 상쾌한 기분을 전해주는 것이 바로 모로코의 박하차이다. 이밖에도 차는 유럽 러시아에서도 그 지역의 기후와 문화적 풍습에 알맞게 음용되고 있다. 차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우유 설탕, 심지어 박하와 소금까지도 함께 섞어서 음용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차는 형식과 관념의 문제가 아닌 현실 삶의 존재조건이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 차가 함께 하는 매개고리로써 중요한 매체이기도 한 것이다. 일지암 암주 ■ 티베트의 수유차 ‘하루 양식은 없어도 되지만 차 없이는 못산다.’는 민족이 바로 티베트다. 그들은 하루 일과를 차로 시작해 차로 끝낸다. 최소 20∼30잔에서 100잔을 넘게 마시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티베트에 가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명물이 바로 ‘통모’라고 부르는 차통이다. 보통 지름이 15∼18㎝이고 길이는 150㎝가량이며 왕대나무를 잘라 차통으로 만든 후 겉에는 아름다운 문양을 새긴다. 차통에는 피스톤 같이 생긴 막대가 끼여 있다. 통모에 야크의 젖으로 만든 버터를 빚어넣고 그위에 끓는 차를 붓는다. 소금과 입맛에 맞는 향로를 또 넣고 피스톤처럼 생긴 자루를 두손으로 잡고 절구질하듯 아래 위로 밀어 넣었다 뺐다 하며 골고루 섞는다. 절구질을 많이 할수록 차는 부드럽고 맛깔이 난다. 수유차라 불리는 이 차는 단백질과 지방질 풍부한 비타민과 카페인이 함유된 버터차가 된다. 쌀뜨물처럼 진한 게 탁한 우유맛이 난다. 수유차를 만들 수 있는 통모는 티베트 사람들의 빈부차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신분적 가치를 지닌다. 통모의 겉이나 절구질을 할 수 있는 막대기의 손잡이인 ‘자나’에 부자들은 아주 귀한 보석으로 치장한다. 수천만원이 넘는 귀한 통모가 티베트에는 존재한다. 수유차를 담을 수 있는 보온통인 ‘차담’도 매우 중요한 차 도구 중 하나다. 티베트 사람들은 집집마다 최소한 2∼3개의 통모와 4∼5개 정도의 차담을 가지고 있다. 티베트 사람들은 찻자리가 따로없다. 찻상을 차리거나 차를 마시는 격식 없이 시장바닥이건 회의장에서건 앉는 곳이 바로 찻자리다. 어떤 자리든 앉으면 바로 차가 나오기 때문이다. 티베트 풍습상 손님으로 차를 접대받을 때 찻잔의 차를 모두 마셔서는 안 된다. 차를 모두 마셔버리면 차를 더 이상 마실 의향이 없다는 것으로 알고 더 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를 더 마시기 위해서는 찻잔에 차를 약간 남겨두어야 한다. 차가 일상화되어 있는 티베트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 소비량을 자랑하고 있다.1인당 연간 소비량이 15㎏가량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 춤곡 미뉴에트와 왈츠 어떻게 다를까

    3박자의 대표적인 춤곡 미뉴에트와 왈츠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음악회가 마련돼 관심을 끈다.15일 오후 4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06 스쿨 클래식 미뉴에트와 왈츠’. 서울 클래시컬 플레이어즈(지휘 박영민)가 연주하는 이 무대는 무엇보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음악회란 점에서 주목된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씨의 친절한 해설이 곁들여져 이해를 돕는다. 미뉴에트는 17∼18세기경 유럽을 무대로 보급된 춤곡으로, 스텝의 폭이 작은 데서 미뉴에트란 이름이 붙었다. 미뉴에트는 원래 궁정 춤곡으로 시작돼 바로크 시대에 유행한 스위트(suite, 모음곡)에 다른 춤곡들과 함께 들어 있던 곡. 그 이후 모음곡이 교향곡으로 발전하면서 다른 춤곡들은 사라졌지만 미뉴에트만은 살아남아 교향곡이나 협주곡의 3악장이 됐다. 19세기 유럽에서 널리 유행한 왈츠는 한국에서도 신년이면 흔히 연주돼 우리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 새해 첫 날 전세계로 중계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의 주요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이기도 하다. 돌다, 회전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볼베레(volvere)’에서 유래한 경쾌한 무곡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흐와 보케리니의 ‘미뉴에트’,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교향곡 3악장 ‘미뉴에트’ 등 미뉴에트 명곡들이 연주된다. 왈츠로는 ‘왈츠의 왕’으로 불리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예술가의 생애’, 쇼팽의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의 강아지를 묘사한 ‘강아지 왈츠’ 등을 들려준다.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해 연주, 오케스트라에서 쓰이는 악기 구성이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코너도 준비했다. 국내 정상의 트럼펫 연주자인 안희찬(KBS 교향악단 수석)씨가 협연한다.1만∼2만원. 문의 (02)780-5054.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5) 미국·유럽으로 간 차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5) 미국·유럽으로 간 차

