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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판 빅풋’ 전설 속 괴물 포착” 주장

    “‘호주판 빅풋’ 전설 속 괴물 포착” 주장

    호주 전설에 등장하는 괴물 ‘요위’(Yowie)가 포착됐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세기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요위’는 개 정도의 크기며 몸은 도마뱀 같지만 비늘과 꼬리가 있다. 다리가 총 6개이며 인가에서 가축과 사람을 공격한다는 설이 전해져 내려오기도 한다. 전설 속 괴물을 포착했다고 주장하는 남성 2명은 지난 달 29일 이른 아침, 사우스퀸즈랜드의 한 숲에서 ‘요위’로 추정되는 생물체를 발견하고는 곧장 이를 카메라에 담았다. 직접 동영상을 찍었다는 제이슨 힐은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전날 밤 검은색 긴 팔을 가진 채 움직이는 생명체를 목격했다”면서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전설 속 괴물의 모습을 선명하게 찍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설 속 괴물인 ‘빅풋’ 등을 연구하는 현지 전문가는 해당 영상을 본 뒤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요위’라는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라며 “하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영상임은 확실하다”고 말해 미묘한 여지를 남겼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호주판 빅풋’이라고 부르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빅풋은 미국·캐나다의 록키산맥 일대에서 목격된다는 신비의 유인원으로 사스콰치(Sasquatch)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인디언 언어로 ‘털이 많은 거인’이라는 뜻이다. 흔히 히말라야 설인이라 불리는 ‘예티’의 사촌뻘로 볼 수 있으며, ‘네시’, ‘모스맨’ 등 다른 미확인 생명체들과 비교해 가장 실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근대 태동기 유럽·신대륙엔 무슨 일이

    근대 태동기 유럽·신대륙엔 무슨 일이

    근대의 탄생 1·2/폴 존슨 지음/명병훈 옮김/살림/1권 936쪽, 2권 800쪽/각 4만원 중세의 신(神) 중심 세계관이 깨지고 14~16세기 르네상스, 17세기 종교개혁을 거쳐 도달한 18세기 후반. 인간 이성으로 구습을 타파하려는 계몽주의와 산업혁명,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천명한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이 시기에 근대가 출발했다고 보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영국 역사학자 폴 존슨은 19세기 초반, 좀 더 구체적으로 1815년부터 1830년까지 15년 동안 근대가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그의 역작 ‘근대의 탄생’에 따르면 지난하고 파괴적인 나폴레옹의 전쟁이 근대의 실질적 탄생을 늦췄으며, 1815년 6월 18일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웰링턴 장군이 이끄는 영국·프로이센 연합군에 패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길고 긴 전쟁 뒤에 사람들이 강렬하게 원했던 것은 ‘안정’이었다. 근대적 변화는 그 요구의 바탕 위에서 솟구쳐 올랐으며 그 변화들은 사람들의 신념, 열정, 가치, 사고방식을 근대적으로 변화시켰다.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존슨은 다양한 자료들을 토대로 정치·군사·과학·종교·철학·예술 등을 뒤흔든 인물들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딱딱한 현대사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 낸다. 우선 예술 사조가 바뀌었음을 언급한다. 나폴레옹이 끔찍하게 좋아했던 고전주의 예술이 물러가고 그 자리를 빅토르 위고 같은 낭만주의 예술이 채운다. 프랑스가 세계 지성계에서 리더십을 상실하면서 문화가 국제화되기 시작한다. 유럽은 칸트의 관념론 철학, 괴테의 서정시와 희곡, 실러의 시극 등 독일 문화에 빠져들게 된다. 통신과 교통의 급격한 발전은 근대를 꽃피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륙을 넘나드는 인구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유럽인들이 대거 신대륙인 미국으로 이민했다. 유럽은 인구 급증과 기후 이상으로 인한 대재앙은 면한 반면 미국의 인디언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신대륙은 유럽에서 유입된 가축과 농산물, 동물과 해충, 곤충과 질병 등에 휩싸였다. 방적기 개발과 함께 목화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남부에서는 노예제도가 정착한다. 네이선 로스차일드라는 런던 금융계의 거목이 등장했고, 신용 거래와 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1825년엔 세계 최초의 금융위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1820년대 중반 무렵부터 민중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함으로써 세계는 민주주의 시대로 이행할 단계를 밟는다. 근대의 출발점에 대한 존슨의 주장은 책장을 넘기면서 점점 더 설득력을 얻어 간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4월에는 오페라 한편 볼까

    4월에는 오페라 한편 볼까

    새봄을 맞아 유쾌한 희극의 사랑, 처연한 비극의 사랑을 변주하는 오페라 두 편이 잇따라 관객을 찾는다. 19세기 초 스페인의 시골마을을 무대로 한 ‘사랑의 묘약’(왼쪽)과 18세기 프랑스 파리 사교계를 배경으로 한 ‘라 트라비아타’(오른쪽)가 각각 다음 달 3~4일, 다음 달 24~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른다. 솔오페라단이 이탈리아 로마오페라극장과 공동 제작하는 ‘사랑의 묘약’은 중세의 전설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등장하는 사랑의 묘약을 패러디한 도니체티(1797~1848)의 대표작이다. 속임수와 고비를 딛고 사랑을 쟁취하는 시골 청년 네모리노, 이를 이용하는 약장수 둘카마라, 미모와 지성에 재력까지 뭐 하나 빠질 것 없지만 진실한 사랑을 갈구해 온 농장주의 딸 아디나의 이야기가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된다. 이 오페라에서 많은 관객들이 고대하는 아리아는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다. 네모리노의 진심에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아디나를 바라보며 네모리노가 사랑의 벅찬 기쁨을 노래하는 곡이다. 희극답게 흥이 넘치는 극 속에서 도니체티 특유의 진지함과 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탈리아 소프라노 다니엘라 브루에라와 소프라노 김희정이 아디나, 이탈리아 테너 카탈로 카푸토와 테너 전병호가 네모리노를 열연한다. 3만~20만원. 1544-9373. 국립오페라단은 베르디(1813~1901)의 ‘라 트라비아타’(길을 잘못 든 여자라는 뜻)를 현대적 감각의 연출로 7년 만에 재해석한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동백꽃 여인’을 원작으로 하는 ‘라 트라비아타’는 상류사회의 위선을 꼬집는 동시에 인습에 갇힌 인간성,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묻는 오페라의 바이블이다. 술과 파티로 나날을 보내는 파리 사교계의 고급 창녀 비올레타는 순수한 청년 알프레도의 사랑 고백에 처음엔 코웃음 치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인다. 두 사람은 미련 없이 파리 교외로 그들만의 삶을 찾아 떠나지만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비올레타를 찾아와 아들을 단념하라고 요구한다. 알프레도가 비올레타의 진심을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는 폐결핵을 앓는 비올레타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이후다. 독일 오페라 지휘자 파트릭 랑에와 프랑스 연출가 아흐로 베르나르가 협업하는 가운데 러시아 소프라노 알비나 샤기무라토바가 비올레타 역, 테너 강요셉이 알프레도 역, 바리톤 유동직과 한명원이 제르몽 역으로 각각 참여한다. 1만~15만원. (02)586-5284.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준의 바다 맛 기행] (6) 힘이 불끈 개불

