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10대 그룹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852
  • [안동환기자의 현장+] 오빠부대와 함께 한 3일

    [안동환기자의 현장+] 오빠부대와 함께 한 3일

    “댁 같으면 이 추위에 저러고 있는 애들이 이해가 되슈? 내 딸 같으면 당장이라도….” 서울 청담동의 주택가. 소녀팬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록그룹 ‘더 트랙스’의 숙소 앞에는 10대들이 진을 치고 있다. 길건너 슈퍼의 50대 주인은 “애들 덕분에 매상은 많이 오른다.”면서도 머리를 흔들었다. 이른바 ‘빠순이’로 불리는 아이들이다. 스타의 공연장에서 열광하던 1980년대 ‘오빠부대’도 어른들에게는 철없는 아이들로 비쳤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국과 연예기획사, 숙소를 전전하며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뒤쫓는 요즘 아이들과 비교하면 오빠부대의 ‘충성심’은 턱없이 뒤진다. 하기는 오빠의 ‘빠’에 젊은 여성을 낮추어 부르는 어미 ‘순이’가 합쳐진 이름부터가 오빠부대보다는 점잖지 못하다. 이처럼 문제아나 불량소녀 같은 이미지를 지닌 이들은 누구인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하는 법. 기자는 아이들이 ‘출몰’하는 장소를 사흘 동안 쫓아 다녔다. ■ 양말 4켤레 껴신고 밤샘도 즐거워 지난 3일 오전 1시 청담동에서 만난 트랙스의 팬 효선(18·가명)이는 숙소 현관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골목길에서 밤을 새우고 있었다. 낮에는 기획사 사무실과 미용실, 저녁에는 방송국을 찾아 나선다. 효선이의 일상은 트랙스의 동선과 일치한다. 트랙스의 모든 스케줄은 인터넷으로 공유된다. ●효선이의 일상은 스타의 동선과 일치 효선이는 가수의 사생활을 좇는 ‘사생파’와 공개방송만 따라다니는 ‘공방파’의 종합판이다. 그는 사흘째 영하의 밤공기에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담요 한 장으로 막아내고 있다. 대단한 인내가 필요하지만 별 것 아니라는 반응이다. 현관에서 인기척이 날 때마다 효선이는 일어났다 앉기를 반복한다. 금방이라도 ‘오빠들’이 나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녀석의 얼굴은 빨갛게 텄고 입술도 갈라졌다. 이 골목에서 어른들은 반갑지 않은 존재다. 이해하려 하지 않고 훈계만 하려 드는 존재로 인식된다. 처음엔 기자를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던 효선이는 슈퍼에서 구해온 라면 박스와 뜨거운 녹차를 건네자 경계심을 조금씩 풀기 시작했다.“친구집에 있다고 말했어요.TV에서 오빠들을 보는 것으론 부족해요. 오빠들 얼굴을 보면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에요.”효선이는 작정한 듯 말을 이어 갔다.“어른들 시선이 불편하지만 우리가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른들이 축구나 야구를 보며 열광하는 것과 뭐가 다르죠?” 효선이는 지난 1일 포항 집에서 가출 아닌 가출을 감행했다. 오빠들을 직접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3이 되는 효선은 부쩍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눈치다. 학교 성적이 최상위권이라지만 대학으로 가는 길은 트랙스 오빠들을 만나는 길보다 더 험난하게 느끼는 듯했다. 이날 함께 밤을 새운 아이들은 5명. 담요를 두른 채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의 화제는 당연히 멤버들. 가족 관계부터 키, 몸무게, 성격, 말투, 좋아하는 음식까지 줄줄이 꿰고 있다. 아이들은 밤샘 경험을 ‘숙소 후기’로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또래집단에서는 남이 모르는 시시콜콜한 정보가 있거나, 스타와 말 한 마디라도 나눠본 경험이 있는 것 만으로도 ‘권력’이 된다. ●“어른들 축구 좋아하는 것과 같아요” 하지만 이들도 스타를 영원한 존재로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지금 이 순간 만족해. 하지만 꿈은 엄연히 있어. 좀 더 나이를 먹거나 남자친구가 생기면 오빠들을 잊게 될지도 모르지.”효선이의 말에 다른 아이들은 “난 아니야.”하고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동감하는 표정이다. 보통 40∼50명이 몰려들지만 추운 날에는 ‘출석률’이 낮다. 개학을 하면 숫자는 더욱 줄어든다.30분 간격으로 경찰차가 무심한 듯 골목을 순찰한다. 오히려 소녀들 틈에 끼어 앉은 기자를 의심쩍게 살펴보곤 했다. 밤샘에도 노하우가 있다.20일 연속 밤을 새운 적이 있다는 윤아(15·가명)의 비법.“다 쓴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부어 안고 있으면 춥지 않아요. 편의점에 가면 뜨거운 물은 공짜로 얻을 수 있거든요. 많이 껴입어야 해요. 양말과 스타킹까지 보통 4켤레는 신지요. 담요는 필수죠.” 윤아의 말대로 더운 물을 담은 페트병을 안고 있었더니 몸이 따뜻해진다. 새벽이 되자 아이들은 골목길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효선이는 “우리 때문에 오빠들이 욕을 먹을까봐 정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전 6시20분 가까운 PC방 화장실에서 세수를 한 아이들은 총총히 오빠들이 머리를 단장하는 인근 미용실로 향한다. 이날 서울 강서구 88체육관의 공개방송 현장. 전날 일산의 야외 공개방송에서 만난 민지(15·가명)와 이슬(15·가명)이는 5시간이나 남았지만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가수 휘성의 팬클럽 회원들과 수다를 떨고 있다. 두 사람은 휘성의 데뷔 998일째인 지난달 19일 처음 만났다. 스타의 데뷔일이 이들에게는 기념일이다. 가수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우린 그런 꿈 안꿔요. 음악이 좋은 것뿐 얼굴도 안되고, 목소리도 안되잖아요.”요리를 좋아하는 민지의 장래 희망은 푸드스타일리스트, 슬이는 코디네이터이다. 슬이는 휘성과 친구처럼 통화하는 코디의 모습을 본 뒤 유치원 교사에서 꿈을 바꾸었다. ●스타만 좇는 게 아니라 미래도 준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경미(13·가명)는 테마파크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거든다. 디즈니랜드가 있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경미는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가수만 쫓아다니는 줄 알았더니 아이들은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고교 때부터 기획사의 공식 팬클럽 임원으로 활동해 온 대학생 박모(23·여)씨도 기성세대의 시선에 불만이다. 박씨는 “대책없는 아이들로 보는 건 억울하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한 것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팬클럽은 더 이상 무대 밑에서 스타만 바라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팬클럽은 직접 콘서트를 기획하고 헌정 앨범을 제작하는 등 대중문화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스타의 팬클럽이란 아이들에게 사회적 관계를 체감케 하는 인생의 한 무대 장치는 아닐까. 우리 아이들이 사춘기를 졸업하기 위한 일종의 성장통(痛)이라면 더욱 다행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스타를 따르는 순수한 아이들을 상업적 측면에서 조직화하는 최근의 분위기가 심화된다면 성장통은 고질병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은 여전히 남았다. sunstory@seoul.co.kr ■ 국내 팬클럽 어떻게 변했나 국내 팬클럽은 1980년대 초반 가수 조용필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용필 오빠”를 외치며 따라다니던 소녀팬들은 이제 40대 어머니가 됐다. 문학평론가 김동식씨는 “1960년대 영국 가수 클리프 리처드 공연에 열광했던 세대의 딸이 1980년대 조용필의 팬이 됐고, 그들의 딸이 다시 요즘의 10대가 된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에서 팬클럽이 용인되고 있는 데는 역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필에 앞서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는 남진과 나훈아가 있었다. 하지만 팬들의 열광은 가요계의 스타 등장에 따른 자연발생적인 현상에 머물렀다. 클리프 리처드 공연때 오빠부대가 장안의 화제를 모은 것은 폭발력있는 슈퍼스타를 가지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1990년대 초반 등장한 서태지의 팬클럽은 소수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컬트화’라는 현상에서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하이텔 등 컴퓨터 통신이 활발해지면서 통신을 통한 팬의 결집 현상도 처음 나타났다. 서태지 팬클럽은 스타가 사라져도 지속되는 특징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연예기획사가 주도하는 이른바 스타 시스템이 본격화하면서 조직화된 팬클럽이 등장한다. 기획사가 스타와 팬을 동시에 띄우면서 10대팬들을 가리키는 ‘빠순이’이라는 부정적 용어도 나타났다.H.O.T,SES, 젝스키스 등 아이돌 가수의 팬클럽은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또래집단으로 체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의 팬클럽은 인터넷을 매개로 한층 더 능동적이다. 기획사와 대립하기도 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 하지만 팬클럽과 기획사의 대립조차 내부적으로는 ‘기획사의 기획’일 때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팬클럽의 구성원은 순수하다고해도 팬클럽 자체는 고도의 상업주의에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sunstory@seoul.co.kr
  • 10대그룹 ‘법무팀 강화’ 나섰다

