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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의 밀레니엄 공관장 현지 리포트] 스페인

    ‘투우와 정열의 나라’ 스페인은 옛 에스파니아 제국의 영광 재현을 밀레니엄의 화두로 삼았다.‘스페인,새천년’ 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를 실현하기위한 각종 계획을 마련 중이다. ‘과거의 성찰과 미래에 대한 도전’을 모토로 정했다.세계를 호령하던 에스파니아 제국에서 2류 국가로 전락한 지난날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새로운‘무적함대’를 이루겠다는 도전 의식이 깔려있다.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영광을 재현하려는 ‘새천년의 무적함대’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꿈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스페인 역사의 1000년과 2000년’ 및 ‘20세기 스페인 주요사건’ 등의 전시회를 통해 스페인 국민들에게 문화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려고 한다. 스페인은 유럽의 서구문화와 북아프리카 이슬람문화의 교차 지점에 위치한나라다.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세계화를 주도했으며 이를 계기로 해가 지지않는 에스파니아 제국을 건설,한때 세계를지배했다.그러나 16세기 후반 영국과의 대결에서 ‘무적함대’의 패배로 오랜 쇠퇴기로 들어섰다.20세기 중반에는 프랑코 정부의 암울한 독재를 겪으면서 국제사회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조차 고립되는 어려운 시기를 살아야 했다. 그러나 75년 프랑코 사후 민주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개방화와 민주화를토대로 500년만에 제2의 세계화를 향해 힘찬 도약에 나섰다.카를로스 1세 국왕을 구심점으로 한 국가재건 과정에서 스페인 국민은 자신감을 회복했다.60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제발전은 86년 EU가입을 계기로 가속도가 붙었다. 정치·외교적으로는 우선 인구 4억의 중남미의 스페인어권과 협력체제를 구성,소원해졌던 대중남미 관계 복원과 강화를 꿈꾸고 있다.이를 위해 스페인은 EU와 라틴 아메리카 협력체제 구축과 이베로 아메리카 정상회담을 통하여스페인어권 및 대중남미권 결속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어를 국어로 사용하는 나라가 20여개국에 이르고 미국내 히스패닉계인구도 급속하게 늘고 있다.또 최근 인구 1억5,000만명의 브라질이 스페인어를 각급 학교에서 배우도록 새 법령을 제정했다.새천년에는 스페인 문화권이명실공히 영어 문화권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구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페인 제1의 산업이라 할 수 있는 관광산업은 ‘경제 무적함대’로 칭할수 있다.태양과 해변으로 상징되는 천혜의 자연조건과 전국에 널린 역사·문화 유적과 피카소·달리·미로 등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 등다양하고 풍부한 관광자원이 강점이다. 지난해 연간 7,000만명의 외국 관광객을 불러들여 300억달러의 관광수입을올렸다.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스페인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밀레니엄의 주요 과제로 관광산업의 질 개선을 위한 7개년 종합계획을 수립,관광대국 건설을 꿈꾸고 있다. ‘스페인 새천년’호가 문화의 무적함대를 앞세워 옛 제국의 영광을 되찾기위해 힘찬 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홍장희 駐스페인 대사
  • 장신구에 대한 고정관념 허물기「장신구의 역사…」

    목걸이 브로치 반지 팔찌 등 장신구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이들 장신구를 생각하면 먼저 화려한 보석과 금붙이 등 귀금속이 떠오른다.이는 전통적인 관념이다.동서양 할 것 없이 장신구는 원시시대에는 부적의 의미가 강했다.당시는 조개껍질,청동 등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사회체계가 자리잡으면서 점차 권위와 부 등의 상징으로 활용됐다. 수메르의 금꽃 머리장식(기원전 25세기),미노스기의 벌모양 금 펜던트(기원전 17세기)에서 부터 스웨덴의 루비 브로치(14세기),영국왕실의 에메랄드 귀고리(16세기),러시아의 다이아몬드 부케형 장신구(18세기)까지 근대이전의모든 것이 전부 그렇다.이들 장신구는 금과 다이아몬드 진주 등 희귀한 보석으로 자연과 동식물 등을 본따 신비하고도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같은 장신구의 개념이 현대에 들어 급변하고 있다.최근 서구 미술 패션계에서는 플라스틱,종이,교통표지판 등 실생활에서 쓰이는 소재를 사용해 평등성을 강조한다. 1986년 네덜란드의 게이스 바케르가 플라스틱으로 만든 목걸이는장신구를신체의상에 어울리는,개성을 표출하며 소품화에 성공했으며 넬 린센은 87년종이팔찌를 선보였다.이후 모면사를 매듭지은 목걸이,나일론사 목걸이,재활용품을 이용한 장신구 등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지난 93년 미국의 로이는교통표지판을 잘라내 다이아몬드와 루비를 세팅,‘미국의 꿈’팔찌를 ‘창조’해내기도 했다. 이런 새로운 개념의 장신구들은 기존의 호화찬란한 장신구 개념에 익숙한우리나라의 대부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이제는 장신구가 단순한 몸치장이나 부 및 권위의 상징에서 벗어나 행위예술 디자인 조각의 단계로 승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모험’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던진다.모피코트의 구입여부를 둘러싸고 빚어진 옷로비사건이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라스포사와 미소니 등 고급옷 상표가 여전히 인기를 끄는 요즘 이런 서구사회의 경향은 상큼하다.아울러 우리 예술계의 창조적 노력을 촉구한다. 최근 나온 ‘장신구의 역사,고대에서 현대까지’(클레어 필립스 지음,시공사 펴냄)는 이같은 장신구의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특히 과거와현대적인 것을 대비할 수 있어,많은 사람들에게 기존 관념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다만 흑백화보가 많아 아쉬움을 준다. 이 책은 밀레니엄시대의 장신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책을 본 한 주부는 “천박한 배금주의에서 비롯된 사치병을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라면서 “장신구가 개성,인성과 조화를 이루는 패션임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또 다른 여성은 “장신구 개념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장신구가 위화감을 조성하는 소품이 아니라,반짝이는 아이디어의 소산임을 깨닫게 해준다”고 강조한다.장신구 등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곁에 두고 자주 읽어도 질리지않을 책이다.값 1만2,000원. 박재범기자 jaebum@
  • [특별시론] 새천년 역사의 숨결

