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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 ,김승연 회장 법정구속 1년…경영시계가 멈췄다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지 못한 채 현상유지만 하다가는 도태되고 맙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 공백에 따른 현재의 사업 정체 상황을 ‘진퇴양난’으로 표현했다. 신사업을 해야 하는데 수천억원 또는 수조원에 이르는 신사업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총수가 없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16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우려하던 사태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김 회장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이던 주요 해외 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5월 80억 달러 규모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이후 이라크에서 추가 수주가 끊어졌다. 발전소와 정유시설, 병원, 태양광 등 추가 수주 논의도 정지됐다.  우리나라 해외 건설 역사상 단일 공사로 사상 최대 규모인 이라크 신도시 건설 사업은 김 회장 직접 나서 2년 넘게 진행돼 왔다. 이라크 정부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를 수차례 방문하는 등 김 회장이 보여준 사업 의지를 신뢰해 추가 수주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경영공백이 길어지자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등 사업단이 이라크정부를 설득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건설이 1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재건사업 수주에 성공할 경우 연인원 73만명에 달하는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화는 10대 그룹 중 올해 경영 계획과 임원 인사도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김 회장 법정 구속 이후 경영 시계가 멈춘 셈이다. 현재 한화는 최금암 경영기획실장 중심으로 비상 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최 실장은 재무, 법무 등 각 팀장과 현안을 조율하고 있으며 각 계열사는 자율경영 체제를 가동 중이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실장은 2011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발령 났지만 김 회장의 재판 등을 챙기며 대부분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도 김 회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한화 관계자는 “연초 최금암 경영기획실장이 50여개 계열사 대표들과 잠정 사업계획을 세웠다”면서 “다만 신성장 사업 추진보다는 현재 하고 있는 사업 등을 공유하고 보고한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어떤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계획이 나와야 이에 따른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도 실시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투자 목표나 부장 이상 승진은 모두 올스톱이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차장급까지의 승진인사는 단행했지만 부장급 이상은 제외됐다. 부장급 이상 인사 대상자는 100여명인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지난해 매출 목표를 42조 1000억원, 투자 규모를 1조 9300억원으로 잡았다.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3분의1토막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판결문을 받아본 뒤 상고할 예정이다. 당분간 비상경영은 지속될 전망이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금호, 음악영재에 古악기 무상지원

    금호, 음악영재에 古악기 무상지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음악영재에게 고(古)악기를 무상으로 지원하며 후원에 적극 나섰다. 박삼구(왼쪽)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11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그룹 본사에서 서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오른쪽·24)씨에게 1794년산 명품 바이올린 ‘주세페 과다니니 크레모나’를 전달했다. 금호그룹 산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악기은행이 보유한 이 바이올린은 1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 악기를 3년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악기 보험금 등은 금호문화재단이 부담하게 된다. 김씨는 지난달 금호문화재단이 음악영재를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악기은행 임대자 오디션’에서 1등을 차지해 지원을 받게 됐다. 이날 전달식에는 금호악기은행의 기존 대여자인 10대 바이올리니스트 진예훈(14), 예영(10) 남매도 함께 자리했다. 금호문화재단은 1993년부터 유망 음악영재들을 지원하기 위해 악기은행제도를 운영해 왔다. 지원을 받은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등 28명에 이른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30대 그룹 투자 ‘허와 실’] 투자 실천 미지수… 산업부선 “100% 달성” 엄포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성을 비롯한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채용 계획을 취합해 공개하면서 이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투자·채용 계획이 아무리 거창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국민이 체감할 만한 경기훈풍은 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민·관합동 투자·고용협의회를 구성해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포럼에서 “규제 완화 건의 사항은 확실히 (처리)할 것이니 투자·고용계획 이행은 확실해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시로 투자·채용 계획 이행 여부를 꼼꼼히 챙겨 100% 달성을 이끌겠다는 장관의 엄포다. 하지만 실제 투자·고용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수출이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 상황이 당분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30대 그룹은 홍석우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15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투자 실적은 138조 2000억원에 그쳤다. 삼성·현대차 등 10대 그룹 역시 121조 5140억원의 투자를 계획했지만 5조 3936억원을 덜 투자했다. 투자계획을 발표했던 지난해 초만 해도 하반기에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과감한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 등이 계속되면서 집행을 미루거나 중단했기 때문이다. A그룹 고위관계자는 “연초에 발표하는 투자·고용 계획은 전년도 하반기에 전망한 근거를 토대로 만든 것이어서 이를 100% 지키기는 어렵다”면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요구하다 보니 수치가 약간 과장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관리 소홀에도 책임이 있다. 연초에는 30대 그룹의 공격적인 투자·고용을 압박하지만, 연말에 이를 실제로 달성했는지는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는 게 재계의 솔직한 설명이다. B그룹 고위관계자는 “어차피 정부가 실제 투자 이행 여부는 면밀히 따지지 않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없는 해에도 정부의 기대에 부응해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는 곳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이 투자에 소극적인 만큼 경제를 살리고 서민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정부가 이렇게라도 나설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기업의 몸사리기식 경영이 이어지면 내수 경기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투자 금액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투자가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이뤄지느냐 하는 것”이라면서 “아무리 기업이 많은 돈을 투자해도 대부분 해외에 공장과 설비를 짓는 데 쓰인다면 결국 국내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만큼 (정부가) 투자의 내용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새 정부 장·차관급 83명 중 52명 고시 출신

