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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 기관 654곳 늘어

    올해 공직자가 퇴직 후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 취업제한기관 수가 지난해보다 654개(4.8%) 늘어났다. 특히 올해부터 취업이 제한되는 전체 기관 654개 가운데 영리 분야 기관이 628개(96.0%)로 대폭 늘었다. 퇴직 공직자들의 영리 사기업 취업제한을 확대해 이른바 ‘관피아’로 불리는 민관 유착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인사혁신처는 이런 내용의 2016년 퇴직 공무원의 취업제한 대상 기관을 관보에 고시했다고 31일 밝혔다. 지난해 취업제한 대상 기관은 1만 5033개였다. 올해에는 654개가 늘어난 1만 5687개다. 인사처가 밝힌 올해 전체 취업제한 대상 기관 가운데 영리 분야 기관은 1만 4214개로, 지난해 1만 3586개보다 628개(4.6%) 늘었다. 영리 분야 취업제한 대상 기관은 ▲영리 사기업(1만 4123개) ▲법무법인(25개) ▲회계법인(31개) ▲세무법인(34개)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1개) 등이다.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대상 기관 분류 기준은 ▲자본금 10억원 이상·연간 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인 영리 사기업체 ▲연간 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인 법무·회계·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연간 외형거래액 50억원 이상인 세무법인 등이다. 비영리 분야 취업제한 기관은 ▲안전감독·인허가·조달 분야 공직 유관단체 179개 ▲시장형공기업14개 ▲사립대학 등 651개 ▲종합병원 등 469개 ▲사회복지법인 160개 등 지난해(1447개)보다 26개 늘어난 1473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100억 이상 보조사업 ‘적격성 심사’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의 신규 보조사업은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하고, 평가 결과 85점을 넘어야 예산요구가 가능해진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송언석 2차관 주재로 ‘제2차 보조금 관리위원회’를 열어 신규 보조사업의 적격성 표준모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내년부터 각 부처가 100억원이 넘는 신규 보조사업에 의무화된 적격성 심사에서 해당 사업의 타당성, 관리 적격성, 규모 적정성을 각각 5대3대2의 가중치를 둬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 결과 세부항목별 점수를 합산해 85점을 넘어야만 사업 적격성을 인정받고 예산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합산점수가 85점을 넘어도 보조금 지원방식의 적정성 여부에서 0점을 받거나, 다른 사업과 중복되는 것이 명백하게 의심되면 부적격 판정이 내려진다. 기재부 측은 “불필요하거나 급하지 않은 보조사업 시행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또 보조금 부정수급자의 경우 유죄 판결 확정 이후부터 2년간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하기로 했다.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도 다음달까지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하고 2017년 상반기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전남도·신협, 전국 첫 소상공인 대출금리 인하

    전남도와 신협이 전국 최초로 소상공인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섰다. 전남도와 신협중앙회는 31일 도청 서재필실에서 이낙연 도지사와 문철상 중앙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영세 소상공인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 고리채 해소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협약은 전통시장 등 영세 소상공인이 이용하는 ‘일일수납대출(일명 일수 대출)’ 금리를 낮추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는 전남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신협의 일수 대출에 대해 100% 특별보증하고, 신협중앙회는 도에 소재한 신협의 일수대출 금리를 평균 14.8%에서 5.9% 이내로 인하한다.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획기적인 서민금융 지원 시책이다. 도가 전통시장 등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 전남신용보증재단을 통해 공급하는 일수 대출 특별보증 규모는 100억원이다. 영세 소상공인은 1인당 보증한도 3000만원 이내, 대출 기간 2년 이내 범위에서 일수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신협 일수 대출을 이용하는 도내 영세 소상공인 800여명(2015년 기준)이 8억여원의 이자 경감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부터 이자가 낮춰지면 이용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는 앞으로도 전통시장 및 상점가 소상공인들의 대출금리 경감을 위해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의 일수 대출 금리 인하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지사는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힘들었던 도내 영세 소상공인에게 작은 희망의 빛이 되길 바란다”며 “특히 고리채 해소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서울 학생 130만명, 횡성 농산물 먹는다

    강원 횡성군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이 서울시 학교급식으로 선정되면서 연간 1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횡성군은 30일 서울시 학교급식 친환경 농산물 공급단체 공모사업에 둔내면 친환경농산물 유통업체인 산세로영농조합법인이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는 서울시에서 내년부터 초·중·고교에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이 확정됨에 따라 학교에 공급할 식자재를 확보할 목적으로 추진됐다. 지난 8월 공모에 응한 산세로는 1차 서면평가부터 2차 현장과 발표평가, 최종 심사위원의 평가를 거치면서 호평을 받았다. 서울시 학교급식 규모는 연간 130만명으로 1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분석된다. 산세로는 100여가지 품목의 채소류를 공급하게 되며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과 산세로는 군비 5억 6000만원과 자부담 2억 4000만원 등 모두 8억원을 들여 저장고와 예비냉장시설, 냉장차, 환경제어기 등 시설을 갖춰 친환경 농산물 확대에 대비한 게 이번 급식단체 선정에 결정적이란 평가다. 무엇보다 지역 내 친환경 농산물 전량 수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인증 농가와 면적도 267농가 382㏊에서 350농가 496㏊로 3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송석구 횡성군 농업지원과장은 “서울 등 수도권 학교급식 시장 판로를 위해 친환경 농산물 재배지역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행정력을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횡성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농촌 지역인 산청·합천군에 도시가스 공급…산업발전도 기대

