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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가난… EBS 교재·강의가 유일한 디딤돌”

    “장애·가난… EBS 교재·강의가 유일한 디딤돌”

    김공렬(27)씨는 수능 공부 7년 만에 대학에 입학하게 된 ‘장수생’이다. 처음 수능시험에서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던 김씨는 일곱 번째 도전인 2012학년도 수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연세대 생명공학과와 한양대 화학공학과에 동시에 합격하는 쾌거를 올렸다. 김씨는 “학원이나 과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100% 이해할 때까지 완벽하게 학습을 한 것이 성적 향상의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골육종 진단을 받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김씨는 이후 계속된 항암수술과 10차례에 걸친 대수술로 초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해야 했다. 중·고등학교를 모두 검정고시로 이수한 김씨에게 대입 수능시험 공부는 힘든 과정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나이인 17세 때 한쪽 다리를 절단한 터라 학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다. 그런 김씨에게 거의 유일한 공부방법은 EBS 교재와 강의였다. 김씨는 “특히 EBS 외국어영역 문제집과 수능의 연계율이 높아 모든 지문을 4~5번 꼼꼼히 보며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고 자신만의 공부 비법을 소개했다. 김씨는 “오랜 시간 꿈꾸던 대학생활을 할 수 있게 돼 정말 꿈만 같다.”면서 “우선 학과공부를 열심히 따라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황현호(19·경북 구미 선산고)군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꿋꿋이 자신의 꿈을 이뤄냈다. 뇌병변 장애 1급을 가진 아버지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공부를 놓지 않았던 황군은 올 3월 연세대 생명공학과 2012학번 새내기가 된다. 황군의 아버지는 황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1999년 교통사고로 장애 판정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 이사간 시골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어머니까지 달팽이관 이상으로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황군의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 신세가 됐고, 황군은 그때부터 수급자들에게 제공되는 EBS 문제집에 의지해 공부를 했다. 과외나 학원, 흔한 동영상 강의 한 번 듣지 못했다. 황군은 “수능문제가 EBS와 연계율이 높아지면서 저처럼 어려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면서 “EBS 수능특강으로 기초공부를 하고, 그 뒤에 다른 교재로 점수를 올렸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EBS는 2012학년도 수능 응시자 가운데 열악한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EBS 수능강의로 공부하며 좋은 결과를 이룬 김씨와 황군 등 14명을 ‘EBS 열공 장학생’으로 선정, 19일 오전 시상식을 가졌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황군에게는 상금 500만원, 우수상을 받은 김씨 등 3명에게는 각각 상금 200만원이 주어졌다. EBS는 또 열공 장학생들의 공부비법을 담은 ‘EBS 공부의 왕도 스페셜’을 제작해 다음 달 20~24일 방영하기로 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美 10대들, 中소년 몰매 동영상… 인종차별 논란

    美 10대들, 中소년 몰매 동영상… 인종차별 논란

    미국 시카고에서 중국계 학생이 또래 학생 6명에게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인종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유명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에는 17세인 동양계 남학생이 후드티 등으로 얼굴을 가린 다른 학생 6명에게 집단 구타당하는 모습이 담겼다.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하던 중국인 학생은 중국어로 “때리지 마, 때리지 마.”라고 애원했지만 가해 학생들은 “내가 중국어로 말해야 하냐?”고 조롱하며 더 심한 폭행을 가했다. 가해 학생들 중 한명은 백인인 것으로 보였지만 나머지는 피부색이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 학생은 입술이 찢어지고 심한 멍이 들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가해 학생들의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이들이 시카고 시민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시카고 경찰은 때린 학생들이 돈을 빼앗으려 했을 뿐 인종 차별적 동기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동영상에는 가해 학생이 인종 차별적 비속어를 내뱉는 장면이 담겨 논란이 일고 있다. 유튜브 캡처
  • 美10대 7명, 동양인 소년 집단폭행 ‘일파만파’

    美10대 7명, 동양인 소년 집단폭행 ‘일파만파’

    7명의 청소년이 한 동양인 소년을 집단 폭행하는 동영상이 미국 내에서 일파만파로 번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마치 자신들의 행동을 자랑이라 하듯 유튜브에 올려진 동영상에는 7명의 청소년들이 가방을 멘 동양인을 몰아 집단 폭행 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들은 눈이 쌓인 바닥에 동양인 소년을 쓰러뜨리고 주먹과 발로 공격했다. 심지어 동양인 소년의 신발로 얼굴을 가격하기도 했다. 겨우 추스르고 서서 공격을 멈출 것을 요구하나 주먹과 발길질이 이어졌다. 결국 동양인 소년은 도주를 하는데 성공한다. 소년은 지갑과 180달러의 현금도 탈취 당했다. 당초 7분 동안 자행된 공격은 3분 30여초의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유튜브에 올려졌다가 사라졌다. 그러나 다른 사용자가 동영상을 다시 올리며 그들의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영상은 쇼셜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모았고, 경찰이 전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시카고 트리뷴지 보도에 의하면 문제의 동영상은 일리노이 시티의 브리지포트 밸리에서 촬영된 것이며, 구타를 당한 피해자는 17세의 중국계 소년으로 밝혀졌다. 소년은 입술이 찢어지고, 심한 타박상과 찰과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가해 소년들은 후드티를 입고 있었지만 한명의 백인 소년의 얼굴이 정확히 노출되었고, 유튜브에 이들의 이름이 공개되면서 경찰은 가해 소년들을 체포했다. 17일(현지시간) 경찰은 간단한 브리핑을 통해 ”인종차별을 목적으로 한 공격은 아니다.” 라며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경태 tvbodaga@hanmail.net
  • ‘당초 목적과 딴판’ 5대 발명품

