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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 떠난 홍정호…“선수, 사람으로 존중받지 못했다”

    전북 떠난 홍정호…“선수, 사람으로 존중받지 못했다”

    프로축구 K리그1 ‘우승 명가’ 전북 현대와의 8년 동행을 마친 베테랑 센터백 홍정호(37)가 “선수로서,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었다”며 구단을 향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홍정호는 1일 인스타그램에 아무것도 없는 검은 이미지와 함께 8년간 헌신했던 팀을 떠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마음을 크게 다쳤다고 했다. 그는 “(2025시즌) 팀의 주축으로 뛰었고, 더블 우승을 이뤘고, 개인적인 성과(베스트 11)도 남겼다”면서 “시즌이 끝나가면서 여러 팀에서 연락이 왔지만, 저는 전북이 우선이었다. 제 마음속에 선택지는 전북뿐이었기 때문에 전북만을 기다렸다”고 썼다. 이어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구단과 미래를 이야기할 때 저는 아무런 설명도 연락도 없이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고, 그 기다림은 점점 길어졌다”면서 “오랜 기다림 끝에 어렵게 마주한 미팅에서 재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이미 정해진 답을 모호하게 둘러대는 질문들만 가득했다. 저에게는 선택권이 없었고,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홍정호는 마이클 김 테크니컬 디렉터가 부임한 뒤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는 취지로 글을 이어갔다. 그는 “테크니컬 디렉터님이 바뀐 뒤, 저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채로 시즌 초 많은 시간 동안 외면을 받았다”면서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이적을 권유하는 말까지 듣게 됐다”고 했다. 아울러 홍정호는 구단 직원 실수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선수 등록이 되지 않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는 변명을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2010년 제주SK FC(당시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홍정호는 독일, 중국 무대를 거쳐 2018년 K리그로 복귀한 뒤로는 줄곧 전북에서 뛰었다. 전북에서 통산 206경기를 소화하며 7골 5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일군 거스 포옛 감독이 외국인 코치진 등 ‘포엣 사단’과 함께 떠난 전북은 김천 상무 사령탑을 맡았던 정정용 감독을 선임한 뒤 선수단도 새롭게 조직하고 있다.
  • 나사렛대, 정시모집 ‘7.29대 1’…“전년 대비 2배 상승”

    나사렛대, 정시모집 ‘7.29대 1’…“전년 대비 2배 상승”

    나사렛대학교(총장 김경수)는 31일 2026학년도 정시 원서접수 마감한 결과, 정원 내 기준 242명 모집에 1763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7.29대 1을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나사렛대 정시모집 경쟁률은 지난해(3.60대 1)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해 최근 10년간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모집단위별로는 나군 재활스포츠학부가 10.9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강지언 입학처장은 “이번 정시모집 결과는 교육 경쟁력 강화와 실무 중심 교육 성과가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 “예수 복원? 원숭이인데” 벽화 보고 전 세계 “아악!”…그 화가 94세로 별세

    “예수 복원? 원숭이인데” 벽화 보고 전 세계 “아악!”…그 화가 94세로 별세

    100여년 전 예수 벽화 복원을 시도했으나 엉망으로 덧칠, 이른바 ‘원숭이 예수’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스페인 여성이 세상을 떠났다. 처음엔 전 세계의 조롱거리였지만, 덕분에 작은 마을이 유명 관광지로 거듭났다. 30일(현지시간) 가디언, CBS 등 외신에 따르면 아마추어 화가 세실리아 히메네스가 94세로 숨졌다. 스페인 북동부 보르하시 당국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히메네스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히메네스는 2012년 보르하의 산투아리오 데 미세리코르디아 교회에 걸린 벽화 ‘에케 호모’를 복원하겠다고 나섰다. 이 작품은 1910년대 지역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가 그린 예수의 초상화였다. 히메네스는 선한 의도로 붓을 들었지만, 예술적 재능이 따라주지 못했다. 결과물은 역사상 최악의 복원 작업으로 평가됐다. 히메네스가 복원한 예수의 얼굴은 만화 같았고, 원래 모습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예수 얼굴에 갈기처럼 보이는 그림이 추가되면서 ‘원숭이 예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소식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인터넷에는 마이클 잭슨, 호머 심슨 등 유명 인물을 패러디한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과 합성 사진이 쏟아졌다. 당시 히메네스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부님이 허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부님도 알고 계셨다. 허락 없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겠나”며 “교회에 온 사람들이 모두 내가 그림 그리는 걸 봤다. 몰래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란은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이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보르하가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복원’ 이듬해에는 약 5만 7000명이 ‘원숭이 예수’를 보러 찾아왔다. 논란이 잠잠해진 뒤 히메네스는 지지자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그림 28점을 모은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 10킬로 감량한 홍현희 “공연 중 맨홀에 빠져 응급실”...못에 찔리기도

    10킬로 감량한 홍현희 “공연 중 맨홀에 빠져 응급실”...못에 찔리기도

    코미디언 홍현희가 무대에서 추락해 종아리가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홍현희는 지난 12월31일 유튜브 채널 ‘장공장장윤정’에 나와 가수 장윤정, 코미디언 이은형과 함께 공연 중 벌어진 사고에 관해 얘기했다. 홍현희는 “어렸을 때 피겨스케이팅을 했다”며 “그때 균형 감각이 좋아졌다. 여자들한테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은형은 “언니가 균형감각이 남아 있어서 무대에서 항상 맨발로 뛰어다녔는데 하루는 중심을 못잡고 무대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홍현희는 “맨홀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거기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이은형은 “언니가 운동 신경이 있어서 혼자서 올라왔다”고 했다. 홍현희는 “두더지처럼 들어갔다. 나올 때 나 혼자 알아서 나왔어야 했다. 당시에 누가 날 끌어준다고 끌어당겼는데 못에 걸려서 종아리가 찢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에 가서 치료를 했다. 상처난 곳을 벌려서 소독약을 부었다”고 했다. 또 “병원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게다가 생으로 꿰맸다”고 덧붙였다. 홍현희는 “못에 다친 거라 파상풍 주사 10년짜리를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 인기 드라마 세트장이 관광지로…지자체들, ‘촬영 메카’ 재단장 경쟁

    인기 드라마 세트장이 관광지로…지자체들, ‘촬영 메카’ 재단장 경쟁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기 드라마 세트장을 활용한 지역 관광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경북 문경시는 ‘사극촬영 메카’인 마성오픈세트장과 에코월드 내 가은오픈세트장을 재정비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노후화된 세트장 시설을 정비, 방문객 및 영상촬영팀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드라마 ‘환혼’의 주요 촬영지로 알려진 마성오픈세트장은 배수로 개선과 노후 세트물 교체 등 전반적인 시설 보수가 이뤄졌다. 에코월드 모노레일 상부에 위치한 가은오픈세트장은 성벽 보수와 초가집 이엉 교체 등의 보수공사를 마쳤다. 이 세트장은 드라마 ‘연개소문’, ‘선덕여왕’과 영화 ‘군도’, ‘안시성’, ‘고려거란전쟁’, ‘킹덤’ 등 다수 대형 작품이 촬영된 명소이다. 최근 ‘폭군의 셰프’ 등 인기 드리마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문경시 관계자는 “앞으로 세트장을 활용한 체험 콘텐츠를 확대 개발해 체험형 관광시설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경시는 최근 KBS와 대하사극 ‘문무’ 제작 지원 및 촬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문경시는 문경새재·가은·마성세트장 등 지역 내 주요 세트장을 드라마 제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드라마 ‘문무’는 삼국통일 위업을 달성한 문무왕 김법민의 삶과 고뇌, 결단의 순간들을 조명하는 정통 대하사극이다. 경남 창원시는 마산합포구 구산면 석곡리 해양드라마세트장 리모델링 공사를 완료해 최근 재개장했다. 해양드라마세트장은 2010년 사극 드라마 ‘김수로’ 촬영 세트장으로 조성됐다. 이후 현재까지 75편의 영화, 드라마가 촬영됐다. 시는 사업비 21억원 상당을 투입해 지난해 1월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하고 세트장 전반의 노후 시설과 관람 여건을 개선했다. 바다와 세트장 정취를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 포토존도 설치했다. 시는 향후 세트장 일원에 편의시설과 휴게공간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체류형 관광공간으로 거듭나게 할 계획이다. 인천시 옹진군은 지난달 국민가수 이미자의 노래를 영화로 만든 ‘섬마을 선생’의 촬영지인 대이작도 내 계남분교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계남분교는 1992년 폐교된 후 빈 터에 낡은 건물만 남아 있다. 옹진군은 2028년 3월 개관을 목표로 38억원을 투입해 전시실과 커뮤니티 실, 사무실 등을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등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됐다. 전시실에는 촬영지 소개와 영화 관련 자료가 전시되며 커뮤니티실과 야외 공간은 영화나 공연 감상 장소로 활용된다. 이와 별도로 영화에서 주연배우 문희가 살던 집은 ‘오늘 문희네 조성사업’으로 복원이 추진된다. 옹진군은 시 공모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15억원을 투입해 올해 10월 준공을 목표로 한옥을 복원하고 공원 등을 만들 계획이다. 옹진군 관계자는 “계남분교 복원 사업은 용역 결과에 따라 일부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며 “영화 촬영지가 복원되면 관광객이 늘어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일타강사’ 현우진 “수능 문제 ‘거래’ 아냐…문항 수급일 뿐”

    ‘일타강사’ 현우진 “수능 문제 ‘거래’ 아냐…문항 수급일 뿐”

