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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녹색주차마을’ 사업 1년 큰성과

    주택가의 담장을 허물고 이면도로에 녹지가 어우러진 주차시설을 만드는 ‘녹색 주차마을’(Green parking) 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이 사업을 실시한 결과,주택 1000여가구의 담을 허문 자리에 1400여대의 차량이 들어서는 녹색주차공간을 만들었다고 8일 밝혔다. 이 사업은 시내 주택가 가정집 담을 허물어 생긴 공간에 조경시설을 갖춘 주차장을 만드는 것이다. 담 허물기 공사는 종로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별로 1곳씩 선정된 마을에서 1500여가구가 신청,이 가운데 1000여가구의 공사가 마무리돼 1460대분의 주차장이 들어섰다. 담 허물기 공사가 마무리된 지역에는 불법주차 공간을 없애는 이면도로 정비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면도로에는 1개 차로만 남기고,산뜻한 보도와 소공원이 들어서게 된다.담장이 없어진 주택가 쪽에는 보안대책이 마련됐다.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18개 자치구 200여곳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박문규 주차계획과장은 “담을 허무는 과정을 통해 주차난으로 이웃간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골목길이 주민공동 생활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높은 담 대신 주차장과 함께 꽃과 나무를 심어 녹색공간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가뜩이나 모자라는 주차공간을 확대하지 않고,물리적으로 없애나가는 데 따른 주민 반발과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소지역별 공동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고,불법 주차공간 제거작업을 벌이기 전에 각 동별 주민자치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내는 방식이다. 시는 최근 추가로 30개 그린파킹 사업지구를 선정하는 한편,향후에도 계속 신청을 받아 사업을 확산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놓았다. 그린파킹 사업 신청자에게는 주차공간 1면당 550만원의 비용을 지원해준다. 그린파킹 사업은 주차장 조성을 민간에만 맡겨둘 경우 도시미관을 고려하기 힘든 부작용을 없애는 데도 한 몫을 하고 있다.예컨대 강동구의 경우 천호4동 사무소와 고분다리공원 주변에 연면적 210㎡짜리 그린파킹 공사를 벌이기로 하고 설계용역 공모작을 10일까지 접수한다. 공사가 매듭지어지면 미관도 살리고,주민들의 편의도 늘리는 ‘윈-윈’ 방식의 개발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씨줄날줄] 고려인 테러리스트/이기동 논설위원

    흑해에서 동쪽 카스피해에 걸쳐 있는 카프카스(영어로는 코카서스)산맥은 알프스와 맞먹는 거대 산맥이다.소련 붕괴 이후 내전과 테러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실상은 곡창지대로 이곳에서 나는 멜론,포도는 최상품이다.맑고 강한 햇살과 바람 덕분에 이곳의 포도주,샴페인은 러시아 최고로 꼽힌다.고려인이라 불리는 러시아내 한인 4만여명이 모여사는 데도 이런 비옥함이 작용했을 법하다. 인류학에서 유럽백인을 ‘코카서스인(Caucasian)’이라 부르는 것도 이곳의 수려한 산세와 무관치 않으리라.하지만 러시아인들에게 코카서스인은 좋은 인상이 아니다.곱슬머리,가무잡잡한 피부,다부진 체구를 한 이들은 희멀건 러시아인들과 인종적으로 구별된다.러시아인들이 이들을 ‘남쪽사람들’로 부르는 데는 거짓말 잘하고,싸움질이나 하는 문제아라는 경멸감이 담겨있다.모스크바의 주먹조직은 대부분 이들이 잡고 있다. 러시아 검찰이 10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북오세티야 인질범들중에 ‘한국인들’이 포함됐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전후사정으로 미루어 카프카스 일대에 사는 고려인일 것이라고 현지 공관은 분석한다.혹시 이 일로 14만 8000여명의 러시아 고려인 모두가 카프카스 테러범들과 같은 부류로 치부돼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다.지금까지 이곳 고려인들은 농사 잘 짓는 근면한 민족으로 대접받아 왔기 때문이다. 고려인들처럼 지지리도 박복한 이들이 또 있을까.한인들이 먹을 것을 찾아 두만강을 건너기 시작한 것은 140년 전이다.천신만고 끝에 극동지역에서 제법 번성하게 됐다 싶자 하루아침에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했다.카프카스 고려인도 강제이주 한인들의 후손이다.소련체제에선들 어찌 인종적 차별이 없었을까.아파트 배급시절에도 모두 기피하는 꼭대기층은 고려인 몫이라 하여 ‘고려인층’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렇게 기죽어 살아왔을 고려인 테러리스트의 가족사가 궁금하다.주린 배로 두만강을 건너고, 강제이주 열차칸에 실려 낯선 산자락에 내팽개쳐진 그 어느 한인의 후손이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됐을까.이달중 예정된 노무현대통령의 러시아,카자흐스탄 방문이 고려인들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러시아국민이다.관심을 갖되 우리가 왈가왈부할 여지는 크지 않음을 잊어선 안 된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불경기 싼값 유혹…불법 ‘대포車’가 넘친다