    법무팀 강화가 10대그룹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중량급 법조계 인사들을 대거 스카우트한 삼성에 이어 SK와 두산 등도 최근 유능한 법조인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증권집단소송제 도입과 공정거래법 개정, 인수·합병(M&A) 등 향후 급속한 기업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내 법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그룹들은 기업 비밀이 새나갈 수 있는 외부 로펌에 의존하기보다 자체 역량 강화로 법률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종합기계 인수를 계기로 10대그룹에 진입한 두산은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전략기획본부내에 법무실을 신설했다. 법무실장(전무)에는 임성기 전 창원지방검찰청 형사2부 부장검사를 발령했다. 두산측은 추가 인사를 통해 5명 안팎의 인원을 충원해 법무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올해부터 증권집단소송법이 시행되는 등 기업경영과 관련된 법률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이에 대처할 조직이 필요했다.”면서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을 강화해 문제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법무부 정책개혁단 출신인 김준호 전 부장검사와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강선희 변호사를 영입한 SK도 법조인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사시 35회 출신인 김윤욱 변호사를 상무급으로 영입해 관련 업무를 대폭 강화했다. 김 상무는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를 지냈다.SK는 또 최근 사법연수원 34기를 수료한 신임 변호사 3명을 채용해 SK㈜와 SK텔레콤에 각각 발령했다.SK측은 이번 법조인 보강으로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윤리성 강화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법무팀 강화도 눈에 띈다. LG화학은 지난 17일 신임 변호사 2명을 채용해 법무팀 과장으로 각각 발령했다. 법무팀 인원 수는 이에 따라 총 14명으로 늘어났다.㈜한화도 최근 법무팀 강화를 위해 신임 변호사 1명을 영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외부 로펌을 활용하는 방식으로는 기업경영의 환경 변화를 쫓아가는 데 무리가 따른다.”면서 “대기업의 법조인 영입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LG등 10개그룹 출자제한 풀린다

    오는 4월부터 LG, 한진, 대한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공사, 포스코, 현대중공업, 신세계,LG전선 등 10개 기업집단이 출자총액제한 대상(자산 5조원 이상·현재 17개 기업집단 해당)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대신 부채비율 기준에 의해 한시적으로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제외됐던 삼성, 롯데 등은 다시 포함된다. 그동안 재계가 요구했던 출자총액제도 자산기준은 현행대로 5조원이 유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관계 부처와 재계의 의견수렴에 나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다음달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와 3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4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졸업기준이 3가지로 구체화됐다.▲계열사간 3단계 이상 순환출자가 없고 계열사가 5개 이하 ▲집중투표제 도입, 서면투표제 도입·시행 등 내부견제시스템을 잘 갖춘 기업지배구조 모범기업 ▲지배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소유지분율과 의결지분율의 차이가 25%포인트 이하이고 그 비율이 3배 이하인 경우가 해당된다. 예외인정 범위도 확대됐다. 차세대 10대 성장동력산업 출자가 인정되고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현물출자 및 영업양도, 물적 분할, 임직원 분사회사 출자 등에 대해 예외가 인정된다. 벤처기업 발행주식 총수의 30% 미만까지 인정되던 출자범위가 50% 미만까지로 확대된다. 재계의 출자총액제한 자산규모 상향 요구와 관련,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개정안 전반에 대해 재계 의견을 들을 것”이라며 완화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성그룹 ③-삼성전자를 이끄는 CEO들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성그룹 ③-삼성전자를 이끄는 CEO들