    대저,서기 2000년은 단기 4333년인데 세부동(勢不同)하고 문명의 풍향이 여전히 서세동점(西勢東漸)인지라,그레고리력(曆)을 취해 뉴밀레니엄 새 천년의 원단(元旦)을 맞는다. 우리식으로는 다섯번째이지만 서양식으로는 세번째 천년이 열리는 이 날은 어느 분의 지적대로 천년이라는 긴 스팬으로 역사를 인식해 보지 못해온 한국인이 처음으로 역사의 시각에서 맞은 신세기,새 천년이 되는 셈이다.우리는 지금 바야흐로 인식범위를 넘어서는 시간대로 진입한 것이다. 식민지 시절 시인 이상(李箱)은 “미래로 달아나서 과거를 본다.과거로 달아나서 미래를 보는가”(‘선(線)에 관한 각서’)라는 메시지를 띄우고, 영국의 시인 존 던은 “천성이 뒤떨어진 동물은 현재에 사로잡히지만 인간은미래의 동물”이란 화두를 던지고, 역사학자 코젤렉은 ‘지나간 미래’에서“자연적인 시간과 차별적으로 인식되는 역사적 시간”에 주목했다.중국인들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나 조선조 박제가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은 과거를 딛고 새 것을 여는 인간의 미래성을 제시한다. 미국의 호피 인디언들이 쓰는 말에는 과거나 현재,미래를 명확하게 구별하는 때매김(時制)의 표현이 없다고 한다.그들의 언어는 언제나 현재형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시간이란 ‘옥수수가 익고 양이 자랄 때 무슨 일이 생기는가’라는 식이다. 우리도 ‘어제’‘오늘’이란 우리말은 있어도 ‘내일(來日)’은 한자말일뿐이다.미래를 잊고 살아온 것이다. 동양에서는 600년을 갑주년으로 셈하고,고대 마야문명에서는 260년을 주기로 치고,인도의 종교에서는 마하유가라는1만2,000년에 걸친 긴 세월을 주기적 회귀의 단위로 친다.불기 2543년이고이슬람기 1421년이다.그런데 세상은 온통 서력의 ‘뉴밀레니엄’이니 문명의 힘은 시간의 기원과 개념과 주기와 단위를 지배한다. 중세 이래 세계를 지배한 나라는 다섯이다.16세기는 스페인,17세기는 네덜란드,18세기는 프랑스,19세기는 영국,20세기는 미국이다. 20세기 한때 미·소양극체제가 지금은 팍스 아메리카 시대로 바뀌었다. 21세기도 ‘미국의 세기’가 될까.최근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의 21세기8대 국가과제’로 ▲인종갈등 ▲민주주의와 정부개혁 ▲도시문제 ▲고령화현상 ▲빈부격차 ▲학교개혁 ▲정보기술 개발과 글로벌경제 ▲최강의 군사력유지를 들고,향후 9년 동안 약 3조달러를 이 분야에 집중투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중국과 일본이 미국을 뒤쫓고 러시아도 우수한 기초과학과 전통문화 예술분야에서 추적한다.한반도 주변 4강의 파워게임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이념으로 갈리고(남북),지역으로 나뉘고(동서), 소득으로 분열하고(빈부),이해로 대립하고(집단),정쟁으로 싸우면서(여야) 나라와 국민이 피곤해졌다.매사가 파괴적·비생산적·적대적이다 보니 화합·관용·창조의 정신이 설자리를 찾지 못한다. 이런 틈새에서 현안도 버거운 판에 국가 중장기과제의 대책마련이 쉬울 리없다.향후 30년이면 바닥날 석유자원과 대체에너지 개발,식량 무기화에 따른 양곡수급,물부족,자원고갈,오존층 파괴,환경호르몬,인구노령화,불균형한 남녀성비,국제공용어와 민족언어 보호,사이버 사회,생명공학의 궤도이탈,성타락,가정붕괴 등 서둘러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 세기가 그나마 ‘예측 가능’의 시대였다면 향후 세기는 밀레니엄 버그에서 보듯이 그야말로 예기치 못한 한계와 재앙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을것이다.정부·국회·대학·기업·자치단체들이 밤을 새워도 모자랄 지경이다. 인성이 피폐하고 국력이 흩어지면 21세기 무한 경쟁시대에서 제대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무엇보다 동서와 남북 그리고 해외 동포들까지 아우르는 한민족의 통합과 정체성 회복운동이 시급하다. 원효대사의 ‘원융회통 회삼귀일(圓融會通 會三歸一)’즉 “일체의 마찰과대립을 초월하여 융합해서 셋으로 갈라진 민족을 하나로 귀일시키자”는 정신을 새 천년 원단의 국가적 아젠다로 삼으면 어떨까.동서로 갈리고 남북으로 쪼개진 ‘회삼(會三)’을 ‘귀일(歸一)’시키는 정신의 중심이 바로 ‘원융회통’의 사상이다. 대저,그리하여 한국이 21세기 주역이 되고 단기가 그레고리력을 대신하게되는 “그날이 오면,그날이 오기를!”함께 기원하면서 힘찬 전진을 시작하자. [김삼웅 주필 kimsu@]
  • [뉴 밀레니엄의 전개] 이어령‘가와카쓰 교수 대담(2)

    ◆가와카쓰 교수 17세기 유럽에서 생긴 부국강병(富國强兵)노선은 파워 폴리틱스였습니다.전세계 육지의 3%에 지나지 않던 유럽은 패권주의로 1800년에는 전세계의 34%,1914년에는 84%를 수중에 넣었습니다.이것은 도의에 어긋난행위입니다. 16세기 후반 일본의 조선침략 이후 이퇴계(李退溪)의 주자학이 강항(姜沆)을 통해 후지하라 세이카(藤原惺窩)에게 전해졌습니다.후자하라의 제자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고문이 되면서 일본은 비로소 덕치주의(德治主義)로 바뀌었습니다. 19세기 후반 서양에 문을 연 일본은 부국강병 노선으로 전환해 가까운 아시아 제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세계 5대 열강에 들었습니다.그러나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뒤 강병노선을 배척하고 부국노선으로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20세기 전반 인류는 2차례의 세계대전을 경험했습니다.전후 미국과 소련 2개 초대국은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로 경제력을 올리는 경쟁을 벌였고 한편으로는 군비확대에도 열을 올렸습니다. 소련은 파산해 해체되고 미국은 세계최대의 채무국으로 전락했습니다.경제력은 군사력과 양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백해진 것입니다.세계는 지금 군축으로 향하고 있습니다.경제력이 없는데도 군비강화를 하고 있는 나라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입니다.20세기와 근대의 교훈은 부국강병노선의 파워 폴리틱스는 파산한다는 것입니다. 부국강병의 시대는 대국이 소국을 종속시키는 파워 폴리틱스였습니다.부국강병시대의 종언은 대국이 소국과 대등하게 될 수 있는 시대의 시작입니다. 실제 옛 소련외에 다수의 소국이 자립을 시작하고 있습니다.21세기에는 군사력보다 설득력이 힘이 되는 모럴 폴리틱스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위원장 그런 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협력이 가능해지는게 아닐까요.북한도 그런 물결에 거슬러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한국이 통일을 이루고 중국이 중화사상의 대국의식에서 벗어나 상생의 통합력으로 나간다면 동아시아는 세계의 중심으로 21세기 새 문명을 창조해 갈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오히려 늦게 배운 도둑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동아시아쪽에서 서구이상으로 군사력,경제력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치도 경제도 문화적인 기반이나 그 힘을 갖지 않고서는 앞으로 더나갈 수가 없습니다.상품 하나를 파는데도 소비자의 마음에 감동을 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해진 시대가 된겁니다.그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문화이며 모순을 포용하는 통합력이 바로 문화의 힘입니다. 임란 이후 한국인들은 구원(舊怨)을 잊고 조선통신사를 보내 일본과 문화교류를 했습니다.문승지효(文勝之效·문이 무를 이긴다는 사상)를 바탕으로 한 외교였습니다.21세기를 이끌어나갈 힘이야 말로 문승지효의 문화와 평화의힘이 아니겠습니까. ◆가와카쓰 교수 그렇습니다.21세기는 문화력이 힘이 되는 시대가 될거라고생각합니다.21세기는 군축이 기조가 되어 경제력이 문화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어떤 나라의 문화를 다른 나라의 문화로 억누르는 것은 도의에 어긋납니다.문화력이라는 것은 억누르는 힘이 아니고 끌어당기는 힘입니다.매력있는 문화는 동경되고 수용됩니다.구심력,중심성을갖고 넓어져갑니다. 그것은 일정의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이고 문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문명이라는 것은 매력과 동경에 의해 확장되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문명의 기초는 문화입니다.근대의 대국의 조건이 폭력과 위협에 기초한 ‘힘의 문명’이었다면 21세기 대국의 조건은 매력과 감동에 기초한 ‘미(美)의 문명’이될 것입니다. ◆이위원장 그런 점에서 21세기가 요구하는 인물상은 전쟁영웅들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창조하는 인간,무엇인가 독창성을 지닌 인간일겁니다.요즘 유행하는 말로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으로서의 인간입니다. 동서남북의 360도로 뛰면 승자가 360명이 되는데 각기 한방향으로만 뛰면 일등은 하나밖에 없습니다.한국과 일본의 그 치열한 경쟁사회의 각박한 모습은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리는 획일주의 때문입니다.다성적(多聲的) 사회를만들어내는 길이 바로 21세기의 과제가 아니겠습니까. ◆가와카쓰 교수 근대 일본인이 중시한 것은 19세기 서양에서 도래한 ‘개인주의’사상이었습니다. 개인주의는 전후 일본에서 자유는 ‘멋대로의 이기주의’로,평등은 ‘기회의 평등’보다는 ‘결과의 평등’을 중시하는 풍조가 됐습니다. 근대 이전의 일본은 멸사봉공(滅私奉公)이 지나쳤는데 20세기 들어 멸공봉사(滅公奉私)로 역전됐습니다. 21세기 일본에는 ‘개성’의 확립과 함께 공공성을 짊어진 인물이 요구됩니다.예를 들어 시인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하를 품는 투명한 의지와 거대한 힘,그리고 열이다’고 노래했듯 우주적인 넓이의 감성이 필요합니다.그리고 교육가인 오쿠마 시게노부가 ‘동서문명의조화’에서 말했듯 장대한 구상력을 가진 인물이 이상적입니다. ◆이위원장 21세기형 인간들은 정보화를 넘어선,지식을 넘어선 생명주의적감각을 지닌 인간들이어야 합니다.한국과 일본에서 쓰는 정보통신이라는 한자 말속에는 정(情)과 믿음(信)이라는 글자가 들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미래를 암시합니다. 서구의 정보통신에는 정과 믿음이 부족합니다.한국 아이들은 전화를 한창걸고 난 뒤 전화를 끊으면서 자세한 것은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하는경우가 많습니다.전화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정의 소통을 무의식적으로 노출시킨 말입니다. 한·일 양국의 문화적 동질성이 있다면 바로 정과 의리를 존중하는 것들입니다.정보사회에서 잃기 쉬운 것은 페이스 투 페이스 커뮤니케이션(face toface·대면소통)의 정입니다.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찾게 될 것은 삭막한 산업사회와 사이버 사회에서 잃어버린 피부의 그 온기일 것입니다.빵만으로는살 수 없다는 말처럼 이제는 정보만으로는 살 수 없는 시대가 오게 될지 모릅니다. ◆가와카쓰 교수 정보기술(IT)과 인터넷은 제3차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생활의전분야를 뒤덮고 있고 지구사회를 네트워크망에 집어넣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정보화와 함께 이동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점입니다.전세계 60억인구 가운데 6억이 이동하고 있고 그것이 낳는 총생산(GDP)은 세계 GDP의 10%를 넘고 있습니다.멀지않아 이동인구는 10억이 될 것입니다. 물건,돈은 말할 것도 없고 정보와 사람의 대교류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고그것은 상대와 자기가 틀리다는 의식으로부터 오는 아이덴티티(정체성)의 자각을 강화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역사의 주체도 제국에서 국가,국가에서 민족,민족에서 개인으로 옮겨왔습니다.분화,다양화는 자연계의 의사입니다.정보의 네트워크와 사람의 교류를 거쳐 우주 자연 세계의 다양성을 중시하고 개체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다른존재서로가 공존(共存)과 상생의 시대를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위원장 ‘21세기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연장일까,팍스 아시아일까,팍스자포니카일까’ 하는 문제가 곧잘 새 천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그러나 이런 화두자체가 일극(一極) 중심의 세계관이라고 할 구시대의 사고양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현재로는 미국이 모든 분야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만 미국의 세계지배는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십니까. ◆가와카쓰 교수 팍스 아메리카나도 팍스 자포니카(Japonica)도 아니라 생각합니다.19세기는 유럽의 패권의 세기였습니다.20세기에 태평양의 양쪽에 미국과 일본이라는 신흥 패권국이 발흥했습니다. 일본은 처음 미국의 물질생산력에 뒤졌지만 전후 미국을 따라잡았습니다.미국은 퇴락하고 있습니다.그 과정에서 일본을 선두로 한국을 중심국으로 하는 아시아 신흥국,그 뒤를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뒤쫓고 있습니다.서태평양 지역에 상호의존하는 독자적 경제권이 형성돼있는 셈입니다.이 지역이21세기 세계의 다이내미즘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고대 중세 근대는 중심성을 다투는 시대였지만 포스트 근대에는 탈중심,다중심(多中心)의 네트워크 시대입니다.특히 한국과 일본은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견고한 파트너십을 만들어야 합니다.세계 최대의 해양인 ‘태평양’에 힘이 아닌 매력과 감동을 낳는 문화,평화로운 문명을 쌓는 사명을 갖고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위원장 태평양이라는 이름부터가 평정과 평화의 평(平)자가 들어 있지않습니까.새 천년은 중국이나 일본,미국같은 대국들이 어떻게 작은 나라,힘없는 나라들과 공생하는가에 따라 그 방향이 결정되리라고 믿습니다. 한일관계는 물론 세계와 인류가 다같이 공생하려면 상대방의 상처를 같이아파해주고 치유해주는 노력이 전제돼 있어야 합니다.기린은 찌르레기 새와사이좋게 지냅니다.새는 기린의 털속에 서식하는 기생충을 잡아먹기 때문입니다.그리고 그 기린의 털을 뽑아 둥지를 짓기도 합니다.그러나 기린의 몸에 상처가 나면 그같은 공생관계는 끝납니다.찌르레기는 기린의 기생충이 아니라 그 상처를 직접 쪼아 피를 빨아 먹기 때문입니다. 동아시아는 제각기 아물지 않은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습니다.그것을 아물게 하고 건전한 공생의 길로 나가야 합니다.쉬운 예로 일본 영화가 한국에얼마나 들어가는냐 하는 것보다는 한일 양국이 어떻게 협력해서 80%를 넘는 할리우드 영화의 시장지배에서 벗어나 자국 영화의 비율을 늘려나가는가 하는 전략이 더 중요합니다. 가난한 자가 서로의 자루를 찢는 일만은 그만두어야 합니다.가와카쓰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니 새 천년을 맞는 마음이 한결 더 가볍고 밝아집니다.
  • [외언내언] 시스틴 성당

