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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이은10대들 흉악범죄에 美 망연자실

    연이은10대들 흉악범죄에 美 망연자실

    미국에서 연이어 10대 청소년의 흉악 범죄가 발생하여 시민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각)에는 미국 네바다주(州)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12살의 학생이 홧김에 총을 꺼내 들어 난사했다. 이 사고로 급우 2명이 중상을 입었고 이를 말리던 수학 교사가 총에 맞아 숨지고 말았다. 이 학생은 범행 후 자신의 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3일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州)에 있는 댄버스 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수학 교사로 근무하던 24세의 여성 콜린 리처가 학교 인근 숲 속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은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인 14살의 필립 치즘으로 밝혀졌다. 그는 리처 교사가 이 학교 2층 화장실에 들어갈 때 뒤따라가 얼굴을 가격하고 커터 칼로 목을 베어 살해한 후 시체를 쓰레기 봉투에 담아 인근 야산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나 미국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한편, 같은 날 미국 워싱턴주(州) 밴쿠버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11살인 이 학교 학생이 무려 4백여 발의 실탄과 권총 그리고 칼 등 여러 종류의 흉기들은 학교로 가져왔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 사건으로 인근 학교들이 2시간 이상 폐쇄되는 등 큰 혼란을 겪었으나 범행 전에 발각되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이 학생이 총기나 흉기를 학교로 가져온 범행 동기나 대상 등 자세한 사항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은 이른바 ‘묻지마 총격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나이 어린 10대 청소년들이 총기 등 흉기를 사용한 흉악 범죄들이 잇따르자 충격과 함께 해결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총기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당장 눈앞에서 어린 학생들의 흉악 범죄가 이어지자 망연자실에 빠지고 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자살자 6년만에 줄었다

    자살자 6년만에 줄었다

    사회적 박탈감 등으로 늘던 자살자 수가 지난해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명인 자살을 따라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없었고, 자살에 주로 사용되던 농약 ‘그라목손’의 생산 중단 등이 이유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2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자는 1만 4160명으로 2011년보다 1746명(-11.0%) 줄었다. 하루에 38.8명꼴로 자살한 것으로 2011년(43.6명)보다 5명가량 줄었다. 남성의 자살 사망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은 38.2명으로 전년보다 11.8%, 여성의 자살 사망률은 18.0명으로 10.4% 하락했다. 자살이 줄어든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다. 2002년 8612명이었던 자살자는 2010년 1만 5566명으로 급증했다. 이재원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유명인이 자살한 직후 두달 정도 자살률이 높아지는데, 2012년에는 유명인 자살이 거의 없었다”면서 “자살 수단으로 많이 쓰였던 그라목손 등 맹독성 제초제의 유통을 2011년 11월부터 금지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는 26만 7221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3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11년보다 남성(14만 7372명)은 2.9%, 여성(11만 9849명)은 5.0% 늘었다. 2011년에 비해 70대 사망자는 6.0%, 80세 이상은 9.6% 증가했다. 반면 20대(-14.0%), 10대(-12.5%), 30대(-5.4%)는 감소했다. 사망자 성비는 50대가 2.96배로, 그 차가 가장 컸다. 50대 여성이 1명 죽었을 때 남성은 2.96명 사망했다는 의미다. 사망 원인 1위는 암(악성신생물)으로 전체 사망 원인의 27.6%를 차지했다. 2위는 심장질환(9.9%), 3위는 뇌혈관질환(9.6%)이었다. 이외 자살, 당뇨병, 폐렴, 기관지염(만성하기도질환), 간 질환, 운수 사고, 고혈압성 질환 순이었다. 연령별로 10~30대의 사인 1위는 자살이었고 다른 연령층은 모두 암이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커버스토리-대중문화 시장 주무르는 ‘스마트 팬덤’] 흥행 부진한 스타 다독이는 팬… 호텔방 몰카 찍어 괴롭히는 광팬

    [커버스토리-대중문화 시장 주무르는 ‘스마트 팬덤’] 흥행 부진한 스타 다독이는 팬… 호텔방 몰카 찍어 괴롭히는 광팬

    ‘팬은 스타를 닮아간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요즘 입을 모으는 말이다. 스타의 성향에 따라 팬덤의 성격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고, 가수나 배우 등 장르에 따라 팬덤의 활동 영역도 다르다. ‘스마트 팬덤’으로 팬들의 정보교류가 빨라지고 욕구도 그만큼 더 다양해졌다. 연예기획사에서는 팬들만 관리하는 팬매니저나 팬 관리 부서를 따로 두고 이들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처한다. 빅뱅, 2NE1 등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을 둔 YG 소속 가수들의 공연장에 가면 유독 예술적 성향이 강한 팬들이 몰려든다. YG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나이대는 10대부터 다양하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고 예술적 성향이 짙은 팬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적이고 자유분방한 팬들은 스타의 위기 앞에서는 한마음으로 뭉친다. 2011년 빅뱅은 대성의 교통사고로 중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때 빅뱅의 팬들은 똘똘 뭉쳐 이들이 MTV 유럽뮤직어워드에서 한국 최초로 수상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황민희 YG 과장은 “당시 전 세계의 팬들이 합심해 네티즌 투표에 참여했고, 빅뱅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북미 대표였던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수상으로 멤버들은 컴백에 큰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타와 팬덤은 함께 성숙해 가는 공생 관계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봉사활동을 함께 하면서 사회 공헌의 의미를 배워 나간다. 대부분의 기부나 봉사활동은 스타들의 권유나 그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10~20대 팬층이 두꺼운 아이돌 그룹 비스트가 대표적이다. 윤두준이 ‘일밤-단비’에서 아프리카에 우물을 지어주는 봉사 활동에 참여하자 그의 팬들은 이후에도 꾸준히 아프리카 봉사 활동에 나섰고, 양요섭은 평소 팀 내에서도 소아암 어린이 돕기 활동에 앞장서 ‘개념 아이돌’로 불린다. 특히 양요섭은 최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팔찌를 차고 나왔고 한순간에 팔찌를 구입하려는 팬들이 몰려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빅뱅의 멤버인 태양과 지드래곤은 자신들의 생일을 앞두고 SNS에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 대신 좋은 일에 써달라”며 사회 기부를 독려하기도 한다. 팬덤은 젊은 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이돌 가수나 배우의 경우 20~40대 팬들이 폭넓게 포진해 있고 이들의 세심한 활동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상당한 주부 팬까지 확보한 이들은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더욱 세심하고 적극적인 팬덤으로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한다. 가수 김범수는 콘서트를 앞두고 ‘겟 올라잇 서포터즈’를 모집했는데 10명 정원에 수백명이 몰려들었다. 30~40대 누님 팬들이 몰렸고 이들은 직접 SNS를 배워 김범수의 공연 소식 등을 리트위트하는 열성을 보였다. 재력을 갖춘 50~60대 팬덤도 영향력이 크다. 한 대형 가수의 소속사 관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신보를 수십장 사서 직원들에게 돌리는 사장님이나 판매가 부진한 시야 장애석을 단체 구입해 직원들의 문화 체험 기회로 삼아 일석이조를 노리는 기업 회장님도 있다”고 귀띔했다. 배우들의 팬덤은 작품을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수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세 과시보다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려는 실속형 팬들이 많다. 영화배우들의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스타의 영화가 개봉되면 첫주에 관객수를 올려주기 위해 영화관을 통째로빌려 작품을 관람하는 전술을 구사하기도 한다. 배우의 작품이 흥행에 실패하거나 스타의 공백기가 길어질 때도 팬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준기의 팬들은 그의 군 제대 후 컴백작 ‘아랑사또전’이 예상보다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는데도 달동네에 연탄나르기 봉사활동을 함께 하며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했다. 비의 팬클럽은 그의 입대 중에도 데뷔일에 맞춰 언론사에 떡을 돌렸다. 걸그룹 원더걸스의 팬덤은 친언니나 가족처럼 다정다감한 것이 특징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국내활동 공백기에도 온라인 중심으로 활동하며 원더걸스 멤버들을 응원해 준다”고 말했다. 배우에게만 팬덤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상어’의 경우 이례적으로 연출자인 박찬홍 감독의 팬클럽이 움직였다. 이들은 박 감독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단체 티셔츠와 도시락, 음료 등을 들고 촬영 현장을 찾았다. 박 감독의 전작 ‘부활’ ‘마왕’을 거치며 1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팬들이다. 이들은 촬영장 주변과 화장실 청소까지 도맡았다. 드라마 관계자는 “감독의 작품을 변함없이 응원하는 팬들이 있어 정말 고맙고 힘이 났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날엔 피로가 싹 풀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똑똑해진 팬덤에는 그늘도 있다. 팬덤이 진화한 만큼 부정적 파급력도 커졌다. 팬덤 내부에서도 자정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보다는 스타에 대한 맹목적 애정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한 스타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배우 A의 팬들이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다른 배우에 대한 비방글을 올려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한 아이돌 그룹이 해외에서 불성실한 인터뷰로 논란이 되자 한 극성팬이 “온라인에서 이 그룹에 대한 자살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허위 글을 올려 동정론을 이끌어 내려 했던 것도 단적인 예다. 팬덤 간의 소모적인 싸움도 반복된다. 다양한 아이돌 그룹이 동시에 출연하는 대형 콘서트의 경우 좌석 경쟁 때문에 상호 비방전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행사 뒤에는 트위터 등 온라인을 통해 “B그룹의 팬들이 C그룹의 팬을 무차별 폭행했다더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기도 한다. 한 아이돌 그룹 소속사 관계자는 “어떤 작품이 물망에 올랐더라도 회사 내부적인 스케줄에 따라 출연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회사로 전화를 걸어 경쟁 팀과 비교하면서 출연 여부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막무가내형 팬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터넷상에서 비대해진 팬덤의 영향력 행사로 시장이 왜곡될 우려도 있다. Mnet 아시아 뮤직 어워드, 서울 드라마 어워즈 같은 시상식의 투표 참여 등에 특정 팬덤의 조작 논란이 반복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의 순위 선정 기준에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가 포함되면서 논란은 점차 가열되고 있다. 해외의 팬덤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저작권 침해다. 자체 자막 제작을 통한 드라마 공유에만 열을 내면서 저작권이나 공식 수입 자료 등은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태국에서 유통 중인 국산 콘텐츠 가운데 음악과 영화의 불법 콘텐츠 비율은 9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 남성 배우의 소속사 대표는 “해외에서 상대배우 매니저나 보조 출연자로 둔갑해 나타나기도 하고 호텔에 수술용 내시경을 몰래 카메라로 넣는 사생팬이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및 일본 팬들 등 사생팬들도 비슷한 양상으로 변해가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13세 소년이 일가족 몰살하고 자살 브라질 ‘충격’