    불경기 싼값 유혹…불법 ‘대포車’가 넘친다

    중고자동차 매매시장이 ‘대포차’ 거래소로 전락하고 있다.대포차란 명의이전이 되지 않아 싼값에 거래되는 불법 차를 말한다.경기불황이 깊어지면서 인터넷이나 생활정보지에서나 은밀하게 거래되던 대포차가 자동차 매매시장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얼굴도 본 적이 없는 남의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 각종 세금이나 책임보험료를 내는데 어려움이 많다.무한보상을 하는 종합보험은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이 아예 받아 주지도 않는다.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운전자는 패가망신하기 일쑤고,피해자도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뺑소니칠 가능성이 높지만 운전자를 추적하기는 어렵다.따라서 다른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그야말로 무시무시하기 이를 데 없는 ‘대포(大砲)’차다.지난 5월27일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름으로 결혼 축의금을 챙긴 사기사건의 용의자도 대포차,대포통장,대포폰을 사용하는 바람에 경찰은 아직까지도 붙잡지 못하고 있다.그럼에도 장한평 등 서울의 대표적인 중고차시장을 찾으면 “차값도 싸지,세금도 내지 않아도 되는 대포차는 어떻냐.”고 권유하는 불법중개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2002년까지는 거래물량의 5%를 넘지 않았던 대포차가 지난해부터 늘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전체의 30%에 이르고 있다.장한평 매매시장의 중개상 나모(45)씨는 “대포차를 팔겠다는 사람도 많고,사겠다는 사람도 많아 어쩔 수가 없다.”면서 “경기가 좋으면 거절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고….”라고 털어놓았다. 장한평 시장은 1000여명의 중개인이 64개의 중고차 거래회사에 몰려 있는 대형시장이다.하지만 양재동과 상봉동에 고급차와 외제차 손님을 빼앗긴 데다,경기침체까지 겹치는 바람에 불법인 줄 알면서도 대포차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렇게 매매시장에서까지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거리를 달리는 대포차는 엄청난 숫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불법차 관리시스템을 개발하여 현장단속에 나서고 있는 서울시에 따르면 이런 대포차가 서울에만 모두 1만 6000여대가 운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포차가 만들어지는 통로는 통상 두가지.자동차의 주인으로 이름이 올라 있는 기업체는 부도나 폐업신고로 이미 존재하지 않지만,채권자나 봉급과 퇴직금 등을 받지 못한 기업체 직원들이 회사명의 자동차를 무단으로 다른 사람에게 헐값에 넘겨 버린다. 또 하나는 ‘할부금융’이나 ‘캐피털’ 등의 그럴 듯한 간판을 내건 군소 사채업자들이 돈을 빌려 주었다가 갚지 못하면 담보로 잡아 놓은 자동차를 대포차로 내돌리는 것이다. 위험부담이 큰 데도 대포차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무엇보다 싸기 때문이다.2500만원짜리 고급차도 대포차라면 1000만∼1500만원에 불과하다.여기에 주차위반이나 과속을 해도 벌과금 통지서가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도 ‘얌체족’ 사이에 대포차가 인기를 끄는 이유의 하나다. 중개상 심모(37)씨는 “대포차를 운행하다 자동차세를 내지 않아 구청에서 떼어간 번호판도 밀린 세금만 내면 되찾아올 수 있다.”면서 “구청에서는 고지서가 없어도 자동차세를 받으니 걸렸을 때만 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제도의 맹점을 설명했다. 대포차는 자동차등록법 위반에 해당한다.이 법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운전면허도 취소되지만,경찰도 훔쳤거나 범죄에 이용된 차가 아닌 한 대포차인지 알 수가 없다. 목영욱 서울시 자동차관리팀장은 “대포차가 급증함에 따라 피해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면서 “10월부터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자동차검사도 받지 않으며,세금을 체납하는 차량을 중심으로 대포차를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사상 최대 신규 채용하는 삼성

    올 상반기 30대 그룹의 신규 인력채용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밑돌았다.게다가 그마저도 대부분 경력직 채용에 그쳤다.그래서 연초에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했던 대국민 약속이 빈말이 아니었나 하는 비난 여론도 적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 수출과 내수를 선도하는 삼성그룹이 지난해보다 1000여명이 많은 8000여명의 대졸 신입 사원을 채용하겠다고 공표한 것은 ‘사업입국’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10년 전에 비해 국내총생산(GDP) 10억원당 취업자 수가 절반으로 떨어질 정도로 ‘고용 없는 성장’은 세계적인 추세다.더구나 신규 채용 인력의 70%가 경력직일 정도로 산업현장의 수요와 동떨어진 대학교육을 받은 미숙련 신입 인력에 대한 기업의 선호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그 결과,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에 달하면서 미래의 성장 잠재력이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됐다.노무현 대통령이 올해 국정 최우선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들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그러나 기업들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배나 많은 이익을 올렸음에도 규제와 반기업 정서 등 외부 환경을 탓하면서 투자와 인력 수혈에는 소극적이었다.오히려 공장 해외 이전 등으로 국내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내달렸다.우리 경제가 지금 심각한 내수 부진과 소비 침체에 직면한 것도 기업의 이러한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수차 지적했듯이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려면 기업이 먼저 사회적 책무에 솔선수범해야 한다.그 첫걸음이 일자리 창출이다.그래야만 기업도 살고 국가경제도 살아난다.이것이야말로 시장경제의 선순환 구조다.삼성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 피살경관 유족에 7억성금 경찰 십시일반

    범죄 용의자 이학만을 검거하다 지난달 1일 흉기에 찔려 숨진 서울 서부경찰서 고 심재호 경위와 이재현 경장의 유가족에게 전국의 경찰이 십시일반으로 7억원의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경찰 관계자는 6일 “전국 9만 1000여명의 경찰들이 자발적인 성금운동을 벌였는데,주로 하위직 경찰이 1만원 안팎의 성금을 낸 점을 감안할 때 7만여명이 모금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심 경위의 부인은 현재 보증금 3000만원의 전셋방에서 네살배기 아들과 생후 9개월된 딸과 함께 어렵게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러시아, 테러·진압 2중충격에 ‘도시패닉’

    러시아 북오세티야 베슬란의 학교 인질극은 진압작전 10시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종결됐다.러시아 보안군 대변인이 10시간의 치열한 전투를 끝내고 작전 종료를 선언한 것은 4일 새벽.인질극이 시작된지 62시간 만이었다. ●사상자 급증 특수부대가 당초 의도했던 ‘전광석화’ 같은 번개작전은 인질범들의 자폭과 격렬한 저항으로 지연됐고 희생자 수가 크게 늘었다. 총격전속에 대책없이 놓여진 인질들은 인질범들의 자폭과 붕괴된 지붕 잔해더미에 깔려 목숨을 잃는 바람에 허술한 진압작전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500여명이 넘는 인질 수와 1000여명이 넘는 사상자 수도 유례없는 최악의 인질참극으로 기록됐다.실종자가 260명을 넘고,부상자가운데 90여명은 위독한 상태여서 사망자는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진압작전 러시아 특수부대 요원은 3일 오후 1시 큰 폭발음과 총격전 속에 학교 진입작전에 돌입,작전 직후 반나체의 일부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건물 밖으로 뛰어 나왔고 자식의 탈출을 돕기 위해 창문으로 아이를 던지는 부모도 있었다.진압부대는 연방보안국(FSB)산하 대(對)테러 전담의 ‘알파부대’와 ‘오몬부대’.오몬부대는 내무부 산하의 경찰특공대. 알파부대는 1995년 10월 모스크바 현대그룹 연수생 버스인질사건을 해결한 바 있다.세르게이 프리딘스키 러시아 법무차관은 5일 인질범 32명 가운데 30명의 시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충격속의 베슬란 유혈사태는 종식됐지만 피로 얼룩진 베슬란은 유가족들의 울부짖음으로 도시 전체가 초상집으로 변했다.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지만 인질들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어린이들은 충격속에 자기 이름도 대답하지 못했고 일부는 병원에 입원한 채 울부짖거나 패닉상태다.인질들은 “벽과 바닥,천장과 농구 골대에까지 부비 트랩과 폭탄이 설치된 체육관의 중앙에 짐승처럼 몰린채 3일 가까이 전율에 떨어야 했다.”면서 자기 곁에 있던 낯익은 얼굴들이 숯덩이로 변해 가는 모습을 떠올리며 울부짖었다. ●사건 배후 이번 사건은 체첸군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가 배후 지휘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4일 보도했다.인질극은 바사예프의 야전사령관들 중 한명인 마고메트 예브로예프가 그의 지시를 받고 실행했다는 것.인질범들이 사용한 폭발물과 무기는 인질극 발생 전인 지난여름 학교 보수공사 기간동안 학교건물에 반입됐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보안당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북오세티야의 대통령 언론담당 레브 드주가예프는 이날 참사와 관련 범인에 협조한 민간인 동조자들에 대해 수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의 후속조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새벽 연기가 여전히 피어오르는 현장을 전격 방문,유족들을 위로하고 인질범들을 비난했다.푸틴 대통령은 도주 인질범 검거를 위해 베슬란과 북오세티야를 봉쇄하라고 명령했다. 이석우기자 외신 swlee@seoul.co.kr
  • [씨줄날줄] 러시아 인질 참극/오풍연 논설위원

