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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플러스] 포스코건설 본부장 자택 압색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이 회사 최모 본부장의 자택을 지난 25일 압수수색했다고 26일 밝혔다. 최 본부장은 앞서 구속된 베트남 법인장 출신 박모 전 상무가 베트남에서 조성한 100억원대의 비자금 중 국내로 반입된 40억여원을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직 임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정 전 부회장 등 고위 임원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 경남기업 노조 “사주일가 계열사 통해 부당이득”

    자원개발 국고지원금 유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 일가가 계열사를 통해 변칙적으로 자금관리를 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의 수사도 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의혹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남기업 노조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성 회장 일가는 2008년 워크아웃 진행 당시 계열사 중 유일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코어베이스를 분리해 회장 부인의 자산으로 둔갑시켜 자재 구매권을 거의 독점하면서 이익을 부당하게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코어베이스는 타일·벽지·주방기기 등의 자재 납품 업체로 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노조는 또 성 회장 부인이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건물 관리업체 체스넛과 체스넛비나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이날 “실무 담당자들을 계속 불러 조사하고 있다”면서 “자금 흐름을 보다 보면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베트남 사업단을 통해 조성된 100억원대 비자금 중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40억여원의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또 비자금 조성과 국내 반입에 포스코건설을 비롯한 포스코그룹 고위층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윗선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 대상을 해외에서 국내로 옮기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소관 부처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첩보를 입수, 진위 및 금품 수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100억대 회사돈 횡령’ 김태촌 양아들 체포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24일 조직폭력계의 대부로 통했던 고 김태촌의 양아들 김모(45)씨를 횡령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김씨는 2012~2013년 위폐감별기 제조업체 S사와 식음료업체 N사 등 코스닥 상장 업체 2∼3곳의 운영과 인수·합병(M&A) 과정에 개입해 100억원대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자본금 없이 사채 등을 끌어들여 우량 중소기업의 경영권을 따낸 뒤 자금을 횡령하고 회사를 망가뜨리는 전형적인 기업사냥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S사와 N사는 2013년 나란히 상장폐지됐다. 김씨가 한때 대표이사를 맡았던 K사도 한때 자본잠식 직전 상태까지 재정상황이 악화됐다. 검찰은 김씨가 함께 회사 돈을 빼돌렸다가 사측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한 전직 경영진들로부터 수사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정황도 포착했다. 국내 3대 폭력조직 중 하나인 범서방파의 두목 출신으로 2013년 1월 숨진 김태촌의 양아들인 김씨는 범서방파에서는 행동대장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경남기업 광산자금 130억도 비리 정황

    자원개발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석유개발사업 외에 광물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또 수사의 단초가 된 ‘성공불융자’와 관련해 해외자원개발협회의 융자 심의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자원개발에 참여한 기업 대부분이 사업 실패를 대비해 성공불융자를 받았다는 점에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2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경남기업이 2006년부터 진행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로부터 융자받은 130억원에 대해서도 위법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미 경남기업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지원받은 성공불융자 330억원 중 100억원가량을 유용한 혐의를 포착한 검찰은 압수한 회계자료 분석과 관련 계좌 추적 과정에서 또 다른 비리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광물공사로부터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 경남기업이 니켈광산 개발과 관련된 융자금 130억원을 받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광물공사는 경남기업이 자금사정 악화로 내지 못한 투자비 171억원을 대신 내주고, 2010년 경남기업의 사업지분을 계약조건과 달리 투자금 100%를 주고 매입해 특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베트남 건설 사업에서 조성된 100억원대의 비자금이 현지 발주처 리베이트가 아닌 다른 용도로 빼돌려진 정황을 포착, 이 회사 동남아사업단장 출신 박모 전 상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檢 전방위 사정수사] 협력사 흥우산업 ‘주목’… MB정부 이후 밀착 정황

    포스코건설 베트남법인의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협력업체 흥우산업과 포스코건설의 ‘밀착’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흥우산업과 포스코 측의 관계가 이명박(MB) 정부 출범 이후 더욱 두터워진 점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고위층을 연결하는 누군가를 찾는 데 주력하는 이유다. ●檢, 양측 고위층 연결 인물 찾는데 주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포스코건설이 베트남에서 조성한 비자금 외에도 국내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상당한 금액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흥우산업 등 주요 협력업체들이 베트남에서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포스코 측의 비자금 조성에 일정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포스코건설 본사에서 압수한 회계자료와 흥우산업 등에서 압수한 자료를 비교해가며 공사 금액의 누락 및 첨삭 여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흥우산업이 2009년 이후 베트남에서 포스코건설 사업을 우선적으로 하청받은 것은 국내에서의 다양한 협력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흥우산업은 1980년부터 2007년까지 23년간 포스코 측으로부터 직접 수주하거나 하청받은 공사가 23건인 반면 MB정부 때인 2008년 초~2013년 초 5년여간 무려 30여건(총 계약규모 1900억원)으로 급증했다. 주요 수사대상으로 떠오른 정동화 포스코건설 전 사장의 사장 재직 시기와 맞물린다. 일각에서는 이철승 흥우산업 회장의 폭넓은 인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MB정부 5년간 30여건 무더기 수주 검찰은 흥우산업이 2008년 10월 해외건설업 면허를 취득하고 이듬해 베트남 현지법인을 잇따라 설립해 포스코건설의 현지 고속도로 프로젝트 등을 수주한 과정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우산업은 2009~2010년 베트남 사업으로 자산과 매출액은 급증했으나 순이익은 10억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베트남 현지법인이 올린 매출액 중 상당 부분이 포스코건설로 되돌아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檢 비리사정] 신세계·동부 비자금 등 묵혀둔 첩보도 꺼내… ‘원샷 올킬’ 수사

    [檢 비리사정] 신세계·동부 비자금 등 묵혀둔 첩보도 꺼내… ‘원샷 올킬’ 수사

    포스코그룹, 동부그룹, 신세계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SK건설…. 검찰의 대규모 비리 사정(司正)이 본격화되면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잇따라 수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17일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며 비리 척결을 독려하면서 사정의 칼을 움켜쥔 검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재계로서는 그야말로 ‘삭풍의 봄’을 맞게 된 셈이다. 검찰은 이참에 ‘캐비닛’을 활짝 열고, 미뤄 뒀던 수사자료까지 모두 꺼내 살펴보고 있다. 대기업 사정의 신호탄은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쏘아 올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 총리의 담화 이튿날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혐의는 이 회사 베트남법인 임원들의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이다. 하지만 검찰의 칼끝은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과 이명박(MB) 정부 핵심 실세들을 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MB 정부 핵심 실세들의 지원을 받은 정 전 회장 재임기간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의 인수·합병 과정과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및 사용처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기업 비리 첩보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 등에 밀려 묵혀 뒀던 기업 비리 수사를 이번 기회에 모두 털고 가겠다는 분위기다. 특수2부의 경우 포스코건설 수사와 함께 지난해 9월 첩보를 입수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그룹 내 자금 흐름을 추적해 왔다. 박 회장은 이에 앞서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으로부터 4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넘긴 동부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수상한 금융거래 정황도 다시 살펴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동부그룹은 신설된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맡았다. 신세계그룹은 법인계좌에서 발행된 당좌수표를 물품 거래에 쓰지 않고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7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실제 비자금 조성 여부와 이 돈이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 그룹 총수 일가에 흘러 들어갔는지 살펴보고 있다.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김 회장의 비자금 상당액이 경영권 대물림에 사용할 주식 매입 대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SK건설은 김진태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권’을 행사하면서 검찰의 칼끝에 올랐다. 앞서 공정위가 새만금방수제 건설 공사 담합으로 22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한 SK건설을 다시 검찰에 고발토록 해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것이다. 이는 담합 등 고질적인 업계 비리를 과징금에 그치지 않고 엄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주가 조작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동아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동아원은 전 전 대통령의 3남 재만씨의 장인인 이희상(70)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다. 2013년 검찰의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의 비자금 추적 조사 때 비자금 유입처로 지목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檢 고발요청권 첫 발동] 檢, 포스코 4대의혹 ‘정조준’

    [檢 고발요청권 첫 발동] 檢, 포스코 4대의혹 ‘정조준’

    검찰이 ‘포스코건설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소환 조사를 병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수사 대상은 포스코건설”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미 포스코그룹의 계열사 관계와 자금 흐름 등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전날부터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직원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동남아사업단장을 지낸 박모 상무 등 2명을 조사한 데 이어 비자금 조성 의혹 시기에 포스코건설 사장을 지낸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소환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베트남 사업장에 얽힌 의혹으로 시작됐지만 포스코건설의 해외 사업장이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에 퍼져 있어 다른 사업장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검찰의 최대 관심사는 포스코그룹과 이명박(MB) 정부의 유착 여부로 알려졌다. 2009년 포스코그룹 회장 선출을 앞두고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MB맨’인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을 밀어주기 위해 경쟁자인 윤석만 포스코 사장을 사찰한 사실이 앞선 검찰 수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사장이 그룹 회장에 올랐고 이후 포스코는 MB 정부의 국책 사업인 4대강 사업 등에 적극 참여했다. 검찰은 포스코그룹이 MB 정부 시절 과도하게 계열사를 늘려 부실화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07년에는 자회사가 20여개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70개를 넘어섰다. 포스코가 2010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해 인수 과정을 둘러싸고 ‘정권 실세 개입 논란’이 일었던 성진지오텍이 대표적인 부실 인수 사례로 꼽힌다. 포스코플랜텍은 2010년 키코(KIKO) 손실로 부도 직전이었던 울산의 플랜트 기자재 업체인 성진지오텍을 160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성진지오텍의 부채 비율은 1613%로 회계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이 기업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포스코는 이런 회사를 평균 주가의 2배를 지불하고 인수한 것이다. 이 배경에는 성진지오텍 대표와 친분이 깊었던 박영준 당시 지식경제부 차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은 의혹이 제기돼 확인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지만 오히려 포스코의 인수·합병 과정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며 “성진지오텍 외에 다른 인수·합병 과정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철강 가공·도매 업체인 포스코P&S도 수사 대상이다. 국세청은 이미 2013년 포스코P&S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한 뒤 1300억원 규모의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포스코P&S는 실제 거래가 없으면서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렇게 빼돌려진 1300억원이 본사로 흘러들어 갔는지,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 밖에 포스코는 석탄 처리 기술 개발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통해 5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일부 계열사들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결국 MB 정부와 유착해 성장한 포스코그룹이 각 계열사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으로 정·관계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게 검찰의 큰 그림이다. 이번 수사가 MB 정부 실세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가 처리했던 서울 파이시티 비리 사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대 복합유통단지 조성 사업에 정부 실세가 개입한 사건이다. 포스코건설이 시공사였다. 검찰은 사건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 전 차관을 구속 기소했다. 한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이날 “국민과 주주들에게 심려를 끼쳐 유감으로 생각하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면서 “조기에 의혹을 해소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떠한 여건에서도 업무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기업윤리를 최우선적으로 지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박영준 前차관 등 MB정권 실세에 사정 태풍

