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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 않으리 얼음꽃 상화

    지지 않으리 얼음꽃 상화

    마이크 앞에 자리한 ‘빙속 여제’ 이상화(30)는 은퇴 소식을 스스로 알리려 입을 떼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말을 이어 가지 못해 한동안 은퇴 기자회견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정도였다. 정상을 지켜내야 한다는 중압감 속에서도 빙판에만 서면 언제나 의연한 모습을 보였던 이상화도 은퇴식에서만큼은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운 듯했다. 지난 네 번의 동계올림픽에서 국민을 웃고 울게 했던 이상화가 이제 질주를 멈추고 정든 빙판을 떠났다. 이상화는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은퇴식을 열고 “스케이트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며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으로 기억해 줄 수 있는 위치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릎이 문제였다. 이런 몸 상태로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드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수술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경기를 위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해서,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워서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이상화는 “15살 때 처음 국가대표 선수가 되던 날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며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때 팀 막내로 참가하게 돼서 정신이 하나도 없이 ‘그냥 빙판 위에서 넘어지지만 말고 최선을 다하자’라고 다짐했던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7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17년 전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개인적으로 이뤄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첫째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둘째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셋째 세계신기록 보유였다. 분에 넘치는 국민 여러분들의 응원과 성원 덕분에 제가 17년 전에 세웠던 목표는 다행히 다 이룰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상화는 세계 최고의 여자 단거리 선수였다. 휘경여중 재학 시절 태극마크를 처음 단 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같은 종목 금메달,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상화가 2013년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세운 36초36의 여자 500m 세계신기록은 5년이 넘도록 깨지지 않고 있다. 이상화는 “운동선수들에게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면 올림픽 금메달을 못 딸 수 있다는 징크스가 있지만 이겨내고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며 “소치동계올림픽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늘 마인드 컨트롤을 하느라 힘들었다. 많이 힘들고 부담이 됐다. 꼭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며 “그런 점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상화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30살이 될 때까지 앞만 보고 달렸다. 이제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고 여유롭게 살고 싶다”며 “당장 내일 어떻게 무엇을 할지 걱정이 되지만 여태 해 온 것처럼 다른 일도 열심히 해보려 한다”며 씩씩한 미소를 지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영어 동화 읽어주는 구청장… 아빠 보듯 아이들 빠져드네

    영어 동화 읽어주는 구청장… 아빠 보듯 아이들 빠져드네

    “오늘 어린이 여러분들과 읽을 동화책은 ‘웨어 이즈 스폿’(Where is SPOT)이에요. 강아지 스폿이 저녁 먹을 시간인데도 보이지 않자 엄마 개 샐리(SALLY)가 찾으러 다니는 내용이에요.”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일일 영어 교사로 나섰다. 지난 1일 오후 3시 20분 성수글로벌체험센터 개강식에서다. 정 구청장은 동화 속 내용에 맞춰 다양한 표정을 짓고, 몸짓도 하며 영어 동화를 낭송했다. 수업에 참여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학부모 40여명은 때론 웃음을 짓고, 때론 박수로 호응하며 정 구청장이 연출하는 동화 속 세상에 푹 빠졌다. 한 아이는 “아빠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 같아 너무 좋다”고 했다. 한 학부모는 “구청장께서 직접 아이들에게 영어 동화를 읽어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발음도 좋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잘 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정 구청장 수업을 지켜본 성수글로벌체험센터 원어민 강사 제임스 메슬러와 아만다 엠 콘키는 “상당히 전문적”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 구청장은 “초등학교 1·2학년들은 학습 내용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고 한다”며 “아이들이 재미난 동화책에 놀이를 곁들여 영어를 반복적으로 공부하다 보면 외국인들과도 쉽게 소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성동구가 공교육을 통한 글로벌 교육도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권역별 영어 체험 센터를 구축해 아이들이 ‘글로벌 리더’로 커갈 토대를 마련했다. 구에는 권역별 글로벌체험센터 3곳이 있다. 용답동 성동글로벌영어하우스(마장·사근·송정·용답권역)는 2013년 2월 개관한 전국 최초의 기숙형 원어민 홈스테이 영어교육 기관이다. 미국인 강사 부부가 초등학교 5~6학년생과 중학생들을 3주간 지도한다. 2017년 7월 문을 연 금호글로벌체험센터(금호·옥수권역)와 지난달 8일 개관한 성수글로벌체험센터(성수권역)는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영어 체험 수업을 한다. 현재 지역 21개 초등학교 중 19개교 초등학생들이 글로벌체험학습센터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교육부의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 1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 구청장은 “소득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소득층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교육특구 성동은 공교육의 질을 꾸준히 혁신해 사교육을 대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5·18 행불자 암매장·발포명령자 안갯속… 그날의 진실 밝힌다

