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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땜 해주겠다며 보석봉투 가로챈 예비스님 이야기

    액땜 해주겠다며 보석봉투 가로챈 예비스님 이야기

    용산경찰서는 6일 모불교대학 1학년 이(李)모군(21)을 절도혐의로 구속. 이군의 혐의내용은「다이아」, 「루비」, 금반지등 이(李)모여인(43·영등포구 공항동)의 패물 12만1천원어치가 든 봉투를 다른 봉투와 바꿔치기했다는 것. 경찰에 의하면 이군은 지난달 19일 스님차림으로 이여인집에 찾아가『집안에 있는 패물이 부정하여 우환이 있으니 패물을 봉투속에 넣어 3일동안 정성을 드린 뒤 패물을 끓여 그 물을 조금 마시고 6일동안 매일아침 국부를 씻으면 모든 액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돈 안들이고 액땜을 할 수 있다는 바람에 이여인이 솔깃해 하는 눈치를 보이자 그는 봉투 한 장을 주며『이속에 패물을 넣어라』고 염불을 외어댔다. 이여인이 그의 지시대로 정화수를 떠놓은 소반에 패물이 든 봉투를 올려 놓고 손을 비비며 정성을 드리기 시작하자 그는 『그렇게 하면 된다』면서 사라졌다. 3일동안 정성을 드린 이여인이 패물을 끓이려고 봉투를 열어보니 패물은 간데 없고 돌조각과 『현몽을 하면 관악산 기슭으로 찾아 오라』고 쓰인 종이쪽지가 들어 있었다. 『아뿔싸!』비로소 속은 줄을 깨달은 이여인은 21살 먹은 큰딸과 함께 20일동안 수소문한 끝에 지난 2일 영등포시장 앞에서 시내「버스」에 타고 있는 이군을 발견, 이군을 경찰에 넘겼다는 것. 이군은 펄펄 뛰며 범행 당시『안성에 다녀 왔다』며「알리바이」까지 내세웠다. 경찰은 고심끝에 봉투에 들어있던 쪽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필적을 감정, 이군의 필적이라는 회보를 받아 6일 구속했는데 이군은 계속 범행을 부인하며 그럴 리가 없다. 필적감정을 한번만 더 해보자. 나무아미타불이라며 버티고 있다.[선데이서울 72년 4월 16일호 제5권 16호 통권 제 184호]
  • 연세대 정원 20~30% 대학별 고사로 선발

    연세대가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입학하는 2012학년도 입시에서 전체 정원의 20~30%를 대학별 고사로 선발할 방침이다. 연세대는 23일 “전체 정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수시모집에서 대학별 고사 전형으로 수시 정원의 40∼60%를 뽑고, 나머지를 학생부 성적(20∼40%)과 입학사정관제(20%)로 선발하고 정시모집에서는 100% 수능성적만으로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별 고사에서 인문계는 언어와 영어 독해 및 수학1의 수리 능력을 평가하는 논술로, 자연계는 과학 및 영어 지문이 나오는 논술과 수학 과목(수학1.2) 평가가 이뤄진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중·고생 경제교육 강화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07년에 확정한 중·고교 사회과 교육과정을 다시 고치려 하고 있다. 경제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뚜렷한 이유 없이 시행도 하기 전에 다시 바꾸려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교과부는 2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중등사회과(일반사회 영역) 교육과정 개정’ 공청회를 열고 정부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2007년 개정고시된 교육과정 개편방침에 따라 문화, 정의, 세계화, 인권, 삶의 질 등 통합주제형으로 구분된 고교 1학년 일반사회 단원을 각각 사회변동과 문화, 정치과정과 참여 민주주의, 인권 및 사회정의와 법, 경제성장과 삶의 질, 국제경제와 세계화로 바꾼다. 이날 주제 발제를 맡은 강원대 김진영 교수는 “세계화의 진전, 노령화에 따른 자산관리 필요성, 경제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경제교육을 강화해야 하지만 2007년 교육과정 개정은 이 같은 필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는 이같은 교육과정 재개정 시도를 우려하고 있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은 2004년부터 3년간의 연구·토의를 거쳐 나온 것으로 2011년부터 일선 고교에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개정된 교육과정을 시행도 해보기 전에 개정하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전국플러스] 일반계고 내신·시험 합산 선발

    충북지역 일반계고가 2011학년도부터 내신성적(67%)과 선발고사 성적(33%)을 합산해 신입생을 뽑는다. 21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선발고사 문제는 중학교 1~3학년 국어·수학·영어 등 10개 공통 기본과목에서 출제된다. 학년별 출제비율은 1학년 10%, 2학년 20%, 3학년 70%다. 내신성적은 교과성적(240점)과 비교과성적(60점)을 합해 산출된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사교육비 증가를 우려해 선발고사 부활을 반대하고 있다. 전문계고는 현행 내신제로 신입생을 뽑는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2009 별을 쏜다] ⑪·끝 핸드볼 새내기 김혜연