    당장 이번 주부터 상당기간 국민들의 눈과 귀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움직임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MB) 정부 당시의 대표적인 사업과 친MB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사정 태풍이 몰아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선포한 ‘부정부패와의 전쟁’이 사실상 MB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이미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에 대한 방증이다. 지난 12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에서 거론한 ‘적폐’는 방위사업 비리와 해외자원개발 비리였다. MB 정부의 핵심 국정 사업인 ‘사·자·방’(4대강살리기·자원외교·방위사업) 가운데 2개 분야가 곪았다는 의미다. 이 총리는 또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횡령 등의 비리는 경제 살리기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의 첫 대국민담화 직후부터 검찰 특수부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숨 가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담화 이튿날인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로 들이닥쳤다. 압수수색의 명분이 됐던 포스코건설 일부 임원의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이번 수사가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특히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는 정준양 전 회장 재임 시절 포스코 그룹이 진행한 계열사 인수·합병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정 전 회장 등 핵심 관련자들은 이미 출국금지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포스코 그룹이 상당수의 국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훨씬 큰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규모 계좌추적팀을 가동해 비자금 조성 과정과 사용처 추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준 지식경제부 전 차관 등 정 전 회장을 밀어준 MB 정부 핵심 실세들 쪽으로 수사의 칼날이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를 주축으로 구성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MB 정부에서 진행됐던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사업과 관련해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등 모두 3명을 구속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합수단이 들여다보고 있는 의혹의 대부분은 이 전 대통령 집권 시기와 겹친다. 이 전 대통령과 MB 정부 장·차관 등이 포함된 자원외교 관련 고발 사건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다시 배당돼 본격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MB 정부 시기 진행된 사업에 대한 수사에 서울중앙지검 특수1~4부 가운데 3곳이 투입된 셈이다. 이른바 ‘포·자·방’(포스코·자원외교·방위사업) 수사의 최종 타깃이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검찰의 칼끝이 본격적으로 겨눠진 포스코 그룹은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의도 및 수사 방향, 수사 대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성실하게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의혹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포스코건설 압수수색…부정부패 전쟁 신호탄

    검찰이 13일 거액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건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하루 만이다. 자원외교 의혹 수사와 맞물려 사실상 이명박(MB) 정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이날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 40여명을 보내 해외 건설사업 내부자료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지역 건설 사업 관련 임직원들이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비자금은 2010~2012년 베트남 현지 발주처에 리베이트로 지급되거나 일부는 개인적으로 유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측은 “일부 임원의 개인 비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했거나 정·관계에 전달됐을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 P&S, 포스코플랜텍 등도 살펴보고 있어 포스코그룹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는 정준양 전 회장이 포스코를 이끌던 기간과 의혹 발생 시기가 겹쳐 결국 검찰의 칼끝이 전 정권의 핵심 인사를 겨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원외교 관련 사건들을 조사부, 형사부에 맡겼다가 최근 특수부에 재배당하며 ‘칼날’을 가다듬고 있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부정부패와의 전쟁’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부정부패와의 전쟁’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검찰이 13일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13일 오전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해외 건설사업 관련 내부자료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지역 건설사업을 책임지던 임직원들이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로 진용을 새로 꾸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첫 기업수사다. 특히 이번 수사는 전날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이뤄진 만큼 고강도 수사가 예상된다. 비자금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현지 발주처에 리베이트로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자체 감사에서 이런 비리를 적발하고 징계조치했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임직원들의 금융거래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회사 측의 감사자료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구체적 사용처를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비자금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됐거나 돈의 일부가 국내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이후 계열사들끼리 매출액을 부풀려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여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베트남 영업담당 임원들이 실적에 집착해 저지른 개인적 비리”라면서 “회사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내로 반입했다는 얘기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검찰이 13일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13일 오전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해외 건설사업 관련 내부자료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지역 건설사업을 책임지던 임직원들이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로 진용을 새로 꾸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첫 기업수사다. 비자금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현지 발주처에 리베이트로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자체 감사에서 이런 비리를 적발하고 징계조치했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임직원들의 금융거래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회사 측의 감사자료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구체적 사용처를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비자금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됐거나 돈의 일부가 국내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이후 계열사들끼리 매출액을 부풀려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여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베트남 영업담당 임원들이 실적에 집착해 저지른 개인적 비리”라면서 “회사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내로 반입했다는 얘기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스코건설 압수수색…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부정부패와의 전쟁’

    포스코건설 압수수색…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부정부패와의 전쟁’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검찰이 13일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13일 오전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해외 건설사업 관련 내부자료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지역 건설사업을 책임지던 임직원들이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로 진용을 새로 꾸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첫 기업수사다. 특히 이번 수사는 전날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이뤄진 만큼 고강도 수사가 예상된다. 비자금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현지 발주처에 리베이트로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자체 감사에서 이런 비리를 적발하고 징계조치했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임직원들의 금융거래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회사 측의 감사자료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구체적 사용처를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비자금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됐거나 돈의 일부가 국내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이후 계열사들끼리 매출액을 부풀려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여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베트남 영업담당 임원들이 실적에 집착해 저지른 개인적 비리”라면서 “회사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내로 반입했다는 얘기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고강도’ 수사 예상되는 이유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고강도’ 수사 예상되는 이유

    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검찰이 13일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13일 오전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해외 건설사업 관련 내부자료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지역 건설사업을 책임지던 임직원들이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로 진용을 새로 꾸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첫 기업수사다. 특히 이번 수사는 전날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이뤄진 만큼 고강도 수사가 예상된다. 비자금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현지 발주처에 리베이트로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자체 감사에서 이런 비리를 적발하고 징계조치했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임직원들의 금융거래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회사 측의 감사자료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구체적 사용처를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비자금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됐거나 돈의 일부가 국내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이후 계열사들끼리 매출액을 부풀려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여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베트남 영업담당 임원들이 실적에 집착해 저지른 개인적 비리”라면서 “회사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내로 반입했다는 얘기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화성 엽총 난사] “형, 뉴타운 개발로 100억대 부자… 동생, 술만 마시면 돈 요구”

    [화성 엽총 난사] “형, 뉴타운 개발로 100억대 부자… 동생, 술만 마시면 돈 요구”

    27일 오전 9시 34분쯤 경기 화성서부경찰서 상황실에 “작은아버지가 (시)부모님을 총으로 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4분 뒤 남양파출소 소속 이강석 경감(소장)과 이모 순경은 화성시 남양동의 2층짜리 단독주택에 도착해 출입문을 열고 진입을 시도했다. 그 순간 전모(75)씨가 사냥용 엽총을 발사하며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때 이 경감이 전씨를 설득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려고 재차 시도하다가 전씨가 쏜 총에 맞아 쓰러졌다. 당시 이 경감은 방탄복을 착용하지 않았으며 실탄이 든 권총이 아닌 테이저건을 들고 현장 진입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함께 있던 이 순경은 “파출소장과 전씨가 서로 아는 사이 같았다. 소장이 테이저건을 들고 그를 설득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려다 총에 맞았다”고 진술했다. 전씨와 나머지 피해자들 모두 이 집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신고한 며느리는 2층에서 뛰어내려 다행히 화를 면했다. 현장에는 경고사격 1발까지 합쳐 모두 6발의 탄피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씨가 평소 술을 먹고 형을 찾아와 돈을 달라며 행패를 부리는 일이 많았다는 주변인 진술이 나왔다”고 말했다. 범행 현장 앞에 세워진 범인 전씨의 에쿠스 승용차 조수석에서는 편지지 6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형에 대한 오래된 원망과 반감이 드러나 있고 살해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적혀 있다. 특히 “이날을 위해 모두 내가 만든 완벽한 범죄다. 세상 누구도 전혀 알 수 없고,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문구도 적혀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 내용으로 미뤄 전씨는 오래전부터 형을 살해하려고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 현장 조사를 마친 경찰은 전씨와 노부부 시신을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이 경감의 시신은 화성장례식장으로 옮겼다. 이를 지켜보던 유족들은 울음을 감추지 못했다.주민 진모(47)씨는 “사망한 형 전씨가 화성 뉴타운 개발로 농지를 팔아 큰돈을 번 것으로 안다”면서 “돈 문제로 동생과 자주 다툼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고, 동생에게 수차례에 걸쳐 목돈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숨진 형은 현재 살고 있는 2층 주택과 인근의 원룸을 소유하고 있고 최근에 막대한 토지 보상금도 받은 100억원대의 재력가로 알려졌다. 동생 전씨는 광산개발사업 등을 한다며 몇 차례 사업을 벌이다 망한 뒤 형에게 사업자금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부부와 함께 성당을 다녔다는 한 주민은 “동생이 한식집을 그만둔 지 2년이 됐는데도 골프를 치러 다닐 정도였으니 생활은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20분쯤 남양파출소를 방문해 “내일(28일)로 수렵 기간이 끝나니 경찰서에 입고하겠다”며 사냥용 엽총(12구경 이탈리아제 엽총·Fabarm) 1정을 출고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이에 앞서 9일 오후 2시 10분 강원 원주 문막파출소에서 엽총을 출고해 오후 3시 50분 남양파출소에 입고한 뒤 16일, 17일, 23일, 25일, 26일 등 무려 5차례 입출고를 반복했고 이날 오전 다시 출고했다. 70대 노령의 총기 소지자가 열흘 남짓 동안 모두 6차례 총을 출고하는데도 경찰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최근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지역 파출소에는 방탄복 하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탄복은 ‘대간첩 작전 및 대테러 장비’로 분류돼 있어 지역 경찰들에겐 지급되지 않고 있다. 대신 1.3㎏에 달하는 방검복(칼과 같은 날카로운 흉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끼)만 지급된다. 또 경찰의 현장 대응 매뉴얼에서는 피의자가 총기를 소지한 상황에 대한 대응법은 찾아볼 수 없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富’] (10)상위 1%의 미용 관리-2000만원 그들만의 회원권

