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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송전선 갈등… 국민적 합의 형성 필요하다/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송전선 갈등… 국민적 합의 형성 필요하다/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 기록된 ‘경남 밀양 송전탑 분쟁’이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된 가운데 송전탑 건설을 놓고 또 하나의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신울진 원자력발전소~강원 변전소~신경기 변전소로 이어지는 765㎸ 송전선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다. 수도권 동남부 지역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한 사업으로 이천·양평 등 4곳이 변전소 건설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벌써부터 상당한 수준이다. 주민들은 환경 영향, 재산 피해, 주민 갈등, 소음 피해, 건강 우려 등을 반대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들은 기존에 상수원 보호지역과 수도권정비법 등 중첩적인 규제를 받아 상대적 박탈감도 심한 상태다. 신울진 원전에서 신경기 변전소를 잇는 송전선 건설이 우려 섞인 관심을 끄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밀양 송전탑 건설 갈등 직후에 이뤄지는 건설이라는 점과 현재도 당진 화력발전소~북당진 변전소 간 송전선 건설, 북당진 변전소~신탕정 간 송전선 건설 등 다수의 유사한 갈등이 진행 중이어서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둘째,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별로 정치인들에 의해 송전선 건설 문제가 정치 쟁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후보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지역구를 지나가는 송전선이나 변전소 건설을 백지화시키겠다는 공약을 매우 매력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셋째, 송전선 건설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본계획 및 전력수급 기본계획과 연계돼 있다는 점도 갈등의 정도를 키우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원자력발전소,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포함해 에너지 개발과 사용에 대한 폭넓은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환경 관련 시민단체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을 것이다. 넷째, 갈등이 지속될 경우 스마트그리드 등 대규모 전력이 소모될 전력 정책과 전력 기기들이 도입되게 되었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전력 공급체계가 구성되지 못해 전력난뿐 아니라 국가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 다섯째, 동시다발적으로 발전·송전 관련 갈등들이 발생하고 정치 쟁점화돼 주민 간 갈등, 주민과 정부 간 갈등 등이 첨예화된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되는 시간, 인력, 보상비용 등 국력 소모가 너무도 많을 것이다. 여섯째, 이번 사태의 추이에 따라서는 송전선을 건설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기 소비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는 동해안이나 서해안에 발전소를 지을 수 없을 것이며, 결국은 광역·기초자치단체 단위로 전력 소비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내에 발전소를 짓는 일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도권 주민들은 발전소나 송전선 갈등이 생겼을 때 제3자처럼 방관자적 위치에 있어 왔다. 그렇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분노와 좌절과 생명을 담보로 생산된 전기를 너무도 쉽게 사용해 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충남 당진 지역만 하더라도 500개 넘는 철탑과 10개의 발전소가 그 작은 동네에 있다. 발전소 주변이나 송전선이 지나가는 지역은 송전선이 하늘을 가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도 억울할 것이다. 국가의 기간산업인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에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전기의 생산과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더이상 생산자와 경과 지역 주민 간의 문제로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국민적 합의를 통해 희생 주민들에 대한 보상과 사용자 지불을 위한 적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 사회의 갈등 비용이 연간 82조원에서 최대 246조원에 이르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27%를 갈등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송전선·변전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국가적 비용을 줄여 그만큼을 피해 주민들과 사회에 환원할 수 있을 것이다.
  • 사교육에 빠진 한국, 궁금해

    국토 면적 4만 1543㎢, 인구 1687만명으로 각각 세계 135위와 65위의 네덜란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 2249달러(10위)로 대표적인 유럽의 ‘강소국’이다. 한국은 좁은 국토, 부족한 부존자원 등의 약점을 높은 수준의 인적 자원으로 극복한 네덜란드를 일찍이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여겨 왔다. 그런데 한국의 ‘롤모델’인 네덜란드의 교육 당국이 되레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배우겠다고 찾아왔다. 그것도 ‘공교육’이 아니라 ‘사교육’ 현장을 찾는다. 사교육 가운데서도 특히 ‘스카이’(SKY)로 불리는 명문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선택한 수험생들이 모이는 강남의 대입학원 등을 둘러본다. 4세부터 16세까지 무상교육에다 대입 경쟁도 없는 네덜란드 교육 당국이 입시 과열의 진원지로 비판받는 ‘사교육 1번지’ 강남을 찾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네덜란드 교육부가 주관하는 태스크포스(TF)팀은 “26일 교육전문기업 이투스교육과 대입재수종합학원인 강남하이퍼학원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네덜란드 교육부와 법무부, 미디어산업부 관계자 등 7명으로 구성된 TF팀은 먼저 강남구 역삼동의 강남하이퍼학원을 찾아가 수업을 참관하고 강사 및 수험생들을 인터뷰할 예정이다. 이어 삼성동 이투스교육 본사로 이동해 온라인 강의 시스템을 견학한다. 이들의 공식 방문 목적은 이미 대중화된 한국의 오프라인·온라인 강의 연계 시스템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투스교육 관계자는 “TF팀과 친분이 있는 한 한국인이 고교 시절 듣고 공부했던 온라인 동영상 강의에 대해 이야기했고, TF팀은 대중화된 한국의 온라인 강의 제작 및 유통 과정을 확인하고 싶다며 접촉해 왔다”고 말했다. TF팀의 또 다른 방문 목적은 한국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배경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투스교육 관계자는 “입시 관련 사교육이 아예 없는 네덜란드 교육 당국이 한국의 사교육 업체와 입시학원을 찾아오는 것은 다소 의외”라면서 “TF팀의 요구로 한국의 대입제도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도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달 초 OECD가 발표한 글로벌 교육 순위에서 세계 76개국 중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청소년들의 수학·과학 성적을 바탕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네덜란드는 9위였다. 가장 최근인 OECD 201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한국은 64개국 가운데 수학 및 언어 5위, 과학 4위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2003년 PISA 조사에서 수학 3위였던 네덜란드는 2009년 5위, 2012년 10위까지 떨어졌고 언어와 과학 역시 간신히 10위를 지켰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적 자원의 질을 높이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네덜란드 교육 당국이 한국의 사교육 중심지에서 무엇을 배워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女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女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년까지 한국의 남녀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10% 포인트가량으로 줄어들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9%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성의 일자리 참여가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1.3%로 남성(74.0%)보다 22.7% 포인트나 낮다. # 통계청이 내놓은 ‘2014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미취학(만 6세 미만) 자녀가 있는 여성 10명 중 7명(72.8%)은 취업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육아 부담’을 꼽았다. 미취학 자녀가 없는 여성도 육아 부담(51.0%)을 가장 많이 들었다. ●경제활동 10%P 증가 땐 1인 GDP 0.9%P↑ 10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첫 ‘여초(女超) 시대’가 열린다. 여성인구가 2531만명으로 남성인구(2530만명)를 추월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내년 3695만명(총인구의 73.0%)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2060년에는 총인구의 절반 밑(49.7%)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전망이다. 이는 성장률 하락으로 직결된다. OECD는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 1%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경고한다. 여성 인력 활용이 국가적 과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실은 ‘위기의식’이 별로 없다. 육아·가사 부담은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된다. 지난해 남성 육아 휴직자는 2459명에 불과하다. 20대까지만 해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남성보다 높다. 지난해 여성이 63.8%, 남성이 62.4%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 부담을 떠안는 30대부터는 남성(93.7%)이 여성(58.4%)을 압도한다. ●“출산과 복지비용을 미래투자로 인식해야” 통계청장을 지낸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와 기업, 사회가 여성 보는 눈을 바꾸지 않으면 국가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며 “부부 육아 휴직제 등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애도 안 보고 집안일도 안 하는 한국 남자와 그런 분위기를 용인하는 한국 사회가 문제”라면서 “출산과 보육을 ‘복지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 투자’로 보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북한에 부는 농업 개혁 바람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북한에 부는 농업 개혁 바람

    북한은 지난해 2월부터 한 농가가 몇년간 같은 밭에서 농사를 짓도록 허용하고 농민이 수확한 식량 중 상당 부분을 자신이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국제학부 초빙교수는 지난해 10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칼럼에서 이 같은 북한의 조치에 대해 뒤늦게라도 농업개혁을 시작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정 부분 자기 몫의 일부를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도록 한 조치로 1970년대 말 중국에서 실시한 농업 개혁과 유사하다고 란코프 교수는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정권 수립 후 처음으로 ‘전국 농업부문 분조장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농업 생산의 책임제를 분명하게 하고 협동 농장의 자력 경영을 강조했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북한 농업에 조용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비료 지원 없이도 식량 생산이 꾸준히 늘어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말들이 많다. 도대체 북한 농업에 무슨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4년 5월30일 새로운 경제개선대책을 지시했다고 도쿄신문이 지난해 11월 보도했다. 5·30조치로도 불리는 김 제1위원장의 개혁조치는 공장, 기업, 농업부문의 생산·분배 독립채산제의 확대와 실적 향상을 겨냥한 것이다. 당시에도 실행을 위한 세칙이 마련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올부터 협동농장·기업소 자율경영제… 中개혁과 유사 중국의 북한 전문가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올해부터 북한 내 협동농장과 기업소에 자율경영제가 도입되고 협동농장의 작업분조를 폐지해 가족 단위의 영농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농장 노동력 1인당 농지 1000평을 할당해주고 여기서 발생한 생산물은 국가와 개인이 각각 40%와 60%씩 나눠 갖도록 했다. 이는 2012년 발표한 ‘6·28조치’보다 더 개인의 소유를 강화한 것이다. 당시에는 기업과 농장은 이익의 70%를 국가에 내고 나머지 30%는 자유롭게 사용했다. 이 같은 북한의 조치는 1978년부터 시작돼 1980년대 중국에서 추진됐던 ‘생산책임제’ 개혁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78년 ‘포산도호(包産到戶)’로 시작된 중국 농업의 개혁은 개별 농가에 책임 농지를 배분하고 목표치를 초과하는 생산에 대해서는 농가에 추가로 배분하는 형태였다. 이 체제는 4년 만인 1982년 포간도호(包幹到戶) 형태로 발전했다. 즉 목표치를 초과하는 생산량만큼 농가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었다. 중국의 농업은 이후 2년 만에 사실상 완전한 개인농으로 전환돼 1980~1985년 농업생산액이 무려 48.2%나 증가했다. ●“제도 정착 땐 GDP 성장률 지금의 7배 육박할 것”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5·30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농업생산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해 9월 ‘북한 농업개혁이 북한 GDP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농업개혁을 통해 1차 산업 부문의 부가가치 증가만으로도 국내총생산(GDP)을 7%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북한의 실질 GDP 성장률이 지난해 1.1%에 불과하다고 분석한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농업개혁을 통해 성장률을 엄청나게 끌어올리는 게 되는 셈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농업개혁이 북한 내 시장경제화를 촉진시키는 등 북한 경제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농업개혁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유기농에도 관심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11월 조선신보는 북한에서 유기농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신보는 북한 농업과학원 시험장에서 독일 유기농업연구소와 연계해 2010년부터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고 면적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유기농에도 관심… 알곡작물 화학비료 50% 줄여 또 조선유기농업개발협회, 농업과학원, 국토환경보호성과 평양원예지도국 등 전국의 여러 기관이 협동농장과 협력해 유기농업생산과 관련한 과학기술적 문제 해결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논벼와 강냉이를 비롯한 알곡작물에서 화학비료를 50% 이상, 감자 및 과일에서 30% 이상 사용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잎채소 등에서는 화학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생산량을 10% 이상 늘렸다. 북한은 지난 2003년 10월 조선유기농업개발협회가 창설된 데 이어 2005년 11월에는 북한유기산업법이 채택됐다. 이를 바탕으로 2004~2010년 유기농업발전 7개년 계획을 수립해 유기생산체계와 기술개발을 위한 시범단위가 설정됐다. 북한은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과 해마다 유기농 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평안도 숙천군 쌍운유기농업시험장에서 진행되는 실습에서 유기농업의 세계적 추세와 원칙 등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IFOAM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북한에서 국제유기농강습을 진행한 바 있다. IFOAM은 세계 116개국의 750여개 가입단체로 구성된 세계 최대 규모의 유기농업운동단체로 1972년 프랑스에서 설립돼 현재 독일 본에 본부를 두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북한의 농업전문가 6명이 독일에서 유기농업 등 농업생산성 증대 관련 기술을 교육받았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 농업전문가는 유기농 연구로 유명한 카셀대학과 유기농 농장, 기업 등을 방문해 독일 농업 현황을 살펴봤다. 또 독일 비정부기구(NGO)인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GNE)는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2018년까지 북한 농업과학원과 함께 북한의 영농기술 개선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농업전문가 초청은 이 사업의 첫 단계로 이뤄졌다. GNE와 북한 농업과학원은 평양, 황해남도, 평안북도, 강원도 등에 유기농법을 이용한 농장을 시범 운영하고 평양에 농업증산센터와 농업현장연구센터를 설립해 관련 연구·교육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으로 북한 4개 협동농장의 농민, 농업지도원 1000여명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VOA는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김영훈 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 협력연구부장은 8일 “유기농은 식품안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환경보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국내 식량 수급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북한에서 유기농을 육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올해 북한 식량 사정 11만t 정도 부족 예상 최근 북한의 농업과 관련해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는 2010년 450만t에 불과하던 식량생산이 2014년에는 503만t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최근 4년간 11.8%나 증가한 수치로 특히 2012년에서 2014년 사이에는 무려 14%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년간 봄과 초여름에 가뭄 현상이 발생해 작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에도 이 같은 수치가 나온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북한의 올해 식량 생산량은 대략 508만t 정도로 예상되며 수요량은 549만t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에 해마다 북한이 30만t가량을 상업적 방식으로 수입하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11만t 정도가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 꾸준하게 식량 생산이 늘어난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지만 농업 개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5·30조치에 따른 동기유발이 생산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식량생산 증가가 꾸준히 이어지기 위해서는 식량생산의 늘어난 몫의 일부 또는 전부를 꾸준히 농업생산자가 소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전히 식량이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일부 농민에게만 식량 소유를 인정하게 하는 것은 상당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김영훈 부장은 “북한 농업개혁의 성패 여부는 얼마나 개인 생산분의 소유권을 인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복지를 공격하는 자 진실을 보지못한 자