    [김준의 바다 맛 기행] (6) 힘이 불끈 개불

    “어머, 징그러워~.” 앞서 가던 아가씨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남자의 팔에 매달렸다. 함지박에 담긴 개불을 보고 기겁했다. 남자는 이런 여자 친구가 싫지 않은 얼굴이다. 장난기가 발동한 것일까. “한 접시 먹고 가자”며 여자 친구의 손을 붙잡고 충남 안면도 백사장 해변의 한 횟집으로 들어갔다. 모양새를 보면 망측스럽다. ‘개의 불알’이라니. 싱싱하고 맛있는 광어, 돔 등 회를 시켜놓고 기다리는 동안 어지간한 횟집이면 영락없이 초다짐거리(식사 전의 입가심 음식)로 올라오는 녀석이다. 처음엔 기겁했던 여자도 한 번 먹어 본 후로는 젓가락이 바쁘다. 달짝지근하고 쫄깃한 씹는 맛에 주문한 광어회가 올라온 후에도 개불로 향한 젓가락은 멈추질 않는다. ‘우해이어보’는 개불을 ‘해음경’(海陰莖)이라 했다. ‘우해이어보’는 18세기 경남 진해로 유배 온 담정 김려가 신기한 어류를 접하고 저술한 책이다. 단순한 어보가 아니라 시인의 감성으로 어촌 풍습과 바다 생물을 기록했다. 개불에 대한 그의 기록을 보자. “해음경은 모양이 말의 음경과 같다. 머리와 꼬리가 없고 입은 하나만 있다. 바다 밑 바위에 붙어서 꿈틀대는데 자르면 피가 난다. 해음경을 깨끗이 말려 가늘게 갈아서 젖을 섞어 음위(남자 생식기가 위축되는 병)에 바르면 바로 발기한다.” 개불은 겨울에 15~30㎝ 깊이에서 산다. 여름에는 1m 이상 깊은 곳에서 ‘여름잠’을 잔다. 겨울철에 먹이활동이 활발해 통통하고 맛이 좋으며 잡기도 쉽다. 보통 연안의 사니질에 서식한다. 항문으로 물을 뿜어내며 두 개의 구멍을 만든 뒤 U자형의 터널 속에서 산다. 개불이 클수록 구멍 간의 거리도 길다. 여름철도 아닌데 안면도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모여 야단법석이다. 가까이 가보니 개불을 잡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얼마나 깊이 들어갔는지 삽자루가 다 들어가도록 파내도 녀석은 보이질 않았다. 삽질하던 주민은 목이 탔던지 막걸리를 들고 벌컥벌컥 병나발을 불었다. 개불잡이는 체력이 관건이다. 아무리 건장한 사람이라도 서너 마리를 잡고 나면 나가떨어진다. 그래도 꾸역꾸역 철을 맞아 개불잡이에 나서는 것은 그게 큰돈이 돼서가 아니다. 맛, 그렇다. 순전히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맛, 그것 때문이다. 바닷물이 들자 안면도 해수욕장에서 개불을 잡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이 바닷물이 고여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손질을 시작했다. 머리와 꼬리를 자르자 내장이 쏙 빠졌다. 즉석에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초장에 찍어 먹었다. 남해의 개불 잡는 모습은 매우 독특하다. 12월부터 1월 사이에 쟁기로 무논을 갈듯 배에 갈고리 네 쌍을 달고 천천히 이동하며 바닥을 헤집는다. 그러면 개펄 구멍 속에 살던 개불이 갈고리에 걸려 나온다. 마치 배가 바다 위로 큰 풍선을 달고 있는 모습이다. 이 풍선을 ‘물보’라고 한다. 백합 주산지였던 부안과 김제, 그리고 군산에 이르는 새만금 개펄에도 개불이 많았다. 여기선 개불을 잡는 데 ‘뽐뿌배’라는 도구를 이용한다. 남해에서 사용하는 갈고리 대신 수백개의 강력한 물줄기로 개펄을 헤집어 잡는다. 개불은 물론 백합과 동죽 등 개펄 생물을 싹쓸이했다. 남해의 개불잡이가 소로 쟁기질하는 것이라면 새만금에서는 저인망으로 바닥을 긁는 것과 같았다. 전남 강진 도암만의 개불잡이는 마을 공동 작업이다. 주민들이 정해진 날에 참여해 개불을 잡는다. 개불 산지로 이름난 사초리는 마을에서 5분 거리인 복섬에서 주로 잡는다. 쇠스랑으로 개펄을 파서 헤집어 떠오른 개불을 뜰채나 삼태기로 건진다. 마을 앞 논들은 한때 개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개펄에 의지해 낙지도 잡고 굴도 까고 바지락도 캐며 생활했다. 당시 주민들은 개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상품가치도 없고 찾는 사람도 많지 않았기 때문. 그러다 간척과 함께 바지락도 굴도 개불도 사라졌다. 개불이 다시 마을에 나타난 것은 10여년 전이다. 그 사이 개불이 참살이식품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인기가 급등했다. 마을 주민들도 모두 개불을 잡는 날이면 열일 제쳐 두고 참여한다. 잠깐 물때에 수십 만원 벌이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3월 초에 개불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글 사진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joonkim@jeri.re.kr ■ 어떻게 먹을까 개불은 어느 수산시장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경남 남해나 사천, 전남 강진이나 완도, 충남 태안과 서산 지역의 수산시장을 기웃거리는 것이 좋다. ‘손도(남해 삼동면의 해안 마을) 개불 먹지 않고 남해 구경 했다고 말하지 말라’는 얘기가 헛말이 아니다. 지족해협에서 사온 개불을 손질하는데 선홍빛에 껍질이 두껍다. 좋은 개불이 갖춰야 할 조건이다. 지족수산시장에서 한 마리에 1000원씩 하는 손도 개불 열다섯 마리를 샀다. 집에 와서 손질해 보니 색깔과 두께가 장난이 아니다. 개불 중에 최상품이다. 회로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태안에서는 개불을 돼지고기 대신 넣어 김치찌개를 만들기도 한다. 꾸덕꾸덕 말린 뒤 양념을 곁들여 곱창구이처럼 요리하거나, 석쇠에 손질된 개불을 올리고 직접 구워 먹기도 한다. 개불은 글리신이나 알라닌 같은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어 단맛이 난다. 요리가 간단하고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성질 급한 술꾼들은 주문한 회가 나오기 전에 개불에 소주 몇 잔을 돌려야 성이 찬다. 남성 기능 강화에 좋다는 소문도 있지만 남자들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 독도 고지도 등 50점 전시… ‘日 침탈’ 눈으로 본다

