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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대의 증오살인 충격] 잔인·치밀한 범행수법

    희대의 살인극을 저지른 유영철(34)은 연쇄살인을 다룬 엽기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여러 면에서 흡사한 행태를 보였다.유영철은 쓰러진 피해자가 숨을 거두지 않자 둔기를 계속 머리에 내리치기도 했다.IQ 142의 높은 지능을 가진 유영철은 살인 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는 용의주도함,사전 답사로 대상을 찾는 치밀한 살인계획 등으로 강력사건의 베테랑 수사관들마저 경악하게 만들었다.간질병을 앓고 있는 유영철은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리면 스스로 발작을 유도,입에 거품을 무는 등 간질 환자임을 내세워 수사망을 피해가는 등 특유의 교활함을 발휘했다. ●불심검문땐 간질발작으로 모면 유영철은 특히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살해한 11명의 여성들을 암매장하기 전 예리한 흉기로 양손의 지문을 모두 제거했다.수사 중인 인천 월미도 살인방화사건 역시 신원이 드러날 것을 우려,양 손목을 잘라 바다에 버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경찰 관계자는 인천 사건과 관련,“유영철이 ‘살해한 뒤 차에 불을 지른 것까지 좋았지만 차량 번호판을 떼지 못한 것은 지금도 아쉽다.’고 말했다.”고 혀를 찼다. 유영철은 부유층 노인을 살해하면서 미리 현장을 돌아봤다.주로 길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정원이 넓어 외부에서 집안 내부를 볼 수 없는 고소득층 동네의 100평 이상 단독주택을 골랐다.목격자가 나타날 가능성을 봉쇄한 것이다.또 가족들이 주로 외출한 점심시간 직후,오후 시간대를 이용했다.다른 가족이 있으면 함께 살해했다. 혜화동 살인사건은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일부러 곡괭이로 금고 문을 뜯어내려 한 흔적을 남겼다.유영철은 이 과정에서 손에 난 상처로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지자 경찰의 DNA 감식을 우려해 아예 불을 질렀다.구기동 사건에서는 2층에 있던 고모(35)씨를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도 숨을 거두지 않자 계속 가격해 죽음을 확인하는 잔혹함을 보였다. 명예교수 노부부를 집 안방에서 살해한 신사동 사건에서는 집에서 나온 직후 현장에 칼을 남겨둔 사실을 알고 다시 찾아가 잠긴 안방문을 발로 부수고 들어가는 대담성도 보였다.유영철은 조사관에게 “문을 부수는 과정에서 다리털이 바닥에 떨어졌는데 혹시 줍지 않았느냐.그걸 찾았으면 나를 잡았을텐데….”라며 경찰수사의 허점을 조롱하기도 했다. ●추적우려, 성관계 갖지않고 살해 유영철은 추적을 피하려고 훔친 휴대전화를 번갈아 사용,여성들을 자신의 원룸으로 불렀다.정액이 검출될 것을 감안,살해한 여성들과 성관계를 갖지도 않았다.실제 성관계를 가진 여성 2∼3명은 돌려보냈다.또 여성들의 시신을 토막낸 뒤 피비린내를 감추기 위해 검정색 비닐봉지로 5∼10겹 정도 싸서 8∼9차례로 나눠 야산으로 옮겼다.땅에 묻기 전 시신이 빨리 부패하도록 비닐을 벗겨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희대의 증오살인 충격] 사체발굴등 현장

    [희대의 증오살인 충격] 사체발굴등 현장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출장 마사지사들의 시신 유기 장소를 일일이 가리켰다.현장검증은 18일 오전 출장 마사지사의 시신 10구가 매장된 서대문구 봉원동 봉원사 일대에 이어 유영철이 거주하던 원룸에서 이뤄졌다.앞서 경찰은 강남구 신사동과 종로구 혜화동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말 일절 않고 손으로 가리켜 오전 11시20분쯤 서울경찰청 승합차편으로 형사들과 함께 봉원사 인근 암매장 현장에 나타난 유영철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데다 노란색 비옷까지 입고 있었다.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 유영철은 현장검증에서 따로 범행을 재연하지 않았다.대신 봉원사 인근의 반경 20m에 이르는 매장 현장을 손으로 지목하기만 했다.봉원사 입구에서 시작되는 폭 2m 가량의 계곡을 따라 흐르는 작은 개울 부근의 제1현장에서는 잘게 토막난 여성의 시신 7구가 발견됐다.20대 여성의 골반이 드러나면서 손·발 등 끔찍하게 토막난 신체 부위가 잇따라 나왔다.예리한 흉기로 15∼18개 부위별로 잘려 있었기 때문이다.발굴에 나섰던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상당히 많이 잘렸다.”면서 “사람의 관절 수가 몇 개인지를 생각해 보라.”고 밝혀 시신의 훼손 상태가 심각함을 시사했다.이곳의 시신은 살해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패 정도는 심하지 않았다. ●신원확인 어려운 시신 DNA조사 의뢰 계곡 왼편의 제2현장에서는 시신 2구가 나왔다.매장한 지 오래돼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뼈만 남아 있었다.계곡 오른쪽 아카시아숲에서도 토막난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유영철은 시신을 1구씩 다른 곳에 묻었다.빨리 썩게 하기 위해 시신을 담은 비닐봉지는 모두 벗기고 파묻었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신원이 확인된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하고 그렇지 않은 시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조사를 의뢰했다. 봉원사 암매장 현장에서는 현지 주민 100여명이 “저럴 수가…”라며 충격에 휩싸인 채 현장 검증을 지켜봤다.봉원사의 한 스님은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왔지만 이처럼 끔찍한 일…”이라면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화장대·화장품… 여자와 동거 흔적 한편 마포구 노고산동의 4층 건물 2층에 위치한 유영철의 원룸은 자취생활을 하는 여느 직장인의 주거지와 마찬가지였다.침대와 TV,컴퓨터들이 놓여 있었다.화장대와 화장품,인형 등 여성이 동거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경찰은 유영철 체포 직후 지난해 9월 일어난 신사동 숙명여대 명예교수 부부 피살 사건의 현장에 유영철을 데려갔다.실질적인 현장검증에 앞서 수사 차원의 검증이었다. 이 때 유영철은 “초기 현장 조사를 좀 더 철저히 했다면 나를 금방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태연하게 ‘훈계’까지 했다.“부부를 살해한 뒤 실수로 흉기를 안방에 놔둔 채 문을 안으로 잠그고 나와 흉기를 되가져가기 위해 안방문을 수차례 걷어차 다리털이 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라며 ‘조롱섞인’ 진술을 했다.신사동 명예교수 부부 자택에 대한 실질적인 현장 검증은 법원의 증거보존 방침에 따라 하지 못했다. 종로구 혜화동 살인사건 현장에서 유영철은 실제 자신이 범인이 아닌 듯한 진술을 늘어놓아 경찰을 헷갈리게 하기도 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희대의 증오살인 충격] “유전적 간질증세 있지만 정신 또렷”

