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1주년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의심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연예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의류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연세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770
  • 바다에 묻힌 진실 뭍에 떠오른 질문

    바다에 묻힌 진실 뭍에 떠오른 질문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이충진 지음/이학사/165쪽/9000원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조병희 등 지음/한울/264쪽/2만 2000원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정혜신·진은영 지음/창비/294쪽/1만 3800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의 국가적 비극 앞에 국민들은 망연자실했다. 하늘에 해경 헬리콥터가 떠 있고 텔레비전이 생중계를 하는 중에 아이들이 눈앞에서 스러져 갔다. 그럼에도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었던 우리 사회의 불합리함과 비윤리성, 무력함은 대한민국의 지성들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뼈아픈 성찰의 결과물들이 세월호 1주년을 맞아 서점가에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그날 이후 나의 일상은 송두리째 무너졌다”고 고백하는 이충진 한성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우리가 반드시 숙고하고, 긴 호흡으로 대해야 할 문제들을 철학의 눈으로 성찰했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에서 그는 국가, 시장, 도덕, 한국사회의 특성 등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중요하게 떠오른 몇가지 사항들을 철학적 시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가 먼저 주목하는 것은 ‘국가란 무엇인가?’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가 목격한 대한민국은 홉스가 생각했던 ‘국민을 보호하는 기관’도 아니었고, 루소가 생각했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권력’도 아니었다. 심지어 ‘국가는 국민의 부모와 다름없다’는 전근대적 국가도, ‘부모가 아이를 보살피듯 국민을 보살펴야 한다’는 공자의 국가도 아니었다고 한탄한다. 저자는 세월호 침몰에서 확인된 대한민국의 실체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질타한다. 세월호 침몰 이전의 국가권력 또한 철저히 선택적으로 작동해 국가권력이 모든 국민의 이익을 위한 공적 권력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대신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소수만의 국가였다고 주장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월호 침몰 ‘이후’의 한국사회다. 저자는 이름 없는 다수에게서 희망을 본다. 인간 존엄성을 중시하는 사회, 자유·평등·연대라는 근대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 인간 친화적인 공동체, 그곳을 향한 그들의 노력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음에 일말의 희망을 건다. 이 교수는 ‘외면’이 아닌 ‘대면’으로, ‘망각’이 아닌 ‘기억’으로 ‘세월호의 이후’를 만들자고 간곡히 호소한다. ‘지금 여기’의 철학에 대해 질문하는 게 과제해결의 출발점이며 세월호 이후를 우리의 건강한 미래로 만들 때 비로소 세월호 슬픔을 진정성 있는 슬픔으로 보존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는 세훨호 참사를 사회학의 시각에서 분석한 책이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장덕진 소장(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을 비롯한 8명의 저자들은 사회학자이자 살아남은 이로서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던진 무거운 질문에 답을 찾아간다. 저자들은 수많은 생명들을 무기력하게 떠나보내고 나서 진상규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의 곳곳에 우리 사회의 ‘공공성’ 문제가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밝히며 공공성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얽혀 있는 문제점을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세월호 참사로 대표되는, 한국에서 반복되는 재난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회과학적 개념과 분석법을 동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공공성 및 위험관련 지표를 분석하고 세계 가치관 조사 자료를 활용해 각국 국민들의 가치관을 분석했으며 비교대상이 된 나라들의 현지 전문가 50명을 만나 인터뷰도 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성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공공성의 하위영역에 속하는 공익성(30위), 공정성(30위), 공민성(29위), 공개성(28위)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또 세계 가치관 조사를 통해 본 한국인은 ‘우리보다 나 자신의 성공을 중요하게 여기고, 타인을 배려하기보다 나의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지지’하는 경향을 강하게 띤다. 저자들은 공공성이 높은 국가에서 위험수준이 낮고 위험관리 역량은 높다는 사실을 검증한다. 더불어 위험수준과 위험관리 역량은 공공성 성격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점도 밝힌다. 저자들은 한국이 심각한 공공성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배제적 자유주의 공공성의 성격이 강해 위험에 취약하다고 진단하고, 공존의 가치가 공유되고 사회적 합의의 틀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한국 사회는 세월호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는 안산에 치유공간 ‘이웃’을 마련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아픔을 보듬고 있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정혜신이 시인 진은영과 사회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할 지를 놓고 나눈 대화이다. 두 사람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 새겨진 상처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살피며 재난과 폭력을 겪은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과 이웃들, 나아가 우리 모두의 아픔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이들은 모든 피해자들이 슬픔을 온전히 완료할 수 있도록 이웃과 공동체, 사회 전체가 마음을 함께 나누고 서로에게 치유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서울 지하철 9호선 공사 안전점검

    서울 지하철 9호선 공사 안전점검

    이완구(맨 앞)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앞두고 서울 송파구 방이동 지하철 9호선 공사 현장을 찾아 싱크홀 사고 등과 관련한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이 총리는 “부실 공사는 반인륜 행위”라며 “잇따른 싱크홀 문제 등으로 인한 국민 불안을 없애도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시공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일베 ‘세월호 촛불 기네스북’ 도전에 조롱 댓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세월호 기네스북’ 사이트를 댓글로 집중 공격해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오후 세월호 기네스북 사이트의 참여자 한 줄 의견란에는 세월호와 관련된 사람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을 조롱하는 댓글과 욕설 수백개가 달렸다. 이 사이트는 오는 17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서울광장에서 시민 4160명이 촛불로 만드는 세월호 형상이 기네스북에 등재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오후 6시 40분쯤부터 ‘노(盧)무 노(盧)무 슬프네요ㅜㅜ’, ‘왜 그러고 다니세요. 한심할 뿐입니다. 작작하세요 ㅋㅋ’, ‘배고프지? 엄마랑 오뎅 먹자!’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행사 관계자는 “추모 분위기를 이처럼 조롱하는 일베의 행태를 국민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고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문화마당] 남은 자의 기억/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남은 자의 기억/김재원 KBS 아나운서