    13세 소년이 일가족 몰살하고 자살 브라질 ‘충격’

    브라질에서 끔찍한 일가족 살해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마구 총질을 한 범인은 경찰부모를 둔 10대 소년이었다. 소년은 범행 후 학교에 가 수업을 받는 등 태연히 행동했지만 바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발생했다. 1필지에 들어서 있는 2채의 집에서 13세 소년 마르셀로 페세기니와 경찰관인 소년의 부모, 할머니와 이모할머니 등 5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정황상 유력한 범인은 사망한 채 발견된 소년 마르셀로다. 경찰조사 결과 5일 새벽 1시쯤 소년은 어머니의 차를 몰고 학교 주변으로 갔다. 멈춘 자동차에서 내리는 소년의 모습이 감시카메라에 선명하게 찍혔다. 경찰은 범행시간을 4일 밤에서 5일 새벽(현지시간)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사망한 일가족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던 소년이 범행을 저지른 후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론은 여기에서 나왔다. 범행 후 소년은 평소처럼 등교했다. 수업을 마친 뒤에는 친구 아버지의 차를 타고 귀가했다.집앞에 다다르자 소년은 “가족이 모두 잠을 자고 있으니 경적을 울리지 말아달라”고 했다. 일가족이 사망한 사실을 소년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참혹한 사건현장에선 범행에 사용된 권총 두 자루가 발견됐다. 한 자루는 쓰러져 있는 소년의 왼쪽에 놓여져 있었다. 경찰은 “페세기니가 자살했다는 가설에 힘을 주는 단서”라고 밝혔다. 왼손잡이인 페세기니는 왼쪽 관자놀이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또 한 자루 권총은 소년의 책가방에 들어 있었다. 사진=폴랴 지 상파울로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오늘의 눈] 역사를 잊은 일본의 꼼수 외교/안동환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역사를 잊은 일본의 꼼수 외교/안동환 정치부 기자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해군 중장 오노시 다키지로는 본토 방어 계획으로 자살특공대, 이른바 가미카제(神風) 작전을 창안했다. 가미카제 대원이 탑승한 단발 엔진 전투기에는 귀환할 연료도, 생존을 위한 탈출 장비도 제공되지 않았다. 목표물까지 직선으로만 비행했다. 작전이 수립되자 일본 사관학교 출신 장교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죽음의 운명이 강요된 대원들은 속성으로 비행 기술을 배운 10대 후반의 ‘소년 비행병’ 1000여명이었다. 그들 중에는 조선 청년 17명도 있었다. 한 송이 ‘사쿠라’(일본 벚꽃)가 그려진 가미카제 전투기가 출격할 때면 여고생들은 사쿠라를 흔들며 전송했다. 일본 출신의 문화인류학자 오누키 에미코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는 사쿠라를 소재로 600쪽이 넘는 저서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를 펴냈다. 오누키 교수는 일본인의 심미적 대상이었던 사쿠라가 메이지 유신 후 ‘일본 내셔널리즘(국가주의)’의 상징으로 변질돼 이용됐다고 분석한다. 사쿠라처럼 사라진 가미카제는 ‘제국 일본’이 무너진 후 한동안 감춰졌다. 미 군정은 종전 직후인 1945년 9월 군국주의를 고무할 가능성이 있는 내용은 교과서에 싣지 않는다는 원칙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미 군정이 끝난 후에도 이 원칙을 지켰다. 하지만 일본 개조를 주창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집권한 2001년 정부 검정을 통과한 우익사관 교과서가 등장하면서 달라졌다. 아시아 침략은 아시아 해방 전쟁으로, 가미카제는 애국심의 상징으로 기술됐다. 고이즈미 총리 스스로 “힘들 때면 가미카제를 떠올린다”는 발언도 했다. 아베 신조 내각의 우경화는 참의원 선거 압승 후 더욱 폭주하고 있다. 내각 2인자 아소 다로 부총리의 나치식 개헌,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의 민도(民度) 발언까지 일상화된 망언은 ‘일방적 폭력’으로 양태가 바뀌고 있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그 속내는 의심스럽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기자와의 사석에서 일본을 ‘부도덕한 파트너’로 규정하며 “일본이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일본이 양국 정상회담을 한국 측에서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듯 포장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 측에 “침략의 정의는 역사가에게 맡기자”는 아베 총리의 발언을 (한·일 정상회담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뒤로는 정상회담에서 역사 의제는 다루지 말자고 오만한 태도를 취하면서 자국 언론에는 한국의 친중 기조로 일본과의 외교가 무시되고 있다고 정치적 플레이를 한다는 설명이다. 가해자의 역사를 부인하는 지금의 일본이라면 정상회담은 아베 외교의 레버리지를 키워 주는 이벤트만 된다. 스스로 아시아 외교를 붕괴시키며 고립화되는 마당에 한국 측에 정상회담 지연 책임을 돌리는 건 ‘더티 플레이’다. 사쿠라가 아무리 화려하게 피고 진들 ‘끝나지 않은’ 역사 문제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일본과 어떤 미래를 얘기할 수 있을까. ipsofacto@seoul.co.kr
  • 성재기 시신 발견…표창원 “언론도 도덕적 자살방조죄”

