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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이 만난사람] 조선백자 달항아리 맥 잇는 도예가 양구

    [김문이 만난사람] 조선백자 달항아리 맥 잇는 도예가 양구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일년 중 가장 큰 달은 언제일까. 정월 대보름에 뜨는 달이다. 그렇다면 달을 한번 유심히 살펴보자. 몸체는 풍만하고 굽은 입술의 지름과 다소 작은 모양을 하고 있다. 몸통 중간 부분에는 성형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듯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든 후 붙인 이음자국이 있다. 여기에 투명한 우윳빛 유약(釉藥)이 발라지면서 휘영청 둥근 달이 된다. 두둥실 하늘로 솟구친다. 어찌 할 거나. 그냥 쳐다만 볼 거나 아니면 달려가 손을 뻗을 거나. 그래서 불러본다. ‘달항아리’라고 말이다. 둥그스름한 모양에 아무런 장식이 없는 순백의 조선백자이다. 바라만 보아도 보름달과 같이 풍요롭고 두 팔 벌려 품으면 계수나무 은하수까지 가슴에 안은 듯한 느낌이다. 백자 달항아리는 서양인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보기에도 가장 한국적 정서가 풍기는 도자기이다. 둥근 몸체와 흰 때깔 등에서 오묘함이 절로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화가 김환기(1913~74)는 유별나게 달항아리를 좋아했다. 골동품상을 기웃거릴 때마다 달항아리를 하나씩 들고 나올 정도였다. 그러면서 ‘둥근 하늘과 둥근 항아리와, 푸른 하늘과 흰 항아리와, 틀림없는 한 쌍이다’라고 읊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칠야삼경(漆夜三更)에도 뜰에 나서면 허연 항아리가 엄연하여 마음이 든든하고 더욱이 달밤일 때면 항아리가 흡수하는 월광(月光)으로 인해 온통 달이 꽉 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찌하여 사람이 이러한 백자 항아리를 만들었을꼬.’라고 했다. 그만큼 달항아리를 가슴에 꼭꼭 품고 작품 활동을 했던 것이다. 달항아리를 얘기할 때 흔히 백자대호(白姿大壺)라고 한다. 이유는 높이가 40㎝ 이상 큰 항아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몸체를 위 아래 따로 만들어 붙여 완전한 원형이 아닌 부정형의 둥그스름한 달덩이 모양을 하고 있다. 조선 백자 달항아리는 조선 숙종때인 17세기 후반에서 영·정조 시대인 18세기의 것으로 짧은 기간 그 모습을 드러낸 ‘백자대호’를 말한다. 유백이 가지는 따뜻한 촉감과 비대칭의 조형은 언어를 초월한 그윽함이 있고 한국인의 순수한 미감을 가장 잘 표현해내고 있다. 이러한 달항아리의 맥을 잇는 도예가는 흔치 않다. 양구(46)씨는 달빛을 머금은 순백의 항아리를 온몸으로 품은 지 28년째다.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지난 7일 오전 경기 이천에 있는 공방에서 그를 만났다. 백토를 꺼내 탁탁 두드리더니 물레를 돌리기 시작한다. 대충하는 듯이 보였지만 금세 모양을 갖춰나간다. 달항아리를 만들어나가는 손놀림과 눈빛이 간단치 않았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한다. “달항아리는 보름달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정월 대보름에 풍년을 빌고 팔월 한가위 풍년에 감사했던 그런 보름달이지요. 원래 달항아리는 위와 아래를 각각 따로 만들어서 이어 붙입니다. 그래서 굽다보면 조금 틀어지기 때문에 둥그렇다가 아닌 둥그스러한 모양이 나오지요. 두 개가 하나로 이어지는 달항아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녹아 있습니다.” 화해와 상생이 작업의 화두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올 한 해도 달항아리처럼 다들 서로 아름답게 어울리고 배려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낸다. 물레작업을 하던 그와 마주 앉았다. 달항아리의 특징에 대해 먼저 물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달항아리는 둥그스러한 모양입니다. 때문에 어떠한 잣대로 규정짓지 못하지요. 유한이 아니고 무한이며 무궁무진과 깊은 한국적 미감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식이 없고 솔직하며 시공을 초월한 우주적 표현과 자연스러운 미가 특징이지요.” 달항아리는 옛 조상의 소박하고 실용적인 그릇인 동시에 달과 같이 너그러움의 관용을 베푸는 미학의 결정체라고 거듭 강조한다. 달항아리의 역사에 대해서는 “17세기 중엽 관요로 시작됐으며 일제 강점기에 우리 고유의 것이 사라졌다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그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면서 현재 달항아리에 전념하는 작가는 7~8명정도로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아무런 장식도 없이 오직 둔중한 구체 하나만을 하얗게 보여주는 달항아리가 최근 들어 서서히 그 가치를 다시 인정받고 있다고 부연한다. 그런 까닭은 담백하면서도 고요하고, 과묵하면서도 넉넉함이 넘치는 그 자태에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그동안 한눈 팔지 않고 달항아리 하나만을 고집해왔다. 자극과 수다스러움이 난무하는 시각적 무질서의 환경에서 절제된 미의식을 추구해왔고 ‘고도의 문명에 의해 상처받은 정신적 치유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스스로 달항아리라는 내면의 성찰을 찾으면서 도예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사각 사각’ 고운 살결 보이려고 물레 위에서 춤추는 항아리를 좋아했다. 그 춤사위는 민요가 되고, 블루스가 되고, 때로는 세상을 울리고 웃기는 소리꾼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노동이 있더라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모양이 밉든 곱든 ‘달항아리 탄생’이라는 기대와 설렘으로 흙을 만졌다. “달항아리의 격식을 따진다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그러면 한 사람의 행위를 초라하게 만들어버리지요. 잘생긴 놈, 못생긴 놈, 길쭉한 놈, 넓적한 놈, 많은 관찰 끝에 나온 손놀림은 수고로움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돌돌돌, 물레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흥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달항아리라고 부르지요.” 전남 무안 출신인 그가 달항아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고등학교 졸업 무렵이다. 지인의 권유로 여주로 건너간 그는 전승 도자의 요장에서 물레대장 등을 거쳤다. 이 무렵 평생 스승으로 여긴 도예가 정형선씨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달항아리에 빠졌다. 전국의 박물관과 도요지 탐방 등을 통해 흙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조선의 달항아리가 소박하고 따뜻한, 그리고 가식 없는 한국인의 성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다. 여러 문헌을 섭렵하면서 끈덕진 실험정신을 이어나갔다. 진정한 달항아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보여줄 수 없을까 하고 늘 고민했다. “조선의 백자를 공부하는 사람이 달항아리와 만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넉넉하고 풍성한 달항아리를 보면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지고 경건해지기까지 하거든요. 흙과 유약, 불을 공부하면서 조선 백자의 자연스러운 감성을 되살리기 위해 수없이 실험하고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어떨 때는 과연 조선의 백자가, 달항아리가 이 시대에 되살아날 수 있을지 한참 염려하기도 했지요.” 달항아리의 맛은 여러 요소가 통합될 때 나온다는 그는 20대 후반에는 역량이 부족해 형태만이라도 맛을 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만들다가 부수고, 수없이 그런 행위를 반복했다고 술회한다. 좋은 백토를 구하기 위해 소문을 들을 때마다 전국을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무기재료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단절된 감성과 때깔을 되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몇십t의 백토를 사들였다가 쓰지도 못하고 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달항아리의 형태를 만들 때는 입술의 추임새와 몸체의 당당함, 굽의 비례가 조화로울 때 가능해지는데 물레기능이 일류라고 자부하는 양씨 자신도 1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맛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 백자의 때깔을 살리려는 것은 모든 도예인의 소망입니다. 도자기 공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도 당연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헌을 찾고 도요지를 답사하면서 도자사학에 심취한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가 달항아리 연구에 정열을 쏟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흙 주변에 흩어지는 보석 같은 파편들이었다. 이들을 보면서 다시 흙을 만지고 달항아리를 만들면서 마음에 들지 않아도 꾸준히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흙을 찾으러 다닐 때의 고달픔과 뙤약볕 아래에서의 곡괭이질도 달항아리가 주는 감동 앞에서는 모두 인내할 수 있었다. 그 영혼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물론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두근거린다는 말이 있지요. 어느 날 조선 백자에서 그 두근거림을 봤습니다. 앞으로도 단지 달항아리가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따뜻한 피와 넉넉함의 온기가 흐르는 달항아리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럴수록 연애하는 것처럼 마음은 더욱 두근거리겠지요”(웃음) 달항아리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도 없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라고 하면서 작업장에 흩어진 달항아리에 푹 파묻혀 환하게 웃는다. 그 모습이 보름달처럼 다가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도예가 양구는 1968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후 여주 도자 요장에서 물레대장 등을 거치면서 조선백자 달항아리에 입문했다. 1997년 이천에 전시장 ‘보인행’을 설립했고 2003년 서울 삼청동에 개인 전시장 ‘보인행’을 오픈했다. 2000년 ‘일묘(一妙) 양구 청자전’(인사이트센터, 인사동)을 시작으로 ‘한국의 도자기’(2005, 부산 롯데호텔), ‘한국의 명품전, 달항아리’(2005, 보인행, 삼청동), ‘한국·프랑스 작가 교류전’(2005, 세계 도자센터, 이천) 등을 거쳐 2006년 양구 도작(陶作) 20주년을 맞아 ‘청자와 백자전’(가나아트스페이스, 인사동), ‘고객 초대전’(보인행, 삼청동), ‘창작가마 초대전’(세계도자센터, 이천), ‘청자전’(보인행, 삼청동), ‘백두산과 달항아리’(서울갤러리, 프레스센터) 등의 전시를 열었다. 이 밖에 ‘양구 달항아리전’(2007), ‘양구 달항아리전-달이 휘영청’(2011), ‘양구의 달항아리전’(2012) 등이 있다.
  • 아이가 아이를 낳아…9세 소녀, 딸 출산 충격