    영화는 비교적 저렴하게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의 하나다. 책과 비슷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전혀 다른 감동과 여운을 누릴 수 있다. 책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볼 수 있지만 영화는 일정 시간을 몰아서 투자해야 한다. 나의 독특한 취미 중에 하나는 계절에 한번쯤 영화를 몰아 보는 것이다. 하루 일정이 온전히 비는 날 영화 네다섯 편을 같은 극장에서 연이어 본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올해 나만의 봄 영화축제에 초대된 작품은 ‘포스마주어’, ‘이미테이션게임’, ‘살인의뢰’, ‘소셜포비아’였다. 스웨덴 영화 ‘포스마주어’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가족 여행에서 사소한 사건이 감정에 미치는 여파를 잘 그려 냈다. ‘이미테이션게임’에서는 천재의 애환과 전쟁의 이면을 재밌게 들여다봤다. ‘살인의뢰’와 ‘소셜포비아’는 기대 반 의심 반으로 봤다. 배우 값으로 기대했고, 한국형 스릴러에 대한 선입견으로 의심했다. 두 영화의 줄거리는 네 편의 영화를 보고 나서 걷는 주말 밤 거리를 스산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걸으면서 되새긴 두 편의 영화는 같은 영화였다. 하나는 오프라인, 다른 하나는 온라인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다를 뿐이었다. ‘살인의뢰’는 연쇄 살인마에게 임신한 아내를 잃은 남편의 비애, 유일한 피붙이인 여동생을 잃은 경찰 오빠의 갈등을 잘 그려 내고 있다. 결국 무기력한 경찰은 희생자의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연쇄 살인범은 교정시설에서 호의호식한다. 이 사회가 사건을 얼마나 빨리 잊는지, 희생자 가족은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하며 비극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남은 자의 시선으로 그려 냈다. ‘소셜포비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녀사냥 때문에 자살한 여성을 둘러싼 주변인의 반응을 그렸다. 온라인에서 자행되는 언어폭력과 사회 방출의 실상과 동시에 사망자를 둘러싼 주변인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온라인 폭언의 폐해를 역설하고 있다. 두 영화의 공통적인 소재는 누군가의 죽음이다. 살인마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 임신부, 마녀사냥으로 자살을 선택한 인터넷 논객의 죽음을 둘러싼 남은 자의 잊히지 않는 기억과 비극적인 반응이 두 영화가 강하게 전달하는 메시지다. 두 영화 모두 경찰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세상은 죽은 자에게 먼저 관심을 보인다. 그 관심은 곧 죽인 자에게로 흘러간다. 남은 자들은 스쳐가는 관심 외에는 아무런 위로도 받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이 남아서 평생 품고 살아야 하는 아픈 기억들은 아무도 헤아려 주지 않는다. 어머니가 간암으로 투병하시고, 아버지가 중풍으로 병원에 오래 계셨기 때문에 나는 간병하는 보호자 생활이 자연스러웠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오래되는 요즘도 누군가의 병문안을 가면 환자만큼이나 보호자에게 마음이 쓰인다. 새우잠을 자야 하는 보조침대가 먼저 보이고 대충 때우는 끼니가 안타까워 도시락을 들고 가기도 한다. 환자만큼 황당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보호자의 마음은 흔한 위로의 대상은 아니다. 수많은 사건 사고에서 진정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은 죽은 자도, 죽인 자도 아닌 남은 자일지도 모른다. 남은 자들의 아픈 기억은 그 어떤 것으로도 지워지지 않으며 세상이 그 사실을 잊어 가는 현실이 남은 자들에게는 야속하기만 하다. 세월호 사건 1주년을 앞두고 희생자의 남은 가족들은 아직도 애통하다. 실종자 가족들의 기억은 아직도 팽목항 앞을 떠돈다.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노란 리본들은 근근이 명맥을 이어갈 뿐이다. 아직도 아무것도 해 줄 것 없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한 위로는 기억이다’라는 허망한 문장을 되새겨 본다.
  • 그가 그리울 때쯤… 봄바람이 불어왔다

