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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명인 자살보도가 ‘베르테르 효과’ 부른다…통계적으로 첫 입증

    유명인 자살보도가 ‘베르테르 효과’ 부른다…통계적으로 첫 입증

    배우 등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유명인사의 자살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모방자살을 뜻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부른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유명인의 자살이 모방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은 통설로 통용돼 왔으나 언론 보도가 자살의 매개로 작용한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은 유명인 자살에 대한 언론의 기사 수와 모방자살 증가 수를 파악해 비교한 결과, 유명인 자살에 대한 언론 보도와 모방자살 간의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1990년부터 2010년 사이에 자살한 유명인 중 언론에 많이 보도된 15명에 대한 신문과 TV 기사량, 통계청 모방자살자 수를 정량적으로 모델링해 분석했다. 그 결과, 상관계수가 0.74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정도의 상관성이라면 유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 간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2008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탤런트 고(故) 최진실씨의 상관계수가 비교 대상자 중 가장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최씨의 자살에 대한 일별 신문 보도량과 일별 모방자살의 상관계수는 0.71, TV 보도량과 모방자살의 상관계수는 0.76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 연구에 참여한 고려대안산병원 인간유전체연구소 서수연 박사는 “사람들은 유명인은 본받을 점이 있다고 생각해 그들의 행동을 모방하려는 심리를 갖는다”면서 “이 때문에 유명인이 자살 같은 부적응적인 행동을 해도 이를 따라해 모방자살로 이어진다. 즉, 모방자살은 위인 본받기의 부정적인 행동양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유명인 자살에 대한 언론 보도와 모방자살의 관련성을 처음으로 정량화한 연구여서 주목되고 있다. 김남국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인데도 자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크게 부족하다”면서 “설문조사를 통한 모방자살 연구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모방자살을 모델링해 언론 보도와의 상관관계를 밝힌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자살에 대한 보도가 지나치게 선정적인 방향으로 흐르자 세계보건기구(WHO)와 보건복지부는 각각 ‘유명인 자살 이후 언론보도지침’과 ‘자살 보도 권고 기준 2.0’을 제시해 비교적 엄격한 준칙을 적용하고 있으나 갈수록 매체 경쟁이 심해지는 데다 매체 수도 급증해 적절한 통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김남국 교수는 “유명인 자살사건이 언론 보도에 노출된 횟수와 모방자살의 연관성이 밝혀진만큼 향후 언론 보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정신과학분야의 국제 학술저널인 ‘역학 및 정신과학 학술지(Epidemiology & Psychiatric Science)’ 최근호에 게재됐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사설] 줄줄 새나가는 복지예산 얼마인 줄은 아나

    여야의 입장 차이로 인해 7월 기초연금법 시행이 어려워진 것도 문제지만 또 다른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기초연금법이 통과돼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게 된다. 전산시스템도 갖춰야 하고, 자산 조사 등의 소득 파악을 통해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법 통과가 늦어질수록 정부나 지자체는 일정에 쫓긴 나머지 준비 업무를 소홀히 할 개연성이 크다. 그럴 경우 복지 예산은 또다시 엉뚱한 곳으로 새나가게 된다. 복지 예산 누수의 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복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2009년 6월부터 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종합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아무리 대책을 내놓아도 일선 실무자들이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십상이다. 미국에 오래 머물러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자격이 없는 노인이 2년 7개월 동안 연금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연간 두 차례 정기조사를 했는데도 부당 수급을 걸러내지 못한 것은 큰 문제다. 해외 체류 기간이 180일을 넘기면 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출입국 기록만 제대로 조회해도 막을 수 있는데,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해외 체류자의 부당 연금 수령은 월평균 30명 이상 적발된다고 한다. 부처 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업에 문제는 없는지, 기초연금 도입을 앞두고 역추적해 후속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비단 국가나 지자체가 시행하는 복지사업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공동 모금 등을 통해 국내 복지기관들이 펼치는 지원사업이나 지원받는 기관은 수천개나 된다. 허투루 쓰이고 있지는 않는지, 감시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기부를 하면 세제 혜택을 받는다. 모금 등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으면 복지예산이 새나가는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8%로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2.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2030년이 되면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복지예산 증가 속도가 빨라진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은 2017년까지 의무지출액만 매년 평균 9.1%포인트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복지 관련 지출이 연평균 7%포인트 이상 늘어나면 경제성장 경로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 3년간 새나간 복지예산이 7000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사회복지전달체계가 개선되지 않는 근본 원인을 짚어봐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실시하는 공공복지는 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 등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한국경제연구원장에 권태신씨

    한국경제연구원장에 권태신씨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을 신임 원장으로 선임했다. 권 신임 원장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국제업무정책관,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비서관, 재정경제부 차관, 주OECD대표부 대사,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 [인사]

    ■국방부 △국방교육정책관실 정신전력과장 김경욱 ■공정거래위원회 ◇국·과장급△주미합중국대사관 김형배△고객지원담당관 장혜림△OECD대한민국정책센터 정희은 ■관세청 △정보협력국장 직무대리 김광호△평택세관장 이돈경△감사담당관 김정곤△광양세관장 박도희 ■경북도 ◇실국장급△전국시도지사협의회(호주시드니총영사관) 파견 기준현△정책기획관 박성수△미래전략기획단장 김호진 ■에너지관리공단 △사업진흥이사 한영로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전략기획부장 이승우△청소년교류센터장 한신희△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 고객지원부장 손의숙 ■한국원자력연구원 ◇본부장급△첨단방사선연구소장 오근배<본부장>△미래원자로개발 한도희△핵주기기술개발 김인태△원자력안전연구 백원필△하나로이용연구 임인철△융복합기술개발 윤지섭◇단장급△연구로기술개발단장 김영기△소형원자로개발단장 최순△핵연료기술개발단 송근우△원자력재료기술개발단 정용환◇부장급△원자력교육센터장 남영미<부장>△정책연구 이기복△행정 천성호△원자력정보기술지원 손재민△대외협력 민환기△원자력안전방호 정환성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무 승진△회원본부장 윤성철◇보직 변경△정책총괄팀장 박양균△회원사업팀장 이충렬 ■LIG손해보험 ◇상무보 <신규 선임>△자동차보상담당 김영장<전보>△경영기획담당 김승화△고객지원담당 홍성준 ■케이투 코리아 ◇승진 <사업본부>△전무이사 이태학△상무 한창희△이사 정선욱<소싱본부>△상무 최형기 ■아이더 ◇승진 <사업본부>△전무이사 지철종△이사 김용배 김연희 ■케이투 세이프티 ◇승진 <산업안전부>△상무이사 손태근
  • [week&STORY] 영정사진 찍고 유언장 쓰고…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졌다

    [week&STORY] 영정사진 찍고 유언장 쓰고…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졌다