    5·18 행불자 암매장·발포명령자 안갯속… 그날의 진실 밝힌다

    “매년 5월만 되면 아들 생각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어떻게 사라졌고, 어디에 묻혔는지 알기만 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사라진 아들 창현(당시 7세·양동초 1학년)군을 40년 가까이 기다리는 이귀복(82)씨는 16일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한때 생업마저 포기하고, 흔적을 기대할 소문엔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으나 허사였다.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갔고, 아들을 향한 그리움도 켜켜이 쌓였다. 그는 지난해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8주년 기념식 야외 상황극에 출연해 “내 아들 창현아!”를 목놓아 외치면서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은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함께 군용트럭이 전남대에 몰려들던 1980년 5월 19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 인근의 집을 나선 후 행방불명됐다.이렇게 5월 항쟁 기간인 5월 18~27일 광주에서 사라진 초·중·고교생은 18명이다. 이들을 포함해 같은 기간 행방불명된 사람은 76명에 이르지만 이들 행방은 지금껏 오리무중이다. 당국이 인정하지 않은 행불자까지 보태면 수백명에 이른다. 암매장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5·18 기간 민간인 166명과 군경 27명이 총탄 등에 희생되고 4000여명의 구속·부상자가 발생했으나 발포 명령자 역시 특정되지 않은 채 안갯속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관련법을 제정하고, 국회 청문회, 검찰 수사,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등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상은 낱낱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마지막 기회’란 각오로 지난해 3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하 진상규명법) 시행령을 공포했다. 그러나 여야 대치 정국이 길어지면서 진상규명조사위마저 꾸려지지 못하고 있다. 다만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이 각각 조사위원 자격을 완화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안을 냈고, 조만간 국회 법사위가 열릴 예정이어서 신속한 처리가 기대된다.조사위는 국회의장 1명과 여야 정당이 각각 추천하는 4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그 아래 50여명으로 사무처를 둔다. 조사위는 가해자·참고인·제보자 등을 강제 소환할 수 있는 동행명령장 발부 등 준사법권을 갖는다. 정부는 독립적인 조사위를 발족해 5·18의 진상을 규명한 뒤 그 결과를 공식 국가보고서로 내놓을 방침이다. 진상 조사 내용별로는 ▲행불자 암매장 ▲발포 명령자 ▲여성 성폭행 ▲북한군 개입설 ▲양민 학살 ▲전두환·노태우 정부의 5·18 실상 왜곡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이 가운데 5·18 당시 신고된 행불자의 암매장 여부는 39년간 풀지 못한 첫 번째 숙제로 꼽힌다. 현재 5·18 행불자로 인정된 사람은 82명이다. 6명은 망월동 5·18 구묘역에 안장된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고, 나머지 76명의 흔적은 묘연하다. 5·18기념재단이 2017년 말~2018년 초 사이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일대와 동구 너릿재, 서구 상무지구 등 암매장 제보가 집중된 후보지를 었으나 시신 발굴에 실패했다. 암매장 관련 증언은 넘쳐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개발로 인한 지형 변형 등이 발굴의 난제로 꼽힌다. 발포 명령자 특정은 진상 규명의 핵심이다. 특별법은 단순히 5·18의 진상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책임자에 대해 소추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관심의 초점은 신군부 실권자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전씨는 1997년 대법원의 ‘5·18 내란사건’ 판결을 통해 내란수괴·뇌란목적 살인죄 등으로 형사처벌됐다. 적용된 혐의는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진압작전에 국한됐다. 이 때문에 5월 21~26일 사이 광주시민에 대한 집단 발포에 전씨가 개입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질 경우 형사처벌을 해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씨는 그간 이뤄진 모든 조사에서 군 지휘계통상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객관적 증거 부족으로 ‘발포 명령자’로는 특정되지 않았다. 상황을 되짚어보면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쯤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의 집단 발포가 이뤄졌다. 오후 8시 30분쯤 계엄사령부를 통해 공식 자위권 발동 명령이 현장 지휘관에 하달된다. 자위권은 24일 오후 6시 종료된다. 즉 21일 오후 8시 30분~24일 오후 6시 사이 69시간 30분 동안 자위권 명목의 발포가 허용된 셈이다. 자위권 발령에 근거해도 5월 19일 동구 계림동 광주고 인근 첫 발포, 20일 광주역 앞 발포, 21일 오후 1시 도청 앞 집단 발포는 모두 불법이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위원회는 1980년 5월 21일 계엄사령관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 문서(보안사의 ‘광주권 충정작전간 군 지시 및 조치사항’ )에서 ‘전 각하(全 閣下): 초병에 대해 난동시에 군인복무규율에 의거 자위권 발동 강조’란 수기 메모를 확인, 공개한 바 있다. 자위권 공식 발령에 앞서 진행된 ‘전 각하의 자위권 강조’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최초 발포 명령자를 특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양민 학살 진상도 규명되지 않고 있다. 1980년 5월 23일 오전 9시쯤 11공수여단 병력은 광주 동구 지원동 녹동마을 앞길에서 시민군 미니버스에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박모(당시 18세)양 등 10여명이 사망했다. 부상을 입은 남성 2명은 인근 주남마을 뒷산으로 끌려가 즉결 총살됐다. 24일 오후 1시 30분쯤 남구 송암동 저수지에서 놀던 방모(당시 13세)군과 놀이터에 있던 전모(당시 10세)군은 계엄군 총에 맞아 숨졌다. 같은 날 오후 2시쯤 송암동 남선연탄공장 부근에선 계엄군끼리의 오인 사격으로 9명이 사망했다. 계엄군은 시민군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부근 민가를 뒤져 마을 청년 권모(당시 33세)씨 등 4명을 사살했다. 그러나 지금껏 민간인들에 대해 발포 명령을 내리거나 총격을 실행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도리어 훈포장을 줘 논란을 빚었다. ●“처벌보다 화해 통한 과거사 정리 초점” 이밖에 광주 진압작전 때 특전사 위주로 운영된 군 지휘계통의 이원화, 무고한 시민에 대한 고문, 여성 성폭행, 북한군 개입설, 헬기사격 명령자, 시민군 무장 시점 조작 여부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다. 1985년 안전기획부 주도의 ‘80위원회’(광주사태진상구명위원회 실무위원회), 1988년 국방부의 ‘511연구위원회’(국방부 국회대책특위 실무위원회)·보안사 태스크포스(TF) 및 511분석반 등이 저지른 5·18에 대한 왜곡과 증거물 훼손·조작 관련자 등을 찾아 책임을 묻는다. 위원회들은 국회 광주청문회에 대응하기 위해 증인을 위한 예상문답 작성 등을 통해 발포, 유언비어 등 쟁점에 대한 짜맞추기를 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송선태 국방부 진상규명 특별법시행 TF 자문위원은 “이번 조사위 활동은 처벌보다는 화해를 통한 과거사 정리에 초점을 맞췄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처럼 제보자가 사실에 가깝게 증언할 경우 당사자가 실정법을 위반했더라도 재판부에 감형이나 사면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포토] 이상화 은퇴 ‘고별의 눈물’

    [포토] 이상화 은퇴 ‘고별의 눈물’

    ‘빙속 여제’ 이상화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은퇴식 및 기자회견에서 선수 생활의 소회를 밝히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상화는 이날 “평창동계올림픽 후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 했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몸 상태가 돌아오지 않았다”며 “팬들이 좋은 모습으로 기억해줄 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세계 최고의 여자 단거리 스프린터로, 휘경여중 재학 시절 태극마크를 처음으로 단 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500m 은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특히 2013년에 세운 36초36의 여자 500m 세계신기록은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그는 향후 계획과 바람에 대한 질문에 “초등학교 1학년 때 스케이트를 시작해 내 목표만을 위해 달려왔다. 지금은 내려놓고 여유 있게 살고 싶다. 누구와도 경쟁하고 싶지 않다”면서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선수, 항상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토] ‘선생님, 감사합니다’… 사랑의 세족식

    [포토] ‘선생님, 감사합니다’… 사랑의 세족식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대구 동구 봉무동 영신초등학교에서 열린 사랑의 세족식에서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발을 정성스럽게 씻겨주고 있다. 영신초등학교는 섬기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자는 의미로 지난 2010년부터 세족식을 시작했다. 첫해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듬해부터는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19.5.15 연합뉴스
  • 교사들, 2학기부터 퇴근하면 못 받는 ‘업무용 전화’ 쓴다

    교사들, 2학기부터 퇴근하면 못 받는 ‘업무용 전화’ 쓴다

    별도 상담은 대표전화·홈페이지로 접수 휴일 등 업무시간 외 구체적 지침은 빠져교육당국이 교사들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를 지급하고 학교 민원처리시스템을 도입한다. 악성 민원이나 업무시간 외에 걸려오는 학부모들의 전화로부터 교사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서울교육청은 2학기부터 교원 업무용 휴대전화 지원 사업과 학교 민원처리시스템을 시범 운영한다고 14일 밝혔다. 교원 업무용 휴대전화 지원 사업은 관내 유·초·중·고등학교 중 시범 운영 학교를 선정해 1학년 담임교사를 중심으로 업무용 휴대전화 단말기와 통신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사들은 업무용 휴대전화로 학부모와 연락하며 퇴근할 때 학교에 보관한다. 교사들은 원하지 않을 경우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학부모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학년초, 학기초에 정해지는 교사와의 상담 일정 외에 별도 상담을 원할 경우 학교 대표전화로 연락해 방문 예약을 잡을 수 있는 학교 민원처리시스템도 도입된다. 단순 민원은 학교 홈페이지에 제기해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방안을 도입하는 것은 교사들이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학부모들에게도 학교와 소통하는 공식 통로를 마련하고 학부모 상담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6월 교원 1835명을 조사한 결과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뒤 전화나 메시지를 받은 교원들 중 64.2%는 근무시간 외에도 수시로 연락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교육청과 경남교육청도 통신사의 ‘투폰’ 서비스를 활용해 교사에게 업무용 전화번호를 지급할 계획이다. 교사 업무용 휴대전화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 교사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 과정에서 교사에 대한 일차적인 보호 장치는 필요하다”면서도 “업무 시간에는 학교 전화를 이용하면 되는데 업무용 휴대전화가 얼마나 쓰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늦은 밤이나 휴일 등 업무시간 외 연락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빠져 있다는 점도 한계다. 서울교육청은 업무시간 외 비상시 연락체계는 학교가 자체 수립하도록 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의 원칙이 없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면 학교의 연락 체계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연흥 서울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비상 상황에서의 연락은 학교 당직실과 교장·교감 등이 시급성을 판단해 담임교사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서 “시범 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시험문제 유출 의혹’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 징역 7년 구형