    멕시코의 9세 소녀가 아이를 낳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 할리스코 주(州)에 사는 9세 산모가 8세 때인 지난 해 17세 소년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임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녀는 지난 달 27일 제왕절개를 통해 딸을 출산했으며, 2.5㎏로 태어난 신생아의 건강은 양호한 상태다. 사건을 조사 중인 할리스코주 경찰 측은 “소녀의 진술을 토대로 아이 아버지를 찾고 있다.”면서 “안타까운 것은 소녀가 현재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현지언론은 “이 소녀가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어린 산모’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가장 어린 산모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 소녀는 자신이 10대 소년과 성관계를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임신 7개월이 될 때까지 임신 사실 역시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세뱃돈 대신 세배株

    세뱃돈 대신 세배株

    “세뱃돈 대신 주식을 사주는 건 어떨까요. 주가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평가금액을 통해 주식 개념을 이해하고 주식투자라는 자산관리의 핵심을 가장 빠르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세배주’가 주목받고 있다. 어려서부터 주식 관리를 통해 자산관리를 체험하는 것이 경제 교육에 좋다는 이유에서다. 이남룡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연구원은 5일 설 연휴를 앞두고 세뱃돈으로 주식을 사주는 ‘세배주’를 연령대별로 추천했다. 7세 이하인 유치원생에겐 1만원 내외인 LG유플러스(5일 종가 8710원)와 BS금융지주(1만 4500원)를 추천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LTE 무제한 요금제를 통신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행할 만큼 성장성 면에서 긍정적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BS금융지주는 은행주 중 자산 건전성이 뛰어나고 꾸준한 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 대표 배당주로 꼽힌다. 초등학생(8~13세)에게는 3만원 내외 종목으로 SK하이닉스(2만 3700원)와 영원무역(3만 6500원)을 추천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더불어 최후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평가다. 이 연구원은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체로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혜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14~16세에 해당하는 중학생들에게는 삼성물산(6만 3200원)과 LG(6만 2000원)를 추천했다. 5만원 내외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4.3% 보유하는 등 대표적 자산주로 분류된다. 4분기 기업실적 호전으로 지난달 29일 고점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LG 역시 지난해 LG전자 등 자회사가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올해 LG 계열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7세 이상 자녀들에게는 10만원대인 CJ(13만 5000원)와 빙그레(12만 6000원)를 추천했다. 둘 다 중국 수혜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 연구원은 “CJ는 중국 소비 확대 수혜주로 장기적으로 분할매수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주식”이라면서 “빙그레 역시 바나나맛 우유가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최근 메로나가 남미 쪽에 많이 수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30년간 두유만 먹고 살아온 남자

    30년간 두유만 먹고 살아온 남자

    MBC는 4일 밤 8시 50분 방송되는 ‘이야기 속 이야기-사사현’에서 30년 동안 두유만 먹은 남자의 사연과 노량진 컵밥의 비밀, 10대 청소년들의 낙태 현주소를 방영한다. ‘두유만 먹는 남자’에선 지난 30여년간 오로지 두유만 먹고 살아온 형도씨의 하루가 담긴다. 형도씨에게 두유는 한 시간에 한 병씩, 그마저도 넘기기 힘겨운 식사다. 물과 죽을 포함한 다른 음식은 전혀 먹지 못한다. 간신히 한 병을 비우고 나면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다시 고물상으로 향한다. 두유에 생명을 의지해야 하는 그의 감춰진 비밀이 방송에서 공개된다. ‘노량진 컵밥의 비밀’은 노량진 거리에 빽빽이 들어선 50여 곳의 컵밥 노점상 중 유독 눈에 띄는 곳을 담았다. 폭삭 무너져 내린 포장마차의 천막을 걷어보니 우두커니 앉아있는 한 아주머니가 있다. 컵밥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사라진 컵밥 집의 비밀을 파헤친다. ‘17세 소녀의 선택’에선 ‘미혼모가 되어 아이를 기를 것인가’ 아니면 ‘낙태를 할 것인가’라는 갈림길에서 결국 낙태를 선택한 17세 소녀의 얘기를 담았다. 소녀는 평범한 여고생으로 돌아가길 바랬지만 결국 학교까지 그만둬야 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책꽂이]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김태일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복지 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재정문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다. 필요 없는 낭비는 과감히 줄여야 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해야 한다. 그러니까 국가 재정 문제라는 게 단순히 플러스, 마이너스를 따져 숫자상으로 적당히 균형을 잡는 게 아니라 정치적 판단과 정책적 우선순위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차원에서 재정 문제에 대한 논란과 해법을 짚었다. 1만 5000원. 동자문(이토 진사이 지음, 최경열 옮김, 그린비 펴냄) 저자는 17세기 일본 에도시대 고의학(古義學)파의 창시자다. 고의학이란 주희의 성리학을 너무 추상적이라 비판하면서 공자와 맹자의 원뜻을 찾아 물은 뒤 실생활에서 기꺼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의학은 이후 일본 유학의 독자성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자의 논어를 풀이한 것인데, 어린 동자가 묻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꾸며져 동자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출판사가 내놓는 이토 진사이 선집 가운데 1권으로 앞으로 ‘논어 고의’, ‘맹자 고의’ 등이 번역돼 선보일 예정이다. 2만 3000원.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매튜 크렌스 등 지음, 서복경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란 표현이 뭔가 세련된 느낌을 주는 시대다. 그런데 자유주의 정치학자 2명이 함께 쓴 이 책에서 저자들은 시민을 고객으로 전락시킨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조목조목 지적한다. 대중민주주의에서 개인민주주의로 바뀌었는데, 권리를 지닌 유권자가 서비스를 돈 내고 쓰는 소비자로 바뀐 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주장이다. 2만 3000원. 일기로 본 조선(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글항아리 펴냄) 12편의 일기를 통해 조선사회를 들여다본다. 가령 병자일기는 병자호란 때 피란길에 오른 남평 조씨의 일기인데 3년여간의 피란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일들을 꼼꼼하게 다 기록해 뒀다. 이외에도 아버지의 엄명으로 무려 68년간 일기를 쓴 노상추의 ‘노상추일기’, 17세기 중앙 정계와 지방 유생의 동향을 알 수 있는 ‘계암일록’ 등이 흥미롭다. 2만 3000원. 이것이 민주주의다(김비환 지음, 개마고원 펴냄) 오늘날 누구나 바람직한 가치로 입에 올리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강의체 문투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나갔다. 눈에 띄는 부분은 유교적 전통과 민주주의의 접합 가능성을 모색하는 마지막 부분. 사림의 공론정치, 유교적 헌정주의, 충서 가치의 재발견 등을 언급하고 있다. 2만 2000원. 적군파(퍼트리샤 스테인호프 지음, 임정은 옮김, 교양인 펴냄) 20대 초반 젊은이들 몇이서 세계혁명을 기획했다. 적군파라 불렸다. 여기까지는 농담하냐고 비웃어주면 된다. 그런데 이들은 한 산장에 틀어박혀서는 19명의 동지가 12명의 동지를 찔러 죽이는 참극을 벌였다. 특별한 이유도, 배경도 없다. 이 사건 이후 일본 좌파 학생운동이라는 표현은 완전히 소멸해 버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저자는 적군파를 악마화하는 대신 사회심리학적으로 추적했다. 1만 6000원.
  • 17세 ‘미소녀’ 파이터 “맞을 때 기분은…”(인터뷰)

    17세 ‘미소녀’ 파이터 “맞을 때 기분은…”(인터뷰)

