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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시설 퇴소자를 도웁시다”

    ‘고아원을 퇴소하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둥지를….’ 3일 오전 서울 구로구 오류역광장에서는 아동복지시설(고아원)을 퇴소하는 청소년들에게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자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한국 둥지만들어주기 운동본부’ 창립식을 겸해 열린 이날 행사는 만 17세가 된 후 고아원을 퇴소하는 청소년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추진위원장인 김지평씨는 “고아원에서 생활하던 청소년들이 만 17세가 되면 정부에서 주는 200만∼300만원의 정착금을 들고 퇴소한다.”면서 “아무런 연고가 없는 망망대해에 버려지는 아이들의 서러움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앞으로 1000만명 서명운동을 벌여 정부 지원 조기 확대와 1촌 맺어주기 운동으로 전세자금 대여, 임대아파트 얻어주기, 공장 및 학교 기숙사 우선 입실 등의 사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작사가 김지평씨와 시인 김유권씨, 송희순 실크로드 대표, 임종윤 전 고등법원부장판사, 코미디언 조정현씨 등 21명이 설립 발기인 및 창립 임원진으로 참가했다. 한편 지난해 말 현재 전국 282개 아동복지시설에 1만 9151명의 아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으며, 연평균 1000명 가량의 청소년이 시설에서 퇴소하고 있다. 문의 02)861-6665.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남자들처럼 털보라서 고민-Q여사에게 물어보세요(43)

    17세의 문학소녀입니다. 꿈이 부푼 이 나이에 털보라면 누구나 징그럽다고 할 것입니다. 팔, 다리. 심지어 콧등, 턱(남자들처럼) 이마 얼굴 전면에 까만 털이 납니다. 친구들의 찡그리는 얼굴 때문에 털을 족집게로 뽑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전부 없앨 수 있을까요? 집안에 그런 내력이 없는 걸 보니 선천적인 것은 아닌 줄 압니다. 또 6대영양소는 충분히 섭취합니다. <경북 대구 한소녀> <의견> 면도해도 상관없어요 아마 다모증(多毛症)이라는 것인가봅니다. 피부과 전문의 김풍명(金豊明)씨는 말하고 있읍니다. 다모증(多毛症)에는 5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유전에 의한 것이고 제일 많은 경우입니다. 어머니가 다모증(多毛症)일때 딸에게 유전되는 경향이라고 합니다. 둘째 점이 많으면서 털이 나는 증세는 부신피질「호르몬」 과다분비로 오는 것이며 다른 세가지는 너무 전문적인 용어가 동원되므로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치료는 물론 전문의의 진단 결과에 따라 근본적으로 손을 대야겠지만 몇가지 자기가 할 수 있는 처치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피부과 전문의원에서 조제하는 털뽑는 「왁스」는 벌꿀과 송진을 혼합해서 만든 것입니다. 이 「왁스」는 털을 부드럽게 해주므로 족집게로 뽑아 버리리가 쉽습니다. 이 밖에도 황산 「바리움」이나 「옥시풀」을 발라 뽑기도 합니다. 면도하면 털이 굵어진다는둥 털이 더 난다는둥 속설이 있으나 면도를 해도 상관 없다는 김풍명(金豊明)씨의 권고입니다. 「갈바니」전류로 하는 전기치료는 85%~90%의 치료율입니다. <Q> [ 선데이서울 69년 9/7 제2권 36호 통권 제50호 ]
  • 납북고교생 5명 살아있는듯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으로 알려진 김영남씨 등 지난 1977∼78년 납북된 고교생 5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27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요코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김영남(당시 16세), 이민교(18세), 최승민(16세), 이명우(17세), 홍건표(17세)씨 등 5명은 지난 77∼78년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과 신안 홍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된 뒤 최근까지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정보위원들은 “당시 서해안 해수욕장에서 납북된 김씨 등 고교생 5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국정원측이 보고했다.”면서 “과거 간첩사건에 대한 수사와 탈북자 조사과정에서 납북 고교생들이 북한에서 ‘이남화 공작 교관’으로 활동중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부 정보위원들은 평양에서 열렸던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정부가 이 문제를 공식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보위원은 이 문제에 대한 향후 정부 대응과 관련,“명분을 내세워 시끄럽게 함으로써 북한측을 자극하지 않고, 조용하게 (송환을)설득하겠다는 입장을 국정원이 밝혔다.”고 전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마포 발바리’ 잡혔다

    ‘마포 발바리’ 잡혔다

    서울 중·서부 일대에서 13명의 여성들을 잇달아 성폭행해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이른바 ‘마포 발바리’가 마침내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7일 마포구 아현동과 서대문구 충정로, 중구 만리동 등에서 16건의 성폭행과 강도·절도 사건을 저지른 혐의로 김모(31·금천구 시흥동)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올 1월10일 오후 마포구 신공덕동 한 주택의 열린 문을 통해 들어가 잠자고 있던 A(20·여)씨를 흉기로 위협, 성폭행하는 등 지난해 1월부터 1년여간 16차례에 걸쳐 강도·강간을 저질러 13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8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학생 1명, 중·고생 4명, 성인 8명이 성폭행을 당했다. 경찰은 “확인된 16건 외에도 성폭행 1건과 강도 1건, 절도 6건 등 8건의 추가 범행을 자백받았으며 현재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 자백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면 전체 범행건수는 24건으로 늘어난다. ●강·절도 등 8건 추가범행 자백 김씨는 주택가를 배회하다 방범이 허술해 보이는 집을 범행대상으로 찍었다. 성폭행 13건 가운데 8건이 열린 문을 통해 들어간 경우다. 문이 잠겼을 때에는 “복덕방에서 옆집을 보러 왔다.”고 속이고 문을 열게 하거나 외출에서 돌아오는 여성을 뒤따라 들어갔다. 범행을 마친 뒤에는 피해자 집의 현관문 손잡이 등에 남은 지문을 지우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왜 저질렀나? 김씨는 “동거녀와 헤어진 뒤 성욕을 충족시키고 동거녀를 찾을 돈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마포구와 서대문구에서 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17세 때부터 이 일대에서 살아 지리를 잘 알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해 1월 첫 범행 이후 5개월간 동거녀를 찾으러 부산에 다녀왔다. 지난해 9월에도 2개월 동안 동거녀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훔친 귀금속은 남대문 시장에 내다 팔았고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는 제품번호로 꼬리가 잡힐 것을 우려해 부숴 버렸다.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훔친 수표 뒷면에 가명과 가짜 주민번호를 사용했고 7번째 범행 뒤에는 피해자 앞에서 휴대전화로 “○○야, 올라오지마.”라고 가명을 부르는 등 공범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어떻게 잡았나? 경찰은 지난해 12월9일 서대문구 충정로 빈집 절도사건 현장의 깨진 현관문 유리에서 채취한 혈흔이 연쇄 성폭행범의 것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연쇄 성폭행이 처음 일어난 지난해 1월 이후 마포 일대에서 발생한 1762건의 강·절도 사건을 전면 재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올 1월6일 김씨가 서대문구 아현동에서 70만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를 날치기해 이중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한 신발가게에서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 김씨가 수표 뒷면에 이서할 때 사용한 이름이 사건현장에서 공범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불렀던 이름과 같은 점에 주목했다. 경찰은 수표를 정밀감식해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김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26일 오전 관악구 신림동의 한 모텔에서 김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일단 27일 새벽 지난해 8월과 올 1월 발생한 강·절도를 적용해 김씨를 구속하고 27일 아침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김씨의 유전자(DNA)가 13건의 성폭행과 1건의 절도사건 용의자의 것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사건 관련 보도가 나간 이후 더 이상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면서 “그동안 잡힐까봐 불안해 매일 성당에 다니며 기도했는데 홀어머니 때문에 자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 검거에 공을 세운 마포경찰서 이관형 경사와 김양준 경장을 1계급 특진시켰다. 윤설영 이재훈기자 snow0@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7) ‘나’의 말과 ‘그것’의 말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7) ‘나’의 말과 ‘그것’의 말

