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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유민 사망에 배구선수들 애도…국내복귀 김연경도 추모(종합)

    고유민 사망에 배구선수들 애도…국내복귀 김연경도 추모(종합)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에서 뛰었던 고유민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1일 경기 광주경찰서에 따르면 고유민은 전날 오후 9시 40분쯤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대건설에서 2014-2015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고유민과 함께 뛰었던 흥국생명 세터 이다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가 많이 사랑해 고유민 보고 싶다 너무 보고 싶어”라며 애도했다. 이다영은 또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히 쉬어 진짜 너무 사랑해”라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 고유민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 국내 복귀한 흥국생명 김연경은 SNS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고유민의 2013-2014시즌 데뷔 동기인 전 흥국생명 레프트 공윤희는 SNS에 “유민이가 좋은 곳으로 갔어요. 손이 떨려 긴 글을 못 적겠습니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저도 뭐라고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공윤희는 진로를 고민하다가 2019년 9월 임의 탈퇴 선수로 팀을 떠났다. 2013년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고유민은 수비력에 강점이 있는 백업 레프트로 활동했고, 지난해 4월에는 처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잔류 계약에 성공했다. 2019-2020시즌 중인 올해 초에는 대체 리베로로 투입되기도 했지만, 부진을 겪다 5월 임의탈퇴 처리됐다. 그에 앞서 고유민은 3월부터 팀에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유민이 계속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을 걱정한 전 동료가 자택을 방문했다가 숨져 있는 고유민을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책 읽어 주는 직업

    [김금숙의 만화경] 책 읽어 주는 직업

    “작가(만화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특강을 가면 학생들에게서 빠짐없이 받는 질문이다. “책을 많이 읽어라”, “여행을 많이 다녀라”, “만화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중요하니 인생의 경험을 많이 해라”라고 말해 주었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뻔한 대답이다. 왜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것일까? 작가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작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는 무엇을 해도 멋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있어도, 가만히만 있어도 멋이 뚝뚝 떨어진다. 텔레비전이 보여 주는 작가의 이미지는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이 된다. 한 명의 베스트셀러 작가와 하루 밥벌이도 버거워하는 작가 99%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 작가가 자고 싶고 놀고 싶은 아주 기본적인 욕망과 싸운다는 것을 알까? 하룻밤 사이에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되는 일은 기획하고 취재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만화작가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러스트레이터 ‘난나’를 기억하는가? 나는 당시 그의 죽음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 그는 나와 비슷한 또래였다. 그림을 십몇 년 그렸는데 그림값이 더 안 좋아지는 현실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열심히 그리고 인정을 받아도 다른 지원이 있지 않고선 버티기 힘들었던 그의 이야기는 남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를 죽음으로 이르게 했던 현실의 문제는 많은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힘겨워하는 문제다. 그때 나는 그를 추모하는 그림을 그려 SNS와 블로그에 올렸었다. 만화가는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영화관 한번 갈 정신적ㆍ시간적 여유가 없다. 친구 만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일요일도 없다. 누가 만나자고 하면 또 거절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을 회피하게 되기까지 한다. 친구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본의 아니게 ‘나쁜 놈’이 된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가 없다.책이 잘 팔린다는 보장도 없다. 한 출판 관계자에 따르면 요즘엔 많이 찍어야 2000부란다. 재쇄를 찍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2000부 선인세는 10%다. 그나마 ‘착한’ 출판사는 작가에게 선인세를 더 챙겨 준다. 자료 구입과 취재 비용, 재료값으로 얼마를 지불하면 그나마도 한 달 생계비가 남을까 말까 한다. 이 때문에 ‘난나’가 그림을 그리며 논술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쳤듯 다수의 작가들은 다른 일을 병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작품을 만드는가?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매일 밤 지쳐 쓰러진다. 탈고를 해서 출판사에 보내고 나면 나의 에너지는 지하 상태다.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금방 다시 시작한다. 깊이 숨은 내면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다시 붓을 들 수 있는 것은 삶과 인간에 대한 탐구, 창작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다. 창작은 그 상처를 치유하는 치열한 과정이기도 하다. 얼마 전 엄마를 모시고 김포에 있는 큰 병원에 갔다. 나이가 드니 꾸준히 아픈 것도 있지만 여기저기서 비상벨이 울린다. 걷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노모를 지탱하기 위해 나는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러다가 마주 오는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도 늙은 모친을 부축하고 있었다. 주위에 할머니·할아버지와 자식인 듯한 보호자뿐이었다. 백세 시대다. 종종 엄마에게 책을 읽어 준다. 엄마는 토끼처럼 귀를 쫑긋하고 내가 읽어 주는 이야기에 흠뻑 빠지곤 한다. 병원에서 돌아와 당신 시대에 태어난 김일엽의 ‘청상의 생활’을 읽어 주었다. 엄마는 “그때는 다 그랬어” 하며 소설 속 주인공의 삶에 대해 슬퍼했다. 슬픈데 재미있다고도 했다. 엄마의 말에 문득 ‘책 읽어 주는 직업’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오디오북이나 책을 읽어 주는 팟캐스트가 있지만 집에 직접 찾아가서 읽어 주는 직업은 없는 것 같다. 작가로서는 책이 읽혀 좋고, 노인들은 책을 읽어 주러 사람이 오니 덜 외로울 것이고 책을 통한 사유와 깨달음의 즐거움이 생활에 활력을 주지 않을까? ‘책 읽어 주는 직업’, 미래의 직업일 수도 있겠다.
  • 그룹 015B 원년 멤버 조형곤 별세

    그룹 015B 원년 멤버 조형곤 별세

    그룹 015B(공일오비) 원년 멤버이자 베이시스트로 1990년대 활약한 조형곤 백석대 실용음악과 겸임교수가 지난 25일 사망했다. 52세. 015B 측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인의 부고를 전하면서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경황이 없지만 고인의 명복을 함께 빌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멤버 장호일도 자신의 SNS에 “아름다웠던 시절을 함께했던 동료의 갑작스러운 소식에 아직도 경황이 없다”며 “형곤아 아주 오래전 네 방에 모여 피아노를 치며 같이 연습했던 기억이 아주 선하구나”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은 연세대 토목공학과 재학 시절 1988년 신해철 등과 그룹 무한궤도로 대학가요제에 나가 ‘그대에게’로 대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음악인의 길에 들어섰다. 무한궤도 해체 후 1990년 장호일, 정석원 등과 함께 015B를 결성하고 1집부터 4집까지 참여했다. 이후 팀을 떠나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유학한 뒤 고국으로 돌아와 천안대 등에서 강사 생활을 했고 최근까지는 백석대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빈소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27일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통합당, 추미애 ‘부동산’ 언급에 “서울시장 계산” 비판