    독도 고지도 등 50점 전시… ‘日 침탈’ 눈으로 본다

    해군사관학교(경남 창원시 진해구)는 19일 독도박물관과 공동으로 대한민국 독도 영유권의 당위성을 알리는 독도특별전시회를 교내 박물관에서 다음 달 18일까지 한 달 동안 개최한다고 밝혔다. 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독도 관련 고문서와 고지도, 각종 사진자료, 회화작품 등 50여점의 유물과 자료를 전시한다. 우리 역사 속의 독도 기록, 일본에서의 독도 인식, 서양고지도 속의 독도, 독도 영유권의 정당성, 해군과 독도 수호 등 5가지 주제로 나누어 전시한다.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 영토로 표기된 ‘해좌전도’(1822년 제작), ‘대조선국전도’(조선 후기 제작) 등 조선에서 제작된 지도와 ‘대일본급조선청국전도’, ‘조선국세견전도’, ‘대일본분견신도’ 등 일본에서 제작된 지도를 통해 당시 조선과 일본인이 독도가 조선의 고유 영토임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일본의 독도 침탈 과정을 보여 주는 ‘일본각의 결정문’과 ‘시마네현 고시 40호’ 등의 일본 고문서도 선보인다. 독도 자료 전시 외에도 18세기 중엽에 제작된 서양의 고지도 10여점을 ‘잃어버린 바다 조선해’를 주제로 전시한다. 이를 통해 일본해로 불리는 동해가 과거 조선해로 명명됐던 사실과 한반도 및 조선해까지 빼앗은 일본의 침탈 야욕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회를 공동 주관한 독도박물관은 울릉도·독도의 역사와 문화, 독도영유권 자료 등을 연구·전시·홍보하기 위해 1997년 울릉도에 개관한 독도 관련 전문 박물관이다. 이학수 해사박물관장은 “관람객들이 독도 특별전시회에 전시된 각종 역사적 자료를 보면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 독도 교육의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시회가 열리는 해사박물관은 진해 군항제 기간인 4월 1일부터 10일까지는 일반에 개방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그 외 기간에는 해사 홈페이지나 전화(055-549-1121)로 관람 신청을 한 뒤 방문하면 된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자발적 죽음을 보는 유럽인들의 시각은

    자발적 죽음을 보는 유럽인들의 시각은

    자살의 역사/조르주 미누아 지음/이세진 옮김/그린비/516쪽/2만 9000원 세계적인 자살률, 처지를 비관한 자살, 나약한 의지의 발로…. 연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식이 들려오고 그 원인을 분석하려는 시도도 꾸준히 이어진다. 생활고, 실연, 치욕, 폭력, 이런저런 이유에 우울증까지 갖다 붙이면서 자살을 선택한 이유를 꼽아낸다. 그러나 자살이라는 것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말처럼 이유를 단순화할 수 없다. 오히려 알베르 카뮈의 말대로 자살은 “심각하고 유일한 철학적 문제”다. 과연 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철학의 근본적인 문제로 소급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역사학자 조르주 미누아가 쓴 ‘자살의 역사’는 자발적 죽음에 대한 오랜 논쟁 중에서도 16~18세기 유럽의 자살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이 시기를 ‘자발적 죽음에 대한 성찰이 각별했던’ 때로 봤다. 중세 말인 16세기까지 자살은 신의 섭리에 대한 불복종이자 살인으로 여겨졌다. 때문에 자살자의 시신은 가혹행위를 당하고 재산은 몰수됐다. 감춰야 할 일이었던 탓에 당연히 기록도 파편적으로 남아 있다. 시인 루크레티우스, 정치가 브루투스나 세네카 같은 유명한 자살 사례가 중세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다. 그렇다고 자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귀족에게는 간접 자살이라는 대체행위가 있었다. 유희적 자살이라고 불리는 마상시합이나 자발적 순교로 포장한 전쟁이다. 르네상스 시기에도 자살은 대체로 비난을 받았지만 문학과 연극판에서는 그에 대해 다른 시선을 보였다. 인쇄기술의 발달로 루크레티우스, 브루투스, 세네카 등의 전기물이 읽히면서 존경할 만한 인물들이 ‘왜 자살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햄릿’과 같은 연극무대를 통해 생과 사를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이 거듭 투영되면서 자살이 하나의 개인행동이라는 의식이 싹텄다. 계몽주의로 넘어가는 18세기 초 영국에서 처음으로 ‘자기 살해’를 ‘자살’(suicide)로 불렀다. 영국에서 매주 ‘사망 내역’을 실은 신문이 발간됐고 유서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실연, 가정불화, 수치, 회한 등 일반적인 인생사가 자살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자살에 대한 평가는 다른 양상이었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자살의 ‘계급 차별’이다. 귀족이나 지성인의 자살은 명예 회복의 길이요, 지적 성찰과 회한의 결과로 봤다. 그러나 평민의 자살은 비참하고 지난한 현실의 결과나 책임 회피로 치부됐다. 책은 19~20세기 자살의 원인과 평가도 언급하면서 차근차근 핵심으로 다가간다. 자살 논쟁이 치열했던 16~18세기에는 인간의 자유라는 문제에 대해 깊은 성찰을 했지만, 19~20세기에는 자살에 사회·심리학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개인의 죄의식을 부추기고 집권층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자살을 은폐해 오히려 논쟁과 고민이 퇴행됐다고 분석한다. 죽음보다는 삶이 낫다는 전제로 고통을 견디고서라도 살아야만 한다고 강요하지는 않는지, 자살의 과거사를 탐구하면서 ‘죽음 윤리’를 환기시킨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300년전 세계, 맛에 눈 뜨다

    300년전 세계, 맛에 눈 뜨다

    18세기의 맛/안대회 외 22인 지음/열린 책들/320쪽/1만 8800원 ‘미각’이란 키워드로 동서양의 문화현상을 파헤친 책이다.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23명이 저마다의 시각으로 동서양의 맛과 그 맛에 얽힌 흥미로운 현상을 살폈다. 18세기에는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고급스러운 음식이 대중화 되고, 이국적 음식이 세계화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 또 저급한 감각으로 치부되어온 맛에 대한 담론이 본격적으로 문화의 전면에 등장했다. 금욕과 절제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욕망을 추구하고 소비를 과시하는 취향의 대중화도 시작됐다. 음식의 맛은 혀끝의 감각에만 한정되지 않고 문화와 교류, 경제와 사회의 복잡한 세계사를 인드라(고대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전쟁의 신으로,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에 해당)의 그물망처럼 얼기설기 엮어주는 그물코가 된다. 18세기는 교류의 시대였다. 조선에 들어온 고추는 고추장의 형태로 제왕의 식탁에 올랐다. 입맛이 까다로웠던 영조는 50대 중반부터 매콤달콤한 고추장 없이는 밥을 못 먹는 지경이 돼 자신이 세운 탕평책을 간접적으로 부정하는 사헌부의 지평(정오품 관리) 조종부(趙宗溥)는 미워해도 그 집 고추장을 좋아해 그것만은 도저히 미워할 수 없었다. 18세기 봄 노량진과 마포 등 한강 하류에는 복어들이 떼지어 올라왔다. 당시 한반도에선 이곳에서 복어가 가장 많이 잡히고 맛이 좋았다. 서울 봄철의 으뜸가는 풍미였던 복어의 치명적인 맛에는 스릴이 있었다. 영의정을 지낸 최석정(崔錫鼎)은 복어를 먹고 거의 죽을 뻔하기도 했다. 정조·순조 연간의 저명한 시인 신위(申緯)는 복을 즐겼으나 한 번은 복어를 먹지 못한 채 봄을 보내자 “복사꽃 피고 진 뒤 빈 가지만 마주하다니. 서글퍼라! 하돈(河豚·복어의 한자어) 맛도 모르고 지났구나”란 시를 짓기도 했다. 18세기 초 영국 빈민가에는 진(gin) 광풍이 거셌다. 값이 싼데다 조금만 마셔도 쉽게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국 정부는 노동자들의 생산력을 떨어뜨리는 진은 적극 규제했지만 비위생적인 물의 대체제였던 맥주는 오히려 권장했다. 아랍에서 전래돼 ‘천천히 퍼지는 독약’으로 불린 커피는 프랑스 대혁명을 일깨운 계몽주의 운동의 촉매제였다. 1868년 파리에서 문을 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카페인 ‘카페 프로코프’에는 볼테르, 루소, 디드로 등 많은 철학자들이 드나들었고 위대한 사상가 몽테스키외는 베스트셀러 소설 ‘페르시아인의 편지’에서 카페 프로코프를 묘사하기도 했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푸틴, 우크라 국경에 軍 전투준비 훈련 명령