    눈 덮인 일지암에 새해들어 반가운 손님이 왔다. 자우홍련사 툇마루 앞에 흰 눈 속을 뚫고 홍매화 한 송이가 핀 것이다. 순백의 눈 위로 피어난 홍매화 한 송이는 마치 하늘에서 천리향을 품고 내려온 선녀처럼 아름답다. 자우홍련사 툇마루를 따라,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며 춤추는 풍경을 따라 홍매화향은 천리 만리를 가며 고통스러운 삶에 부대끼는 중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쉬게 한다. 부글부글 끓는 찻물을 하얀 백찻잔에 따라 다시 찾아온 홍매화에 헌다한다. 다시 이곳을 찾아와 생명의 거룩함을 알리는 그 홍매화는 늘 나를 일깨운다. 생명을 피워내기 위한 거룩한 고행이 모든 삶의 첫 출발이라고. 그런 점에서 홍매화는 긴 겨울 안거를 지내며 내 삶의 영혼을 피워올리는 부처인 것이다. 홍매화는 또 땅속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봄의 소리를 전해주는 전령사다. 겨울이 가고 곧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가시가 촘촘히 배어난 앙상한 홍매화의 굵은 마디들은 이리저리 굽어지고 휘어지며 세월의 연륜을 안으로 품고 있다. 휘어지며 굽어지며 볼품없는 세월의 연륜을 쌓아가고 있는 매화는 동토의 땅에서 그 무엇도 흉내낼 수 없는 찬란한 생명을 피워낸다. 차도 마찬가지다. 초의스님은 동다송의 맨 첫장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하늘이 이 신령스러운 나무를 귤나무의 덕과 짝지었으니, 천명대로 옮기지 않고, 남쪽에서만 자란다네. 우거진 잎 모진 추위와 싸우며 겨우내 푸르고 서리에 씻겨 가을 정취 풍기는 하얀꽃, 고야선녀의 흰 살결처럼 고우며 염부단금 같은 황금꽃술 맺혔네.” 차 역시 긴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며 우리 삶의 일상 속으로 걸어들어온다. 우리가 걸어온 차의 역사는 그런 점에서 많은 일화와 신화를 남기고 있다. 동양에서 꽃핀 차문화는 지금 어디까지 걸어가고 있을까. 매우 궁금한 대목 중 하나다. 중국에서 싹튼 차는 한국을 지나 일본을 건너 지금 미국과 유럽까지 진출해 있다. 현대 기술문명의 이기 속에서 고도로 발달한 철학적 사유체계를 가진 문명이 탄생할 것이라는 서구철학은 그 한계와 모순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디지털적 사유, 고도로 발달한 생명공학은 인간의 이성을 싹트게 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을 극대화하는 개인문명으로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럽과 미국의 지식인 그룹들은 동양의 철학 속에서 인류문명의 새로운 이정표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 티베트불교, 일본불교, 그리고 한국의 선불교가 미국·유럽의 명문대학에서 연구되고 있는 것은 그같은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지식인 그룹들은 실천적인 불교식 명상에 익숙해지고 있다. 선원과 명상센터를 찾아가 직접 체험하며 새로운 문명과 호흡하기에 여념이 없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서구는 상위문명이요 동양은 하위문명이라는 도식적인 문명론의 환상이 깨지고 자연과 인간, 더 나아가 우주와 함께 유동하는 삶으로서 동양문명에 대해 서구의 지식인들이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실천적이다 못해 체험적이기도 하다. 얼마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도서전은 그같은 현상을 매우 잘 반영하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의 선(禪)과 차(茶)를 제일과제로 선정해 세계 최대규모의 도서전에서 선보이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들의 결단은 대성공을 거뒀다. 현지 언론뿐만 아니라 참여한 전 언론의 관심사가 바로 선과 차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을 통해 차를 배우고 있다. 얼마전 독일에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한국의 차를 보급할 수 있는 차카페를 만들어보겠다는 전화가 왔다. 그곳은 일본인들이 오래 전부터 자리를 잡고 일본 차문화를 보급했던 곳이다. 일본은 그 도시재정의 대부분을 담당할 정도로 오랫동안 산업적 성과를 그곳에서 거두고 있다. 