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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세종청사 출범 6개월] 중앙공무원 이주 적다는데… 세종시 첫마을 ‘교육대란’ 왜?

    [커버스토리-세종청사 출범 6개월] 중앙공무원 이주 적다는데… 세종시 첫마을 ‘교육대란’ 왜?

    # 15일 찾은 세종시 첫마을. 한솔초 2년생 226명이 한솔고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당초 36학급 규모로 초등학교를 지었지만 올들어 54학급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밥을 먹으려면 자기 학교 급식실까지 400m는 걸어가야 한다. 교실도 4층에 있다. 서예린(8)양은 “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학교는 지난해 9월 1일 개교한 뒤 교장실 등을 헐어 교실 다섯 개를 더 만들고, 복도에 도서관을 설치하는 등 별별 조치를 다 취했지만 전입생이 폭증하자 인근 한솔고 4층 교실 절반을 빌렸다. 고교 교실로 가는 철문에 ‘출입통제’라고 쓴 안내문을 붙였다. 유은미(49) 2학년 담임교사는 “우리 학교 보건실이 멀어 교실에 파스 등 간단한 비상약을 비치해 놓고 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 한솔중 1학년 17학급 405명은 3㎞ 넘게 떨어진 종천중 교실을 쓴다. 내년 개교를 앞둔 임시 교실이다. 세종시교육청은 버스 6대를 동원해 학생을 실어나른다. 하지만 하교 때는 수업이 동시에 끝나 다 실어나르지 못한다. 학생 100여명은 30분을 기다렸다 돌아오는 차를 타야 한다. 황정현(13)양은 “옆 학교 남고생들이 우리 버스를 타기도 해 무섭다. 본교와 달리 음수대 등 없는 것도 많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주변이 한창 공사 중이라 어수선했다. 박종명(51) 1학년 담임교사는 “운동장에 컨테이너 교실을 지으려다 스마트 교육과 어울리지 않아 여기로 왔다”며 “‘버스를 늘리라’는 학부모 전화가 매일 쇄도한다. 힘 있는 (중앙부처) 학부모들이 많아서인지 민원도 직접 교육감한테 해 골치가 아프다”고 웃었다. 첫마을의 교육 대란은 세종시의 ‘스마트 스쿨’ 열풍 탓이다. 전자칠판과 스마트패드로 가르치는 최첨단 교육을 일컫는다. 현재 첫마을 6341 가구주 중 대부분이 어린 자녀를 둔 30~40대들이다. 이곳 아파트를 분양받은 중앙 공무원 등이 입주하지 않고 세를 놓자 주변 주민들이 ‘맹모삼천’을 외치며 물밀듯이 몰려온 것이다. 이 때문에 올들어 세종시 편입지역의 금호중은 1개 학급이 감축되고, 전의·부강중은 20명 안팎의 학생이 줄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당초 학교설립 계획을 세울 때 이런 기현상을 예상하지 못했다. 기존 신도시 사례와 아파트 분양자 전수조사를 통해 초등학생 수를 가구당 0.17명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0.32명으로 2배나 많았다. 중학생 수 예상치도 가구당 0.1명을 벗어나 0.15명에 달했다. 한솔중 관계자는 “지난해 2학기에 300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우리 학교로 전학해왔다. ‘인간 폭탄’을 맞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세종교육청이 지난해 7월 1일 출범 후 업무를 이관받아 학교 신설을 서둘렀지만 실패했다. 각고 끝에 첫마을 외곽에 터를 확보, 내년에 미르초와 새롬중이 문을 연다. 하지만 집과 가까운 한솔초·중 진학을 위해 학부모 간의 ‘파워게임’이 예상되는 등 첫마을 교육 전쟁이 올해로 다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구자일 한솔중 교장은 “첫마을의 기이한 교육 열풍은 중앙 공무원들이 분양받은 세종시 집에 내려와 살아야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중1 자유학기제 활용 ‘독서진로탐색법’

    올해 중학교 2학년에 올라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 민수홍(15)군. 최근 들어 문화재 연구가의 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연히 읽은 책 한 권이 민군의 장래희망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역사와 문화재에 대해 평소 관심이 많았던 민군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은 뒤 문화재는 단순히 보존해야 하는 과거의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됐다. 민군은 “고대 로마에만 공중목욕탕이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제주도에도 공중목욕탕이 있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면서 문화가 곧 역사라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책을 읽은 뒤 내가 관심있는 분야를 확실히 알고 진로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올 1학기부터 시내 11개 연구학교의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를 시행하는 가운데 새 정부의 교육 공약으로 언급된 ‘자유학기제’에 대해 학생·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입시를 위해 맹목적인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 예체능, 진로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로와 꿈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는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아직 시범운영 단계지만 시험 부담을 덜고 진로 설계 기회를 넓혀 준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다. 실습이나 직업체험 활동 등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생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다양한 진로의 분야를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는 독서진로 탐색은 가장 쉽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독서진로탐색을 하기 위해서는 총 세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학생이 탐색할 대상이 되는 직업군을 결정하는 단계, 관련된 도서와 직업 체험을 학습을 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준비하는 계획 단계,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직업 체험에 대해 추가적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자료 검색을 하는 자율학습 단계다. 탐색 단계에서는 학생이 평소에 관심 있어 하는 분야와 개별적인 성격검사(MBTI), 직업흥미검사 등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나온 직업군을 취합한다. 개인적인 관심 분야와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나온 직업군이 한 해 동안 진행할 진로 탐색의 대상이 된다. 계획 단계에서는 매월 하나의 직업군을 이해하고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책을 한 권 선정한다. 책을 읽고 매월 마지막 주말쯤에 책에 관련된 직업군을 체험하는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독서진로탐색에서는 독서를 통해 흥미를 느낀 직업군을 직접 체험해 봄으로써 진로와 적성을 찾아보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자율학습 단계는 학생 스스로 진로에 대해 궁금한 점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독서와 체험학습으로 학생이 관심 있어 하는 직업군에 대한 정보 수집 및 간접 체험을 마쳤다면 자율적으로 본인의 진로와 적성에 대해 추가 검색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방송’에 관심이 있어 ‘청소년 미디어 센터’를 방문했다면 방송과 관련된 구체적인 직업에 대해 조사해 보고 많은 직업 가운데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가장 흥미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박기현 한우리 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은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 다양한 직업군을 접하고 직업 체험을 해 보는 과정은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선택하는 데 효과적”이라면서 “자유학기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주체적인 자세를 갖고 꿈과 진로를 다양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낙태 원하는 여자는 없어”… 수술대 위 그녀들 ‘인권’은 없었다