    “죄송합니다. 일간지에 저희 스파가 보도되면 고객들이 오해를 하실 수도 있어서 취재에 응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지난달 20일 국내 최고급 스파라고 알려진 S사에 취재 요청을 하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오해’라는 표현을 썼지만 뉘앙스는 ‘누구나 사서 읽어 볼 수 있는 일간지에 아무나 즐길 수 없는 우리 스파가 소개된다면 브랜드 이미지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혔다. 수입 명품 화장품이라고 알려진 S브랜드가 운영하는 이 업체의 연간 회원권은 2000만원. 6개월 회원권은 1000만원이다. 철저한 회원제로 1회 이용은 불가능하다. S사는 실제로 여성지나 경제지에 ‘럭셔리 스파’로 가끔씩 보도됐을 뿐 다른 화장품 브랜드들과 비교해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았다. 100% 회원제이고 회원권을 구매할 경제력을 갖춘 이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굳이 대중을 상대로 한 마케팅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명품 업체가 ‘알 만한 사람’만 알도록 ‘로고가 없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기자는 이번에는 고객을 가장해 S스파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위한 방문이 가능한지 물었다. 상담원은 전화통화에서 “회원 중에는 유명 연예인과 얼굴이 알려진 정·재계 인사가 많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시간이 겹치면 부담스러워할 고객 분들이 있다”면서 예약 방문을 권했다. 또 “회원인 지인 분과 상담을 함께 오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프라이버시 관리를 위해 이미 ‘검증’된 회원의 추천을 받도록 권유하고 있는 듯했다. 서울의 H호텔과 K호텔 등에 입점해 있는 이 업체는 국내 1인 케어 룸과 샤워 시설은 물론 호텔 전용 출입구(서울 H호텔)나 전용 엘리베이터(부산 S백화점)를 따로 마련해 놓을 정도다. 프라이버시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은 ‘나만을 위한 서비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한 목적도 크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는 40대 A씨는 매일 오후 4시 도산공원 인근에 있는 A브랜드가 운영하는 고급 스파에 다닌다. A스파는 보통 A씨가 예약한 시간 30분 전부터 5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오직 A씨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어떠한 예약도 받지 않는다. A브랜드의 스파 연간 회원권은 2090만원이다. 1회에 55만원에 달하는 전신마사지(3시간) 45회와 1회 15만원짜리 기본 마사지(1시간 20분)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A씨는 VIP룸에서 단독으로 두 명의 관리사에게 제품 하나당 40만~5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크림 등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사지를 받는다. 미용업계 관계자들은 어떤 사람의 부(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은 몸에 걸친 명품이 아니라 ‘피부’라고 말한다. 피부는 오랫동안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옷이나 구두, 가방처럼 당장 들고 다니면서 누구한테 과시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로 부유하지 않다면 피부에 그만큼 많은 투자를 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미용업계 관계자는 “35세가 넘으면 가꾸는 사람과 안 가꾸는 사람은 딱 티가 난다”면서 “가꾸지 않으면 태생만으로는 미모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1주일에 1번 정도 마사지숍을 찾아 관리를 받는다는 B(30)씨는 “관리를 오랫동안 받아 온 지인이 친구를 데리고 왔다가 우연히 함께 보게 됐는데 둘이 동갑인지 믿을 수가 없더라”면서 “관리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했다. 부유층 피부 관리의 특징은 자주 시술을 받는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자연스럽게 예뻐지는 것을 원한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한 유명 피부과 원장은 “일반 고객들은 박피같이 2~3일 동안 얼굴이 빨개져도 효과가 확연히 나는 시술을 선호하는 반면 부유층은 그렇지 않다”면서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집에서 비타민을 챙겨서 먹듯 관리를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했다. 특히 피부 노화를 막는 치료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이 원장은 “상위 1%를 위한 특별한 시술이 있다기보다는 일반 고객들보다 고가의 레이저로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름 관리를 위해 피부과에서 하는 레이저 중 최고가로 알려진 울세라레이저(300만~400만원대)를 비롯해 서마지나 타이탄 등을 3~4개월에 한번 씩 하거나 피부에 부담이 안 되는 범위 내에서 레이저 시술을 자주 받는다는 설명이다. 보톡스도 예전에는 농도를 짙게 해서 한 번에 주름을 없애는 것을 선호했다면 현재는 자주 하더라도 농도를 낮게 한 시술을 원한다고 한다. 이 원장은 “울세라레이저 등은 당장 효과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자금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고객이 시술을 받으면 ‘값은 비싼데 왜 효과가 없냐’고 불만스러워하지만 부유층은 최대한 티가 나지 않으면서 예뻐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50대 여성 C씨도 1주일에 한 번 피부과를 찾아 화이트닝과 모공 관리 시술을 받는다. 울세라레이저를 비롯해 서마지나 타이탄 등의 고가 레이저 시술도 5개월에 한 번씩 한다. C씨는 “오히려 당장은 효과가 없어 보이는 게 목표”라면서 “보톡스나 필러를 잘못해서 얼굴에서 확 티가 나는 시술을 하면 수군거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C씨의 목표는 나이보다 크게 어려 보이는 게 아니라 제 나이처럼 보이지만 “곱게, 우아하게 잘 늙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100억원대 재산가로 청담동 빌라에 거주하는 D씨는 “신의 손으로 소문난 T피부과는 보톡스를 아주 티 안 나게 넣어 주는 시술로 유명하다”면서 “티가 나게 성형을 받으면 다들 수군거리니 시술을 통해 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T피부과의 보톡스 시술은 4차례에 120만원으로 현금만 받는다고 했다. D씨는 피부과에 연 240만원을 쓰는 것을 포함해 마사지까지 연 1000만원 이상을 피부에 쏟아붓는다. 피부과 전문의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논란이 됐던 연회비 1억원대 피부 클리닉은 현재 없다고 한다. 강남의 다른 피부과 원장은 “내가 아는 피부과 의사 중에서 1억원대 피부과와 같은 케이스는 보지 못했다”면서 “요즘에는 부유층이라고 하더라도 건수별로 지불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보다는 못하지만 연 1000만원대의 회원권은 존재했다. 청담동에 있는 한 피부과 관계자는 “1000만원짜리 회원권을 끊으면 보톡스나 필러 등을 좀 더 저렴하게 받을 수 있어 이용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했다. 이 피부과에서는 피부뿐만 아니라 몸매 관리를 위한 퍼스널트레이닝(PT)도 받을 수 있다. 독립된 공간에서 전문가에게 1대1로 운동 관리를 받는 것이다. 회원권이 아니더라도 고가의 레이저 시술도 서너 번 받으면 1000만원은 훌쩍 넘어선다. 현재 대중화는 많이 됐지만 일명 연어주사, 피주사 등의 시술도 있다. 1회에 40만원대인 연어주사는 연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주사 타입의 상처 치료제로 피부 재생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피주사(혈소판풍부혈장이식술·PRP)는 10만원대로 자신의 혈액에서 추출한 혈소판을 다시 집어넣는 시술이다. 이 같은 시술들은 보통 피부과에서는 여러 번 맞아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고 다른 레이저 시술도 함께 권하는 경우가 많아 최종 비용이 수백만원은 훌쩍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위 1% 부유층은 성형외과도 자연스러움과 비밀보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가 지방을 이용한 줄기세포 가슴성형은 1000만원대로 일반 보형물 가슴수술보다 가격은 두 배 정도 비싸지만 부작용이 적고 자연스러워 선호한다고 한다. 청담동에는 간판 없이 운영하고 있는 여성 성형 전문 레이저 센터도 있다. 주로 출산 후 관리를 위한 여성 성형만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전해졌다. 민감한 수술인 만큼 수술과 회복 기간 중에 외부인과 절대 마주치지 않도록 프라이버시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한다. 부유층은 화장품에 쓰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앞서 소개한 S브랜드는 스킨 한 병에 20만~30만원 선이다. 250만원짜리 마스크팩도 있다. L브랜드의 안티에이징 제품(50㎖)은 146만 1000원이다. 이 정도면 화장품 한 방울이 금값이라고 할 만하다. 강남구 명품 편집 매장인 B숍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원재료 제품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화장품 회사들도 VIP 고객들은 철저하게 관리한다. G브랜드 관계자는 “VVIP를 선정하는 기준은 내부 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면서 “신제품이 나오면 호텔에서 따로 신제품 체험 행사를 갖거나 마사지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G사는 지난해 VIP 30여명을 초대해 문화 이벤트로 프랑스 와인이나 치즈에 대한 강연을 여는 행사를 했다. G브랜드 관계자는 “상업적으로 제품을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와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L사도 자사 브랜드를 구매하는 VIP만을 위해 별도의 마사지숍을 운영하고 있다. 송수연 이두걸 유대근 기자 songsy@seoul.co.kr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貧]한 달 80만원 벌어 결혼은 무슨… 돈 안 드는 썸이나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貧]한 달 80만원 벌어 결혼은 무슨… 돈 안 드는 썸이나