    그가 그리울 때쯤… 봄바람이 불어왔다

    ‘광화문 연가’, ‘사랑이 지나가면’, ‘소녀’, ‘옛사랑’ 등 숱한 히트곡으로 1980~90년대 가요계를 풍미한 한국 팝발라드의 시초 이문세(56). 그가 7일 정규 15집 앨범 ‘뉴 디렉션’을 냈다. 무려 13년 만이다. 요즘 가요계야 10~20대 아이돌 그룹이 대세다. 80년대 절정을 누렸던 기억들은 새로운 음악 작업에 오히려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이문세다. 철 지난 가수가 될 수도, 복고적 흐름에 머무를 수도 없었다. 14집 이후 새 앨범을 내기까지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새 앨범 음악감상회에서 그는 “과거 영광을 내려놓고 새로운 음악, 새로운 삶을 살아 보자는 제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라고 이번 앨범을 소개했다. 새 앨범이 파격적이거나 한 것은 아니다. 대신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여러 면에서 감지된다. 가장 큰 차별점은 창법이다. 과거 멜로디를 강조하기 위해 두드러졌던 가창력은 그가 지닌 음악적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감정을 전달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문세스러운 창법이라고 하면 ‘옛사랑’처럼 툭툭 시를 읊조리거나 ‘그녀의 웃음소리뿐’처럼 샤우트 창법으로 크게 내지르는 것을 생각하시는데 이번에는 편곡과 음악의 흐름에 섬세하게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과거 명콤비였던 고 이영훈 작곡가와 작업하며 숱한 히트곡을 발표했던 그는 이번에 국내외 작곡가들로부터 200여개의 곡을 받아 그중 9곡을 직접 추렸다. 진짜 ‘이문세표 음악’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노영심, 조규찬 등 유명 작곡가뿐만 아니라 뉴아더스 등 신예들의 음악도 포함돼 있다. 특히 그는 후배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 타이틀곡인 ‘봄바람’은 러브홀릭의 강현민이 작곡한 곡으로 나얼이 피처링을 맡았다. 기타, 베이스, 드럼이 조화를 이루면서 도입부의 코러스부터 경쾌한 봄의 기운이 묻어나는 ‘봄 캐럴’ 같은 곡이다. 그는 “나얼이 처음부터 앨범에 참여 의사를 밝혔고 그가 이 곡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를 줬다”면서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노영심이 작곡하고 스스로 작사한 ‘그녀가 온다’는 슈퍼주니어의 규현과 함께 부른 듀엣곡. 그의 히트곡 ‘깊은 밤을 날아서’처럼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처음에 이 곡을 혼자 불렀는데 밋밋하고 힘이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마침 규현이 제 노래를 리메이크한 인연으로 같이 불렀죠. 아무리 후배 덕 좀 본다고 하더라도 음악으로 서로 누를 끼치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규현이 여러 가지 버전의 하모니를 연구하고 꼼꼼하게 악보를 준비해 와서 놀랐어요.” 이 밖에도 피아니스트 김광민과 재즈 전문 아티스트 송영주 트리오 등 장르를 뛰어넘는 컬래버레이션으로 음악적인 다양성을 넓혔다. 그는 지난해 갑상선암이 재발해 수술을 받았다. 목소리를 잃을 것을 우려해 성대 가까이에 있는 암세포를 완벽하게 제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건강에는 전혀 문제없다며 밝게 웃는 그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홈레코딩 방식으로 녹음했다. “수술의 후유증은 전혀 없었어요. 노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날의 컨디션이죠. 녹음실을 잡아 놨는데 쉰 목소리가 난다면 치명적이잖아요. 그래서 작업실을 집처럼 꾸며 놓고 컨디션이 최상일 때만 마이크를 잡았어요.” 가장 이문세표 발라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은 ‘사랑 그렇게 보내네’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심정을 담은 곡으로 세월호 1주년을 맞는 시점과 묘하게 들어맞는다. “작사가가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쓴 곡인데 부모, 자식, 연인에게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아픔을 담았어요. 저 역시 세월호의 한 장면만 떠올려도 울컥해서 노래를 못하는 상황이었죠. 꼭 세월호를 의식하고 만든 곡은 아니지만 그들에 대한 위로를 비롯해 우리가 만나고 싶지 않은 슬픈 감정을 담았습니다.” 앨범에는 30년 넘게 음악 활동을 한 가수로서 그의 속내도 엿보인다. 그가 직접 작사한 ‘무대’에는 ‘사람 가고/나는 남고/어둠은 이렇게 오고/세상은 이렇게 가고’라는 대목이 나온다. “누구나 인생의 무대에 서는데 스포트라이트가 화려하게 비출 때도 있고 빛이 스멀스멀 빠져나가 저무는 시절도 있기 마련이죠. 퇴장을 아름답게 하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모든 것을 섭리에 맡겨야죠.”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사설] 세월호 참사 1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 그것은 단순한 개인 차원의 비극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하늘을 부르며 목놓아 울어도 모자랄 민족사의 통한이다. 영문도 모른 채 300여명의 목숨이 스러져 갔다. 졸지에 가족을 잃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고통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참사 1주년을 앞두고 마침내 눈물의 삭발식까지 거행했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세월호 선체 인양을 선언할 때까지 배·보상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는 게 그들의 한결같은 요구다. 우리는 이미 본란을 통해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관제’ 시행령안의 부당함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주 느닷없이 불거진 정부의 세월호 피해자 배·보상금 산정 기준 또한 일 처리의 선후 절차로 봐도 결코 정상적인 수순은 아니라는 점에서 거둬들여야 마땅하다고 본다. 유족들은 즉각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해 농성하는 것처럼 호도하려는 것”이라며 피해자와 가족을 돈으로 능욕하지 말라는 격한 감정을 토로하고 나섰다. 세월호특위 구성 시행령에 대해서는 제1야당 대표가 “진상규명을 막으려고 작심한 듯하다”는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 정부의 세월호 진상규명 의지는 혹독한 시험을 받고 있다. 혹시라도 돈 문제를 앞세워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진상규명을 흐지부지 끝낼 요량이 아니라면 정부는 보다 분명한 어조로 세월호 문제 해결의 의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세월호 문제의 핵심이 선체 인양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면 실종자 가족과 전문가의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서 선체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지만 인양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점에서 일응 진전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에 앞서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 유기준 장관은 세월호 인양 여부를 결정할 구체적 여론수렴 방식과 관련, “여론조사가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언론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 많게는 8명이 선체를 인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을 떠나 여론조사로만 보면 세월호 선체 인양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처럼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세월호 선체 인양과 관련한 정부 용역 결과가 나와야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인양 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뤄 왔다. 인양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을 감안하면 정부가 선뜻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게 인양을 결정해 골든타임이라도 놓친다면 이보다 더 난감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선체 인양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정부가 인양을 통한 진정성 있는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세월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대개조’라는 거창한 수사까지 동원하며 추진했던 사회적 적폐 해소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결단의 시점이다.
  • 朴대통령, 기술·여론 전제로 인양 첫 공론화… 괴담 차단도

    朴대통령, 기술·여론 전제로 인양 첫 공론화… 괴담 차단도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선체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면 선체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선체 인양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했다. ‘기술 검토 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인양을 최종 결정한다’는 정부의 원론적 입장에서 좀 더 인양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여야 대표와의 3자회동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인양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의지를 표명해 줬으면 좋겠다. 대통령께서 챙겨 주시면 좋겠다’고 하자 “지난해 세월호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해체할 때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잘하기로 한 만큼 그 논의를 잘 지켜보면서 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공론화의 수순으로 실종자 가족 및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와 여론 수렴을 제시했다. 기술적으로 선체 인양이 가능하다는 걸 전제하더라도 ‘수중묘역 조성’에 대한 의견도 있음을 청와대는 인식하고 있다. 세금 사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과정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사안의 공론화는 선체 인양의 정치 쟁점화를 일정 정도 차단하는 역할도 예상된다. 세월호 사고 1년을 앞두고 일각에서 “정부가 인양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고 세월호 유가족은 삭발 농성에 돌입했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의견 수렴의 방법을 여론조사로 하자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등 일각의 제안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소모적 논쟁으로 인한 국론분열 가능성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이지 여론조사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대국민 담화 발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담화를 한 차례 발표했기 때문에 1주년 때 다시 담화를 발표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는 지난해처럼 세월호 사건이 괴담을 양산하고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는 일에 악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1주년에 박 대통령이 어떤 행사에 참석할 것인지 등을 놓고 숙고하고 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여야 자원국조·공무원연금 ‘빅딜’할까