일본의 거리에 독일인과 일본인들을 위한 차카페를 열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 지인의 생각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일본의 차문화가 독일인들과 현지 일본인들에게 호응을 받았다면 그보다 더 아름답고 훌륭한 한국의 차문화 역시 하나의 문화로 호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20년 넘게 무역업을 하고 있는 그는 한국 차문화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재원을 투자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독일뿐만 아니다. 프랑스, 영국에서 차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단지 그 문화의 흐름을 주도할 주도적인 위치에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는 지금 유럽과 미국인들 사이에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그들의 문화 속에서 어떤 형태로 재편되어 자리잡아야 하는가는 문화전파자들의 몫이라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미국과 유럽으로 차는 어떻게 전파되었을까. 한가지 유념할 것은 우리와 다르게 유럽과 미국의 차는 역사를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유럽에 차가 보급된 것은 17세기 당시 가장 활발한 무역업을 하고 있던 네덜란드인들을 통해서다. 중국의 차가 처음 보급될 무렵 유럽사회는 물과 술을 주음료로 하고 있었다. 당시 유럽에서 술의 피해는 심각할 정도였다. 유럽 차 보급은 영국 왕실에서부터 시작됐다. 영국의 찰스 2세에게 시집을 간 캐서린 공주는 술에 취하는 악습을 없애기 위해 차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캐서린 공주는 차의 좋은 점을 알리기 위해 ‘티파티’(차회)를 열었다. 캐서린 공주의 차회는 당시 상류사회의 부인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낮밤을 가릴 것 없이 술에 취해 사는 상류사회의 문화에 그 부인들은 진저리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술 없이 담소를 나누며 교류를 이끌어가는 ‘티파티’는 삽시간에 유럽 상류사회를 휩쓸었다. 당시 상류사회의 중요한 소통수단인 티파티는 결국 주류문화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폐단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일본의 다도의례를 흉내낸 상류계층의 티파티가 고비용이 드는 호화로움의 극치로 치달았던 것이다. 마치 일본 막부시대 때 황금찻잔을 만들어 화려하다 못해 퇴폐적인 찻자리를 낳았던 것처럼 유럽의 티파티도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1997년 미국의 라이프지가 선정한 지난 1000년간의 100대사건 중 차의 유럽 전래가 보여준 삶의 패턴변화가 28위로 꼽혔다는 사실이 이같은 변화를 입증한다. 차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역사는 바로 고속범선의 출현을 앞당겼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차의 수요가 급증하자 그 운반 속도문제 해결이 큰 고민거리였다. 당시 중국남부에서 인도양을 지나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대서양을 북상, 런던으로 오는 무역로는 1년 내지 1년반의 기간이 걸렸다. 긴 항해는 차의 맛을 변질시켰다. 그럼에도 차값은 그 폭발적인 수요를 견디지 못해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것이다. 상인들이 이같은 호재를 놓칠 리 없었다. 범선의 개량에 들어간 것이다.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선체를 늘씬하게 하고 바람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 돛대와 돛을 키워버린 것이다.‘클리퍼’라 불렸던 이 범선의 출현은 중국과 런던을 오가는 기간을 단 100일로 줄여버리는 신기원을 이룩해냈다. 당시 가장 빠른 범선은 하루에 무려 800㎞를 항해하는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다.19세기 중엽에는 ‘차 빨리 운반하기’경쟁이 생길 정도였다. 코스는 늘 똑같았다고 한다. 중국을 출발해 동중국해를 남하하고 인도양을 지나 남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 대서양을 거슬러올라가 아조레스 제도를 지나 런던으로 들어온 후에 예인선에 끌려 템스강을 올라와서 선착장에 누가 먼저 찻짐을 내리는가 하는 경쟁은 몇 분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빨랐던가를 알 수 있다. 차가 또 미국 독립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도 빠뜨릴 수 없다, 18세기 중반 신대륙의 개척자들은 영국정부가 그들에게 부과하는 과도한 세금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었다. 