    최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일가족 동반자살이 잇따르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 삶의 만족도는 26위에 그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0년 자살 사망률은 101.8%가 증가했다. 이처럼 ‘힐링’(치유)이 절실한 세태에서 임종 체험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새롭게 태어난다는 임종 체험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본지 기자 두 명이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효원힐링센터. 화창한 봄날에 ‘힐다잉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죽음’이란 단어가 주는 어두운 느낌과는 달리 대부분 밝은 표정으로 동반체험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참여한 13명은 각자 다른 고민과 이유를 가지고 센터를 방문했다. 여성이 9명, 20대가 절반 이상이었다. 혼자 찾아온 회사원 김모(43) 씨는 “사업을 하다가 직장에 취직했지만 얼마 전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크게 타격을 입고 여러 가지로 힘들어졌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내 삶에 전환점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안모(34·여·회사원) 씨는 “목사님 추천으로 왔다”면서 “이직을 생각하면서 이곳저곳 면접을 보러 다니는데 마음을 정리할 겸 왔다”고 말했다. ●영정 사진 촬영 죽음을 준비하는 첫 단계로 셔터 소리와 함께 플래시가 터지면서 사람들의 멋쩍은 표정이 카메라에 담겼다. 잠시 뒤 검은 테를 두른 사진을 받아 든 사람들의 표정이 어색해졌다. 김씨는 “마음을 아직 안 비워서 그런지 표정이 부자연스럽다”면서 “웃는 것도 아니고 찡그린 것도 아니고, 아직도 불만스러운 게 사진에 묻어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유언장 쓰기 영정 사진을 앞에 놓은 이들이 유언장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눈물을 훔치거나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한 20대 남성은 “평소에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사랑하고 고맙다”고 썼다. 재산 분할과 장례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적은 사람도 더러 있었다. 한 참가자는 “시신을 화장한 뒤 어머니가 계신 산소에 뿌려달라”면서 “재산은 사랑하는 강아지 초롱이를 돌봐줄 사람에게 1000만원을 주고 나머지는 모두 봉사 단체 10곳에 나누어 기부하겠다”고 적었다. 또 “시신을 장기기증이나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고 장례식 때 화환을 받지 말라”고 썼다. “기억이란 빚을 세상에 남기고 싶지 않으니 빨리 잊어달라”고 유언장을 읽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입관 ‘쾅~’. 세상과 단절을 의미하는 소리가 들렸다. 관 뚜껑이 닫히면서 정적과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외부의 흐느낌도 들리지 않는 시간이 15분간 이어졌다. 관 속에 머문 짧지 않은 동안, 기자는 죽음의 순간에 강력한 삶의 기운을 느꼈다. 또 다른 기자는 “관 뚜껑이 닫히자 좁은 공간에서 내 발 냄새가 느껴졌다”면서 “그 순간 나는 아직 살아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체험이 끝난 뒤 참가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다 털어버리고 새롭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체험 이전과 이후에 별로 달라진 것을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눈물을 보인 배모(40·여·취업준비 중) 씨는 “체험이 짧아서 충분이 몰입하지는 못했다”면서 “그래도 관에 누워 있던 순간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한선규(42·자영업) 씨는 “이곳에 온 계기에 대해서는 관 속에 묻고 왔기 때문에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살아갈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힐다잉’이란 ‘힐링’(healing)과 ‘죽음’(dying)의 합성어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웰다잉’(well-dying) 또는 임종 체험이라고도 한다. 임종체험을 통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취지다. 이 체험 프로그램은 미국 의학박사이자 심리학자인 레이먼드 무디 박사의 연구에 토대를 두고 있다. 무디 박사는 1960년대 임사체험(임상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았다가 다시 살아나는 현상)을 겪은 108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임사 이전과 이후의 삶에 관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죽기 전엔 주위에 폐를 끼치며 살아온 사람들이 죽음에서 깨어나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새 삶’을 살게 된 임사체험에 힌트를 얻어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임종체험 프로그램이 보험회사나 상조회사 등을 중심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인위적인 임사체험인 셈이다. 현재 상조회사와 교육단체, 종교단체 등 전국 10여 곳에서 상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업 연수 프로그램으로도 쓰인다. 효원힐링센터의 정용문 센터장은 “지난해 1월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6000명 이상이 참여했다”면서 “학교나 회사 등에서 단체로 오기도 하고,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죽음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평균 수명은 길어졌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죽음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살은 매우 강박적이고 비관적인 심리 상태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임종체험이 삶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힐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종체험이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보다 체험 위주로만 흐를 때 죽음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임종 체험 전후의 심리 상태나 자존감 등에 대한 조사나 분석이 없어 호기심 채우기에 그칠 수 있다”면서 “한 번의 체험만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웰다잉 문화를 만들어가기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삶과 죽음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보다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진탁 한림대 생사학연구소장은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오랜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생사에 대해 연구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임종 체험 행사가 상조회사나 보험회사 홍보용으로 진행되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권영구 한국웰다잉연구회 회장은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죽음 체험을 하거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웰다잉은 일시적인 죽음 그 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면서 “전문적인 교육과 자격을 갖춘 교육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시론] 의사 파업의 해법은/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 의료·복지연구소장

    [시론] 의사 파업의 해법은/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 의료·복지연구소장

    의사 파업이 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 사회 최고의 인재라고 여기는, 그래서 부러움의 대상으로 여기던 의사들이 길거리에 나서겠다고 투정을 부린다.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것이다. ‘원격의료 반대’, ‘의료영리화 반대’, ‘건강보험 저수가 해결’을 내세우지만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다. 의사들은 원래 진보보다는 보수 쪽이 많고, 공공의 규제를 싫어한다. 의료 문제를 자유시장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미국의 의료제도를 선호한다. 의사들은 그간 한국의 공적 건강보험이 귀찮고 싫다고 짜증을 내왔다. 헌법소원도 해보고 거리투쟁도 해보고 성명서도 내보고 칼로 배를 긋는 시늉까지 하면서 이 갑갑함을 풀어달라고 갖은 호소를 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민간 기관인 의원들이 의료민영화를 반대한다고 한다. 비영리조직도 아닌 의원들이 의료영리화를 반대한다고 한다. 아니,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까지 한다고 한다. 무슨 소릴까. 영문을 모르는 국민들이 헷갈릴 만하다. 그러한 주장과 행동의 맥락이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 되니, 아마도 건강보험 수가 인상을 노리고 그러겠지 하고 생각한다. 국민들도 언론도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러한 의구심을 갖고 있고, 가질 만하다. 의사 파업을 주도하는 의사협회는 개원의사들을 주로 대변한다. 큰 병원의 의사도 회원이지만, 병원과 의원이 갈등할 때는 병원 봉직의사와 개원의사는 이해관계를 달리한다. 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병원 봉직의사도 앞으로 개원의사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의사협회의 주장에 동조하기도 한다. 특히 아직 장래가 정해지지 않은 전공의들은 더욱 그렇다. 의사협회의 집행부는 양면 게임(double game)을 하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사는 게임과 의사 회원의 표를 얻는 게임이다. 수가 인상은 파업의 목표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다. 대신 ‘의료영리화 반대’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 결과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를 끌어내는 실리가 있었다. 반대로 의사 회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건보수가 인상이라는 실리를 확보해야 한다. ‘건보제도 개혁’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쓰지만 사실상 수가 인상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의료제도를 둘러싼 이런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첫째 정부에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허용 정책을 재고할 것을 권한다.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병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리도 못 챙기면서 의사협회의 정치적 공세에 명분만 주고 있다. 둘째 의사들은 수입에 대한 기대 수준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하향 조정해야 한다. ‘저수가’라는 불만은 상당 부분 현행 건강보험료 지불 방식에 대한 오해에 근거한다. 3분 진료에 대한 한국의 지불 가격은 30분 진료에 대한 외국의 지불 가격보다는 낮다. 하지만 30분에 10명을 진료함으로써 올리는 의사의 수입은 30분에 1명을 진료하는 의사의 수입보다 높다. 근로자 평균임금 대비 의사 소득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상위권에 속한다. 특히 미국과의 비교는 의사들의 마음에서 지워야 한다. 미국은 정상적인 의료제도를 가진 나라가 아니다. 미국의 상원의원은 스스로를 의료비(非)제도라고 했다. 셋째 의사를 충분히 배출해서 의사와 국민을 3분 진료의 질곡에서 풀어주어야 한다. 준법투쟁을 하겠다고 하면서 의사협회가 내세운 ‘15분’ 진료가 ‘투쟁’이 아닌 ‘정상’적인 진료의 모습이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OECD평균의 절반을 갓 넘는 의사 수로(인구 1000명당 의사수: OECD 평균 3.2명 대 한국 양의사 1.75명)는 언감생심이다. 시간에 쫓기어 환자 얼굴 대신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진료하는 의사보다는, 환자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주는 의사를 국민은 원한다. 이를 위해서 더 지불해야 한다면 국민들도 건강보험료와 건보수가의 인상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 상처 안은 풍요… 국외입양의 두 얼굴