    통합당, 추미애 ‘부동산’ 언급에 “서울시장 계산” 비판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의견표명할 수 있어”미래통합당은 1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부동산 관련 발언을 놓고 “집안일부터 챙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추 장관이 야권 등의 반발에도 “국무위원으로서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을 두고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언행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추 장관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는) 근본 원인은 금융과 부동산이 한 몸인 것에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 이래 부패 권력과 재벌이 유착해 땅 장사를 하며 금융권을 끌어들인 결과 금융과 부동산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기형적 경제 체계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어 “그 결과 부동산이 폭락하면 금융부실을 초래하고 기업과 가계부채가 현실화되면 경제가 무너진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동산 족쇄 경제가 돼 실효적 정책을 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장관은 “한국 경제는 금융이 부동산을 지배하는 경제”라며 “돈 없는 사람도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쫓아가지 않으면 불안한 사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금융의 산업 지배를 막기 위해 20세기 금산분리 제도를 고안했듯이 금융의 부동산 지배를 막기 위해 21세기 ‘금부분리 정책’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발언에 논란이 일자 “법무부 장관도 국무위원으로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추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국무회의는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국정 전반에 대해 자기 의견을 다 얘기해야 하는데, 그럴 때는 안 하다가 이 일(부동산)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은 정치적 계산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통합당이 준비 중인 추 장관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는 “타이밍을 봐서 내려고 한다”고 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총체적 난국을 맞은 법무부를 감당하기도 어려워 보이는데, 업무 밖 외도를 하시니 국민은 더 불안하기만 하다”며 “지금 다른 곳에 한눈팔 때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 의사가 있다면 괜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변죽을 울리지 말고 오는 월요일 아침에 거취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권영세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추 장관을 ‘참 한심한 분’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런 행태는 해당 부처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자기 부처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나아가 국민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며 “대통령께서 가만히 계실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추 장관이 부동산 문제의 뿌리를 ‘박정희 개발독재시대’에서 찾은 데 대해 “법무부 장관이란 사람이 나서서 운동권(그것도 옛날 운동권) 1, 2학년생 정도의 논리로 현 정부 책임을 회피하고 남 탓하려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라고 비꼬기도 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진중권, ‘2차 가해 막으려 박원순 죽음’ 윤준병에 “철면피야”

    진중권, ‘2차 가해 막으려 박원순 죽음’ 윤준병에 “철면피야”

    윤 “미투? 시장실 구조 아는데 이해 안돼”‘가짜 미투 의혹’ 제기 논란… 결국 사과‘조문 거부 의원’ 행동 사과한 심상정에도진 “미쳤다, 피해자 절망시킨 위력에 가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전직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를 두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으려 죽음으로 답했다”며 ‘가짜 미투’ 논란 발언을 한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권력을 가진 철면피”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박 전 시장에 대한 조문을 거절한 류호정 의원 등에 대해 사과한 데 대해서도 “민주당 2중대 하다가 팽 당했을 때 정치적 한계 드러냈다. 마지막 신뢰 한 자락을 내다 버린다”면서 “다들 미쳤다”고 맹비난했다. 진중권, 윤 겨냥 “권력을 가진 철면피” 진 전 교수는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전날 밤 올린 글에서 ‘민주당 윤준병, 박원순 피해자 보호하려 극단 선택한 것’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뒤 “진실을 향한 피해자의 싸움이 길어지겠다”면서 “권력을 가진 철면피들을 상대해야 하니”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전날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투 고소 진위에 대한 정치권 논란과 그 과정에서 피해자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죽음으로서 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박 전 시장이 진위에 관계 없이 고소를 당했다고 언급하며 ‘가짜 미투(Me too)’ 논란이 될만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윤 “朴, 고소진위 관계 없이 미안함 느껴”“죽음 통해 2차 가해 하지 마라는 유지” 윤 의원은 박 전 시장에 대해 “누구보다도 성 인지 감수성이 높은 분이었다. 여성 인권과 페미니즘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분이 자신이 고소됐다는 소식을 접하신 후 얼마나 당혹스럽고 부끄럽게 느꼈을까”라면서 “순수하고 자존심이 강한 분이라 고소된 내용의 진위와 관계없이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주변에 미안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죽음을 통해 주는 숨은 유지는 ‘미투와 관련된 의혹으로 고소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부끄럽고 이를 사과한다. 더는 고소 내용의 진위 공방을 통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지 마라’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특히 전날 고소인 측의 피해 사실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행정부시장으로 근무하면서 피해자를 보아왔고,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었다”면서 “침실, 속옷 등 언어의 상징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에 대처하는 것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언급했다. “박원순, 집무실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 해”“무릎에 ‘호’하고 입술 접촉” 전직 비서 밝혀 朴 고소인 측 김재련 변호사 전날 기자회견 전날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비서로 재직한 4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이 계속됐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뒤에도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의 범행은 피해자가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 동안, 그리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지속됐다”면서 “범행 발생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둘이 셀카를 찍자’며 피해자에게 신체를 밀착하거나, 무릎에 나 있는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했다”면서 “집무실 안 내실이나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고 신체적 접촉을 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주장했다.A씨는 전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독한 서신에서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면서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다”며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게 한다”고 썼다. 이는 박 전 시장이 성범죄로 고소를 당했음에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장의 장례식과 함께 시민분향소가 세워지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염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란 제목으로 지난 10일 올라온 청원은 이틀 만에 57만명 넘게 청원했다. 윤준병 “박원순 미투 처리 전범 몸소 실천”“고인 명예 훼손 말아야…사랑하고 존경” ‘가짜 미투 의혹’ 비난에 윤 “그런 의도 아냐” 윤 의원은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 처리 전범을 몸소 실천했다”면서 “고인의 명예가 더는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과의 순수한 죽음과 함께 걸어가셨다. 사랑하고 존경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인 윤 의원이 피해자에 대해 ‘가짜 미투’ 의혹을 제기한며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일부 언론에서 가짜미투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는데,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 근무하면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면서 “피해자에게 더 이상의 2차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심상정 “류호정 박원순 조문 거부 사과”진중권 “심, 피해자 절망한 위력에 가담” 진 전 교수는 이날 심 대표가 박 전 시장에 대한 조문을 거절한 류호정 의원 등에 대해 사과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심상정, 류호정·장혜진 메시지, 진심으로 사과’라는 심 대표 기사를 게재한 뒤 “대체 뭘 하자는 건가. 어이가 없다”며 “진보정치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태다. 젊은이들의 감각을 믿고 그들에게 당의 주도권을 넘기는 게 좋을 듯”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저 말 한마디로써 피해자가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 절망했던 그 ‘위력’에 투항, 아니 적극 가담한 것이다. 분노한다”라고 말한 뒤 “심상정마저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규정하며 내쳤다. 우리가 서 있어야 할 곳은 박원순 때문에 ‘피해자’에서 졸지에 ‘피해호소자’로 지위를 변경 당한 수많은 성추행 피해자들의 옆”이라고 반박했다.진 “피해자, ‘피해호소자’로 변경 당해”“박원순 뜻 기리는 방식, 다들 미쳤다” 진 전 교수는 “많은 게 바뀔 것”이라면서 “‘피해자중심주의’의 원칙도 앞으로 ‘피해호소자중심주의’로 이름이 바뀌겠다. 이게 다 박원순 시장의 뜻을 기리는 방식이다. 다들 미쳤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심 대표는 박 전 시장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조문 거부로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유족과 시민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류호정, 장혜영 두 의원은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를 우려해 피해 호소인 측에 굳건한 연대 의사를 밝히는 쪽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들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박 시장을 고소한 A씨의 2차 가해를 방지하겠다며 박 시장 빈소 방문 거부 의사를 밝혔다가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일부 당원들은 이에 반발해 탈당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자두가 아프게 떠난 지 어느덧 1년 잔혹한 동물학대 왜 더 많아지죠?