    ‘당초 목적과 딴판’ 5대 발명품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과학 격언으로 꼽을 만하다. 그러나 만들어진 결과물이 꼭 당초 목적과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발기부전 치료제인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원래 심혈관 치료제로 개발됐고, 세계 최초의 먹는 탈모 치료제인 MSD의 프로페시아는 전립선 비대증을 타깃으로 한 약물이었다. 반면 발명품이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알루미늄 포일은 음식 포장재로 쓰기 위해 1903년 프랑스에서 개발했지만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껴 상용화되기까지 20년이 넘게 걸렸다. 크렉드닷컴의 칼럼니스트 대니얼 크로는 최근 ‘당초 목적이 기괴했던 5가지 유명 제품’이라는 글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들의 과거를 소개했다. 첫 번째 제품으로는 ‘만능 윤활유’로 명성이 높은 ‘WD-40’이 꼽혔다. 스프레이 형태로 흔히 판매되는 WD-40은 녹 제거와 기계의 부품 손질 등에 흔히 쓰이는데, 1953년 미국 샌디에이고의 방위산업체에서 개발했다. 제품명의 숫자 40은 개발자들이 39번의 실패 끝에 40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된 핵무기를 보호하기 위한 방수 처리를 고민하던 개발자들은 녹이 슬지 않는 보호제를 개발했다. 극비로 분류돼 창고에서 보관되던 WD-40은 일부 연구자들이 집에 가져가 자전거나 자동차 손질에 쓰기 시작하면서 주변으로 확산됐고 대중 제품으로 출시됐다. 두 번째로 선정된 코르크 마개를 뽑는 코르크스크루는 와인 열풍으로 한국의 가정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이다. 그러나 17세기 코르크스크루가 처음 개발됐을 때 가장 널리 쓰인 곳은 군대였다. 당시의 총기는 화약과 총기 재질 문제로 몇 번만 쏘고 나면 총구가 막히곤 했다. 군인들은 총열에 눌어붙은 화약 찌꺼기를 코르크스크루를 이용해 긁어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와인의 코르크는 따기 힘들다는 이유로 완벽한 밀봉이 되지 않아 코르크스크루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찰흙이나 지점토처럼 마음껏 모양을 만들 수 있는 ‘플레이도’는 아이들의 상상력 개발에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점토를 1950년대에 처음 개발한 회사는 벽지 청소 전문 업체였다. 당시의 벽지는 대부분 흰색이었고, 한번 더럽혀지면 약간의 물과 비누를 사용하는 것 외에 세척 방법도 달리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벽지를 망가뜨리기 일쑤였고, ‘레인보우 크래프트’라는 회사가 점착력이 있는 찰흙을 사용해 벽지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깨끗하게 청소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이후 다양한 색깔이 추가되면서 ‘플레이도’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각광받게 됐다. 에어백, 에어캡 등으로도 불리는 버블랩은 전자기기 등 손상되기 쉬운 제품을 포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버블랩을 처음 개발한 앨프리드 필딩과 마르크 샤반은 제품의 명칭을 ‘버블 벽지’로 결정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제품을 만들었지만 정작 그 쓰임새를 정확하게 결정하지 못한 탓이었다. 궁여지책이었지만 버블 벽지는 상류사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인테리어’로 극찬받으며 유행이 됐다. 버블랩이 오늘날의 목적으로 사용된 것은 IBM이 1960년대 기업용 컴퓨터인 ‘1401’을 출시한 때부터다. IBM은 고가의 컴퓨터 운반을 위해 안전한 포장재가 필요했고, 버블랩에 눈길을 돌렸다. 크로는 소독·세척제의 원조로 꼽히는 ‘리졸’을 마지막으로 꼽았다. 크로는 “리졸은 페놀보다 4배나 독성이 강한 크레졸을 이용한 약품이지만 당초 여성용 청결제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됐다.”면서 “현재 리졸에는 ‘피부에 닿게 하지 마라’는 문구까지 적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황당했던 목적”이라고 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팀당 3명 미만 형평성 있게 차출 새달 29일만 생각”

    “팀당 3명 미만 형평성 있게 차출 새달 29일만 생각”

    “한양땅에 와서 양천구청장에 도전하는 느낌입니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구단 사무실이 있는 동네 이름을 빌어 붙여진 ‘봉동 이장’이란 애칭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최강희(5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1일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에서 언론사들과 잇따라 인터뷰를 가졌다. 한 매체와 30분씩 만나는 이틀의 강행군이 시작된 날이었다. 그는 “(취임 이후) 20일 동안 크고 작은 변화가 많았다. 마치 이장이 출세한 기분이다. 목욕탕에도 정장을 입고 가야 하나 고민될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무모한 공격보다 수비 밸런스가 중요 그의 시계는 오로지 다음 달 29일에 맞춰져 있다고 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쿠웨이트와의 3차예선 마지막 홈경기 외에는 계획 자체가 의미없다고 했다. 최 감독은 경험 있는 선수 위주로 “전북에서 4~5명, 울산에서 3~4명 등 팀당 3명 미만으로 형평성을 맞추겠다.”며 “K리그에선 ‘닥공’(닥치고 공격) 전술이 먹혔을지 모르지만 수비 밸런스가 중요하다. 클럽에서처럼 무모한 공격은 어렵다. 강한 팀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적인 전술에서도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자리를 함께한 최덕주(52) 코치를 수석으로 발탁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2009~10 국제축구연맹(FIFA) 17세이하 월드컵 우승을 이끈 여자축구의 대부이기 때문. 최 감독은 최 수석에게 두 가지를 주문했다고 했다. 하나는 훈련 때 바른말을 서슴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머니 역할이다. ●“최덕주 수석코치 직언·어머니 역할 기대” “처음엔 다른 사람을 뽑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사양했다.”고 털어놓은 최 수석은 “시기적으로 기술적인 면보다 마음 편하게 보좌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전북팀을 맡고 티격태격하며 7년을 보냈다. 당구 치다가도 싸워 사람들이 수상한 사람들로 봤다. 그만큼 허심탄회하게 직언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마지막 결정은 늘 내가 했다.”고 말했다. 라돈치치, 에닝요 등 귀화한 외국인 선수를 대표로 기용하는 문제를 꺼내자 “다음 달 29일만 생각하고 있지만 무사히 고비를 넘기면 큰 틀에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선수 선발을 이전과 다르게,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루는 방향에서 검토하겠다는 뜻이었다. 능력만 있으면 데려다 쓰겠다는 원칙론을 갖고 있지만 선수들과의 융화, 국민들의 감정 등도 놓치지 않겠다는 뜻도 비쳤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 한참 논의 중인 승강제 도입에 대해서도 한마디 보탰다. “K리그가 시작될 때 승강제를 도입했어야 했다. 늦었지만 하루빨리 정착돼 K리그가 성숙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1) 해남 두륜산 천년수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1) 해남 두륜산 천년수