    상처 안은 풍요… 국외입양의 두 얼굴

    1958년 전쟁 고아의 해외 입양에서 비롯된 국외 입양인이 어느덧 16만 5000여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유복한 가정에 입양돼 순탄한 삶을 살아온 반면 일부 입양인들은 언어·신체적 학대를 받아 어두운 성장기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서울신문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언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국외 입양인 실태조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국외 입양인의 81.4%가 직업이 있으며 이 가운데 77.2%가 정규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 유형별로는 78.9%가 전문기술직, 사무직, 행정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외 입양인 10명 중 3명 이상(37.9%)은 연평균 수입이 6만 달러(약 64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학력은 76.0%가 대졸 이상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한 이 보고서는 해외 및 한국에 거주하는 국외 입양인 103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11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국외 입양인 실태와 관련해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과 설문조사를 병행한 것은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외 입양인들은 전문직 또는 기술직 종사자가 53.6%로 가장 많았고 사무직 14.5%, 고위 행정직이 10.8%에 이르는 등 직업의 질적인 측면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평균 수입 또한 4만~10만 달러(약 4200만~1억 600만원)가 51.5%, 10만 달러 이상이 11.7%에 이르는 등 높은 분포를 나타냈다. 2012년 OECD의 평균 국내총생산(GDP)이 3만 6932달러(약 3800만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이상의 소득 수준인 셈이다. 실제로 ‘얼마나 자주 행복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국외 입양인들은 평균 4.2점(‘거의 대부분 그렇다’와 ‘항상 그렇다’ 사이, 5점 만점)을 줬다. 하지만 68.3%가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하는 등 다수의 국외 입양인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또한 거듭 확인됐다. 차별을 경험한 대상은 또래 친구가 36.5%로 가장 높았고 지역사회(27.5%), 직장(14.7%) 순으로 나타났다. 국외 입양인이 입양 가족과 친인척으로부터 신체 학대를 한 번 이상 경험한 비율은 38.6%에 달했다. 정신·정서적 문제로 상담 또는 치료를 받은 국외 입양인도 60.6%에 이르렀다. 특히 여성이 69.7%로 남자(41.6%)보다 월등히 높았다. 미국에 입양된 40대 여성 A씨는 연구진과의 인터뷰에서 “상담을 받을 당시에는 정신적 혼란이 입양 경험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어서 보니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국외 입양인에 대한 전반적인 생활 실태를 다각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맞춤형 사후 서비스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표”라면서 “뿌리 찾기, 언어 교육, 문화 캠프 등의 지원을 통해 국외 입양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정착했을 때 자존감을 높이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금전적 보상에 의존하는 한 해외입양아 참극 또 나올 것”

    “금전적 보상에 의존하는 한 해외입양아 참극 또 나올 것”

    “아무리 입양 절차를 강화해도 금전적 측면에 의존하는 한 진정한 해외 입양 시스템이 되기 어렵습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TRACK) 공동대표 제인 정 트렌카(42)는 13일 “해외 입양 제도에 있어 하루빨리 금전적인 문제를 시스템에서 제거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6개월 뒤 미국 미네소타주의 한 시골 마을에 입양됐다 2006년 서울에 정착한 트렌카는 친구의 권유로 TRACK의 활동에 참여해 입양인들의 인권을 대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가 석달 만에 숨진 발달지체 장애아 현수(3)군 사건에 대해 “지난 4일 아동인권 단체들과 함께 보건복지부 장관 앞으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면서 “복지부의 답변 결과를 분석해 비극적인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책 개선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외 입양 아동의 사망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해외에서 아동을 입양하려고 하는 부모가 재정적 지원을 하다 보니 입양 기관들이 검증에 제대로 나서지 않는다”면서 “현수의 경우도 미국 측 입양 기관인 ‘가톨릭 채리티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의 입양 기관이 총 4만 1650달러(약 4400만원)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 아동들은 더 많은 보호를 필요로 하기에 입양 부모에 대한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고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로서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내는 게 과연 적절한지 깊이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2월 취업자 전년比 83만명 증가… 12년 만에 최대 폭