    복지를 공격하는 자 진실을 보지못한 자

    복지사회와 그 적들/가오롄쿠이 지음/김태성·박예진 옮김/부키/416쪽/1만 8000원 2009년 발발해 유럽 전역으로 급속히 번진 그리스 부채 위기는 과도한 복지지출 탓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그 인식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그리스의 복지수준은 유럽연합 평균 복지수준을 훨씬 밑돌고 북유럽 5개국의 수준보다 낮다. 왜 그런 오류와 격차가 생기는 것일까. ‘복지사회와 그 적들’은 복지사회·복지국가와 관련해 잘못 생성되고 퍼진 주장·통념을 뒤집어 새 복지모델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원 제목 ‘위기에 처한 세계’의 책 서두에 등장하는 그리스의 경우 실상과 인식의 격차가 큰 대표 사례로 지적된다. 그리스 재정위기의 결정적 위기는 과도한 복지가 아니라 아테네 올림픽 적자 탓임이 드러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총지출은 160억 달러 규모로 당초 예산의 3배를 넘겨 재정위기로 뻗쳤다. 그 오류의 인식을 퍼뜨린 장본인으로 서구 언론과 주류경제학자들이 지목된다. 그리스 경제가 지속적인 침체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이유도 과다한 복지가 아니라 복지보장의 미비로 야기된 소비위축임을 밝혀낸다. 저자가 거듭 주장하는 논지는 명쾌하다. ‘결함이 있지만, 그래도 복지국가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영국, 그 뒤를 이은 일본·북유럽 복지국가들의 실태를 촘촘히 비교해 설득력을 더한다. 부채, 실업률, 1인당 GDP, 빈부 격차 등에서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안정적 경제수준을 유지하지만 미국·영국 등은 휘청거리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복지축소’ ‘복지거부’주장이 드센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 대목에서 ‘복지국가에 대한 문제제기에 오류가 있다’고 단정한다. 지금의 복지축소·거부는 사실관계의 왜곡이나 진실의 은폐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복지논쟁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세금 부담이다. 어느 정부나 국민이건 복지사회를 갈망하면서도 과중한 세금부담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증폭되는 오해는 ‘복지지출이 많은 나라는 정부부채가 많다’ ‘복지국가는 효율이 낮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저자는 이 부분을 또박또박 반박한다. 2010년 스웨덴·노르웨이는 재정흑자를 기록했고 덴마크의 재정적자는 GDP의 2.6%, 핀란드는 2.5%에 불과하다. 그런 반면 1980년대 이후 이른바 ‘탈복지화’로 치달았던 미국(99.4%)·영국(81.8%)등은 부채규모가 상대적으로 높다. ‘복지사회는 부자 나라에서만 가능한 것인가’ 이부분에 대해서도 저자는 “복지는 국가의 부유함의 결과”라는 인식을 보기 좋게 뒤집는다. 19세기 말 최초로 사회보장제를 입법한 독일이나 20세기 초·중반 사회보장제를 세운 북유럽 국가들은 유럽의 가장 낙후된 곳들이었다. “북유럽의 성공은 성장·분배의 이항대립이 아니라 동시에 달성과 지속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각종 통계와 자료로 입증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지난한 복지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저자는 자유주의를 토대로 복지사회 모델을 증축해온 자본주의 항로를 반추한다. 영국의 경우 성과 못지않게 빈번한 경제위기와 계급충돌의 부작용이 컸다. 이에 비해 독일은 19세기 말 사회보장제를 통해 자본주의를 발전시켰고 그 복지국가 이념을 이어받은 북유럽은 마치 ‘복지 전시장’처럼 발전했다. 영국·미국은 저복지·탈복지의 길을 걸었고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그런 저복지국가의 경제가 치명타를 맞은 반면 북유럽은 건재한 사실에 저자는 주목한다. 저자가 세운 대안의 사회발전 모델은 바로 주거와 의료, 생필품 등 국민의 생활원가를 낮추는 ‘저생존원가형 사회’이다. 자동차나 고등교육, 통신망 등 생활에 필요한 게 많아지고 사회적 분업으로 모든 것을 구매해 써야 한다면 생존원가가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시장경제와 빈부격차, 복지사회와 높은 세금이라는 모순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새 모델이 바로 ‘저생존원가형 사회’로 결정된다. 그래서 “정부가 세금과 도시개발을 통해 물가를 낮춰야 한다”고 저자는 매듭짓는다. 생존형 소비와 향유형 소비, 사치형 소비의 구분에 따른 세금 차등화가 그 주요 방편이다. “빈부격차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중국에 하나의 대안으로 이 책을 썼다.” 그 주장대로 책은 중국 상황에 기운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이며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재편 논의를 포함한 복지 논란이 뜨거운 국내에서도 적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기고] 지식서비스 산업을 발굴하자/정재천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 교수

    [기고] 지식서비스 산업을 발굴하자/정재천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 교수

    한국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경험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30년 원자력 기술 자립 경험을 토대로 건설 관리를 위해 정보기술(IT) 시스템으로 바꾼 기술은 시장에서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원자력발전소 건설 경험을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한 결과는 놀랍게도, 발전소 한 기당 700억원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7000만 달러에 이른다. 또한 이러한 기술은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 소위 원전 선진국의 누구도 상품으로 내놓은 적이 없는 블루오션 기술이다. 2020년까지 UAE에서 이 기술이 벌어들일 총수입은 2400억원. 2만 4000대의 신형 중형자동차를 살 수 있는 엄청난 액수다. 물론 한국인의 우수한 두뇌만을 사용했기 때문에 라이선스 비용과 같은 지출은 필요 없다. 전통적인 건설 산업을 지식 서비스 산업으로 바꾼 기념비적인 사례이자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로 이뤄 낸 결실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소개한다. 지금이야 중국의 발전을 부러워하지만 우리도 고속 성장의 50년을 지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2014년도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GDP)이 세계 29위인 2만 8100달러로 25위인 일본 3만 6000달러를 바짝 추격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경제 발전사는 그 자체로 신화다. 하지만 2만 달러 시대에 오랫동안 멈춰 있는 우리의 경제 시계에 대한 걱정 또한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때 올해 초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주관한 ‘원전 건설 선진화 통합 워크숍’에서 한수원이 발표한 지식서비스에 의한 고수익 창출 사례는 우리의 앞길을 환히 비춰 주는 신호등처럼 보인다. 즉 우리나라의 원전건설 경험을 IT 시스템으로 개발해 UAE에 제공한 것이다. 외국의 지식을 사다 쓰던 나라에서 지식을 파는 나라로 바뀐 것이다. 그것도 원전 건설 경험에서 건져 올린 새로운 부의 창출로 굴뚝산업을 지식산업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기운이 생동하는 새봄에 새로운 제안을 하나 한다. 전통적인 굴뚝산업의 경험을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바꾸는 운동을 일으키자. 기술도, 자본도, 인력도 부족했던 시절에 공장은 어떻게 지어졌는지, 그 공장을 통해 나라는 어떻게 부강해졌고, 생활은 얼마나 윤택해졌는지 우리를 부러워하는 나라들에 알려주자. 그리고 원자력 건설의 사례와 같이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들에도 발전한 기술을 서비스하자. 왜 3만, 4만 달러에 연연하는가. 5만 달러의 소득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고급 인력은 넘쳐나지만 많은 인재가 아직은 갈 곳을 찾지 못한다. 어른들은 중소기업과 3D 업종에 인력이 몰리지 않는다고 젊은이들만 나무란다. 생각을 바꿔 보자. 새로운 기회가 보인다. 산업별로 경쟁력 있는 지식서비스를 발굴하고 이를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이 받쳐 주는 선순환적인 체제를 갖출 때다. 그리하여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한수원과 같은 기쁜 사례가 나타나게 할 때다. 장밋빛 미래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을 뿐이다.
  • [네팔 대지진 참사] 피해 규모는 ‘네팔 GDP 절반’ 최대 100억 달러

    네팔은 2020년까지 최빈국에서 ‘개발도상국’ 대열에 진입하는 것이 국가적 목표였다. 대재앙에 당분간 이는 요원한 꿈이 될 듯하다. 이번 대지진으로 “네팔의 시계가 50년 전으로 돌아갔다”는 암울한 평가가 나온다. 미국지질조사소(USGS)는 지진 피해 규모가 네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인 최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네팔의 GDP는 196억 달러로 세계 107위였다. 지진 발생 후 히말라야에서 외국 자본 16억 달러를 유치해 추진하던 수력발전댐 건설 사업이 즉각 중단되는 등 한동안 ‘경제적 여진’이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역사유적 붕괴와 에베레스트의 산사태 등은 국가 경제의 50%를 떠받치던 관광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경 정복 이래 지금까지 4000명이 뒤따를 정도로 에베레스트는 네팔의 ‘캐시카우’였다. 미국의 한 탐험전문 기업에 따르면 네팔 가이드와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오르는 데 1인당 5만 달러가 든다. 네팔 가이드들은 최대 70만 루피(약 900만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하는데 이는 인당 월평균 700달러 수준의 나라에서 엄청난 소득이다. 천문학적인 복구비용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HS는 재건 비용이 향후 5년간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돈보다 재건작업을 이끌 인재와 제대로 기능하는 정부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유승민 “서민 편에 서는 새 보수로”…野 환영