    “낙태 원하는 여자는 없어”… 수술대 위 그녀들 ‘인권’은 없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이었던 것 같아요. 낙태(落胎)를 하고 싶은 여자는 아무도 없어요.” 25명의 여성이 지난달 20일 출간된 ‘있잖아…나, 낙태했어’(한국여성민우회 지음)에서 마음 한구석에 숨겨놨던 쓰라린 기억을 끄집어냈다. 어렵게 용기를 낸 이유는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꾸밈없이 말하고 싶어서다. 한국에서 낙태는 객(客)들의 논란거리다. 사회가 강요한 ‘주홍글씨’ 탓에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윤리나 생명과 결부된 주제이기에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태아도 생명이냐, 그럼 몇 주째부터 인간이냐, 그렇다면 낙태는 살인이냐로 이어지는…. 하지만 여성들은 ‘낙태 찬반론’에만 매몰되지는 말아 달라고 외친다. 이들은 “낙태에 대한 논의는 본질적으로 한 인간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에게 있어 출산에 대한 결정은 곧 인생에 대한 결정과 동등한 무게라는 얘기다. 낙태를 하고 싶어서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육체적 고통에 정서적 악영향까지 있어 모두들 수술을 망설였다. 그리고 그 기억은 여전히 여자들을 옥죄고 있다. 미영(40대 초반·학원 강사)씨는 낙태의 기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아기를 죽였다는 죄책감 있잖아요.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그게 떠올라요. ‘내가 죄를 지어서 벌을 받는구나’ 하는 느낌? 아마 죽을 때까지 안 잊히겠죠.” 대학교 1학년 때 아이를 지운 윤정(20대 후반·사무직)씨도 고통 속에 산다. “기억이 없어지지도, 지워지지도 않아요. 수치심, 분노, 죄책감 같은 오만 감정이 합쳐진 채 계속 가는 것 같아요. 몸이 기억을 하고요. 시간이 약이란 말이 여기엔 안 통해요.” 그러나 여자들은 수술대에 올랐고, 지금도 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가임기(15~44세) 여성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11년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 1000명당 낙태 건수를 뜻하는 ‘임신중절률’은 2010년 15.8건이었다. 당시 가임기 여성 수(약 1071만명)를 고려하면 그해 약 17만명의 태아가 세상 빛을 못 보고 목숨을 잃은 셈이다. 낙태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라 ▲유전적 장애나 전염성 질환 ▲강간, 준강간에 의한 임신 ▲혈족, 인척 간 임신 ▲임신부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한해 임신 24주까지만 낙태가 허용된다. 낙태를 하면 여성과 의료진 모두 처벌받는다. 그러나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은 “낙태 수술을 안 한다는 병원은 한 곳도 없더라”고 말했다. 낙태를 범죄화한다고 해서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비싼 값에 은밀하고 위험하게 수술받는다고도 했다. 은미(30대 후반·회사원)씨에게 그날 산부인과에서의 기억은 끔찍할 만큼 또렷하다. 떠올리지 않으려 발버둥칠수록 악몽 같은 기억이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그녀에게 꽂히는 모든 시선이 불편했고 의사의 사소한 손짓에도 위축됐다. “전신 마취 주사를 맞고 다리를 벌린 채 누워 있는 상황이 끔찍했어요. 혹시 마취가 깰까 봐 그랬는지 팔다리를 묶었는데, 무슨 개구리 해부하듯이…. 되게 치욕스러웠어요.” 낙태하는 여자는 철저히 ‘을’(乙)이다. 수현(30대 후반·번역가)씨는 “병원은 돈벌이로 생각하는지 부르는 게 값이었어요. 그러면서도 귀찮은 일을 처리한다는 듯 티를 내는데 정말 그렇게 치욕적일 수가 없었어요”라고 회상했다. 혜진(40대 초반·운동선수)씨는 “의사가 ‘애가 잘 서는 몸이면 조심해야지’라는 거예요. 내가 무슨 섹스에 환장한 여자인 것처럼 야단을 쳤어요.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화가 나더라고요. 내가 공짜로 수술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라고 했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왜 낙태를 결심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낙태를 ‘성적 방종’의 결과물로 치부하지만 전체 낙태의 57%는 기혼자 차지다. 많은 기혼자가 양육에 들어가는 돈을 감당하기 어려워 수술을 결심했다. 희영(40대 중반·사무직)씨는 연년생 두 자녀에 이어 생긴 셋째 아이를 지웠다. “보육료, 기저귀, 분유 등에 매월 250만원이 들었어요. 일 때문에 아이들을 다른 사람 손에 맡겼는데 그것도 마음 아팠고요. 경제적으로도 타격이 있어서 난감했죠.” 유진(30대 후반·주부)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한 달에 300만~400만원을 버는데 애들 두 명도 감당하기 버거웠다”면서 “세 명까지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킬 자신은 없었다”고 말했다. 미혼 여성들은 아기를 가진 ‘처녀’에게 쏟아질 수군거림이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민정(30대 초반·학원 강사)씨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저히 임신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결혼 전에도 섹스를 해요. 임신한 사람이 특별히 헤프거나 문란하게 산 건 아닌데 미혼이 임신을 하면 죄의식을 갖게 한단 말이죠. 성에 대한 인식이 보수적이고 변태적이다 보니까 임신했다고 하면 ‘그동안 얼마나 섹스를 한 거야?’ 이렇게 보잖아요.” ‘아비 없는 자식’으로 손가락질받으며 자랄 아이 걱정도 있었다. 혜란(40대 중반·공무원)씨는 “아기는 누구라도 소중하다는 인식이 있으면 누가 수술을 하겠어요. 우리 사회는 아이 부모가 누군지, 어떻게 임신했는지, 혼인 여부, 성적 취향, 학력 등등에 따라 태어나면서부터 차별을 하잖아요”라고 꼬집었다. 정민(40대 중반·사무직)씨도 “인프라도 없고 미혼모에 대한 의식 변화도 없이 무조건 낳으라고만 하면 어떡해요”라면서 “그건 아기와 엄마 모두에게 무책임하고 잔인한 말”이라고 했다. 성에 대한 보수적인 사회 인식과 실체가 없는 성교육(피임법)이 낙태를 양산하기도 한다. 결혼 전 낙태를 했던 미영씨는 자연 피임을 했다가 임신했다. “콘돔을 끼라는 말을 하기가 민망했어요. 성관계를 염두에 두고 먼저 준비한 걸로 보일까 봐. 싸게 보인다거나 경험 많다고 생각할까 봐 남자한테 말을 못 했어요.” 현숙(40대 중반·공무원)씨도 비슷한 경우다. 학창 시절 1, 2차 성징과 남녀 생식기를 배우다 수정, 착상으로 건너뛰는 교과서적인 성교육만 받아 온 터라 성관계나 임신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단다. 그는 “남편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어요. 콘돔은 느낌이 싫다면서. 배란 주기를 따져서 몸 밖에 사정을 하는 거였는데 결국 임신했죠”라고 했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낙태 시술자(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사익(私益)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公益)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고,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가볍게 제재한다면 낙태가 만연하고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관련 활동가들은 “제대로 된 양육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 미혼이라거나 장애아·여아를 낳아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되기에 앞서 낙태를 법으로 처벌하겠다는 정부 시책은 폭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낙태는 임신한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여자들이 아기를 낳아서 기르는 대신 울면서 수술대에 오르는 이유를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면서 “경제적 여유가 없다거나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두렵다거나 직장에서 해고된다는 등 낙태의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고 꼬집었다.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소장도 “우리나라는 ‘낙태가 살인이냐’라는 지엽적인 담론에만 갇혀 있다”면서 “자기 몸과 인생에 대해 결정하는 여성 인권의 문제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아가 생명이냐, 언제부터 인간이냐 하는 논쟁보다는 깊고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는 낙태를 반대하는 쪽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정윤 낙태반대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생명 경시 풍조, 양육의 금전적 어려움, 미혼모·부에 대한 시선 등이 겹쳐 낙태를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이를 낳아서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기사 속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사연은 책을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 “입시제도 싫다” 전교 5등 고교생 투신자살

    최상위권 성적의 고등학생이 ‘입시제도가 싫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일 오후 10시쯤 대구 모 고등학교 1학년 A(16)군이 대구시 동구 방천동 한 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군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아파트 주민은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려 주차장 쪽으로 가 보니 A군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A군은 휴대용 수첩을 찢은 메모지에 ‘이 나라 입시제도가 너무 싫다. 가족과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아파트 15층 계단에 남겼다. 지난 4일 고등학교에 입학한 A군은 중학교 때 전교에서 5등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 그러나 집안 경제사정이 어려워 평소 대학 진학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택시 운전사인 아버지와 어머니, 고 3인 누나가 있으나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A군이 장학금을 받는 대학에 가야 된다는 심리적인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강남고교 졸업생 10명 중 7명 재수