    로마 교황청의 한 모퉁이에 자리잡은 시스틴 성당은 교황 선출 장소로 유명하지만 일반인들에겐 르네상스 회화의 보고(寶庫)로 더 주목 받는 곳이다.이성당에 처음 그려진 벽화는 ‘예수의 생애’와 ‘모세의 생애’ 등 좌우 벽면에 그려진 12점.보티첼리·기를란다이요·페루지노·시뇨렐리·로셀리 등당시 피렌체와 움브리아의 대표적 화가들이 교황 식스투스 4세의 명령을 받고 1481∼1483년에 제작한 것이다. 이어 미켈란젤로의 저 유명한 천정화와 ‘최후의 심판’이 그려진다.천지창조를 보여주는 천정화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령으로,제단 뒤 벽의 ‘최후의 심판’은 교황 바오로 3세의 위촉을 받아 그려졌다.결국 시스틴 성당에는르네상스 전기부터 후기 바로크 회화의 태동까지 보여주는 작품들이 함께 모이게 됐다. 특히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지난 1,000년간 최고의 그림’으로선정(96년 미국 신문 워싱턴 포스트)됐을 정도의 걸작이다. 이 위대한 미술품들이 오랜 세월 먼지로 흐려지고 후세의 가필로 훼손된 것을 복원하는 작업이 20년 만에 마무리돼 11일 그 축하미사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집전으로 열렸다.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중 하느님이 아담에게숨결을 불어 넣는 장면이 지난 89년 복원되고 ‘최후의 심판’이 94년 복원된 데 이어 마지막 남아있던 성당 좌우 벽면의 그림 12점의 먼지제거 작업이끝난 것이다. 이번 좌우벽면 벽화 복원작업에 들어간 경비만도 310만달러에 이른다.‘최후의 심판’ 복원비용은 일본의 한 TV방송사가 그림 판권을 갖는 대신 부담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복원작업 과정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최후의 심판’에 등장하는 나체 인물들에 대한 후세의 가필을 제거하는 일이었다.미켈란젤로는 예수는 물론 베드로 등 등장인물 1백여명을 모두 나체로 그렸으나 16세기 후반부터 신성모독이라는 비판에 밀려 주요인물의 국부를 가리는 가필이 시작돼 17,18세기까지 40여명의 인물에 허리띠가 입혀졌다. 교황청은 복원작업을 시작하면서 가필된 부분을 제거하기로 했으나 적나라한 묘사에 충격을 받아 16세기 ‘허리띠 제조자’ 다니엘 다 볼테라가 가필한 부분은그대로 남기기로 했다.이 과정에서 지옥의 심판관 미노스의 남성이 뱀에 물린 것으로 드러나,미켈란젤로와 사이가 나빠 미노스의 모델이 된교황청 의전관 비아조 마르티넬리에 대한 화가의 그림을 통한 복수가 미소를자아내기도 했다. 시스틴 성당 벽화 복원작업이 원화의 예술성을 오히려 훼손시켰다는 논란도없지 않으나 시멘트와 철근에 싸여 원래 모습이 아리송해진 우리 석굴암 복원작업은 언제쯤 시작될 수 있을는지 궁금해진다. [任英淑 논설위원 ysi@]
  • 시스틴성당 벽화 복원 완료