    [희대의 증오살인 충격] “유전적 간질증세 있지만 정신 또렷”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수사를 맡은 서울경찰청 강대원 기동수사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검거 경위는. -지난 15일 기동수사대(기수대) 형사가 보도방 운영자로부터 마사지 아가씨가 나갔는데 안 들어온 지 보름이 됐다는 실종 신고를 받고 예의 주시하던 중 같은 날 새벽 2시쯤 동일한 보도방 운영자로부터 또다시 실종신고가 와 출동해 4시50분쯤 검거했다. 조사 중 탈출했다는데. -유영철의 뒷모습이 지난해 혜화동 살인사건 용의자와 유사해 추궁했다.그 결과 헤화동과 삼성동 살인사건의 장본인이라고 스스로 말했다.이어 보도방 아가씨까지 살해했다고 진술해 재조사가 시작됐다.이 과정에서 유영철이 간질 증세를 보여 포승과 수갑을 풀어줬다.그런데 잠시 방심한 틈을 타 15일 11시40분께 도주했다.당시 3층에 조사관 12명이 있었지만 계단을 통해 1층 정문으로 도망갔다. 노인을 살해할 때 흉기는. -증거물인 흉기는 유영철이 직접 만들었다.흉기는 어제 피묻은 가방과 함께 유영철의 원룸 인근 쓰레기 장에서 발견했다.흉기에 혈흔도 남아 있다. 유영철의 정신상태는. -유전적으로 간질 증세가 있다.그러나 정신은 또렷하고 본인 말로는 IQ도 140이 넘는다고 한다. 검거 당시 용의자의 반응은. -도주한 유영철을 재검거했을 때 압수한 가방 안에는 수면제 360알이 있었다.인천에 가서 자살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부유층에서 여성으로 바꾼 이유는. -자세한 얘기는 못들었다.전화방으로 만난 한 여자를 좋아했는데 2∼3개월 정도는 거의 동거하다시피 했다.유영철은 전과자인 데다 직업이 없고 간질증세가 있다는 이유로 변절당했다.이후 보도방 여성들을 불러 살해했지만 이것이 직접적인 계기인지는 모르겠다. 암매장 시체는 모두 토막냈나. -그렇다.처음에는 칼과 톱을 사용했지만 이후로는 칼 하나로도 충분히 시체를 절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시신을 절단하면 운반이 용이하고 타인의 눈에도 띄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이 같이 시신을 절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또 발견된 시신 10구에는 모두 지문을 없앴다. 시신 11구의 신원확인은. -9건은 확인했다.1건은 유영철의 진술로 이름만 파악했다.다른 1건은 지문도 없어 DNA조사를 해야 한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中동포 무더기 모발채취 물의

    경찰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찾는다며 중국동포들의 머리카락과 구강세포를 채취,인권침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중국동포 김모(39)씨 살해사건을 수사하면서 “용의자의 DNA가 필요하다.”면서 중국동포들의 머리카락과 구강세포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냈다고 9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5월13일 오전 2시30분쯤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대림동 중국음식점 화장실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최근 현장 주변의 중국동포 남성 164여명의 머리카락을 뽑고,면봉으로 18명의 구강세포 표본을 채취했으며,11명으로부터 담배꽁초도 수거했다. 경찰은 논란이 빚어지자 범행 현장에서 범인이 피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타액이 묻은 담배꽁초가 발견됐고,범인이 중국동포의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피해자의 주변인물 및 관련자들을 상대로 DNA를 얻기 위한 절차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확보,담배꽁초의 DNA와 대조하기 위하여 채취에 앞서 중국동포들에게 확인서 및 동의서를 받았다.”면서 “중국동포들은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협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 국과수로부터 DNA가 일치된다는 회신을 받지 못했다. 경찰이 해명과정에서 공개한 중국동포의 ‘모발채취 확인서’에는 채취 일시·장소·방법·수량을 비롯,피채취자와 채취 확인자까지 기록돼 있다.채취방법은 ‘본인이 직접,채취수량은 ‘모발 20수 이상’이라고 적혀있었다. 경찰의 이같은 저인망식 수사는 사회적 약자인 중국동포을 무작정 용의자로 지목,신체의 일부를 채취하는 고통을 주었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퇴임 앞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최상규 박사