    [2009 별을 쏜다] ⑪·끝 핸드볼 새내기 김혜연

    큰 키(184㎝)로 인해 운명이 완전히 바뀌었다. ‘문학소녀’를 꿈꿨던 어린 소녀가 한국의 차세대 피봇으로 당당히 선 것이다. 인천 선화여상 졸업을 앞두고 실업팀 대구시청에 입단한 핸드볼 새내기 김혜연(19) 얘기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몸이 허약했던 그녀는 인천 인화여중 입학 당시, 키 173㎝로 어른 못지않게 컸다. 학교에는 다른 운동 팀은 없었고 핸드볼팀만이 있었다. 당연히 팀 관계자들은 그녀의 키를 주목했다. 결국 정명기 코치의 설득반, 압력반에 못 이겨 핸드볼 팀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중학교 내내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혜연이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에 관심이 없었고 운동신경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화가나 작가를 꿈꾸는 소녀였다. 하지만 아버지 병오(43)씨와 어머니 안미숙(42)씨는 “중간에 그만두면 지금까지 고생한 게 아깝지 않으냐.”며 거꾸로 그녀를 설득했다. 무엇보다 공을 잡으면서 혜연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혜연은 고교 1학년 때까지 ‘반쪽 선수’였다. 큰 키를 이용한 수비만 할 줄 알았다. 늦게 공을 잡은 데다 의욕도 떨어졌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방황하던 혜연은 2학년 때야 핸드볼의 쏠쏠한 재미를 알고난 뒤 제 몫을 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그해 청소년 대표로도 뽑혔다. 이때부터 핸드볼이 그녀의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마침내 인생을 걸 만한 목표가 생긴 것. 그녀는 “밀착 수비를 뚫고 골을 넣는 맛에 매료됐다. 동료들과 마음을 맞춰 협력해야 하는 운동이다. 또 함께 어울려 작품을 만들어내는 게 좋았다.”며 핸드볼의 매력을 서슴없이 풀어놨다. 그러나 혜연은 아직 약점이 많다. 키에 견줘 몸무게가 너무 가볍다. 그러다 보니 몸싸움에서 밀린다. ‘라면’으로 늘린 몸무게가 겨우 72㎏. 그녀는 “진짜 많이 먹는다. 밥과 군것질은 물론이고 자기 전에 라면 2개를 끓여 먹을 정도”라며 몸을 불리는 데 애쓰고 있음을 털어놨다. 슈팅 자세도 불안하다. 남들보다 1시간 일찍 나와 자세를 고치기에 늘 여념이 없다. 혜연은 “눈앞의 목표는 큰잔치에서 신인상을 받는 것입니다. 태극마크보다는 실업팀에서 두각을 보이면 좋겠습니다.”라면서 “외국에도 진출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자신과 체격 조건이 비슷하고 해외에서 활약하는 피봇 허순영(34·덴마크 오루후스)이 우상이란다. 황정동(36)대구시청 코치는 “성격과 투지가 좋다. 열심히 끝까지 한다. 현재 60%의 실력밖에 내지 못하지만 허순영과 김차연(28·오스트리아 히포방크)의 뒤를 이어 차세대 피봇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가 될 것”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그녀는 “농구를 하지, 하필 핸드볼을 했느냐.”는 소리에 가장 서러움을 느낀단다. 그럴수록 “핸드볼의 김혜연이 되겠다.”며 강하게 공을 던진다고 했다. 아직도 ‘문학소녀’의 꿈을 간직한 그녀는 일기장 맨 앞장에 ‘힘을 길러야 겠다.’ ‘스피드를 키우겠다.’라고 적어놓고 자기 최면에 빠지곤 한다. 글ㆍ사진 대구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PR 좋아 하다가 망신 당한 선생님

    군산시내 일부 국민학교 교사들은 과잉PR도 서슴지 않아 웃음거리. 금광(錦光)동 K국민학교의 경우, 3월24일 제공한 홍보자료를 보면「어린 고사리의 따스한 온정」이란 제목하에 1학년 어린이들이 같은반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점심도시락을 제공했으니 이 얼마나 흐뭇한 미담이냐고 자화자찬. 자기 학교의 자랑도 좋지만, 세상에 1학년 어린이들이 입학한 지 1개월도 못되어 점심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라는 시민들의 쑥덕공론. [선데이서울 72년 4월 9일호 제5권 15호 통권 제 183호]
  • 내년 대입 논술 단과대별 세분화

    2010학년도 대학입시까지는 ‘3불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을 비롯한 현행 대입 제도의 기본 틀이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내년에 치러질 2011학년도 입시의 경우, 논술 등 대학별 고사 출제방식이 부분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3불제 폐지여부는 오는 6월에 결정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15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올해 정기총회를 열고 대입 자율화에 따른 대입제도 개선안 등을 논의했다. 대학입학전형위원회 위원장인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은 이날 분과위 보고를 통해 “2011학년도 입시의 경우, 고교 내실화 및 사교육비 최소화에 기여하고 소외계층에 대한 고등교육 기회 확대라는 기본전제를 원칙으로 해서 현재 기초연구가 진행 중”이라면서 “연구 윤곽이 나오면 다음달부터 5월까지 세미나나 공청회를 열어 의견수렴을 한 뒤, 6월말에 확정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선진형 대입전형제도 확립을 목표로 기계적인 학생 선발방식에서 탈피해 적성과 잠재능력, 소질 등을 고려한 선발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학입학전형위원회 산하 실무위원회에서는 이르면 2011학년도부터 논술고사 출제방식을 현행 인문·자연계열별 출제에서 모집단위나 전형별 출제로 다양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입전형실무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현행 논술고사는 대부분의 대학이 획일적으로 인문계·자연계열로만 구분해서 치르고 있다.”며 “앞으로는 공대와 상대, 인문대 등이 문제를 달리해 모집단위별로 다른 문제를 내거나 일반전형 논술, 소년소녀가장 논술 등 전형 특성에 따라 다른 논술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입학사정관제를 좀 더 제도화하려 한다.”면서 “모든 대학에 예산을 지원할 수 없어 사정관제로 학생을 뽑으려는 대학에 중점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총장들은 대학 자율화에 따른 지원책으로 ▲고등교육재정지원법 또는 고등교육교부금법 제정 ▲수도권ㆍ비수도권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 예산 1000억원씩 증액 ▲사학법 대체 사학육성법 제정 ▲현재 2000명인 로스쿨 정원을 3000명으로 확대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박현갑 박창규기자 eagleduo@seoul.co.kr
  • “인문대는 영어 논술” 맞춤형 출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010학년도까지는 현행 대입제도의 기본틀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급작스러운 제도 변경에 따른 수험생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3불 정책이라는 대입의 기본골격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1학년도부터 논술 등 대학별 고사의 출제방식을 모집 단위별로 더 다양화하는 방안이 실무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대학입학전형위원회 실무위원회에서 마련한 대학별 고사 다양화 방안은 대학의 학문성격에 따른 ‘맞춤형 논술’을 치르겠다는 뜻이다. 공대와 상대, 인문대 등 모집 단위별로 학문의 성격에 따라 다른 문제로 논술을 치르거나 일반전형 논술, 소년소녀가장 논술 등 전형 특성에 따라 논술을 다양하게 실시한다는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공대에서는 수학과 과학 지식을 요구하는 논술을, 인문대에서는 영어 논술을 치르는 등 차별화된 맞춤형 시험이 가능하게 된다. 대학이 강조하는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하지만 그동안 대학들이 보여온 행태를 감안하면 이같은 자율성은 학생 중심이 아닌 선발권을 가진 대학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어서 우려된다. 대교협은 지난해 정부로부터 대입업무를 넘겨 받으면서 정부에서 만든 논술가이드 라인을 없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당시 교육부는 ▲단답형이나 선다형 문제 ▲수학·과학의 풀이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영어 지문 등을 내지 못하도록 했다. 사교육 확대를 막겠다는 뜻이었다.이에 대해 대교협은 정부가 논술고사 등 필답고사 방식에 대해 단답형이나 특정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외국어로 된 제시문의 번역이나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 등을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을 규정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논술을 실시한 대학들이 일부 상위권 대학들인 점을 감안하면 우수한 학생을 손쉽게 뽑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학문성격에 맞게 대학별 고사를 모집단위별로 세분화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도 이날 열린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촉구했다. 정부에서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따른 예산도 지원해 주는 만큼 각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 학생의 잠재력을 공정히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2009 별을 쏜다] (8) 카누 국가대표 신진아