    농촌 지역인 경남 산청·합천군 지역에 2019년부터 도시가스가 공급된다. 산청군과 합천군은 29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2차 천연가스 장기수급계획’에 2019년도 도시가스 공급지원 지역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두 지자체는 도시가스 공급지원 지역에 포함되기 위해 도시가스공급 타당성 용역을 한 뒤 관련 자료를 갖고 산업부와 가스공사 등 관계기관을 여러 차례 방문해 도시가스 공급 필요성을 설명하는 등 노력을 쏟았다 산청군 지역은 정부에서 주배관 공사비 270억원을 지원하고 군에서 40억원, 도시가스공급사업자가 30억원을 부담해 2019년까지 배관설치 등의 공사를 끝내고 도시가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합천군 지역에도 정부에서 주배관 공사비 300억원을 지원하고 경남도와 군, 도시가스사업자가 100억원을 부담해 도시가스 공급 시설 공사를 한 뒤 도시가스를 공급한다. 두 군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주민들이 겨울철 난방 등의 연료로 액화석유가스(LPG)나 등유, 경유등을 사용함에 따라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가구당 연간 20만~30만원을 더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청군 박용도 경제도시과 지역경제담당은 “도시가스가 공급되면 주민들의 연료비 부담이 줄어들 뿐 아니라 공장입지 여건이 좋아져 기업유치에도 도움이 돼 기업체 투자 확대와 고용창출을 가져오는 등 지역산업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청·합천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아베 “위안부 사죄·반성”… 朴대통령 “새로운 관계 열자”

    아베 “위안부 사죄·반성”… 朴대통령 “새로운 관계 열자”

    한국과 일본이 28일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타결했다. 1991년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이 문제를 공개 증언한 이후 24년 만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총리 자격으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다. 일본 정부는 ‘책임 통감’을 명시하며 피해자 지원 예산도 내놓기로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 뒤 소녀상 이전에 대해 노력하기로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외교장관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발표했다. 회견에서 기시다 외무상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며 “이런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베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또 “정부 예산에 의해 모든 전 위안부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강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일본은 한국 정부가 피해자 지원 재단을 설립하면 여기에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기로 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10억엔(약 100억원)을 예상했다. 일본 측은 이런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에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 장관 역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하며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실시하는 조치에 협력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번에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양국 정부가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른 만큼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가며 새로운 관계를 열어 갈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이날 협상에 대해 “피해자와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배신한 외교적 담합”이라고 비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사설] 한·일 위안부 문제 앙금 걷고 미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된 지 24년 만에 실질적인 해법을 찾았다. 한·일 외교장관은 어제 오후 서울에서 위안부 문제를 풀기 위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총리의 사과, 피해자 지원 재단 설립 등의 최종 합의안을 내놓았다. 위안부 문제는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 증언한 이래 양국의 최대 난제 중의 난제로 자리잡았던 현안이다. 합의 내용은 24년간 과제를 해결하는 역사적 돌파구라는 점에서 한국 외교사의 큰 사건으로 평가할 만하다. 더욱이 1993년 8월 처음으로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며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던 이른바 ‘고노 담화’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의미와 형식은 다르다. 담판의 성과에 따라 한·일 국교 50주년인 올해 양국은 과거사의 한 족쇄를 풀고 협력과 우호의 파트너로 더 나은 미래로 함께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이날 회담을 갖고 12차례에 걸친 국장급 협의에서 정리한 핵심 쟁점을 1시간 10분가량 최종 조율해 타결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위안부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또 부인해 왔던 ‘당시 군의 관여하에’라는 고노 담화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강제성도 적시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을 표한다”고 전했다. 지금껏 비뚤어진 역사관 탓에 한국과 마찰을 빚었던 전후 세대 총리인 아베 총리의 인식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라고만 규정함에 따라 법적 책임인지, 도의적 책임인지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합의의 한계일 수밖에 없다. 양국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재단 설립도 합의했다. 재단은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기금은 일본 정부가 예산에서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설립과 출연 주체를 분리한 공동 책임이다. 일방적인 형식을 배제했다. 일본이 1995년 기부금과 정부 예산 1억엔으로 설립해 2002년 중단한 아시아여성기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깨기 위한 대안인 셈이다. 이 때문에 법적 배상이 아닌 보상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한·일 양국은 경제 협력을 비롯해 전반에 걸친 관계 발전을 위한 새 물꼬를 텄다. 약속대로 국교 50주년인 올해를 넘기지 않고 역사적 담판을 이뤘다. 이제 합의 내용에 대한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위안부 피해자 46명에 대한 설득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최종적 및 불가역적(不可逆的·쉽게 변하지 않는) 해결이라는 양국의 합의도 피해 당사자들이 수용하지 않는 한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또 기시다 외무상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해 밝힌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협상 타결 뒤 발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납득할 만한 설명도 필요하다. 소녀상은 정부도 마음대로 건드릴 수 없는 상징물이다. 일본은 소녀상에 집착하면 할수록 역사적 합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대신 합의 내용을 신속하고 성실하게 실천에 옮겨야 한다. 한·일 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조건인 까닭에서다.
  • 위안부 할머니 명예·피해 회복 등 다양한 활동

    28일 한·일 외교장관이 설립에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과 치유사업을 위한 재단은 양국 협력을 바탕으로 설립·운영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 정부가 가해자의 ‘책임 통감’ 차원에서 운영 자금을 지원하되 피해자 지원 사업은 한·일 양국이 힘을 합친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에서는 우선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가 정부 예산을 출연한다는 것만 정해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출연 규모가 10억엔(약 100억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부분은 추후 후속 협상 및 양국 여론의 추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목표로 하고 있고, 우리 정부가 돈을 낼 계획은 없다. 다만 행정적 지원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재단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이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예산을 내는 게 중요한 요소이며 이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면 한국에 설립된 재단이 하는 게 효율적이며 실무적, 행정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단 운영에 대한 약관이나 구체적인 사업 역시 후속 조치를 통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에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1995년 설립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아시아 여성기금) 활동에 기초해 이보다 더 진전된 활동들을 다양하게 펼쳐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당시 아시아 여성기금은 일본 측 민간 출연 기금이었지만 이번에는 일본 정부의 예산을 자금으로 투입하는 만큼 일본 정부의 관심과 참여도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2012년 ‘사사에안’의 경우 의료비와 간병비에만 기금을 쓰도록 했는데 이번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 존엄 회복과 상처 치유 등 다양한 데 쓸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넓혔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는 국내에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46명의 평균연령이 89세로 고령인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설] 새해엔 빈곤 노인에게 더 큰 관심을