    ‘시험문제 유출 의혹’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 징역 7년 구형

    자신의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검찰이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 심리로 열린 A씨의 업무방해 결심 공판에서 “범죄가 중대하고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국민 다수가 공정해야 할 분야로 교육을 첫 손가락으로 꼽는데 A씨는 현직교사로서 개인적 욕심으로 지위를 이용해서 범행을 저지르고 기간도 1년 6개월간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면서 “공교육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추락했고, 누구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숙명여고 동급생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죄질이 불량하고 개전의 정이 없다”면서 이같이 구형했다.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회에 걸쳐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 학생인 쌍둥이 딸들에게 알려 학교의 성적 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쌍둥이 중 언니는 1학년 1학기 때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으로 올라섰다. 동생도 1학년 1학기 때 전체 5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2등, 2학년 1학기 때 자연계 1등이 된 것으로 수사기관은 파악했다. 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급격한 성적 상승을 보이며 나란히 1등을 하자 문제 유출 의혹의 대상이 됐고, 결국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경찰 수사가 발표된 지난해 12월 퇴학 처분을 받았다. A씨와 두 딸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줄곧 부정 행위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이날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도 A씨는 “(시험 출제 원안 및 모범답안을) 유출하지 않았다”면서 자녀들의 성적 상승 이유에 대해 “아이들이 스스로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 또 무면허로 카셰어링…고교생, 시속 180㎞로 질주하다 ‘덜컥’

    또 무면허로 카셰어링…고교생, 시속 180㎞로 질주하다 ‘덜컥’

    무면허 고등학생 2명이 ‘카셰어링’(자동차 공유)을 통해 빌린 승용차로 고속도로에서 시속 180㎞ 속도로 질주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고속도로순찰대 제6지구대는 14일 고등학교 1학년 A(17)군을 무면허 운전, B(17)군을 무면허 운전 방조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군은 운전자를 직접 만나 확인하지 않고 차를 빌려주는 ‘카셰어링’을 통해 빌린 코나 승용차로 지난 9일 오전 10시 13분쯤 남해고속도로 부산방면 냉정분기점 인근에서 약 30㎞ 구간을 평균 시속 180㎞로 달린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이 운전한 차량에 친구 B군이 함께 타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구간 제한속도는 시속 100㎞로 이들은 30㎞ 거리를 시속 80㎞나 초과해 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고속도로순찰을 하다 과속 차량을 발견하고 5㎞를 추격한 끝에 A군이 운전하던 승용차를 멈춰 세웠다고 밝혔다. 경찰조사결과 A, B군은 동네 친구 사이로 창녕과 창원에 있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고, 운전면허 나이 제한으로 면허가 없는 상태였다. 경찰은 이들이 운전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고 주변사람들이 운전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것이 전부여서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고 밝혔다. A군 등은 경찰조사에서 “아버지 명의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통해 차를 빌려 부산으로 바람을 쐬러 가다 기분이 좋아져 과속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카셰어링 서비스에 운전자 신원확인을 강화하는 등의 법률적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김소현 “서울대 집안, 운이 좋았을 뿐”

    김소현 “서울대 집안, 운이 좋았을 뿐”

    뮤지컬 배우 김소현이 서울대 출신 집안으로 밝혀져 화제를 모았다. 지난 13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가수 장윤정이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MC 김성주는 김소현에게 “서울대 성악과 출신 배우다. 그런데 집안도 서울대 집안이다. 아버님이 의사이신데 아버님도 서울대, 오페라 가수인 어머님도 서울대, 여동생 남동생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입시 코디가 있었냐”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김소현은 “정말 운이 좋게 이렇게 된 것이지 부모님이 강압적으로 시키신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성주는 이어 “아들 주안이의 교육은 엄마가 담당하냐”고 물었다. 이에 김소현은 “많은 분들이 과거 육아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주안이의 (똑똑한) 모습을 보고 ‘엄마가 밤새 때려서 가르친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너무 평범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답했다. 현재 초등학교 1학년인 주안이는 김소현, 손준호 부부를 똑닮은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폭염은 재난… 취약 아동 에어컨 빵빵한 종로

    폭염은 재난… 취약 아동 에어컨 빵빵한 종로

    “냉방시설 없이 지내는 사람들에겐 폭염이 곧 재앙입니다. 어르신만큼 어린이도 온열질환에 취약하기 때문에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합니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23가길. 높은 언덕배기 위로 낡은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곳은 문만 열면 바로 단칸방이 나오는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이다. 종로구청 직원들은 지난 10일 이곳에 있는 정현(10)네 집을 찾아 에어컨을 설치했다.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정현이 아빠 조용석(가명·48)씨는 “야근이 많은데 집에 아이 엄마와 고교 1학년인 큰딸, 지체장애 3급인 정현이가 여름이면 더위 때문에 문도 닫지 못하고 자야 하는 게 걱정됐는데 이젠 에어컨이 생겨서 안심하고 폭염을 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저소득층 대부분 변변한 냉방시설이 없어서 밤새 문을 열어놓는 식으로 더위를 피해보지만 시원하지도 않고 안전 우려도 있다. 종로구는 어린이를 둔 가정부터라도 지켜주자는 취지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에어컨 놔주기 사업을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 종로구가 이날 전달한 에어컨은 ‘인버터 6평형’ 모델이다. 기초생활수급·차상위 등 저소득층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가족이 많으며,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집을 우선순위로 16가구를 선정해 설치를 마쳤다. 설치비를 포함해 대당 50여만원이 들었다. 에어컨과 설치비는 매일유업 진암사회복지재단이 지난 연말 종로구 저소득가정 아동을 위해 써달라며 기탁한 후원금으로 마련했다. 에너지 쿠폰과 저소득층 전기료 혜택에 따라 냉방비 걱정을 한층 덜었다고 얘기한다. 올해 1월 기준 지역 내 만 18세 미만 아동은 1만 7550여명이다. 또 2.8%(490명)에 이르는 저소득층 가운데 만 12세 이하 아동은 224명이며, 구는 0세부터 12세까지의 저소득층 아동과 가족을 대상으로 취약계층 아이들을 보호해 주는 드림스타트 사업을 2012년부터 펼치고 있다. 에어컨 놔주기도 드림스타트 사업의 하나로, 구는 앞으로 꾸준히 넓히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서울 자사고 9개교 수학시험, 선행학습금지법 위반”

    “서울 자사고 9개교 수학시험, 선행학습금지법 위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9개교 수학시험지 분석 결과교육과정에 없는 ‘삼차방정식의 근과 계수의 관계’도 등장서울 소재 자율형사립고(자사고) 9곳이 수학 시험에서 교육과정을 넘어선 문제를 출제했다는 교육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소재 자사고 9곳의 지난해 1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수학 시험에서 2학기 이후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문제를 출제하는 등으로 선행학습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사걱세가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 자사고 9개교의 수학 시험지를 현직 수학교사 17명이 분석했다. 선행학습금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초·중·고등학교에서 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시험에 출제해 평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분석 결과 9개교 모두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선 문제를 시험에서 출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개정 교육과정부터 1학년 1학기에서 2학기로 미뤄진 ‘유리함수와 무리함수’ 관련 문제를 1학기 시험에 출제하는 등 2학기 이후 배우는 내용을 1학기에 출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1학년 1학기 범위이나 교육과정을 위반한 고난도 문제를 출제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2015개정 교육과정 수학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보고서’에서는 고교 1학년 수학 평가에서 “이차방정식의 근과 계수의 관계를 활용하는 복잡한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이를 활용한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2015개정 교육과정부터 삭제됐거나 교육과정에 없는 내용을 출제한 사례도 있었다. 1학년 1학기 수학 학습내용에서 삭제된 ‘미지수가 3개인 연립일차방정식’과 ‘부등식의 영역’, 교육과정에 아예 없는 ‘삼차방정식의 근과 계수의 관계’ 등도 이들 학교 시험에 등장했다. 사걱세는 “서울교육청이 지난해 7~8월 23개 자사고 전체를 전수조사한 결과 고1 시험에서 선행학습금지법을 위반한 학교가 없었다고 보고했다”면서 “교육청은 자사고의 선행학습금지법 위반 사례를 재조사하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우리둘은1학년]휴가의 질을 개선한다는 자율휴업일, 불편한 건 왜일까