    “35년 동안 정든 실험실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서운합니다.그러나 정말 최선을 다했고 훌륭한 후배들을 길러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든든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최상규(60·생물학과장) 박사는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선구자이자 산 증인이다.특히 지난 91년 국내 처음으로 DNA 감식기법을 수사에 도입한 업적은 높이 평가받는다.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한 것이 이루 헤아릴 수 없다.때문에 수사경찰치고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그런 그가 오는 30일 정년퇴임을 한다. 이력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핵심을 결코 벗어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서울대 생물학과를 나온 그는 69년 가톨릭대 미생물학과를 시작으로 강단에 섰다. 79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스카우트된 그는 국내 법생물학의 1인자이자 선구자적 길을 걸었다.이때만 해도 말이 ‘과학수사’이지 DNA감식기법은 생각조차 못했다. 과학수사 분야를 개척하고자 그는 미 연방수사국(FBI)에서 세차례 연수를 받았고 일본·영국을 수차례 오가며 정보를 얻고 연구에 몰두했다.DNA 감식기법은 85년 영국의 라이체스터대학 유전학 교수인 제프레이 박사가 개발했다.87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성범죄에 DNA 분석기법을 적용,범인에게 22형을 선고한 것이 최초였다.우리나라는 이보다 5년 정도 늦었다. “92년 5월인가 그래요.경기도 의정부에서 서적외판원이 강간한 사건이 생겼습니다.이때 찢어진 신문지조각에 묻은 정액에서 DNA 지문을 검출해 사건을 해결한 것이 국내 최초입니다.” 이후 그는 각종 강력사건은 물론 삼풍백화점 붕괴(95년),괌에서의 항공기 추락(97년),화성 씨랜드 화재(99년),대구지하철 화재(2003년) 등 대형 참사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났다.3년 전에는 문화재관리국 의뢰로 백범 김구 선생의 유전자 정보를 처음 밝혀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전자센터를 설립하는 데 앞장서서 DNA 분석기법의 자동화를 일구어냈다.동시에 많은 종류의 유전자를 신속하게 분석해 과학수사의 차원을 한단계 끌어올린 획기적인 업적이다. “과학수사는 증거 위주의 범죄사실을 엄격히 입증함으로써 법관 및 수사관계자의 합리적·과학적 심증 형성에 결정적인 구실을 합니다.” 그는 직업의 특성상 상당히 훼손된 시신들만 마주해 왔다.산산조각난 시신의 뼛조각을 맞추며 살아온 특별한 인생이다. 현재 추리작가협회 이사이기도 한 그는 지금까지 ‘루미놀’‘유전자’등 여섯권의 저서를 발간했다.또 퇴임식을 앞두고 ‘대한민국 과학수사 파일’이라는 책을 발간(해바라기),3만건의 과학수사비록을 정리했다. “미아찾기 등 범죄해결에 시급한 유전자 자료은행의 설립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퇴임 후 동국대에 신설된 법생물학 강좌를 맡을 예정이다.퇴임식은 30일 오전 10시 연구소에서 열린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미아찾기’ 무덤속으로?

    미아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이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의 DNA를 채취하겠다고 밝혔다. 미아가 된 지 오래된 사람을 추적하겠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사자(死者)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경찰청은 16일 시·도·군청에서 관리 중인 신원불상 변사체의 무덤을 파내 DNA를 채취,장기미아 부모의 DNA와의 대조를 통해 생존여부를 확인키로 했다. 대상은 1986년 이후 발견된 변사체 2913구 가운데 화장·집단매장 변사체를 제외한 단독매장 변사체다.오는 24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이들 시체에서 대퇴골 10㎝를 잘라 DNA를 채취한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이금영 총경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은 생존여부라도 알고 싶어 하지만 신원조회와 지문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신원불상 변사자의 가장 큰 인권 역시 가족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필요하면 무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라도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 등은 그간 논란을 빚어온 경찰의 DNA 채취가 확대된다는 점,시체 보존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간사는 “미아 찾기도 좋지만 법적근거도 없이 무연고자의 무덤을 파헤치는 일은 죽은 이의 ‘시체보존권’이라는 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DNA검사로 15세 소년 10년만에 엄마품에

    “건아.엄마야.엄마가 왔어.엄마 얼굴 몰라보겠니.” 11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1층 미아찾기센터.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강건(15)군에게는 10년 전 헤어진 어머니 김희종(55)씨의 얼굴을 기억하는 게 무리였나보다.다시 찾은 아들을 한번이라도 꼭 보듬어 안아주고 싶은 모정(母情)을 아는지 모르는지,건이는 어색한 듯 연신 얼굴을 돌려대고 손길을 뿌리쳤다. 10년 동안 아들을 홀로 남겨둔 어머니는 마음이 무너지는 듯 안쓰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연신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미안해.엄마가 늦게 왔어.미안해.”라는 말만 되뇌었다. 건이가 5살 때인 1994년 10월.어머니가 정신질환을 치료받기 위해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한 병원에 입원하면서 비극은 발생했다.노원구 상계동 집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아버지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염색체 이상으로 정신지체 증상을 보이는 건이를 맡겠다고 선뜻 나서는 친척이 없어 건이는 이웃 주민들에 의해 서초구 내곡동 시립아동병원으로 보내졌다.아버지는 4년뒤 숨을 거뒀다. 정신질환 치료를 받던 어머니는 2003년 5월 상태가 호전되자 구청과 동사무소 등으로 아들을 백방으로 찾아 나섰다.하지만 쉽지 않았다.가스폭발 당시 동네에 살던 이웃들은 거의 모두 이사를 가 버렸고,‘무연고 아동’으로 신고된 아들의 행적은 찾을 길이 없었다. 1년 동안 손발이 닳도록 아들을 찾아 헤맨 어머니는 우연히 경찰청 미아찾기센터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 8일 경찰청사를 찾았다.어머니는 경찰의 도움을 얻어 경찰 전산망에 입력된 이름과 나이 등 신상 자료를 검색한 끝에 도봉구 쉼터요양원에서 아들로 보이는 ‘소년’을 찾아냈다.그 길로 요양원으로 달려간 어머니는 ‘소년’의 손톱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아들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다.‘소년’은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에 비해 유난히 뭉툭하고 넓었던 건이의 손톱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하지만 어머니의 ‘직감’만으로 법적인 친자식이 될 수는 없었다.경찰은 9일 친자 확인을 위해 어머니의 DNA를 채취,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미아찾기센터의 시설보호아동 DB에 보관중인 건이의 DNA와 대조 작업을 벌였다. 지난 10년보다 더 길고 가슴 졸인 만 하루가 흐른 뒤 어머니는 비로소 아들을 되찾았다.“이제 다시는 아들을 놓지 않을 겁니다.”어머니는 뿌연 눈길로 아들의 온몸을 어루만졌다. 지난 달 27일 문을 연 경찰청 미아찾기센터는 전국 보호시설의 무연고아동 및 정신지체장애인 8815명과 자녀가 실종된 부모 109명의 DNA를 보관하고 있다.건이와 어머니의 상봉은 센터 개소 이후 첫 케이스다.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전국적인 시설보호아동 DB가 좀더 빨리 갖춰졌다면,모자 상봉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건강칼럼] 태양을 피하는 법

