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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등장인물 변신남(남·46세), 조사원(남·30세), 여직원, 남직원, 젊은 여인, 교복1·2, 양복남자, 전당포주인, 딸(변신남의), 아내(변신남의), 문신 남자, 교도관, 사람들1·2·3·4, 노숙자들 ※변신남과 조사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배역은 1인 다역을 하도록 한다(젊은 여인?변신남의 아내/여직원?변신남의 딸, 사람들2, 노숙자/교복1·2?사람들3·4, 노숙자/양복남자?문신남자/전당포주인?교도관, 노숙자/남직원?사람들1, 노숙자). 시 간 현재 무 대 무대는 기본적으로 비어 있다. 장소들은 각각 구체적으로 재현되기보다는 공간·디테일·조명 등으로 처리되며, 소도구는 극의 진행에 따라 사용한다. 시간과 장소의 전환은 ‘변신남’의 회상을 재현하는 것에 바탕을 두며 특별한 논리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물의 이동 또한 사실성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여행하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민원실 민원창구에 앉아 있는 여직원. 한 젊은 여인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여직원 어서 오십시오. 시민의 안전을 지켜드리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입니다. 젊은여인 (가쁜 숨을 내쉬며) 내 남편 어디 있어요? 여직원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젊은여인 내 남편이요. 여직원 연락을 받고 오셨습니까? 젊은여인 전화요. 전화가 왔었어요. 여직원 아, 그럼 남편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젊은여인 김상수. 여직원 김상수님…(컴퓨터로 조회해 보고) 두 분이신데…, 혹시 관리번호 받으셨습니까? 젊은여인 번호요? 아, 번호.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주며) 이건가요? 여직원 네, 맞습니다. 3-17이면··· (찾고) 아, 저희 쪽에 계시네요. 잠시만요. (인터폰으로) 3-17번 보호자 분 오셨습니다. (끊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젊은여인 내 남편, 괜찮은 거죠? 여직원 저희가 안전하게 모시고 있었습니다. 젊은여인 어디 다친 데는 없구요? 여직원 그러시리라 예상되지만, 나중에 정확한 검진은 필요하실 겁니다. 젊은여인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얼마나 걸리나요? 여직원 …네? 젊은여인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요. 여직원 개인차가 좀 심해서, 보통은 일주일에서 한 달인데 요즘은 더 짧거나 길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직원이 상자를 들고 나온다. 젊은여인 (남직원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보자마자, 와락 달려들듯) 자기야. 남직원이 상자를 내밀고는 뚜껑을 열어 젊은 여인에게 보인다. 상자 안에는 덩그러니 머그컵 하나가 들어 있다. 젊은여인 (여직원을 쳐다보고는) 컵이네요? 여직원 (한번 들여다보고는) 네, 컵이네요. 뭘로 변신하셨는지 전해 듣지 못하셨나요? 젊은여인 (컵을 본다) 남직원 남편 분은 오늘 아침 을지로2가 대로변에서 컵으로 변신하셨습니다. 젊은여인 머그컵으로요? 남직원 예. 젊은여인 이게 설마 내 남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죠? 남직원 (주머니에서 남편의 신분증을 꺼내 건네며) 정확한 변신 추정시간은 오전 8시 50분경이고, 운전을 하시던 중에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을지로 일대가 잠시 마비가 됐었습니다만, 다행히 저희 관리국의 발 빠른 긴급대응으로 출근 대란은 없었습니다. 젊은여인 말도 안 돼…. 아침까지 말짱했는데요. 남직원 요즘 유행하는 변신의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옷도 소지품도 남기지 않은 채 신분증만 덩그러니 남는 경우죠. 젊은여인 (컵을 받아들고 바라보다가) 남편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직원 빠르면 일주일 이내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실 겁니다. 젊은여인 돌아오기는 하는 거예요? 남직원 (여직원에게) 안내를 충분히 안 해드렸나요? 여직원 그게…. 젊은여인 영영 안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예요? 남직원 대개는 돌아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죠.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발생한 지 일 년이 채 안 되는 질병이라서 아직 임상 단계입니다. 통계도 잡혀 있지 않고, 아직 질병으로 분류하기에도 뭣하고 해서 지켜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젊은여인 그건 안 돌아온 사람도 있다는 얘기잖아요. 남직원 너무 염려 마십시오, 돌아오실 겁니다. 다만 깨지지 않게 주의하셔야 합니다. 깨지기 쉬운 물건으로 변신하셨을 경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거든요. 잘못하다가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해도 어느 한 곳이 불구가 될 수도 있고, 기억이나 신경들이 뒤엉켜버릴 수도 있습니다. 젊은여인 (컵을 보며 울먹이는) 자기야…. 남직원 자동차는 신청서를 작성해주시면 일주일 이내에 순서에 따라 댁으로 배달이 될 겁니다. 그리고 남편 분께서 본 모습으로 돌아오시면 저희 본부민원실이나 희망2과로 연락 주십시오. 그럼 저희가 직접 방문하여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직원 언제든지 전화 주시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종이를 내밀며) 여기 인수증에 사인해주시겠어요? 남직원, 머그컵을 챙겨 상자에 담으려고 하는데 젊은 여인이 컵을 들어 바라본다. 젊은여인 (컵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곰이에요. 남직원 예? 여직원 (그림을 보고) 어머 그러네요. 젊은여인 남편이 동물을 아주 좋아했는데…. 곰처럼 묵묵히 일만 하던 사람이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늦었다고 그러면서 헐레벌떡 나갔었는데. (남직원을 향해) 그런데 왜 곰이 되지 않고, 하필 머그컵이 됐을까요? 남직원 …. 젊은여인 머그컵이 된 사람도 있었나요? 남직원 글쎄요. (여직원을 쳐다보며) …잘 모르겠습니다. 여직원 머그컵이 흔한 건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어떤 분은 칫솔이 되기도 하셨고 선풍기나 베개가 된 분도 계시거든요. 심지어는 스티커가 된 분도 계시는걸요. 젊은여인 스티커요? 여직원 네. 다섯 살짜리 따님의 장난감 휴대폰에 안전하게 붙어 있다가 본래 모습으로 복귀하셨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젊은여인 그렇구나. (그림을 보며) 당신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잖아. 곰처럼 생기진 않았었는데. 여직원 외모와 변신은 별개랍니다. 젊은여인 그래도 컵은 좀. 남직원 왠지 여유로워 보이시는데요, 남편 분. 젊은여인 …. 남직원 꿀을 넣은 차 한 잔을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죠. 변신하던 그 순간에요. 여직원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 짓는) 남직원 머그컵은 아주 낭만적인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여인 그런가요? 남직원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여직원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희망2과도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젊은 여인은 남직원과 여직원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어둡다. 상심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머그컵을 상자에 넣으려고 하는 젊은 여인. 그러다가 그만 손에서 머그컵이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도자기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지는 머그컵. 놀라서 얼어붙은 세 사람. 젊은 여인이 비명을 지른다. 암전. 어둠 속에서 뉴스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뉴스캐스터(목소리) 최근 무작위적인 변신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오후 2시경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으로 몰고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화양동에 사는 서른두 살 박모 여인은 오늘 오전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인수받기 위해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를 찾았습니다. 인수증에 사인을 하기 전, 남편임을 확인하기 위해 컵을 들고 자세히 살피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뜨려 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인데요. 검찰은 직원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수를 범한 박모 여인을 구속하고 실수가 아닌 고의적 훼손, 즉 살인이 아닌지를 검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박모 여인은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에서는 과실치사에 해당되는 사건인 만큼 박모 여인에게 무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뉴스가 시작되고 잠시 후, 희미하게 조사실이 보이기 시작하면 변심남과 조사원이 문서를 작성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가 끝나면 무대 완전히 밝아진다. 컴퓨터에 뭔가 기록하는 조사원과 맞은편에 앉아있는 변신남. 변신남은 반팔 남방차림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사원 (자판을 두드리며) 깨어났는데 새벽이었단 말씀이시네요. 변신남 그렇다니까요. 조사원 쓰레기 집하장에서 말이죠. 변신남 정확히는 쓰레기 더미 사이였어요. 사방이 쓰레기봉투였고 머리 위로도 몇 덩이 쌓여 있었습니다. 조사원 얼마 동안이나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걸 알고 싶어서 여기 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그걸 알려 드리려면 저희 쪽에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변신남 하고 있잖아요. 8월 1일. 그게 마지막 기억입니다. 조사원 휴대폰의 마지막 문자기록과도 일치하네요. 변신남 다 말했잖아요. 8월 1일 저녁에 마누라랑 딸이랑 쇼핑 간다고 문자가 왔어요. 바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실직자에겐 집에 아무도 없는 게 천국이거든요. 조사원 그리고 집에서 맥주를 한잔 하신 것 같다고 했는데 어떤 맥줍니까? 변신남 맥주가 우리 집 찾는 거랑 뭔 상관입니까? 조사원 알코올 성분이 선생님 몸에 어떤 반응을 일으켜서 변신 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변신남 나 술 쎄요. 맥주 세 캔에 필름 끊기고 그런 거 안 해요. 조사원 (기록하며) 세 캔이라··· 아까는 하나 드셨다고 안 하셨나요? 변신남 하나고 셋이고 그 정도로는 멀쩡하다니까요. 이건 술과는 상관이 없어요. 어느 순간 머리가 띵하더니 깨지게 아팠고 그 다음엔 기억이 없다니까요. 조사원 예 알았습니다. 어떤 걸로 변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냥 깨어나 보니까 처음 와 본 곳이었고, 그 전의 모습을 보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니까요. 조사원 변신 순간에도 혼자셨나요? 변신남 그걸 기억하면 내가 여기서 똑같은 얘기 반복하고 있겠어요? 조사원 오늘이 9월 30일입니다. 두 달 만에 돌아오신 분도 흔치 않지만 이렇게 전혀 기억을 못하시는 분은 없었거든요. 사람에 따라 기억이 돌아오는 속도가 다르긴 하지만, 선생님은 아직 변신 후 복귀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구요. 변신남 미치겠네 진짜. 휴대폰 기록과도 일치한다면서요. 조사원 잘 생각해보세요. 변신했다가 돌아온 분들은 긴 악몽을 꾼 것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개 기억하고들 있었습니다. 변신남 이유가 있을 거 아뇨. 이렇게 사람들이 변신하는 이유를 알면, 나도 그러그러해서 변했겠구나 추측도 하고, 그러면 자연히 내가 변신했었는지 단순 기억상실인지 분간도 가능하고. 조사원 저희도 원인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더 이상 사회적인 문제로 커지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구요. 변신남 최선만 다하면 뭐해요. 밝혀진 건 모두에게 알려서 스스로 원인을 제거하고 정확하게 진단해서 치료하도록 해야지. 뭐든 불투명해서 좋을 거 없잖아요. 조사원 아직 밝혀진 게 없어서 그런 거죠. 아니면 밝힐 단계가 아니거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발전이 없는 거예요. 질병은 만방에 알려 함께 고쳐나가는 게 맞는 거 아니요? 나 같은 케이스의 변신이 또 있을지 누가 알아요. 조사원 저희도 이게 변종인지 조사가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변신남 마누라랑 집 찾아달라고 했더니 이제 변태취급까지 하는 거요? 여기서 하는 일이 뭔데. 변신한 사람들, 아니 물건들, 집 찾아서 안전하게 돌려보내주고, 돌아오면 변신한 이유가 뭔지 파악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구요. 조사원 진정하십시오. 안 도와드리겠다는 게 아니라 집에서 변신했는데 깨어나 보니 쓰레기장이었다는 건 저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 아닙니까. 거기다가 변신해 계셨던 기간도 길고, 어떤 걸로 변신해 있었는지조차 모르신다면서요. 변신남 나도 이상하니까 이렇게 찾아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보통은 변신을 했을 경우 신고가 들어옵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시민들이 발견하고 신고를 해주시거든요. 저희 직원들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구요. 하지만 선생님께선 변신이 아니라 단순한 기억상실증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막중한 책임감 같은 걸 느끼셨냐는 질문에도 아니라고 답하셨잖습니까. 변신남 내 마누라랑 딸이 없어지고 집이 이사를 갔다니까요. 조사원 그 점도 이상하구요. 변신남 변신이 틀림없어요. 내 기억에서 지워진 두 달 사이에 뭔 일이 생긴 겁니다. 집이 사라지고 가족들도 연락이 안 되고. 뭔가 사고가 있는 게 틀림없다구요. 조사원 집에서 변신했다면 왜 사모님이 신고를 안 하셨겠어요. 변신남 내가 묻고 싶은 게 그겁니다. 조사원 혹시 몽유병 같은 거 앓으신 적은 없으시죠? 변신남 지금 장난합니까? 조사원 병력 사항 질문란에 적혀 있어서 그럽니다. (뭔가 기록하고)쓰레기장 주변 CCTV를 조사 중이니까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겁니다. 누군가 쓰레기장에 선생님을 옮겨 놓은 게 포착되면 역추적을 통해서 이동 경로가 파악되겠죠. 스스로 쓰레기장에 들어가지는 않으셨을 거 아닙니까. 변신남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내 발로 쓰레기장에 들어가겠어요? 조사원 알겠습니다. 변신남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냈다거나 하는 건 다시 알아볼 순 없습니까? 조사원 아까 알아봐 드렸잖아요. 변심남 그 사이에 또 뭐가 들어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조사원 경찰서 조회 결과로도 확인되는 게 없고. 저희 쪽에도 신고된 게 아직 없습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돼서 바로 뜨거든요. 변신남 …. 조사원 조만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기다리다 보니까 신고를 하지 못한 걸 수도 있으니까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요. 변신남 (풀이 죽는다) 조사원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제일 빠릅니다. 변신남이 기억을 더듬어 회상으로 넘어간다. 그 때, 돌멩이 하나가 변신남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온다. 돌을 주워드는 변신남.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변신남 그날도 다른 날처럼 아침 일찍 출근을 한다고 집을 나왔던 것 같아요. 월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 화요일이었나? 회사에 안 나가면서부터 요일 구별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서요. 딸은 방학이라 오전에 영어학원을 갔을 테고, 마누라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에어로빅에 갔을 겁니다. 구립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다 나왔는데,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육교가 하나 있어요. 그 앞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경찰이랑 얘기하고 있는 걸 봤습니다. 무대는 육교가 서 있는 도로가로 바뀌고 변신남이 돌멩이를 들고 육교 한쪽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간다. 경찰의 모습은 관객에게 보이지 않고 교복을 입은 두 여학생만 경찰과 인터뷰하듯 이야기한다. 변신남은 육교 건너편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교복1 진짜예요. 한순간에 변했다니까요. 교복2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교복1 바로 이 육교예요. 교복2 저기 위에 보이시죠? 우린 그냥 걸어가고 있었어요. 교복1 독서실은 반대쪽인데 떡볶이랑 순대 먹으려면 여기로 지나가야 되거든요. 교복2 그 시간에는 원래 육교에 사람이 없어요.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횡단보도가 있거든요. 교복1 우리는 그냥 여기로 건너요. 조금 편하자고 돌아가고 그러는 거 우린 안 하거든요. 이런 날씨에는 육교로 건너고 그러는 게 더 낭만적이잖아요. 교복2 오늘은 다른 날보다 사람도 없고 거리가 한산하면서 묘하게 나른했어요. 교복1 네, 그냥 단순히 여름이라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아지랑이가 세상을 녹일 것 같은 그런 날 있잖아요. (교복2에게) 좀 영화 같지 않았냐? 교복2 많이 영화 같았지. 교복1 그치그치. (앞을 보며) 한 아저씨가 육교로 올라오고 있더라구요. 와이셔츠를 입고, 보통 키에 그냥 흔한 아저씨였는데요, 우리는 반대쪽에서 올라갔고요. 교복2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그 아저씨 몸이 흐물거려 보였거든요. 교복1 아냐. 희미해 보이는 것 같았어. 옅어졌달까. 교복2 흐물거리던데. 교복1 희미해졌다니까. 교복2,1 (동시에 강하게 부정하며) 아니에요. 거짓말 아니라니깐요. 교복1 얘랑 저랑 말이 다른 게 아니라 표현방식이 다른 거예요. 교복2 원래 같은 걸 봐도 느끼는 회로 방식이 달라서 그래요. 교복1 아무튼요··· 그 아저씨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다가, 점점 줄어들더니··· 교복2 한순간에 펑. 교복1 ‘펑’은 맞는데 스모그는 없었지? 교복2 맞아. 스모그가 없어서 더 마술 같았어요. 교복1 만화영화 보면 사이즈가 팍팍 줄어들면서 변신하는 장면 있잖아요. 교복2 슬로모션처럼요. 촤르르르륵. 교복1 딱 그랬다니까요. 그러더니 호호아줌마처럼 펑, 교복2 하고, 돌멩이가 됐다니까요. 교복1 네? 아, 네. 저희가 원래 호흡이 척척 맞아요. 돌멩이요? 교복2 그게요…. 교복1 사실 그 돌멩이 때문에 저희가 제보를 드린 건데요…. (교복2에게) 내가 말해? 교복2 (끄덕인다) 교복1 얘가요…, 장난으로 그 돌멩이를 차버렸거든요. 교복2 그러니까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그 아저씨가 돌멩이로 변해서, 그걸 보는 순간 제 눈을 믿기 힘들어서, 한번 건드려본다는 게 그만…. 진짜 살짝 찼는데 밑으로 굴러 떨어지더라구요. 교복1 육교에서 차니까 당연히 밑으로 떨어지죠. 제가 봐도 진짜 살짝 찼거든요. 교복2 그래서 우리가 막 찾았는데 이 돌멩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교복1 가로수 밑이랑 인도 쪽도 샅샅이 뒤져 봤어요. 교복2 근데 그 아저씨 진짜 돌멩이로 변한 거 맞죠. 교복1 사람들이 이상한 걸로 변한다는 얘긴 되게 많이 들었는데, 우린 말만 들었지 처음 봤거든요. 교복2 당근 처음이지. 왕 놀랐다니까요. 교복1 나도 완전 놀랐잖아. 교복2 아니라구요? 왜요? 맞는 거 같은데. 교복1 우리가 직접 봤다니까요. 교복2 그 돌멩이는 어디 있는지 우리가 모르죠··· 몰라서 경찰서에 신고한 거죠. 교복1 아,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에도 신고하려고 했는데요 교복2 일단 돌멩이부터 찾아야 될 거 같아서요. 원래 뭐 찾는 건 경찰아저씨들이 더 잘하잖아요. 교복1 돌멩이 어딨냐고 물어보시는 거 보니까, 변한 거 맞죠. 그거 변신이죠? 교복2 맞아 맞아. 아저씨 얼굴 굳어지는 거 보니까 맞다. 교복1 (깜짝 놀라며)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우리는 그냥…. 그럼 직접 찾아보시면 되잖아요. 돌멩이를 들고 가서 신고 안 한 건 우리 잘못이지만, 그래도 목격자 신고는 했잖아요. 도서관도 안 가고 조사까지 받고. 교복2 그런데… 그 돌멩이 못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교복1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변신남이 두 여학생에게 다가간다. 변신남 혹시, 이 돌멩이 찾나? 교복1, 2 (눈이 휘둥그레져서) 오 마이 갓! 바로 이거예요. (뺏듯이 가져가서 경찰에게 보여주는) 이 돌멩이예요. 확실해요. 육교 위에 굴러다닐 만한 돌이 아니잖아요. 변신남 …그냥 돌멩인데. 교복1 이런 짱돌이 육교에 있는 거 보셨어요? 교복2 (돌을 바닥에 내려놓고 살짝 차본다) 맞아요. 느낌이 똑같아요. 교복1 경찰서로요? 교복2 우린 무죄인 거죠? 그냥 참고인으로요? 교복1, 2 재잘거리며 경찰을 따라 나간다. 교복1, 2 (나가면서) 그러지 말고 변신대책본부로 가면 어때요. 거기가 어떤 덴가 구경하고 싶어요. 포상 같은 건 없나요? 사회봉사 가산점 같은 건요? 무대 중앙은 어두워지고 조사원이 앉아 있는 조사실 쪽이 밝아진다. 변신남이 원래 있던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 돌멩이라면 저도 기억합니다. 유일했었죠. 변신남 그 사람은 돌아왔습니까? 조사원 일주일 쯤 뒤에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제 담당은 아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살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변신남 자살이요? 조사원 뛰어내리려고 점찍어둔 산에 큰 바위가 있는 절벽이 있었는데, 거기로 가는 길이었답니다. 그러다가 변신을 하게 됐구요. 변신남 다시 뛰어내린 건 아니겠죠? 조사원 별 소식 없는 걸 보면 힘내서 잘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행이군요. 하필 돌멩이라니…, 그걸 보니까, 혹시 변하게 되더라도 돌멩이로는 변하지 말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돌멩이는 좀…, 씁쓸하지 않겠습니까? 조사원 그러네요. 사이. 남직원 그 다음엔 어디로 가셨습니까? 노숙자들이 무대 위로 나온다. 한 줄로 서서 변신남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노숙자들. 그들은 공원에서 배식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다. 변신남,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뒤에 서서 따라간다. 변신남 늘 가던 공원에 갔습니다. 점심은 항상 여기 와서 먹거든요. 점심값도 아낄 겸 해서요. 그런데 그날은 어떤 양복 입은 남자와 밥을 같이 먹게 됐습니다. 무대는 공원 벤치로 바뀐다. 변심남이 사랑의 밥차에서 타온 도시락을 들고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똑같은 도시락을 든 양복 남자가 벤치에 다가온다. 양복남자 다른 벤치가 꽉 차서. 변신남 (자리를 조금 비켜준다) 양복남자 (앉으며) 찬이 점점 부실해지네요. 변신남 예, 뭐.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우리 구면이죠? 변신남 (양복남자를 한번 쳐다보고) 그런 것도 같고…. 양복남자 대개는 얼굴 익힐 만하면 안 보입니다. 노숙자도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밥 타먹기 뻘쭘하니까 그렇죠. 변신남 …. 양복남자 실례지만, 뒤쪽에 있는 인력 사무소에 나오십니까? 변신남 아닙니다. 양복남자 옷차림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저도 아닙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하지만 일자리는 구하고 있죠. 변신남 면접이 있으셨나 봅니다. 양복남자 웬걸요. 이 나이에 면접 볼 데나 있겠습니까. 변신남 그럼…,(넥타이를 바라보는) 양복남자 아, 이거요? 뭐 흔한 케이습니다. 정리해고 당한 걸 집사람도 아는데, 제가 집에 있는 걸 도무지 싫어해서요. 산책하는 기분으로 편한 옷이라도 입고 나갈라치면 티 좀 내지 말라고 해서 늘 이런 차림입니다. 변신남 예…. 양복남자 (서류가방을 들어 보이며) 만화책도 몇 권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빌려드리죠. 변신남 예, 그럼 있다가.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들으셨어요? 변신남 뭘요? 양복남자 어제 뉴스에 나왔잖아요. 회의실 단체 변신 사건. 변신남 아, 그거요. 양복남자 거기, 제가 다녔던 회삽니다. 아침마다 매출신장 몇 퍼센트 달성을 외치며 으쌰으쌰하는 회의가 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세뇌 같은 건데 그게 또 서로 경쟁이 붙고 분위기를 그쪽으로 몰아가면 압도되는 묘한 마력이 있거든요. 아무튼 그 회의실에서 무려 다섯 명이나, 똑같은 시간에, 변신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돼지저금통으로 변한 사람은 분명 박부장일 거예요. 원래 돼지같이 생긴 데다가 먹는 거랑 돈에만 욕심이 많았거든요.  변신남 . 복남자 (먹으며) 밥통으로 변한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누군지 감이 잡히질 않아요. 아침을 안 먹고 왔을까요? 아니면 가족들 굶기게 될까봐 걱정을 했었나. 아무튼 월요일 아침마다 회의실 벽에 영업실적표가 나붙는데, 아침을 든든히 먹어도 그거 보면 속이 쓰리죠. 쇠주걱으로 긁어대는 것처럼 말입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제가 쓸데없는 얘길 했나요? 식사하시는데.  변신남 괜찮습니다. 어딜 가나 그런 얘기들뿐인데요.  양복남자 보건당국은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곳이면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렇게 불안해서야 원.  변신남 국가재난설정 단계도 경계단계로 올라갔다고 하던데요.  양복남자 아무리 봐도 질병본부보다는 처음부터 재난본부에서 나섰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싶어요.  변신남 재난이든 질병이든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할 텐데 말이죠.  