    훤칠한 키에 크고 둥그런 눈, 앳된 미소만 보면 영락없이 예쁘장한 여학생인데, 링에만 오르면 눈매가 살벌해진다. 격한 몸짓과 날카로운 눈빛이 이 여학생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일명 ‘여고생 파이터’, ‘미소녀 파이터’라 불리는 주인공은 국내 무예타이·격투기 여자 선수 중에서 두 번째로 K-1경기에 출전하는 이지원(17·소속 EMA/B.M GYM)이다. 첫 K-1 출전을 앞두고 훈련에 여념이 없는 이지원 선수가 처음 운동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무렵. 무예타이를 배우는 오빠를 따라 체육관에 나간 것이 꿈의 시초였다. 어린 여자아이를 격렬한 운동의 세계에 푹 빠지게 한 배경에는 다름 아닌 부모님이 있었다. “아버지는 특전사, 어머니는 수영선수 출신이세요. 처음에는 합기도로 시작했는데, 아버지가 먼저 더 강한 운동을 해보지 않겠냐며 무예타이를 추천해주셨어요.” ●미소녀 ‘괴물 신인’의 탄생…“얼굴 맞는 기분은…” 부모님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운동에 소질을 보인 이지원은 2009년 무예타이 신인왕전 우승을 시작으로 2010년 J-GIRLS(일본 여성 격투기 대회) 코리아 토너먼트 챔피언, 2011년 대한킥복싱협회 국가대표 선발전 금메달, 2010년 12월 J-GIRLS 일본 시합 우승, 2012년 1월 더 칸 시합 우승 등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고, 국내 여자 선수 중에서는 두 번째로 K-1 도전을 앞두고 있다. 방학을 맞아 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지원의 하루 일과는 말 그대로 훈련으로 시작해 훈련으로 끝난다. 밤 10시까지 계속되는 운동과 때리고 맞는 격한 움직임에 지칠 법도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그저 “재미있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격한 운동이다 보니 처음에는 얼굴을 맞는게 겁이 나기도 했지만 적응 됐어요. 맞아서 상처나면 치료해서 나으면 되니까…(웃음). 시합 도중에는 맞아도 아픈 줄 몰라요. 끝나야 통증을 느끼거든요. 상대 선수와 시합할 때는 냉정하게 싸우지만, 끝나고 나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더 보람을 느껴요.” 국내 뿐 아니라 세계를 통틀어 K-1에 출전하는 여자 선수는 매우 드물다. 세계 최초의 여자 K-1 출전 선수는 여전히 활약 중인 임수정이고, 이지원 선수가 그 뒤를 이었다. 국내 여자 선수들의 대회 참가 이후 해외 여자 선수들도 K-1 출전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발자취는 남다른 의의가 있다. ●노래방·피자 좋아하는 평범한 여고생…“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섰어요.” 무예타이, 킥복싱 등 격한 운동에 푹 빠진 이지원의 모습은 평범한 여고생과 달라 보이지만 체육관을 나오면 그녀 역시 ‘어쩔 수 없는’ 10대 소녀로 돌아간다.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친구들이랑 기차여행을 떠날 것 같아요. 훈련하면서 힘들 때에는 역시 친구들과 노래방 가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요. 체중조절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기간에는 피자를 많이 먹어요. 좋아하는 아이돌은…2PM의 옥택연이요.(웃음)”  훈련이 너무 힘들고 몸도 많이 지칠 때에는 ‘운동을 계속 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때마다 스스로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버틴다는 이지원. 자신의 목표 중 하나인 K-1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에는 무예타이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이 꿈이다. “생각보다 빨리 K-1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기분이 좋아요. 이번에 꼭 우승해서 좋은 결과 가져다 드릴게요. ‘여고생 파이터’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이지원이 출전하는 KOREA MAX 2013 대회(주최 칸스포테인먼트사)는 오는 2일 오후 3시 서울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홀 특설링에서 펼쳐지며, 케이블채널 ETN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글=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사진·영상=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새 여왕이 나타났다, 평단과 대중 매혹한

    새 여왕이 나타났다, 평단과 대중 매혹한

    그녀가 처음 존재를 드러낸 건 2008년쯤. 열여덟이었다. 예쁘지는 않았다. 할리우드에 그 정도 외모의 여배우는 수두룩하다. 목소리는 걸걸하고 ‘운동부’ 출신처럼 듬직했다. 소녀도, 여인도 아닐 무렵 우리에게 왔다. 데뷔 초에 정상적인 가족관계는커녕 밑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둥거리는 역을 주로 맡았다. 베니스영화제 신인상을 품은 ‘버닝플레인’(2008)에선 엄마가 다른 남자와 바람난 걸 알고 겁을 주려다 사고로 죽음까지 가져온 소녀였다. ‘포커하우스’에서는 마약 중독자 엄마로부터 두 동생을 지켜 내는 맏언니였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윈터스 본’(2010)에선 시골의 소녀 가장인 것으로도 모자라 주민들에게 죽도록 두들겨 맞았다. 평론가들은 흥분했고 관객들도 묘하게 끌렸다. 또래답지 않은 리더십과 강인한 투지, 카리스마가 있었다.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판타지 ‘헝거게임’ 시리즈의 여전사로 캐스팅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터.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또래 남성(혹은 삼촌 팬)에겐 판타지(?)의 대상으로, 여성에겐 닮고 싶은 ‘뷰티 멘토’로 사랑을 받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그녀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보호해 줄 것 같은 모계사회의 가장 이미지로 각인됐다. 제니퍼 로렌스(23)다. 23일 열리는 제8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주목할 영화 중에는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14일 개봉)이 있다. 섹스 중독자 티파니를 연기한 로렌스는 아카데미의 전초전 격인 골든글로브(뮤지컬·코미디 부문)와 배우 조합상을 비롯해 지난해 연말 이후 대부분의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지금 분위기라면 2년 전 놓친 오스카 트로피도 품을 듯하다. 이미 두 번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이들 중 최연소 기록도 세웠다. 122분짜리 영화에서 로렌스는 처음 20여분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순간, 분노가 폭발해 불륜 상대를 묵사발로 만든 조울증 환자 팻(브래들리 쿠퍼)이 극을 이끈다. 티파니는 영화가 시작되고 25분쯤 지났을 때 ‘조연’스럽게 등장한다. 팻 친구의 아내의 동생이다. 남편의 죽음 이후 외로움과 우울증이 겹쳐 회사 내 모든 동료(심지어 여자까지)와 관계를 맺다가 해고당한 골칫거리다. 그런 티파니가 어느 날 팻의 조깅 코스에 뛰어든다. 막무가내다. 자기도 원래 그 코스로 달린다고 생떼를 부린다. 그렇게 둘은 시작한다.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쯤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아카데미 8개 부문 후보로 올랐을 땐 이유가 있다. 증세(?)는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 모두 하나쯤 나사가 풀렸다고 러셀 감독은 말한다. 정신병원에 수용된 팻이나 섹스 중독으로 동네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은 티파니, 아내 앞에선 꼼짝 못 하다가 차고에서 메탈리카 노래를 틀고 물건을 두들겨 부수는 팻의 친구, 전 재산을 사설 스포츠 도박에 거는 팻의 아버지도 다를 건 없다. 내 잣대로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는 얘기다. 남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할 때 이해하고 사랑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로렌스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숨겨 놓았던 매력을 뭉텅이로 풀어낸다. 거침없이 솔직하면서도 한없이 여리고 사랑스러운 티파니 자체다. 이 역을 강력하게 원했던 앤젤리나 졸리 대신 로렌스에게 역을 맡긴 감독의 선구안이 빛난다. 특히 동네 싸구려 식당에서 팻과 저녁을 먹던 티파니가 상을 뒤집어엎는 장면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멕 라이언, 춤 경연 대회에 팻과 출전한 티파니의 모습에선 ‘펄프픽션’의 우마 서먼이 각각 떠오를 만큼 인상적이다.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출신의 로렌스는 한 번도 연기 지도를 받은 적이 없다. 14살 때 배우가 되기로 한 뒤 부모를 설득해 뉴욕으로 갔다. 철없는 애들은 할리우드로 달려갔을 텐데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고등학교를 남보다 2년 빨리 졸업했다니 영민했던 모양이다. 열다섯살 때 TBS의 시트콤 ‘빌잉그볼쇼’ 주연으로 데뷔했다. 이후 행보가 독특했다. 영화 ‘21그램’ ‘바벨’의 각본가 기예르모 아리아가의 입봉작 ‘버닝 플레인’을 시작으로 ‘포커하우스’ ‘윈터스 본’까지 R등급(17세 미만은 성인 동반 관람 가능)의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평론가들은 그녀를 추어올리기에 바빴지만 여전히 10~20대에게 ‘핫한’ 배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윈터스 본’ 개봉 넉달 뒤 로렌스는 남성 잡지 에스콰이어지의 표지 모델로 나선다. 비키니 화보도 찍었다. 로렌스는 MMM(맨해튼 무비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데뷔 무렵 세 편의 영화가 모두 어두웠다. 에스콰이어의 화보를 찍은 까닭이다. 사람들은 내게서 다른 모습도 보길 원한다.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각한 영화에 뛰어들든, 옷을 좀 덜 입고 사진을 찍든 다를 바 없다. 물론, 난 가슴 큰 바보로 사람들 뇌리에 남고 싶진 않다. 난 똑똑하고 재능도 있다. 그 정도는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독 한국에서는 흥행과 멀었지만 로렌스는 이미 티켓 파워와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헝거게임’은 6억 8653만 달러(약 7432억원)를 벌어들였다. 속편 ‘헝거게임: 캐칭파이어’가 11월에 개봉한다.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엑스맨: 데이스 오브 퓨처 패스트’도 2014년 7월에 개봉한다. 지난해 온라인 남성 잡지 애스크맨닷컴이 뽑은 ‘전 세계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 랭킹 1위를 차지한 데서 위상을 짐작할 만하다. 그의 상승세는 당분간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액션 여주인공은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다. 23일 아카데미시상식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30m 쓰나미급 파도 탄 ‘전설의 서퍼’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서퍼계의 전설’ 가렛 맥나마라(45)가 100피트(약 30m)에 달하는 쓰나미급 파도를 멋지게 타내면서 세계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가렛 맥나마라가 29일(현지시간) 지난 2011년에 이어 높은 파도로 유명한 포르투갈 나자레 지역에서 100피트에 달하는 거대한 파도를 타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마치 인근 건물마저 덮칠 정도로 높은 파도 위에서 물살을 가르는 점 하나가 보인다. 그 점이 바로 가렛이다. 그는 제트 스키를 탄 동료와 한 팀을 이뤄 거의 온종일 바다 위에서 서핑하고 휴식 하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11년 90피트(약 27m)의 파도를 탄 기록으로 빌라봉이 매년 주최하고 있는 가장 높은 파도를 탄 서퍼에게 주는 ‘글로벌 빅 웨이브 어워드’를 수상했다.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올해에도 가렛이 상을 탈 전망이다. 가렛의 기록 수립은 사실 지난 2007년 초부터다. 그는 알레스카에서 빙하 파도를 탄 최초의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피츠필드에서 태어난 가렛은 11살 때 하와이로 이주하면서 서핑을 처음 배웠고 이후 17세 때부터는 전문 서퍼로 활동하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문라이즈 킹덤’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문라이즈 킹덤’