    [2009 별을 쏜다] (8) 카누 국가대표 신진아

    카누 여자 국가대표 신진아(21·한국체대3)가 새해를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이순자(31·전북체육회)가 한국 여자 카누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데 자극받아 목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이다. 첫 출전의 영광은 안았지만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한 ‘순자 언니’의 한을 대신 풀어야겠다는 의욕이 넘친다. 카누는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 여자는 대학과 일반부 모두 합쳐 등록 선수 60명이 전부다. 대학부는 고작 16명. 이런 상황에서 이순자의 올림픽 자력 출전은 신진아에겐 생애 최대의 자극제가 됐다. 신진아는 목포여중 2학년 때 단순한 호기심에 친구 손을 잡고 카누를 타게 됐다. 아버지 대운(54·자영업)씨와 어머니 최용자(52)씨는 자식이 하고 싶은 것을 적극 밀어주는 분이라 반대는 없었다. 쉽게 운동을 시작했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기초가 부족한 데다 목표의식 없이 노를 잡았기 때문이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제일여고 1학년 때 출전한 대회에서 꼴찌의 아픔을 맛봤다. 그 충격은 그동안 신진아 안에서 잠자던 승부 근성을 일깨웠다. 그는 “훈련이 부족했다. 그래도 나 자신에게 무척 화가 났다.”고 돌아봤다. 2년간 손바닥의 굳은살을 더 두껍게 만든 신진아는 고교 3학년인 2005년 4월 해군참모총장배 고등부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카누의 맛을 알게 됐다. 그는 “세 번째로 결승선을 끊었지만 생애 처음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그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상승세를 탄 그는 주니어 대표로 뽑히며 대학생이 됐다. 지난해 10월 그렇게 높게 보였던 태극마크도 달았다. 오기 끝에 결실을 거둔 신진아는 어느새 카누가 그의 삶이 됐다. 그는 “노로 저어 물살을 갈라 달리면 가슴이 탁 트인다. 경기에서 누구를 밀어내야 하는 긴장감이 매력”이라며 순한 외모와 달리 당차게 말했다. 신진아는 내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더 나아가 2012년 런던올림픽 메달을 꿈꾼다. 물론 현재 실력으론 올림픽 메달권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자체가 대단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면서도 그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올림픽 메달을 꼭 따고 싶다.”며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카누에 좋은 체격 조건(170㎝·60㎏)과 물을 잡아 끄는 능력이 뛰어난 신진아는 약점도 있다. 그는 “기복이 심하다. 체력이 많이 부족해 힘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보다 노 젓는 속도가 많이 느리다.”고 털어놨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진아는 물이 얼어 카누를 띄우지 못하는 12~2월 3개월 동안 웨이트 등으로 체력 보강에 온 힘을 쏟는다. 개인훈련시간마저도 여기에 쓴다. 매일 2시간30분씩 힘을 기르려고 투자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쉬거나 공부를 해야 할 오후 8시부터 1시간을 더 보탠다. 그는 오전에 수업을 듣는 대학생이라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쉬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한국 카누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새 역사를 쓰기 위해 그는 오늘도 아낌없이 구슬땀을 쏟는다. 글 사진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2009 별을 쏜다] (7) 여자체조 간판 박은경

    [2009 별을 쏜다] (7) 여자체조 간판 박은경

    “평소 하던 대로 다리 쭉 펴고, 고개 들고….” 선수이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평균대에서 포즈를 잡는 게 힘든 모양이다. 광주체고 체조부 최규동 감독이 한 마디 던지자 이내 뾰루퉁한 표정이 된다. 광주체고 체조장에서 만난 여자체조의 ‘간판’ 박은경(18·광주체고2)의 모습은 수줍음 잘 타는 여고생 그 자체였다. 하지만 평균대 위에서 조그마한 몸으로 능숙한 연기를 펼치는 그의 커다란 눈망울엔 체조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지난해 11월 카타르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체조선수권대회에서 박은경은 여자 개인 종목별 평균대 결승에서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체조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서연희(이단평행봉)와 서선앵(평균대)이 우승한 이후 무려 22년 만이다. 그는 “평균대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마루에서는 실수하는 바람에 메달을 못 딴 게 아쉽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완벽주의가 그를 국내 ‘체조여왕’으로 이끈 요인이다. 박은경이 체조를 시작한 건 광주 양산초교 3학년 때. 당시 광주체중·고 체조부 감독과 코치들은 학교에 직접 찾아와 신체조건이 적합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유연성 테스트를 했다. 몸놀림이 좋은 그는 단박에 눈에 띄었다. 어린이집 교사인 어머니도 체조를 하겠다는 그의 의견을 존중해 줬다. 초등학교에 체조장이 없어 그는 매일 광주체고로 혼자 통학하면서 체조스타의 꿈을 부풀렸다. 6학년 때 제32회 소년체육대회 뜀틀 금메달을 따면서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하지만 시련은 너무 일찍 찾아 왔다. 광주체중 1학년 때 태릉선수촌에 입촌했지만 허리부상을 당해 3개월 만에 쫓겨나게 된 것. 좌절감에 눈물 흘리던 그가 체조를 포기하지 않도록 잡아준 인물은 그를 일찍이 발탁해 키운 광주체고 최규동 감독. 최 감독은 각별한 관심을 쏟으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혼신을 다 했고, 박은경의 천부적인 자질은 최 감독의 탁월한 지도 아래 빛을 발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이던 2006년 종별선수권대회 전관왕(3관왕)을 시작으로 2007년 종별선수권대회와 전국체조대회에서도 전관왕(6관왕)을 기록, 세 번 연속 전관왕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는 결국 2006년 4월부터 2009년 현재까지 열린 전국규모 대회에서 개인종합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체조계의 ‘별’로 우뚝 섰다. 박은경은 나이에 비해 작은 체구(155㎝·40㎏) 덕분에 체조를 오래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또 난이도가 높아 러시아나 중국 선수들만이 구사하는 ‘몸펴 공중돌기’를 제대로 연기하는 국내 유일의 선수이기도 하다. 최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기대하고 있다. 박은경도 “일단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회만 된다면 2012년 런던에서도 메달을 따고 싶다.”며 동그란 눈을 반짝였다. 글 사진 광주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대학총장 초대석] 이기수 고려대 총장