    2월 취업자 전년比 83만명 증가… 12년 만에 최대 폭

    지난달 취업자가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구직자가 많아지면서 청년(15~29세) 실업률은 14년 만에 가장 높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 취업자는 2481만 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3만 5000명이 늘었다. 2002년 3월 84만 2000명이 증가한 이후 최대폭이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 5월 26만 5000명 이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1월(58만 8000명)과 12월(56만명) 두 달 연속 50만명대를 기록했고 올해 1월과 2월에 증가 폭이 더 커졌다. 연령별로 보면 3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1년 전보다 취업자 수가 늘었다. 특히 청년층 취업자 수가 14만 8000명 늘어났다. 이는 2000년 8월(18만 4000명)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은 58.6%로 1년 전보다 1.4% 포인트 높아졌다. 청년층 고용률은 40.6%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 포인트 올랐다. 2002년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64.4%로 전년 동월 대비 1.7% 포인트 상승했다.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진입이 늘면서 경제활동참가율은 1년 전보다 1.8% 포인트 오른 61.4%를 기록했다. 그러나 구직자가 늘면서 실업자 수와 실업률도 함께 늘었다. 경제활동인구가 늘면서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다. 2월 실업자는 117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8만 9000명(19.1%) 늘었다.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은 것은 2012년 2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실업률은 4.5%로 1년 전보다 0.5%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이 전년 동월의 9.1%보다 1.8% 포인트 늘어 10.9%로 치솟았다. 2000년 1월(11.0%) 이후 가장 높다. 2월이 원래 졸업·취업 시즌인데다 지난달 9급 공무원과 경찰 공무원 시험에 약 25만명이 응시하면서 구직자가 크게 늘어나 실업률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얼음과 불의 땅’ 아이슬란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얼음과 불의 땅’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에 대한 오해 풀기 “아이슬란드에 간다”고 했더니 다들 혀를 찼다. “다녀왔다”고 했더니 머리를 흔든다. 왜 그럴까. 그런 험한 곳엘 왜 가느냐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아이슬란드는 전체 면적의 20% 정도가 빙하지대일 뿐인데 ‘얼음의 땅’이라는 나라 이름 탓에 적잖은 불이익을 받는다. 진짜 얼음에 뒤덮인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섬이자 이웃인 그린란드의 국명은 ‘녹색의 땅’인 데 비하면 억울하기 그지없다. 언제부터인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 사람들의 머릿속을 점령하고 있는 아이슬란드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 보자. “춥지 않을까?” 대부분 아이슬란드는 북극권에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지도를 보면 남한 면적의 아이슬란드에서 북극권(북위 66도32분선)에 속하는 지역은 펭귄을 닳은 귀여운 새 퍼핀이 사는 최북단의 작은 섬 그림세이가 유일하다. 멕시코만류의 영향으로 오히려 따뜻하다. 지난 2월 중순 아이슬란드의 평균 기온은 영상 3~5도였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한다면 추위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 “멀지 않을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아이슬란드는 스코틀랜드의 머리 위에 있고, 노르웨이와 그린란드의 사이에 있다.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의 중간쯤이다. 수도 레이캬비크는 양 대륙의 웬만한 도시와 거미줄같이 연결돼 2~3시간이면 닿는 허브도시다. 다양한 저가항공이 연중 운항 중이다. 다만 국내에는 직항이 없어 코펜하겐이나 헬싱키, 런던 등에서 갈아타야 한다. “볼 게 있을까?” 겉은 빙하로 뒤덮여 있지만 속은 펄펄 끓는 얼음과 불의 제전이 만들어 낸 대장엄의 세계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나무가 없는 툰드라 지형이 빚은 벌거숭이 민둥 바위산은 신기원의 뷰를 제공할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암흑의 모르도르 같은 분위기다. 30여개의 활화산과 780여곳의 온천, 헤아릴 수 없는 폭포가 오감을 만족하게 한다. 빙하를 체험하거나 영화 ‘프리 월리’의 범고래 케이코의 고향을 탐조할 수 있다. 애완견 같은 아이슬란드 토종 말 타기와 밀크블루의 노천온천이나 오로라 구경은 덤이다. 서구에서는 아이슬란드를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가 지키는 지옥의 문으로 여긴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쓴 쥘 베른의 또 다른 작품 ‘지구 속 여행’의 무대이며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란 제목으로 2008년 영화화됐다. 영국 BBC 방송이 ‘죽기 전에 가 봐야 할 여행지 50곳’을 선정했는데 유럽 6곳 중에서 아이슬란드(44위)는 베네치아(18위), 파리(27위), 로마(35위), 바르셀로나(37위)에 이어 다섯 번째였고, 마터호른(46위)이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케이블TV에서 방영 중인 ‘왕좌의 게임’의 원작도 아이슬란드에서 모티브를 얻은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다. 레이캬비크 시내에서는 서울 못잖은 문화 예술의 향연과 쇼핑과 외식이 기다리고 있다. 바이킹의 피를 타고난 남자들은 멋지고, 금발 북구 여인의 미소와 물가는 살인적이다. 극야의 밤은 깊고 푸르다. 인구는 30만명에 불과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겪기 전 한때 세계 최고의 국민소득을 자랑하던 선진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행복지수 1위다. 영어 사용이 자유롭다. 링 로드(해안일주도로)를 벗어나면 거친 오프로드가 기다리는 젊은이들의 배낭여행 천국이기도 하지만, 온천의 휴식과 장엄한 자연경관 보기를 원하는 중장년층의 여행지로 더 적격일 수도 있다. ●레이캬비크 시내와 ‘골든 서클’ 둘러보기 ‘골든 서클’이란 아이슬란드의 역사와 대자연을 음미할 수 있는 핵심 여행지 3곳을 이른다. 성지(聖地) 싱벨리어 국립공원, 지하의 뜨거운 물과 수증기가 지표면을 뚫고 최고 60m 높이로 솟아오르는 게이시르와 환상의 3단 폭포 굴포스 등이다.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출발해 한나절이면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 수도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싱벨리어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AD 930년 아이슬란드인의 조상인 바이킹이 의회의 효시 ‘알싱’을 세웠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지질학적으로 유라시아판과 아메리카 대륙판이 갈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가이시르는 간헐천(Geyser)이라는 영어 단어를 낳은 ‘원조 간헐천’이다. 굴포스는 빙하 녹은 물이 32m 아래로 떨어지면서 나이아가라 폭포와는 또 다른 차원의 장관을 연출한다. ‘세상 끝의 수도’ 레이캬비크는 아이슬란드 인구의 4분의3이 모여 사는 메트로폴리스다. 백미는 용암분출로 만들어진 검은 폭포를 형상화한 할그리무르교회다. 시내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으며 콜럼버스보다 500년 앞서 미 대륙을 발견한 ‘전설의 바이킹’ 잉골푸르 아르나르손의 동상이 교회 앞을 지키고 있다. 언덕을 내려가면 동화 같은 상점과 카페가 번화가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정부청사와 시청사는 우리나라 구청이나 동사무소 같은 작은 규모지만 시청 옆 호수에는 백조가 노닐고 2월의 햇살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항구에 정박한 푸른색 유리 배처럼 보이는 하르파 콘서트홀은 빌바오의 구겐하임 박물관에 비견되는 걸작이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고 공사비는 더 많이 들어갔지만 외양이나 효율성의 격이 떨어지는 서울시청사를 가진 한국인 관광객을 부끄럽게 만든다. 바이킹 배를 형상화한 ‘태양원정대’ 조형물과 함께 도시를 북구의 예술 중심지로 떠오르게 했다. 1986년 10월 11일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옛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만나 지긋지긋한 동서냉전에 종언을 고하는 역사적 담판을 벌인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장도 피오르가 그림같이 펼쳐진 항구를 배경으로 서 있다. 케플라비크 국제공항 쪽으로 40분쯤 달리다 보면 그린다빅이 나온다. 이 나라에서 쓰는 에너지의 60% 이상을 만들어 내는 지열발전소의 굴뚝과 거무튀튀한 현무암 석호 무더기에서 뿜어 나오는 자욱한 수증기가 말해 주듯 세계 5대 온천으로 꼽히는 거대한 노천 해수온천 블루라군이다. 펄펄 끓는 지하수를 끌어다 발전에 쓰고 물을 식혀 온천수로 제공한다. 형광 빛을 띤 우윳빛 온천수는 흡사 물아래에서 푸른 조명을 쏘는 듯하다. 몸이 물에 뜰 정도로 미네랄이 풍부하고 발바닥에 밟히는 하얀 진흙은 피부 미용에 최고다. ●활화산과 빙하의 조우 설원의 여명을 뚫고 떠오른 오렌지색 태양은 해탈의 경지 그 자체다. 인간의 흔적이라곤 실 가락 같은 왕복 이차선 도로와 전기를 머리에 인 전신주 세 가닥뿐이다. 남쪽 해안으로 난 링 로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의 형상을 한 헤클라화산이 나타난다. 8세기에 처음 불을 뿜은 이후 1104년 바이킹촌락을 사라지게 했고, 1970년 이후 10년 단위로 모두 15번 폭발한 아이슬란드의 심장이다. 중간 기착지 비크로 가는 길에 헤클라화산 남쪽의 나지막한 빙하가 석양에 물들어 신비한 자태를 보인다. 2010년 4월 14일 폭발해 전 유럽 공항을 2주일가량 마비시킨 에이야퍄들라이외퀴들이다. IMF 금융위기와 함께 아이슬란드를 유명하게 한 장본인이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평화롭기만 하다. 비크는 100여 가구가 사는 그림엽서 같은 마을이다. 화산암이 풍화된 ‘블랙비치’가 거대한 아스팔트 활주로처럼 펼쳐졌고, 거대한 오르간 같은 바위와 외돌괴가 바다 위에 떠 있다. 미국의 한 여행잡지에 의해 세계 10대 해변으로 선정된 절경이다.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에서 요쿨사를론까지 100km는 빙하드라이브 길이다. 바트나요쿨의 촉수가 바다를 향해 뻗어 있다. 아이슬란드어로 ‘바트나’는 물, ‘요쿨’은 빙하를 뜻하는데 빙하가 바다로 떠내려가는 장소라고 이해하면 된다. 요쿨사를론은 빙하호수인데 손을 씻을 수도, 발을 담글 수도 있다. 바다로 떠밀려 가다 해변으로 조난당한 빙하의 정박지다. 빙하를 뚫고 나온 용암이 흐른 길을 따라 걷는 빙하 트레킹이나, 빙봉 턱밑까지 모터 스키를 타고 가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아이슬란드에는 역사도 종교도 뛰어넘는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가 있다. 무엇을 보든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이런저런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거나, 세상사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떠나라. 그 앞에 서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손때 타지 않는 자연과의 조우를 통해 내면의 나를 만날 수 있는 지상 최후의 유의미한 여행이 될 것이다. 글 사진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노주석 선임기자 joo@seoul.co.kr ■문의 유로타임 02-778-3933 eurotime@eurotime.co.kr
  • [박찬구의 시시콜콜] 양극화와 증세, 그리고 사회적 대타협