    푸틴, 우크라 국경에 軍 전투준비 훈련 명령

    우크라이나 남쪽 크림반도가 분리 위기에 놓였다. 과도정부를 비난하는 친러시아 집회가 연일 열리고, 러시아 의회는 크림반도를 흡수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친러시아와 친우크라이나 시위대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군의 전투준비 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긴급훈련을 지시하면서 크림반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부에 주둔하는 군의 전투준비 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긴급훈련을 지시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26~27일에는 고도의 경계 상태에 돌입하고, 28일부터는 실제 기동훈련이 시작된다”면서 “다음 달 3일까지 계속되는 훈련에는 발트해와 북해함대, 공군 등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크림반도와 흑해 함대 인근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번 군 훈련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직접 관련이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날 크림반도 흑해연안 항구 도시 세바스토폴 등지에서는 친러시아 집회가 나흘째 열렸다. 이들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축출한 수도 키예프의 시위대를 “강도”라고 비난했으며, 일부는 분단을 촉구했다.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집회가 열리던 날 시의회청사에는 러시아 국기가 휘날리고 러시아 장갑차와 군인들이 거리에 나타났다. 전날 크림반도 주도(州都) 심페로폴을 방문한 러시아 하원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권 국가 모임)위원회 위원장 레이니트 슬루츠키 의원은 시위대에 “러시아어를 쓰는 동포가 안전에 위협을 받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크림반도 주민이 러시아에 병합해 달라고 요청하면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국적을 빠르게 취득하게 해 주는 법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림반도는 18세기부터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1954년 우크라이나로 넘어왔다. 인구 200만명 중 러시아인 60%, 우크라이나인 25%, 타타르인 12%로 러시아계가 압도적이어서 러시아로 병합을 원하는 주민이 많다. 그러나 스탈린에게 핍박을 받아 중앙아시아로 쫓겨난 타타르인의 러시아에 대한 반감도 못지않게 크다. 타타르인 2만여명이 친우크라이나 시위를 하던 중 친러시아 집회 참가자들과 충돌해 20명이 다치기도 했다. 19세기 중반에는 러시아 제국의 남하 정책에 맞서 오스만튀르크·영국·프랑스 등이 연합한 ‘크림전쟁’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과도정부는 크림반도의 분리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임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존을 위협하고 분리독립의 신호를 보내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공연단신]

    베를린바로크솔리스텐 22일 내한공연 독일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주요 단원들로 이뤄진 실내악단 베를린바로크솔리스텐과 베를린필 수석 플루티스트인 에마누엘 파후드가 17~18세기 바로크 음악의 진수를 들려준다. 오는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다. 1995년 창단된 이후 바로크 음악 해석에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 주고 있는 베를린바로크솔리스텐은 이번 연주회에서 바흐와 텔레만, 바흐의 둘째 아들인 C P E 바흐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3만~12만원. (02)580-1300. 아르코 젊은 예술가 시리즈 ‘전야’ 공연 ‘아르코(ARKO)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 시리즈’의 하나인 ‘전야’가 오는 20~23일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에서 막을 올린다. ‘전야’는 기상청이 홍수경보를 발령하면서 남녀 주인공들이 집 안으로 대피해 지내던 중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갈등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명의 영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일상의 균열과 불안을 새롭게 비춘다. 1만 5000원. 010-7176-5649.
  • 책 한 페이지를 넘기자 혁명의 페이지가 시작됐다