    1972년 7월21일 금요일.북아일랜드 최대 도시 벨파스트에서 잇따라 폭발음이 들렸다.남북 아일랜드의 통일을 주장하는 구교도측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이 시내 곳곳에서 20여개의 폭탄을 터뜨린 것이다.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130여명이 부상했다.‘피의 금요일(Bloody Friday)’은 당시 유혈사태를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됐다.그 뒤 아일랜드 분쟁으로 30년 동안 3600여명이 숨졌다.IRA에 의해 희생된 순수 민간인만도 650여명에 이르렀다. 지난 3일 금요일 오후 러시아 북 오세티야 공화국 베슬란에서는 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러시아 특수부대원들이 1000여명의 학생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체첸 반군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악의 유혈사태가 빚어졌다.어린이를 포함,수백명이 숨진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이번 인질극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 그 자체였다.인질들이 붙잡혀 있던 학생체육관은 피범벅이었다.가까스로 탈출한 속옷 차림의 어린이들은 겁에 질린 채 물부터 찾았다.탈진한 부녀자들은 자신의 몸보다 아이들을 챙기는 모성애를 발휘하기도 했다.21세기 문명사회에서 벌어진 야만적인 현장 모습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테러’와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2001년 ‘9·11’ 사태 이후 세계 질서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거대한 틀속으로 빠져 드는 듯하다.테러리스트들은 지역,인종,종교,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테러리즘에 모두가 노출된 셈이다.이슬람을 비롯해 전 세계 주민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테러는 ‘언제,어디서,어떻게’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위협적이다.비록 소수의 테러리스트에 의해 저질러지더라도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테러는 인류의 공적(公敵)으로 굴복해선 안 된다.전 인류가 함께 물리쳐야 한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反)테러리즘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하지만 미·러의 세계화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나는 내 아들의 생명을 앗아간 살인자보다도 생명을 앗아가는 정책을 만든 이들을 더욱 비난합니다.” 이라크에서 참수된 미국인 닉 버그의 아버지 마이클 버그가 던지는 메시지도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러시아 인질극 330명 사망…어린이도 155명

    러시아 인질극 330명 사망…어린이도 155명

    북오세티야 베슬란에서 발생한 인질극이 10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유례없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러시아 검찰 당국은 5일(현지시간) 이번 참사로 어린이 155명을 포함,330여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당초 이번 사태는 지난 1일 체첸반군 등으로 보이는 인질범들이 체첸독립 등을 요구하며 학교를 점거,어린이와 학부모·교직원 등을 인질로 삼는 바람에 불거졌다.앞서 러시아 특수부대는 3일 학교로 진입해 총격전을 치르며 발발 62시간 만에 인질극을 일단 종결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성급한 대응 자체가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킨 무모한 작전이었다는 여론이 국내외적으로 비등하고 있다.그런 가운데 AFP 통신은 5일 학교 인질극 희생자들이 안치된 수 개의 시체공시장 중 최대 공시장에 최소한 394구의 시신이 있다고 보도,사상자 수가 4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지난 4일자에서 300여명의 인질들이 학교내 체육관 안에서 죽었으며 무력 진압 직후 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과거 러시아에서 단일 사건으로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것은 2002년 10월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건으로 진압과정에서 테러범을 제외하고도 일반 시민만 129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이 체첸반군에 대한 토벌작전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협상 등 유화책보다는 강경일변도의 태도를 보이고 있어 러시아 전역에서 체첸반군과 러시아 당국간의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반인륜적이고 비인도적인 자폭테러와 이에 따른 강경진압 등 피의 악순환 가능성에 대한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인질극 참사 후 TV로 생중계된 첫 공식 연설에서 테러방지와 관련해 “법 집행에 있어 새로운 접근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테러와의 전쟁’을 강력히 밀고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 국제기구들은 인질사태에 대해 “비인도적” “야만적” “충격적”이라며 강력 비난했다. 이석우기자 외신 swlee@seoul.co.kr
  • 금강산 신계사 복원 11월 대웅전 낙성식