양복남자 (먹으며) 신기하지 않습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안 변하잖아요.  변신남 우리 같은 사람들이요?  양복남자 이치가 그렇잖아요.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성실한 사람들이 더 많이 변신을 한다 이겁니다.  변신남 그만큼 피로가 쌓인 사람들이니까, 몸의 변화도 다르겠지요.  양복남자 우리는요? 나야말로 피로가 켜켜이 쌓인 사람인데.  변신남 사람마다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어떻게 재겠습니까.  양복남자 물론 상대적이겠죠. 그래도 노숙자는 안전하답니다. 걱정이 덜하니까요.  변신남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요.  양복남자 예술가는 좋겠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막중한 책임의식 같은 걸 가지진 않을 테니까.  변신남 꼭 그렇지만도 않겠죠.  양복남자 그렇다는 얘깁니다. 그래도 이건 뭐 소설 같은 데가 있지 않습니까?  변신남 .  양복남자 일하는 사람들 위주로만 변신한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그 사람들 일자리, 우리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변신남 그럼 우리도 변하겠죠.  양복남자 그래도 좋으니까 그 자리를 꿰차고 싶은 심정입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이렇게는 더 못살겠어요.  변신남 아직 다른 도시까지는 확대되지 않았답니다.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양복남자 서울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대책일 수 있겠네요.  변신남 그렇게 되면 서울 경제는 누가 돌립니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도 줄어들고.  양복남자 팔팔한 젊은 인력을 마구 뽑지 않을까요?  변신남 젊은 사람도 일하게 되면 똑같아지는 거 아닐까요? 살아남으려면 사회화되고 기성화될 테니까요.  양복남자 이럴 땐 내가 사회적 동물이란 게 싫어진다니까요.  변신남 사는 거, 퍽퍽하죠.  양복남자 예. 밥도 퍽퍽하고. (기합을 넣듯) 그래도 우리 주눅들지는 말자구요. 서로 변하지 말고, 매일 여기 나와서 밥 먹읍시다. 사랑의 밥.  변신남 긍정적으로 사시는 것 같습니다.  양복남자 다 살아지는 법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변신남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여유가 생깁니까.  양복남자 그런 게 있습니다.  변신남 (씁쓸한 표정으로 도시락을 덮는다)  양복남자 흠흠. 이건 비밀이라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해주는 건데, 처지도 비슷하고 나쁜 분도 아닌 것 같으니 내가 쓰는 방법을 알려드리지요.  변신남 방법이요?  양복남자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입니다. 쓸모 있는 걸로 변신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비법이 있어요. 나 같은 경우는 금으로 된 롤렉스시계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마누라한테 전당포에 맡기라고 하는 거죠. 밤이 되면 몰래 변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되고요.  변신남 그게 가능합니까?  양복남자 내가 이 더운 날 밥차에서 도시락까지 얻어먹으면서 거짓말 하겠어요? 불법으로 변신 기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는데, 관심 있으면 소개해 주리다. 하지만 그걸 연마하려면 보통 수행으로는 어림없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의 기를 몽땅 정수리에다 모으려면 (가슴을 탁 치며) 여기랑 (머리를 치며) 여기가 타들어가는 거 같거든요. 이런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니죠.  변신남 믿기지는 않지만, 가능만 하다면야 뭘 못하겠습니까.  양복남자 아니, 가능은 한데, 먼저 믿어야 연마가 가능하다니까요.  변신남 그런 얘기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요.  양복남자 계속,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나는 왜 이렇게 사나, 나는 우리 가족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차라리 금덩어리로 변해라. 그런 생각을 아주 간절히 혼신을 다해서 하는 거죠. 그러면서 나에게 주어진 많은 짐들을 머리 가득 넣고 가슴으로 우는 거예요.  변신남 가슴으로 울어요? (모르겠다는 표정)  양복남자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적 의무 같은 것들을 가슴에 채우고. 아 이거 말로 설명하려니까 어렵네. (주위를 살피더니) 내가 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잘 봐요. 어차피 최소 한 시간은 변신해 있어야 하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만화책 보면서 기다리슈.  변신남 (못미덥게 쳐다본다)  양복남자 참 나. 내 기술을 무시하시네. 변신한 거 보고 놀라지나 마시라니까.    양복남자, 벤치에 앉아 양손을 맞잡고 기를 모으는 자세를 취한다. 한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만의 언어로 중얼거리더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미세하게 경련하기 시작한다.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불똥이 튀는 것을 느끼는 변신남. 그 순간, 눈앞에서 양복남자가 사라진다. 순식간이다. 벤치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황금 롤렉스시계.    변신남 (시계에 대고 다급히) 이봐요. 이봐요. 괜찮아요? 이봐요! (시계에 귀를 대보고) 이봐요, 괜찮은 거예요? (안절부절못하고) 이거 어떡하지? 진짜 변한 건가? 그럼(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다가) 거기 변신대책본부죠? 저기(엉겁결에 전화를 끊는다) 아니지. 아, 이거 어떡하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시계에 대고) 이봐요, 말 좀 해봐요. (시계를 흔들어보는) 괜찮아요? 대답 좀 해요.  변신남은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누구에게 도움이라도 청하려는 것처럼 나간다. 그리고 잠시 후 되돌아오더니, 주위를 살피고 롤렉스시계를 잽싸게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뜬다.    무대 어두워지고 조사실 창구만 밝아지면, 거기 조사원이 앉아 있다. 변신남,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조사원 아니 진짜로 그렇게 변신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변신남 (끄덕인다) 내 눈으로 봤다니까요.  조사원 말이 안 되죠. 그런 일이 있다면 왜 저희가 몰랐겠어요.  변신남 진짜라니까요.  조사원 그 양복 입은 남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변신남 나야 모르죠.  조사원 모르다니요? 주머니에 넣으셨잖아요. 신고는 하셨습니까?  변신남 (고개를 젓는다) 신고는 안 했지만 진짜 있었던 일이에요.  조사원 아까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잖아요.  변신남 얘기하다 보니까 생각이 난 거죠.  조사원 하지만 아직까지 변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모두 유언비어예요.  변신남 결혼하셨습니까?  조사원 아니요.  변신남 혼자 사쇼?  조사원 부모님이랑 함께 삽니다. 신남 변신 자격미달이네요. 우리 조사원님은 어깨에 짊어질 무게가 하나도 없으시니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조사원 아직 증명된 원인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변신남 중년의 남자들이 왜 그렇게 많이 변한다고 생각합니까.  조사원 드물긴 하지만 젊은 남자들도 종종 변합니다. 여성 가장들의 변신도 늘고 있는 추세구요.  변신남 그 사람들이야 특별 케이스고.  조사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긴 하겠지만, 유럽에선 사람이 벌레로도 변하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필요하면 막 변했습니다.  변신남 그 사람이 왜 벌레로 변했겠습니까? 소설이나 신화 속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왜 지금 일어날까요?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이 변신하는 거 보셨습니까?  조사원 (고개를 가로젓는다)  변신남 행정하시는 분들이 이러니까 문제라구요. 사회 곳곳에 골고루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정확히 봐야 하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거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 줄 알아요?    갑자기 무대 중앙이 밝아지면서, 변신 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교도소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 남자가 무대 중앙으로 나와서 웃옷을 벗어붙인다. 온몸은 문신투성이지만 어딘가 둔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는 이소룡 흉내를 내듯 기를 모으고 변신 기술을 연마 중이다. 그러다가 비장한 각오를 밝히듯,    문신남자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변신에 성공해서 여기만 나가면 엄마 호강시켜 줄게. (다시 기를 모으고 숨을 후 내뱉으며) 아자!  교도관 거기 3113번. 허튼수작하지 말랬지?  문신남자 우리 엄마가 집에 혼자 계세요. 우리 엄만 너무 나이가 많아서 거동도 불편하다구요. 끼니도 제때 못 챙겨먹을 텐데. 연탄불은 꺼지지 않았는지.  교도관 한여름에 무슨 연탄불이야. 너는 앞으로 5년은 더 썩어야 돼.  문신남자 여름이요? 제가 여기 들어온 지 한 계절도 안 지났단 얘깁니까?  교도관 이상한 변신 같은 거 연마했다간 가만 안 둘 줄 알어. 힘은 아껴뒀다가 노동 시간에나 쓰란 말야.    교도소 옆방에서 철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재소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져 폭동처럼 들려온다.    소리 우리에게 변신의 자유를 허용하라! 허용하라! 우리의 변신 권리를 사수하자! 사수하자!    거리의 사람들 인터뷰가 이어진다.    사람들1 언제 변신할지 모르니까 불안할 수밖에요.  사람들2 그게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3 변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숨을 참으면 된대요.  사람들4 한번 변신하면 면역이 생긴다고 하던데요.  사람들1 내성이 생긴 변종변신도 생겨났다면서요?  사람들2 약으로 조절이 가능한데 일부러 임상실험을 안 하는 거 맞죠. 사람들3 복수하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많대요. 변신하면 죽이려고요. 사람들4 날 감시하는 게 틀림없어요. 내가 변신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겠죠. 사람들1 변신하면 배설은 어떻게 해결하죠? 사람들2 우리 아이랑 기르던 개가 이상해요. 변신한 것 같아요. 사람들3 언젠가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변할까봐 걱정돼요. 사람들4 변신 기술을 개발해서 정치적 무기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1 우리에게는 농업적 근면성이 있으니까 그 정도 변신 기술 개발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사람들2 전쟁시엔 적군을 모두 사물로 변신시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면 어떨까요. 사람들3 노력하면 애완동물로도 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인 잘 만나면 애완동물로 사는 게 나을 때도 많잖아요. 사람들4 내 남편은 똑같은 모습의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어요. 외모는 똑같은데 분명 그이는 아니거든요. 사람들1 우리 집 가전제품들은 모두 사람들이 변신한 것 같아서 쓰질 못하겠어요. 사람들2 잘못 건드렸다가는 살인죄가 적용되는 거잖아요. 사람들3 남성을 중심으로 바뀌는 거면 여자 동성애자들은 안전한 거죠? 사람들4 저는 열두 살 소녀가장이에요. 무료백신은 안 놔 주나요? 사람들이 우왕좌왕 거리를 왔다갔다 한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변신한 사람들로 거리가 일대 혼란을 일으키고 마비가 된다. 사람들이 질러대는 소리들과 자동차들의 클랙슨 소리가 뒤섞여 정신없다. 사람들1·2·3·4 도와줘요, 청소기로 변했어요. / 여기 점퍼로 변한 사람이 있어요. / 어머, 이게 웬 모자지? / 장롱이에요, 거리 한가운데 장롱이 서 있다구요. / 와, 예쁜 목걸이네. / 앗! 오물 묻은 양말. 으윽 드러워. / 볼펜이다. / 장갑이에요. / 가위를 찾아주세요. / 여기 일회용 면도기가 한 무더기 있어요. / 마우스잖아. / 자전거로 변한 남편을 어떤 여자가 타고 갔어요. / 부서진 카세트네. / 사람이 두통약으로 변신한 거예요. 먹으면 안돼요. / 찢어진 천사 날개 못 보셨나요? / 무슨 의자가 이렇게 딱딱해. / 스카이 콩콩이요? 변신한 사람들로 일대 혼란을 일으키던 사람들이 사라지면 바닥에는 변신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변신대책본부 직원들이 거리로 나가 떨어진 물건들을 수거하느라 정신없다. 조사실에 있던 조사원도 거리로 나가 직원들과 물건을 수거하고 그들과 함께 무대 밖으로 나간다. 조사원이 없는 조사실에 혼자 남겨진 변신남. 변신남만의 회상은 전당포로 이어진다. 무대는 전당포가 된다. 변신남, 전당포로 들어간다. 변신남, 주머니에서 롤렉스시계를 꺼내 주인에게 내밀면 주인, 확대경을 한쪽 눈에 끼고 시계를 감정하기 시작한다. 변신남 시곗줄만 보지 말고 문자판도 좀 보세요. 전당포주인 …(살핀다) 변신남 전체가 18K예요. 나사 하나까지 다. 전당포주인 …어디서 난 거요? 변신남 게다가 문자판은…. 전당포주인 그러니까 어디서 난 거냐구. 변신남 사업하시던 형님이 물려주신 겁니다. 전당포주인 다들 물려받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변신남 장물 아닙니다. 전당포주인 (확대경을 뺀다) 변신남 아니, 좀 더 자세히 보시라니까요. 안쪽에는 순금이에요, 순금. 전당포주인 갖고 가쇼. 변신남 예에? 전당포주인 그냥 가져가시라고요. 변신남 왜 그러시는데요. 훔쳐오거나 흠집 있는 물건 아니라니까요. 전당포주인 (쳐다본다) 변신남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전당포주인 훔치지 않았으면 어디서, 주웠소? 변신남 예? 전당포주인 그런가보네. 변신남 됐습니다. 전당포가 여기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귀한 물건 들고 나와서 푼돈 좀 만들어보자고 이런 모욕까지 들을 건 없잖습니까. 전당포주인 (시계를 다시 본다) 변신남 막말로 이 정도 물건이면 사장님 손해 볼 거 없잖아요. 전당포주인 신데렐라 얘기 아쇼? 변신남 뭔데렐라요? 전당포주인 12시만 넘으면 호박으로 변하는 신데렐라 말이오. 변신남 왜요, 금시계 보니까 갑자기 금마차라도 생각나십니까? 전당포주인 호박이면 죽이라도 쑤어 먹지만 사람으로 변해버리면 난처해지죠. 요즘 전당포에 변신사기가 판을 칩니다. 변신남 …. 전당포주인 어떻게 장담하시겠소? 변신품이 아니라는 거 말이오. 변신남 속고만 사셨나. 사람이 이렇게 좋은 시계로 변하는 거 보셨습니까? 전당포주인 팔찌, 목걸이, 순금 트로피. 더한 걸로도 변할 수 있지요. 변신남 이건 우리 형님이 사업차 외국에 갔다 오시면서…. 전당포주인 (말 자르듯 망치를 내놓는다) 이걸로 한번 내리쳐 보시든가. 변신남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전당포주인 증명을 해보시라구요. 변신남 내가 못할 거 같아요? 전당포주인 그야 나는 모르지요. 변신남 시계가 망가지면 가격이 떨어질 텐데 그건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전당포주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보다야 덜 손해죠. 망가져도 제값은 쳐 드리지. 만약 사람이 변신한 거라면, 그 사람이 다시는 못 돌아오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하쇼. 이 세상과는 영영 빠이빠이란 말이요. 저번엔 진짜로 내리친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나 끔찍했던지. 돌아오긴 했는데 반병신이 되었습디다. 평생을 병원에 누워 사는 수밖에. 변신남 그럴 일 없습니다. 이건 진짜 시계니까. 전당포주인 그럼 쳐 보시오. (빨리 쳐보라는 시늉) 변신남 (망설인다) 전당포주인 (떠보듯)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아까우면 그냥 갖고 가시든가. 변신남 (결정한 듯 내리치려 하지만 망치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전당포주인 뭐해요 안 내리치고. 변신남 진짜 이거 망가져도 제값 쳐주는 거죠? 전당포주인 증명만 해 보인다면야. 변신남 (심호흡.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얏! 전당포주인 (순간적으로 변신남의 팔목을 잡아채는) 잠깐! 변신남 (멈칫) 전당포주인 됐소. 맡겠소. (시계를 종이 상자에 넣으며) 길에서 변신한 사람들 주워다 돈벌이 하는 사람들 숱하게 봤지. 나도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 도리는 지키고 살아야 될 거 아뇨. 사람이 있어야 사람한테 사기도 치고 돈도 뜯고 그럴 거 아니요. (돈을 지불한다) 양심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는 복귀가 안 되는 거 알죠? 당신을 믿어보리다.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소중한 것일 테니까 꼭 찾으러 오쇼. 변신남 …(돈을 받아든다) 전당포주인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만 변신한다니, 세상은 참 불공평하죠? 변신남, 대답 없이 돈을 들고 나간다.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무대 어두워지고, 다시 조사실만이 밝아진다. 변신남, 조사실 의자에 앉는다. 조사원, 땀을 닦으며 들어와, 정장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치고 앉는다. 조사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본부 수거담당 쪽에서 급히 사람이 모자란다고 해서…. 그런데 어디까지 했었죠? 아, 그래서 그 시계는 어떻게 했습니까. 변신남 시계는… 내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그 벤치에 갖다 뒀습니다. 그 사람은 한 시간 뒤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구요. 그날 밤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조사원 (엷게 웃으며) 여전히 마음대로 변신할 수 있다고 믿으시는군요. 최대한 솔직히 말씀해주셔야 선생님뿐만 아니라 조사에도 도움이 됩니다. 변신남 …. 조사원 그 다음엔 바로 집으로 가셨습니까? 변신남 예. 집에 가보니까 아내와 딸이 있었습니다. 조사원 만나신 거네요? 변신남 그런 거나 마찬가지죠. 이제 생각 났습니다. 조사원 아까는 혼자 술을 드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그게··· 조사원 말을 자꾸 바꾸시면 안 됩니다. 변신남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는 겁니다. 조사원 예. 일단 얘기를 해보세요. 변신남 집에 갔는데 딸이 밥을 먹고 있었어요. 무대는 변신남의 집.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딸. 변신남이 집으로 들어간다. 변신남 나 왔어. 딸 (쳐다보지도 않고 밥을 먹는다) 변신남 학원은 어떠냐? 딸 (대답 없다) 변신남 요즘 대학생들은 배낭여행 많이 가던데. 넌 안 가도 되니? 딸 (아빠를 무시하며) 엄마, 국 좀 더 줘. 아내, 나온다. 아내 (변신남에게 왔냐는 인사도 없이) 그만 먹어. 살쪄. 딸 배고파. 변신남 나는 밖에서 먹고 왔어. 장 과장이 삼계탕 잘하는 집을 안다고 해서. (아내와 딸은 듣지도 않는데 과장되게) 어휴, 배부르다. 딸 (엄마에게 말하지만 아빠에게 들으라는 듯) 한밤중에 밥 먹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지금 먹어두면 좀 좋아. 덜그럭 덜그럭 잠이나 깨우고. 아내 (밥을 퍼서 변신남 앞쪽에 갖다 놓는다) 변신남 (침을 꿀꺽 삼키며) 배부른데···. 아내 먹어. 변신남 오이냉국 맛있어 보이네. 그럼 조금만 먹어볼까. 변신남이 못이기는 척 식탁에 앉자 딸이 식탁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변신남 (돈을 꺼내 놓으며) 저번에 맡았던 공사 말야. 그 쪽 업체에서 대금이 들어왔나봐. 월급도 제때 못줘서 미안하다고…. 보너스다 생각하라면서 주더라구. 아내 (남편을 돌아본다) 변신남 아파트 융자금 밀린 거 꽤 되잖아. 부족하겠지만 좀 보태라고. 아내는 남편을 돌아보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돈을 들고 들어간다. 혼자 남아 밥을 먹는 변신남. 공원에서 도시락을 타먹을 때보다 더 퍽퍽한 느낌이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시간이 구름처럼 흩어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둘러봐도 피아노는 없다. 밥을 먹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는 변신남. 보이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닮은 형체도 색깔도 없는 허공뿐…. 피아노 소리가 변신남의 가슴을 쓰다듬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힘들다….’ 식탁 위의 조명이 꺼질락 말락 불안하게 깜박인다. 변신남 어, 이게 왜 이러지? 변신남이 일어나서 전구를 이리저리 만지며 돌려본다. 피아노 소리 점점 커지다가 뚝 멈추면, 짧은 암전과 함께 변신남이 변신한다. 그가 앉아 있던 식탁의자 위엔 장난감 피아노 하나가 놓여 있다. 아내와 딸이 나온다. 아내가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뉴스캐스터(목소리) …머그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 박모 여인에게 무죄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죽은 김씨와 아내 박모 여인은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밝혀졌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박모 여인은 남편의 변신 소식을 듣자마자 변신대책본부를 찾았다가 이런 변을 당하게 되었는데요, 어떤 정황으로도 남편에 대한 고의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박모 여인의 사례를 ‘매우 특이한 사건’으로 보고 그녀에게 살인이나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박모 여인은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정신적 쇼크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그녀에게 시민들의 위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딸 (TV를 끄고) 저건 당연히 무죄 아냐? 고의로 죽인 것도 아니잖아. 아내 고의가 아니었는지는 저 여자밖에 모르지. 딸 던진 것도 아니고 미끄러져서 놓친 건데. 아내 죽은 사람만 억울한 거야. 딸 대체 어떤 사람들이 변신을 하는 걸까. 아내 글쎄다. (빈 식탁을 보고는) 니 아빤 밥 먹다 말고 또 어디 갔대니? 딸 자주 없어지잖아. 아내 아빠가 돈을 주더라? 딸 어디서 구했을까. 이제 더는 빌릴 사람도 없을 텐데. 아내 먼저 얘길 안 하니, 아는 척 할 수도 없고. 회사 잘린 지가 얼마야. 딸 (장난감 피아노를 발견하고) 이게 뭐야? 아내 그게 뭐니? (살펴보는) 하여튼 이런 걸 왜. 딸 (피아노를 눌러보며) 소리도 안 나네.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해. 아빠가 주워온 것들로, 집안이 온통 쓰레기장이야. 아내 고장 난 걸 왜 들고 왔대니. 점점 이상한 버릇만 생기고. 딸 어떻게 좀 해봐. 언제까지 아빠 저러는 거 모른 척 할 건데. 아내 우리가 이런데 아빠는 오죽하겠니. 딸 아빠도 힘들지만 우리도 힘들잖아. 나…, 아빠가 매일 노숙자들이랑 밥 먹는 거 싫어. 아내 …. 딸 우리 이 집 팔고 이사 가면 안 돼? 더 작은 집으로. 아내 이게 어떤 집인데. 아빠가 젊을 때부터 벌어서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집이야. 여길 어떻게 나가. 딸 갚을 돈이 더 많잖아. 아내 생각 좀 해보자. 딸 아빠도 참, 그냥 확 터놓고 얘기를 하든가. 거짓말도 하루 이틀이지, 6개월을 뭐하는 거냐구. 아내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아빠야. 그거라도 없으면 니네 아빤, 죽어. 딸 그런 모습 더는 못 보겠어. (흉내를 내며) 삼계탕 먹었더니, 아휴 배부르다. 아내 (장난감 피아노를 가리키며) 이거 어따 치워라. 딸 몰라. 고장난 거, 갖다 버려. 아내 니가 버리든가. (방으로 들어간다) 딸 (따라 들어가며) 저런 것 좀 주워오지 말라고 해 제발.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은 장난감 피아노. 옆에 서서 아내와 딸을 바라보는 변신남의 모습처럼 쓸쓸하다. 딸이 눌러보던 버튼이 뒤늦게 작동하는지 장난감 피아노에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텅 빈 공간에 홀로 선 변신남만이 그 멜로디를 듣고 있다. 변신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전화벨소리. 조사실의 불이 켜지고 조사원이 전화를 받는다. 변신남은 다시 조사실의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래? 알았어. (끊고) 찾았답니다. 변신남 뭐를요? 조사원 사모님과 따님 찾았답니다. 이제 힘들게 기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 전에 여기로 출발하셨다니까 잠시 후면 도착하겠는데요? 변신남 그래요? (표정 어두워진다) 조사원 기쁘지 않으십니까? 표정이 왜 그러세요? 변신남 아니요. 그냥··· 조사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게 돼서 그러신가보네요. 오후 내내 조사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정황으로 봐서는 변신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 뭘로 변신하셨는지만 기억하시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 끝난 건가요? 조사원 집도 찾으신 것 같으니까, 먼저 가족들 만나보시고 마무리하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조사원 밖으로 나가고 변신남 초조해한다. 긴장한 얼굴.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인다. 밖에서 조사원의 목소리 들린다. 조사원(목소리) 오셨습니까? 허영범씨는 안에 계십니다. 사모님이랑 따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얼마나 걱정을 하시던지. 이쪽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모시고 나오겠습니다. 조사실의 불빛이 깜박인다. 변신남, 고개를 들어 깜박이는 불빛을 쳐다본다. 불이 꺼진다. 짧은 암전 후, 조사원 들어온다. 조사원 어? 왜 불이 꺼져 있지? 조사원, 불을 켠다. 변신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변신남이 앉았던 자리 옆에 똑같은 의자가 하나 더 놓여 있다. 조사원 원래 여기 의자가 두 개였었나? (주위를 둘러보며) 허영범씨. 허영범씨. 어디 계세요? 허영범 씨. 허영범씨. 변심남을 찾는 조사원의 목소리만 허공에 가 부딪친다. <끝>
  • [점프 코리아 2010-G20시대를 열다] 사공일 위원장은