    서울 노원구의 매입임대주택에서 혼자 사는 남성 A(45)씨는 일찌감치 결혼을 포기했다. ‘가정을 꾸린다면 책임감을 느껴 더 열심히 일하고 돈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안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겸연쩍은 마음이 들어 고개를 흔든다. A씨는 “내일모레면 쉰인데 모아 둔 돈도 없고 여자를 사귀어 본 경험도 거의 없어 결혼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고 했다. A씨의 한 달 수입은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로하며 버는 70만~80만원이 전부다. 물론 그에게도 한때 마음이 통했던 사람이 있었다. 20대 후반이었던 1990년대 말 서울의 한 봉제공장에 다닐 때 만난 여공이었다. A씨는 “당시 그 여자에게 300만원이 든 월급 통장을 믿고 맡겼는데 통장을 가지고 도망쳤다”며 “이후 여자를 사귈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결혼 생각은 없지만 남성적인 욕구가 자연스럽게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A씨는 “종로 쪽에 가면 ‘박카스 아줌마’(남성에게 음료수를 주며 접근해 성매매하자고 꾀는 여성)가 많다”면서 “예전에 2만~3만원을 주고 여인숙에서 관계를 가진 적이 있는데 성매매가 불법인 걸 알고는 참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절대빈곤층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결심하더라도 돈 때문에 제대로 된 예식을 못 한 채 가정을 꾸리는 사례가 허다하다. 경기도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B(43)씨는 아내(31)에 대한 미안함을 늘 가슴 한켠에 품고 있었다. 결혼 전 귀금속 업체에서 세공사로 일했던 그는 회사가 갑작스레 도산해 일자리를 잃었다. B씨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데다 벌이마저 끊긴 상황에서 결혼은 남의 얘기로만 들렸다”고 회상했다. 이때 친구의 소개로 아내를 만났고 마음이 끌려 6개월간 교제 끝에 2012년 혼인신고를 했다. 하지만 부모를 일찍 여읜 데다 변변한 일자리가 없다는 공통점을 가진 B씨 부부는 조촐한 결혼식조차 할 수 없었다. 특히 세공사로 일하며 고급 혼수용 보석을 다듬었던 B씨로서는 정작 자신의 신부를 위한 반지 하나 맞춰 줄 수 없다는 현실이 서글펐다. 그랬던 B씨는 지난해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아파트 입주민을 위해 마련한 무료 합동 결혼식 지원 대상자로 뽑혀 아내와 전통 혼례를 올렸고 토지주택공사로부터 18K짜리 금반지를 받아 아내의 손가락에 끼워 줬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임대아파트 입주민 중에는 어려운 사정 탓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이들이 많은데 무료 혼례라도 올린 B씨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기초생활수급권자 C(35·여)씨는 TV 드라마를 보다가 결혼식 장면이 나오면 서러움을 느껴 채널을 돌린다. 남편과 혼인신고하고 산 지 10여년이 됐지만 아직 결혼식은 따로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최근 “딸이 초등학교에 갔으니 가족 사진이라도 찍자”고 제안했지만 C씨는 “결혼 사진도 못 찍었는데 무슨 가족 사진이냐”며 핀잔을 줬다고 한다. 부부 모두 몸이 불편해 직업 없이 기초생활보장 수급비에 의존해 생활하다 보니 10여년 전 살림을 합칠 때 신혼집은 따로 구하지 못했고 남편이 살던 10평 남짓한 빌라 셋방에 들어가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예물이나 예단, 혼수는 당연히 없었다. C씨가 남편에게 받은 결혼 선물이라고는 은반지가 유일했지만 이마저 피부 알레르기 탓에 끼지 못했다. 다행히 C씨 부부도 B씨 부부처럼 삼성전자 등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말 합동혼례를 무료로 올렸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 사진도 찍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돈이 없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어떤 극빈층 부부는 초등학생인 아이가 ‘엄마, 아빠는 왜 결혼 사진이 없어요’라고 물을 때마다 먹먹함을 느낀다고 하더라”면서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도 가난 탓에 사랑 앞에서 좌절하는 일이 많다. 돈이 없으니 연애조차 사치로 느끼는 ‘스튜던트 푸어’(학생 빈곤층)가 많고 이성 친구를 사귄다 해도 끊임없이 호주머니 사정을 걱정해야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D(26)씨는 대학 입학 뒤 지금껏 연애를 멈춰 본 적이 없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직접 벌어야 했던 그이지만 연애는 퍽퍽한 삶 속의 활력소가 됐다. 하지만 넉넉한 자금 없이 여자 친구를 만나는 건 무척 어렵다. 그는 “돈 없이 연애하다 보면 행복의 총합을 계산하려고 하는 공리(功利)주의자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성을 만날 때 들이는 식비, 선물값 등과 이성과 만나면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대조해 계산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주머니가 빈 날이 많아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데 많은 ‘머리굴림’이 필요하다”면서 “이를테면 ‘썸타는’(정식 교제에 앞서 미묘한 호감을 주고받는 행위) 여자와 데이트할 때는 대학가 맛집에 가 저렴한 와인이라도 한잔하며 분위기를 잡고 싶고 생일날에는 몇만원짜리 귀고리라도 사 주고 싶지만 머뭇거리게 된다”고 했다. 그가 지금껏 주로 연상의 여자 친구를 만난 것도 이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는 “사회 생활하는 누나들은 내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 밥값을 자주 내고 배려한다”고 했다. 또 다른 ‘스튜던트 푸어’인 E(22)씨도 2년째 연애를 못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애를 반쯤 포기한 상태다. 180㎝가 넘는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 서글서글한 성격까지 ‘경쟁력 있는’ 외모의 소유자이기에 “소개팅해 주겠다”는 친구는 많다. 하지만 E씨는 번번이 거절한다. 그는 “밥값 내야 하는 상황이 부담돼 주선해 준다고 해도 피한다”고 했다. 지난해 초 군에서 전역한 그는 복학을 미룬 채 헬스장 등에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어머니가 빚보증을 잘못 서 수천만원대 부채가 쌓인 탓에 스스로 등록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 교수는 “요즘 청년의 연애 문화인 ‘썸타기’는 남성 청년층의 빈곤한 경제력과 관련 있다”면서 “연애를 시작하면 남자가 돈 내는 상황이 많아지는데 금전적 여력이 안 되니까 ‘사귀자’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불굴의 노력으로 좋은 이력을 갖춘 극빈층 자녀 중에는 사회적 시선과 자신감 부족 탓에 결혼을 미루는 사례도 있다. 중학교 교사인 F(31)씨는 같은 학교에서 만난 4살 연상의 여교사와 1년간 교제하다가 여자 친구로부터 “결혼하자”는 프러포즈를 받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서울·경기권에 100억원대 건물을 가진 땅부자다. 그녀의 부모는 애초 F씨의 집안이 성에 차지 않았지만 F씨가 서울의 명문 사립대를 나와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데다 딸의 혼기도 꽉 찬 까닭에 결혼을 승낙했다. 그런데 오히려 머뭇거리고 있는 쪽은 F씨다. 부모가 1억원 넘는 빚을 지고 있는데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버지가 이 돈을 모두 갚기 어려워 F씨가 월급 일부를 떼어 함께 갚고 있기 때문이다. F씨의 친구 중에는 “여자 친구가 집안도 좋고 마음도 맞는데 결혼을 미룰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채근하는 이도 있지만 또 다른 친구들은 “결혼은 형편이 비슷한 사람끼리 해야 잘 산다”고 막는다. 성인이 되기 전에 준비 없이 덜컥 가정을 꾸릴 경우 결혼생활이 그만큼 위태로울 수 있다. 서울에 사는 싱글맘 G(44)씨는 고교 졸업 직후 남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고 결혼했다. 그 뒤 딸을 한 명 더 출산했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려운 살림 탓에 잦은 부부 싸움을 벌이다 12년 전 끝내 이혼했다. 막내딸만 데리고 집을 나온 G씨는 이후 다른 남성과 교제하던 중 아들을 가져 출산했다. 하지만 이 남성과는 결혼하지 않고 헤어졌다. G씨는 “기초생활수급자라 아이 둘을 키우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아이를 지우면 살인이라는 생각에 낳았다”면서 “막내아들의 아버지는 출산 사실조차 모른다”고 했다. 아이의 아버지도 궁핍하기에 말해 봤자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아예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 금천구의 가정지원센터 관계자는 “극빈층 부부는 부부 관계가 틀어져도 당장 생계유지를 위해 상담할 시간이 없어 갈등이 깊어지고 결국 헤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극빈층 중에서도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게는 결혼 생활이 더 큰 도전이다. 인천에 사는 뇌병변 장애인 H(35)씨는 5년 전 친구의 소개로 대학생이던 남편을 만났다. 교제 4개월 만에 아기가 생겼고 이듬해 출산과 함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 뒤 분노조절장애 증세를 드러내며 가정폭력을 일삼았다. 몸이 불편한 H씨는 가만히 맞고 있는 것 외에는 반항할 도리가 없었다. H씨는 지난해 끝내 이혼했다. 하지만 남편의 그림자는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 남편이 사채 2000만원을 부부 공동 명의로 빌려 썼던 탓에 이씨는 기초생활수급비에서 돈을 떼어 빚을 조금씩 갚고 있다. 유대근 이두걸 송수연 기자 dynamic@seoul.co.kr
  • 간장 한병 300만원… 요리가 품격이다