    자두가 아프게 떠난 지 어느덧 1년 잔혹한 동물학대 왜 더 많아지죠?

    “자두가 바로 이 가게 앞에서 그렇게 아프게 죽었어요. 벌써 1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자두 얘기만 하면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에 위치한 수제 맥줏집 ‘비아토르’에서 만난 예미숙(56)씨는 자두를 떠올리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7월 13일 예씨가 기르던 고양이 자두는 ‘별’이 됐다. 제명을 다한 게 아니라 잔인한 죽음을 당했다. 평소처럼 가게 앞에서 ‘엄마’ 예씨를 기다리던 자두에게 다가온 가해자 정모(40)씨는 자두의 꼬리를 잡은 채 수차례 땅바닥에 내리쳤다. 쓰러진 자두의 머리를 발로 짓밟고 수풀에 버렸다. 단지 ‘고양이에게 거부감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정씨는 법정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지난 5월 출소했다. 하지만 예씨가 받은 충격과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길고양이인 줄 알았다’ 책임 회피에 분노 “자두는 2017년 겨울에 서울 구로구의 한 빈 상가 지붕 위에서 태어났어요. 재개발로 곧 허물어질 건물 위에서 위태롭게 떨고 있는 자두 가족을 그냥 둘 수 없어서 제가 구조해 키우기 시작했죠. 자두는 유난히 작고 몸이 약했어요. 조금씩 건강을 찾고 친구들과 뛰어놀기 시작했는데··· 하필 그런 일을 당한 거예요.” 예씨는 당시 자두를 비롯해 총 다섯 마리를 구조했다. 세 마리는 입양을 보내고 자두와 살구 두 마리를 거뒀다. 자두는 특히 조용하고 얌전했다. 몸이 약해 혼자 웅크리고 있을 때가 많아 예씨는 마음이 많이 쓰였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하고 좋은 사료를 먹여 건강해졌는데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정씨가 자두를 학대하고 죽이는 장면은 가게 앞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처음에는 세탁 세제를 섞은 사료와 물을 억지로 먹이려고 했다. 자두가 거부하자 잔인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수풀 속에 싸늘하게 버려진 자두를 예씨가 직접 거뒀다. 정씨는 사건 발생 5일 뒤 체포됐고, 동물보호법 위반·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범인이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뿐이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동물학대에는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된다며 실형이 나올 건 기대도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가족 같은 아이가 그렇게 떠났는데··· 말이 안 되잖아요.” 예씨는 늘 재판 한 시간 전에 법원 앞에서 ‘자두를 잔인하게 폭행해 죽인 범인을 엄벌에 처해 달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예씨의 딸도 매일같이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호소문을 올려 자두 사건을 알렸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동물보호단체들이 자두를 추모하고 동물보호법을 강화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사건 현장에는 자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고 동물보호법을 강화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20만명을 넘겼다. “가해자가 재판에서 자두를 학대한 혐의는 인정했어요. 증거가 명확하니까요. 그런데 재물손괴 혐의는 피해 가려고 ‘자두가 주인이 있는 고양이인지 몰랐다’고 주장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동물학대죄보다도 재물손괴죄의 형량이 더 높게 선고돼 왔으니 중형을 피하려 한 거죠.” 예씨는 재판정에서 많은 눈물을 쏟았다. “가해자의 주장에 너무 화가 나고, 불쌍한 자두가 떠올라서 그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가해자 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예씨가) 가게 뒤편에 고양이 생활공간을 만들어 매일 보호해 왔고, 가게 테라스 앞에 가게에서 기르는 고양이들에 대한 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고 밝혔다. 또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생명 존중의 태도를 찾아볼 수 없으며 가족처럼 여기던 고양이를 잃은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정씨에게 징역 6개월 형을 선고했다. 정씨는 형이 과하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결도 같았고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동물학대 범죄에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예씨는 “물론 실형이 선고됐고, 자두 사건을 계기로 처벌이 강화되고 있어 한편으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우리 자두를, 한 생명을 빼앗은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보고 강력하게 처벌한다. 영국은 2017년 동물학대의 처벌을 징역 2년에서 5년으로 강화했다. 미국은 지난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동물을 압사시키거나 태우는 등 폭력적인 행위를 할 경우 최대 7년의 징역에 처하는 일명 ‘팩트법’(PACT Act·Preventing Animal Cruelty and Torture)을 통과시켰다. 2015년 미국에서 7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학대해 죽인 20대 남성에게 징역 28년 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예씨는 “우리나라도 반려인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 아직 법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시 보이는 등 극심한 고통으로 병원 치료 “자두를 그렇게 보내고는 새벽에 집에 가려고 차를 끌고 자유로에 들어섰는데 바로 앞에 고양이가 보이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주행 중인 차가 있었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어요.” 사건 이후 예씨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운전 중에 환시를 보고 수시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불면증도 찾아왔다. 예씨는 “자두가 떠난 날이 다가와서 그런지 요즘 부쩍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고양이 한 마리 죽었다고 그러냐’는 분도 있지만 나에겐 가족같이 소중한 존재였다”면서 “지금처럼 가게에서 자두랑 같이 있을 때 틀었던 노래가 나오면 마음이 더 아프다”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정씨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이 선고됐지만 동물학대 사건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인원은 2015년 264명에서 2018년 592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1월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에서 주인과 산책하다가 길을 잃은 반려견 ‘토순이’를 잔혹하게 죽인 20대 남성에게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최근에는 관악구와 마포구 일대에서 잔혹하게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돼 경찰이 전담팀까지 꾸려 수사에 나선 상태다. “지난 5월에 가해자가 출소한 데다 동물학대 사건이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니 무섭더라고요. 고양이 쉼터 앞에 튼튼한 문을 만들고 자물쇠도 달았어요.” ●“너의 죽음 헛되지 않게…” 꼭 전해졌으면 자두가 떠난 뒤 고양이 6마리가 살고 있는 가게 뒤편 쉼터 앞에는 나무로 된 방범문이 생겼다. 예씨는 퇴근할 때마다 자물쇠로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다. 혹시 또 무슨 일이 생길까 염려돼서다. 자두와 더불어 ‘삼총사’로 불리며 가게 마스코트였던 고양이 ‘돼지’와 ‘하늘이’는 자두의 학대 현장을 목격한 뒤 한동안 쉼터 밖을 잘 나서지 않았다. 예씨는 최근 자두를 구조한 상가 인근에서 추가로 고양이들을 구조했다. ‘몽둥이를 들고 고양이를 위협하는 남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가게 쉼터에는 공간이 부족해 집으로 데려갔다. 예씨는 “자두처럼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내가 거두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며 “결국 이런 사건을 예방하려면 동물보호법이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돼야 하고, 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하는 현행법도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많은 분이 자두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셔서 버틸 수 있었어요. 자두가 정말 큰일을 하고 갔다고 생각해요. 자두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의 인식도 법도 바뀌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자두야. 많이 아팠으니까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뛰어다니고 놀고 했으면 좋겠어. 너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을게.’ 이 말이 자두에게 꼭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유언장엔 사과 한줄 없는데 진실규명도 없이 ‘2차 가해’