    무역협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사공일 위원장은 정력적으로 일한다. 새해 70세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다. 사공 위원장은 관가에서는 대표적인 ‘수재’로 알려져 있다. 40대에 대통령 경제수석, 재무장관을 지냈다. 경제수석 시절 대표적인 기업인 현대건설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이명박 대통령과 만난 인연이 전부지만, 이 대통령 경제정책의 핵심참모로 중용되고 있다. 국제적인 감각이 탁월하고 폭넓은 인맥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국제기구나 외국정부, 학계에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공 위원장은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데 폭넓은 인맥을 활용했다. 스트라우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등 해외 유력인사와는 언제든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인 가이트너가 처음으로 만난 외국 인사도 사공 위원장이었다. 재무부 장관 시절 과천 청사 장관집무실 번호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401호’였다. 사공 위원장이 경북고 시절 서울 상대 입시를 보러 경부선을 타고 서울로 올라갈 때의 일. 대전에서 어떤 친구가 그 기차를 탔는데, 계속 앞에 서 있더니 나중에 서울대 입시장에서 만났다. 나중에 보니 대학동기가 돼 있었다. 대전고의 대표적인 수재로 통했던 이규성 전 재무부 장관이다. 그는 사공 위원장에 이어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사공일 위원장 약력 ▲1940년 경북 군위 출생 ▲1958년 경북고 졸업 ▲1964년 서울대 상대 졸업 ▲1969년 미국 UCLA 경제학박사 ▲1973~1982년 한국개발연구원 (KDI) 재정금융실장,부원장 ▲1983~1987년 대통령 경제수석 ▲1987~1988년 재무부 장관 ▲1989~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특별고문 ▲2007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 특별위원장 ▲2008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겸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2009년~현재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한국무역협회장
  • [서울신문 보도-그후] 쪽방촌 민성이에게 희망이 도착했어요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어린이 소원은 반드시 들어주신다고 할머니가 그러셨거든요….” 세 살 때 부모님과 헤어져 할머니와 살면서 크리스마스 때마다 집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일곱 살 민성이의 안타까운 사연이 본보를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민성이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고 싶다.”는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여느 해보다도 팍팍한 한 해였지만, 세밑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기꺼이 작은 나눔을 실천하려는 손길이 겨울 추위를 무색케 하고 있다. ●독자·구청 “돕고싶다” 연락 줄이어 충남에 사는 권혁진씨는 이메일을 통해 “쪽방촌에 살면서 크리스마스에 작은 기적을 꿈꾸는 민성이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읽게 됐습니다. 저도 생활이 여유롭지 않아 큰 것은 보낼 수 없지만 민성이를 위해 작은 과자세트라도 보내고 싶습니다.”라며 주소를 문의해 왔다. 서울에 거주하는 박필석씨도 전화로 “이번 겨울은 유독 춥고 눈도 많이 오는데 방바닥에 불도 제대로 안 들어오는 쪽방촌에서 고생하는 민성이가 너무 안쓰럽다. 크리스마스 소원으로 4년 전 헤어진 아빠를 기다린다는 안타까운 얘기에 눈물이 났다.”며 “올겨울 민성이의 소원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쪽방촌을 관할하는 영등포구청도 민성이를 적극 돕겠다고 팔을 걷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담당 직원들을 통해 민성이네를 비롯해 비슷한 사정의 쪽방촌 사람들의 어려운 사정을 파악한 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면 도움이 될지 적절한 방안을 강구해 보겠다.”고 밝혔다. ●민성이 “이대호형처럼 될래요” 서울 하늘에 눈이 펑펑 쏟아지던 28일 오후에도 민성이는 쪽방촌 근처 놀이터를 맴돌았다. “롯데의 이대호 선수를 좋아해 야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는 민성이는 쌓인 눈을 뭉쳐 던지며 야구놀이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민성이의 할머니 홍정희(63)씨는 “어린 마음에 제 부모가 이혼한 것인지, 엄마가 살아 있는지 아무것도 모를 텐데…. 그저 구김살 없이 잘 자라줘서 고맙다.”며 “연말이나 명절 때 사고 싶은 것도 많고, 놀러 가고 싶은 곳도 많은데 형편이 어렵다 보니 못해 줘서 마음이 불편했다. 도와주겠다는 분들이 연락을 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홍 할머니는 “애를 버리고 나간 것 때문에 아직도 맘 속으로 아들을 용서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민성이를 위해 꼭 돌아와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민성이를 돕고 싶다는 독자 여러분들의 요청으로 계좌번호를 알려드립니다. 계좌번호:010108-02-368431(우체국), 예금주:홍정희
  • [경제플러스] 2장 연결 1000원권 15일부터 판매