    [박찬구의 시시콜콜] 양극화와 증세, 그리고 사회적 대타협

    봄이 온다고 겨울을 등질 수 있을까. 낭패와 자괴감으로 겨울밭에 웅크려 있다. 서울 송파와 수서, 경기 광주, 동두천…. 생활고와 신병을 비관한 가족의 동반자살, 그들은 무엇이 죄송하고 미안했을까. 죄스러워야 하는 건 남은 자들이고, 시장 만능과 성장 일변도의 이데올로기인데도 말이다. 어떤 언어와 몸짓으로도 그들의 죽음은 위로될 수 없다. 생활의 쳇바퀴에 매몰되거나, 내 가족은 안전하다고 자위하거나, 성장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며 외면하는, 해체된 군상(群像)의 시대가 아닌지 자문한다. 비극은 계속 예고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구조조정,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속에서 양극화는 쉼 없이 자라오지 않았던가. 2008년 6월 이후 5년 동안 중신용자 4명 가운데 1명이 저신용자로 추락하고, 최근 20년간 아시아권 28개국 가운데 한국 경제의 소득 양극화 속도가 다섯 번째로 빠르게 진행됐다는 보고서가 잇따랐다. 최근 3년 간 취약계층인 소득 하위 20%만 유독 순자산이 1440만원 줄어들어 사회 양극화가 더 심해졌고, 실업과 전세난, 노후불안 등 경제생활과 생애주기의 위험에 대처하는 한국 정부의 능력이 환경과 자연재해 등 다른 분야들에 비해 훨씬 취약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성장의 파이를 키우면 ‘넘쳐흐르는 효과’로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는 허구인가. 헛된 신화를 좇는 사이 자살률은 20년 새 3배로 늘었다. 자살 원인의 20%는 경제생활 문제라고 한다. 부의 쏠림과 불공정한 분배구조로 공동체가 혼란에 빠져들면 나라의 경제도, 가진 자의 위세도 붕괴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의 사례에서 목도한 바 있다. 양극화 의제를 성장 지상주의의 부제 정도로 취급해선 안 되는 이유다. 현실적 해법의 논의는 증세를 통한 복지 예산의 확대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현 수준의 복지 예산을 촘촘하게 집행해 사각지대를 없애면 된다는 생각은 한시적인 땜질 처방은 될 수 있을지언정 뿌리깊은 양극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5% 포인트 정도 낮은 조세부담률을 2~3% 정도 늘리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 봄이 온다. 봄이 와도 공존의 가치를 잃어버린 공동체는 한겨울 언 땅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다. ckpark@seoul.co.kr
  • “1분 진료 이유있었네…”

    대한의사협회는 24일부터 시작되는 2차 집단휴진 전까지 적정근무 투쟁을 벌이겠다며 ‘주 5일 주 40시간’ 근무와 ‘15분 진료’를 적정근무 투쟁 지침으로 정해 11일 각 의원에 공지했다. 외국 병원에서는 당연한 15분 진료가 한국에서는 대정부 투쟁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1분 진료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환자 대비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한국 국민 1000명당 활동 중인 의사 수는 2.1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적다. 이는 한의사와 양의사를 모두 합친 숫자로, 양의사만 따지면 인구 1000명당 1.75명밖에 되지 않는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정부가 의료 인력 과잉 배출을 막아야 한다는 의협의 요구를 받아들여 의과대학 정원을 한 해 3058명으로 묶어 놨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 의사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오스트리아로 인구 1000명당 4.8명이며, 다음으로 이탈리아 4.1명, 스웨덴 3.9명, 독일·스페인·스위스 각 3.8명 등의 순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고령인구가 늘수록 의사 수도 크게 부족해질 것”이라며 “의사 수 부족과 이로 인한 과도 업무량은 의료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정부, 가파른 소득불균형 속도 원인 직시해야