    삼성전자의 지난 2004년 연간 매출은 57조 6324억원, 영업이익 12조 169억원, 순이익은 10조 7867억원으로(103억달러)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순수 제조업체로는 도요타에 이어 두번째다. 일본의 요미우리(讀賣)신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은 삼성전자의 실적을 경제면 머리기사와 사설 등으로 취급하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의 지난해 이익은 마쓰시타(松下)전기, 히타치(日立),NEC, 도시바(東芝), 후지쓰(富士通), 미쓰비시(三菱), 오키(沖)전기 등 일본 10대 메이커의 지난해 순이익 합계 5370억엔(약 5조 3700억원)의 2배에 달하는 것이었다. ●이병철 회장,37년전 “전자사업하겠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고속 성장은 69년 전자업계의 후발주자로 출발할 당시 ‘중복투자’ 등의 비난에 휘말렸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고 이병철 회장은 68년 사돈인 고 구인회 LG회장(이 회장의 차녀 숙희씨가 구 회장의 삼남 자학씨의 부인)과 안양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전자사업 진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68년 12월30일 창립 발기인은 조우동 동방생명 사장, 손영기(이병철 회장 장남 맹희씨의 장인)안국화재 사장, 이병철 회장, 정상희(이병철 회장 5녀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시아버지)씨, 이맹희(당시 삼성물산 부사장)씨, 김재명(삼성 창업공신으로 이후 동서식품을 설립, 당시 제일제당 사장)씨, 정수창(당시 삼성물산 사장)씨였다. ●윤종용 부회장,“초밥이든 휴대전화든 속도가 생명” 삼성전자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진들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96년말부터 9년째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윤종용(61) 부회장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그동안 숱한 상을 받았던 윤 부회장은 올 초에도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최고경영자상을 받았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2004년에 이어 두번째 선정(Repeat Perfomer)으로 조 후지 도요타 사장, 스티브 잡스 애플컴퓨터 사장, 카를로스 곤 니산 회장 등이 윤 부회장과 함께 연속 선정됐다. 경북 영천 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66년 삼성에 입사했다. 윤 부회장은 상무시절인 80년대 중반 잠시 네덜란드 필립스 본사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지만 이건희 회장의 부름을 받고 88년 삼성으로 돌아왔다.VCR와 DVD를 더해 빅 히트를 친 ‘콤보’제품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윤 부회장은 오늘날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반도체나, 휴대전화 등을 한번도 맡아본 적 없고 가전부문에서 잔뼈가 굵었다. 스스로도 “나는 비전문가요 ‘사이비’”라고 털어놓은 적도 있다. 하지만 98년 7월 한달에만 무려 1700억원의 적자를 냈던 삼성전자를 오늘날 10조원대 이익을 내는 회사로 만든 데 윤 부회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윤 부회장은 컬러TV의 재고를 줄이기 위해 수없이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던 삼성전자의 고질적인 문제를 과감히 혁파했다.97년말 8조 7000억원에 달하던 재고와 채권을 99년말 5조 2000억원으로 40%나 줄인 것이다.97년 국내 5만 8000명, 해외 2만 5000명이었던 인력은 각각 30%(1만 7400명),40%(1만명)나 회사를 떠나야 했다.120개가 넘는 사업과 제품을 매각하거나, 철수, 분사, 합작했다. 그래서 ‘진정한 혁신가’,‘기술 마법사’ 등 그에게 따라다니는 수많은 별명 가운데서도 ‘구조조정의 달인’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주총회때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참여연대 관계자들에게 “당신 주식 몇 주나 가졌어? 나도 주주야.”라며 호통을 칠 정도로 솔직하고 거침없는 화법으로 유명하다. 강한 경상도 사투리 억양까지 겹쳐 투박하게 들리지만 간결하다. 윤 부회장을 대표하는 경영 키워드는 ‘스피드’인데 그는 “초밥이든 휴대전화든 모든 부패하기 쉬운 것은 속도가 생명이다.”는 말로 핵심을 잘 설명한다. 스피드에 대한 윤 부회장의 애착은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도 남이 건너간 뒤에야 건넌다.”던 이병철 회장과 달리 “돌다리가 아니라 흙다리라도 있으면 건넌다.”는 지론에서 잘 드러난다. 윤 부회장은 “우리는 지금 초일류로 가느냐, 추락하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직원들을 다그치는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위기’를 강조한다.1993년 3월 이건희 회장의 제2창업 5주년 기념식사인 “21세기를 앞두고 남은 7년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살아남느냐 주저앉고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결단의 순간이 될 것이다.”란 말에서 모티브를 빌려 왔다. 이 회장의 ‘선문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윤 부회장다운 벤치마킹이다. 아들 태영(31)씨는 탤런트로 활동 중이다. ●황창규 사장, ‘황의 법칙’은 계속된다 경북 월성 출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마친 이윤우(59) 부회장은 기흥공장장으로 일하던 80년대 중반 일본업체의 덤핑공세와 반도체 경기침체기에도 과감하게 256KD램과 1메가D램 양산 체제를 갖춰 삼성반도체의 신화를 이뤄냈다.68년 삼성전관(삼성SDI)으로 입사했다가 76년 삼성반도체 생산과장으로 반도체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황창규 사장에게 반도체총괄사장 자리를 물려주고 신설된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올해 인사에서는 삼성전자 기술총괄(CTO)을 맡았다. 삼성 기술의 총아인 삼성종합기술원도 관장한다. 최형인(56) 한양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부인이다. 황창규(52) 반도체총괄 사장은 아직 50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삼성전자 대표 사장으로 거론된다. 황 사장이 총괄사장을 맡은 지난해 삼성반도체는 매출 18조 2200억원, 영업이익 7조 4800억원으로 41%라는 기록적인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전체 이익의 62%가 반도체의 몫이었다. 16메가D램 개발팀장을 맡았고 세계최초로 256메가D램 개발에 성공하는 등 탁월한 연구개발 능력에 언변까지 화려하다. 엔지니어 출신 사장들이 커뮤니케이션에 약한 것과 대조된다. 딱딱한 주제인 반도체로 강연을 하면서도 5분 간격으로 수강생들의 웃음보를 터뜨릴 정도로 센스가 좋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마찬가지로 핵심을 정리하는 브리핑 능력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2001년 당시 난드플래시의 강자였던 도시바가 전략적 제휴를 제의해 온 것에 대해 그룹의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자 이건희 회장에게 반대 논리를 펼쳐 결국 제휴를 무마시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난드플래시 세계 점유율 65%로 독보적인 1위를 달렸다. 부산 출생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반 만에 2배로 증가한다.”는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의 법칙을 깬 ‘황의 법칙’(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한다)으로도 유명하다. ●이기태 사장, 승부욕이 휴대전화 성공신화로 이기태(57)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감각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삼성 휴대전화를 책임지는 사령관답지 않게 ‘불도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휴대전화를 벽에 집어 던져 삼성 제품의 튼튼함을 확인시키는 것으로 해외 바이어와의 협상을 시작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95년 3월 구미사업장에서 벌어진 무선전화, 팩시밀리 등 15만대의 ‘불량제품 화형식’을 지켜보면서 다져진 오기 덕분이다. 대전 출생으로 보문고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73년 삼성전자 라디오과에 입사한 뒤 줄곧 제조쪽에서 일하다가 90년 화상무선기기사업부로 옮기면서 휴대전화와 인연을 맺었다. 승부욕 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며 사표도 두어차례 냈지만 이건희 회장의 돈독한 신임을 받고 있다. 선비 같은 용모의 최지성(54)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은 강원도 삼척 태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거쳐 77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85∼91년 반도체 구주법인장을 지냈는데 당시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던 삼성반도체를 ‘007가방’에 가득 싣고 험한 알프스 산맥을 자가 운전으로 넘어 다니며 애걸하다시피 영업을 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사장단 가운데 유일하게 비서실에서 2차례(81∼85년,93∼94년) 근무해 시야가 넓은 편이다. 이상완(55) LCD총괄 사장은 서울고와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마치고 76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반도체분야에서 생산기술·마케팅 등을 담당하다가 93년 걸음마를 뗀 LCD사업을 맡았다. 초창기 아직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던 삼성 LCD를 팔기 위해 도시바, 소니, 미쓰비시 등 일본업체들을 일일이 직접 만나는 등 개발부터 판매, 품질까지 책임진 ‘톱 세일즈’로 유명하다. 천안공장, 세계 최대 LCD단지인 충남 아산 탕정공장 준공 등으로 LCD사업을 삼성전자의 ‘수종사업’으로 키워 놓았다. 경쟁사 대표의 ‘배신자’라는 비난에 유난히 속상해 하는 등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상운(53) ㈜효성 사장이 친동생이다. 지난해 윤종용 부회장이 직접 맡았던 생활가전총괄 사장으로 최근 부임한 이현봉(56) 사장은 경남 함안출생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76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상현 전 삼성전자 중국본사 사장,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 박양규 삼성네트웍스 사장의 진주고 1년 후배다. 인사부장, 인사팀장 등 주로 인사부문에서 일한 때문인지 중앙인사위원회 자문위원, 중앙노동위원회 사용자 위원 등 외부활동이 많았다.2001년부터 2년간 국내영업사업부장을 맡으며 까다롭기로 유명한 내수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다. ●최도석 사장, ‘안방살림’ 꼼꼼히 챙겨 인사, 재무, 기획, 홍보 등 스태프 기능을 총괄하는 최도석(56) 경영총괄 사장(CFO)은 마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75년 삼성 재무인력의 양성소인 제일모직 경리과로 입사했다. 이학수 부회장이 당시 관리본부장이었다.80년 삼성전자로 옮긴 뒤에도 줄곧 경리·관리·재경·경영지원 등 ‘안방살림’을 도맡아 왔다. 삼성 사장단 가운데 가장 술이 셀 정도로 화통한 스타일이지만 연 매출 70조원(연결기준)이 넘는 회사의 재무를 총괄하고 있는 만큼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꼼꼼한 편이다. 삼성은 전자-SDI-전기-코닝-코닝정밀유리-테크윈으로 이어지는 ‘전자소그룹’을 유지하고 있다. 전자소그룹의 지난해 본사 매출(코닝·코닝정밀유리는 2003년)은 무려 69조 8897억원, 순이익은 11조 9618억원원에 달했다. 전자를 제외하고 가장 중량감 있는 CEO는 삼성SDI 김순택(56) 사장이다. 72년 그룹 공채로 입사해 제일합섬 소속으로 회장 비서실에서 주로 일했다.92∼94년 삼성전관 기획관리본부장을 지낸 인연으로 96년말 비서실을 떠나 삼성전관에 둥지를 틀었다.2000년부터 5년째 삼성SDI 대표이사를 맡으며 사업구조를 브라운관에서 PDP,OLED,2차전지, 모바일LCD 등으로 바꿔놓았다. ●김순택 사장, 작년 해외출장 거리만 27만㎞ 무슨일이 있어도 신입사원 교육에는 빠지지 않는 데다 신입사원이 부서에 배치된 후에는 직접 이메일을 보내 안부를 묻는다.“기업의 가장 위대한 자산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매년 110일 이상을 현장에서 보낸다. 중국, 말레이시아, 독일, 헝가리, 멕시코, 브라질의 10개 공장을 방문한 지난해 해외 출장거리가 27만㎞에 달했다. 삼성전기 강호문(55) 사장은 경기 부천 출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석재(57) 삼성코닝정밀유리 사장이 전기공학과 68학번 동기다. 황창규 사장은 72학번, 권오현 사장(시스템LSI사업부장)은 71학번이다. 첫 사회생활은 금성전선에서 출발했지만 곧바로 삼성전자로 옮겨와 반도체, 컴퓨터, 네트워크 등을 담당했다.2002년부터 삼성전기 사장을 맡으며 삼성전기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큰 키(180㎝)에 미소가 인상적이다. 성균관대 예술학부장인 임학선(55) 교수가 부인이다. 브라운관 유리를 생산하는 삼성코닝은 충북 보은 출생으로 용산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송용로(60)사장이, 세계 최대 LCD유리기판 업체인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이석재 사장이 맡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와 항공기 엔진 등을 담당하는 삼성테크윈은 삼성물산·영상사업단·삼성생명 대표를 역임한 이중구(59) 사장이 책임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IT축’인 삼성SDS 김인(56) 사장은 경남 창녕, 대구고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그룹 비서실 인사팀장, 호텔신라 총지배인 등을 역임했다. 네트워크, 인터넷전화·국제전화 등을 영위하는 삼성네트워크 박양규(57) 사장은 삼성SDS, 삼성자동차의 설립 작업에 관여했다. ukelvin@seoul.co.kr ■ 삼성반도체 ‘30년 비화’ 삼성은 지난해 12월6일 반도체사업 30주년 기념식을 갖고 2010년까지 25조원을 투자해 누적매출 200조원, 신규 일자리 1만개를 창출키로 했다.12월6일은 이건희 회장이 1974년 사비를 들여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한 날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평을 받는 반도체지만 출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본지가 입수한 1992년 삼성그룹 비서실의 보고서 ‘삼성의 반도체 사업’에 따르면 사업 초기 삼성은 기술확보에 애를 먹다 해외업체에 지분을 양보하고서라도 기술을 도입하려 했었다. 이 보고서는 91년 4월 반도체 사업의 어제와 오늘, 문제점 등을 파악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의해 작성됐다. 삼성반도체의 시련은 고 이병철 회장이 일본 NEC의 고바야시 사장을 초빙, 기술지원을 요청했지만 76년 방한한 NEC 엔지니어들이 기술이전을 기피하면서 시작됐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등으로 반도체가 적자를 면치 못하자 이번에는 이건희(당시 부회장)회장이 미 페어차일드 본사를 수차례 직접 방문, 기술이전을 요청했고 마침내 승낙을 받아냈다. 페어차일드의 요구조건은 삼성반도체 지분의 30%를 내놓으라는 것. 이 회장은 지분을 양보하더라도 기술 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협상을 위해 미국에 파견된 이모 상무 등 실무진은 “삼성의 기술수준으로는 신기술(당시 페어차일드는 64KD램 개발에 성공)에 도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기술도입이 좌절됐다.79년 더 이상 반도체사업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병철 회장은 당시 가전·TV생산담당이었던 김광호(이후 삼성전자 회장을 역임)이사를 반도체로 보내 사업정상화 특명을 내렸다. 당시 강진구 반도체사장은 직원들에게 김 이사를 소개하면서 “만약 김 이사로도 삼성반도체를 살리지 못한다면 더 이상 반도체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강진구 회장은 삼성전자 사장(73∼82년), 삼성전자 회장(88∼92년,93∼98년)은 물론 한국반도체 사장(75∼79년), 삼성반도체통신 사장(81∼88년), 삼성GTE통신 사장(77∼80년) 등을 역임하며 오늘날 삼성전자가 있기까지 많은 공헌을 했다. 김 이사는 대방동과 부천으로 나눠졌던 공장을 부천으로 통합하고 80년말 삼성반도체를 삼성전자에 인수합병시키는 한편 홍콩 시계칩 시장을 집중공략, 전세계 시계칩 시장의 50%를 차지하던 홍콩 시장 점유율을 60%로 끌어 올리며 흑자회사로 변신시켰다. 82년 2월8일 유명한 ‘도쿄선언’으로 반도체 사업 본격화를 선언한 이병철 회장은 부천공장을 대체할 대규모 반도체공장 부지를 물색했는데 후보지로 수원, 신갈저수지 부근, 관악골프장 부근, 판교 부근, 기흥이 선정됐다. 국내외 지질·수질 전문가들과 이 회장이 직접 헬기를 타고 조사한 끝에 12월18일 기흥지역이 최종 낙점됐다. 하지만 당시 기흥은 절대농지에다 산림보존지역으로 공장 설립이 불가능했다. 이에 이 회장과 내무부장관을 역임했던 최치환 반도체부문 사장 등이 정부를 끈질기게 설득,1차로 10만평에 대한 허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수도권 공장 억제 정책과 땅값 문제 등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고민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부처로… 기업체로… 사법연수원생 ‘취업전쟁’

    부처로… 기업체로… 사법연수원생 ‘취업전쟁’