    한국은행은 15일부터 새 1000원권 2장을 연결한 지폐 10만세트를 발행·판매한다. 10만세트 중 일련번호가 가장 빠른 1부터 100까지 100세트(AA9000001A~AA9000100A)는 한은 화폐금융박물관에 전시한다. 일련번호 101번부터 1000번까지 900세트(AA9000101A~AA9001000A)는 인터넷으로 경매해 수익금을 불우이웃 돕기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9만 9000세트는 한은 화폐금융박물관 기념품판매 코너(매주 월요일 휴관)나 인터넷(www.seowonbok.co.kr) 주문을 통해 일반에 판매한다. 판매가는 세트당 4900원. (02)759-5944~6.
  • LG텔레콤 ‘오즈옴니아’ 예약판매

    SK텔레콤과 KT에 이어 LG텔레콤도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LG텔레콤은 이달 하순 삼성전자의 ‘오즈(OZ)옴니아(SPH-M7350)’ 출시를 앞두고 9일 오후 3시부터 17일까지 ‘OZ옴니아’ 홈페이지(ozomnia.co.kr)에서 선착순 2010명을 대상으로 예약판매를 실시한다고 9일 밝혔다.‘OZ옴니아’ 예약판매 가격은 24개월 약정을 맺고 월 4만 5000∼8만 5000원의 기본료를 선택하면 24만원 이내에서 구입할 수 있다.예를 들어 1기가바이트(GB) 데이터 사용량이 제공되는 OZ 스마트폰 요금(월 1만원)과 251분 무료 음성통화가 제공되는 ‘더블35요금제’를 결합한 월 4만 5000원 요금제를 선택하면 OZ옴니아를 24만원에 살 수 있다. 이 밖에 ▲월 5만 5000원 요금제는 16만 8000원 ▲월 6만 5000원 요금제는 9만 6000원 ▲월 7만 5000원 요금제는 4만 8000원 ▲월 8만 5000원 요금제는 무료로 구입할 수 있다.OZ옴니아 홈페이지에서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모든 신청이 가능하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희망 2010 나눔캠페인] ‘당신의 1% 나눔, 누군가의 100% 행복’