    금강산 신계사 복원 11월 대웅전 낙성식

    조계종이 올해부터 4개년 계획을 세워 추진중인 금강산 신계사 복원사업중 1단계인 대웅전 복원이 11월 중순쯤 마무리될 전망이다. 2일 조계종에 따르면 16일부터 24일까지 대웅전 1차 조립공사에 들어가 10월1일부터 2차 조립공사를 진행하며 10월12일쯤 복원공사를 총괄 진행할 현지 상주 스님을 파견할 계획이다. 대웅전 낙성식은 11월18일부터 20일 사이 법장 총무원장을 비롯한 스님과 신도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한편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비구니회 대표단이 현장을 방문해 공사의 원만한 진행을 비는 기원법회를 열 예정이다. 대웅전 복원 공사는 초석다짐부터 시작해 기둥조립 대웅전 지붕 밑 나무로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는 부분인 포,지붕,처마,기와,단청의 순서로 진행된다.단청은 소나무의 송진이 빠지는 1년 후에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대목과 석수,와공,미장,소목 등 17명이 공사에 매달려 있으며 모든 공사는 문화재수리기능공 제1521호인 대목수 최현규씨가 총괄하고 있다.최씨는 여주 신륵사 심검당 중창 공사와 아산 고성사 대웅전 신축을 담당한 베테랑으로,현재 분당 열반사 무량수전 공사를 맡고 있으며 지명입찰을 통해 신계사 대목수로 선정됐다. 대웅전 공사에 이어 올해 말까지는 삼층석탑이 복원되며 내년에는 만세루가 복원돼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한편 조계종은 지난 3일부터 25일까지 신계사에 대한 2차 발굴조사를 벌여 대웅전 남쪽에서 일제강점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방형(方形)의 부석(敷石)시설을 확인했다.이와 함께 조선 말기에 건립된 만세루는 일제강점기의 만세루에서 북쪽으로 1.2m,동쪽으로 3m가량 떨어진 곳에 세워졌으며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만세루는 정면 5칸,측면 3칸의 15칸 건물인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 신계사는 신라 법흥왕 5년(519) 보운 스님에 의해 창건된 이후 여러 차례 중수·중건됐으며 광복 이후 화재로 소실되어,현재는 석탑과 1929년에 세워진 만세루의 돌기둥(石柱) 몇 개만 남아 있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구청장 4인이 밝히는 도시개발 철학

    구청장 4인이 밝히는 도시개발 철학

    ‘강남은 최첨단 도시,강북은 자연과 어우러진 문화 도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전면 실시된 지 어언 9년.서울 자치구들은 점차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25개 자치구들이 추진하는 지역개발 등 역점사업에는 민선 구청장들의 행정 및 개발철학이 반영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사업추진 과정에서 엿보이는 구청장들의 독특한 개성은 흥미를 더한다. ●재건축 건폐율 줄이고 용적률 높이고 권문용 강남구청장은 틈만 나면 ‘세계 최일류 도시 강남’을 외친다. 특히 IT행정은 “도쿄,뉴욕 등 세계의 어느 도시보다 최소 10년은 앞섰다.”고 공언한다. 한발짝 더 나아가 획기적인 도시재개발을 구상,추진하고 있다.청담·도곡·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재개발을 타워팰리스처럼 60∼100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로 꾸며야 한다는 주장이다. 땅을 많이 차지하는 종전의 아파트 재건축방식을 버리고 초고층으로 지어 남는 공간은 공원화하자는 논리다.여기에 첨단 모노레일을 설치해 교통난까지 해결하면,강남 뿐 아니라 서울 전역을 효과적으로 재개발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예를 들어 현재 2종 주거지역으로 12층까지 고층제한이 있는 청담·도곡지구의 경우,이를 해제하면 60∼100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 3∼4개동이면 현재의 1500가구를 전부 입주시키고 주변 공간은 숲과 공원으로 꾸밀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강남에는 52개 단지 5만여가구가 30년 이상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재건축 사이클이 닥쳤을 때 이 방안을 활용,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 건교부에 “고도제한권 해제 등 도시계획 권한을 기초단체장에 이양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제출해 놓고 있다. ●자연과 주거공간 조화에 심혈 김현풍 강북구청장의 도시구상은 한결 소박하다.문화원장을 지낸 관록과 평소 우리의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던 터라 도시개발에도 전통 문화와 삼각산(북한산)을 접목시키려 노력한다. 현재 추진중인 ‘미아 뉴타운’이 삼각산 자락에 위치한 점을 최대한 살려 자연과 주거공간이 조화된 문화공간으로 꾸며나갈 방침이다.뉴타운의 이름도 찾아오면 즐겁다는 뜻의 ‘來娛미아’라고 잠정,확정하고 이에 맞춘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우이동 계곡 등 삼각산에 근접한 지역에 막걸리,전통주 거리 조성을 검토하는 등 주민 삶의 공간을 전통과 문화가 숨쉬는 곳으로 바꿔나가는 데 정력을 쏟고 있다. 지난해 삼각산 주변 도로 4곳 5.5㎞를 소나무길,진달래 꽃길,무궁화길 등으로 특화시켜 아름다운 거리로 꾸민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구청장은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며 “콘크리트 숲에 둘러싸인 도시가 아니라 숲과 자연이 문화와 어우러진 문화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재개발에 복지개념 적극 도입 김희철 관악구청장은 단체장중 행정적으로 주택재개발사업을 가장 많이 다룬 경험의 소유자.최근 10여년 동안 관악구에서 주택재개발을 완료했거나 시행중인 곳은 신림·봉천동 일대 무려 21곳.이곳들의 2만 4000여가구가 3∼4년 만에 5만 1000여가구로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도시 재개발에 이력이 났다고 볼 수 있다.그만큼 노하우 또한 만만찮다.그런 그가 주장하는 도시재개발은 “복지정책을 최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주택재개발사업은 복지국가 이념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이를 구현하기 위해 그는 주택재개발(도시재개발)은 단순한 물리적인 주거수준의 향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 삶의 질의 향상에 있기 때문에 재원조달,사업주체,소득원확보 등도 공공부문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혀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자유치로 지역균형발전 추구 고재득 성동구청장의 도시개발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후덕함 덕분인지,우연인지 몰라도 계획만 세우면 서울시와 철도청,일반기업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행운(?)이 잇따르고 있다.이는 철저한 계획과 치밀한 추진력을 가진 구청장의 덕택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고 구청장의 도시개발론에는 ‘균형감각’이 돋보인다.도심과 인접한 지역은 청계천 복원으로 재정비되고 인근의 상왕십리동 440 일대 10만여평은 ‘뉴타운’으로 오랜 낙후의 허물을 벗어던지고 있다.한강과 인접한 뚝섬은 서울숲으로 조성,조만간 주민과 서울시민의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다.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왕십리역 일대에는 대규모 민자를 유치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고 구청장은 이를 통해 그동안 단절됐던 행당동·도선동·사근동을 하나로 연결,동북과 서남쪽의 균형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얘들아, 밤 따러 가자

    얘들아, 밤 따러 가자

    과일과 곡식을 따고,캐고,줍는 영농체험 농장들이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2일 경기도에 따르면 올가을 문을 여는 ‘수확체험농장’은 모두 70여곳.가족과 함께 찾아가면 고구마와 더덕을 캐고,토실토실한 알밤도 줍고 옥수수도 딸 수 있다. 용인시 원삼면 좌항리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서전농원은 다음달 1일부터 20일까지 밤줍기 행사를 한다. 5만여평 넓은 부지에 밤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서 있는 4000여그루의 밤나무 사이에 서면 “툭! 투툭!”하는 밤 떨어지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 곳이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은 1인당 1만 3000원,어린이는 8000원을 내면 농장측에서 제공하는 ‘밤주머니’에 1인당 3㎏가량의 알밤을 주워갈 수 있다. 용인시 백암면 황새울농원에서는 다음달 20일부터 30일까지 포기당 1500원씩을 내면 1000여평의 밭에서 고구마를 캘 수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中 인터넷 검색어 1000여개 검열