    우리나라의 소득불균형 악화 속도가 최근 20년간 가파르게 진행돼 대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1990~2010년 지니계수 측정이 가능한 아시아권 28개국을 분석한 결과, 중국은 연평균 1.6%씩 상승해 소득불균형 악화 속도가 가장 빨랐고 한국(0.9%)은 인도네시아와 라오스, 스리랑카에 이어 다섯 번째로 최상위 수준을 보였다. 지니계수란 한 국가의 소득이 균등하게 분배되는지를 보여주는 지수다. 이 자료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중국은 우리가 겪은 것처럼 고성장에 따른 결과이며, 나머지 국가는 경제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우리와 비교하기가 어려운 빈국이란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살고 못사는 계층은 엄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꾸준히 높아졌는 데도 소득격차가 줄지 않고 더 커졌다는 점은 곰곰이 되짚어 볼 문제다. 이는 부유층과 빈곤층 간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이를 상쇄할 중산층이 엷다는 뜻이다. 최근 생활고로 인한 서울의 세 모녀 자살 등 잇따른 가족 자살은 이번 지니계수 조사 결과와 연관성이 있음을 여실히 확인시켰다. 우리 주위에는 지금도 최저생계비를 지원받는 절대 빈곤층이 부지기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1위란 점도 이 같은 여건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부국으로 성장했지만 ‘부의 쏠림’을 해결하지 못해 지금도 사회문제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ADB 자료에서도 지적됐듯이 1970~1980년대 쉼없는 고성장을 일궜지만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성장의 그림자다. 특히 1997년에 겪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는 빈부의 격차를 벌려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도 심화시켰다. 최근의 저성장 국면에서는 일자리 부족 등으로 인해 노동소득 비중도 낮아져 계층 간 분배 구조에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사회가 부유층과 빈민층으로 극단적으로 갈라설 땐 어떤 명약으로도 치유하기는 힘들다. 정부는 ‘100세 시대’에 대비한 복지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복지예산도 100조원을 넘기고 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에 대비한 사회복지비는 아직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정부는 경기를 진작시키는 재정수단을 강구하고 기업은 일자리 확충과 생산성 향상에 힘써야 한다. 부와 가난이 대물림하는 경제사회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 정부가 우리의 소득불균형 악화 속도가 매우 가파른 원인을 분석해야 하는 이유이다.
  • ‘저수가’에 뿔나… 새 정책 때마다 휴진카드

    ‘저수가’에 뿔나… 새 정책 때마다 휴진카드

    의료계가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이번처럼 국민 건강을 볼모로 집단 휴진 카드를 꺼내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줄어들기는커녕 최근 15년 새 크게 늘었다. 2000년에는 의약분업에 반대하며 개원의와 전공의, 의대교수까지 집단 휴진해 대규모 의료 공백 사태를 불러왔다.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로 무기한 연기되기는 했지만 2002년에도 대한의사협회는 의약분업의 재검토를 요구하며 집단 휴진을 결의했다. 2007년 3월에는 의료법 개정에 반대해 동네 의원들이 하루 동안 문을 닫았고, 2012년 7월에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에 반대해 안과의사회가 1주일간 백내장 수술 거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새로운 의료정책이 나올 때마다 사사건건 파열음을 내며 날을 세워온 셈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끊임없는 갈등에는 ‘저수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지난 수십년간 적게 거두고 적게 보장하고 적게 지급하는 소위 저부담·저보장·저수가의 원칙 아래 건강보험이 운영되어 왔다”면서 “의료기관의 94%에 달하는 민간의료기관들이 공보험이 강요하는 원가 이하의 낮은 건강보험수가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왔지만 이제는 의사들의 인내마저 바닥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수가는 정부도 공감하는 문제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의 의뢰로 이해종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등이 분석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주요 의료수가 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맹장수술과 제왕절개, 백내장 수술 등의 국내의료수가는 의료선진국인 미국 등 8개 나라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의료계는 수가가 비현실적으로 낮아 의사들이 비급여 진료 늘리기에 열중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의사들이 돈 벌기에 왜 이리 혈안이냐’는 비판도 많지만 폐업한 병원이 3년 새 20~30% 증가하고 전체 개인회생 신청자의 40%가 의사일 정도로 동네의원 양극화가 심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가를 올리기 위해선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결국 부담은 국민의 몫이다. 양측이 대화를 통해 갈등을 풀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정부는 의협이 먼저 의정협의체 결과를 뒤집어 신뢰를 깬 이상 집단 휴진 철회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나치게 강경 기조만을 내세워 오히려 전공의들의 반발을 불러 집단 휴진 규모를 키우는 등 유연하지 못한 대처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21) 인구 고령화 대비 경제 방어막은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21) 인구 고령화 대비 경제 방어막은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7%를 넘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2018년에 고령사회(노령인구 비중 14% 이상), 2026년에 초(超)고령사회(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6년 만에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이행하게 되는 것으로 길게는 150여년(프랑스), 짧게는 35년(일본) 정도가 걸렸던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매우 빠른 편이다. 인구 고령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이슈는 그만큼 길어진 노후생활에 대비한 경제기반 마련일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퇴직 연령인 55세 성인의 기대수명은 83.7세로 은퇴 후 여생이 28.7년이다. 이 기간 동안에 적정한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이제 막 은퇴를 하였거나 은퇴를 앞둔 장년·노령층에게 시급한 당면과제다. 지금의 노령 인구들은 평생직장 개념과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하는 문화가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터라 상대적으로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가 상당히 늦은 편이었다. 어느 정도 소득 기반이 있어 공적 연금에 가입했더라도 가입 기간이 짧아 현재 수급자의 월 평균 연금수령액이 39만원(2013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체 65세 이상 인구의 34.8%만 받고 있다. 현재 노령 인구의 자산구성을 보면 비유동자산인 부동산의 비중이 85%를 넘어 당장 생계 자금으로 쓸 저축성 자산이 매우 부족하다. 이 때문에 많은 노령 인구들이 은퇴 후에도 다시 임시·일용직으로 재취업하거나 퇴직금 또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이용해 자영업에 나서고 있다. 더구나 47.2%인 노인 빈곤율과 더불어 10만명당 69.8명에 달하는 노인 자살률 등의 지표 등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나라 노인의 삶의 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매우 낮다. ●2018년 노령인구 비중 14% 이상 이같이 많은 노령 인구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면서 인구 고령화에 대비한 자산 설계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대응 상황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일례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소득, 건강, 고용, 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 등의 영역에서 고령화와 관련된 다양한 지표를 이용해 산정한 고령화대응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화 대응 현황은 자료가 상호 비교 가능한 OECD 22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09년의 고령화대응지수(28.9)는 1990년(30.2)에 비해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은퇴 후 적정 소득 수준이 연금 가입기간 평균 소득의 70~80%인 데 반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평균 지급액은 40% 수준에 그치고 있어 개인이 책임져야 할 노후 비용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런데 2010년 국민연금연구원에서 실시한 패널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가구의 68% 정도가 노후 준비를 위한 특별한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가계의 고령화 대비 상황 역시 매우 미흡함을 시사하고 있다. 노후 대비를 위한 투자는 길게는 30년 후를 대비한 장기 투자이자 소득이 없을 때를 대비한 최후의 보루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소득의 일정 부문은 연금 제도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안정적인 대비책이다. 한편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공적 연금의 특성상 공적 연금의 지급액을 늘림으로써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공적 연금의 보장 수준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왔던 많은 선진국들도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꾸준히 연금제도를 바꾸어 왔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향후 고령화 대비책 역시 민간 영역에서의 사적 연금 활성화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정부와 민간 부문의 역할이 다층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먼저 가입 기간 중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지급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소득대체율 기준으로 40% 정도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이 담당하고, 사적 연금인 퇴직연금이 20%, 개인연금이 나머지 10~20%를 각각 구성토록 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약 70~80% 정도의 소득대체율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연금 사각지대’ 저소득층 사회안전망 마련해야 이와 같은 추세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2005년 기존 퇴직금제도를 보완하는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고 개인연금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사적연금 분야 확충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적연금 가입자들의 소득대체율이 21% 수준으로 아직 미흡한데다 사적연금 미가입자가 많아 노후준비를 위한 사적연금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2월 말 기준 전체 상용근로자의 절반에 못 미치는 46%만이 퇴직연금에 가입한 상태이며 사업장 기준으로는 13.4%의 기업만이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개인연금 가입률은 더욱 낮아 15.7%에 불과하다. 이같이 연금제도의 활용도가 낮은 것은 연금제도의 안전성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갖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힘들게 오랜 기간 불입한 연금을 안전하게 약속한 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 부족이 연금 가입을 꺼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퇴직연금에 대해 다른 예금과 별도로 예금보호제도를 실시하고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해서 근로복지공단이 기금을 관리하는 퇴직연금기금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퇴직연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이를 관리하는 금융기관들의 지나친 위험추구 행위를 방지함으로써 퇴직연금의 자산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인들의 자발적인 연금 가입과 중도 해지 없는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연금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금융기관들의 부단한 노력 또한 매우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은 OECD 등 국제기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저축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활용할 수 있는 사적연금의 역할이 확대될 경우 생계 유지에 급급한 저소득층들이 연금제도의 사각지대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저소득층 노령인구의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사회적 안전판을 마련하는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 한국남성 하루 45분 집안일 29개국 중 분담시간 최하위