    해를 가리키는 네 자리 숫자 가운데 한 자리만 바뀌었지만, 새해가 되면 늘 새로운 마음으로 부풀게 마련이다. 설레는 마음 한편에는 분명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도 담겨 있다. 한해를 마무리할 때마다 채 이루지 못한 사람살이의 꿈이 남기 때문이다. 결국 넘어가는 해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세월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달력을 바꿔 걸 즈음이면 새해의 설렘과 함께 지난해에 대한 안타까움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지는 해를 붙들어 안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적지 않은 게 사람살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월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에게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산꼭대기의 절터에 홀로 남아 “두륜산 꼭대기에 올라가면,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 있어요. 해를 붙잡아 두는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가 있거든요.” 전남 해남의 대흥사 주차장 앞에 자리한 식당 주인의 너스레다. 그는 환하게 웃음 지으며 두륜산 정상에 서 있는 신비의 나무 ‘천년수’를 천천히 소개했다. “올라가서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예요. 1200년이나 됐다니까요. 높이 뻗은 나뭇가지가 산을 넘는 해를 붙잡고도 남죠. 나이 먹기 싫으면 그 나무에 해를 붙잡아 놓으면 돼요.” 대흥사 인근 마을 사람들이 자랑으로 여기는 두륜산 천년수는 이름처럼 1000년을 넘게 산 매우 큰 느티나무다. 대개의 느티나무가 마을 어귀에서 살아가는 것과 달리 산 꼭대기에 홀로 서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1000년이라는 믿기 어려운 나이와 해를 붙잡아 둔다는 전설까지,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나무다. 천년수가 있는 자리는 천년고찰 대흥사의 산내 암자인 만일암 마당이다. 만일암은 17세기 후반에 지은 대흥사의 산내 암자라고 하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다. 더구나 만일암의 모든 전각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겨우 고려 때의 석탑 양식을 볼 수 있는 오층석탑만 남아 있을 뿐인 폐사지다. 그 만일암 터 바로 앞, 암자가 있던 시절이라면 법당 앞마당쯤 되는 자리에 서 있는 느티나무가 바로 해를 붙잡아 둘 만큼 큰 천년수다. 만일암이 있던 시절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있었다고 하는데, 암자가 사라지면서 한 그루는 죽어 없어졌다. ●느티나무 가운데 가장 늙은 나무 천년수를 찾아가려면 대흥사를 거쳐 해발 703m인 두륜산 정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오르는 길은 비교적 가파르다. 두 시간쯤 산길을 올라 정상인 가련봉 가까이에 이르면 만일암 터를 찾을 수 있다. 한 기의 초라한 오층석탑만이 옛 자취를 보여주는 쓸쓸한 폐사지 아래쪽으로는 무성한 대숲이 이어졌다. 천년수는 그 대숲 길 20m쯤 아래에 있다. 무려 1200살이나 된 느티나무다. 산림청 보호수로 등록된 느티나무 가운데에는 가장 나이가 많다. 규모도 식당 주인의 표현처럼 어마어마하다. 키가 22m나 되고, 가슴높이에서 잰 줄기둘레도 9.6m나 된다. 천연기념물 가운데 가장 큰 느티나무인 전남 장성의 단전리 느티나무보다 2m나 키가 더 크다. 줄기둘레는 10.5m인 단전리 느티나무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이지만, 한눈에도 그 장대한 규모에 감탄사를 내놓을 만하다. 비좁은 자리에서 나뭇가지를 사방으로 15m나 펼쳐서 실제보다 더 우람해 보인다. 산 정상 가까이에서 이처럼 큰 나무를 만날 수 있다는 건 뜻밖이지 않을 수 없다. 나무와 어우러지는 주변 풍광을 함께 바라보기 위해서 물러설 공간도 없다. 나무를 온전히 바라보려면 그저 나무 앞에 서서 고개를 한껏 젖히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나무 앞에 서면 단박에 나무의 위용에 압도당할 만큼 융융한 나무다. 깊은 산 정상이라고 해서 느티나무가 자라지 못할 이유야 없지만, 함께 어울릴 다른 나무도 없이 한 그루의 느티나무가 이토록 우람하게 자랐다는 건 나무가 사람과 더불어 살아왔다는 분명한 증거다. 사람이 심어 키우지 않고서는 느티나무가 이토록 멋지게 자라는 것이 불가능하다. 예전에 만일암 스님들이 암자의 너른 마당에 손수 심고 정성껏 보살펴 온 나무임에 틀림없다고 보는 근거다. ●지는 해 붙잡아 두고 하루를 늘려 두륜산을 넘어가는 해를 이 나무에 붙잡아 둘 만도 하다는 생각이 생뚱맞지 않은 건 거칠 것 없이 빈 하늘에 한가득 펼친 나뭇가지 탓이다. 이 나무에 전하는 흥미로운 전설도 바로 그런 생각에 알맞춤하게 지어진 이야기다. 옛날 하늘에 천녀와 천동이라는 두 젊은이가 죄를 짓고, 두륜산으로 쫓겨 왔다. 옥황상제는 그들을 땅으로 보내면서 용서의 마음으로 하루 만에 불상을 짓는다면 하늘로 다시 올려주겠다고 했다. 천녀와 천동은 하루라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해를 붙잡아 나무에 매어두고 불상을 조각했다. 얼마 지나 불상을 완성한 천녀는 느티나무 앞에 돌아와 천동을 기다렸지만 천동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다급해진 천녀는 홀로 밧줄을 끊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때까지 불상을 완성하지 못한 천동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해서 나중에 두륜산의 신령이 됐다는 이야기다. 흔히 마을에서 보던 나무를 산 위에서 보게 된 생경한 느낌이 자연스레 이루어낸 이 이야기에는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을 야속해한 옛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세월이 무정한 건, 늙는 게 아쉬운 때문만은 아니다. 지나온 자취를 새겨 둘 여유도 없이 새해를 맞이하는 게 안타까운 건 아닐까. 두륜산 천년수에 넘어가는 해를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은 옛사람에게만 드는 건 아니지 싶다. 글 사진 해남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전남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 두륜산 도립공원 내 만일암 터. 출발지에 따라 해남을 가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서울에서 가려면 서해안고속국도를 이용해 종점인 목포 나들목까지 가야 한다. 목포에서 국도 2호선과 13호선을 이용해 해남군청까지 간다. 해남군청에서 지방도로 806호선을 이용해 남쪽으로 10㎞ 남짓 가면 대흥사 입구 주차장이 나온다. 두륜산 천년수를 보려면, 대흥사 경내를 거쳐 등산로를 이용해 두륜산 정상으로 3㎞쯤 올라가야 한다. 나무는 만일암 터 아래의 비좁은 공간에 우뚝 서 있다.
  • [2011 키워드로 본 인물] 스캔들