    책 한 페이지를 넘기자 혁명의 페이지가 시작됐다

    ‘무엇이 세상을 바꾸는가’라는 질문을 놓고 인류의 역사를 들여다보자. 인류의 발명품 중에서도 으뜸인 인쇄술의 발달로 책이 대량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사고의 폭은 이전의 세상에 비해 확실히 넓어졌을 것이다. 사고의 변화를 이끌었으니 책이 변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사료와 해석을 담은 책 2권이 번역 출간됐다. 프랑스 아날학파의 창시자인 뤼시앵 페브르와 도서관·문헌학자인 앙리 장마르탱이 공동집필한 ‘책의 탄생’(돌베개 펴냄, 강주헌·배영란 옮김)은 문헌사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책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방식으로 지식을 전파하며 사회변혁을 이끌었는지를 처음으로 전방위적으로 분석한 책으로 프랑스의 저명한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앙리 베르가 기획한 ‘인류의 진화’ 총서 중 49권에 해당한다. 1958년 프랑스 파리의 알뱅 미셸 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왔으며 반세기 만에 국내에 번역출간됐다. ‘책의 탄생’을 기획하고 편집방향을 잡은 뤼시앵 페브르의 책 예찬론을 들어보자. 그는 “책은 위대한 영혼들이 남긴 사상을 되살려내는 동시에 그 사상들에 미증유의 힘을 실어주었다. 그들의 작품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재편집됨으로써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널리 확산되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파고들었다”면서 “인쇄된 책이 세계를 지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며 특색이길 바란다”고 했다. 이 책의 대부분을 집필한 장마르탱은 “책이라는 것은 사람이 갖고 있는 신념을 눈에 보이는 실체로 보여주고(…) 스스로의 확신과 신념을 더욱 심화시키고 구체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뿐 아니라 책에는 망설이던 사람들까지도 함께 엮어 가담시켜 주는 힘이 있다”며 책을 가장 강력한 사회변화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종교개혁은 확실히 인쇄술과 인쇄기의 덕을 톡톡히 봤다. 루터는 들으면 그때뿐인 말로 하는 설교가 아니라 인쇄된 벽보로써 종교개혁 운동을 시작한다. 루터는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의 아우구스티누스 성당 정문에 면죄부 판매에 대한 반박문을 벽보로 붙였다. 반박문은 독일어로 요약되어 벽보 형태로 인쇄된 뒤 독일 전역에 배포돼 불과 2주 만에 그 내용이 도처에 알려졌다. 루터는 면죄부에 대한 반박문에 이어 설교집과 교화서, 논쟁집을 독일어로 여러 편 써서 책으로 만들었다. 가볍고 쉽게 들춰볼 수 있는 책들이 활판인쇄술을 이용해 깔끔한 판본으로 제작돼 독일 전역에서 다시 인쇄됐다. 독일 전역에서 종교개혁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던 1520~1530년 배포된 소책자의 수는 630개 정도로 집계됐다. 1518~1535년 판매된 독일어 책 가운데 3분의1 이상이 루터의 저서였다. 설교집 ‘면죄부와 신의 은총’은 스무 차례 이상 재인쇄됐고 또 다른 설교집 ‘예수의 성스러운 고난에 관하여’는 알려진 판본만 20여종이다. 루터의 ‘신학서’와 ‘주기도문 해설’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루터는 인쇄업자들에게 ‘확실하게 돈이 되는 작가’였다. 당시 독일 인쇄소 70여곳 가운데 45군데가 루터의 저서를 작업한 것으로 집계된다. 루터의 저서는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지로 유입돼 유럽 전역에 종교개혁의 물결을 퍼뜨렸다. 로버트 단턴은 명저 ‘책과 혁명’(알마 펴냄, 주명철 옮김)의 제3부를 ‘책이 혁명을 일으키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한다. 단턴은 계몽주의 고전들이 1789년 프랑스 혁명을 촉발했다는 기존 정설을 뒤집었다. 관습적인 고전목록 대신 당시 사람들이 실제로 체험한 문학에 주목하라고 주문한다. 그는 프랑스 혁명 당시 금지된 포르노 소설, SF, 중상비방 문학 같은 베스트셀러 도서를 조사해 보면 앙시앵레짐(구체제)의 붕괴를 좀 더 가까이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책 후반부에는 작자 미상의 포르노 소설 ‘계몽사상가 테레즈, 또는 디라그 신부와 에라디스양의 사건에 대한 보고서’, 메르시에의 공상소설 ‘2440년, 한 번쯤 꾸어봄 직한 꿈’, 드 메로베르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정치적 중상비방문 ‘뒤바리 백작부인에 관한 일화’ 등 18세기 프랑스 부르주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작품이 실려 있다. 그는 “이 책들이 감정을 폭발적으로 자극해 당시 사람들의 봉건적 인식체계를 뒤흔들었다”면서 “평등이라는 관념은 계몽서적의 우아한 논증으로부터 대중에게 인식된 것이 아니라 계층을 뛰어넘는 연애담을 통해 감각적으로 서서히 스며들었다”고 밝혔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자저실기(심노숭 지음, 안대회·김보성 외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을 살았던 학자이자 문인인 심노숭(1762~1837)의 자서전 ‘자저실기’(自著實紀)를 완역한 책이다. 심노숭은 노론시파의 강경파인 심낙수의 아들로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우한 정치적 삶을 살았지만 타고난 감성으로 소품문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출중한 문학작품을 남겼다. 세기의 로맨티시스트로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던 그는 인생에서 특별한 일을 겪을 때마다 반드시 붓을 들어 기록을 남겼으며 이 책은 그 ‘기록벽’의 산물이다. 다른 문집들처럼 후대의 평가를 인식한 자기검열도 없이 그는 자신의 일상과 풍속, 그가 목도한 사건·사고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신랄하게 폭로했다. 심지어 자신의 시시콜콜한 인생사와 버릇, 일상 속 치부와 솔직한 감정을 적나라하게 글로 옮겼다. 산뜻하고 해학 넘치는 이야기, 세밀하고도 사실적인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역사가 들려주지 못한 당시 지배층과 사회이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764쪽. 3만 2000원. 세계 전쟁사 사전(조지 차일즈 콘 엮음, 조행복 옮김, 산처럼 펴냄) 4000년에 걸친 인류 역사에서 동서양 기록 속에 나타난 전쟁에 관한 정보를 담았다. 기원전 1700년에 일어난 히타이트 전쟁부터 최근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전쟁, 혁명, 봉기, 분쟁과 내전, 군사폭동, 학살, 포위공격, 독립전쟁, 원정 등 무력을 동원한 모든 집단행동을 포괄했다. 1, 2차 세계 대전과 한국전쟁을 포함해 1800여 전쟁을 다뤘다. 전쟁의 발발 원인부터 전개 상황, 종전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군사적 상황을 중심으로 전개하지만 여기에 영향을 끼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요인을 함께 서술함으로써 전쟁이 무력 충돌 그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전쟁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거대한 비극을 낳는다. 지리적으로 주변 국가나 집단에 영향을 미치며, 시간적으로는 몇 세대까지 뒤흔들어 놓는다. 전쟁에 대한 문명사적 접근을 통해 전쟁으로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운다. 1376쪽. 7만 8000원.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남태현 지음, 창비 펴냄)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는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반영하지 못한다. 심지어 선거제도 자체가 민의를 배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워싱턴 DC 근교 솔즈베리대학의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는 책에서 정치인과 정치가 사람들을 수시로 배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정치제도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한국현대사의 사례를 통해 심도 있게 논의한다. 이어 ‘한 표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반면 ‘종교’와 ‘돈’은 얼마나 큰 힘을 지녔는지를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논의한다. 저자는 정치의 참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신념, 즉 선거만능주의의 함정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혁명이 불가능한 시대, 대의민주주의의 제도적 한계 안에서 진정한 변화는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민주주의와 정치의 정의에서 출발해 현실정치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한국의 사례로 풀어냈다. 340쪽. 1만 5000원. 서점 VS 서점(로라 J 밀러 지음, 박운규·이상훈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오늘날의 자본주의적 소비는 서점이라는 공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책은 미국 도서산업의 초기부터 현대의 대형 체인서점에 이르기까지 서점의 변천 과정과 소비문화를 자본주의 관점에서 다뤘다. 서점의 상업화 과정, 대기업으로 성장한 체인서점과 지역 독립서점 간의 갈등, 서점 직원의 노동과 독자의 서점 이용방식 등 쟁점을 통해 서점의 역할과 의미를 두루 살폈다. 미국 문화에서 소매업과 소비가 갖는 의미, 미국사회에서 책이 차지하는 위치도 포함됐다. 저자는 참고문헌 외에 도서산업 종사자와 서점을 방문한 독자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도서산업, 특히 서점이 변화해 온 과정을 설명했다. 미국서점의 사례이긴 하지만 기업화된 체인서점과 지역을 기반으로 한 독립서점의 갈등과 긴장관계 등 한국의 서점이 직면한 문제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충분히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424쪽. 3만 8000원.
  • [영화 多樂房] ‘베일을 쓴 소녀’

    [영화 多樂房] ‘베일을 쓴 소녀’