    가슴에 와닿는 한 남자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실연의 슬픔을 못이겨 우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싶다는 내용이다.절절한 음성에 묻어나는 실연의 고통이 공감되기도 하지만,문득 태양을 피해야 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음을 생각한다. 피부질환의 대부분이 자외선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하면,이를 차단하는 법을 제대로 아는 것은 여름철 자외선의 무차별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자외선은 주로 UVA,UVB,UVC의 3가지 형태로 존재하는데,우리 피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UVA와 UVB이다.UVA는 종일 거의 일정량 방출되며,흐리거나 겨울에도 방출된다.UVA는 진피의 탄력섬유와 교원섬유를 변화시켜 피부노화를 유발한다.UVB는 피부내 DNA와 결체조직에 손상을 초래,노화와 피부암의 원인이 된다. 그런 자외선이지만 차단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외출 때 모자나 양산을 이용하거나 면소재의 짙은 색 옷을 입으면 SPF30이상의 차단제를 사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식품 중의 비타민C와 A는 피부노화를 방지하며,효과는 비타민제도 비슷하다. 자외선은 흙보다 모래,눈,얼음에서 반사가 잘되는데,가장 믿음직한 방법은 자외선 차단제.차단제에 표시된 SPF는 자외선 B를 차단하는 효과,PA는 자외선 A를 차단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에서 ‘+++’까지 3단계로 구분돼 있다.차단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최소 30분 전에 충분한 양을 발라 피부 표면에 균일하게 흡착되도록 한다.보통 바르는 양은 권장량의 20%에 불과하다.차단지수가 다른 제품을 함께 쓰면 효과가 좋다고 아는 사람이 있는데,둘 중 더 높은 지수의 효과만을 낼 뿐이다. 자외선을 막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만,어느 것도 완전하지는 않다.자외선이 강한 오전 10∼오후 3시 사이에는 가능한 외출을 삼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 좋은 계절에 정말 그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 “화학물 이용복제 돌연변이 유발” 칠레과학계, 황우석 교수에 경고

    |멕시코시티 연합|칠레대학 생명과학 연구진이 서울대 수의과대 황우석(黃禹錫) 교수 연구팀에 대해 특정 화학물을 이용한 복제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유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일 AFP통신과 칠레 언론에 따르면 칠레 과학자 루비 발디비아 연구원과 일본인 과학자인 가토 모토에 교수는 이날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DMAP(디메틸아미노푸린)를 이용해 대학 연구소에서 복제된 박테리아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같이 경고했다.발디비아 연구원은 “이 화학물(6-DMAP)이 인간 실험에 이용될 경우 위험성이 다분하고 또한 돌연변이 유발 효과를 갖고 있어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칠레 과학자들은 복제된 세포에서 DNA를 자극하기 위해 이용되는 6-DMAP가 인간배아를 이용한 실험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발디비아 연구원은 “연구 결과 이 화학물을 이용한 복제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유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특히 칠레 과학자들에 따르면 한국의 황 교수 연구실에서 포유동물 복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6-DMAP를 이용하고 있으며,그동안 황 교수 연구팀은 돼지·고양이·양·소 등을 복제해 왔다.앞서 지난 2월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황 교수 연구팀이 사람의 난자를 이용해 복제배아와 이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6-DMAP를 이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 “한국인 기원은 中한족”

    한국인의 기원은 중국일까,몽골일까. 한국인은 ‘중국 중북부 농경민족’에서 비롯됐으며 중국 한족 및 일본인과 유전적 연관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이는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몽골인과 매우 가까운 반면 중국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주요 학설로 통용되던 북방(몽골) 단일기원설도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단국대 생물학과 김욱 교수는 혈연관계가 없는 한국인 185명을 대상으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DNA) 변이’를 분석한 결과,한국인은 동아시아 남·북방 민족의 유전자가 혼재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발표했다. 특히 한국인은 그동안 유사민족이라고 알려졌던 몽골인들보다 중국 한족 및 일본인과 더 가까운 유전적 특성을 보였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유전적으로 가깝게 나타난 것은 2300여년 전 일본 열도에 정착한 야요이(Yayoi) 민족이 한반도에서 이주했음을 보여주는 유전학적 증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안미현기자 hyun@˝
  • 베토벤의 머리카락/러셀 마틴 지음

    히틀러는 베토벤의 음악을 게르만 민족정신의 가장 고귀한 표현이라고 찬양했다.자신의 생일 축하 연주곡도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이었다.그런가 하면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의 세번 짧고 한번 긴 박자(단단단 다…)는 2차대전 당시 연합군에선 승리의 상징으로 사용했다.모스부호의 ‘V’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베토벤을 숭배한 인물은 한 둘이 아니다.클림트 등 빈 분리파를 비롯해 리스트,괴테,베를리오즈,멘델스존 등은 모두 베토벤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미국의 논픽션 작가 러셀 마틴이 쓴 ‘베토벤의 머리카락’(문명식 옮김,지호 펴냄)은 베토벤이란 이름이 단지 위대한 음악가 이상의 의미를 지님을 하나의 극적인 사건을 통해 보여준다.바로 베토벤 머리카락 경매다. 베토벤이 죽은 다음 날,친구인 후멜은 열 다섯살 된 제자 힐러를 데리고 그를 찾았다.관 속의 베토벤은 유언에 따라 귀의 연골이 적출되고,사람들이 여기저기 잘라가 머리 부분이 움푹 패여 있었다.소년 힐러는 스승에게 눈짓으로 물었다.“가져도 될까요?” 스승의 허락을 받은 힐러는 몰래 한 뭉치의 머리카락을 잘라냈다.이 머리카락은 유리 로켓에 담겨져 세상을 떠돌다 1994년 마침내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나오게 된다.200년 전 베토벤의 주검에서 한 소년이 잘라낸 이 머리카락은 결국 두 명의 미국인 베토벤 마니아에게 7300 달러에 팔렸다. 베토벤의 머리카락은 베토벤이 시달린 수많은 질병과 청각장애,죽음의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한 검사에 이용됐다.DNA검사 결과 베토벤의 머리카락에선 건강한 사람의 머리카락에 있는 것보다 100배나 많은 납이 검출됐다.언론은 베토벤의 납중독 사망설을 대서특필했다.그러나 당시 성병치료 연고제로 쓰이던 수은은 별로 발견되지 않아 베토벤이 매독에 시달렸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다. 책은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통해 베토벤의 마지막 순간들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준다.베토벤의 죽음에 관해선 그의 사후 진단기록과 해부소견서가 불타 없어지면서 여러가지 억측이 나돌았다.1만3000원. 김종면기자˝
  • 실종자가족 ‘슬픈 5월’