    한국 남성이 전 세계 29개국 중 집안일을 가장 조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8일(현지시간) 여성의 날을 맞아 공개한 시간활용 조사집계에 따르면 한국 남성이 육아·가사 등 무급노동에 들이는 시간은 하루 평균 45분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에 이어 인도 52분, 일본 62분, 중국 91분, 남아프리카공화국 92분 등으로 하위권을 차지했다. OECD 평균은 141분이었다. 한국 남성이 하루 중 가족을 돌보는 등 육아에 사용하는 시간은 10분으로 포르투갈(6분)과 일본(7분) 다음으로 적었으며, 청소와 빨래 등 가사노동에 쓰는 시간도 21분으로 인도(19분) 다음으로 적었다. 반면 덴마크는 남성의 무급노동 시간이 186분으로 1위에 올랐다. 노르웨이와 호주가 각각 184분과 172분으로 뒤를 이었다. 여성의 무급노동 시간은 한국(227분)을 비롯해 스웨덴(207분), 노르웨이(215분), 프랑스(233분) 등은 하위권이었다. 한국은 여성의 무급노동 시간이 남성의 5배에 달하는 등 남녀 격차가 컸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부실한 장기요양보험…복지 사각 내몰린 독거노인

    부실한 장기요양보험…복지 사각 내몰린 독거노인

    생활고를 비관한 저소득층의 잇단 자살 사건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몸이 불편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노인장기요양보험도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부실 운영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보험 수급자 수(65세 이상 노인 대상)는 지난해 33만 1525명으로 4년 전인 2009년(23만 8408명)보다 39.1%나 늘었다. 하지만 허술한 급수 판정 체계 탓에 다수의 수급자가 몸 상태에 맞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혼자 살던 70대 노인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보건 당국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터져 나온다. 9일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3급 수급자인 한모(79)씨는 지난달 25일 저녁 강북구 한 단층 주택에서 화재로 숨졌다. 3년 전 하반신마비를 당한 그는 이날 3평(9.9㎡) 남짓한 방에 누워 있다가 불길을 피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이날 요양보호사가 집을 방문해 한씨를 돌봐 줬지만 서비스 시간이 4시간(3급 수급자 기준)뿐이어서 사고 때는 한씨 홀로 있었다. 독거노인인 한씨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가사 방문 등 노인돌봄종합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돌봄서비스는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못 받는 고령자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장기요양보험 대상자 중 한씨처럼 3급 수급자의 경우 제공받는 서비스가 지나치게 제한돼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3급 수급자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매달 87만 8900원(자부담액 13만 1835원)을 지원받는다. 이 금액으로 민간 요양보험사를 불러 재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하루 4시간(월 20일 기준)가량이다. 1·2급 판정을 받아도 월 보장 한도액이 각각 114만 600원과 100만 3700원으로 3급과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수급자가 원하면 민간요양시설에 입소하는 비용을 지급해 한씨 같은 독거노인은 요양시설에 들어갈 수 있다. 3급 대상자는 독거노인이거나 가족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경우 심의를 거쳐 제한적 상황에서만 시설 입소가 가능하다. 수급자 등급 판정이 허술하게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수급자 등급은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이뤄진 판정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환자의 몸 상태나 가정 상황 등을 단 한 번의 방문 조사로 판단해 공정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수급 신청자 중 1·2급이 아닌 3급 판정을 받는 수급자가 많아지자 사회복지학계 등에서는 “재정 소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3등급으로 몰아서 판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터져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문 요원이 의사 소견서 등을 꼼꼼히 검토해 수급 등급을 결정하기 때문에 심의가 허술하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 중 인정비율은 5.8%(2013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2.1%)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인정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세 부담 커진다” 소비자·금융권 반발이 변수