    [우리둘은1학년]휴가의 질을 개선한다는 자율휴업일, 불편한 건 왜일까

    [편집자주]올해 초등학교에 딸을 보낸 워킹맘의 우여곡절을 연재합니다. 딸만큼이나 서툰 것투성이인 엄마도 ‘학부모 1학년’입니다. 아는 동네 엄마 하나 없고, 사교육에도 문외한인 아웃사이더 엄마는 ‘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과 ‘학교에 가면 안 되는 날’이 있다. 이 두 날의 차이는 ‘학생 선택권’에 있다. 내가 개인체험학습과 자율휴업일(학교장 재량휴업일)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말하면 교육청이나 학교 관계자들은 틀렸다고 지적할 게 분명하다. 원칙적으로 자율휴업일에도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휴업일을 ‘자율’로 느끼는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하지 않기로 한 날은 부모에겐 강제로 쉬어야 하는 날과 다름없다. 자율휴업일 등교 희망 조사서가 가정통신문으로 온 순간부터 조바심이 난다. 조사서에는 굵은 글씨로 ‘부모님 두 분 모두 출근하실 경우’ 신청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급식실도 운영하지 않기에 자율휴업일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는 점심 도시락과 간식을 싸 들려 보내야 한다. 학교는 자율휴업일엔 ‘나 홀로 학생’을 중심으로 보육하겠다고 공지했다. 누가 자식을 나 홀로 학생으로 만들고 싶겠는가. 휴가를 써서라도 학교에 아이를 보내지 않으려는 게 부모 마음일 것이다. 오늘은 지난 4월과 5월에 처음 경험한 초등학교 개인체험학습과 자율휴업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지난달 친구네 가족들과 함께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딸은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간 학교를 빠져야 했지만 학교에 출석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개인체험학습으로 처리한 덕분이다.세상 참 좋아졌다. 1980년대생인 나는 6년간 하루도 결석하지 않아 초등학교 졸업식날 개근상을 탔다. 학교는 심하게 아프지 않은 한 빠져선 안 되는 곳이었다. 가족여행은 여름방학에나 가능했다. 사람이란 사람은 전부 동해로 떠나는 것 같았던 7월 말과 8월 초, 찜통더위와 교통체증, 바가지요금은 휴가의 ‘필수 옵션’이었다. 요새 아이들은 그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 학기 중간 가족 여행을 위해 학교를 빠져도 문제가 없다. 연차 사용이 의무화되고 국외여행 문턱이 낮아지는 등 사회 변화상에 맞춰 교육정책에서 개인체험학습의 출석 인정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2007년 3월 도입된 개인체험학습은 전체 수업 일수의 10% 이내에서 출석을 인정한다. 애초 1회당 연속 5일까지 체험학습을 쓸 수 있었는데 2017년 3월부터 연속 10일로 늘어났다. 이때 토·일요일과 공휴일, 재량휴업일, 개교기념일 등 공식적으로 쉬는 날은 제외된다. 쉽게 말해 개인체험학습의 앞과, 중간, 뒤에 주말을 끼워 넣으면 최대 17일 여행을 갔다 올 수 있다. 딸이 다니는 학교는 1년 동안 최대 19일까지 개인체험학습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출석 처리를 받으려면 미리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소 일주일에서 3일 전, 학교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체험학습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담임교사에게 제출한다. 여행을 다녀와서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거나 면담을 통해 체험 여부를 확인받아야 출석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학교에 따라 신청서와 보고서를 학생 스스로 작성해야 하는 일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만약 허락받은 일수를 초과해서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무단결석으로 처리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개인체험학습지침을 보면 체험의 예시로 ▲농촌체험학습 ▲시골 친척방문 ▲친척 애·경사 참석 ▲문화 유적지 탐방 ▲현장 답사 ▲조사활동 ▲유적 탐방 ▲문학기행 ▲우리문화 및 세계문화 이해 체험 ▲국토순례 ▲자연탐사 ▲직업체험 등이 열거돼 있다. 보다 보니 단순한 가족여행에도 교육적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느껴졌다. 그럴싸한 단어를 총동원해 딸의 체험학습 신청서에 ‘제주 토속문화 체험 및 특산물(흑돼지, 해산물 등) 시식, 해양생물 관찰’이라고 적어 넣었다. 솔직하게 휴식이 목적이라고 적었다면 부끄러움은 학교장 결재를 받아야 하는 담임 선생님 몫이 될 테니까. 제주 바다에서 잡힌 고등어도 구워 먹고, 흑돼지도 실컷 먹고 바닷가에서 미역도 한 아름 채취했으니 과장은 아니었다. 출석 인정을 받기 어려운 체험학습도 있다.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학생 사이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불법 어학연수, 상업적 체험학습 등은 자제해달라는 게 교육당국의 당부다. 또 교외 대회 참가 준비를 위한 개인체험학습 역시 불허 대상이다. 학교장은 개인체험학습 승인 전에 학생의 안전 확보를 위해 보호자가 동행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학습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학생이 책임진다. 또 학기 초, 학기 말, 학년 말 등 특정 기간에는 체험학습이 허락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사전에 학교에 문의할 필요가 있다. 딸의 개인체험학습 덕분에 여유로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비성수기여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교통, 숙박을 해결한 점이 만족스러웠다. 하반기에도 체험학습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제주 여행을 갔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딸의 첫 자율휴업일을 경험했다. 자율휴업일, 학교장 재량휴업일, 단기방학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이날은 말 그대로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이다. 휴업일은 학교장이 매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한다. 보통 개교기념일, 공휴일 연휴 전후 등 1년에 4~5번 정도다. ‘가족 간 유대를 증진하고… 효도와 관련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경험할 기회’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효도방학’이라고 부르는 학교들도 있었다. 그런데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효도방학이 아니라 ‘불효방학’이라는 푸념이 나오기도 했다. “재량휴업일을 폐지해 달라”는 맞벌이 부모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딸 학교의 올해 자율휴업일은 모두 4일이다. 이 가운데 이틀이 5월에 몰렸다. 5월 1일(수요일)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 대체공휴일 다음 날인 7일(화요일)이다. 다음 달 현충일 다음날인 7일(금요일)도 자율휴업일로 지정됐다. 개천절 다음 날인 10월 4일(금요일) 역시 자율휴업일이다. 공휴일과 주말 사이 샌드위치 휴일을 자율휴업일로 지정한 것은 합리적이지만, 5월에만 자율휴업일을 이틀 지정해 곤란을 겪은 학부모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자율휴업일은 전년도 11~12월쯤 결정돼 학교가 학기 초에 배포하는 학사일정에 적혀 있다. 자율휴업일 시행 일주일 전쯤 가정통신문을 통해 휴업일 등교 희망 여부를 조사한다.학사 달력을 장식장에 넣어두곤 펴 보지 않고, 가정통신문 대충 보는 ‘덤벙이 엄마’(참고기사: [우리둘은1학년]애증의 가정통신문)인 나는 두 번째 자율휴업일 때문에 ‘멘붕’(정신적 충격)을 겪었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3일, 학교를 마친 딸과 놀이터에서 나눈 대화다. 딸: 엄마, 선생님이 수요일(8일)에 학교 오래.나: 무슨 소리야. 어린이날이 일요일이어서 월요일(대체공휴일)에 하루 더 쉬고 화요일에 학교 가는 거겠지.딸: 아닌데, 수요일에 오라는데…. 주변에 시원한 답을 해줄 사람을 찾지 못해 결국 최근에 알게 된 학부모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엄마, 헷갈려서 그러는데, 대체공휴일 끝나고 애들 등교하는 거죠?○○엄마: 아이고, 모르셨구나. 7일이 자율휴업일이에요.나: 1일에 자율휴업일 하고 또 요? 멘붕이네요. ㅠㅠ○○엄마: 저 또 휴가 냈잖아요. 7일은 남편이 휴가 내기로 했는데, 바쁜 일이 생겨서 못 쉰대요. 그래서 제가 또. ㅠㅠ 자율휴업일을 위해 휴가를 낸 또 다른 워킹맘이 합류해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 자율휴업일이 졸지에 ‘공동육아의 날’이 된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놀이터엔, 학교에 가지 않은 초등학생들과 엄마들로 북적였다. 아빠들은 보이지 않았다.엄마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자율휴업일에 대한 불평으로 이어졌다. △△엄마: 돌봄교실 보내고 출근할까 하다가 그냥 관뒀어요. 그런 날 애들 보내면 괜히 눈치 줄 것 같아서 불안해요.나: 이름은 자율휴업일인데 전혀 자율이 아닌 기분…. 누구를 위한 자율휴업일인가요?엄마 일동: 선생님들을 위한 휴업일이죠. 생각해보면 선생님도 휴식이 필요하다. 지난달 제주 여행에 동행한 팀 중에 초등교사 부부가 있었다. 육아휴직 중인 부인은 목요일 오후 아기와 함께 제주행 비행기를 탔지만, 남편은 하루 뒤 금요일 수업을 모두 마친 뒤 늦은 저녁에야 숙소에 도착했다. 담임교사는 학기 중에 자유롭게 휴가를 쓰기 어렵다. 한해 고작 4일, 자율휴업일을 지정해 교사들에게 재충전과 휴식의 기회를 주는 것이 그리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 교육당국은 자율휴업일의 목적 중에 하나로 휴가를 질적으로 개선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현실과 거리가 멀어서 그렇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삶,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삶이 보장된다면 자율휴업일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는 그렇게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자율휴업일도 그런 부분이 있다. 자율휴업일이 엄마의 ‘의무휴업일’이 돼버리는 현실이다. 아빠들도 상사 눈치 안 보고 휴가를 쓸 수 있다면 제도의 취지를 확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자율휴업일에 대한 맞벌이 부모들의 불만과 고충에 대한 기사를 뒤져보니 2005년 즈음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15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개인체험학습을 생각하면 세상 참 좋아진 것 같은데, 자율휴업일을 보면 세상은 여전히 좋아지지 않았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다음주 주제는 ‘아이의 친구관계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입니다.
  • [씨줄날줄] ‘일벌백계’ 고려대/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일벌백계’ 고려대/황수정 논설위원