    실종자 가족은 가정의 달 5월이 더 서럽다.지난해 미아와 성인 가출자는 모두 6만3834명.이 가운데 2만7290명의 행방과 생사가 묘연하다.또 올들어 3월 현재 미아는 799명,가출인은 1만5978명으로 집계됐다.해마다 6만명을 웃도는 실종자가 발생하는 추세다. 특히 올들어 부천 초등학생 2명과 포천 여중생 실종 살인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경찰은 부랴부랴 DNA를 이용한 미아찾기 작업에 착수했다.또 실종 사건을 해결하고자 실종자 가족·관련 NGO 등과 함께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80대 이내철씨 가족 “아부지,나 그냥 죽게 놔 둬.아부지 어딨는지도 모르는데 살아서 뭐해.” 이순호(50·여·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2동)씨는 2일 새벽 한참을 허우적거리다 눈물범벅이 된 채로 깨어났다.꿈에서 아버지는 죽어버리겠다는 순호씨 앞을 막아서고 아무 말 없이 한참을 바라보다 희미하게 사라져 버렸다. 순호씨의 아버지 이내철(82)씨가 실종된 것은 지난 1월10일.여느때처럼 점심을 먹고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는데 그 길로 돌아오지 않았다.아버지가 지난해 12월부터 치매증상을 보였지만 심하지 않았기에 순호씨는 늘 다니던 길을 잃어버렸을 리 없다고 생각하며 근처 파출소를 뒤졌다.하지만 그날 이후 아버지 행방은 묘연했다. 지하철 역과 서울·경기도 일대 경찰서 60여곳에 전단을 보내고 전국의 부랑인 시설을 찾아보았지만 아버지는 없었다.혹시라도 연락이 올 때 통화중일까 봐 친척들에게 전화도 못하게 했지만 끝내 소식은 없었다. 고향인 충남 서산에서 평생 농사를 지은 아버지를 고집을 피워 5년 전부터 모셨다는 순호씨는 “시골에서 올라와 답답증을 느끼는지 자주 산책을 나가시곤 했다.”면서 “차라리 문을 잠그고 못 나가시게 할 걸 그랬다.”고 가슴을 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를 당한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신분증이 든 지갑도 갖고 나가지 않아 더 불안하다는 순호씨는 “아버지 손은 여든 평생 쟁기질로 지문이 다 닳아 없어져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울먹였다.그는 “변을 당하셨다면 시신이라도 수습해 선산에 모셔야 할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남편 김수환(53)씨와 함께 세탁소를 하는 순호씨는 오는 8일 어버이날에 아버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연락처는 (031)745-2149 또는 (02)712-9763(노인복지시설협회). ■ 4세 김대현군 가족 “벌써 봄도 다 가는데,병아리 같이 쫑쫑거리던 내 새끼는 어디에 있나.” 김철동(32·공구상·경기 용인시 기흥읍)씨는 2일에도 가게에 앉아 문밖만 내다봤다.바로 그 자리에서 지난해 9월5일 아들 대현(당시 3세)이가 거짓말같이 사라진 것.친구 아이와 함께 놀던 대현이는 김씨가 눈을 뗀 지 10분도 안돼 없어졌다.함께 놀던 아이만 15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두살배기를 붙잡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 보았지만 소용이 있었겠습니까.”김씨는 석달 동안 가게 문을 닫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국의 유아보호시설을 뒤지고 다녔다.수십차례 걸려온 허위 제보전화에 마음의 상처는 깊어만 갔다. 김씨는 한 달에 한 번 서울 청량리에서 열리는 전국실종자모임에 참석한다.서로 감싸안고 대안도 얘기하지만 아이를 찾았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어린이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뉴스만 들리면 8개월째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얼마전 전남 순천에서 어린이 익사체가 발견됐을 때는 사진을 보고서도 혹시나 해서 신원이 확인될 때까지 마음 졸였다.길거리에서 어린아이가 구걸하는 모습을 보면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김씨는 “차라리 좋은 사람 손에서 잘 크고 있으면 언젠가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을 텐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자책감에 울다 까무라치고 다시 통곡하며 점점 시들어가는 부인 박민정(26)씨의 모습이 안타까워 대현이의 장난감은 모두 상자에 담아 치웠다.하지만 그는 지난해 어린이날 놀이동산에 갔다가 찍은,맑은 표정의 대현이 사진을 지갑에 갖고 다닌다.김씨는 “몇개월 사이 키가 커서 옛날 옷은 맞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실종되기 얼마전 사준 곰돌이 목걸이에 주소와 전화번호를 새기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연락처는 017-209-4435 또는 02-182(미아찾기센터). 성남·용인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美, 70년대말 對北 핵대응 검토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이 카터 행정부 시절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하는 것과 동시에 북한의 침공시 전술 핵무기로 대응한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기밀 해제된 국방부 문건 ‘DNA 4570F-1,2’에 따르면 당시 미 국방핵전략국(DNA)은 비무장지대를 넘어 한국을 공격하는 북한의 기갑사단에 공중에서 폭발하는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 방침에 따라 미 육군 및 예하 정보분석그룹(IAG)과 합참부의장 소속의 핵 계획·정책본부가 관련 자료를 제공하며 타당성 조사에 참여했고 ‘과학응용’이라는 민간연구소가 1978년 ‘북한군의 취약성’이라는 제목의 최종 보고서를 마련해 국방부에 제출했다. ‘정보자유법안’에 따라 지난달 노털리스 연구소가 입수한 이 보고서는 ‘전술 핵무기에 대한 북한군의 취약성 평가’와 ‘한국에서의 (전쟁)시나리오와 공격대상’이라는 2개로 나눠졌으며 북한의 침공에는 전술 핵무기로 공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보고서는 전술 핵무기의 사용시 북한군에 미치는 요인과 북한군의 공격 능력을 파악하고 당시 소련의 핵 대응수준도 간접적으로 알아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의 기갑사단이 군사 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15㎞에 이르거나 또는 그 이전에 공격할 것을 제안,초기 대응을 강조했다.이는 서울에서 20㎞도 떨어지지 않은 지역이다. 미국의 첫 핵 원자력 잠수함 이름을 딴 노털리스 연구소는 북한이 미국의 핵 공격에 큰 위협을 받아 오늘날까지 스스로 핵 무기를 지녀야 한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과 한국 정부는 한반도의 전술 핵무기 배치와 관련,‘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정책(NCND)으로 일관했으나 이번에 드러난 문건을 통해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가 실전배치됐다는 사실이 처음 입증된 셈이다. 워싱턴의 군사소식통은 1990년대 초반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는 북한군의 침공시 전술 핵무기로 대응한다는 방침이 전혀 거론되지 않았으며 과거에 그런 계획이 있었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고 밝혔다. mip@˝
  • 세계적 ‘대사건’ 일으킨 서정선 서울대 교수