    서울 강남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10명 중 7명 이상이 재수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구로구는 수능을 다시 보는 학생이 10명 중 3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 내 지역별 재수생 비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 업체 하늘교육은 2010~2012학년도 서울지역 고교 재학생 대비 재수생 수능응시자 비율이 2010학년도 42.6%, 2011학년도 49.1%, 2012학년도 49.5%로 꾸준히 증가했다고 5일 밝혔다. 고교 졸업생 2명 중 1명은 다시 수능을 치렀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구 소재 고교 출신 수험생 중 재수생 비율은 재학생 대비 2010학년도 64.1%, 2011학년도 72.8%, 2012학년도 76%로 가장 높았다. 강남구에서 수능을 본 고3 학생은 지난해 8080명, 재수생은 6140명이었다. 서초구가 2010학년도 64.7%, 2011학년도 73.2%, 2012학년도 68.4%로 뒤를 이었다. 노원구(50.3%), 송파구(52.5%), 양천구(56.9%) 등 학원가가 밀집해 소위 ‘교육 특구’로 불리는 지역일수록 전반적으로 재수 비율이 높았다. 반면 구로구는 2010학년도 25.2%, 2011학년도 29%, 2012학년도 27.7%로 3년 내내 서울 시내 자치구 중 재수생 비율이 가장 낮았다. 금천구(30.7%), 성동구(30.1%) 등도 하위권이었다. 금천구는 고3 응시생과 재수생 모두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적었다. 이 같은 현상은 교육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은 지역일수록 대학 진학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재수생 비율이 높고, 불경기를 맞아 자치구별 격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놀라지마, 우리 초딩이야

    놀라지마, 우리 초딩이야

    5일 오전 경남 하동군 고전면 고전초등학교 1층 서쪽 끝에 있는 1학년 돌봄교실. 햇볕이 따스하게 드는 교실에는 첫 수업의 설렘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앉아 있는 학생은 코흘리개가 아니라 60~70대 할머니 7명이었다. 예쁜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며느리나 딸뻘인 박윤희(49) 담임 선생님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워 듣고 있었다. 정태희(79), 김필엽(78), 이한선(75), 박봉희(74), 정연정(71), 전임선(67), 남향순(60) 할머니. 이들은 전날 입학식을 한 엄연한 초등학교 신입생이다.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했지만 달뜨고 어색한 모습이었다. 책상 위에는 1학년 학교생활을 안내하는 ‘신나는 1학년’ 교과서와 공책, 필통 등이 곱게 놓여 있었다. 박 선생님은 할머니 제자들에게 1학년 동안 학교생활과 공부할 내용 등을 설명했다. 이 학교 교사 가운데 교직경험이 가장 많아 담임을 맡게 됐다. 할머니들은 선생님 설명을 들으면서 중간 중간 웃기도 하며 즐거워했다. 할머니 학생들은 4교시 수업을 마친 낮 12시 10분쯤 손녀 손자뻘인 학생들과 학교 급식도 먹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정태희 할머니는 “학교에 간다고 하니 마음이 설레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마음은 어린이가 된 기분이다. 잘될지 모르겠지만 졸업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할머니들은 3월 한 달 동안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오전 수업만 받는다. 다음 달부터는 오후 수업도 할 예정이다. 할머니들은 등하교를 해야 하는데 다행히 차로 10분 안팎에 모두 산다. 이들 백발의 할머니들이 뒤늦게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은 늦게라도 기회가 되면 배워야 하겠다는 강한 의욕이 있어서다. 남향순 할머니는 지난해 말 초등학교에 입학, 정규교육을 받아 보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듣고 하동교육지원청과 경남도교육청에 문의했다. 긍정적인 답을 들은 남 할머니는 이웃 마을 등에 수소문해 동기를 모아 의기투합, 입학을 결정했다. 고전초교도 이들을 반겼다. 대다수 시골학교는 입학생이 없어 고민인데 신입생이 대거 몰려왔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이 유일한 올해 입학생들이다. 고전면과 고전면장학회, 고전초등동창회, 학교운영회는 개량 한복 1벌과 장학금 10만원씩을 지원하며 이들의 만학을 격려했다. 전임선 할머니는 “학교에 오니 기분이 너무 좋고 딸과 손자들도 좋아한다”면서 “딸은 ‘엄마 열심히 공부하라’며 예쁜 필통과 책가방까지 사줬다”고 자랑했다. 전 할머니는 “손자들이 ‘이게 무슨 글자야’라는 질문에 답을 못할 때 못 배운 게 한이 됐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하나같이 앞으로 학교생활이 너무 기대된다며 즐거워했다. 6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 반드시 졸업을 하겠다는 각오도 보였다. 박 선생님은 “할머니들이 공부에 의욕을 잃지 않고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할 계획이다” 면서 “배움에 대한 의욕이 강한 분들이신 만큼 열심히 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 사진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선생님이 주는 입학 선물이야”

    “선생님이 주는 입학 선물이야”

    4일 열린 서울 서대문구 미동초등학교 입학식에서 한 1학년 어린이가 선생님으로부터 책과 학용품, 준비물 등이 담긴 ‘북스타트’ 꾸러미를 받으며 좋아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목숨 건 통학차… 어린생명의 죽음 언제쯤 멈출까

    목숨 건 통학차… 어린생명의 죽음 언제쯤 멈출까

    학원 차량에서 내리는 어린이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또 일어났다. 경찰이 어린이 통학차량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이는 가운데 이런 비극이 끊어지지 않아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명의 어린이가 학원차에서 내리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운전자들이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다. 지난 26일 오후 5시 40분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아파트 앞길에서 태권도학원 승합차에서 내리던 초등학교 1학년 강모(7)군이 승합차 문틈에 옷이 끼인 채 5m쯤 끌려 가다 주차된 화물차에 머리를 부딪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승합차를 운전한 태권도학원장 장모(46)씨는 강군이 내린 뒤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출발했다가 ‘퍽’ 소리가 나 차를 세워 보니 강군이 차 문틈에 옷이 끼인 채로 쓰러져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지난달 16일에는 경남 통영시 무전동 한 아파트 앞길에서 학원 승합차에서 내리던 김모(9·초등 2)군이 이 차 뒷바퀴에 치여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 이모(34)씨는 학원차에서 내린 김군이 안전거리를 벗어나기 전에 출발했다가 조수석 앞부분으로 김군을 들이받은 것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경찰에 어린이 보호차량으로 신고한 차량에는 운전자 외에 성인 한 사람이 탑승해 어린이들이 타고 내릴 때 도와줘야 한다. 신고하지 않은 통학 차량은 어린이가 타고 내릴 때 운전자가 같이 내려 길 가장자리 등 차량으로부터 안전한 장소에 도착하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위반하면 범칙금 7만원과 벌점 15점을 받는다. 경찰과 도로교통공단 등에 따르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통학 차량을 대부분 어린이 보호차량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일반 사설 학원 등은 보호차량으로 신고하지 않고 원장 등이 차량을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신고하고 운행하려면 차량을 노란색으로 칠해야 하는 등 개인 부담으로 구조변경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설학원 등은 보호차량으로 신고해 운행하는 것을 꺼린다. 어린이 대상 시설 운영자와 통학차량 운전자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도로교통공단에서 안전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교육을 받지 않아도 법적 제재가 없어서 교육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도로교통공단 울산경남 지부 표승태 교수는 “어린이 시설 운영자 및 통학차량 운전자 가운데 실제 교육을 받는 사람은 30%에 지나지 않는다”며 “학원차량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을 이수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조치 등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LG 사랑의 다문화학교는