    한국신문협회 회원사들은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 모금 운동을 실시합니다. 여러분의 정성으로 모금된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고루 전달됩니다. 작은 관심으로 훈훈한 연말을 보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성금접수를 원하시는 독자께서는 성금 모금 계좌로 직접 송금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문사에서는 성금을 직접 접수하지 않습니다.) 한국신문협회·서울신문사 ●모금기간 2009년 12월 1일(화)~2010년 1월 31일(일) ●모금주소 서울시 중구 정동 1-17 사랑의 열매 회관 6층 ●이웃돕기 계좌번호 국민은행(003137-04-000306), 기업은행 (082-033121-04-016), 농협(083-01-263423), 신한은행(383-01-021698), 씨티뱅크(157-50149-256), 외환은행 (068-13-21094-9), 우리은행(323-095103-01-00 1), 우체국(012591-01-006655), 하나은행(140-224581-00105), SC제일은행(357-10-013340) ●예금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문의전화 080-890-1212)
  • FIFA 발표 숫자로 본 2010 남아공월드컵 예선

    FIFA 발표 숫자로 본 2010 남아공월드컵 예선

    2010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예선에서 드러난 기록에 한국과 북한이 당당 하게(?)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6연속 이상 본선 진출국과 무패로 본선에 오른 8개국 가운데 하나로, 북한은 경기당 평균 최소 득점과 평균연령 최연소 팀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4일 2007년 8월부터 지난 18일까지 열린 예선을 분석한 자료 ‘숫자로 본 월드컵 예선’을 발표했다. 역사상 최다인 200개국이 참가한 예선에선 모두 2344골이 터졌다. 853경기 평균 2.75골이다. FIFA는 20년간 최저라고 밝혔다. 이는 수비 시스템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여 내년 본선에서도 좋지 않은 징조라고 FIFA는 풀이했다. 골잡이 가운데 등번호 9번이 가장 많은 348골을 뽑았다. 카메룬의 ‘흑표범’ 사무엘 에투(27·인터밀란) 등 골게터들이 노리는 등번호였다. 다음은 334골의 10번, 257골을 낚은 11번이었다. 이를 모두 합치면 939골로 전체의 40%를 훌쩍 넘긴다. 경기에 뛴 선수는 총 5602명이었다. ‘소리 없이 강한 팀’ 네덜란드는 25명만 가지고 본선 문턱을 가뿐하게 넘었다. 반면 ‘말썽쟁이’ 디에고 마라도나(49)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네덜란드의 곱배기인 50명을 썼다. 고민이 적잖았음을 고스란히 드러낸 대목이다. 콜롬비아와 페루, 볼리비아는 가장 많은 인원인 56명이나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한국은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나이지리아 등과 함께 단 한번도 패배를 기록하지 않고 본선에 오른 나라로 이름을 드높였다. 6연속 이상 본선무대를 밟은 국가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스페인, 미국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북한은 선수들의 평균연령에서 22세로 가장 젊은 팀이었다.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는 27세로 가장 늙은 팀이었다. ‘빗장 수비’를 앞세운 팀컬러여서 역시 노련미가 절실했던 모양이다. 북한은 경기당 최소득점(1.25골)도 기록했다. 최다는 3.4골을 낸 잉글랜드였다. 흥미로운 점은 관중 숫자에 담겼다. 세계에서 모두 1930여만명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당 평균 2만 3000여명. 특히 극성맞은 축구광이 많기로 유명한 멕시코의 경우 모두 73만 5000여명이나 불러 모았다. 홈에서 열린 9경기엔 평균 8만 2000여명이 몰렸다.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의 8만명을 뛰어넘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관광1번지 서울도심도 불안하다