    “톈안먼(天安門),민주화,인권,다당제,지하교회,타이완독립,파룬궁….”이를 포함해 중국 국내 인터넷에선 1000여개가 넘는 단어와 메시지들이 자동 검열되고 특정 내용의 검색어의 접촉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중국정부가 특정 검색어와 내용의 유통을 제한하는 등 자국민의 인터넷과 컴퓨터를 통한 정보의 흐름을 제한하기 위한 검열·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미국 버클리대와 하버드대,영국 케임브리지대,캐나다 토론토대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중국 인터넷의 자유로운 정보흐름을 막는 ‘죽의 장막’이 세워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중국당국은 ‘캐시’란 기억장치 등을 이용,특정 검색언어의 사용을 걸러내고 자국내 검색엔진으로 ‘불온한 내용’을 검색할 수 없게 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학원도시 경산 ‘대학 구조개혁방안’ 날벼락

    학원도시 경산 ‘대학 구조개혁방안’ 날벼락

    13개 대학이 몰려 있는 경북 경산시는 전국 최대의 학원도시이다.영남대·대구대·경일대·외국어대 등 9개 4년제 대학과 대경대·대구미래대·경동정보대 등 4개 전문대학이 밀집해 있다.학생과 교직원만도 11만여명으로 경산시 인구 21만여명의 절반을 웃돈다. 이 도시에 지난달 31일 ‘날벼락’이 떨어졌다.정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방안’이 그 것이다.대거 퇴출이나 통·폐합될 위기에 있는 대학 관계자는 물론 주민들에게도 초비상이 걸렸다.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학생들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학들 ‘강도높은 구조조정’ 결론 실제로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하기는 했지만 “경산은 대구에서 통학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구에 비해 대학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그는 “전국적으로 대학숫자를 30% 감축하는 것이 목표지만,이 지역은 50%까지 줄여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이 지역 전문대학의 정원은 60%까지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자 대구한의대는 1일 오후 황병태 총장이 주요 보직자회의를 긴급소집했다.머리를 짜낸 결과 한방 중심 특화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선택과 집중을 무기로 생존 전쟁을 벌이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역력했다.황 총장은 “대학이 변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면서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달리 선택은 없다.”고 단언했다. ●“전문대학 정원 60%까지 줄여야” 전문대학은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정부의 교육개혁 발표 이후 교직원들이 절망감 속에 한숨만 짓고 있다.”면서 “학교가 퇴출된다면 교수든 직원이든 직장을 잃을 것이고,다행히 통폐합된다고 해도 자리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숨지었다.다른 전문대학 관계자도 “정부의 발표는 2∼3년전부터 예견됐지만,강도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크다.”면서 “교수를 늘리려면 결국 일반 직원들을 먼저 잘라내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느냐.”고 진저리쳤다.경산 지역의 전문대학들은 이미 몇년전부터 신입생 충원율이 30∼40%에 불과하여 학교가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산 시내 1000여채의 원룸을 비롯하여 음식점,PC방,미용실,노래방 업주들도 벌써부터 먹고 살 일로 걱정이 태산같다.학생과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이 경산에 뿌리는 돈은 현재 한달에 525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학생수가 감소하면 수입도 따라서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막대한 돈을 투자한 원룸 임대업자들은 울분을 토해냈다.영남대 원룸촌에서 만난 박모(53)씨는 “여태껏 말 한마디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구조개혁을 발표한 것은 우리보고 죽으란 말”이라고 비난한 뒤 “생계대책을 세워주지 않으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격앙된 표정을 지었다.조영동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이모(66)씨는 “이번 발표가 경산 지역 부동산 시장에는 치명타”라면서 “앞으로 원룸은 물론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가게는 매매가 이뤄지지 않거나,거래되더라도 헐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계대책 없으면 대정부 투쟁 한편 교육부의 이번 발표가 부실한 대학 운영이 불러온 필연적인 결과로 인식하는 시각도 적지않다.경산 지역의 일부 대학에서는 그동안 세상에 알려진 사학비리보다 더 질이 좋지않은 비리가 빈번하게 횡행했다는 것이다.‘전국 최대의 학원도시’를 최대의 홍보수단으로 삼고 있는 경산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백준호 경산시장 권한대행은 “지역 대학의 위기는 곧 경산의 위기”라고 말했다.김정우 경산시 학원정책담당은 “학원도시로서 이미지 실추가 가장 큰 손실이 될 것”이라면서 “나아가 경산시 중·장기개발계획의 수정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시가 최대 현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칭 ‘학원도시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과 대구지하철 2호선의 경산 연장도 불투명해지게 됐다는 것이다. 경산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한강 망원지구에 론볼링장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 장애인을 위한 ‘론 볼링장’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1일 이에 필요한 사업비 3억 1000여만원을 추경에 편성,시의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론 볼링장의 규모는 약 2000평 정도로 4계절 이용 가능한 인조잔디로 꾸며진다.또 1000여평 규모의 보조 경기장과 9곳의 휴게시설도 갖출 계획이다.시는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공사에 착공,연말까지 경기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허도행 한강시민공원사업소 녹지과장은 “론 볼링장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경기종목이나 경기장은 송파구 오금동과 강동구 둔촌동 등 단 2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론 볼링은 가로 37m,세로 40m 규모의 잔디구장에서 직경 117∼130㎜ 크기의 공 4개를 표적구(jack)를 향해 굴려 가장 근접한 선수가 점수를 얻는 경기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김석준회장 5년만에 대외활동 주목