    “여성동성애자도 아이를 낳을 수 있겠죠(웃음).이제는 세계가 한국의 생명공학 수준을 인정해주는 추세입니다.한편으론 ‘아빠없는 쥐’가 동양에서 탄생한 것에 대해 서양에서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일본의 도쿄대 고노 도모히로 교수팀과 공동으로 연구해 또 한번 세계적인 ‘대사건’을 일으킨 서정선(서울대 의대교수·52) 마크로젠 회장.그는 이번 연구결과가 세계적 권위의 과학잡지 ‘네이처’에 실리는 과정에서 이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했다. 서 교수는 “원래 ‘네이처’의 아티클 부분(길게 쓴 논문란)에 게재하려고 했으나 결국 짧은 논문란에 게재됐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례적으로 별도의 해설 페이지를 할애해 연구결과의 중요성을 나름대로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환상의 콤비’인 서·고노 교수는 지난 99년에 처음 만났다.고노 교수 밑에서 공부하던 한국인 학생(현재 마크로젠의 마우스사업부장 권오영 박사)이 서 교수의 제자가 되면서 인연이 맺어졌다. 서 교수는 “고노 교수를 만나 보니 성격이 아주 부드럽고 특히 미국에서 한번도 공부한 적이 없이 나름대로의 연구방법을 지니고 있어 무척 호감이 갔다.”고 첫 인상을 떠올렸다.그는 또 “부드러운 성격과는 달리 연구할 때 만큼은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과감성을 갖춘 존경할 만한 학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99년말부터 고노 교수팀과 공동으로 본격적인 유전자 분석·연구에 들어갔다.1년여 만인 2001년 1월 도쿄대 실험실에서 서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실험용 생쥐 2마리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국경을 뛰어넘은 ‘서-고노’ 교수의 첫 작품이었다. ‘마우스 프로젝트’는 계속됐다.‘마우스복제’의 국제 특허까지 낸 이들은 곧바로 ‘아빠 없는 마우스’ 연구에 돌입했다.연구 도중 비행기를 타고 서울과 도쿄를 수십 차례 오고 갔다.고노 교수팀은 수정난 위주로,서 교수팀은 DNA칩을 이용한 유전자들의 움직임과 변화과정을 맡았다.예를 들어 1만 1000여개의 반도체칩을 가지고 임신초기부터 유전자 발현과정을 상세히 모니터링하면서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이같은 1년반 만의 연구 노력끝에 ‘네이처’의 까다로운 입증단계까지 거쳐 쾌거를 이룩했던 것이다. “임산부의 조산 원인도 밝힐 수가 있게 됩니다.과거에는 유전자의 서열과 발생초기의 부분(하드웨어)을 다뤄 왔다면 앞으로는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핵심유전자의 움직임(소프트웨어)을 연구해야 합니다.” 서 교수는 “사람은 각자 부계(male)와 모계(female)에서 받는 한쌍의 유전자 중 유전적 각인(genomic imprinting)과정을 거쳐 어느 한쪽의 유전자는 선택이 되고 다른 한쪽은 죽게 된다.”면서 “바로 이같은 ‘각인’과정을 연구하는 것이 미래의 일”이라고 강조했다.따라서 암·당뇨·고혈압 등이 없는 무병장수의 인류 숙제는 유전자의 소프트웨어 부분을 어떻게 잘 연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아빠없는 사람’도 가능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머지않은 장래에 동정녀 마리아를 믿게 되고 또 남자가 필요없는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미국 유학시절 익힌 태극권을 지금도 즐긴다는 그는 ‘최대한 머리를 비우고 다리를 피곤하게 하라.’를 건강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아빠 없는 쥐’ 탄생