    유언장엔 사과 한줄 없는데 진실규명도 없이 ‘2차 가해’

    “고소녀 찾아내겠다” “男 비서 뽑아야”무분별한 신상털기·성 차별적 ‘펜스 룰’심리·정신적 압박… 잘못된 메시지 우려SNS ‘#피해자와 연대’ 해시태그 번져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스스로 죽음을 택할 경우 피해 호소인의 설 곳은 어디일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우리 사회에 던져진 질문이다. 그러나 답을 고민하기도 전에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시작됐다. 온라인상 무분별한 신상털기는 물론 여권 인사들이 피해 호소인에 대한 언급 대신 “박 전 시장의 생전 공이 컸다”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의 배경이 피소 때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건은 법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그렇게 법적으로 피해를 규명하고 구제할 기회는 사라졌다. 심지어 박 전 시장의 유언장에조차 피해 호소인에 대한 언급은 한 줄도 없었다.12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피해 호소인을 ‘고소녀’라고 부르며 ‘누군지 찾아내겠다’, ‘박 전 시장의 죽음은 고소녀의 책임’이라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고소의 배경에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참에 남자 비서로 싹 바꾸자’는 등의 성차별적인 ‘펜스 룰’ 주장도 이어진다. 장례 공동집행위원장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이날 브리핑을 통해 “피해 호소인에게도 박 전 시장의 죽음은 큰 충격이고, 고통스러운 시간일 것”이라면서 “고인, 유가족은 물론 피해 호소인에게도 피해가 없게 해 달라”고 거듭 요청할 정도였다. 일련의 현상은 명백한 2차 가해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최근 일어나는 일부 현상들은 피해 호소인에게는 엄청난 심리적·정신적 압박이 될 뿐 아니라 앞으로도 ‘피해를 입더라도 침묵만이 여성이 지켜야 할 룰’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피해 호소인과 연대하겠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박원순_시장을_고소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가 번졌고, 여러 여성단체에서도 속속 동참했다. 가장 처음 입장문을 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8일 박 전 시장은 성추행 혐의로 고소됐고, 조사와 수사 협조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면서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가 이것을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박 전 시장의 장례가 5일간의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지고 유력 인사들이 공적인 추모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생전 그가 가진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보여 주는 것”이라면서 “이 사건이 자칫 잘못된 방식으로 기억되거나 미화되지 않도록 더 많은 시민이 피해자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추모만 하라는 민주당의 오만

    추모만 하라는 민주당의 오만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는 것입니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빈소에서 보인 예민한 반응은 박 시장 성추행 의혹 및 그의 죽음을 바라보는 민주당 핵심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동지’의 죽음을 추모하는 엄중한 자리에 그의 치부를 언급하는 것은 무례하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 호소인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죽음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식의 발언들이 이어지며 ‘재갈 물리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죽음 이후 줄곧 ‘추모’만을 강조하며 성추행 의혹 제기에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직접 언급을 않는 것은 물론 관련 질문에도 ‘공소권이 없다’는 식으로 답했다. 12일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조문 뒤 기자와 만나 “인간이 다 비슷비슷한 건데 너무 도덕적으로 살려고 하면 다 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저 세상에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10일 빈소를 찾아 “고인이 되셨는데, 법적으로 공소권도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빈소에는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민주당 안규백·홍익표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인재근, 남인순 등 여성의원 등도 조문을 했지만 사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이른바 ‘86세대 여성주의자’로 분류되는 당내 정치인들도 사건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조문 당시 관련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역시 당권에 도전한 김 전 의원도 관련 언급은 없었다. 장례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진위 공방’을 미루자는 것이 민주당의 기조다. 한 의원은 “사람이 죽었는데 부관참시하는 것이 제일 안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최측근이자 상주 역할을 맡은 박홍근 의원은 박 시장을 둘러싼 의혹 제기를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악의적이고 출처 불명의 글이 퍼지고 있어 고인의 명예가 심각히 훼손되고 있다”며 “부디 무책임한 행위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시장 및 민주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의 2차 가해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갔다. 이에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이 같은 행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냈지만 이미 피해는 쌓일 대로 쌓인 후였다. 당내 일부 극렬 지지자들이 보이는 페미니즘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민주당 정치인들이 동료들의 성추행 의혹을 적극 비판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이날까지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에 대한 비난이 수백 건 올라왔다. 이 같은 일련의 모습들은 여권 핵심 정치인과 지지자의 후진적인 젠더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설 자리 없어진 피해 호소인…진실규명도, 사과도 없었다