    사법연수원생들의 취업전쟁이 눈물겹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연수생들이 채용이 진행 중인 각 정부부처와 일반기업체로 대거 몰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처럼 특별히 선호하는 직종도 없다. 모집공고를 내는 모든 직종에 연수생들이 일단 원서를 내는 실정이다. 동료와의 경쟁도 심해져 ‘몸값’을 올리려고 연수원을 다니면서도 상법이나 노동법과 관련한 석사학위를 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수십대1의 경쟁률은 기본 현재 감사원, 한국산업은행, 삼보컴퓨터,LG텔레콤 등 10여개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이 연수원생 채용에 나섰다. 이중 원서접수가 마감된 삼보컴퓨터의 경우 87대 1을 기록,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밖에도 ▲한화그룹 76대 1 ▲미래에셋자산운용 20대 1 ▲감사원 15대 1 ▲외교통상부 15대 1 ▲경찰청 8.7대 1 등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선발 인원은 예년처럼 1∼10명 등 소수에 불과한 반면 경쟁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체측의 설명이다. 민간업체들이 제시하는 급여 수준도 예년같지 않다. 정부부처는 다른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등과 맞춰 5급 대우를 하고 있지만 민간업체는 일반 과장급 수준을 넘지 않는다. 채용조건도 일정기간 동안 계약한 뒤 갱신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들 연수원생들이 경험을 쌓은 뒤 결국에는 변호사로 개업할 것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 이미 채용을 끝낸 노동단체 상근 변호사의 경쟁률이 10대 1에 이른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산업노조연맹이 최근 30명의 연수생 지원자 가운데 3명을 최종 선발한 것이다. 노사관련 형사사건, 사용자측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업무량은 많지만 보수는 일반 변호사 사무실의 3분의 2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지식+α 갖춰야 안정권 연수원생들 사이에서는 급여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을 마련해 가는 분위기라는 것이 채용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체들과의 급여협상 과정에서 상당수 연수원생이 월 500만원 또는 연봉 5000만원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채용 관계자들은 급여를 더 주더라도 실력있는 변호사를 채용하기를 원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채용관계자는 “연수원생의 법률지식이야 이미 검증된 것 아니냐.”면서 “수많은 연수생들이 지원을 하더라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금융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상법·노동법 등의 석사학위를 소지한 연수생을 뽑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채용관계자는 “최근 동종업종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를 주는 조건으로 1명의 연수원생을 채용했다.”면서 “법조인력이 많이 쏟아져 취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능력이 있는 연수원생들은 급여를 더 주더라도 채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수원생들 사이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연수원생들도 최근 몸값 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연수원을 다니면서 대학원에 진학, 전공분야를 특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모 업체의 경우 지원자 20명 가운데 10명 이상이 석사학위 소지자였으며, 일부는 영작문은 물론 전문영어까지 가능한 연수생들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충식 강혜승기자 chungsik@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요요가 사람잡네

    |토론토 연합|캐나다 밴쿠버의 한 초비만 10대가 특별보호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법원에 청원했지만 기각당했다. 일간 내셔널포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밴쿠버 소년법원 하반 밀런 판사는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청년이 집으로 돌아갈 경우 체중조절에 실패해 심장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다며 청년과 어머니의 요청을 거절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그는 11살 때 250파운드(약 113㎏)의 비만아동으로 밴쿠버 주정부 아동부의 관리를 받기 시작했고 17세인 지난해에는 433파운드로 무려 275파운드 과체중 상태에 이르렀다. 그는 98년 3월 아동병원에 입원,10개월간 통제된 생활을 하면서 122파운드를 감량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음식섭취를 통제하지 못해 다시 이전 체중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지난해부터 다시 특별그룹 홈에서 생활해야 했다. 그는 그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다시 100파운드를 감량하는데 성공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데는 실패했다. 쿠버 아동부는 이 청년이 어머니에게 너무 의지하는 성향이 과체중을 유발하고 어머니가 그의 다이어트를 강제적으로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이 청년의 귀가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이건희 삼성회장 1조3126억 주식부자 1위 복귀

    이건희 삼성회장 1조3126억 주식부자 1위 복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상장주식 보유액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을 311억원 차이로 따돌리고 주식 부자 1위 자리로 복귀했다. 보유주식의 가치상승 등으로 가장 많은 평가이익을 낸 사람은 구본무 LG 회장이다. 10일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주요 그룹 대주주의 상장주식 보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삼성 이 회장의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 주식보유액은 1조 3126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말에 비해 0.5%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 정 회장은 1조 2815억원으로 14.2% 증가했으나 삼성 이 회장보다 311억원이 적어 2위에 머물렀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초순에는 현대차, 현대모비스,INI스틸, 현대하이스코 등의 주가상승으로 보유주식 평가액에서 삼성 이 회장을 189억원 앞지른 적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중 40만∼41만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연말 45만원까지 오르면서 이 회장의 보유주식액이 정 회장을 다시 앞질렀다. 정 회장에 이어 LG 구 회장이 2991억원,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2773억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2576억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LG 구 회장은 LG그룹의 지주회사격인 ㈜LG 등 특정기업 주식만 보유했고, 롯데 신 회장은 보유주식수가 적은 데다 비상장 주식이 많아 상대적으로 상장주식보유액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03년말 대비 상장주식의 평가이익은 LG 구 회장이 177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 정 회장(1590억원), 한화 김 회장(1476억원), 롯데 신 회장(113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평가이익은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가 14억원 감소한 반면 정 회장의 현대차는 569억원, 현대모비스는 94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한화 김 회장의 평가이익도 1475억원 늘었다. LG 구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성용 금호그룹 회장 등은 계열사의 지분매입으로 보유주식수가 늘었다. 반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건설 및 동부정밀화학 지분 처분으로 주식수가 감소했다. 삼성 이 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의 총 주식보유액은 3조 8232억원으로 2003년말에 비해 704억원(22.6%)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내년증시 기대” 890선 돌파

    “내년증시 기대” 890선 돌파

    올해 증권시장이 호황을 바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만족시키지 못한 채 30일 폐장됐다. 마감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11.65포인트 뛴 895.92를 기록했다. 코스닥은 7.53포인트 상승한 380.33으로 마감됐다. 주가지수는 1월2일 821.26에서 출발해 9.09% 상승한 셈이나 이는 1980년 이후의 연평균 상승률(14.79%)에는 크게 못미쳤다. 올해 최고점은 지난 4월23일 외국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936.06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5월10일에는 ‘차이나쇼크’로 최대 낙폭인 48.06포인트(5.73%)나 빠지며 790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올들어 지난 29일까지 하루평균 거래량은 3억 7472만주로 지난해 보다 30.9% 준 반면 거래대금은 2조 2410억원으로 1.1% 늘었다.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10대 그룹 중 삼성을 제외한 9개 그룹에서 매수우위를 보이며 매매비중을 지난해 15.47%에서 22.5%로 높였다. 올 증시는 업종별로 건설·화학·의약품·전기가스·서비스업 등에서 강세를 보였고, 섬유의복, 유통업, 의료정밀 등이 약세를 보였다. 내년에는 증시 주변의 호재들이 많아 낙관론이 우세하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사설] 삼성의 공격적 투자에 거는 기대

    올해 수출 500억달러를 달성한 삼성그룹이 내년에 국내에서만 21조 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이는 올해 대비 15.2% 늘어난 것으로, 공격적 투자로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신규 공장건립과 라인증설 등 시설투자에 13조 9000억원을 들일 예정이어서 고용창출만도 2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경영여건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소식이어서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이학수 삼성 부회장은 이같은 투자계획이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늘려 글로벌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그룹총수의 뜻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한국의 대표기업으로서 당연한 역할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예측할 수 없는 나라 안팎의 경영환경에서 그만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결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10대 대기업 가운데 대부분이 내년도 투자 가이드라인만 정했을 뿐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삼성의 발표가 공격적인 투자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삼성은 해외투자액은 개별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경쟁력을 위해 해외투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지만 국내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최고의 기업답게 국내투자 비중을 가능하면 더 늘려갔으면 하는 게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해외순방 중 “경제는 결국 기업이 한다.”고 누차 언급했다. 정부는 대통령의 이같은 인식을 받들어 기업의 투자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투자는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하는 것이란 말도 있다. 정부는 기업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 “출자총액제한 제도 10대그룹에만 적용”

    재계가 22일 출자총액제한 적용 대상 그룹을 상위 10대 기업집단으로 축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방향’ 건의서에서 “새로운 졸업기준에 따라 LG 등 9개 그룹이 출총제에서 벗어나지만 이 가운데 한국도로공사 등 4개사가 공기업 계열인 데다 우량 기업집단 5개사도 새로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나아지는 것이 없다.”면서 “출자총액제한제도 적용 기준을 현행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2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심층진단-한국 점령한 외국자본] 외국자본 “高배당 or 경영권” 조폭식 위협