신대륙의 개척자들은 영국의 화물선이 주로 입항하는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무거운 세금에 대해 엄중한 항의를 계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재정의 중요한 창구였던 동인도회사의 경영난을 덜고자 새로운 관세조치인 ‘차조례’를 발표했다. 당시 신대륙의 개척자들에게 차는 섬유 공산품 다음으로 많이 수입되는 중요한 품목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그들은 ‘차조례’를 악법으로 규정하고 광범위한 반대운동을 펼쳐나갔다. 그 운동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주요항구에서 차가 내리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당시 차는 주요무역품으로서 매우 값비싼 것이기도 했다. 신대륙 개척자들은 보스턴항에 정박해 있던 배를 습격,350여개에 이르는 차 상자를 바다에 던져버렸다. 이에 영국정부는 영국의회에 대한 반역으로 간주하고 보스턴항을 폐쇄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이를 계기로 영국정부와 식민지간의 갈등은 마침내 1775년 무력충돌로 이어졌고 이듬해 대륙회의는 독립선언을 발표해 본격적인 독립전쟁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차는 이렇게 유럽과 미국사회에 전해졌으며 그후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유럽사회에 차가 본격적인 문화로 자리잡지 못한 것은 커피의 전래때문이다. 커피는 복잡한 의례를 행할 필요없이 즉석에서 마실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유럽과 미국의 산업기술문명과 결합했고 지금도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차는 지금 또다시 새로운 문화로, 음료로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고 있다. 그 문화의 형태가 어떤 형태로 변화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차는 하나의 정신문화로서 동서양을 떠나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단순한 공간과 문화의 수출이 아닌 차의 정신, 곧 현대적인 삶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삶의 공동체를 다시 회복하는 정적인 문화로서 차가 자리매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차인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차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리더들은 새로운 영역의 확대에 눈을 떠야 하며 긴 안목으로 세계의 차시장을 바로 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차가 21세기의 새로운 대체음료로서 각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일지암 암주 ■ 中·英 아편전쟁 발단은 차분쟁 차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은 매우 많다. 아주 우화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신화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봤듯 차는 하나의 삶을 바꾸는 문화로서 역사를 바꾸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영국과 중국이 벌인 아편전쟁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영국의 국운이 걸린 한판 전쟁이기도 했던 아편전쟁의 숨은 공신이 바로 차다. 차인의 입장에서 볼때 아편전쟁을 차의 전쟁으로 불러도 될 정도로 아편전쟁의 핵심은 차 였기 때문이다. 인도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은 19세기 동인도회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다원을 조성하기 시작한다. 중국을 중심으로한 차시장 분할에 영국이 직접 뛰어든 것이다.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주축으로 삼아 인도에 대규모의 근대적 다원을 열고 본격적인 생산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중국이 세계적인 차시장에 대해 갖는 독점적인 지위를 깨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체제를 갖추기 전까지 중국은 세계 차시장에서 거의 독점적인 위치를 누리고 있었다. 당시 중국은 무역의 주 결제수단으로 은을 사용했다. 차 주수입국이었던 영국은 엄청난 양의 은 결제수단을 찾지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영국정부가 고안해낸 것이 바로 아편 무역이었던 것이다. 