    유승민 “서민 편에 서는 새 보수로”…野 환영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성장과 복지의 균형 발전을 기반으로 한 ‘중(中)부담-중복지’ 정책 추진을 제시하며 세금·복지 문제 공론화를 위한 여야 합의기구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정치적 좌표로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는” ‘새로운 보수’를, 대야 관계에 있어선 진영 논리를 창조적으로 파괴하자는 ‘합의의 정치’를 제안했다. 유 원내대표는 8일 취임 후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심각한 양극화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나누면서 커 가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년 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양극화 해소’를 지적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는 언급도 나왔다.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지난해 국가 결산에서 총국가부채 1211조원 중 53%인 644조원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부채였다”며 “국회가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134조 5000억원의 공약가계부는 더이상 지킬 수 없는 점을 반성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단기 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등 현 정부 정책 기조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원칙, 법인세가 성역이 될 수 없는 원칙, 재벌 처벌의 형평성 확립 등을 강조하며 ▲재벌 개혁 동참 ▲청년 일자리 전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기업 하청 단가 인상 ▲보육정책 재설계 등 ‘공정한 고통분담·공정한 시장경제’를 제시했다.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선 말하기 어려운 파격적 고백도 있었다. 그는 “역대 정권마다 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만 해 왔다”, “여야 포퓰리즘 경쟁이 국가 발전에 큰 피해를 줬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세월호 실종자 9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후 통합과 치유의 길로 나가자고 역설했다. 그는 “세월호를 인양해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지키고 가족들의 한을 풀어 드려야 한다”며 “평택 2함대에 인양해 둔 천안함과 참수리 357호에서 적의 도발을 잊지 못하듯 세월호를 인양해 우리의 부끄러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무성 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아주 신선하게 잘 들었다”면서도 당의 방침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중부담-중복지 문제와 재벌 개혁, 조세 형평성 원칙 등에 대해 “우리 모두 같이 고민하자는 뜻으로 한 얘기이기 때문에 꼭 당의 방침이라고 볼 수 없다”며 “국민 모두의 컨센서스(동의)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가 자신의 정치철학과 개인 소신을 담아 그동안 해 온 얘기를 재차 언급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여 당·청이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피하고자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이례적으로 공감과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의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 준 명연설이었다”고 밝혔고,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유 원내대표의 합의의 정치 제안에 공감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공약가계부의 실패 선언,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 고백은 집권 여당 대표로서 용기 있는 진단”이라고 평가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다음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연설문 전문. 제33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대표연설문 2015년 4월 8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 승 민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합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화 국회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이완구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세월호... 그리고 통합과 치유 1년전 4월 16일, 안산 단원고 2학년 허다윤 학생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여 오늘까지 엄마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윤이의 어머니는 신경섬유종이라는 난치병으로 청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내 딸의 뼈라도 껴안고 싶어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다윤 양과 함께 조은화, 남현철, 박영인 학생,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씨와 권혁규군 부자, 이영숙씨... 이렇게 9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피붙이의 시신이라도 찾아 유가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슬픈 소원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희생자 295명, 실종자 9명, 그리고 생존자 172명을 남긴 채 1년 전의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의 가슴에 슬픔과 아픔, 그리고 부끄러움과 분노를 남겼습니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국가는 왜 존재합니까? 우리 정치가 이 분들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지난 1년의 갈등을 씻어주기를 기대하면서, 저는 정부에 촉구합니다. 기술적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그 결과 인양이 가능하다면 세월호는 온전하게 인양해야 합니다. 세월호를 인양해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지키고, 가족들의 恨을 풀어드려야 합니다. 평택 2함대에 인양해둔 천안함과 참수리 357호에서 우리가 적의 도발을 잊지 못하듯이, 세월호를 인양해서 우리의 부끄러움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월호 인양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막대한 돈이지만, 정부가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 국민들께서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동의해 주실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우리는 분열이 아니라 통합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온 국민이 함께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존자의 고통을 어루만져 드려야 합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배상 및 보상 등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는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통합과 치유의 길에 앞장서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 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통합과 치유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함께 나서야 할 일이 많습니다. 군에서 사망한 자식의 유해와 시신을 데려가지 않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지금이라도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천안함, 5.18민주화운동 등 우리 역사의 고비에서 상처를 받고 평생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치유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이 분들의 고통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때, 비로소 국민의 마음이 열리고 통합의 길이 열리게 됩니다. ●나누면서 커간다 :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오랜 세월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견인해왔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유지와 발전에도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남북분단과 군사대치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지켜왔습니다. 이제 새누리당은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합니다. 심각한 양극화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갈수록 내부로부터의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공동체를 지키는 것은 건전한 보수당의 책무입니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이 보수의 책무이듯이, 내부의 붕괴 위험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는 것도 보수의 책무입니다. 새누리당은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겠습니다.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습니다. 빈곤층, 실업자,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 신용불량자,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장애인, 무의탁노인, 결식아동, 소년소녀 가장,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 이런 어려운 분들에게 노선과 정책의 새로운 지향을 두고, 그 분들의 통증을 같이 느끼고, 그 분들의 행복을 위해 당이 존재하겠습니다. 10년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습니다.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 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이제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나누면서 커가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오늘의 이 변화를 통하여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자유시장경제와 한국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쳐 한국경제 체제의 역사적 진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국가안보 만큼은 정통보수의 길을 확실하게 가겠습니다. 새누리당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면서, 저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의 최근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은 ‘경제정당, 안보정당’을 말하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미래산업정책’을 말하고 있습니다. 급식, 보육은 물론 심지어 의료, 교육, 주택까지 보편적 무상복지를 고집하던 야당이 드디어 성장의 가치, 안보의 가치를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놀라운 변화입니다. 환영합니다. 저는 진보정당의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총선과 대선의 득표용 전략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변화 속에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고민과 진정성이 담겨 있으리라고 기대해 봅니다. ●진영을 넘어 합의의 정치로...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변화를 보면서 저는 ‘진영의 창조적 파괴’라는 꿈을 가집니다. 진영을 벗어나 우리 정치도 공감과 공존의 영역을 넓히자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 동안 우리 정치는 여야 진영 간, 보수 진보 진영 간의 대립과 반목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진영은 그 본질이 독재와 똑같습니다. 진영의 울타리를 쳐놓고 그 내부 구성원들에게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데, 어느 당, 어느 진영의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소신은 집단의 논리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진영의 논리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았고, 이는 국민의 눈에 어처구니 없는 정쟁으로 비쳐졌습니다. 여당 시절 추진했던 FTA, 연금개혁을 야당이 되니까 반대하는 일,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당론투표를 강요하는 일, 역대 정권마다 여당이 정부와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만 해오던 일, 이런 부끄러운 일들이 진영싸움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원내대표가 된 이후 가급적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의원님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구속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보수와 진보가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먼 장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오늘 보수와 진보는 머리를 맞대고 공통의 국가과제와 국가전략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영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진영싸움을 중단해야 합니다. 우리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시작해야 합니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들은 합의의 정치를 통하여 정책을, 입법을, 예산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우리가 합의의 정치를 해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 포퓰리즘의 과열경쟁을 자제하기 위해서도 합의가 필요합니다. ‘민주주의라는 정치시장’에서 정치의 본능은 득표입니다. 표 때문에 우리 정치인들은 포퓰리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소위 ‘죄수의 딜레마’처럼, 그 동안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반복되었고, 이는 국가재정, 국가발전에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역대 대선과 총선에서 각 정당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들이 그 생생한 사례들입니다.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지만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을 하려면 합의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우리 국회가 진영의 논리와 포퓰리즘 경쟁에서 벗어나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시작한다면, 우리가 할 일은 많고, 국민은 우리 정치를 다른 눈으로 평가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노력이 진정한 정치개혁이라고 믿습니다. 성장과 복지, 안보와 통일,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일자리와 노동, 교육, 보육, 의료, 연금 등 합의의 정치가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어려운 문제, 아주 인기 없는 정책일수록, 그러나 국가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일수록 우리는 용기를 내어 통큰 합의를 해야 합니다. ●공무원연금개혁 몇가지 중요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4월 국회의 최대 현안인 공무원연금개혁이 그 첫 번째 시험대입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역대 정권이 모두 시도했으나 번번이 좌절한,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공무원의 고통분담이 수반되는 일이니 당연히 득표에 도움이 안되는, 인기 없는 개혁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국가장래를 위해 지금 꼭 해야만 하는 개혁입니다. 지난 2년간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 중에서 저는 공무원연금개혁에 도전한 것을 가장 높이 평가합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이념의 문제도, 정쟁의 대상도 아닙니다. 야당이 말하는 것처럼 무슨 군사작전 하듯이 추진하려는 것도 아니고, 20년전 김영삼 정부때부터 추진해왔던 것입니다. “급하게 졸속으로 하지 마라” — 이런 정치적 수사로 개혁을 지연시키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도 추진하려 했지만 실패했던 것을 야당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어제 발표된 「2014년 국가결산」에 따르면 총국가부채 1,211조원 중 53%인 644조원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부채였습니다. 앞으로 공무원연금에 얼마나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빚을 떠넘긴다는 것을 야당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 공은 우리 국회에 넘어와 있습니다. 당사자인 정부와 공무원이 해결하지 못한 개혁을 국회가 마무리해내야 합니다. 공무원들과 국민들의 성숙한 고통분담 의식, 거기에 여야간 합의의 정치가 보태지면, 역대 어느 정권, 어느 국회도 못했던 개혁을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새정치민주연합에게 호소합니다. 문재인 대표님과 우윤근 원내대표님께 호소합니다. 야당이 경제정당을 말하려면 이번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에 동참해야 합니다. 공무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고 의견제시의 기회를 드리기 위해 국민대타협기구와 같은 노력을 해왔지만, 이해당사자에게 최종결정 권한까지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 결정은 주권자인 국민의 대의기구인 우리 국회가 하는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무현 정부 임기 중인 2007년에 그 어려운 국민연금개혁을 이루어낸 훌륭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국민연금개혁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생생히 지켜보셨던 문재인 대표께서 이번 공무원연금개혁에 합의해 주신다면, 국민들은 경제정당의 진정성을 평가할 것입니다. 여야 모두 공무원연금개혁이 지금 9부 능선까지 왔다고 인정합니다. 마지막 한 달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이 중요한 개혁이 또 무산된다면 19대 국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의 지탄을 면할 수 없고 국민의 정치불신은 극에 다다를 것입니다. 합의의 정치로 공무원연금개혁이 꼭 성공하도록 의원님들의 동참을 호소드립니다. 공무원연금개혁 이후 공적연금의 강화가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2007년 고통스러운 개혁을 단행했고,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기초연금 때문에 진통을 겪었습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은 기여율 인상 없이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오히려 국민연금의 경우 연기금자산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개혁으로 수익률을 제고해서 연금고갈시점을 최대한 연장하는 것이 국민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세금과 복지 두 번째 사례는 세금과 복지 이슈입니다. 세금과 복지 이슈만큼 정치적 휘발성이 강한 이슈도 없을 것입니다. 소득세 연말정산 사태에서 우리는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세금을 올린 정당은 재집권에 성공할 수 없다’는 정치권의 금언이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 연설을 쓰면서 2012년 새누리당의 대선공약집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저희 새누리당의 공약이었습니다. 문제는 134.5조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반성합니다. 저는 지난 4월 1일 정부가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복지재정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3조원의 복지재정 절감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평가합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부족은 22.2조원입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권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세금과 복지의 문제점을 털어놓고, 국민과 함께 우리 모두가 미래의 선택지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이 일은 공무원연금개혁보다 더 어렵고, 인기는 더 없지만, 국가 장래를 위해 더 중요한 일입니다. 세금과 복지야말로 합의의 정치가 절실하게 필요한 문제입니다. 서민증세 부자감세 같은 프레임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저급한 정쟁은 이제 그만 두고 여야가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 고민의 출발은 장기적 시야의 복지모델에 대한 합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의 복지는 ‘低부담-低복지’입니다. 현재 수준의 복지로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의 붕괴를 막기에 크게 부족합니다. 그러나 ‘高부담-高복지’는 국가재정 때문에 실현가능하지도 않고, 그게 바람직한지도 의문입니다. 高부담-高복지로 선진국이 된 나라도 있지만, 실패한 나라도 있습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저출산-고령화로 인하여 앞으로 50년간 기형적 인구구조라는 재앙이 닥치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복지제도를 더 확대하지 않고 그대로 가더라도, 앞으로 복지재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中부담-中복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민부담과 복지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정도 수준을 장기적 목표로 정하자는 의미입니다. 이는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태리 같은 유럽 국가들보다는 낮지만, 현재의 미국, 일본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을 지향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결코 낮은 목표라고 볼 수 없습니다. 최근 여야간에 中부담-中복지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우리는 국민의 동의를 전제로 이 목표에 합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中부담-中복지를 목표로 나아가려면 세금에 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무슨 세금을 누구로부터 얼마나 더 거둘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증세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3년간 22.2조원의 세수부족을 보면서 증세도, 복지조정도 하지 않는다면, 그 모든 부담은 결국 국채발행을 통해서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비겁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그리고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원칙까지 같이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조세의 형평성이 확보되어야만 중산층에 대한 증세도 논의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최근의 여야 대표연설은 대부분 우리 국회가 세금과 복지 문제에 관한 대타협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지난 2월 우윤근 원내대표님도 이런 제안을 하셨습니다. 저는 새누리당 의원님들의 동의를 구하여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여야 합의기구의 설치를 추진하겠습니다. 정부도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보육 개혁 복지지출 중에서 보육 분야는 현실적 어려움이 큽니다. 여야 합의기구가 출범하면 이 문제도 여야가 함께 풀어갑시다. 