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결혼해요]강정규(30)·한민영(26)씨
서로 얼굴 한번 보지 않은 채 사랑할 수 있을까.인터넷에 접속한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 중에서 우연히 사랑의 반쪽을 찾았다면 믿어지시나요?
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영화사에서 기획업무를 함께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당시 준비중인 영화의 테마가 ‘가상공간에서 만난 두 남녀의 사랑’인지라,평소 컴퓨터와 별로 친하지 않았던 제가 인터넷 채팅에 매진(?)하게 됐습니다.그러던 중 이상형을 찾아주는 사이트에서 한 사람을 알게 되었고,우리 둘은 ‘이메일 친구’가 되었습니다.시간이 갈수록 재미삼아 시작한 대화는 깊은 관심과 애틋함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이런 만남을 지속하기 5개월,신기한 것은 하루가 멀다 하고 그 사람과 저는 200여통에 가까운 이메일을 주고받았는데도,단 한번의 만남도 한 통의 전화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때로는 다정한 연인 같고,때로는 편안한 친구 같은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았던 거죠.‘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욕심을 마음 속에 꼭꼭 숨기고 있을 때 갑자기 그 사람에게서 “학교 축제에 와달라.”는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오프라인의 첫 만남을 약속한 날,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지하철역 입구를 나오면서부터 학교 정문에 가기까지 어찌나 가슴이 쿵쾅거리던지.그때의 심장소리는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학교 정문 한 구석에 서있는 저에게 그 사람은 “저 한민영씨 아니세요.”라며 말을 걸어왔고,영화 ‘접속’의 마지막 장면처럼 처음 본 우리 둘은 미소지으며 마주섰습니다.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나요?많이 본 듯한 친숙한 느낌,맑은 큰 눈이 인상깊은 정규씨는 다정하고 편안했습니다.이렇게 만난 지 1000일째 되던 날,우린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이제 이달 28일이면 백년가약을 맺게 될 우리 두 사람,가끔씩 그때를 추억하며 “애틋함으로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책으로 만들어 자식들에게 물려주자.”는 우스갯소리를 꺼내곤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