    LG그룹은 ‘LG 사랑의 다문화학교’를 비롯해 계열사별로 ‘교육’을 테마로 한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들에게 무료 교육을 지원하는 ‘LG 사랑의 다문화학교’는 LG가 가장 차별화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27일 LG그룹에 따르면 LG 사랑의 다문화학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전국 3700개 초·중등학교와 100여개 다문화지원센터, 법무부 출입국 사무소 등 온·오프라인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하며 경쟁률은 4대1에 이른다. 수업 과정은 과학인재과정과 언어인재과정으로 나뉜다. 과학인재과정은 대전 카이스트에서 매월 1박2일 교육과 월 2회 온라인 교육, 방학 캠프 및 국제 과학 경진대회 참가 등을 통해 실험·실습 교육을 진행한다. 언어인재과정은 깊이 있는 이중언어 구사력 향상을 목표로 전국 각지를 돌며 월별 1박 2일 캠프와 연 1회 해당 언어권 국가로 9박 10일 현지 연수, 주 1회 온라인 교육 등을 한다. LG는 지방에 있어서 형편상 현장 수업(60~70명 내외)을 받기 어려운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을 위해 2011년 온라인 과정을 신설하고 교육대상자 수를 30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했다. LG 관계자는 “학년별 맞춤 강의를 하고 카이스트, 한국외대 교수진들과 대학생 및 대학원생 멘토들이 학생들의 학업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까지 멘토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년간의 장기적인 교육지원으로 현재까지 1~2기에 참여한 10명의 학생이 국제중이나 특목고에 진학했다. LG이노텍도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해 2010년부터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희망 멘토링’을 하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새달 4~8일 초중생 진단평가·13일엔 고교생 학력평가… 특징과 시험준비 요령

    새달 4~8일 초중생 진단평가·13일엔 고교생 학력평가… 특징과 시험준비 요령

    일주일 뒤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은 새로운 학년과 교실 분위기에 적응하기에 앞서 하나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치르는 진단평가다. 기초학력에 못미치는 학생을 가려 올바른 학습법을 제시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인 만큼 큰 부담은 없다. 그러나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새 학년에 올라가 처음으로 치르는 시험임과 동시에 전 학년에 배웠던 주요 과목을 아우르는 문제가 출제되는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면 이후 자신감을 갖고 수업에 임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진단평가는 다음 달 4일부터 8일에 걸쳐 초등학교 3~5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진다. 시험과목은 과학,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과목이다. 단, 초등학교 3학년은 국어와 수학 두 과목만 치른다. 고등학생들도 3월 13일에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른다.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점검하는 첫 테스트라 생각하고,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학습 계획을 세워 보자. 진단평가는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이나 정상적인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을 가려내기 위해 실시하는 목적이 크기 때문에 다른 시험처럼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 문제 수준도 전학년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따라간 학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도록 평이한 편이다. 진단평가를 처음 실시하는 초등학교 3학년의 경우 수학 과목은 도형 선분의 갯수를 묻는 질문이나, 부등호를 이용해 크고 작은 수를 구별하는 능력 등을 평가하게 된다. 학년이 올라가도 난이도는 크게 오르지 않아 초등학교 5학년 수학문제의 경우에도 ‘오만 이천 팔백 삼십구’처럼 문자로 적힌 수를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하는 문제나 삼각형의 세 각을 주고 예각·둔각 삼각형을 찾는 등의 수준으로 출제된다. 그러나 아직 시험에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생의 경우 시험 전 진단평가 기출문제를 찾아 1~2회 정도 풀어보는 것이 좋다. 진단평가 기출문제는 각 입시업체 사이트 및 교육청 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시행하는 ‘국가 수준의 학업 성취도 평가’와 달리 시행 여부를 각 시·도 교육감이 결정하도록 돼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 올해도 경기, 강원, 광주, 전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진단평가 시행 여부와 과목 수, 평가 시험지 종류 모두를 학교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진단평가를 시행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대신 시교육청이 개발한 학습부진 학생 진단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일선학교가 자체적으로 학습부진 학생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경우에는 시험을 본다는 부담감을 떨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실력을 파악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좋다. 자연스럽게 학생의 학력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시험을 치른 뒤에는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공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초등학생의 경우 전국 단위의 진단평가가 처음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험을 본 뒤에는 잘못하는 부분보다 잘한 부분을 골라 칭찬해 주는 것이 좋다. 잘하는 부분을 강조해 칭찬하면 학습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학기 첫 시험부터 자녀의 등수를 갖고 비교하면 공부 의욕을 꺾을 수 있다. 일단 성적표에서 아이의 성적 순위가 아니라 잘하거나 못하는 과목, 영역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취약 영역은 학습법과 환경을 바꿔줘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점수와 등수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중학생의 경우도 진단평가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앞으로의 공부 방법을 찾아가는 가늠자로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험에 출제된 문제의 대부분은 이미 전학년에 배운 내용이기 때문에 틀린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반복 학습을 통해 숙지하고 넘어가야 한다. 기초에 해당하는 진단평가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음 학년 과정으로 넘어갈 경우 수업시간에 배우는 내용조차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점수가 낮은 학생들은 다음 날 수업 내용에 대해 교과서를 미리 읽어보며 예습에 신경을 써보자. 특히 국어, 영어는 교과서 본문 내용을 꼼꼼히 읽은 상태에서 수업에 임하고, 예습을 하면서 궁금한 점은 체크를 해놓는 게 좋다. 다음 달 13일 고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학력평가는 진단평가와 성격이 다르다. 기초학력 미달 여부를 평가하는 진단평가와 달리 학력평가는 예비 수험생인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수능시험 응시집단에서 예상 위치와 지원 가능 대학을 알려주는 의미가 크다. 이에 따라 학력평가는 수능시험 출제방향과 같은 형태로 나오고, 시간·장소 등도 수능시험과 유사하게 진행된다. 평소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시간 안배 등 시험 요령을 습득하는 기회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학력평가를 본 뒤에는 자신의 취약영역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1학기 동안은 교과서 기본 개념 파악에 주력하며, 취약한 교과와 단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가고 싶은 대학의 수능시험 반영 영역과 가산점 부여 영역 등을 꼼꼼히 챙겨 반영 영역 위주로 학습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향토기업 특선] (7) 대구 약국조제 자동화 포장기기 제조업체 ㈜JVM을 가다