    75세 이상 노인 10명 중 6명이 빈곤층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드러난 수치다. 정부가 지난해 노인 복지에 투입한 예산은 9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예산이 노인 취약 계층에 온기를 제대로 불어넣지 못해 정부의 노인복지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 1위, 노인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갖고 있다. 주변을 봐도 노구를 이끌고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폐지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노인들도 있다. 일주일 꼬박 모은 폐지와 재활용품이 트럭 하나를 가득 메워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4만 7000원 정도다. 혹여 아프기라도 하면 치료는 고사하고 쥐꼬리만 한 벌이마저 못 하니 빈곤의 수렁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힘겹게 살면서도 부모를 봉양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는 봉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그들이다. 노인의 소득은 노후에도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여부와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달렸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실업난에 처한 젊은이들도 수두룩하니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가장 인기 있다는 아파트 경비직만 하더라도 경쟁이 최소 5대1 정도다. 노인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인 공적연금도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1988년 국민연금제가 도입됐지만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된 것은 1999년이니 현재 75세 이상 노인들은 가입할 틈이 없었던 불행한 세대다. 노인들이 직면한 문제는 가난만이 아니다. 홀로 고독하게 지내다 우울증과 치매 등에 걸리는 독거노인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가 지난해 같이 숙식을 하는 ‘공동홈’ 시범사업을 실시한 것도 노인 문제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으려 했던 의미 있는 시도였다. 전국 127군데에 들어간 예산이 2년간 100억원에 불과한데도 노인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 하지만 이 사업도 예산을 이유로 기획재정부에서 없애 버렸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의 선심성 지역 예산에는 수천억원을 편성하면서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접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정부는 빈곤 노인들이 최소한의 희망이라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인복지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 지역사회에서도 빈곤 노인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 올 보건의료 58건 MOU·계약 성사… 2700억 ‘정상외교 효과’

    보건복지부는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계기로 보건의료 분야에서 58건의 양해각서(MOU)·협약·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27일 밝혔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2700억원 규모의 시장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정부 차원에서 5건, 민간 32건 등 37건의 MOU를 외국 정부, 의료기관 등과 체결했다. 또 7건의 협력 협약, 5건의 민간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밖에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고 의약품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7건의 성과도 거뒀다. 특히 보령제약, 종근당, JW홀딩스, 비씨월드 등 국내 제약사들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맺은 수액공장 설립 및 의약품 수출 양해각서와 계약을 통해 향후 1840억원의 매출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성모병원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건강검진센터 개원을 통해서는 5년간 4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바이오기업인 이니스트에스티(INIST ST)는 미국 엘에스케이 바이오파머(LSK Bio Phama)와 면역항암제의 원료의약품 공급 양해각서를 체결해 100억원 규모의 성과가 예상된다. 중국 측과는 의료기기 연구개발(R&D) 공동개발 양해각서를 통해 230억원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는 보건·의료가 정상 외교 어젠다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잠재력을 가진 해외 의료시장에서 국내 보건의료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올 경매시장 ‘뭉칫돈’ 몰렸다… 내년 최대 화두는? 뜰 스타는?

    올 경매시장 ‘뭉칫돈’ 몰렸다… 내년 최대 화두는? 뜰 스타는?

    미술품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경기불황 속에서도 화려한 실적을 자랑했다. 낮은 은행금리와 불안한 부동산 시장 탓에 시중의 뭉칫돈이 미술품 경매시장으로 몰린다는 분석도 과장은 아니다.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술품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경매시장의 추이를 분석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낙찰 총액 2배로 껑충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미술경제전문 월간 아트프라이스에 따르면 서울옥션과 K옥션 등 9개 국내 미술품 경매사의 올해 거래액은 지난해 970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1880억원(12월 22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출품작 1만 7587점 중 1만 2347점이 낙찰돼 70.2%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선두주자 서울옥션은 온·오프라인 경매를 합쳐 연간 낙찰 총액이 1081억원으로 1998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낙찰총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경쟁사인 K옥션은 지난 15일 연 겨울경매를 포함해 올 한 해 총 677억원을 기록했다. 서울옥션과 K옥션의 비중은 지난해 각각 47%, 32.7%에서 올해는 57%, 36%로 커졌다. 온라인 경매도 성장세를 보였다. 올 한 해 온라인상에서 총 92건의 경매가 열렸다. 서울옥션 18건, K옥션 24건, 에이옥션 12건, 아트데이옥션 11건 등이다. 김환기 올킬 올해 낙찰된 미술품 중 최고가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3600만 홍콩달러(약 54억 2600만원)에 거래된 루이스 부르주아의 ‘콰란타니아’(Quarantania)였다. 2위는 같은 경매에서 3100만 홍콩달러(약 46억 72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19-Ⅶ-71 #209’였다. 이 작품은 박수근의 ‘빨래터’(45억 2000만원)가 세웠던 기록을 깨고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 16일 경매에서 35억 2000만원에 낙찰돼 고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한 ‘청량산괘불탱’(淸凉山掛佛幀)은 5위에 올랐다. 작가별 낙찰총액은 김환기가 1위였고 금액 면에서도 지난해 약 100억원에서 244억 450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다음으로 정상화(157억원), 이우환(117억원), 박서보(110억원) 등의 순이었다. 정상화·박서보 등 일부 단색화 작품은 동일 시리즈와 규격인 경우 2011년과 비교해 최고 10배 넘게 가격이 오르기도 하는 등 큰 변화를 보였다. 2016년에도 성장세 전망 경매사들은 내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옥션의 경우 홍콩경매 낙찰액 비중이 60%를 차지해 해외시장 매출 비중이 국내 시장보다 커졌다. 양대 메이저 경매사의 홍콩경매 낙찰총액은 이미 지난 10월 현재 611억원으로 2개사 국내 메이저 경매 합산액(442억원)을 크게 앞지른 상태다. 중국의 큰손들이 한국 근현대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호재로 꼽힌다. 지난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를 세계 미술품 경매사상 두 번째 높은 가격인 1억 7040만 달러(약 1972억원)에 낙찰받은 중국 상하이의 롱미술관 왕웨이관장은 5월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김환기의 작품 ‘푸른산’을 추정가의 5배 수준인 19억 8000만원에 사들였다. 왕 관장은 “김환기의 작품이 지닌 오묘한 매력에 빠져 소장하게 됐다. 박서보, 이우환 등 한국의 모노크롬 회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중미술에 주목 올해 국내 경매사의 낙찰총액 30위 순위를 보면 김환기와 단색화가인 정상화·이우환·박서보 등의 낙찰총액이 59%의 비중을 차지했다. 단색화의 경우 2016년에도 주요 작가들의 국내외 대형 전시가 이어지면서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향후 시장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경매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저평가된 작가군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민중미술이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미술사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민중미술 작품을 주요 테마로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절한 민중미술 작가 오윤(1946~1986)의 목판화 작품 ‘칼노래’는 추정가의 3배를 웃도는 4800만원에 낙찰되면서 분위기가 서서히 달궈지는 양상이다. 마흔 살의 짧은 생을 살면서 남긴 작품이 100여점뿐이고, 내년이 30주기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유작에 대한 재평가가 예상된다. 민중미술계에서 공인된 필력과 뚜렷한 주제의식을 보여온 신학철도 주목받고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세법 시행령 개정안] 종교인 과세기준 대폭 강화 4000만원 → 2000만원 이하로

