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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CEO, 룸살롱 대신 ‘여기’에 간다

    요즘 CEO, 룸살롱 대신 ‘여기’에 간다

    국내 최대 와인 유통전문 기업인 와인나라의 이철형 대표(49)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갈라’를 꼽는다. 갈라? 아직 한국인들에게 익숙하지는 않은 단어이다. 최근 한국인들을 열광시키는 피겨 스케이트 김연아 선수의 갈라 쇼로 간신히 낯을 익힌 정도다. 프랑스어에 뿌리를 둔 갈라(gala)라는 말은 ‘축제’ 혹은 ‘연회’라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영자를 비롯한 상류층에서 갈라는 성대한 파티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단순히 파티라는 말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좀 더 화려하고 특별한 느낌을 부여하고 싶은 파티에는 어김없이 갈라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고 있다. 아니면 이를 줄여 그저 갈라라고 부른다. 잘 차려입은 유명인과 귀한 음식, 고급 샴페인에 더해 화려한 볼거리들이 함께하는 파티다. 룸살롱과 골프로 상징되는 한국 경영자들의 은밀한 사교는 나라 안팎에서 정평이 나 있다. 일이 있으면 술자리에 초대하거나 골프를 같이 치는 문화다. 최근에는 한 연예인의 자살과 관련이 있는 술자리와 골프 접대에 동석했던 기업인들 이름마저 거론되고 있다. 한 기업이 청와대 소속 공무원들에게 룸살롱에게 접대를 한 추문도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대 경영자들 사이에서 갈라 파티가 새로운 사교 문화로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자들이 모이는 갈라에서 비즈니스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입니다. 다른 업계에 있는 분들을 만나 유익한 대화를 나누고 유쾌하게 웃다보면, 저절로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하죠.” 이 대표의 말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젊은 경영자들이 갈라 파티를 즐기는 이유로 비슷한 답을 한다. 이(異)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인맥을 쌓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동시에 갈라의 컨셉에 따라 새로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기꺼이 1백만원 안팎인 참가비를 지불한다. 최근의 불황도 이런 갈라 열기를 잠재우지는 못한다. 스스로 갈라를 개최하기도 하는 이 대표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갈라를 즐기는 분들은 소득 수준이 높은 경영자들이 대부분이라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편입니다. 40대 중반 이상의 성공한 경영자들은 그동안 쉬지 않고 일해서 그 자리에 오르느라, 인생을 즐길 기회가 별로 없었죠. 일 외적인 부분에 대한 지적인 욕구나 교양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고 싶어 하는 분들도 꽤 있고요.” 일반적인 정찬 행사와 달리 갈라에는, 공연을 포함해 일정하게 기획된 컨셉이 있다. 유명한 와인이나 와인 평론가와 함께 하는 경우도 있고, 아프리카 문화가 주제일 때도 있다. 이 때문에 경영자들로서는 평소 접할 수 없었던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다. 또 참석자 모두가 지켜야 할 드레스 코드(dress code)가 있는가 하면 특별한 샴페인이 나오기도 한다. 이야기 거리가 떨어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것들이 갈라를 새로운 사교 무대로 각광받게 하는 요인들이다.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갈라로는 한불상공회의소(FKCCI)가 매년 말 개최하는 파티가 꼽힌다. 이 행사는 한국과 프랑스 기업인들 간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1990년부터 시작됐다. 이 파티는 ‘프랑스식 정원(2006년)’, ‘파리-서울, 센느에서 한강으로(2007년)’,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밤(2008년)’ 등과 같이 매년 독특한 컨셉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프랑스 문화의 진수를 체험할 기회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지금은 프랑스와는 관련이 없는 경영자들도 꼭 참석하고 싶어 하는 행사가 됐다. 해를 거듭 할수록 더 화려해지고, 동시에 참석자 수도 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 갈라는 불황의 여파가 가장 심각하다는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열릴 예정이라고 한불상공회의소 관계자가 전했다. 갈라 열기를 증폭시킨 여성 경영자들 문화적 체험이라는 면에서 갈라는 전문 공영장이나 갤러리와 흡사하다. 그러나 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인적 네트워킹의 기회가 있다. 미국의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모토로라 코리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황상걸 상무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화려함을 즐긴다든지 하는 단기적인 목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인적 네트워킹을 위해 갈라 파티를 참석한다”고 말한다. 10년간의 미국 생활이나, 그 후 한국에서의 비즈니스에서도 갈라를 통한 네트워크 관리가 큰 도움이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예기치 않은 순간에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 그 때 뵀어죠?’라는 말로 시작해, 당시 갈라의 컨셉까지 얘기가 술술 풀리더라는 것이다. 황 상무는 자신은 이를 두고 ‘정당한 레퍼런스’(fair reference)라고 부른다. 술자리나 골프에서 형성된 인맥이 해주는 끈끈한 추천(recommendation)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훨씬 더 당당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만남에 대해서 순간적인 소득이라거나 영업상의 이익이라기보다는, 평생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관리한다.”고 말한다. 갈라 열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여성 경영자들이다. 이들은 과거 술자리와 골프라는 남성 중심 사교 문화에서 철저하게 소외돼 왔다. 지난 1일 서울 삼성동 인터알리아 갤러리가 주최한 갈라에서 만난 임정희 대표(42)가 좋은 예다. 서울과 중국 북경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 체인을 운영하는 그는 이 새로운 사교와 문화 체험의 기회을 적극 환영하는 눈치였다. “전에야 사업하려면 여성들도 거북한 술자리나 골프 모임에 참석해야 했죠. 그런 자리를 한사코 피하는 저 같은 경우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지극히 제한돼 있었고요. 그러나 간단한 와인에 문화 행사가 곁들여지는 모임이라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죠.” 이 날은 데미언 허스트를 포함한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주제가 됐다. 갈라 속의 갈라, 보이지 않는 비즈니스의 세계 갈라 열기는 전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파티 문화가 발전한 지역에서는 단순한 사교를 넘어 중요한 비즈니스의 무대로 활용되기도 한다. 국제적인 갈라 파티에 많이 참여했던 이네스 조(중앙M&B 기획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미국 같은 경우에는 대통령 후보가 출마하기 전에 갈라를 열면, 전세계 유명인과 기업인들이 모두 참석하고 싶어 합니다. 왜 그럴까요? 석유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주요 경제인들이 모이는 갈라의 경우에는 입장료가 한화로 700만원이 넘기도 하죠.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 큰 돈 내고 참석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그가 도리어 묻는다. 경영자들에게 그 만한 사교와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의 역설적 반문인 셈이다. 이를 위해 갈라 주최측이 신경 써야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장소 선정, 음식ㆍ와인 선택, 호스트의 역할, 자리 배정 등이 중요한 준비 사항이다. 