    |도쿄 이춘규특파원·서울 김효섭기자|한국과 일본의 과학자들이 정자의 수정없이 난자의 조작만을 통해 ‘아버지 없는 쥐’를 탄생시키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22일 일본 언론들의 보도와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서정선 교수에 따르면 서 교수팀이 이끄는 바이오 벤처기업 마크로젠은 일본 도쿄농대의 고노 도모히로 교수의 연구진과 함께 수컷 정자의 관여없이 암컷의 난자만으로 포유류 2세를 탄생시키는 이른바 단위생식(單爲生殖·처녀생식)에 성공했다. 서정선 교수는 이와 관련,“지금까지 난자나 정자만의 반성생식은 안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는데 이번에 이 정설을 깬 것이다.”고 말했다. 이 연구내용은 22일 영국의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됐다.암수가 수정을 하지 않고도 생식을 할 수 있는 단위생식은 벌,진딧물,물벼룩 등 곤충이나 일부 어류에서 관찰되지만,이보다 상위동물인 포유류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왔다.그러나 이번 실험 성공 결과들은 인간에게 응용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어 생명윤리 논란도 예상된다. 서 교수는 “앞으로 연구를 통해 아버지와 어머니의 DNA가 생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확인해 초기 생명 발생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조산이나 유전에 의한 질병 등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마크로젠에서 만든 DNA칩을 이번 연구에 사용했다.”면서 “이 칩을 사용한 연구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네이처지에 실릴 정도로 국내 바이오 산업이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자평했다. 이번 연구팀은 추후 난자로 자라게 되는 실험용 쥐의 미성숙 난자 모세포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정자와 매우 유사한 구조로 변형시킴으로써 실험에 성공을 거뒀다. 이들은 변형된 난자의 핵을 다른 쥐의 난자에 정자의 대역으로 이식,화학물질을 통해 자극을 가하는 방법으로 수정란을 분열시켰다.수정란 분열을 통해 탄생한 371개의 배아를 모태로 되돌려 최종적으로 2마리의 새끼 쥐가 정상적으로 태어났다. 특히 이런 과정을 통해 아버지없이 태어난 2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15개월째인 지금까지 건강하게 자라 12마리의 새끼까지 낳았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의 성공이 생명 탄생의 해명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노 교수는 생명윤리 논란 우려와 관련,“포유류의 발생에 왜 암컷과 수컷의 존재가 필수적인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실험을 시작했다.”며 “실험용 쥐에서의 실험 방법을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taein@ ˝
  • 올 한국 대표쌀 “나요 나”

    ‘안성마춤 쌀의 2연패 달성이냐,새 브랜드 쌀의 신인왕 등극이냐.’ 올해 우리나라 최고의 쌀을 선발하는 ‘브랜드 쌀 품질평가’가 12일부터 오는 11월 중순까지 8개월동안 4단계에 걸쳐 맛과 품질을 겨루는 대장정에 돌입한다. 농림부와 10개 소비자단체 등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품질평가에는 전국 45개 시도와 16개 협의체에 등록된 1200여개 브랜드중 61개 대표 쌀이 예선을 통과했다. 역대 ‘명문 고장’ 경기도는 지난해 우승한 안성마춤 쌀을 앞세워 ‘김포 금쌀’등 5점이 본선 무대에 섰다. 지난해 무려 4점을 10위권에 올려놓은 ‘전통의 강호’ 전남도 ‘동강드림생미’ 등 8점이 경합에 나섰다.강원도는 ‘철원오대 오리쌀’ 등 2점이 본선에 나섰으나 예선에서 지난해 본선 출품작 3점이 동반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부산도 지난해 준우승을 한 ‘5℃ 이온쌀’이 예선에서 미끄러지는 이변 속에 ‘가락황금 쌀’을 유일한 대표로 내세웠다.대전과 울산은 참가 브랜드가 모두 탈락했다.새로 등장한 대한곡물협회의 ‘새만금 쌀’과 경북의 ‘대장금’도 선전이 기대된다. 1차 평가는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61개 브랜드 쌀알의 모양,색깔,향기,수분정도,거칠기 등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 모양이 훼손되지 않고 매끄러우며 향이 좋은 완전미(完全米)가 높은 점수를 받는다.2차 평가는 식품개발연구원에서 밥알에 대해 평가한다. 쫄깃쫄깃하고 끈기가 많으며,밥냄새가 구수하면서 윤기가 흐르면 좋다. 여기서 상위 12개 브랜드를 골라 결선에 올린다.3차 평가는 농촌진흥청에서 DNA(핵산지문) 분석을 통해 품종의 순수성 등을 가린다.4차 평가에서 주부 80명이 밥맛에 대한 만족도를 채점한 뒤 최고 영예의 1등을 탄생시킨다. 김경운기자 kkwoon@˝
  • 임선희교수팀, 19번 염색체 염기서열 규명

    국내 연구진이 스스로 개발한 염색체 분석법으로 알츠하이머병·당뇨병 등 인간질병과 관련된 유전자가 밀집돼 있는 ‘인간 19번 염색체의 염기서열’을 밝혀내 각종 난치병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동아대는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임선희(41) 교수팀이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4월호에 ‘인간의 19번 염색체의 염기서열 규명’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고 8일 밝혔다. 인간의 염색체 24개 가운데 염기서열이 규명된 것은 8개에 불과한 데다 임 교수의 논문은 인간게놈 프로젝트 최초로 원형의 DNA 클론을 효모로부터 분리해 19번 염색체의 염기서열을 가장 완벽하게 밝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학교측은 설명했다. 임 교수는 대장균을 이용한 기존의 박테리아 인공염색체 분석방법 대신 효모를 이용한 새로운 기법(TAR)으로 염색체 내의 유전정보를 연결해 주는 4개의 고리(갭) 내부의 유전자를 분석해 연구를 완결시켰다.4개의 갭에서는 언어능력과 관련된 SCK1 유전자의 존재가 최초로 확인됐으며,친자확인때 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전자 등이 잇따라 발견됐다. 임 교수는 이밖에도 효모를 이용한 새로운 염기서열 분석법을 관련 학술지인 ‘게놈 리서치’와 ‘뉴크레이크 에시드 리서치’에 발표했으며,지난 2002년에는 인간의 5번째 염색체에서 인간 수명을 결정하는 hTERT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분리하기도 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미아찾기’ 유전자DB 착수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켰던 유전자(DNA) 활용 미아찾기 사업이 마침내 시행된다.경찰청은 오는 21일부터 한달 동안 어린이 찾아주기 종합센터에서 명단을 관리하고 있는 무연고 아동 9300명과 자녀를 찾으려는 부모 730명 등 모두 1만 30명의 구강세포를 채취,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지난 2월23일 경찰이 미아·실종자를 찾기 위해 유전자 DB를 구축하겠다고 밝히자 미아·실종자 가족·단체에서는 적극 환영했지만,시민·인권단체들은 DB가 악용된다면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경찰청 관계자는 “시민·인권단체들과 3차례 간담회를 갖는 등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고 단체들이 지적한 내용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면서 “추가로 DNA 자료 등록을 원하는 부모는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신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시료 채취를 신중하게 하기 위해 경찰관과 미아가족,사회복지사,NGO 대표 등으로 구성된 합동 시료채취반을 편성하고,오는 19일 경찰관에게 시료채취 방법을 교육한 뒤 20일 무연고 아동 보호기관 대표 등을 상대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장택동기자 taecks@˝
  • ‘경기 한우’ 인증합니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소비자가 송아지 생산에서 쇠고기 유통까지 전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한우 생산이력제’를 실시한다고 25일 밝혔다. 한우 생산이력제(일명 한우고기 실명제)란 매장에서 판매되는 쇠고기에 부착된 바코드를 읽을 경우 해당 소와 관련된 각종 자료가 컴퓨터 화면에 출력되게 하는 시스템이다. 컴퓨터 자료에는 송아지가 태어난 장소와 일시,생산자 사진,혈통은 물론 사육시 먹인 사료,생체 단층촬영 사진,DNA 유전자 구조 등이 포함돼 있다. 도는 이 제도를 올해 안성마춤 한우와 양평개군 한우,이천맛드림 한우,양주골 한우 등 4개 명품브랜드 한우를 대상으로 시범실시한 뒤 점차 도내 전 한우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덕영 도 농정국장은 “쇠고기 생산이력제가 정착되면 수입육을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행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소비자들이 도내에서 생산되는 한우고기를 믿고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나주봉 회장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나주봉 회장