    수능 문항을 부정하게 거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타강사’ 현우진이 “수능 문제를 거래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에 나섰다. 현우진은 31일 메가스터디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수능 문제 유출 및 문항 거래 의혹과 관련한 다섯 가지 쟁점을 조목조목 해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현직 교사 신분의 EBS 저자들과 문항 거래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현우진은 “문항 공모와 외부 업체를 포함한 여러 문항 수급 채널 중 하나였을 뿐”이라며 “교사라는 이유로 프리미엄을 지급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항을 제공한 교사들은 이미 시중 교재 집필 이력이 활발한 인물들이었고, 오롯이 문항 완성도를 기준으로 평가해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현직 교사와의 문항 거래가 위법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독점 계약이 아니었고, EBS 및 시중 출판·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던 교사들이었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수를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해당 교사들로부터 문제 제기를 받은 적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논란에 대해서는 “카르텔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인원이 적다”며 “학연·지연과 무관한 단순 문항 공급 채널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메가스터디는 전국 단위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는 곳으로,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나 교재를 구매할 수 있어 특정 집단에만 이익이 돌아간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지난 30일 현우진과 조정식을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현우진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현직 교사 3명에게 문항 제작을 조건으로 약 4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정식 역시 같은 기간 현직 교사 등에게 약 8000만원을 건네 문항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교사는 EBS 교재 집필자이거나 수능 모의고사 출제위원 경력이 있는 인물들이다. 조정식에게는 EBS 교재 발간 전 문항을 미리 제공받으려 한 배임교사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현우진과 조정식을 포함해 사교육업체 관계자와 전·현직 교사 등 총 46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4월 사교육 카르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전·현직 중고교 교사 72명과 학원 강사 11명 등 총 100명을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현우진은 미국 스탠퍼드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2010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강의를 시작해 문·이과 통합 기준 최다 온라인 수강생을 보유한 강사로 알려져 있다. 조정식은 메가스터디 소속 영어 강사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 출연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 도망치지 않는 시-황유원론 ①/배민정 [서울신문 2026 신춘문예 - 평론]