    웨스 앤더슨의 대표작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의 미국판 DVD에는 주인공의 행동반경을 그린 지도가 부록으로 제공된다. 앤더슨 영화에서 살펴볼 것 중 하나는 ‘지도’의 개념이며, 신작 ‘문라이즈 킹덤’에서 그는 아예 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기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어마어마한 공간을 오가며 사건을 벌이지는 않는다. 너비가 고작 몇㎞에 불과한 작은 섬에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는 ‘문라이즈 킹덤’의 샘과 수지처럼, 그들은 대개 조그만 지역사회의 일부분에서 활동하는 게 전부다. 그런데 왜 지도가 필요한 걸까. 앤더슨은 ‘헤매고 다니는’ 인물 묘사의 대가다. 그들은 아이 같은 어른이거나 어른으로 행세하는 아이로서, 일상의 공간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전한 탐험가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나른하고 편안한 버전인 셈이다. 중요한 건 그들이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점이다. 인물들이 돌아다니는 통로를 종이 위에 표시해 놓으니 절로 지도가 그려지고, 관객 처지에서 보자니 지도가 모험이나 성장의 다른 말로 들린다. 프랭크 보재기의 1948년 작품 ‘문라이즈’에서 따온 제목의 의미 또한 거창한 무엇과는 거리가 멀다. 따지고 들면 특별한 게 없으나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 그것이야말로 앤더슨 영화의 특징이다. 앤더슨은 현재를 무대로 한 영화에서도 복고 분위기를 선호한다. 하물며 1965년이 배경인 ‘문라이즈 킹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앤더슨 영화는 엄밀히 말해 복고가 아니며, 그가 과거에 머물기를 즐기는 것도 아니다. ‘문라이즈 킹덤’은 역사에 기록된 폭풍우가 일어나기 3일 전의 지점에서 시작하는데, 관객은 극의 진행자로부터 그러한 정보를 미리 듣고 영화를 보게 된다. 즉 ‘문라이즈 킹덤’은 앤더슨식의 새로운 시간 만들기다. 그는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다고 생각되는 과거 어느 순간으로부터 자기만의 세상을 꾸리기를 원한다. 그의 영화에서 아이들이 주요한 역할을 맡는 게 우연이 아닌 것이, 그들의 미래가 바로 현실의 우리이기 때문이다. 전작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Mr. 폭스’의 여파인지 ‘문라이즈 킹덤’의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눈에 띈다. 도입부에 나오는 수지의 집이 대표적인 예다. 영화의 미술을 아름답게 꾸몄다기보다 진짜 인형의 집 속으로 인물이 밀어 넣어진 듯하다. 덕분에 영화는 예쁘고 사랑스러우나, 이야기가 바탕을 두고 있는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문라이즈 킹덤’은 결국 고아 소년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관한 이야기이며, 1965년을 전후해 세상이 얼마나 급격하게 흔들렸는지 아는 21세기 관객은 영화의 시간을 그저 낭만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벤자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으로 들어가고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편곡 버전으로 나가는 형식의 영화다. 현대음악가 브리튼이 17세기 음악가 퍼셀의 ‘론도’를 편곡한 것을 다시 변형시켜, 데스플라는 대중적인 악기 버전으로 탈바꿈시킨다. 그 과정에서 21세기 연주자들이 번스타인과 뉴욕필 단원의 옛 연주에 답한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 그리고 앙상블, 그것은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여러 스타와 어린 배우들은 멋진 연기 앙상블을 선보임으로써 영화의 주제와 상응했다. 앤더슨은 ‘선한 자들의 리그’를 믿는다. 31일 개봉. 영화평론가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④ 교육 마이너리티의 그늘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④ 교육 마이너리티의 그늘

    국내 학교의 교실에는 4만 9000명의 ‘반쪽’ 한국인이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새 터전으로 삼은 다문화 가정과 새터민(탈북자) 학생들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국내 다문화·새터민 아동·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의 ‘희망’인 동시에 ‘화약고’다.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해 중추적 역할을 하도록 잘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이 유일한 해답이다. 23일 오전 10시 서울의 한 다문화 청소년 대안학교. 중학교 2학년인 민아(13·가명)양은 보충수업을 하며 교실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재잘거리며 해맑게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중생이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아프리카 이민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민아는 일반 중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로부터 “깜둥이”라는 폭언과 조롱에 시달렸다. 참다 못한 아이는 칼로 손목 등 온몸을 자해했다. 부모는 아이를 대안학교로 전학시킬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는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보통 학생들의 왜곡된 시선이다. 철없는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모습을 한 친구를 ‘잘못된 사람’으로 여기고 차별하고 따돌리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 학생들을 가르쳤던 한 교사는 “중국 출신 엄마를 둔 여학생에게는 ‘중국년 꺼져’라고 하며 의자를 빼 넘어뜨리고, 몽골 출신 엄마를 둔 아이에게는 ‘너네 나라에 가서 말이나 타라’며 조롱하고 때리는 등 심각한 일을 겪었다”면서 “다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 수를 늘리는 등 양적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인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나고 자란 다문화 아동·청소년보다 더 큰 문제를 겪는 학생은 한국말이 서툰 중도입국 자녀다. 결혼·취업 등을 위해 한국에 온 부모를 따라 입국했지만 언어나 문화장벽 탓에 입학을 거절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희영 다애 다문화학교장은 “현행법상 중도입국 학생 입학은 조건 없이 받아야 하지만 일선 학교들은 ‘적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학생과 학부모에 부담을 줘 입학을 사실상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다문화 부모들도 당장 살림살이 걱정에 아이들에게 신경 쓰지 못한다. 충청 지역에 사는 민수(12·가명)군의 부모가 그렇다. 베트남 출신 엄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난 민수는 까무잡잡한 피부 때문에 ‘초콜릿’이라고 불리며 놀림당하기 일쑤다. 한국어에 익숙지 않아 성적도 신통치 않다. 하지만 부모는 먹고살기 빠듯한 탓에 아이 교육은 ‘나 몰라라’다. 의욕적인 교사가 학부모 상담을 요청했으나 민수 엄마는 기본적인 한국어조차 못해 대화도 제대로 못 나눴다. 지구촌 사랑나눔 이사장인 김해성 목사는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의 여러 부처가 다문화 학생을 지원하지만 중구난방”이라면서 “실질적 지원을 위한 체계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터민 학생들도 다문화 학생들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해 봄 중국을 통해 한국에 들어와 초등학교 6학년으로 진학한 김재진(가명·13)군은 한 학기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심리 적성검사 결과 김군의 자살 충동 지수가 교내에서 가장 높게 나온 게 계기였다. 충격을 받은 김군의 어머니가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에 도움을 요청했고 김군은 학교를 옮겼다. 김군은 북한에서 한국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에 등록했지만 생계 때문에 거의 다니지 못한 채 한국에 왔다. 특히 영어는 전혀 배운 적조차 없어 좀처럼 따라가지 못했다. 새터민 아이들은 문화적 차이에 따른 어려움도 겪는다. 만화책이나 연예인이 뭔지 모르는 김군은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했다. 영양 부족으로 또래보다 체구도 작아 2~3살 어려보였다. 무엇보다 담임교사 역시 김군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른 채 우왕좌왕했다. 조금 더 자란 대학생들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대학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정재인(24·가명)씨는 17세 때인 2006년 한국에 들어온 뒤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했지만 대학 수업을 따라가는 게 버겁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12년간 정규 교육을 받은 한국 학생들과 견줘 기초 지식에서부터 떨어지기 때문이다. 취업 과정에서 이들이 느끼는 부담은 훨씬 크다. 높은 어학 점수나 자격증, 대외활동 등 ‘스펙’으로 무장한 한국 학생들과의 취업 경쟁에서 밀려날까봐 불안하다. 장학금은 받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스펙 관리도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 격차가 벌어져 고용 격차로 고착화되면 계층 간 격차가 벌어지고 소외받는 새터민의 불만이 커져 심각한 사회 갈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강주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팀장은 “탈북 청소년을 받은 일선학교에 이들을 위한 교육 체계 및 전문 인력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해 교사들도 우왕좌왕하는 현실”이라면서 “일선학교 및 대학에서 새터민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및 재능기부 프로그램 등을 확충해 이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제자와 부적절 관계 맺은 女교사, 그 제자와 결혼