영국은 중국인들에게 아편을 팔면서 그 결제를 모두 은으로 했고 그 은을 다시 청나라에 결제해주었다. 중국은 차를 팔아 아편을 사게된 것이었다. 이같은 사실을 안 청나라 정부는 그 같은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청나라 정부는 임금의 특명을 받은 임칙서를 광주로 파견, 영국 상인들로부터 아편 2만상자를 압수해 주강 하구의 해변에서 석회를 부어가며 20여일에 걸쳐 바다 속에 수장시켜버렸다. 이 사건으로 영국과 중국은 아편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전쟁 결과 청나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게 된 것이다. 차를 대부분 중국에 의존해야 했던 유럽에서는 직접 차를 재배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이어졌다.1823년 스코틀랜드 기지 사령관이었던 부르스는 인도의 북동쪽 아셈지방에서 자생하는 차나무를 발견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만 차나무가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같은 사실을 뒤집은 아셈지방의 자생적 차나무에 대해 유럽은 열광했다.1834년 차위원회를 결성, 인도에서 차를 재배키로 결정한다. 그때부터 유럽은 자체적으로 차를 생산할 준비를 한 것이다. 세계는 지금 인류의 건강과 정신을 책임질 수 있는 신음료인 차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동양도 마찬가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차의 전쟁이 동양의 대표 삼국인 한국, 중국, 일본 사이에서 벌어질 양상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과 일본의 차 음료 개발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도 이같은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 클래식 모차르트, 국악·재즈 만나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 알려졌듯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던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 모차르트의 음악 속에는 고뇌와 참회, 분노와 미움, 그리고 화해와 평화가 숨어있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EBS 스페이스가 그의 음악을 새롭게 조명하는 특별기획 ‘모차르트 스페셜’공연을 마련했다. 클래식과 국악, 재즈라는 서로 다른 음악 양식으로 모차르트를 만나는 신선한 기회를 제공한다. 오는 16일과 17일의 1부 ‘클래식’편에서는 신동, 천재라는 수식어 속에 갇혀 있던 모차르트의 사회적인 고민과, 다양한 음악적 접근을 모색한 실험가적인 면모를 조명한다. 우아하고 감미로운 선율에 숨겨진 인간으로서의 모차르트와, 시대 개혁자로서의 그를 발견하기 위해 박영민 지휘자가 이끄는 ‘서울 클래시컬 플레이어즈’(SCP)가 나선다.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과 오페라 ‘마술피리’ 등 모차르트의 다양한 곡을 클래식과 현대악기가 어우러진 새로운 편곡과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 2부 ‘국악’편(18∼19일)은 클래식과 국악이라는 이질성이 빚는 신선한 해석을 찾아본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우리 고유의 국악과 접목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국내 최초의 가야금 오케스트라 ‘숙명가야금연주단’과 해금, 대금, 소금 연주자 등이 함께 ‘터키행진곡’ 등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주하면서 낯설지만 신선한 조우를 한다. 마지막으로 마련된 3부 ‘재즈’편(20일,23일)은 재즈의 자유로움과 즉흥성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는 현대적인 모차르트를 만날 수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에는 순수함과 단순한 힘이 있다. 또 맑은 하모니와 멜로디로 포용력까지 갖췄다. 이 때문에 자크 루시에,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 클로드 볼링 등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모차르트의 음악을 실험과 도전의 대상으로 삼아왔는지도 모르겠다.18세기 음악을 20세기 현대음악인 재즈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배장은, 김창현, 오종대 등으로 구성된 ‘재즈 피아노 트리오’가 맡는다.‘반짝 반짝 작은 별’,‘레퀴엠’ 등 모차르트의 주옥같은 명곡들이 신선하게 편곡돼 흐른다. 설렘과 음악적 부담을 함께 느끼며 편곡에 임했다는 재즈 뮤지션들의 해설과 함께, 재즈의 자유로움과 즉흥성이 빚어내는 모차르트의 현대적인 초상을 만날 수 있다. 각 공연은 오후 7시30분부터 2시간동안 열리며, 관람 신청은 홈페이지(www.ebs-space.co.kr)를 통해 할 수 있다. 매주 토·일요일 방송되는 ‘EBS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안방에서도 볼 수 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 욕망과 세상보기의 혁명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 욕망과 세상보기의 혁명