    로마교황청내 시스틴 성당의 프레스코 벽화 복원작업이 20년만에 마무리돼10일 전세계 언론에 공개됐다. 시스틴 성당은 역대 교황선출의 장소로 이용돼온 곳으로 그 내부엔 미켈란젤로의 천정화 ‘최후의 심판’을 비롯,세계에서 가장 귀한 프레스코화들이벽면을 수놓고 있다. 20년전에 복원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이후 시스틴 성당은 그동안 두번의 대대적인 복원작업을 거쳤다. 이번에 끝낸 마지막 복원공사는 보티첼리,페루지노,시그노렐리,기르란다이오 등 15세기∼16세기 화가들의 작품에 붙은 그을음과 먼지를 제거하고 본래의 색을 덧칠하는 작업이었다. 지난 94년 이후 시작된 마지막 복원공사 비용만 300만달러(약 36억원)로 그동안 복원비용도 엄청난 액수를 헤아린다. 전문가들은 수백년 동안 색이 바랬던 작품들이 복원공사로 원래 색상을 되찾은 만큼 이후 수십년은 현재의 밝은 색깔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스틴 성당측은 새로 단장된 벽화들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특수 공기정화장치를 설치,이용할 예정에 있다.내년부터 가동될 이 공기정화시스템은매년 수백만명의 방문객과 함께 따라들어오는 각종 오염물질을 차단하게 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1일 시스틴 성당의 복원공사 완료를 축하하는 미사를 집전했으며 이 미사에는 지금껏 복원비용을 댄 개인 성금후원자들이 초청됐다. 이경옥기자 ok@
  • [식품 알고먹기] 샐러리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일품인 대표적인 서양채소 셀러리.10cm 정도 크기로잘라진 셀러리 줄기를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면 깨끗한 맛에 상쾌함마저 느껴진다. 요즘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요리에 쓰이지만 셀러리는 원래 약용식물이었다.16세기경 네덜란드에서 혈액순환 개선을 위해 쓰이다가 18세기부터식용으로 이용됐다.우리나라에선 6·25 이후 재배됐다고 한다. 셀러리는 피순환과 위장운동을 원활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는 식물성 식품으로는 드물게 비타민 B₁이 다른 채소보다 10배 이상 들어 있고,조혈작용을 하는 철분이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비타민 B₁은 당질 및 단백질 대사에 없어서는 안될 영양소다.아무리 좋은단백질과 당질을 섭취해도 비타민 B₁이 부족하면 효용이 없는 셈이다. 셀러리 한줄기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B₁의 양을 거의 채울 수 있다.셀러리에 들어 있는 단백질도 글리신과 메티오닌 등 필수 아미노산으로 구성돼있다.메티오닌은 간 작용을 도와 지방간을 예방해 준다. 셀러리의 독특한 향미와 사각사각한 촉감을맛보는 데는 샐러드 요리가 제격.마요네즈나 프렌치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에 달걀이나 치즈,육류 등 단백질식품을 함께 먹으면 안성맞춤이다. 육류나 생선을 구울 때 셀러리를 석쇠에 함께 얹으면 향이 고기에 배 한층품격 높은 맛을 즐길 수 있다.각종 볶음 요리에 쓸 때는 주 재료를 먼저 볶은 후 맨 나중에 넣어 살짝 볶아야 특유의 향과 씹는 맛을 살릴 수 있다.비타민 A가 많이 들어 있는 피망과 함께 먹는 것도 좋은 방법. 셀러리는 두 달 정도 냉동보관이 가능해 쓰고 남은 것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셀러리 줄기는 찧어서 동상에 찜질을 하면 특효가 있으며,잎을 목욕물에 넣으면 향기가 좋아 한층 즐거운 목욕이 될 수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값싸고 수준높은 작품 경매 통해 만난다

    고대와 현대 작품에 걸쳐 미술품 경매가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서울고미술경매(주)는 설립 10주년 기념 특별경매전을 16일 하오 2시 서울종로구 경운동 동예헌에서 갖는다.위작 시비가 심심찮게 일어나는 고미술의공개 경매는 고미술 유통의 양성·활성화에 이바지한다고 할 수 있다.경매관계자들은 “일반 유통가보다 낮은 가격으로도 고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는좋은 기회이며 공개 장소에서의 유통이기 때문에 뒷거래에서 생길 수 있는문제가 사전에 차단된다”고 강조한다. 이번 동예헌 특별경매전은 백자 위주의 도자기 경매전이지만 IMF후 오랜만에 열리는 골동 경매전인 탓에 서화류도 상당수 출품되어 있다.100여 점의경매신청 작품 가격은 신청가로 보면 10만원(16세기 초 筆洗)에서 1억5,000만원(17세기 청화백자)까지 다양하다.서울고미술경매는 이번 특별전을 맞아출품료 무료와 판매작이 가작으로 판명될 경우 원금상환과 함께 10%의 손해배상제를 실시할 방침이다.(02)730-5550. 이달초 최초로 경매전용관 (옥션 하우스)을 개관했던 (주)서울경매역시 17일 오후5시에 제13회 경매전을 갖는다.한국고미술품으로 품목을 한정한 이번 경매에는 고서화·도자기·목가구 등 130여 점이 출품된다.11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청자·분청·백자 등 도자기 60여점이 포함된 이번 경매는 서울경매의 첫 한국고미술품 경매다. 한편 서울경매는 전용관 개관 특별전으로 열었던 지난 12회 경매에서 낙찰71점,낙찰총액 3억3,400만원을 기록했다.(02)395-0330. 또 한국화랑협회도 제3회 아트갤러리 경매를 19일 오후5시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갖는다.한국 근·현대 회화,조각,판화 작품 170여점이 위탁·출품되어있는데 신청가에서 100만원 미만 작품이 69점으로 제일 많으나 1,000만원 이상 작품도 6점 있다.(02)720-4461. 김재영기자 kjykjy@
  • [집중취재 이것이 문제다] 어문 정책

    언어정책이 실종됐다.9일 훈민정음 반포 553돌 한글날을 맞았지만 외래어표기는 물론 맞춤법의 혼선이 가시지 않고 있다.외래어 표기를 위한 변변한회의조차 열리지 않고,학자들은 한자병기 등 해묵은 논쟁만 다람쥐 쳇바퀴돌듯 거듭하고 있다. 미처 순화되지 않은 각종 외래어가 판을 치고 공공기관이나 언론매체 등은우리말을 아름답게 가꾸기는커녕 국적불명의 언어를 남발해 오히려 국어환경을 오염하고 있다.더욱이 사이버시대를 맞아 PC통신상에서는 저속한 속어 등이 난무하고 있으나 정부나 전문가 등은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언어정책이 이처럼 ‘무정부상태’에 빠지게 된 것은 ‘언어에 대한 철학의 부재’탓으로 압축된다.최근 논란이 됐던 공문서 한자병용정책의 경우에서 보듯 문화관광부는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중요한 정책결정을 내리기 일쑤다.정책 결정권자의 즉흥적 판단이 어문정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말은 이같은 정책결정 과정의 난맥상 말고도 갖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정보화시대에 걸맞는 말과 글의 체계수립 ▲남북한 언어의 통일 ▲로마자 표기법 개정이나 외래어 표기문제 ▲순수 국어의 순화 등.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맞춤법을 쓰는 이의 편에 서서 쉽게 고쳐야 할것으로 지적된다.맞춤법 하면 어렵고 비현실적이라는 게 일반인의 인식이다. 문화관광부 자문기구인 국어심의회의 전위원 정재도씨는 “89년의 ‘읍니다’ ‘습니다’의 개정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혼란과 부담을 주었다”며 “이런 사례들이 되풀이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외래어와 외국어 표기의 방치는 더욱 심각하다.미국식 영어가 우리 생활에자리잡은 지 오래다.식자층일수록 미국발음의 외국어를 선호한다.지난해에는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까지 제기된 바 있다. 외국·외래어가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지만 이를 거르는 장치가 전무하다시피 하다.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으나 1년에 몇 차례 형식적으로 열었다가 아무 성과없이 끝난다. 양사겸 한글사 대표는 “지난 40년에 만들어진 외래어표기법이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마자 표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84년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앞두고졸속 제정된 표기법을 그대로 쓰고 있다.당시 장모음과 영어 ‘아’와 ‘어’의 발음을 모두 ‘어’로 통일시켜 40년대에 만든 안으로 되돌려 놓았다. 문화부 산하 기관인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이달 중 개정안이 나올 예정이지만큰 기대를 걸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러면 우리말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가꾸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무엇보다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쉽고 아름다운 말을 많이 개발하고 정부와 언론,특히 방송이 국어순화에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연구자들은 항상 예산타령만 늘어놓고 있다.물론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국어정책을 총괄하는 문화부 국어정책과의 올해 예산은 겨우19억여원이고 문화예산이 정부예산의 1%에 이르는 내년에도 29억원에 불과해 문화부 전체예산에 비하면 그야말로 쥐꼬리 수준이다.전문인력을 키우고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태부족인 액수다.지난 91년에 설립된국어연구원의 올해 예산도 3억∼4억원에 불과하다.일본은 우리의 100배 이상이다. 그러나 작은 희망의 불빛이 보이고 있다.국어연구원이 92년부터 7년간 준비해 9일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 첫권은 국가가 어문정책에 이제야 눈을뜨고 있음을 보여준다.문화관광부도 지난해 ‘21세기 세종계획’이란 이름의 정보화 10년 계획에 나섰다. 인하대 김문창 교수는 “우리말과 글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려면 정부와언론이 앞장서 말을 갈고 닦아야 한다”면서 “세계화하되 우리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홍기자 hong@ -외국의 어문정책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기말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이들 나라는 ▲관련 정부부서를 설치해 예산 및 인원을 충분히 배치하며 ▲새로운 용어 등을 자기 식으로 바꿔 표현함으로써 정체성을 지키고 ▲정부가말 보호에 앞장서는 등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이런 노력이 두드러지는 나라로는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자기말 보호’에 가장 적극적인 프랑스는 영어로부터 말을 지키는데 주력하고 있다.생활용어는 물론 웬만한 전문용어도 프랑스말로 바꾼다.예컨대 컴퓨터는 ‘오르디나퇴르’,데이터는 ‘다타’,나토는 ‘OTAN’,에이즈(AIDS)는 ‘SIDA’로 쓴다.말의 이같은 토착화를 위해 프랑스학술원에 대통령직속기구인 프랑스어 정화위원회를 두고,매주 회의를 열어 영어로 된 신규용어를 프랑스어로 바꾼다.회의에는 대통령도 자주 참석한다. 지난 76년 프랑스어 정화법을 제정,일상생활에서 프랑스어가 있음에도 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단어 1개마다 2만프랑의 벌금을 물린다. 프랑스어권인 캐나다 퀘벡주 역시 지난 88년 언어정화법을 마련하고 사복언어경찰을 편성,영어를 쓸데없이 많이 쓰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린다. 독일은 프랑스보다 한술 더 뜬다.영어는 물론 프랑스어도 전혀 쓰지 않으려 애쓴다.전화인 텔레폰의 경우 ‘페른 스프레이허’로,음운론(音韻論)인 ‘포노롤지’는 ‘소리학’이란 뜻의 ‘라흐트레흐어’로 바꿨다.독일은 이런자국어 지키기를 16세기부터 추진해왔다.이런 노력 덕분으로 300여년이 지난요즘 철학 의학 용어는 독일어가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역시 영국식 영어인 ‘퀸즈 잉글리시’를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하고있다.책 등에서 미국식 영어가 나오면 이를 영국식으로 ‘번역’한다. 미국과 일본 또한 유럽에 못지않게 관심을 기울인다.미국은 공영방송에서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즉각 ‘퇴출’된다.일본은 ‘세계의 모든 언어를 받아들이되 발음은 일본식으로 한다’는 대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도 중국식을 주장한다.비틀즈의 경우 ‘더벅머리 네명’이란 뜻의 ‘披四頭’(피스두)로,택시는 ‘돈을 주고 빌리는 차’란 의미의 ‘小租車’로쓴다.미니스커트는 ‘그대를 유혹하는 치마’라는 뜻의 ‘美니裙’(미니췐)으로 옮긴다. 박재범기자 jaebum@
  • 국내 첫 潮流발전소 추진