    4월 임시국회가 오는 7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민생 법안 등 쟁점 현안이 수두룩한 데다 4·29 재·보궐 선거와 맞물린 여야의 주도권 다툼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장 임시국회 첫날인 7일부터 여야의 기싸움이 예상된다. 이날 활동이 끝나는 국회 해외자원국정조사특위의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박상옥 대법권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열린다. 임시국회 순항에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우선 국조특위는 여야가 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입장차가 뚜렷해 돌파구 도출이 쉽지 않다. 다만 여당의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정상 가동 문제와 야당의 국조특위 기간 연장 요구를 놓고 ‘빅딜’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72일 만에 열리는 인사청문회에서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연루 여부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가열될 수 있다. 인사청문회 이후에도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국회 본회의 표결 등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또 8일과 9일에는 지난 2월 초 나란히 임기를 시작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각각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다. 유 원내대표와 문 대표 모두 경제·민생 문제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유 원내대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 문 대표는 최저임금 및 법인세 인상 등 경제 정책 전환에 각각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연설은 여야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 간 충돌 지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13~16일 나흘간 열리는 대정부질문에서는 세월호 참사 1주년(16일)과 맞물려 선체 인양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 등이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최근 노사정위원회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사드(THAAD·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등의 논란도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임시국회 막바지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 있다. 공무원연금개혁특위와 실무기구가 6일부터 가동에 들어가지만 정부와 여당, 야당, 공무원노조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합의안 통과 여부를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 밖에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할 국회 정치개혁특위 활동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단독] [여론조사-세월호 참사 1년] 1년이 흘렀지만…10명 중 7명 “세월호 소식 관심”

    세월호 참사 1년이 다가오지만 여전히 국민 10명 중 7명은 세월호 관련 소식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관련 소식에 얼마나 관심 있는지 물어본 결과 ‘매우 관심이 있다’(18.3%)와 ‘관심이 있는 편이다’(57.1%)로 응답한 비율이 75.4%를 차지했다. 이는 ‘관심이 없는 편이다’(19.3%), ‘전혀 관심없다’(3.0%)로 답한 비율보다 53.1% 포인트 높은 비율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다가오면서 보상문제와 특별법시행령과 같은 이슈가 부각되면서 관심이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성과 연령에 따른 구분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관심을 보인 이유에 대해 ‘진실규명이 명확하게 되는지 보기 위해서’(34.5%)라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국가적 재난으로 당연한 일이어서’(28.0%), ‘유가족과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27.1%), ‘정치·사회적 파급효과가 클 것 같아’(5.6%), ‘언론보도가 줄어들어 더 관심이 생겼다’(3.8%)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광주와 전라도 지역의 관심도가 83%로 가장 높았으며 전업주부(78.6%) 역시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전업주부의 관심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 학생이어서 자녀를 둔 주부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83.3%), 진보성향(80.4%)에서 세월호 사건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심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45.2%)이라고 대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일부 유가족의 폭행사건 등 부작용 때문’(29.9%),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해 잘 해결될 것 같아서’(9.2%), ‘언론보도가 줄어서’(7.5%), ‘처음부터 별 관심없었다’(7.2%)의 순으로 답했다. 세월호 관련 관심을 가장 낮게 보인 지역은 대전·충청 지역(26.8%)으로 나타났으며, 자영업자(24.8%)도 관심도가 떨어졌다. 새누리당 지지층(24.0%), 보수성향(26.3%) 역시 상대적으로 세월호 사건에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세월호 참사 1년] ‘통곡의 팽목항’ 다시 가 보니

    [세월호 참사 1년] ‘통곡의 팽목항’ 다시 가 보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우리 곁으로 빨리 돌아와 줘.“ 지난 1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 난간 곳곳엔 실종자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진달래, 유채꽃 등이 흐드러진 새로운 4월이 찾아왔지만 세월호 참사로 생채기를 입은 사람들은 그대로다. 난간에 매달린 각종 사진과 리본 등은 점점 빛이 바래간다. 방파제 입구엔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남겨진 9명의 사진이 걸려 있다. 권재근씨와 그의 아들 혁규군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보는 이의 가슴을 저민다. 교사 고창석·양승진씨, 단원고생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군, 이영숙씨 등도 돌아오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인 권오복(60)씨는 “하루빨리 선체가 인양되길 애타게 기다린다”며 “지금껏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를 더 믿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방파제 입구엔 인근 섬을 오가는 주민들이 배 시간을 기다리느라 서성일 뿐 인적이 드물다. 1년 전쯤 통곡과 앰뷸런스, 언론매체, 자원봉사자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유가족 임시 숙소, 분향소, 식당 등이 있는 공터와 방파제 사이 500m 남짓한 구간도 한산하다.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사회·종교 단체 등이 추모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삐 움직인다. 추모 공간으로 변한 폭 7~8m, 길이 200m가량의 방파제는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만 쌓여 있다. 양측으로 내걸린 노란 리본 물결 사이 사이엔 인공 구조물들이 들어섰다. 서남쪽인 맹골수도를 향해 차려진 나무 밥상엔 누군가가 놓고 간 캔 음료수, 초콜릿, 바나나 등이 전날 내린 빗물에 젖어 있다. 고등학생들이 좋아하는 신발, 액세서리, 묵주 등도 한곳에 놓여 있다. 조도 가는 배를 기다리다가 방파제에 들른 김영주(64·조도면 신웅리)씨는 “실종자 사진을 보면 절로 눈물이 난다”며 “세월호 사고가 우리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지만 유가족들의 슬픔에 비하겠느냐”고 고개를 떨궜다. 방파제 끝엔 빨간색 ‘하늘나라 우체통’이란 설치 작품이 있다. 구원과 새 생명의 열망을 담은 노아 방주를 본떴다. 바로 뒤편엔 병아리 모양의 철골 구조물과 붉은색의 등대가 덩그러니 서 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를 실종자를 기다리듯 방파제 너머로 넘실대는 파도와 마주한다. 방파제 중간쯤엔 사각형 모양의 타일들이 붙어 있다. 타일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문구와 그림이 있다. 조만간 완공되는 ‘천개의 타일로 만드는 세월호, 기억의 벽’이란 추모 작품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발표한 이후 대부분 유가족과 관계자 등이 철수하면서 팽목항은 겉으론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다. 실종자 2~3가족, 안산시청과 경기교육청 파견 인력, 경찰 등이 인근 공터의 가건물과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현장을 지킨다. 그러나 주변 상권과 수산업은 몰락하다시피 했다. 병풍도와 동·서거차도 등 주변 섬사람들은 미역과 톳 등 수산물을 오염으로 제때 수확하지 못하거나 했더라도 ‘진도산’이란 이유로 판로가 막혔다. 항구 주변의 민박집과 식당, 슈퍼마켓 등도 거의 장사를 하지 못해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방파제 입구에서 만난 여연수(49· 동거차도)씨는 “지난해 봄 이후 사고해역 인근에서 많이 나는 조기, 갈치, 병어 등을 잡지 못했다”며 “진도곽 등 해조류를 채취해 살아가는 주민들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팽목 선착장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60·여)씨는 “사고 이전에는 관광객들로 식당이 북적였으나 1년간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진도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빛과 은총 필요한 때… 세월호 유족도 치유받기를”