    간장 한병 300만원… 요리가 품격이다

    ■ 대한민국 상위 1% 부유층과 하위 9.1% 절대빈곤층의 카트에 담긴 먹거리는 어떻게 다를까. 소득 격차에 따른 식료품 구입 패턴 차이 등을 면밀히 분석한 인터랙티브 기사인 ‘카트 속 다른 세상’을 감상하세요. ☞<카트 속 다른 세상> 보러 가기 클릭 (http://interactive.newsjel.ly/seoulnews) “요즘 믿을 만한 먹거리가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직접 길러 먹기로 했죠.” 100억원대 자산가인 주부 조모(53·서울 서초구 잠원동)씨 가정은 몇 해 전 청정지역으로 소문난 전남의 한 시골 마을에 밭 2500평(8264.5㎡)을 샀다. 집에서 먹을 채소를 직접 재배하기 위해서다.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남편은 물론 조씨도 평일에는 살림으로 바쁜 탓에 매달 두세 번밖에는 현장에 내려가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농사는 지역 농민에게 부탁했고 대신 밭 일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조씨는 “배추와 무, 파, 상추, 고구마, 생강까지 계절별 채소를 넉넉히 재배해 우리 가족 4명과 친척, 지인들에게 돌려 함께 먹는다”면서 “형편이 넉넉한 사람 중엔 서울 근교에 텃밭을 사 채소를 직접 길러 먹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상위 1% 부유층은 조씨처럼 채소를 직접 재배하거나 유기농 식품 구입만 고집한다. 금융업계 임원의 부인 박모(55·종로구 평창동)씨는 믿을 만한 먹거리를 사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음식이 건강으로 직결된다고 보는 그녀는 “시골에서 농장을 하는 지인에게서 친환경 농작물을 매주 한 번씩 주문하고 집에서 요리할 때도 설탕은 전혀 넣지 않고 대신 효소를 쓰는 등 건강하게 먹으려 한다”고 했다.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과 소비자를 직접 이어 주는 생활협동조합(생협)에 가입하는 인구도 늘었다. 아이쿱 생협 관계자는 “2004년 1만 4926명이던 가입자 수가 10년 만에 14.6배 늘어 지난해 21만 8585명이 됐다”면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먹거리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가입자 수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마트인 ‘S 푸드마켓’은 고소득층의 식자재 소비 패턴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이 동네에 사는 주부 박모(52)씨는 매주 한 번씩 이곳에서 장을 보는 단골고객이다. 외아들이 영국 유학 중이어서 중소기업 사장인 남편과 단둘이 사는데도 한번 장볼 때마다 ‘큰 손’이 된다. 꼭 필요한 식자재만 장바구니에 골라 담지만 몇개 짚다 보면 금세 20만원을 넘는다. 유기농이 많은 이곳 제품들은 일반 마트 가격보다 월등히 비싸다. 이곳에서 가장 잘 팔린다는 ‘명품쌀’은 1㎏에 1만 2000원이고 머스크멜론 1통은 4만5000원, 친환경 무 1개는 3100원이다. 보통 마트에서는 일반미 1㎏이 2100원, 머스크멜론과 무는 각각 1만 5000원, 1200원이라는 점에서 2~6배나 비싼 셈이다. 하지만 박씨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유기농인 데다 신선도가 다른 곳에서 파는 식품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가 둘러본 S 푸드마켓에는 10알에 1만 2000원 하는 ‘하얀 오골계란’과 1근(600g)에 15만원 하는 ‘파이브(5) 스타 암소한우 꽃등심’ 등 고가 제품이 즐비했다. 특히 명인이 제조했다는 300만원 짜리 씨간장(500㎖)은 가격표를 믿을 수 없어 여러 차례 눈을 씻고 확인했을 정도다. 마트 관계자는 “300만원짜리 간장은 매장의 품격을 보여 주기 위한 상품이지만 명절 때면 실제 사가는 고객도 있다”고 했다. 좋은 음식재료를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강한 조리법을 직접 배우려는 부유층도 많다. 주부 김모(51·송파구 잠실동)씨는 대기업 임원인 남편이 8년 전 당뇨를 앓기 시작한 이후 직접 건강식을 만들고 있다. 유기농 우렁농법을 활용하는 농가로부터 쌀을 직접 구매하는 등 잡곡 6~7개를 섞어 밥을 짓고 채소도 유기농 제품만 고집한다. 이씨는 이마저도 부족함을 느껴 지난해 유명 요리연구가로부터 1년간 채식 요리법을 배웠다. 수강료는 250만원. 김씨는 “워낙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 1년 넘게 대기해 어렵게 수업을 들었다”고 했다. 심기현 숙명여대 교수(전통식생활문화전공)는 “우리 학교 한식조리과정에는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사는 주부들이 참여해 간장, 된장 등 전통 장류 제조법을 배워 가기도 한다”고 했다. 마음이 맞는 주부 4~6명씩 모여 요리연구가 등에게 조리법을 배우는 ‘요리 그룹과외’는 이제 흔한 문화가 됐다. 주부 이모(48·강남구 대치동)씨는 “‘방배동 선생님’, ‘청담동 선생님’같이 주부들 사이에서 유명한 요리연구가가 있는데 주로 이 선생님들의 제자들이 가르친다”면서 “5명이 한번 수업 들을 때 각자 25만~30만원을 선생님에게 드리면 돼서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입맛 까다로운 부유층 미식가는 요리사를 틈틈이 집으로 불러 별미나 반찬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대형병원장의 부인 유모(52·강남구 압구정동)씨는 매주 한 번씩 경남 중소도시에서 손맛 좋기로 유명한 종갓집 며느리를 집에 부른다. 요리를 부탁하기 위해서다. 유씨 가족은 최근 병원이 있는 경남 지역에서 서울로 이사했는데 병원 구내식당에서 일하던 이 여성의 음식 맛을 잊지 못해 상경을 권한 것이다. 요리사가 집에 와 하루 4~5시간 요리를 해주면 10만원을 준다. 이 여성은 유씨가 소개해준 여섯 가정에서 출장 요리를 해주는 것만으로 한 달에 250만원가량을 번다. 유씨는 “종갓댁 며느리답게 궁중요리부터 양반댁 요리까지 못 하는 게 없다”면서 “최근 장어탕을 만들어 줘 친구들에게 돌렸더니 ‘지금껏 맛본 최고의 장어탕’이라며 극찬하더라”고 했다. 해외 ‘로컬푸드’(현지식)의 맛을 국내에서 그대로 즐기려는 상위 1%도 늘고 있다. 대형 백화점의 명품 식품관이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 채소나 과일, 양념류 등을 구비하고 있는 것은 이런 부유층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셜롯(양파 맛이지만 향미가 더 뛰어난 채소)이나 파스닙(당근과 비슷하지만 달콤한 채소), 앤다이브(지중해 연안에서 나는 꽃상추) 등 이름조차 생소한 식자재는 프리미엄 마트의 채소 코너를 널찍이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한 서울 모 대학의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프랑스 현지의 맛을 살리려면 재료가 중요한데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명품 식품관에 가면 못 구하는 재료가 없다”고 했다. 전 세계의 별미를 찾아 해외 미식 투어를 다니는 부유층 식도락도 많다. 청담동에 사는 주부 박모(42)씨는 지난해 여름 사업가인 남편, 중학생인 아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로 4박5일간 ‘미식기행’을 다녀왔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서인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최고등급인 별 3개를 받은 레스토랑 4~5곳을 도는 게 목표였다. 해외 맛기행 일정을 전문적으로 짜 주는 한 고급 여행사 관계자는 “박씨 가족처럼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 가 현지인들만 아는 지역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면서 “부유층엔 ‘식당은 최고급으로만 다니는 대신 호텔은 5성급이 아니어도 좋다’고 주문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외식 문화도 ‘로컬’을 강조하는 트렌드를 따른다. 음식 문화 전문가인 최지아 온고푸드 대표는 “쿠스쿠스(듀럼 밀을 으깨어 매콤한 스튜와 함께 쪄내는 북서부아프리카 음식)나 하몽(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뒷다리로 만든 스페인 햄) 등 각국 현지음식을 합리적 가격에 파는 식당이 부유층 사이에서 인기”라고 했다. 또 중국 음식이나 이탈리아 음식이 먹고 싶다고 단순히 유명한 중식당,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광둥요리나 사천요리를 잘하는 곳, 이탈리아의 시칠리 요리나 로마 요리에 특출난 곳 등을 찾아 세분화된 맞춤형 식당으로 다니는 것도 특징이다. 도곡동에 사는 주부 송모(40)씨는 “TV나 파워블로거가 소개하는 맛집 정보는 믿지 않고 주변 미식가들이 소개하는 음식점을 주로 간다”면서 “너절하게 많은 음식을 내놓는 곳보다 특정 단품 요리를 잘하는 곳이 좋다”고 했다. 대중화된 음식점이 아닌 특정인만 갈 수 있는 ‘폐쇄형 음식점’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삶을 즐기려는 상위 1%의 생활 방식이 반영된 결과다. 강남의 한 백화점에는 16석의 ‘프라이빗 룸’이 있는데 초청받은 VVIP(극소수 상류층 고객)만 이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백화점 측은 비싸게는 600만~1200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와인과 함께 최고급 요리를 더불어 선보인다. 상위 1% 중에는 ‘먹는 것이 곧 나를 보여 준다’는 식의 과시적 소비를 하는 경향도 엿보인다. 간혹 S 푸드마켓을 찾는다는 주부 오모(46·서초동)씨는 “주변에 수십만원 짜리 올리브오일로 요리하는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지인이 있는데 ‘나는 이런 재료로 요리해 먹는 사람이야’라고 뽐내는 인상”이라고 했다. 유대근 이두걸 송수연 기자 dynamic@seoul.co.kr
  • [단독] 황제 쇼핑…한 자리서 10억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富]