    [2011 키워드로 본 인물] 스캔들

    지난 5월 14일 미국 뉴욕에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로 일하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성폭행 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스캔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피해자가 여러 차례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 사건의 실체가 오리무중에 빠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스트로스칸은 풀려나 프랑스 파리로 돌아왔다. 일각에선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를 주저앉히기 위한 정치적 계략에 빠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력의 중심에서 여자문제로 궁지에 몰린 것으로 치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도 빼놓을 수 없다. ‘붕가붕가’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밤샘 향락 파티도 모자라 그 자리에서 당시 17세이던 미성년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고 절도혐의로 체포되자 석방을 위해 권력까지 남용했다는 의혹이 지난해부터 일었다. 결국 올해 의혹은 대체로 사실로 확인됐다. 경제문제로 실각까지 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제 밀라노 법원에서 미성년 성매매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국내에선 가수 서태지와 탤런트 이지아가 이혼소송을 벌인 게 대표적이다. 지난 4월 처음 알려진 이 사건은 두 사람이 10년 넘게 비밀리에 부부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영화 ‘도가니’처럼 손발 묶고 성폭행

    영화 ‘도가니’에서 여자 보육원생의 손과 발을 묶고 성폭행하는 장면의 실제 장본인이 경찰에 구속됐다. 광주지방경찰청은 2006년 수사 당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리됐던 광주 인화학교 전 교직원 A(63)씨를 강간치상 및 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교장의 친동생인 A씨는 2005년 4월 학교 1층 사무실에서 원생 B(당시 18세)양의 손과 발을 끈으로 묶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지금까지도 정신과적인 약물·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또 자신의 성폭행 장면을 목격한 또 다른 원생 C(당시 17세)군을 학교 사무실로 끌고가 협박하고, 깨진 사이다병과 몽둥이로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C군은 폭행을 당한 직후 5층 건물에서 투신, 자살을 기도했다. 그러나 당시 A씨는 지적장애인인 B양의 진술이 오락가락한다는 이유 등으로 불기소 처분됐었다. 경찰은 그러나 최근 트라우마 전문가의 상담 결과가 담긴 B양의 피해사실에 대한 일관된 진술, 피해 당시 치료받은 병원 진료내역과 간호일지, 임상심리 전문가의 진단결과, A씨의 폭행으로 인한 C군의 팔과 손 등의 상흔 등을 토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하프타임]

    축구협회장 “조광래감독에 빚”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29일 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올린 송년사에서 올 들어 가슴 아팠던 일은 승부조작 파문이라고 말했다. 여자 청소년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및 17세 이하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일로 들었다. 조 회장은 송년사 끄트머리에조광래 대표팀 감독을 경질한 것에 대한 복잡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 “물러나는 감독의 상처를 감싸주기도 전에 밖으로 알려져 실타래를 풀어나갈 기회를 잃어버린 점이 송구스럽다.”고 했다. 그는 “회장으로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빚을 지게 됐다.”고 밝혔다. 박항서 감독, 상주상무 지휘봉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은 새 사령탑에 박항서(52) 감독을 선임했다고 29일 밝혔다. 상주는 ‘수사불패’(雖死不敗·죽을 수는 있어도 패할 수는 없다)라는 상무 정신과 팀 특성을 잘 이해하고 단기간에 팀워크를 만들어낼 능력을 갖춘 박 감독이 가장 적합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신정자, 女프로농구 4R MVP KDB생명의 ‘미녀 리바운더’ 신정자(31)가 신세계 이마트 2011~12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4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신정자가 기자단 투표 결과 총 44표 가운데 30표를 얻어 8표에 그친 최윤아(신한은행)를 제치고 MVP에 뽑혔다고 29일 발표했다. 신정자는 4라운드 5경기에서 평균 14.8점을 넣고 리바운드 12.8개를 잡는 활약을 펼쳐 팀이 4승1패로 순항하는 데 힘을 보탰다.
  • 아기 위해 항암치료 거부하고 세상 떠난 17세 엄마

    아기 위해 항암치료 거부하고 세상 떠난 17세 엄마

    아기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세상을 떠난 17살 엄마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있다.  지난달 초 미국 아이다호의 한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태어났다. 이 아기의 엄마는 17세의 제니 레이크. 어린 나이에 출산을 하게 된 그녀는 그러나 12일 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레이크가 세상을 떠난 다음날 그녀의 부모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됐다. 레이크가 생전에 항암치료를 거부했다는 것. 이유는 뱃속에 아기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특히 레이크는 출산 직후 간호사에게 “내 할일을 다했다. 아기는 이제 안전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산 후 레이크는 6일은 병원에서 나머지 6일은 자택에서 생을 정리했다.   최근 크리스마스를 맞아 포카텔로에 있는 그녀의 집에 가족들이 모였다. 가족은 인터뷰에서 “그녀의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희생” 이라고 밝혔다. 또 레이크의 어머니는 갓난 아기를 안으며 “나는 이 아기가 엄마에 대한 모든 것과 엄마가 생전에 한 일 모두 알기를 원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새해 달라지는 것들] 외국인 입국심사 때 얼굴·지문정보 제공

    ▲입국 외국인 지문 및 얼굴정보 확인제도 시행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은 외교관이나 17세 미만인 자 등 일부 면제 대상자를 제외하고는 입국심사를 받을 때 지문과 얼굴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저소득 한부모가족 공직진출 확대 2월부터 저소득 한부모가족도 9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저소득층 구분모집에 지원할 수 있으며 선발인원도 확대된다.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 체계 구축 3월 9일부터 초고층 건축물 등의 인허가 전에 사전재난영향성 검토협의제도가 운영되며 피난안전구역, 종합방재실 설치 등이 의무화된다.
  • ‘DNA법’으로 7년만에…