참석자들도 마찬가지다. 패션과 스타일, 그리고 태도 면에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최고 수준의 갈라는 섬세함 면에서 상상을 초월한다. “(파티장 내에) 도우미를 배치해요. 접시 나르는 도우미가 아닙니다. 참석자처럼 곳곳에 배치돼, 참석자들의 대화를 도와주는 거죠. 도우미들은 어떤 사람이 어떤 비즈니스를 하는지, 근황은 어떤지를 미리 파악해둡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을 할 수 있게 돕는 거죠.” 조씨의 말이다. 지난해 서울패션위크의 갈라 파티를 기획했던 그는, 아직 우리 갈라가 파티 문화라는 점에서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경영자가 갈라를 위해 갖춰야 할 것들, 버려야 할 것들 경영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경제성의 원리는 갈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막대한 참가비를 지불하는 만큼 사교나 사업 무대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은 갈라 참석자들이 갈라의 주제와 갈라 참석자들이 가진 영향력, 그리고 그 안에서 형성된 일종의 추세를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갈라 참석자들은 와인을 마시며 협력관계를 맺는다.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면서 정책기금을 조성하기도 한다. 유머를 구사하며 은근히 해당 분야의 정보를 흘린다. 잔을 부딪친 참석자 누구라도 미래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갈라 안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세상이 돌아가는 메커니즘과 보이지 않는 시장의 흐름을 포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최근 한 다국적 기업이 주최한 마케팅 컨퍼런스를 겸한 갈라에 참석했던 황성걸 상무는 “갈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기본적인 갈라 매너와 주최 측이 정한 주제를 잘 파악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외국 경영자들은 갈라에 매우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임합니다. 반드시 드레스 코드를 미리 확인해 맞춥니다. 시간을 잘 지키는 것은 물론,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돌아가면서 짧은 인사를 넘어서는 대화를 나누죠. (주제에 맞는)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면 업무에 임하듯 긴장을 풀지 않고 참여하고요.” 그가 빼놓지 않고 추천하는 갈라 매너도 있다. 참석자들과 직접적으로 업무와 관련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무를 주제로 해서 대화를 시작하면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게 된다.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상황을 가리지 않고 영업 행위를 하거나 부탁을 일삼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격식보다 중요한 것이 공감대라고 강조한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갈라에 가서 사람들과의 관계나 분위기가 어색했던 적이 있죠. 파티의 분명한 목적이 없거나 진행이 자연스럽지 못한 경우에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마저 들죠.” 철저하게 준비된 갈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형 갈라가 뿌리 내릴 수 있을까? 봄을 맞아 국내 특급 호텔과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갈라가 열리고 있다. 한국형 갈라는 형식이나 참가비면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와 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장식, 빼어난 와인에 어울린 정성스런 요리, 단정하면서도 호사스런 의상으로 단장한 명사들, 그에 걸맞는 근사한 기획이 곁들여 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많은 참석자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얼굴이 굳어지는 것이 단적인 예다. 함께 온 지인들과 끼리끼리 둘러앉아 폐쇄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경우도 있다. 정작 해외에서도 찾기 힘든 격식을 따져, 주변을 불편하게 만드는 참석자도 더러 보게 된다. “파티의 규모 수준은 해외나 한국이나 비슷한데요. 거기 참석해서 대화하는 방식을 보면 좀 의아할 때가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대뜸 어느 학교 출신인지, 제가 다니는 회사에 아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부터 알아보려고 하죠.” 영국 디자인 그룹 텐저린 이돈태 대표의 말이다. 불황을 헤쳐 나갈 수 있었던 비결로 갈라를 들었던 이철형 대표. 그는 점차 확산되는 갈라 문화가 궁극적으로 한국의 비즈니스 세계를 보다 투명하고 밝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 믿는다. “룸살롱이나 골프장에서 접대하는 시대는 서서히 지나고 있다고 봐야죠. 맛있는 음식과 스토리가 있는 와인을 함께 즐기면서 건전한 대화를 나누는 갈라 비즈니스의 세계가 열리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한국형 갈라가 정착돼 가는 과도기 단계죠. 경영자들이 웃으며 건전한 사교를 즐길 수 있는 갈라가 많이 생겨날수록 우리 비즈니스 세계도 더 밝아지는 것 아닐까요?” 황성걸 상무는 갈라가 경기회복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갈라를 통한 사교와 사업이 닫힌 경영자의 시야와 시각을 넓혀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갈라의 긍정적인 측면이 널리 알려지면서, 새로운 한국 경영자 문화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당장 퀴퀴한 술자리와 신경 쓰이는 골프 모임을 한 번 쯤 끊어 볼 일이다. 대신 하룻밤 시간을 내어 갈라에 가보라. 거기에서 또 다른 세계와 인물들을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 / 사진=한불상공회의소(FKCCI) 제공@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생방송 토크쇼 ‘알로! 대통령’ 10주년 맞은 차베스 나흘동안 마라톤 방송 돌입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손수 진행해온 일요 생방송 토크쇼 ‘알로! 대통령’ 10주년을 맞아 28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마라톤 방송에 나선다. 평소 장광설로 유명한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서부의 한 발전소에서 “오늘 방송을 시작해 31일 끝날 것이며 시간은 우리도 모른다.”며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또 “한밤중에, 또 꼭두새벽에 방송할 수도 있다.”며 “잘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차베스는 30분간의 첫 방송에서 집권 이후 계속 늘고 있는 자신의 몸무게를 주제로 삼았다. 그는 또 이 방송에서 절친한 친구이자 멘토인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쓴 편지를 읽어 줬다. 카스트로는 이 편지에서 ‘알로! 대통령’이 그간 총 1536시간 방송된 점을 들며 “방송매체를 그처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 이상의 혁명적 아이디어는 없다.”고 했다. 관계자들은 지난 2007년 8시간 생중계 연설이 지금까지의 기록이라며 이번에 그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측했다. ‘알로! 대통령’은 차베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개월 만인 지난 1999년 5월23일 처음 시작됐다. 차베스는 이 방송에서 그동안 자신의 일방적인 정견을 발표해 왔다. 사회주의를 홍보하는 연설을 하다 갑자기 노래를 부르거나 촬영기사의 부주의를 꾸짖기도 하는 돌출행동을 일삼았다. 또 생방송 중에 콜롬비아 국경에 탱크를 집결하도록 명령해 국방장관을 혼비백산하게 하기도 했다. 차베스의 지지자로 엄선된 청중들은 대통령의 상징색인 붉은 옷을 입고 차베스 대통령의 거침없는 재담에 늘 환호를 보낸다. BBC는 최근 차베스 대통령 정례연설 10년간의 양상을 소개하며, 이제 유랑 서커스단의 공연 이상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멕시코시티 연합뉴스
  • 칠레의 유비무환