    [세법 시행령 개정안] 종교인 과세기준 대폭 강화 4000만원 → 2000만원 이하로

    2018년부터 시행되는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 기준이 당초 정부안보다 강화됐다. 비과세 대상인 필요경비를 차등 적용하는 연소득 기준을 낮췄기 때문이다. 과세 대상은 4만 6000여명, 연간 세수는 100억원대로 추산된다. 1인당 평균 21만 7000원 정도다. ●정부 “연소득 5000만원 근로자보다 부담 낮다” 당초 정부는 연소득이 4000만원을 넘지 않는 종교인에 대해서는 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세금을 물리지 않을 방침이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2000만원 이하로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소득 2000만원 이하는 80% ▲2000만∼4000만원은 1600만원+2000만원 초과분의 50% ▲4000만∼6000만원은 2600만원+4000만원 초과분의 30% ▲6000만원 초과는 3200만원+6000만원 초과분의 20%를 각각 비용으로 인정해 준다. 예컨대 연소득 6000만원인 종교인이라면 3200만원(2600만원+2000만원의 30%)을 공제받는다. 나머지 2800만원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면 되는 것이다. 원래 정부안대로라면 전체 소득의 60%인 3600만원이 비용으로 인정돼 2400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됐다. 그렇더라도 근로자보다는 대체로 세 부담이 낮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연간 소득이 5000만원인 4인 가구(자녀 2명)로 신용카드 등의 소득공제 300만원, 기부금·연금계좌세액공제 30만원, 의료비·교육비·보험료세액공제 60만원인 경우 종교인은 결정 세액이 57만원이지만 근로자는 74만원에 이른다. ●퇴직금은 퇴직소득으로 분류… 세 부담 낮춰 과세 종교인의 소속 단체 범위는 종교를 목적으로 민법 제32조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단체와 그 소속 단체다. 근로소득에만 적용되는 공제인 신용카드 등의 소득공제, 근로소득세액공제 및 보험료·의료비·교육비 세액공제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 본인 학자금, 월 10만원 이하 식비, 숙직료·여비, 종교 의복 등은 비과세 대상이다. 퇴직금은 종교인소득이 아니라 퇴직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한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기업 사회공헌] 삼성그룹, 500억 ‘큰 온정’… 4년 연속 최대

    [기업 사회공헌] 삼성그룹, 500억 ‘큰 온정’… 4년 연속 최대

    삼성그룹이 연말을 맞아 4년 연속 500억원의 성금을 이웃에게 전달했다. 삼성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진 경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 재편과 비용 절감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웃 사랑 실천을 위한 성금은 4년 연속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1999년부터 올해까지 17년간 매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 사랑 성금을 기탁해 왔으며 누적 기탁금은 4200억원에 달한다. 삼성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는 매해 100억원,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매해 200억원, 2011년은 300억원, 2012년부터 올해까지는 매해 500억원을 기탁했다. 특히 삼성은 임직원이 기부를 하면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출연하는 ‘매칭그랜트’로 임직원의 기부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임직원 참여율은 2011년 74%에서 점점 늘어 올해는 88%를 넘어섰다. 그 결과 올해 조성 기금은 615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올해까지 누적 금액은 2395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삼성은 12월 말까지 3주간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연말 이웃 사랑 캠페인’ 활동을 펼친다. 올해로 21년째를 맞은 연말 이웃 사랑 캠페인은 삼성 임직원이 송년 행사를 대신해 진행하는 봉사활동으로 올해는 5만 5000여명의 임직원이 참여한다.
  • “주인공에 몰입… 무대 서면 에너지 넘쳐” 첫 뮤지컬 주연 꿰찬 대학생 ‘괴물 신인’