    죄목 중에 가장 고약한 것이 괘씸죄다. 양형 기준이 따로 없어 처벌 수위는 벌을 주는 쪽의 마음이다. 왜, 얼마나 맞아야 하는지 이유가 선명하지 않으니 두 배로 아플 수밖에. 고려대가 교육부의 심기를 잘못 건드린 모양이다. 최근 고려대는 교육부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의 중간평가에서 탈락했다. 해마다 이 지원금을 받던 고려대가 교육부의 괘씸죄에 딱 걸렸다는 등 해설이 분분하다. 현재 고2가 대상인 2021학년도 입시안에서 교육부의 정시 확대 권고안을 무시한 것이 괘씸죄의 사유로 들먹거려진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입시전형을 간소화하는 대학에 해마다 지원금을 주는 프로그램. 올해 예산은 559억원으로 선정된 대학은 평균 8억 3000만원을 받게 된다. 지난해 교육부는 대입시에서 정시 30% 이상 적용을 각 대학에 권유했다. 그런데 고려대는 2021학년도 입시에서 학생부 교과전형을 기존 9.6%에서 27.8%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교과전형이 크게 늘면 수능 위주의 정시를 30%까지 확대할 여지가 없으니 교육부는 뿔이 났을 게다. 교육부 입장만 보면 괘씸할 법도 하다. 정시 확대 여론에 못 이긴 교육부는 재작년 차관이 대학총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정시 비율을 늘리려는 무리수까지 동원했다. 수시 확대 일변도의 정책을 밀어붙인 교육부가 총선을 앞두고 ‘뒷문 꼼수’를 부리다 들통이 나자 비판이 들끓었다. 그뿐인가. 공론화 과정에서 하청에 재하청이란 비난을 들어가며 지난해 천신만고 끝에 얻어 낸 것이 ‘정시 30%’ 가이드라인이다. 교육부의 대학담당 실장이 최근 고려대 총장을 만나 정시 확대 입시 정책을 따라 달라고 요구한 것도 구설에 올라 있다. 고려대는 현재 고1이 시험을 치르는 2022학년도에는 교육부의 방침을 반영하겠다고 당장 물러섰다. 돈주머니를 쥔 교육부의 주먹을 견딜 수 있는 대학은 적어도 대한민국에는 없다. 인터넷에서는 편이 갈려 때아닌 여론전이 뜨겁다. “교육부의 대학 자율권 침해가 가관”이라는 쪽과 “정시 확대 여론을 무시한 고려대가 잘못”이라는 쪽이 입씨름 중이다. 분명한 한 가지. 줄타기 입시의 불씨를 교육부가 제 손으로 또 들쑤셨다는 사실이다. 수시 확대 정책을 고분고분 따라준 순서대로 해마다 지원금을 챙겨준 것이 다름아닌 교육부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교육부의 입맛을 맞추려니 고려대는 지금 얼마나 ‘죽을 맛’이겠는지 속사정이 훤히 보인다. 주요 대학의 입시안이 이렇게 변덕이니 어린 학생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딱할 뿐이다. sjh@seoul.co.kr
  • “퇴근 후 자정 넘겨도 좋아” 한지공예에 빠진 청년

    “퇴근 후 자정 넘겨도 좋아” 한지공예에 빠진 청년

    여성 주류 분야서 섬세한 작품세계 구축 휴일에도 작업에 모든 시간 쏟으며 집중 전통공예 원형 오래 유지하는 데 힘쓸 것“처음 시작은 태극삼합상자, 반짇고리, 팔각상 등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매력에 푹 빠졌어요.”남성, 그것도 청년으로 지난달 제25회 전국한지공예대전에서 대상을 꿰찬 조호익(27) 작가는 8일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번엔 전통색지로 만든 ‘색실함과 색실첩’을 출품해 전국의 내로라하는 유명 작가들을 눌렀다. 20대 청년의 대상 수상은 공예대전 사상 처음이다. 그의 작품은 높은 완성도와 섬세한 모양으로 한지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합지로 만든 색실함의 양 날개가 곧게 서 있고 천연 염색한 한지 문양을 잘 살려 전통한지공예의 진수로 꼽힌다. 특히, 여성이 주류인 한지공예 분야에서 20대 청년이 갖추기 힘든 섬세함과 지구력으로 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극찬을 받는다. “골격부터 모든 재료를 전통한지만 고집해 제작했습니다. 요철자 색실함은 바탕에 괴하나무염색지, 문양지에 황토지를 사용했고 왕자 색실함은 바탕에 소목염색지, 문양지에 선인장벌레염색지를 사용했습니다.” 그는 “겉 문양에는 자수문양, 속 문양에는 창살문양을 바탕에 깔고 복판에 조각보 문양을 오려 여러 색지로 배접해 조화로움을 표현했다”며 “여성이 사용하는 기물이었던 만큼 화사하고 온화한 느낌을 주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한지공예에 뛰어든 것은 대학 역사학과 1학년이던 2011년 여름방학부터다. 한지업계에 종사하는 아버지와 화가인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부모는 아들의 고집스러운 성품과 꼼꼼한 재능이 전통공예에 잘 맞는 것을 알아보고 적극 후원했다. 조씨는 전북무형문화재 김혜미자 색지장을 사사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대학 졸업 후 낮에는 회사에 나가 근무를 하고 밤에는 작업을 하는 고된 생활 속에서도 그는 전통공예에 대한 열정과 집념을 불태웠다. 평일에는 퇴근 후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고 휴일엔 모든 시간을 작품활동에 쏟았다. 손이 다소 느린 게 흠이지만 섬세함으로 단점을 이겨냈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어지간한 작가들이 수십년을 갈고 닦아도 오르기 힘든 수준에 도달한 비결이다. 그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전국한지공예대전과 대한민국한지공예대전 등에서 수상하며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는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해 전통공예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한지 기법을 다양화 하는 작품활동을 해볼 계획이라며 청년작가로서 야심 찬 미래 청사진을 펼쳐보였다. “자만하지 않고 작품활동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전통한지공예의 원형을 오래 유지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스승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정시 확대 역주행’ 고려대, 정부 지원서 탈락