    영구 미제로 남을 뻔한 여고생 성폭행 사건이 이른바 ‘DNA법’을 활용한 경찰 수사로 7년 만에 해결됐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2004년 강북구 수유동에서 여고생 A(당시 17세)양을 차로 치고 병원에 데려다 주겠다며 모텔로 납치해 성폭행한 신모(42)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공범 박모(43)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신씨는 현재 강도살해죄로 복역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 A양의 몸에서 범인의 정액을 검출하고도 용의자를 압축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를 중단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26일부터 시행된 ‘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통해 사건 해결을 위한 결정적 단서를 잡았다. 경찰은 A양 몸속에서 채취한 정액의 DNA가 2004년 경기 포천시에서 보험설계사를 살해해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순천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신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신씨에게서 자백을 받아냈다. 또 경기 양평군에서 공범 박씨도 검거했다. 박씨는 처음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나 신씨를 몇 차례 면회한 기록을 들이밀자 범행을 털어놓았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글로벌 시대] 일본 안의 이향(異鄕) 홋카이도/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일본 안의 이향(異鄕) 홋카이도/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일본 북부의 홋카이도에 대해 한국인들은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한국에 견주어 생각하면 강원도와 같은 시골이며, 스키나 스노보드를 하는 데 최적지인 겨울 리조트 지역이다. 1972년에는 삿포로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됐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광대한 토지에는 대규모 골프장이 여기저기에 있다. 나는 1960년대~1970년대 6년 동안 소년 시대를 홋카이도에서 지낸 적이 있다. 홋카이도의 눈은 스키를 타기에 정말 최고였다. 홋카이도에는 원래 ‘아이누인’이라는 선주민 사회와 문화가 있었다. 아이누 민족은 일찍이 사할린으로부터 쿠릴 열도, 홋카이도, 일본본토 북부에 걸쳐서 넓은 지역에 살고 있었다. 수렵, 어로, 채집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생활을 영위해 왔다. 자연으로부터 배운 지혜, 신앙, 풍속, 언어는 대대로 계승되어 고유 문화가 싹텄다. 홋카이도에 살고 있었을 무렵, 따뜻한 계절에는 휴일이면 산에 나물을 채집하러 갔다. 나물에 대한 지식은 원래 아이누인한테서 배운 것이었다. 먼 옛날 아이누인은 일본인과 교역을 해온 관계였지만, 17세기 후반에 일어난 큰 전쟁에서 패한 뒤 일본인에 의해 정치·경제적으로 지배받게 되었다. 아이누인이면서 아이누 문화 연구자였던 가야노 시게루(1926~2006)는 그 전쟁 이후의 아이누인의 삶에 대해 1990년에 집필한 책에서 “일본인들은 우리 땅(홋카이도)에 수백년 전부터 건너왔었는데, 본격적이면서 전면적으로 침략한 것은 메이지 시대 이후”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정부는 아이누인에 대해 강제노동, 강제이주, 창씨개명 및 일본어의 강제사용 등의 동화정책을 펼쳤다. 산이나 강에서 자유로이 수렵, 어로, 채집하는 수렵민족으로서의 기본생존권을 박탈시키는 한편, 홋카이도를 국유화한 이후 재벌에게 넘겼다. 거의 동시기에 일본한테서 침략을 당한 한국인에게는 그러한 상황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조선 침략과 다른 점은 한민족은 1945년에 해방되어 독립국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아이누인은 1945년 이후에도 민족차별과 인권침해를 받아왔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현재 홋카이도에는 2만여명의 아이누인이 살고 있는데, 본인 스스로 아이누인임을 밝히지 않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실제 아이누의 인구는 더 많을 거라고 한다. 몇 세대에 걸쳐 비참한 시대를 참고 견디며 살아왔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 뒤늦게나마 아이누 민족을 둘러싼 상황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 같다. 그 계기는 2007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된 ‘원주민의 권리에 관한 유엔 선언’이다. 이 결의를 수용하여 2008년 일본 국회에서 아이누 민족을 원주민으로 인정하는 것을 요구하는 결의가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 그러한 움직임에 따라 2009년에는 ‘홋카이도 우타리 협회’가 ‘홋카이도 아이누 협회’로 개칭되었다. 원래 ‘홋카이도 아이누 협회’가 1930년에 설립되었는데, ‘아이누’라는 민족명이 일본 사회에서 차별용어로 통했기 때문에 1961년에 아이누어로 ‘동포’를 뜻하는 ‘우타리’라는 호칭으로 바뀐 적이 있었다. 그것을 다시 민족명인 ‘아이누’로 회복한 것이다. 이러한 협회의 명칭 변천을 보아도 아이누인들이 일본 사회에서 얼마나 절망적으로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내년 1월 아이누 민족 첫 정치단체인 ‘아이누 민족당’이 결성된다고 한다. 기본정책으로 아이누 민족의 권리 회복과 교육·복지의 충실, 다문화·다민족 공생사회의 실현, 자연과의 공생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실현을 내걸고 있다. 아이누 민족의 권리 회복은 물론이지만, 그동안 시달려 온 민족적 경험과 자연과의 공존을 기조로 하는 아이누 문화에 입각해서 일본의 폐쇄된 정치 상황에 새로운 계기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홋카이도에 여행을 간다면 스키장이나 골프장은 아이누인의 숲을 벌채해서 만든 것이라는 점을 알아두었으면 한다. 또 홋카이도에 가서 아이누인을 만나면, 아이누어로 “이람카랍테(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걸어 보자. 일본어로 말을 거는 것보다 훨씬 반갑게 맞이해줄 것이다.
  • 특성화고 실습생 車공장서 쓰러져 의식불명