    [단독] 황제 쇼핑…한 자리서 10억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富]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사는 조모(31·여)씨는 평균 일주일에 한 번 서울 중구에 있는 L백화점 명품관에 들른다. 새해에는 첫 주말 오후에 어머니와 함께 명품관을 찾았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남성액세서리 업체를 물려받아 ‘청년 갑부’ 반열에 오른 조씨는 이 백화점에서 연간 1억원 이상 구매 시 부여하는 ‘최상위 등급 고객’(LVVIP)이다. 조씨는 이날 백화점에 가기 1시간 전 전화를 걸어 전용 라운지를 예약해뒀다. VIP고객 전용 주차장이 연결돼 있는 백화점 입구에서 발레파킹을 한 뒤 4층으로 향했다. 명품 매장들을 지나 건물 한쪽 끝 통로에 위치한 철문 센서에 카드를 대자 문이 열렸고, 문 바로 안쪽에서 이미 대기하고 서 있던 여직원이 두 사람을 공손하게 맞이했다. 이곳에는 두 개의 LVVIP룸 공간과 고객에게 간단한 다과를 서비스하기 위한 부엌이 있다. LVVIP룸은 4인용 소파와 탁자가 놓여 있는 거실 분위기다. 소파 위에는 국내 유명 화가의 그림과 이 작가의 필모그래피와 그림을 구입할 수 있는 갤러리 번호가 안내돼 있었다. 소파 맞은편에는 그날 전시 제품인 영국 J사의 향수가 진열돼 있었고 출입문 옆 한쪽에는 옷을 갈아입어 볼 수 있는 ‘피팅룸’이 보였다. 조씨와 그녀의 어머니는 백화점 측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카페라테와 청포도주스, 생크림 케이크를 주문했다. 조씨는 최신 디자인 의상을 입은 모델들의 화보집을 보다가 A브랜드의 무스탕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곧장 A브랜드의 매장으로 가서 화보집에서 본 1000만원짜리 무스탕을 입어 봤다. 마음에 들었다. 조씨는 즉석에서 검은색과 밤색 계열의 무스탕 2벌과 밍크코트 1벌, 어머니의 무스탕 1벌 등 총 4벌을 4000만원에 구입했다. 조씨는 “솔직히 명품관이 아닌 일반 백화점 매장에 있는 물건들은 관심도 없고 구경하고 싶은 생각 자체가 안 든다”고 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VIP 고객 중 상당수는 조씨처럼 평균 일주일에 한 번 명품관을 찾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심심하면 영화관에서 가서 영화를 보듯 이들에게는 명품관에서 구경하고 쇼핑하는 것이 여가 시간을 보내는 문화 중 하나”라며 “매일 백화점을 찾는 VIP 고객도 있다”고 했다. 옷이 필요해서이기도 하지만 ‘옷을 사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놀이문화라는 얘기다. VIP 중에서도 0.1%의 최상위급은 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는 수고를 할 필요 없이 백화점 내 별도의 공간에서 ‘황제 쇼핑’을 즐긴다. 매장에 오기 전 전화로 “겨울 코트가 필요하다”는 말 한마디만 해 놓으면 퍼스널쇼퍼(전담 판매 전문가)가 손님의 평소 취향과 직업, 체형, 용도 등에 맞춰 브랜드별로 코트를 준비해 놓는다. 코트에 어울릴 만한 신발과 가방, 액세서리도 비치한다. 단 한 명만을 위한 단독 매장을 꾸며 놓는 셈이다. 퍼스널 쇼퍼로 15년 이상 근무한 박모씨는 “은행이 돈을 모으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돈을 쓰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이라며 “코트를 사러 왔다가 더불어 구두도 사고 가방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컬렉션을 잘 해 놓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최상류층은) 보통 몇천만원은 평범하게 쓴다”면서 “보석은 고가이다 보니 그 자리에서 10억원 정도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다른 퍼스널 쇼퍼 김모씨는 “주요 고객은 탄탄한 중소기업 사장이나 그의 가족들이 많고 부동산 부자보다는 현금 여력이 큰 사람들”이라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연봉 수십억원의 고수입 전문 직종인 변호사나 의사 등은 여기에 낄 수 없다”고 했다. 최상류층은 혼자 쇼핑을 즐기는 것도 특징이다. 퍼스널 쇼퍼 박씨는 “독립된 공간에서 쇼핑을 원하는 고객들은 철저하게 혼자서 온다”며 “친구들과의 경쟁 심리나 질투 관계가 있기도 하고 돈 쓰는 것에 대해 안 좋게 보는 시선을 의식해 자기가 얼마를 쓰는지 주변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강북보다는 강남 명품관 고객들이 이런 성향이 더 강하다”고 덧붙였다. 한 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전통 부자들은 눈에 띄는 걸 안 좋아하다 보니 입는 것으로 표시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구찌, 페라가모 등 일반적인 명품은 잘 안 입고 크게 티가 안 나면서도 좋은 브랜드의 옷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매출을 좌우하는 ‘큰손’이다 보니 VIP를 모시기 위한 백화점 측의 서비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파티나 컬렉션은 기본이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지난해 말 상위 1% 고객만 초청해 세계적 보석 브랜드인 ‘반클리프아펠’의 새 보석을 공개하고, 최고급 샴페인을 무료로 제공했다. 소수 정예로 대여섯 명을 초청해 호텔 스위트룸에서 식사를 겸한 행사를 할 때도 있다. 화랑이나 수입차 브랜드, 패션 브랜드들이 공동으로 방 안에 상품을 진열해 놓고 컬렉션을 여는 식이다. 퍼스널 쇼퍼 김씨는 “보석 같은 경우 크게 터지면 한 행사에서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때도 있다”면서 “최최상위 고객의 경우 단 한 사람을 위한 컬렉션을 연 적도 있다”고 했다. 백화점이 주도해 같은 취미를 가진 VIP 고객들 간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와인과 골프 커뮤니티를 만든 뒤 관련 컬렉션을 여는 식이다. 상위 1%는 이런 행사에서도 매매는 함께 온 사람들이 알 수 없도록 1대1로 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심지어 몇몇 명품관에서는 폐장 후 소수만을 위해 문을 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업체 대표 이모씨는 “최상위 고객이 원하면 그에 맞는 스타일의 옷들을 이동식 옷걸이에 실어 집으로 직접 갖다 줌으로써 백화점까지 올 필요 없이 아예 집에서 쇼핑을 하게 하는 서비스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로고가 눈에 잘 띄지 않는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하는 것도 상류 1%의 특징이다. 여전히 샤넬이나 에르메스 등의 브랜드에 대한 인기는 높지만 로고로 도배된 과시용 명품은 기피한다는 것이다. 3초마다 눈에 띌 정도로 많이 팔려 ‘3초 백’이라고 불리는 LV사의 명품백은 기피 대상이다. 대형병원 원장의 부인으로 자산 300억원대의 재력가인 최모씨는 “브랜드가 너무 드러나는 제품이나 너무 화려한 패션은 촌스럽게 여긴다”면서 “청담동 길거리에서 명품 마크가 들어간 옷이나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패션업체 대표인 이모씨는 “남과 비교되는 것을 싫어하고 명품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만 알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옷은 ‘신분’을 나타내는 수단인데 이미 다 아는 브랜드이고 누구나 입을 수 있다면 오히려 가치가 떨어진다고 본다는 것이다. 반면 소재와 실루엣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인 LP가 부유층 사이에서 인기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패션 잡지에 종사하는 김모씨는 “LP는 원래 원단 회사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소재를 아주 고급스러운 것을 쓴다”면서 “음식도 고급일수록 신선한 재료를 따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탈리아 명품 남성복 브랜드인 B와 K 등을 선호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브랜드의 로고는 드러내지 않되 제2의 피부라고 느낄 만큼 몸에 딱 맞는 편안함을 중시한다. B의 경우 국내에서 사이즈를 재서 이탈리아에 보내면 장인들이 수공예로 한땀 한땀 제작한다고 한다. 한 달 이상의 제작 기간에 한 벌당 1500만~2000만원 정도다. 해외 명품 편집 매장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 백화점과 비교해 국내에는 몇 개 없는 희소성 있는 제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명품 편집 매장 B숍 관계자는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은 물건을 사는 게 싫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예컨대 모나코의 샤를렌 공주와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가 즐겨 들어 유명해졌다는 M 브랜드는 이 매장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이 브랜드의 가방 1개를 제작하기까지는 장인 6명의 손길을 거친다”면서 “남들이 다 알아봐 줘야 좋은 가방이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성과 가치를 본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홍콩이나 유럽, 미국 등으로 해외 쇼핑을 가는 경우도 많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자영업자 강모씨는 분기에 한 번씩 쇼핑을 위해 홍콩에 간다. 보통 3박4일 정도 가서 1000만원어치 정도 구입하곤 한다. 강씨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사는 게 가격도 싸고 특이한 물건들도 많다”고 했다. 반면 쇼핑에 수천만원씩 지출하는 상류층만 있는 것은 아니다. A도시가스 회사 회장의 부인 이모씨는 주로 서울 도곡동 집 근처에 있는 할인점이나 아웃렛에서 옷을 구입한다. 이씨는 “철 지난 옷이지만 나한테는 처음 보는 옷이니 상관없다”면서 “집 근처에 있는 수선집에서 유행이 지난 옷들을 많이 고쳐 입다 보니 내가 누군지 알아볼 정도”라고 했다. 자산 100억원대 소유자인 50대 김모씨는 명품에 많은 돈을 쓰는 ‘큰손 쇼핑객’이지만 가급적 아웃렛 매장을 이용하는 편이다. 그는 “아이들이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어 명품 아웃렛 매장인 런던 비스토 빌리지를 자주 간다”면서 “1년에 5000만~6000만원 정도 쓰는 것 같다”고 했다. 송수연 이두걸 유대근 기자 songsy@seoul.co.kr
  • 月10만원이라도 저축 쪽방의 재테크는 희망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 절대 빈곤층의 재산 관리

    月10만원이라도 저축 쪽방의 재테크는 희망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 절대 빈곤층의 재산 관리