    [심층진단-한국 점령한 외국자본] 외국자본 “高배당 or 경영권” 조폭식 위협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해외자본은 우리경제를 수렁에서 건져낼 구원의 빛이었다. 실제로 물밀듯 들어온 해외자본은 우리나라가 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 하지만 토종기업에 대한 경영권 위협, 상식을 뛰어넘는 고배당 요구, 유상감자 같은 변칙적인 자본회수 등 부작용이 잇따르는 지금, 해외자본을 곱게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을 점령하다시피한 외국자본의 실태와 문제점, 대책 등을 심층진단한다. “공사(한국담배인삼공사) 시절이 차라리 나았던 것 같다. 자사주 매입, 신규투자 등 돈 들어갈 데는 많은데 터무니없는 고배당, 주가를 높이기 위한 자사주 완전소각 요구 등 외국인들이 이 정도로 나올 줄은 몰랐다. 말을 안 들으면 경영권을 빼앗겠다고 하니 참….”(KT&G 관계자) 국내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경영권 위협과 간섭은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재벌이건 개별기업이건 자신들의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공격에 나선다. 영국 소버린자산운용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SK㈜의 경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던 올 3월 주총보다 내년 3월 주총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는 외국인 지분율이 44%였지만 내년에는 60%가 넘을 전망. 반면 국내 최대주주의 지분은 불과 17%선에 그친다. 내년 정기주총을 위한 주주명부 확정일이 이달 29일로, 불과 20일밖에 남지 않아 상황역전은 불가능하다.SK㈜ 관계자는 “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경영권이 소버린에 넘어갈 경우 그룹 해체가 불가피해 군소 계열사는 물론 SK텔레콤 같은 우량회사까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해운은 지난 7월 이후 노르웨이 해운사인 골라LNG가 지분을 30.56%로 늘리면서 직접적으로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다. 현대상선도 골라LNG를 비롯한 북유럽계 지분이 최근 15%를 넘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캐피털그룹은 최근 현대자동차 지분을 14.61%로 확대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캐피털측은 ‘단순 투자’라고 하지만 ‘제2의 소버린’이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우량기업들은 어디건 홍역을 치른다. 삼성전자는 사외이사 추천권 요구, 본사 미국 이전 등을 외국인들로부터 요구받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7년간 외국인들은 국내 알짜기업의 주식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97년 11월 외환위기 직전 13.7%에 불과했던 SK㈜의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61%로 5배에 육박한다. 포스코도 21%에서 69%가 됐고, 현대차는 24%에서 56%, 삼성전자는 24%에서 55%로 외국인지분이 과반이 됐다. 올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국인 주식보유 비율은 43.2%로 헝가리(72.6%)와 핀란드(55.7%) 멕시코(46.4%)에 이어 세계 4위, 아시아 1위. 미국(10.3%), 독일(15.0%), 일본(17.7%)은 물론 타이완(23.1%)보다도 높다. 외국인들의 경영권 위협에 맞서 국내기업들이 쓸 수 있는 방어책은 지분매입이나 우호세력 확보 정도밖에 없다. 때문에 기업들은 ‘실탄’ 확보를 위해 현금보유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있다. 올 3분기 말 국내 10대 그룹의 유보율은 593.9%로 지난해 말(505.4%)보다 88.5%포인트나 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기업이 현금성 자산을 많이 갖고 있다는 얘기다. 또 2001년 말 8조 2000억원이었던 상장기업의 자사주 보유총액은 올 상반기 19조원을 넘어 2년 6개월 만에 배 이상이 됐다. 경영권 방어와 주가관리에 그만큼 돈을 쏟아부었다는 얘기다.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도 올 상반기에 자사주를 1조 9700억원어치 사들이고 중간 배당금으로 7643억원을 지급했다. 순이익(6조 2719억원)의 43.6%. 뒤집어 말하면 미래성장을 위한 에너지가 그만큼 잠식됐다는 뜻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돈 빼가기 실태 삼성물산의 3대 주주였던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는 지난 1일 “삼성물산의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펀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헤르메스는 불과 1주일 만인 8일 삼성물산 보통주 5%를 전량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인수합병 가능성을 흘려 주가를 띄웠다는 의혹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 실제로 ‘인수합병 협박’ 이후 사흘간 삼성물산 우선주는 43%나 뛰어 헤르메스는 30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조지 소로스의 퀀텀인터내셔널펀드가 대주주(25.68%)인 서울증권은 2001년 액면가(2500원)의 60%인 주당 1500원을 배당했다. 총 배당액은 801억원으로 소로스는 276억원을 고스란히 챙겼다. 하지만 그해 서울증권의 당기순이익은 471억원에 불과했다.2002년에는 주당 140원 배당을 해 소로스가 20억원을 받아갔다. 서울증권은 지난 9월에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서울 여의도 사옥을 947억원에 팔았다. 영국계 자본 BIH펀드에 인수된 브릿지증권은 지난 6월 전체 주식의 67.63%를 주당 1000원에 유상감자해 자본금을 2296억원에서 796억원으로 줄였다. 줄어든 자본금 중 1350억원이 BIH에 돌아갔다. 앞서 1999년 5월 주당 60%의 고배당을 했고 지난해에는 주당 1000원의 유상감자를 실시했다.BIH는 브릿지증권의 여의도와 을지로 사옥도 매각했다.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해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홍콩 소재 외국계 투자회사인 파마펀드가 대주주인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주당 700원씩 총 235억원을 배당했다.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고작 113억원밖에 안 됐다. 증권노조 관계자는 “외국계 펀드들이 국내에 들여온 것은 선진 경영기법이나 자산관리 노하우가 아닌 변칙적인 자산 빼돌리기 수법이었다.”고 비판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어쩌다 이렇게 됐나 영국 소버린자산운용이 자산 40조원의 국내 4위 재벌 SK를 흔들게 되기까지 들인 돈은 고작 1768억원. 지난해 3∼4월 이 돈으로 SK의 지주회사인 SK㈜ 지분 14.99%를 사들였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외부공격에 얼마나 취약한 지 잘 보여준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국내투자가 시작된 계기는 1997년 말 외환위기. 9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이후 서서히 완화되던 자본시장의 빗장이 외환보유고가 39억달러까지 추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2000원에 육박하는 초유의 상황이 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풀려나갔다.98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포함한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됐고, 외국인의 금융기관 소유와 적대적 인수·합병(M&A)도 허용됐다. 2001년에는 국내기업의 해외차입, 증여성 송금 등 외국인의 대외자본거래가 전면 자유화됐다. 이를 계기로 국내기업의 외자유치 방식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대출(貸出)자본’에서 주식을 넘겨주는 ‘주주자본’으로 방향을 틀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미국에서조차 허용되지 않는 과도한 개방이 국제 금융자본의 구미에만 맞춰져 안전장치 없이 이뤄졌다고 비판한다. 그동안 우리가 외국에서 받아들인 것이 한마디로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 ‘미국 월가(街)의 스탠더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주주의 기업 경영권 보호에 관대한 유럽은 물론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도 다양한 경영권 방어제도가 마련돼 있다. 미국에서는 전체 상장회사의 8.3%가 차등의결권제도를 두고 있다. 자동차회사인 포드의 대주주인 포드 가문은 단 7%의 지분으로 40%에 상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차등의결권은 법 위반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거 들어온 미국계 컨설팅사들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주장도 많다. 굴지의 외국계 컨설팅사에 있었던 현직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미국 컨설팅사들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이들은 월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경영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삼성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이 된 것은 그들의 논리에 넘어가지 않고 독자적인 경영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찬근(인천대 교수)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우리는 해외컨설팅사와 언론의 지적을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어차피 그들도 국제 금융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삼성·두산 “투자확대” vs 현대·건설업계 “졸라매기”

    삼성·두산 “투자확대” vs 현대·건설업계 “졸라매기”

    “고유가, 달러 약세 등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이 팍팍한 것은 사실이지만 멈추면 쓰러지기 때문에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일본 도요타처럼 마른 수건도 다시 짜야 한다. 시계(視界) 제로일 때는 졸라매기 이상의 처방은 없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이 3∼4%대에 머무는 등 경기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너도나도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부 그룹들은 오히려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를 늘려 잡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공격 앞으로 8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내년 공격 경영을 통해 제2 도약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연말에 ‘두산 비전’을 발표한다. 내년 초에 대우종합기계 인수를 마무리지은 뒤 진로 인수전에도 참여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매출 10조원과 영업이익률 15%를 달성함으로써 명실상부한 10대그룹의 면모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올해 12조원에 달했던 설비투자를 내년에 더욱 늘리기로 했다. 연구개발에는 올해 6조원보다 20% 늘어난 7조 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반도체,LCD, 휴대전화 등 주력제품의 경쟁력을 세계최고로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인재확보 밖에 방법이 없다.”면서 “안팎으로 삼성의 ‘긴축경영’을 예상하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투자와 채용을 늘려 ‘대표기업’으로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2005∼2006년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50조원을 쏟아붓는다.2010년까지 반도체에 25조원,LCD에 20조원을 투자키로 해 경기가 나쁘다고 해서 내년도 투자를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확장보다는 내실경영 LG그룹은 올해 경영계획을 지난 1월에야 발표했지만 내년도 경영계획은 이달말까지 조정을 완료,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내년이면 GS그룹이 공식 분리되는 만큼 목표를 일찌감치 제시해 자회사들의 분발을 촉구한다는 전략이다. LG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감안, 확장보다는 수익성 있는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LCD, 휴대전화, 정보전자소재 등 미래 성장사업에는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SK도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 내실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년 매출은 올 매출 목표치인 50조원보다 10% 이상 높게 잡았다. 또 시설 투자와 R&D(연구개발) 부문에 총 4조 50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버티고 또 버티고 올해 2조원 안팎의 사상 최대 순익 달성이 예상되는 현대·기아차 그룹의 내년 화두는 역설적으로 ‘졸라매기’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달러환율과 원자재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어 내년도 경영계획을 계속 수정하고 있다.”면서 “확실한 것은 내년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기로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말부터 벌이고 있는 출장경비 절약, 난방온도 낮추기 등 비용절감운동을 내년에도 계속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도 비슷하다. 올해 수주가 ‘대박’이 터졌지만 원자재값이 워낙 올라 영업이익도 나지 않았다. 게다가 올해 확보해놓은 수주는 내후년에나 매출로 연결된다. 내년에는 올해 수주로 버텨야 하는데 썩 신통찮다. 건설업계도 수주·매출 확대와 같은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긴축과 원가절감을 강요하는 ‘짠돌이 경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년 같으면 새해 사업계획을 결정짓고 신규 사업 준비에 여념이 없을 시기이지만 올해는 사업얼개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포스코 등 대형업체는 올해와 같은 수준의 사업 물량을 계획하고 있지만 수주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이 외환위기(IMF)도 아닌데 주요 그룹들이 투자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하지만 성과좋은 대기업이 ‘경제위기’를 부추긴다는 청와대의 지적 등 외부 시선이 경영계획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산업부 종합 ukelvin@seoul.co.kr
  • [IMF 그후 7년] 기업 판도 어떻게 변했나

    [IMF 그후 7년] 기업 판도 어떻게 변했나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판도변화는 한마디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지난 1997년 한보철강과 기아차 부도 사태 이후 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졌다.99년 자산기준 재계 서열 2위였던 대우그룹을 비롯, 쌍용·한라·동아·고합·해태·뉴코아 등 국내외를 호령하던 그룹들이 줄도산했다. 특히 2000년 서열 1위였던 현대그룹이 경영권 분쟁과 자금난에 발목이 잡혀 계열분리가 진행되면서 기업 지도는 ‘시계 제로’인 상황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지는 별’이 있으면 ‘뜨는 별’도 있게 마련. 우선 2001년 서열 1위에 올라선 삼성의 독주체제가 돋보인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64개 계열사의 올해 매출은 내년도 국가예산(135조원)과 맞먹는 131조원, 이익만 10조원에 육박한다. 외환위기 이후 삼성의 입지는 ‘몰락한 집안(한국경제)의 선산을 지키는 고독한 아들’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 정도로 다른 대기업들은 위축돼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에 이어 99년 신세기통신마저 인수한 SK그룹의 계열사 수는 2000년 39개에서 지금은 60개가 넘을 만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계열분리 이듬해에 서열 5위로 단숨에 뛰어오른 뒤 현재 3위에 등극한 현대차그룹도 무섭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서열 2위인 LG그룹이 내년 초 GS그룹과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어 ‘지각 변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외환위기 이후 7년 동안 기업들은 외형(매출)보다 효율(이익)을 중시하면서 기업의 재무구조와 경제지표는 개선됐다.97년 말 400%를 넘던 부채비율도 100%를 밑돌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는 남아 있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소수의 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제조업체는 한계상황에 놓여 있다. 또 외환위기 직후 외국인의 국내기업 주식보유비중 상한제가 폐지됨에 따라 거래소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주식비율이 당시 13.7%에서 43% 안팎으로 급등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5개사에서 50% 이상을, 한국전력공사를 제외한 9개사에서 4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안방’을 점령해가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월드이슈-위기의 신문시장] 위기 세계 신문시장…생존 몸부림