0∼2세 보육료, 3∼5세 누리과정, 0∼5세 양육수당을 합친 올해 보육예산은 10조 2,500억원으로서, 급식예산 2조 5천억원의 4배입니다. 최근의 지방재정법 개정 과정에서 보았듯이 보육재원의 조달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의 갈등은 심각합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된 이래 지난 24년간 보육은 계속 확대되어 왔고, 박근혜 정부는 0∼5세의 모든 영유아에게 소득에 관계없이 보육지원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보육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국가의 지원은 확대되었으나, 이 정책이 저출산 해소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더구나 최근 보육시설에서 연달아 발생하는 사고들을 보면서, 0세 영아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월 77만 8천원이 지원되는데 집에서 키우면 월 20만원이 지원되는 모순을 보면서, 또 어린이집, 유치원과 가정이라는 보육공동체의 비정상적인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는 보육정책의 재설계가 절실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공동체는 아이를 낳고 잘 키우는 문제를 돈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4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지방재정법을 개정하고 정부가 합의했던 5,064억원도 동시에 집행하며, 영유아보육법도 개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보육정책에 대해서는 우리 국회가 진지한 토론과 대안의 모색에 여야가 함께 착수할 것을 제안합니다. 정부도 앞으로 보육정책과 예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현실성 있는 방안을 제시해 주기 바랍니다. ●성장의 가치와 성장의 해법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경제성장은 오랫동안 보수의 의제였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소득주도형 성장, 포용적 성장’을 말했을 때, 저는 이 새로운 변화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야당이 성장의 가치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반가웠습니다. 보수가 복지를 말하기 시작하고, 진보가 성장을 말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 우리 정치의 진일보라고 높이 평가합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성장의 해법입니다. 복지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인데, 성장은 돈을 어떻게 버느냐의 문제입니다. 성장의 해법은 복지의 해법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KDI가 발표한 장기거시경제 전망에 따르면 현재의 3.5%의 잠재성장률은 2050년대에 1.0%로 추락합니다. 더 비관적인 전망에 따르면 2040년대부터 1.0% 이하로 추락하여 2060년대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합니다. 대한민국이 성장을 못하는 나라, 저성장이 고착화된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적 대재앙입니다. 성장을 못하면 우리 사회의 모든 게 어려워집니다. 성장을 못하면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들고, 서민 중산층이 붕괴되어 양극화는 더 심각해지고, 국가재정도 버티기 힘들어 복지에 쓸 돈이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통일을 하더라도 통일비용을 부담할 재원이 없습니다. 앞으로 100년간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경제성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양극화 해소 못지 않게, 성장 그 자체가 시대의 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2100년까지 한국경제가 성장을 못하는 것은 경기변동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장을 뒷받침하는 노동, 자본, 기술 등 세 가지 요소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펀더멘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성장의 원인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을 일관되게 추진하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20세기의 성취를 21세기에 다 날려보내고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 것입니다. 저성장은 이렇게 고질적이고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인데,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성장전략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외 없이 집권 초반의 경제성적표를 의식해서 반짝경기를 일으켜 보려는 단기부양책의 유혹에 빠졌습니다. 성장잠재력 자체가 약해져서 저성장이 고착화된 경제에서 국가재정을 동원하여 단기부양책을 쓰는 것은 성장효과도 없이 재정건전성만 해칠 뿐이라는 KDI의 경고를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국가재정 때문에 공무원연금개혁의 진통을 겪으면서, 별 효과도 없는 단기부양책에 막대한 재정을 낭비해서야 되겠습니까? 건전한 국가재정은 그 동안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최후의 보루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입니다. 1997∼98년의 IMF 위기와 2008∼09년의 금융위기도 그나마 국가재정이 튼튼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단기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IMF 위기처럼 극심한 단기불황이 찾아오지 않는 한, 단기부양책은 다시는 끄집어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 대신 장기적 시야에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일은 한 두가지 정책수단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뼈를 깎는 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자본, 노동, 여성, 청년, 교육, 과학기술, 농어업, 제조업,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 혁명적인 변화의 최종 목표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이며, 성장잠재력 확충입니다. 가장 중요한 몇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재앙은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0∼5세 보육예산을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집 구해서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도록 해야 합니다. 내 아이가 자라서 나보다 더 잘 살 거라는 희망을 드려야 합니다. 보육, 교육, 노동, 일자리, 주택, 복지 등을 포괄하는 종합대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인력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청년, 여성, 장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이 더 이상 경력단절을 겪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정년후 장년층의 재고용을 촉진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청년일자리를 위해서 정부는 ‘청년일자리 전쟁’을 하겠다는 각오로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총동원해서 청년의 고용률을 높여야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일자리는 삶의 문제입니다. 사회 문턱에 갓 들어선 청년들에게 실업보다 더 큰 고통은 없을 것입니다. 정부, 공기업, 정부산하단체부터 청년일자리 늘리기에 앞장서야 합니다. 정부는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에게 임금인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청년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호소하고 청년고용에는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청년창업에 대한 국가지원도 대폭 확대하고, 크라우드펀딩법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도 조속히 통과되어야 합니다. 청년들이 취업하기를 원하는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도 조속히 통과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중소기업의 청년고용에 대한 임금보조를 확대하고, 중소형 공장이 밀집한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재양성은 성장의 마지막 희망을 걸어야 할 분야이고 국가의 명운이 걸린 분야입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과학기술주도형 성장으로 가려면 오랜 시간에 걸친 일관된 국가R&D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어야 하는 분야입니다. 연구개발예산의 총투자액은 확대하되 민간이 하지 못하는 분야를 국가가 담당해야 합니다. IMF 위기 이후 누적된 문제로 고장난 국가R&D시스템은 근본적인 진단후 수술이 불가피합니다. 과학기술교육의 혁신과 이공계 우대 정책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제조업이 더 강해져야 관련 서비스산업이 같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전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제조업의 위기는 지금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기입니다. 이들 주력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중소기업 분야에서도 벤처만 우대할 것이 아니라 지금 잘하고 있는 업종과 기업들이 더 잘 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한계기업은 과감하게 퇴출시켜 새 살이 돋아나도록 하고, 잘하는 기업에게 자원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정한 고통분담, 공정한 시장경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성장의 해법은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고통스러운 개혁입니다. 성장을 향한 개혁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어느 일방의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공정한 고통분담, 공정한 시장경제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합의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노사정 대타협이 바로 그런 합의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 이 시간까지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 못지않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 등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정책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공기업은 지금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더 확실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30대 그룹과 대형 금융기관들도 상시적 업무에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합니다. 재벌대기업은 지난날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재벌대기업은 무한히 넓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등이 되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가 친척에게 돈벌이가 되는 구내식당까지 내주고 동네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끄러운 행태는 스스로 거두어들여야 합니다. 천민자본주의의 단계를 벗어나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아픔을 알고 2차, 3차 하도급업체의 아픔을 알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존경받는 한국의 대기업상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정부는 재벌대기업에게 임금인상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하청단가를 올려 중소기업의 임금인상과 고용유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재벌정책은 재벌도 보통 시민들과 똑같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재벌그룹 총수 일가와 임원들의 횡령, 배임, 뇌물, 탈세, 불법정치자금, 외화도피 등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 보통 기업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검찰, 법원은 재벌들의 사면, 복권, 가석방을 일반 시민들과 다르게 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공정한 고통분담과 공정한 시장경제는 결국 복지, 노동, 경제민주화, 법치로 귀결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증세, 中부담-中복지의 시회안전망, 비정규직 대책, 청년일자리,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대책들이 성장의 해법과 함께 가야 합니다. 정부는 성장잠재력과 상관없는 단기부양책이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에 필요한 곳에 예산을 써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아직도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아있는 박근혜 정부가 이상과 같은 근본적 개혁의 길로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정부가 단기부양책보다는 노동-금융-교육-공공의 4대 부문 개혁을 말하고 2017년까지 잠재성장률 4%대 진입을 목표로 ‘3년의 혁신으로 30년의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점을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3년내의 성과에 조급해서는 안됩니다. 잠재성장률을 4%대로 높이는 일은 3년의 개혁으로는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3년 동안 그 다음 정부가 후퇴시킬 수 없는 개혁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수만 있다면,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정부는 공무원연금개혁에서 시작하여 세금과 복지, 노동, 보육과 교육, 청년일자리, 그리고 성장 등의 분야에서 개혁의 인프라를 제안하고, 우리 국회는 합의의 정치로 국가의 장래를 준비하는 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이 보이지 않겠습니까? 저는 야당이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론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정한 속도의 최저임금 인상,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지출의 확대는 빈곤과 양극화 해소라는 차원에서 동의합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지출 확대가 저소득층의 소비를 늘려 내수 진작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점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2100년까지 저성장의 대재앙이 예고된 우리 경제에 대하여 이 정도의 내용을 성장의 해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소득주도 성장을 정치적으로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제대로 된 성장의 해법이 없었던 것은 지난 7년간 저희 새누리당 정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 그리고 창조경제를 성장의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왕 야당이 성장이라는 시대의 가치를 얘기한다면, 여야가 그 해법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합의의 정치로 성장을 위한 지난한 개혁의 길로 함께 가자는 점입니다. ●사회적경제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최근 많은 국민들께서 사회적경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을 주며 양극화 해소와 건강한 지역공동체의 형성에 도움을 주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영역도 돌봄, 보육, 교육, 병원, 신용, 도시락, 반찬가게, 동네슈퍼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中부담-中복지를 목표로 나아간다면 우리 사회 전체의 복지수요를 국가재정이 모두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일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와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늘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회적경제는 국가도, 시장도 아닌 제3의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으로서,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역사적 진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해왔던 선진국들도 사회적경제가 발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는 정치적 오염과 도덕적 해이를 경계해야 합니다. 사회적경제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일은 여야 모두의 책임입니다. 우리 19대 국회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하여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적 진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 경제 분야의 마지막 주제로 저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경고합니다. 작년말 가계부채는 1,089조원을 기록했습니다. 국민 1인당 평균 2,150만원이며, 가계부채가 GDP의 75%입니다. IMF 위기때는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대규모 도산사태와 대량해고가 발생했고 양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지금은 가계부채가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가 되었습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의 완화와 금리인하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높여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가계부채는 개인이 원금과 이자를 갚는 게 당연한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우리 경제 전체의 리스크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정부가 정교한 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지난번 두 차례에 걸친 안심전환대출은 은행과 정부의 부담으로 원리금 상환능력이 있는 일부 계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정책이었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상환능력은 없고 부실의 위험도는 높은 한계선상의 가계부채에 대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을 촉구합니다. ●국가안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성장, 복지와 함께 안보, 통일은 우리의 4대 국가 아젠다입니다. 올해는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광복과 함께 분단이 된 70년 전의 슬픈 역사는 분단을 허물고 통일과 진정한 광복을 이룩해야 하는 역사적 과업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대북정책이 쌓여서 통일정책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통일 이전에 북한의 개혁 개방, 북한경제의 발전, 북한체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북정책이라는 주장에 저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북한은 그런 이성적인 대북정책이 통하지 않는 상대입니다. 문제의 핵심에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있습니다. 지난 4월 2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이란과 국제사회의 역사적 합의가 타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란보다 핵무기 개발이 훨씬 앞선 북한의 핵문제는 조금도 진전이 없이 악화되어 가기만 합니다. 2012년 12월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 이후 우리 군은 북한이 노동미사일이나 스커드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한 핵미사일을 이미 실전배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우리 국민들은 언제 우리를 향해 날아올지 모르는 핵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싸드(THAAD) 요격미사일의 배치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저는 “우리가 과연 우리 손으로 우리의 생명을 지킬 생각을 갖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북핵문제를 압박과 유도의 외교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저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1994년의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2012년 미국과 북한의 2.29 합의가 모두 어떻게 되었습니까? 북한은 그 때마다 약속을 깨고 핵개발은 계속되었습니다. 북핵문제를 현명한 외교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당연히 경주하되,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북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억지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합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북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국방능력을 갖추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최근 안보정당을 내세운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묻습니다. 싸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대안을 갖고 있습니까? 행여 북한이 핵공격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안보정당은 한마디 말로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닙니다. 북핵과 싸드, 천안함 폭침,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국가안보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과 행동이 있어야 스스로 안보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야당을 비판하려고 거북한 질문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늘 말로는 ‘국가안보는 초당적으로 대처한다’라고 하면서, 서로 생각의 차이는 너무나 큰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19대 국회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 19대 국회가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국민에게 내일의 희망을 드리기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저는 매일 이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집니다. 저는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었습니다. 15년전 제가 보수당에 입당한 것은 제가 꿈꾸는 보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 지난 15년간 여의도에 있으면서 제가 몸담아보지 않았던 진보 진영에도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훌륭한 정치인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 그 분들의 생각 중에 옳은 것도 많고, 저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느낄 때도 많았습니다. 좋은 생각, 옳은 생각을 가진 선량들이 모인 이 국회가, 우리 정치가 왜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불신과 경멸의 대상이 되었는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린,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가 하나의 해결책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제 말씀을 마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년 국가부채 1200조원 넘어 “정부 순자산 543조원”