    관광1번지 서울도심도 불안하다

    한파가 몰아친 16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좁은 골목의 5㎡ 남짓한 옷가게에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빈틈 없이 진열된 인조 털코트가 50벌은 족히 넘어 보였다. 낡은 전기배선이나 난로에서 불꽃이라도 튀면 유독 가스와 함께 가게 전체로 불이 번지는 건 불문가지로 보였다. 때마침 4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가게에 들어와 열심히 옷을 고르고 있었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그 흔한 소화기 한 대 보이지 않았다. ●소화기·대피안내 표지판 전무 14일 발생한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 참사를 계기로 남대문시장과 명동 등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을 둘러봤다. 연간 510만명의 외국인이 찾는 한국 제1의 관광도시 서울 역시 관광객 화재 안전에는 무방비였다. 골목이 많은 남대문시장이나 명동에는 대피로를 알려주는 안내 표지판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김, 인삼 등 특산품과 일본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패션잡화류를 주로 취급하는 남대문시장은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이 많다. 불이 나면 즉시 대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통로를 확보해야 하지만 가게마다 내놓은 좌판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은 소방차와 구급차 진입의 장애물이다. ●외국인 관광객들 ‘불안한 쇼핑’ 명동 쇼핑거리도 마찬가지였다. 골목 입구에 대피 안내 표지판조차 없어 화재가 났을 경우 지리에 어두운 외국인 관광객은 우왕좌왕하다가 참변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불안해하긴 마찬가지다. 명동에서 만난 일본인 유코(45·여)는 “토요일 아침에 부산 사격장 화재 소식을 듣고 가족들이 한국행을 말렸다.”면서 “예정대로 여행을 왔지만 화재사고가 생기면 즉시 신고할 수 있도록 한국 소방서 번호(119)도 외워 두었다.”고 말했다. 한국을 열 번 이상 방문했다는 일본인 스기타(47·여)는 “남대문시장·명동·동대문시장을 돌아다녔는데 좁은 길이 많아 불이 나면 위험할 것 같다.”면서 “관광안내소나 공항에서 사고·화재 안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피 안내 표지판만이 아니었다. 큰 화재는 보통 소화시설이 부족한 작은 가게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정작 영세한 상점들은 소방안전점검 대상도 아니었다. 대형화재를 예방해야 할 소방안전점검이 무용지물인 셈이다. 연면적 400~600㎡인 방화관리대상 건물에 대해 2년마다 한 번씩 행하던 정기점검은 2004년 관련법이 폐지되면서 중단됐다. ●정기 소방안전점검 등 대책 시급 중부소방서 예방과 관계자는 “자동화재탐지설비 설치의무가 없는 연면적 400㎡ 이하의 건물은 소방당국의 관리대상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영세한 상점은 화재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대문시장은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연택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정부가 2010~2012년 한국 방문의 해 홍보에만 매달리고 최우선이 되어야 할 여행객들의 안전 문제에는 소홀했다.”면서 “여행객 안전은 가장 기초적인 사항으로 관광객 안전 교육, 관광시설 안전점검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이통사마다 ‘애지중지 G’ 다르다

    이통사마다 ‘애지중지 G’ 다르다

    SK텔레콤은 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만 되는 한물간(?) 휴대전화를 자꾸 내놓을까? KT는 왜 뜬금없이 ‘유심(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드) 칩’ 광고를 할까? LG텔레콤은 왜 주파수 배정에 목을 맬까? 세 가지 질문의 답은 하나다. 이동통신사들이 애지중지하는 네크워크 세대(G)가 다르다는 것. 소비자들은 이통사들의 ‘세대 정책’을 잘 읽으면 보다 효과적인 통신 소비를 할 수 있다. 이통망은 음성과 문자만 가능했던 2G(전송속도 14.4~64kbps)에서 영상통화와 무선인터넷이 되는 3G(전송속도 144kbps~2Mbps)로 발전했다. 3~4년 뒤면 5초 만에 휴대전화로 영화 한 편을 다운받을 수 있는 4G(전송속도 100Mbps~1Gbps)로 옮겨간다. 가장 촘촘한 3G 전국망을 자랑하는 SK텔레콤이 자꾸 2G용 단말기를 내놓는 이유는 660만명에 이르는 충성스러운 ‘011 고객’ 때문이다. 지도층 인사나 기업 임원, 자영업자 등이 주로 사용하는 011의 가입자당 매출은 010보다 훨씬 높다. 011 고객이 3G로 옮겨가면 번호를 010으로 바꿔야 한다. 011을 사수하려는 열기가 식지 않자 SK텔레콤은 올해 2G용 풀터치폰인 ‘햅틱착’(삼성전자) 등 10여종의 단말기를 내놓았다. 햅틱착의 출고가는 60만원대로 3G용 ‘햅틱아몰레드’보다 20만원 정도 싸다. 영상통화나 데이터통화가 필요없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은 011을 고수하면서도 폼 나는 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2위 사업자인 KT는 2G 고객이 사라져야 1위를 넘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011, 016, 017, 018, 019와 같은 2G의 잔재는 번호로 가입자와 통신사의 등급을 나누는 ‘카스트 제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KT는 3G의 핵심 기능인 유심칩 홍보에 열을 올린다. 유심칩을 사용하면 휴대전화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고, 칩만 꽂으면 다른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KT는 3G망을 활용하는 아이폰과 유무선통합(FMC) 전용 단말기를 내놓을 예정이다. 돈을 더 내더라도 무선데이터를 마음껏 즐기고 싶은 고객은 KT가 내놓을 새 단말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동기식 3G(HSDPA·WCDMA)망이 없는 LG텔레콤은 바로 4G로 바로 넘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하려면 새로운 주파수가 필요한데, 마침 방송통신위원회가 연말까지 황금주파수인 800~900㎒ 대역을 할당할 계획이다. LG텔레콤은 이 주파수를 사서 모바일인터넷TV까지 가능한 4G망을 구축해 통신판 자체를 바꾸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이 회사가 26일 2G 및 3G는 물론 4G 이동통신 장비를 모두 수용하는 ‘멀티모드 기지국’ 2000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英억만장자 “내 책 사면 독자에 2억 준다”

    “이 책을 보면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부자가 되는 법을 다루는 책이 흔히 사용하는 광고문구가 현실로 나타났다. 영국의 한 억만장자가 자신이 쓴 책을 사는 사람들에게 추첨으로 총 100만 파운드(한화 약 20억 원)를 주겠다는 통 큰 제안을 해 화제가 됐다. 이 억만장자의 이름은 벤 벤슨(34·Ben Benson). 자수성가한 거물 자산가로 재산이 6000만 파운드(한화 약 1200억 원)가 넘는다. 영국 대중지 메트로에 따르면 벤슨은 자신이 집필한 첫 책 ‘더 뉴 룰즈 오브 웰스’(The New Rules Of Wealth)를 구입한 독자 중 10명에게 1인당 10만 파운드(한화 약 2억 원)씩을 주겠다고 밝혔다. ‘더 뉴 룰즈 오브 웰스’는 책마다 고유번호가 붙여진다. 앞으로 두 달에 한번씩 인터넷 상에 공개되는 숫자와 일치하는 고유번호를 가진 책 주인이 행운의 주인공이 되는 것. 성공적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다룬 이 책은 현재 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 아직 책이 발매되기 전이지만 벤슨의 화끈한 제안 덕분에 벌써 1만 4000권이 판매되는 등 그 열기가 뜨겁다. 한편 벤슨은 이번 일이 책을 팔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는 비난에 “책이 얼마나 팔리던지 상관없이 독자들에게 돈을 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쓴 게 아니다.”며 “다른 사람이 부자가 되어 성취하고 싶은 것을 이루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문설주기자 spirit0104@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신규가입, 번호이동보다 10만원 혜택

    신규가입, 번호이동보다 10만원 혜택

    ‘잡은 물고기에게는 떡밥을 주지 않는다.’ 이동통신사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마케팅 전략이다. 470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에게 똑같이 기본료를 깎아주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면 매출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이통사 입장에선 휴대전화를 수시로 바꾸는 고객에게 많은 보조금을 주는 등 ‘고객 차별 전략’이 효과적이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이통사의 차별 마케팅을 역이용해야 이익을 누릴 수 있다.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이통3사는 고객이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나이에 따라 보조금을 달리 지급한다. 이통사 관계자는 “대리점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30대에게 3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더 준다.”고 밝혔다. 따라서 30대 이상 고객이 휴대전화를 사려면 가족 중 해당 연령에 있는 사람의 명의로 가입한 뒤 명의변경하면 된다. ●30대 이하 개통자 3만원 더 줘 이통사들은 또 경쟁 상황에 따라 특정 사업자의 고객군을 집중 공략하기도 한다. A사가 B사의 고객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A사는 C사 고객보다 B사 고객에게 번호이동시 더 많은 혜택을 준다. 이통사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런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면서 “5만~10만원까지 단말기 가격이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번호이동을 하려는 고객은 지금 이용하고 있는 이통사가 경쟁사의 타깃이 됐을 때 옮기는 게 좋다. 이통사들은 보통 자기 고객이 단말기를 바꿀 때보다 경쟁사에서 번호이동을 해온 고객이 단말기를 바꿀 때 보조금을 10만원 정도 더 준다. 기왕 단말기를 바꿀 생각이 있다면 이통사를 갈아 타는 게 좋다. ●경쟁사서 번호이동 10만원 이득 이통사들은 특히 최근 들어 번호이동 고객보다 010신규가입 고객에게 5만~1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더 준다. 둘 다 이통사를 옮기는 것이지만 번호이동은 쓰던 번호를 그대로 갖고 이통사를 옮기는 것이고, 010신규는 기존번호를 포기하는 것이다. 번호이동 숫자는 매일 집계돼 마케팅 경쟁 정도가 쉽게 드러난다. 방통위가 번호이동을 자제하라고 압박하자 최근 이통사들은 010신규 쪽으로 눈을 돌렸다. 지금 휴대전화를 바꾸려는 소비자들은 해지와 가입이 자동처리되는 번호이동보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대리점에 찾아가 해지한 뒤 다른 이통사로 옮기는 010신규를 택하는 게 좋다. 이통사 관계자는 “휴대전화 가격은 주중보다는 주말이 3만~5만원 정도 싸고, 경쟁이 치열한 지역의 대리점들이 보조금을 더 얹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KT, 와이브로 음성서비스 준비···올해 시범서비스