    새 정부 장·차관급 83명 중 52명 고시 출신

    박근혜 정부를 떠받칠 고위직 인선이 거의 마무리됐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잡음과 내홍이 심했던 이번 인선의 두드러진 특징은 관료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특히 장차관급 고위직에 임명된 공무원 출신 대부분은 행정·기술·외무고시, 사법시험 등 특정 시험을 통해 공직에 입문한 사람들이다. 서울신문이 새 정부의 기구도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17부 3처 17청의 기관장과 각 부 차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새로 임명된 차관급 이상 공직자 83명 중 52명(약 63%)이 고시를 거친 공무원 출신이었다. 국무총리와 17개부 장관 등 18명 중 11명, 차관 27명 중 22명, 청와대 3실장 9수석 중 6명이 고시 출신이다. 이들 외에 검찰총장, 법제처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고시를 거쳤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역대 다른 정부의 관료 의존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와 참여정부에서도 차관급 이상 고위직의 절반 이상을 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차지했다. 고시 출신 관료의 고위직 독점은 정부 기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장차관이나 각 부처 실국장들이 현직에서 퇴임하면 상당수가 주요 공기업 등 공공기관 수장이나 임원 자리로 옮겨 앉는다. 현재 한국전력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10대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5명이 고시를 거친 공무원 출신이다. 고시 출신 공무원들은 정부가 최대 주주이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금융그룹 수장과 은행장 자리에도 적잖이 진출해 있다. 이들은 정부 부처와 공기업, 주요 금융기관의 최고 핵심 요직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런 현상이 국가 발전에 긍정적인지 아니면 부정적인지 논란을 떠나 이들이 대한민국의 최고 파워 엘리트 그룹인 것은 현실이다. 임창용 전문기자 sdragon@seoul.co.kr
  • [공연리뷰] 연극 ‘러브… ’ 로맨틱 코미디에 담은 세대 갈등

    [공연리뷰] 연극 ‘러브… ’ 로맨틱 코미디에 담은 세대 갈등

    사랑이라는 말이 세 번이나 들어가 있다. 포스터도 달콤한 분홍빛이고, 두 주인공이 활짝 웃고 있으니 로맨틱 코미디 향기가 물씬 풍긴다. 그런데 대사에 귀를 기울이면 가슴 뜨끔하고 때론 고개가 끄덕여지는 사회적 담론이 담겨 있다. “우리 젊은 세대가 중심”이고 자신을 “조국의 미래”로 알았던 젊은이들이 이제는 은퇴세대가 됐다. “돌아보니 40년 간 중노동했”고 “뼈 빠지게 일했다.” 그런 노년을 바라보는 자식세대는 불만이 가득하다. “엄마가 하라는 대로 했어. …나는 진짜 그렇게 사는 게 옳다고 믿었어. 엄마가 그러라 그랬으니까.” 똑똑한 아빠 엄마에게 장래를 내맡기고 부모가 일러준 대로만 착실히 살아왔는데, 어느덧 주변을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다. 집도, 차도, 가정도, 내 힘으로 얻기 어렵게 만든 건 부모 탓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엄마 아빠는 싸구려 비행기, 비싼 차 타고 다니면서, 그게 환경에 어떤 해를 끼치는지, 절대 생각 안 하는 사람들이야. 노조 깨부수고, 부자 감세 시행한 마거릿 대처를 찍은 세대야. …이번에는 토니 블레어 찍었지? 또 보수당이야, 또.” 딸이 아빠·엄마를 향해 불만을 분출시키며 내뱉는 대사, 영국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나라 이야기라고 해도 고개가 끄덕여질 만하다. 젊은 세대가 보기에 부모 세대는 대학 졸업자도 별로 없었고, 취직도 쉬웠고, 조금만 노력하면 뭐든 이룰 수 있던 시절에 승승장구했다. 부모 세대 당사자들은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에 길을 만들고 하나하나 쌓아가면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고 자부한다. 오히려 그 바탕 위에서 자식들은 편안하게 공부하고 일하는데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다고 탄식한다. 서울 중구 명동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러브, 러브, 러브’(마이크 바틀릿 작, 이상우 연출)는 세대에 따른 사고의 변화, 시각차와 갈등의 배경을 명쾌하게 그려냈다. 비틀스가 ‘올 유 니드 이즈 러브’를 부르던 1967년. 케네스(이선균)는 형 헨리(김훈만)의 집에 얹혀살지만 “국가가 내게 투자하고 있다”는 자신감에 넘친다. 산드라(전혜진)는 자유를 갈망하는 피끓는 청춘이다. 19살 동갑인 데다 옥스퍼드대 학생인 케네스와 산드라는 비틀스와 크림의 음악을 좋아하고 대마초를 피우면서 변화하는 세상을 외쳐댄다. 여러 방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더니, 덜컥 결혼했다. 1990년. 비틀스에 광분하던 케네스는 아들 제이미(노기용)가 듣는 모던록그룹 블러의 ‘송2’에 기겁하는 중년이 됐다. 부부는 중산층 동네에 살며 딸 로지(노수산나)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경제적 여유를 누린다. 열정은 없고 구속이 지겨운 부부는 쉽게 이혼했다. 21년 뒤, 은퇴한 63살 케네스는 프랑스식 창문이 있는 넓은 집에서 제이미와 함께 지낸다. 연금, 임대수입을 합쳐 수입은 6만 파운드(약 1억원)에, 취미로 골프를 즐긴다. 세련된 노년이 된 산드라와 친구처럼 연락하며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이들에게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 됐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영 불편하다. 대학을 나와 일하다 보니 37살이 됐는데, 가진 거라곤 대출금 1만 파운드(1700만원)가 전부인 로지가 그렇다. 이 지경이 되도록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부모 세대는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사다리를 부숴버”린 이기적인 사람들일 뿐이다. 케네스와 산드라도 할 말은 있다. “최소한 부모한테 빌붙지는 않았”고, “없는 사다리를 만들어서 올라갔”다. 부모와 자식의 처지는 모두 이해의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의 소통과 이해는 접점을 찾지 못한다. 작품에서도 부모 세대가 이기적인지 자식 세대가 나약한지, 누가 옳고 그른지 결론내지 않는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코믹한 대사와 상황을 양념 삼아 작품을 즐긴 관객들이, 공연장을 나서면서 세대의 간극을 이해하고 답을 찾으려고 시도할 때 작품이 품은 의미와 메시지가 완성될 듯하다. 1막과 2막, 3막을 거치면서 케네스와 산드라의 생활환경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준 무대가 돋보였다. 배우 전혜진의 연기가 유난히 빛을 발한다. 전혜진은 10대와 40대, 60대를 연기하면서 각각 발랄하고, 세련되고, 우아한 모습으로 변신하면서 활력을 넣었다. 실제로 부부 사이인 이선균과 전혜진의 자연스러움과 적당한 긴장감이 유지된 연기도 볼만하다. 오는 21일까지. 2만~5만원. 1644-2003.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세계 무역 8강 코리아] 팔았다 빛냈다 고맙다