    “주인공에 몰입… 무대 서면 에너지 넘쳐” 첫 뮤지컬 주연 꿰찬 대학생 ‘괴물 신인’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개막 한 달도 안 돼 ‘공연 목표 수입 100억원’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실적을 거두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사를 새로 쓰는 동시에 장차 한국 뮤지컬을 떠받칠 걸출한 ‘괴물 신인’도 낳았다. 배우 최우혁(22)이다. ‘프랑켄슈타인’은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천재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우혁은 앙리 뒤프레와 괴물, 1인 2역을 맡았다. “빅터의 친구가 되고 빅터를 대신해 누명을 쓰고 죽기까지, 앙리가 걸어온 삶의 여정을 표정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 가며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앙리의 삶에 확신을 가지며 앙리 자체가 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앙리는 뭔가에 꽂히면 모든 에너지를 그것에 쏟아붓는 ‘열혈 청년’인데 그 점이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영국 여성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김희철 프로듀서와 왕용범 연출, 이성준 음악 감독 등이 제작했다. 지난해 초연 당시 한국 뮤지컬의 새 지평을 연 수작으로 평가받으며 그해 개최된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 올해의 창작 뮤지컬, 연출상, 남우주연상 등 9개 부문을 석권했다. “‘프랑켄슈타인’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렬해요.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 두 남자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 생명의 본질 등을 되새겨 보게 해요. 스토리가 탄탄하고 음악도 웅장합니다. 배우도 관객도 모두 감동을 받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최우혁은 지난해 초연을 보고 ‘프랑켄슈타인’ 무대에 꼭 오르고 싶어 오디션에 지원했다. 앙상블 오디션을 봤는데 실력을 인정받아 주연 오디션으로 급이 올라갔고, 대학생 ‘초짜’ 신분으로 주역에 최종 캐스팅됐다. 최우혁은 “천운이 계속 따라 준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말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음악 감독이 공연 시작을 알리자 박수 소리가 물결치듯 밀려왔다. 시체로 무대에 올라 실눈을 뜨고 객석을 봤는데 아찔했다. 리허설 땐 스태프를 합쳐도 객석에 있는 사람이 50명이 채 안 됐는데, 1000명 넘는 관객이 무대를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무대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 잘할 게 아니라 실수만 하지 말자며 집중 또 집중했어요. 공연 뒤 다른 배우들은 무대에서 울먹였어요. 저는 무대에서 내려와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이 진심으로 고생했다고 격려해 주고 연출가께서 ‘난 믿고 있었다’며 안아 줬을 때, 그제야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공연 초반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걱정돼서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걱정이 줄어들었다. 각 장면에 더욱 몰입하게 됐고, 무대에 오를 때마다 에너지도 솟구쳤다. “‘프랑켄슈타인’ 쫑파티 때 웃으면서 참석하고 싶어요. 그렇게 됐다는 전제 아래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다면 관객분들이 기대까진 아니어도 ‘이번엔 어떤 연기를 보여 줄까’ 하는 궁금증만이라도 가져 주셨으면 해요.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내년 3월 2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 6만~14만원. 1666-8662.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총책’ 아들 ‘자금책’ 엄마…도박 사이트 운영한 가족

    서울수서경찰서는 21일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수십억원을 챙긴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로 사이트 운영 총책 곽모(29)씨와 곽씨의 친구 송모(2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곽씨의 동생(27)과 어머니 김모(53)씨, 이모 김모(50)씨와 함께 고용된 직원 김모(28)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3년 9월부터 지난 12일까지 태국과 필리핀에 서버를 둔 ‘킹덤로드’라는 불법 스포츠 토토 형태의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도박자금 1100억원을 받아 75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곽씨는 운영 노하우를 익힌 뒤 부족한 운영 자금을 어머니에게 요구해 1억 5000여만원을 빌렸다. 이후 어머니가 수익금을 도맡아 관리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뚫어야 산다! 한드, 중국 재상륙 작전

    뚫어야 산다! 한드, 중국 재상륙 작전

    ‘막힌 중국 시장을 뚫어라!’ 세계 최대의 콘텐츠 시장인 중국 시장을 뚫기 위한 방송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중국 당국이 한국 드라마의 수입을 규제하고 인터넷 유통에 대한 견제까지 심해지면서 한류 붐이 주춤한 상태지만 다양한 경로로 막힌 중국 시장을 뚫기 위한 자구책들이 나오고 있다. 새해에도 중국 시장 진출은 방송업계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의 방영이 사실상 중단된 뒤 찾은 활로는 인터넷이었다. ‘별에서 온 그대’나 ‘상속자들’은 유쿠 투더우나 아이치이 등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인기를 얻은 한류드라마였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인터넷 심의가 강화되면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한·중 합작 웹드라마다. 웹시장이 상당히 발달한 중국은 TV에서 방영된 방송 콘텐츠도 인터넷 다운로드 방식으로 접하는 경우가 많고 배우들의 인지도도 대부분 모바일이나 온라인을 통해 쌓인다. 거기에 중국과 합작하는 드라마의 경우는 규제도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과 배우들이 앞다퉈 한·중 합작 웹드라마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유명 드라마 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과 중국 대형 포털사이트 소후닷컴이 손잡고 제작한 한·중 합작 웹드라마 ‘고품격 짝사랑’은 지난 14일 중국 온라인 사이트 소후닷컴을 통해 공개된 이후 1억뷰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까도남’ CEO 최세훈(정일우)과 오대산 산골 순수 처녀 유이령(진세연)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다. 소후닷컴의 한국 담당자는 “‘고품격 짝사랑’은 웹드라마지만 지상파 드라마를 능가하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뛰어난 연출력에 힘입어 직전에 공개된 ‘힐러’나 ‘프로듀사’에 뒤지지 않는 흥행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김종학 프로덕션과 소후닷컴은 또 다른 웹드라마인 ‘두근두근 스파이크’를 제작 중이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송재림이 주인공인 훈남 배구선수 황재웅 역을 맡았고 국내 작가와 연출진이 제작에 참여했다. 이 밖에도 성형외과를 배경으로 한 한·중 합작 웹드라마 ‘스완’은 위샤오퉁과 남규리, 걸그룹 미쓰에이의 페이, 송원석 등 한국과 중국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제작사인 아우라미디어는 중국의 중견 제작사인 관야미디어와 손잡고 한·중 합작 웹드라마 5편을 제작할 계획이다. 아이돌 그룹 위너의 남태현과 김진우가 주연을 맡은 ‘검은 달빛 아래서’와 ‘마법의 핸드폰’의 제작을 마쳤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한 웹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중국에서는 자체 제작하는 웹드라마가 전체 시장의 90%이고 웹드라마를 모아 영화로 제작되는 사례도 있는 만큼 중국이 문화대국의 가닥을 웹 쪽으로 잡은 것 같다”면서 “한·중 합작 웹드라마의 경우 신인배우나 감독들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어 ‘한류의 막차’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들도 한류 스타들이 주연을 맡은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중국 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에서 먼저 방영될 경우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중국 판매가가 4분의1까지 떨어지는 만큼 한·중 동시 방영을 목표로 사전 제작되는 드라마가 늘어난 것. 최소 2~3개월가량 걸리는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드라마의 사전 제작이 불가피하다. 1년 반의 제작 기간을 거친 송중기·송혜교 주연의 KBS ‘태양의 후예’는 내년 2월 KBS와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에서 동시에 방영될 예정이고, 이영애·송승헌 주연의 ‘사임당, 더 허스토리’, 김우빈·수지 주연의 ‘함부로 애틋하게’는 모두 중국 시장을 겨냥해 사전 제작제로 진행된다. 해외 로케이션 등으로 100억원 안팎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으로 제작비 회수 차원에서 중국 시장 공략은 필수로 인식되고 있다. ‘태양의 후예’ 제작을 맡고 있는 KBS 함영훈 프로듀서는 “한·중 동시 방영을 할 경우 가격 협상에 있어서 유리하고 제작비 차원에서도 일본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면서 “모든 드라마가 사전 제작제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중국 시장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드라마와 그렇지 않은 드라마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광주시, 지역 전략산업 900억원대 투자유치