    “빛과 은총 필요한 때… 세월호 유족도 치유받기를”

    기독교의 최대 축일인 부활절을 맞아 5일 전국의 성당과 교회에서 부활절 미사와 예배가 열렸다. 전국 천주교회는 지난 4일 저녁 부활 성야 미사를 연 데 이어 이날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열었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낮 12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염 추기경은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오늘날의 세상은 부활하신 주님의 빛과 은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며 우리 역시 평화를 위해 십자가를 지고 희생할 각오를 하자”고 전했다. 염 추기경은 특히 세월호 1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이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유가족들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개신교계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 주관으로 각각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서울 중앙루터교회,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부활절 예배를 열었다.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는 또 광화문 광장에서 ‘곁에 머물다’를 주제로 예배를 열었다. 인천에서는 1885년 4월 5일 미국 감리교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가 제물포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것을 기념해 관련 기념행사가 열렸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어리석은 폭력사태’를 끝내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이날 정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발표한 부활절 강복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로마와 온 세상에)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비가 내리는 속에서 가톨릭 신자와 순례자 등 수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진행된 부활절 미사에서 교황은 최근 타결된 이란 핵협상이 “더 안전하고 우애 있는 세계로 향하는 결정적인 걸음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세월호 1년] 與 “당과 논의되지 않은 정부 결정”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수정 권고

    여야가 3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에서조차 ‘당과 논의되지 않은 결정’이라며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을 수정 권고할 뜻을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유가족은 시행령 철회를 주장하고 있어 세월호 참사 1주년를 앞두고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야당과 유가족은 공무원이 주도하는 진상조사 업무, 정부 발표 내용으로 한정된 조사범위, 조사인원 축소 등에 항의하며 시행령 전면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공무원들의 조사 권한이 너무 강해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 등에 대해서는 유족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에 부분적 수정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행령 철회에 대해서는 “행정부의 영역”이라며 사실상 어려움을 표시했다. 다만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특위 사무처 인력을 120명에서 90명으로 축소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정부는 세월호 유가족이 언급한 바와 같이 인력문제로 진상규명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120명의 인력구성 한도 내에서 효과적으로 운용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정부의 시행령 철회를 고수했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지 일주일이 다 돼 가는데 정부는 철회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라면서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국민과 유가족들은 알 권리가 있고,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는 정부의 시행령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에 “국회의 이름으로 시행령 철회를 함께 주장하자”고 제안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정부의 인양 딜레마…‘부식·날씨·예산’

    정부의 인양 딜레마…‘부식·날씨·예산’

    9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한 세월호의 인양 작업이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기술적 검토 작업이 5개월째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인양까지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앞두고 정부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있는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1년가량 바다에 잠겨 있던 세월호의 부식 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체 부식이 심해 쇠사슬을 감아올리기 쉽지 않은 데다 부이를 부착해 배를 인양하는 방식은 대형 여객선인 세월호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배를 인양하려면 누워 있는 배를 세워야 하는데 배에 쇠사슬을 걸기가 쉽지 않고 이때 남아 있을지 모를 실종자들의 시신이 화물들의 이동에 따라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천안함과 같은 전함은 날렵하고 튼튼한 데다 두 동강이 난 상태여서 들어 올리기 쉬운 상태였지만, 세월호는 넓고 선체 재질이 약한 데다 조류마저 거세 인양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인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수부는 파고 2m 이상, 풍속 10m/s면 작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선체 인양을 위해 쇠사슬을 거는 데 4~6개월이 걸린다”면서 “문제는 태풍 등 기후적 요건이 악화되면 설치를 못하거나 해 놓은 것도 철수해야 돼 인양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취재 결과 인양 확정 시 기간은 1년, 비용은 1000억~1500억원이 들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세월호를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쇠사슬이 끊어지는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원인 분석에 따른 기간 장기화는 물론 재설치에 따른 예산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는 점이다. 인양업체 선정과 관련해서도 국내 인양업체는 경험이 없고 해외 굴지의 인양업체들은 해역 여건상 쉽지 않다고 판단해 나서길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TF팀은 국내외 인양업체 컨소시엄 형태를 모색하고 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진상 규명 전에 배·보상안 내놓는 것은 물타기”

    “진상 규명 전에 배·보상안 내놓는 것은 물타기”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보름 앞둔 1일 정부가 발표한 희생자에 대한 배상·보상 지급 기준에 대해 유가족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배·보상안부터 내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원고 2학년 고 유미지양 아버지 해종(55)씨는 “이번 배·보상안은 정부가 유가족을 교란시키려고 내놓은 안”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진상 규명, 선체 인양, 세월호특별법 정부 시행령안 폐기가 먼저 진행돼야 하는데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뜬금없이 배·보상안부터 나왔다”면서 “우리 가운데 생계가 곤란한 이도 적지 않지만 도와 가며 끝까지 가자는 것이 유가족 대부분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다른 단원고 희생자 어머니(49)는 “자식의 목숨을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지 배·보상안 발표 소식을 듣고 종일 슬펐다”며 “단순 교통사고처럼 처리할 거면 뭐하러 특별법을 제정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월호 유족 법률대리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진상 규명이 선행돼야 그 결과에 따라 배·보상이 정리되는 것인데 왜 서둘러서 발표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유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위해 정부를 압박해 나가는 시점에서 보상안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민주화운동으로 배상을 받은 사람들이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로 다시 국가에 손해배상 소송을 내도 각하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제대로 된 진상 규명부터 하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 희생자 가족도 정부를 성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성식 전 세월호 일반인 대책위 부위원장은 “정부가 내놓은 안을 보면 마치 세월호 참사를 단순 교통사고처럼 생각해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참사는 해운사의 무리한 구조 변경, 당시 허가를 내준 정부부처와 유관기관, 승선자들을 구출하지 못한 해경 등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정부는 세월호 1주기 전에 인양문제 밝혀야” 유승민, 연일 정부정책에 ‘쓴소리’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연일 정부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강한 여당론’을 주창하며 정책 중심에 ‘당’이 있어야 한다는 그의 소신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4·29 재보선을 앞두고 민심에 무심한 정부를 향한 답답함도 배어 있다는 인식이다. 유 원내대표는 31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1주년를 앞두고 “당 대표나 저나 인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오늘 (인양에 대한) 기술적 검토가 끝나는 날이고 정부가 세월호 1주기 이전에 인양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원내대표 선출 후인 지난 2월 면담했던 세월호 유가족과도 이날 다시 만나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유 원내대표는 주요 정책마다 ‘내부 비판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날에는 정부가 20조원 규모의 추가 증액을 결정한 안심전환대출에 대해 ‘로또’라는 표현을 쓰며 형평성 문제를 정면 거론했다. 이날도 “어제 정부 보고에서 중산층의 대출 갈아타기에 대한 일부 대책은 있지만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서민 대책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에 대해서는 여당 내 “민심 이반의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원내대표가 할 말을 했다”는 공감이 적지 않다. 정부가 오락가락했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도 이날 당정 협의를 통해 기존 방식을 폐지하고, ‘당월보수 당월부과’ 및 12개월 분납을 도입하며 쐐기를 박았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당정 갈등을 회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일인데다 더 이상 여당이라고 정부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두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오늘의 눈] 뫼비우스의 띠를 끊으려면/김소라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뫼비우스의 띠를 끊으려면/김소라 문화부 기자