    [세계 무역 8강 코리아] 팔았다 빛냈다 고맙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이탈리아를 제치고 당당히 세계 무역 8강에 진입했다. 2006년 무역 규모 12위에서 2009년 10위권 진입한 데 이어 3년 만에 두 계단을 올라섰다. 국내 기업들의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와 제품 품질 향상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수출 5481억 달러, 수입 5196억 달러로 무역 규모 1조 677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1조 796억 달러에 이어 2년 연속 1조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수출 증가와 비례해 국내 기업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산업계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중 지난해 매출규모 1위 기업은 삼성전자(201조 1036억원)였으며 SK(119조 6777억원), 현대차(84조 4697억원)가 뒤를 이었다. 또 연간 매출 10조원을 넘긴 기업은 38개로 2011년(33개)보다 5개가 늘었다. LG가 빠지고 6개 기업이 새롭게 진입했다. 이마트(12조 6850억원)와 현대글로비스(11조 7460억원), 삼성엔지니어링(11조 4402억원), LG유플러스(10조 9046억원), 한진해운(10조 5894억원), 대림산업(10조 2533억원), SK하이닉스(10조1622억원) 등이 ‘매출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메이드 인 코리아’ 열풍은 국내 기업들의 꾸준한 R&D와 더불어 잇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경제영토’ 확대에 힘입었다. 2002년만 해도 우리 무역 규모는 3146억 달러 수준이었다. 지난해 연간 무역규모가 1조 677억 달러로, 10년 만에 무려 240%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우리 경제는 흔들림이 없었다. 2009년 무역 규모는 6866억 달러(수출 3635억 달러, 수입 3231억 달러)에 그쳤으나 2010년에는 8916억 달러로 올라섰으며 2011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우리나라의 선전에는 ‘수출효자’ 품목들의 역할이 상당했다. 석유제품(567억 달러), 반도체(509억 달러), 승용차(424억 달러), 선박(382억 달러), 무선통신기기(156억 달러) 등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SK와 GS칼텍스 등의 석유제품 등은 글로벌 1등으로 대접 받으며 우리 경제를 단단히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세계 경기에 대한 불확성이 증가하는 가운데에도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0대 그룹은 올해 122조 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7.3% 증가한 것이다. 주로 차세대 정보기술(IT)과 고기능성 신제품 등 미래 성장동력 분야에 투자한다. 고용도 지난해보다 5.2% 증가한 8만 6000여명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 계획한 47조 8000억원보다 다소 늘어난 5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용 계획은 2만 6000명을 예정하고 있다. 현대차도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의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양산 체제를 갖추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850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 하이닉스를 인수한 SK그룹은 차세대 반도체 분야와 5세대 네트워크 구축 등에 투자를 집중한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무역 1조 달러를 넘어서려면 국내 기업들은 지속적인 R&D를 통해 신제품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정부도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정책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삼성, 환경안전 전문인력 키운다

    삼성그룹이 불산 유출 사고를 계기로 환경안전 분야의 전문 인력 확충에 나섰다. 삼성은 27일 위험물질 관리, 공정 및 설비안전관리 등 관련 분야 4년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첫 공채를 실시해 150명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력사원 채용과 별도로 환경안전 분야 전공 신입사원 150명을 뽑는 절차도 진행 중이다. 경력직 채용에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16개 계열사가 나서며, 새달 5일까지 지원서를 받은 뒤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뽑는다. 삼성그룹은 “최근 불산 유출 사고를 계기로 환경안전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필요 사항을 점검한 결과 이 분야의 인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삼성은 올해도 고졸자 70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에는 소프트웨어, 사무직, 생산기술직 등에서 채용했지만 올해에는 연구개발직, 영업직으로까지 직군을 확대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체의 15% 수준인 100명은 저소득층, 농어촌 출신 등 소외 계층에서 선발한다. 고졸 공채로 입사한 사원은 주로 개발보조, 영업보조 등의 업무를 하게 되며, 개인 역량에 따라 5∼6년 후에는 대졸 수준인 3급 사원으로 승진하게 된다. 한편 이번 대졸 신입사원 공채의 한 전형으로 새롭게 도입한 ‘통섭형 인재채용’ 과정인 SCSA(Samsung Convergence Software Academy)에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인문계 전공자를 뽑아 6개월의 집중 교육을 통해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양성하는 과정으로, 상반기 삼성전자와 삼성SDS에서 각 50명씩 총 100명을 선발한다. 삼성SDS에만 2000명이 넘게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등을 감안하면 경쟁률이 40대1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그룹 일반 대졸 공채 경쟁률의 경우 통상 10대1 수준이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KIA클래식] 김인경 ‘연장 트라우마’

    [KIA클래식] 김인경 ‘연장 트라우마’