    1. 새로움이라는 단절언제부터 시작된 풍습인지그걸 아무도 모른다- ‘루마니아 풍습’ 부분(세상의 모든 최대화)‘소음’이 ‘노래’가 되었을 때, ‘침묵’은 야만이었나.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②이라는 아도르노의 위치에서 다시 묻는다. 아도르노는 독일 나치에 따른 인류 최악의 참극 이후, 예술이 억압적인 현실과 어떻게 관계 맺는지에 관한 근본적 물음을 던졌다. 물론 이러한 질문은 포스트-주의 세례의 여파가 여전한 현시점에서 새삼스러울지 모른다. 한국 현대시는 2000년대부터 “시인(1인칭)의 내면 고백”이라는 통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③음을 선언하지 않았던가. 2000년대 시가 정치적으로 무력한 ‘나’ 대신 3인칭의 낯선 존재에 집중함에 따라, 2010년대 시가 역사란 ‘끊임없는 쇠락’과 ‘그에 따른 폐허의 잔해’라는 인식에 머물기를 택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가령 “절벽은 무너진 다음의 가능태”(백은선, ‘중력의 대화자들’, 가능세계, 문학과지성사, 2018)라는 희망 없는 세계에서, “나를 위해서 날지 않기로 마음먹”(김복희, ‘새 인간’,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민음사, 2018)는 인간-동물의 사유와 같은 것, 혹은 “여기는 사망맵이야”(문보영, ‘배틀그라운드-사막맵’, 배틀그라운드, 현대문학, 2019)라는 식의 농담 속에 공통으로 파국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던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금은 새나라입니까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은 구구 울지 않습니다”(윤지양, ‘오 혹은 없음’, 기대 없는 토요일, 민음사, 2024)라고 말하는 오늘에까지 발견된다. 세계는 개선될 여지가 없고 세계 바깥의 타자는 끝내 파악할 수 없는 채 멎어 있다면, 시가 향할 곳은 오직 ‘기대 없음’ 상태의 내면 공간뿐인 것이다. 2000~2010년대 전위·실험시는 시적 자아의 영역을 넓힌 하나의 성과였으나,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과연 우리는 ‘인간’과 ‘비인간’을 동등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혹 기존 관습에 대한 변화라는 이유로 새로움에 막연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우리가 화해의 손을 내밀 대상은 세계 바깥의 타자가 아니라, 기대조차 없는 이 현실일지 모른다는 의혹이 황유원의 시에는 담겨 있다. 시인이 “우린 문득 노래란 그런 것임을 절감하고 / 그 노래의 후렴구나 따라 불러야 했네” (‘시베리아 주제에 의한 다섯 개의 사운드 트랙’, 세상의 모든 최대화)라고 말했을 때, “노래”는 곧 부르는 순간 “후렴구” 같은 그리움만을 남기고 떠나는 특별한 언어일 것이다. 그리고 ‘시인의 말’에서 그가 “존재의 소음을 최대한 증폭”시키는 길과 “최대한 잠재워 보는 길”④을 가 보겠다고 밝혔을 때, “소음”은 곧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라 볼 수 있다. 그러니 이쯤에서 이 글의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황유원의 언어를 빌려 보면, “‘소음’이 ‘노래’가 되었을 때, ‘침묵’은 야만이 되었다”는 것은 모든 언어를 시적인 것으로 승화시켜 윤리를 실천하는 최근 시적 경향에 의하여, 정체성의 규율 내에서 ‘침묵’을 지키는 예술 일반은 자연히 비윤리로 규정되고 말았다는 뜻이 될 것이다. 이때 황유원 시는 예술과 현실이 지닌 ‘차이’가 아닌, 그 차이를 ‘수용할 방법’에 주목한다. 그 점에서, 우리는 꿈과 현실의 ‘관계 방식’에 대해 묻는 황유원 시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시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불가능한 꿈’의 요소들은 꿈꿀 수 없는 현실과 소통할 수 없는 타자를 모두 포용하고자 한다. 몰이해에 빠져 있을 때 ‘꿈’이라는 비약은 늘 이해의 다리를 건널 수 있게 하므로. 2. 첫 번째 되감기: 작은 불행에서 최대 불가능성으로오늘 밤 동안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天天來’ 부분(세상의 모든 최대화)이상하게도 파국이 예견된 현실에서 이미 해 본 걱정을 재차 반복할 때, 우리는 묘한 안도감을 느끼곤 한다. 최근 시가 그러한 순간들로 하나의 묵시록적 세계관을 형성했다면, 황유원 시는 “생각만으로 혼미해지는 / 믿을 수 없이 빛나는 횡설수설의 밤”(‘지네의 밤’, 세상의 모든 최대화)에 도취함으로써 당대적 분위기와 갈라진다. 물론 현실 공허를 토로하는 시와 끝내 사라질 신기루를 그려 내는 시, 둘 중 무엇이 더 적합한지 묻는 일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겠지만, 황유원의 시에 그려진 냉혹하고 왜소한 현실은 동시대 시가 빚어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의 시에서 불가능한 꿈의 형상은 현실을 똑바로 직시할수록 점점 더 또렷해질 따름이다. 늘 허무로 귀결되는 환상은 현실과 만날 때라야 비로소 진실성을 얻는다는 것. 냉엄한 현실에도 희망은 피어나듯, 우리의 진심이 꿈을 향한다고 해서 마냥 헛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화물칸에 일렉기타를 한 만 대쯤 싣고 가는 세상에서 가장 길고, 무거운 마음그 속을 누가 알겠냐마는 철로만은 알지,짓밟힌 몸길이를 짓밟힌 시간으로 나눠 기차가 절망하기 시작한 지점에서부터 자기 합리화에 성공하는 지점까지 걸린 속도를 계산해 내며 자기를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짓밟고 가는 기차의 무게를 참고 견디지기차가 아무리 짓밟고 가도 손가락도 발가락도 잘리지 않는 건 손가락도 발가락도, 아무것도 없어서(…)현실도피란 없어 현실의 최대화만이 있을 뿐- ‘세상의 모든 최대화’ 부분(세상의 모든 최대화) 예술이란 결국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예술 작품은 결국 ‘내’가 꾸는 꿈에서 시작해 ‘내’가 그것을 실현했다고 믿는 한에서만 그 의미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무 의식에 사로잡힐 때, “일렉기타”를 가득 싣고 가는 예술가의 마음은 길고 무거워진다. 온전히 꿈만 꾸고 싶은 사람일수록 도리어 그것이 허상이라는 진실에 강력히 얽매이게 되기 때문이다. 음악가는 기타 연주를, 시인은 시를 쓰면서 자신의 무능을 자각한다. 그들이 음악과 시를 사랑할수록 그들은 “손가락도 발가락도, 아무것도 없”는 꿈이라는 허무 의식을 견고히 쌓아 간다. 그럼에도 왜 이들은 구태여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 자기기만의 꿈을 꾸기를 포기하지 않는가. 현실을 바꾸는 건 오직 꿈뿐이라고 말하는 예술가적 허기는 기계가 생존과 번영을 책임지는 오늘의 시대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문제적 현실을 한층 더 발전된 현실로 해결하는 시대 속에서, 꿈은 현실 억압과는 무관한 일종의 자유로서 되려 그 존재감과 의의를 상실하고 만다. 그러나 우리가 발전과 해결이라는 단일의 명분으로 얄팍해져 가는 현실의 두께를 자각할 수 있다면, 꿈은 여전히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으로 존재할 수 있다. 현실과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는 “현실도피”로서의 꿈이 아니라, 예술은 결코 ‘나’라는 한계를 벗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현실을 넘어서려는 “현실의 최대화”라는 꿈인 것이다. “도피”의 결말이 ‘꿈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허망한 결론에 닿는다면, “최대화”의 결론은 ‘꿈’ 혹은 ‘현실’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나’의 진정성에 도달한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것을 끝까지 잊으려 애쓰는 시는 어떤 실제와도 맞바꾸지 못할 내면을 간직할 수 있다. 꿈의 귀결점이 ‘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리는 황유원이 전통 시론을 계승한다고 굳게 믿게 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최대화’가 꿈 안에서 ‘현실 인식’을 통해 비탄과 진정성을 획득한다면, ‘무한대의 밤’은 ‘진정성 있는 꿈’이기를 넘어서 진실한 내면의 순간을 생생히 숨 쉬게 할 장소이길 자처한다. 그곳에서라면 한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사랑하는 백치의 마음도 그리 우스꽝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만이 ‘진짜’ 마음일지도. 물이 든 병에 천천히 꽃다발을 꽂아 주듯병든 꽃다발에 천천히 물을 부어 주듯서로 상처 주고또 용서하고…깨고 나니 꿈이었다깨고 나니 꿈이었다(…)난 사진 찍는 거 싫어하는데 그 꽃을 그 모든 꽃을 모조리 다 찍을 수 있는 모든 각도에서 찍어 간직했죠 오직 그대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 한 장 한 장을 모두 기억했어요 그대는 내게 말했죠 네가 이렇게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그대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 모든 게 그대 때문이라고 말해요 이상한 봄이 왔어요 그대로 인해 모든 게 그대로인데 그대로이긴 한데 난 그대에게 이게 다 당신 때문에 핀 거라고 당신은 내게 이제 너는 너무 자유로워졌다고 이렇게 아름다운 꿈을 꾼 적이 없어 나는 눈물이 흘러 전 세계의 모든 계절에 피는 꽃들이 다 피어 있는 언덕, 거기서 난 눈을 떴는데눈을 뜨고도 생생한 꿈이어서도무지 꿈 같지가 않았다-‘무한대의 밤’ 부분(초자연적 3D 프린팅) 황유원 시에서 ‘현실 인식’이 헛된 꿈의 진정성을 획득하는 방식이라면, 지금-여기에서 느껴지는 ‘실감’은 그 진정성을 믿을 만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먼저 이 시에 드러난 꿈과 현실 인식의 관계를 살펴보자. 인용 시의 첫 연에는 냉철한 인식이 “상처”가 되고, 병적인 내면이 “용서”가 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내가 사는 물속인데도 거기 발을 담그는 일이 “상처”가 되는 것은, “물이 든 병에 천천히 꽃다발을 꽂아” 줄 때까지 내가 허공을 걷는 줄 착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회복 불능의 병세가 완연한 게 “용서”되는 까닭은, “병든 꽃다발에 천천히 물을 부어” 줄 때와 같이 누구나 타락에 기대어 무의미한 생을 건너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꿈은 분명 현실이 아니지만, 간혹 ‘가능할 것만 같은 기분’으로 현실에 잔류한다. 그때 ‘꿈같다’는 말은 ‘불가능’이 아니라, ‘잠재된 가능성’으로 모습을 바꿀 수 있다. 시인이란 바로 그 잠재적 가능성의 느낌을 최대한 이어 가고자 생생한 언어를 찾아 헤매는 사람이 아닌가. 그렇기에 황유원은 “깨고 나니 꿈이었다”라는 허무감을 “도무지 꿈 같지가 않았다”라는 애틋함으로 전환하고자 놀랍도록 “생생한 꿈”을 펼쳐 놓는다. ‘무한대의 밤’은 장시의 형식을 취하면서 “깨고 나니 꿈이었다”의 반복과 변주를 보여 주는 한편, 그 사이에 다양한 고백과 경험의 순간들이 파편적으로 기입된다. 이러한 불연속적인 전개는 그의 꿈을 무시간성의 순간으로 붙잡아 두는 동시에 그 순간에만 머물고 싶은 ‘나’의 내면을 형상화한다. 인용문에서 감정이 가장 고조되는 4연에는 횡설수설한 발화가 펼쳐지고 있다. “그대”를 향한 애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때, 우리는 화자의 정서를 내 것인 양 온전히 느껴 볼 수 있다. 믿을 만한 것이 마땅치 않은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도 믿고 싶은 하나의 진실이 생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중대한 사건일지 모른다. 3. 두 번째 되감기: 영원을 위한 반복진한 피맛이 날 때까지 하늘을 사랑하는-‘북유럽 환상곡’ 부분(세상의 모든 최대화)꿈꾸는 주체인 ‘나’는 현실 인식이라는 한계에 투신함으로써 단일한 ‘나’의 권능을 내려놓는다. 그러나 황유원 시를 읽는 우리는 여전히 헛된 꿈에 몸을 내던질 수 없다. 세상에 ‘있을 법한 환상’이란 남아 있지 않은 시대에, 현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문학에서조차 ‘순수’가 부담스러워진 시대에, 꿈은 어디까지나 ‘불안한 위안’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계속해서 덧없는 꿈을 꾸고, 그 실현을 믿기 위해 시를 쓴다. 그의 시에는 늘 일시적이고 불명확할 따름인 믿음을 재차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우리의 욕망이 반영되어 있다. 기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비관은 끝까지 무언갈 믿고 싶었던 순수의 뼈아픈 흔적이자, 더는 무너질 수 없는 ‘나’의 최후 방어선이라는 것. 이때 황유원 시의 반복은 진실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한 장치가 된다. 그의 시에서 “무언어”로 일관한 채 이뤄지는 윤회는 ‘나’의 내면을 널리 초월케 하는 ‘종교적’인 순간과 연결되어 있다. 미켈란젤로 프람마르티노 감독의 영화 ‘네 번’ DVD 뒤에는Language 무언어Subtitles 무자막Running time 88분이라고 되어 있었다매일 저녁 노인은염소젖과 바꿔 온 한줌의 성당 먼지를물에 타 마시고그러면 자신의 병이 나을 거라고굳게 믿는다(…)말과 말 사이말 잠깐 쉬는 곳에서먼지를 가루약처럼 물에 타 마셨다멀리멀리 퍼졌다-‘무언어’ 부분(하얀 사슴 연못) 이 시에 등장하는 영화 ‘네 번’은 “무언어”, 즉 침묵으로 일관한다. 여기서의 ‘침묵’은 언어 아닌 ‘공백’이면서 삶 아닌 ‘죽음’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노인”은 자신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매일 “한줌의 성당 먼지”를 물에 타 마신다. “먼지”가 병을 낫게 한다는 그의 믿음은 허무맹랑하지만, 그렇기에 그 믿음은 더욱 신실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노인”은 먼지를 구하지 못한 단 하루 때문에 죽음을 맞게 된다. 여기서 노인의 죽음을 색다르게 해석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지”가 노인의 헛된 꿈이었다는 식의 논리가 아니라 노인의 ‘죽음’ 자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영화는 ‘노인-염소-전나무-숯’의 삶과 죽음을 통해 총 네 번의 윤회를 보여 준다. 이때 윤회의 과정은 “노인”의 죽음이 염소, 전나무, 숯의 삶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영생을 향한 “노인”의 꿈은 그가 죽고 난 후에야 진정 이뤄질 수 있었음을 말해 준다. 사실상 “노인”의 소망을 실현시킨 건 매일 같이 마신 “성당 먼지”가 아니라, ‘죽음’의 침묵이었던 셈이다. 그렇기에 이 시에서 “멀리멀리 퍼졌다”는 구절은 불변의 영적인 순간을 형성한다. 모든 존재는 ‘죽음’ 앞에 비로소 평등하기 때문에 황유원 시에서의 종교성은 절대적 신성함이나 우월감으로 고립되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 바깥의 존재들에게 선뜻 다가섬으로써 인간 삶의 고결함을 증명한다. 이러한 사유를 “말과 말 사이”에서 “먼지”를 물에 타 마시는 화자에게로 옮겨 와 언어적 차원에서 살펴보자. ‘무언어’에서 ‘시’가 갖는 초월적 의미는 두 가지다. 먼저, 시적 언어는 불필요한 언어를 제거함으로써 가장 중요한 의미만을 남겨 놓는다. 이때 언어의 공백은 언어가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영원성으로 초월하게 만드는 기제다. 다른 한편으로, 시는 자신의 내부에서 불가능을 향해 나아가는 고통이기도 하다. 시가 갖는 헛된 희망은 역설적이게도, 현실에서 간과되어 온 가치가 있음을 밝혀 주는 윤리가 될 수 있다. 