    모든 것들은 자연세계에서 서로 관계를 지으려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물리학적으로 모든 것들은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서로 잡아당기고 있다. 생물학적으로 모든 존재자(있는 것)들은 상생하거나 상극한다. 일방통행은 없고 다 쌍방적인 관계로 만물의 존재방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상생과 상극이 서로 별개의 것으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한 개의 사실이 이중적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내륙으로 이동하는 활어 탱크에 넣어둔 물고기들은 이동 도중에 지쳐 거의 다 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에 그 물고기들을 잡아먹는 천적을 넣어두면 한두 마리가 잡아먹히지만, 나머지 물고기들은 싱싱하게 활어로서 살아 있다고 한다. 상생적 삶과 상극적 죽음이 서로 별개의 다른 사실들이 아니고, 동전의 양면처럼 한 사실의 이중성인 셈이다. 자연계에서 생물만 그렇지 않고 무생물도 역시 이중성의 법칙으로 상호관계를 맺는 것 같다. 예컨대 물과 불은 서로 상극적인데, 그 물과 불이 상호 보완하면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에너지원이 된다. 죽음이 빈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빈 여지가 없어진다. 죽음은 새 생명의 탄생을 도와 준다. 산정에 솟은 거대한 암벽도 주위의 지질을 안정시켜 주는 역할을 한단다. 이처럼 자연의 일체는 다 상생과 상극의 작용을 동시적으로 수행한다. 자연의 존재 방식은 상생과 상극의 상관관계의 얽힘이다. 이런 얽힘을 우리는 자연의 존재론적 욕망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그 욕망은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처럼 무엇을 소유하기 위한 탐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욕망은 상생의 아름다움과 상극의 처절함을 동시에 함유하고 있다. 우리는 자연을 소박한 낭만주의적 심정으로 너무 아름답게만 표상하는데, 자연은 아름다움의 이면에 처절한 죽음의 장송곡을 연주하고 있다. 자연이 죽음을 연출하지만, 그 죽음은 자연의 새 삶을 가능케 하는 자기 정화작용을 포함한다. 인간이 가한 외적 사고사(事故死)가 아닌 경우에, 자연은 죽은 시체의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연은 스스로 정화한다. 이것이 곧 자연의 완전 교환방식을 암시한다 하겠다. 상생과 상극의 얽힘 관계도 자연의 완전교환의 존재방식의 다른 이름이겠다. 생명은 다 죽기 싫어하지만, 죽어서도 그 시체를 타자에게 준다. 노자(老子)는 이런 자연의 교환적 존재방식을 일컬어 여러 가지의 비유로 표현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열거하면, 요(·오고 감), 혼이위일(混而爲一·뒤섞여 하나로 존재함), 승승(繩繩·새끼 꼬이듯이 이어짐), 만물병작(萬物竝作·만물은 자타가 함께 지음) 등등이라 하겠다. 그런데 인간은 이런 자연생활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다. 사회생활이 인간의 생존방식인데, 존재론적인 욕망방식에서 소유론적 욕망방식으로 미끄러져 온 과정이 인류 생존방식의 과정이다. 사회생활도 인간들의 상관관계의 얽힘이므로 욕망이 그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러나 인간들의 사회적 욕망은 소유론적 욕망으로 점철돼 있기에, 여기서 모든 인간사의 드라마가 생긴다. 시장이 인간사회 욕망의 교환을 상징하는데, 시장의 교환은 자기의 이익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한 교환이므로 불완전한 교환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은 자연의 존재론적 교환과 다른 소유론적 교환의 탁월한 양식이다. 사회주의적 도덕론자들은 이 시장의 소유론적 교환법칙들을 이기심의 타락 현상으로 규탄하나, 그것은 단순한 도덕적 판단의 소관이 아니고 더 근원적으로 인간 욕망의 운명과 직결된다. 잠깐 인류학적으로 이 운명을 생각해 보자. 바로 20세기 프랑스의 구조주의 사상가인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이론이다. 교환은 인간집단의 생존방식이다. 이 교환의 생존방식을 인류는 아득한 옛날 토템 제도로 시행했다는 것이다. 토템은 원시인들의 유치한 종교신앙 형태가 아니라, 종족집단간의 차이를 표시해 서로 물물교환의 거래를 이루기 위한 방편이다. 