    [월드이슈-위기의 신문시장] 위기 세계 신문시장…생존 몸부림

    신문시장의 최대 위기 봉착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인터넷 신문과 무가지 등 새로운 경쟁매체의 대거 등장과 독자 감소, 경기 침체에 따른 광고수입 축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는 일. 각 국의 신문들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신문들은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서두르는가 하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전통도, 자부심도 팽개친 채 대변혁을 서두르고 있다.‘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란 슬로건 아래 읽기 쉬운 타블로이드 판으로 바꾸거나 시각적인 신문으로 편집체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저마다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는 신문시장의 현실을 짚어본다. |파리 함혜리특파원|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유럽국가 대부분의 종합일간지들은 위기를 호소한다. 신문업계가 취약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독자층의 감소 ▲새로운 매체의 부상 ▲광고수입 감소를 꼽는다. ●일간지 위기는 세계 공통의 현상 관련 분석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2차대전 이후 규칙적으로 신문을 읽는 습관이 꾸준하게 줄어왔다. 20세를 기준으로 볼 때 1960∼70년대에는 40%가 규칙적으로 신문을 읽었지만 80년대 들어 30%로 줄었고 오늘날의 인터넷 세대는 20%만이 신문을 규칙적으로 읽는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무가지와 인터넷 매체의 등장이다.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는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무가지가 출퇴근길 지하철과 거리에서 유료신문을 밀어내고 있으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해주는 24시간 뉴스채널, 인터넷 뉴스서비스가 기존 신문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광고수입도 줄어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광고수입의 감소도 어려운 문제다. 프랑스의 경우 2003년 인쇄매체의 광고수입은 2000년에 비해 38%나 줄었다. 프랑스에서 최고 발행부수(34만부)를 자랑하는 유력지 르몽드는 2003년 그룹 손실액이 2500만유로에 달했다. 급기야 르몽드 경영진은 지난 9월20일 특별이사회에서 경비절감을 위해 기자 35명 포함,9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었다. 르몽드의 주간 문화전문 섹션 ‘아덴’도 오는 12월22일부터 발행이 중단된다. 프랑스의 유일한 석간신문인 르몽드는 배달비용 절감을 위해 조간 전환을 검토 중이다. 1950년대 하루 100만부 이상 팔리던 대중 일간지 ‘프랑스 수아르’는 하루 판매량이 7만부 이하로 떨어지면서 이집트 출신 부호 레몽 라카르에 매각됐다. 그나마 현상유지를 해 온 르피가로는 최근 항공산업 재벌 세르주 다소가 매입했다. 대표적 좌파신문인 리베라시옹은 재정난 타개를 위해 기업가 에두아르 드 로칠드와 경영권 인수협상에 들어갔다. ●독자의 변화에 맞춘 변신 시도 독자들은 예전에 비해 수적으로 현격히 감소하기도 했지만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 또한 크게 바뀌었다. 이같은 독자들의 기호변화에 발맞춰 신문들은 읽을 거리, 볼거리 위주로 내용을 바꾸고 보다 읽기 쉬운 타블로이드판으로 판형을 바꾸려고까지 하고 있다. 영국의 신문시장은 전통적으로 고급지는 대형, 대중지는 타블로이드판으로 구분돼 왔으나 지난해 10월 인디펜던트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도시의 독자들을 겨냥해 타블로이드판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잇따라 대형 판형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권위지 ‘더 타임스’는 11월1일자부터 기존의 대형 판형을 폐지하고 타블로이드 판형으로만 신문을 제작하고 있다.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프랑스에서 영자지의 출현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곧 현실화될 전망이다. 르몽드가 뉴욕타임스 기사를 발췌,1주일에 한번씩 영자 섹션을 발행해오고 있고, 주인이 바뀐 프랑스 수아르는 프랑스내 외국인과 국내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한 영자 신문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독자들의 수요와 기대를 정확하게 파악, 지면 개선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뷔르츠부르크에서 발행되는 마인포스트는 신문 발행 당일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리더스캔’이라는 방식을 도입했다. 리더스캔은 독자가 특정기사를 읽을 때 스캐너 기능을 하는 전자펜으로 시작 부분과 끝낸 부분을 표시하도록 한 뒤 이 자료를 중앙컴퓨터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젊은 층 정기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방뉴스보다는 전국적인 뉴스에 대한 관심이 높고, 수준높은 문화기사보다는 전날 저녁 TV뉴스에 나온 화제기사가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사의 도입 문장이 좋을 경우 독자 반응이 좋고, 사진이나 그래픽이 있는 기사가 텍스트만 있는 기사보다 더 관심을 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마인포스트의 미카엘 라인하르트 편집인은 “이처럼 편집을 혁신하자, 종전 7%였던 열독률이 8.5%로 높아졌다.”고 반색했다. lotus@seoul.co.kr ■ 美 “변화만이 살길이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경제대국 미국에서도 신문 산업이 어려운 것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다. 미국 신문의 고전은 ▲독자들의 변화에 둔감한 기자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났듯이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 등 편집상의 요인 ▲뉴미디어 등장에 따른 영향력 축소 ▲수익성 감소로 인한 노동여건 저하 등 경영상의 요인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신문이 독자와 유리됐다” 미국 신문의 발행인 및 편집자 모임인 ‘에디터 앤드 퍼블리셔’는 1일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의 신문은 오랜동안 미국인의 신념, 특히 종교적 믿음과 유리돼 신뢰를 잃게 됐다.”는 반성의 글을 올렸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신문은 211개사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지지한 신문 197개사보다 많았다. 이를 부수로 환산하면 2080만부 대 1460만부이다. 특히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의 다수가 케리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부시 대통령의 완승이었다. 언론계에서는 “리버럴한 성향을 가진 기자들이 미국 사회 주류의 인식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과 함께 “신문이 지나치게 정치적 색깔을 부각시킨다.”는 반성이 제기됐다. ●뉴미디어의 출현이 독자 잠식 미국의 대표적인 사전 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가 1일 공개한 2004년 10대 키워드 중 1위는 ‘블로그’가 차지했다. 한국의 오마이뉴스, 프레시안과 마찬가지로 블로그는 미국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로 성장했다. 또 네티즌의 기호에 맞는 갖가지 다양한 뉴스 사이트가 잇따라 등장하고 지하철을 중심으로 무료신문도 확산돼 신문 독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미국신문협회(NAA)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초 4820만부에 달하던 평일판 발행부수는 지난달 4770만부로 0.9% 줄었다. 또 전국 50대 시장에서 신문 구독률은 6개월 전의 53.4%에서 52.8%로 감소세를 보였다. 일요판의 구독률도 61.2%로 6개월 전의 62%보다 축소됐다. ●판매부수 부풀리기도 신문의 영향력이 감소되면서 자연히 수익성도 줄어들고 있다. 일부 신문은 광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판매부수 부풀리기’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의 판매부수는 광고료 산정의 핵심적인 기준이다. 신문사들은 뉴미디어의 등장 등으로 신문 구독자가 줄고 9·11 테러 이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광고수입이 급감하자 이같은 부당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기구독 부수보다 가판대 판매 부수가 집중적인 부풀리기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시카고 선 타임스의 경우 각 배급소에 미판매분을 반환하지 말도록 지시해 판매부수를 부풀린 것으로 자체감사 결과 밝혀졌다.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미국의 신문들은 이같은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모색 중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19일 독자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기사를 줄이고 사진과 그래픽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 편집인 레너드 다우니 주니어는 연례 평가회의에서 발행부수가 지난 2년 동안 70만 9500부에서 약 10% 줄었다고 밝혔다. 다우니 편집인은 지난 여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한 뒤 “새로운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기사를 더 짧게 쓰는 것이 요구된다.”면서 “신문의 디자인 담당자와 편집자들은 사진과 그래픽이 들어갈 지면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USA투데이의 창업자인 알 뉴하스는 지난달 28일 칼럼을 통해 “미국 신문은 진보든 보수든 ‘이념의 망치’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신문을 비교하면서 “일본 신문에는 광고보다 뉴스가 많은데 미국 신문은 그 반대일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뉴하스는 미국의 신문 사주와 발행인, 편집자들에게 “더 많은 뉴스를 싣고, 친구와 적에게 똑같이 공정하고 예의를 갖춘다면, 신문 값을 올려도 독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dawn@seoul.co.kr
  • 10대그룹 유보율 593% ‘사상최고’