    “2021입시 내신 확대 탓 괘씸죄” 분석 정부는 “공정성 평가서 감점” 선 그어 고려대와 성균관대 등 10개 대학이 대입전형 개선을 목적으로 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중간평가에서 탈락했다. 고려대 탈락은 ‘정시 30% 확대’라는 정부 기조에 반기를 든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부는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는 올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중간평가 결과, 57개 대학을 지난해에 이어 계속 지원대학으로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사업은 교육부가 사교육을 줄이고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입시제도를 개선한 대학들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에는 67개교에 학교 규모별로 약 2억~20억원이 지원됐다. 지난해 지원받은 고려대, 성균관대, 서울과학기술대, 숙명여대, 부산대, 전북대, 순천대, 한동대, 한국교원대, 우석대가 올해는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이들 대학은 이의신청과 전형개선 등을 통해 지원사업에 다시 선정될 수도 있다. 이날 고려대가 지원에서 제외되자 교육계 안팎에서는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려대는 최근 발표한 2021학년도 입시계획에서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선발하는 전형을 기존 9.6%에서 27.8%로 대폭 늘리면서 수능 위주 정시를 30%까지 늘리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지난해 교육부는 정시 선발을 최대 30%까지 끌어올려 달라고 주요 대학 측에 권유한 바 있다. 그러나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입학사정관을 당초 계획보다 적게 채용하고 학생부교과전형이 면접 위주로 운영된 점 등이 탈락 사유”라며 세간의 분석을 부정했다. 교육부가 재정지원 사업을 무기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해명에도 고려대의 탈락은 다른 대학에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2022학년도 정시 확대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는 것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대구시교육청, 특성화고로 전학 기회 주는 ‘진로변경 전입학제’ 실시 -

    대구시교육청은 오는 10일까지 일반고 1학년 재학생 중 특성화고로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 대해 전입학 지원서를 받는다. 일반고에 진학했지만 소질과 적성에 맞지 않아 특성화고에 전학하여 직업교육을 이수한 후 사회 진출을 희망하는 1학년 학생들에게 진로를 변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대구시교육청은 2016학년도부터 ‘진로변경 전입학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특성화고로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특성화고를 직접 찾아다니며 전입학 지원을 해야 되는 불편을 덜어줄 수 있게 되었다. 올해는 특성화고 12개교 26개 학과에서 학생 54명을 모집하고 있으며, 특성화고로 ‘진로변경 전입학’을 희망하는 일반고 학생은 재학하고 있는 학교에 전입학 지원서를 제출하면 된다. 교육청은 학교로부터 지원서를 5월 10일까지 받아 해당 특성화고로 배부하고, 특성화고에서는 13일부터 31일까지 전형위원회 심사 및 면접을 실시하여 전입학 여부를 해당 학생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기타 학교 및 학과별 모집인원, 제출서류, 전형요소 등에 대한 문의는 시교육청(053-231-0416)이나 학생이 재학 중인 일반고에 문의하면 확인이 가능하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신의 소질과 재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고로 진학한 1학년 학생 중에는 수능 과목 중심의 교육과정 이수가 적성에 맞지 않아 특성화고로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있다”면서 “이런 학생들이 ‘고등학교 진로변경 전입학제’를 통해 새로운 적성을 찾아 진로를 변경할 수 있도록 돕고, 새로 전학한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개별 상담, 학교생활 적응 지도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사설] 가정의달에 참담해지는 가정 해체의 그늘

    가정의달이라는 5월의 이름이 무색해지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어린이날인 어제 경기도 시흥에서는 30대 부부와 네 살, 두 살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렌터카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문이 닫힌 차량 안에서 번개탄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가족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의붓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결국 그 손에 짧은 생을 마감한 열두 살 소녀가 세상을 비통하게 했다. 겨우 중학교 1학년이었던 소녀는 계부의 성적 학대와 친부의 폭행에 시달리며 마음 둘 데가 없었다. 어린 마음에 마지막 순간까지 믿었을 친모마저 계부의 손에 무참히 보복살인을 당하도록 방관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었다 한들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이렇게 황폐한 모습으로 전락해서 되는 것인지 위기감이 든다. 소녀의 죽음은 그저 끔찍한 사고로 덮고 지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초라한 민낯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어린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 조치했는지,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매뉴얼을 소극적으로 따른 결과였든 매뉴얼 자체가 문제였든 사후약방문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될 뿐 참담함을 털기 어렵다. 경제위기와 이혼, 가정폭력 등 여러 요인으로 가정 해체는 가속화하고 있다. 가족윤리가 바닥에 떨어져 패륜 범죄들이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으로 떠오른다. 해마다 돌아오는 가정의달에 우리는 해마다 똑같은 걱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지경에 이르러도, 열두 살 소녀가 친부에게 폭행당하고 계부와 친모 손에서 버려져 아동보호기관에 팽개쳐졌을 때마저 사회는 보호의 손길을 주지 못했다. 건강한 가정 없이 건강한 사회는 있을 수 없다. 사회안전망의 어느 부분에 구멍이 뚫렸기에 제때 작동하지 못하고 참극이 방치되는지 근본적 점검이 절실한 때다.
  • [그때의 사회면] 동심(童心) 울린 치맛바람

    [그때의 사회면] 동심(童心) 울린 치맛바람

    뜨거운 교육열은 ‘일류병’을 만들고 일류병은 치맛바람으로 이어졌다. 학부모들은 학교를 제집 드나들 듯했고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음성적 돈거래가 성행했다. 교육 당국이 음성 수입의 다과에 따라 초등학교를 특A, A, B, C, D 다섯 등급으로 나눌 만큼 대놓고 촌지를 주고받았다. 부유하고 적극적인 학부모는 대의원을 맡아 계를 만들고 돈을 모아 교사에게 공짜 곗돈을 전달했다. 돈이 없는 학부모도 자식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1학년과 6학년 담임이 인기였는데 그 학년 담임을 맡으려고 교사들끼리도 돈거래를 했다고 한다. 소풍 때 어느 여교사는 핸드백을 열어 놓고 학부모와 인사를 했다(경향신문 1965년 4월 5일자). 어느 교사는 학부모가 참관하는 성적 발표날에는 평소 들고 다니던 것보다 더 큰 핸드백을 들고 나왔다. 치맛바람은 온갖 잡부금을 만들어 냈다. 1960년대 초에 생긴 기성회비는 원래 교실난 해소를 위한 모금 성격이었다고 한다. 이것이 변질돼 ‘박봉의 선생님’을 돕자는 ‘후생비’를 거두기 시작했다. ‘담임교사 환영비’라는 것도 있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성의는 돈의 액수에 정비례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경쟁적으로 돈을 냈다. 가난한 집 부모들은 가슴에 멍이 들었다. 서울 영등포의 K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 대의원들이 집집이 돌아다니며 교사 생활보조금을 매월 거두고 다녔다고 한다(동아일보 1965년 11월 11일자). 정부 고관 자녀가 많았던 서울 D초등학교에서는 고관이 교장과 담임의 인사이동에까지 관여했다. 어느 문교장관은 자식이 일류 중학교에 떨어지자 다른 일류 초등학교 6학년에 재입학시켜 이듬해 기어이 합격시켰다고 한다. 어느 사립학교 교장이 출국할 때 학부모 100여명이 아이들 손을 잡고 김포공항에 나가 손을 흔들며 열렬히 환송했다(경향신문 1966년 6월 20일자). 치맛바람은 중학교 입학시험제와 관련이 있었다. 치맛바람의 극치는 1965년의 ‘무즙파동’이었다. ‘무즙’을 오답처리 하는 바람에 일류 중학교에 낙방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이 교육감 집 안방까지 들어가 농성을 벌였다. 교사들은 노골적으로 촌지를 요구하며 스스로 교권을 추락시켰다. 강원도 속초의 어느 교사는 치맛바람을 비판했다가 학부모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대구에서 시작된 ‘6학년담임헌장운동’이 확산되며 교사들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도서 지역 교사들은 ‘벽지교사헌장운동’을 벌였다. 치맛바람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평준화로 수그러드는 듯했지만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우리둘은1학년]반 모임 나갈까 말까 고민되나요?