    작년 국가부채 1200조원 넘어 “정부 순자산 543조원”

    작년 국가부채 작년 국가부채 1200조원 넘어 “정부 순자산 543조원”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한 광의의 국가부채가 93조원 늘어 1200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군인이 받아갈 연금이 늘어나고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지출이 커진 탓이다. 이 가운데 중앙·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채무는 530조원대에 달했다. 세입 증가율이 지출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정부의 재정건전성 판단기준인 관리재정수지가 악화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적자폭이 가장 컸다. 정부는 6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14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감사원 결산 검사를 거쳐 내달 말가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출이나 비용이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발생주의에 입각한 정부 재무제표상 부채는 작년 말 현재 1211조 2000억원이다. 1년 전의 1117조 9000억원보다 93조 3000억원 증가했다. 부채 증가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세수가 줄어드는 반면 경기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국채 발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채와 주택청약저축 등은 567조 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6조원 늘었다. 공무원·군인 연금의 미래지출 예상액인 연금충당부채가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충당부채는 643조 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7조 3000억원 증가했다. 연금 수급자수 및 보수인상률 증가에 따른 것이다. 연금충당부채는 현재 연금 수급자 및 재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가치로 추정한 재무제표상 부채다. 정부가 직접 빌린 돈은 아니지만, 연금으로 지급하지 못한 부분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연금충당부채 산출은 국제적인 추세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간 국가채무 비교에는 쓰이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노형욱 재정관리관은 “연금충당부채가 굉장히 많이 늘어 공무원연금개혁이 초미의 화두로 떠올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주의에 입각한 중앙·지방정부의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530조 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0조 7000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통계청 추계인구 5042만 4000명으로 나눠 계산할 경우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천52만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7%로, 전년보다 1.4%포인트 올랐다. 통합재정수지는 8조 5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확장적인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29조 5000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2.0%다.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3조 2000억원 이후 가장 크다. 지난해 총세입은 298조 7000억원, 총세출은 291조 5000억원, 세계잉여금은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공자금관리기금 등 64개 기금의 수입·지출액은 537조 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6조 9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중앙정부 자산은 1754조 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8조 2000억원 증가했다. 부채를 제외하면 순자산은 543조 3000억원이다. 노 재정관리관은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재정건전성은 상당히 건전한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나 복지재정의 증가추세 등을 감안해 지금부터 더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작년 국가부채 1200조원 넘어 “정부 순자산 543조원” 도대체 왜?

    작년 국가부채 1200조원 넘어 “정부 순자산 543조원” 도대체 왜?

    작년 국가부채 작년 국가부채 1200조원 넘어 “정부 순자산 543조원” 도대체 왜?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한 광의의 국가부채가 93조원 늘어 1200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군인이 받아갈 연금이 늘어나고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지출이 커진 탓이다. 이 가운데 중앙·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채무는 530조원대에 달했다. 세입 증가율이 지출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정부의 재정건전성 판단기준인 관리재정수지가 악화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적자폭이 가장 컸다. 정부는 6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14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감사원 결산 검사를 거쳐 내달 말가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출이나 비용이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발생주의에 입각한 정부 재무제표상 부채는 작년 말 현재 1211조 2000억원이다. 1년 전의 1117조 9000억원보다 93조 3000억원 증가했다. 부채 증가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세수가 줄어드는 반면 경기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국채 발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채와 주택청약저축 등은 567조 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6조원 늘었다. 공무원·군인 연금의 미래지출 예상액인 연금충당부채가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충당부채는 643조 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7조 3000억원 증가했다. 연금 수급자수 및 보수인상률 증가에 따른 것이다. 연금충당부채는 현재 연금 수급자 및 재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가치로 추정한 재무제표상 부채다. 정부가 직접 빌린 돈은 아니지만, 연금으로 지급하지 못한 부분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연금충당부채 산출은 국제적인 추세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간 국가채무 비교에는 쓰이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노형욱 재정관리관은 “연금충당부채가 굉장히 많이 늘어 공무원연금개혁이 초미의 화두로 떠올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주의에 입각한 중앙·지방정부의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530조 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0조 7000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통계청 추계인구 5042만 4000명으로 나눠 계산할 경우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천52만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7%로, 전년보다 1.4%포인트 올랐다. 통합재정수지는 8조 5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확장적인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29조 5000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2.0%다.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3조 2000억원 이후 가장 크다. 지난해 총세입은 298조 7000억원, 총세출은 291조 5000억원, 세계잉여금은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공자금관리기금 등 64개 기금의 수입·지출액은 537조 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6조 9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중앙정부 자산은 1754조 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8조 2000억원 증가했다. 부채를 제외하면 순자산은 543조 3000억원이다. 노 재정관리관은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재정건전성은 상당히 건전한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나 복지재정의 증가추세 등을 감안해 지금부터 더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리콴유한테 진짜 배워야 할 것/박상숙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리콴유한테 진짜 배워야 할 것/박상숙 국제부 차장

    초등학생 때 엄마 손에 이끌려 난생 처음 청와대에 가 봤다. 흰 천으로 뒤덮인 대형 천막 안에는 대통령의 영정이 놓여 있었다. 수많은 조문객으로 붐비는 빈소 바닥에 앉아 땅과 가슴을 치며 통곡하던 할머니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그날의 기억이 얼마 전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장례식을 보며 떠올랐다. 폭우 속에서 몸부림치며 오열하는 싱가포르 국민을 보면서다. 국부(國父)를 떠나보내는 당연한 감정의 표출이겠지만 묘하게 권위주의 시대의 모습과 오버랩됐다. 외국에 사는 싱가포르인들도 동포를 비슷한 정서를 품고 봤나 보다. 싱가포르 출신의 한 BBC방송 기자는 자국민의 격한 반응이 이방인들에게 당혹스러울 수 있다며, 리 전 총리에 대한 ‘애증’을 언급했다. 리콴유 치하 풍요로운 삶과 자유를 맞바꾼 싱가포르인들이 ‘배부른 돼지’처럼 보일까 고민한 듯하다. 자원 없는 가난한 나라를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 달러가 넘는 경제부국으로 만든 리콴유는 자주 ‘아시아의 히틀러’로 폄하됐다. 사회통합을 명분으로 언론을 규제하고 정적을 탄압했으며, 껌 씹고 침 뱉는 것부터 결혼·출산 등 사생활까지 간섭하고 관리해서다. ‘아시아의 용’이란 칭송과 함께 ‘사형제가 있는 디즈니랜드’라는 조롱도 뒤따랐다. 한국에서도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성장을 앞세우는 쪽은 경제발전을 이끈 그의 통치 스타일만을 부각한다. 반대쪽에선 자유를 억압해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며 깎아내리기에 바쁘다. 하지만 양쪽 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리콴유가 부패에 물들지 않았으며, 정부를 놀랄 정도로 청렴하게 운영했다는 것이다. 31년간 총리를 지냈고,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실세’이지만 단 한 번의 스캔들도 없었다. ‘돈’과 ‘여자’에 관해 그가 완벽하다는 사실은 반대파도 인정한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법칙(!)에 예외도 있다는 걸 입증한 최초의 권력자가 아닐까 싶다. 자타가 공인하듯 리콴유 리더십의 비결은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에 있다. 국민의 잘못을 매로 다스리고, 마약범을 사형하는 등 인정사정없는 독불장군이었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더 많은 채찍질을 가했다. 가난하진 않았지만 검소한 삶을 영위했다. 이웃집 손해를 우려해 사저마저 “죽은 뒤 허물라”는 유언은 유명하다. 리콴유는 2010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한 일이 다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한 모든 일은 고귀한 목적을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통치 방식에 대한 외부의 손가락질에 한 점의 사심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4·29 재보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선 당리당략을 버리고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선전에 한창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제살을 깎겠다며 공언한 정치 개혁, 정당 혁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자기 밥그릇은 손도 못 대게 하면서 공무원연금이나 노동 부문 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가와 국민을 최우선으로 한다면서 정작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한 자가당착적 리더십으로는 만사휴의(萬事休矣)다. 재정난을 핑계로 무상급식을 폐지한 뒤 해외 출장에서 골프 치는 도지사, 부동산 투기 등 온갖 의혹에도 서슬 퍼런 부정부패 척결을 선언한 총리와 같은 공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리콴유처럼 자신의 처신부터 추상처럼 다잡는 일이다. alex@seoul.co.kr
  •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 사망] “죽거든, 내 집 허물라”… 貧國을 富國 만든 ‘反부패 독재자’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 사망] “죽거든, 내 집 허물라”… 貧國을 富國 만든 ‘反부패 독재자’