    칠레의 유비무환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던 신흥 국가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콩 주요 생산국인 아르헨티나의 경우 국가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있고 원유 수출에 의존하던 러시아는 엄청난 외채가 있음에도 국내 은행과 기업 살리기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칠레는 다르다. 은행에 대한 구제 금융을 위해서는 단 한푼도 지출하지 않았다. 외채를 다 갚아 순채권국이 되면서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지난 3월 칠레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칠레가 이처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건재할 수 있는 것은 경기가 좋던 시절 흥청망청 쓰는 대신 어려울 때를 대비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8일 보도했다. 세계적인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2006~2008년 원자재 값이 치솟으면서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안드레스 벨라스코(48) 재무장관은 돈을 비축하자고 주장했다. 대출과 소비에 거품이 낄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칠레는 1980년대 원자재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위기를 겪은 바 있다. 하버드대 교수에서 2006년 장관이 된 그는 과거 칠레 경제에 일어난 이같은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을 연구했다. 고민 끝에 벨라스코 장관은 같은 해 독립된 위원회를 만들고 이곳에서 향후 10년간의 평균 구리 가격을 산출토록 했다. 현재 구리 가격이 아닌 이 가격을 기준으로 예산을 짜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다. 구리가 이 가격 기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 차액을 국내가 아닌 해외 펀드에 넣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벨라스코 장관을 잔칫집에 찬물 끼얹는 사람처럼 취급했다. 사무실까지 들이닥친 시위대는 “구리로 번 돈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칠레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200억달러(약 25조원)가 펀드에 비축돼 있다. 현재 칠레는 이같은 풍부한 현금 보유액을 바탕으로 GDP 대비 2.8%에 달하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이 GDP 대비 2%에 해당하는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칠레의 올해 GDP는 0.5%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때 대중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던 벨라스코는 이제 의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4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은 지난 1월 단 9일만에 상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공공사업에 7억달러를 투입, 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또 기업과 서민들에게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3위 은행인 방코에스타도에도 5억달러가 투입됐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농협 “금융·유통 분리 2017년까지”

    농협중앙회가 신용(금융)·경제(농축산물 유통) 사업 분리를 오는 2017년까지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분리 시한을 내년 말까지로 잡은 정부 입장과 큰 차이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28일 농식품부와 농협에 따르면 농협은 2017년까지 농협 스스로 필요한 자본을 조달해 신경분리를 한다는 내용 등의 자체안(案)을 다음달 초까지 마련, 정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중 2017년까지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은 지난 2007년 정부와 농협, 농민단체 등이 합의한 신경분리안과 비슷하다. 농협 스스로 10년간 8조 2000억원의 적립금을 쌓아 신경분리의 ‘종잣돈’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민관 합동기구인 농협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지난 3월 새로운 분리안을 마련했다. 중앙회를 농협경제연합회로 축소 전환하고 신용-경제 사업은 각각 별도의 지주회사로 독립시키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올해 안에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고 내년까지는 신경 분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농협 사이의 ‘온도차’가 너무 큰 셈이다.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시기를 늦추면 신경분리 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의 자체 자본 조달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금융 위기가 본격화된 작년 4·4분기 1274억원의 적자를 냈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한국 내년 경제성장률 1.5% 넘어”

    비관적인 경제전망을 하기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한국이 주요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년에 1.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루비니 교수는 27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BS 주최 서울디지털포럼에서 “한국은 경제 성공을 이뤄낸 모범사례로, 과거 10년간 경제정책을 많이 바꿔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국제 거시경제학자로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힌다. 그는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인 4%에는 못 미치겠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인 1.5%보다는 조금 높을 것”이라면서 “지난해 과도하게 경제가 수축됐지만 올 1·4분기에 좋아졌고 2분기에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대외부채 문제가 많이 해소됐지만 주택 등 부동산 부문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할 필요가 있으며, 시장 친화적인 개혁과 구조조정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핵 사태의 영향에 대해서는 “대외 개방경제여서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금융시장과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감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경제에 대해 그는 “터널의 끝에 빛이 보이지만 아직 바닥을 쳤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 “경기침체가 올해 말이면 끝날 것으로 보지만 회복은 더디고 이후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선진 30개국 모임)가 이날 발표한 올 1분기 경제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분기 대비 0.1% 성장해 전체 회원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했다. OECD 전체 평균 성장률은 -2.1%였다. 김태균 기자 windsea@seoul.co.kr
  • [씨줄날줄] 풍운아(風雲兒)/오일만 논설위원