    자동차 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 고교생이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수술까지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1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과 이 회사 노조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8시쯤 현장실습 중인 전남 영광 Y실업고 자동차학과 3학년 김모(18)군이 공장 기숙사 앞에서 쓰러졌다. 김군은 저녁식사 후 “머리가 아프다.”며 동료와 함께 병원에 가려고 기숙사를 나서다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뇌출혈 증세를 보인 김군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김군의 가족들은 “평소 건강했던 아이가 갑자기 뇌출혈 증세를 보인 것은 장시간의 노동에 따른 과로 탓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군은 지난 8월 29일~내년 2월 28일 광주공장에 현장실습생으로 배치됐다. 미성년자인 김군은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 46시간을 초과할 수 없음에도 이 회사의 도장공장에서 주말 특근과 2교대 야간 근무에 투입되는 등 주 52.5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성년자의 경우 본인 동의를 받아도 하루 8시간, 주당 46시간을 넘기지 못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 회사 광주공장은 이를 알고도 최근 생산량을 늘리면서 일손이 부족하자 고3 실습생들을 정규직이 일하는 생산현장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은 취업을 전제로 하지 않은 기아차에는 수년 전부터 아예 특성화고교 실습생을 보내지 않는 것을 방침으로 정한 바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실습생 가운데 만 17세 미만의 미성년자 20여명에 대해 실습을 중단하고 학교로 복귀시켰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습생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조기 입사한 학생이 미성년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피해 학생의 회복 노력과 함께 현장실습제도 운영에 관한 개선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특파원 칼럼] 우울한 크리스마스/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우울한 크리스마스/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마이크 설리번(54). 집 근처 공원에서 조깅을 하다 우연히 알게 된 아저씨다. 그는 매일 아침 9시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출근을 한다. 침실에서 거실 컴퓨터 앞으로. 그는 석달 전 컴퓨터 시스템 판매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그 후 평일엔 하루종일 인터넷으로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는 그는 “직업(job)을 찾는 일이 내 정규직업(full time job)이다.”라고 말한다. 얼핏 농담같이 들려 웃을 뻔하다 그의 진지한 표정에 화들짝 놀라 거둬들였다. 그는 지난해 허리 수술을 받는 바람에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거의 다 까먹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달 안에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파산할 위기라고 했다. 린다 하딩(27). 동네 교회에서 식사시간에 같은 테이블에 우연히 앉게 됐다. 그녀는 직장이 4개나 된다. 모두 ‘비정규직’이다. 지난해 작은 출판회사에서 해고된 뒤 생계의 벼랑 끝에 몰린 그녀는 닥치는 대로 일자리를 ‘수집’했다. 리버티대학에서 영문학 석사까지 공부한 그녀는 지금 어학스쿨 2곳에서 파트타임 강사를 하는 한편 한 아시아계 부부에게 영어 개인교습도 하고 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맞벌이 가정의 가정부로 일한다. 정규직업이 생기면 어떤 일을 가장 먼저 그만두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가정부 일”이라고 답했다. 토미 울프(41). 내가 사는 아파트 경비원이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고향(뉴욕)에 갈 거냐고 며칠 전 물었더니 그는 “올해는 여의치 않아서 내년에나 가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달 추수감사절 연휴 직전 내가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크리스마스에 고향에 갈 것”이라고 했었다. 그보다 앞서 지난여름 왜 휴가를 안 가느냐고 내가 물었을 때 그는 “추수감사절에 고향에 갈 것”이라고 했었다. 내가 그의 ‘답변의 역사’를 모조리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몰랐으면 좋겠다. 물론 경기가 좋을 때도 마이크, 린다, 토미 같은 사람은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은 그런 사람의 비율이 과거에 비해 너무 커졌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엔 미국의 5~17세 학생 가운데 45%가 빈곤층이라는 통계까지 나왔다. 사상 유례 없이 길게 이어지는 경기침체로 올해 미국에서는 예년에 볼 수 없던 현상들이 나타났다. 연중 최대 할인행사가 펼쳐지는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는 과거 가족이나 친구끼리 쇼핑을 즐기는 낭만적 성격이 강했지만, 올해는 그야말로 전쟁 같았다. 좋은 물건을 먼저 차지하려고 한 쇼핑객이 최루가스를 뿌린 일이 벌어졌는가 하면 대낮에 쇼핑센터 앞에서 총기강도 사건도 일어났다. 자본주의 대표 국가인 미국에서 1% 부자를 규탄하는 시위가 일어난 것도 사실은 전혀 ‘미국스럽지’ 않다. 워런 버핏 같은 억만장자가 스스로 자신의 세금을 올려달라고 나선 것은 빈부격차의 정도가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한국도 지금 미국 못지않게 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반드시 ‘너무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안방에서 자신들의 행운을 쓰다듬으며 미소지을 때가 아니다. 빈부격차가 심해져 경제기반 자체가 무너지면 그 화는 결국 부자들에게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직 버핏처럼 세금을 더 내겠다고 나선 부자가 한국에는 한 명도 없는 것을 보면, 한국 부자와 미국 부자의 수준차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97.1’은 워싱턴 시민들이 즐겨 듣는 라디오 채널이다. 이 방송은 11월 초부터 하루종일 크리스마스 캐럴을 내보내고 있다. 불경기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일부러 띄우려고 그러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운전 중 나도 모르게 캐럴을 흥얼거리다가도 마이크, 린다, 토미를 떠올리면 기분이 심란해진다. 그들이 캐럴을 들으면 행복해할까, 아니면 우울해할까. 기자된 욕심에 꼬치꼬치 그들에게 사생활을 캐물었지만, 차마 이 질문만은 건네지 못할 것 같다. carlos@seoul.co.kr
  • [16일 TV 하이라이트]