    [재계 인사이드] 김석준회장 5년만에 대외활동 주목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이 모처럼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나타냈다.31일 자사가 주최한 대학생 대상 ‘제1회 리모델링 학생 설계 공모전’ 시상식에 선 것이다.행사 후에는 참석자들과 식사도 같이 했다.기자들과 공개적인 모임을 가진 것은 1998년 11월 쌍용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뒤 처음이다.2000년 5월 ‘경희궁의 아침’ 분양설명회를 위해 미국 LA를 방문했지만 그 때는 기자들이 없었다. 그가 공식석상에 나타나자 매각을 추진 중인 쌍용건설 인수와 관련짓는 분석도 나온다.쌍용건설의 최대 주주는 자산관리공사(38.75%).하지만 우리사주조합이 20.07%를 갖고 있다.채권금융기관이 19% 안팎,김 회장과 쌍용양회 등이 7.7%씩을 보유 중이다. 쌍용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기전까지만 해도 쌍용건설은 확실한 김 회장 몫이었다.김 회장은 워크아웃 상태의 쌍용건설을 맡아 지난해 매출 1조 300여억원,순익 600억원의 우량회사로 회생시켰다.오는 9∼10월에 워크아웃 졸업도 예상된다.이후에는 매각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새 주인 후보는 지분 20%와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우리사주조합이다.직원들은 회사 재기에 공을 세운 김 회장과 함께 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김 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같은 원대한 ‘그림’이 어느정도 구체화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그러나 김 회장은 이날도 “할 얘기가 없다.”며 말을 극도로 아꼈다.M&A나 직원들과의 연대 여부는 자신이 말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도 “김 회장이 나선 것은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리모델링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앞으로 수주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그럼에도 김 회장과 우리사주조합의 ‘연대설’은 갈수록 증폭되는 분위기다.1000여명의 쌍용건설 직원들은 회사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철도공무원 퇴직연금 법정으로

    내년 철도공사로 전환을 앞두고 ‘특혜’와 ‘기본권 침해’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철도공무원 퇴직연금 문제가 결국 법정에 선다. 철도청 공무원직장협의회는 한국철도공사법(부칙 제8조 퇴직연금관련 조항)의 위헌성을 가리기 위해 법무법인 세종과 사건위임계약서를 체결,9월 중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헌법소원에는 철도청 공무원 1887명과 철도청에서 근무하다 올 초 설립된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옮긴 343명 등 2230명이 참가했다. 공직협은 헌법소원과 함께 정부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이들은 연금가입권을 20년으로 한정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고 공사 전환시 20년 이상과 20년 미만 재직자들의 연금 지급시기를 달리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년 납입자는 내년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으나 19년차인 사람은 내년 1년을 납입하고 52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더욱이 33년까지 납입할 수 있는 공무원연금과 비교해 6100만원에서 1억 1000여만원까지 연금액이 줄어들게 된다.공직협은 연금가입권은 편의대로 정하고 지급시기는 공무원연금법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승진 등이 반영되지 않은 채 공사 전환시 직급의 지급기준 및 2003년 10월29일 이후 임용 또는 전입자 제외 문제도 제기됐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토막소식]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인력양성을 위해 오는 20일부터 11월29일까지 ‘디스플레이공정기술 전문가과정’을 개설한다.이 과정에는 디스플레이산업 전문가 60여명이 강사로 초빙돼 디스플레이 개요,인간공학,TFT-LCD관련 기술,실리콘 관련기술,기업현장 실습 등 디스플레이 산업수요를 반영한 실무중심의 교육을 진행한다. 중기센터는 교육참가자의 취업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도내 디스플레이 유망기업을 풀(POOL)로 구축,기업의 채용수요를 발굴하고 교육참가자에게 기업추천 및 기업채용정보제공 등을 통해 상시취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신청자격은 전기·전자·기계·제어부문을 전공한 4년제 대졸자로서 선정절차를 통해 50명을 선발하며 마감은 9월10일까지이다.(031)259-6187. ●경기도 안양시는 올 3차 중소기업 육성자금 200억원을 지원한다.업체당 융자액은 5억원 이내로 3년 만기 일시 또는 분할상환조건이며 금리는 시에서 3%를 보전해주므로 업체는 3.15∼4.65%만 부담하면 된다. 지원 대상은 안양시 소재 중소기업 가운데 제조업 전업률이 30% 이상인 업체,소기업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상 소기업,공장의 건축물 면적이 500㎡ 미만이고 종업원 50명 이하의 제조업,지식기반산업,관광호텔업,시내·마을버스 사업자,폐기물처리업 등이다.그러나 업종별 제한부채비율을 초과했거나 금융여신거래가 불가능한 기업,시자금 융자잔액이 5억원을 초과한 업체 등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031)389-2284. ●경기도는 산업자원부와 공동으로 오는 10월27∼29일 서울역전시관에서 제1회 ‘한국 자동차부품 국제전문전시회’를 개최한다. 시화무역진흥재단이 미국 디트로이트 자동차부품전시회 주관사인 SAE 등과 공동으로 주관할 예정인 이번 전시회에는 해외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100여개사 등 모두 300여개 관련 업체가 참가할 계획이다.해외 70여개국 바이어 400여명을 포함,모두 1000여명의 바이어들이 참가할 예정이다.특히 참가업체 가운데에는 GM과 포드 등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도 대규모 부품구매단을 구성,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전시회 기간중 SAE가 중심이 돼 차세대 자동차기술과 미국 자동차산업동향,해외 마케팅 노하우 등을 공유하기 위한 설명회도 함께 열린다.
  • 정부·국회 “잘못된 관행 바로잡자”

    오랫동안 지속돼온 정부와 국회간 ‘그릇된’ 관행이 17대 국회에서 바로잡힐지 관심이다.국회에서 ‘공무원들의 대기 근절’을 적극 유도하는 데다 정부 내에서도 개선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일반 공무원들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면 간부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간부 공무원들은 “국회의원의 질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무원직장협의회도 ‘합법적인 자료요구’ 등 제도개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젠 바꾸자” 지난 25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회의실에 대기 중이던 공무원 20여명이 김무성 재경위원장의 ‘업무복귀’ 요청으로 회의실을 빠져 나왔다는 언론보도 후 공직 내에서 ‘불필요한 국회대기’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공무원의 국회대기는 의원들의 자료요구나 기관장의 답변에 대비해 회의장 부근에 무작정 기다리는 것.국회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에서도 이런 현상이 종종 벌어진다.16대 국회에서 한때 없애려 했지만,17대 국회에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재경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부의 결산보고가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와 감사원을 대상으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위원장들이 같은 취지의 지적을 했다. 국회 대기는 국회의원들이 시키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국회에선 적극 만류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공식적으로 국·실장만 참석토록 하고 있지만,윗사람이 답변을 잘하도록 과장·계장·실무자까지 총 출동한다. 행자부는 국회대기를 일버리기 과제로 선정해 놓고 있고,정부 차원에선 이해찬 국무총리 지시로 ‘국회 요구 자료 온라인 제출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대기 근절 움직임에 대해 재경부의 한 국장은 “국회가 열릴 때마다 국장과 주무과장 모두 국회에서 대기해 업무가 마비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최소 인원만 가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장은 “직원들이 대기하지 않으려면 의원들이 구체적인 수치 등 세세한 질문을 자제해야 하는데 얼마나 실천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행자부의 한 국장도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의원들의 질의 태도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대답을 제대로 못하면 윽박지르듯 하는 태도가 있는 한 대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서기관은 “국회에 대기하는 공무원의 80∼90%가 시간만 낭비하고 돌아오는데,이젠 장·차관 등 간부들이 적극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협의회,제도개선 ‘총대’ 공직내에서 관행개선에 목소리를 내는 쪽은 직장협의회다.간부공무원은 국회의원과 직접 대면하기 때문에 입바른 소리를 꺼리지만,직협은 상대적으로 꺼릴 게 없는 데다 ‘명분’도 있기 때문이다. 행자부·노동부·재경부·정통부·통일부 등 5개 직협 대표들은 최근 성명을 내고 ‘무분별한 국정감사 자료요구’를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회법에 따라 자료를 요구할 때는 본회의·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의 의결로 해야 하는데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며 “7월부터 행자부에 요구한 1000여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회법을 지킨 것은 단 1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일부 의원들이 국회의원 개개인이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거나,타 상임위에서도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법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이는 국회운영을 심각히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대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아테네 2004] 올림픽강국 ‘기초종목’에 달렸다