    성재기 시신 발견…표창원 “언론도 도덕적 자살방조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29일 서울 서강대교 남단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가운데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발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표창원 전 교수는 이날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투신한 것과 관련해) 언론도 도덕적 자살방조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창원 전 교수는 이날 방송에서 “표면에 드러난 남성연대의 재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잘 알려져 있는 시민단체 대표인 성재기 대표의 상황 자체가 뭔가 상담을 받아야 될 상태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냥 하나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상당히 진지한 의도를 담은 말씀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사실은 그 주변분들에게 진지하게 상담을 받도록 해 주십사 하는 그런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표창원 전 교수는 “10대 청소년이 투신을 예고하더라도 진지하게 들어봐 줘야 하는데 40대 후반에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 지명도 있으신 분이 공개적으로 올린 내용은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여줬어야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경찰의 방문에 대해서 성재기 대표는 ‘누가 자살이라고 했느냐? 자살이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함으로써 경찰이 이후에 자살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도록 했다”면서 “자살이 아니라 퍼포먼스라고 강조를 했지만 사실 그 안에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걸 본인은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초콜릿 꼬임에…탈레반 ‘소년 자살 폭탄’ 충격

    초콜릿 꼬임에…탈레반 ‘소년 자살 폭탄’ 충격

    10살도 안된 고아 소년들이 아프카니스탄 탈레반의 자살 폭탄 공격에 투입되고 있다는 놀라운 증언이 나왔다. 최근 영국 방송국 채널4는 탈레반에서 일명 ‘소년 자살 폭탄’으로 교육 받다가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10살 소년 니즈의 사연을 소개했다. 2년 전인 8살 때 미군의 폭격으로 부모를 잃고 탈레반에 납치된 니즈는 이때부터 ‘소년 폭탄’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탈레반이 아이들을 ‘살상 도구’로 만들기 위해 유혹하는 ‘무기’는 다름아닌 초콜릿과 사탕 그리고 한 옴큼의 동전. 니즈에 따르면 ‘소년 자살 폭탄’이 되는 아이들은 대부분 고아 혹은 굶주린 아이들이다. 니즈는 “처음에는 탈레반이 초콜릿 등 먹을 것을 줘서 기뻤다” 면서 “총 쏘는 법, 급조폭발장치(IEDs) 사용법 등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폭탄이 장착된 옷을 입은 적이 있는데 탈레반은 내가 죽으면 천당에 갈 수 있다고 말해줬다” 면서 “간신히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고 덧붙였다. 채널4 방송은 니즈처럼 탈레반의 유혹에 빠져 고용된 소년들이 무려 수천 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이들 소년들은 자신의 신념도 없이 어른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도구로 전락해 더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나 탈레반 측은 아이들을 전사로 쓰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올해 2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이에대해 “10대 소년들이 자살폭탄 공격에 동원돼 희생되고 있다” 면서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들이 이를 막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청소년, 커져가는 마음의 병… 아직도, 작기만한 치유의 손

    청소년, 커져가는 마음의 병… 아직도, 작기만한 치유의 손

    지난달 광주 북구 소재의 한 아파트 20층 옥상에서 고교 1학년인 A양과 B양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양은 이미 학교에서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지만 전문 상담기관이나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결석까지 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A양은 이전에도 자살을 시도해 12차례나 학교 내에서 상담을 받는 등 특별 관리를 받았다. 그러나 학교는 끝내 불행을 막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A양의 경우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전문 상담이나 치료를 받았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관리나 돌봄은 사실상 방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는 ‘자살 척도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검사 외에 치료나 전문 상담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과 전문 상담기관과의 연계는 상담 청소년의 5%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자살에 대한 충동이나 생각을 직간접으로 표현한다면 이를 사춘기에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받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종합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정신건강 관련 상담은 최근 5년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상담 중 우울증과 위축감의 비중을 보면 2008년 4.3%에서 지난해 12.6%로 뛰었다. 자살·자해 시도 상담은 2008년 0.5%, 2009년 0.7%, 2010년 2.8%, 2011년 1.0%, 2012년 3.1%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청소년 상담 대부분이 외부 기관과 연계된 전문적인 관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청소년 전화(1388), 문자 상담(#1388), 사이버 상담 등 지난해 이뤄진 총 71만 4525건의 청소년 상담 건수 가운데 외부 기관과 연계된 건수는 5만 2444건에 그쳤다. 항목별로 보면 병원이 1432건(2.7%), 정신병원 298건(0.6%), 정신보건센터 309건(0.6%), 보건소 226건(0.4%), 인터넷중독 예방 상담센터 166건(0.3%)이었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은 15일 “청소년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가면성 우울’(masked depression)의 형태로 표현돼 가출과 비행, 무단 결석, 게임 증상 등의 행동 문제 형태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때문에 오랫동안 부모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지나치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학교가 자살 척도 검사를 하고 있지만 우울증으로 진단된 학생들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상담 교사들의 전문성을 보강하고 전문 의료기관과의 연계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연극으로 다시 삶의 불을 켜라

    중구가 연극을 통해 학교 폭력의 위험성과 자살 예방에 나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중구정신건강증진센터에 자살 상담을 한 1199명 중 20세 이하가 63명이나 될 정도로 자살을 생각하는 10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구는 오는 16~18일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자살 예방과 학교 폭력의 심각성 등의 메시지를 담은 연극 ‘병실에 불을 켜라’를 공연한다고 11일 밝혔다. 극단 ‘버섯’이 나선다. 경찰에 쫓기던 은행 강도가 병원에 침입해 인질로 잡은 여성 환자 4명으로부터 자살에 실패한 사연을 듣고 심경에 변화를 일으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는 이번 연극을 통해 지역 청소년 1800여명에게 자살 예방과 생명의 존엄성을 알릴 예정이다. 또 구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행복 키움’ 사업도 꾸린다. 상담을 통해 학생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의 원인을 파악하고 도울 뿐만 아니라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를 연계해 학생들을 위한 연속적이고 든든한 울타리를 만드는 사업이다. 한해 평균 300명의 학생이 ‘키움이’와 상담을 통해 자신감을 가질 정도로 구의 대표적 청소년 정신건강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김신원 건강관리과장은 “학업스트레스와 왕따 등으로 청소년 자살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면서 “재미난 연극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과 자살의 폐해를 알리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용인 살인사건 처벌 수준은?…네티즌 “사형 부활시켜라” 격앙