    ●웰컴(KBS1 밤 12시 35분) 17세 이라크 쿠르드 족 청년 빌랄은 사랑하는 여자친구 미나의 가족이 영국으로 이민을 가자, 그녀를 만나고 새 삶을 살기위해 국경을 넘는다. 4000㎞ 사막을 걸어 프랑스에 도착했다. 하지만 영국으로 밀항 도중 이민국 경찰에게 적발됐고, 프랑스 칼레에 불법체류자로 남게 된다. 그렇게 빌랄은 트럭으로 밀입국하려는 계획을 포기하게 된다. ●VJ 특공대(KBS2 밤 9시 55분)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세계에서 제일 깊은 지하 155m의 폐광 호텔. 15세기부터 무려 500년 가까이 은 발굴 작업이 지속돼 한때 지역 경제 중심역할을 담당했지만 20세기 초반부터는 폐광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이색 호텔로 또 한번의 부흥기를 누리고 있는 스웨덴 이색 호텔을 소개한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MBC 밤 7시 45분) 촬영장으로 엑스트라 아줌마들을 데려간 내상. 하지만 아줌마들의 어색한 연기 때문에 퇴출당할 위기에 놓이자 연기연습을 시키기 시작한다. 그런데 모두가 하나같이 연기가 다 어색해 내상은 너무 답답하다. 그중 발군의 연기력을 보이는 이가 있었는데…. 한편 진희는 옷을 다 빤 뒤 안 널고 자버리는 실수를 하고만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SBS 밤 11시 5분) 아프리카에서 큰 활약을 보인 정글의 아이돌 광희. 제 2의 생존 도전 장소 파푸아행 티켓을 전달받은 후 한치의 망설임 없이 티켓을 먹어버리며 완강히 거부한다. 하지만 결국 파푸아로 혼자 김병만을 찾아 나서는데…. 인천공항에서 파푸아까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서 홀로 고군분투한 광희의 모습을 함께한다. ●금요극장(EBS 밤 12시 5분) 고고는 얼마 전 남편을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다. 그리고 기억들을 조금씩 잃어버리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평온했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들 또한 공교롭게 병에 걸린 노인들을 주제로 한 영화를 제작한다. 영화는 평단의 호평을 받지만 흥행에는 무참히 실패해 재정난에 이르게 되고, 할수 없이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야만 한다. ●올리브(OBS 밤 11시 10분)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되는 운동과 음식등을 알아보는 건강버라이어티 ‘올리브’. 유쾌한 토크와 운동, 그리고 퀴즈를 통해 건강한 삶의 비법을 알아본다. 이번 주는 가수 현미가 출연해 건강 유지법을 공개한다. 그녀의 건강 비법은 바로, 매일 즐겁게 노래하는 것과 아침 마다 변기 위에 앉아서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KBS 02-781-1800 MBC 02-780-0015 SBS 02-2113-3190 OBS 032-670-5000 EBS 02-526-2000 서울신문STV 02-777-6466
  • 벨기에 수류탄 살상·伊 인종차별 총격… 유럽 ‘피의 화요일’

    이탈리아와 벨기에에서 같은 날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총기 난사는 극우 인종차별주의자의 소행으로 밝혀져 지난 7월 극우 나치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벌인 노르웨이 대참극의 악몽을 상기시키며 가뜩이나 경제위기로 뒤숭숭한 유럽의 세밑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 당국은 13일(현지시간) 토스카나주 주도인 피렌체 도심 시장 두 곳에서 소설가인 잔루카 카세리(50)가 세네갈 출신 노점상들에게 총을 난사해 2명이 즉사하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 남자는 점심시간에 달마치아 광장에 차를 세운 뒤 갑자기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중태에 빠뜨렸다. 이어 차를 타고 도주한 뒤 2시간이 지나 기차역 인근의 산로렌초 시장에서 또다시 노점상에게 총을 난사해 2명을 다치게 했다. 범인은 지하 주차장에 숨어 있다가 경찰이 다가오자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 현지 RAI 국영TV는 카세리가 극우 인종차별주의 단체에서 주최한 시위에 여러 차례 참가한 사실을 경찰이 파악했다면서 인종 증오 범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건 직후 피렌체에 거주하는 세네갈 출신 이민자 200여명은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는 ‘혼돈의 열쇠’라는 역사소설을 쓴 작가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4일 이탈리아 경찰은 로마에 본거지를 둔 극우단체 ‘민병대’(Militia) 회원 5명을 체포하고 10대 1명을 포함한 16명을 연행해 조사했다. 이들은 로마에 사는 유대인 공동체 대표,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 등 유대인과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테러를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벨기에 남동부 리에주시 생랑베르 광장에서는 33세 남성 노르딘 암라니가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난사하는 무차별 살상극을 자행해 생후 23개월 된 아기와 15, 17세 청소년 등 3명이 숨지고, 125명이 다쳤다. 벨기에 검찰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암라니는 여성 1명을 살해하고 광장에서 청소년 등 3명을 죽인 뒤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고 밝혔다. 당시 암라니는 사람들에게 수류탄 3발을 던졌는데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4번째 수류탄이 우발적으로 폭발하면서 죽었을 수도 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그는 사건 직후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다리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범행 당시 그가 갖고 있던 배낭 안에서는 수류탄 여러 발과 자동소총, 권총, 잡지 9권이 발견됐다. 이날 임라니의 자택 수색에 나선 경찰은 그가 범행 장소로 가기 전 살해한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피살된 여성은 암라니의 이웃집 청소부(45)로 사건 당일 오전 ‘일자리를 주겠다.’며 집으로 유인해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테러나 조직범죄단체와는 관계없는 단독 범행으로 보고, 범행 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외톨이 늑대’형 테러라는 분석도 나온다. 암라니는 규칙적으로 심리치료를 받아왔으며 실업급여를 받고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의 전 변호사는 RTBF TV와의 인터뷰에서 “형을 마친 뒤 그는 사회에 대한 빚을 갚았다고 생각했으나 경찰들로부터 학대를 받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암라니가 총기와 마약, 성폭행 혐의로 복역한 적이 있으며, 2008년 대마초를 재배한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10월 가석방됐다고 보도했다. 범행을 저지른 이날도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잠 못자는 학생 음주·흡연율 높다