아마 황유원 시의 고요함과 맑음 속에 그 나름의 독특한 온기가 느껴졌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니었을지. ‘무언어’가 윤회라는 종교성을 띤 반복을 통해 영원의 온기를 증명하고자 한다면, ‘존재와 시간’은 실없는 말장난을 통해 영원을 체험한다. 뒤틀린 시간 의식과 현실의 균열을 일으키는 말장난에 의해 이뤄지는 반복은 끝없이 새로워지는 우리들의 속된 삶을 향해 있다. “벌써 올 시가이 지놨는데 저 셰기 고장난 거 아이야?”곧 친구가 올 거라며 큰소리쳐 보지만각 한구석 잿빛 신문지 위에 쌓인 굵고 기다란 순대들시계 밖으로 꺼내져 토막난 시간의 내장처럼고요하기만 해24시간 영업하는 가게에 걸린 시계라고 해서 다른 시계보다 특별히 더바쁠 리는 없고고장이 나서 어쩌다 하루 24시간이42시간이 돼 버리는 일도 일어나진 않을 텐데(…)조금 있다 다시 보면흘러가 버리고 없다테이블에는 때마침 현재진행형으로 펄펄 끓는 순댓국 한 그릇과 찬 소주 한 병이 올려지고 있는데문득, 영감이 그토록 고대하던 친구가어쩌면 나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존재와 시간’ 부분(일요일의 예술가) 24시간 순댓국밥집에서 얼큰히 취해 친구를 기다리던 “영감”은 엉뚱하게도 멀쩡한 시계와 시비가 붙었다. ‘ㅣ’와 ‘ㅖ’를 뒤바꿔 “시계”라는 정(正)과 “셰기”라는 반(反)을 오가는 시의 말장난은 합(合)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영감”의 일그러진 음성에 의해서 “영감”과 그의 현실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균열을 드러낸다. 주어진 시간을 그저 충실히 살았을 뿐인데, 이제 보니 내 삶은 어디서부터 단단히 잘못되었다. 이런 “영감”의 회한은 그 시작점을 가늠할 수 없는 지난한 과거까지 소급되며, 또한 실상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친구”를 기다리는 허황한 미래에까지 뻗어 나간다. 시에서 “24시간”이라는 후회가 “42시간”이라는 선망으로 뒤바뀌고, 또 그런 “42시간”의 꿈이 부상했다가 다시 “24시간”이라는 지극한 현실로 떨어지길 반복하는 동안, 그런 “영감”의 모습을 관찰하는 화자의 시선은 줄곧 현재 시제를 견지한다. “영감이 그토록 고대하던 친구가 / 어쩌면 나였는지도 모르겠다”는 화자의 생각이 과거와 미래라는 양단의 불가능성에 갇힌 “영감”의 존재를 “현재진행형”의 시간성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 화자와 “영감”이 있는 곳은 어디까지나 지금 ‘이 시공간’이자, ‘그냥 여기서부터’ 시작되어도 아무 상관이 없는 장소이며, ‘이제’ 식사를 마치면 또 다른 시공간이 펼쳐질 모든 것의 ‘처음’이다. 이 시점에서 “영감”의 “토막난 시간의 내장” 같은 허름한 과거는 “흘러가 버리고 없”는 것이 되어 버리고, 그가 선망하는 미래 또한 소유 불가능성으로 인해 “둘이기에 잠시나마 하나가 될 수 있”(‘백호의 손’, 일요일의 예술가)는 영원의 가능성으로 변모된다. 즉 후회와 선망이 무한히 교차되는 찌든 삶 속에서, “현재”는 화자와 “영감”이 “친구”가 되어 볼 수 있는 무한한 시간성으로 잠재해 있는 것이다. 4. 세 번째 되감기: 타자에게 보내는 안부너처럼 나도 그렇게 항상네 옆에 있을 것-‘새들의 선회 연구’ 부분(세상의 모든 최대화)그리하여 낭만에서부터 출발한 황유원의 시는 최근 시의 화두인 타자 사유에까지 도달한다. ‘낯선 존재의 새로움’이라는 하나의 흐름과 ‘타자는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는 인식 사이에서 그의 시는 의문을 품고 있는 듯 보인다. 과연 시가 타자를 더 많이 비춘다고 해서 인간의 자기중심적 사고는 약화될 수 있는가? 본래 인간의 뇌는 ‘나’와 무관한 일에 특별한 정서를 느끼기 어려워한다. ‘나’가 사라진 시에서 애초에 내가 왜 벌레나 먼지만큼 작아져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윤리적 구호는 ‘나’의 비대함만 부각시킬 뿐, 어떠한 실천도 이끌어 낼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란 쉽지만, 그것이 곧 주체 중심 사고와의 결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문학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대중의 목소리는 아마 이러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몸과 마음으로 직접 느낄 수 없는 윤리적 목소리는 가짜 화해, 가짜 자유, 가짜 욕망에 불과하다.⑤그런데 왜 우리는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주장할 뿐, 이 난점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는가. 그렇기에 황유원은 현재 이곳이 편협한 지대라는 사실부터 깨닫고자 한다. 시는 명백한 고발에 의해 억압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꿈처럼 억압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가상적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⑥불화를 불화답게, 결핍을 결핍답게 그려 낸 황유원의 시에서 우리는 윤리를 본다. 그곳만이 더 나은 삶을 위한 태도를 고민할 장소로서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불을 켜자마자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는 벌레들이 있습니다자, 한번 생각해 봅시다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이 담겨 있던 어둠은얼마나 아늑하고 그윽한 것이었겠습니까?혼비백산하여 도망치는 벌레들을 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며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아 사과도할 수 없다는 사실에망연자실해 하며 자, 한번 곰곰이생각해 봅시다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은얼마나 천천히얼마나 우아하게 이 욕실 바닥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겠습니까?(…)자, 한번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깊이 공감해 봅시다당신에게는 깊은 공감 능력이결여되어 있습니다(…)그 속에 들어앉아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떨림 속에서아까 듣던 그 음악을계속이어서 들어 봅시다-‘밤의 벌레들’ 부분(초자연적 3D 프린팅) 이 시각, 벌레들은 인간 없는 곳에서 “아늑하고 그윽”하다. 인간을 피해 자기 터전에서조차 몸을 숨겨야 하는 벌레에게서 “아늑하고 그윽”함을 보는 것은 최근 시의 경향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황유원은 여타 시들과 같이 이 땅이 벌레와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터전이라 말하지 않는다. 인간 혹은 벌레, 둘 중 하나는 만났다 하면 “혼비백산”, 한쪽은 박살이 나는 것이 진실된 풍경이기 때문이다. 이 시의 화자는 다분히 ‘인간’적인 입장에서 ‘벌레’의 심정을 대변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자, 한번 생각해 봅시다”라는 말에는, 벌레의 존재성을 긍정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야만 하는 인간의 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미 불이 켜진, 낭만적 환상이 끝나 버린 이곳에서 “우아”했을 벌레의 매력을 음미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시인은 최근 시에 자주 등장하는 해체적 사유의 틀 없이도, 인간과 벌레 사이의 존재론적 차이를 사유하도록 우리를 이끌고 간다. 이 시에서 벌레를 향한 인간의 “공감”은 역설적이게도, 화자가 인간과 벌레 사이의 해소 불가한 단절을 인정한 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시 한번 살펴보자. 화자가 ‘우아함’이라는 욕망을 충족하고자 “벌레”를 등장시켰을 때, 이 시의 목적은 ‘인간 욕망의 실현’이라 보기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화자의 관심은 애초에 우상이나 소유욕과 같은 질서 세우기가 아니라, 인간과 벌레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데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대다수의 낭만이 욕망을 원리로 삼는 것에 반해, 황유원 시의 낭만은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깊은 공감 능력이 결여”된 인간이 벌레를 “공감”하게 된 원리가 인간이 벌레만큼 작아졌기 때문인 것 또한 아니다. 이 시의 인간은 그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벌레”에게 느낀 그 “떨림 속에서 / 아까 듣던 음악을 계속” 듣고 싶을 뿐이다. “음악”이라는 아름다운 꿈을 꿀 때, 인간은 벌레를 감각을 선사하는 대상으로서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이 시에서 벌레와 인간은 각자가 ‘있는 그대로’ 충분히 평온하다. 그러니까 진짜 문제는 “인간”과 “벌레”의 좁혀지지 않는 ‘차이’가 아닐 것이다. 꿈 없이는 차이를 발견하려는 여유도, 발견 후 그것을 깊이 고민할 여력도 남아 있지 않은 이 협소한 세계. 바로 여기에 우리 삶이 놓였다는 사실이 가장 위급한 문제다. 그렇기에 황유원은 평등이 도래한 장소에서도 계속해서 ‘너’와 ‘나’의 차이를 견지하고자 한다. 고통을 경험한 ‘나’의 내면으로부터 사회적 관계에 따른 ‘너’를 향한 존중과 배려를 가능하게 한다. 충분한 추위가 없으면일부러라도 눈을 내려설산에 오른다여러 고난을 겪을수록여러 사람의 고난을 이해하게 되고나는 여러 사람이 되고갑자기 하늘 어두워지면지그시 눈을 감아 그 어둠두 배로 어둡게 만든다어느덧 두세 배로 불어난 어둠속에서하지만 두 배든 세 배든실은 그냥 같은 어둠일 뿐인어둠 속에서하산을 시작한다함께 내려가는 여러 사람들다 돌아간 카세트테이프의 나머지 한쪽이마저 돌아가기 시작한다-‘오토리버스’ 전문(하얀 사슴 연못) 한 사람이 “여러 고난을 겪”었음을 고백할 때, 우리는 비단 그 사람의 고난의 깊이만을 가늠하지 않는다. 흔히 ‘그것이 얼마나 아픈지 알기에 더욱 슬프다’는 위로는 한 사람의 고난이 얼마나 넓은 아량을 갖게 하는지를 알려 주는 말인 것이다. 한 사람의 고난이 ‘나’라는 단수를 넘어 “여러 사람”으로 향하고자 마음먹을 때, ‘나’의 고난의 깊이는 “여러 사람의 고난”을 이해하게 하는 토대가 된다. 이 시의 “고난” 역시 “설산에 오른다”고 마음먹는 순간, 가늠할 수 없는 깊이와 넓이로 확장된다. 그런데 이러한 화자의 태도는 구태여 헛된 꿈을 꾸면서 현실에 관해 남보다 더 큰 고통을 느끼는 시인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시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4연에서 화자는 “두세 배로 불어난 어둠”이라는 다수의 두려움을 “실은 그냥 같은 어둠일 뿐인 어둠”이라는 ‘나’의 두려움으로 응축시키기도 한다. 이때 두려움은 “하산을 시작”하는 순간 발생하는 것이며, 이윽고 “함께 내려가는 여러 사람들”에 의해 그 기세를 잃고 만다. 여기서 우리는 시인의 꿈이 그것의 덧없음을 알게 된 뒤에 진정한 효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시인이 일부러라도 시에 고통과 상실의 감각을 새겨 넣는 이유는, 그리하여 기껏 올라간 정상에서 “하산”할 운명을 하릴없이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 공연한 움직임 속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인 것이다. 이 시에서 공연한 움직임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설산에 오른다”와 “하산을 시작한다”라는 상하(上下)의 움직임이고, 다른 하나는 “카세트테이프” 한쪽이 다 돌아갔을 때 자동으로 재생되는 “나머지 한쪽”과 같은 끝에서 끝으로의 움직임이다. “설산”이라는 한쪽에서 아름다움 혹은 꿈처럼 고양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하산”해 돌아가는 다른 쪽에서는 무력감과 현실에 대한 고통스러운 인식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이때 발생한 고통은 더 나은 현실을 살고 싶다는 우리의 욕망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시인의 꿈은 부질없는 것일 때부터 이미 희망을 내포한 것이 된다. 황유원의 시가 자꾸만 예술이라는 끝과 현실 인식이라는 끝을 되감는 까닭은, 환상이 현실에 대한 불편감을 표할 때마다 현실은 변화의 가능성을 갖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시는 스스로 이룰 수 없는 고통이 됨으로써 익숙하기 그지없는 현실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다. 이때 꿈을 꾸는 시는 우리의 삶과 태도를 진정 변화시키는 윤리가 될 수 있다. 5. 희망은 어떻게 이어지는가나는 걷는다내가 널 버려도너는 버려지지 않는다-‘사랑하는 천사들’ 부분(세상의 모든 최대화)영원할 것만 같았던 모험도 언젠가 끝이 나기 마련이다. 열 장 남짓한 페이지 안에서 황유원의 시는 어디든 오갈 수 있었다. 메마른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꿈’으로, ‘성스러운’ 영원에서 ‘속된’ 영원으로, 타인 같은 ‘나’로부터 ‘나’ 같은 타인으로. 이런 모험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 황유원의 시가 ‘나’라는 주체를 잃지 않았기 때문일 터다. 그의 시의 ‘나’는 극에서 극을 오가면서 넓어지고, 또 깊어진다. 그러나 이렇게 한층 넓어지고 깊어진 ‘나’는 역설적이게도 더 큰 아픔과 대적해야 하는 운명을 맞이한다. 가령 야심찬 꿈과 다짐들은 사실상 냉혹한 현실 논리에 강력히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혹은 성스러운 약속들은 때로 세속적인 삶의 회한보다도 생명력이 희미하다는 사실을, 혹은 타인은 ‘나’ 같지 않고 ‘나’ 역시 타인과 결코 같아질 수 없다는 사실을 남김없이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렇게 넓어지고 깊어진 ‘나’는 어떠한 삶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또 다른 극점을 만나리라는 여지를 항상 남겨 둘 줄 아는 넉넉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나’는 간절히 바라던 끝이 허무하게 사라진 장소에서도 ‘과정’으로서 자신의 생을 충분히 살아갈 수가 있다. 그리하여 황유원의 시는 “마지막 페이지는 이미 정해져 있음”을 “완벽하게 체감”시키는 이 결론에 다다라 “원래 없던 눈을 / 누구보다도 검게 꼭”(‘12월’, 일요일의 예술가) 감는다. 그의 시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잊지 말라고. 이곳이 어디든, 꿈이든, 현실이든, 모험이 끝나 버린 직후이든, 우리가 잠시 시를 잊을지라도 시는 우리를 결코 버리지 않는다고. 지금 이곳에서 다시 출발하는 그의 시는 보다 깊어진 걸음으로 또 한발 나아간다.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다음을 향해. ① 황유원은 2013년 등단 이후 다섯 권의 시집을 발간하였다. 세상의 모든 최대화(민음사, 2015),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현대문학, 2019), 초자연적 3D 프린팅(문학동네, 2022), 하얀 사슴 연못(창비, 2023), 일요일의 예술가(난다, 2025). ② T W 아도르노, 홍승용 역, ‘문화비평과 사회’, 프리즘, 2004. 29면. ③ 신형철, ‘2000년대 시의 유산과 그 상속자들’, 창작과비평41, 2013,3. 165면. ④ 하얀 사슴 연못 중 시인의 말. ⑤ 김현, ‘문학은 무엇에 대하여 고통하는가’, 김현문학전집 1, 문학과지성사, 1991. 57면. ⑥ 같은 곳.
  • 포기 안 한 집념의 시간에 대한 하늘의 감응 [서울신문 2026 신춘문예 - 시조 당선 소감]