    [향토기업 특선] (7) 대구 약국조제 자동화 포장기기 제조업체 ㈜JVM을 가다

    대구 달서구 호산동 성서공단에 있는 제이브이엠(JVM)은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기업이다. 그러나 의약계에서는 세계적인 약국조제자동화기기 전문 기업으로 잘 알려졌다. JVM의 주력 제품인 전자동 정제분류포장시스템(ATDPS)은 현재 국내 약국조제자동화기기 시장의 90%를 차지한다. 또 세계 34개국에 수출되며 유럽시장 점유율 78%, 북미시장 점유율 74%로 명실상부한 이 분야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 800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매출액이 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해마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JVM은 1978년 설립됐다. 김준호 부회장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회사는 시작됐다. 1963년 대구 성광고 야간부 1학년이던 김 부회장은 2년 전 갑작스레 아버지를 여의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밤엔 학교에 다니고 낮에는 자전거 도매상에서 약을 받아 약국에 배달했다. 작은 체구에 고물 자전거를 끄는 어린 학생에게 주문을 맡기려는 약국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종이로 약을 포장도 해주면서 ‘빨리 약을 쌀 수 있으면 나에게 더 많은 일감이 떨어질 텐데’라고 생각해 약 자동포장기계를 개발했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JVM의 전신인 협신메디컬을 설립했다. 이후 초보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국내 최초로 약제 자동포장기기를 내놨다. 때맞춰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환자들이 병원으로 몰려들었다. 병원 약국은 손이 모자라 앞다퉈 JVM에 기계를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순탄한 길을 걷던 회사에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1988년 김 부회장에게 폐암이 선고된 것이다. 의사는 포기하라고 했고 산소 호흡기를 댄 적도 많았다. 8년 동안 투병생활 끝에 김 부회장은 사선에서 돌아왔다. 하지만 회사는 만신창이가 됐다. 김 부회장 투병 기간 믿고 회사를 맡겼던 직원들이 같은 업종의 회사를 차려 나간 것이다. 당시 70명이 넘는 직원 중 절반에 이르며 이들이 설립한 회사도 3개나 됐다. 김 부회장은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한솥밥을 먹었던 직원이 경쟁자가 된 현실에서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것은 기술뿐이라고 생각했다. 김 부회장은 집 등을 팔아 마련한 20억원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회사를 떠난 직원들이 차린 회사 중 2곳은 JVM에 기술력이 밀리면서 폐업했다. 나머지 1개 회사도 JVM에 인수를 요청해 왔고 과거를 잊고 받아들였다. 이들은 아직 JVM에 근무하고 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JVM이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자 한국 시장을 장악하던 3개 일본 경쟁업체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유야마가 먼저 특허소송을 걸어왔다. 이 소송은 3년 동안 진행됐다. 또 일본 업체들은 합심해서 ‘언제 망할지 모르는 회사’라는 루머를 퍼뜨렸고 미국 바이어들은 JVM을 외면했다. 더욱 연구개발에 매진해 결국 소송에서 이기고 일본 업체들 시장도 빼앗았다. JVM은 이를 통해 특허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특허에 집중했다. 전담부서를 만들고 특허등록 전문가를 4명이나 고용했다. 지금까지 334개 특허를 획득했고 249개는 특허 출원을 해놓은 상태다. 회사 내에 특허내용을 전시해 놓은 특허벽도 만들었다. 마침내 2006년 주식상장까지 했다. 매년 20~30%에 이르는 영업이익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주식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JVM 주가는 현재 5만원(액면가 500원)을 넘으며 순항하고 있다. 수출 중심으로 회사 방침을 바꾸면서 키코(환 헤지 파생상품)에 가입했다. 또 한번 회사에 위기가 닥친 것이다. 은행은 환율 하락을 예상했지만 실제로 환율이 뛰면서 키코사태가 발생했다.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회사는 부채가 순식간에 5700%까지 뛰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미국시장 매출이 40%나 격감했다. 그러나 JVM은 돌파구를 신기술 투자에서 찾았다. 위기의 한복판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이다. 매년 매출의 3~4%씩 투자하던 것을 14%까지 대폭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환차 손실은 컸지만 매출의 급성장으로 이를 만회하고 정상적인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김선경 상무는 “직원 347명 중 연구인력이 107명에 이른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세계 1위 자리를 굳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종업원 중 장애인이 5% 넘는다. 김 상무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은 일반인보다 장애인이 더 잘할 수 있다”며 “우리 회사의 보배”라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첼로영재, 경제학도, 음대교수… 고민의 음표로 채운 악보

    첼로영재, 경제학도, 음대교수… 고민의 음표로 채운 악보

    어릴 때부터 첼리스트가 될 생각은 없었다.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어머니가 새로 이사 온 아파트의 아랫집 학생이 첼로 연습하는 걸 듣더니 아들에게도 레슨을 시킨 것. 이강호(42)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또래들이 그렇듯 그도 연습을 싫어했다. 프로야구 TV 중계를 소리를 죽여 들으며 첼로 연습하는 흉내만 내다가 혼나기 일쑤. 그래도 이화·경향콩쿠르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와 예원학교 1학년 때 거푸 2위를 했으니 재능이 남달랐던 셈이다. 예원학교 2학년 때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내한 공연을 왔던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가 자신이 몸담은 학교 오케스트라의 첼로 주자를 물색하려고 예원학교에 찾아온 것. 단박에 눈에 띈 소년은 샌타모니카의 크로스로드스쿨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유학을 갔다. “일종의 스카우트였다. 하하하. 한국에선 낯선 이름이지만 앙드레 프레빈이나 사이먼 래틀 같은 거장들이 학교에 와서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학교 오케스트라 협연자로 요요마가 올 만큼 실력을 인정받는 학교”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크로스로드스쿨에서 음악과 공부를 병행한 이 교수는 필라델피아의 스와스모어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클래식 유학생들과는 다른, 생뚱맞은 선택의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음악과 공부 둘 다 잘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며 웃었다. 이어 “그때까지만 해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대학 2학년 때 비로소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선배가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선물했다. 시인 지망생이 릴케에게 자작시를 보내고 코멘트를 요청한 대목이 나온다. 릴케는 시인 지망생이 그 정도 고민을 했다면 이미 시인이라고 답했다. 나 또한 음악을 좋아하고 이 정도 고민을 한다면 음악이 운명이란 결론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경제학을 전공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경제학은 재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느냐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몸에 익힌 습관 덕분에 음악을 분석적인 눈으로 보고, 가장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학생들을 지도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예일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또 고민에 빠졌다. “음악을 하는 게 행복하지만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투어를 다니는 전문 연주자도 좋지만, 공부도 못 하는 건 아니니까 ‘홈베이스’를 두도록 교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공채를 통해 스물여섯 살에 서던일리노이대 교수가 됐다. 이후 코네티컷주립대에 재직하던 그가 국내로 유턴한 건 2010년이다. 한예종 음악원에서 교수 제의를 받고 단박에 승락했다. “정명화 선생님 같은 훌륭한 동료 선생님들과 좋은 학생들이 있는 한예종은 마다할 수가 없는 기회였다”고 했다. 여느 클래식 영재들과 다른 인생을 살아온 이 교수가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점은 뭘까.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해결책을 찾는 능력을 키우도록 도우려 한다. ‘무엇’도 중요하지만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클래식 영재교육은 너무 주입식으로 흐른다. 콩쿠르나 입시에서 완벽한 연주를 하려고 기계적인 반복을 하다 보니 테크닉은 훌륭할지 모르지만, 작곡가의 의도나 악보 이면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단순히 외우고 반복해서는 상상력과 창조력 있는 아티스트가 될 수 없다.” 이 교수는 클래식 팬들에게 실내악 전도사로도 유명하다. 올해에는 금호아트홀에서 브람스와 차이콥스키의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에 나선다. 새달 7일에는 이경선·양고운(바이올린), 최은식(비올라)과 차이콥스키의 현악사중주 1번, 브람스의 현악사중주 3번을 들려준다. 7월에는 권혁주·이보경(바이올린), 강윤지(비올라)와, 9월에는 이경선·한경진(바이올린), 제임스 던햄(비올라)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 교수는 “실내악을 많이 하는 편인데도 현악사중주는 기회가 많지 않다. 각자 개성을 살리면서도 소리를 모으고 서로 배려하고 닮아야 하는 분야라 많은 시간과 에너지, 정성이 필요하다. 관객도 음악의 본질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 이어 “개인적으로 브람스의 현악사중주 3번은 처음 연주하는 곡이라 더 설렌다. 이로써 브람스의 모든 실내악곡을 연주하게 됐다”고도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화 내봐야 자기 손해죠… 추하고 초라할 뿐이에요”

    “화 내봐야 자기 손해죠… 추하고 초라할 뿐이에요”