    경기도 하남에서 열리고 있는 ’99 하남환경박람회 참가하기 위해 지난 달한국을 찾았던 세계적인 수력발전 전문가 알렉산더 고를로프박사(미국 노스이스턴대학 수력발전연구소 소장)는 자신이 개발한 헬리컬터빈(일명 고를로프 터빈)을 이용한 조류발전소를 울돌목에 건설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울돌목을 선택한 이유는 이곳 조류속도가 최대 12노트여서 자신이 개발한 터빈을 이용해 조류발전소를 설치할 경우 최대 10만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를로프박사는 이메일을 통해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5월 국제환경포럼참가차 한국을 찾았을때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에 속하는 울돌목의 조류를이용해 16세기에 이순신장군이 왜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현장을 직접 답사한 결과 울돌목이 조류발전에 최적의 장소임을 확인했다”고밝혔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헬리컬터빈형 조류발전은 연료비가 안들고,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나 공해물질을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환경친화적이며완벽한 대체에너지원이라고 소개했다. 비행기 날개와 같은 원리를 이용한 헬리컬터빈은 물이 1노트(시속 1.85㎞)의 속도로 흐르더라도 날개를 회전시킬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완만한 흐름에서도 고속회전을 한다.이 터빈은 조류방향이나 파도의 방향과 관계없이 항상 동일 회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미해안경비대 사관학교,미 해군,미시건대학 등에서의 실험 결과 열효율이 기존의 다리우스터빈의 23%보다 높은 35% 이상으로 나타났다. 현재 울돌목 조류발전소 건설계획은 전라남도측으로부터 80% 이상 승인을얻은 상태.고를로프박사는 “케이블을 고정시키는 것을 포함해 건축·토목공학적 문제가 남아 있지만 무난히 해결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고를로프박사는 알렉산더 솔제니친과 친하다는 이유로 지난 76년 구 소련에서 추방돼 미국으로 망명한 뒤 노스이스턴대학 기계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그는 모스크바 지하철,애스완댐 터널 및 수력발전단지,그루지아공화국 쉬람강 및 아르메니아공화국 세반호(湖) 수력발전소 등을 설계했다. 조력발전은하구나 만을 방조제로 막아 바다물을 가두고 수차발전기를 설치,밀물과 썰물의 수위차를 이용해 발전하는 방식으로 해양에너지에 의한 발전 방식 중에서 가장 먼저 개발됐다.현재 가동 중인 대표적인 조력발전소는 프랑스의 랑스(용량 20만㎾)와 캐나다의 아나폴리스(용량 2만㎾) 등이다.우리나라의 경우 충남 가로림만이 최적지로 선정돼 한국해양연구소가 80년과 82년 프랑스와 공동으로 정밀타당성조사와 기본설계를 실시한 바 있다.86년에영국의 기술진이 82년의 조사를 재검토한 결과 시설용량이 40만㎾로 평가됐으나 구체적인 건설계획은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함혜리기자 lotus@
  • [깊이읽기] 조너선 스펜스의 ‘마테오리치,기억의 궁전’