    포기 안 한 집념의 시간에 대한 하늘의 감응 [서울신문 2026 신춘문예 - 시조 당선 소감]

    돌아보면 참으로 길고도 지난한 여정이었습니다. ‘이제, 그만!’이라는 마음이 들 때마다 ‘갈 데까지 가 보자’라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싸워야 했습니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말’이란 소리를 믿고 싶었습니다. 늘 빙판 위에 선 듯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도 아귀가 맞물려 돌아가는 정형의 말맛에 빠져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가야 할 길은 먼데 해는 벌써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버틴 날들이었습니다. 더딘 걸음을 다그치고, 부족함을 담금질하며 언어와 시간을 엮고 또 엮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강산이 변하고도 남았을 열병의 시간이 마침내 평온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목마르게 갈고닦은 제 애착의 텃밭에도 환한 꽃이 피었습니다. 오늘의 영광은 그 포기하지 않은 집념의 시간에 대한 하늘의 감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따뜻이 언 손을 잡아 주신 서울신문사와 심사위원 선생님께 두 손 모아 감사의 큰절을 올립니다. 우리 고유의 숨결이 담긴 정형시의 바른길로 이끌어 주신 민족시사관학교 윤금초 교수님과 ‘지금_여기’의 시 정신을 일깨워 주신 임채성 시인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랫동안 얼굴을 맞댄 다정다감한 글벗이자 멘토이신 선배 문우님들께서 느긋이 기다려 주신 덕분이기도 합니다. 삶의 윤활유처럼 위로와 공감이 되는 가슴 따뜻한 시조를 쓰고 싶습니다. 고집스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먼 길을 휘돌아올 때 후줄근히 지친 마음을 다독거려 주는 가족이 있어 이제껏 버틸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고맙고 느꺼울 따름입니다. 기쁨보다는 시인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944년 전남 장흥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씨줄날줄] 역사 속 병오년

    [씨줄날줄] 역사 속 병오년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첫 번째 병오년은 1426년(세종 8년). 그해 ‘김도련 노비 뇌물 사건’이 있었다. 함경도 흥원의 김원룡이 이웃 부호 김생의 재산을 탐내 가짜 노비 문서를 만들어 관아에 고발했다. 김생의 아들 김송이 자신의 도망친 노비 소생이라고 주장하고 수백명의 노비를 포함한 막대한 재산을 넘겨받았다. 김원룡의 아들 김도련이 재산을 물려받자 다시 신분 소송이 시작됐다. 재판이 김송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김도련은 당대 권력자 17명에게 132명의 노비를 ‘뇌물’로 바친다. 태종과 세종의 총애를 받던 조말생도 32명의 노비를 넘겨받았다. 조말생이 정승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실록은 적었다. 1546년(명종 원년)에는 ‘을사사화로 죽은 윤임·유관·유인숙·이유의 노비를 공신에게 나누어 주도록 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중종비 장경왕후의 오빠 윤임은 같은 집안 윤원형과 척을 지면서 사화의 희생자가 됐다. 윤임의 아들 윤흥신도 이때 노비로 떨어졌다. 훗날 신분을 회복한 윤흥신은 임진왜란 당시 다대진첨사로 왜군과 격전을 벌이다 장렬하게 순국했다. 영조는 당쟁 폐해 극복을 정치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1726년(영조 2년) 붕당 간 세력 균형을 조절하고자 준노와 준소로 불린 노론강경파와 소론강경파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정조는 즉위 초기엔 ‘고금도서집성’을 포함해 나라 밖 서적 구입에 힘썼다. 하지만 서학이 확산되자 1786년(정조 10년) “서양 서적 수입과 중국인과의 학문 교류 금지”란 어명을 내린다. 서학 탄압은 1846년(헌종 12년)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병오박해로 이어졌다. 실록의 마지막 병오년은 1906년이다. 통감부가 설치되고 이토 히로부미가 초대 통감으로 부임했다. 대한제국 외교권이 박탈된 을사늑약 이듬해다. 당연히 애국운동과 무장투쟁을 겸한 신민회를 결성하는 등 대일항쟁이 본격화됐다. 역사를 살펴보면 2026년 병오년 우리 정치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이 보인다.
  • 태안 석탄화력 1호기 임무 종료… 에너지 전환 가속화