    꼭 1년 전 나비스코에서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났을까.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이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IA클래식에서 연장 접전 끝에 또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인경은 25일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 골프장(파72·6593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를 적어낸 김인경은 2타를 까먹어 동타가 된 베아트리스 레카리(스페인)와 연장에 들어갔지만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얻어맞고 우승컵을 내줬다. 후반 들어 결정적인 퍼트가 계속 빗나가 연장전으로 끌려간 데 이어 두 차례의 연장홀에서도 좀처럼 말을 듣지 않은 퍼터에 땅을 쳤다. ‘데자뷔’(기시현상)였다. 2010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을 끝으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김인경은 지난해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다시 우승 기회를 잡았다. 김인경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홀까지 50㎝도 안 되는 거리에 파퍼트를 남겨놨다. 이 퍼트만 떨궈도 우승이었지만 너무 강하게 친 볼은 홀을 돌아 나왔다. 이 때문에 김인경은 연장에 끌려 들어가 결국 유선영(27·정관장)에게 지고 말았다. 이 말도 안 되는 파퍼트 실수는 지난해 미국 골프채널이 선정한 10대 뉴스 가운데 여섯 번째로 꼽히기도 했다. 이날도 11∼13번홀까지 3개 홀 연속 보기를 적어낸 김인경은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분위기를 바꾼 뒤 16번홀에서 결정적인 우승 기회를 잡았다. 280야드밖에 되지 않는 짧은 파4홀에서 티샷을 바로 그린 위에 올려 홀 2m에 붙인 것이다. 그러나 이글 퍼트가 야속하게도 홀을 비켜 가 버디에 그쳤고 17번홀(파5)에서도 역시 비슷한 거리의 버디 퍼트가 홀을 외면했다. 18번홀(파4)도 마찬가지. 2m가 안 되는 파퍼트를 성공시켰더라면 우승이었지만 이 또한 홀을 외면해 연장에 들어갔다. 연장 두 번째 홀까지 간 승부에서 김인경은 파 세이브에 성공해 세 번째 연장으로 가는 듯했다. 그러나 두 번째 샷을 그린 오른쪽 러프로 보낸 레카리가 느닷없이 퍼터를 꺼내 들었고, 5.5m 밖에서 굴린 공은 그대로 홀에 떨어졌다. 거짓말처럼 끝난 승부에 김인경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의 투어 연장 분패는 네 경기로 늘었다. 한편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미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대회 4라운드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2번홀까지 마친 뒤 강풍 때문에 순연됐다. 따라서 우즈의 세계 1위 등극 여부도 하루 미뤄졌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사설] 공정위·국세청 공조로 일감몰아주기 뿌리뽑길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없애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할 경제 민주화의 핵심 정책에 속한다. 지난해 1~3월 국내 10대 그룹들은 대기업집단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광고와 시스템통합(SI), 건설, 물류 등의 분야에서 경쟁입찰 방식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룹마다 보도자료를 내고 일감 몰아주기 근절 자율선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1년가량 지난 지금, 과연 재벌들의 부당지원행위 즉 일감 몰아주기는 얼마나 줄어들었을지 궁금해진다. 자율선언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고 적극 실행으로 옮겨지기를 기대한다. 국세청이 오는 7월 세금을 부과할 계획인 일감 몰아주기 대상 기업이 최소 120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총매출 중 그룹 계열사 매출, 즉 내부거래 비중이 30%를 넘는 대기업 중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를 웃도는 곳들이다. 국회도 여야 구분 없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철저한 세무조사를 요구하고 있어 세무조사 강도와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채택한 국정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국세 소멸시효가 끝나지 않은 모든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상속·증여세와 법인세 과세를 위한 세무조사 실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주요 기업의 주주 관계와 친·인척 가계도 등 과세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철저히 하기 바란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대기업들의 꼼수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재벌들이 더 많은 친족기업을 동원, 특정업체와의 내부거래 비중을 30% 이하로 낮춰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피하는 수법이 등장할 여지도 있다고 한다. 그런 만큼 대기업의 교묘한 일감 몰아주기를 뿌리뽑기 위해 부처 간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공정위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나 내부거래 비중, 일감 몰아주기 사례 등을 국세청이 요청하면 언제든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재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기업들의 자세라 할 수 있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이나 양극화 해소가 시대적 과제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탈세 등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한 부의 대물림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 계열사 간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내부거래위원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외이사들이 총수의 거수기 역할을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 [커버스토리-전관예우 공화국] 경제관료 전관예우 실태

    #1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직 고위관료들이 잇따라 대기업 사외이사로 옮겨갔다. 공정위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전임자가 잘나간다는 면에서 반길 만하다. 그런데 이런저런 뒷말이 무성하다. 한 전임자의 경우, 현직에 있을 때 이번에 자신이 옮겨간 대기업 관련 조사를 미루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자기 안위를 위해 친정을 욕보인 사례”라면서 “이런 선배들은 무슨 사건이 터지면 대놓고 ‘봐달라’고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부탁을 못 들은 척하면 “예의 없다”고 뒷담화를 하고 다니는지라 대놓고 묵살하기도 어렵다는 고백이다. #2 기획재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예산 통제 등을 받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으려고 전방위 로비전이 펼쳐지는데 여기에도 전관예우 속사정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해당 기관장 등 임원들은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기업에 2년간 취업하지 못한다’는 제재조항에 걸리게 된다. 전관예우를 통해 민간 기업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고위직들 처지에서는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얘기다. 법조계 못지않게 경제관료 사회에도 전관예우 관행이 뿌리 깊게 퍼져 있다. 경제부처 중에서도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처 출신들은 로펌의 영입 0순위다. 국세청의 경우 2006년 이후 5년간 퇴직한 공무원 중 26명이 로펌 및 회계법인으로 옮겨갔다. 퇴임 당일이나 이튿날 바로 취업한 경우도 11명이나 된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칼날’을 휘두를 수 있는 금융 출신들도 인기가 높다. 현재 국내 6대 로펌의 고문이나 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전직 경제 관료는 60여명이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는 허병익 전 국세청장 권한대행과 서동원 전 공정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포진해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에는 김영섭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이, 율촌에는 이정재 전 금감원장과 채경수 전 서울국세청장 등이 있다. 세종의 김영주 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과 이근영 전 금감원장, 광장의 김용덕 전 금감원장 등도 눈에 띈다. 최근 신세계 사외이사를 맡은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법무법인 화우에 몸담았다. 이들의 몸값은 공무원 연봉의 2~3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해 수억원을 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이모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장은 퇴직 뒤 2006년 9월부터 5년 가까이 S그룹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31억여원을 받았다. 고문이지만 웬만한 대기업 사장보다 연봉을 더 받은 셈이다. 전직 관료들에게 눈독 들이기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기업 경영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10대 재벌기업 92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323명 가운데 공무원 출신, 즉 ‘전관’들은 109명이다. 3명 중 1명 꼴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경제관료는 “기업이 (세무조사 등의) 방패막이나 고급정보 획득 등의 의도 없이 순수하게 전직 관료를 사외이사로 데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관료 출신 사외이사의 상당수는 해당 기업의 공식 로비스트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료도 “모임에 나가 보면 ‘기업 사외이사로 나를 추천해 달라’거나 ‘무슨무슨 건을 잘 봐달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선배들이 있다”면서 “꺼진 불이 다시 화려하게 타오르는 경우(공직 재발탁 등)도 적지 않아 이들의 부탁을 외면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10대그룹 신입사원 공채 본격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재계의 신입 사원 공개채용이 LG그룹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LG그룹은 1일 LG상사를 시작으로 10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계열사별 대졸신입사원 공채에 나섰다. LG상사는 10일까지 4년제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자원개발, 해외영업, 경영지원 분야 등에서 입사 지원서를 접수한다. 자원개발 관련 전공자와 제2외국어 가능자는 우대받는다. LG전자는 4~20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구설계 등의 연구·개발(R&D)인재를 비롯해 영업, 마케팅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입 사원을 뽑는다. LG전자는 국내 주요 대학에서 캠퍼스 리쿠르팅 행사도 병행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오는 15∼16일 서울 서교동 자이갤러리에서 잡 캠프를 열고 실전 같은 모의 인성 면접, 자기소개서 지도, 취업 성공 스토리 소개 등을 진행한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은 4∼20일 입사 희망자들의 지원서를 받는다. LG유플러스는 25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인턴십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며 7월 초부터 6주간 인턴십을 진행한 뒤 최종 면접을 거쳐 정식 채용한다. 삼성그룹은 18일부터 공채를 시작한다. 원서접수는 18일부터 22일까지이며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는 4월 7일 실시한다. 면접은 4월 말이나 5월 초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SK그룹, 롯데그룹, GS그룹, 한화그룹 등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3월 채용이 유력시되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박근헤 정부 국정목표 확정] 공약 수정은 도리 아니라더니… 사라진 ‘1번 공약’ 경제민주화