    [대학총장 초대석] 이기수 고려대 총장

    고려대 홍보실은 매일 아침마다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소식을 담은 언론보도 내용을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이 소식지는 A3사이즈로 스크랩해 60부 정도 배포된다. 독자는 이기수 총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교수 등이다. 경쟁대학들의 동향을 보고 벤치마킹할 것은 하겠다는 뜻이다. “하나 빼고 고대 경영이 서울대보다 낫다.”는 최근의 공격적인 대학 광고문구는 이같은 벤치마킹의 결과로 보인다. “새해 들어 얼굴에 박힌 주근깨를 빼는 수술 때문에 집에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책만 읽었다.”는 이기수 고대 총장을 만났다. “하나가 뭐냐.”고 물었으나 “상상력에 맡기겠다.”며 오바마 대통령 얘기부터 꺼냈다. 이 총장은 지난해 2월 17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매력적인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1일부터 4일까지 아버지로부터의 꿈과 담대한 희망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주근깨 빼는 수술을 해 밖으로 나갈 수 없었거든요. 주 의원과 연방의원이 됐을 때 나에게 정치자금을 준 사람들만 지원하는, 그리하여 나를 타락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런 고민이 오늘의 오바마를 이룬 것 같더군요. 담대한 희망에서는 친할아버지나 외할아버지 등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된 사람’이란 생각을 했고요. 다인종·다문화 사회를 살아갈 대표적 인물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게 인류평화를 위해선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로서는 대외 협상력이 그만큼 좁아진 측면도 있어 보여 아쉽기도 하고요. ●우리의 정신으로 위기 극복 →경제위기 상황입니다. 사회구성원들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난해 10월 우리 대학 직원노조 21주년 기념행사에 간 적이 있습니다. 민노총 소속이라 민노총 간부들도 다 와 있었습니다. 다른 대학의 노조간부들도 있었고요. 그런데 우리 노조의 8대 강령 중 6개가 모두 “~투쟁하자.”로 되어 있어 3분정도 얘기하려다 열불이 나서 25분을 얘기했습니다. 이제 상생, 윈윈하자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 직선제 요구가 있어 민주화 투쟁을 했고 그 결과, 5번의 직선이 있었고 그때마다 정권이 우파 좌파 우파 등으로 바뀌었습니다. 민주화는 된 셈이죠. 그렇다면 노조도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투쟁, 투쟁’만 외칠 것인가요. ‘너와 나’의 개념이 아닌 화합할 수 있는 ‘우리’의 정신을 길러야 합니다. →사회양극화로 지방학생들의 서울진입이 갈수록 힘든 실정입니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 할 일은 없나요. -공교육을 정상화할 입시안을 만들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만들었습니다. 중간보고를 받았는데 구체성이 떨어져 다시 만들라고 했습니다. 신입생의 절반을 교장추천제로 뽑는 방안을 2011학년도부터 시행할 계획입니다. 수능점수가 떨어져도 학교에서 반장이나 학생 자치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발휘한 학생들을 뽑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이와 관련,서태열 입학처장은 현재 검토중인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신입생 위한 교양대학 설치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국제 경쟁력 있는 명품인재 육성입니다. 대학은 전통적으로 학문을 하는 교육기관의 역할에서 다양한 현대사회의 요구에 맞춰 시대가 원하는 글로벌 인재양성이라는 사명을 부여받았습니다. 다문화 다인종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명품인재가 되기 위한 최우선의 조건은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명품인성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교양교육을 담당할 가칭 ‘교양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을 만듭니다. 기존의 교양교육을 대폭 보완하여 1학년 때 소통의 수단으로서 외국어 교육도 받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인 봉사정신을 기를 수 있도록 사회봉사활동도 하고 산·학·연 인턴십을 통한 실무교육도 한 뒤, 2학년부터 전공교육을 받는 시스템입니다. 교양대학은 이번 3월 1학기부터 도입할 계획입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기존 총학생회가 아닌 학교가 책임지고 시행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국제경쟁력 있는 명품인재 양성으로 2015년에 세계 100대 대학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행태를 보면 명품인성과는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성인들을 위한 명품인성 재교육 필요성은 없나요.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공직자를 대상으로 여러 가상 상황을 기반으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재교육시킨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내 대학의 경쟁력은 여전히 낮습니다. 우리 대학들의 약점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는 대학을 나와야 먹고사는 구조입니다. 초·중·고 과정에서 인·덕성 기본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대학에 와서 인성교육을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대학에서 바로 전공지식을 전수하기엔 기본자세가 안 돼 있는 거죠. 제가 교양대학을 설치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경쟁력에 대해 말하자면 외국에서 하는 대학평가는 연구중심 대학평가입니다. 대학원 중심의 평가고 학부평가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에 발표한 2008년 세계대학평가에서 서울대가 50위, 카이스트가 95위, 포스텍이 188위, 고대나 연대가 200위권에 진입했는데 고무적인 일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 대학은 세계 100위권에 10개 정도는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죠. ●교육에서 중요한건 부모 행동 →정부는 대학의 교육역량강화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고대의 경우, 지난해 연대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3억여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교과부의 지원방식에 불만은 없는지, 개선해야 한다면 어떤 점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봅니까. -본교와 분교를 합친 지표를 사용하다 보니, 예를 들어 취업률의 경우 본교가 불리한 경우가 있습니다. 본교와 분교를 분리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업기한이 촉박하여 사업계획 및 결과보고를 3개월에 모두 처리하므로 부실할 수밖에 없는 점도 있습니다. 최소 6개월 이전에 사업계획을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자녀교육관은 무엇인가요. -스스로 공부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사람이 되도록 유도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교육은 부모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우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릴 때부터 대화를 많이 하고 스스로 생각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끈 것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신의·성실’과 모든 일을 인내와 근면성실하게 하자는 ‘만도내근’(萬道耐勤)의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도록 가르쳤습니다. 글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교과부, 중학교 도덕교과서 집필기준 수정… 통일·평화교육 기술기준 삭제