    역사 속 인물 중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풍운아들이 어찌 한둘이겠는가. 난세와 혼돈의 시기에 뛰어난 역량으로 세상을 뒤흔들다가 권력 투쟁의 암투 속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역사적 평가는 아직도 엇갈리지만 이들이 겪어야 했던 환희와 고통의 느낌은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달된다. 중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풍운아는 단연 항우(項羽·BC 232∼BC 202년)이다. 진나라 말기 천하를 놓고 유방과 다투다 ‘사면초가’의 매복에 걸려 비극적 생을 마친 서초패왕. 하해 전투에서 자결로 30세의 생을 마감했다. 국가주석 류사오치(劉少奇·1898∼1969년)는 문화혁명을 조종한 마오쩌둥(毛澤東)의 질시와 음모 속에서 주자파(走資派)로 몰려 차디찬 지하 감방에서 죽는다. 세기의 풍운아 체 게바라(1928∼1967년)는 낭만적 혁명가의 대명사다. 그는 쿠바 혁명 성공으로 부귀영화를 약속받지만 세계 혁명에 뛰어들어 목숨을 던진다. 우리의 역사도 만만치 않다. 삼봉 정도전은 조선조가 낳은 최대의 풍운아다. 고려말 급진 개혁파였던 그는 10년간 유배생활의 고초를 겪는다. 역성혁명에 성공한 후 조선의 ‘기초 설계사’로서 모든 개혁을 추진하다가 왕자의 난을 주도한 태종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다. 정암 조광조는 비운의 정치인이다. 중종에 의해 개혁정치 전면에 등장하지만 ‘개혁 피로감’에 지친 중종에게 버림을 받는다. 훈구파가 일으킨 기묘사화에 연루돼 사약을 받았다. 근대사로 넘어가선 풍운아의 대표자리는 김옥균이 차지한다. 개화 사상의 신봉자로서 1884년 갑신정변을 일으켜 전권을 쥐나 ‘3일 천하’로 막을 내린다. 일본으로 망명해 울분의 나날을 보내다 1894년 상하이에서 자객 홍종우에게 죽고 그의 시체는 능지처참형을 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풍운의 정치인’이라고 부른다. 1988년 한국 정치판에 혜성처럼 나타나 지역주의 타파와 새로운 정치를 외치며 대권을 거머쥔다. 퇴임 이후 자신이 쌓아올린 정치적 자산들이 하나하나 ‘물거품’으로 변하는 고통의 아픔도 겪는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인간 노무현’을 역사가들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삼성물산 ‘사랑의 집짓기’ 10주년 맞아

    삼성물산 ‘사랑의 집짓기’ 10주년 맞아

    삼성물산이 펼쳐온 사랑의 집짓기 운동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4일 한국 해비타트와 함께 올해 충남 천안시 목천읍 교촌리 희망의 마을에서 ‘2009 사랑의 집짓기-해비타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2000년 전남 광양에서 32가구를 지은 것을 시작으로 경북 경산과 강원 강릉 등지에서 해비타트 사업을 벌여왔다. 지금까지 총 231가구를 건설, 무주택 서민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천안시 희망의 마을에서 총 4개동 16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설계에서 건축·현장 안전관리 등을 지원하며, 건축된 집은 주민에게 기증한다. 삼성물산은 올해 10주년을 맞아 임직원과 가족, 래미안아파트 입주자 등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속적인 관심 덕분에 해비타트 사업을 10년간 이어올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주거개선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적극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투기성 부동자금 135조~232조

    811조원의 부동자금 가운데 투기성 자금은 135조∼232조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4일 내놓은 ‘유동성 풍요 속 기업의 자금난’ 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2008년까지 10년간 시중 부동자금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56.6%였다. 지난해 GDP의 56.6%는 579조원이다. 금융감독원이 추산한 단기성 수신은 811조원인 만큼 평균치를 웃도는 자금은 232조원이다. 또 단기 수신액 가운데 주식시장 투자가 바로 가능한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고객예탁금 등은 올 3월 말 현재 135조원 정도다. 따라서 투기성 자금으로 옮겨갈 수 있는 부동자금 규모는 적게는 135조원, 많게는 232조원이라고 보고서는 제시했다. 풍부한 시중자금이 기업 등 실물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은행이 보유한 기업대출 채권,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등을 적극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황기에는 호황기보다 대손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 적립 규모를 줄여주고 채권펀드에 대한 비과세 대상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기업 인수·합병 펀드, 신용위험 분산 상품 등 다양한 상품 개발과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면 기업이 보다 쉽게 회사채를 발행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논리에서다. 신용등급 BBB-의 회사채 금리는 지난 21일 현재 연 11.3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MB-클린턴 ‘녹색성장’ 공감

    MB-클린턴 ‘녹색성장’ 공감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접견하고 녹색성장, 기후변화, 대북정책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합의를 진행할 때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국가들의 문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미국이 앞장섰기 때문에 세계 기후변화 대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저와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주도한 교토의정서가 실패한 이유는 아무도 그것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그러나 지난 10년간 세계의 의식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방위력이 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북한에 손을 벌리고 따뜻한 가슴으로 대하되 강한 자세를 늘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문제를 포함한 국제문제에 한·미 양국이 함께 긴밀히 협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오전 10시40분부터 시작된 이날 접견은 예정시간을 30분이나 넘겨 1시간동안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본관 1층 현관 앞까지 나와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맞은 뒤 서로 허리에 손을 두르는 등 친근감을 과시했다. 접견에 앞서 이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아주 인기가 좋다.”고 덕담을 건넸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전직 대통령인데도 이렇게 환대해 줘서 고맙다. 한국을 무척 사랑한다.”고 화답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앞서 본관 도착 후 방명록에 ‘한국에 다시 와 기쁘다.’(It is good to be back)는 글을 남겼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대남사업 관련 北인사들 잇단 숙청설 왜…