    ‘여고’나 ‘군대’, 혹은 ‘교도소’처럼 살짝 엿보고 싶은 공간이 있다. 아니, 누군가에게는 엿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공간 말이다. 이러한 호기심은 많은 감독으로 하여금 그곳에 카메라를 들이대도록 만들었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풍경 속에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 관객들이 깨닫게 되는 것은 그 커뮤니티 역시 평범한 사회의 축소판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엿보고 싶은 공간의 끝장판이랄까, 18세기 수녀원의 담을 넘은 프랑스 기욤 니클루 감독의 ‘베일을 쓴 소녀’(23일 개봉)도 어느 사회에나 도사리고 있는 인물들의 비뚤어진 본성과 욕망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열여섯 살의 수잔이 겪게 되는 일련의 잔혹사는 수녀원이라는 공간이 가진 일반적인 이미지, 즉 사랑이나 자비와 같은 종교적 가치를 거스르고 있기에 적잖이 충격적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수잔은 가족들에게 수녀가 될 것을 강요당한다. 수잔은 수녀원에 와서도 이를 끝까지 거부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가 기절한 사이 수녀 서원을 마친 상태가 돼 있다. 여기에 새로 부임한 크리스틴 원장수녀는 보수적인 규율로 기강을 잡고, 수잔이 그녀에게 복종하지 않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맑았던 수잔의 영혼은 동료들의 무시와 외부와의 단절로 혼탁해지고, 싱그러웠던 그녀의 육체는 금식 및 독방 감금 등의 처벌로 만신창이가 돼 간다. 크리스틴은 수잔을 철저히 짓밟아 나가는데, 종교와 결탁한 그녀의 권력은 실로 공포스럽다. 자신의 의중에 반하는 것을 절대자에 대한 도전으로 치부하고, 한 사람을 순식간에 마귀 들린 인간으로 매도하는 크리스틴의 행위는 종교적 위세를 등에 업었기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곡절 끝에 수녀원을 옮긴 수잔은 그곳에서 크리스틴과 전혀 다른 유형의 유트롭 원장수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처음부터 수잔에게 과도한 애정을 표현하더니 급기야 한밤중에 수잔의 침대를 급습하기에 이른다.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 않음에도 이자벨 위페르가 분한 유트롭 캐릭터의 비중은 이 영화에서 절대적이다. 수녀원이나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사건이야 문학과 영화에서 종종 사용돼 온 소재들이지만 유트롭은 가해자의 전형성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그녀는 자신의 넘치는 감수성을 주체하지 못하고 웃지 못할 상황극을 만들며 묘한 동정심까지 이끌어 낸다. 그러나 그녀 역시 원장수녀로는 부적합할뿐더러 욕망을 위해 자신의 공적 위치를 이용하는 인간이기는 크리스틴과 마찬가지다. 영화가 조명하는 것은 명백하게도 한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층의 실태다. 감독은 이러한 보편적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폭력적 이미지들을 최대한 자제하는 한편, 수녀원을 일부러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묘사하는 대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결국 우리가 이 영화를 통해 보게 되는 것은 수녀들의 은밀한 생활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수잔이 온 힘을 다해 수녀원을 빠져나오는 낙관적 결말도 부디 현실과 맞닿아 있길 소망한다. 청소년 관람 불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개천에서 용 나게 한 조선시대 과거제는 왕조 500년 이끈 힘

    개천에서 용 나게 한 조선시대 과거제는 왕조 500년 이끈 힘

    한영우(76) 서울대 명예교수는 조선시대 과거제도에 대해 “개천에서 용을 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주장해 왔다. 조선은 능력을 존중하는 시험제도인 과거로 부단하게 계층의 순환을 이어 갔고, 문벌 독점과 횡포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500년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한 교수는 그 근거랄 수 있는 ‘과거, 출세의 사다리’(지식산업사)를 최근 완간했다. 4권으로 낸 책은 한 교수가 지난 5년간 조선시대 문과 급제자 1만 4615명을 분석하고, 200자 원고지 1만 2000여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원고로 추려 내놓은 역작이다. 1권은 태조~선조, 2권은 광해군부터 영조, 3권은 정조~철종, 4권은 고종 시대를 조명한다. 한 교수는 “통계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가운데 근거가 박약한 자료를 가지고 양반 특권층이 세습했다고 주장하거나, 최근 전산화된 급제자 명단인 ‘방목’만을 이용해 통계를 제시하면서 조선 사회의 폐쇄성과 경직성을 증명했다”고 꼬집었다. ‘방목’에는 급제자의 이름, 전력, 벼슬, 내외 4대조(직계 3대조와 외조), 성관(본관)이 적혀 있다. 급제자의 일부만 기록한 데다 이마저도 자세히 적은 것이 아니라 자료로서 한계가 크다. 보통 본관에 따라 양반과 중인, 평민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이를 급제자의 출신으로 적용하기에는 위험하다. 고관대작에 올랐다가도 왕대가 바뀌면서 평민으로 전락하기도 하고, 중인 가문에서 문과 급제자를 배출한 경우 스스로를 양반이라고 자처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급제자들을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실록’과 ‘족보’, 서얼의 역사를 기록한 ‘규사’, 향리 역사를 담은 ‘연조귀감’, 일제강점기에 편찬된 ‘청구씨보’와 ‘만성대동보’,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 낸 ‘전주이씨과거급제자총람’까지 살폈다. 연구 결과 조선 초기만 해도 신분이 낮은 급제자의 비율이 전체의 40~50%에 이르렀다. 16세기 후반 이후부터 양반의 벼슬 세습이 굳어졌지만, 18세기 중반 이후 양반 이외 출신들의 급제 비율이 다시 높아져 정조 53.02%, 순조 54.05%, 헌종 50.98%, 철종 48.19%를 보였다. 고종 대에는 이 비율이 58.61%에 달했다. 양반이라는 특권층이 권력과 부를 세습적으로 독점하고 평민과 노비를 지배했다는 통념을 뒤집는 자료다. “조선 사회는 폐쇄성과 탄력성, 개방성이 교차하는 이중적인 사회였고, 이는 과거제도로 가능했다”는 한 교수는 “과거제도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정승과 판서에 오를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던졌다”고 평가했다. 노학자의 공력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옛말이 돼 버린 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아빠! 어디가?(MBC 일요일 오후 4시 55분) 아이와 아빠가 함께한 1년여의 시간을 기념하기 위해 제주도에 온 가족들. 아쉬운 마지막 여정에도 어느덧 밤이 찾아왔다. 아빠들은 아이들과 따뜻한 추억을 남기고자 손수 캠프파이어 자리를 마련했다. 여전히 의견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면서도 직접 준비한 캠프파이어에 열광할 아이들을 기대하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특별기획 대하드라마 정도전(KBS1 토요일 밤 9시 40분) 북원과의 화친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정도전은 최영의 반대에 부딪히고, 북원 사신의 영접사로 가기를 거부한다. 이에 대신들이 태후에게 정도전을 참형하도록 주청하자 최영은 정도전을 잡으려고 성균관으로 달려간다. ■사랑해서 남 주나(MBC 토요일 밤 8시 45분) 순애와 연애를 하고 있다고 밝히는 현수. 유라와 유진은 반발한다. 순애는 심란하지만, 현수를 위해 내색하지 않는다. 유진은 미주를 만나 현수와 순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순애가 자신을 위로했던 일을 기억해 낸 유진은 두 사람의 연애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15분) 2006년 8월. 한 여성이 프랑스 파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성과 결혼을 꿈꿨으나, 집안에서 반대가 심해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이름은 장금송. 북한 최고 권력자 김정일 위원장의 조카이자, 김일성 주석의 외손녀였는데…. ■전기현의 씨네뮤직(OBS 토요일 밤 9시 15분) 신년특집을 맞아 예술가의 삶 시리즈 ‘작곡가 편’을 방송한다. 서양음악사에 위대한 작곡가들의 삶을 영상으로 옮긴 영화들을 통해, 작곡가들의 삶과 예술 세계를 만나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18세기 초 베니스의 안토니오 비발디 등을 차례로 조명한다. ■생활의 달인(SBS 일요일 오전 10시 45분) 반평생 탕수육과 함께해온 탕수육계의 국가대표들이 자신만의 제조 비법을 전격 공개한다. 찹쌀 탕수육을 선보이는 권혁남 달인부터 고기의 수분을 제거하면서 튀김옷이 부서지지 않는 방법을 공개한다는 한재호 도전자까지.각양각색 탕수육의 매력에 빠져본다. ■대한민국 힐링 프로젝트 화풀이(EBS 일요일 밤 8시 25분) 눈만 마주쳤다 하면 욕설과 폭언이 오가는 모녀가 있다. 엄마가 화를 돋운다며 막말을 일삼는 서른 중반의 딸과 딸 때문에 화가 나 눈물 마를 때가 없다는 예순의 엄마가 있다. 엄마는 6년 전 자신이 이혼하자 딸이 변했다면서 ‘화풀이 집’의 문을 두드린다.
  • [길섶에서] 하이힐/문소영 논설위원