    용인 살인사건 처벌 수준은?…네티즌 “사형 부활시켜라” 격앙

    용인 살인사건 피의자 심모군(19)의 엽기적 범행과 관련해 이후 그가 받을 처벌 수위에도 네티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는 10대 여성을 살해,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심군에 대해 10일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2일 현장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심군은 지난 8일 알고 지내던 A양(17)을 모텔로 유인한 뒤 성폭행하고, A양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뼈 밖에 남지 않은 시신을 김장용 비닐 봉투에 담고 친구에게 시신 사진이 담긴 문자를 보내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 그렇다면 심군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지난해 9월 발의된 ‘성폭력 근절대책’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19세 미만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범위 또한 확대된다. 대책안에 따르면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간 등 성범죄에 대해 5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량이 강화되며 유사강간의 경우에도 7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내려진다. 심군은 살인 및 시체 유기 혐의가 있어 기존 성폭력 처벌보다는 형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성년자 처벌법에 따르면 18세 미만의 경우 사형·무기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15년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납치해 토막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오원춘은 무기징역으로 확정된 바 있다. 그러나 심군은 2년 전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성년자의 신분 뿐만 아니라 심신미약 판정으로 형량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잔인무도한 살인범이 감옥에서 나오는 것 아니냐”, “사형제도를 부활시켜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네티즌은 “아직 판결이 나온 것도 아니니 수사·재판과정을 냉정하게 지켜보자”는 반응도 보였다. 한편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용인 살인사건 피의자인 심군에 대해 “사이코패스라기 보다는 소시오패스다”라고 주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시오패스는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의 영향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겪는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폭행 후 토막살인… 잔혹한 10대

    성폭행 후 토막살인… 잔혹한 10대

    평소 알고 지내던 1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회적 파장을 가져왔던 ‘오원춘 사건’과 유사한 엽기적인 범행의 범인이 10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10일 심모(19·고교 중퇴)군을 살인 및 시체유기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심군은 지난 8일 오후 10시쯤 용인시 기흥구의 한 모텔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17)양을 성폭행하고 김양을 목 졸라 살해한 뒤 공업용 커터칼로 모텔 화장실에서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군은 훼손한 시신 일부를 화장실 변기에 버려 흔적을 없앤 뒤 9일 오후 2시 7분쯤 김양의 남은 시신과 옷, 피 묻은 수건 등을 김장용 비닐봉투에 담아 모텔을 빠져나왔다. 이어 택시를 타고 용인시 처인구 자신의 집으로 가 장롱에 시신을 유기했다. 심군은 맨 정신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시신 훼손 과정에서 준비한 흉기가 무뎌지자 인근 편의점에서 공업용 커터칼을 추가로 구입해 다시 범행을 하기도 했다. 심군의 범행은 모텔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그대로 찍혔다. 심군은 모텔을 나온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숨진 김양은 싱가포르에 사는 부모가 “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9일 오후 8시 10분쯤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한 상태였다. 심군은 경찰이 김양 주변 인물을 탐문하는 등 수사망을 좁혀 오자 10일 0시 30분쯤 친구인 최모군과 함께 경찰을 찾아와 자수해 체포됐다. 심군은 전과나 정신병력은 없으며 음악을 하기 위해 고교 2학년 때인 2011년 자퇴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지난해 10월 초 인천 월미도에서 자살을 기도해 2주간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시신을 몰래 옮기기 위해 훼손한 것이지 오원춘 사건이나 영화 내용을 모방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다”면서 “어린 나이에 전과도 없는 피의자가 왜 이렇게까지 시신을 참혹하게 훼손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심군이 변기에 버린 시신 일부를 찾기 위해 사건 현장 정화조를 수색해 상당량의 잔해를 수거했다. 경찰은 범행 가담 여부를 밝히기 위해 사건 초기에 함께 있었던 최군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마음을 쉬게하는 독서가 학교폭력 줄이죠”

    “마음을 쉬게하는 독서가 학교폭력 줄이죠”

    “꽤 오래전부터 학교를 무대로 10대가 주인공인 작품을 쓰고 싶었어요. 소년과 소녀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작품은 많이 썼지만, 그들의 사생활을 통해 학교 생활을 정면으로 그린 작품은 써본 적이 없었거든요.”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 미야베 미유키(53)는 9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솔로몬의 위증’에 대해 이렇게 입을 열었다. 소설은 중학교와 중학생에 관한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아침 교정에서 2학년 남학생 가시와기 다쿠야가 시신으로 발견되고, 경찰은 그가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린다. 끝난 줄 알았던 사태는 다쿠야가 불량 학생들에게 살해 당했다는 고발장이 학교로 날아들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전작 ‘화차’가 다중채무에 빠진 여자의 실종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서늘한 이면을 파헤쳤 듯 이번 작품 역시 학교 안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솔로몬의 위증’은 학교에서 교육으로, 교육에서 다시 일본 사회로 외연을 확장해 간다. 소설의 배경은 버블 붕괴 이후 1990년대의 도쿄지만, 학교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놀라울 만큼 지금의 한국과 닮았다. 공교육은 흔들리고, 가족은 무너진다. 관계가 표피화되면서 개인은 한없이 내면으로 침잠한다. 죽은 다쿠야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부모와 형제조차 명확히 알지 못한다. “언제부터 일본 사회에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저도 뭐라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어떤 명확한 선 하나가 있어서 그것을 전후로 사회의 무엇인가가 결정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명확한 선’을 긋는 것만이 문제의 원인을 찾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 듯 소설도 범인을 찾는 것에만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그보다 작가가 집중하는 부분은 무너진 교육 체계의 세밀한 층층과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 전반적 과정이다. 학생과 교사, 가족, 경찰, 이웃의 시점으로 번갈아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솔로몬의 위증’은 미야베가 처음으로 쓴 법정 추리극이다. 학교도, 경찰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학생들은 직접 진실을 알아내기로 하고 교내 재판을 연다. 여기에는 1990년 지각해서 뛰어오던 여학생이 교사가 갑자기 닫아버린 교문 틈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 영감이 됐다. 이 학생의 불행한 죽음을 두고 고베의 한 고등학교에서 실제 모의 재판이 열린 것이다. 이번 작품은 2002년부터 9년여에 걸쳐 연재한 대작이다. 원고지 분량만 8500매에 이른다. 작가는 “세부적인 인물 설정이나 등장 시점 등은 처음과 비교해 꽤 달라졌다”면서 “구상 단계에서는 조연이었던 인물이 작품을 쓰면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법률 사무소에서 일한 경험과 함께 “무엇 하나 잘하는 것 없이 눈에 띄지 않았던” 학생 시절의 기억도 녹여냈다. “학교 폭력 같은 문제가 왜 이렇게 심각해졌는지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아침마다 시간을 정해놓고 학생들에게 독서를 시켰더니 상황이 나아졌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어요.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하고 고독과 친해지는 행위잖아요. 학교를 비롯한 현실에서 독서와 반대되는 현상들만 넘쳐나는 것이 원인의 하나는 아닐까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완득이’ 작가 김려령, 어른들의 사랑 그리다

    ‘완득이’ 작가 김려령, 어른들의 사랑 그리다

    ‘완득이’의 성공은 작은 족쇄였다. 고등학생 ‘완득이’와 담임교사 ‘똥주’에 대한 이야기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영화로 만들어지는 동안 김려령(42)의 소설에는 ‘청소년 문학’이라는 딱지가 앉았다. 전작인 ‘기억을 가져온 아이’와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한 동화책이었다. ‘완득이’ 이후 펴낸 ‘우아한 거짓말’과 ‘가시고백’에서도 주인공은 10대였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그의 소설은 청소년 문학의 외피를 빌렸을 뿐 늘 결핍과 외로움을 자양분 삼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완득이가 자라는 만큼 똥주도 변하듯이. 김려령의 신작 ‘너를 봤어’(창비)는 성인 소설이다. 한 손에는 사랑을, 다른 한 손에는 폭력과 죽음을 움켜쥐었다. 25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출판간담회를 가진 그는 “‘완득이’를 성장 소설이라고 구분해 본 적은 없다”면서 “풋풋해서 가슴 설레는 사랑이 아니라 인생을 조금 산, 30~40대들이 겪는 사랑 이야기로 첫 번째 소설을 발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내가 처음 소설을 쓴 동기는 매우 불온하다. 나와 직접 관련이 있든 없든,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많았고, 그래서 (중략) 펜을 사용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죽음의 정조를 강하게 드리운다. 주인공 ‘수현’은 대중과 평단 모두의 인정을 받는 중견 소설가이자 유명 출판사의 편집자이다. 그에게는 지옥 같은 과거가 있다.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극심한 폭력을 휘두른다. 아버지의 폭력을 대물림한 형은 주먹을 휘두르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간다. 자신도 모르는 새 괴물을 품게 된 수현은 아버지와 형을 죽이고, 애정을 갈구하는 아내를 은연중에 자살로 내몬다. 나락에 빠져드는 그에게 어느 날 후배 작가 ‘영재’가 나타난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애정을 경험해 보지 못한 수현에게 영재는 그가 만난 유일한 사랑이다. 소설가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작품에는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2006년 건축가를 주인공으로 했다가 “서사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져”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다시 썼다. “뭔가 고아하고, 깊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문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어떤 면에서 영재는 저와 닮아 있어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엄청나게 많이 쓰면서 화가 나면 (원고를) 버리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으면 또 버렸죠. 배고프면 밥을 먹듯, 소설에 허기가 지면 글을 썼어요. 소설은, 저한테는 밥 같은 거였어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세상의 기원 밝혀내려는 프리랜서 작가의 ‘행복한 통찰’