    광주시가 자동차, 광산업 등 지역 전략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900억원대의 투자유치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22일 한국상용트럭㈜ 등 13개 기업과 투자액 912억원, 고용 492명을 창출하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자동차산업 분야 4개 기업 309억원과 에너지산업 분야의 성경글라스 160억원 등 6개 기업 304억원, 광산업 분야의 네온포토닉스 등 3개 기업 299억원 등 모두 13개 기업 912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상용트럭은 올해 350억원 규모 매출이 예상되는 특장차(가변축) 분야 전국 1위 기업으로 광주에 100억원을 투자하고 특장차 유압실린더 전문제조업체인 대전시 소재 ㈜대덕아이엠티가 공장 신설을 위해 80억원을 신규 투자한다. 시는 이번 특장차 분야에 대규모 투자 유치가 이뤄진 것은 광주기아자동차 모태인 아시아자동차에서 근무한 특장차 관련 전문 인력들이 현장에서 오랜 시간 쌓은 기술·경영노하우가 지역 내 축적돼 있고, 부품업체 간 협업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번 투자유치를 계기로 광주에 소재한 화인특장, 대경특장, AM특장 등과 함께 이 지역이 특장차 분야의 중심지로 기반을 굳힐 것으로 전망된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광주가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로 발돋움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투자 기업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경남 사천시, 한려해상국립공원 케이블카 기공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바다와 육지를 오가며 남해안 절경을 구경할 수 있는 사천 바다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착공됐다. 경남 사천시는 22일 삼천포대교 공원에서 ‘사천 바다케이블카 설치사업’ 기공식을 했다. 사천 바다케이블카는 초량도에서 육지 각산 사이 2.43㎞ 구간에 설치된다. 창선도와 사천을 잇는 교량인 초량대교와 삼천포대교 옆으로 바다 구간을 지나 육지 구간 산 위로 이어진다. 사업비는 국비 50억원과 도비 100억원, 시비 450억원 등 모두 600억원이 투입된다. 자동순환 2선 식으로 곤돌라 50대가 운행될 예정이다. 시간당 1200명을 수송할 수 있다. 육지인 대방 정류장에서 케이블카를 타서 바다를 건너 초량도 정류장으로 갔다가 육지 구간 상부 정류장인 각산까지 간 뒤 다시 대방 정류장으로 내려와 내린다. 2017년 말 준공해 시운전을 거쳐 2018년부터 상업 운영을 할 계획이다. 경남도와 사천시는 사천 바다케이블카가 운행되면 한해 이용객이 7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사천시를 비롯해 남해안 해양관광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천시 관계자는 “바다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생산유발 효과 534억원, 고용유발 효과 605명, 37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생기는 등 지역경제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사천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162개 기업·단체, 숲 가꾸기 동참… ‘숨 쉬는 도시’ 만들었다