    ‘나’(I)라는 대명사는 자연의 생물학적 본능(It)이 사회화한 사회적 욕망의 무의식인 ‘그것’(It)의 기반에서 자란 어떤 가상(假像)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나’라는 자의식은 거품과 같은 환상이고, 실상은 ‘그것’이라는 무의식의 말이다. 라캉의 생각에 설득력이 붙는다. 일상생활에서 ‘내’가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나의 말은 사회적 소유욕의 무의식인 ‘그것’이 나의 자존심의 덩어리를 빌려서 말하는 꼴이다. 이 글은 16회의 생각을 좀 더 연장시켜서 우리가 쓰는 말과 연관시켜 보려고 한다. 인간의 의식은 자의식과 같은 개념이다. 자의식은 사회생활에서 남들과 자기를 분별하는 심리와 같다. 사회생활에서 모든 이는 다 자기 우선의 생각으로 살아간다. 이것이 인간의 이기심이다. 이 이기심은 생물학적으로 동물의 살려는 맹목적 생존의지의 본능과 통한다. 동물의 본능은 생물학적 생존의지의 유지로 끝나지만, 인간의 자연적 본능은 생물학적 생존의지에서 사회학적 생존욕으로 이행하면서 지능이 본능을 대신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이기심은 사회적 이기심이고, 이것은 생물학적 본능의 생존의지가 사회생활에서 언어활동을 하는 주체로서의 자의식으로 변용된 것이다. 맹목적으로 살려는 생물학적 본능이 인간에게 사회학적 지능으로 자리바꿈하였다는 것은 사회적인 지배자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소유욕과 같다. 헤겔과 마르크스가 이것을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이라고 읽었다. 사회생활은 곧 언어생활이다. 이 언어생활은 사회생활에서 각자가 자기의 지배욕을 남들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소유욕의 표현이다. 인간의 생존욕은 사회적 지배욕과 같은 의미다. 인간은 인정받기 위하여 지식을 쌓고 출세도 하고 부자가 되려고 안간힘을 쓴다. 인간의 지배욕은 언어생활에 인간이 가입할 수밖에 없는 유아기부터 시작된다.(16회 글) 인간은 타인들로부터 말을 배운다. 자기의 지배욕은 타인들로부터 익힌 지배욕의 반영이다. 이것을 정신분석가인 구조주의자 라캉(16회 글)은 ‘거울의 단계’라고 불렀다. 라캉에 의하면 생후 6∼18개월의 아기는 아직도 스스로 자의식도 없고 자존심도 형성되기 이전이다. 아기가 거울을 보면서 거울에 비친 자기영상이 타자의 영상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다가 그 영상이 곧 자기 자신의 반영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이 말은 인간이 사회생활의 와중에서 원초적으로 타자로부터 자기의 욕망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라캉이 말한 ‘거울의 단계’는 사회적 타자의 말이 자기의 말이 되는 무의식의 형성단계를 상징한 것이겠다. 그와 함께 타자의 말속에 잠재된 소유욕이 자기의 소유욕으로 탈바꿈한다. 나의 욕망은 사실상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형성되어 온 사회적 욕망의 언어적 굴레를 벗어날 길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나를 둘러싼 타자들로부터 말을 배웠고, 그 타자들의 소유욕에 무의식적으로 전염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타인들을 닮아 있으면서 그 타인들을 같은 소유의 경쟁자로 간주한다. 고대 그리스의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아들 오이디푸스가 그의 생부와 싸워 죽인 살부의 행위는 인간의 사회적 무의식의 이중성을 반영한 것이겠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와 너무 닮았고, 동시에 그의 적수다. 인간은 남과 닮지 않기 위해 자기 것을 소유하려 한다. 그래서 패션도 유니크한 것을 찾는다. 그러나 결국 모든 패션은 다 유행으로 같아진다. 인간은 자기 것을 찾으면서 결국 다 타자의 것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유행의 장난이다. 나의 소유욕은 타자가 준 것이라면, 왜 ‘나’라는 자존심에 인간은 그렇게 목숨을 거는가? 그것은 의식이 나와 남을 확실하게 나누기 때문이다. 의식이 말을 하면서 나의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고, 내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은 사회생활의 대결에서 자란 나의 자존심이 굴종과 상처를 입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나의 의식은 무의식적으로 생긴 사회적 지배욕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 한다. 남으로부터 부러움과 선망을 얻기 위함이다. 나만이 이기적이 아니다. 모두가 다 이기적이다. 그러므로 이기심은 사회학적 공동의 욕망이고, 이 욕망은 내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미 있어 온 공통 무의식과 다를 바가 없다. 결국 이기심은 모두가 다 소유하고 있는 것이고, 자의식은 각자의 언어활동에서 생긴 ‘나’라는 대명사의 자존심을 남들에게 으스대고 싶은 이기심의 산물이다. 자의식은 사실상 일반적인 무의식적 이기심의 반영에 불과하므로 ‘내가 생각한다.’는 의식의 말은 사실상 ‘사회적 무의식이 다 생각한다.’는 것을 자기화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사회적 무의식의 소유욕이 한 언어권에서 일반적으로 강렬한 것일수록 개인으로서의 나도 그것을 소유하려고 강렬히 바란다. 그런 점에서 소유욕은 객관적 대상을 좇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욕망을 나도 욕망하려는 것과 같다. 이것은 한 시대에 사람들이 자기만의 것을 찾지만, 결국 다 유행의 무의식적 속성에 함께 섞이고 마는 것과 유사하다. 자의식은 소유적 무의식의 한 표피적 현상에 불과하다. 소유적 공통 무의식의 말을 라캉은 ‘그것이 말한다.’(It speaks)로 표현한다. 의식의 말인 ‘나는 말한다.’(I speak)는 기실 무의식의 말인 ‘그것이 말한다.’(It speaks)의 한 표피적 껍데기에 불과한 셈이다.‘그것’은 자아 이전에 이미 사회언어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공동의 업장과 유사하다 하겠다. 20세기 러시아인으로 미국에 귀화한 언어학자 야콥슨은 그의 저서인 ‘일반언어학시론-I’에서 인간이 말을 배움에서 가장 늦게 배우는 것이 1인칭 대명사, 지시사, 전치사들이고, 또 언어상실의 과정에서 가장 먼저 증발되는 것이 역시 늦게 익히는 1인칭 대명사, 지시사, 전치사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저 품사들의 내용이 무의식에 깊이 소유되지 않기 때문이겠다. 그렇다면 ‘나’(I)라는 대명사는 자연의 생물학적 본능(It)이 사회화한 사회적 욕망의 무의식인 ‘그것’(It)의 기반에서 자란 어떤 가상(假像)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나’라는 자의식은 거품과 같은 환상이고, 실상은 ‘그것’이라는 무의식의 말이다. 라캉의 생각에 설득력이 붙는다. 일상생활에서 ‘내’가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나의 말은 사회적 소유욕의 무의식인 ‘그것’이 나의 자존심의 덩어리를 빌려서 말하는 꼴이다. 내가 나의 개성미를 추구하는 패션을 의식하지만, 결국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시대의 유행인 ‘그것’의 구조 아래서 내가 춤을 추는 것과 같다 하겠다. 이것이 불교의 업감연기설과 유사하다는 것이다.(16회 글) 그런데 또 다른 무의식의 말이 있다. 이것이 본성의 말이다.(1·16회의 글) 이 본성의 말을 하이데거는 ‘그것’(It)의 말이라고 불렀다. 그가 말한 ‘그것’의 말은 라캉이 말한 ‘그것’의 말과 다르다. 왜냐하면 전자는 존재의 말이지만, 후자는 소유의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 다 자의식의 말을 중시하지 않는 데서 서로 비슷하기도 하다.17세기 프랑스의 데카르트가 말한 ‘내가 생각한다.’(cogito)의 철학은 의식의 주체로서 내가 진리를 소유해야 확실하다는 주장을 함축하고 있다. 진리의 소유주로서 내가 명증하게 말한다. 이것이 합리적 진리의식이고, 소유의식이다. 그러나 하이데거에 의하면 저런 자의식의 철학은 자의식 중심주의가 되어서 절대로 우주와 세상을 존재하는 그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소책자인 ‘휴머니즘에 대한 편지’에서 ‘존재는 그것 자체’(Being is It itself.)라고 표명했다. 이것은 수수께끼 같은 말장난이 아니다. 하이데거는 해체철학의 선구자로서 모든 종류의 중심주의를 싫어한다. 재래의 서양철학은 고중세의 신중심주의에서 근현대의 인간중심주의로 생각의 중심을 옮긴 것이다. 생각의 중심이 이동한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의 질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중심주의는 신이나 인간이 모든 우주의 진리를 소유하는 주체라는 생각에서 전혀 변동이 없다. 말하자면 인격적 중심주의는 소유론의 진리를 반영하는 셈이다. 해체철학은 소유론을 해체시키고 세상을 원초적으로 존재하는 그대로 놓아두는 사상을 말한다. 세상의 필연성인 ‘그것’에 따라 세상을 편안하게 놓아두는 사상이 ‘나중심’과 ‘우리중심’이 될 수 없다. 그 사상은 중심을 모르는 ‘그것’의 사유라 할 수밖에 없다. 세상의 필연성인 ‘그것’은 삼라만상에 다 적용된다. 신과 인간을 비롯한 삼라만상에 다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의 의식이 소유하거나 장악할 수 있는 개별적 존재자들(beings)이 아니고, 자연성으로서의 절대무(絶對無)인 원기(元氣=potency)의 욕망과 같다고 하이데거는 ‘휴머니즘에 관한 편지’에서 설파했다. 그 절대무의 욕망은 타자를 소유하지 않고, 타자가 존재하도록 힘을 증여하는 원력과 같다. 절대무는 인격적 중심이 없기 때문이다. 절대무는 허무가 아니라 오히려 무진장한 기(氣)의 저장고를 뜻한다. 존재는 ‘그것’이 자신의 기를 증여하는 것(It gives)이라고 하이데거가 봤다. 이런 절대무의 사상이 14세기 가톨릭 교회의 수사였던 독일의 에카르트에게 나타났다.“신은 무엇이며 누구인가? 나는 대답한다. 신은 그것(Isness)이다.”“신은 무(nothingness)다. 신은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이런 것이나 저런 것이 아니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a beingless being)다.” 재래의 전통신학에서 말하는 신중심사상이 인간중심의 소유적 진리의지를 무의식적으로 절대화하기 위한 작업이라면, 에카르트는 그런 소유론적 신학사상을 해체시키려는 존재론적 신학사상을 선구적으로 펼쳤다고 볼 수 있다. 절대자인 신이 소유한 진리의지는 반드시 다른 절대자가 생각한 진리의지와 충돌을 일으킨다. 각 절대자의 진리의지는 인간들이 생각한 자의식의 진리의지를 무의식적으로 절대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각각 절대자를 숭배하는 다른 종교들 간의 전쟁이 성전의 이름으로 예나 이제나 역사를 장식한다. 절대자의 신격화를 해체시키는 길은 신을 ‘그것’,‘무’,‘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사유하는 절대무의 신학이겠다. 이것을 에카르트는 신성이라고 읽었다. 인간이 무의 본성을 닮으려는 한에서, 인간은 무의식의 본성인 무의 ‘그것’에서 그리스도를 본다. 바깥에서 전지전능한 절대자로서의 신을 보지 말고, 마음의 본성 안에서 그리스도가 자라게 하는 것이 미래 신학의 길이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동네북’ 럼즈펠드

    미국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24일(현지시간) 10대 소년 6명으로부터 고소당했다. 뉴욕 거주 10대 소년 6명은 소장을 통해 “국방부가 16살의 청소년들에 관한 정보까지 부적절하게 수집한 뒤 3년을 초과해 보관했고 인종과 민족, 성별, 사회보장 번호 등에 관한 기록을 불법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2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6∼17세 학생인 원고들은 “모병관이 자신들을 접촉했으며 자신들에 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시켜 달라고 명백히 요청했는데도 계속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원이 국방부의 데이터베이스를 불법으로 선언해 군 당국이 더 이상 부적절한 기록을 보관하지 못하도록 할 것과 배상금 지급을 요구했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 전쟁으로 모병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청년 1200만명의 학년과 사회보장 번호 등 개인 정보를 관리해 왔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원주민 소녀의 꿈’ 아이비리그 감동