    여름 휴가차 대만을 찾았던 2013년 7월은 한 육군 상병의 의문사 사건이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시점이었다. 전역을 앞둔 상병이 군기교육을 받다 사망한 이른바 ‘훙중추 사건’이었다. TV 뉴스는 하루 종일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고, 시민들은 하얀 셔츠를 입고 총통부 앞 거리를 점령했다. 여행 중 만난 대만 친구들은 “내일 당장 거리로 뛰어나갈 것”이라며 침울해했다. 1년 뒤 한국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이 두 차례나 일어났다. 어느 병장은 동료들에게 총을 난사했고, 또 어느 일병은 가혹 행위를 당하다 사망했다. 둘 다 군대 내 집단 괴롭힘이 원인이었다. 대만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여론은 들끓었지만, 결과적으로 변한 건 없었다. 대만은 ‘훙중추 사건’을 계기로 여야가 합의해 군사재판의 시대를 마감했다. 그러나 한국은 두 차례의 홍역을 겪고도 치료법을 찾지 못해 군대 내 성폭력, 가혹 행위, 자살은 지금까지 줄을 잇고 있다. 갑자기 2년 전의 기억을 더듬는 건 과오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돌이표 안에 갇혀 버린 한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종종 덜컹거리기는 했지만 역동적으로 발전해 나간다고 생각했던 한국 사회는 2008년 광우병 파동을 기점으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다. 정부는 국민과의 사이에 담벼락을 쌓은 지 오래고, 시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떠도는 파편화된 문장들에 ‘좋아요’를 클릭하는 소극적인 네티즌이 됐다. 그런 사이 한국 사회에는 퇴행적인 사건사고들이 잇따라 일어났고 그 정점은 세월호 참사였다. 걷고 걸어도 제자리인 뫼비우스의 띠 위에 놓여 있는 것이다. 최근 연극계에서는 2008년부터 국정원의 대선 개입, 세월호까지 한국 사회를 뒤흔든 일련의 사건들을 파노라마처럼 돌아보는 작품 두 편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달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과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한 이강백 작가의 신작 ‘여우인간’이 그것이다. 두 연극은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한국 사회가 갇혀 버린 뫼비우스의 띠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뿔’은 허상으로 진실을 가리는 이들과 허상을 우루루 쫓는 이들을 풍자한다. ‘여우인간’ 속 한국 사회는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모든 문제를 자신들을 홀리는 여우 탓으로 돌린다. 두 연극이 그려 내는 한국 사회의 자화상은 하나다. 사회가 기울어져 간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사회를 다시 세울 이성과 현실 인식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앞두고 다시 2년 전의 대만 여행이 떠오른다. 내 눈에 비친 당시의 대만 시민들은 의지와 동력이 넘쳤고, 그런 시민들의 요구를 즉각 받아들인 대만 정부는 뚜렷한 현실 인식이 있었다. 한국 사회도 이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 논리와 이념, SNS 속 허상에서 벗어나 세상을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 사회가 뫼비우스의 띠를 끊기 위해서도 2015년 4월은 그 어느 4월보다도 치열한 시간이어야 한다. sora@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악마의 딸’ 마린 르펜, 엘리제궁 호시탐탐