    굽이 높은 하이힐은 프랑스 왕 루이 14세 베르사유 궁에서 시작됐다. 루이 14세는 귀족과 차별된 왕의 권위를 최대화, 최적화하고자 왕궁에 화장실을 짓지 않았고, 그 탓에 베르사유 정원에는 인간의 배설물이 쌓였는데 귀족들이 이들을 피하고자 하이힐을 신었다는 것이다. 루이 14세의 초상화나 17~18세기 프랑스 남자 귀족의 초상화를 보면 통굽으로 보이는 힐을 신었다. 퐁피두 부인과 같은 여자 귀족들은 드레스 때문에 구두 코만 보이니 굽을 확인할 수가 없다. 현대에 와서 남성들은 굽이 없는 평평한 구두를 신고, 여성들은 점점 더 굽이 높아지는 하이힐에 도전하고 있다. 섹시 여배우인 메릴린 먼로의 뒤뚱거리는 오리걸음은 하이힐 덕분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이힐=섹시’라는 등식이 성립돼 노소를 불문하고 유행이다. 지난 12일 미국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엠마 톰슨이 굽 높이 10㎝쯤 보이는 하이힐을 집어던지며, “건강을 위해 더 이상 신지 말자”고 했단다. 몸으로 먹고사는 직업군은 섹시보다 건강이 최고라는 지론 탓에 톰슨의 언행에 박수를 보낸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사설] 새 추기경에 지워진 사회통합의 무거운 과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를 새로운 추기경으로 지명했다. 염 대주교는 새달 22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리는 서임식에서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에 오른다. 우리는 외래인의 선교가 아니라 서학(西學)을 학문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가톨릭의 교리를 터득하고 신앙으로 발전시켰다. 교회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자생적 발생 및 전교 과정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염 대주교 역시 18세기 천주교를 받아들인 뒤 박해를 피해 옹기장이로 살면서 신앙을 지켜온 순교자 집안의 후손이다. 가톨릭 교세가 전 세계적으로 활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도 한국은 500만 신도를 자랑하며 날로 교세를 키워가고 있다. 바티칸의 새로운 추기경 지명은 한국교회에 대한 정당한 평가이자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아달라는 기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종교 지도자는 해당 종교의 리더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가톨릭 지도자들은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로 20세기 후반 우리 사회의 갈등을 봉합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전파한 상생(相生)의 메시지는 아직도 국민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산업화 과정 이후에는 양극화라는 새로운 갈등의 골이 우리 사회의 앞날을 다시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염 대주교가 정식으로 추기경에 오르면 한국은 정진석 추기경과 함께 복수 추기경 시대를 맞는다. 사회통합을 위한 가톨릭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서울대교구 대변인은 추기경 서임의 의미를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라는 뜻’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기대와 다르지 않다. 염 추기경 지명자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이른바 시국미사에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로 갈려 있는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을 치유하려면 추기경이 먼저 가톨릭 내부의 다른 목소리부터 이해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부디 새로운 추기경이 우리 사회를 아우르는 통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염 추기경의 서임에 거듭 축하를 보낸다.
  • “1mm만 헛디뎌도…” 죽음의 절벽서 외줄 타는 男

    “1mm만 헛디뎌도…” 죽음의 절벽서 외줄 타는 男

    1mm만 발을 헛디뎌도 300m 아래로 추락하는 위험천만한 절벽에서 외줄을 타는 간 큰 남성의 모습이 포착돼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사진 속 용감무쌍한 주인공은 아크로바틱 퍼포먼서인 플로리안 에브너이며 이를 카메라 렌즈에 담은 이는 역시 ‘한 용기’ 자랑하는 모험 전문 사진작가 마르틴 루거다. 두 명의 모험가가 선정한 촬영장소는 북부 알프스에서 동쪽에 위치한 돌로미티케 산맥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해당 지역에서 사진촬영을 진행해온 루거는 “산맥의 노을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이를 배경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에브너는 단순히 로프를 타는 것뿐이 아니라 두 손을 떼고 발로만 무게 중심을 잡는 등 아찔한 장면을 여러 번 연출했다. 물론 산악 등반 전문가와 동행해 철저히 안전장치를 설치한 상태에서 줄타기를 했지만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이에 루거는 “에브너와 나는 그 누구도 시도할 수 없는 가장 독보적인 장면을 촬영하고자 했다”며 “그래서 선택한 곳이 이 곳이고 매우 만족한다. 물론 위험하긴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촬영이 진행된 돌로미티케 산맥은 최고봉인 마르몰라다산(3,343m)을 비롯해 3,000m급의 고봉이 18개나 솟아 있으며 카르스트, 빙하기 지형 등을 골고루 갖추어 지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소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수직 절벽과 깊은 계곡들이 특징이며 지난 2009년 6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또한 돌로미티케라는 명칭은 18세기 프랑스 지질학자인 디외도네 돌로미외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질학 용어인 ‘돌로마이트(백운암)’의 기원이 됐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글로벌 시대] 장인정신과 책임의식/정일용 OECD 한국대표부 공사