    한 캐나다 ‘원주민 소녀’의 꿈이 국경을 넘어 미국 대학마저 감동시켰다. 책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이 소녀는 자신이 사는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도서관 설립을 보는 게 꿈이었다. 그녀가 도서관 설립에 나선 것은 불과 13살 때였다. 어린 소녀의 꿈과 노력은 미국 최고 명문인 ‘아이비리그’ 대학마저 감동시켰다. 올해 17세의 고교 졸업반인 소녀에게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이 입학 허가와 4년 전액 장학금을 제안한 것이다. 캐나다 전국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이 22일(현지시간) 1면 머리기사로 몬트리올 원주민 보호구역의 스카웨니오 반스양을 소개했다. 그녀의 이름인 스카웨니오는 원주민 말로 ‘아름다운 언어’라는 뜻이다. 4년 전 9학년생이었던 반스는 방과 후 집에 돌아와도 책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이 원주민 소녀는 절실하게 책을 읽을 장소를 원했다. 소녀는 모하크 지방의회에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소녀의 탄원은 지역 신문에 실리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도서관 설립 운동에 불을 붙였다. 그녀는 10대 잡지인 ‘코스모걸’의 300단어 수필 대회에도 참여했다.‘마을에 도서관을 세우는 자신의 꿈’을 적은 글로 1등에 당선됐다. 그녀의 꿈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캐나다 국립도서관도 반스를 초청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그녀에게 책을 보내왔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신간을 기증했다. 순식간에 3만권이 모아졌다. 2003년 10월4일 마을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도서관 이름은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스카웨니오의 장소’로 지어졌다. 변호사가 꿈인 그녀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지망했다. 입학지원서에 쓴 그녀의 글은 아이비리그 대학 관계자에게 감동을 던졌다. 반스는 원주민 소녀로서 어려운 성장 과정과 원주민들의 척박한 삶을 전했다. 그녀는 13살 때부터 식당에서 일을 해야 했고, 그녀의 부모는 둘다 고교도 졸업하지 못했다. 그녀는 “내일 당장 세상 밖으로 밀려나더라도 내 두 발로 당당히 일어설 수 있다면 좋겠다.”고 글을 마쳤다. 지난달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대학까지 그녀에게 1년에 4만 6000달러(약 46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우리 전통과학 뒤집어보기

    서양의 근대과학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전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과학을 연구하고 생활화했을까. 혹자는 우리 전통과학의 역사에서 과연 ‘과학’이라 할 만한 것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런가 하면 또 한편에선 과학적인 것으로 칭송받는 우리의 몇몇 유물들도 따지고 보면 값싼 국수주의의 산물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리 과학 유물들의 과학성이 서구의 그것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진다는 얘기다. 서울대 국사학과 문중양 교수는 이런 자기비하적인 의구심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서구식 잣대로 우리 과학을 재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가 펴낸 ‘우리 역사 과학기행’(도서출판 동아시아)은 서양 근대과학과는 사뭇 다른 패러다임의 우리 전통과학 세계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우리 전통과학을 그것이 처한 특정한 시대의 사회 문화적 배경 속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복원한다. 고대 신라인들의 하늘에 대한 관념은 우리와 어떻게 달랐는지, 조선 건국을 주도한 사대부들이 어떤 의도로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천문도와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라는 세계지도를 국책사업으로 만들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저자의 표현대로 “그들의 세계관 속에 푹 빠져 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첨성대, 석불사 석굴, 훈민정음, 앙부일구, 금속활자, 거북선, 수표교, 혼천시계, 천하도 등 열여덟 가지 주제를 정해 각 유물에 담긴 의미를 짚어간다. 저자에 따르면 첨성대는 단순한 천문대가 아니다. 첨성대의 기능에 관해 처음으로 언급한 문헌은 15세기말 ‘신증동국여지승람’. 여기에 이후천문(以候天文) 즉 ‘천문을 물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외형상 전혀 천문대일 것 같지 않은 첨성대가 천문대로 알려지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역사 기록에 근거한 것이다. 우리 역사 기록은 첨성대가 근대적인 의미에서 ‘천문을 관측’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천문에 대해 묻던’ 구조물임을 분명히 한다. 천문을 묻는 행위는 단지 천문현상을 관측하는 일 뿐만 아니라 풍년을 기원하고 천변재이로부터 무사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활동까지 포함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첨성대는 1500년전 신라인들의 염원을 담은 상징적 조형물 또는 그 염원을 풀기 위한 일종의 제단이었다는 설이 힘을 얻게 된다. 임진왜란의 일등 공신은 거북선이 아니다(?). 우리에게 거북선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러나 ‘거북선 신화’에만 빠져 있을 뿐 정작 그 거북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싸웠는가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조선의 수군은 이미 판옥선이라는 우수한 군함과 막강한 화력의 화포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거북선은 그 가공할 위력의 판옥선에 덮개를 씌워 ‘돌격용’ 군함으로 조금 개량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거북선은 뚜껑이 덮인 밀폐된 구조였기 때문에 기동성과 전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돌격선으로서 적의 예봉을 꺾는 임무를 수행했을 뿐 조선 수군의 주력은 어디까지나 판옥선이었다. 임진왜란 동안 거북선이 단지 3∼4척밖에 만들어지지 않은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는 것. 요컨대 이순신 장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거북선이 아니라 조선 수군의 대형 화포와 1555년에 개발한 판옥선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비스럽고 미신적이기까지 한 원형 천하도(天下圖)를 통해 조선후기 지식인들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는가 하면, 서양 천문도와 전통 천문도를 단순히 혼합한 것에 불과한 혼천전도(渾天全圖)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기도 한다.17세기 이후 그려진 조선의 이 ‘황당무계한’ 천하도가 비록 객관적인 지리정보를 전해주진 않지만, 그런 천하도의 등장 자체가 유가의 정통적 세계인식에 균열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이학박사 출신의 사학자라는 독특한 지적 배경을 갖고 있는 저자가 내리는 과학유물에 대한 평가는 일견 낯설고 거북스럽게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통과학의 패러다임이 서구 과학의 그것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전제 아래 우리 과학문화를 평가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은 적극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것은 결코 우리의 과학문화유산에 대한 어설픈 지적 분장(扮裝)이 아니기 때문이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세계대학 경쟁력 탐사보고서-명문대 교육혁명] (2) 영국 옥스포드·케임브리지대