    10대 그룹 상장사의 내부 유보율이 사상 최고치인 600%에 육박했다. 롯데·SK·삼성·LG의 유보율이 크게 높아졌고,1000% 이상 기업도 81개에 이른다. 기업이익은 급증한 반면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데다 경영권 방어, 주가관리 등을 위해 현금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의 유보율(자본금 대비 잉여금의 비율)은 593.9%로, 지난해 말의 505.4%에 비해 88.5%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는 12월 결산 상장법인 중 조사 가능한 기업 477개사의 평균치인 477.9%에 비해 116%포인트가 높은 것이다.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기업의 재무구조가 안정돼 있고 무상증자, 자사주 매입, 배당 등을 위한 자금 여력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투자 등 생산적 부문으로 돈이 쓰이지 않고 고여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그룹별 유보율은 롯데가 1753%로 지난해 말에 비해 306%포인트가 급등했다.SK는 1124%로 158%포인트가 높아졌다. 삼성도 987%로 138%포인트 상승했다. 조사대상 477개 상장사 가운데 유보율 500∼1000% 미만이 114개사였다.1000% 이상도 81개사나 됐다. 올해 유보율 증가폭은 SK텔레콤(1807%포인트)이 가장 높았다. 롯데칠성음료(1502%포인트), 롯데제과(1224%포인트), 태광산업(1080%포인트), 엔씨소프트(813%포인트), 남양유업(715%포인트), 삼성전자(562%포인트), 텔코웨어(433%포인트), 포스코(405%포인트), 롯데삼강(364%포인트), 삼영(331%포인트) 등의 순이었다. 유보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태광산업으로 2만 5034%였고,SK텔레콤(1만 5018%), 롯데칠성음료(1만 2120%), 롯데제과(1만 2113%), 남양유업(1만 302%), 영풍(5756%), 고려제강(5286%),BYC(4787%), 케이씨티시(4610%)등이 뒤를 이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사설] 선물 돌린다고 소비 살아나나

    내년에도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내수는 바닥 없이 가라앉고 있다. 고용은 불안하고 소득은 줄어드는데, 세금이나 연금은 자꾸 늘어나니 소비심리 위축 현상이 장기화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오죽하면 이해찬 총리가 국무회의에서 “경기가 더 침체되면 안 된다.”면서 “연말연시에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차원에서 선물 주고받기 운동을 벌이자.”는 제안까지 했을까. 그러나 내수부진을 이야기하는 정부의 시각은 이 총리의 발언에서 보듯 안이하고 가볍다. 이 말을 들은 장관들의 표정부터가 시큰둥하다. 내수부진은 주 소비층인 중산층과 그 아래의 가계가 예전만 못해서 일어났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여야 지갑을 열 텐데, 지금 경제상황으로는 언제 직장을 그만둘지 모르는 위기감과 불확실성이 소비심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접대비 한도 설정이나 성매매특별법 등도 소비진작에는 악재다. 이럴 때 부자들이 돈을 써주고,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줘야 하는데, 그럴 기미는 전혀 안 보인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7∼9월 해외에서 쓴 신용카드 금액은 전년동기대비 11.4% 늘었는데 국내 사용액은 20%나 줄었다. 여유 계층이 밖에 나가서는 돈을 펑펑 쓰면서 안에서는 안 쓴다는 방증이다. 국내 10대 그룹도 현금을 26조원이나 잔뜩 쌓아놓고 신규 투자에는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데는 정권 일각에서 부자나 대기업을 사갈시하는 풍조가 일조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선물 몇개 주고받는다고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다. 어차피 다른 곳에 쓸 돈으로 선물을 사는 것이라면 제로 섬이다. 정부도 그 점은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공직자들이 국민의 혈세를 써가며 선물을 주고받는다면 또 다른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고소득층을 정상적인 소비에 동참시킬 수 있는 대책, 이를테면 마음부터 열게 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삼성 세계경영 구상 ‘미래전략그룹’

    삼성의 독특한 해외전문가 조직인 ‘미래전략그룹’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전략 컨설팅과 해외진출 등을 지원하는 미래전략그룹은 1997년 7월 해외 핵심인재를 확보하려는 이건희 회장의 ‘특명’으로 설립됐다. 컨설팅, 재무, 전략기획, 연구개발, 법률, 마케팅, 영업 등 각 분야에서 6년 이상의 실무경험을 쌓은 이들이 창립 멤버다. 당시만 해도 삼성의 위상이 요즘같지 않아 하버드,MIT, 스탠퍼드 등 세계 톱10 비즈니스스쿨 출신의 인재 22명을 ‘모셔 오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7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는 하버드 MBA를 마치고 매킨지에서 7년간 근무했던 벨기에 출신의 요한 베프라테레 등 10개국에서 온 25명이 삼성본관 바로 옆 태평로빌딩에서 삼성의 글로벌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직급은 과장이지만 1억원 이상의 연봉과 한남동의 30평형 이상 아파트 등 섭섭지 않은 대우에 해외경험이 풍부한 삼성직원을 ‘코디네이터’로 지원받는다. 미래전략그룹은 출범직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가족 문제 등으로 2년간의 계약이 끝나면 삼성을 떠나는 인재들도 있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삼성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계약이 끝나도 대부분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정규직원으로 남고 싶어한다. 삼성전자 영국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넬슨 앨런은 미래전략그룹을 거쳐 지난해 삼성전자 부장으로 정착했다. 지난 2002년 삼성의 외국인 임원 1호가 된 데이비드 스틸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기획담당 상무도 미래전략그룹에서 발탁된 대표적 사례다.22명의 미래전략그룹 출신 인재들이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SDS, 삼성증권 등에서 일하고 있다. 선발과정도 까다로워졌다. 하버드 등 10대 비즈니스스쿨 졸업자 6000여명을 대상으로 1,2,3차에 걸친 면접을 통해 엄선한다. 미래전략그룹 배병률 상무는 “전략그룹이 그동안 수행한 그룹내 프로젝트만 150개가 넘는다.”면서 “삼성이 최근 괄목할 만한 해외비즈니스 성과를 내는 데 이들이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프랑스 유력일간지 르 피가로 29일자는 프랑스 최고의 공학 교육기관인 에콜 폴리테크닉 출신으로 삼성 미래전략그룹에서 근무 중인 데이비드 앙리(32)의 피에르-포르(Pierre-Faurre)상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삼성이 앙리와 같은 인재를 고용하는 것은 전세계의 유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면서 “미래전략그룹은 삼성그룹 내부 컨설팅을 수행하는 동시에 해외법인의 잠재적 관리자를 육성하는 특별조직”이라고 소개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은행권 빅3만 생존”

    은행권이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생존을 위한 최고경영진 차원의 독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도 서슴없이 내비친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우수인력 스카우트를 위해 해외로 나서기도 한다. 한국씨티은행 출범에 더해 HSBC(홍콩상하이은행)까지 국내 진출을 서두르면서 고조된 위기감이 그 중심에 있다. 우수인력 선발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한국시간으로 1일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시장 최대 경쟁상대는 한국씨티은행”이라면서 특히 세계 최대 씨티은행이 각국에서 쌓아올린 소매금융 역량과 노하우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회장으로서 미국까지 찾아온 것도 씨티은행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도 이날 월례조회에서 “은행들의 전쟁은 꾸민 말이 아니고 현실”이라면서 “잠재력을 극대화해 제대로 한번 싸워보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강 행장은 “은행들의 전쟁이라는 말에 오해하는 직원들이 일부 있는데, 이들은 여건 악화에 대응하고 경쟁 은행과 싸워 이길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라고 질타했다. 신한은행 신상훈 행장 역시 “사활을 건 대회전(大會戰)이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라면서 “내년을 치밀하게 준비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씨티은행 출범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인 HSBC의 시중은행 인수도 임박했다.”면서 “이렇게 어려울 때 한발짝 앞서가야 진정한 최고은행”이라고 강조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도 “최근 금융환경 변화는 ‘제2의 빅뱅’을 예고하는 것”이라면서 “과거의 패러다임 속에서 국책은행으로 안주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한국씨티은행에 이어 HSBC, 스탠더드차터드 등 국제 금융시장의 강자들이 속속 진출할 것으로 보이고 우리은행 등 국내 경쟁은행의 움직임도 발빠르다고 최근 상황을 평가했다. 우리금융은 이날 ‘2005년 10대 금융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업계 판도가 머잖아 상위 3개 은행 중심의‘빅3’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용주 전략기획팀 부장은 “한국씨티은행의 출범으로 국민은행, 우리금융그룹, 신한금융지주, 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5개 대형은행 체제가 됐지만 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이는 장기간 지속될 수 없으며 조만간 2개 은행이 선두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기획] 욕, 난세의 ‘문화코드’로…TV·문학 ‘점령’

    [기획] 욕, 난세의 ‘문화코드’로…TV·문학 ‘점령’