    [박근헤 정부 국정목표 확정] 공약 수정은 도리 아니라더니… 사라진 ‘1번 공약’ 경제민주화

    그동안 대선 공약의 수정과 폐기는 없다고 강조해 왔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약속과 달리 일부 공약의 경우 질적으로 후퇴하거나 용어 자체를 폐기했다. 재원 부족과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이유로 여겨지지만 줄곧 “(공약 수정과 폐기는) 국민께 도리가 아니다”라고 해 온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총·대선의 ‘간판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확립’으로 용어가 바뀌었다. 박 당선인이 18대 대선 당시 예비후보자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제출할 때만 해도 ‘1번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가 최종 대선 공약에선 ‘9번 공약’으로 후퇴한 데 이어 향후 5년간 ‘박근혜 정부’의 로드맵인 국정과제에서는 용어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경제민주화 내용도 후퇴했다. 박 당선인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해 배상 금액을 최고 10배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국정과제에서는 현행 하도급법과 외국 사례를 고려해 상한액을 3배로 규정했다. 현재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에 대해서는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고 있다. 또 대기업 총수의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형량 강화’, ‘대형 경제비리 사건에서 검찰 구형에 못 미치는 판결 선고 시 원칙적으로 항소’ 수준으로 후퇴했다. 류성걸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21일 이와 관련, “용어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서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가 약화된 것은 아니다”면서 “(경제민주화는) 공약한 대로 상당히 세부적으로 내용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독 경제민주화만 ‘5대 국정 목표’가 아니라 이를 세부적으로 뒷받침하는 ‘21대 전략’에 포함돼 있어 ‘경제민주화는 선거용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조원동 경제수석 내정자의 성향까지 감안하면 새 정부의 경제 기조는 경제민주화가 아닌 성장에 무게가 쏠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애초부터 재원 대책이 없었던 박 당선인의 106개 시·도 공약은 국정과제에서 아예 제외됐다.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비판이 쏟아질 수 있어 인수위는 이를 각 부처에서 알아서 처리하도록 일임했다. 강석훈 국가기획조정 인수위원은 “(국정과제에) 다리를 놓고 하는 것을 넣을 수 없지 않나”라고 반문하면서 “부처 장관 보고에서 (당선인의) 지역 공약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복지 분야에서는 재원 부족 등으로 공약의 후퇴가 두드러졌다. 한국납세자연맹이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할 정도로 논란이 됐던 기초연금 공약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배(20만원) 지급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매월 4만~20만원을 지급하기로 수정했다. 140개 국정과제 중에는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제 신설 내용이 포함됐지만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한 ‘상설특검제’ 공약은 빠져 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도 결론을 내지 못해 공약 후퇴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혜진 사회안전분과 간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각 부처 관계자를 만나는 등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논의했지만 양 부처의 견해차가 너무 컸다”며 “추후 국민이 참여해 다시 수사권 문제를 심층 논의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19일 TV 하이라이트]