    설 자리 없어진 피해 호소인…진실규명도, 사과도 없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 속신상털이·억측글 등 피해 호소인에 2차 가해온라인엔 연대 움직임 일어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스스로 죽음을 택할 경우 피해 호소인의 설 곳은 어디일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우리 사회에 던져진 질문이다. 그러나 답을 고민하기도 전에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시작됐다. 온라인상 무분별한 신상털기는 물론 여권 인사들이 피해 호소인에 대한 언급 대신 “박 전 시장의 생전 공이 컸다”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의 배경이 피소 때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건은 법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그렇게 법적으로 피해를 규명하고 구제할 기회는 사라졌다. 심지어 박 전 시장의 유언장에조차 피해 호소인에 대한 언급은 한 줄도 없었다. 12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피해 호소인을 ‘고소녀’라고 부르며 ‘누군지 찾아내겠다’, ‘박 전 시장의 죽음은 고소녀의 책임’이라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고소의 배경에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참에 남자 비서로 싹 바꾸자’는 등의 성차별적인 ‘펜스 룰’ 주장도 이어진다. 장례 공동집행위원장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이날 브리핑을 통해 “피해 호소인에게도 박 전 시장의 죽음은 큰 충격이고, 고통스러운 시간일 것”이라면서 “고인, 유가족은 물론 피해 호소인에게도 피해가 없게 해 달라”고 거듭 요청할 정도였다. 일련의 현상은 명백한 2차 가해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최근 일어나는 일부 현상들은 피해 호소인에게는 엄청난 심리적·정신적 압박이 될 뿐 아니라 앞으로도 ‘피해를 입더라도 침묵만이 여성이 지켜야 할 룰’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피해 호소인과 연대하겠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박원순_시장을_고소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가 번졌고, 여러 여성단체에서도 속속 동참했다. 가장 처음 입장문을 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8일 박 전 시장은 성추행 혐의로 고소됐고, 조사와 수사 협조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면서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가 이것을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박 전 시장의 장례가 5일간의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지고 유력 인사들이 공적인 추모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생전 그가 가진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보여 주는 것”이라면서 “이 사건이 자칫 잘못된 방식으로 기억되거나 미화되지 않도록 더 많은 시민이 피해자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서울광장에 설치된 고(故) 박원순 분향소...13일 밤 10시까지 운영 (종합)

    서울광장에 설치된 고(故) 박원순 분향소...13일 밤 10시까지 운영 (종합)

    서울시는 시민들이 고(故) 박원순 시장을 추모할 수 있는 분향소를 오늘(11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서울광장에 설치, 운영한다고 밝혔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11일 오전 11시 분향이 시작됐다. 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분향객은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며, 직원 안내에 따라 다른 분향객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발열체크를 한 뒤 손소독제를 발라야 입장이 허용된다.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 분향소 주변에 경찰력과 공공안전관이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홈페이지에 저날 개설한 ‘온라인 분향소’에는 이날 오전 11시 30분까지 19시간 동안 14만여명이 클릭으로 애도를 표현했다.앞서 박 시장은 지난 9일 오전 10시쯤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선 후 연락이 두절됐다. 박 시장의 딸이 112에 실종신고를 한 지 7시간 만인 10일 오전 0시1분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숙정문 인근에서 박 시장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10일 낮 12시쯤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됐다. 빈소에는 정치인과 시민사회계 인사 및 일반 시민들이 조문을 갔다. 다만 박 전 시장의 서울시장과 분향소 운영을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시장으로 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등장하면서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청원인은 청원글에 “박원순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며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느냐.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피해자와 연대하겠다는 취지에서 ‘#박원순 시장을 고발한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5일장을 반대합니다’라는 문구가 확산됐다. 이에 유족 측은 “고인에 대해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거나 근거 없는 내용을 유포하는 일을 삼가해달라”며 “사실과 무관하게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거듭될 경우 법적으로 엄중히 대처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박 시장의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오는 13일이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박원순시장 비서 사진 유포에 와룡공원 방송까지(종합)

    박원순시장 비서 사진 유포에 와룡공원 방송까지(종합)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사망과 성추행 혐의 피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찰에 제출됐다는 고소장 등 확인되지 않은 각종 정보가 급속히 확산했다. 일부 네티즌은 특정 인물을 고소인으로 지목하고 비서 사진이라는 등 신상을 유포해 2차가해와 유언비어 우려를 낳았다. 서울시 인권담당관에도 가짜뉴스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성추행 의혹 고소건과 전혀 무관한 직원의 사진이 해당 비서로 지칭돼 인터넷 상에 유포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사진에 등장한 직원은 제기된 의혹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인물로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한 사실도 없다. 서울시 인권담당관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을 거치지 않은 가짜뉴스로 인해 해당 사안과 관계 없는 직원이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며 “해당 사진을 온라인이나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로 퍼뜨리거나 관련 내용을 재확산할 경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직원은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사이버수사대에 고소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고소한 사람을 지목해 신상을 공개하거나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가로세로연구소 와룡공원 방송 진행…웃음·조롱 논란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기자, 김용호 연예기자는 가로세로연구소 채널을 통해 박 시장의 실종으로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9일 ‘충격단독’을 내건 유튜브 영상과 라이브 방송을 이어갔다. 박 시장이 시신으로 발견된 성북구 와룡공원 일대에서 방송을 진행했고, 50분 여의 방송 중간 중간 웃음을 터트리고 박 시장을 조롱하는 듯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김용호 씨는 “기사를 보니 목을 맬 때 넥타이를 이용했다(고 하더라). 그게 조금 사실 이런 지형에서 목을 매기가 쉬울까”라며 “넥타이로 목을 맸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듣고 있던 방송기자 출신 김세의 씨는 “넥타이라면 에르메스 넥타이를 매셨겠네요”라며 조롱했다. 일행들은 재미있다며 웃었다. 도를 넘은 행동이었다. 강 변호사는 2010년대 초반 이후 수년 동안 박 시장 아들의 병역 문제를 문제삼으며 박 시장을 송사에 휘말리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1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등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혐의는 ‘업무상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죄’다. 이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박원순의 죽음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처리를 막아야 한다. 성범죄를 방조한 서울시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광장에 분향소 운영…시민들 추모 이어져박 시장은 유언을 통해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남겼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고(故) 박원순 시장을 추모할 수 있는 분향소를 토요일인 11일부터 월요일인 13일까지 서울광장에 설치·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11일 오전 11시 분향이 시작됐다.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박원순 서울특별시葬 아닌 가족장으로” 국민청원 20만 넘어(종합)