    교육과학기술부가 2011학년도부터 사용하게 되는 중학교 도덕교과서 집필기준을 통해 북한에 대한 우호적 기술을 자제하고 평화교육에 대한 기술을 삭제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는 지난해 교육과정 개정으로 중학교 도덕 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뀌면서 마련했던 집필기준 일부를 최근 수정했다고 6일 밝혔다. 수정된 집필기준은 중 1~3학년 도덕교과서 가운데 2학년 교과서만 적용한다. 교과서 집필기준이란 교과서 저자들이 교과서를 집필할 때 참고하도록 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교과부에 따르면 전반적인 집필 방향과 관련해 원안은 ‘북한의 부정적 측면만을 지나치게 부각하기보다는 긍정적 측면도 포함해 균형 있게 기술한다.’, ‘북한의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수정안에서는 이런 내용이 모두 빠졌다. 수정안은 대신 ‘통일환경의 변화에 대해 진술하고 통일 대비 과제들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기술하도록 한다.’, ‘북한사회에 대해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균형적으로 기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원안은 또 통일문제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는 방법으로 ‘주요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다각적이고 비판적 검토를 거쳐 윤리적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한다.’고 명시했으나 수정안에서는 이러한 집필기준이 이념 편향적 기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원안은 아울러 평화교육에 대한 내용을 교과서에 반영하도록 하기 위해 ‘평화의 가치와 갈등 해결 태도 및 기술을 중심으로 평화교육을 통일교육에 접목시킨다.’는 기준을 제시했지만 이 부분도 수정안에서 삭제됐다. 수정안은 ‘새터민’과 ‘탈북자’ 등의 용어를 ‘북한 이탈주민’으로 통일하도록 했다. 집필기준을 수정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관과 통일관을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관계자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논란과 같은 이념 논란이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객관적 사실에만 기초해 교과서를 쓰도록 집필 기준을 보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서울광장] 내 아픔 내 상처가 더 깊다고?/황진선 논설위원

    [서울광장] 내 아픔 내 상처가 더 깊다고?/황진선 논설위원

    중학교 1학년 때 수학 선생이 그랬다.수업 태도가 나쁜 학생들을 불러내 따귀 때리기 대결을 시켰다.처음엔 서로 살살 때리지만 어느 순간 한편이 더 세게 맞았다고 생각한다.그러면 서로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보수 우파의 논리를 대변해온 소설가 이문열씨가 지난 연말 공무원을 상대로 한 특강 내용이 한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우리 사회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두 아이를 불러다 마주 보고 따귀를 때리게 하던 옛날 체벌 방식처럼 지식인에게 따뀌 때리기를 시킨 것은 아닌가 싶다.장난처럼 주고받던 따귀 때리기가 나중에는 전력을 다해 하게 되는 것처럼 10년간 내 논리가 이런 식으로 과장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이문열씨 기사를 읽고 소설가 박범신씨가 절필 선언 후 다시 문학으로 돌아온 과정을 담은 2003년의 산문집 ‘사람으로서 아름답게 사는 일’을 펼쳤다.그는 그 시절 몇차례 히말라야를 다녀왔다.“나는 번번이 눈시울을 붉혔다.너무나 하찮은 일들로 받았던 너무나 큰 상처들,너무 사소한 박탈감에 너무 악쓰면서 소리쳤던 분노들,너무도 작은 이들 때문에 너무도 소중한 사랑을 저버렸던 나의 ‘죄’를 나는 그곳을 걸으며 보고 확인했다.히말라야는 내게 본성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두 편으로 갈려 따귀 때리기를 하면서 제 아픔,제 상처만 크다고 분노하고 악을 쓰고 있다.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극한대결을 계속하고 있는 정치권도 그 한 예다.정치권 탓만 할 게 아니다.여야 모두 여기서 밀리면 지지층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언론도 그렇다.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로 보도하는 것을 거의 매일 목격한다.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가 종부세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대한 보도를 보자.한 보수신문은 1면에 ‘노무현 정부 종부세 대못 뽑혔다’라고 제목을 뽑았다.진보성향의 한 신문은 ‘헌재는 결국 강부자 편이었다’고 했다. 도법 스님이 최근에 낸 생명평화 이야기 ‘그물코 인생 그물코 사랑’은 자아·가족·국가·종교·이념의 관점에서 편을 나누어 자유·정의·평화의 이름으로 상대를 죽이고 평화를 파괴하며 질주하고 있는 것이 현대문명이라고 진단한다.그리하여 존재의 실상은 너와 나,개인과 전체,집단과 집단,인간과 자연 등 모두가 그물의 그물코처럼 따로이면서 함께이고,함께이면서 따로이므로 생명그물의 정신대로 내 생명을 존재하게 해주는 상대 생명을 존중해야 삶이 평화롭고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얘기한다.스님은 이기적 욕망과 이분법적·대립적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해온, 우리 문명사의 실체론적 세계관을 버리고 생명의 그물,즉 관계론적 세계관을 터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문명과 사회구성원리를 화두 삼아 신영복씨가 2004년에 낸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의 처방도 다르지 않다.그는 유럽근대사의 구성원리가 존재론인 데 비해,공자 맹자 노자 등이 주창한 사회구성원리는 관계론이라고 얘기한다.존재론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국가든 개별적 실체성이 있으며 부단히 자기를 강화해가는 운동원리를 갖는다고 한다.반면에 관계론은 모든 존재는 배타적 독립성이나 정체성이 아니라,최대한의 관계성이 본질이라고 말한다.관계론은 나만의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은 찾을 수 없다고 얘기한다.새해를 맞아 우리 사회가 관계론의 메시지만 이해해도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두책의 일독을 권한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발상의 전환, 다시 뛰는 힘이다] 교육과 복지 버무린 청소년학교