    “죽거든 내 집부터 허물어라.” 23일 사망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자신의 집이 ‘국가 성지(聖地)’로 보존되면 주변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이웃 주민들이 경제적 손실을 볼까 걱정해서다. 양식은 말할 것도 없고 먹을 물조차 구할 수 없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50여년 만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 6113달러(IMF·2014년 기준), 세계 8위의 경제부국으로 끌어올린 ‘국부’(國父) 리콴유.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법치국가’를 세운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와 달리 이처럼 세심함도 갖춘 지도자였다. 리콴유는 1923년 싱가포르의 부유한 화교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946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1951년 귀국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노동운동을 펼치며 정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1954년 ‘인민행동당’을 창당해 사무총장에 올랐다. 1959년 35세의 나이에 영국연방 자치정부의 초대 총리가 됐다. 이후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까지 무려 26년간 총리를 지냈다. 총리 시절 유교적 철학에 바탕을 둔 ‘아시아적 가치’를 전파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싱가포르를 선진국으로 끌어올린 ‘공로자’와 개발독재를 펼친 ‘독재자’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교차한다.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했을 때만 해도 국민 대부분이 제대로 된 집조차 없이 떠돌이 생활을 했고, 실업률도 10~12%에 달했다. 리콴유는 자유경쟁과 과감한 개방정책을 실행해 ‘기적’을 일궈 냈다. 외국의 투자를 끌어들이고자 규제를 풀었고, 외국 기업이라도 사업을 승인받으면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못 배운 국민이 숙련된 노동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개발하고,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했다. 그의 통치가 찬사만 받은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깨끗하고 범죄가 드문 성공한 도시국가의 이면에는 강력한 억압통치가 자리 잡고 있다. 길거리에서 흡연하거나 껌만 뱉어도 큰 벌금을 매겼고, 마약 소지자는 사형에 처했다. 서구 언론들은 지금까지 싱가포르를 태형과 벌금의 나라라는 꼬리표를 달고 소개하며, 그를 ‘동남아시아의 작은 히틀러’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장남 리셴룽(李顯龍)이 2004년 8월부터 제3대 싱가포르 총리로 재직하면서 세습정치라는 비판도 받았다. 장기 집권, 가부장적 통치, 개발독재라는 공통점 때문에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와 자주 비견됐다. 다만 리콴유는 무력이 아닌 법규와 교육을 통치 기반으로 적극 활용했다는 게 차이다. 이 과정에서 지나친 엘리트 지상주의를 앞세웠고 “똑똑한 사람들끼리 결혼해야 한다”는 우생론에 집착했다. 일각에선 영토 분쟁이 끊이지 않는 국가를 이웃으로 둔 인구 530만명의 작은 섬나라가 택한 당연한 길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그의 일생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생존’이었다는 이야기다. 덕분에 플라톤의 철인정치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현대에 구현한 실용주의 정치가로 규정되기도 한다. 올해로 독립 50주년을 맞은 싱가포르의 사회 분위기는 리콴유 사후 사뭇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리콴유의 타계는 표현의 자유와 정치 참여를 통제하던 억압의 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자유와 변화의 새 시대를 여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타계… ‘국부’ 그는 누구인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타계… ‘국부’ 그는 누구인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타계’ 23일 타계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작지만 강하고 잘사는 싱가포르의 기적과 신화를 이룬 인물로, 아시아의 대표적 지도자로 통한다. 정치,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가 드문 동남아시아에서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최고 잘사는 나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 금융 및 물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고, 부정부패가 드문 깨끗한 사회로 건설한 리 전 총리는 국부(國父)로 일컬어진다. 그는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던 1959년부터 자치정부 총리를 지냈다. 이후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 퇴임할 때까지 26년간 총리로 재직했다. 자치정부 시절까지 합하면 31년 동안 총리로 재직해 세계 사상 가장 오랫동안 총리로 재직했다. 독립 당시 400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그가 총리직에서 퇴직한 1990년에 1만2천750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5만6천113달러로 세계 8위, 아시아 1위이며,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국가경쟁력은 세계 2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 국가청렴도는 세계 5위이다. 오늘의 싱가포르를 있게 한 주인공이 리콴유라는 데 이견이 없다. 리콴유는 1923년 영국 식민지 시절 싱가포르에서 부유한 화교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94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소속인 피츠윌리엄 칼리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1951년 귀국해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1954년 인민행동당(PAP)을 창당하고 사무총장에 올랐다. 1959년 자치정부 총리가 됐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35세였다. 그가 독립 싱가포르의 총리로 취임했던 1965년 싱가포르는 부존 자원은커녕 마실 물조차 부족해 이웃 말레이시아에서 사와야 할 정도로 암울했다. 하지만 현재 싱가포르는 ‘아테네 이후 가장 놀라운 도시국가’로 불리고 있다. 그는 집권 후 재정 안정화, 서민주택 보급, 공직비리조사국 설치, 해외투자 유치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개발도상국이 소홀히 하기 쉬운 환경보호에도 노력을 기울여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싱가포르 항만공사를 설립해 세계 일류 수준의 컨테이너 항구를 건설했고, 석유파동 속에서도 미래에 대비해 창이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등 주요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이 같은 장기적 안목의 투자는 싱가포르를 물류 중심지, 동서양 항공의 요충지로 만들었다. 또 세계 유명 금융기관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일으켰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에는 비판과 논란도 뒤따랐다. 싱가포르가 세계적으로 깨끗하고 범죄율이 낮은 도시가 된 배경에는 무거운 벌금, 태형 등 강력한 처벌이 자리잡고 있다. 마약 소지자는 엄벌에 처하고 껌만 뱉어도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엄격한 통제를 국가경영에 도입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아시아의 히틀러로 불리기도 했으며, 경제적인 부에도 한때 싱가포르의 국민행복지수는 150개국 중 149위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의 이런 통치 방식은 ‘온건한 독재’, ‘가부장적 통치’로 불렸다. 그러나 동남아의 다른 독재자들처럼 무력을 동원하거나 경제개발 과정에서 착취나 인권침해 논란을 초래하지 않았다. 노조활동과 임금인상을 억제했지만 성과급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유능한 인재의 공직 진출을 유도하고, 공무원들이 부정부패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보수를 공무원들에게 지급했다. 그를 지지하는 정치 전문가들은 그의 독재적 방식이 국가통치를 효율화하는 수준을 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리 전 총리 자신은 독재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서구에 비해 개발이 뒤진 아시아가 서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했다. 이는 당시 아시아에 만연했던 독재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 등이 아시아적 가치에 동조했으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져 아시아의 정치,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더 이상 아시아적 가치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리콴유는 세계와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녀, 덩샤오핑에서 시진핑 주석에 이르기까지 중국 지도자들의 스승 역할을 했다. 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통령들도 그에게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콴유는 1990년 고촉동 전 총리에게 총리 자리를 물려줬다. 2004년 14년간 총리로 재임했던 고 전 총리가 물러나 리콴유의 첫째 아들인 리셴룽(李顯龍)이 새 총리로 취임했다. 리셴룽 총리의 등장은 또다른 형태의 권력세습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오랫 동안 정치, 행정 분야 요직을 거치면서 지도자 교육을 받았던 리셴룽 총리는 싱가포르 국민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대체로 존경받는 지도자로 통한다. 리콴유는 2010년 세상을 먼저 떠난 부인 콰걱추(柯玉芝) 여사와 2남 1녀를 뒀으며 한국도 수차례 방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타계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누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타계’ 23일 타계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작지만 강하고 잘사는 싱가포르의 기적과 신화를 이룬 인물로, 아시아의 대표적 지도자로 통한다. 정치,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가 드문 동남아시아에서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최고 잘사는 나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 금융 및 물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고, 부정부패가 드문 깨끗한 사회로 건설한 리 전 총리는 국부(國父)로 일컬어진다. 그는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던 1959년부터 자치정부 총리를 지냈다. 이후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 퇴임할 때까지 26년간 총리로 재직했다. 자치정부 시절까지 합하면 31년 동안 총리로 재직해 세계 사상 가장 오랫동안 총리로 재직했다. 독립 당시 400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그가 총리직에서 퇴직한 1990년에 1만2천750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5만6천113달러로 세계 8위, 아시아 1위이며,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국가경쟁력은 세계 2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 국가청렴도는 세계 5위이다. 오늘의 싱가포르를 있게 한 주인공이 리콴유라는 데 이견이 없다. 리콴유는 1923년 영국 식민지 시절 싱가포르에서 부유한 화교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94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소속인 피츠윌리엄 칼리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1951년 귀국해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1954년 인민행동당(PAP)을 창당하고 사무총장에 올랐다. 1959년 자치정부 총리가 됐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35세였다. 그가 독립 싱가포르의 총리로 취임했던 1965년 싱가포르는 부존 자원은커녕 마실 물조차 부족해 이웃 말레이시아에서 사와야 할 정도로 암울했다. 하지만 현재 싱가포르는 ‘아테네 이후 가장 놀라운 도시국가’로 불리고 있다. 그는 집권 후 재정 안정화, 서민주택 보급, 공직비리조사국 설치, 해외투자 유치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개발도상국이 소홀히 하기 쉬운 환경보호에도 노력을 기울여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싱가포르 항만공사를 설립해 세계 일류 수준의 컨테이너 항구를 건설했고, 석유파동 속에서도 미래에 대비해 창이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등 주요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이 같은 장기적 안목의 투자는 싱가포르를 물류 중심지, 동서양 항공의 요충지로 만들었다. 또 세계 유명 금융기관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일으켰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에는 비판과 논란도 뒤따랐다. 싱가포르가 세계적으로 깨끗하고 범죄율이 낮은 도시가 된 배경에는 무거운 벌금, 태형 등 강력한 처벌이 자리잡고 있다. 마약 소지자는 엄벌에 처하고 껌만 뱉어도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엄격한 통제를 국가경영에 도입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아시아의 히틀러로 불리기도 했으며, 경제적인 부에도 한때 싱가포르의 국민행복지수는 150개국 중 149위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의 이런 통치 방식은 ‘온건한 독재’, ‘가부장적 통치’로 불렸다. 그러나 동남아의 다른 독재자들처럼 무력을 동원하거나 경제개발 과정에서 착취나 인권침해 논란을 초래하지 않았다. 노조활동과 임금인상을 억제했지만 성과급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유능한 인재의 공직 진출을 유도하고, 공무원들이 부정부패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보수를 공무원들에게 지급했다. 그를 지지하는 정치 전문가들은 그의 독재적 방식이 국가통치를 효율화하는 수준을 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리 전 총리 자신은 독재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서구에 비해 개발이 뒤진 아시아가 서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했다. 이는 당시 아시아에 만연했던 독재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 등이 아시아적 가치에 동조했으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져 아시아의 정치,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더 이상 아시아적 가치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리콴유는 세계와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녀, 덩샤오핑에서 시진핑 주석에 이르기까지 중국 지도자들의 스승 역할을 했다. 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통령들도 그에게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콴유는 1990년 고촉동 전 총리에게 총리 자리를 물려줬다. 2004년 14년간 총리로 재임했던 고 전 총리가 물러나 리콴유의 첫째 아들인 리셴룽(李顯龍)이 새 총리로 취임했다. 리셴룽 총리의 등장은 또다른 형태의 권력세습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오랫 동안 정치, 행정 분야 요직을 거치면서 지도자 교육을 받았던 리셴룽 총리는 싱가포르 국민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대체로 존경받는 지도자로 통한다. 리콴유는 2010년 세상을 먼저 떠난 부인 콰걱추(柯玉芝) 여사와 2남 1녀를 뒀으며 한국도 수차례 방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경제] 中경제 디플레·체질 개선 갈림길… “실업률 연착륙이 관건”

    [글로벌 경제] 中경제 디플레·체질 개선 갈림길… “실업률 연착륙이 관건”