    “박원순 서울특별시葬 아닌 가족장으로” 국민청원 20만 넘어(종합)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 주장여성계에서도 “조문소 설치 반대” 지적 나와박 시장 장례 첫날, 온라인 ‘양분된 분위기’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서울시가 구성한 장례위원회가 주관하는 장례) 형식으로 치르는 것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1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이날 오후 8시 30분 기준으로 22만 6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로써 청와대는 해당 청원이 마감되는 다음달 9일부터 한 달 이내에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청원인은 “박 시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 성추행 의혹을 받는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는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시는 이날 서울 북악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 시장의 장례가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성계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서울시의 5일 간의 대대적인 서울특별시 장, 장례위원 모집, 업적을 기리는 장, 시민조문소 설치를 만류하고 반대한다”고 밝혔다.박 시장의 장례 첫날인 이날 온라인에서는 양분된 분위기가 감지됐다. 시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추모의 목소리를 내는 한편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자신의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한 점을 들어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등 당혹감과 실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를 비난하는 메시지가 잇따라 올라와 ‘2차 가해’ 우려가 제기됐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취중생] 박원순 시장 추모와 ‘사라진 피해 호소인의 시간’… SNS엔 연대 움직임도

    [취중생] 박원순 시장 추모와 ‘사라진 피해 호소인의 시간’… SNS엔 연대 움직임도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내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과 이것을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에 반대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10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특별시장과 시민조문소 설치 등을 반대한다며 발표한 입장문 중 일부입니다. 상담소 측은 “박 시장은 과거를 기억하고, 말하기와 듣기에 동참해 진실에 직면하고 잘못을 바로 잡는 길에 무수히 참여해 왔다”면서 “그러나 본인은 그 길을 닫는 선택을 했다”고도 했습니다.상담소가 낸 성명서의 배경에는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주장한 전직 비서에 대한 사회의 2차 가해에 있습니다. 박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전날 전직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박 시장의 선택의 배경에 이 피소가 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고인에 대한 추모가 피해 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을 피해 호소인에게로 돌리거나, “신상을 털겠다”는 식의 2차 가해가 벌써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되더라도, 피해 호소인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여권 내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지금, 정치권에서 책임감 있는 자세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박 시장 둘러싼 의혹에 정치권은 “아직 말할 때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전날인 10일 오후 12시부터 차려진 빈소에는 수많은 전·현직 정치인은 물론 시민사회계 인사들이 모였습니다. 대부분 생전 고인과의 인연과 안타까움의 뜻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호소인에 대한 질문에는 대부분 침묵을 택했습니다. 아직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 여부가 정확히 판단된 것이 아닌 만큼 “아직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는 게 대부분의 입장이었죠.피해 호소인에 대한 후속 조치를 묻자 화를 내는 정치인도 있었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인에 대한 의혹이 있는데 당 차원의 대응을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의가 아니다”라며 언성을 높이고 취재진을 노려 보기도 했습니다.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 정도가 조문 뒤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피해 호소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상황이 본인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역시 의혹에 대해서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서울시장 공보특보는 “고인은 정치인-행정가로의 길로 접어든 이후 줄곧 탄압과 음해에 시달려 왔다”라며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과 슬픔에 잠긴 유가족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라고만 호소했습니다.“누군지 찾겠다” 피해 호소인에게 향한 비난의 칼날 정치권이 외면하고 있는 사이 피해 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는 이미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울시에서 열람 가능한 자료를 다 뒤져보고 있다. 박 시장과 함께 일한 비서진을 찾아내겠다”는 등의 신상털이부터 악의적 내용을 담은 댓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경찰도 이러한 2차 가해에 엄중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0일 “박원순 시장에 관한 고소 건과 관련해 온라인상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유포해 사건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위해를 고지하는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SNS에선 연대 움직임도…“서울시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여성계에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떠난 이후 피해 호소인의 설 곳이 사라진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데다가 마치 가해자의 극단적 선택이 피해 호소 때문인 것처럼 여겨진 사회 속에서 피해 호소인은 더 이상 자신의 피해를 말할 수 없어진다는 겁니다. 이에 연대의 움직임도 움트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박원순-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 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습니다. 한국여성의 전화 역시 이에 동참하며 “박 시장 성추행 피소 이후 또다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편에 선 우리 사회의 일면에 분노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진실을 밝히려던 피해자의 용기에 도리어 2차 가해를 가하는 정치권, 언론, 서울시, 그리고 시민사회에 분노한다”면서 “서울시는 진실을 밝혀 또 다른 피해를 막고 피해자와 함께 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이날 수많은 정치인들이 찾았던 박 시장의 빈소 앞에서는 한 여성의 1인 시위가 있었습니다. 그가 들고 있던 피켓에는 ‘박원순 시장을 고발한 피해자 분과 연대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제 더 이상 진실을 밝힐 수 없게 돼 용기 있게 고발한 피해자 분의 목소리가 이대로 묻힐까 안타까워서 나왔습니다. 수많은 애도 물결 속에서도 저처럼 피해자와 함께 하는 사람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성폭력상담소 “박원순 5일장·조문소 반대” 여성계 첫 공식 반응

    성폭력상담소 “박원순 5일장·조문소 반대” 여성계 첫 공식 반응

    상담소 “박 시장 잘못 바로잡는 길 스스로 닫아”“2차 피해 받는 피해자 연대…서울시 답변 촉구”여성의전화도 피해자 응원 메시지 시작“성폭력 가해 이용된 권력이 가해자 비호에 분노”5일장 반대 국민청원도 13만명 이상 동의심상정 대표, “이 상황 피해자 잘못 때문 아냐”한국성폭력상담소가 10일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서울시의 대대적인 5일 간의 서울특별시장과 시민조문소 설치 등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해 여성계에서 나온 첫 공식 반응이다. 성추행 피고소인인 박 시장에 대한 추모 분위기에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 묻히는 동시에 피해자를 비난하는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상담소는 이날 오후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해당 제목은 박 시장이 지난 2000년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여성법정에 남측 검사로 참여해 했던 말이다. 상담소는 “지난 8일 박 시장은 서울시청 여성 직원에 대한 성추행 등으로 고소됐고, 이에 대한 조사와 수사 협조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면서 “박 시장은 과거를 기억하고, 말하기와 듣기에 동참하여, 진실에 직면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길에 무수히 참여해왔지만 본인은 그 길을 닫는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의 5일간의 대대적인 서울특별시 장, 장례위원 모집, 업적을 기리는 장, 시민조문소 설치를 만류하고 반대한다”고 말했다. 상담소는 성폭력이라는 피해 사실의 본질은 묻힌 채 ‘2차 피해’가 확산되는 흐름도 경계했다. 상담소는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가 이것을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에 반대한다”면서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망하고, 피해자를 찾아내는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상담소는 이어 “피해자 곁에 있겠다. 약자의 곁에서 이야기되지 못해온 목소리에 연대하겠다”라면서 “서울시는 과거를 기억하고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박 시장의 죽음이 비통하다면 먼저 해야 할 것은 그것이다. 서울시의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의전화도 이날 성폭력 피해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했다. 이 단체는 “또 다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편에 선 우리 사회의 일면에 분노한다”고 했다. 피해자의 신변을 궁금해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했을 뿐인 피해자의 용기를 의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분노한다고 했다. 이어 “성폭력 가해에 이용된 권력이 또 다시 가해자를 비호하고 사건의 진상규명을 막는 것에 분노한다”고 덧붙였다.박 시장에 대한 5일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했다. 이날 게시판엔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박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지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냐”면서 “성추행 의혹으로 죽음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냐.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엔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13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SNS에서는 서울시에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기로 한 결정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민원을 넣었다는 ‘인증샷’ 릴레이가 벌어졌다. 해당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박 시장 조문을 마친 뒤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면서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은 피해 호소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상황이 본인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한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박 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신’은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서울시청 여성 직원으로 해석된다. 그는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영화 대사를 인용하며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정치권엔 동료 죽음만 남았을 뿐, 성추행 피해자는 없었다