    ■즐거운 책 읽기(KBS1 밤 12시 40분) 책 ‘하버드 사랑학 수업’은 하버드대학교에서 3년간 진행되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강의 내용을 묶은 것이다. 마리 루티 교수 본인과 학생들의 고민거리,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꿰뚫고, 사랑할 때 하지 말아야 할 행동 등을 이야기한다. ■1 대 100(KBS2 밤 8시 50분) 갱스터 래퍼 가수 데프콘, 다재다능한 매력을 소유한 존재감 있는 연기자 방중현이 각각 1인에 도전한다. 1인에 맞서는 막강한 100인 군단으로는 연예인 퀴즈군단, 산림항공본부 직원들, 지식재산권 전문가 변리사 모임, 태권도 시범단, 과기대 골드미스 교직원 모임, 비비밥 유랑단, 그리고 68인의 예심통과자들이 함께한다. ■일일연속극 오자룡이 간다(MBC 밤 7시 15분) 공주(오연서)가 AT그룹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을 속였다며 배신감을 느끼는 자룡(이장우). 공주는 화가 난 자룡에게 일부러 속인 것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한편 기자(이휘향)는 임신한 기영(조미령)에게 아이를 지우자고 말한다. 이에 기영은 재룡(류담)의 집으로 도망친다. ■기자가 만나는 세상 현장 21(SBS 밤 8시 50분)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30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스마트폰 보안에 적신호가 켜졌다. 스마트폰이 개인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늘릴수록 사생활 노출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도청 ‘스파이앱’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직접 실험을 해본다. ■EBS 다큐 프라임(EBS 밤 9시 50분) 또래의 에너지는 이 세상도 바꿀 수 있다. 여기 10대들의 손으로 세상을 바꾼 이야기가 있다. 또래관계를 통해 놀라운 영향력을 발산하는 10대들의 이야기가 세상에는 아주 많다. 세상을 바꾸고, 삶을 바꾸고, 친구를 바꾸는 또래들의 힘. 그 놀라운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가족(OBS 밤 11시 5분) 전남 땅 끝 마을 해남. 봄이 가장 먼저 오는 이곳에 된장으로 인생이 바뀐 이승희씨와 남편 박종기씨,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살고 있다. 읍내 미용실에서 미용사로 활동하던 승희씨.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자궁암 판정을 받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몸에 좋다는 된장에 푹 빠져 이제는 된장명인 사업가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 ‘카드’ 없는 전경련, 허창수 회장 재추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오는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정기총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논의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임기가 만료되는 현 허창수 회장의 연임 및 정병철 상임 부회장 등 상근 임원진의 교체 여부가 결정된다. 새 정부에 대한 어젠다도 함께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재계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들이 모임을 갖고 허 회장의 유임 여부와 상근 임원들의 교체에 대한 논의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전경련의 최대 관심사는 2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허 회장의 연임 여부다. 전경련 회장단은 대안 부재를 이유로 허창수 현 회장을 재추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그동안 GS칼텍스 세무조사와 GS건설 담합 행위 적발 등 계열사 비리가 불거진 데다 허 회장의 ‘무색무취’ 스타일이 전경련의 위상 약화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도 있어 그의 연임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대안부재로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세청이 GS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GS칼텍스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에 나섰다. GS칼텍스 대주주의 친족이 보유한 국외 자회사와의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 소식도 전해진다. 여기에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사건’에 연루된 GS건설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전경련 회장이 오너로 있는 회사가 담합을 주도해 온 사실이 드러날 경우 입장이 난처해진다. 정병철 상근 부회장과 이승철 전무 등 이른바 ‘양철’이 계속 남느냐도 관심거리다. 그간 이들은 전경련의 ‘입’으로 통했지만, 경제민주화 등의 조류에 편승한 ‘기업 때리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여기에 전경련 불통 이미지가 가해져 ‘새 시대의 소통’과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와 관련, 정병철 부회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계에서는 허 회장이 유임할 경우 정 부회장 교체를 주저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 부회장이 분가 전 LG그룹 출신인 데다 허 회장의 업무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이슈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 5위 이내의 회원사인 H사의 J 사장 등 하마평도 나돌고 있다. J 사장의 경우 힘 있는 부회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지만, 모(母)기업이 그를 놔줄 리 없어 재계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H그룹 계열사 사장을 맡고 있는 J 사장도 하마평에 오른다. 재계 안팎의 신망이 두텁기 때문이다. 이 밖에 또 다른 J 전 L그룹 부사장, S그룹 K 부사장 등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전경련이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 어떤 ‘카드’를 내놓고 관계 설정에 나서려 할지도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박 당선인과 우호적 관계를 모색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아직 삼성 등 주요 그룹들이 올해 투자 규모를 밝히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대통합’을 명분 삼아 청년 일자리 창출과 동반성장 등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무색무취’ 허창수 전경련회장 유임되나

    ‘무색무취’ 허창수 전경련회장 유임되나

    이달 말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 임기를 마치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사실상 연임 의사를 내비치면서 그의 연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2013년도 정기이사회를 열어 허창수 현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허 회장은 2011년 2월 전임 조석래 효성 회장이 건강 문제로 전경련 회장직을 그만두자 33대 회장에 올라 2년간 전경련을 이끌어 왔다. 500여개의 회원사로 이뤄진 전경련은 130여개의 주요 회원사가 현안을 이사회에서 논의한 뒤 정기총회에서 전체 회원사가 모여 최종 결정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재계에서는 사실상 허 회장의 연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경기 고양시의 무연고 지적장애인 보호시설인 ‘천사의 집’을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회장 연임 여부는) 회원사들에 물어 봐라. 그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연임에 대한 결심을 굳혔다는 것으로 읽힌다. 전경련은 2011년 허 회장이 수장이 되면서 12년 만에 10대 그룹 내 오너가 회장직을 맡았다는 명분도 있는 데다 “내가 해 보겠다”고 나서는 총수는 없는 상태여서 허 회장 연임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허 회장에 앞서 32대 회장까지 총 13명의 전경련 회장 가운데 연임하지 않은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구자경 LG 명예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등 3명에 불과하다. 당초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던 허 회장도 2년여 동안 재계 수장으로서 누리는 예우와 의전에 만족스러워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허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임기 동안 대외적인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불통 전경련’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기업 정책과 관련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때론 악역을 자처해 적극적으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데도 이른바 ‘무색무취’의 소극적 대처로 전경련의 위상이 위축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좀 더 힘 있는 총수가 나오지 않는 한 이제 전경련이 할 일은 거의 없어진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또한 허 회장이 취임한 뒤 전경련 사무국이 정치권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시도했던 일이 알려져 사회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전경련 해체론’이 공론화되면서 ‘경제 민주화’의 불씨가 댕겨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자산 387조 ‘슈퍼갑’ 마음만 먹는다면…