    태안 석탄화력 1호기 임무 종료… 에너지 전환 가속화

    충남 태안석탄화력발전소 1호기가 31일 발전을 종료했다. 1995년 가동을 시작한 지 30년 6개월 만이다. 전국에서 7번째이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석탄화력발전 종료 사례다. 정부가 내건 ‘2040년 석탄발전 조기 폐쇄’가 본격화한 것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축으로 원전과 액화천연가스(LNG)를 병행하는 ‘녹색 에너지 대전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날 태안에서 ‘태안화력 1호기 발전종료 기념식’을 열고 석탄발전 감축 기조를 재확인했다. 태안화력 1호기는 설비 노후화와 정부의 탈석탄 로드맵에 따라 예정대로 가동을 멈췄다. 정부는 석탄발전 폐지 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1기 가운데 28기를 폐쇄하고 LNG발전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이어 2038년까지 12기를 추가로 폐쇄해 석탄발전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인다.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2026년에는 하동 1호기, 보령 5호기, 태안 2호기 등 3기가 차례로 가동을 멈추며, 각각 안동·보령·공주 LNG발전소로 전환된다. 석탄발전은 여전히 국내 발전량의 34.2%(2023년 기준)를 차지하지만, 탄소중립 기조 속에서 축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을 LNG로 전환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한편, 늘어나는 전력 수요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 대응할 계획이다.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고려해 원자력 발전은 ‘비중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LNG는 석탄보다 탄소 배출이 적고 발전량 조절이 비교적 쉬운 전력원이다. 다만 무탄소 전력원이 아니어서 ‘RE100’(재생에너지 100%) 인증 대상에서 제외되고, 연료를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2030년까지 설비용량 100GW를 목표로 대폭 확대되지만, 발전량 변동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 석탄발전 폐쇄가 현실화하면서 발전 노동자의 업무 전환도 풀어야 할 문제다. 태안화력 1호기 근무자 129명은 일단 신규 LNG발전소와 태안화력 내 다른 설비로 전원 분산 배치된다. 정부는 ‘강제 구조조정은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앞으로 발전소 폐쇄가 계속 이어지면 전환 배치 여력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석탄화력 폐쇄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큰 틀은 잡혀가고 있지만,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의 전력 확보 계획이나 송전망 확충 등 세부 설계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정책을 보다 촘촘히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 남극 빙하 속 행복 찾아… “안정된 직장 말고 연구소에 남아”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남극 빙하 속 행복 찾아… “안정된 직장 말고 연구소에 남아”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회사 다니면서 돈의 노예가 된 것 같았어요. 그때 알았죠. 저는 연구를 해야 행복한 사람이란 걸요. 연구엔 돈이 주지 못하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신진화(42) 극지연구소 연수연구원이 연구실을 지키는 이유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빙하학이 너무 재미있어서요.” 국내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사기업에 취직해 유통 현장을 관리하며 2년을 보냈다. 겉보기에는 안정적인 직장이었지만 만족감은 채워지지 않았다. 신 연구원은 “대학으로 돌아가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이어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했다. 이후 캐나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 가다 2022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빠져든 학문은 빙하학이다. 빙하에 켜켜이 쌓인 흔적을 통해 과거 기후를 읽어 낸다.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학문이지만, 전형적인 순수 기초과학인 탓에 진로의 폭이 좁다는 불안감이 신 연구원을 늘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그는 “설령 이 길을 잇지 못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연구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매년 6월이면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연수연구원 신분인 그에게 장기 연구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은 늘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는 “빙하 연구에서 정규직 공고는 10년 전이 마지막”이라며 “언제 기회가 올지 기약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기초과학에 대한 무관심도 부딪쳐야 할 장벽이다. 그는 “예를 들어 AI가 키워드로 떠오르면 저희 쪽 펀딩이 줄어드는 것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극지연구소에 남아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다른 곳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연구 인프라 때문이다. 돈이나 직함이 아닌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신 연구원의 우선순위다. 안정적인 지위가 보장되면 그는 남극에서 ‘오래된 빙하’를 찾아가는 프로젝트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한다. 신 연구원은 “남극의 특정 지형에서는 ‘블루 아이스’처럼 오래된 빙하가 표면에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며 “시추하고 분석하는 데만 해도 최소 5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를 2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로 이어 가는 것이 그의 포부다.
  • “트럼프는 내쫓고 한국은 러브콜·… ‘ K두뇌 유턴’ 골든타임”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트럼프는 내쫓고 한국은 러브콜·… ‘ K두뇌 유턴’ 골든타임”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한국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대표적인 ‘인재 순유출국’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전 세계 고급 두뇌를 흡수하던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 여파로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에 사활을 건 우리 정부와 주요 기업들도 인재 유치에 적극적이다. 과학기술계 안팎에선 “바로 지금이 K두뇌 유턴의 골든타임”이라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회장인 류재현 아이다호대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신문과 만나 “트럼프의 이민 정책 영향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거나 돌아가야만 하는 훌륭한 인재들이 많다”며 “이들을 영입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 규모는 2010년 약 9000명에서 2021년 1만 8000명으로 증가했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과학 분야 예산 및 인력 축소에 직면한 미국 연구자들이 전 세계 대학과 연구 기관에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미국에서 연구하는 과학자 16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75.3%가 “미국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 인력 확보가 시급한 우리 정부는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브레인 투 코리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리더급 연구자와 한인 박사후연구원의 국내 복귀를 지원한다. 특히 정부와 정부 출연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지난 10월부터 8차례에 걸쳐 미국 실리콘밸리 등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현지 인재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방문 행사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는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방문 대상 지역을 유럽으로 넓히려 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원팀’으로 참여했다. 권재철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연구위원은 “미국 연구자들의 이탈 분위기와 정부의 강한 의지에 더해 기업들이 최첨단 연구개발(R&D)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신호만 보내도 인재 유입의 3박자가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결국 적정한 임금과 처우다. 적어도 몇 배, 많게는 몇십 배에 달하는 연봉 격차는 그동안 국내 인재의 해외 유출을 부추겨 온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류 교수는 “임금이 확 낮아지면 어떤 형태로든 미국에 남고 싶어 할 것”이라며 “정부든 기업이든 한국에 왔을 때 메리트가 무엇인지 등 실질적인 혜택이 전달돼야 마음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권 연구위원은 “연구자가 해외에서 쌓아 온 네트워크와 연구 성과를 국내에서 이어 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관건”이라며 “한국에서도 충분히 자리잡을 수 있다는 신호가 시장과 현장에 분명히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의대로? 미국으로?” K과학자의 갈림길 반복됐다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의대로? 미국으로?” K과학자의 갈림길 반복됐다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이공계 석·박사 재학생만 약 10만명해외 4분의 1 수준 연봉 등 처우 열악 의대행 N수· 졸업 후 로스쿨행 많아 “저도 과학에 뜻이 있었는데 처우만 괜찮았다면 남았겠죠. 아무래도 대기업 연구보다 대학원 연구가 훨씬 재밌지 않겠어요?”(서울대 화학 박사 출신 회사원 김화랑씨) “한국에선 조교가 교수에게 종속되는 노예라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한때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에 연봉을 비교해 봤는데 미국과 차이가 꽤 크더군요.”(김교원 미국 항공우주국 연구원) 2025년 기준 전국 대학 학부 졸업생 총 37만 1476명. 이 가운데 이공계(자연·공학계열)는 13만 6990명(36.9%)으로 3분의1이 넘는다. 이공계 석·박사 과정 재학생이 약 1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인원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 과학기술계에 자신의 미래를 거는 인재들은 많지 않다. 김화랑씨처럼 연구실을 떠나거나, 김교원 연구원처럼 외국 정착을 선택하며 ‘과학기술 인재 경로’에서 이탈한다. 무엇이 이들을 떠나게 만들었을까. 서울신문이 국내외 이공계 연구자와 현업 종사자 총 20명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분석한 결과 과학 인재가 신진 과학자를 거쳐 성장하기까지 곳곳에는 갈림길이 놓여 있었다. 우선 과학자가 되고 싶은 청소년의 첫 선택은 학부에서 갈린다. 이공계 지망 고교생들은 대입에서 ▲자연·공학계열 진학 ▲‘의치한약수’ 등 메디컬 계열로 갈라진다. 이공계 학부 안에서도 ‘N수’로 인한 이탈이 발생한다. 상당수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치러 의약학 계열에 재도전한다. 4대 과학기술원(광주·대구경북·울산·한국)만 보더라도 비율은 상당하다. 4대 과기원에 따르면 2024년 과학고·영재학교 출신이면서 과학기술원에서 중도에 이탈한 학생 77명 중 32명(42%)은 의약학 계열에 진학했다. 메디컬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직업 안정성이다. 공대 졸업 후 치의학대학원에 진학해 치과의사로 일하는 고모(41)씨는 “전문직은 정년 제한도 없고 워라밸이 가능하다”며 “몸을 갈아 연구를 해도 그만큼 사회적 인식이 높지는 않으니 남을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이공계 학사가 로스쿨에 가는 인원도 늘고 있다. 지난해 25개 로스쿨 신입생 2140명 중 약 15.2%(325명)가 공학·자연과학·의학 등 이과 출신이었다. 특히 카이스트에서 로스쿨로 진학한 학생만 25명으로, 전년도(12명)에 비해 2배 넘게 늘었다. 석·박사 과정에 진입해도 과정은 평탄하지 않다. 오르지 않는 임금을 받으며 행정 업무까지 떠맡는 ‘보릿고개’가 시작된다. 여기서 이탈한 이들은 연봉 등 열악한 처우와 상대적으로 취약한 연구 네트워크, 경직된 문화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서울 한 공대 박사과정 이모(28)씨는 “연구 외의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여전하다”고, 박사 졸업생 김모(35)씨는 “석사 땐 월급이 80만원으로 최저 시급이 안 됐다”고 했다. 어렵게 석·박사 학위를 받고 나면 ▲대기업 취업 도전 ▲정부출연연구기관 또는 민간 연구소 지원 ▲박사후연구원(포닥) 등으로 갈라진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 인재는 더 나은 연구 인프라와 연봉을 이유로 미국행을 선택한다. 외국 학위 취득 후 현지에서 포닥이나 취업을 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연봉 최대 기대값이 1억원이면 미국 테크기업은 최소 20만 달러(약 3억원)”, “한국 정출연 초봉은 연 8000만원인데 유럽 포닥은 1억 8000만원까지 받는다”는 것이 미국과 유럽 연구자들이 전한 현실이다. 실제로 대한상의가 2025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취업한 이공계 인력이 최종 학위 취득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 받는 평균 연봉은 9740만원으로 해외취업자 평균연봉(3억 9000만원)의 4분의1, 국내 의사 평균 연봉(3억원)의 3분의1 수준이었다. 국내 대학에 남고 싶어도 끝까지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박사→포닥→비정규 연구자→테뉴어(정년 보장)’까지 기약 없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안정적 자리는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화학공학부 박사과정 이모(27)씨는 “테뉴어를 따기까지 버티려면 입시 학원을 다니는 것처럼 지원과 준비가 필요하다”며 “길은 좁아지고 현실의 벽은 높아진다”고 했다. 대학원생의 졸업·진로 결정권이 교수에게 집중되는 문화도 발목을 잡는다. 국내 박사로 미국 대학에서 포닥 중인 장모(31)씨는 “한국 랩에서는 선후배 위계가 있는데 미국은 학부생이든 대학원생이든 포닥이든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라며 “이런 점이 창의성과 자율성을 높여 준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실을 떠났거나 해외에 정착한 이들 대다수에겐 국내 연구 현장에 대한 미련과 책임감이 남아 있었다. 스위스 대학에서 포닥 중인 손수민씨는 “핵심 연구시설이 갖춰지고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다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네트워크를 쌓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인센티브나 명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AI 시대 주인공은 ‘괴짜’… 도전하고, 실패하고, 도전하라”[2026 신년 대담]

    “AI 시대 주인공은 ‘괴짜’… 도전하고, 실패하고, 도전하라”[2026 신년 대담]