    사람들이 자기가 익힌 지식과 정보를 마치 집을 짓듯이 원하는 형태로 정돈해 두고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는 없을까.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듯한 이런 바람이 실제로 고대 유럽에서는 특별한 훈련,즉 기억과 관념을 구체적 형태를가진 기억용 이미지로 만들어 ‘기억의 궁전’에 보관하는 기억술을 통해 실현되고 있었다.16세기 후반,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1552-1610)는 전교를 위해 파견된 중국에서 기억의 궁전을 건설한다.리치는 ‘기법(記法)’이라는 저술을 통해 이런 유럽의 기억술을 중국 지식인들에게소개한다.그는 기억술을 통해 중국인이 유럽 문화에 관심을 갖고 나아가 가톨릭 신앙에 관심을 갖게 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이로부터 약 400년이 지난 오늘날,중국사학계의 거장 조너선 스펜스는 시간에 묻혀 잊혀졌던 리치의 기억의 궁전을 재건했다.스펜스는 궁전의 문을 여는 단서로 ‘기법’에서 제시된 무(武),요(要),이(利),호(好)의 4글자로 만든 4개의 이미지와,리치가 ‘정씨묵원(程氏墨苑)’이라는 화집에 실은 4장의성화를상호 연결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글자와 그림의 이미지들은 바로 리치가 속했던 고전 라틴문화와 유럽 문명의 산물임과 동시에 그의 갖가지 인생 경험이 축적된 내면세계 그 자체를 나타낸다고 본 것이다.이 이미지를 통해 리치의 일생의 핵심을 이루는 주요한 주제들,즉 분쟁 항해 교리 학술 경제 배덕 성모신앙 등으로 궁전을 구성하였고 리치가 거쳐간 유럽과 인도,중국의 각 문화권에서 이 주제들이 어떻게 형성,변화되어 가는지를 추적하고있다. 그 결과 마테오 리치의 기억의 궁전에는 낯선 땅에서 신앙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분투하는 한 선교사의 일생과 함께 16세기 후반의 유럽 및 동아시아세계가 다면적으로 재현된다.당시 유럽은 지리적 발견과 대항해 시대로 대표되는 팽창기에 들어섰고 리치의 중국 파견도 그 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동서의 양 세계는 교역 등의 물리적 차원에서부터 리치의 파견과 같은 문화적 측면에 이르기까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양상으로 상호 접촉과 충돌을시험하고 있었던 것이다.리치의 기억 속에서 동과 서는 상호의 지적체계의이해를 통한 내면적인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리치는 놀라운 의지와 능력으로동아시아의 정신 문화의 핵심부에 도달할 수 있었고 중국의 지식인들과 여러방면에서 지적 교류의 단서를 만든다.이 만남은 유럽의 제국주의적 침략으로얼룩진 이후의 역사에서는 단절되어 잊혀지게 된다. 양 세계의 굴절된 상호인식,오해와 편견 등이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는 오늘날,리치의 기억의 궁전으로의 여행은 16세기의 세계와 인간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함께 우리의고정된 기억들에 새로운 의문을 안겨주는 의미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차혜원 연세대 강사
  • [깊이읽기] 부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문화국민은 저마다 그들의 고전을 창출한 황금기를 갖는다.단테와 페트라르카,다빈치와 미켈란젤로,메디치 가와 피렌체의 이름과 맺어지는 15·16세기이탈리아 르네상스는 참으로 유럽 아니 세계사상 유례가 없는 현란한 문화의 황금기였다.우리들은 야콥 부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1860)라는 명품(名品)을 통해 그 전체의 면모를 체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문화사학의 정초자(定礎者)요 미술사가인 부르크하르트에 있어 역사란 인간정신의 형태학이요, 르네상스의 주조음은‘개인’의 탄생과 발전이었다.이때개인이란 이성과 감성, 정신과 육체,아가페와 에로스의 조화를 이룬, 그러므로써‘위대한 삶’을 실현한 인격을 말한다. 부르크하르트는 15세기의 이탈리아를 가리켜 선과 악이 기묘한 혼합을 이루었던 시대였다고 말한 바 있으며,그러한 인물로서 당시의 전제군주,용병대장,고위 관리들을 우리들 앞에 내세운다. 성직자나 휴머니스트,예술가와 귀부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에게 요청한 청탁을 함께 삼키는 덕성‘비르투’가 인간의 가능성과 위대함의 징표로서 찬탄되고 악도 또한 덕으로서 미장된,그리고‘명성’에 신들린 르네상스적 자아.그 자아의 비밀을 밝히는 소도구로서 부르크하르트는 그들의 기쁨과 좌절,환상과 불안,야심과 절망,영광과 몰락, 기지와 풍자,향락과 참회의 모양을 전체적 삶의 수준에서 펼쳐주며,또한 당시의 격언과 우화,사교와 의식,연설과 개선식,위상과 귀금속,간통과 창부,놀이와 성의물 숭배,미신 등의 변주곡도 빠짐없이 들려준다.이탈리아 르네상스를향한 애증(愛憎)이 뒤섞인 관찰에 있어 이 ‘진리를 널리 말하는 시인’은직관과 상상력 그리고 감정 표출의 독특한 문체를 아낌없이 구사한다.인간의심층세계를 파헤친 이 정녕의 역사가에 의해 역사서술은 예술이 되고 역사와문학의 주제는 하나가 되었다.그리하여 그는 아날 학파와 역사심리학의 개척자가 되기도 한 것이다. 부르크하르트는 도시공화국과 전제정치 그리고 특히 자유로운 시민의 공동체인 피렌체를 요람으로 자란 르네상스적 인간이 지향한 ‘보편적 인간’,‘독자적 인간’의 위대함과 그들에 의해 창출된 교양(휴머니타스),심미적 문화를 찬탄하여 마지않는다.그러나 이 뛰어난 인간 관찰자는 르네상스풍의 자아의 문제성을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그는 그들 속에 ‘무엇인가 진정 악마(demon)적인 것’을 예감하였다. 부르크하르트는 1789년 이후 그가 놓인 ‘혁명의 시대’의 상황이 ‘모든격정과 이기심을 방출한’광기의 소행임을 잘 알고 있었다.부르크하르트는반문화적인 정치가 모든 것을 제패하는 그의 시대를 철저하게 거부하였다.그리하여 그는 현실로부터 탈출과 구제의 길을 ‘아름다움과 위대성’에 빛났던 과거 속에서 찾았다.‘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는 바로 아름다운 역사에게 바쳐진 그의 신앙 고백이다. ‘모든 것을 단순화하는 무서운 인간’의 불길한 도래를 예언한 부르크하르트.마이네케는 역사적 삶의 심연을 통찰함으로써 현대의 우리들의 문제를 그발단에서 그리고 그 해답을 최초로 제시한 부르크하르트에 감탄하였다. 이 책은 역사서술을 시와 예술로 드높인 고전 중의 고전이다.만시지탄의 감이 없지않으나 이제라도 명저의 번역본이 나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하지만몇가지 오역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교황국→교황권,현대적→근대적,계급→신분,도덕과 종교→풍속과 종교 등등의 오역은 재판에서 바로잡아지기를 바란다.(안인희 옮김,푸른숲 2만9,000원)
  • [현상과 전망 21세기 미술](2)캘리포니아의 ‘살아있는 그림’

    르네상스 이전 서양미술의 주제는 신이나 성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르네상스에 이르러 인간은 다시 그 중심이 될 수 있었으며,19세기 사진의 발달과 함께 인물을 그리거나 기록을 하기 위한 기능은 더이상 화가의 역할이 아니게 되었다.사진의 발달은 화가들로 하여금 보다 심도 있는 탐색과실험이 가능하도록 하였다.그 결과 지금까지의 미술 형태와는 다른 새로운형식의 미술이 나타나게 되었다.20세기에는 이런 새로움이라는 구호아래 다양한 사조의 미술운동이 전개되어 왔다.21세기를 준비하는 지금,태평양 건너미국의 캘리포니아 해변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미술이 시도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라구나 비치-이 해수욕장은 해변의 부드러운 모래 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살아있는 미술과 조각을 전시하는 행사로,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1998년에는 140명이 참가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밀로의 ‘비너스’,미켈란젤로의 ‘피에타’,모네의 ‘정원의여인’,로댕의 ‘칼레의 시민’등 16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대가들의 불후의 명작들을 완벽하게 연출,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었다.TABLEAUVIVANT(살아있는 그림),SCULPTURE VIVANT(살아있는 조각)으로 불리는 이 예술행위는 말 그대로 살아서 숨쉬고 움직이는 그림과 조각들을 말한다.처음에사람을 그리기 위해 사용되던 캔버스와 물감의 자리를 자연을 배경으로 사람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사람들로 이루어진 그림의 모방인 셈이다.‘살아있는 그림’의 주제는 16세기에서 19세기의 대가들의 그림들로 이미 잘 알려진작품들이다. 이러한 점이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 흥미를 유발시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그림에 나타난 형상 그대로를 연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무대로 혹은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그림’의 또다른 재미는 전통의상의 재현,인물들의 정지된 자세와 순간의 표정 등을 들 수 있다.그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의 다양한 표정과 행동은 그림 속의 상황을 연극적 혹은 풍자적으로 만들고 있다.미술관이 아닌 열려진 공간,그것도 여름날의 해변가에서 사람들은기존의 미술감상법에서 벗어나 미술품과 함께 존재하고, 즐기며 또한 열광한다.이 ‘살아있는 그림’이 현장에 직접 참여한 그들에게 독특한 미적 체험과 추억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원래 ‘타블로 비방’은 완전히 새로은 형식의 예술은 아니다.19세기 유럽,상류층의 파티에서 사람들의 여흥을 돋아주던 오락의 한 종류로 극소수의 사람들끼리 재미로 즐기던 놀이였다.그냥 잊혀졌을 놀이가 사진의 기록적 기능에 의해 살아 남아 오늘날 현대작가들과 거리의 연기자들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는 행운을 안게 되었다.새로운 미술의 창조가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지금,캘리포니아의 해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행동들이 새시대의 새로운 예술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해 본다. 송미령 (한솔문화재단 선임학예연구원)
  • [주한 외국대사에 듣는다]볼프스윈켈 和蘭 대사

    튤립의 나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네덜란드의 요스트 볼프스윈켈 주한대사는 11일 대한매일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이 더많은 외국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기업의 회계시스템을 포함,각 부문에 대한 ‘투명성 제고’가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북 화해정책에 있어서도 무조건 주는 식이 되어서는 안되며 상호주의원칙속에 북한과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협상을 맺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벨기에 다이옥신 파동과 관련 네덜란드 농축산물에 대한 우려도 크게 대두되고 있는데. 다행히 한국에 수출된 육류엔 이상이 없음이 확인됐다.이에따라 한때 한국정부의 네델란드산 육류 판매금지 조치로 생겨난 양국간 마찰도 해소됐다.네덜란드는 농축산물에 대한 유통구조 및 검역·검사 시스템이 잘 발달된 나라다. ■지난해 네덜란드의 대한 투자규모는, 또 한국의 투자환경은 어떤가. 네덜란드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예로 지난해 24건 총13억달러를 투자,전체 외국투자규모중 약8분의1을 차지했다.최근 이뤄진LG와 필립스간의 합작투자도 이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시장이지만 좀더 개방정책을 펴고 또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도록 사회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네덜란드 기업들은 외국 기업에 투자할때 회사의 비전과 함께 회계시스템이 투명한가를 먼저 살핀다. ■한국의 금융개혁 및 재벌개혁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한국경제에서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재벌개혁은 지금까지 서류상으로만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또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기업과 개인의 마음가짐도 임기응변식의 사고가 팽배한 것 같다.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적극 지지를 보낸다.그러나 최근 북한이 보여준예측불허의 태도를 보면서 북한의 동태를 좀더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일관성있는 대북정책 기조는 중요하지만 식량원조는 하되 미사일 발사문제등은 확실히 매듭짓고 넘어가는 등 밀고당기는 협상자세가 필요하다.또 인권차원에서 먼저 관심을 갖고 북한과의 관계를 풀어간다면 반드시 좋은 결실이있으리라 믿는다. ■네덜란드인은 2~3개 외국어가 능숙할만큼 국제화 됐다는 얘길 들었다.한국인의 국제화는 어떻게 보는가. 네덜란드는 16세기부터 국제화를 경험할 정도로 일찌기 바깥에 눈을 떴다. 외국어교육은 초등학교부터 단계적으로 시작,고등학교시절 보통 2개의 외국어를 배운다.한국은 미국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국제적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의 국가 경쟁력은 효율적인 물류시스템에 있다고 한다.한국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지구촌이 점점 하나의 세계로 좁혀지는 요즘 다른 나라보다 뛰어난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경쟁력이다.항구 공항 도로등의 발달로 종종 네덜란드는 ‘유럽의 관문’으로 통한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3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등 입지조건이 비슷하다. 부산항 인천항과 같은 항만시설과 인천국제공항 등 사회간접자본들을 더욱확충해나간다면 머지않아 한국도 아시아의 관문이 될것이다. 더욱이 한국은 반도체같은 첨단기술과 자동차산업에서의 세계적 우위가 또하나의 국가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한가지 아쉬운 점은 뛰어난 기술력에 비해 창조성이 약간 부족한 것이다. ■유럽의 통합이 가시화되고 있다.앞으로의 전망과 EU(유럽연합)시장 접근을 위한 한국기업의 대비책은. 완전 통합에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각국이 자국의 정체성을 쉽게 버리려 하지 않는다. 한국은 우선 유럽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좋다.먼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경제적 또는 벤처기업 부문에서 합작형식으로 협력해나가는 것도 서로의 이해를 돕는 방편이 될 것이다. 이경옥기자 ok@
  • 日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으로 들썩