    정부가 내년부터 자동차리스 등 금융사의 본래 업무에서 벗어난 부수적 금융 용역에 부가가치세(10%)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지만 실현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다른 업종과 과세 형평성을 맞추고 유럽연합(EU) 등 금융업에 대한 부가세 과세를 확대하는 국제 기조에 발맞추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세 부담이 늘어날 일부 소비자는 물론 금융권도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금융 용역에 대한 부가세 확대 논의는 꾸준히 있어 왔다. 정부는 복지재원 마련 등으로 세수를 늘릴 필요가 커지자 2012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중장기 부가가치세 과세구조 개선방안’ 보고서를 시작으로 과세 여부를 본격적으로 점검하기 시작했다. 당시 보고서는 부가세가 면제되는 금융·보험 용역 전반에 부가세를 부과하기는 어렵지만 수수료 등 일부 부수적인 금융 서비스에 대해 부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EU에서 이미 시행 중인 자동차리스 등 금융 리스에 대한 과세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부가세법에 따르면 은행업, 보험업, 투자신탁업, 상호저축은행업, 신용보증기금업, 여신전문금융업, 환전업, 일부 금전대부업 등 대부분의 금융·보험업에 부가세가 면제된다. 복권, 상품권, 부동산임대 용역, 인수합병(M&A) 중개 등 일부 용역에만 부가세가 붙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가세법이 제정된 1977년 당시 금융 용역에 부가세를 매기면 이자율을 자극해 물가 불안을 초래할 우려가 커서 금융업에 과세하지 않기로 했지만, 현재는 금융사의 본래 업무인 예금, 대출, 보험 등과 관련 없는 서비스에는 부가세를 매기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1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8.7%보다 낮고 면세 범위가 넓은 편이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금융사의 부수적 업무를 보면 금융업이 아닌 다른 업종에서 할 수 있는 업무를 겸업하는 것이 많아 다른 업종과 조세형평성에 문제가 된다”며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면 이런 수익은 원칙적으로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부가세 부과의 이유로 내세우는 다른 업종과의 과세 형평성은 명분일 뿐이며 세수 증대가 목적이지만 그 효과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2년 기준 은행의 이자 순수익은 9조 2000억원 흑자지만, 부가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수수료 순수익은 1조 1000억원, 기타영업 순수익은 3조 9000억원 적자”라고 밝혔다. 금융사들은 현재 전체 영업이익의 0.5%를 교육세로 납부하고 있는 점도 들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교육세(0.5%)를 내는 금융 용역에 부가세를 매기면 금융 서비스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금융 소비자들이 세금을 부담해야 하므로 서비스 비용은 늘고 물가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영록 기재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교육세는 전체 영업이익에 과세하고, 부가세는 일부 용역에만 과세하므로 문제가 되지 않아 교육세는 예전처럼 그대로 과세할 것”이라면서 “단계적으로 과세를 확대할 계획이므로 금융 소비자들에게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김명자 과학으로 행복한 세상] 젠더혁신이 새로운 창의성 기반 생태계 이끈다

    [김명자 과학으로 행복한 세상] 젠더혁신이 새로운 창의성 기반 생태계 이끈다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106주년을 기념했다. 미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여성 근로자들이 빵(생존권)과 장미(인권)를 외치며 봉기한 지 100여년이 흘렀다. 그러나 노동시장 진입 장벽이 높고, 비정규직 처지에다가 경력단절이 예사이며, 갖가지 폭력에 시달리는 수많은 여성들을 생각하면 여성의 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제적 지수로도 우리 자화상은 초라하다. 2013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성평등 지수가 136개국 중 111위다. 남녀 임금 격차는 39%나 된다. 기업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1%, 과학기술계 정규직 여성 비율은 11%다. 2013년도 이코노미스트지의 유리천장지수도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정책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이 배제되기 때문이란다. 몇 년 전, 카이스트, 포항공대 여학생 그룹과 인터뷰를 했었다. 그들은 40년간 교수, 장관, 국회의원을 지낸 여성과학자의 발자취를 시시콜콜히 알고 싶어 했다. 그래서 성실하게(?) 답했다. 그런데 나중에 출간된 책을 보고 당황했다. 그들은 내가 ‘무식하고 우직하게 기존 시스템을 따른 것에 가슴이 답답했다’고 적고 있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선배님 세대는 왜 그러고 살았느냐’는 거였다. 1970~80년대, 아이 셋 딸린 여성과학자로서 슈퍼우먼이 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려웠다는 것을 그들은 이해해주지 않았다. 단언컨대 그들 신세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는 행복한 사회도, 저출산의 수렁에서 헤어날 길도 없어 보인다. 한편으로 세상이 놀랍게 달라지고 있다. 이 땅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고, 고등고시(사법, 행정, 외무고시)의 여성 합격률이 지난 20년 사이 6%에서 44%로 올랐다. 한류에서 드라마 전성시대를 이끄는 작가도 여성이 주류이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여자에게는 운전면허도 주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대생 진학률이 급증해 세계 최대의 여자대학(Princess Noura University)이 생겼다. 남녀공학이 없고 남학생들은 유학을 가기 때문이라곤 하지만, 여대생이 60%를 차지하게 된 것은 대이변이다. 여덟 살이 되면 검은 천의 아바야를 둘러야 하는 나라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건 과연 무슨 조짐일까. 여성이 남성과 함께 만드는 세상의 모습은 사뭇 희망적이다. 몇 가지 조사결과가 말해준다.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실적이 우수하다. 여성의 경제 참여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높다. 사회적 인프라가 잘돼 있다는 뜻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GDP 상승에서 재원 투입이나 생산성 향상보다 여성 고용 증대가 더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또한 지난 10여년간 여성인력 고용이 중국의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보다 더 크다고 진단한다. 그뿐인가. 양성평등 지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국가 경쟁력과 국민행복 지수가 높다. 심지어 미국의 한 보고서(Marian‘s Project)는 여성과학기술 인력의 수가 미래 경쟁력의 척도가 되리라 예견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이른바 젠더혁신(Gendered Innovations)이다.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과 국립과학재단, 유럽연합이 함께한 이 프로젝트는 의료, 환경 등 20여개 분야에서 젠더 개념, 즉 여성이 빠짐으로써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밝혀내고 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하게 젠더 개념이 도입됨으로써 무엇을 혁신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석 달 전 서울을 초청 방문한 론다 쉬빙거 교수는 그 결론을 ‘여성 숫자를 늘려라, 제도를 바로 잡아라, 지식체계 자체를 바꿔라’로 요약했다. 젠더혁신은 새로운 시각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기술의 가치와 발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새로운 혁신과 창의성에 기반한 미래 생태계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이다. 요컨대 지식의 생산, 응용, 성과 확산에서 남녀의 통합적 시각을 반영함으로써 새로운 물꼬를 터 나간다면, 거기서 창조경제의 신작로(新作路)를 열 수 있을 것이다.
  • ‘집안일 꼴찌’ 한국男, ‘애 보기 꼴찌’ 일본男 (OECD 26개국 조사 )

    ‘집안일 꼴찌’ 한국男, ‘애 보기 꼴찌’ 일본男 (OECD 26개국 조사 )

    “아내 집안일 좀 도와주세요” 한국 남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조사대상 26개국) 중에서 일상의 집안일과 같은 무급노동을 가장 적게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도표가 공개됐다. OECD는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남녀별 무급노동과 여가의 균형을 보여주기 위해 위와 같은 도표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 2011년 공개된 보고서를 토대로 남녀가 하루 동안 육아와 집안일과 같은 무급노동, TV·라디오 시청과 스포츠, 수면과 같은 여가를 어떤 비율로 쓰고 있는지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일본 남성이 7분으로 가장 적었으며 그 뒤를 이어 한국 남성이 10분으로 나타났다. 세탁기를 돌리는 등 일상의 ‘집안일’은 한국 남성이 21분, 일본 남성이 24분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TV나 라디오 시청, 스포츠, 수면과 같은 여가는 남성이 거의 모든 국가에서 여성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OECD는 “남녀 간 격차는 천천히 줄어들고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도표= OECD.org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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