    [주말 인사이드] 자산 387조 ‘슈퍼갑’ 마음만 먹는다면…

    #1 지난해 11월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미국 뉴욕에서 예정된 골드만삭스 고위 관계자들과의 점심 약속을 취소했다. 예고 없는 골드만삭스의 한국 자산운용부문 철수 소식을 들은 직후 심기가 불편해진 탓이었다. 골드만삭스 측은 급히 ‘사절단’을 보냈다. 마이클 에반스 부회장이 직접 한국으로 날아와 전 이사장을 면담, ‘파워 고객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에반스 부회장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전략 차원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한 뒤 향후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할 것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2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해 6월. 유럽 금융계 최고경영자(CEO)와 정·관계 인사 150여명이 영국 런던에 총집결했다. 더글러스 플린트 에이치에스비씨(HSBC) 회장, 디디에 발레 소시에테 제너럴 회장,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 등 웬만해선 만나기 힘든 거물들이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큰 손’인 국민연금의 첫 해외사무소 개소를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국민연금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굴리는 돈은 62조 4000억원이다. 세계 금융계 거물들이 만사 제치고 ‘눈도장’을 찍으러 개소식에 온 이유다. 국민연금은 이렇듯 국제무대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하다. 국민연금이 지난달 24일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히자 당일 동아제약 주가는 전날보다 4.5%나 급락했다. 동아제약이 우호지분을 끌어들여 지주회사 전환을 주주총회에서 관철시키기는 했지만 이를 계기로 국민연금이 단순 의결권 행사를 넘어 사외이사 추천, 대표소송 제기 등 좀 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1일 금융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387조 4000억원이다. GPIF(일본 공적연금), GPFG(노르웨이 글로벌펀드연금), ABP(네덜란드 공적연금)에 이어 세계 4위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돈만 70조원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국민연금은 금융시장과 주총장에서 세를 키워가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9% 이상 갖고 있는 기업 수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삼성엔지니어링 등 67개다. 1년 전에 4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67%나 늘었다.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도 2011년 말 174개에서 1년 새 222개로 늘었다. 통상 지분율이 10%를 넘어서면 주요 주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10%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발표한 ‘10대 그룹 상장사에 대한 국민연금 주식 보유 현황’에 따르면 10대 그룹 상장사 중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최대 주주인 곳은 4곳이나 된다. 삼성물산 9.68%, 호텔신라 9.48%, 제일모직 9.80%, 포스코 5.94%이다. 국민연금이 2대 주주인 곳은 삼성전자(7%), 현대차(6.75%), SK하이닉스(9.10%), SKC(9.48%) 등이다. 하나금융(9.35%), KB금융(8.24%), 신한금융(7.34%), 우리금융(4.04%) 등 4대 금융지주에도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작심하고’ 달려들면 이들 기업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3월 포스코는 주총에 올리려던 정관 변경안을 자진 철회했다. 당시 지분 6.44%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부정적 기류가 포착됐기 때문이었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기 전에 ‘알아서’ 눈치를 본 셈이다. 포스코처럼 지분이 분산돼 있는 상장사는 주주 권익을 앞세운 국민연금의 의견을 거부할 수 없는 처지다. 오너가 있는 상장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림산업의 경우 국민연금과 외국인 지분율을 합하면 오너 대주주 지분율의 두 배에 가깝다. 이 때문에 대림산업도 포스코처럼 주총 전에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안건을 철회했다. 류동완 국민연금 홍보실장은 “일부러 어깃장을 놓은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금융시장 투자규모나 소유 지분율이 높다 보니 시장에 대한 책임과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의결권을 행사한 2565건 중 반대표를 던진 안건이 436건(17%)이나 된다. 2010년 8%, 2011년 7% 등과 비교하면 반대 비중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주로 정관 변경이나 임원 선임 등 경영 현안에 관해 제동을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 민주화를 위해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국민연금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은 그야말로 슈퍼갑”이라면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며 국민연금에 관한 언급 자체를 극도로 피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파워는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기업의 중장기 투자와 의사결정에 대해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고민하는지 의문이라는 점에서다.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행위까지 간섭하고 침해하려 들면 기업들의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민연금 측은 지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강변하지만 지침 자체가 굉장히 추상적”이라면서 “때문에 모든 사안에 주주가치 훼손이라고 주장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되면 총수의 결단을 요구하는 그룹 차원의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국내 재벌 그룹은 상당수가 순환출자 등으로 얽혀 있고 경영권 승계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국민연금이 주주 권리를 내세우기 시작하면 그룹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고충도 나온다. 반대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가 실제 안건 부결로 이어진 사례는 한섬, 삼천리, 키움증권 등 3건에 불과해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안건 부결까지 끌어내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투명성을 끌어올린 효과는 크다”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기준을 미리 공부해 경영에 참조한다”고 전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사설] 최 회장 구속,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계기로

    회사 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태원 SK회장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어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최 회장이 펀드 출자금에 대한 선급금 명목으로 계열사로부터 교부받은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008년 말 그룹 계열사들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일부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법원의 선고 형량이 지난해 11월 검찰 구형량 그대로인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재계 총수의 비리 단죄에 대한 사법부의 강한 의지가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판결은 새 정부가 추진할 경제민주화 정책의 향방과 연관해 국민적 이목을 모았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열린 대기업 총수에 대한 첫 선고 공판이었다는 점에서다. 검찰과 SK 간 신경전이 치열했던 것도 이런 시대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았을 것이다. SK는 최 회장이 펀드자금의 불법 송금을 몰랐다며 횡령 혐의에 대한 공모 관계를 부정하는 데 집중했다. SK는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아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법정 다툼을 계속할 태세다. 재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이어 최 회장마저 법정구속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10대 그룹 오너 2명이 6개월 사이 연이어 법정구속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심리적 충격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선고 이후 긴급 회의를 열어 “법원이 최 회장을 법정구속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논평을 냈다. 그러나 대기업에 대한 규제의 강도가 약해지기는 힘들 것이다. 지난해 말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 23명은 횡령·배임죄로 처벌받는 재벌 총수에게는 반드시 실형이 선고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대기업들은 이런 때일수록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동반성장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작금의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기업 총수들의 잇따른 사법 처리가 묻지마식 반기업 정서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 [비정규직 현황과 명암] 근로자 33.3%가 고용불안… ‘정규직화 - 일자리 창출’ 딜레마