    경기 하남시에 사는 싱글맘 A(39)씨는 세 자녀 명의로 한 달에 총 10만원의 생명보험료를 내고 있다. 저축성 보험이라 비상시에 대비하면서도 돈까지 모을 수 있다. 여기에 가급적 매달 10만원씩 저축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팍팍한 살림 탓에 아직까지 100만원밖에 모으지 못했다. 그러나 A씨는 아라비아 숫자 ‘0’이 6개 일렬로 찍힌 통장 잔고를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보험료와 저축액을 합해 매달 많아야 20만원이 나가는 정도지만 A씨에게는 쥐꼬리만 한 수입의 6분의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돈이다. A씨의 한 달 수입은 월 130만여원의 기초생활보장수급비가 전부다. 이 중 지금 살고 있는 15평 빌라 월세로 41만원이 나간다. 여기에 생후 8개월인 막내딸이 쓰는 기저귀 등 육아용품으로 20만원, 본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쓰는 휴대전화 요금으로 10만원, 아들의 태권도 학원비 12만원, 큰딸(4살)의 어린이집 특별활동비 8만원 등이 더해진다. 식비로는 20만원 정도 쓴다. 수급권자로서 전기나 수도 등 각종 공과금 할인 혜택을 받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A씨는 “가족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저축을 하지만 ‘그 돈이면 큰아이를 학원에 보낼 수도 있는데’ 하는 고민이 떠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간호조무사 B(45·여)씨도 매달 15만원의 정기 적금을 붓는다. 간호조무사 월급 135만원에 주말 일본어 과외로 버는 24만원, 정부에서 극빈층 모자 가정의 초등학생 이하 자녀에게 한 명당 5만원씩 지급하는 지원금까지 합쳐 B씨의 한달 총수입은 174만원이다. B씨는 “고등학생을 포함한 자녀 4명과 함께 어떻게든 먹고살기 위해 매일 전쟁을 벌이지만 저축마저 안 하면 살아갈 의욕을 잃을 것 같다”고 했다. B씨의 간호조무사 업무 시간은 오전 7시 20분부터 오후 7시까지다. 출퇴근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 14시간 넘게 일에 쏟아붓고 있다. 토요일은 쉬지만 일요일에는 격주로 출근한다. 이렇게 해서 매달 30만원의 월세 외에도 전기비, 수도비 등으로 30만원을 낸다. 한창 크는 아이들은 무섭게 먹는다. 아무리 못해도 식비로 60만원은 써야 한다. 둘째와 셋째 태권도 학원비로 19만원, 막내 어린이집 독서교실 비용으로 5만원을 쓴다. 중계동의 판자촌 ‘백사마을’에서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C(73)씨도 없는 살림 가운데서도 조금씩을 쪼개 저축하고 있다. 매달 부부가 받는 노령연금 40만원과 조금씩 나오는 국민연금이 수입의 전부다. 이 중 20만원을 매달 은행에 넣고 있다. 좀 더 괜찮은 곳으로 집을 옮기고 싶어서다. C씨는 “우리도 이제 제대로 된 전세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돈을 조금씩 비축하는 중”이라며 “서울을 벗어나면 전세가 좀 싸니까 꾸준히 모으면 이사를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여기 사는 사람들이 다 어렵게 살지만 그래도 좋은 곳으로 전세를 얻어갈 꿈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했다. C씨는 현재 살고 있는 판잣집에 1500만원의 보증금을 집주인한테 주고 들어왔다. 전세 보증금 격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보통의 전세 개념은 아니다. 비가 새고 무너질듯한 낡은 집에 집주인이 1500만원만 받고 사실상 무한정 살도록 한 것이다. 그러니 일반 전세와 달리 집 수리도 다 C씨의 돈으로 해야 한다. 그는 “그래도 다른 데 가면 못해도 7000만~8000만원은 줘야 전세를 얻는데 여기는 이렇게 (구호단체에서) 연탄도 날라 주고 하니 당장 어려운 사람들한테는 이런 데가 없다”고 했다. C씨는 매달 두 부부 휴대전화(폴더폰) 요금과 식비 등을 빼면 특별히 나가는 돈이 없어 저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앞에서 소개한 세 사람의 경우와 같이 하루하루 먹고살 일을 걱정해야 하는 절대빈곤층 중에서도 없는 돈을 쪼개 저축하는 가구가 서울신문 취재 결과 아주 적게나마 있었다. 내일에 대한 희망마저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빈곤층 중에서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저축을 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부천시오정노인복지관 관계자는 “할머니들은 기초생활수급자라도 수급비를 통장에 알뜰하게 모아 두지만 할아버지들은 며칠 만에 다 써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서대문구에 사는 극빈층 남성 D(44)씨는 한때 지방 공사현장이나 양계장 등에서 일할 때는 한 달에 400만원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주머니에 일단 돈이 들어오면 남김 없이 쓰는 습성 탓에 돈을 모으지 못했다. 한 달 수입이 90만원에 불과한 요즘도 그는 주머니 사정이 좀 괜찮다 싶으면 한 그릇에 3만원이 넘는 ‘전복 삼계탕’을 사먹는다. 배우자가 없는 D씨는 돈을 관리해 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을 뿐 아니라 돈에 대한 개념도 익히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건강이 안 좋아져 일을 못할 때를 대비해 돈을 쌓아 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저축 습관이 들지 않아 주머니에 일단 돈이 들어오면 쓰는 편”이라고 했다. D씨는 한 달 평균 10일 정도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한다. 날씨가 나쁘거나 일자리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 더 많은 날을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일당 10만원에서 직업소개소 소개비로 1만원을 뗀 9만원이 그의 하루 수입이다. 매달 생활비는 40만~50만원 정도 들어간다. 현재 살고 있는 빌라 임대료는 월 17만원. 지난해 11월에 전기비 3만 1050원, 수도비 1만 2950원, 디지털TV 요금 3만 2890원, 도시가스 요금 3100원을 썼다. 이를 함께 사는 지인과 나눠 낸다. 식료품과 각종 용품 등을 사면 남는 돈은 매달 10만원 정도인데 이 돈은 PC방 요금 등 여가 비용으로 쓴다. 하지만 남녀를 막론하고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이어가느라 허덕이는 다수의 빈곤층에게 저축은 ‘사치’에 가깝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E(65·여)씨의 최근 한 달 수입은 50만원이 채 안 된다. 이 돈으로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인 손자 2명과 연명하는 처지다. 노령연금 20만원과 복지단체의 조손가정 지원금 24만원이 전부다. 노령연금이 나오기 전에는 한 달에 10만원으로 생활한 적도 있다. E씨는 한겨울에도 가스 난방을 하지 않는다. 대신 잘 때만 전기장판을 잠시 튼다. 가스비는 1000원 이하, 전기비와 수도비도 각각 1만원 남짓만 나온다. 식비는 아무리 안 먹어도 한 달에 20만원은 써야 한다. 동네 마트의 ‘떨이 상품’을 주로 산다. 그나마 주변의 도움이 있어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지역 복지관에서 밑반찬을 지원받고 10㎏에 2만 2900원 하는 정부미를 동사무소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 증세를 보이는 큰손자는 초등학교 교사의 지원으로 매달 8만원을 내야 하는 태권도를 무료로 다닌다. 작은손자는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이 철마다 옷을 사준다. E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2010년 이전에는 매달 20만원 정도 저축을 했지만 이젠 다 까먹고 남의 얘기가 돼 버렸다”고 했다. E씨의 현재 생활형편만 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가 되고도 남지만 지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에 땅이 조금 있기 때문이다. E씨는 “남편이 사망하면서 유산으로 나하고 두 아들한테 공동 명의로 땅이 상속됐다”며 “그러나 아들들이 사이가 안 좋은 데다 작은아들은 감옥에 들어가 있어 땅을 처분하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F(91·여)씨도 노령연금 20만원에 공장에 다니는 손녀딸이 보내주는 30만원 등 50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한다. 이 돈으로 인근에 사는 수양딸이 F씨를 봉양한다. 매달 각종 약값만 10만원이 나간다. F씨는 “젊었을 때 장사하러 돌아다니느라 하도 고생을 해서 골다공증에 걸려 파스 없이는 한시도 못 견딘다”면서 “여기에 우울증약과 우황청심환 등을 사면 남는 돈이 없다”고 했다. 빈곤층의 경우 상속은 꿈도 못 꾼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현실은 이를 종종 배반한다. 부천에 사는 독거노인 G(82)씨는 자식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60대인 두 아들이 변변한 직업이 없는데도 매달 그에게 10만원씩 부쳐 준다. 음식은 주말마다 집에 들르는 둘째 며느리 몫이다. 의복 역시 복지관에서 얻어 입거나 며느리가 가져온 옷을 입는다. G씨의 한 달 수입은 노령연금 20만원과 아들들이 부쳐 주는 돈을 합해 30만원이 전부다. 한때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10여평의 집도 갖고 있었지만 부인 병치레 등으로 다 날렸다. G씨는 “노령연금으로 가스비 등 각종 공과금을 내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어렵게 사는 와중에 자식들로부터 부양은 못 받을망정 시달림을 받는 노인들도 보인다. 강남구 개포동의 판자촌 ‘구룡마을’에 사는 70대 후반의 H씨는 “가끔씩 자식들이 찾아와서 (그나마 있는 돈을) 싹 뒤져서 가져간다”면서 “그래봤자 워낙 가진 돈이 없으니 가져가는 돈도 별로 없다”고 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기자 douzirl@seoul.co.kr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사는 300억원대 자산가 H(92)씨는 구순(九旬)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새벽 빠짐없이 일어나 외신을 꼼꼼히 챙겨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CNN 등 방송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경제 전문지도 태블릿PC로 살핀다. 속칭 ‘슈퍼 개미’인 그는 오전 9시 본인 소유의 강북 지역 빌딩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해 국내 금융시장을 꼼꼼히 체크한다. 오후 6시 퇴근 시간 전까지 투자 전략을 짜고 투자를 단행한다. 개미 투자자들이 속절없이 나가떨어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장기 투자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그의 성공가도에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는 영어였다. 그는 그 나이 또래에 몇 안 되는 ‘미국 유학파’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는 미군을 상대로 사업을 벌여 큰돈을 벌었다. 영어를 통해 얻은 정보가 ‘일확천금’으로 이어지던 시절이었다. 이를 토대로 부동산과 주식으로 투자 범위를 넓혀 본격적으로 재산을 축적했다. 그는 요즘 연 10억원 가까운 빌딩 임대료 수익을 얻지만 여전히 영어를 토대로 한 국제 감각을 활용해 돈을 번다. 그의 투자 대상은 우리나라를 벗어난다. 해외 금융시장뿐 아니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부동산 투자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종종 탄다. 체력 유지도 필수적이다. 매일 새벽 일어나 맨손 체조를 한 뒤 인근 야산을 오르내린다. 여간해서는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는다. 과다한 운동으로 얼마 전에는 발목 수술을 받았을 정도다. H씨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전 세계에서 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각을 유지하니 돈이 수중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H씨의 경우 100% ‘개천에서 용 난’ 사례로 볼 수는 없지만 본인의 노력이 상당 부분 작용한 자수성가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H씨 이후 세대 중에서는 부모로부터 직접적으로 받는 상속이 부를 형성하는 추세가 짙어지고 있다. 경기 고양에 사는 I(41)씨는 1년 전 부모로부터 시가 30여억원의 공장 부지를 물려받았다. 부모가 손주들 교육비에 보태 쓰라면서 증여를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증여는 고소득으로 이어졌다. 그는 부지 내 5곳의 공장으로부터 매달 75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가만히 앉아서 올리는 임대 수입만 한 해 9000만원으로 웬만한 고액 연봉자 수준이다. 돈이 돈을 버는 ‘행운아’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의 부모는 공직 생활 도중 틈틈이 땅을 사 모은 덕에 100억원대의 재산을 모았다. 그가 부모의 도움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러 차례 사업 밑천을 대준 것은 물론 사업이 망했을 때 뒷감당도 부모 몫이었다. 일반인에게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패자부활전’을 그는 부모 덕에 여러 차례 치른 셈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J(38·여)씨는 최근 2년간 증여세만 2억원 넘게 냈다. 시댁으로부터 10억원 이상을 물려받았다. 주식과 토지, 현금 등 형태도 다양하다. 패션 업종 중견 업체를 경영하는 시댁은 앞으로도 틈틈이 증여해 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살고 있는 압구정동의 상가 건물 역시 J씨 부부의 소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지 않는 한 꿈도 꿀 수 없는 금액이다. J씨는 증여받은 재산을 시댁에서 소개해 준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PB)에게 맡겨 관리한다.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연 5% 정도다. 10%가 넘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불경기와 저금리 상황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적지 않다. 월급 말고도 연 5000만원은 통장에 꼬박꼬박 들어온다. J씨는 “시부모께서 과거에 세금 문제 때문에 곤란했던 경험이 있는 데다 자식들이 일찌감치 돈을 굴리는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재산을 미리 나눠 주고 있다”고 했다. 전직 대학교수인 K(68)씨는 3년 전 정년퇴직을 하면서 100억원대 재산 중 70억원 정도를 2남 1녀인 자식들에게 나눠 줬다. 서울 반포 특급호텔 헬스 회원권과 K씨 부부의 실버타운 생활비,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비용 등 총 30억원이 그에게 남은 전부다. K씨는 “셋 중 형편이 좀 안 좋은 아들 한 명에게 증여를 더 하려고 했지만 딸이나 사위 눈치가 보여 똑같이 재산을 나눠 줬다”면서 “그래도 죽기 전에 ‘숙제’를 마친 것 같아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 한국지사장인 L(44)씨의 사례는 부모의 재산과 개인의 능력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그의 연봉은 10억원이 넘는다. 미국 본사에 근무할 당시에는 성과급까지 합쳐 연 200만 달러를 넘게 번 적도 있다. 현재 그의 자산은 100억원대다. 그러나 이를 모두 연봉만으로 모은 건 아니다. 부모의 증여가 큰 뒷받침이 됐다. 그의 부친은 한때 국내 굴지의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칠순이 넘는 나이에도 여전히 관련 기업의 CEO로 재직 중이다. L씨의 부친은 아직까지 그에게 본격적인 상속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벌써 예금과 보험 등을 활용해 20억원 가깝게 물려준 상태다. L씨는 자신의 연봉과 이를 종잣돈 삼아 금융상품에 직접 투자한다.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의 금융시장이 주 무대다.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용산의 15억원대 아파트와 함께 싱가포르에 주상복합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그가 미국의 유명 사립고와 명문대를 졸업한 뒤 소위 ‘잘나갈 수’ 있었던 것도 부모의 막대한 교육비 투자가 ‘마중물’이 됐다. L씨는 “몇 년 전에는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선물옵션에서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면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부친과 투자 정보를 교환한다”고 말했다. L씨의 경우처럼 단순히 돈을 주는 것뿐 아니라 ‘노하우’를 전수하는 부자도 보인다. ‘물고기’ 대신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부모 세대가 물려준 부를 효과적으로 늘리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소 제조업체 사장 M(64)씨는 아들이 미국에 유학 중일 때는 학비와 생활비를 전액 지원해 줬다. 그러나 방학 때 한국으로 들어오면 용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네 유흥비는 네가 벌어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식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아들은 방학 기간에는 화장품 공장 등에서 틈틈이 일해 용돈을 벌었다. M씨는 “외환위기 직후 서울 강남이나 대전 등으로 땅을 보러 갈 때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아들을 꼭 데리고 갔다”면서 “부동산뿐 아니라 좋은 ‘물건’을 어떻게 판별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알려준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재산 관리를 위해 ‘정치판’에 뛰어드는 부유층도 발견된다. 특히 ‘상위 0.1% 부자’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는 사회적 영향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500억원대 자산가인 N(44)씨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맨’이었다. 대학 졸업 뒤 15년 가까이 국내 대형 시중은행에서 근무했다. 본점에서 쭉 일할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초 직장을 제 발로 걸어나갔다. 부동산 관리업을 하던 부친에게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다. 마침 당시 금융권의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요즘엔 수도권 지역의 여당 당원협의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명예직’에 가깝지만 산하 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맡았다. N씨는 “경제력을 갖췄으니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우리 집안의 부를 지키기 위한 ‘방패’를 얻는 게 정치 활동의 일차적 목표”라며 “재산이 일정 정도 넘어서면 정치적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의 대물림’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상위 1% 부자도 많다. 돈은 무엇보다 강력한 ‘권력’인 만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손에 쥐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부자들은 돈의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데다 자식이나 주변 사람들이 이를 권하기도 쉽지 않아 미리 증여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증여 시점이 늦어질수록 그리고 분산하지 않고 한꺼번에 할수록 증여세 부담은 커진다. 그는 “고객 중 한 명이 얼마 전에 시가 130억원짜리 빌딩을 매각했지만 증여세 등을 떼고 나니 결국 자식에게는 50억원 정도밖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기부를 선택하는 자산가도 없지 않다. 명품 패션 브랜드 업체 대표인 O(59)씨는 얼마 전 두 명의 자식들에게 “재산의 20%만 상속하겠다”고 천명했다. 자식이 물려준 재산을 관리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자식을 망치는 일인 만큼 본인 스스로 돈 버는 재미를 느끼고 성공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은 악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O씨는 “재산의 20% 정도면 20여년 전 8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나보다 훨씬 여유 있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 기자 douzirl@seoul.co.kr
  • 해마다 5억원 이상 상속 압구정 재테크는 대물림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富’] 상위 1%의 재산 관리