    [우리둘은1학년]반 모임 나갈까 말까 고민되나요?

    [편집자주]올해 초등학교에 딸을 보낸 워킹맘이 학부모가 되면서 겪은 우여곡절을 연재합니다. 아는 동네 엄마 하나 없고, 사교육에도 문외한인 아웃사이더 엄마는 ‘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학교를 마친 딸은 놀이터를 지나치지 못한다. 그네든 정글짐이든 한참 타고 논 뒤에야 집으로 향한다. 아이가 노는 동안 나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소설책을 읽는다. 삼삼오오 모여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들을 곁눈질하면서…. 오랫동안 한동네에 살며 아이를 같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낸 엄마들의 친분은 두텁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관계는 더 돈독해진다. 우리 모녀처럼 다른 동네에 살다 온 사람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기자로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왔지만, 희한하게도 동네 엄마들에게는 선뜻 다가갈 수가 없었다. 속 터놓을 수 있는 ‘엄마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품었는데, 드디어 친구를 만들 기회가 생겼다. 바로 ‘반 모임’이다. 초등학교 학부모회 반 대표를 중심으로 같은 반 엄마들이 사적으로 만나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목적의 모임이다.반 모임에 대한 ‘선배 엄마’들의 평가는 두 부류로 나뉜다. “갈 필요 없어. 사교육 얘기만 하는데 정작 쓸모 있는 정보는 공유해주지 않아. 남의 집 아이와 우리 집 아이를 자꾸 비교하게 되는 것도 피곤해지지.”“초등학교 1학년 때 반 모임이 내내 유지되거든. 그러면서 영양가 있는 교육정보를 모을 수 있지. 엄마들이 친해야 아이들도 친해져서 학교생활이 편해져.” 부정과 긍정이 거의 반반이다. 신문 기사에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 많이 모인다. ‘반 모임은 엄마들의 허영과 과시욕이 넘치는 곳’이라는 선입견을 심을 수 있다. 누가 어떤 명품 가방을 들었나, 누가 비싼 외제차를 타고 나오나 훑어보며 경제력을 가늠하고, 자녀의 선행학습 진행 상황을 비교하거나 특목고 등 진학 정보를 얻으려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자리라는 편견도 있다. 올해 초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몇몇 장면처럼 말이다. 그러나 새로운 모임에 대한 호기심이 선입견을 이겼다. 무엇보다 혼자 초등학교 1학년을 키우는 일은 외로웠다. 학부모 동지를 사귀고 싶었다. 반 모임은 3월 초 학부모 총회에서 시작된다. 대게 총회에서 선출된 학부모회 반 대표가 반 모임을 주도한다.총회가 끝난 뒤 우리 반 대표는 A4 종이 한 장을 책상에 놓고 아이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담임 선생님은 개별 학부모의 연락처를 공유해주지 않는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반 대표는 총회 당일 저녁에 20여명의 엄마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초대했다.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엄마들도 알음알음 아는 엄마들을 통해 대화방에 들어왔다.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바쁜 3월이 지나면 ‘반 모임의 달’ 4월이 온다. 조용했던 단톡방도 슬슬 부산스러워진다. 첫 반 모임은 보통 브런치로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때쯤이면 동네 카페와 식당이 엄마들로 꽉 찬다. 반 모임 수요가 많아 예약을 잡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브런치 반 모임을 위해 워킹맘은 반차나 휴가를 내기도 한다. 사정이 있어 첫 반 모임을 놓치고 단톡방 후기로써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첫 모임에 다녀온 엄마들이 ‘정말 즐거웠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고 남긴 글을 보고 반 모임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센스 있는 반 대표는 곧바로 ‘밤 모임’을 제안했다. 워킹맘들을 위한 배려였다. 투표를 거쳐 날짜와 장소가 결정됐다. 2주 뒤 금요일 저녁이었다. 약속한 날이 되자 식구들 저녁을 서둘러 차려주고 오후 7시에 집을 나섰다.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아파트 단지의 호프집이었다. 집에 돌아온 시각은 자정이었다. 무려 5시간이 지났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 기분이었다. 엄마들의 입담에 쉴새 없이 웃고 처음 듣는 신기한 이야기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날 참석한 7명 중 4명은 첫 모임에 못간 워킹맘이었다. 아이를 여럿 키운 선배 엄마들이 대화를 주도했다. 담임 선생님의 경력, 반 아이들 동향, 학군 내 중학교와 고등학교 평판, 동네 학원강사들의 실력까지, ‘어쩜 그리 아는 게 많지’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첫 아이를 학교에 보낸 나와 비슷한 처지의 엄마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교과목 학원은 아직 먼일이라고 생각했건만, 엄마 대부분이 영어학원에 아이를 보내거나 조만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야무진 엄마들은 원생 수가 많은 학원과 근처에 새로 생긴 어학원, 특목중학교 입시 대비 수업을 해주는 전문학원 등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사교육 문외한인 나도 여러 번 등장하는 학원 이름에 어느덧 익숙해졌다.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다음 반 모임까지 잡은 뒤 헤어졌다. 다음 장소는 키즈카페. 주말 키즈카페 모임은 아이들과 함께 만날 수 있고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편하게 참석 가능하다는 장점이 크다. 그래서 동네 키즈카페는 주말 예약이 주말 예약이 두 달 후까지 꽉 차 있다고 한 엄마가 말했다. 반 모임 경험이 많은 또 다른 엄마는 애들 저녁 든든히 먹이고 일요일 밤 8~10시에 만나자고 했다. 그 시간대가 카페도 한산하고 다음날 학교 보낸 뒤 엄마들도 좀 쉴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역시 유경험자는 달랐다. 나를 비롯한 초보 엄마들은 경외의 눈빛을 보냈다. 반 모임은 반 대표와 엄마들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반 대표가 적극적이면 여러 차례 만나지만 소극적이면 한 번 정도 만나거나 아예 반 모임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비슷한 이유로, 호응을 잘 하는 엄마들이 많으면 활발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모임이 시들해지고 만다. 개인적으로 반 모임이 좋았던 이유는 내가 모르던 딸의 태도나 행동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 친구들이 딸과 겪은 일화를 엄마에게 전하고, 그 엄마가 나에게 전달해주는 식이었다.반 아이들 동향도 알게 돼 도움이 됐다. 유난히 장난이 심한 남자아이 때문에 두세 명이 힘들어하는데, 그 정보 덕에 딸에게 아이들이 싫어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함부로 다른 친구의 몸을 만지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줄 수 있었다. 그러면서 혹시 친구의 그런 행동에 괴롭고 힘들다면 주저 말고 엄마에게 말해달라고 당부했다. 반 모임에 나갈지 말지는 선택 사항이다. 내키지 않으면 안 나가면 된다.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엄마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분위기였다. 또 첫 모임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두 번째 모임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모든 모임에 꼭 나가야 친해지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나처럼 산후조리원 동기나 문센(문화센터) 동기, 유치원 동기 없이 외로운 육아를 견딘 엄마라면 초등학교 반 모임이 괜찮은 사교의 장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 클수록 학부모의 관계는 동료보다 입시 경쟁자로 변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1학년 때는 그래도 모임이 순수해요. 고학년으로 갈수록 반 모임도 안 하고 서로 데면데면하다니까요. 지금 만나서 친해지는 게 좋아요.” 다만 반 모임에 나가기 전 자신의 교육관이나 소신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보길 추천한다. 학부모 신분으로 만나는 이상 반 모임의 대화 주제는 교육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사교육 정보가 오갈 것이다. 나 같은 ‘팔랑귀’는 정보를 많이 입수할수록 고민이 많아진다. 이 공부도 시켜야 할 것 같고, 저 학원에도 보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소신이 뚜렷한 부모라면 자신의 교육관에 맞지 않은 이야기를 귓등으로 듣고 흘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 모임은 ‘조건부 추천’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다음주 주제는 자율휴업일과 개인체험현장학습 활용법입니다.
  • #오늘 식단 뭐지 #학교 자랑… 급식, 학교 갈 이유가 생겼다