    [세계대학 경쟁력 탐사보고서-명문대 교육혁명] (2) 영국 옥스포드·케임브리지대

    |옥스퍼드·케임브리지 함혜리특파원|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사람들은 간단하게 ‘옥스브리지’라고 부른다. 옥스브리지는 섬나라 영국 속의 또 다른 섬과 같은 엘리트 집단으로서 영국 지성계의 양대 축이다. 세계적인 명문으로 전통과 명성을 유지하며 수백년 동안 영국의 ‘인재풀’ 역할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학생, 교수, 연구원 등 옥스브리지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튜터(Tutor) 시스템이라고 하는 개별지도 방식이 그 해답이었다. 두 대학은 실체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많다. 수도원을 중심으로 한 중세의 학문적 공동체에서 출발한 두 대학은 모두 보수적인 전통을 중시한다. 수많은 칼리지들이 모여 이뤄진 거대한 대학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학생들이 모두 기숙생활을 하는 학료(學寮)제도를 택하고 있다. 특히 튜터 시스템은 이들 두 대학이 오래 전부터 유지해 온 특별한 교육시스템이다. 중세의 학문적 공동체를 그 원형으로 삼아 16∼17세기에 발전된 이 교육방식은 빛의 속도로 정보가 오가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두 대학의 교육적 토대가 되고 있다.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의 학생들은 대학(전공)과 각 칼리지의 소속이 된다. 대학에서 일반적인 전공 강의 커리큘럼을 짜고, 강의를 진행한다. 시험도 대학이 주관한다. 반면 개인지도 수업은 각 학생이 속한 칼리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지도교수들을 옥스퍼드에서는 튜터라고 부르고, 케임브리지에서는 슈퍼바이저(Supervisor)라고 부르는 차이는 있으나 소그룹으로 진행되는 지도방식은 같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학생들은 재학 중 에세이 위기(essay crisis)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매주 지도교수와 얼굴을 맞대고 수업하는 개별지도 시간을 위해 에세이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한 탓이다. 학생들은 담당 지도교수를 포함해 학기당 3∼5명의 개인지도가 있다.1주일에 2∼3차례씩 진행되는 개인 수업에서 교수들은 전공 과목의 진도에 맞춰 학생들에게 관련 서적, 논문을 지정해 주고 다음 시간까지 특정 주제에 대해 4∼5쪽 분량의 에세이를 써오도록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작성한 에세이에 대해 교수에게 왜 이렇게 썼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기존 학설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는지 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옥스퍼드대의 엘리자베스 팔레스 교육담당 실무 부총장은 “학생들은 일찍부터 전공 분야의 최고 석학들과 그들의 수준높은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구 그룹의 일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튜터 시스템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교육시스템의 핵심”이라며 “교수의 숫자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좋은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1년에 쓰는 에세이는 평균 50편 정도. 이를 제대로 쓰려면 최소 3권의 책과 2편의 전문 저널을 읽어야 한다. 학부 3년 동안 150편의 에세이를 쓰려면 읽어 치워야 하는 책은 전문저널을 포함해 적어도 750권은 넘는다는 얘기가 된다. 옥스퍼드에서 PPE(철학·정치학·경제학)를 전공하는 김진아(21·세인트 힐다스 칼리지)씨는 “한 문제에 대해 완전하게 이해하고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출 때까지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함께 토론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면서 “적당히 준비했다가는 교수들로부터 면전(面前)에서 엄청나게 공격받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의 장하준 교수는 “실력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많이 읽고, 쓰는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은 죽을 맛이지만 이 수업방식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지식을 쌓게 될 뿐 아니라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터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앨리슨 리처드 케임브리지 부총장은 “개인에게 집중된 교육시스템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유도하고, 학문적 질문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의 결론을 도출해 내는 능력을 키워준다.”며 “이런 방식은 경쟁력이 뛰어난 전문직업인이나 유능한 연구인력이 되기 위한 훌륭한 준비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영국의 대학 입시제도는 선(先)지원·후(後)시험 방식이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들 두 대학은 우수한 학생들을 다른 대학보다 먼저 선발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학생들은 고교졸업을 1년 앞둔 10월부터 서류 접수에 들어간다. 학생들은 AS레벨 점수, 지도교사의 추천서, 자기 소개서, 수학 계획서 등을 첨부해 대입업무 총괄기구인 UCAS를 통해 응시원서를 낸다. 서류심사에 합격한 학생들은 12월 초 대학에 가서 면접을 치른다. 이를 통과하면 A레벨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경우 최종 입학할 수 있다는 ‘조건부 입학허가’를 이듬해 1월에 받는다.8월 A레벨 테스트의 성적이 대학이 제시한 조건에 맞으면 최종으로 입학이 허가된다. 워낙 뛰어난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최종선발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에 입학하는 데 A레벨 테스트 점수 외에 중요한 것은 교수들과의 면접이다. 케임브리지의 케이트 프리티 실무 부총장은 “완성된 지식은 중요하지 않다. 지적인 잠재력을 지닌 학생들이 각자 자기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춰주는 것이 바로 대학과 교수들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옥스포드 총리만 25명 배출 ‘정치 지도자 산실’ 케임브리지 노벨상 수상자 80명 ‘자연과학 메카’ |케임브리지·옥스퍼드 함혜리특파원|케임브리지는 자연과학에서, 옥스퍼드는 인문학에서 각각 전통과 권위를 자랑한다. 중세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고색창연한 케임브리지의 칼리지들을 둘러보다 보면 ‘현대 과학이 케임브리지 없이 과연 존재할 수 있었을까.’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케임브리지는 지금까지 모두 8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케임브리지가 자연과학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은 트리니티 학자들의 공이 크다.31개 칼리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31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자연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또 다른 원동력은 1873년 설립된 카벤디시 연구소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물리학 기초연구소로 정평이 난 카벤디시 연구소는 2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혁신의 전통은 젊은 과학자들에 의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1975년 트리니티 칼리지가 설립한 영국 최초의 사이언스 파크는 컴퓨터 공학과 바이오테크닉 분야에서 영국 최고의 중심지로 꼽힌다. 세인트존스 칼리지도 1987년 기술혁신을 위한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해 대학의 기초적인 연구와 기업의 경제적 효용을 하나로 묶는 산학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수백년의 학문적 전통과 미래기술이 결합된 케임브리지의 창조적 환경에 매료된 세계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는 유럽의 다른 도시를 제쳐두고 케임브리지에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를 설립했다. 소니, 올리베티,AT&T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케임브리지를 유럽 연구거점으로 삼고 있다. 케임브리지에 대한 세계적 기업들의 재정지원은 매년 8% 이상씩 늘고 있다. 현재 4000여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39개의 칼리지로 구성된 옥스퍼드는 노벨상 수상자 수에서는 46명으로 케임브리지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인문학의 전통과 함께 토니 블레어 현 총리를 비롯해 역대 영국 총리 25명을 배출한 것으로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영국뿐 아니라 인디라 간디 인도 전 총리, 맬컴 프레이저와 밥 호프 전 호주 총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옥스퍼드 출신이다. 옥스퍼드의 학생 토론클럽 ‘옥스퍼드 유니언 소사이어티’는 미래 정치지도자들의 역량을 확인하는 데뷔무대 역할을 한다.1823년 귀족출신의 학생 몇몇이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만든 옥스퍼드 연합토론협회가 모태다. 옥스퍼드 유니언 소사이어티에서 윌리엄 글래드스턴 등 5명의 총리들이 정치가의 삶을 시작했다. lotus@seoul.co.kr ■ “하루 일과 오직 공부… 공부” |케임브리지 함혜리특파원|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는 아이작 뉴튼을 배출한 명문으로 수학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조태준(23)씨는 이곳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몇 안되는 한국인 유학생 중 유일한 학부생이다. 다른 케임브리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칼리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태준씨의 하루 일과는 매우 단순하다. 졸업반인 태준씨는 오전 시간은 전공강의를 듣는 데 모두 할애한다. 오후와 저녁은 밀린 공부와 ‘슈퍼비전’이라는 개인지도 수업 준비로 보낸다. “학생들은 하루를 대개 오전, 오후, 저녁으로 쪼개서 생활하는데 세 부분 중 적어도 두 부분은 공부에 할애합니다. 계획한 대로 마치지 못한 분량이 있으면 나머지 시간에 채워야 하기 때문에 하루를 거의 공부하는 데 보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3학기로 나뉘어 진행되는 한 학년 동안 순수 및 응용수학, 이론물리학, 확률·통계 과목을 10∼12개 수강해야 하는 빡빡한 강의 일정에 슈퍼비전까지 제대로 따라가려면 하루 24시간도 모자랄 형편이지만 밤새 공부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는 “케임브리지의 신입생들이 가장 먼저 익히는 것은 시간을 잘 활용하는 법”이라며 자신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태준씨는 중학교 3학년때 혼자 조기유학을 왔다. 케임브리지에 있는 고등학교를 거쳐 2001년 트리니티 칼리지의 공학부에 입학했다.1년을 다닌 뒤 순수학문인 수학에 매료돼 ‘뉴턴의 후예’가 되는 길을 택했다. “자연의 현상을 수학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흥미롭다.”는 태준씨는 “자기 분야에서 확고하게 자리가 잡혔지만 끝없이 연구하는 교수님들과 머리가 비상하면서도 엄청난 노력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큰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명문대로 살아남기 “기부금이 경쟁력” |옥스퍼드·케임브리지 함혜리특파원|옥스브리지가 전통과 권위를 살리면서 미국의 명문대학들 틈에서 톱클래스 대학으로 살아 남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대학의 재정 확충문제다. 옥스브리지는 영국에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고의 명문이지만 하버드나 예일·MIT 등 미국의 명문대보다는 재정이 취약해 21세기에 선도적인 역할을 지속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대학들의 재정이 취약한 중요한 이유는 기부금 규모가 미국의 라이벌 대학에 비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의 기부금 규모는 각각 54억달러와 47억달러다. 미국대학 중 기부금 1위인 하버드대(255억달러)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옥스브리지 졸업생들은 미국 명문대 졸업생보다 기부금을 내는 데 소극적이다. 기부금을 내는 졸업생의 비율은 케임브리지의 경우 10%다. 반면 미국 명문사립인 프린스턴대는 60%에 가깝다. 케임브리지는 기부금을 내는 졸업생의 비율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개교 800주년을 맞는 2009년까지 기부금 10억파운드(약 1조 7000억원)를 모금하는 ‘케임브리지 개교 800주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예일대의 재정담당관을 지낸 앨리슨 리처드 부총장이 캠페인 총책을 맡았다. 리처드 부총장은 “케임브리지가 미국의 대학들을 제치고 과학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유지하려면 연구시설 등 인프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기부금은 미래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계획을 진행하는 데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케임브리지는 이공계 학과의 연구단지를 구성하는 웨스트캠퍼스 개발계획과 남쪽의 아덴브룩병원을 중심으로 한 생의학 단지조성 계획 등 6억파운드(약 1조원)의 투자계획을 세웠다. 옥스퍼드도 런던 금융가에 진출한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기부금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다. 옥스퍼드의 빌 맥밀런 기획담당 실무부총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안정적인 재정과 재정적 독립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스브리지는 또 미국대학들보다 낮은 기부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미국 대학들에 일반화된 최고투자책임자(CIO) 영입도 서두르고 있다. 기부금을 유명 투자회사에 맡겨두고 학내 투자위원회를 통해 감사만 하던 기존의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CIO를 앞세워 헤지펀드 사모펀드(PEF) 등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고수익 부문에 대한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 명문대에 맞서기 위해 옥스브리지는 해외 우수인재들을 유치하는 것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력이 커지면서 국제적인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인도와 중국의 인재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lotus@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6) 마음과 무의식의 중요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6) 마음과 무의식의 중요성