자연의 만물이 서로 다르기에 상생과 상극의 교환을 이루듯이, 인간집단도 서로 차이를 띠어야 교환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곰 토템은 곰을 잡지 않고 호랑이를 잡고, 호랑이 토템은 호랑이를 보호하고 그 대신 곰을 잡는다. 이것이 상호교환의 제도다. 이 토템 제도는 노자가 갈파한 완전한 상호교환 제도로서의 요()나 만물병작(萬物竝作)의 의미와 상통한다 하겠다. 그런데 이런 완전교환 방식의 토템 제도가 어느 날 불현듯 불완전한 교환방식인 카스트로 미끄러졌다는 것이다. 카스트 제도는 우열의 비교가 집단 사이에 등장하게 됐음을 말한다. 그래서 우수 집단이 열등 집단을 지배하고 불평등한 거래관계가 형성되면서, 집단이기심이 생기게 됐다는 것이다. 토템의 존재론적 교환양식이 카스트의 소유론적 교환양식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 이것이 인류의 역사적 운명이라는 것이다. 이 운명을 알려주는 신화가 구약의 창세기에 나오는 금단의 열매를 먹은 원죄에 비유된다 하겠다. 금단의 열매를 먹었기에 인류는 원죄를 지었고, 그 대가로 선악과 호오(好惡)를 분별하는 지능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원죄의 신화가 불교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인간이 아득한 옛날에 모든 것이 하나로 서로 회통되던 이 세상을 문득 지능으로 분별하는 무명(無明)이 생기면서 이 세상을 하나로 보는 마음이 조각조각나게 됐다는 것이다. 기독교와 불교는 서로 같은 내용을 약간 다르게 표현했을 뿐이다. 소유론적 욕망의 등장은 인간의 마음에 선악과 호오의 구별을 느끼는 마음의 등장과 궤적을 같이한다. 선악과 호오의 개념들은 여기서 서로 같은 차원이다. 싫고 좋은 것을 구별하는 마음과 개인적 또는 집단적 이기심이 함께 등장한다. 이 이기심이 사회생활에서 남들에 대해 비교우위를 쟁취하려 한다. 역사에서 주인과 노예의 계급이 생겼고, 그 계급 싸움이 인류사에서 희비극의 드라마를 잉태시켰다. 이것이 마르크스가 본 통찰력이다. 동시에 그 이기심의 드라마가 인류문명의 과학기술적 진보와 경제성장을 촉진하게 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18세기 독일의 대철학자 칸트는 이 이기심의 드라마인 소유론적 욕망을 인류사에 있어서 불의 발견과 유사하다고 간주했다. 위에서 언급된, 금단의 열매를 먹은 사건이나 또는 인간의 마음에 홀연히 호오의 분별력을 갖게 된 사건이나 다 인간이 지능을 소유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이 지능이 문제다. 이것이 인간의 문명을 있게 한 원동력이고, 또 이것이 인간 세상을 추악하게 한 원흉인 셈이다. 칸트는 전자를 보아 지능을 찬양했고, 마르크스는 후자를 보아 지능의 이기심을 저주했다. 지능이 생물적 본능을 대신해 등장하게 된 이유는 이렇다. 동식물은 본능적으로 생존의 방식을 펼쳐 나간다. 그러나 인간은 이런 본능이 극히 미약해 본능만으로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 이것이 인간의 역사적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모자라는 본능을 대신하는 지능의 개발이 필수적이었다. 이 지능이 과학기술을 불러온다. 과학기술은 소유론적 욕망의 표현이다. 그런데 동식물의 본능은 존재론적 상생과 상극 이외의 것을 모르지만, 인간의 지능은 이기심에 근거한 소유욕을 아울러 진행시켰다. 이 지능이 인류사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 인류사는 개인적, 종족적 이기심의 소유욕을 만족시키기 위한 투쟁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자의 토템적 자연의 존재론적 욕망이 마치 역사 현실의 실제와는 맞지 않는 것처럼 간주해 도피적이고 둔세적인 사상이라고 오해했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되는 전개에서 우리는 노자의 도(道)가 그런 현실도피의 철학이 아님을 보게 될 것이다. 아무튼 마르크스나 도덕적 이상주의자들은 이 이기심의 해악을 알고 있기에 이 이기심을 뿌리 뽑기 위한 도덕-정치적 투쟁을 벌였다. 정신문화적으로 인류사를 개관해 보면, 인류사는 경제기술적인 소유적 편리와 사회도덕적인 반(反)이기적 정의의 투쟁처럼 보인다. 인류사의 진리는 편리와 정의의 두 가지 상반된 요소로 시소게임을 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회도덕적 반이기적 정의의 진리는 반소유론적이기에 자연적 토템의 교환거래와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 토템적 교환은 마르크스가 본 원시공산사회의 유형과 유사하다. 그러나 지능의 등장으로 그 사회는 이미 상실한 낙원과 같다. 마르크시즘과 도덕이상주의자들의 착각은 크게 봐서 두 가지다. 하나는 이기심을 능위적(능동적·인위적)으로 노력하면 뿌리째 뽑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저들은 이기심의 상징인 사유재산제도를 억압하거나 철폐해 이기심이 인간사회에 등록되지 않게끔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거짓이다. 