    대남사업 관련 北인사들 잇단 숙청설 왜…

    개성공단과 남북경협에 관여했던 북측 인사들의 숙청설과 경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최근들어 대남파트 관계자들의 숙청설 및 경질설이 계속 나오는 것은 2007년부터 북한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남파트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7년 9월부터 당 조직지도부와 중앙검찰소 등이 앞장서 통일전선부와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 등 대남·대외 기구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남북경협과 접촉, 남한의 대북지원 물자 처리 과정 등에서 일부 비리를 찾았다는 설도 있다. 조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주로 이뤄졌던 남북교류와 경협 활성화 등이 북한 사회 전반에 미친 부작용에 대한 평가로 확대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남북관계가 나빠진 것을 대남파트에 대한 조사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원래 북한 군부는 남북경협에 부정적이었다. 최근 북한 군부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대남파트 관계자들의 숙청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개성공단 북측 책임자였던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은 지난해 3월 경질됐다. 남북 당국간 회담에 북한 대표로 참가했던 민경협 정운업 회장도 거액을 착복한 혐의가 포착돼 2007년 11월 말 우리의 검찰에 해당하는 검찰소에 끌려가 조사받은 뒤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12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선 남북경제협력을 담당해온 민경협 조직이 내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초부터 자취를 감춘 남북정상회담 북측 주역인 최승철 통일전선부 제 1부부장의 숙청설·처형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 부부장은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방북했을 때 북측 대표로 노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최 부부장은 이산가족 상봉 등을 담당하는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 조선적십자회 상무위원,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 등 5개의 ‘모자’를 필요에 따라 썼다. 대남 관계개선에 적극적이던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도 지난해 초 경질됐다. 자본주의 요소를 일부 도입한 ‘7·1 경제개선 조치’(2002년)에 앞장섰던 박봉주 내각 총리는 2007년 4월 공장 지배인으로 좌천되기도 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19일 “남북경색 국면에서 최승철 부부장 등 지난 10년간 대남파트를 담당해온 북측 인사들의 숙청 및 처형설이 잇따라 제기되는 것은 북한 내 대남파트에 군부를 비롯한 강경파들이 등장, 권력을 장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12·1조치 등 대남 경협 분야에서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시점과 대남파트 북측 인사들의 숙청·경질설이 제기된 시점이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송파구 1인 1계좌 장학기금 대성황

    송파구 1인 1계좌 장학기금 대성황

    서울 송파구가 경제 사정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추진 중인 ‘장학기금 1인 1계좌 갖기 운동’이 3개월 만에 무려 5600계좌를 돌파하는 등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송파구는 지난 2월 ‘1인 1계좌 갖기 운동’을 시작한 이후 3개월 만에 3500여명의 기탁자가 참여해 5600계좌에 6억 6000여만원의 장학기금이 마련됐다고 19일 밝혔다. 김영순 구청장은 “경기 침체로 대다수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제적 이유로 학업마저 포기하는 청소년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주민들 사이에 크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작은 사랑을 한 곳에 모아 모든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만원의 기적’을 반드시 실현시키겠다.”고 말했다. ●수혜자도 참여하는 기탁사업 장학기금을 기탁한 후원자들의 사연도 훈훈한 감동을 더해 주고 있다. 최근 ‘1인 1계좌 운동’을 통해 100만원의 장학증서를 받은 정신여고 강민정(17)양의 어머니 김옥자(49·잠실본동)씨는 자신도 그다지 넉넉현 형편이 아니지만 선뜻 이 운동에 참여하기로 하고 매달 1만원씩 10년간 기탁을 약정했다. 김씨는 “딸아이가 장학금을 받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어떻게 보답할지 고민하다가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고등학생을 둔 어머니로서 또래 아이들이 최소한 경제적 사정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세 기업들도 앞다퉈 장학기금 계좌를 만들고 있다. 관내 청소대행 업체 7개사는 심각한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장학기금 마련에 동참했다. 이들 업체는 각각 50계좌씩, 총 350계좌(4200만원)의 장학기금을 기탁했다. 국민건강보험 송파지사도 매달 10만원씩 1년 기탁을 약정, 어려운 청소년 돕기에 발 벗고 나섰다. ●올해 1만 계좌 개설 목표 이처럼 구민들과 지역 단체의 후원 열기에 뒤질세라 구청 직원들의 참여도 크게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둔 구 관계자는 “공직생활을 마감하면서 무언가 뜻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120만원을 기탁했고, 익명을 요구한 다른 직원도 직원아이디어 시상금 전액(30만원)과 가족 3명이 1계좌씩 모두 3계좌를 약정했다. ‘만원의 기적’으로도 불리는 이 장학사업은 올해 1만계좌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다양한 홍보활동으로 지역 주민들과 관내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낼 계획”이라며 “현재 추세라면 목표치를 훨씬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구는 최근 제1차 1인1계좌 장학기금 전달식을 갖고 저소득가구 및 위기가정 자녀 103명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한 데 이어 10월쯤 2차 장학증서 수여식을 열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열매를 선사할 계획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알바’로 3억5000만원 빚 갚은 기적의 아버지

    이종룡(49·전북 전주)씨는 ‘알바의 달인’ ‘기적의 사나이’로 불린다. 이씨는 하루에 신문 배달, 떡 배달, 학원차 운전, 목욕탕 청소 등 7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잠을 2시간밖에 못 잔다. ‘뼈 빠지게’ 일해서 월 450만원을 벌지만 지난 10년 동안 집에는 1000원 한장 가져다 주지 못했다. 3억 5000만원이나 되는 빚을 갚아야 했기 때문이다. ●알바 7개 뛰며 10년만에 재기 이씨는 월 매출액이 3000만원인 시계 도매점을 운영하다 1998년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1년을 술로 방황하던 그를 붙잡은 건 다섯 살 연상의 아내 양모(54)씨와 하나뿐인 아들(30)이었다. 아내 양씨는 ‘이씨와 이혼하면 먹고 살게는 해 주겠다.’던 처갓집의 설득에도 꿈쩍하지 않고 지난 10년간 한결같이 이씨의 곁을 지켰다. 이씨는 “얌전한 부잣집 셋째딸을 낚아채 고생만 시켰는데도 끝까지 나를 믿어준 아내”라며 고마워했다. 1998년 당시 고3이던 아들은 공부를 잘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꿈꿨지만 빚쟁이들이 들이닥쳐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고 충격으로 집을 나갔다. 지금은 전남 광주에서 자리를 잡고 부모에게 다달이 용돈 20만원을 보태주면서 성실하게 살고 있다. ●“아내·아들만을 위해 살겁니다” 아들을 대학에 보내지 못한 게 가장 미안하다는 이씨에게 아들은 “대학 나와도 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냐.”며 오히려 아버지를 위로하곤 한다. 이씨는 최근 사글세방을 벗어나 어엿한 전셋집을 마련했다. 이씨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가족이 희망”이라면서 “평생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죽을 때까지 아내와 아들만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글ㆍ사진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정책기조 바꿀 필요없다” 임태희, 쇄신위에 항변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18일 국정운영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당 쇄신특위의 지적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날 국회 정책위의장실에서 교육과학부와 가진 당정 협의 결과를 브리핑하던 중 “쇄신특위가 화합과 쇄신을 주제로 논의하면서 국정기조 전환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은 일종의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임 정책위의장은 “지난 1년간 당정협의를 통해 추진한 정책을 되짚어 보았다.”면서 “내용을 보면 지난 10년간 ‘집권하면 이런 거 하겠다.’고 제시했거나 ‘이런 정책하겠다.’고 선거 때 공약으로 내놓았던 범위 안에서 추진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추진했던 국정운영 기조는 자율, 개방, 규제 완화, 국제 흐름에 맞춘 제도 변경”이라면서 “이러한 정책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년은 원칙적인 측면에서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으로 바로잡는 데 정책 역점을 뒀던 시기”라면서 “이제부터는 교육, 복지, 일자리, 신성장동력 구축 등 그동안 계획했던 것들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과 좀 더 소통하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미국 현대 미술계 비하인드 스토리