    [발상의 전환, 다시 뛰는 힘이다] 교육과 복지 버무린 청소년학교

    때때로 아이들은 눈빛으로 말한다.감수성이 예민한 중학생들은 사랑과 관심이 부족할 때 특히 더 그렇다.부모의 재력이나 본인의 성적으로 존재가 자리매김되는 요즘의 교육 현실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그런 아이들을 보듬어주는 곳이 경기 성남의 ‘함께 여는 청소년학교(대표 이광호)’다.성일중,성일여중,풍생중 등 근처 중학교 1학년생 중 기초생활수급자 자녀 22명에게 부족한 학과 공부를 보충해 줄 뿐 아니라 자아존중감 수업 등 메마르고 갈라진 아이들의 마음까지 감싸준다.아이들은 “이곳에선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지하철 8호선 수진역에서 다닥다닥 붙은 상가들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함께여는 청소년 학교’ 건물이 보인다.오후 4시가 되자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하나둘씩 도착한다.밝은 햇살이 쨍 하고 내리쬐는 교실에선 먼저 도착한 아이들이 재잘거리고,교실 옆 부엌에선 급식담당 선생님이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이고 있다. 아이들은 수학,영어 등 4개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듣는다.요리,수공예,보드게임 등 동아리 활동도 있다.인근 학교 현직 교사나 대안학교인 이우학교 학부모 교사 등 자원봉사자와 4명의 상근교사가 아이들을 담당한다.학원이나 과외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기에 아이들은 대부분 성적이 중하위권이다.이런 아이들에게 기초 개념을 차근차근 설명해줘야 아이들은 공부에 자신감이 붙는다. 정지선(가명·13)양은 “과학공부가 가장 많이 도움돼요.학교에선 공부 잘하는 애들 수준에 맞추는데 여긴 저한테 맞춰주잖아요.또 여기선 공부 못한다고 무시하지 않고 똑같이 대해주는 게 좋아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곳의 교육방법은 ‘개별화 시스템’이다.아이들마다 지적인 성장속도가 다르니 여기에 맞춰 뒤처지는 아이 없이 모두를 안고 간다.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등의 도움을 받아 학교에서 해주지 못하는 멘토링과 심리상담도 병행한다. 이광호 대표는 “아이들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가정에서는 부모들이 다 해줄 수 있는 것이지만 이곳 아이들은 꿈을 꿔도 아무도 도달 방법을 말해주지 않는다.그래서 진로설정을 도와주는 멘토링 제도,아이들의 심리안정에 도움을 주는 자아존중감 수업 등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선생님이 꿈이라는 황예리(가명·13)양은 “6학년 때는 선생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면서 “여기선 여러 가지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좋다.”고 했다. 함께여는 청소년 학교에서는 부모들의 일자리 주선과 심리상담도 진행하고 있다.한부모 가정이 대부분인 이곳 아이들에게 부모의 경제여건이나 심리상태가 큰 영향을 끼치는 탓이다.혼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은 버거운 상황 때문에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학교에서는 이런 부모들의 심리적 치유도 돕고,성남지역연합회와 함께 일자리도 주선하고 있다. 이광호 대표는 “학습과 복지가 서로 떨어져 있는 한국 상황에서는 이 아이들을 돌볼 수가 없다.인적 자원만 있는 핀란드가 강국이 된 것은 아이들에게 교육과 복지가 결합된 맞춤형 교육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면서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 ‘하나高’ 하나금융 직원 자녀 전형 유지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 모집 비율이 20%로 상향 조정됐다.그러나 기여입학 논란을 빚었던 하나금융지주 임직원 자녀 전형은 그대로 유지했다.하나고는 2010년 은평뉴타운에 들어서는 서울 최초 자사고로 하나금융지주가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31일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 비율을 애초 계획했던 10%에서 20%로 높이는 것을 전제로 하나고 설립계획을 인가했다.”고 밝혔다.사회적 배려 전형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소년소녀가장,환경미화원 가정,군인,다문화 가정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전형이다. 시교육청은 “국제중 및 자율형 사립고의 예를 적용해 하나고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 모집비율을 20%로 정했다.”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일반전형 비율은 원래 계획했던 65%에서 60%로 낮췄다. 특별전형은 사회적 배려 전형과 하나금융 임직원자녀 전형(20%) 두 가지로만 이뤄지게 됐다.모집지역은 서울로 제한되지만 특별전형 가운데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군인 자녀,다문화 가정 자녀는 전국에서 선발할 수 있다.성적우수자 전형은 없다. 하나고는 개교 첫해 1학년 8개 학급으로 시작한다.학급당 학생은 25명이다.2012년에는 총 24개 학급에 600명의 학생이 공부하게 된다.수업료는 일반고의 3배 정도에서 책정된다.수업은 국제경제 및 금융 분야를 특성화해 이중언어로 진행될 예정이다.하나고는 2003년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설립을 추진했다.올해 4월 하나금융지주가 학교 설립자로 선정됐고 새해 1월 초 착공에 들어간다.11월쯤에는 신입생 모집이 가능할 전망이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Local] 광주 지역간 학생수 불균형 심각