    이 연재를 통하여 인간을 이해하는 열쇠는 이성이 아니라 욕망이라고 하는 말이 여러 번 강조되어 나왔다(1·12회 글). 이성이라는 개념은 인간이 사회생활에서 지적인 분별력으로 생존을 추구하면서도 도덕적 의지로 좋은 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게 하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일컫는다. 인간이 인간에 거는 최고의 신뢰처가 이성이라는 것이다. 이성은 의식의 판단을 신뢰하고 그것을 최고의 진리로 간주한다. 그러나 실제로 인간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지금까지 인간은 이성을 지닌 의식의 존재라고 여겨 이성과 의식의 자각만 강조한 가치론과 당위적 도덕론을 우리는 이제 그만 사용해야겠다. 다 별로 효용도 없는 그럴싸한 명분만 가지고 헛농사를 짓는 셈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무의식이 정신이상자의 영역에 속한다는 무식한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인간들의 실질적 사고방식을 결정하는 요인임을 알지 못하고, 우리는 사회생활의 문제점을 의식의 이성적 판단에 맡겨 해결하려고 애써 왔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적 존재가 아니고 욕망의 존재다. 의식의 이성은 욕망의 무의식을 지우지 못한다. 의식은 빙산처럼 6분의1정도만 표면에 나와 있고, 나머지 6분의5는 무의식으로 바닷물 속에 은닉되어 있다는 항간의 말이 옳다. 우리는 의식과 마음을 구별해야 한다. 의식은 자의식과 동의어로 쓰이고, 이성적 판단을 가능케 해주는 영역이다. 이성적 판단은 진리와 허위를 나누고, 선과 악을 확연히 분별하고, 경제적 이익과 손실을 계산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이성은 의식의 선명한 명증성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식은 물질적 자연처럼 자기자신을 자각하지 못하는 바보와 같은 존재가 아니라, 자각을 통하여 가치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자유의 진원지라고 여긴다. 그러나 마음은 그렇지 않다. 마음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가 세상 만물의 존재방식을 욕망(conatus)이라고 주장하였지만, 불교와 노장사상에서도 삼라만상의 존재방식을 욕망이라고 읽었다. 욕망은 삼라만상이 다 서로 타자와의 상관성을 필연적으로 맺고 있는 관계를 가리킨다. 불교에서 마음을 욕망이라고 부르는데,‘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마음이 지은 것)의 화엄사상은 삼라만상의 일체가 다 마음의 욕망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겠다. 그러므로 마음은 의식과 달리 자연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고, 심물상응(心物相應·마음과 물질이 서로 상응함)으로 생각한다. 인간이든 자연이든 다 욕망이고 마음이다. 단지 인간의 마음이 자연의 마음과 다른 점은 인간은 스스로가 욕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불교에서 유식(唯識·오직 알고 있음)이라 한다. 유식으로서의 인간 마음은 물론 의식과 오감(五感)의 지각을 포함하고 있으나, 이것들은 표피적 마음이고 마음의 핵심은 의식보다 훨씬 깊은 심층적 무의식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무의식의 마음에서 자연과 인간은 서로 상응한다. 그런데 자연의 욕망은 두 가지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본능의 소유적 욕망과 자연성(본성=불성=신성)의 존재론적 욕망이 그것이다. 전자는 먹이사슬의 연쇄적 관계를 말하고, 후자는 삼라만상이 다 타자로부터 존재하기에 필요한 것을 받고 자신도 타자에게 존재하기에 필요한 것을 주는 그런 거래관계를 말한다. 자연성은 심지어 죽음마저도 타자에게 주는 증여로 여겨질 만큼 인간에 의한 사고사를 제외하고 자연사한 주검이 자연 속에 여기저기 널려 있지 않게끔 한다. 자연의 마음이 인간에게 전이된 것을 우리는 무의식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무의식은 자연의 욕망을 인간에게 옮겨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무의식에도 본능적 욕망과 본성적(자연성적=불성적=신성적) 욕망이 깃들어 있다. 인간의 무의식이 곧 자연의 욕망이지만, 하나의 큰 차이점이 있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다. 인간의 언어활동은 곧 인간의 사회생활을 말한다. 이와 동시에 자연의 본능은 인간에게 지능으로 전이되고, 지능에 의하여 인간의 사회생활이 언어활동으로 표현된다. 자연적 본능은 직접적인 먹이사냥으로 생존을 유지하지만, 사회적 지능은 간접적인 우회의 길(지식/권력/돈/명예)을 소유하여 사회적인 인정을 타인들로부터 받으려는 욕망을 추구한다. 인간은 사회생활에서 직접 타인을 먹이로 사냥할 수 없으므로, 간접적으로 타인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타인들이 많이 추구하는 욕망을 쟁취하려고 애쓴다. 지능의 소유욕은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언어생활을 통하여 욕망하는 소유욕의 밀도에 비례하여 일어난다. 지능의 소유욕은 그가 유아기부터 부모와 타인들로부터 배운 언어활동의 막에 의하여 형성된다. 유아기의 인간은 언어활동을 타인들로부터 배우므로 타인들의 욕망이 그 언어활동에 용해되어 있다. 인간의 소유욕은 타인들이 심어준 것인데, 그것이 자기의 것으로 탈바꿈한다. 그래서 유아기의 무의식은 타인들의 언어활동이 형성한 나무나 물결의 결과 같은 셈이다. 이것이 프로이트 계열의 정신분석학자로서 20세기 프랑스 구조주의의 거장인 라캉이 말한 ‘언어활동의 벽’을 형성한다. 따라서 내가 언어활동을 통하여 자아라는 주체를 형성하게 된 이후에 일어난 타인의 말은 나의 무의식에 새겨진 ‘언어활동의 벽’을 거의 뚫지 못한다. 내가 자아라고 부르는 주체는 사실상 타인들이 만들어 놓은 소유욕의 무의식적 함정인데, 나는 언어활동에 가입함으로써 사회생활의 경쟁에서 그 소유욕의 덫에 무의식적으로 걸려든 것과 같다. 그래서 사회생활에서 나는 자존심의 덩어리로 형성되면서,20세기 러시아의 언어학자 트루베츠코이의 말처럼 ‘언어의 체’를 이루고 있는 자존심이 싫어하는 말은 그 체에 걸려 나의 무의식의 욕망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인간의 소유욕적 자존심의 무의식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그런 점에서 20세기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하버마스가 말하는 것과 같은 이상적 대화의 통로는 이성적 의사소통을 불가능하게 하는 무의식적 자존심의 벽이나 무의식적 언어의 체를 도외시하는 의식의 이상주의적 명분에 그칠 뿐이다. 한국사회에 만연된 상생적 정치론도 주자학적 명분주의의 잔재이지, 한국문화의 무의식적 소유욕의 업장이 형성한 결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소박한 감상주의의 산물이겠다. 왜 한국에서 자식에게 기업과 권력을 세습하려는(북한) 무의식이 그렇게 강렬한가? 왜 한국인은 대개 어떤 일을 미리 대비하는 지능적 생각이 부족하고, 일에 부딪치면 감정적 흥분으로 들끓는가? 한국인은 왜 상업적 계산전략에서 일본이나 중국에 비하여 일반적으로 뒤떨어지는가? 왜 한국인은 국가를 믿지 못하고 스스로 생존 전략을 강구하기 위하여 일생을 허비하는가? 왜 대개 한국인은 속물주의적 과시욕이 강하며, 일단 성공하면 전문인으로 계속 노력 성취하지 못하고 타이틀만 들고 사회적 저명인사 행세하기에 바쁜가? 사회적 소유의 무의식은 불교에서 말하는 업감연기설(業感緣起說)과 유사해 보인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무의식의 소유욕은 사회적 역사적 공동업의 상자에 한국인의 마음이 갇힌 것이나 다름없는 것 같다. 한국인의 공동업의 테두리는 한국인의 공통적 언어활동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겠다. 한국인의 맵고 자극적 언어활용과 욕설의 난무(한국영화에서 흉칙한 욕설이 너무 심하다), 얄팍한 선악심리와 흑백심리에 의하여 까마귀와 백로로 세상을 이등분하기, 남북한 공히 종교적 정치적 열광심리로 미친 듯이 도취하는 전투심리 등등은 다 한국인의 무의식적 공통 업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무의식적 업의 속박은 이상적 의식의 도덕이나 이성의 명증성과 의식의 자유를 구가하는 행동철학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자존심과 언어활동의 벽, 대화시 자기 말만 하고 상대방의 말을 안 듣기 등은 본능을 대신한 지능의 사회생활에서 지능이 타인들을 이기기 위한 욕망이 나타낸 결과겠다.20세기 스위스의 심리학자 융이 이런 소유욕의 아상(我相)을 벗어나게 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무의식의 마음에 본능의 욕망 이외에 본성의 욕망이 있음을 밝혔다. 이 본성의 욕망은 우리가 앞에서 본 자연성의 욕망과 같다. 이 길은 불교의 불성 밝히기와 거의 유사하다. 본능(지능)의 소유욕은 사회생활의 언어활동을 통하여 자존심의 덩어리를 지키는 데 신경을 쓰지만, 융이 말한 본성의 무의식적 마음은 완전성(perfection)이 아니고 온전성(integrity)을 유지하려는 욕망을 가리킨다. 완전성은 최고를 향하여 쌓아 나가는 의미를 지니지만, 온전성은 최적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마음의 무의식적 자세를 말한다. 그 자세를 융은 ‘대립자의 무의식적 흐름’(enantiodromy)이라고 불렀다. 이 융의 사유와 유사한 노자의 사상을 우리가 이미 앞에서 읽었다(3·4회의 글).‘대립자의 무의식적 흐름’은 세상만사를 자연에서처럼 ‘선/비선(善/非善)’,‘약/비약(藥/非藥)’‘진리/비진리’처럼 서로 상관적 차이로서 읽는 방법을 말한다. 예컨대 선과 악은 서로 이원론적인 적대의식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선은 악을 전멸시키고 완전히 지배하려 한다. 그러나 선과 비선은 그런 적대의식의 관계가 아니고, 비선은 선의 다른 면, 선도 비선의 다른 얼굴로 비친다. 이것은 투쟁적 이원성을 보다 완화된 이중성으로 읽음으로써 극단적 열광의식과 배타적 자의식을 지울 수 있는 길이다. 이미 원효도 이런 사유를 개진하였다.‘유/무’를 더 화쟁적으로 읽기 위하여 그는 ‘유/비유(무)’,‘무/비무(유)’의 이중성으로 보기를 종용했다(14회 글). 무의식의 마음이 이런 이중성으로 짜여져 있다고 여기는 본성의 사유는 자기의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하여 박멸해야 할 적을 만드는 지능적 소유욕을 잠재울 수 있다. 본능의 소유욕을 지우기 위하여 의식과 이성을 거창하게 장식하지 말고, 마음의 무의식적 본성을 조용히 살리는 지혜를 익혀야 한다. 우리는 무의식의 공통업장을 도외시하고 너무 공허한 이상론만을 주장한다. 속물주의처럼 이것도 한국병 중의 하나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한명숙과 그남편 “별거끝에”

    한명숙과 그남편 “별거끝에”