    세상의 기원 밝혀내려는 프리랜서 작가의 ‘행복한 통찰’

    화가 고갱은 1898년 2월 동료 몽프레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자살시도를 고백한다. 자살을 시도하기 전 그렸다는 그림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꼬박 한 달간 밤낮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정열을 쏟았다. 복음서와 비교할 만한 주제를 그렸다”고 털어놨다. 작품의 이름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림은 종교적이며 철학적인 이 세 가지 물음을 쫓아간다. 고갱은 화단의 무관심과 아끼던 딸의 죽음, 질병과 심장발작에 시달리던 극심한 고통 속에서 궁극의 수수께끼에 천착했던 것이다. 110여년 뒤 미국의 프리랜서 작가인 짐 홀트는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심오하고 오래된 문제다. “세상은, 그리고 나는 왜 존재하는가?” 하이데거의 “왜 세상은 무가 아니라 유인가?”와 같은 말이다. 홀트의 궁금증은 세 갈래로 이뤄진다. 세상을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의 결과물로 볼 것이냐, 그냥 주어진 사실로만 인정할 것이냐의 ‘신’과 ‘비이성’이 양갈래를 이룬다. 그 사이에는 우주 전체의 질서를 아직 수학적으로 풀어내지 못했을 뿐이라는 담론이 놓인다. 형이상학적 수수께끼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사파리 여행처럼 유쾌하다. 우리 시대 최고의 철학자, 신학자, 분자물리학자, 우주철학자, 신화학자, 소설가 등이 동참한다. 저자는 파리, 런던, 옥스퍼드, 피츠버그, 텍사스 오스틴 등을 돌며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때론 유쾌하면서도 논리적으로 토론을 이어간다. 첫 대화 상대는 현존 최고의 과학 철학자인 아돌프 그륀바움 교수. 그는 의식의 다양성과 인간정신이 일으키는 문제들에는 매력을 느끼지만 존재의 이유에 대해선 철저히 무시한다. 우주의 탄생을 알리는 ‘빅뱅’ 역시 존재의 수수께끼를 풀어주지 못하는 또 하나의 수수께끼일 뿐이다. ‘자연 신학’의 창시자인 종교철학자 리처드 스윈번은 유신론적 방식을 취한다. 세상의 존재를 설명해줄 수 있는 가장 단순한 가설은 바로 모든 것의 뒤에 신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양자역학의 작동 원리를 고안한 과학사상가 데이비드 도이치는 빅뱅이 왜 일어났는지 양자이론이 설명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존재 문제에 대해선 답해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소립자물리학 ‘기본 모형’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티븐 와인버그는 어떤 설명도 존재의 수수께끼를 풀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현존 최고의 수리물리학자인 로저 펜로즈 교수가 보여주는 존재의 실체는 기적처럼 스스로를 창조하고 유지하는 모습이다. 저자는 10대 소년시절, 동네 도서관에서 사르트르와 하이데거의 책을 만난 뒤 무신론의 길에 들어섰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신의 존재를 인정한 철학자 스윈번과의 만남 이후 기쁨에 들떠 거리를 정처 없이 배회하기도 한다. 또 죽음을 앞둔 노모 앞에선 평소 그의 어머니가 즐겨부르던 노래를 읊조린다. 창밖의 아름다운 세상을 찬미하면서…. 독자들은 세상의 기원을 밝히려는 홀트의 행복한 통찰 속에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듀스·조PD 키운 ‘미다스 손’ 변두섭 예당 회장 목매 숨져

    듀스·조PD 키운 ‘미다스 손’ 변두섭 예당 회장 목매 숨져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 변두섭(54·예명 변대윤) 예당 엔터테인먼트 회장이 4일 오전 자신의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변 회장이 서초동에 위치한 예당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변 회장을 발견한 사무실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으며 사무실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로 볼 만한 정황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유족 등을 상대로 사망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 가수 양수경(46)의 남편인 변 회장은 연예계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전남 화순 출신으로 광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10대에 상경해 레스토랑 DJ로 일하다가 1980년대 초 예당기획을 만들어 가요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1992년 예당음향을 설립한 뒤 2000년 예당엔터테인먼트로 상호를 변경하고 2001년 코스닥 업체로 등록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30여년간 가요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렸다. 최성수, 듀스, 이정현, 조PD 등 스타를 배출했고 서태지와 이승철 등의 유명 가수들도 예당을 통해 음반을 발매하면서 변 회장은 스타 제작자로서 이름을 알렸다. 1991년 암으로 투병하는 등 시련도 있었으나 암을 극복한 뒤 1998년 자신이 성공시킨 가수 양수경과 결혼해 화제가 됐다. 1996년 한국연예제작자협의회 이사, 한국영상음반협회 이사도 역임했다. 한편 예당 측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변 회장의 사인은 자살이 아닌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빈소는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故변두섭,DJ서 ‘연예계 마이더스의 손’ 입지전적 인물

    故변두섭,DJ서 ‘연예계 마이더스의 손’ 입지전적 인물

    ‘연예계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린 변두섭(54·예명 변대윤) 예당 엔터테인먼트 회장이 4일 오전 자신의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변 회장이 서초동에 위치한 예당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변 회장을 발견한 사무실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으며 사무실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로 볼 만한 정황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유족 등을 상대로 사망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 가수 양수경(46)의 남편인 변 회장은 연예계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전남 화순 출신으로 광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10대에 상경해 레스토랑 DJ로 일하다가 1980년대 초 예당기획을 만들어 가요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1992년 예당음향을 설립한 뒤 2000년 예당엔터테인먼트로 상호를 변경하고 2001년 코스닥 업체로 등록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30여년간 가요계의 마이더스 손으로 불렸다. 최성수, 듀스, 이정현, 조PD 등 스타를 배출했고 서태지와 이승철 등 유명 가수들도 예당을 통해 음반을 발매하면서 스타 제작자로서 이름을 알렸다. 2001년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방향을 바꾼 뒤에는 최수종, 최지우, 이정재 등 배우를 영입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현재 예당 엔터테인먼트에는 가수 임재범, 알리 등이 소속돼 있다.  1991년 암으로 투병하는 등 시련도 있었으나 암을 극복한 뒤 1998년 자신이 성공시킨 가수 양수경과 결혼해 화제가 됐다. 1996년 한국연예제작자협의회 이사, 한국영상음반협회 이사도 역임했다.  한편 예당 측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변 회장의 사인은 자살이 아닌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설] 국가 미래 우울하게 하는 청소년 자살충동