    [글로벌 시대] 장인정신과 책임의식/정일용 OECD 한국대표부 공사

    유럽, 특히 프랑스를 여행한 사람들은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함과 정교함에 놀란다. 궁전뿐만 아니라 피부에 튀어나온 핏줄까지 표현한 대리석 조각품을 보면 그 정교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작품들을 볼 때마다 그런 정교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궁금했다. 유럽은 중세시대부터 장인이라는 제도가 잘 발달했다. 당시에는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아 대부분의 책은 필사본이라 책값이 웬만한 집 한 채 값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학교에서 교과서나 기술서적 등을 통해 혼자서도 기술을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중세 때는 책이 귀했고 기술관련 서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장인 밑에서 일을 도와주면서 배울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유럽에서 도제제도가 발전하게 된 계기이다. 견습생은 장인 밑에서 오랜 기간 수련을 거쳐야 장인이 될 수 있었다. 지금도 독일에서는 마이스터라고 부르는 장인이 있는데, 마이스터가 되면 그 분야 최고기술자로 대우를 받고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학·석사급 대우를 받는다. 중세 장인들은 대부분 수공업분야에 종사하였고 자신이 직접 상품을 만들어 팔았기 때문에 자기 상품에 대한 책임의식이 강했다. 요즘도 유명 브랜드가 고가의 상품으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데, 중세에도 유명한 장인들의 상품은 비싸게 팔렸다. 자기가 만들고 판매한 상품에 대한 자부심은 결국 상품에 대한 책임의식에서 나온다. 그래서 장인들은 자신만의 독특함을 보여주면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18세기에 시작된 산업혁명에 의한 표준화된 대량생산방식으로 장인정신이 많이 퇴색하긴 했으나 아직도 일부 고가 상품들은 소위 명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싶어하는 상품으로 남아 있다. 세계화시대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은 자기 일에 대한 책임의식과 열정이며, 학벌이 아니라 능력이다. 유럽 국가들은 1992년 소위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단일 국가형태의 유럽연합(EU)을 출범시켰고,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한 일환으로 유럽통합자격체제(European Qualification Framework)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자격의 중요 요소를 지식(knowledge), 기술능력(skills)과 역량(competence)의 3개 범주로 나누고, 특히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역량이란 지식과 기술능력을 종합적으로 사용하고 자기주도적으로 지식과 기술능력을 개발하는 능력을 말한다. 유럽통합자격체제 하에서 역량은 크게 책임의식과 자율성으로 구성된다. 그만큼 책임의식을 개인능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우수한 장인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의 물결 속에 장인들은 역사 속에 묻혀 가고 있지만, 그 DNA는 국제기능올림픽 18차례 종합우승이라는 성취 속에서 아직도 숨쉬고 있다. 장인의 진정한 모습은 기술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에서 나오며, 자부심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장인정신을 꽃피우는 밑거름이 된다. 창조경제나 능력중심사회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성취해야 할 과제이다. 장인이 대우받는 사회, 학벌이 아니라 능력중심사회, 그리고 학교 폭력과 사이버 폭력이 없는 사회를 꿈꾼다면, 먼저 자기 일에 충실하며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책임의식을 느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식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책임의식을 갖게 하는 교육이 강조되어야 학생들의 꿈과 끼가 실현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 [기고] ‘명품 세종시’ 만들기, 공직자가 동참해야/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기고] ‘명품 세종시’ 만들기, 공직자가 동참해야/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정부기관들의 세종시 이전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세종시는 이를 맞이할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 현재도 출퇴근 시간에는 대도시를 방불케 하는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주차장도 늘 포화 상태이다. 먼저 입주한 사람들의 불만이 여전히 만만찮다. 이전한 공무원들도 이런저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내려왔는데 이것저것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하지만 세종시 건설은 이미 세계적 관심사가 되었다. 세계 도시학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세계 도시건설사를 보면 18세기에는 미국의 워싱턴 DC가, 19세기에는 프랑스 파리 개조사업이, 20세기에는 브라질의 브라질리아가, 그리고 21세기 들어와서는 대한민국의 세종시가 가장 큰 관심을 모은 도시개발사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종시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 21세기 이념이 잘 담긴 도시이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민주적인 도시, 직업과 계층을 넘어 소통하는 도시, 문화가 있고 자연이 함께하는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세종시 기본구상을 위한 국제 현상공모에 참여한 세계적 작가와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키워드이다. 정부청사가 섬처럼 고립되지 않고 도시와 소통하는 개방형 행정타운을 지향했고,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친근감이 있는 민주적인 청사를 추구했다. 부처에 따라 청사 1층을 문화·여가 공간으로 개방하고 보안장치는 층 단위로 설치하는 것도 논의됐다. 자동차에 빼앗긴 도시를 사람 중심도시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도 담겨 있다. 새 도시 인구의 80%를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정류장의 도보권에 배치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걷는 사람을 배려하는 도로체계를 계획했다. 차 없이도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자동차 도로율과 주차장 규모를 낮추어 계획했다. 대신에 세계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은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를 위한 전용도로를 많이 계획했고, 세계적 수준의 문화시설과 학교가 건설되고 있다. 건설 지역 전체 면적의 52%를 공원·녹지로 계획, 어디에서나 자연과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신도시를 건설할 때 계획된 시설을 일시에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건설 초기에는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드러난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렸다. 이 점에서 세종시는 계획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에너지를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고 건설 과정에서도 관련기관 모두가 최선을 다하리라고 믿는다.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뜻 속에서 건설되고 있는 21세기 선도도시이다. 현재 제기된 문제의 대부분은 도시가 다 건설되고 나면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건설 초기에 나타난 문제로 인해 세종시가 추구하고 있는 깊은 뜻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워싱턴 DC와 브라질리아가 세계적 명소로 알려졌는데, 앞으로 세종시가 당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건설되면 이를 능가하는 명품도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거시적인 시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인내와 슬기가 필요한 때다. 여기에 공직자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석가삼존도 ‘100년의 유랑’ 끝내다

    석가삼존도 ‘100년의 유랑’ 끝내다

    가로·세로 각 3m가 넘는 조선후기의 대형 불화(佛畵)인 ‘석가삼존도’가 100여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미국 버지니아주 노포크의 허미티지 박물관이 소장하던 18세기 비단 채색 불화 1점을 국내에 환수했다고 7일 밝혔다. 가로 318.5㎝, 세로 315㎝인 대형 불화는 1730년대 제작된 사찰 대웅전의 후불탱화(後佛幀畵·불단 뒤쪽 벽에 거는 족자에 그린 불화)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날 공개된 불화는 설법하는 석가모니 부처를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그려 넣고 10대 제자인 아난존자와 가섭존자를 석가모니 앞에 크게 강조해 넣었다. 조선불화 전문가인 김승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장은 “기존 불화에서 제자들을 상단부에 작게 그려 넣은 것과 달리 전면에 대화하는 모습으로 부각시킨 것이 특징”이라면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파격적 도상과 등장인물의 섬세한 표정 묘사가 불화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이며, 18세기 민화의 양식까지 포괄하고 있어 더욱 희귀한 그림”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불화의 제작연대를 1730년대로 보고 있다. 불화는 일제강점기 초반 국내 어느 사찰에서 무단으로 뜯겨 일본에 반출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 과정에서 일본 미술품상인 야마나카 상회에 넘겨져 보수됐고 이후 1942년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 박물관에 잠시 전시된 후 미국 내 미술관과 미술품 시장을 전전했다. 불화는 1954년 버지니아주 노포크 박물관에 장기대여 형태로 전시됐다가 1973년 허미티지 박물관에 들어간 뒤에는 둥글게 말려 천장에 매달린 채 40여년간 보관돼 왔다. 반환 협상은 문화재청의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사회공헌활동에 동참한 미국계 기업(라이엇 게임 코리아)이 허미티지 박물관에 3억여원의 운영기금을 기부함으로써 성사됐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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