    올해는 이 배우의 이름 석 자를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조진웅(37). 그동안 영화 ‘퍼펙트 게임’, ‘용의자 X’, ‘고지전’ 등에서 명품 조연으로 각광 받던 그가 올해는 기대작의 주인공으로 줄줄이 캐스팅되며 충무로의 ‘대세남’으로 통한다. 그 포문을 여는 작품이 바로 21일 개봉한 영화 ‘분노의 윤리학’이다. 한 여대생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네명의 악인이 펼치는 이야기를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다룬 이 영화에서 오직 돈이 목적인 악랄한 사채업자 명록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조진웅을 만났다. 처음부터 살인사건의 범인을 밝히고 시작하는 영화는 한편의 부조리극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선한 얼굴을 하고 돈을 갚으라며 그녀의 목을 죄어오는 사채업자 명록, 찌질한 전 남자친구 현수(김태훈),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청하는 옆집 스토커 정훈(이제훈), 불륜 관계를 맺고 있는 교수 김수택(곽도원) 등 네 남자의 욕망과 분노를 그린다. 이 가운데 수다스럽고 능청스러운 명록의 캐릭터가 단연 돋보인다. “박명랑 감독이 시종일관 명록이 멋있으면서도 귀여워야 한다고 해서 좀 당황했어요.(웃음) 사실 제가 제일 약한 부분이거든요. 코미디 연기가 정말 어려워요. 상황은 웃긴데 본인은 뭔가 절실해야 하니까요.” 범인을 포함한 이들은 여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각자의 입장을 합리화하면서 서로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작은 분노도 참지 못하고 정당화시켜 폭발시키는 요즘 세태와 겹쳐진다. “제목에서 오는 부담감이 있지만 영화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인물별로 친절하게 나눠져 설명하는 장면들도 있어 곱씹어 볼 수 있고 키득거리면서 볼 수 있는 장면도 있습니다. 물론 저예산 영화에다 다분히 연극적인 장면도 있지만 관객들이 어떤 맛인지 극장에서 한번 맛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다소 순박하거나 투박한 역할을 자주 맡았던 그가 이번에는 ‘날티’나면서 뻔뻔한 악인을 소화해냈다. 전작과의 연기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캐릭터 자체가 워낙 독특해서 사채업자의 전형적인 능글능글하고 비굴한 모습에 저만의 개성 있는 명록의 음성과 행동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헤어와 메이크업의 도움을 받았죠. 그래서인지 굉장히 스타일이 멋있게 나온 것 같아요(웃음).” 영화 속 대사 중에 명록이 “희로애락 등 사람의 감정 중에서 가장 으뜸인 것은 쾌락이 아니라 바로 분노”라고 강조하는 대목이 나온다. 분노가 치밀면 모든 감정이 사라지고 화가 모든 것을 지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독 잠재된 분노의 수위가 높은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결국 분노가 부질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분노하면 추악해보이고 그 이후 자신이 더욱 초라해질 뿐이죠. 저도 가끔 화가 나면 스스로 분에 못 이겨 울 때도 있었지만 분노는 한 순간이고 집에 갈 때쯤 되면 모든 일이 ‘한 끗 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경성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조진웅. 대학 1학년 때 10년만 해보고 승부를 내겠다고 생각한 그는 부산 극단에서 연극을 하면서 단역 배우를 전전하다 서울로 올라왔다. 지인의 소개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오디션을 보게 됐고 그 작품으로 본격적인 배우 인생이 시작됐다. 조원준이었던 본명을 아버지의 이름인 조진웅으로 바꾼 것도 이때쯤이다. “당시 제게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어요. 아버지는 별 걸 다 가져간다고 핀잔을 주셨지만 이름이 굉장히 멋있잖아요. 아버지가 처음에는 반대도 많이 하셨지만 지금은 격려를 해주십니다.” 이후 그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연기를 펼쳤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우직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조선 제일의 검객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지난해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는 비열한 악질 건달 역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는 ‘명량-회오리바다’, ‘화이’, ‘군도’에도 줄줄이 캐스팅됐다. 팔색조 연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캐릭터에 대해 아무리 상상해도 현장에 가면 100% 깨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대사도 일부러 외우지 않고 몸속에 내재된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하죠. ‘연기하고 있네’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새 학기부터 초등 1~2학년 교과과정 확 바뀐다

    새 학기부터 초등 1~2학년 교과과정 확 바뀐다

    다음 달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1, 2학년과 중학교 1학년 교과서가 확 바뀐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이 올해 처음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 1~2학년에서는 기존의 국어, 사회, 도덕, 수학, 과학, 실과, 체육, 음악, 미술, 영어 등 모두 10과목이었던 교육과정이 국어, 수학, 통합교과 등 3과목군(群)으로 대폭 줄었다. 통합교과는 기존의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등이 단일 과목으로 합쳐진 것으로, 주제별로 구성된 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과목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어려운 개념을 일부 생략하고 실생활과의 연계율을 높여 학생들의 흥미와 수업 체감도를 높이는 것이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다. 올해 초등 1~2학년이 배우게 될 국어, 수학, 통합교과 교과서의 특징을 살펴보고 대비책을 알아보자.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과목을 하나로 합친 통합교과는 3월부터 12월까지 1년 단위의 교육과정 일정에 맞춰 각각 다른 주제로 개념 학습과 탐구, 실험, 놀이까지 골고루 배우고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학교 ▲가족 ▲이웃 ▲우리나라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모두 8가지 주제로 구성돼 각 주제마다 한달 정도씩 배우게 된다. 예를 들어 4월에 배우게 될 ‘봄’ 교과서에서 초등 1학년은 ‘봄맞이와 새싹’, 2학년은 ‘봄 날씨와 생활’ ‘봄 나들이’ 등 봄과 관련된 다양한 개념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3과목을 주제별로 통합하는 것이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인 만큼 주제별 교과서마다 바른 생활, 즐거운 생활, 슬기로운 생활 교과서에 담겼던 개념과 체험 활동들이 골고루 통합돼 있다. ‘학교’라는 주제의 교과서를 배울 때는 교통 규칙을 지켜 안전하게 등교하기(바른 생활), 교실의 종류과 이름·기능 알아보기(슬기로운 생활), 운동장에서 닭 잡기 놀이·학교 그리기(즐거운 생활) 등의 활동이 포함되는 식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알아보기 쉽도록 각각 주황색, 연두색, 분홍색으로 나뉘어 표시된다. 과목별 구분에서 주제별 구분으로 교과서의 개념이 달라지면서 학생들의 공부법 또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월별 교과서 주제에 따라 탐구와 놀이, 실험활동 등을 스스로 정할 수 있으므로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교과가 모두 독립된 과목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각 교과의 개념을 다른 과목에도 적용시켜 보는 통합적인 사고방식을 길러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합교과의 핵심이 주제별 학습인 만큼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 해당 주제와 관련된 책을 읽거나 주제를 탐구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체험 활동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국어 수업의 중요성이 대폭 확대됐다. 초등학교 1학년을 기준으로 국어 과목에 배당된 수업 시간이 한 해 448시간에 이른다. 수학의 256시간에 비해 2배 가까이 많다. 시간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수업 내용도 강화됐다. 국어 과목은 주 교과서인 ‘국어’와 보조 교과서에 해당하는 ‘국어활동’으로 구성돼 한 학기당 국어 2권, 국어활동 2권 등 총 4권의 교과서를 배우게 된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네 가지 언어 활동을 모두 한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게 구성됐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친구에게 자신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한 조언을 구하는 편지를 교과서에 싣고 이를 읽은 뒤 ▲글을 읽으며 친구의 경험 상상하기 ▲글에 대한 생각을 친구들과 말하고 듣기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쓰기 등의 과제를 차례로 해결해야 한다. 1학년 신입생의 경우 무엇보다 글자를 바로 익혀 글씨를 바르게 쓰도록 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이지만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짧은 글로 표현하는 연습도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이처럼 복합적인 언어 활동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완성된 문장을 쓰고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국어 교과서 집필자인 이형래 서울사대부설초 교사는 “언어 활동에 익숙해지려면 자신의 일상 경험을 바탕으로 주제를 정한 뒤 말하기와 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주제로 3~4문장의 짧은 글을 써 보거나 부모와 함께 그 경험에 대한 의견을 묻고 답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주말에 가족 나들이를 할 경우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고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해 대화를 나눠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의견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다. 종전 교과서에 비해 교과 내용이 20% 정도 줄어들게 된 수학 과목은 학년별 교과 수준이 쉽게 조정되고 다양한 교구를 활용한 수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개정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에서는 ‘사각형의 포함관계’ ‘선대칭·점대칭 위치에 있는 도형’ 관련 내용이 삭제된다. 또 2학년이 배우던 ‘세 자릿수의 덧셈과 뺄셈’ ‘분수’는 3학년 때 배우게 된다. 김성여 서울 대곡초 교사는 “과학, 체육, 음악 등 서로 다른 교과목을 수학 시간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될 것”이라면서 “가정에서도 아이들에게 수학 개념과 공식을 외우게 하거나 주입시키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11개교 선정