    제자와 부적절 관계 맺은 女교사, 그 제자와 결혼

    미성년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여교사가 중형을 피하기 위해 그 제자와 결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009년 1월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에 위치한 윌밍턴 고등학교 여교사 였던 레아 게일 십먼(42)은 당시 15살 제자 조니 레이 이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십먼은 합의 하에 이루어진 관계라며 강하게 무죄를 주장했으나 검찰은 그녀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기소해 이후 기나긴 법정 다툼이 이어졌다. 그녀의 유죄가 확실시 돼 적어도 15년 형은 선고받을 것으로 보였으나 2년 후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2011년 1월 그녀가 17세가 된 제자 이손과 그의 부모 허락까지 얻어 결혼한 것. 특히 그녀의 결혼은 19년 간 함께 산 남편과 이혼한지 며칠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결국 현지 검찰은 그녀의 성폭행 관련 부분을 기소하지 못하게 됐다. 왜냐하면 피고 배우자의 증언은 형법상 인정되지 않기 때문. 브런즈윅 카운티 검찰청 검사보 지나 에세이는 “이 사건은 피해자의 증언 이외에는 어떤 증거도 없다.” 면서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낸 부분에 대해서만 기소한다.”고 밝혔다. 결국 지난달 20일 십먼은 경범죄 혐의로 30일 간의 구류와 345달러(약 37만원)의 벌금에 처해졌으며 교사 자격은 박탈 당했다.       인터넷뉴스팀 
  • [씨줄날줄] 도넛 호황/함혜리 논설위원

    도넛의 역사는 의외로 길다.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도 기름에 튀긴 달팽이 모양의 소형 과자가 등장하고, 미국 남서부에서 유물발굴을 하던 고고학자들은 가운데 구멍이 있는 화석화된 튀김과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오늘날과 같은 도넛은 네덜란드의 전통과자 올리코우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진다. 올리코우크는 돼지기름에 튀겨 먹는 공모양의 달콤한 과자인데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으로 향하던 청교도들이 네덜란드 체류 시 배워 갔다고도 하고, 미국으로 이주 온 네덜란드인들이 전했다고도 한다. 향신료를 추가하거나 견과류를 첨가하는 방식으로 다양화되면서 반죽이라는 뜻의 도(dough)와 견과류의 넛(nut)을 합친 도넛이 탄생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도넛이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809년 출간된 워싱턴 어빙의 ‘뉴욕의 역사’에서다.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링 도넛의 기원설도 여러 가지다. 17세기 초 아메리카 인디언이 아내가 만들고 있는 과자반죽을 화살로 쏘아 맞혔는데 그 반죽이 끓는 기름에 떨어지면서 링 모양의 도넛이 탄생했다는 설은 압권이다. 절반의 실화를 담은 탄생설화도 있다. 1847년 엘리자베드 그레고리 부인은 선장인 아들 한슨 크로켓 그레고리가 항해할 때 먹을 수 있도록 도넛을 준비했다. 항해를 하면서 도넛을 들고 먹기가 매우 불편했던 한슨이 조타실의 키에 끼워놓고 먹다가 아예 요리사에게 가운데 구멍을 뚫은 도넛을 만들라고 했다. 한슨이 견과류를 싫어해서 가운데를 파내고 먹은 데서 비롯됐다는 얘기도 있다. 도넛은 1920년대에 이미 미국인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1934년 시카고 박람회에서는 도넛을 ‘진보의 세기에 가장 히트한 음식’이라고 치하했으며 도넛 기계를 발명한 러시아 출신 과학자 아돌프 레빗은 연간 2500만 달러를 벌어들여 거부가 됐다. 1940~50년대 들어 전문제조사들이 속속 설립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도넛에도 시련은 찾아왔다. 웰빙 붐과 함께 미국 의학계는 도넛을 건강에 유해한 음식으로 규정했다. 도넛 한 개당 최소 300㎉ 이상으로 칼로리가 높고, 지방과 당분이 과다한 반면 섬유소는 부족해서 성인병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에서 도넛 전문점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우울함을 잊기 위해 달콤한 맛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란다. 경기가 곤두박질하면 붉은 립스틱이 잘 팔리고 여성의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속설이 있는데, 또 다른 ‘불황지표’가 생긴 셈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김용 세계銀 총재 “朴 정부와 긴밀한 협력 기대”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세계은행과 계속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 옆 뉴지엄에서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로 열린 미주 ‘한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 총재는 “박 당선인은 고난에서 벗어나 훌륭한 지도자가 됐고 그가 이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며 “조만간 (박 당선인이) 미국을 방문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한 김 총재는 “한국이 폐허를 딛고 성공하는 과정에서 배운 개발 경험과 교훈을 세계 여러 곳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싸이의 ‘강남 스타일’ 사례에서 보듯이 문화까지 수출할 정도로 발전한 한국은 여러 나라의 모범 사례”라고 강조했다. 세계은행의 북한 지원 방안과 관련, 김 총재는 북한이 회원국이 아니어서 지원하려면 먼저 회원국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친이 17세 때 여섯 형제·자매를 두고 떠나온 북한에 대해 “개인적으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매우 중압감을 느끼지만 정치적 환경은 매우 복잡하다”면서 “세계은행이 개입하려면 이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계은행은 보건·교육·사회보장 등의 분야에서 언제라도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인의 날 기념행사는 최영진 주미 대사와 미국을 방문 중인 여야 국회의원, 제임스 줌월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도널드 만줄로 신임 KEI 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씨줄날줄] 원조논쟁/함혜리 논설위원

    서울 장충동 족발골목처럼 같은 음식을 파는 식당이 밀집한 곳이면 예외 없이 원조(元祖)집이 있다. 그런데 정해놓은 데 없이 그곳에 갔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원조집 옆에 ‘진짜 원조’가 있다. “아, 여긴가?” 하면서 들어가려 하는데 그 옆 골목으로 ‘옛날 원조’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원래 원조’도 보인다. 모두 손맛 좋을 것 같은 할머니 사진을 내걸고 있는 데다 원조라고 우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진짜 원조가 어디인지 찾기가 쉽지 않다. 원조 논쟁이 상표권 분쟁으로 비화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케이크를 놓고 25년간의 긴 법정소송이 진행된 사례도 있다. 19세기 초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메테르니히의 전속요리사였던 프란츠 자허는 부드러운 초콜릿 케이크 사이에 살구 잼을 바르고 전체를 투박한 초콜릿으로 코팅한 디저트 케이크를 개발했다. 몇년 뒤 자허는 카페를 열고 자신의 이름을 딴 케이크 ‘자허토르테’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자허토르테가 인기를 얻자 데멜이라는 과자점에서도 자허토르테 케이크를 팔기 시작했다. 이에 격분한 자허 2세가 데멜과자점을 상대로 1940년 오스트리아법원에 상표권 소송을 제기했다. 데멜 측은 자허가 데멜과자점에 근무할 당시 자허토르테를 만들었으며 이를 근거로 판매하는 것이니 권리가 있다고 반격했다. 기나긴 공방 끝에 법원은 1965년 ‘자허토르테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나 오리지널 자허토르테는 자허카페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함으로써 원조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프렌치프라이의 기원을 놓고 프랑스와 벨기에가 논쟁 중이라고 한다. 브뤼셀에서 열린 프렌치프라이 원조토론회에서 벨기에 측은 “프렌치프라이가 17세기 어부들에 의해 개발돼 다른 유럽국가로 퍼진 것”이라고, 프랑스 측은 “18세기 센 강변의 노점상들이 판매하기 시작했다”며 서로 원조를 자처했다. 지난 2003년 미 하원식당 메뉴판의 프렌치프라이를 프리덤프라이로 바꿨을 때 주미 프랑스대사관에서 대변인 성명을 통해 ‘프렌치프라이는 벨기에 음식’이라고 못 박은 바 있어 논쟁은 프랑스의 판정패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피시앤드칩스를 많이 먹는 영국이 원조라는 주장, 감자를 잉카제국에서 유럽에 들여온 스페인이 원조라는 주장, 원래 저먼프라이였는데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적국이라는 이유로 프렌치프라이로 이름을 바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원조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로 보면 될 듯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함께할 친구가 있어 세상 두렵지 않아”