    정치권엔 동료 죽음만 남았을 뿐, 성추행 피해자는 없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보가 전해지며 밤새 숨죽이던 정치권에서는 제각기 애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권주자로 꼽히던 박 시장의 갑작스런 죽음의 배경에는 직원 성추행 고소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온라인 상에서 고소인에 대한 비난을 퍼부어 2차 가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10일 박 시장 죽음을 두고 쏟아진 정치권의 메시지에는 오로지 고인에 대한 호평과 동료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만 넘실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평생동안 시민을 위해 헌신한 고인의 삶과 명예를 기리며 고인의 가시는 길에 추모의 마음을 담는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은 저와 함께 유신 시대부터 민주화운동을 해온 오랜 친구”라면서 “성품이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의지와 강단을 가진 아주 외유내강한 분”이라고 회고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박 시장의 비통한 소식에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면서 “평생 시민운동에 헌신했고 서울시 발전에 업적을 남긴 박 시장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SNS에는 박 시장의 업적을 기리며 그를 그리워하는 글이 가득했다. 열린민주당 손혜원 전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서둘러 가시려고 그리 열심히 사셨나요ㅠ 제 맘(마음)속 영원한 시장님…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이라고 적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 회의를 시작하며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극적 선택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큰 슬픔에 잠겨있을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짧막한 애도를 표하곤 말을 아꼈다. 박 시장은 지난 8일 전 직원으로부터 성추행 고소를 당했다. 전직 비서 A씨는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다만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해당 고소 사건은 ‘공소권없음’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검찰사건 사무규칙’ 제69조에는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故 박용하 10주기…그리운 추억 속 앳된 모습

    故 박용하 10주기…그리운 추억 속 앳된 모습

    30일 배우 故 박용하가 세상을 떠난 지 10주기를 맞았다. 박용하는 지난 2010년 6월 30일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박용하는 부친의 암 투병과 사업 활동에 따른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하는 1994년에 MBC TV ‘테마극장’으로 데뷔했다. 이후 ‘사랑은 아무나 하나’, ‘눈꽃’, ‘겨울연가’, ‘온에어’, ‘남자이야기’ 등에 출연했다. 2002년 KBS 드라마 ‘겨울연가’를 통해 한류스타로 거듭나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일본에서 싱글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2004년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앨범 ‘가지마세요’는 한국 남성 가수 최초로 오리콘 차트 10위권에 올랐다. 그리고 2010년 6월 9일 발매한 앨범 ‘스타(STARS)’가 그의 마지막 노래가 됐다. 이날 생전 고인과 절친했던 그룹 태사자의 김형준은 자신의 SNS에 추모글을 게재했다. 그는 “오랜만에 용하 보러 왔다. 벌써 10년 됐구나. 오늘도 역시 비가 오는군. 6년 만에 왔네. 자주 못 와서 미안해 친구야”라며 빈소 사진을 공개했다. 김형준을 비롯한 동료들과 팬들은 변함없는 그리움을 드러내며 고인을 추모했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김종인, ‘세월호 막말’ 차명진 옹호한 이경전 영입 취소

    김종인, ‘세월호 막말’ 차명진 옹호한 이경전 영입 취소

    미래통합당이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를 내정했다가 지난 4·15 총선 당시 ‘세월호 막말’을 옹호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영입을 취소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교수가 월등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제가 만나 (여의도연구원장직을) 제의했던건데, 당을 대표하는 연구소에 잡음이 있는 사람을 데려온다는 게 합당치 않은 것 같아 오늘 새벽 문자로 (철회)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성급한 인사였다기보단 제가 그 사람을 잘 모른다. 수사기관도 아니고 검증할 방법이나 시간도 없었다”며 “언론에 이 교수에 대한 그동안의 행동 같은 게 보도가 됐으니 그걸 참작해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 4월 당시 통합당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의 세월호 막말 관련 기사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용감한 보도다. 아이들이 죽은 것을 추모하고 투쟁한다는 자리에서 ○○○을 한 것은 분노할 일”이라고 적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막말을 옹호할 정도의 정무감각과 감수성을 가진 분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영입 추진했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파격 강박증과 선택적 인식이 불러온 참사다. 우리 당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프랑스에서 도난당한 뱅크시 작품, 이탈리아 농장서 발견

    프랑스에서 도난당한 뱅크시 작품, 이탈리아 농장서 발견

    프랑스에서 도난당했던 뱅크시의 작품이 이탈리아에서 발견됐다. 영국 국적의 ‘얼굴없는 작가’로 유명한 뱅크시는 2015년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에서의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이 극장의 비상구에 작품을 남겼다. 2015년 11월 이 극장에서 록 콘서트가 열리고 있을 때 무장괴한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하고 인질극을 벌여 90명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참변이 있었다. 당시 뱅크시는 추모하는 표정이 가득한 소녀의 모습을 극장 비상문 중 하나에 남겼는데, 지난해 1월 누군가 이를 도려내 작품을 통째로 훔쳐 갔다. 당시 프랑스 경찰에 따르면, 모자를 뒤집어 쓴 일당 여러 명이 한밤중에 휴대용 전동 공구인 앵글 그라인더를 들고 뱅크시 작품에 접근했다. 이중 한 사람은 작품 앞에 차량을 대기해 놓고 있었으며, 남은 일당이 순식간에 작품이 그려진 문을 도려내 차에 실은 뒤 줄행랑을 쳤다. 1년 여가 지난 10일,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보도에 따르면 도난당한 뱅크시의 작품은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주의 한 평범한 농장에서 발견됐다. 이번 수사를 이끌고 있는 아퀼라 지역의 검사인 미셸 렌조는 “이번 발견은 이탈리아 경찰과 프랑스 사법 당국의 합동 조사 덕분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작품이 사라진 뒤 프랑스 당국이 꾸준히 뱅크시의 사라진 작품의 뒤를 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프랑스에서 사라진, 작지 않은 규모의 뱅크시 작품이 어떻게 이탈리아의 농장까지 건너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합동 수사팀은 도둑들이 국경을 넘을 수 있는 다양한 루트 중 어떤 방식을 택했는지, 어떻게 작품을 숨겼는지 등 조사 결과가 나오는 즉시 이를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한편 뱅크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백인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사건 등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주요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을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영국 사우샘프턴 종합병원 외벽에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한 작품을 남겼고, 최근에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빗댄, 촛불에 서서히 타오르는 성조기의 모습을 담은 새 작품을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무려 20년 동안 자신을 철저히 숨기며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고 있는,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뱅크시는 공공장소에 남몰래 작품을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정의연 쉼터 소장 발인날 음모론 쏟아낸 유튜버