    미국 현대 미술계 비하인드 스토리

    1900년대 중반 미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는 현대미술 컬렉션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1935년 시카고에 최초의 모던아트 갤러리를 열었던 캐서린 쿠(1904~1994)가 1943년 큐레이터로 영입돼 현대회화와 조각품을 담당하게 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몸통 전체에 석고 깁스를 하고 수십년을 살았던 쿠는 현대미술에 대해 좋은 선구안을 가진 사려 깊은 큐레이터로 신체적인 열세를 인내하고 극복할 만큼 놀라운 열정을 가진 여자였다. ‘예술가를 말하다’(캐서린 쿠 지음, 에이비스 버먼 편집·완성, 김영준 옮김, 아트북스 펴냄)는 20세기 중반 미국 현대 미술의 태동기에 활동한 전설적인 큐레이터의 전기이면서도 그 시대의 예술가들과의 만남, 컬렉터들의 작품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 큐레이터와 이사진의 갈등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는 미술 전문서적이다. 쿠는 시카고미술관을 20세기 중반의 흐름에 발맞춰 나가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시카고의 보수적인 성향이 반영된 미술관 이사진은 이런 노력을 방해했다. 미술관 이사진은 윌렘 데 쿠닝의 초기 걸작 ‘발굴’이 선물로 들어오자 ‘10년 동안 전시를 하지 않겠다.’는 계약조건을 달으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작품을 놓치기도 했다. 1955년에 쿠가 잭슨 폴락의 대작 ‘회색빛 무지개’를 사들이자 ‘시카고 트리뷴’에서는 ‘쿠쿠(쿠를 빗대)는 떠나야 한다’는 헤드라인 아래 작품 매입이 시카고를 덮친 재앙이라고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마크 토비의 1953년 작 ‘8월의 가장자리’는 이사진이 작품구입을 미적거리는 통에 결국 뉴욕 현대미술관에 팔려가기도 했다. 쿠는 미술기사로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1972년 보스턴 미술관의 중국미술 컬렉션 재설치 기념전시를 ‘새터데이 리뷰’에 실었다. 그 전시에는 닉슨 대통령 부부가 중국을 방문해 구입한 중국 물병 2점이 나왔다. 문제는 이 물병이 관광상품이었다는 것이다. 쿠는 지체없이 “대통령을 수행했던 그 많은 사람들 중 예술에 대한 지식이 있는 측근이 없었던 것이냐. 정치적 위상이 높은 소유자가 내놓았다고 명망 있는 미술관마저 그렇게 평범한 물건들을 두고 비굴한 태도를 취해야 하느냐?”고 일갈했다. 그 기사는 통신사를 통해 전국으로 퍼졌고, 쿠는 그 뒤로 수년 동안 알 카포네의 회계장부 압수수색 수준의 혹독한 회계감사를 받아야 했다. 러시아 작가인 칸딘스키의 작품을 몰라본 경매사의 무지로 거저 줍다시피 한 적도 있다. 1937년 1월 소리 소문 없이 열린 경매는 선구적인 아트 컬렉터 제롬 에디의 컬렉션. 경매사는 ‘틴판스키 작품’ 경매의 시작을 알렸다. 독일 무르나우에 있는 교회를 담은 1909년 표현주의 작품을 쿠는 각각 20달러와 5달러에 살 수 있었다. 미술관 큐레이터로서 좋은 컬렉터의 작품을 기증받기 위한 노력은 처절했다. 가장 뼈아픈 경험은 아렌스버그의 컬렉션. 아렌스버그는 현대미술가인 마르셀 뒤샹의 조언을 받아 엄청난 현대회화, 조각 컬렉션을 가졌다. 여러 경쟁자를 제치고 쿠는 아렌스버그로부터 시카고 미술관에서의 전시회 허락을 받았다. 쿠는 기증이 눈앞에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렌스버그가 전시에 동의한 것은 단 한 푼의 비용도 부담하지 않은 채 전문적으로 펴낸 도록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도록이 기증의 교섭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도록이 손에 떨어지자 아렌스버그는 더이상 쿠를 만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워싱턴 DC의 내셔널갤러리에 작품을 기증한 체스터 데일의 경우는 시카고 미술관에 10년간 컬렉션을 무상 임대해 줬다. 컬렉션의 가치는 높아졌다. 내셔널갤러리가 생존 작가의 작품은 전시할 수 없다는 규정을 바꾸자 데일은 시카고 미술관에서 작품을 회수했다. 쿠는 또 헛물을 켠 셈이다. 쿠는 전 세계 순회전시와 같은 블록버스터급 해외전시도 대단히 싫어했다. 작품에 씻을 수 없는 훼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가 화랑에서 그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던 일화, 토마스 만이 현대미술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끌끌 차던 일화 등도 생생하고 재밌다. 시카고미술관이 소장한 최고의 걸작, 신인상파 화가인 조르주 쇠라의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의 표면을 세척한 뒤 오른쪽 위 구석에서 쇠라와 그의 정부로 추정되는 여인의 모습을 발견한 것은 당시 큐레이터였던 쿠로서는 평생 못 잊을 감동과 경이로움이었다고 술회한다. 이 과정에서 쿠는 쇠라가 형식주의적 화가가 아닌 피 끓는 젊은 사내임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캐서린 쿠가 사망한 지 10년이 더 지난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됐다. 쿠가 원고를 4분의3 정도 썼을 무렵 사망했기 때문에 쿠가 생전에 뒷일을 부탁한 미술사학자 에이비스 버먼이 쿠의 초고를 바탕으로 사망하기 전인 1982년의 인터뷰와 그녀가 남긴 편지, 메모와 기록들을 뒤져가며 나머지를 채웠다. 1만 5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성북, SH 손잡고 한옥마을 만든다