    [비정규직 현황과 명암] 근로자 33.3%가 고용불안… ‘정규직화 - 일자리 창출’ 딜레마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기업의 고용 창출 및 안정성을 강조한 데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대규모 정규직화로 인한 고용의 경직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화라는 모순된 논리를 강요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즉 신규 일자리를 만들려면 고용의 유연성을 위해 비정규직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라고 주문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도 나온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 위기부터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경제적 지원 조건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를 요구했다. 결국 1998년 1월 정부와 재계, 노동계가 참여하는 노사정위원회가 구성됐고 이후 한 달여 만에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 협약’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리해고제와 근로자 파견제 등의 도입이었다. 본격적인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가 시작된 것이다. 1997년 607만 4000여명이던 임시·일용직 노동자는 2001년 696만 2000여명으로 4년 새 15%나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상용직은 715만 1000여명에서 652만 5000명으로 줄었다. 비정규직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자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사회 안전망 확대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정규직 확대로 인한 부작용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을 마련했다. 주요 내용은 기업의 비정규직 사용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이 지나면 정규직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기업들은 2년 안에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방법으로 법을 피해 갔다. 2009년 당시 노동부 조사 결과 비정규직보호법이 만들어진 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전환율이 84%로 높아지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도 고용 창출은 화두였다.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간판을 바꾼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대통령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많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서 청년 실업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의 임시직이었고 청년 실업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시 정규직 바람이 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31일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비정규직(계약직·파견직·임시직 등 포함)은 지난해 8월 기준 591만명으로 33.3%에 이른다. 2011년 3월 577만명, 2011년 8월 599만명, 2012년 3월 580만명으로 해마다 증감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기간제와 특수고용 등도 비정규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따르면 842만여명(47.5%)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10대 그룹 92개 상장계열사의 전체 직원 수(2012년 9월 사업보고서 기준)는 57만 1000여명이다. 이 중 비정규직(직접 고용 계약직)은 3만 5000여명으로 전체의 6.2%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집계한 국내 비정규직 비율 33.3%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롯데그룹의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다. 롯데그룹의 9개 상장계열사 직원 4만 500여명 중 20.9%인 8450여명이 비정규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유통업의 특성상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편”이라면서 “대형마트 영업 규제와 신규 점포 출점 제약 등의 경영 환경 악화로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그룹의 비정규직은 비율(5.3%)은 낮았지만 9600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비정규직 비율 최하위를 기록한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전체 직원 12만 1700여명 중 3190여명만이 비정규직 근로자로 그 비중이 2.6%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전격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계기로 다른 기업들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정규직화에 따른 임금과 복지 비용 부담보다는 ‘노동의 유연성’ 때문이다. 즉 기업이 경영상 어려울 때 정규 직원들은 쉽게 해고할 수 없어서 경영 측면에서 큰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대상 22개국 중 18위에 그쳤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1998년 11위였으나 이후 10년간 계속 하락해 2007년 현재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에 이어 다섯 번째로 경직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화와 높은 해고 비용은 경기가 호황일 때라도 기업들이 정규 직원보다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원인”이라면서 “기업이 경영 상황에 따라 직원 수를 조절할 수 있는 권한, 즉 노동의 유연성이 커져야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입장이 다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유연화는 근로 조건 악화와 고용시장의 불안정만 가져올 뿐이라고 주장한다. 노동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비정규직에 대한 극심한 차별은 바로잡지 않은 채 전체 인력 중 비정규직 비중만 늘리려고 급급해하는 모습”이라면서 “기업들이 고용의 질이나 안정성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이윤 극대화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커버스토리] 김 차장, 당신은 눔프입니까

    [커버스토리] 김 차장, 당신은 눔프입니까

    40대 초반의 가장인 김세금씨. 10대 그룹 계열사의 차장으로 연봉 7200만원(상여금 포함)을 받고, 서울 강동구에 5억원짜리 30평형대 아파트를 갖고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중산층이다. 오전 6시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그의 주머니에서는 세금이 나간다. 씻는 데만 샴푸 등의 부가가치세로 21원이 나간다. 출퇴근길에도 차량 기름값의 절반 정도인 1850원을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으로 낸다. 출근길 아침 식사용으로 5000원짜리 커피와 베이글 세트를 사는 데 455원의 부가세를 냈다. 담배 한 갑(2500원)을 사면서 또 담배소비세로 1549원을 냈다. 점심에는 김치찌개(7000원)를 먹으면서 636원의 부가세를 계산했다. 마침 이날은 월급날. 명세서에 찍힌 숫자는 521만 7000원이다. 소득세(37만 8800원)와 건강보험료(16만 6370원) 등으로 78만 2940원을 뗐다. 월급에서만 매일 2만 6098원의 세금이 나가는 셈이다. 퇴근 길에 동료 3명과 가볍게 소주 한 잔을 걸쳤다. 삼겹살 6인분(7만 2000원)을 먹으며 6545원, 소주 4병(1만 2000원)에 3484원의 세금을 냈다. 소주에는 부가세 외에 주류세가 병당 530원이 더 붙었다. 대리기사 비용으로 1만 5000원을 지불했다. 역시 부가세 1364원이 들어가 있다. 차에서 내리니 아파트 상가의 빵집이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딸에게 ‘월급 턱’으로 3만원짜리 케이크를 샀다. 부가세 2727원이 따라붙었다. 김씨가 하루에 낸 세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파트 재산세 등으로 1년에 57만 6000원, 자동차세로 연간 25만 9740원을 냈으니 하루로 치면 각각 1578원, 712원이다. 결국 김씨가 눈떠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에 낸 세금은 평균 4만 7015원이다. 연봉의 4분의1이 넘는 1716만원을 해마다 세금으로 내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생각한다. ‘복지도 좋지만 세금은 더 내지 않았으면….’ 25일 기획재정부와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를 지배할 주요 현상 가운데 하나는 ‘눔프’(NOOMP)다. ‘복지는 좋지만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것은 안돼’(Not Out Of My Pocket)라는 심리를 뜻하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노인 기초연금(14조 6672억원)과 반값 등록금(7조원) 등 여러 복지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서는 135조원이 필요하다. 재정부가 이달 말 제출을 목표로 열심히 재원 조달 계획을 작성 중이지만 돈을 쥐어짜내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 결국 증세밖에 답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부가세나 소득세율 인상 등 보편적 증세를 선택하든 아니면 부유세 등 부자 증세를 하든 구체적인 증세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복지사회로 가려면 눔프 극복이 필수”라면서 “(피할 수 없는 독배인)증세의 불가피성을 설득할 수 있는 소통의 리더십과 갈등 조정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중국통신] ‘자선왕’ 중국 재벌, 차력쇼 벌인 사연

    ‘자선왕’으로 유명한 천광뱌오(陳光標) 장쑤(江蘇) 황푸그룹 회장이 이번에는 환경보호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 등 현지 복수 언론 16일 보도에 따르면 천광뱌오는 시민의 환경보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15일 오후 난징(南京)시에서 ‘이색’ 캠페인을 벌였다. 찬 바닥에 얇은 천을 깔고 누운 천 회장은 배 위에 목판과 강판을 올려놓고 ‘무언가’를 기다렸다. 천 회장이 기다린 것은 다름아닌 소형승용차로, 이 차는 천천히 그의 배 위에 깔린 강판 위로 천 회장을 넘어갔다. 목판과 강판, 여기에 자동차의 무게까지 더하면 150킬로그램이 거뜬히 넘는다. 자칫 위험할 수 있었던 이색 이벤트에 천 회장은 “사람들이 자가용을 적게 타고,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애용해 환경을 보호하자는 뜻으로 마련한 자리”라고 소개했다. 한편 천 회장은 재벌이자 중국 10대 자선가 중 하나로 손꼽히며 돼지기부, 불우이웃 콘서트 개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092tct07woo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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