    우리는 때로 너무 놀라운 사실임에도 무신경하거나 남의 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일들이 있다. 단연 충격적인 것이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이다. 그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발표한 ‘2012년 상담경향 분석 보고서’는 우리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현주소가 얼마나 위태위태한 것인지 실감하게 한다. 청소년 상담의 25%가 정신건강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한다. “죽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을 호소한 상담이 4년 새 6배 이상 늘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이쯤 되면 청소년 자살 문제는 개인의 차원을 뛰어넘어 전 사회적인 질병, 시대적 과제로 봐야 마땅하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드러났듯 청소년들이 학업이나 진로 문제보다 우울증이나 위축감, 자살·자해충동 등 정신건강 영역의 문제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자살을 포함한 청소년 문제가 학업 스트레스나 진로 등 판에 박힌 고민뿐 아니라 한층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청소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가정과 학교, 사회가 총체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최근 자녀의 성격이나 진로, 적성 등을 탐색하기 위한 일반상담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정작 일선 학교 단위에서 교사와 학생의 대면(對面) 정신상담이 얼마나 충실히 이뤄지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정신적 성장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자살충동을 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모른다. 각급 학교에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도입 혹은 강화하는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범국가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도, 학교도 말로만 창의·인성교육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일류학교’ 합격 숫자를 늘려 학교의 성가를 높이는 데 신경을 쏟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청소년 자살충동의 큰 뿌리는 역시 물질만능주의 사회 분위기와 성적지상주의 입시 위주 교육에 닿아 있다. 청소년 자살이라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은 결국 인성교육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 청소년들의 자살충동을 막기 위한 감성·덕성교육이 긴요하다.
  • [투데이 인사이드] 평범한 부모는 왜 두 딸을 죽였나… 포천 자매 살해사건 재구성

    [투데이 인사이드] 평범한 부모는 왜 두 딸을 죽였나… 포천 자매 살해사건 재구성

    성탄절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2011년 12월 30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에서 처참하게 일그러진 진청색 중소형 승용차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소녀의 시신이 유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동반 자살하겠다”는 편지를 매형과 누나에게 보낸 이모(46)씨가 아내 정모(37)씨와 함께 두 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지난 10일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부산의 한 농장에서 이씨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세상은 이씨 부부가 천륜을 저버리고 몹쓸 짓을 했다며 혹독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 평범한 젊은 부부가 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을까. 부인 정씨는 아동학습지 판매 회사인 A사의 경기 고양 시내 모 지점 영업팀장을 지내면서 1억 3000만원에 가까운 빚을 져 괴로워했다. 당시 1년간의 지역국 매출 6억원 가운데 4억 5000만원이 정씨 실적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빚은 늘어만 갔다. 급한 김에 책을 팔고 고객에게서 받은 현금으로 돌려 막기를 한 사실이 회사에 적발돼 팀장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된 것은 물론 1000만원의 벌금까지 물게 돼 빚을 내 해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월급은 본부장이 직접 관리하고 정씨는 고작 50만원만 손에 쥐게 됐다. 공금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회사 빚은 매달 600만~700만원씩 상급자 신용카드를 빌려 상환했으나 빚은 줄지 않았고 모든 짐은 정씨 책임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씨 부부가 얹혀살고 있던 누나 집도 몇 개월째 월세를 못 내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한 달 후면 중학생이 될 큰딸(당시 12)의 교복은 구입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정씨는 2011년 2월 15일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주차장에서 남편 이씨의 누나에게 쓴 유서에서 당시 참담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형님’이라 불러 보네요. (중략) 아이들을 키울 자신도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기에 이리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거 너무 늦게 깨달아 죄송합니다. (중략) 제가 사치스러운 것도 아니고 제 욕심만 채우자고 했던 일도 아닙니다.” 정씨는 옴짝달싹 못할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남편 이씨는 그런 아내를 달래기 위해 2011년 2월 14일 새벽 4시 고양시 일산 집을 나섰다. 누나와 매형에게는 “바람 쐬러 간다”는 메모를 남겼다. 이씨 부부는 집을 나선 지 13시간 만인 오후 5시쯤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3호실에 투숙했다. 큰딸 민이(가명)와 둘째 영이(10·가명)는 일찍 재우고 이씨는 밤을 새워 가며 아내 정씨를 설득했지만 정씨의 자살 의지는 확고했다. 이씨도 “차라리 함께 죽자”며 체념했다. 이튿날 오후 1시 20분쯤 이씨는 지인에게서 21만원을 입금받아 근처 편의점에서 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편지지와 편지봉투, 볼펜을 구입해 민박집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에서 놀고 있었고 부부는 주차장에 세워 놓은 승용차 안에서 각자 유서를 써 내려갔다. 이씨는 매형에게, 정씨는 처음으로 남편의 누나인 시누이에게 편지지 한 장 가득 꾹꾹 눌러 유서를 썼다. 정씨는 유서에서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모든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남편 이씨도 눈물로 매형에게 유서를 써 내려갔다.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남아 있으면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 저희가 데려갑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죽을 각오로 잘 살아보려 했는데 현실은 너무 무섭습니다. 어제도 결정을 해서 행동으로 옮기려 했으나 아이들의 눈을 보니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오후 5시쯤 근처 이동우체국에서 남편이 우표를 구입해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밤 11시쯤 다시 민박집에 투숙했다. 민이와 영이는 잠시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이내 잠이 들었다. 이씨는 천천히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LPG의 호스를 칼로 반쯤 잘랐다. 정씨는 말없이 옆에 서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씨는 밖으로 나가 낮에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고기를 구워 먹는다며 받은 번개탄 2장에 불을 붙였다. 냄비에 담긴 번개탄을 방 안 출입문 앞에 놓은 이씨 부부는 꼭 안고 자리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꽈당’ 하고 냄비 떨어지는 소리와 누가 넘어지는 소리에 가족들이 잠에서 깼다. 막내 영이가 화장실을 가던 중 그만 번개탄이 들어 있는 냄비를 밟고 넘어진 것이다. 이씨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즉시 창문과 출입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번개탄을 밖으로 던졌다. 이튿날 오전 11시 민박 집을 나온 일가족은 일동면 화대리 제일유황온천 부근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했다. 주차장으로 나온 정씨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죽기로 했으니 너희들은 보육원에 보내 주겠다”며 처음으로 죽음을 암시했다. 큰딸은 울면서 따라 죽겠다고 했고 작은딸은 울기만 했다. 오후 6시쯤 지인에게 빌린 돈 15만원을 근처 농협에서 찾아 산정호숫가의 한 숙박업소로 이동했다. 길가 마트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각각 2병 사고 번개탄을 3장 구입했다. 새벽 2시쯤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다독여 차에 태우고 호숫가 공터에 차를 세운 후 불붙은 번개탄 3장을 냄비에 담아 차량 안 정씨 다리 밑에 놓았다. 잠을 청한 지 2시간쯤 지난 새벽 4시. 두 딸이 괴로워하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있는 뒷자리로 넘어가 작은아이부터 목을 졸랐고 정씨는 발버둥치는 아이들 다리를 잡았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 고요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두 딸을 뒷자리와 그 밑에 각각 눕힌 이씨 부부는 차량을 추락시킬 장소를 찾아 1시간여 동안 주위를 배회했다.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이 적당해 보였다. 차량을 그대로 몰아 돌진했다. 70m 아래로 떨어진 자동차는 휴지 조각처럼 구겨졌고 두 딸의 시신은 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지만 안전띠를 맨 이씨 부부는 멀쩡했다. 가까스로 차량을 빠져나온 부부는 소나무 가지에 줄을 걸어 나란히 목을 맸지만 나뭇가지는 두 사람의 체중을 견뎌내지 못했다. 2월 중순 여우재 계곡은 한겨울 날씨 그대로였다. 가만히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질긴 목숨은 4~5일이 지나도 이상이 없었다. 결국 부부는 계곡을 걸어 나와 산정호수로 갔고 화장실, 빈 컨테이너 등에서 며칠을 더 보냈다. 2월 25일 오후 1시 40분쯤. 부부의 편지를 받은 이씨의 매형 차모씨가 급히 일산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가 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때 이씨가 산정호수 부근 현금지급기에서 지인들이 보내준 현금을 3회에 걸쳐 인출하자 경찰은 단순 가출로 봤다. 여러 차례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하자 부부는 3월 1일 버스를 이용해 의정부 시내로 들어갔다. 다시 지인들에게 소액을 통장으로 받아 인출한 다음 병원을 찾아갔다. 이씨는 동상에 걸려 걷기가 어려웠다. 정씨는 상태는 덜했지만 치료가 필요했다. 열흘간 의정부에 머물면서 병원 치료를 받은 부부는 강릉 주문진으로 몸을 옮겼다. 강릉에서도 이씨는 병원을 오가야 했다. 같은 달 23일까지 강릉을 배회하던 부부는 눈에 잘 안 띄는 시골로 도피하기로 하고 PC방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마침 충북 진천의 한 오이 재배 농가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부부는 월 230만원을 받기로 했다. 3개월 후인 6월 30일 말없이 편지만 한 통 써 놓고 충남 보령(대천)으로 이동했다. 약 1주일간 모텔을 전전하며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이후 경북 상주 버섯농장, 경북 청도 염색 공장, 새마을 농장을 돌며 하루벌이를 했으나 힘에 부쳤다. 다시 인터넷 구인광고를 검색해 7월 21일 경남 밀양의 한 펜션에서 둘이 250만원을 받기로 하고 몸을 의탁했다. 그러나 다른 종업원과 마찰을 빚어 한 달을 겨우 채우고 경남 마산, 전남 여수, 충남 강경, 전남 해남을 떠돌았다. 9월 추석 명절 직전 부산의 한 농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봤다. 명절 연휴가 지난 뒤 오라고 했다. 부부는 220만원을 받기로 했다. 1년 6개월 지나는 동안 월급도 오르고 잘 지내는가 싶었지만 천륜을 어기고 이 하늘 아래 숨을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중요 지명 피의자 종합수배’ 전단을 본 한 주민의 신고로 부부는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은 포천경찰서는 12일 이씨와 정씨 부부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두 자녀 살해범인 이들도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 아빠였다. 이씨는 전문대학과 같은 2년제 동국대 전산원을 졸업하고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했다. 집 전세금 전체를 털어 지인들과 함께 하던 사업이 잘못돼 누나 집에 얹혀살게 됐지만 닥치는 대로 일을 할 만큼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역시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맞벌이에 나섰다. 국내 유명 아동학습지 회사에 입사해 영업팀장직에 올랐다. 한 질에 70만~100만원 하는 교재를 팔면 13%의 판매 수수료가 수당으로 떨어졌다. 실적 부담에 쫓겨 허위 판매를 하고 허위 판매 대금을 입금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은 책값을 유용한 것이 화근이 됐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회사는 돈을 벌었지만 자신과 직원들의 빚은 줄기는커녕 점점 늘어만 갔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민이와 영이는 교우 관계가 매우 좋았다. 성적도 중상위권이었다. 두 자매의 담임교사들은 “민이는 특히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책임감도 강했다. 어머니 역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다른 엄마들보다 강했다”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를 맡은 포천경찰서 김중기 형사는 “이씨 부부 모두 지극히 평범한 엄마 아빠였지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그들은 왜 어린 두 딸을 목졸랐나…포천 자매살해사건 재구성[단독]