    현처형(賢妻型)가수 한명숙(韓明淑·34)이 15년간 계속해 온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부군 이인성(李寅星·39)씨와 합의이혼했다고 밝혔다. 약 2개월 전부터 별거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8월8일 정식으로 이혼장에 도장을 찍었고 李씨가 집을 나옴으로써 서로 남과 남의 사이가 됐다. 가요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모범가정을 이룩했던 것으로 알려진 그가 마침내 이혼을 했다는 것은 하나의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명숙(韓明淑)의 이혼(離婚)발표는 전혀 돌발적인건 아니다. 그녀의 불화(不和)내지 이혼설은 이따금씩 그의 측근가수들을 통해 새어나왔다. 약 2개월전에 그녀는 가장 친근한 동료가수 H양집에 와서 한바탕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가정을 유지할 수 없다』고. 그때 이미 이혼할 의사를 비쳤으나 친구의 간곡한 만류를 듣고 그대로 집에 돌아갔다는 얘기. 별거는 그때부터. 남자로 치면 대장부, 활발하고 이해성 깊기로 소문난 한명숙이 15년간 유지해온 부부생활에 무엇 때문에 종지부를 찍고만 것일까? 그에겐 14세된 맏딸을 비롯, 2남1녀의 3남매가 있다. 그의 부군 이인성(李寅星)씨는 비록 「미남은 아니지만 씩씩하게 생긴」 호남자. 李씨는 한때 육군모부대의 군악대장을 지냈고 인천(仁川) 모 고등학교 교사로 있었다. 「트럼본」을 불고 「밴드·마스터」로 일했지만 연예계선 이른바 「딴따라 기질」이 없기로 차라리 소문난 사람. 악기를 모조리 부순 후로 韓양의 뒷일 살피던 李씨 그는 한명숙이 인기절정일 때 「밴드·마스터」를 그만두고 TBC-TV의 보조 PD로 직업을 바꿨다. 유명한 「에피소드」하나. 그는 직업을 바꾸면서 그가 가지고 있던 「트럼본」 「클라리넷」등의 모든 악기를 모조리 발로 꺾어 버렸다. 『아이들에게 우리 아버지가 악사(樂士)였다는 말을 듣기전에 그만두는 것』이라고. 그리고 주로 한명숙의 뒤에서 그의 인기관리에 주력했다. 이쯤되면 두사람의 파탄 이유가 그 흔한 「성격차이(性格差異)」 때문은 아닐 성싶다. 그런데도 주변사람들은 그들의 불화(不和)-이혼(離婚)의 이유를 「성격차이」에 두고 있다. 李씨의 친구 한 사람은 李씨가 술, 여자관계를 재치있게 처리하지 못했다고 그나름의 해석을 내렸다. 그의 술 친구들은 李씨의 무한대한 주량에 내심 존경을 표하면서 뒤처리가 항상 투박했다고 안타까와했다. 「남자가 한 두번 외도를 했기로서니-」라고 혀를 차 사람이 있겠지만 한명숙 자신이 이것을 이해 못하는 사람도 아니라는 결론. 李씨에게 새로운 여인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사실 이들 부부관계가 위기에 처했던 일은 7년전에도 있었다. 그때도 한명숙은 집을 나와 모 가수집에서 「헤어지겠다」고 떼를 썼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명숙은 『노란샤쓰의 사나이』로 절정의 인기를 누린 「톱·싱거」. 부부 싸움 끝의 가출은 일종의 「데모」로 끝났고 평탄한 가정으로 되돌아 갈 수 있었다. 피난온 소녀시절 군악대 악장 그이 만나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1·4후퇴뒤, 인천에서였다. 진남포(鎭南浦)태생의 한명숙은 그때 피난민 대열을 따라 남하(南下)해온 17세 소녀였고 이인성은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육군 군악대의 상사(上士) 악장이었다. 한명숙이 가수로 등장한게 그 이듬해인 18세때. 집에서 「오르갠」을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 본 이웃집 흥행사가 8군 무대진출을 주선해 준 것이 시발점이니까 노래솜씨는 이 때부터 나타난 것같다. 가수지망생인 소녀와 군악대 악장 사이엔 쉽사리 「로맨스」가 싹텄고 3년뒤엔 정식 부부가 됐다. 한명숙·이인성부부의 결합이 가장 이상적이었느냐는 그만두고 어쨌든 한명숙만큼 「스캔들」없는 연예인도 흔치 않다. 조금만 유명해지면 곧 「스캔들」의 소용돌이에 말려버리는 수많은 연예인들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한명숙이 누린 장수의 인기는 바로 그의 현처형(賢妻型)의 인품, 소탈하고 달관한듯한 처세술에서 얻은게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한명숙이 뒤늦게 이혼을 결심했다. 8월 19일 지방공연에서 돌아온 그녀는 『더 이상 보람없는 희생을 할 수 없어서 이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고민이 지나쳤던지 얼굴의 반면(半面)이 경련을 일으켰다. 가장 큰 원인은 경제문제 아이들 생각에 가슴아파 그녀가 밝힌 이혼 이유중 가장 큰 문제로 경제문제가 등장한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한명숙은 현재 「적수공권(赤手空拳)」의 상태. 서울 효창(孝昌)동 546 자택은 옛 철도국 관사로 「톱·싱거」의 저택치곤 퍽 허술한 편. 그녀는 고작 이집 하나를 지키고 있을 뿐이며 전화기까지 다 잡혀있어 남은 재산이 없다는 얘기다. 그의 「히트·송」 『노란샤쓰의 사나이』는 한명숙의 대명사처럼 됐지만 그 뒤에도 「히트」가 없는건 아니다. 『사랑의 송가』 『우리 마을』 『그리운 얼굴』 『비련(悲戀) 10년(年)』등 손꼽자면 꽤 많다. 8군무대의 「포퓰러·송」에서 시작하여 최근 몇 년간의 이미자(李美子)식 「뽕짝」조(調)에 눌리기 까지 한명숙의 노래는 「밝고 건전한 노래」의 대표급으로 꼽을 수 있다. 가요계서의 위치 역시 여가수의 대표급. 이젠 원로 칭호를 붙여줘도 아깝잖다. 20년 가까이 노래했고 누구 못지 않게 화려했던 그가 현재 직면한 사정은 어쩌면 허울좋은 인기연예인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된다. 그가 부양해 온 가족은 현재 무직인 남편과 3자녀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동생 가정부를 포함해서 평균 10여명. 몇번인가 인기만회를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어쩔수 없이 줄어든 수입으로는 벅찬 짐이다. 『이대로 나가다가는 아이들과 도저히 살아갈 수 없어요. 15년간 쌓은 탑이 무너지고 아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 같은 아픔을 느끼지만-』 한명숙의 모습은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이 침통해졌다. [ 선데이서울 69년 8/24 제2권 34호 통권 제48호 ]
  • 17세 10개월 24일 김송희 ‘LPGA 2부’ 최연소 우승

    국가대표 출신의 김송희(18·대원여고 3년)가 미여자프로골프(LPGA) 2부투어(퓨처스투어)에서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김송희는 1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웨트랜드골프장(파72)에서 벌어진 루이지애나클래식 3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3언더파 213타로 정상에 올랐다.17세10개월24일의 나이로 프로 최연소 챔피언.1995년 크리스티 커(미국)가 17세6개월 때 아이언우드클래식에서 세운 최연소 우승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당시 커는 아마추어 신분이었기 때문에 김송희는 프로 최연소 우승이다.1부 투어인 LPGA 최연소 우승은 1952년 사라소타오픈 때 말린 해지가 세운 18세14일. 김송희는 또 우승 상금 1만 500달러를 보태며 상금 랭킹도 종전 5위에서 1위로 끌어올려 내년 LPAG 입성을 위해 한발 더 내디뎠다.퓨처스투어는 상금랭킹 1∼5위까지 선수에게 LPGA 풀시드를 준다.김송희는 지난해 11월 퓨처스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수석 합격했지만 18세가 돼야 투어에서 뛸 수 있다는 규정에 걸려 프로 전향이 어렵게 되자 탄원서를 제출했고, 퓨처스투어는 이에 따라 선수 연령 제한을 만 17세 이하로 낮췄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소문난 스타·소문나는 사건