    정의연 쉼터 소장 발인날 음모론 쏟아낸 유튜버

    정의연 “사자에 대한 모욕 반성 안 해”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의 장례가 10일 마무리됐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영결식에는 장례위원장인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 한국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연의 전신) 대표를 비롯해 시민사회 인사 16명이 참석했다. 정의연 대표를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2004년부터 피해자 할머니들을 돌본 손씨는 지난 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손씨는 지난달 21일 검찰이 정의연 등의 회계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쉼터를 압수수색한 뒤 주변에 “힘들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토대로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야당과 일부 보수 성향 유튜버는 손씨가 외부 압력에 의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최초 신고자가 윤 의원의 보좌진인 A씨인 점, 사건이 알려지기 전 윤 의원이 손씨 관련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삭제한 점 등이 수상하다는 것이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A씨의 119 신고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와 현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극단적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며 “(타살이라는 건) 사건을 모르는 사람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43차 수요시위에서 “고인의 죽음 뒤에도 언론의 각종 예단과 억측, 무분별한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사회적 살인 행위를 반성하기는커녕 카메라와 펜으로 사자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뉴노멀과 겉멋 사이...#해시태그는 세상을 구하고 있는걸까 [아무이슈]

    뉴노멀과 겉멋 사이...#해시태그는 세상을 구하고 있는걸까 [아무이슈]

    ‘끝났다고요. 좀 더 배우시길 바랍니다. 한번에 끝나는 일이 아니고 유행 같은 것도 아닙니다.’ 여자프로테니스 투어의 ‘떠오르는 샛별’ 코리 고프(16) 선수가 지난 4일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에게 소개한 링크 머리말에는 이런 문구가 씌여있었습니다. 고프는 페더러가 전날 ‘블랙아웃화요일’(#blackouttuesday) 해시태그운동에 동참하면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검은 사진에 ‘당신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는 댓글과 함께 링크를 달았는데요. 각종 탄원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기부 방법, 시위에 참여하는 방법 등을 소개한 것이죠.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관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자신의 SNS에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9일 인스타그램에서만 5000만건 이상의 게시물에 ‘블랙아웃화요일’,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livesmatter)는 등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해시태그가 달렸죠. 이미 해시태그는 굵직한 세계적인 이슈가 터질 때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도구로 자리잡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캠페인이 마치 유행하는 운동화를 자랑하듯 소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코프 선수가 지적했듯 “유행 같은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요. 단순히 개념 있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힙한’(유행을 선도하고 멋진) 운동을 취사선택하는 것이 실제 사회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제3국에서의 인권 침해 문제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서구권에서의 문제제기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거나, 일상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용인하면서 온라인에서만 목소리를 낸다는 등의 비판도 있지요. 그럼에도 해시태그를 통한 결집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해시태그운동은 정말 사회운동의 ‘뉴노멀’인 걸까요. #분류기호가_연대기호로 2007년 트위터에서 처음 등장한 해시태그는 방대한 게시물을 비슷한 주제끼리 분류·검색하기 편하도록 만들어진 sns상의 기술적 장치입니다. 전문가들은 해시태그가 본격적으로 사회운동과 결합하게 된 시기를 2010년 ‘아랍의 봄’ 사태 때로 보고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이집트’(#Egypt), ‘항의’(#protest) 등 단어 형태의 해시태그가 달리면서 주로 해당 사건에 대한 현지 실상을 실시간으로 알리거나 관련 게시물을 묶어주는 정도의 역할을 했지요. 그러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해 9월 미국 뉴욕 월가 시위 때 각각 ‘일본을 위해 기도’(#PrayForJapan), ‘월가를 점령하라’(#OccupyWallstreet) 등의 문장형 해시태그가 등장합니다. 해시태그 자체로 위로를 전하거나 구호를 외치는 등 방향성이 담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한 겁니다. 일본, 뉴욕 등 당사자들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참여의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직후에는 ‘파리를 위해 기도’(#PrayForParis) 해시태그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이 희생자를 추모했습니다. 또 2017년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행과 성희롱을 폭로하기 위해 시작된 ‘미투’(#MeToo) 해시태그운동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의 성폭력 비판 운동으로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랜선참여_행동은_누가해시태그운동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립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어 주제를 빠르게 확산하고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합니다. 그러나 외려 참여자들의 소극적인 방관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 교수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생각으로 연결된 느낌 갖는 것 자체가 사회운동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모두가 손가락으로만 지지하면 실제 행동을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민 의식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빚어낸 ‘게으른 참여’에 그치기 쉽다는 겁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 교수도 “참가자들이 ‘이 정도 관심을 보였으면 내 역할을 다 했다’는 심리적 충족감을 갖게 돼 실제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일회성 소비에 그치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 교수는 “사람은 본래 큰 줄기의 경향성이 있을 뿐 사회의 모든 문제에 동일한 태도를 갖기 어렵다”면서 “어쨌든 지지하고 동참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데 참여자의 진정성을 일일이 따지는 건 자칫 지나친 자기검열로 사회운동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_지속성이야결국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제언입니다. 일례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다른 뉴스에 묻혀 핵심 인물들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그런데_최순실은’ 해시태그운동은 실제로 시민들의 분노가 촛불집회를 통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지는데 일조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이번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한 해시태그운동이 단순히 온라인에서의 참여에 그치지 않고 세계 각국에서의 시위나 연대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현상도 주목할만하다는 설명입니다. 미투운동과 같이 미국 내 흑인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자국에서의 다양한 소수자 차별에 대한 항의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겁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 교수는 “사회운동은 필연적으로 당대에 유행하는 소통의 패러다임을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는 이미 화염병을 던지는 시위보다 해시태그를 이용한 참여가 더 대중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연대의 형태”라면서 “본래 사회운동의 역할은 부조리에 문제를 제기하고 담론을 만드는 것인만큼, 이제 정책 입안자들이 해시태그로 모인 목소리를 수용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분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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