    [글로벌 인사이트] ‘악마의 딸’ 마린 르펜, 엘리제궁 호시탐탐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은 우파를 키우는 자양분이다. 29일(현지시간) 열린 프랑스 지방선거에서도 이는 어김없이 확인됐다. 프랑스 광역자치단체인 도의원을 뽑는 지방선거 2차 투표 결과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크게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UMP는 98개 도 가운데 66~70개 도에서 다수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사회당은 기존에 점하고 있던 61개 도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야당에 내주게 됐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린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은 좌·우파 지지자의 결집에 따라 예상에는 못 미치지만 100여명의 도의원을 배출, 1972년 창당 이래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양당 체제를 무너뜨릴 명실상부한 정치세력으로 거듭났다. “국민전선(FN)의 집권은 가능한 일이 됐다. 언제? 2022년, 2029년도 아닌 바로 2017년이다!” 프랑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 사회당 소속 마뉘엘 발스 총리는 라디오에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회복 기미는 없고 실업률은 10%를 웃도는 상황에서 극우정당 FN과 당수 마린 르펜(47)의 매력도는 높아갔다. 올 초 파리에서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이 벌인 끔찍한 테러는 FN의 인기에 불을 질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FN은 30%대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며 발스 총리의 말대로 “집권의 문턱에 당도”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BBC “르펜 당선 땐 프랑스 왕따 국가될 것” ‘분열의 여왕’이 테러로 갈라진 여론에 힘입어 2년 뒤 엘리제궁에 입성할 수 있다는 경고음은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역에 요란하게 울렸다. 현지 좌파 성향의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테러 직후 확산한 반이민·이슬람·유대 정서가 르펜에 유리하다는 기사를 1면에 실었고, 영국 BBC는 “르펜이 대통령이 되면 프랑스는 왕따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탰다. 유로화 탈퇴를 주장하는 FN의 선전을 의식한 마리오 몬티 전 이탈리아 수상은 “프랑스가 유럽의 새로운 골칫거리”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안팎에서 형성된 반(反)FN 전선으로 반사이익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우파 정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얻었다. FN은 1차 투표에서 25.2%를 얻어 UMP(29.4%)에 이어 2위에 머물렀고, 예상대로 2차 투표에서 도의회 장악에 실패했다. 2012년 집권 이후 선거에서 사회당의 4연속 패배에도 아랑곳없이 발스 총리는 FN의 돌풍이 저지된 것만으로도 흡족해했다. FN이 프랑스 정치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1972년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이 창당해 2011년 딸 마린 르펜이 당수에 오르기 전까지 FN은 제대로 된 정치 파트너로서 대접받은 적이 없다. 식민시대 프랑스의 옛 영광을 되새김질하는 극우민족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 파시스트 등 ‘꼴통들의 집합체’로 여겨졌고, 아버지 르펜은 오로지 외국인혐오 발언만 일삼는 ‘악마’로 통했다. 마린 르펜은 극우, 과격 이미지 세탁에 나섰다. 이민·이슬람·동성애 등 민감한 사회 이슈와 관련해 극단적인 태도와 발언을 삼갔으며, 무엇보다 당을 젊게 가꿨다. 시답잖은 인종차별 발언이나 해대며, 예산과 같은 정책에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던 당내의 ‘꼰대’들을 몰아내고 세련되고 말쑥한 이미지의 20~30대를 간부에 대거 발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FN 소속 후보자의 15%가 30세 이하다. 사회당은 30대 이하가 4.8%이고, UMP는 5.3%다. 프랑스 젊은이들 사이에서 세계화와 유럽연합(EU)이 최악의 실업률을 가져왔고, 가장 큰 피해자는 자신들이라는 부정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들의 열패감을 파고든 FN은 젊은이를 대거 영입해 훈련캠프를 열고 대중적 지지도를 쌓는 법과 경제 및 사회에 대한 정보와 지식 등을 전수해 당의 일꾼으로 키웠다. 여성 당수와 게이 부대표의 조합도 FN의 매력 중 하나다. 핵심 지도부가 사회적 약자로 이뤄졌다는 점은 남성 엘리트 정치인이 장악한 기성 정당과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게 했다. 동성애자에 대해 “생물학적, 사회적으로 기형”이라는 아버지 르펜의 악명 높은 발언에서 보듯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는 FN의 핵심 가치관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남성 지도부의 대부분이 게이라는 아이러니는 FN에 대한 민심을 누그러뜨리는 데 단단히 한몫했다. 르펜의 ‘오른팔’이자 FN 부대표인 플로리앙 필리포(33)는 지난해 말 한 연예매체에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사진이 실리면서 ‘강제 커밍아웃’됐다. 파리 공립경영대학원(HEC)과 국립행정학교(ENA)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필리포는 이미지 변신을 추구하는 르펜의 구상을 실현시킨 ‘브레인’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략 담당인 그는 TV토론에 단골로 출연해 FN을 구시대적 극단주의 정당으로 몰고 가는 경쟁자를 뛰어난 언변으로 무장해제시켰고, “좌나 우로 분류되는 건 중요치 않다. 문제는 실용주의,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이란 말로 지지층을 두텁게 만들었다. 동성애자 중용은 르펜이 아버지 시대와 결별하는 과정의 하나로 해석된다. 지난해 유명 동성애단체 ‘게이리브’의 설립자이자 UMP의 사무총장을 지낸 세바스티앵 세누(42)를 영입한 것도 큰 화제였다. 세누는 사르코지가 동성애 결혼 법안 폐지를 주장하는 등 성소수자(LGBT) 문제에 관해 놀랄 정도로 무개념이라며 “유럽과 사회에 관한 일관된 시각 때문에 르펜과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혀 르펜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이 밖에 FN의 사무총장이자 에낭보몽 시장인 스티브 브리우아(43)도 동성애자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FN 이너서클’의 남자들은 다 게이라며 이들을 “르펜의 게이 파워(압력단체)”라고 불렀다. 2012년 나온 책 ‘게이들은 왜 우로 돌아서나’에 따르면 강경 무슬림의 동성애혐오 발언에 위협을 느낀 게이들이 FN의 반이슬람 주의에 안도를 느껴 FN과 손잡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AFP통신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파리에서 FN을 지지하는 동성애자가 26%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성애자 지지는 16%에 불과했다. FN의 힘은 지방에서 나온다. 대도시 등 중앙무대가 아닌 산업화, 세계화에 뒤처져 낙후의 길을 걷는 북부 지역의 소도시 등을 파고들어 세력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주류 정치권이 거대 담론에 갇혀 있는 동안 ‘왜 스쿨버스는 우리 마을에 오지 않는가’와 같은 생활 밀착형 정책으로 지역민을 사로잡았다. ‘풀뿌리 지지 기반’ 확산을 위해 긴축 반대, 복지 강화, 임금 및 연금 인상, 공공요금 인하, 대출이자 인하, 부자 증세 등 좌파적 정책도 과감하게 포용했다. 지난해 3월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다인 11명의 시장을 당선시킨 이유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이포프가 최근 지방선거 1주년을 맞아 FN 소속 시장이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3%의 주민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르펜 “이번 선거는 내일의 큰 승리 위한 기초” 도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는 지방을 중심으로 세력 확장 중인 FN의 2017년 집권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전초전으로 여겨졌다. 예상에는 못 미쳤지만 FN은 100여명의 도의원을 배출해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 아버지의 대선 도전은 일종의 가십거리였으나 ‘악마의 딸’ 르펜에게 엘리제궁은 가시권에 들어왔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전국에서 도의원을 내는 기염을 토했다. 르펜은 29일(현지시간) “이번 결과는 내일의 큰 승리를 위한 기초”라며 “권력을 얻어 우리 생각으로 프랑스를 바로잡을 목표가 가까워졌다”고 자신했다. 세계는 르펜의 부상이 불안하다. 얼굴색을 바꿨다지만 이민반대, 보호무역주의, 사형제 부활, 유로 탈퇴 등 갈등과 분열의 속내는 여전해서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EU와 러시아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르펜의 노골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지지 행보도 우려 요인이다. 이런 까닭에 르펜의 엘리제궁 입성은 이루지 못할 꿈이 될 공산이 크다. ‘파시스트 대통령’ 출현에 질색하는 좌·우파가 이번 선거처럼 똘똘 뭉쳐 르펜의 대선 질주를 차단할 가능성이 짙다. 그렇더라도 그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랜 양당 체제를 무너뜨린 정치세력으로 존재감을 키운 FN은 이제 연정 파트너로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시야 잘 안 보여 깜빡이 늦게 켠 것”