    광주지역 초·중학교가 학생 수급 불균형으로 과밀학급이 발생하는가 하면,일부 지역은 정원을 채우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좋다고 알려진 중·고교 학군과 인구 과밀 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아파트 건축 허가 등에 따른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30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서구 금호지구와 남구 봉선지구의 일부 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교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금호지구의 만호초교(전체 41학급)는 12월 현재 학생수가 1602명으로,학급당 40명(기준 35명)을 훨씬 넘는다.더욱이 인근에 300여가구의 아파트 2곳이 조만간 입주를 앞두고 있는 만큼 내년도에는 ‘교실 대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시교육청은 만호초교에 6개 교실을 증축키로 했으나 내년 9월쯤 완공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과밀학급 수업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호지구 내 금부·마제·화계초등학교 역시 학급당 정원기준에 육박하고 있다. 또 남구 진월,봉선지구에 있는 효덕초교·진월초교 등도 학급당 40명을 넘어섰다.더욱이 주택단지인 이들 지역에 인구 유입이 계속되고 있어 교실 증축만으로는 전입학생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서구의 택지지구와 남구 봉선·진월지구 등에 과밀학급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들 지역에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중·고교가 몰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는 달리 신 개발지역의 학교들은 정원을 채우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광산구 수완지구에는 내년 3월 초등학교 3곳과 중·고교 각각 2곳 등 7개교가 문을 연다.이들 학교 정원은 초등학교가 138학급 4800여명,중·고교는 1학년 신입생만 각각 660여명과 640여명으로 모두 61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 9월 문을 연 수완초교는 32학급 규모에 정원 1100여명이나 현재 학생수는 6학급에 127명(학급당 19~24명)에 불과하다. 시교육청은 이처럼 학생 모집난에 부딪히면서 2010년 개교 예정인 2개 학교의 신설을 미루는 것을 검토 중이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주말탐방] 재한 몽골인 학교를 가다