    # 1 “많은 이들은 21세기에 미국을 대신할 강대국으로 중국을 꼽지만 나는 중국이 일본과 같은 결말을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의 장기 불황을 정확히 예측했던 로이 스미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8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중국의 모습은 버블이 붕괴하기 직전인 1990년대 초반 일본을 꼭 닮았다”며 중국의 꿈(中國夢)은 신기루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스미스 교수가 현재 중국과 1990년대 일본의 공통점으로 꼽은 것은 부실 채권, 부동산 거품,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 감소 등이다. 스미스 교수는 특히 “중국은 금융 시스템과 기업회계가 투명하지 않아 숨겨진 부실이 많을 것”이라면서 “이런 것들이 드러날 경우 중국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는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 2 “지난해 7.4%의 경제성장률이 낮다고 생각하는가? 7.4%는 8000억 달러로, 터키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규모가 커질수록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상식이다.” 중국 신경보(新京報)는 10일 “확실한 처방전이 있는데 무엇이 두려운가”라는 제목으로 서구 언론이 펴는 중국 경제 위기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신경보는 “지난해 양적완화와 같은 인위적 경기 부양을 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으며, 서비스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일자리가 목표치를 300만개나 초과해 1300만개 이상 창출됐다”며 긍정론의 근거를 댔다. 여기에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1억 4000만명이 혁신 경제의 주축을 담당하고, 4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 등 거시경제를 제어할 수단이 많다는 것도 환기시켰다. 중속 성장으로 접어든 중국 경제의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갑작스런 성장 둔화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불러올 것이라는 게 부정론의 핵심이다. 경제성장률 하락, 사상 최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장기 침체에 접어든 부동산 경기 지수, 18조 6000억 위안에 이르는 부실한 지방정부 부채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긍정론자들은 중국 경제가 양에서 질로의 ‘기어 변속’을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1%만 성장해도 175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정도여서 기계적인 성장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미 서비스산업이 공해를 유발하는 2차 산업을 능가할 정도로 확대됐고, 창업 열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중국 정부의 주장이다. 1인당 노동생산성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이런 논란에 대해 BBC는 “관건은 실업률”이라고 진단했다. BBC는 “중국도 이미 대량 생산, 대량 투자, 대량 소비에 의존하는 상태에서 벗어났다”면서 “중국 정부가 성장률보다 일자리 창출을 더 부각시키는 의도를 간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성장에 실업률까지 치솟으면 중산층이 붕괴하고 이는 곧 공산당의 권위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멀고 험난한 개혁의 길에 들어섰다”면서 “정부가 아닌 소비자가 돈을 쓰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WSJ는 “정부 예산을 축내는 공공기관과 국유기업이 국민의 돈을 털어 가는 ‘괴물’이 됐다”면서 “연금, 건강보험, 실업수당을 강화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지갑을 열 수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관용 사라진 분노…사회 임금 격차 줄이고 저소득층 대입 혜택 줘야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관용 사라진 분노…사회 임금 격차 줄이고 저소득층 대입 혜택 줘야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를 ‘분노사회’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빌레펠트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참여연대 정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빈부 격차가 심해지면 어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나. -개인적 수준에서는 사회에 대한 불안과 분노가 증가하게 된다. 조직적 수준에서는 가족 해체나 붕괴, 나아가 생계형 범죄를 포함한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수준에서는 사회통합이 약화된다. 개인이 사회에 갖는 소속감, 연대감이 약화되면서 사회 갈등이 증가하게 된다. 최근 한국 사회의 흐름은 ‘분노 사회’라고 볼 수 있다. 20대부터 60~70대 고령 인구까지 뭔가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근본적 원인은 불안에 있다. 10대에는 입시 불안, 20대에는 청년 실업, 30대에는 구조조정, 40대에는 퇴출의 공포, 50대 이후부터는 노인 빈곤율이 50%대에 육박하듯 노후불안이 있다. 이런 불안은 타자에 대해 관용하거나 인내하지 못하게 한다. 곧바로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잘살고, 복지도 좋아진 것 아닌가. -비교 시점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달러도 되지 않았던 1960년대 초반으로 둔다면 지금 분명 잘사는 것이다. 그러나 비교 시기를 외환위기 직전으로 잡는다면 달라진다. 한국 자본주의가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고도 성장했던 마지막 시기가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 때라고 생각한다. 그후 97년 외환위기에 이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계속 닥친 것이다. 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명목상의 1인당 GDP는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살아가는 수준이 과연 나아졌을까’를 볼 때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민주화 세대는 오히려 외환위기 이후 삶이 갈수록 더 퍽퍽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또 내가 언제 이 조직에서 떨려 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도성장의 마지막 단계인 90년대 초중반과 비교해 본다면 삶의 질은 거의 정체돼 있는 것과 다름없다. 시간이 갈수록 나아져야 하는데 정체되니 불안해지면서 옛날에는 화려했던 것 같은데 현재는 빈곤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성장률을 옛날처럼 높이는 게 힘들다면 빈부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정부가 개입해 소득 재분배와 노동시장 정책을 펴야 한다. 노동시장의 경우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비정규직이 받는 월평균 급여가 150만~160만원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900만명에 가까울 것이다. 전체 경제 인구의 3분의1에 해당한다. 비정규직으로는 아이 한 명을 도저히 대학에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반값등록금보다 효율적인 대책은 노동시장 정책이다.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한편으로는 최저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비정규직 축소를 정부가 기업에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가가 강제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타협은 가능하다. 정부가 중립적 위치에서 개입해 노사정 대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비정규직을 줄이는 것을 모색할 수 있다. →소득 재분배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데.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조세부담률이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라도 올려야 한다. ‘증세 없이 복지 없다’는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 →증세에는 중산층, 서민층도 포함돼야 하나. -보편적 증세가 타당하다. →하위 40% 이하는 현재 소득세를 안 내고 있는데 보편적 증세의 범위는 어디까지 돼야 하나. -하위 40%까지 세금을 걷자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증세의 대상은 세금을 내는 60%를 말하는 것이다. 부자에게만 세금을 내라는 게 아니라 세금을 낼 역량을 갖춘 이들은 전부 다 세금을 내라는 게 보편적 증세다. 다시 말해 ‘차등 과세’나 ‘형평 과세’라고 할 수 있다. 부자들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 중산층은 세금을 올리되 그 폭을 작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증세에 대한 반발이 심한데 가능할까. -정치권과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증세 없이 어떻게 복지가 가능한가. →빈부 격차가 과장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정책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소득 분배 악화 상태가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서울신문 ‘빈부 리포트’에서 보도됐듯 하늘과 땅 차이의 삶이 있다. 오히려 현존하는 빈부격차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상류층과 빈곤층의 삶은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 언론에서 보도를 잘 안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상류층은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숨어 생활하는 것처럼 살아간다. 가난한 사람들은 왜 우울한 삶만 보도하느냐고 한다. 빈부격차가 과장됐다는 지적에는 빈부격차의 실상을 보고 싶지 않은 바람이 들어 있다. →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한 의견은.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 인하가 이뤄졌는데 정말 잘못된 정책이었다. 우리나라는 법인세가 OECD 국가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이명박 정부 때 인하한 부분만이라도 원상복구시켜야 한다. 연말정산을 둘러싼 다수 봉급자들의 불만도 기업들이 사내 유보금을 저렇게 많이 쌓아 놨는데 우리가 왜 증세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또 소위 고액 소득자들에 대한 훨씬 더 강력한 누진적 증세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슈퍼리치가 스스로 자신의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부도 많이 하는데. -의식의 문제다. 내가 번 부는 나 혼자만의 능력에서 온 것이 아니고 사회의 여러 도움 속에서 돈을 많이 벌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에 부를 환원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역사가 짧아서 그런지 이런 의식이 취약하다. 천민자본주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가난을 개인의 노력 부족 탓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부분을 전체로 환원시키는 오류이자 기계적 형식 논리다. 물론 게을러서 가난한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다수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가 적어지고 있다. 부의 되물림은 필연적 추세인가. -자본주의가 구조화될수록 직업 이동, 즉 사회 이동은 제한받게 된다. 과거 우리에게는 교육이라는 기회가 열려 있었는데 그것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명문대의 강남 학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중산층이 예전에는 교육을 통한 직업 이동의 원칙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핵가족이 되면서 아이가 하나 내지 둘밖에 없으니 아이에게 집중적 투자를 하게 되고 이런 투자의 격차가 성적의 격차로 나타나는 것이다. →해법은 공교육 강화인가. -사교육으로 빚어진 격차를 공교육 강화로 완화할 수는 있지만 그 차이를 크게 줄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대학입시 제도를 바꿔 실력이 있지만 교육 혜택을 적게 받은 빈곤층 학생들이 명문대에 많이 갈 수 있도록 보장해 줘야 한다. 미국식 소수집단 우대정책을 말한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 사회 갈등으로 폭발할까. -폭발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활력을 잃어가는 것은 맞다. 한국 사회의 일본화다. 일본의 장기불황 20년과 비슷해지고 있다. ‘안정된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 ‘행복한 노후를 맞을 수 있을까’ 등등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전망을 못 갖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거칠게 말하면 ‘사회가 죽어 가고 있는 것’이다. 불안과 체념과 분노가 반복되는 사회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형태로든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해결책은 사회적 대타협밖에 없다. 핵심적 주체인 자본, 노동, 정부 간 역사적 타협 외에는 방법이 없다. 예컨대 아일랜드에서 이뤄진 협약의 경우 노조는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기업은 일자리 창출 약속을 했다. 사회적 타협에서 중요한 것은 권한과 책임을 많이 갖고 있는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정부 5개 부처 ‘초과근무 총량관리제’ 시행해 보니…

    정부 5개 부처 ‘초과근무 총량관리제’ 시행해 보니…

    공직 일선에서의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초과근무 총량관리제’가 근로 시간 단축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전히 초과근무 수당을 받기 위해 허위로 근무 시간을 기재하거나 초과근무 총량관리제 준수에 따른 성과급을 의식해 초과근무 시간을 기록하지 않고 일하는 등 부작용도 드러났다. ●공무원 1인당 초과근무 월평균 31→25시간 15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옛 안전행정부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관세청(본부) 등 5개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초과근무 총량관리제를 시행한 결과 5개 부처의 초과근무 시간이 2013년 같은 기간 대비 18.4% 정도 줄었다. 제도를 시행하기 전인 2013년 8월부터 10월까지 5개 부처의 총초과근무 시간은 29만 5607시간이었지만 제도 시행 이후인 2014년 8월부터 10월까지는 24만 1276시간으로 집계됐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지난해 10월까지 데이터를 집계, 분석한 결과 5급 이하 공무원의 초과근무 시간이 줄어들었다”며 “공무원 한 사람당 2013년 8~10월에 월평균 31시간 초과근무를 했지만 2014년 같은 기간에는 월평균 25시간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의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기본 근로 시간 40시간에 주 12시간까지 근로 시간을 연장할 수 있고 5급 이하 국가직 공무원은 공무원 보수 규정 및 행정 지침에 따라 하루 4시간, 한달 57시간 범위 내에서 초과근무를 할 수 있다. 공무원도 민간 기업과 마찬가지로 눈치 보기식 초과근무가 많은 데다 수당을 받기 위해 억지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정부는 공무원의 불필요한 야근 관행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8월 초과근무 총량관리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부서별로 최근 3년간의 초과근무 시간 평균을 고려해 일정한 총량을 정하고, 총량 한도 내에서 각 과장이 월별 사용 계획을 수립해 부서원의 초과근무를 승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총량관리제 시행 과정에서 수당을 받기 위해 근무 시간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초과근무 관리 대상이 아닌 4급 공무원이나 특정 부서에 일이 몰리는 부작용도 드러났다. 김한창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정책연구소장은 “초과근무 단축과 성과급을 연계하면 결과적으로 하위직 공무원은 일은 하면서도 근무 기록 남기는 것을 눈치 봐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며 “근로 시간을 단축하고 눈치 보기식 야근을 줄인다는 목적에 맞춰 진정성 있는 정책 집행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기업은 아직도 갈 길 멀어 이처럼 공공부문에서는 근로 시간 준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민간 기업에서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의 연간 근로 시간은 2163시간(2013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을 총노동 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0.4달러로 최하위권인 28위에 머물러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본부장은 “근로 시간 준수와 초과근무 단축은 업종, 업태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며 “공공부문에서의 근로 시간 준수가 민간 기업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당신의 오늘, 대한민국 몇 % 입니까…우리의 내일, 그래도 희망 대한민국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당신의 오늘, 대한민국 몇 % 입니까…우리의 내일, 그래도 희망 대한민국