    그들은 왜 어린 두 딸을 목졸랐나…포천 자매살해사건 재구성[단독]

    성탄절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2011년 12월 30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에서 처참하게 일그러진 진청색 중소형 승용차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소녀의 사체가 유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동반자살 하겠다”는 편지를 매형과 누나에게 각각 보낸 이모(46), 정모(37·여)씨 부부가 두 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지난 10일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부산의 한 농장에서 이씨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세상은 이씨 부부가 천륜을 저버리고 몹쓸 짓을 했다며 혹독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평범한 한 30~40대 젊은 부부가 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두 딸을 목졸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는지를 심층취재했다.  동반 자살 배경  부인 정씨는 아동학습지 판매회사인 A사 경기 고양시내 모지점 영업팀장을 지내면서 1억 3000만원에 가까운 빚을 져 괴로워했다.  당시 1년간의 지역국 매출 6억원 가운데 4억 5000만원이 정씨 실적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빚은 늘어만 갔다. 급한 김에 책을 팔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현금으로 돌려막기를 한 사실이 회사에 적발돼 팀장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된 것은 물론, 1000만원의 벌금까지 빚을 내 해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월급은 본부장이 직접 관리하고 정씨는 고작 50만원만 손에 쥐게 됐다. 공금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회사 빚은 매달 600만~700만원씩 상급자 신용카드를 빌려 상환해야 했으나 빚은 더욱 늘어만 갔고, 모든 짐은 정씨 책임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씨 부부가 얹혀 살고 있던 누나집도 몇 개월째 월세를 못내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다음 달 중학생이 될 큰 딸(당시·12)의 교복은 아직도 구입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곤궁한 처지를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정씨는 2011년 2월 15일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주차장에서 남편 이씨의 누나에게 쓴 유서에서 당시 참담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형님’이라 불러 보네요(중략) 아이들을 키울 자신도, 미래도 보이지 않기에 이리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거 너무 늦게 깨달아 죄송합니다(중략) 제가 사치스러운 것도 아니고 제 욕심만 채우자고 했던 일도 아닙니다”  마지막 가족 여행  정씨는 옴짝달싹 못할 처지를 벗어 날 수 있는 길은 죽음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남편 이씨는 그런 아내를 달래기 위해 2011년 2월 14일 새벽 4시 고양시 일산 집을 나섰다. 누나와 매형에게는 “바람 쐬러 간다”는 메모를 남겼다.  이씨 부부는 집을 나선지 13시간 만인 오후 5시쯤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 한 민박집 3호실에 투숙했다. 민이(가명·당시 12), 영이(가명·10)는 일찍 재우고, 이씨는 밤 새워가며 아내 정씨를 설득했지만, 정씨의 자살 의지는 확고했다. 이씨도 “차라리 함께 죽자”며 체념했다. 이튿날 오후 1시 20분쯤 이씨는 지인에게 21만원을 입금 받아 근처 편의점에서 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편지지와 편지봉투, 그리고 볼펜을 구입해 민박집 주차장으로 돌아 왔다.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에서 놀고 있었고, 부부는 주차장에 세워놓은 승용차 안에서 각자 유서를 써 내려 갔다 이씨는 매형에게, 정씨는 처음으로 남편의 누나인 시누이에게 편지지를 한 장 가득 꾹꾹 눌러 썼다.  정씨는 유서에서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사는 것 보다 죽는 게 모든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남편 이씨도 눈물로 매형에게 유서를 써 내려갔다.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남아서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 저희가 데려갑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죽을 각오로 잘 살아보려 했는데 현실은 너무 무섭습니다. 어제도 결정을 해서 행동으로 옮기려 했으나 아이들의 눈이 밟혀 못했습니다”  오후 5시쯤 근처 이동우체국에서 남편이 우표를 구입해 우체통에 넣고, 밤 11시쯤 다시 민박집에 투숙했다.  민이와 영이는 잠시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이내 잠이 들었다. 이씨는 천천히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LPG가스의 호스를 칼로 반 쯤 잘랐다. 정씨는 말 없이 옆에 서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씨는 밖으로 나가 낮에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고기를 구워 먹는다며 받은 번개탄 2장에 불을 붙였다. 냄비에 담겨진 번개탄을 방안 출입문 앞에 놓은 이씨 부부는 꼭 안고 자리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꽈당’ 냄비 부서지는 소리와 누가 넘어지는 소리에 가족들이 잠에서 깼다. 막내 민이가 화장실을 가던 중 그만 번개탄이 들어있는 냄비를 밟고 넘어진 것이다. 이씨는 ‘이건 아니다’는 생각에 즉시 창문을 열고 출입문을 열어 환기 시키고 번개탄을 밖으로 던졌다.  이튿날 오전 11시 민박 집을 나온 일가족은 일동면 화대리 제일유황온천 부근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 겸 점심식사를 했다. 주차장으로 나온 정씨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죽기로 했으니 너희들은 보육원에 보내주겠다”며 처음으로 죽음을 암시 했다. 큰딸은 울면서 따라 죽겠다고 했고, 작은 딸은 울기만 했다.  오후 6시쯤 지인에게 빌린 돈 15만원을 근처 농협에서 찾아 산정호숫가에 한 숙박업소로 이동했다. 길가 마트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각각 2병 사고, 번개탄을 3장 구입했다. 새벽 2시쯤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다독여 차에 태우고 호숫가 공터에 차를 세운 후 불붙은 번개탄 3장을 냄비에 담아 차량 안 정씨 다리 밑에 놓았다. 잠을 청한지 2시간쯤 지난 새벽 4시. 두 딸이 괴로워 하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있는 뒷자리로 넘어가 작은 아이부터 목을 조르고, 정씨는 발버둥치는 아이들 다리를 잡았다.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 고요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두 딸을 뒷자리와 그 밑에 각각 눕힌 이씨 부부는 차량을 추락시킬 장소를 찾아 1시간 여 동안 주위를 배회했다.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이 적당했다. 