    KT는 와이브로 음성 서비스 제공을 위한 네트워크 및 IT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다고 3일 밝혔다.  KT는 초고속인터넷접속 서비스 위주인 SHOW WIBRO에 010 식별번호를 부여한 음성 서비스를 부가서비스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미 구축된 와이브로 네트워크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기존 IMS(Intelligent Multimedia System·지능형 멀티미디어 시스템)를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음성서비스 가입 및 요금 과금 등을 처리하기 위한 전산 시스템 개발 등 IT인프라 구축을 시작해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음성서비스 제공을 위한 단말은 SHOW WIBRO의 특성을 살린 디자인과 컨셉트의 단말이 가능하도록 단말제조사와 협조해 나갈 계획이다.  SHOW WIBRO 음성서비스는 기존 와이브로 고객층을 대상으로 음성통화 니즈가 특히 높은 고객층과 기업용 시장을 핵심 타겟으로 한 BM을 꾸준히 발굴 중으로, 이르면 올해 말 시범 서비스가 개시될 예정이다.  KT 컨버전스와이브로본부 손희남 상무는 “현재 KT의 SHOW WIBRO서비스는 최근의 넷북 열풍과 함께 가입자가 꾸준히 순증세에 있으며, KT는 와이브로 음성서비스를 통해 서비스 가치 제고 및 고객기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새 미디어시장 전망] “지상파 아성 넘어라”… 새 종편 파워, 콘텐츠에 달렸다

    [새 미디어시장 전망] “지상파 아성 넘어라”… 새 종편 파워, 콘텐츠에 달렸다

    미디어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2010년에는 대기업과 신문사의 참여가 가능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적어도 2개 이상 생겨난다. 보도전문채널도 1~2개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는 2013년에 기존 지상파가 아날로그 방송 주파수 대역을 반납하면 새로운 지상파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독과점적으로 지배해온 방송 시장에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일단 볼거리가 늘어나는 셈이다. 종편이 가장 주목된다. 지금까지 보도, 시사, 교양, 스포츠, 오락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내보낼 수 있는 방송사는 지상파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4시간 방송할 수 있는 종편은 방송을 송출하는 플랫폼만 다를 뿐 프로그램 편성에 있어서는 지상파와 다름 없다. 종편은 케이블TV나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다가간다. 국내 전체 방송 시청가구는 약 1800만가구. 현재 케이블TV는 1500만, 위성방송은 240만, IPTV는 50만가구를 시청 대상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종편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상파 못지않은 매체 파워를 지니게 되는 셈이다. 종편이 현재 방송 지형도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기존 YTN과 MBN 등 양자 구도였던 보도전문채널도 3~4개로 늘어나면 본격적인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방송시장 총 매출액은 8조 6213억원. 이 가운데 지상파가 3조 3971억원으로 39.4%를 차지했다. 방송채널사업자(PP)도 3조 537억원으로 35.4%에 달했다. 그런데 PP매출의 절반이 넘는 1조 5533억원은 194개 PP 가운데 5개밖에 안 되는 홈쇼핑 채널이 올렸다. 방송광고 수입에서는 지상파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지상파의 광고수입은 2조 1998억원. 전체 방송광고 시장(3조 2148억원)의 68.5%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매출이나 광고수입에서 지상파 계열 14개 PP의 몫까지 고려하면 지상파 비중은 더욱 늘어난다. 현재 유료방송 채널의 시청률은 평균 1%를 넘기 힘든 현실이다. 종편이 등장한다고 지상파 중심의 방송 시장이 저절로 재편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지상파 인접 번호 등 좋은 번호와 지상파 수준에 버금가는 콘텐츠들을 제공해야 지상파와 같은 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종편이 수많은 PP 가운데 하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방송업계에서는 종편을 운영하려면 초기 자본 2000억원 이상에, 연간 운영으로 최소 1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도전문채널은 500억~1000억원 정도. 적어도 3년 동안 3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을 수 있어야 종편 사업 허가가 나올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지상파인 SBS가 뿌리내리는 데 5년 이상 걸렸기 때문에 종편도 상당기간 적자를 견뎌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시청자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무한경쟁 구도에서 지상파와 시청률 경쟁을 벌여 광고를 따내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유료방송에서 PP가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보다 재탕 삼탕 재방송하는 지상파의 인기 콘텐츠가 월등하게 시청률이 좋았다는 점은 지상파의 아성을 뛰어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방송 콘텐츠 유통과 소비가 철저하게 지상파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료방송업계에서는 PP사나 외주제작사들의 디지털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하는 뉴미디어방송 제작센터가 2012년에 들어서면 콘텐츠 유통에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편도 SBS 6번, KBS 9번, MBC 11번처럼 채널 브랜드를 확보해야 쉽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뒷번호 대가 아닌 지상파 인접 채널, 소위 황금채널(5~13번)에 들어가야 시청자들의 접근이 쉽다. 현재 황금채널 대는 거액의 론칭비를 내는 홈쇼핑 채널이 선점한 상태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시청 가구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현행 방송법은 종편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의무 송출 채널로 규정하고 있다. 의무 채널은 17개 정도가 있는데 공익 채널을 제외하고는 군소 PP 등과 형평성 문제가 있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종편이 의무 채널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종편이 의무 채널이 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같은 SO라고 해도 가입자가 적은 상품에 종편을 꽂는다면 시청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길 쉽게 찾는 기초표지판 설치한다

    길 쉽게 찾는 기초표지판 설치한다

    복잡한 도심이나 외딴 농·어촌의 위치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가로등이나 전신주 등에 소형 표지판을 설치하는 작업이 추진된다. 또 좁은 이면도로에도 길 안내가 표시된 표지판을 부착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행정안전부는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초번호판 등 공공디자인개발사업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도로 곳곳에 있는 가로등이나 전신주, 버스 승강장 등에 위치가 표시된 소형 표지판을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됐고, 표본용으로 만들어진 10여 종의 표지판 디자인이 검토됐다. 정부의 계획처럼 가로등 등에 작은 표지판이 설치되면 복잡한 도심 한 가운데나 농·어촌 외딴 지역에서도 약속 장소 등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출동한 구급차나 순찰차가 보다 쉽게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교차로 등 도로 주요 지역에만 표지판이 설치돼 있어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큰 건물 등을 예로 들어 자신의 위치를 설명할 수밖에 없고, 찾는 사람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안부는 표지판 디자인이 결정되면 내년 7~8월 도로 곳곳에 이 표지판을 시범적으로 설치하고, 2010년에는 전면 확대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또 이면도로에도 표지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이면도로의 표지판은 ‘○○길’처럼 단순히 지명만 담고 있지만, ‘○○길 100m ↑’같은 내용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5만원권 101번 주인 누가 될까

    5만원권 101번 주인 누가 될까

    한국조폐공사는 지난달 23일 발행된 5만원권 가운데 빠른 번호(AA0000101A~AA0020000A)를 21일부터 인터넷 경매를 통해 일반인에게 공급한다. 가장 빠른 번호인 1~100번은 한은 화폐금융박물관에 영구 보관·전시되기 때문에 현재 일반인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빠른 번호는 101번이다. 이번 경매는 21일(화) 낮 12시부터 인터넷 쇼핑몰 G마켓(www.gmarket.co.kr)에서 진행된다. 전체 물량 1만 9900장 가운데 느린 번호부터 매주 화요일 낮 12시부터 금요일 오후 6시까지 경매가 진행된다. 희소 가치가 높은 101~1000번은 8월25일부터 시작된다. 2007년 1만원권이나 1000원권 경매 때는 각각 10장 한 묶음으로 판매되지만 5만원권은 101~1000번은 1장 단위, 1001~1만 1000번은 2장 묶음, 1만 1001~2만번은 3장 묶음으로 판매된다. 액면가가 높아 입찰 참여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경매 시작가는 각각 5만 1000원, 10만 2000원, 15만 3000원이다. 경매 마감 시간에 최고가를 부른 사람이 낙찰되는 방식으로 낙찰자가 구매 대금을 입금하면 우체국 택배로 보증서, 화폐첩과 함께 5만원권을 전달받게 된다. 배송료 2200원은 화폐를 전달받은 뒤 내면 된다. 경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해 어려운 이웃돕기에 사용한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5만원권 경매…나도 ‘건질’ 수 있을까

    5만원권 경매…나도 ‘건질’ 수 있을까

    지난 달 23일 발행된 5만원권의 경매 일정이 14일 공개됐다.  한국조폐공사는 시중에 풀지 않고 ‘묵혀뒀던’ 5만원권의 빠른 번호(101~2만번)의 인터넷 경매를 오는 21일(화) 낮 12시부터 인터넷 사이트인 ‘G마켓(www.gmarket.co.kr)’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낮 12시부터는 일련번호 1만 5501번(AA 0015501 A)~2만번에 대한 경매가 24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가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101~1000번(일련번호 AA 0000101 A~ AA 0001000 A) 경매는 8월 25일(화) 낮 12시부터 28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장난 입찰은 사절…20%가 ‘상한가’  101번부터 1000번까지 900장은 1장 단위로 경매가 진행되며 경매 시작가는 5만 1000원이다.  또 1001~1만 1000번은 2장 단위로,1만1001~2만번까지는 3장씩 묶어 경매가 진행되고,각각 10만 2000원과 15만 3000원부터 시작된다.  일련번호 별로 경매 단위가 각각인 이유는 국민의 부담을 줄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라고 조폐공사측은 14일 밝혔다.홍보실 주민규 과장은 “2007년에 한국은행에서 새 1만원권·1000권에 대한 경매를 했을 때에는 10장이 한 묶음이었지만,이번엔 돈의 액면가치가 커졌기 때문에 단위를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 과장은 “장난 입찰을 방지하기 위해 최고 금액의 20% 한도내에서만 값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즉 한 번호에 대한 최고가가 10만원까지 치솟았다면 그 다음 입찰자가 올려 부를 수 있는 최고 금액은 12만원이 되고,그 후에는 14만 4000원까지만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최소 단위는 100원이다.  ●전달은 우체국 택배로…2200원 착불  이번 경매는 각 번호에 대한 경매 종료 순간에 최고가를 부른 사람에게 낙찰되는 방식이다.마감 시간에는 사이트에 사람이 몰려 크게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낙찰이 이뤄진 뒤 낙찰자에게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인 구매 결정 기간이 주어진다.이후에 입금을 완료하면 입금 내역이 조폐공사에 통보된 뒤에 우체국 택배를 통해 화폐가 전달된다.배송료 2200원을 착불로 내야 하는데,본인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한 방편이다.  새 화폐는 일명 ‘뽁뽁이’라 불리는 에어캡에 쌓인 채로 보증서 및 화폐첩과 함께 전달된다.  조폐공사는 인터넷 경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한국은행과 공동 명의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해 어려운 이웃돕기 등 공익 목적에 사용할 예정이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세계 17만여개 우체국, 40%싼 ‘국제특송’ 네트워크 구축

    세계 17만여개 우체국, 40%싼 ‘국제특송’ 네트워크 구축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등 세계 주요 10개국 17만6000여개 우체국이 하나로 연결된 국제특송 통합네트워크가 구축된다. 이에 따라 이들 나라에 보내지는 국제특송 우편물이 한층 신속하고 정확하게 배달될 전망이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는 8일 일본 교토에서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등 10개국이 참가하는 ‘카할라(Kahala) 우정연합체 CEO 이사회’에서 우체국 국제특송 EMS의 배달보장서비스 대상국에 프랑스와 싱가포르를 포함시켜 총 10개국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빠르면 2010년부터 배달보장서비스가 시행된다.  이에 따라 카할라 우정연합체는 160억 쌍의 우편번호 조합으로 연결돼 3억2800만 주소지에 배달되고 17만6000개의 우체국이 하나로 연결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특송 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배달보장서비스란 카할라 회원국에 EMS 접수시 약속한 배달 날짜보다 하루라도 늦게 배달되면 요금을 전액 배상해주는 서비스다.다국적 특송업체보다 40% 정도 싸다.카할라 우정연합체는 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해 배달보장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으로 미국의 제안으로 한국이 주도해 2003년 발족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소통물량은 2500만 통에 이르며 매년 10% 가량 성장하고 있다. 회원국은 10개국으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중국, 호주, 홍콩, 스페인,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이다.  남궁 민 본부장은 “올해는 우체국 국제특송 EMS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라면서 “프랑스와 싱가포르에도 배달보장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이들 나라에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이 물류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 본부장은 9일 노리오 기타무라 일본 우정 총재와 환담을 갖고 두 나라간 해상특송 서비스 도입과 관련해 의견을 나눈다.남궁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선편을 이용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다면 양국의 우정 서비스에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할 계획이다.또 ‘그린 포스트(녹색 우정)’에 대한 공동 협력도 제안한다. 최근 우정사업본부는 녹색우정 선포식을 가졌으며, 일본우정은 그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재활용 EMS박스를 제작하는 등 두 나라 우정이 저탄소 녹색성장정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이통3사 번호이동 출혈경쟁 심화