    162개 기업·단체, 숲 가꾸기 동참… ‘숨 쉬는 도시’ 만들었다

    산림청이 ‘숨 쉬는 도시’를 조성하고자 추진 중인 ‘도시녹화운동’에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도시숲에 대한 국민 수요와 선호도를 반영한 사회공헌활동의 형태로 이뤄진다. 게다가 일정 규모(0.05㏊) 이상의 숲 조성을 통해 탄소배출권 확보와 거래 등이 가능해지면서 적극적인 투자가 기대되는 등 민관 협력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관심을 끄는 ‘숲 조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숲 관리’에는 소홀해 향후 숲의 조성과 관리가 연계되는 체계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20일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도시녹화운동에 참여한 기업은 162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56곳이 도시숲을 조성(16.9㏊)했고, 106곳은 숲 관리(126.8㏊)에 참여했다. 도시녹화운동으로 첫 사업이 이뤄진 2014년 36곳(조성), 88곳(관리)에 비해 참여 기업이 각각 55.6%, 20.5% 늘었다. 산림청은 올해 기업과 시민·사회 단체의 녹화운동 참여로 100억원 규모에 이르는 도시숲을 조성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는 전체 도시숲 예산(국비 583억원)의 17.1%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에서는 2005년 70여개 기업·단체와 5000여명의 시민이 기금을 모아 조성한 서울숲과 ㈜SK에너지가 1020억원을 투입한 울산대공원(2006년), 대전의 유림공원(2009년) 등이 대표적인 기업 참여숲으로 꼽힌다. 산림청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갖가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조성비용 지원과 수목·편의 시설 기증, 기부채납 등 다양한 참여방안을 마련하고 기업명칭과 기념 표지물 설치 등도 허용한다. 지난해에는 산림탄소상쇄 유형에 도시숲과 가로수 등을 추가했다. SK 사회공헌팀 김정용부장은 “한 기업이 아닌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면서 “기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등의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시숲에 대한 기업 참여가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이와 맞물려 실효성에 대한 관심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올해 기업들이 조성한 숲 규모는 평균 0.3㏊, 조성비용은 3460만원이다. 생활 속에서 휴식과 산책 등을 즐기고 기후조절 같은 환경 기능 개선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규모로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조성된 도시숲의 관리 문제도 심각하다.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유지·관리가 예산 문제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시숲이 환경 개선 효과를 넘어 ‘녹색 자산’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지 비용을 부담하기보다 인근 아파트나 기업이 주변 숲의 일정 구역을 직접 관리하는 사례도 있다. 다만 산림청은 도시숲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단계에서 규모화나 관리 문제를 거론할 경우 기업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용숙 생명의숲 더불어숲팀 국장은 “기업들은 숲 조성이라는 단기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시민단체 등과 협약을 통해 유지관리에 참여하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의 91%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 지역에서는 인구 증가와 고밀도 개발로 갈수록 녹지가 사라지고 있다. 12월 현재 국민 1인당 생활권의 도시숲 면적은 8.32㎡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9㎡)에 미달한다. 특히 서울은 4.35㎡로 런던(27㎡), 뉴욕(23㎡), 파리(13㎡)와 비교해 격차가 크다. 1인당 도시 숲 면적을 1㎡ 늘리려면 약 2조원의 조림 예산이 소요된다. 그러나 도시숲 조성 투자는 2011년 1654억원에서 올해 1131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해 예산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시의 높은 땅값을 고려할 때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창재 산림청 산림자원국장은 “국가가 국유지를 제공하고 기업이 숲을 조성하면 지자체는 관리를 맡는 체계가 필요하다”면서 “올해 도시숲 조성이 가능한 국유지 현황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 개발 주역 김기환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 개발 주역 김기환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세계 각국이 고속철도 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64년 일본이 시속 200㎞급 고속철도를 내놓은 뒤 20여년 단위로 철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고속철도는 일본과 프랑스, 독일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중국, 스페인이 선진국을 따라붙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도 시험속도 시속 421㎞를 주파했으며, 앞으로 시속 350㎞ 열차 운행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철도 증속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김기환(58)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형 고속철도 ‘KTX산천’과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 430’ 개발의 주역인 김 원장을 만나 국내 철도 연구개발 현황과 철도기술의 미래를 들어봤다. →KTX산천 기술개발의 주역이다.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연구원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 고속철도의 수준은 걸음마 단계였다.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는데, 당시 일본·독일·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고속철도 개발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프랑스로부터 차량, 전차선, 신호 및 유지보수 등 전반에 걸친 기술이전이 막 시작될 때였다. 고속철도의 기술자립에 대한 논의가 막 시작될 때였다. 무(無)에서 시작했다고 봐도 된다. →한국형고속열차기술개발사업 단장으로 사업을 이끌었는데. -한국형고속열차 개발은 경부고속철도가 도입될 때까지 우리 철도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1996년 시작됐다. 29개 산학연에서 1000여명의 연구인력이 참여했고 사업비 2100억원이 투입됐다. 그리고 6년 만에 7량의 시제차량이 나왔다. 우리나라 철도기술이 철도선진국의 26% 수준에 머물렀을 때이다. 지금은 철도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6~8% 정도까지 좁혔으니 고속철도와 함께 엄청난 발전을 해온 셈이다. 한국형고속열차가 ‘대한민국 10대 신기술’(2003년), ‘국가 R&D 실용화 10대 과제’(2005년), ‘광복70년, 대한민국 과학기술 대표성과’(2015년) 등 의미 있는 상을 받았는데 충분한 가치가 있다. →에피소드도 많을텐데. 연구진들이 했던 말이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인데, 아직까지도 우리는 이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1996년 사업을 시작하고 차량을 제작한 뒤 2002년 8월, 첫 시험주행을 했다. 당시 속도는 시속 60㎞였다. 점차 속도를 올려 2003년 8월 1일, 드디어 시속 300㎞를 넘었다. 그런데 그날은 기술개발을 이끌어 오는 동안 가장 속상한 날이기도 하다. 오후 시속 300㎞ 돌파행사를 준비했는데, 열차가 출발한 지 몇 분 만에 멈춰 서는 바람에 행사를 취소해야 했다. 더위를 먹은 배터리 충전장치가 고장을 일으켰다. 자정 무렵에야 복구하고 시속 300㎞를 기록하면서 연구진과 시험요원들이 ‘우리만의 잔치’를 했다. 당시에는 안타까웠지만 돌이켜보면 연구자로서, 기술자로서 아무나 누릴 수 있는 축복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안타까웠을 것 같다. 그래도 성공적으로 개발하지 않았나. -기술자들은 기술로 말한다. 2004년 12월 16일 새벽 1시 23분 한국철도에 전무후무한 순간이 왔다. 시험운행을 시작한 지 2년 반 만에 매서운 겨울 추위와 눈비를 뚫고 시속 352.4㎞를 돌파했다. 