    소문난 스타·소문나는 사건

    연예인 이름은 대중이 만들어준 셈 명예롭게 보관할 책임이 대화(對話)의 광장(廣場) 주제(主題)=인기(人氣)와「스캔들」 MC=유명세(有名稅)란게 있읍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괜찮을 일도 유명인이기 때문에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에 없는 세금인 것 같습니다. 흔히 유명인은 사생활이 없다고도 하는데 이점에 대해서 인기가수 최희준씨의 의견은? 최희준(崔喜準)=인기연예인의 이름은 자기 개인의 것이 아니고 그 이름을 만들어 준 대중의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명인 자신은 그 이름을 명예롭게 보관하고 잘 관리할 책임이 있는거죠. 그러나 그 사람도 인간인데 왜 사생활을 즐기고 혼자만의 것으로 누릴 권리가 없겠어요? 유명인이기 때문에 부당하게 사생활이 침해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이순재(李純才)=부당하게 침해당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부당하냐가 문젭니다. 사생활에도 남녀관계·돈·사회적지위·가정문제등 여러가지로 나눠 볼수가 있는데 문제는 그것이 추문의 요인이 될 경우입니다. 한마디로「스캔들」이라고 하지만 공감과 동정을 받을수도 추하게 보이는 사생활은 일반인의 경우라도 비판을 받지요. 유명인은 그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거리가 되니까 영향도 크고 반응도 큰 것이지요. 있는 사실이 거짓없이 드러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일들이 침소봉대(針小棒大)로 악영향을 줄때 그것은 부당한 침해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정석(金亭錫)=이곳에 와보니 나도 유명인이 된 것 같습니다. 한때 내 수필집이 나도 모르게「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 저자인 나도 유명인같은 기분을 맛봤는데-유명인은 어느 편이냐하면 다수의 존경 보다는 흥미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호기심의 대상이니까 그 사생활이 관심거리가 되죠. 한마디로「스캔들」이라 해도 동기나 방법이 다수의 공감내지 동정을 받을때는 아름답게 미화할 수가 있어요. 인기스타의 사생활 얘기가 나오면 독자는 우선 친근미 느껴 송영수(宋榮秀)=그래서 일부러「스캔들」을 조작하는 유명인이 있대요.「스캔들」의 본고장은 역시「할리우드」일 것 같은데 그곳에선「스캔들」이 주는 타격보다 그로 인해 얻는 명성, 매명의 이익이 더 큰 것으로 계산되나봐요. 그예가「제임스·메이슨」의 자살극이지요. 연극이긴 했지만 어쨌든 이름은 났으니깐 이득을 봤다고 할는지…. 최희준=그런것은 외국에선 가능할지 몰라도 한국에선 불가능해요. 가령 인기있는 총각·처녀가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한다고 전제합시다. 조금도 떳떳하지 못할게 없어요. 그런데 이게 「스캔들」이 되고 볼꼴 사나운 소문으로 변모해요. 미화(美化)가 아니라 추화(醜化)죠. MC=유명인의「스캔들」을 들을 때 실지로 어떤 느낌이 드나요? 방청석에서 한 말씀- 서현수=사생활 얘기가 나오면 밉다거나 싫어지기에 앞서 친근미를 느껴요. 별처럼 우리와 먼거리에 있는 인기인도 평범한 사생활을 갖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약간의 탈선쯤은 우선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김신숙=「스캔들」은 곧 인기의 척도가 될 것 같아요. 학교 안에서도「핸섬」한 남학생이나 미모의 여학생에겐 으레 뒷공론이 따르게 마련이거든요. 우리 연예인들도 멋진 소문을 존 대담하게 풍겨줬으면 좋겠어요.「스캔들」없는 유명인이란 겨자없는 냉면처럼 맛이 없어서-. 김태봉=얼마전 모「스타」부부의 이혼기사를 읽어봤어요. 각기 두번씩이나 이혼경력을 쌓게 되는 거니까 결코 아름답다거나 권장할 일이 못돼요. 그런데 뭔가 멋이 있어 보였어요. 「스타」란 그 사생활이 어떻게 표면화 하느냐는데서도 그 비중을 알 수 있어요. MC=「스캔들」없는 유명인은 멋이 없다는 발언이 나왔는데「펄·시스터즈」도 어떻게 멋진 소문이라도 뿌려 볼 생각은 없으신지? 배인순(裵仁順)=그렇지 않아도「스캔들」세례를 한번 받았읍니다. 보는 사람은 멋지다거나 흉하다거나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황당무계한 소문이 나돌때 정작 장본인의 기분은 그게 아닙니다. 완전히 기가 꺾여요. 처음엔 분한생각도 나지만 환멸과 좌절감 때문에 죽고 싶은생각밖에 없었어요. 인기인이 입은 상처는 생활까지 위협 매스·콤은 신중 기해주길 최희준=흥미중심의「매스·콤」이 때때로 불확실한「스캔들」을 보도하는데 생각할 문젭니다. 사람이 잘못해서 남에게 상처를 입혀도 폭행이니 과실치상이니 하는데 언론의 폭행은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와도 어쩌는 수가 없이 감수할 경우가 있어요. 가령 불확실한「스캔들」보도 때문에 한 유명인의 인기가 떨어지고 한가족의 생활이 구렁텅이에 빠진다고 생각해봐요. 전항(全恒)=결정적인 예를 흔히 볼 수가 있어요. 사실보도인지는 몰라도 간통했다는 한 유명인은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소속 협회서는 제명처분을 받아 활동무대를 완전히 박탈당하고 아주 매장된 일이 있어요. 송영수=「스캔들」때문에 매장된 예는 연예인 아니라도 많아요. 몇 년전 영국정계를 떠들석하게한「프로퓨모」사건만해도 한나라의 육군상이 완전히 삭탈관직당하고 초야의 몸이 되니않았습니까? 사건의 주인공인「킬러」가 그 뒤에 돈과 명성을 얻어 상반된 현상을 나타낸 건 확실히「아이러니」라 할 수 있지만…. 김정석=나는 역사상 가장 멋있는「스캔들」을 중세기(中世紀)「아베·랄브스」사건으로 생각합니다. 그때만 해도 서구(西歐)문화는 기독교가 지배하고 있을때였는데 가장 명망있는 신학자이자 수도원의 신부였던「아베·랄브스」가 17세 수도소녀와 사랑에 빠진거예요. 자기 밑에 와서 수도하는 소녀를 농락했다고 교회는 그를 파문하고 추방했죠. 그는 뒤에『나의 불행했던 사랑 얘기』란 책을 냈는데 판금(販禁)된 이 책이 신부, 교직자들 사이에서「베스트·셀러」가 됐대요. 물론 숨어서 사본 지하(地下)「베스트·셀러」지만 . 그 책에 담긴 그 신학자의 사랑얘기는 지금 보아도「휴머니티」가 넘쳐 예술을 느끼게 해요. [ 선데이서울 69년 8/17 제2권 33호 통권 제47호 ]
  • ‘화성살인’ 단죄 가능할까

    ‘화성살인’ 단죄 가능할까

    화성 살인마의 단죄(斷罪)는 아직도 가능한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공포가 서서히 기억에서 잦아들어가던 1996년 10월 경기도 오산에서 한 여학생이 실종됐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오산에 사는 친구에게 간다며 집을 나선 김모(당시 17세·S여상 3년)양. 김양은 실종 9일 만에 오산시 지곶동 농로 옆의 시멘트 배수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알몸에 입에 물려 있는 양말 등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들과 흡사했다 지난 2일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가운데 10년 전 오산에서 발생한 김양 살인사건을 화성 사건과 동일범이라는 관점에서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2011년 10월. 만약 동일범의 소행으로 밝혀지면 김양 살해사건 범인 검거가 화성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두 사건에서 가장 유사한 점은 시체 유기장소와 살해수법. 김양이 발견된 곳은 시멘트 배수관으로 2차 피해자인 박모(25)씨의 시체가 발견된 농수로와 흡사하다. 사인도 화성 살인과 같은 경부압박 질식사였다. 손이나 도구로 목졸라 살해했다. 온몸에 흉기로 찌른 흔적이 20여곳이나 있는 것도 가슴에 흉기로 그은 상처가 있었던 8차 김모(14)양 사건과 비슷하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화성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건으로 봤다. 화성 사건은 범행장소에 시체를 유기했지만, 오산 사건은 다른 곳에서 살해한 뒤 시체를 옮겼다는 것이다. 두 사건을 동시에 수사하고 있는 화성경찰서 최원일 서장은 “화성 연쇄살인처럼 손발을 결박하거나 음부에 피해자의 소지품을 집어넣는 등 난행한 흔적도 없어 동일범 소행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범행 장소와 피해자 거주지를 성급히 화성으로 국한짓는 바람에 동일범이 다른 곳에서 저지른 범행들이 묻혀 버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이런 의미에서 ‘화성 연쇄살인’이 아니라 ‘경기 남부 부녀자 연쇄살인’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표 교수는 “범인의 활동범위를 이미 나타난 것보다 더 넓게 잡고 해당지역 안에서 발생한 여성 대상 미해결 살인사건은 모두 연쇄살인 의심사건으로 두고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28일 TV 하이라이트]

    ●대발견 아이Q(EBS 오후 8시5분) ‘알쏭달쏭 육아극장’에서는 아토피의 유발 원인과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 맞는 생활지침에 대해 알아본다. 때로는 매를 들기도 하고 방에 따로 격리시키는 등 자녀를 야단치는 방법도 여러 가지.‘아기실험실’에서는 내 아이에게 맞는 효과적인 야단법에 대해 알아본다.   ●진실게임(SBS 오후 8시55분) 놀라운 숫자 사연의 주인공 중에서 단 한 명의 가짜를 찾는다. 숫자에 숨겨진 사연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본다.‘12’형제는 위대하다 미국 12개 명문대학교에 합격한 쌍둥이,‘30’나이는 어리지만 사업에 성공해 30억 매출을 자랑하는 17세 사장 등 숫자와 관련된 놀라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5분) 중국에서는 다른 나라 같으면 혐오감을 줄 요리가 식탁에 흔히 오른다. 냄비 속의 정력이라는 뜻의 ‘궈리좡’ 음식점은 중국 최초의 생식기 요리 전문. 물개, 들소, 개, 황소 등의 요리가 있다. 중국 전통 한의학에 따르면 동물 생식기 요리는 영양이 풍부하고 특히 남성의 정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선 MBC다큐멘터리(MBC 오전 11시) 한국근대사 사료 보물창고, 걸어 다니는 박물관, 인간 최서면.1978년 야스쿠니 신사 내에 방치되어 있던 북관대첩비를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반환 운동을 위해 노력했던 최서면의 삶을 조망해 본다. 독도 문제를 비롯한 우리 역사 바로 찾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최서면의 삶도 살펴본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일찍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한 암. 기적을 바라기 이전에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암세포가 기저부를 뚫기 전 단계인 0기 암을 찾는 데 의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100%에 가깝게 치료되기 때문에 0기 암을 발견하는 것이 암 예방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봄의 왈츠(KBS2 오후 9시55분) 화장품을 주기 위해 은영에게 간 재하는 뜻하지 않게 은영의 곤란한 모습을 목격한다. 은영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들을 재하에게 들키는 게 싫다. 사정이 급해진 은영은 재하가 한 말을 떠올리며 재하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이나가 그 모습을 보게 된다. 한편 필립 또한 은영을 돕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 13년된 차 직접 몰고 ‘세일’만 이용

    그는 주말이면 1993년산 볼보 승용차를 13년째 직접 운전하고 다닌다.30년된 낡은 저택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비행기를 타도 이코노미 좌석만 고집한다. 쇼핑은 동네 슈퍼의 주말 할인행사 때를 기다린다. 세계적인 조립식 가구회사 스웨덴 이케아(IKEA) 그룹의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80) 회장의 이야기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280억달러(약 28조원)로 세계 4위다. 소문난 자린고비이지만 그는 유니세프의 최대 후원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무덤에 단 한푼의 재산도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힌다. 오는 30일로 80세 생일을 맞는 캄프라드 회장이 스위스 TSR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이 고집해온 검약의 삶을 털어놨다.“사람들은 나를 보고 ‘인색하다.’고 말하지만 (절약하라는)나와 회사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가 17세였던 1943년 설립한 이케아 그룹은 세계 32개국에 202개의 점포,9만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캄프라드 회장은 “이케아 그룹은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80세를 맞는 건 두렵지 않다. 죽을 시간도 없다.”며 변함없는 사업 열정을 과시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차용증서 없이 꿔준 돈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39)

    [사연] 차용증서 없이 꿔준 돈 고2에 재학중인 17세 여학생입니다. 1년전에 같은 반 친구 숙이가 돈이 없어서 고등학교를 진학할 수 없다고 돈을 좀 빌려 달라기에 아는 아주머니로부터 3만원을 7푼이자로 얻어다 주었읍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지금까지 그 얻어 준 돈때문에 갖은 욕설과 고통 시련을 수도 없이 겪어야 했고 하루 한시도 편할 날이 없으셨읍니다. 요즘 동네 소문에 듣자니 빚이 굉장히 많고 돈을 벌고서도 주지 않는 집이라 합니다. 차용증서 같은 것을 받지 않고 돈을 꾸어 주었읍니다. 어떡해야 받을지 막연합니다. 이달로 빌려준지 1년5개월입니다. <춘천 경희> [의견] 타협안을 내 보세요 생각할수록 딱한 사정이군요. 법적(法的)으로는 채무자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이 확실할 경우면 몰라도 충분히 갚을 능력이 있다면 보증인(이 경우는 단순보증)인 경희양에게는 갚을 책임이 없읍니다. <변호사 한승덕(韓勝憲)> 그러니까 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에게 독촉하게 하는 수 밖에 없는데, 사정이 딱한 모양이군요. 가령 보증인(경희양)이 채권자로 하여금 소송을 걸도록 종용하고, 경희양이 증인이 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채권자가 소송을 할경우 인지대가 몇백원 들겠는데 그 정도의 비용은 경희양이 부담해도 좋겠지요. 억울하고 분하지만 망신을 되도록 작게 하는 방법은 이자가 더 늘기 전에 어머니와 경희양이 우선 갚아 놓고 다른 방법으로 돈을 회수하는 것일줄 압니다. 그리고 그 숙이란 친구에게는 3~4만원짜리 계나 적금을 들어 갚아 달라고 타협안을 내보세요. 한달에 3~4천원씩 12개월쯤이면 갚아질 수 있읍니다. <Q> [ 선데이서울 69년 8/3 제2권 31호 통권 제45호 ]
  • 美 17세 마이스너 김연아 새 라이벌로