    #오늘 식단 뭐지 #학교 자랑… 급식, 학교 갈 이유가 생겼다

    “급식에 1인 1랍스터 실화냐?” “학교에서 삼겹살을 구워 준다고?” ‘급식스타그램’(급식 식판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들썩거린다. 급식에서는 상상도 못할 특식 메뉴에 보기만 해도 맛깔나는 담음새를 뽐내는 학교들의 급식 사진들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정혜은(33)씨는 “학창 시절 급식 메뉴는 특별할 게 없었는데, 요즘 급식이 이 정도라니 놀랍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SNS에서 회자되는 ‘급식스타그램’이 실제 학교 급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따금 나오는 특식의 일부 메뉴만 부각돼 알려진다는 것이다. 수업료가 비싸거나 재단의 지원을 받는 일부 사립학교의 급식을 한정된 단가로 운영되는 대다수 학교의 급식과 비교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학교 급식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갈아 만든 딸기주스요!” “야야, 딸기 와플이라니까?” “햄 모듬찌개랑 충무김밥요.” 지난 2일 서울 성북구 길음중 급식실을 찾아 ‘제일 맛있었던 메뉴’를 묻자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이날 식단은 흑미 현미밥과 코다리살 강정, 바지락 미역국, 사과·감자샐러드, 후식은 초코설기떡케이크였다. 평범해 보이지만 학생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영양교사의 고민이 엿보였다. “학생들은 생선 반찬이 나오면 많이 남기는 편이에요. 그래서 생선살에 학생들이 좋아하는 치킨 양념을 더했죠.”(김혜인 길음중 영양교사)김 교사는 학교 요리동아리를 지도하며 학생들과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식단에도 반영한다. ‘소떡소떡’(소시지와 가래떡을 꼬치에 꽂고 구운 뒤 소스를 바른 간식)처럼 요즘 ‘핫’하다는 먹거리를 학생들에게 추천받아 식단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다음날(3일)에는 강황라이스와 빈달루커리, 탄두리치킨 등 인도음식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3학년 학생들에게 ‘급식의 의미’를 물었더니 초코설기떡케이크를 오물오물 먹으며 ‘엄지척’을 내보였다. “우리 학교의 자랑!”(이세연양) “삶의 낙이에요.”(김수완양) “학교 오는 이유요.”(전지원양) 뒤돌아서면 배고픈 10대들에게 급식은 학교 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2016년 경기교육청의 의뢰로 명지대 산학협력단이 도내 초·중·고교생 23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 급식 만족도가 1점 증가할 때 ‘학교 행복감’은 0.432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생들의 ‘급식 레시피 경연’을 그리는 tvN ‘고교급식왕’(6월 방영 예정)을 연출하는 임수정 PD는 “10대들에게 급식은 배를 채우는 식사 그 이상”이라면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이자 졸업을 하면 다시 경험하기 힘든 추억”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서비스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들이 NEIS에서 가장 많이 열람한 자료는 주간 식단(2742만 6000여건)과 월간 식단(2442만 7000여건) 등 급식 식단이었다. 학사 일정과 스포츠클럽 등 다른 자료들의 열람 건수가 0건에서 5000건 사이인 것을 보면 학생들이 NEIS를 이용하는 건 오로지 급식 식단을 확인하기 위함인 셈이다. “오늘 급식은 뭐지?”라는 궁금증은 ‘식단 알려주는 앱’이 해결해 준다. 개별 학교의 급식 식단을 확인할 수 있는 앱이나 위젯, 챗봇 등 모바일 서비스가 10여종에 달한다. 웹페이지 및 챗봇 개발 기업 ‘더블인터넷’의 박승한(19) 대표는 고교 1학년 때 급식 식단을 알려주는 챗봇 서비스 ‘급식몬’을 개발했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급식몬을 친구로 추가하고 자신의 학교를 등록하면 메신저 대화창에 식단이 나타난다. 박 대표는 “급식 메뉴를 확인하는 건 단순히 메뉴에 대한 궁금함이 아닌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즐거움 때문”이라고 말했다.10대들은 다른 학교의 ‘급식스타그램’에 열광하고 학교 급식에 대한 의견을 적극 내놓는다. 경기 파주 세경고와 전북 익산고, 서울 해성국제컨벤션고 등은 ‘급식스타그램’으로 전국 10대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SNS에서 공유되는 이들 학교의 급식에는 치즈 퐁듀, 가츠샌드, 에그타르트, 바질페스토 파스타 등이 등장한다. 유진솔(16)양은 “SNS에서 유명한 급식 메뉴를 보면 친구들과 ‘부럽다’며 댓글을 주고받는다”면서 “‘우리도 저런 메뉴 해달라’고 영양사 선생님께 말씀드리거나 급식 건의함에 의견을 낸다”고 말했다. 영양교사와 영양사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학생들은 대체로 고기와 튀김, 달콤한 디저트를 선호하지만 식생활 교육으로서의 급식은 ▲전통 식문화 계승 ▲친환경 식재료 사용 ▲영양 균형 ▲저열량·저염·저당 등의 원칙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경기 안양 삼성초 정명옥(전국교직원노동조합 영양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 영양교사는 “화려하고 맛있는 급식은 가공식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맛있는 급식’과 ‘교육 급식’의 딜레마에서 영양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정 교사는 “영양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에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간극을 좁히는 과정이 급식을 매개로 한 교육”이라며 “또 급식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넓히는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열린 급식’을 추구하는 학교들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의 공립학교는 조례에 의해 학교운영위원회에 급식소위원회 구성이 의무화돼 있다. 학부모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함이지만, 길음중은 여기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몇 안 되는 학교 중 하나다. 길음중 급식소위에는 학생회에서 추천한 학생 3명이 포함돼 학생들의 의견을 제시한다. “장어 반찬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원하는 학생들도 있으니 조리법에 변화를 주자” 같은 의견이 오간다. 급식 만족도 조사에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번 90%를 넘는 비결이라고 학교는 자부한다. 이두희 길음중 교장은 “급식에서도 학생 중심 교육을 실현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에서는 819개 학교에 ‘교육급식부’가 마련돼 학생들이 급식 운영 전반에 참여한다. 성남 운중고에서는 교육급식부가 매달 학생들을 대상으로 희망식단을 조사해 다음달 식단표에 반영된다. ‘세계음식의 날’, ‘절기음식의 날’ 등에 제공할 메뉴도 학생 의견을 수렴한다. 잔반 줄이기 캠페인과 전통 식문화 체험 등을 통해 바람직한 식생활에 대한 이해도 높인다. “도토리묵국을 처음 제공했는데 학생들이 생소했는지 많이 남겼어요. 그런데 이후 실시한 희망식단 조사에서 1위로 뽑혔어요. 꾸준한 소통 덕에 학생들이 전통 한식도 좋아하게 됐죠.” 구연희 운중고 영양교사는 “학생들이 원하는 메뉴를 제안하면서도 가공식품과 고열량 메뉴는 피하는 등 급식에 적합한 메뉴를 스스로 판단하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채식 인구의 증가와 함께 학교 급식에도 채식의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채식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요가 있는 데다 채식을 통한 건강 회복과 교육적 효과라는 장점도 있다. 광주 북성중과 전남공업고는 2012~2017년 주 1~2회 채식을 실시하는 ‘채식 선택 급식’을 운영했다. 광주 풍영초는 이 같은 채식교육을 실시한 뒤 학생 1000명 중 100명이 채식을 신청했다. 이후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학생 78.4%와 학부모 82.5%, 교사 90.2%가 ‘매우 만족·만족’이라고 답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자녀의 편식과 아토피나 비염, 면역계 질환 등의 개선을 장점으로 꼽았다. 채식 시민단체인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조길예(전남대 명예교수) 대표는 “채식을 통해 동물 학대 개선과 탄소 배출 감소 등 사회적 변화를 깨닫는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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