    오는 3월부터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를 시험할 연구학교 11개교가 선정됐다. 서울시교육청은 17일 숭인중·연희중·당산중·신상중·한강중·강일중·신서중·세곡중·사당중·마장중·북악중 등 11개교를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시범 연구학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11개교는 3월 새학기부터 1학년은 지필고사 형식의 중간고사를 보지 않고, 수행평가와 기말고사(지필평가) 점수를 합산해 학기 말 성적을 산출하게 된다. 또 진로교육 강화를 위해 ‘진로와 직업’ 교과목을 정규과목으로 편성해 운영하고, 학생들은 학기 중에 1~3일 정도 일선 기업체 등을 방문해 집중 직업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연구학교는 각 지역교육청이 주관한 공모와 심사를 거쳐 선정됐고, 연구학교 지정 기간은 1년이다. 시교육청은 2014학년도부터 시내 중학교 전체로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학생들의 진로 교육을 강화하겠다며 공약한 ‘자유학기제’와 비슷해 시범학교 운영에 따라 정부 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학교현장 전체의 인식변화가 이뤄져야 하는 과제인 만큼 시범학교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올 중2부터 중1 성적 고입에 반영

    올 중2부터 중1 성적 고입에 반영

    새 학기에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서울지역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는 2015학년도부터 중학교 1학년 성적이 고입 전형에 반영된다. 집중이수제로 인해 특정 교과목 성적이 고입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중1 성적에 대한 내신 부담으로 인해 학업 부담 없이 진로를 탐색하도록 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자유학기제’나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와 배치되는 모순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17일 ‘2015학년도 고입전형을 위한 중학교 성적산출방법’ 개편안을 확정, 일선학교에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개편안은 교과성적 반영대상 학년을 현재의 2·3학년에서 전 학년으로 확대했다. 학년별 가중치도 없다. 이 같은 성적 산출 방법은 일반고, 특성화고, 자율형사립고에 적용되고 특목고와 자사고인 하나고는 추후에 성적 산출 방법을 발표한다. 서울은 1998년도부터 ‘중학과정 적응기간을 고려한다’는 취지로 중1 성적을 고입전형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2011학년도부터 한 학기에 특정 과목을 몰아서 수업할 수 있는 집중이수제가 도입되면서, 중1 과정에 집중이수제로 편성된 일부 과목이 내신성적 산출에서 아예 제외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함께 교과 내신성적 산출방법도 교과별 석차 백분율의 평균값 대신 교과별 성취도의 평균 평점 환산 방식으로 변경된다. 지난해 중학교 입학생부터 도입된 ‘성취평가제로 학생부에서 과목별 석차가 삭제된 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 개정된 학생부는 ‘수-우-미-양-가’로 표기된 성취도가 ‘A∼E’로 바뀌고 석차 대신 원점수와 과목평균 및 표준편차를 기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A는 5.0, B는 4.0, C는 3.0, D는 2.0, E는 1.0으로 평점을 부여한 뒤, 전 과목의 평균평점을 구해 내신성적을 산출하도록 했다. 대학 졸업 평점과 비슷한 방식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시교육청의 고입전형 방식이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줄이고,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박 당선인의 ‘자유학기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1 성적이 중3 성적과 동등하게 평가받는 만큼,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로 불가피하게 생기는 학업 공백을 막기 위해 사교육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선학교 관계자는 “학교에서 진로교육을 강화해도 학업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측은 “집중이수제가 여러 차례 개편을 거치면서 사실상 이름만 남은 상태에서 이를 빌미로 중1 성적만 내신성적 산출에 포함시켜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2015학년도 고입부터 중1 성적을 전형에 포함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초 이미 각 학교에 예고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시조사랑’ 70대 할머니, 박사학위 받아

    ‘시조사랑’ 70대 할머니, 박사학위 받아

    여고생 시절부터 시조를 사랑했던 70대 할머니가 ‘시조 박사’에 올랐다. 17일 청주대에 따르면 김선옥(77·청주시 상당구 우암동) 할머니가 ‘가람과 노산 시조의 비교연구’란 논문으로 오는 22일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이 논문은 일제강점기 때 시조를 통해 조선인의 혼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가람 이병기(1891~1968) 선생과 노산 이은상(1903~1982) 선생의 시조 정신을 논리적으로 알기 쉽게 풀어 비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할머니는 “컴퓨터를 다루는 게 미숙하다 보니 논문을 쓰다가 내용이 모두 날아가는 등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앞으로 창작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시조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17세이던 공주사범학교 1학년 때다. 수업시간에 시조를 배운 게 계기였다. 일찍이 작가를 꿈꿨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시조와 거리가 먼 숙명여대 약학과에 진학하면서 약사의 길을 걷게 됐다. 숙대에서 2년 수료한 뒤 충북대 약학과를 나왔다. 하지만 청주로 시집와 30여년간 약국을 운영하면서도 시조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1995년 ‘어머니’란 작품을 통해 ‘창조문학’ 시조 시인상을 받았고, 그해 한국 시조시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 회원이 됐다. 꿈에 그리던 시조시인이 됐지만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시조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해야겠다며 청주대 대학원에 진학, 2000년 석사학위에 이어 박사과정 3년 만에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게 됐다. 그는 “그동안 쓴 시조가 100여편인데 이 시조들을 모아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폐교 걱정하던 대구 가창초교 사교육 걱정없는 ‘행복학교’로