    해마다 5억원 이상 상속 압구정 재테크는 대물림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富’] 상위 1%의 재산 관리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사는 300억원대 자산가 A(92)씨는 구순(九旬)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새벽 빠짐없이 일어나 외신을 꼼꼼히 챙겨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CNN 등 방송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경제 전문지도 태블릿PC로 살핀다. 속칭 ‘슈퍼 개미’인 그는 오전 9시 본인 소유의 강북 지역 빌딩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해 국내 금융시장을 꼼꼼히 체크한다. 오후 6시 퇴근 시간 전까지 투자 전략을 짜고 투자를 단행한다. 개미 투자자들이 속절없이 나가떨어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장기 투자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그의 성공가도에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는 영어였다. 그는 그 나이 또래에 몇 안 되는 ‘미국 유학파’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는 미군을 상대로 사업을 벌여 큰돈을 벌었다. 영어를 통해 얻은 정보가 ‘일확천금’으로 이어지던 시절이었다. 이를 토대로 부동산과 주식으로 투자 범위를 넓혀 본격적으로 재산을 축적했다. 그는 요즘 연 10억원 가까운 빌딩 임대료 수익을 얻지만 여전히 영어를 토대로 한 국제 감각을 활용해 돈을 번다. 그의 투자 대상은 우리나라를 벗어난다. 해외 금융시장뿐 아니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부동산 투자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종종 탄다. 체력 유지도 필수적이다. 매일 새벽 일어나 맨손 체조를 한 뒤 인근 야산을 오르내린다. 여간해서는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는다. 과다한 운동으로 얼마 전에는 발목 수술을 받았을 정도다. A씨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전 세계에서 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각을 유지하니 돈이 수중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A씨의 경우 100% ‘개천에서 용 난’ 사례로 볼 수는 없지만 본인의 노력이 상당 부분 작용한 자수성가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A씨 이후 세대 중에서는 부모로부터 직접적으로 받는 상속이 부를 형성하는 추세가 짙어지고 있다. 경기 고양에 사는 B(41)씨는 1년 전 부모로부터 시가 30여억원의 공장 부지를 물려받았다. 부모가 손주들 교육비에 보태 쓰라면서 증여를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증여는 고소득으로 이어졌다. 그는 부지 내 5곳의 공장으로부터 매달 75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가만히 앉아서 올리는 임대 수입만 한 해 9000만원으로 웬만한 고액 연봉자 수준이다. 돈이 돈을 버는 ‘행운아’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의 부모는 공직 생활 도중 틈틈이 땅을 사 모은 덕에 100억원대의 재산을 모았다. 그가 부모의 도움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러 차례 사업 밑천을 대준 것은 물론 사업이 망했을 때 뒷감당도 부모 몫이었다. 일반인에게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패자부활전’을 그는 부모 덕에 여러 차례 치른 셈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C(38·여)씨는 최근 2년간 증여세만 2억원 넘게 냈다. 시댁으로부터 10억원 이상을 물려받았다. 주식과 토지, 현금 등 형태도 다양하다. 패션 업종 중견 업체를 경영하는 시댁은 앞으로도 틈틈이 증여해 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살고 있는 압구정동의 상가 건물 역시 C씨 부부의 소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지 않는 한 꿈도 꿀 수 없는 금액이다. C씨는 증여받은 재산을 시댁에서 소개해 준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PB)에게 맡겨 관리한다.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연 5% 정도다. 10%가 넘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불경기와 저금리 상황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적지 않다. 월급 말고도 연 5000만원은 통장에 꼬박꼬박 들어온다. C씨는 “시부모께서 과거에 세금 문제 때문에 곤란했던 경험이 있는 데다 자식들이 일찌감치 돈을 굴리는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재산을 미리 나눠 주고 있다”고 했다. 전직 대학교수인 D(68)씨는 3년 전 정년퇴직을 하면서 100억원대 재산 중 70억원 정도를 2남 1녀인 자식들에게 나눠 줬다. 서울 반포 특급호텔 헬스 회원권과 D씨 부부의 실버타운 생활비,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비용 등 총 30억원이 그에게 남은 전부다. D씨는 “셋 중 형편이 좀 안 좋은 아들 한 명에게 증여를 더 하려고 했지만 딸이나 사위 눈치가 보여 똑같이 재산을 나눠 줬다”면서 “그래도 죽기 전에 ‘숙제’를 마친 것 같아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 한국지사장인 E(44)씨의 사례는 부모의 재산과 개인의 능력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그의 연봉은 10억원이 넘는다. 미국 본사에 근무할 당시에는 성과급까지 합쳐 연 200만 달러를 넘게 번 적도 있다. 현재 그의 자산은 100억원대다. 그러나 이를 모두 연봉만으로 모은 건 아니다. 부모의 증여가 큰 뒷받침이 됐다. 그의 부친은 한때 국내 굴지의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칠순이 넘는 나이에도 여전히 관련 기업의 CEO로 재직 중이다. E씨의 부친은 아직까지 그에게 본격적인 상속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벌써 예금과 보험 등을 활용해 20억원 가깝게 물려준 상태다. E씨는 자신의 연봉과 이를 종잣돈 삼아 금융상품에 직접 투자한다.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의 금융시장이 주 무대다.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용산의 15억원대 아파트와 함께 싱가포르에 주상복합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그가 미국의 유명 사립고와 명문대를 졸업한 뒤 소위 ‘잘나갈 수’ 있었던 것도 부모의 막대한 교육비 투자가 ‘마중물’이 됐다. E씨는 “몇 년 전에는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선물옵션에서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면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부친과 투자 정보를 교환한다”고 말했다. E씨의 경우처럼 단순히 돈을 주는 것뿐 아니라 ‘노하우’를 전수하는 부자도 보인다. ‘물고기’ 대신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부모 세대가 물려준 부를 효과적으로 늘리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소 제조업체 사장 F(64)씨는 아들이 미국에 유학 중일 때는 학비와 생활비를 전액 지원해 줬다. 그러나 방학 때 한국으로 들어오면 용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네 유흥비는 네가 벌어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식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아들은 방학 기간에는 화장품 공장 등에서 틈틈이 일해 용돈을 벌었다. F씨는 “외환위기 직후 서울 강남이나 대전 등으로 땅을 보러 갈 때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아들을 꼭 데리고 갔다”면서 “부동산뿐 아니라 좋은 ‘물건’을 어떻게 판별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알려준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재산 관리를 위해 ‘정치판’에 뛰어드는 부유층도 발견된다. 특히 ‘상위 0.1% 부자’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는 사회적 영향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500억원대 자산가인 G(44)씨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맨’이었다. 대학 졸업 뒤 15년 가까이 국내 대형 시중은행에서 근무했다. 본점에서 쭉 일할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초 직장을 제 발로 걸어나갔다. 부동산 관리업을 하던 부친에게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다. 마침 당시 금융권의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요즘엔 수도권 지역의 여당 당원협의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명예직’에 가깝지만 산하 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맡았다. G씨는 “경제력을 갖췄으니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우리 집안의 부를 지키기 위한 ‘방패’를 얻는 게 정치 활동의 일차적 목표”라며 “재산이 일정 정도 넘어서면 정치적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의 대물림’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상위 1% 부자도 많다. 돈은 무엇보다 강력한 ‘권력’인 만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손에 쥐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부자들은 돈의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데다 자식이나 주변 사람들이 이를 권하기도 쉽지 않아 미리 증여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증여 시점이 늦어질수록 그리고 분산하지 않고 한꺼번에 할수록 증여세 부담은 커진다. 그는 “고객 중 한 명이 얼마 전에 시가 130억원짜리 빌딩을 매각했지만 증여세 등을 떼고 나니 결국 자식에게는 50억원 정도밖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기부를 선택하는 자산가도 없지 않다. 명품 패션 브랜드 업체 대표인 H(59)씨는 얼마 전 두 명의 자식들에게 “재산의 20%만 상속하겠다”고 천명했다. 자식이 물려준 재산을 관리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자식을 망치는 일인 만큼 본인 스스로 돈 버는 재미를 느끼고 성공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은 악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H씨는 “재산의 20% 정도면 20여년 전 8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나보다 훨씬 여유 있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 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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