성욕으로 종교적 수행에 방해를 받은 이가 그의 성욕을 나타내는 성기를 절단한다고 성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성욕의 소유욕은 더 깊은 무의식의 차원이기에 도덕의식적 각오와 그 수준에서 해결이 안 된다. 둘째로 그들은 반이기적 정의론을 주장하여, 이것이 반소유론적 존재론의 토템적 교환을 역사상에 부활시킨다고 주장했다. 역시 이것도 거짓이다. 그들의 반이기적 정의론도 역시 다른 형태의 소유론적 욕망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소유론적 욕망은 경제기술적 물질적 소유욕 이외에 정신적 형이상학적 지배욕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어떤 반이기적 도덕의 캐너피(canopy)로 사회를 포장하겠다는 의지도 역시 사회를 도덕적으로 장악하겠다는 소유론의 결의와 다르지 않다. 거기에는 토템에서와 같은 자연적 교환의 자유도 이미 사라진다. 그래서 사회도덕주의는 시장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적 기제(機制)마저도 파괴한다. 말하자면 인류가 경험한 두 가지의 큰 혁명인 산업혁명과 사회주의 혁명은 다 소유론적 혁명의 세상보기나 다름없다. 그래도 저 혁명들은 인류에게 두 가지의 학습을 가져다 주었다. 하나는 경제기술적으로 편리한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과 또 하나는 이기심의 독성을 알려 주었다는 점이다. 이제 인류는 제3의 혁명을 모색해야 할 그런 시절 인연에 이르렀다. 그것은 편리와 정의가 상충하지 않는 존재론적 혁명의 길이다. 존재론적 혁명의 길은 소유론적 이전의 혁명과 아주 다르다. 그것은 세상이 아니고, 세상을 보는 마음을 혁명하는 일이다. 계속 우리는 이런 길을 걸어갈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뉴스피플] 한반도 연구 40년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일본내 자타 공인 최고의 한반도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법과대학학장이 한국에서 회갑상을 받았다. 한·일 관계를 연구하는 젊은 연구자와 언론인 모임인 ‘한일사회문화포럼’,‘한국오코노기 연구회’(駒八會)가 지난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오코노기 교수를 초청,‘일본에서의 한반도 연구 40년-회고와 전망’출판기념회를 마련한 것. “한반도를 연구함으로써 학문과 인생이 함께 가는 큰 행복을 누리게 됐다.”는 오코노기 교수는 특히 자신의 연구 대상 즉 한국이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발전을 이뤄나가는 과정은 더없는 기쁨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일본내 최초의 한반도 연구자로서, 한·일 및 북·일 관계 전반의 균형잡힌 시각으로 평판이 높다. 오코노기 교수는 현재의 한·일 관계에 대해선 “한·일 두 정상의 신뢰가 완전히 상실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에 관한 한 낙관적 현실주의론을 펴온 그답게 희망을 얘기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간 맺은 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미래의 길을 튼 큰 의미가 있었는데, 현재 상황은 그 길이 닫힐 것 같은 형국”이라면서 “그러나 한·일은 공동의 가치관과 목표로, 미래를 향한 대화로서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장담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한·일 양국 사이엔 교통사고가 났으나 사후처리만 하고 화해는 하지 않은 상태가 길게 이어졌다.”면서 이같은 상황은 전후 도쿄 재판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 재판의 경우 식민지를 그대로 소유한 강대국들이 재판관이 됨으로써 일본의 주변국 점령이 단죄되지 않았고, 이것이 결국 한·일 수교회담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는 “18세기 전후(戰後) 화해는 ‘망각’으로 쉽게 해결했지만,2차 대전 이후의 화해원칙은 과거는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2년 8월 한국내 반일감정이 극심하고 일본은 한국에 대해 아예 무관심할 때 한국 연세대에 유학온 오코노기 교수는 한국의 체제문제를 자주 언급했다.“당시 유신헌법이 공포됐고, 일본에 귀국할 땐 김대중 납치사건이 났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대등하게 인식한 것은 불과 10∼15년 전인 것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관계는 엄청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역 연구자는 상대 국가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있어야 한다는 연구의 전형을 보이는 학자”라고 그를 평가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