    “요지와 같은 젊은 세대는 거품 경제가 붕괴된 뒤 청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좋은 자리는 기성세대가 모두 독점해 버리고, 정규직으로 일하기도 어려웠다. 극도의 취업 빙하기가 계속되었다.”(253쪽) 거품경제가 무너진 20여년 전 일본의 모습은 오늘날 한국 사회와 놀랍도록 닮았다. 명문대를 나와도 절반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빈곤과 기회의 불평등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은 신자유주의로 방향을 튼 사회에 끊임없이 불만을 터트린다. 아쿠타가와상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 작가인 이시다 이라(53)가 2011년 발표한 청소년 소설 ‘날아라 로켓파크’(양철북 펴냄)는 이 같은 혹한기를 헤쳐 나가는 두 소년 요지와 간타의 얘기를 담았다. 두 소년은 돈이 없으면 자유로워질 수도, 정당해질 수도 없는 현실에 너무 일찍 눈을 뜬다. 휴대전화 게임 회사인 ‘로켓파크’를 세우고 모바일 게임업계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과정은 기존 청소년 소설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독특한 소재다. 가끔 방송에서 본 고교생 사업가나 청년 최고경영자(CEO)의 얘기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설정은 성공과 좌절 속에서 다시 찾은 소중한 것들에 대한 깨달음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두 소년은 성공의 마천루에서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며 추락한다. 모든 것을 잃고 목숨까지 위태롭게 되지만 인생의 가치를 되찾는다. “평생 함께할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인생은 두렵지 않아”란 두 소년의 다짐처럼. 소설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적나라하다. 학교 또한 어른들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다. 절대 평등하지도, 자유롭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아이들은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동정하는 법이 없고 괴롭히고 난 뒤에는 통쾌해한다. 요지와 간타가 마주한 사회도 역시 마찬가지다. 다섯 살 때부터 단짝인 두 소년은 남다른 아픔을 안고 산다. 간타는 발달 장애로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잘 헤아릴 수 없고, 요지는 생계를 위해 긴자의 술집에서 일하는 엄마 때문에 늘 수군거림의 대상이 된다. 17세 때 게임기를 사기 위해 찾은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에서 마주친 불량배들과의 다툼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간타를 지키려고 몸싸움을 벌이다 요지가 그만 불량배의 허벅지를 칼로 찌른다. 가난 때문에 제대로 된 변호사를 구할 수 없던 요지가 모든 비난을 뒤집어쓴다. 촉망받던 영재인 요지는 이때부터 간타와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고 100만엔(약 1200만원)의 종잣돈을 모아 창업에 성공한다. 거친 세상에서 펼치는 힘찬 도전, 성공과 좌절 속에서 다시 찾은 소중한 것들을 다룬 성장 소설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17세 최연소 청부살인업자, 경찰에 붙잡혀

    남미 페루에서 공포의 최연소 청부살인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소년원에 붙잡혀 있다가 지난해 연말 탈출했던 청부살인업자 알렉산데르 구티에레스가 다시 검거됐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마란기타 소년원에 갇혀 지내다가 탈출한 그는 수도 리마에 있는 이모의 집에 숨어 있었다. 정보를 입수한 경찰이 들이닥치자 총을 쏘며 저항하던 그는 결국 다시 수갑을 찼다. 경찰은 소년의 신변안전을 위해 방탄조끼를 입혀 이송했다. 올해 17살인 구티에레스는 페루 사상 최연소 청부살인업자로 악명을 떨쳤다. 그가 지금까지 돈을 받고 살해한 사람은 최소한 17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페루 정부는 구티에레스가 소년원을 탈출한 사실을 쉬쉬하다 검거한 뒤에야 탈출사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소년은 함께 갇혀 있던 소년원생 26명과 함께 소년원을 탈출했다. 지금까지 16명이 붙잡혔지만 10명은 행방이 묘연해 경찰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정보마당] 구청소식·공연·전시·영화