    성북구가 SH공사와 손잡고 한옥 신규조성사업에 나섰다. 성북구는 성북 제2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 내 한옥 신규 조성 시범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SH공사와 위·수탁 협약을 맺었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열린 협약식에선 정비계획 수립업무 전반을 다뤘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옥선언’ 시범사업을 구체화하는 내용들이다. 오 시장은 지난해 말 향후 10년간 3700억원을 투입해 한옥 4500채를 보전하고 신규 조성하는 내용의 ‘서울 한옥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SH공사는 내년 4월까지 성북동 226 일대 6만 7628㎡에 한옥 50동을 새로 만드는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구릉지 순응형 저층 공동주택 조성을 위한 계획도 내놔야 한다.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위탁자, 유민근 SH공사 사장은 수탁자가 된다. 용역비는 5억 9000만원선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SH공사는 ▲도시계획시설 및 공동이용시설 설치 ▲건축물의 주용도·건폐율·용적률·높이 ▲환경보전 및 재난방지 ▲교육환경 보호 ▲정비사업 시행 예정시기 등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한다. 사업성 확보를 위한 공공지원방안도 마련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강북 정신보건센터 설립 10돌

    강북구민의 정신 건강을 위해 힘써온 강북구 정신보건센터가 15일로 열번째 생일을 맞는다. 구는 15~22일 정신보건센터 10주년 기념식과 희망 캠페인을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난 10년간 지역사회 정신 보건사업을 충실히 수행해 온 정신보건센터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우선 15일 삼각산동의 강북구민건강관리센터(보건소분소)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조선이후 ‘열녀 프로젝트’ 강화 경국대전·내훈 등 통제에 일조”

    “조선이후 ‘열녀 프로젝트’ 강화 경국대전·내훈 등 통제에 일조”

    지금이야 그럴 일이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자녀 많고, 형편 어려운 집에선 공부 잘하는 누이가 실력 모자란 남자 형제를 위해 진학을 포기하는 사례가 흔했다. 공장에서 번 돈으로 남자 형제를 뒷바라지해 출세시켰다는 눈물 겨운 스토리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드라마의 주요 소재였다. 재능과 상관없이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연시하고, 또 여성의 이런 희생을 미화하는 사회적 인식의 뿌리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성리학을 지배이념으로 삼은 조선이 국가적으로 퍼뜨린 ‘열녀 이데올로기’에 주목한다. 최근 출간한 ‘열녀의 탄생’(돌베게)은 유교적 가부장제가 남녀차별의 근원이란 건 누구나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전파됐는지는 확실치 않다는 의문에서 출발, 지난 10년간 조선에서 끊임없이 진행된 ‘열녀 프로젝트’의 목적과 방법을 꼼꼼히 추적한 결과물이다. 강 교수는 “여성의 성적 종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열녀는 고려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조선 건국 이후 사대부 양반들이 법과 제도 같은 국가권력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열녀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고려시대 수절은 여성 스스로의 선택이었지, 도덕적·법적 강제 사항은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조선 성종조의 ‘경국대전’에는 여성이 재가하면 자녀의 관직 진출을 제한하고, 수절할 경우 수신전을 지급하는 법을 제도화했다. 특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열녀 이데올로기 전파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에 맞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인들은 열녀로 추앙받았지만 병자호란 때 청병에 끌려 갔던 여인들은 갖은 고생 끝에 고향에 돌아와선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손가락질당했다. 남녀차별을 정당화하고, 여성의 성적 종속성을 강화하는 열녀 프로젝트는 열녀의 사례와 규범을 다룬 텍스트를 통해 윤리란 이름으로 더욱 효과적으로 확산됐다. 가령 소혜왕후 한씨가 편집한 ‘내훈’은 복종적인 시집살이를 강조하고, ‘삼강행실도’의 열녀편은 보통 사람이 실천하기 어려운 가학적 방법으로 수절을 지키는 사례들을 본받아야 할 미담으로 소개하고 있다. 강 교수는 “내방가사, 규방가사로 불리는 작품들도 여성 교양의 함양이라는 미명 아래 가부장적 논리로 여성의 일상적 행위와 의식을 통제하는 데 일조했다.” 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강 교수 개인의 가족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는 “재능이 있었지만 외조부의 뜻에 따라 일찍 결혼해 가사노동으로 평생을 보낸 어머니, 남동생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한 누나가 겪었던 명백한 차별의식의 근원에 대한 의문이 연구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시대 열녀 이데올로기의 사례처럼 현재를 사는 우리들도 국가와 자본에 의해서 권력에 대한 맹목적 충성과 소비적 욕망을 세뇌당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설] 공무원 수당 정비 구실로 연금 올려선 안돼

    부양가족이 있으면 수당을 준다. 가계지원비는 따로 준다. 민원업무를 담당해도 수당을 주고 전산, 의료, 사서 등 업무 종류마다 죄다 수당을 준다. 우리나라 공무원 급여의 현실이다. 특수업무수당에다 현업작업장려수당, 법제업무수당 등 별별 이름의 수당이 무려 43종에 이른다. 심지어 승진하지 못하면 대우공무원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위로금까지 준다. 이달곤 장관의 지시로 행정안전부가 공무원 수당제도를 손보기로 한 것은 평가할 일이다. 전체 급여의 절반 이상을 수당이 차지하는 이 왜곡된 급여체계는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수당 정비에 뒤따를 본봉, 즉 기본급여 인상이 공무원연금 수령액을 늘리는 결과를 낳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그러잖아도 지난해 11월 정부가 확정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국민의 세금부담을 줄이는 데 턱없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정안대로 해도 향후 10년간 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세금 30조원이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공무원의 기여금(연금보험료)을 27% 늘리고 지급액은 최고 25% 줄인다며 생색을 내고 있으나, 그나마 법 개정 이후 임용되는 신규 공무원이 정년퇴직할 2040년 이후에나 적용되는 구조다. 이런 터에 수당 정비를 명목으로 기본급여를 늘린다면 퇴직 공무원이 받게 될 연금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연금 수령액의 기준이 퇴직 전 3년간 받은 보수월액, 즉 기본급여에다 정근수당을 합한 액수의 평균액인 만큼 수당을 줄이고 급여를 늘릴수록 연금 수령액이 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공무원 연금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고 그 구멍을 메우려면 국민들의 허리는 더욱 휘게 된다. 행안부는 수당 정비를 구실로 눈 가리고 아웅하듯이 연금을 편법으로 인상하려 해서는 안 된다. 수당 정비에 앞서 국회에 제출돼 있는 공무원연금개정안부터 손보는 것이 합당한 수순일 것이다.
  • [씨줄날줄] 중국의 조삼모사/오일만 논설위원