    폐교 걱정하던 대구 가창초교 사교육 걱정없는 ‘행복학교’로

    대구 달성군 가창초등학교가 작은 기적을 만들고 있다. 폐교 위기에서 인기 학교로 급부상한 것이다. 가창초의 현재 학생 수는 127명이다. 지난해 이맘때 46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전학생이 많은 2, 3, 4학년 학급은 이미 정원을 채웠고 5, 6학년도 정원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 신입생도 몰리고 있다. 최근 예비소집 결과 신입생이 23명이나 됐다. 이 가운데 통학구역 내 의무 취학 어린이는 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21명은 통학구역 외 어린이다. 1933년에 개교한 가창초는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교생 수가 1300여명에 이르렀다. 이후 주민들이 하나둘 인근 수성구 등 대구 도심으로 빠져나가면서 학생 수가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에는 학생 수가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폐교 대상 학교 기준인 60명을 밑돌았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이 지난해 3월 이 학교를 자율학교인 행복학교로 지정하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가창초는 곧바로 ‘사교육이 필요 없는 전원학교’라는 비전으로 학부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수업 시간표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영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 교육을 특화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영어 수업은 주당 1~2시간이지만 가창초에서는 모든 학생이 주당 6~8시간을 한국인 교사, 원어민 교사와 함께 수업한다. 중국어 수업은 방과후학교를 통해 주당 2~3시간씩 이뤄진다. 가창초의 이 같은 외국어 교육은 국내 공립은 물론 사립초등학교를 통틀어 가장 많이 가르치는 것이다. 외국어 수업뿐만 아니라 방과후학교와 토요문화학교도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토요문화학교에서는 미술, 바이올린, 태권도, 컴퓨터, 수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도심 학교 못지않은 문화 교육 체험을 제공한다. 또 ‘가창달인제’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한자, 바이올린, 단소, 컴퓨터, 태권도 등 8가지 종목을 1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 가르친다. 방학 때도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사교육이 필요 없다. 1300여㎡에 이르는 교내 텃밭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직접 재배한 각종 채소를 먹기 때문에 편식 없는 건강한 식생활도 유지된다. 이 때문에 정원을 초과해 대기 등록하고 전입학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 수가 100여명에 이른다. 가창초와 같은 행복학교의 경우 학년당 21명까지 통학 구역 외 학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대구시교육청이 규정하고 있다. 이상근(55) 가창초 교장은 “전학생 학부모들 가운데 상당수는 대구의 교육 일번지인 수성구 등에서 직접 승용차로 자녀를 매일 30~40분씩 통학시켜야 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교육 부담 없는, 모두가 행복한 학교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가창초를 비롯해 서촌초, 유가초 등 3개 학교를 행복학교로 지정했다. 아토피 치유 목적인 서촌초는 올해 39명의 신입생이 몰려 1학년 1개 반을 2개 반으로 늘렸으며 예술 중심 행복학교인 유가초의 경우도 지난해 예비소집일에는 7명이 찾았지만 올해는 20명이 다녀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그냥, 화천 촌놈의 수더분한 이야기

    그냥, 화천 촌놈의 수더분한 이야기

    “시베리아에서 저 멀리 베링해협을 지나 알래스카까지, 왜 그런 혹독한 곳으로 사람들은 갔을까?” 3만년 전에 알래스카로 이동했다는, 황인종이 확실한 이누이트인들의 순박한 얼굴을 보면서 늘 생각해 왔던 질문이다. 고등학생이던 1984년 등단해 올해로 30년차 시인이 된 신동호(48)는 최근 펴낸 산문집 ‘분단아, 고맙다’(i&R 펴냄)의 서문에서 이런 질문과 함께 친절하게 답을 내놓았다. ‘정답’이라기보다 시인이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한 것이다. 신동호는 “양보, 협동, 배려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열성 유전자들이 거기서는 따뜻한 우성인자가 됐다”고 했다. 수년 전 남극 세종기지를 방문한 뒤 어린 시절의 궁금증을 해소했다는 것이다. “추울수록 배가 고파서, 풍요에 대한 욕심이 많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절제에 익숙해졌다”면서 “인류가 빙하기에서 만난 건 이타심”이라고 강조했다. 신자유주의가 2008년 가을 천둥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붕괴하면서 인류의 이기심에 대한 비판과 마을공동체로의 복귀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그가 내놓은 답변에 귀가 솔깃했다. 같은 발상으로 통일에 대해서도 상상력이 필요하고, 분단으로 축소되고 제한된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산문집 제목이 정치적인 어떤 지점을 툭툭 건드리지만, 수록된 글들은 강원도 화천 촌놈으로 살아왔거나 서울에서 둥지 튼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고단하게 살아가는 수더분한 이야기다. 고등학교 때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다가 시인이 된 이야기에는 웃음이 나오고, 문자 해독에 실패한 막내딸 이야기는 찡하다. 다만 ‘서울신문’을 비롯해 언론들에 다양한 형태로 연재했던 글 중 55편을 뽑아 놓은 것이라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기보다 살짝 눙치고 주저한 흔적들이 있다. 사회, 문화, 정치, 남북관계와 남극방문기 등 6개의 장으로 나눠 놓았다. 시인이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글이야 아무래도 표제작이겠지만, 3장의 표제작인 ‘아빠 직업이 뭐니?’가 마음속으로 휙 뛰어 들어왔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삽입해도 큰 손색이 없을 글 같다. 어른들이 의도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상처를 입을 수 있구나 하고 경계심이 생긴다. 자녀의 친구들이 방문하면, 부모들은 으레 아버지는 뭘 하시냐고 물어본다. 신동호 시인의 아버지는 ‘강원도 춘천시 조양동 3통 통장님이셨’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시인은 통장을 문턱 높은 동사무소에 들락거릴 수 있는 좋은 직장으로 이해했다. 1970년대 통장이면 그 나름대로 행세를 하지 않았을까 상상한다. 글과 그림에 소질을 보이던 초등학교 4학년 학생 신동호는 소년한국일보에서 주최한 사생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서울 장충체육관으로 첫 서울 나들이를 했다. 그것도 담임선생님과 함께. 상을 받고 춘천으로 돌아가기 전, 도시의 건널목에서 담임이 물어봤다. “아빠 직업이 뭐니?” 11살 소년은 당당히 답변했다. “우리 아버지는 통장님이셔요.” 담임의 얼굴은 실망으로 가득 찼고, 돌아오는 길은 재미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무엇이 담임을 실망시켰는지 소년은 몰랐다. 중학교 1학년 무렵 그는 어렴풋하게 짐작하게 됐다. 친구집에 놀러간 소년 신동호는 다시 아버지의 직업을 답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중학생 신동호는 답변을 피해 친구집을 박차고 나왔다. 신동호는 당시 담임선생님에게 눌려, 고등학교 첫사랑이 교사의 딸이라 포기했었다며 웃음을 던진다. 그러나 반전이 있다. 그는 결국 교사 딸과 결혼에 성공했단다. 50세를 향해 가며 ‘386세대’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은 시인의 산문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에 걸쳐 쓴 글인 만큼 ‘그때 그 사건’을 정리하는 느낌도 있다.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사설] 자유학기제, 새 정부 교육정책 옥동자 되려면

    진로교육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공약인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준비기간을 거쳐 1~2년 뒤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교수·교장·교사·연구원 등 진로교육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자유학기제 도입 취지에 찬성하면서 이같이 주문했다고 한다. 이들은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진로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준비기간을 거쳐 2015년이나 이르면 2014년 2학기부터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되, 시행 학년으로는 1학년 2학기 또는 2학년 1학기를 꼽았다. 그러나 준비 없이 실시할 경우 형식화되는 등 부실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만큼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통해 자유학기제가 겉도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유학기제는 필기시험을 최소화하고 토론, 실습,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하는 새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이다. 필기고사를 최소화하도록 해 학력 신장에 치중해온 전통적 공교육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새 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 등 부담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당장 보수 교육 진영에서는 자유학기제 시기에 학력이 저하되고 사교육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진로교육 전문가들이 직업 탐색에 대한 교육 인프라 구축과 학부모·교사·학생 등 교육주체의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실제 진로 탐색을 할 수 있는 인프라도 풍족하지 못하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그나마 여러 가지 직업을 체험할 수 있지만 농촌과 군소도시에서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 지필고사 축소 등 학력을 측정하지 않는 데 따른 보수층 일각의 거부감도 적지 않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중1 진로 탐색 집중학년제를 시범 도입하면서 중1 시험 폐지에서 중간고사 폐지로 후퇴한 것도 그런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계는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등 사안마다 보수·진보진영이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자유학기제는 진보진영에서도 환영하고 있는 만큼 갈등과 분열로 점철된 교육계를 통합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교육정책의 옥동자가 되도록 치밀하게 준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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