차량을 그대로 몰아 돌진했다. 70m 아래로 떨어진 자동차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지고, 두 딸의 사체는 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지만 안전띠를 맨 이씨 부부는 멀쩡했다. 가까스로 차량을 빠져 나온 부부는 소나무 가지에 줄을 걸어 나란히 목을 맸지만 나뭇가지는 두 사람의 체중을 견뎌내지 못했다. 2월 중순 여우재 계곡은 한 겨울 날씨 그대로였다. 가만히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질긴 목숨은 4~5일이 지나도 이상이 없었다.  결국 부부는 계곡을 걸어 나와 산정호수로 걸어갔고, 화장실, 빈컨테이너 등에서 며칠을 더 보냈다.  2월 25일 오후 1시40분쯤. 부부의 편지를 받은 매형 차모씨가 급히 일산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가 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때 산정호수 부근 현금지급기에서 지인들이 보내준 현금을 3회에 걸쳐 인출하자 경찰은 단순 가출로 봤다.  자살 포기  여러 차례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하자, 부부는 3월 1일 버스를 이용해 의정부시내로 이동했다. 다시 지인들에게 소액을 통장으로 받아 인출한 다음 병원을 찾아갔다. 이씨는 동상에 걸려 걷기가 어려웠다. 정씨는 상태는 덜했지만 치료가 필요했다. 열흘간 의정부에 머물면서 병원 치료를 받은 부부는 강릉 주문진으로 이동했다. 강릉에서도 이씨는 병원을 오가야 했다. 같은 달 23일까지 강릉을 배회하던 부부는 눈에 잘 안 띄는 시골로 도피하기로 하고 PC방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마침 충북 진천의 한 오이 재배농가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부부는 월 230만원을 받기로 했다. 3개월 후인 6월 30일 말 없이 편지만 한 통 써놓고 충남 보령(대천)으로 이동했다. 약 1주일간 모텔을 전전하며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이후 경북 상주 버섯농장, 경북 청도 염색공장, 새마을 농장을 돌며 하루벌이를 했으나 힘에 부쳤다.  다시 인터넷 구인광고를 검색해 7월 21일 경북 밀양의 한 펜션에서 둘이 250만원을 받기로 하고 몸을 의탁했다. 그러나 다른 종업원과 마찰을 빚어 한 달을 겨우 채우고 경남 마산, 전남 여수, 충남 강경, 전남 해남을 떠돌았다. 9월 추석 명절 직전 부산의 한 농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봤다. 명절연휴가 지난 뒤 오라고 했다. 부부는 220만원을 받기로 했다. 1년 6개월 지나는 동안 월급도 오르고 잘 지내는가 싶었지만 천륜을 어기고 이 하늘 아래 숨을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중요 지명 피의자 종합수배’ 전단을 본 한 주민의 신고로 부부는 사건 발생 2년 2개월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 받은 포천경찰서는 12일 이씨와 정씨 부부를 살인 및 사채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친자매 살해범도 평범한 엄마 아빠였다  부부는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 아빠였다. 이씨는 전문대학과 같은 2년제 동국대 전산원을 졸업하고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했다. 집 전세금 전체를 털어 지인들과 함께 하던 사업이 잘못돼 누나 매형집에 얹혀 살게 됐지만, 닥치는 대로 일을 할 만큼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역시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맞벌이에 나섰다. 국내 유명 아동학습지 회사에 입사해 영업팀장직에 올랐다. 한 질에 70만~100만원 하는 교재를 팔면 13%의 판매수수료가 수당으로 떨어졌다. 실적 부담에 쫓겨 허위 판매를 하고, 허위 판매대금을 입금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은 책값을 유용한 것이 화근이 됐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회사는 돈을 벌었지만, 자신과 직원들의 빚은 줄기는 커녕 점점 늘어만 갔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민이와 영이도 교우 관계가 매우 좋았다. 성적도 중상위권이었다. 두 자매의 담임교사들은 “민이는 특히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책임감도 강했다. 어머니 역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다른 엄마들 보다 강했다”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를 맡은 포천경찰서 김중기 형사는 “이씨 부부 모두 지극히 평범한 엄마 아빠였지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성폭행 사진 유포가 무죄?… 10대소녀 자살에 캐나다 ‘울분’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현장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돼 괴롭힘에 시달리다 최근 자살한 캐나다 10대 소녀 사건에 대해 스티븐 하퍼 총리가 “개탄스럽다”고 밝히고 경찰이 뒤늦게 재수사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하퍼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캘거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건 소식을 접한 사람 모두가 충격을 받고 비통했을 것”이라며 “집단 괴롭힘은 아이들의 빗나간 행동이 아니라 범죄 행위 자체”라고 개탄했다. 그는 “10대 딸을 가진 부모로서 이런 얘기는 역겹다”며 “현지 당국이 사건을 재수사한다니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의 레테 파슨스(17)양은 2011년 만취 상태에서 남학생 4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현장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되면서 오랫동안 갖은 괴롭힘에 시달리다 지난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경찰은 가족으로부터 사건 신고를 받고 수사를 시작했지만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종결했다. 유족에 따르면 경찰은 파슨스의 성폭행 장면을 찍은 사진 유포가 범죄는 아니라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장이 확산되자 대럴 덱스터 주 총리는 이날 “교육, 법무, 내무, 보건 등 주 정부 4개 관련 부처가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사건을 재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경찰도 사건 재수사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국제해커집단 ‘어나니머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캐나다 경찰 당국이 이 사건을 재수사하지 않으면 파슨스를 성폭행했던 남학생 4명의 신원을 공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어나니머스는 이번 사건이 “당사자 간 진술이 엇갈리는 사건이 아니라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이 했다면서 그 장면을 담은 사진을 보여 준 사건”이라며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에서는 파슨스 자살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괴롭힘 근절을 촉구하는 인터넷 청원에 7만명 이상이 서명하는 등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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