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링컵]지성, 벤치서 우승컵 들었다
‘지성이면 감천’. 박지성(28·맨체스터 유니이티드)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끝난 맨유-토트넘의 칼링컵 결승전. 박지성은 뛰어야 사는 몸이지만, 팀 승리를 빌고 빌었을 터다.
알렉스 퍼거슨(68) 맨유 감독은 후반 그를 들여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일이 터지고 말았다. 0-0으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던 마당에 물꼬를 틀 긴급수혈이 필요했다.
수비수 존 오셔(28)가 발뒤꿈치 때문에 고생하나 싶더니 뛰지 못하겠다고 호소해 후반 32분 네마냐 디비치(28)를 들여보낼 수밖에 없었다. 퍼거슨 감독은 이미 후반 11분 왼쪽 공격수를 교체한 상황이었다. 박지성 카드를 쓸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 퍼거슨 감독은 전·후반 120분 혈투를 0-0으로 마치고 승부차기 끝에 4-1로 정상을 차지한 뒤 “박지성이 경기에 못 나와 실망스러워할 것”이라면서 “그를 내보내려 했는데 오셔가 부상을 입으면서 전술운용에 차질이 생겨 출전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맨유의 칼링컵 우승은 1992년과 2006년에 이어 3년 만이자 통산 세번째.
박지성은 벤치에 머물렀으면서도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퍼거슨 감독도 시상대에 오르던 박지성의 어깨를 다독이며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박지성으로선 유럽에 진출한 뒤 10번째 챔피언 등극이다. 2003~04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에레디비지컵 우승에 이어 슈퍼컵, 정규리그와 FA컵을, 2005년 여름 맨유로 둥지를 옮겨 첫 시즌 칼링컵, 이듬해 정규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지난해 5월 정규리그, 12월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챔피언에 올랐다. 빅리그 중 빅리그라는 프리미어리그의 맨유에서 챔피언 반지를 여섯차례 차지한 박지성의 발자취가 결코 간단치 않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은 팀에 기여를 많이 하는 선수여서 고비인 5일 뉴캐슬과의 정규리그 원정경기엔 출전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맨유는 칼링컵 우승으로 팀 역사상 처음으로 꿈의 ‘쿼드러플’(한 시즌 정규리그, 챔피언스리그, 컵대회, FA컵 우승으로 4관왕)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섰고 박지성의 꿈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맨유는 현재 정규리그 1위, 챔스리그 16강, FA컵 8강에 올라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