    이통3사 번호이동 출혈경쟁 심화

    ‘멈추면 죽는다.’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쓰던 번호를 유지한 채 이통사를 바꾸는 것) 고객 빼앗기 경쟁이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30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29일 현재 6월 들어 발생한 번호이동이 119만 5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5월의 119만 8000건보다 3000건 부족한 수치다. 30일 4만명(일 평균 이동건수)이 추가로 번호이동을 한다고 보면 223만건을 넘게 돼 2개월 연속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SK텔레콤이 전체 번호이동 고객의 42.0%(50만건)를 차지했고, KT 34.8%, LG텔레콤 23.2% 순이었다. 6월의 기록적인 수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조금 과다 지급 여부에 대해 시장조사를 벌인 와중에 기록된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방통위는 6월 둘째주에 특정연령대 및 특정이통사 고객에 대한 차별적인 보조금 과다지급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였고, 현재 혐의점이 있는 20만건의 번호이동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명백한 고객 차별이 아니면 무한대의 보조금을 투입해도 번호이동 경쟁을 막을 길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이통사들은 방통위의 자제 권고를 무시하고 있다. 한 이통사의 임원은 “번호이동 싸움은 먼저 멈추는 자가 결국 지는 게임”이라면서 “KT-KTF 합병,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 50.5% 사수 정책, LG텔레콤의 생존 몸부림 때문에 예년과 달리 2·4분기에도 열기가 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열이 계속되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통사의 실적이 악화될 게 뻔하다. 이통사들이 번호이동에 목을 매는 이유는 번호이동이 시장 점유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순한 단말기 변경이나 010 신규고객은 90%가 자사 고객의 전환이지만 번호이동은 경쟁사 가입자를 뺏는 것이다. 따라서 3사가 동시에 멈추지 않는 한 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번호이동 경쟁에 따른 ‘공짜폰’ 남발로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들은 초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지난 4월 200만대를 넘긴 국내 휴대전화 월 판매대수는 5월 260만 5000대를 기록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예비부부들 “반갑다 웨딩박람회”

    예비부부들 “반갑다 웨딩박람회”

    ‘신부의 계절’ 5월이 지났는데, 웨딩 컨설팅 업체들이 오히려 더 분주하다. 가을 결혼식을 미리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을 겨냥해서다. 남들이 쉬는 여름에 준비하면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호텔들도 ‘실속 결혼식’ 행렬에 동참했다. 결혼 비수기인 여름에 결혼식을 치르는 커플을 위한 특가 상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듀오웨드는 다음달 4~5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웨딩브랜드 100여곳이 참석하는 ‘듀오웨딩페어’를 연다. 홈페이지(www.duowed.com) 등을 통해 예약번호를 미리 받은 4000쌍만 입장할 수 있다. 듀오웨드 관계자는 26일 “7~8월은 웨딩 비수기로 이 시기에 결혼을 준비하면 메이크업·스튜디오·예식홀 등을 여유있게 이용할 수 있고 혼수도 저렴한 가격에 장만할 수 있다.”면서 “웨딩박람회를 이용하면 다양한 업체들을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 준비했을 때보다 최대 4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1577-2229. SK마케팅앤컴퍼니가 운영하는 OK웨딩클럽은 가을에 결혼할 예비부부를 겨냥한 ‘2009 OK웨딩클럽 웨딩박람회’를 전국 6곳에서 연다. 27~28일에 부산·대구·광주에서, 다음달 4~5일 서울·인천에서, 11~12일 대전에서 열린다. 드레스·메이크업·혼수·예물·허니문 등 협력업체들이 박람회에 참석한다. SK브로드밴드가 신혼부부를 위한 절약형 통신상품을 소개하고, 가입 고객에게 웨딩패키지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OK웨딩클럽 웨딩패키지 구매금액의 0.5%는 OK캐시백포인트로 적립된다. 1577-7555. 아워홈이 운영하는 웨딩브랜드 아모리스에서는 다음달 5~7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와 강남 메리츠타워에서 ‘프라이빗 웨딩페어’를 개최한다. 50석 규모의 칵테일 리셉션을 선보인다. 칵테일 리셉션은 하객들이 입장하면서 샴페인·칵테일 등 웰컴 드링크를 즐기는 공간을 말한다. 웨딩페어에 방문해 예식을 예약하는 고객에게는 신라호텔 숙박권·와인 세팅 등 특전을 제공한다. (02)2005-1010. 호텔들도 여름 결혼식을 겨냥한 특가 상품을 내놓았다. 최하 7만원이 훌쩍 넘던 식대를 절반 가까이 깎고, 호텔 예식비용을 높이는 주범으로 꼽히는 음료수값을 받지 않는 곳도 생겼다. 그래도 일반 예식장보다는 식대 등이 비싸지만, 숙박권·허니문 패키지 등 사은품과 2~3시간씩 여유롭게 예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토해 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홍은동에 위치한 그랜드 힐튼은 7~9월 3개월 동안 식대 3만 9000원의 ‘서머 특선 메뉴’를 선보였다. 가격은 낮췄지만, 버섯 크림수프·호주산 소 등심구이·페퍼소스 감자와 계절야채·잔치국수·바나나 무스케이크와 초콜릿 소스·커피로 코스는 그대로 유지했다. 여기에 연회장·폐백실·공항 리무진 서비스·스위트 룸 1박·1주년 기념식사권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02)2287-8250.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웨딩홀은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웨딩홀을 새롭게 단장하고 오는 9월까지 음식 10%·음료 50%를 할인해주는 ‘서머 웨딩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객실 1박·결혼 1주년 뷔페 식사권을 제공하고, 하객들을 위한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웨딩 듀오 카드를 발급, 결혼식 뒤 5년 동안 객실과 레스토랑을 30% 할인해준다. (02)3282-6610.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은 7~8월 두 달 동안 월·화요일에만 적용하던 특별 가격을 수·목요일에도 적용한다. 1인당 식대가 5만 3000원이고, 와인을 4만원에 제공한다. (02)3451-8233. 유럽풍 종탑이 있는 잔디정원에서의 야외 웨딩으로 유명한 서울 외발산동 메이필드 호텔은 ‘온리유 웨딩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꽃등심 구이를 주로 하는 양식 메뉴를 4만 6000원에, 음료를 공짜로 제공하는데 7~8월에 예약하는 고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02)2660-9200. 서울 반포 JW메리어트 호텔에서는 오는 8월까지 식대 5만원 메뉴를 선보인다. 하반기 결혼하는 선착순 30커플에게 총 3000만원어치의 선물을 제공하는 ‘서프라이즈 이벤트’도 진행한다. 뉴칼레도니아 왕복 항공권·하와이 와이키키 비치 메리어트 리조트 6박7일 숙박권·프러포즈 이벤트·폐백음식 등을 추첨을 통해 제공한다. 9월까지 결혼식을 올리고 하객이 400명 이상일 경우에는 JW메리어트 푸껫 리조트 3박4일 숙박권과 왕복 항공권을 제공하는 ‘프리 허니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02)6282-6792. 서울 반포 팔래스 호텔도 3만 8000~5만 5000원의 식대에 객실 1박·공항 리무진 서비스 등의 혜택을 준다. 리뉴얼한 식장에서 3시간 동안 식을 치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02)2186-6867.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지폐 벌어짐 현상은 접착제 사용안한 때문

    지폐 벌어짐 현상은 접착제 사용안한 때문

    새 5만원권이 ‘뉴스메이커’다. 36년만에 나온 고액권인 만큼 일반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국은행 게시판 등에 자주 올라오는 6가지 궁금증을 짚어본다. ① 사라진 한은 마크, 실수? 고의? 1000원, 5000원, 1만원짜리를 보면 뒷면에 한은 영어이름 ‘Bank of Korea’가 쓰여 있다. 그 옆에는 동그란 원 안에 무궁화꽃이 들어간 한은 심벌 마크가 있다. 그런데 5만원권에는 이 마크가 없다. 실수냐, 고의냐를 두고 네티즌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결론은 고의. 그런데 그 이유가 다소 싱겁다. 한은 측은 “현재 60주년(2010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한은 마크(행표)를 교체 작업 중에 있어 일부러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새 마크가 내년에 확정되면 5만원권에 들어가게 될까. 신임 한은 총재의 ‘마음’에 달려 있다. ② 벌어짐 현상 한은도 알고 있었다? 한은의 ‘야심작’ 부분노출형 은선이 역설적이게 한은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은선과 지폐 사이가 뜨는 ‘벌어짐’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어서다. 문의가 이어지자 한은 측은 “위조방지용 은선의 움직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은선을 종이와 종이 사이에 끼우는 방식을 택하다 보니 그 사이가 뜰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미 사전에 인지했던 현상이지만 자동화기기 사용 등에 지장이 없는지, 한은은 추가 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벌어진 틈새를 이용해 5만원권을 2장으로 얇게 분리, 위폐에 악용될 위험도 제기된다. ③ 숫자 50000의 동그라미를 가린 은선 아이디 ‘수한엄마’는 “새로 받아든 5만원권 10장 가운데 6장이 숫자 50000의 마지막 0을 은선이 완전히 가린다.”며 “혹시 불량 돈 아니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기우(杞憂)다. 5만원권의 부분노출 은선은 돈마다 위치가 조금씩 다르다. 똑같은 곳에 새기면 그곳만 불룩해져 돈을 쌓을 때 불편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은선 위에 0자가 인쇄돼 있더라도 정상적인 돈”이라며 안심시켰다. ④ 그 많던 AAA는 모두 어디 갔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중은행 창구 앞에 줄을 섰던 일부 국민들은 5만원권의 일련번호를 확인하고는 허탈해했다. 소장 가치가 있다는 앞번호, 즉 ‘AA0000A’로 이뤄진 트리플A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발행번호 101~2만번까지의 트리플A 신권은 이르면 다음달 인터넷 경매에 부쳐진다. 경매 날짜와 방식은 한국조폐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트리플A 신권은 100만번까지 나온다. 2만 1번부터 100만번까지는 전량 시중은행 등에 이미 무작위로 나갔다. 따라서 운이 좋으면 AAA신권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 ⑤ 혼동 시비에도 왜 비슷한 색깔 5만원권의 가장 큰 시련은 5000원권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둘 다 황색 계열이다. 한은 홈페이지에는 “1000원과 1만원짜리도 헷갈리는데 왜 또 비슷한 색을 썼느냐.”는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따뜻한 황색 계열과 차가운 청색 계열을 번갈아 쓰는 화폐 제작 관례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색의 기본이 3가지(빨강, 노랑, 파랑)밖에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해명했다. 나누자면 5000원권은 적황색, 5만원권은 녹색이 가미된 황색이다. ⑥ 비쌀수록 길다? 고액권일수록 길어지는 선진국 지폐(미국 달러화 제외)를 벤치마킹해 우리나라도 같은 개념을 적용했다. 1000원, 5000원, 1만원, 5만원권을 한쪽 끝을 맞춰 나란히 정렬하면 가장 삐죽 나와 있는 게 5만원권이다. 액면가가 한 단계씩 올라갈수록 6㎜씩 길어진다. 5만원권은 5000원짜리보다 1.2㎝ 길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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