    잠 못자는 학생 음주·흡연율 높다

    우리나라 일반계 고교생들의 1일 평균 수면시간이 5시간 30분에 불과하며, 이런 만성적인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쉽게 음주나 흡연 유혹에 빠지거나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중1~고3 청소년 7만 5643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조사 결과 수면시간은 중학생이 1일 평균 7시간 5분, 특성화계 고교생이 6시간 13분, 일반계 고교생은 5시간 32분이었다. 특히 일반계고 3학년은 1일 평균 5시간 15분밖에 자지 못했다. 미국은 일반계 고교생이 7시간 12분, 중학생은 8시간 12분이었으며, 일본 고교생도 평균 6시간 4~42분으로 우리나라보다 많았다. 미국 국립수면재단(NSF)이 권고하는 10~17세 수면시간은 8시간 30분~9시간 20분이다. 이처럼 부족한 수면시간은 음주·흡연과도 밀접한 상관성이 있었다. 1일 수면시간이 5시간이 안 되는 중학생의 흡연율은 10.1%로, 8시간 이상 자는 중학생의 6%보다 훨씬 높았다. 음주율도 수면시간이 5시간 미만인 중학생이 20.1%로, 8시간 이상인 학생(10.4%)보다 두 배나 높았다. 음주율은 수면시간 5시간 미만과 8시간 이상인 일반계 고교생이 각각 27.7%와 26%, 특성화계 고교생이 48.7%, 36%로 조사됐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비율도 수면시간 5시간 미만인 중학생이 61.8%, 일반계 고교생이 55%, 특성화계 고교생이 61.2%인 데 비해 8시간 이상 자는 학생은 각각 32.4%, 41.4%, 38.8%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1년 동안 1번 이상 자살을 생각해 본 학생 비율도 수면시간 5시간 미만인 중학생이 33.5%, 일반계 고교생이 22.1%, 특성화계 고교생이 25.5%였던 데 비해 8시간 이상 자는 학생은 각각 15.4%, 18.3%, 17.7%로 비교적 낮았다. 한편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계속 낮아져 올해 탄산음료 섭취율은 23.2%로 학교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한 ‘학생건강증진대책’이 시행된 2007년(49.4%)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패스트푸트 섭취율도 2007년 29.3%에서 올해 11.6%까지 낮아졌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입시지옥 완화?… 고3 2020년 40만명대 급감

    고3 수험생에 해당하는 만 17세 인구가 70만명대에서 2020년에는 40만명대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입시지옥’으로 불리는 대학 입시 경쟁이 완화될지 주목된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연령인 만 17세 인구가 69만 7217명으로 지난해보다 4343명 줄어들었다. 고3 수험생 대상 연령인 만 17세 인구가 감소한 것은 2005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만 17세 인구는 2020년까지 10년 연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만 17세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이유는 이들이 태어난 1993년 이후 출산율이 감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1990년대 초·중반 이후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늘어나면서 초혼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출산율도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19세기 발명품 ‘속물 취향’

    19세기 발명품 ‘속물 취향’

    여자들은 흔히 서로 명품 가방을 훔쳐 보며 상대가 얼마나 돈이 많은지를 가늠하고 남자들은 서로 차를 비교하며 우열을 가린다. 하지만 ‘부르주아의 유쾌한 사생활’(지안 펴냄)의 저자 이지은씨는 “21세기의 속물적 풍경처럼 보이지만 실은 19세기에 등장했던 케케묵은 풍속도”라고 주장한다. 도시계획과 재건축, 바캉스와 해외여행, 시즌별 패션과 유행, 부자들의 럭셔리한 취향, 스타 셰프와 유명 레스토랑, 백화점 시즌 바겐세일, 도시가스와 전기, 통조림과 초콜릿…. 현대의 도시인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많은 것의 상당수는 19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심지어 서울역의 유리 천장 플랫폼 지붕과 철제 의자, 21세기 최첨단 기술로 잘못 알려진 전기자동차, 미모를 무기로 한 ‘스폰서 연예인’까지도 19세기의 발명품이다. ‘부르주아’는 ‘모던’(modern)을 발명한 19세기 사람들의 눈으로 당시 급변하던 현대적 생활상을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역사책이다. 19세기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눈앞에서 펼쳐진 ‘현대의 신세기’는 과연 어떤 풍경이었을까란 질문으로 시작하는 책은 과연 지금 우리가 19세기보다 더 발전했느냐는 질문으로 마무리한다. 예를 들어 19세기 중반 파리는 신작로를 뚫고 현대식 건물을 짓는 등 대대적인 도시개발계획이 시행되면서 부동산 투기가 벌어지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건설사가 독점하는, 지금과 다름없는 풍경이 인류 최초로 펼쳐졌다. 하지만 공권력을 동원해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는 식의 물리력은 동원하지 않았다. 저자는 2000년 프랑스로 유학해 2002년 크리스티 경매 전문학교에서 18세기 장식미술사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파리 1대학에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유럽 장인들의 아틀리에’ 란 책을 썼다. 파리 국립고문서관에서 18세기 의자 다리 모양을 조사하며 “내가 공부하고 있는 것이 과연 이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될까?”라고 고민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국립도서관에서 의궤를 발굴한 고(故) 박병선 박사가 겹친다. 그가 19세기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17, 18세기는 하도 오래되어서 보석 상자 속의 보석처럼 신기하기만 했다면 19세기는 잘 건지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차, 전화, 엘리베이터, 전기, 가스 등 우리가 소위 문명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부분 19세기에 태어났다. 전기풍로, 재봉틀, 가로등, 타자기 같은 물건뿐 아니라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사고,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타는 우리 생활의 많은 관습이 죄다 19세기 소산이다. 19세기는 ‘오늘’을 품고 있는 시대란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저자는 미할리 문카시가 1877년에 완성한 그림 ‘파리지엔의 집안 풍경’을 놓고 눈썰미 퀴즈를 던진다. 일체의 배경 지식 없이 그림 속에 그려진 풍경과 화풍만으로 작품의 제작 연도와 작가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게 미술 감정사들이 수업 중에 자주 치러내야 하는 눈썰미 퀴즈다. 19세기에 그려진 그림이지만 주인공은 17세기 초반의 가구들로 집 안을 꾸몄다. 게다가 벽에 걸린 타피스트리는 중세시대를 연상시킨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문화계 인사와 지식인들의 화두는 문화재 복원이었다. 또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주역으로 등장한 신흥 부르주아 즉, 당시의 중산층에 과거 왕정 시대의 성과 그 내부의 화려한 장식은 명예와 부,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었다. 19세기 사람들이 모던하다고 예찬했던 스타일은 우리가 아는 ‘모던’과는 사뭇 달랐던 것.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19세기 부자들의 속물적 취향을 마냥 비웃을 수만은 없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부잣집들, 일명 ‘럭셔리’하다고 일컬어지는 호텔이나 레스토랑, 예식장의 실내장식은 모두 루이 15세 스타일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다. 19세기 부자의 취향은 21세기인 오늘날까지 엄연히 숨쉬고 있다. 책은 “19세기 부르주아가 아직 빛이 바래지 않은 ‘럭셔리한 스타일’에 대한 모범을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19세기 소시민들은 에밀 졸라가 소설 ‘목로주점’에서 묘사했듯 가구를 사면서 언젠가 자신도 중산층 부르주아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더불어 부자의 취향까지 샀다. 2만 45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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