    과학기술 생태계 복원 해법은연봉 3억 줘서라도 인재 모셔와야화학·생물학자·의사 공동 연구 추진의대 쏠림 탓 말고 새 시장 개척도학생들에게 ‘괴짜’ 권하는 이유이해진·김정주 등 벤처기업가 배출‘차별화된 사람’이 주도할 AI 시대‘괴짜’ 키우려 도전왕·실패왕 선발인간·AI ‘공존의 시대’패러다임 전환 속 버블론 무의미‘한국 자체 엔진’ 소버린 AI는 필수불량 AI 두려워 말고 관리·활용을 학부 신입생들에게 “학점 잘 받아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오지 마라, 입학하면 마음껏 놀아라”라는 메시지를 던진 총장. 20년 가까이 TV를 거꾸로 보고 대학 기구표도 거꾸로 붙여 놓는가 하면, 총장실 책상에 10년 후 달력을 놓고 보는 과학자. ‘내 컴퓨터를 해킹하라’는 시험 문제를 제출한 교수. 이광형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은 그야말로 ‘괴짜’다. 전 세계가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쟁을 벌이고 인공지능(AI) 분야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 총장에게 한국의 과학기술 생태계 복원에 관한 해법과 AI의 현재와 미래, 우리의 대응에 대해 물었다. -서울대 공대 입학생의 10% 이상이 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하는 등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비상등이 켜진 지 오래다. “과학기술 인재가 나라의 미래를 개척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과학기술 인력이 부족하고 지원자도 줄면서 국가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우수 인재가 필요하다면 파격적인 처우를 해 줘야 한다. 국가나 기업이 인재가 정말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연봉 1억원이 아니라 3억원 이상을 줘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아직 절실하지 않아서 처우 개선이 미진한 건가. “기업이나 국가가 여전히 절실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본다. 전 세계 첨단기술 연구자들이 몰려가는 곳이 실리콘밸리다. 실리콘밸리는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얼마를 들여서라도 영입한다. 그런 노력도 안 하면서 말로만 인재 부족을 외치는 건 어불성설이다. 경기를 부양한다며 찔끔찔끔 투자하면 효과가 나오나.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를 해야 경기가 반전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의대 쏠림이 심해도 임상이 아닌 기초의학이나 의과학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바이오 산업이 발전하지 않을까. “맞는 말이다. 전 세계 바이오·의료 시장이 반도체 시장보다 3~4배 크다. 우리는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큰 시장이 있다. 세계 바이오·의료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이다. 시장을 개척하려면 연구를 해야 한다. 화학자, 생물학자와 의사가 함께 연구해야 가능한 일이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하늘에서 뭔가 뚝 떨어지기를 기다리면 안 된다.” -학생들에게 ‘괴짜’가 되라고 자주 얘기한다고 들었다. “AI 시대에는 머릿속에 지식을 많이 넣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대신 AI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차별화된 사람이 세상을 이끌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항상 괴짜가 되라고 말한다. AI에게 어떤 일을 시킬 것인지,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를 잘 파악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존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이 총장이 교수이던 시절 그의 연구실을 거쳐 간 학생 중에는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김영달 아이디스홀딩스 창업자, 신승우 네오위즈 공동창업자, 김병학 카카오 카나나 성과리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 1세대 벤처기업가들이 많다. -제자 중에 가장 괴짜는 누구였나. “이해진도 괴짜였지만, 김정주가 더 위였다.” 김정주는 이 총장 취임식에서 축사를 하며 “이 교수님은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나를 유일하게 받아 준 분”이라고 했다. -‘저 친구는 나중에 일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학생들이 한눈에 보이나. “그렇다. 얌전하고 성실하고 말 잘 듣는 애들은 무난히 취직해 월급 받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하는 짓이 좀 이상하고 거슬리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이 나중에 월급을 주는 자리에 가는 경우가 많다.” -요즘도 그런 학생들이 있나. “직접 학생들과 만날 일이 별로 없긴 하지만 톡톡 튀는 학생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학교가 할 일은 학생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기를 살려 주고 돕는 것이다. 그래서 총장이 된 뒤 우등상 외에 봉사왕, 독서왕, 도전왕, 실패왕, 헌혈왕 등을 선발해 상을 줬다.” -지난 정부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했을 때 카이스트의 분위기는 어땠나. “매우 힘들었지만,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했다. 2026년부터는 예산이 회복될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현 정부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AI 등에 집중 투자하려고 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예산 삭감 때도 학생에 대한 투자는 전혀 줄이지 않았다는 뜻인가. “그렇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학생이다. 4년간 총장을 하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건 최대한 다 해 줬다. 총장실은 비가 새도 학생 기숙사 50여동을 먼저 고쳤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동량들이다. 의대에 가지 않고 서울도 아닌 대전에 와서 연구에 매진하는 학생들이다.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가 자신들에게 달렸다는 자부심으로 사는 친구들이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국 교육이 정말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류 문명사적 대전환기이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사회질서를 만들고 모든 것을 관리·통제해 왔다. 그런데 새로운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면서 대응해야지, 계속 거부하고 피할 수는 없다. 교육도 인간이 AI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AI 버블’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버블론을 말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AI 거품론은 주식시장 얘기일 뿐이다.” -한국의 AI 대응은 어떤가. “늦었다. 2016년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 때부터 준비했어야 했다. 당시 우리는 이세돌이 AI한테 졌다는 점에 주목했지만, 중국은 그때부터 AI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지금 미국과 함께 AI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가 마지막 순간에 AI 열차에 올라탔다는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투자하고 연구하면 된다.” -‘소버린(주권) AI’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나 중국이 개발한 것을 우리가 잘 활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공중분해된 대우그룹과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가 된 현대차를 보면 알 수 있다. 과거 대우는 기술 개발보다는 남의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세계에 내다팔 생각만 했다. 반면 현대는 끊임없이 자체 자동차 엔진 개발에 몰두했다. 소버린 AI를 갖는다는 건 한국 과학기술이 자체 ‘엔진’을 보유한다는 뜻이다.” -AI가 인간을 통제할 거란 걱정도 크다.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민주주의에는 분명히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AI와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정보만 접하다 보니 확증 편향 현상이 극심해져 정치적 양극화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나쁜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나쁜 결과만 말한다. 그러나 AI가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것도 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지역마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AI를 잘 만들어 활용하는 나라에서는 일자리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스마트폰 때문에 기존 전화 회사나 카메라 회사, 녹음기 회사가 어려워졌지만 다른 일자리는 늘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AI 시대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AI를 두려워하면 AI 연구를 할까 말까 망설이게 된다. 망설이면 결국 열심히 안 한다. 열심히 안 하면 발전할 수 없다. AI도 제품이고 서비스이기 때문에 시장에 나오려면 안전성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인간에 해가 되는 AI는 유통될 가능성이 작다. 어둠의 경로로 유통되는 불법 상품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범위 내에서 관리하면 불량 AI가 사회를 송두리째 집어삼키지는 않을 것이다.” ■ 이광형 총장은 누구 이광형(72) 총장은 1954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석사를 마친 뒤 프랑스 리옹 국립응용과학원(INSA)에서 전산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래 바이오및뇌공학 학과장, 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 교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전산학과 교수로 재직할 때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다수 배출해 ‘카이스트 벤처 창업의 대부’로 불린다. 1999년 방영된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배우 안정훈이 연기한 천방지축 박기훈 교수의 실제 모델이다.
  • “양성애자 남편 싫어” 호주 간 아내, 알고 보니 양성애자…재산분할 어쩌나

    “양성애자 남편 싫어” 호주 간 아내, 알고 보니 양성애자…재산분할 어쩌나

    남편이 양성애자라는 걸 숨기고 결혼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아 해외로 떠난 아내도 알고 보니 양성애자였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3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양성애자 남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15년 전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해 주던 아내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사귀어 봤던 A씨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 아내와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한 이후 과거 만났던 남성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이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빠진 아내는 결혼 5년 만에 지인이 있는 호주로 떠났다. A씨는 “연락이 오해할 만한 수준의 내용은 아니었지만 아내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고 결국 호주로 떠났다”고 토로했다. 이후 A씨는 아내와 연락이 끊긴 채 10년간 혼자 지내야 했다. 그러던 중 아내는 갑자기 이혼 소장을 보내며 결혼할 때 A씨 명의였던 아파트에 대한 재산 분할을 요구했다. 당시 8억원이었던 아파트는 현재 20억원을 넘겼다. 그러나 최근 A씨는 지인으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내도 양성애자였으며 호주에서 함께 지낸 지인이 동성 연인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아내는 제 성적 지향을 이미 눈치챘고 이를 이유로 별거와 이혼을 선택한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가 가진 재산을 나눠야 하는 것도, 위자료를 요구받는 것도 억울하다. 아내 행동을 부정행위로 문제 삼을 수 없는지 궁금하다”고 조언을 구했다.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임경미 변호사는 “부부가 이혼하면서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사유를 안 때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아야 한다”며 “아내가 A씨 부정행위를 알고 별거에 들어간 지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이혼해야만 위자료 책임이 발생한다. A씨가 아내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경우 시효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오랜 별거 기간에 이뤄진 부정행위라면 혼인 파탄과 관련 없을 수 있다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혼인 무효는 당사자 간 혼인 합의 자체가 없었던 경우 등에 해당한다. A씨는 부부 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 사유가 있다는 걸 알지 못하고 결혼했기 때문에 혼인 취소를 고려해 볼 수 있다”며 “혼인 여부를 결정할 만큼 중대한 사실을 속였다고 인정된다면 혼인 취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산 분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과 액수는 이혼 판결 시점을 기준으로 정한다. 10년간 별거했다고 해도 현재 부동산 시세로 정해진다”며 “다만 별거 기간에 재산을 유지하고 관리한 기여도는 반영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실력파 배우 총집합”…신하균·오정세 재회한 ‘신작 드라마’ 내년 공개된다

    “실력파 배우 총집합”…신하균·오정세 재회한 ‘신작 드라마’ 내년 공개된다

    배우 신하균, 오정세, 허성태 등 실력파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MBC 새 드라마 ‘오십프로’가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6년 상반기 방영 예정인 ‘오십프로’는 31일 스페셜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전날에는 드라마 주연을 맡은 신하균과 허성태가 ‘2025 MBC 연기대상’에 시상자로 참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스페셜 티저 영상은 “이 작전 성공시킬 사람, 너밖에 없다”는 말에 “이번이 마지막이지?”라고 답하는 과거 국정원의 넘버원 블랙 요원 출신 정호명(신하균 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장면에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권총으로 누군가를 겨냥하고 있는 정호명이 나타나 긴장감을 더한다. “우리는 잊혀졌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았다”는 문구와 함께 기억을 잃은 특수 공작원 봉제순(오정세 분), 전설의 조폭에서 편의점 사장이 된 강범룡(허성태 분) 등 작중 인물들의 모습들이 연출되며 드라마 전반의 분위기가 그려진다. 이후 “야, 아직 반밖에 안 왔어”라는 정호명의 대사와 함께 티저 영상은 마무리된다. 티저가 공개되자 온라인에서는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벌써 기대된다”, “연기대상에서 티저 보자마자 내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내용일지 예상이 안 돼 더욱 기다려진다” 등 드라마에 기대를 거는 반응들이 나타났다. ‘오십프로’는 세상에 치이고 몸은 녹슬었을지언정 의리와 본능만은 여전한 인생의 50%를 달려온 프로들의 액션 코미디물이다. 평범해 보여도 끗발 좀 날리던 세 남자가 운명에 의해 다시 움직이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각자 최고 위치에서 이름을 날렸으나 ‘그날의 사건’ 이후 외딴섬 영선도로 좌천된 세 남자는 10년간 보류됐던 ‘그날의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낼 예정이다. 연출은 차별화된 장르물로 주목받았던 ‘나쁜 녀석들’ 시리즈와 ‘38 사기동대’,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은 ‘나빌레라’, ‘형사록’ 시리즈의 한동화 감독이 맡았다. 여기에 배우 신하균, 오정세, 허성태가 의기투합한다. 앞서 신하균과 오정세는 1600만 관객을 동원해 국내 상영 영화 역대 2위를 기록한 영화 ‘극한직업’에서 호흡을 맞춘 적 있어 두 배우의 재회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십프로’는 치명적 과거를 잠시 묻어둔 세 남자의 은밀한 이중생활을 그려내며 짜릿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2026년 상반기 첫 방송 예정이다.
  • 구단 리빌딩 나선 K리그 울산, 김현석 감독 이어 곽태휘·이용 코치 영입