    빈부 격차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지니계수입니다. 0과 1 사이에서 값이 클수록 빈부 격차가 심하다는 뜻입니다. 통계청이 집계한 한국의 지니계수는 2013년 가처분소득 기준 0.302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0.314(2010년 기준)보다 나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통계청의 지니계수 조사는 상류층 조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이런 단점을 보완해 산출한 신(新)지니계수로 보면 한국의 지니계수는 0.37에 달합니다<그림 1①>. OECD 회원국 중 5번째로 빈부 격차가 심하다는 뜻입니다. 시장경제에서 정부는 세제나 복지정책 등을 통해 빈부격차를 줄여 나갑니다. 한국의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의 차이는 2010년 0.044에 불과합니다<그림 ②>.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 차이가 클수록 정부가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는 뜻입니다. 시장소득은 개인이 순수하게 벌어들이는 소득을, 가처분소득은 정부의 세제정책 등이 이뤄진 뒤 개인에게 돌아가는 소득을 말합니다. 동시에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12년 47.2%에서 2013년 48.1%로 악화됐습니다<그림 ③>. 재산의 불평등 정도는 소득보다 골이 더 깊을뿐더러 악화 속도도 빠릅니다. 주택자산의 지니계수는 2000년 0.57에서 2010년 0.62로 악화됐습니다. 부동산 자산의 지니계수 역시 같은 기간 0.62에서 0.70으로 나빠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유층은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가진 부자는 2008년 8만 4000명에서 2013년 16만 7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불었습니다<그림 ④>. 국민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기준 48.1%에 이릅니다<그림 ⑤>. 상위 1%는 13.0%를 보유 중입니다. 유럽과 일본 수준을 뛰어넘었습니다. 상위 20%인 5분위의 연평균 소득은 1996년 3144만원에서 2010년 6856만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습니다<그림 ⑥>. 하위 20%인 1분위는 같은 기간 420만원에서 492만원으로 17% 남짓 느는 데 그쳤습니다. 15년간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저소득층의 소득은 사실상 줄어든 셈입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올해 3만 달러를 넘을 게 확실시됩니다. 하지만 국내 소득자를 일렬로 세웠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중위소득은 국민소득의 3분의 1에 불과한 1074만원(2010년 기준)에 그칩니다. 국민소득(NI)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인 노동소득분배율도 저조합니다. 일부 자영업자 소득까지 포함한 수정노동소득분배율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89.6%에서 2010년 78.7%까지 떨어졌습니다<그림 ⑦>. 반면 부유층과 기업이 주로 가져가는 수정자본소득분배율은 같은 기간 10.4%에서 21.3%로 상승했습니다. 이른바 ‘피케티 비율’ 중 하나인 ‘β값’은 자본(부)의 가치를 국민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부는 부유층이 주로 보유하고 있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β값이 클수록 부가 소수에게 쏠려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β값은 2000년 5.8에서 2012년 7.5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입니다. 계층 상승의 희망도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올라설 확률은 2013년 23.3%에서 2014년 22.6%로 떨어졌습니다<그림 ⑧>. 반면 고소득층이 제자리를 지키는 비율은 같은 기간 75.2%에서 77.4%로 상승했습니다. ‘부자 기업, 가난한 가계’ 현상 역시 빈부 격차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1985~1995년 사이에는 가계소득증가율(8.6%)이 기업소득증가율(7.1%)을 앞질렀습니다<그림 ⑨>. 그러나 2008~2012년에는 가계소득증가율은 2.8%에 그친 반면 기업소득증가율은 11.2%로 치솟았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이 가계보다 4배 빠르게 소득을 불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다 보니 대기업의 곳간은 빠르게 불고 있습니다. 삼성, 현대차 등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의 현금성 자산은 2006년 27조 7000억원에서 지난해 148조 5000억원으로 5.4배 늘었습니다<그림 10>.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은 966조원에서 1427조원으로 47.7%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런 현상엔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각종 공제 등을 제외한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8년 20.5%에서 2013년 16.0%로 떨어졌습니다. 최근 5년간 전체 국세 중 법인세 비중은 2.5% 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일자리 문제도 빈부 격차를 벌리는 요인입니다. 2011년 기준 한국의 임시직 근로자 비율은 23.76%로 스페인(25.33%)에 이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습니다<그림 11>. 근로자의 절반(지난해 8월 기준 45.4%) 정도가 비정규직입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 수준인 9.0%까지 치솟았습니다<그림 12>. 청년들이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해도 5명 중 1명은 1년 이하의 계약직 신분입니다. 일자리 등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우리 사회의 ‘잠재적 뇌관’으로 꼽히는 까닭입니다. 계층 이동의 수단으로 여겨지던 교육은 되레 계층 이동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변질됐습니다. 월소득 700만원 이상 가정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2만 6000원입니다<그림 13>. 소득 100만원 이상 가정 교육비(6만 8000원)의 7배에 달합니다. 그 결과 서울 지역의 서울대 합격자 10명 중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출신이 7명(2013년 정시)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향후 불평등 문제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소득 불평등 수준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2010년 기준 소득 상위 10% 선에 위치한 국민은 하위 10% 선의 국민에 비해 4.8배를 벌고 있지만 2060년에는 6.5배까지 확대된다는 것입니다. 이 기준으로는 회원국 중 불평등 수준이 4위에서 3위로 악화됩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 역시 향후 한국의 불평등 정도가 심화될 것이라고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의 빈부 격차 확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장만능과 승자독식을 두 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된 결과입니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정책의 변화 없이는 방향을 바꾸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제조업의 쇠퇴와 금융 등 서비스 업종의 부상이라는 산업 구조의 변화도 빈부 격차를 벌리는 요인입니다. 소수의 고숙련 근로자에게 부가 더욱 쏠리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저숙련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성장률 저하도 소득분배 악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 증가할 때 지니계수는 0.3% 포인트 감소한다는 게 학계의 연구 결과입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3% 중반에서 2018년 이후 2%대로 내려앉을 전망입니다. 저출산·고령화의 늪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땔감(성장률)이 더욱 부족해지니 윗목의 온기가 아랫목까지 전해질 여지가 줄어드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 등 두 가지 소득의 불평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시장소득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교육의 평등성을 복원하는 동시에 대기업에 과도하게 쏠린 부를 중소기업에 되돌리는 경제민주화 정책 등이 필요합니다. 서민과 중산층이 사교육 없이도 능력만 있으면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 ‘교육 기회의 평등’이 확대되고, 고용의 88%를 맡는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자연스레 부의 집중이 완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중소기업 종사자나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이 증가하면 이들의 교섭력 강화로 최저임금 인상 등 서민의 시장 소득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가처분소득 불평등 완화의 해법으로는 기업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이명박 정부 이전인 25%로 복원하자는 것입니다. ‘1억 5000만원 이상 38%’인 현재 소득세 최고구간·최고세율을 ‘3억원 이상 40~45%’로 끌어올리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는 “중산층과 고소득층 이상에 대해 부담을 더 지우고, 그 재원을 바탕으로 근로장려세제(EITC) 등 근로빈곤층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불평등 구조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종합부동산세를 부유세로 개편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10억원 이상 부유층을 대상으로 1~2%의 세금을 따로 부과하자는 논리입니다. 부동산만 주로 갖고 있는 중산층이 아닌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을 증세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조치 등을 통해 서민과 중산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내수 활성화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서민과 중산층은 증가한 소득 중에서 소비에 투입하는 비율인 한계소비성향이 고소득층에 비해 높기 때문입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프로야구에서 경기의 재미와 질을 높이기 위해 최하위 팀에 신인 지명 우선권 등 특혜를 부여하지만 이를 불공정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면서 “빈부 격차 해소 역시 비슷한 취지로 접근해야 한다”고 합니다. douzirl@seoul.co.kr >> 이두걸 기자는 2002년 2월 서울신문에 입사한 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경제부와 산업부 소속 기자로서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부처와 한국은행, 시중은행 등 금융권, 전자업계 등 재계를 두루 취재했다.
  • “한국, 간접세 늘리고 근로세 낮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9일 “한국 정부가 환경세와 재산보유세, 부가가치세 등의 간접세를 확대하고 근로소득세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OECD는 이날 회원국들에 대한 구조개혁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과 관련해 “앞으로 정부 지출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조세 체계를 성장 친화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이렇게 권고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측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쉽게 얘기할 수 없다”며 “국민 공감대를 토대로 국회 등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OECD는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OECD 상위권 국가들과 격차가 줄고 있지만 과도한 노동시간 등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규제 완화, 세제와 규제 정책을 통한 기업 환경 개선, 중소기업 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진입장벽 축소 등도 주문했다. OECD는 이와 함께 출산휴가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대하고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와 직업훈련 프로그램 개선도 촉구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한·일 경제포럼 D-2] “한·일 기업 해외마켓 컨소시엄 구성… 인프라 공동 투자하면 윈-윈 가능성”

    [한·일 경제포럼 D-2] “한·일 기업 해외마켓 컨소시엄 구성… 인프라 공동 투자하면 윈-윈 가능성”

    “한국과 일본 경제는 윈-윈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하기 위해 ‘아베노믹스’라는 처방전을 들고 나왔다. 저성장 기조가 점점 뚜렷해지는 한국 경제는 일본이 걸어온 길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 양국 경제도 격변기를 맞고 있다. 서울신문은 일본 도쿄신문·주니치신문과 공동으로 오는 6일 ‘2015 한·일 경제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국제포럼을 개최한다. 포럼에 주제 발표자로 참가하는 가토 다카토시(74) 일본 국제금융센터 이사장을 지난달 23일 만나 올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경제전망과 한·일 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가토 이사장은 대장성(현 재무성) 재무관(국제담당사무차관) 출신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부전무이사를 역임한 일본의 대표적 국제금융통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 경제가 ‘해도(海圖) 없는 항해’에 나서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일본은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상회하고 제로에 가까운 금리는 오르지 않고 있다. 또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제약 속에서도 국민 1인당 소득을 올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 운영을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해도 없는 항해’라고 했다. →올해 일본 경제 전망은. -일본 정부가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2014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성장률이 -0.5%, 2015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성장률은 1.5%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비세 인상이라는 경제적 쇼크가 있었지만 올해에는 없다. 또 지금처럼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은 경제에 있어서 플러스 요인이다. 석유 가격이 50~60% 하락해도 일본 경제성장률이 0.5% 올라간다. 또 지난해 4분기의 지표를 보면 회복의 방향성이 보이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일본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더 됐다. 몇 년 지나면 한국도 비슷해지겠지만 한국의 경우는 아직 인구가 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보다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박근혜 정권이 올해 경제운영에서 중요한 정책으로 구조 문제에 주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세계 전체로 보면 미국을 제외하고 저성장 사이클로부터의 탈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한국도 내수를 살리는 측면에서 여러 가지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는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가 수출에 큰 타격을 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과 일본 경제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한·일 기업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해외 인프라 투자에 공동으로 참가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인프라 투자자금이나 참가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서 해외마켓(에너지 분야 포함)을 노린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올해 세계경제와 금융시장 전망은. -몇 가지 불안 요소가 있다. 우선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신흥국으로 가는 자금의 이동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변동성이 매우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또 중국 경제가 어느 정도로 둔화될지 예측이 어려운 것도 장애물이다. 지정학적인 문제도 어디서 어떤 형태로 일어날지 예상이 어렵다. 올해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석유 가격이 극단적으로 내려가면 신규설비 투자가 어려워 결과적으로 몇 년 뒤에는 다시 원유 가격이 급등할 수 있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다.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국제금융정보센터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재무위기를 겪으며 일본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소브린 리스크’, 즉 국가 신용리스크를 분석할 필요성이 대두돼 만들어졌다. 지난해 30주년을 맞았는데, 설립 이후 일본 경제의 국제적 성장과 더불어 분석 대상도 라틴아메리카, 유럽, 미국에서 최근에는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확대됐다. 미국 워싱턴과 벨기에 브뤼셀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러시아, 스페인, 중국어 등 특정 언어를 구사하는 연구원과 30개 일본 내 금융기관으로부터 파견된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때문에 다른 연구 기관보다는 현장 중심의 균형 감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고서 등 자료는 기업과 전국 대학, 관련 기관을 포함해 약 150개 이상의 회원사에 제공한다. 공익재단법인으로서 회원뿐 아니라 일반 희망자에게도 정보와 자료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이번 국제포럼 참가 소감은. -한국에도 몇 번 간 적이 있고, 한국의 사정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한국의 전향적 사고방식이 내향적으로 바뀐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성장해온 방식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요즘에는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실제로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직접 가서 여러분들과 논의를 통해 한국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 글 사진 도쿄 황성기 특파원 marry04@seoul.co.kr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가토 다카토시는 대장성 국제담당 사무차관·IMF 부전무이사 지내 1941년생 미에현 출신으로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대장성(현 재무성)에 입성했다. 국제금융국장, 재무관(국제담당 사무차관) 등을 지낸 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국제통화기금(IMF) 부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가토 이사장은 이번 국제포럼에서 ‘한국 경제성장 모델의 전환점’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수 확대가 중요함을 지적하고, 그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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