    ‘욕’. 그것은 저급한 소통수단인가, 필요악인가-. 우리사회의 정치권과 뒷골목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것 못지않게 문화예술계에서도 온갖 욕과 쌍소리가 넘쳐난다. 그 때문인지 극장 가기도,TV 보기도, 라디오 켜기도, 소설을 들추기도 겁이 난다. 말 그대로 욕의 홍수다. 아무리 문화가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다 싶다. 하지만 문화예술 각 장르에 만연한 이같은 욕들은 우리시대의 한 코드로 통용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나게’ 스크린은 욕설 경연장? “내 입술 부빈 ×은 니가 처음이야.”“×나게 좋아한다.” 10대 청소년 대상의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의 대사중 일부다. 인터넷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동명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에서 욕은 분노나 위협 등의 격한 감정을 표현하는 특수한 용어가 아니라 10대들의 일상어로 등장한다. 새달 3일 개봉하는 ‘발레교습소’(15세)에서도 주인공 민재가 감정이 격해지면서 ‘18’이라는 말을 쓰고, 양아치들은 ‘×만한 게’‘×발년’같은 욕을 예사로 내뱉는다. 영화 ‘말죽거리잔혹사’(15세)에서는 “대한민국 학교 ×까라 그래!”라고 외치고,‘위대한 유산’(15세)에서는 ‘미친년아’‘변태 또라이 새끼’등 거친 표현이 쉴새없이 쏟아진다. 중년층을 겨냥한 ‘고독이 몸부림칠 때’(15세)에서도 ‘염병할 놈’‘우라질 놈’‘뭔 지랄이여’등이, 전쟁영화인 ‘태극기 휘날리며’(15세)에서도 ‘×팔’‘×나게’라는 표현이 수도 없이 나온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보리울의 여름’‘달마야, 서울가자’‘신부수업’등의 몇몇 영화는 욕설이 없는 무공해표 영화라는 점을 홍보문구로 내세웠을 정도다. 한국 영화에서 ‘이 자식’‘이 새끼’를 넘어서는 욕이 등장한 것은 90년대 초반부터. 욕설 표현의 금기를 깬 선구자는 여균동 감독의 ‘세상밖으로’(94년)다.‘×만아’같은 욕설을 무려 250회에 걸쳐 쏟아놓았다. 이후 송능한 감독의 ‘넘버3’를 시작으로 ‘친구’‘피도 눈물도 없이’등 잇단 조폭영화를 거치며 욕은 코믹한 수준을 넘어섰다. 폭력, 노출과 함께 욕설이 3대 심의 기준의 하나인 미국과 달리 국내 심의에서 욕설은 18세 관람가에서는 아예 문제시되지 않을 뿐더러 15세 이상 관람가에서도 관대한 편이다. ●안방까지 침범한 욕설 최근 방영된 MBC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에로배우 시연(김민정)은 ‘지랄’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탓에 영화에서처럼 적나라한 욕설은 등장하지 않지만 비속어나 은어의 사용은 빈번해졌다.MBC FM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3월10일 방송)은 ‘맞장을 까고’‘쪽팔리는 얼빵함’‘지들이 구라치거나’등의 비속어를 사용해 방송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대중가요에서의 욕설도 점차 강도가 세지는 추세다.SBS 심의팀이 올 11월까지 심의한 4675곡 가운데 방송불가 판정을 받은 가요는 총 143곡. 이 가운데 욕설을 포함한 비속어 사용이 문제가 된 경우는 70곡이었다. 조pd의 ‘SHOW MUST GO ON’은 ‘띨빡한’‘까발려진 개수작’‘fucker’‘god damn’ 등의 표현 사용으로 불가 판정을 받았다. 올해 나온 서태지의 노래 ‘F.M Business’에서는 ‘fucking’이 사용돼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고,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2집에 수록된 ‘뒷담화’는 무려 35초 동안 온갖 욕설이 이어진 뒤 노래가 시작된다. 저항을 사명으로 하는 힙합 가수들의 경우 욕설은 거의 필수항목이나 마찬가지다. ●문학속의 욕 한국소설 속에서의 욕설은 오랫동안 ‘갖은 양념’ 같은 것이었다. 이문구 김주영 윤흥길 조정래 등 문단을 이끈 중진작가들은 주요 작품들 속의 등장인물들에게 거의 예외없이 질펀한 욕을 쏟아내게 해 독특한 작가적 질감을 일궈냈다. 예컨대 이문구의 대표작 ‘우리동네’같은 작품은 쉴새없이 끼어드는 욕설이 줄거리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될 정도. 사정없이 내다꽂는 욕설이 주요한 문학적 장치가 되는 추세는 서사가 강한 중진작가들의 작품활동이 뜸해지면서 거의 사그라든 형편이다. 그러나 10대가 점령한 인터넷 소설쪽은 사정이 다르다. 아예 ‘욕설의 바다’ 수준이다.10대의 폭발적인 호응을 업고 문학시장 깊숙이 침투한 인터넷 소설은 거침없는 욕설과 원색적 비아냥이 이야기를 엮는 필수 소재가 돼버렸다. 최근 그 경향은 초등학생들쪽으로까지 침투해 내려갔다. 또래끼리 문화층을 갖춘 이들은 나름대로의 변형된 욕 글들을 주고받는다. 한글 자체의 글꼴을 변형하는가 하면 알 듯 모를 듯한 욕설을 일삼는다. 팍팍한 삶에 윤활유가 돼 주었던 욕이, 인터넷 소설판에서는 이제 특별히 감동적일 것도 없는 일상용어로 돌변해버린 셈이다. 연극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막을 내린 뒤 앙코르 공연예정인 ‘청춘예찬’만 보더라도 극중 불우한 환경 속에 고등학교를 4년째 다니고 있는 22살의 청년과 친구들의 대화 속에는 “X발, 개새끼”는 양념 격으로 등장하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중삐리 관중 X나게 많은데서”“물레 돌리지마 이 X새끼야”“씨박 새끼 넌 술이 들어가냐?”같은 욕과 비속어가 즐비하다. 순수예술의 꽃인 연극의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문화부 종합 coral@seoul.co.kr
  • 당당해진 욕…병든 사회의 ‘신음’

    당당해진 욕…병든 사회의 ‘신음’

    욕, 악장거리, 악구, 험담, 험구……. 우리말에는 욕설을 가리키는 말도 많고 욕 자체도 많다. 소설가 정태륭씨가 우리 욕을 수집해봤더니 일단 추린 것만 해도 6000개였다 한다. 욕이라 해봤자 ‘바카’(말과 사슴을 구별 못하는 바보),‘칙쇼’(畜生·짐승) 정도인 이웃 일본과 큰 차이다. 그만큼 욕은 우리의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표현양식 가운데 하나라는 의미다. 욕설의 범람 배경에는 아무래도 권위주의의 종말이 첫째 이유로 꼽힌다. 억눌렀던 힘이 사라지자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욕을 하나의 유행으로 치부할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는 욕설을 “권위나 위계질서, 규범·비규범의 경계가 무너진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민주화일 수도, 아노미상태일 수도 있다. 인터넷 문화와 대중매체의 상업주의가 부추기는 측면이 있지만 자율적이고 평등한 문화가 자리잡을수록 점차 사라지리라고 전망했다. ‘개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욕이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해석도 있다. 사실 ‘개성’이라고 불리는 문화적인 코드치고 유행에 떠밀리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충남대 황인덕 교수는 이 때문에 “자기 존재에 대한 과잉의식”으로서 욕을 정의했다. 또 갱그룹(Gang Group·또래집단)을 찾게 된다. ‘범생이그룹’에 속하지 못하는 평범한 학생들이 ‘문제아그룹’에 억지로라도 끼기 위해 욕을 해대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그룹 구성원들보다 더 ‘오버’할 가능성이 높다. 한동안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초선의원들의 막말행태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다 비합리적인 우리 사회의 병폐도 욕을 부추긴다. 꽉 막힌 사회적인 의사소통을 욕은 단번에 뚫어주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욕은 상소리가 아니라 강조어법이나 효과적인 전달 방식으로 자리잡기도 한다.‘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이란 책을 낸 계명대 김열규 석좌교수는 “커뮤니케이션의 포기 혹은 파괴로 인해 마지막으로 나오는게 욕”이라면서 “자위권의 발동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 대해서 ‘어쨌든 욕은 욕일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신대 김종엽 교수는 “기층 민중들의 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욕”이라면서도 “바람직스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욕은 어디까지나 우회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막말 퍼레이드’ 어디까지 모 야당 의원은 일국의 대통령과 총리를 공개적으로 ‘무식한 꼴통’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또다른 야당 의원은 현 정권을 ‘캄보디아 폴포트 정권’이라고 퍼부어 댔다. 막말을 하는 데는 물론 여야가 따로 없다. 헌법재판소를 ‘헌법제작소’, 헌법재판관을 ‘법복 입은 정치인’이라고 비아냥거린 여당 의원도 있다. 욕 권하는 사회 탓인가. 개인의 인격 부재인가. 새 정치에 대한 기대 속에 출범한 17대 국회의 ‘선출된 인재’들이 펼치는 험구정치에 국민은 피곤할 따름이다. 욕! 그것은 응달의 언어였다. 그런데 지금 욕은 벌건 대낮의 말이 됐다. 대한민국 한 복판에서 중인환시리에 당당히 토설하는 뻔뻔스러운 언어가 돼 버린 것이다. 어디 정치뿐이랴. 영화고 연극이고 소설이고 욕은 이미 문화까지 접수했다. 온통 막말 퍼레이드다. 어떤 이는 이 강파른 세상에 어떻게 욕 안하고 살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입 사나운 걸 탓하기 전에 세상 사나운 걸 탓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욕은 필요악인가. 문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욕을 하느냐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언젠가 빛고을 광주에서는 전국 욕쟁이대회가 열린 적이 있다. 음습한 뒷골목에서 나뒹굴던 쌍소리가 양광에 삽상한 바람까지 쐬는 호사를 누린 것이다. 대회장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도 대표들의 옹골진 욕에 사람들은 배꼽을 쥐었다. 그 때 욕은 상스럽지도 더럽지도 않았다. 거기에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고, 민족의 얼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차라리 ‘욕의 복권’이었다. 욕을 하지 말아야 함은 당위에 속한다. 그럼에도 욕은 어지럽게 춤춘다.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특히 영화는 욕설의 하치장이다. 조폭코미디의 유행이 지나면서 전체적으로 영화에서의 욕설 횟수는 줄었지만, 문제는 스토리 전개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욕설이 습관적으로 끼어든다는 것이다. 요즘들어 12세·15세 이상 청소년 관람가 영화에서는 욕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문자 씹으면 죽구, 전화 안 받으면 더더욱 죽는다.” 청소년들의 삼각 사랑을 그린 영화 ‘늑대의 유혹’의 한 대목이다. 욕설문화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주범은 단연 인터넷 공간이다. 이른바 사이버 소설은 아예 10대들의 독천장이다. 인터넷 소설카페를 통해 또래문화를 형성한 이들은 온갖 욕설과 은어에 희한한 이모티콘까지 섞어 비문·오문 투성이의 ‘창작글’을 올리기 일쑤다.“그 뭬췐뇬이 나한테 꼬뤼쳤”“이런 뛰발”“이 새퀴들”“졸라”“아가리 묵념” 등의 낯 뜨거운 비속어들이 후렴구처럼 쓰인다. 욕 잘하는 캐릭터가 ‘쿨’한 주인공 대접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존나 머싯는 놈’‘존나 사랑해’ 등 아예 제목에 욕이 들어가는 사례도 줄줄이다. 예술이란 마당에서 ‘활용되는’ 욕은 때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 한 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 구실을 하기도 한다. 이제 욕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그 순연한 카타르시스의 미학,‘욕의 힘’을 되찾아 줘야 할 때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