    시니어무대 진출을 선언한 ‘피겨요정’ 김연아(16·수리고)에게 또 다른 적수가 등장했다.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6위에 올랐던 미국의 17세 소녀 키미 마이스너는 26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06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사샤 코헨(미국·3위)을 따돌리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토리노올림픽 1·3위였던 아라카와 시즈카(일본)와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가 빠졌지만 코헨 등 올림픽 출전자들이 대부분 참가했기 때문에 마이스너의 우승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마이스너는 미국에선 미셸 콴과 코헨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 꼽히고 있는 선수. 특히 어린 나이로 김연아와 2010밴쿠버올림픽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라이벌 아사다 마오(16·일본)를 따돌리고 주니어무대를 평정했던 김연아에게 맞수가 추가된 셈이다. 그러나 정작 김연아는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주니어무대에서 대결해 이겼기 때문에 자신감은 있다.”면서 “단지 마이스너가 시니어무대에 일찍 데뷔해 경험면에서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주니어세계선수권과 주니어그랑프리파이널에서 김연아가 모두 2위를 차지했고 마이스너는 각각 4위와 3위에 그쳤다.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 시니어대회에 출전하는 김연아는 초반 경험부족만 털어내면 무난하게 적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빙상연맹 사공경원 피겨경기이사는 “김연아는 기술면에서 세계 정상급 시니어 선수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책꽂이]

    ●파라오 이집트의 영광(델리아 펨버턴 지음, 김희상 옮김, 심산 펴냄) 카르나크와 룩소르의 대사원에서부터 투탕카멘의 무덤에 묻혀 있는 엄청난 보물에 이르기까지 고대 이집트인들은 어떤 고대문명도 따라올 수 없는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이집트인들이 가장 중요하고 신성하게 여긴 도시는 테베. 고대 그리스인들은 테베 건축물들의 위용과 화려함에 감동한 나머지 “100개의 문을 가진 도시”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들은 보이오티아에 있는 자신들의 도시에 똑같이 테베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고대이집트 문명의 신비를 찾아 나선다.3만 8000원.●천로역정(존 버니언 지음, 김 창 옮김) 천국으로 가는 한 순례자의 고단한 여로를 장엄한 서사시처럼 그려낸 기독교의 고전. 간디는 존 버니언이 베드퍼드 감옥에서 지은 이 책을 “영어로 쓰인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고 칭송했다.“나는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라는 크리스천의 탄식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고뇌와 회심, 전도와 박해 그리고 마침내 최후의 승리로 이어지는 버니언 자신의 고달픈 생애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1만 6900원. ●지식의 증류(브루스 모런 지음, 최애리 옮김, 지호 펴냄) 16∼17세기 갈릴레오, 뉴턴 등에 의한 고전역학의 확립과 함께 자연상·세계상의 변혁을 몰고온 과학혁명. 이 과학혁명 이전, 천문학자는 점성술사였고 화학자는 연금술사였다. 사람들은 마법과 신비주의가 갑자기 과학과 합리주의로 바뀌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유럽지성사를 연구해온 저자는 이에 반박한다. 연금술도 그 자체의 맥락 내에서 보면 논증적 과학의 테두리 안에 놓일 수 있다는 것. 미신 혹은 마술로 잘못 알려져 있는 연금술은 오히려 근대과학을 태동케 한 변화의 주인공이었다고 주장한다.1만 8000원.●후쿠자와 유키치 자서전(후쿠자와 유키치 지음, 허호 옮김, 이산 펴냄)‘문명개화’의 선구자인 후쿠자와 유키치의 인간적 면모가 담겼다. 막부 말기와 메이지 시대로 이어지는 근대 일본의 격동기를 헤쳐 나가면서 자신의 뜻한 바를 이뤄나간 과정을 담담하게 회고한다. 후쿠자와는 자신이 글을 비교적 늦게(열서너살 때부터) 배우기 시작했음에도 남들보다 빠르게 한문과 네덜란드어, 영어를 익힌 경험이 있어서인지 기본적인 예의범절과 예능교육 외엔 조기교육에 반대했다. 자신이 낳은 9남매에게도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랐지 공부하란 소리는 일절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일본 만엔 권 지폐에 인쇄된 초상의 주인공이다.1만 9000원. ●미국법, 오해와 이해(이수형 지음, 나남출판 펴냄) 우리 언론에서 언젠가 “음반업체들이 존 도(John Doe)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법정 영어 용어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존 도’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존 도’는 소송의 원고나 피고를 특정할 수 없을 때 편의상 사용하는 무의미한 이름으로 우리로 치면 동사무소 민원양식에서 흔히 보는 ‘홍길동’ 정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성명불상의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제대로 된 번역이다. 국내 언론보도 등에서 잘못 번역되고 있는 미국법 관련 표현을 살폈다.2만원.●한비광, 김전일과 프로도를 만나다(조성면 지음, 일송미디어 펴냄) 장르문학에 대한 본격 평론집. 공포문학의 제왕 스티븐 킹과 현대인의 집단적 노이로제, 동아시아 최초의 베스트셀러인 ‘삼국지’ 등을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한다. 제목의 한비광은 무협만화 ‘열혈강호’의 주인공이며, 김전일과 프로도는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과 현대 장르판타지의 효시인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1만원.
  • 정부, 일제징용 희생자 지원안 입법예고… 피해자·유족 반발

    정부, 일제징용 희생자 지원안 입법예고… 피해자·유족 반발

    정부가 지난 8일 내놓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 방안에 대해 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안은 해외로 징용돼 장해를 입은 자와 현지 사망자 유족에게 최고 2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생존자와 생환 후 사망한 징용자의 유족에게는 한 해 50만원 한도 내에서 의료비 혹은 자녀 교육비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일본정부 및 일본기업으로부터 받은 미수금에 대해서는 1엔당 1200원으로 보전해준다. ●유족들,“보상금 너무 적다.” 그러나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측은 이러한 지원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현지 사망자에게 주는 지원금 2000만원이 적은 것은 둘째 치고 생환 후 사망자 유족과 생존자에게 한 해에 최고 50만원의 의료비와 교육비밖에 주지 않는 것은 너무 적다는 불만이다. 살아 돌아왔다고 지원금을 주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나마 의료비는 징용 당시 다쳤던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미수금도 당시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하며 1엔을 1200원으로 환산하는 것은 너무 적다는 것이 유족들의 주장이다. 지원액을 둘러싼 정부와 유족들의 입장 차이는 예산과 징용 피해자 수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5000억원 예산으로 7만명이 넘는 피해자들에게 모두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유족측은 전체 지원 대상을 2만 5000명으로 추정하면서 예산을 1조원 이상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유족들은 정부가 예산은 너무 적게, 피해자 수는 너무 늘려 잡았다고 말한다. ●“살아돌아온 게 죄인가.” 17세 때 일본 해군 군속으로 끌려가 남양군도의 한 섬에서 4년간 징용생활을 했던 한병항(82·서울 강서구 가양동) 할아버지는 요즘도 궂은 날씨엔 오른쪽 무릎이 쑤신다. 섬에서 방공호를 만드는 작업에 동원됐다가 입은 무릎 탈골상 때문이다. 그러나 현지 사망자가 아니기 때문에 보상금은 고작 한 해 치료비 5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60년간 보상만 믿고 여태껏 기다렸는데…. 죽은 사람도 죽은 사람이지만 산 사람에게도 보상을 제대로 해줘야 하지 않겠나.” 한 할아버지는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1965년 한·일회담 때 돈 받아와서 고속도로 깔고 포항제철 짓는 데 썼으면 이제라도 돌려줘야지. 몽둥이라도 들고 청와대에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야. 사형도 무섭지 않아. 이런 늙은이를 어디 잡아다가 해코지하겠나. 정부가 원망스러울 뿐이네.” ●“국내징용도 일제 징집장에 의한 강제징용” 최수영(81·서울 구로구 구로동) 할아버지는 18세 때 징용을 피해 강원도에 있는 한 회사에 취직했지만 이 회사가 일본 징용회사로 바뀌었다. 최 할아버지는 몰래 도망쳤다가 일본 경찰에 잡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소년 형무소로 끌려갔다. 최 할아버지는 징용 지역이 국내이기 때문에 이번 보상 대상에서 완전 제외됐다.“나는 일본에 반대해서 징역을 산 사람이야. 개인적으로 편하자고 징집을 피한 게 아닌데…. 독립운동을 하고 만세를 부르지는 않았지만 일제에 반대했다가 징역을 살았으니 그게 독립운동이 아니고 무엇이냔 말이다.” ●“죽어 돌아왔어야 한다는 말이냐.” 채창순(50·인천시 부평구 부개동)씨의 언니와 남동생은 모두 근육병을 앓고 있다. 채씨는 이 병이 일본으로 징용된 아버지가 당한 폭격의 후유증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친척 누구도 근육병을 앓는 사람이 없는데 아버지가 징용에서 돌아온 뒤 낳은 자식들만 유전병처럼 이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병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채씨의 남매들은 보상은커녕 어마어마한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가 징용에서 얻은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걸 이제 와서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정부에 꼭 뭔가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 보상금이라도 받으면 근육병으로 고생하는 동생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텐데….”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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