    [구청소식] ●강남구 양재천 겨울방학 프로그램에 참여할 초중학생 120명을 11일까지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참가자들은 15~18일 오전 9시 30분부터 낮 12시까지 양재천 얼음썰매장에서 겨울철 민속놀이 등을 체험한다. 공원녹지과 3423-6255. 강남문화재단은 목요상설무대 공연으로 현주컴퍼니의 뮤지컬 ‘소리쳐’를 10일 오후 7시 30분 구민회관에서 개최한다. 강남문화재단 6712-0532. ●강동구 11일까지 ‘제1회 강동 도시농업 자원순환학교’ 수강생을 모집한다. 낙엽, 음식물쓰레기 등 자원 순환형 도시 농업에 대해 강의한다. 도시농업과 3425-6552. ●강북구 12일 오후 3시 강북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음악평론가 장일범과 함께하는 해설이 있는 클래식 음악회를 개최한다. 공연예매시스템(ticket.gangbuk.go.kr)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문화체육과 901-6232. ●강서구 10일 오전 10시 구민회관 우장홀에서 ‘제71회 강서 지식비타민 강좌’를 연다. 강좌에서는 방송인 이상용씨가 ‘웃으며 사는 여유 있는 세상’을 주제로 특강을 한다. 교육지원과 2600-6326.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맞아 11일 오후 7시 구민회관 우장홀에서 ‘2013년 신년 음악회’를 개최한다. 인씨엠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클래식과 뮤지컬 등을 들려준다. 문화체육과 2600-6455. ●관악구 겨울철 전력 수급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10일 ‘겨울철 정전 대비 위기대응 훈련’을 실시한다. 오전 10시부터 20분간 실제 전력 위기 발생 상황과 동일한 여건에서 훈련한다. 중앙난방설비, 가전제품 등을 일시 중단하면 된다. 지역경제과 880-3393. ●광진구 건국대 공학교육혁신사업단과 함께 14일부터 16일까지 중학생을 대상으로 이공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45명 선착순이며 참가비는 없다. 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교육지원과 450-7168. ●구로구 4월 28일까지 디큐브시티 7층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아이다’ 공연이 열린다. 화~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30분, 일요일 오후 2시와 6시 30분 공연. 관람료 6만~12만원. 디큐브아트센터 577-1987. 12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어린이 클래식 음악회 ‘두들두들 쥬쥬’가 열린다. 전석 1만 2000원. 구로구민 10% 할인. 구로아트밸리(www.guroartsvalley.or.kr)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구로아트밸리 2029-1700. ●금천구 저소득층 청소년의 체력 증진 및 건전한 여가 선용을 위해 체육시설 수강료를 지원해 주는 ‘스포츠바우처’ 대상자를 18일까지 모집한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만 5~19세 유아, 청소년이 대상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홈페이지(www.kspo.or.kr)에서 신청하면 된다. 문화체육과 2627-1464. ●노원구 2012년도 원어민 영어화상학습(NISE) 전체 수강생 중 하반기 성적 우수자를 대상으로 9일부터 15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해외 영어캠프를 실시한다. 항공권과 숙박비 등이 전액 무료다. 평생학습과 2116-3989. ●도봉구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나도 S라인이 될 수 있다! 청소년 건강교실’을 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한 시간씩 운영한다. 건강도시팀 2289-8423. ●동대문구 마을공동체 만들기 확산과 도시 농업 보급을 위한 도시농부학교를 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운영한다. 도시 농업에 대한 이론 교육과 실습을 병행할 예정이다. 정책담당관 2127-4500. ●동작구 12일까지 구 보육정책위원회 위원을 모집한다. 임기 2년. 보육계획 수립, 구립어린이집 원장 선정 등을 담당한다. 구 홈페이지(www.dongjak.go.kr)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팩스(820-9988)나 메일(camuszzang@dongjak.go.kr)로 보내면 된다. 방문 접수도 가능하다. 가정복지과 820-9176. ●마포구 11일까지 특수체육 프로그램 신규 대상자를 모집한다. 만 6~17세 장애 아동, 청소년이 대상이며 연령 및 운동 특성에 맞춘 놀이체육, 학교체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회복지과 3153-8850. 11일까지 마포관광정보센터 관광통역안내사를 모집한다. 홍대 지역을 비롯한 마포 전역에 대한 관광정보를 내외국인에게 안내하는 역할이다. 근무 기간은 9개월. 주 5일, 1일 8시간 근무한다. 문화관광과 3153-8363. ●서대문구 10일 오후 5시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이화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창단 기념 ‘2013 이화 신년음악회’를 연다. 전석 무료. 성기선 교수의 지휘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폴카 ‘트리치 트라치’ 등 주옥 같은 곡을 들려준다. 이화여대 음대 3277-2407, 2456. ●서초구 11일 구민회관에서 서초금요문화마당 ‘오페라 사랑의 묘약 갈라콘서트’를 개최한다. 오후 6시 30분부터 선착순 800명 입장 가능하다. 문화행정과 2155-6225. 10일 반포1동 주민센터 5층 대강당에서 우리 동네 작은 영화관 무료 상영회 및 토론 모임이 열린다. 영화 ‘아름다운 비행’을 상영한다. 반포1동 주민센터 2155-7598. ●성동구 11일까지 구청 1층 비전갤러리에서 ‘성동구 근현대 사진이야기전’을 개최한다. 전시 작품은 1900∼1990년 옛 성동구 지역의 모습을 담은 사진 60여점이다. 문화체육과 2286-5206. 성수아트홀은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세계에서 인정받은 K팝 공연인 ‘케이컬처콘서트’를 개최한다. 초등학생 이상 관람할 수 있다. 성수아트홀 2204-7571. ●성북구 겨울방학 어린이 펜싱체험교실을 10일부터 이틀간 오후 2시~4시 30분 구청 지하 1층 다목적홀에서 운영한다. 모집 인원은 초등학생 30명이며 구청 펜싱팀 선수들이 기본 자세를 가르쳐 준다. 문화체육과 920-3056. ●양천구 15일 오후 7시 30분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013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관람료는 1000원이며 초등학생 이상 입장할 수 있다. 문화체육과 2620-3404. 양천문화원은 11~12일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로맨스 코미디 영화 ‘음치클리닉’을 상영한다. 양천문화원 2651-5300. ●영등포구 글로벌빌리지센터는 외국인과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무료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14일까지 수강생 640명을 모집한다. 교육과정은 한국어, 컴퓨터, 운전면허(필기), 생활영어, 중국어 등 5개 과목이다. 영등포 글로벌빌리지센터 2670-3800~4. 14일 오후 7시 영등포 아트홀에서 달콤한 상상 행복한 마법 ‘매직컬 신데렐라’ 무료 공연을 진행한다. 티켓은 9일부터 11일까지 구청 문화체육과를 방문해 수령하면 된다. 문화체육과 2670-3134. ●용산구 식품접객업소 민관 합동 야간 단속에 나선다. 9일 청파동, 15일 이촌1동에 위치한 업소를 대상으로 한다. 청소년 주류 제공, 퇴폐·변태 영업, 일반음식점에서의 주류 전문 판매, 조리장 청결 상태, 식품 유통기한 등을 점검한다. 보건위생과 2199-8020. ●은평구 구립증산정보도서관은 겨울방학을 맞아 15~18일 ‘제9회 겨울독서교실’ 프로그램에 참여할 어린이를 모집한다. 대상은 초등학교 3~4학년 20명이며 참가비는 없다. 증산정보도서관 307-6030.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는 11일까지 녹번동 센터에서 퇴직 시니어를 위한 ‘창업 아카데미’ 수강생을 모집한다. 교육은 16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8차례 실시된다.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389-8891. ●종로구 18일까지 정독도서관 및 주변 경관 개선을 위해 성균관대 건축학과 학생들이 제안한 우수 작품 전시회를 구청 삼봉서랑에서 갖는다. 북촌사업단 2148-2952. 18일까지 옛 종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구 홈페이지(www.jongno.go.kr) 포토갤러리 시스템의 ‘추억의 종로’에 등록하면 심사를 통해 우수작에 5만~2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증정한다. 기획예산과 2148-1404, 1407. ●중구 중구청소년수련관은 겨울방학을 맞아 ‘눈꽃마을캠프’에 참가할 청소년을 12일까지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대상은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3학년 40명으로, 캠프는 16~20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파크에서 열린다. 가정복지과 2250-0524. ●중랑구 11일 낮 12시 구청 2층 대회의실에서 ‘사랑의 한방 의료봉사 활동’을 벌인다. 저소득층 주민 150여명이 참가한다. 가천의대 봉사 동아리 ‘언재호야’(焉哉乎也)가 겨울방학 때마다 주관한다. 주민생활지원과 2094-1619. ●고양시 출산 장애인 가정의 산모와 출생아 건강을 위해 부 또는 모가 장애인(1~6등급)인 가정에 100만원씩 ‘장애인 출산지원금’을 지원한다. 출생증명서와 통장 사본을 갖고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031)8075-3286. ●동두천시 9일부터 신생아들에게도 아기주민등록증을 발급하기로 했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자녀의 출생을 축하하고 기억에 남을 출생 기념 선물을 한다는 의미를 담아 발급된다. 아기주민증은 시장 명의로 동 주민센터가 자체 제작한다. (031)860-2131. ●수원시 9일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1호선 수원역과 분당선 영통역에서 간편하게 책을 빌릴 수 있는 ‘책나루 도서관’을 운영한다. 수원시도서관 홈페이지(www.suwonlib.go.kr)에서 정회원으로 가입한 뒤 이용할 수 있다. 수원시 도서관사업소 (031)228-4731. ●포천시 시설관리공단은 반월아트홀에 전용 영화관보다 큰 대형 스크린을 갖추고 CJ CGV와 협약해 개봉작을 상영한다. 상영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은 오후 5시 각 1회 유료 상영하며 이달에는 17~19일 3회 상영한다. (031)540-6213. [공연] ●2013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금호아트홀 아티스트인 레지던스 10일 오후 8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 올해 금호아트홀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슈베르트의 피아노소나타 20번, 알렉산더 스크리아빈의 전주곡·에튀드·시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소나타 2번을 들려준다. 3만원. (02)6303-1977. ●국악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유’ 3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서완소극장. ‘민요를 담고 해금과 떠나는 겨울음악회’라는 부제가 달렸다. 피아노, 해금, 리코더, 타악기 등으로 연주하는 음악과 그림, 시, 영상을 통해 동해로 여행을 가는 시간. 2만 5000원. (02)926-4937. ●클래식 ‘지용 리사이틀:걸작의 탄생’ 12일 오후 7시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 아람음악당 하이든홀. ‘클래식 아이돌’ 지용의 전국 투어. 슈만 어린이 정경 작품 15, 브람스 인터메조 작품 118-2, 슈베르트 즉흥곡 작품 90-2,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바흐 샤콘·파르티타 1번 등을 연주한다. 2만~4만원. 1577-5266. ●연극 ‘러브액츄얼리’ 오픈런.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극장 아시조. 100일, 1000일, 10년…. 풋풋함과 권태기, 이별의 위태로움 속에 놓인 세 커플의 이야기. 올겨울 따뜻한 사랑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혹은 지금 이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2만 5000원. 1661-6981. ●연극 ‘셜록-벌스톤의 비밀’ 3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스카이시어터. 수상한 편지에 적힌 암호를 해독한 셜록과 왓슨은 음모와 살인이 일어난 고성 벌스톤 영주관으로 향한다. 밀실과도 같은 그곳에서 셜록의 추리는 계속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이야기는 물론 무대를 십분 활용한 무대 전환과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일품. 3만원. (02)742-7611~2.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2월 9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인간의 이중성을 섬세하게 표현한, 스코틀랜드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매혹적인 스릴러 뮤지컬을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 ‘한때는 꿈에’ 등의 명곡이 펼쳐진다. 5만~13만원. 1588-5212. ●앵콜 2012 김동률 콘서트 ‘감사’ 17~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지난 9월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7개 도시 투어 공연을 차례로 매진시킨 김동률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의미로 여는 콘서트.이번 공연에서는 전람회, 카니발, 베란다 프로젝트를 비롯해 자신의 개인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선사한다. 7만 7000~13만 2000원. 1544-1555. ●2013 이석훈 고별 콘서트 ‘그리운 안녕’ 19일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 그룹 SG워너비의 이석훈이 군 입대 전 선보이는 고별 콘서트. 11일 발표되는 리패키지 앨범 ‘다른 안녕’의 수록곡을 비롯해 감성 보컬리스트 이석훈의 히트곡과 따뜻한 이야기가 있는 무대를 꾸민다. 9만 9000~11만원. 1544-1555. [전시] ●정석우 ‘내가 기억하는 박동’전 1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도스. 현대인의 내면에서 휘몰아치는 에너지, 그 에너지가 품고 있는 폭발력과 생명력을 신화적인 요소로 다시 표현해 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02)737-4678. ●‘박물관 Image’전 9일부터 2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동덕여대 박물관. 현대 사회에서 박물관이 차지하는 의미와 상징을 다양한 장르와 매체에서 활약하는 작가 17인이 재해석해 펼쳤다. 인간, 역사, 도시, 문명 등 다양한 질문과 새로운 박물관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02)940-4321~2, (02)732-6458. ●임수연 개인전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 갤러리담. 장지 위에 세필로 묘사한 그림을 통해 기억 속 마을과 길을 재구성해 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수도원, 정원, 작은 분수대 등에서 얻은 휴식을 통해 위로와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그림들이다. (02)738-2745. ●에나 스완시 ‘그림의 기쁨’ 2월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313아트프로젝트. 2005년 미국, 2006년 영국에서 가장 유망한 신인 회화 작가로 떠오른 작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다. 흑연을 캔버스에 고루 바른 뒤 그 위로 유화를 덧칠해 자연광을 독특하게 표현해 냈다. (02)3446-3137. [영화] ●잊혀진 꿈의 동굴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 출연 베르너 헤어초크(내레이션), 도미니크 배피어, 찰스 파디. 1994년 프랑스 남부 아르데스 협곡에서 3만 2000년 전 인류의 꿈을 간직한 신비로운 동굴이 발견된다. 탐험대장 이름을 따라 쇼베 동굴로 명명된 그곳에는 동굴 곰, 털 코뿔소, 매머드 등 멸종 동물을 입체적으로 담아낸 300여점의 원시 예술 벽화가 펼쳐져 있었다. 90분. 10일 개봉. 전체 관람가. ●프레셔스 감독 리 대니얼스. 출연 가보리 시디베, 폴라 패튼, 머라이어 캐리, 레니 크라비츠. 1980년대 미국 뉴욕 할렘을 배경으로 부모에게 학대받고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흑인 소녀 ‘프레셔스’(소중한)의 척박한 삶을 통해 희망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110분. 10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스파이키드 4:올 더 타임 인 더 월드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스. 출연 제시카 알바, 조엘 맥헤일, 메이슨 쿡, 로완 브랜차드, 대니 트레조, 안토니오 반데라스. 은퇴한 스파이 마리사는 자신이 낳은 갓난아이와 입양한 10대 초반의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시간을 멈추려는 악당 ‘타임키퍼’를 막기 위해 마리사는 두 아이 세실과 레베카를 새로운 스파이 키드로 훈련시킨다. 88분. 10일 개봉. 전체 관람가.
  • [씨줄날줄] 물물교환의 기적/임태순 논설위원