한국형고속열차의 352.4㎞는 아직도 감동의 숫자로 남는다. 2005년 12월까지 12만㎞에 걸친 무사고 시험운행을 마치고 한국형고속열차는 2010년 3월, KTX산천으로 상용화됐다. →고속철도차량 개발이 특별히 어려운 점은. -차량개발도, 증속시험도 고속철도 개발의 길은 참으로 험난했다. 수많은 기술적 오류가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진이 밤을 지새웠다. 성능분석과 평가를 위해 열차 곳곳에 계측시스템을 설치하고, 400여개가 넘는 전자센서로 열차의 동작특성을 파악해야 했다.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설계된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고, 점검하고, 고민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시험운행도 어려웠다. 전용시험선이 없어 KTX 공급사인 프랑스가 시험하지 않는 밤과 새벽에야 겨우 가능했을 정도였다. 밤낮이 따로 없었던 10년, 한국형고속열차 KTX산천은 그렇게 탄생됐다. →철도기술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원인이 무엇인가. -철도기술 확보가 왜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우리가 프랑스로부터 기술이전을 전제로 고속철도차량 12편성을 수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1조 2000억원쯤 됐다. 그런데 34편성을 국내 제작하는 데 들어간 비용도 같다. 기술을 이전받아 제작비를 3분의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기술이전 이후 현대로템에서 710량을 제작했는데, 비용이 2조원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경제적 이득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빼어난 기술 하나가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미래의 먹을거리를 만든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게 창조경제 아닌가 생각한다. 철도기술 확보는 유라시아이니셔티브를 쥐는 데도 유리하다. →시속 350㎞ 열차가 나왔는데 추가 증속경쟁이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상용화는 세계적으로 시속 300㎞급이다. 앞으로 시속 350㎞ 열차가 상용화될 것이다. 2007년부터 개발에 들어간 ‘해무’는 2013년 3월 시험운행에서 시속 421.4㎞를 기록했다. 430㎞가 목표다. 그래서 프로젝트 이름도 ‘해무 430’이다. 다른 나라들은 그 이상의 속도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고 속도는 바로 기술력의 바로미터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증속경쟁에 나서는 것이다. →상용화를 350㎞급 이상으로 올리는데 다른 기술이 뒷받침되나. -현재로서는 어렵다. 경부고속철도는 시속 320㎞ 이상으로 달리면 열차가 자동으로 멈춰선다. 고속열차 차량을 개발했더라도 당장 상용화하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 현재 고속철도 일반 신호체계는 300㎞급에 맞춰졌다. 350㎞ 열차 운행에 노반은 큰 문제가 없지만 신호기술이 전제되고, 차량도 더 가벼워져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과 강, 터널을 지나야 하고 굴곡이 심해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 신호체계 등 기술개발로 5년 이내에 350㎞급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 이상의 속도는 경제성 문제다. →미래형 고속열차도 나오고 있다. -‘튜브트레인’이라는 열차가 있다. 우리 연구원이 먼저 제안했다. 일종의 진공터널을 만들어 열차가 저항을 적게 받고 달리도록 하는 기술이다. 국내에선 ‘말도 안 된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는데, 미국은 캘리포니아 고속철도건설사업에 이 기술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선제 투자가 따라야 하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 철도기술의 수준은. -최고기술의 수준을 100%로 했을 때, 우리나라는 83% 정도이다. 철도선진국인 프랑스는 89%, 일본은 91% 정도로 보면 된다. 프랑스와는 약 6%, 일본과는 약 8% 정도 격차가 있다. 중국이 무섭게 달리고 있다. 차량, 전력, 건축, 시스템 분야 등에 비해 선로와 통신 분야에서 격차가 큰 편인데, 국내 토목기술과 정보통신(IT)기술 수준이 세계적인 만큼 철도기술에 접목해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친환경 녹색교통수단인 철도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철도기술의 발전 방향은. -미래사회는 자연파괴와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 고령화로 인한 성장정체, 다양한 국제정세 등을 극복하는 동시에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보장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철도 교통은 ‘2040년 도시 내 30분, 거점 도시 간 60분’을 목표로 더욱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철도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화석연료 고갈로 교통수단에서는 에너지 효율성이 더욱 강조돼 항공이나 선박 수요를 상당 부분 철도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초고속 튜브트레인, 아음속 추진제어 트레인 등이 새롭게 등장하고, 모든 시스템의 운영이 무인, 무선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도시철도의 발달로 저심도, 대심도 도시철도가 등장하고 논스톱으로 달리는 개인용 철도시스템도 생각해볼 수 있다. →20여년 동안 철도기술연구원에서 몸담았다. 언제부터 철도기술에 관심을 가졌나. -어린 시절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는데 졸업 후 독일 유학의 길을 걸었다. 독일에서 10년 동안 기계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들어오게 됐다. 기계공학을 전공하면서 철도기술에 관한 공부도 자연스럽게 병행했다. →기계공학 전공자 가운데 철도기술자는 많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철도기술 선진국인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철도기술의 발전이 곧 국가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능력으로 철도뿐 아니라 국가경제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철도를 위해 쉼 없이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어렸을 때부터 철도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철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고 철도만큼 정확한 교통수단도 없다. 시계가 보편화되기 전 일제강점기에는 철도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 시간을 가늠했을 만큼 철도는 시간의 정확성을 보장한다.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소망은. -우리 고속철도기술의 해외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내년이면 연구원이 20주년이 되는데, 그동안 KTX산천과 경량전철 K-AGT의 상용화를 비롯해 도시철도도 95% 이상 국산화했다. 무가선 트램, 바이모달 트램, 시속 430㎞급 차세대고속열차도 개발했다. 고속철도에서부터 도시철도, 경전철, 트램에 이르는 기술과 경험을 해외에서 펼쳐보는 게 소망이다. 최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비롯해 동남아 철도진출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터키, 베트남, 인도 등이 우리 철도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해외진출과 기술 수출을 위해 연구원 모두 밤을 새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꿈은 이루어진다’를 다시 한 번 실현해보고 싶다. 글 사진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김기환 원장은 국내 고속열차 걸음마 단계부터 초고속 개발 총지휘 단국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독일 아헨 공대에서 기계공학 석·박사를 마치고 1996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철도와 인연을 맺었다. 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단장, 고속철도연구본부장, 선임본부장을 거쳐 2014년부터 현재까지 제7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열차인 350㎞/h 한국형고속열차를 비롯해 430㎞/h 차세대고속열차(HEMU-430X) 개발의 최고 책임자로 한국고속철도의 기술 개발을 이끌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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