    구단 리빌딩 나선 K리그 울산, 김현석 감독 이어 곽태휘·이용 코치 영입

    2025시즌을 9위로 마친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가 팀 ‘레전드’ 김현석 감독 선임에 이어 곽태휘 코치와 와타나베 스스무(일본) 코치 등을 영입하며 코칭스태프 구성을 마쳤다. 울산 구단은 31일 “곽태휘 코치와 와타나베 전술 코치가 명가 재건에 힘쓸 코치진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곽태휘 코치는 2005년 FC서울에서 K리그 무대에 데뷔했고 2011~12년 2년 동안 울산에서 61경기를 뛰며 10골 2도움을 기록하며 ‘골 넣는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다. 울산 주장을 맡기도 했던 곽태휘는 2019년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었고, 청두 룽청(중국)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가 최근까지 한국프로축구연맹 TSG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 울산에서 데뷔해 6시즌을 뛴 수비수 출신 이용도 10년 만에 친정팀의 코치를 맡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성남FC·전남 드래곤즈·대전하나시티즌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던 이정열 코치도 김현석호에 합류했다. 일본 국적의 와타나베 전술 코치는 일본축구협회(JFA) 최상위인 S 라이선스 자격증을 보유한 지도자다. 현역 시절 콘사도레 삿포로, 반포레 고후, 베갈타 센다이에서 수비수로 뛰었다. 지난 8월 코치진 개편 당시 합류했던 김용대 골키퍼 코치와 우정하 피지컬 코치는 2026시즌에도 울산과 동행한다. 울산은 2026년 1월 6일 동계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으로 떠난다.
  • 서강준, 생애 첫 연기대상에 “당황스럽다”…‘최고 시청률 8.3%’ 드라마 뭐길래

    서강준, 생애 첫 연기대상에 “당황스럽다”…‘최고 시청률 8.3%’ 드라마 뭐길래

    배우 서강준이 MBC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로 생애 첫 연기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25 MBC 연기대상’에서 서강준은 ‘언더커버 하이스쿨’에서의 열연을 인정받아 대상을 차지했다. 군 전역 후 복귀작으로 대상 트로피를 거머쥔 그는 시청률 부진에 빠졌던 올해 MBC 드라마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상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에 오른 서강준은 “기쁜 마음보다 당황스럽고 놀랍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군 제대 후 처음 찍은 작품이라 현장이 너무 그리웠다”며 “10년 넘게 연기하면서 ‘항상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자’고 다짐했지만 나도 모르게 잊고 산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몇 살까지 이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끝맺는 그날까지 대체되고 싶지 않다”며 “더 간절하게 연구하고 연기하겠다”라고 다짐했다. 2013년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으로 데뷔한 서강준은 ‘가족끼리 왜 이래’, ‘치즈인더트랩’, ‘너도 인간이니?’, ‘왓쳐’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해 왔다. 이번 수상은 데뷔 12년 만에 이룬 첫 대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서강준에게 대상을 안긴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고종 황제의 금괴를 찾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위장 잠입한 국정원 에이스 요원 정해성(서강준 분)의 활약을 그린 코믹 액션 드라마다. 서강준은 극 중 30대의 나이에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 생활을 만끽하는 요원 역할을 맡아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와 고난도 액션을 동시에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2025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비롯해 4관왕을 휩쓴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최고 시청률 8.3%로 이전 대상작들에 비해 다소 아쉬운 수치였다. 다만 두 자릿수 시청률이 전무했던 올해 MBC 드라마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성적을 거뒀다. MBC 드라마는 올 한 해 시청률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보영 주연의 ‘메리 킬즈 피플’, 이선빈 주연의 ‘달까지 가자’ 등 기대작들이 잇따라 1~2%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노정의, 이채민 등 신예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바니와 오빠들’은 0%대 시청률을 7차례 기록하며 ‘MBC 금토드라마 역대 최저 시청률’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한편 MBC는 과거 ‘드라마 왕국’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내년 화려한 드라마 라인업을 예고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이날 시상식에는 내년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21세기 대군부인’의 주연 배우 아이유와 변우석이 시상자로 등장해 큰 관심을 모았다. 또 믿고 보는 배우 지성이 출연하는 회귀 법정물 ‘판사 이한영’이 오는 2026년 1월 2일 첫 방송으로 새해 MBC 드라마의 포문을 열 예정이다.
  • ‘일산대교 통행료 50% 인하’ 등 달라지는 2026년 경기도민 삶은?

    ‘일산대교 통행료 50% 인하’ 등 달라지는 2026년 경기도민 삶은?

    경기도가 2026년을 맞아 도민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행정제도와 정책을 새롭게 시행한다. 내년부터 달라지는 경기도 주요 행정제도와 정책을 복지·보건, 여성·교육, 노동·경제, 농어업, 환경·교통, 문화·안전 등 등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복지․보건] 경기도 거주 6·25 및 월남전 참전유공자에게 지급하는 참전명예수당을 연 60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인상한다. 사업 방식을 개선한 극저신용대출 2.0을 상반기에 시행한다. 경기극저신용대출 1.0은 2020년 4월 첫 접수를 시작해 2022년까지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 접근이 어려운 도민을 대상으로 최대 300만 원까지 긴급 생활자금을 연 1% 저금리로 대출 지원했다. 극저신용대출 2.0은 최대 300만 원을 5년 만기 상환하는 기존 방식을 최대 200만 원을 최장 10년 상환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다국어 상담 기능을 도입해 체류·노무·생활 등 분야별 맞춤형 안내를 지원하는 이주민 디지털 플랫폼이 가동되고, 미등록 외국인 아동에게도 월 10만 원씩 보육지원금을 지급한다. [노동, 산업·경제] 근로시간 단축제를 도입한 도내 중소·중견기업에 경기도 생활임금 수준의 장려금과 근태관리 시스템 구축을 지원한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지속한다. 지난 11월 말 기준 107개 사가 참여한 가운데 내년에 신규 30개 사를 모집한다. 도는 기존 지원금 외 고용장려금을 신설해 1인당 80만 원을 추가 지급한다. 화성, 파주, 의정부, 하남, 동두천 반환공여구역 내 도로, 공원, 하천의 토지매입비와 조성비, 공공기반시설 조성비의 50%를 지원한다. [환경, 도시, 교통, 건설] 1월 1일부터 경기도가 일산대교 요금소를 통과하는 모든 차량의 통행료 50%를 지원한다. 경기도 기후보험 보장 항목이 확대된다. 감염병 진단 시 10만 원을 지급하는 데 지급 기준이 기존 8종에서 지카바이러스 등 10종으로 늘어난다. 온열·한랭 질환, 기후재해 사고를 원인으로 한 사망 시 200만 원 보장, 응급실 진료 시 10만 원 보장 항목이 신설된다. 기후행동 기회소득 지급 대상이 다른 지역에 주소지를 둔 경기도 소재 대학 재학생까지 지원 범위가 확대된다. [기타] 가족돌봄수당에 참여하는 시군이 2025년 14곳에서 26곳으로 늘어나고 경기도 거주 청년 신혼부부 2880쌍에게 50만 원의 복지포인트를 지원한다. 경기도 거주 청년 약 4,400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위한 비용을 1인당 최대 20만 원까지 지원한다.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 지원과 112신고 폭력 피해자 지원 바로희망팀, 언제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시군도 늘어난다. 경기도 중장년 인턴(人-Turn) 캠프 지원 대상 인원도 120명에서 150명으로 확대된다. 영화, 공연, 전시, 스포츠, 숙박, 액티비티 문화소비를 지원하는 ‘경기컬처패스’ 제휴 분야가 도서, 웹툰까지 총 8개 분야로 확대된다. 1인당 지원금도 연간 2만 5000원에서 6만 원으로 오른다. 단독주택이나 아파트에 거주 중인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의 주택화재 안심보험 가입을 지원한다. 화재 가구 피해 보장 최대 3000만 원, 가재도구 피해는 최대 700만 원이다. 파주 임진각평화누리 내에 9월쯤 안중근평화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 “추신수, 코로나 때 마이너 전원 생계 지원금 줘”…MLB 명예의 전당 1표의 소신

    “추신수, 코로나 때 마이너 전원 생계 지원금 줘”…MLB 명예의 전당 1표의 소신

    한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오른 추신수(43)가 최소 1표를 확보했다. 미국 텍사스 지역 매체 댈러스스포츠(DLLS) 소속의 제프 윌슨 기자는 31일(한국시간) DLLS에 자신의 ‘명예의 전당 투표 용지’를 공개했다. 27명의 후보 중 10명에게 투표한 윌슨은 추신수의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인정하면서도 그에게 표를 준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윌슨은 “추신수는 통산 OPS(출루율+장타율) 0.824를 찍은 훌륭한 선수”라면서도 “그가 득표율 5% 이상을 기록해 명예의 전당 투표 대상자 자격을 유지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했다. 윌슨 기자는 이어 “MLB에서 뛴 한국 선수 중 추신수는 독보적인 기록을 냈다”며 “언젠가 한국 선수가 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것이고, 그때 추신수는 그 선수를 위해 길을 닦은 개척자로 언급될 것이다. 추신수에게 투표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윌슨은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야구가 멈췄던 2020년 4월, 추신수가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 전원에게 1000달러씩 생계 자금을 지원했던 선행도 투표의 이유로 언급했다.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추신수는 2020년까지 16시즌 동안 1652경기에 출전해 6087타수 1671안타(타율 0.275),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 출루율 0.377, 장타율 0.447을 기록했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지난달 18일 2026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는 새 후보 12명과 기존 후보 15명을 발표하며 추신수의 이름을 포함했다. 한국 선수가 MLB 명예의 전당 입회 후보가 된 건 추신수가 처음이다. 아시아 투수 최다인 124승 기록을 보유한 박찬호는 명예의 전당 후보로 선정되지 못했다. 명예의 전당 가입은 BBWAA 소속 10년 이상 경력을 지닌 기자들의 투표에서 75% 이상 지지를 얻어야 가능하다. 한 번 후보로 뽑히면 10년 동안 자격이 유지돼 매년 명예의 전당 입성에 도전할 수 있지만, 득표율 5% 미만을 기록하면 이듬해 후보 자격을 잃는다. 투표 결과는 2026년 1월 21일 발표하고, 75% 이상 득표한 선수는 7월 27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 명예의 전당 트래커에 따르면 31일 오전 8시 현재 유권자 23.1%가 자신의 투표용지를 공개했다. 추신수에게 표를 준 기자는 현재까지 윌슨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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