    “1999년 일곱번째 달.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마르스는 행복의 이름으로 지배하려 들리라.” 16세기 프랑스의 의사이자 점성가인 노스트라다무스(본명 미셸 드 노스트르담)의 추종자들은 지구가 불과 몇주 남지 않은 오는 7월에 종말을 맞게 된다고 믿는다.특히 일본에서 6월은 노스트라다무스의 달이 되고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도래에 앞서 지구가 끝장날 것이라는 이같은 전망은 그동안 수많은 일본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고 이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호사가들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아마겟돈(세상의 종말 때 선과 악이 벌이는 대결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약 20%의 일본 대학생들은 이 예언에 어느 정도의 신빙성을 부여했다.일본고쿠가쿠인(國學院)대학이 최근 6,243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들중 4.6%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믿는다고 응답했다.그리고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사실로 입증될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들도 17.1%에 달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지구종말을 심각하게 여기는 일본인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까닭은 일본인들에게 노스트라다무스 붐은 일종의 오락거리에 불과하기때문.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종말 관련 책들이 일본의 출판 시장을 휩쓸고있다.출판계 소식통들은 ‘예언’이란 제목을 가진 책은 어떤 것이든 팔릴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일본 출판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98년 이후 일본에서 발간된 책중 노스트라다무스에 관한 것이 31종에 달하며 이중 10권이 올해 발행된 것이다.대표적인 종말론 작가인 조 아키오는 지난 2월 발간한 ‘노스트라다무스 해설서’에서 종말의 정확한 날짜와 시간이 1999년 7월 24일 오후 5시라고 주장했다. “출판사들은 다음달의 데드라인(예언된 지구종말일) 이전에 노스트라다무스에 관한 새책을 내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고쿠가쿠인 대학 교수 이노우에 노부타카는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굄돌] 마녀사냥 이야기

    파스칼이 태어나던 해 사법관이던 그의 아버지는 한 ‘마녀’(魔女)에게 고양이 한 마리를 주었다.까닭은 그 마녀가 부린 주술 때문에 위험에 빠진 갓난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과연 마녀의 주술이 아이의 목숨을 위협했는지,아니면 정말 고양이 한 마리로 아이의 목숨을 건졌는지는 알 수 없는일이다.다만 파스칼의 아버지처럼 당시 사회를 지배하던 사법관마저 마녀의주술을 믿었으며,나아가 그와 거래를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마녀란 남녀 마법사 중에서 여자 마법사를 일컫는 말이며,마법사라는 말 ‘소르시에’도 원래 ‘운명’을 뜻하는 ‘소르스’에서 온 말이다.좌우간 그들은 식탁에 포크가 출현하던 16세기부터 ‘인민재판’의 형식으로 역사의무대에서 사라져야 했다.유럽 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감소시켰던 1,000년 전의 페스트가 이 때도 그들의 파괴적인 집단 감수성을 지배하고 있었다.그것을 배경으로 ‘사탄의 앞잡이들에 대항해서 마을을 지켜오던 유력인사’였던 마법사가 도리어 사탄의 한 패로 몰려서 사법관 앞에 끌려오고,‘귀신과 교통 능력이 있다’해서 죽음의 통과의례를 관장하던 마법사들이 그들의 은혜를 입었다는 ‘손님’들과 함께 장작더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거꾸로 그들은 자신을 화형에 처하도록 심판한 주교나 사법관을 마법사라고불렀으며, 경우에 따라 사면을 제의받은 경우에도 단호하게 거부했던 것으로알려졌다. 즉 마법사들을 용납해 왔던 사회적 조건들이 달라졌으므로 그것은당대의 사회체제와 정신환경을 설명하는 불가피한 사건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 현실을 왜 과거 서구 기독교 문명권이 집단환각 상태에서 저질렀던 이 비극에다 맞춰 비추어보는지 알 수 없다.생각하면 타고르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입옷을 불태우던 간디의 모습이 오히려 관심을 끄는데도 말이다.‘비가 올 때는 우산을 써라’라는 말도 매우 새삼스럽게 들린다.아마 자신이처한 운명을 역설해 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5년전에도 모 대학 총장의 발언 때문에 ‘마녀사냥’이란 말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그렇다면 문제는 누군가 여론에 의해서 마녀나‘마녀사냥’감이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그 조건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우리의 현실적풍토일 것이다.마녀는 조물주의 이상적 이미지의 안티테제다.그러므로 이 안티테제의 조건이 변하지 않는 한 다른 ‘마녀사냥’ 이야기가 지금도 어디선가 틀림없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치석 서울용두초등학교교사
  • [외언내언] ‘최후의 만찬’ 복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같은 주제의 그림들 가운데 표현의 최고봉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다빈치는 이 그림에서 르네상스의 고전적양식을 처음 사용했다.그리스도 최후의 만찬을 그린 그림들은 흔히 교회 식당벽에 걸렸는데 이 그림 역시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식당 벽면에 그려진 벽화다. 다빈치는 당시 벽화제작에 사용됐던 프레스코 기법 대신 특수 물감을 사용해 벽에 직접 그리는 기법을 만들어 냈으나 습기가 많은 밀라노 특유의 날씨 때문에 16세기 초부터 그림이 훼손되기 시작했다.그때부터 수많은 덧칠작업이 이루어졌고 지난 77년에는 본격적인 복구작업이 시작됐다.부자가 예술활동을 후원한 르네상스 시대 전통에 따라 복구비용은 이탈리아 사무기기 업체인 올리베티사가 부담했다. 특수 화학물질과 현미경 등 현대 과학기술을 동원한 22년간에 걸친 ㎜단위작업 끝에 복원된 ‘최후의 만찬’이 28일 일반에 공개됐다.복원 책임자 피닌 브람빌라는 “우리는 오로지 원래 작품의 빛과 색상을 되살렸을 뿐이며아무 것도 더하거나 빼지 않았다”다고 말했다.이탈리아의 관계자들은 원작의 90% 정도가 되살려졌고 새 생명과 빛을 얻었다고 자평하고 있다.그러나미국과 유럽의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복원작업이 원작의 예술성을 오히려 손상시켰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복원팀이 덧칠을 제거하고 여백을 채우는 과정에서 원작이 상당부분 사라졌으며 그 결과 최후의 만찬의 극적 분위기와영혼을 잃어버린 작품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제임스백 교수는 “다빈치는 18∼20%만 남고 80%가 복원자들의 것”이라면서 “이제 르네상스 시대 그림이 아니라 포스트 모던 그림이 돼버렸다”고 혹평했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벽화 ‘최후의 심판’이 13년간의 복원작업 끝에 지난 94년 공개됐을 때도 복원의 타당성과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가 높았다.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다빈치의 ‘모나리자’도같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인류의 문화유산인 걸작 미술품 복원작업을 둘러싼 이러한 논란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딜레마인 셈이다.국내 최고의 목조건물인 봉정사 극락전의 벽화가 비바람 들이치는 처마 밑에 방치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그 딜레마조차도 행복한 고민으로 보인다.복원된 ‘최후의 만찬’을 보려면 공기압력실에서 먼지를 털어내야 하고 항(抗)박테리아 카펫을 따라 걸어가 제한된 시간 동안만 관람할 수 있다니 우리 문화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애당초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임영숙논설위원
  • 엘리자베스 英여왕 방문 계기로 알아본 110년 교회사