    “기초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 다른 종목을 아무리 잘해도 ‘스포츠 변방’에 불과합니다.” 아테네올림픽에 참가한 중국의 한 육상코치가 지난 26일 한국을 향해 던진 말이다.한국은 기초종목인 육상과 수영에서 여전히 ‘후진국’의 오명을 씻지 못했다.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변화의 조짐이 없다는 것.비슷한 환경인 일본과 중국은 신체적 한계를 극복해 냈다. 육상은 먼저 참가선수 규모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난다.우리가 고작 18명을 내보낸 데 견줘 중국은 102명,일본은 61명을 출전시켰다.당연히 성적도 비례했다.중국은 남자 110m허들과 여자 1만m에서 우승,금 2개를 목에 걸었다.일본도 여자마라톤 금메달,남자 해머던지기 은메달을 차지했다.무엇보다도 우리를 자극시키는 것은 트랙에서의 선전이다.단거리 110m허들 우승은 충격 그 자체다.또 일본 남자팀은 400m계주와 1600m계주에서 4위에 올랐다. 수영도 마찬가지.한국은 여자 개인혼영 400m에서 남유선이 결선에 진출했을 뿐이다.반면 일본은 기타지마 고스케가 2관왕에 오르는 등 금메달을 3개나 따냈고,중국은 다이빙 6개를 포함해 모두 7개를 목에 걸었다. 결국 성적은 신체적 조건이 아니라 관심과 투자에 비례한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한국 육상도 예전에 견줘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2001년부터 한국신기록엔 500만원의 포상금을 지원하는 등 매년 1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한다.하지만 일본과 중국에 견주면 여전히 ‘새발의 피’. 일본은 지난해 초 수영 육상 등 10여개 유망종목에 약 46억원의 보조금을 투입했다.해외 전지훈련 참가 선수도 기존의 연간 252명에서 1000여명으로 늘렸다.중국 육상도 대표선수 1인당 연간 3억원을 투자한다. 한국은 이제 기초종목 ‘올인’을 결정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우선 관계자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투자가 먼저냐,성적이 먼저냐의 무익한 논쟁에서 벗어나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만이 미래를 밝힐 수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21) 조선족사회의 명암