    중국의 첨단기술 욕심은 집요하다. 개혁·개방 초기 조심스러운 자세에서 벗어나 이제는 아주 노골적이다. 21세기 세계 패권국가의 꿈을 키우는 중국으로선 첨단기술 대국은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 지상 명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술 습득 전략은 대체로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화교기업을 통한 기술 이전이다. 개혁·개방 초기부터 대략 10년간 가전·섬유 등 경공업 분야에 총력을 기울였다. 2단계는 1990년대 초기부터 2000년 언저리까지 다국적 기업의 투자유치 전략이다. 알짜 기술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면서 ‘세계의 공장’으로 우뚝 서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2%가 부족했다. 저가 시장은 휩쓸었지만 고급 시장에는 접근도 못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호락호락 초첨단 기술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 지도부는 안달이 났다. 고심 끝에 빼어든 칼이 3단계 전략인 ‘바이 월드(세계 기업 사들이기)’였다. 중국의 인수·합병(M&A) 태풍이 전세계를 몰아쳤다. 중국의 대표 가전업체 하이얼과 TCL이 미국의 메이택과 프랑스 톰슨사를, 중국업체 레노보는 미국의 IBM PC 부분을 각각 인수했다. 2005년 상하이 자동차의 쌍용차 인수도 같은 맥락이다. M&A로 첨단 기술을 통째로 가져간다는 발상이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산업 스파이들이 전세계를 무대로 무차별적으로 고급 기술을 빼냈던 시기와 일치한다. 중국이 최근 ‘IT시큐리티 강제인증제도(ISCCC)’를 추진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ISCCC는 IT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거나 중국에서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이 핵심제어 소프트 웨어 설계도 격인 소스코드를 중국 당국에 사전에 제출, 보안 인증을 받는 제도다. 이에 불응하면 해당 제품의 중국 수출·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반발이 거셌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4일 ISCCC 도입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성명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라는 강수를 뒀다. 결국 중국은 내년 5월 도입(1년 유예)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미·일 양국은 전면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조삼모사(朝三暮四) 전략을 간파한 것이다. 애써 개발한 소스코드다. ‘고양이에게 어물전 전체를 맡길 수 없다.’는 국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살벌한 로마,챔스리그 결승 잘 치러낼까

     이탈리아 로마는 결코 영화 ‘로마의 휴일’에 비친 그런 도시만은 아니다.유럽 축구팬들에겐 ‘칼의 도시(Stab City)’로 불리는 살벌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리버풀,미들즈브러,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아스널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이 도시에서 경기를 하면 어김없이 ‘칼춤’이 벌어졌다.  2001년 2월에는 AS 로마와의 UEFA컵 경기 직후 14명 리버풀 팬이,같은 해 10월엔 챔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5명의 리버풀 팬이 칼에 찔렸다.또 2006년 3월엔 UEFA컵 경기를 앞두고 3명의 미들즈브러 팬이 칼에 찔렸으며 다른 10명이 다쳤다.이듬해 12월엔 로마와의 챔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3명의 맨유 팬이 흉기에 다친 것을 비롯,7명이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지난 3월12일 아스널과 AS 로마의 챔스리그 경기를 앞두고는 아스널 선수와 서포터,코치가 타고 가던 자동차가 로마 팬에게 또다시 습격당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28일 새벽 3시45분(한국시간) 박지성(28)이 아시아인 최초로 ‘꿈의 무대’ 결승 출전 여부로 주목되는 맨유와 FC 바르셀로나의 2008~0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장소를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영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지난 3월 아스널 팬의 습격 직후였다고 영국 BBC가 8일 전했다.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팬들이 많은 이메일을 보내면 결승 장소를 변경할 수 있다는 기치를 내걸고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의 특별자문관인 윌리엄 쥘라드는 “로마에서 외국팀끼리 맞붙는 경기와 관련해 난자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단언했다.  UEFA도 한때 개최지 변경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내비친 적이 있지만 쥘라드는 현재로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그는 “오랜 기간 준비해 왔고 결승 경기를 몇개월 앞두고 장소를 변경하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한다.”고 못박았다.  맨유서포터스연맹의 이언 스털링은 “모든 방문팀은 그곳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맨유만 그런 건 아니지 않은가.”라며 “이전에도 로마를 여러 차례 찾은 적이 있는데 겁나는 경험이었다.”고 답했다.  맨유와 바르샤(바르셀로나의 애칭)가 각각 배정받은 입장권 숫자는 1만 9500장.그러나 입장권 없이 로마로 이동할 팬들은 훨씬 많을 수 있다.  이탈리아인에게 영국 축구팬은 술 마시고 떠들고 노래하는 훌리건이란 이미지가 고착돼 있다.이탈리아인을 위협하는 존재란 이미지다.1985년 헤이젤 재앙 이후 더 강화됐다.  2007년 충돌을 앞두고도 맨유는 웹사이트에 AS 로마 팬들과 맞닥뜨릴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오히려 이 경고 때문에 로마 팬들이 단단히 보복을 별렀다.  ”이탈리아 경찰은 끔찍하다.”며 몸서리를 친 스털링은 “이탈리아 원정경기에서 맨유 팬들은 이탈리아 팬과 경찰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해왔다.”고 단언했다.  이탈리아로선 28일 결승을 무난히 치러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2012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대회를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공동개최로 넘겨주게 된 이유 중의 하나로 자국 팬들의 거친 이미지가 꼽혔다.이탈리아인들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인만도 못한 존재라는 얘기냐며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따라서 이번 결승전만큼은 깔끔하게 치러내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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