    19일부터 22일까지 방한하는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대성당을 찾는다.엘리자베스여왕과 남편 필립공은 방한기간동안 대성당에 들러 대한성공회 서울관구장 정철범 대주교를 비롯한 교회지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성당안에 있는 영국군 참전기념비에도 참배할 계획이다.그러나방한일정상 미사에는 참석하기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1889년 영국 도움으로 설립된 대한성공회가 영국여왕 내외와 같은 최고의 귀빈을 맞는 것은 110년 한국선교사상 처음.지난 1992년에는 한국을 방문한 찰스 영국 왕세자내외가 성공회 대성당에 들른 적이 있다. 성공회(聖公會)는 16세기에 영국에서 시작됐다고 해서 흔히 영국 국교회(The Anglican Church)라고 부른다.영국왕 헨리 8세가 이혼문제를 둘러싸고 교황청과 갈등을 빚으면서 설립된 성공회는 1534년 수장령(首長令)과 1559년의 신교(信敎) 통일령에 의해 영국의 국교로 자리잡았다. 루터교나 장로교와 같이 과감한 개혁을 추구한 대륙의 개신교와 달리 성공회는 초대 교회의 전통을 비교적 지키는편.교황의 교도권을 부정하는 면에서는 개신교지만 사도들의 성사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가톨릭과 가깝다.가톨릭이나 정교회처럼 주교-사제-부제의 삼품 성직을 두고 있으나 가톨릭과는달리 결혼을 할 수도 있다. 성공회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영국과 국교가 열린지 7년만인 1889년이다.켄터베리 대주교 벤슨(E.W.Benson)이 해군 군종신부 고요한(C.J.Corfe)을 보내면서 선교가 시작됐으며 이어 1891년 선교본부 ‘부활의 집’과 한국최초의 성당인 낙동성당을 건립했다. 1915년 최초로 한국인 사제 김희준(金熙俊)신부를 배출했으며 1965년에는이천환(李天煥)주교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주교 서품을 받았다.대한성공회는 1993년 서울교구가 독립관구로 승격된 후 김성수(金成洙)대주교에 이어 정철범(丁哲範)대주교가 관구장을 맡고 있다. 신부 150명,신도 6만5,000명,성당 수 100개로 교세는 크지 않으나 개신교내 교회일치및 가톨릭과의 화해에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50년대 이후부터 산업선교와 학원선교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십자형 붉은 기와건물로잘 알려진 대한성공회 대성당(서울시 유형문화재 35호)은 1926년에 건립됐으나 완공이 안된 상태로 사용해오다 뒤늦게 외국에서 설계도가 발견됨에 따라 재공사를 벌여 70년만인 지난 96년에 축성식을거행했다. 현재 성공회 대성당 옆에 위치한 세실극장은 1941년 일제에 의해 추방된 구세실(C.Cooper)주교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 문학 단신

    ◆문병란씨 새시집 '인연서설' 펴내 광주를 대표하는 시인 가운데 한명인 문병란씨(65)가 새 시집을 냈다.도서출판 시와사회가 펴낸 시집은 ‘인연서설’.문씨는 그동안 민주화 운동의 한 가운데에서 격정적인 시들을 토해냈다.하지만 이번 시집에는 삶에 대한 관조와 자아의 내면탐구,삶의 고뇌와 풍자를 담은 시편들이 주로 실렸다. “내 친구의 꽃가게에서는/천 원에도 행복을 판다”(‘행복을 파는 꽃가게’),“그녀는/항상/반쯤 입을 벌리고/권태롭게/우두머니 서 있다”(‘우체통사설’) 등이 바로 그런 작품들이다.‘오월의 죽음’‘꽹과리 소리 한평생’ 같은 역사의 현장에서 읊었던 행사시도 실렸으며 ‘두개의 평화’‘살구꽃’ 등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시편도 담겼다. ◆日작가 히라노 장편소설 '일식' 번역올해 일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24)의 장편소설 ‘일식(日蝕)’이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양윤옥 옮김,문학동네. 아쿠타가와 사상 대학생이 23년만에 처음으로 상을 받은 데다 소재와 표현기법이 특이해화제를 모았던 작품. 올해로 120회째를 맞은 아쿠타가와상 사상 대학생이 수상자로 뽑힌 것은 이시하라 신타로,오에 겐자부로,무라카미 류에 이어 그가 네번째다.소설은 초로의 성직자가 16세기 초반 시점에서 젊은 수도사 시절(1482년)에 겪은 비밀스런 기적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중세유럽의 사상적 흐름이 그대로담겨 있을뿐 아니라 마니교,이슬람교,연금술 등 이단의 종교철학들이 복잡하게 얽혀들어 있어 읽는데 적잖은 지적 인내를 요구한다. ◆英 바이어트 장편 '바벨탑' 소개 영국의 현대작가 A.S.바이어트(64)의 장편소설 ‘바벨탑’(전3권,이종인 옮김))이 국내에 소개됐다.바이어트는 지난 90년 대표작 ‘소유’로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받았던 인물.유럽에서는 움베르토 에코에 비견될 만큼 명성을 떨치고 있다. ‘현대문학’이 펴낸 이 소설은 여주인공 프레데리카와 그의 가족사를 시대상황과 접합한 작품이다.여주인공의 고통스런 이혼소송과 외설소설 ‘배블탑’의 음란시비를 고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특히 소설 속의 소설‘배블탑’은 인류가 당면한 종말과 새 도덕률의 탄생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새 천년기를 앞두고 시사점을 던져준다.
  • 영화계 복고·인종주의로 틈새시장 공략

    세기말의 불안감을 대변하는 것일까.최근 영화계에는 복고풍이거나,역사적고통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들이 많다.이달초 개봉한 ‘셰익스피어 인 러브’ ‘레미제라블’ 등에 이어 이번주말 ‘엘리자베스’가 관객을 찾아간다.이들은 옛 것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또 이미 상영중인 ‘인생은 아름다워’와 주말개봉하는 ‘아메리칸 히스토리X’는 나치와 백인우월주의 등서양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낸다. ▒엘리자베스 16세기 중반 파란만장한 삶을 지낸 한 독신여왕의 집권전후 이야기.그러나 엄숙한 시대극이 아니라 사랑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엘리자베스는 헨리8세의 두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났으나 질투심많은 언니인메리여왕에 의해 감금된다.미처 엘리자베스의 운명을 결정짓지 못하고 메리여왕이 숨지자 1558년 25세의 처녀로 왕위에 오른다.끝없는 암살의 위협과주변 강대국의 압박,반역 등의 고난을 극복해냈으나 마지막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연인의 배신이 그 것.실망한 그녀는 마침내 ‘조국 잉글랜드와의 결혼’을 선포한다.그녀 치하에서 잉글랜드는 황금기를 맞았다고 역사는 전한다. 이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여우주연상 등 7개부문 후보에 올랐다.제작진은 현대적 감각을 살리기 위해 ‘대부’를 참고삼았다고 밝혔다.시사회를 본 팬들은 국내사극 ‘용의 눈물’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다. 호주여배우인 여주연 케이트 블랑슈 뿐 아니라 조연인 제프리 러시와 조셉파인즈 등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영화는 16세기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는 잉글랜드의 앨른윅 성,뱀버러 성,칠링엄 성 등에서 촬영했다. 94년 칸영화제에서 ‘밴디트 퀸’으로 이름을 날린 인도감독 세카르 카푸르의 첫 해외연출작이다.그는 70년 잉글랜드로 건너간지 20여년만에 대작을 감독하는 영광을 안았다. ▒아메리칸 히스토리X 일그러진 가치관이 남긴 상처를 그린다.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에드워드 노튼은 혼돈과 상실감,증오와 저항을 화면 가득히 펼친다.그러나 이 영화는 인간이 만든 각종 편견을 가족들이 사랑으로극복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지역감정이 있다면 미국에는 더욱 큰 편견이 있다.인종차별주의. 주인공 데릭은 나치의 백인우월주의에 푹 빠져있다. 어느날 흑인 좀도둑들이 자신의 차를 훔치려 하자 무참하게 이들을 살해한다.감옥에 들어간 그는 그러나 나치주의자인 백인이 아닌 흑인친구에 의해보호받으면서 인간애에 눈을 뜬다.출감한 그를 과거의 친구들은 영웅으로 치켜세운다.그는 그러나 이미 그들의 허상을 간파했다.세상은 증오와 편견이아니라 사랑과 화해가 중요하다고. 에드워드 노튼은 스킨헤드에서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현자의 눈빛에 이르기까지,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 朴宰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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