    [차이나 리포트 2004] (21) 조선족사회의 명암

    |옌볜(중국 지린성) 김규환특파원|“한국을 너무 고맙게 생각합니다.무엇보다 한국에서 번 돈으로 사업 기반을 잡은 덕분이죠.위성방송을 통해 한국 기업의 성공·실패 사례를 보면 사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도 되고요.”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에서 한국 음식점 ‘징시궁(慶熙宮)’을 운영하는 김은자(金銀子·44) 사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한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부터 건넸다.그는 “한국에 간 조선족들 가운데 임금도 제대로 못받고 차별대우를 받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대부분 돈을 벌어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김 사장은 1990년대 초반 한국에서 파출부 등 밑바닥 생활을 하며 모은 15만위안(약 2300만원)으로 음식점을 시작,지금은 250만위안(3억 7500만원)을 투자한 직원 40명의 대형 음식점 사장으로 변신해 ‘코리아 드림’을 이룬 대표적 인물이다. ‘옌지 베이싱(北興)제과’의 김영숙(金英淑·60 사장도 한국에서 배운 제과기술을 발판으로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다.옌지에만 10여개의 제과 체인점을 두고 있는 그는 자산 6000만위안(90억원)대의 ‘재벌’이다.옌지백화점에서 양복점을 경영하는 허창호(許昌浩·42)씨도 한국 기술을 익혀 ‘준재벌’로 성장했다.91년 한국 명동의 한 양복점에 취직,재단기술을 배운 뒤 양복점을 차려 승승장구,10여명의 재단사 등을 거느린 중소기업 사장이 됐다.수입이 적은 날이라도 2000위안(30만원)은 너끈히 번다고 한다. ●10년 모은돈 한국行에 ‘올인’ 중국 조선족은 한국이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엘도라도(황금마을)’라고 여기고 있다.한국에 들어가 2∼3년 일해 착실히 돈을 모으면 집을 사거나 조그마한 가게를 마련하는 등 생활기반을 잡을 수 있다.한국행을 위해 10년 가까이 한푼도 안쓰고 모은 7만위안(1050만원) 정도를 몽땅 털어넣거나,목숨을 건 밀항을 서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린성 룽징(龍井)시의 즈신(智新)진 신화(新化)촌.옌볜 지역 주민들이 ‘전입 희망’ 1순위로 꼽는 마을이다.300가구 중 290여가구가 조선족인 마을의 절반 이상이 한국에서 돈을 벌고 있다.이들이 한국에 많이 나가는 이유는 즈신진 정부가 창춘(長春)에 노무기지를 건설해 보증을 서주는 등 대(對)한국 노무 수출을 적극 지원하기 때문.비자 수속비는 전문브로커의 3분의1밖에 안되는 2만 6000위안(390만원)이다. 이곳에서 만난 조선족 박정길(朴貞吉·47)씨는 “한국에 한번 나갔다 오면 아이들을 도시에 내보내 교육을 시키거나 집을 사는 데 쓸 수 있는 돈을 벌어오기 때문에 살림이 활짝 펴진다.”며 “한번 나가 평균 5년 체류해 30만위안(4500만원) 정도를 버는 것 같다.”고 말한다.중국인 천쉐제(陳學杰·63)는 “옌볜 전체에서 한국에 나가는 사람이 20%도 안되는데,유독 이곳만은 50% 이상이 한국에 나가 인근 주민들이 부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덕분에 옌볜 지역의 경제는 탄탄해지고 있다.10여년 전만 해도 이 지역은 중국 안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사회였다.하지만 90년대 초반부터 한국 바람이 불면서 양상이 바뀌어 조선족 사회가 중국 어느 지역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현동일(玄東日) 옌볜대 경제·관리학원 원장은 “옌볜 조선족자치주의 경우 조선족이 한국에 나가 벌어온 외화수입이 재정수입보다 더 많다.”며 “지난해 외화수입 6억 5000만달러(7800억원) 가운데 대부분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발전 이면에는 악재도 생겼다.벌어온 돈의 대부분이 생산에 투자되기보다 대부분 소비산업에 쓰이고 있는 탓.옌볜자치주의 주도(州都)인 인구 30만명의 옌지가 택시 5000여대,나이트클럽·다방·사우나 등 소비업소 1000여개가 난립해 들어서는 바람에 유흥도시로 전락한 것이다.박창욱(朴昌昱) 옌볜대 민족연구소 교수는 “다른 소수민족에 비해 조선족은 한국에 가는 기회가 많아 자본주의를 학습하는 기회가 생겨 도움이 됐다.”면서 “그러나 한국 바람이 불면서 조선족 사회는 과소비 풍조와 한국에 나가지 못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등의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트·사우나등 난립 유흥도시로 전락 특히 ‘조선족 사회의 해체’라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조선족 젊은이들이 코리아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몰려 가는 바람에 옌볜내 농촌지역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지린성 허룽(和龍)시에서 만난 고성자(高成子·72) 할머니는 “조상들이 피땀 흘려 일궈놓은 땅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하지만 요즘 농촌에는 노인들밖에 없어 삶의 터전이던 땅이 한족에게 넘어가고 있어 억장이 무너진다.”고 털어놨다.따라서 현재 옌볜은 이름만 조선족자치주일 뿐 정치·경제적으로 한족이 압도적 우세를 차지하고 있다. ‘정체성의 혼란’도 겪고 있다.옌지에서 만난 조선족 김달영(金達永·35·택시운전사)씨는 “중국 조선족은 한족으로부터 소수민족이라고 냉대받고,북한으로부터 자본주의에 물들었다고 비난받으며,한국인으로부터는 못산다고 무시당하는 등 ‘안팎곱사등이 신세’”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khkim@seoul.co.kr ■ [기고] “조선족 시장경제 적응력 뛰어나” 중국에는 한족(漢族) 외에 55개 소수민족이 있다.2000년 기준으로 12억 4300만명 중 소수민족이 8.4%이다.비율은 크지 않지만 이미 1억명을 초과했고 국토 면적의 64%에 분포돼 있다. 소수민족의 평등 권익과 경제발전 보장 측면에서 중국처럼 과중한 임무를 가진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다.민족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국의 성공적 경험은 인류사회에 커다란 공헌이다. 중국의 민족정책은 ▲정치평등 ▲경제발전 ▲문화번영 ▲사회보장을 특징으로 한다.민족구역 자치제도를 주체로 비교적 완성된 국가정책의 하나이다. 민족자치제도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기본 정치제도의 하나로 법률적 보장은 1984년에 반포,2002년에 수정된 ‘중화인민공화국 민족구역자치법’이다. 소수민족 집중 거주지구는 민족·지구 특징에 따라 5개 자치구,30개 자치주,120개 자치현이 건립됐다.법률규정에 의해 민족 자치지방의 정부 최고급 영도는 소수민족이 담당한다. 동시에 55개 소수민족은 인구와 상관없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대표가 된다.소수민족의 정치적 평등 지위는 물론 경제발전·문화교육·의료위생 등 사회 각 방면의 권리를 보장해 주고 있다. 중국의 현대화·도시화 발전 과정에서 더욱 많은 소수민족들이 도시로 진입하면서 ‘도시 민족사업조례’를 제정,이들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측면에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중국내 조선족(朝鮮族)은 2000년 인구 통계로 보면 192만 3400명이다.주로 중국 지린(吉林·114만명),헤이룽장(黑龍江·38만명),랴오닝(遼寧·24만명) 등 성·자치구에 분포됐다.지린성 옌볜조선족 자치주는 84만명으로 전체 조선족의 43%를 차지한다.이외에 4개 성 자치구와 47개 민족향을 건립했다. 조선족은 근면하고 창조 정신이 뛰어나고 교육을 아주 중시한다.문화교육 수준에서 중국 소수민족 중 제1위이고 전체 지표도 한족보다 높다.중국에서 유일하게 문맹이 없는 민족이다. 현대화 과정에서 조선족은 시장경제에 적응하는 능력과 개척성이 뛰어나다.농촌 노동력의 도시 이전 붐에서 조선족은 대외 노무수출에 참여하고 중국의 동남 연해지구 및 중심도시로 진입하는 비율이 매우 크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조선족 인구는 하강하고 있다.대량의 인구가 고향을 떠나 외지로 취직을 위해 떠났으며 결혼 연령에 도달한 여성들이 아주 많다.일부 농촌에서는 젊은 여성들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조선족 농촌의 성비율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 지리적 관점에서 보면 소수민족은 주로 지역이 넓고,자원이 풍부하며 경제기초가 빈약한 서부 지구에 몰려 있다.2만 2000㎞의 국경지역에 30여개 소수민족의 집중거주 지역이다. 이 때문에 중국정부는 지역균형 발전과 민족 문제 해결을 위해 서부 대개발 전략을 제기했다. 다민족의 평등·단결을 실현하려면 공동의 물질적 기초가 필요하다.민족간의 빈부격차가 있다면 사회의 공정과 평등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족 문제는 장기적이고 복잡한 문제다.21세기 중반까지 중국이 중등발달 국가의 현대화 목표를 실현하려면 민족 문제를 포함한 기타 사회 문제도 잘 처리해야 한다.민족구역자치제도를 포함한 중국 민족정책 시스템도 시대의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완성해야 한다. 허스위안 中,사회과학원 인류학연구소장·중국 민족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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