    조그만 책갈피가 돌고 돌아 축구공, 아이패드로 변신하는 기적이 연출됐다.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병원 의사·간호사들은 소아암 어린이 환자들에게 줄 새해 선물을 물물교환으로 마련하기로 하고 병원 로고가 새겨진 책갈피를 주변에 퍼뜨렸다. 책갈피는 동료들의 손을 거쳐 다이어리, 핸드크림 등으로 불어나 축구화가 됐고 이어폰, 머리띠 등을 거쳐 아이패드가 됐다. 선물을 받은 사람이 마음을 담아 다른 사람에게 더 큰 선물로 답례하다 보니 빚어진 마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더 없는 풍요를 구가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대에서나 기적이지 아득한 옛날에는 늘 있었던 일이다. 남태평양이나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겐 선물의 순환 고리가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가 ‘증여론’에서 밝힌 내용이다. 남태평양 트로브리얀드제도 원주민들은 선물을 받으면 다른 사람에게 답례를 하고 답례를 받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한다. 선물은 주변의 손을 거치면서 증식돼 더욱 커진다. 선물은 돌고 돌아 최초 선물 증여자에게 되돌아가고 결국에는 구성원 모두가 선물을 주고받게 된다. 북아메리카 북서해안의 인디언들은 자녀가 태어나거나 성년이 됐을 때 주위 사람을 초대해 베푸는 ‘포틀래치’라는 풍습이 있다. 포틀래치는 치누크족 말로 ‘식사를 제공하다’ ‘소비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선물을 받으면 더 큰 선물로 답례를 해야 한다. 답례를 못 하면 ‘선물게임’에서 지게 되는데 최종 승자는 대부분 부족의 추장이 된다고 한다. 추장은 더 큰 것을 베풀면서 권력과 권위를 갖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진다. 나눔의 전통은 남태평양이나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인도의 힌두 경전을 보면 ‘나를 받고 나를 다시 주세요. 나를 주면 당신은 나를 다시 얻게 됩니다’라고 해 역시 베품의 순환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에서 ‘이익’ ‘개인’이라는 관념이 널리 유포된 것도 합리주의와 상업주의가 등장한 17세기쯤이었다고 하니 주고받고 답례하는 의식은 인류의 오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는 유례없는 번영을 구가하고 있지만 나눔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아프리카에서는 수백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선진국 미국에서도 쓰레기통을 뒤져 연명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고받기는커녕 되로 주고 말로 받으려는 욕심만 넘친다. 탐욕의 신인 ‘마몬’을 숭배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선인의 지혜가 그리운 시절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천재 예술가 고흐는 천문학에도 조예 깊었다

    천재 예술가 고흐는 천문학에도 조예 깊었다

    썰렁 농담 하나. 예술가는 모두 할망구다. ‘영감’이 있을 때만 일해서다. 예술혼에 불타오르는 고귀한 천재들 얘기, 지칠 법도 하다. 그래서 ‘필’받은 천재 예술가를 부정하는 ‘실험실의 명화’(이소영 지음, 모요사 펴냄)가 흥미로운지도 모르겠다. 도입부에서 이미 19세기 영국 화가 조지프 터너의 눈과 1995년부터 목성을 관측한 우주선 갈릴레오호의 렌즈를 ‘풍경화가’라는 기준으로 비교하기 시작한다. 이런 식이다. 광기어린 천재의 대표선수 고흐를 두고 측두엽 뇌전증 환자였고 당대 천문학 지식을 충분히 연구했다고 지적한다. 측두엽 뇌전증은 뇌가 오버해서 주변 자극을 더 크고 활발하게 받아들인다.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를 보면 왠지 그럴 것도 같다. 고흐의 천문학 지식도 상당했다. 17세기 플랑드르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를 두고서는 먹지로 대상을 베끼듯 그림을 베껴서 그렸을 것이란 추측을 소개해 뒀다. ‘천지창조’ 등의 그림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시스티나대성당의 천장화는 미켈란젤로의 해부학 강의였단다. 그러니까 그 천장에 뇌와 장기와 등뼈가 가득했다는 얘기다. 영국 풍경화가 존 컨스터블은 거의 기상학자 대접을 받는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서는 2004년 캐나다에서 발견된 ‘틸타알릭’ 화석을 떠올리는 식이다. 사실 이런 얘기들은 좀 거북하다. 모처럼 우아와 교양 한번 떨어보려는데 재 뿌리는 것 같아서다. 그럼에도 왜 이런 얘기를 할까. “과학의 출발이 그러한 것처럼 예술의 출발도 관찰”이라 믿기 때문이다. 과학과 예술은 관찰에서 태어난 형제자매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책에서는 갈릴레오와 카할(1906년 노벨생의학상 수상자)처럼 뛰어난 과학자들이 남긴 아름다운 드로잉도 만날 수 있다. 이 얘길 듣다 보면 소설가 김연수가 떠오른다. 김연수는 제일 듣기 싫은 말로 “소설 쓰고 있네”를 꼽았다. 어떤 장면, 심리, 상태를 문장으로 묘사하는 건 집요한 관찰의 결과물인데 제 마음대로 지어내면 된다고 착각한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저자의 주장을 재수없게 여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디서 “예술하고 있네” 비아냥 소리가 들린다면, 충분히 함께 흥분해줄 것 같으니까. 소재가 딱히 새로운 건 아닌데, 주물럭대며 비빈 손맛이 좋다. 1만 68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13년째… 1만명분 ‘사랑’ 굽는 제빵사

    13년째… 1만명분 ‘사랑’ 굽는 제빵사

    “어려워졌다고 남 돕던 것을 그만둘 수 있나요.” 서울 영등포구청 맞은편에 있는 유성용 베이커리 사장 유성용(48)씨는 2000년부터 영등포구청, 당산1동사무소, 성공회푸드뱅크 등을 통해 독거 노인과 노숙인 등에게 무료로 빵을 제공하고 있다. 연간으로 1만명분, 금액으로는 1000만원에 이르는 기부다. 유씨는 그 공로로 최근 영등포구청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유씨는 어려운 집안 사정을 돕기 위해 17세 때 사촌형을 따라 부산에서 제빵 기술을 익혔다. 이후 서울로 온 유씨는 1984년 서울시청에 취업해 15년간 구내식당 토스트와 다과회용 빵, 케이크 등을 만들었다. 1999년 일을 그만두고 퇴직금 3000만원에 대출금 1억원을 보태 영등포구청 앞에 자신의 이름을 건 ‘유성용 베이커리’를 냈다. 빵집은 성공적이었다. 개업한 지 2년 6개월 만에 1억원 빚을 거의 다 갚았다. 그러나 2002년 3월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바로 옆에 들어섰다. 유씨는 “그날로 매출이 정확히 반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시 3000만원을 대출받아 매장을 리모델링했다. 그러나 10년 사이 같은 계열사의 프랜차이즈 빵집이 인근에 두 군데 더 생겼다. 잘 나갈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 사흘간 케이크를 500개 넘게 팔았지만 올해는 150개 정도에 그쳤다. 그렇지만 유씨는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우리 가게에 처음 왔을 때 감격해하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면서 “어머니를 떠올리며 어려운 분들이 드실 빵을 만들 땐 잡념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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