    “시야 잘 안 보여 깜빡이 늦게 켠 것”

    “깜빡이를 늦게 켠 것이지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 것은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1주년을 맞아 밝힌 소회다. 이 총재는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당시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지난 1년간 가장 아픈 것이 소통에 대한 비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4월 1일 취임한 이 총재는 “소통은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신뢰는 전망에 기초해 신호를 보내고 그 신호에 따라 통화정책을 일관성 있게 해야 쌓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전망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신뢰 회복과 원활한 소통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은은 잦은 경제 전망 수정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12일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신호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야가 잘 안 보여서 표지판을 늦게 본 것이지 왼쪽 가겠다고 하고 오른쪽으로 간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은이) 앞을 보는 시야를 기르는 것도 필요하지만 주위의 협조도 필요하다”며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나 여당의 잦은 언급에 대해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으로 금리 결정에서는 가계부채보다는 거시경제 지표를 우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 변화와 전망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며 “금융 안정은 통화정책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정부, 감독 당국과 협의해 별도로 추진해야 하는 것으로 금리 인하 결정에서는 거시경제 상황의 흐름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완만하지만 회복되는 방향으로 나갈 거라는 전망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거시경제 지표가 한은 전망치를 밑돌 경우 추가 인하 가능성이 계속 대두될 전망이다. 한은은 새달 7일 수정된 올해 경제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사설] 세월호 진상 규명 피해갈 생각 말라

    지난해 봄 우리는 그야말로 지옥의 묵시록에나 등장할 법한 대참사를 두 눈 멀겋게 뜨고 바라만 봐야 했다. 다시 되뇌기도 두려운 세월호 비극이다. 304명의 목숨이 희생됐다. 혹자는 세월호 참사를 한국전쟁과 맞먹는 상흔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세월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새로워지는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그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천재지변 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속절없이 당한 비극이기에 우리의 상처는 더욱 크고 아쉬움 또한 더욱 깊은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우리가 내놓은 선후책(善後策)이란 정말 지질하기 짝이 없다. 전 국민적인 비극 앞에서 패가 갈려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정말 자괴감이 들게 할 정도다.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기구 규모와 예산, 구성 면면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특위의 정원은 세월호특별법에 명시된 120명보다 30명이 적은 90명이다. ‘국’이 ‘과’로 격하되는 등 조직 또한 크게 축소됐다. 우리는 단순히 정원이 줄어들고 조직의 규모가 작아졌다고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석태 세월호특위 위원장도 지적했듯 각 소위원회의 기획조정 업무를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 등 해수부 공무원이 담당하고 진상규명 업무도 정부의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것으로 한정한다면 문제가 없지 않다고 본다. 이처럼 공무원이 힘을 받는 시스템 아래서는 누구도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관제 기구화’의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릇 진상 조사의 성패는 얼마나 독립성과 객관성을 가지고 조사에 임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다분히 일방통행적인 정부안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진상 조사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특위 무력화’안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해수부는 특위와 긴밀히 협의를 하고 입법예고에 앞서 정부의 시행령안을 보내 의견을 수렴하는 최소한의 절차조차 생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이라면 세월호 진상 규명을 통한 국민 통합은커녕 그러지 않아도 갈라질 대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더욱 찢어 놓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세월호특위를 두고 온갖 험한 말들이 나돌았다. 일각에서 주장하듯 세월호특위 일부가 무슨 벼슬이라도 한 듯 과도한 인력과 예산 등을 요구하며 ‘완장질’을 하는 것이라면 분명 문제다. 하지만 이른바 친박 실세라 불리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세월호특위를 ‘세금 도둑’이니 ‘탐욕의 결정체’니 하며 제 하고 싶은 대로 ‘뻘소리’를 쏟아내는 판국이니 과연 세월호 진상 규명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으로 세월호의 아픔을 이해하는 바탕에서 진상을 규명하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특위에 대한 국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해야 한다. 특위에 보다 분명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져야 세월호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무게를 감안하면 최소한의 국민적 컨센서스라도 이뤄 내야 한다. 정부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은 다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 다시 광장으로 간 세월호 가족들

    다시 광장으로 간 세월호 가족들

    정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에 대해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특조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들도 시한부 농성에 돌입했다. ‘4·16 가족협의회’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수산부가 지난 27일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을 즉각 폐기하고 세월호 인양 계획을 발표하라”고 주장했다. 전명선 가족협의회 대표는 “시행령안은 특조위 조사 권한을 정부 조사를 검증하는 수준으로 축소하고 공무원들이 특조위를 통제토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특조위의 활동을 정부 조사 검증 수준으로 축소하는 시행령안으로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가족협의회는 이날부터 세월호 참사 1주년인 다음달 16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이른바 ‘416시간 농성’에 착수했다. 또 다음달 4~5일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광화문광장까지 도보행진을 하고 세월호 인양의 필요성 등을 알리는 유인물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날 해수부 시행령안 폐기를 위해 정의화 국회의장, 이완구 국무총리, 여야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기자회견 후 유가족 등 100여명이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인양을 외치며 청와대로 향했지만 세종대왕상 앞에 미리 통제선을 설치한 경찰과 충돌이 벌어졌다. 가족들과 시민들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와 경복궁역, 광화문광장 등에서 경찰과 대치했으며 단원고 희생자 고 최성호 군의 아버지 최경덕씨가 경복궁역 인근에서 자신을 제지하는 경찰의 모자를 벗기고 가슴팍을 밀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오후 5시 40분쯤 종로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고 정동수 군의 아버지 정성욱씨는 이날 오후 10시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부근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빚어 같은 혐의로 은평경찰서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한편 해수부는 시행령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아직 조사 계획이나 방향, 필요 인력 등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 90명으로 (특조위를) 운영하다가 필요에 따라 (세월호특별법이 정한) 120명으로 늘릴 수 있다”며 “(해수부 등) 특정 부처 공무원들이 많다는 지적은 다음달 6일까지인 입법예고 기간에 여러 의견을 수렴해 조정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서울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