    [주말탐방] 재한 몽골인 학교를 가다

    낮 12시30분.조용하던 지하1층 식당에 갑자기 생기가 돈다. 멀리서 아기종달새의 재잘거림 같은 청명한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금세 남색 조끼에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줄을 서기 시작한다.“야호 오늘 육개장이다!아줌마 저 국물 많이 주세요~”라며 1학년 자야(7)가 소리친다.급식을 타갖고 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속닥거리기도 하고 까르르 웃기도 하며 밥을 먹는다.그런데 잠깐.저희들끼리 주고받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가만히 들어보니 한국어가 아닌 몽골말이다.한국어와 몽골말을 모두 능숙하게 구사하는 이 친구들은 재한몽골학교에 다니는 몽골 사람이다.한국 땅에 살지만 몽골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한 문화가 다른 문화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공존하는 진정한 다문화를 배우는 아이들이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재한몽골학교는 몽골 노동자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99년 12월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의 도움으로 설립됐다.선교회 건물 구석에서 8명의 학생과 함께 시작한 학교는 2004년 12월30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외국인학교로 인가를 받았다.2005년 7월 1회 졸업생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3회 졸업생을 배출했다.그동안 이곳 재한몽골학교에는 약 350명의 몽골 노동자 자녀들이 거쳐 갔으며 지금도 8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한국인들 편견에 아이들 피해의식도 커져 이곳 재학생의 90%는 이주노동자,주재원 등의 자녀로 오래 머물지 않고 곧 떠나는 아이들이다.고작 10%만 입학식과 졸업식에 모두 참여하게 된다.곧 떠나는 아이들의 절반 정도는 부모가 불법체류자 신분이다.한국에서 쫓겨날까봐 걱정하고 최저임금 받아가며 일하느라 바쁜 부모들은 도저히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없다.게다가 일반 초등학교에서 잘 적응할 리 없는 아이들에게 재한몽골인학교는 단순한 배움의 장을 넘어서서 포근한 쉼터 같은 존재다.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 1시20분.1~3학년이 모여 공부하는 교실에 갔다.16명이 한 방에 모여 몽골어로 책읽기 수업을 하고 있다.저학년은 한국말 수업을 하지 않고 몽골어를 익히는 데 주력한다.아이들은 몽골 현지에서 쓰이는 몽골어 교재를 읽거나 따라 쓰기를 하고 있고 담임인 뭉근체첵 선생님은 교실을 돌아다니며 아이들 하나하나가 틀리지 않고 잘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한다.풍경은 여느 초등학교 교실과 다르지 않다.교실 벽에는 세계전도와 칭기즈칸의 그림이 나란히 걸려 있고,문에는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 붙여져 있다.‘인사를 잘합니다,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냅니다,게임기는 학교에 가져오지 않습니다’ 같은 정겨운 문구가 쓰여 있다. 돌뭉흐(7)와 인드라(9)는 집과 학교가 멀어 학교 근처의 어린이집에서 생활하고 있다.아무리 사감선생님이 엄마처럼 돌봐준다고는 하지만 아직 엄마 품이 그리울 나이다.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지내니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나지는 않는다고 둘은 입을 모아 말한다.돌뭉흐는 “아침 7시30분에 일어나서 10시40분에 학교에 도착해요.세수하고 책가방 챙기는 건 모두 나 혼자 해요.다 입은 옷은 세탁기에 넣고 빨래도 해요.”라고 말하며 꽤나 어른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인드라는 몽골에서 태어나 3살 때 한국에 왔다.몽골 사람인 엄마가 한국인 아빠와 재혼해 한국에 오게 된 것.늘 바쁘게 일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한국 문화를 많이 접해볼 일은 없었다.그래도 학교에 다니기 전에는 한국어 학원에 다니는 등 나름의 노력은 하고 있다.요즘 한창 태권도에 맛을 들인 인드라는 “태권도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라며 태권도 품새를 제법 그럴듯하게 흉내내보였다. ●한국어·영어·IT등 수준별 분반 수업 오후 2시5분에 5교시 수업이 끝나자마자 3학년인 따시까(10)와 2학년인 푸랩수랭(8)은 교실을 박차고 나와 합주 수업에 가야 한다며 발걸음을 서둘렀다.따시까는 1~3학년 교실에서 가장 나이가 많지만 거꾸로 키는 그 반에서 제일 작다.호르몬 계통에 문제가 있어 키가 많이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그래서 매일 사탕과 비슷한 약을 먹어야 한다고 따시까는 말했다.지난해부터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따시까는 몽골에서 태어났는데,천호동에서 식당일을 하는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왔다.아직 한국말이 서툰 따시까는 “몽골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어” 학교 오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일반 초등학교에서라면 작은 키 때문에 ‘왕따’가 됐을 법도 한데,친구들이 자기를 놀리는 일은 그다지 없다며 따시까는 배시시 웃는다. 그런 따시까의 옆에서 “전 얘 조금만 놀려요.”라며 장난스럽게 웃는 푸랩수랭은 밝고 활발한 성격으로 학급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한국인인 아버지와 몽골인인 어머니를 두고 있는데,아버지는 푸랩수랭이 4살 때 하늘나라에 가셨다.혼자 남은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며 푸랩수랭을 키운다.몽골에 계신 할머니와는 연락하지 않는다.마냥 밝을 것만 같았던 푸랩수랭은 엄마 얘기를 하자 눈물을 글썽인다.“나중에 크면 꼭 의사가 돼서 우리 엄마 아픈 데 고쳐줄 거예요.”라고 말하는 푸랩수랭에게서 결 고운 마음씨가 느껴진다. 재한몽골학교에서는 한국어와 몽골어 외에 영어,수학,몽골역사와 몽골윤리 등의 필수과목과 음악,미술,과학실험,태권도,IT교육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몽골 두 나라 교육과정상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교과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8명의 몽골인 전담교사와 20여명의 한국인 교사들로 구성된 교사진은 몽골학생들의 학력과 한국어 수준을 감안하며 수준별 학습을 하고 있다.몽골어로 진행되는 몽골어와 수학의 경우 몽골 현지와 동일한 교재를 사용해 학생들을 나이에 맞게 학년별로 나누어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어와 영어,IT 등 한국어를 사용하는 수업은 학생의 수준에 맞춰 분반 수업을 한다. ●한국·몽골 교류 가교역할 기대 매주 수요일에는 특기적성 수업이 있다.사물놀이,태권도,연극 등 각자 좋아하는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다.학교 근처의 한 빌라에서는 사물놀이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7학년 할리온(12)과 6학년 엥흐차츠랄(11)을 비롯한 6명이 특기적성 강사인 유병례 선생님과 장구를 치며 박자를 맞춰보고 있었다.“덩 쿵따쿵/덩 쿵따쿵/덩 따쿵따/쿵 덩아” 학생들은 선생님과 함께 ‘길군악’ 장단을 맞춰보고 있었는데 3초도 채 되지 않아 장단은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무수한 소음으로 흩어지고 말았다.선생님이 장단을 제대로 치는 학생에게는 초콜릿을 주는 등 유인책을 마련했지만,절묘한 리듬감을 요하는 장구는 학생들에게 어렵기만 하다.장구치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보고 처음 배우게 됐다는 할리온은 “어렵지만 재미있다.앞으로도 계속 장구를 치고 싶다.”고 했다.한국 국적이 없는 부모님 때문에 이번 학기가 끝나면 몽골로 돌아가야 한다는 엥흐차츠랄은 “몽골에 가도 장구를 치고 싶은데…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선생님에게 자문을 구한다. 재한몽골학교는 학생들에게 ‘몽골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이강애 교감은 “몽골어와 한국어,영어 등 최고의 교육을 통해 이 아이들이 몽골로 돌아갔을 때 각 분야의 리더가 되고,또 한국과의 가교를 잇게 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이나 몽골,어느 한 쪽의 문화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사는 몽골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체화하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일부 한국인의 편견과 몽골 어린이들의 피해의식이 겹치면서 재한몽골인학교의 이런 이상을 실현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재학생들이 몽골인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면서도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하는 것이 재한몽골인학교의 남은 과제다. 글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이강애 교감 인터뷰 “한국 정부 지원 없어… 재정적 어려움 가장 커” 재한몽골인학교가 여느 외국인학교와 다른 점은 몽골이라는 작은 나라의 학생들을 교육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편견은 심하고 재정은 열악하다.재한몽골인학교의 이강애 교감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어도 결국은 돈 문제에서 어려움에 부닥친다.”면서 작은 외국인학교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학교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재정인가. -아이들 수업비가 점심값을 포함해 한 달에 6만원이다.기숙사에 사는 아이들은 하루 세 끼를 제공하는데도 한 달에 8만원이다.부모가 노동자이거나 실직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어려운 아이들에게 수업료를 도저히 많이 받을 수 없다.몽골인 입장에서는 한국에 아무나 오는 것이 아니다.수입은 이렇게 적은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후원자들의 사정도 나빠졌다.2004년 인가를 받은 후 한시적으로 특별교부금을 지원받았지만 우리 학교는 서울시에서 지원받는 예산도 없다.지금 아이들이 컨테이너 박스를 교실 삼아 공부하고 있는데,그걸 바라보는 게 너무 안타깝다. →재학생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이다.주변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며 놀리거나 무시하는 일이 잦다.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피해의식을 갖게 되고 “나는 왜 몽골에서 태어났을까.”라며 부모를 원망하기도 한다.겉보기에는 한국인과 다른 점이 거의 없으니 몽골인임을 감추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그러나 우리는 “너희들이 몽골인임을 항상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이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몽골에 보탬이 될 사람임을 믿기 때문이다. →가장 보람있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당연히 아이들이 잘 자라주는 게 가장 큰 보람이다.졸업한 친구들이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무사히 진학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 가장 기쁘다.1990년대까지만 해도 몽골 근로자들은 짐승같은 취급을 받았고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다.그러나 몽골 근로자들의 상황이 점점 나아지는 것을 보는 것도 보람있는 일이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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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평 자사고 ‘하나高’ 설립안 가결

    서울시교육위원회가 19일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하나고등학교 설립 동의안’을 가결 처리,2010년 은평뉴타운에 자립형 사립고를 설립하는 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은평뉴타운 자사고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3년 서울시장 시절 우수학교 설립을 위해 진행했던 것으로 올해 4월 하나금융지주가 학교 설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추진해 왔다.하나고는 2010년 개교하면 첫해 1학년 8개 학급(학급당 25명)으로 시작해 2012년 총 24개 학급에서 600명의 학생이 공부하게 된다.학생 선발은 서울에서 일반전형을 통해 65%를,특별전형으로 35%를 뽑는다.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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