    서울 청량리역에 가면 그가 있다.청량리역을 ‘아이를 찾는 사람들의 메카’로 불리게 한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 나주봉(羅周鳳·49)씨.그의 사무실은 3평짜리 컨테이너 박스였다. 26일로 예정된 ‘개구리 소년’들의 장례식을 준비하느라 며칠째 대구에서 온 아버지들과 함께 찜질방에서 지냈다는 그는 핼쓱했지만 표정이 밝았다.“최근 경찰이 나서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장기 미아를 찾기 시작했고,곧 DNA검사가 실시되면 우리 회원들 380명 중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요즘엔 밥 안 먹어도 배불러요.행복해요.” ●미아찾기 DNA 활용 소식에 큰 기대 최근 경찰청에 미아·가출인 수사전담팀이 구성됐고,전국 지방경찰청에서 장기 미아에 대해서 전면 재수사가 시작됐다.인권침해를 우려한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닥쳤던 DNA 검사 문제도 해결돼 앞으로 미아 찾기는 한결 쉬워질 것이라 한다.“사실 인권침해를 우려해 DNA 검사를 반대하시던 사회단체 분들에게 제가 큰소리쳤어요.부모 잃은 아이들의 인권과 아이 잃은 부모의 인권은 왜 생각하지 않느냐고요.저희들은 DNA 검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거든요.” 선뜻 ‘저희들’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는 아이를 잃은 피해 부모는 아니다.그래서 미아찾기에만 매달리는 그를 보면 이상해 보이기도 한다.그래서 ‘혹시 큰 돈이 생기는 것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고,아직도 가까운 이들은 만류한다.그때마다 그는 “누구든 단 10분만 아이 잃은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나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미아 찾기는 그에게 우연히 다가왔다.각설이 복장으로 공연을 하면서 전국을 떠돌며 테이프를 팔던 그는 91년,인천 월미도에서 판을 벌였다.그때 ‘개구리 소년’ 아버지들이 전단지를 나눠주는 모습을 보게 됐다.“내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나눠주면 아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우리 아들이 세살 때라 부모 마음이 쉽게 이해가 됐고…” 그날,전단지 500장을 받아서 나눠주기 시작할 때만 해도 이것이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은 그 자신도 몰랐다.그러나 이틀만에 전단지가 동이 나자 직접 전단지 20만장을 맞춰 나눠주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의 본업은 뒷전으로 밀렸다.결국 아이 찾기가 그의 본업이 되고 말았다.하긴 1.4t짜리 트럭 양 옆을 ‘개구리 소년을 찾아줍시다’라는 간판으로 뒤덮다보니 그를 테이프 장사라고 봐주는 사람도 없었다. 전국의 시·군을 2∼3번씩은 방문할 만큼 전국을 돌아다니며 ‘개구리 소년’들을 찾아다녔던 그는 결국 차가 낡아 폐차하게 된 뒤 청량리에서 군밤장사를 시작했다.물론 그때도 부모 잃은 아이들의 사진을 리어카 주변에 둘러쳤다. 자연히 그의 돈벌이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대신 부인 김선년(37)씨가 5000원짜리 남방과 1만원짜리 티셔츠를 팔아서 두 아들을 키운다. ●전국 떠돌며 ‘개구리소년’ 전단지 배포 그러나 그는 후회가 없단다.‘개구리 소년’들이 살아서 돌아오지는 못한 것이 여전히 아픔으로 남아 있지만 그래도 이젠 아이들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종식이 아버지가 세상 떠난 후 1년만에 아이들을 찾았어요.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낸 것이 종식이 아버지라고 생각해요.그 형님 산소에 가서 ‘고맙수,형.수고했소.’라고 인사하고 왔어요.” 그의 말을 듣다보면 그가 소년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란 사실이 오히려 이상해졌다.그는 “배고파 본 사람이라야 남의 배고픔을 안다.”는 말로 설명했다. 가난한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났던 그는 9살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6살,4살난 동생을 돌보느라 초등학교 2학년에 학교를 그만뒀다.어릴 때부터 한 끼를 위해 일했던 그는 참으로 어려운 10대를 보냈다.그때 그는 시골에서 잔치라도 있으면 치마폭에 떡을 싸서 아이들에게 갖다주는 어머니들을 가장 부러워했다.그렇게 가족이 그리웠다. ●어린시절 가난이 남의 아픔 이해하는 약 “너무 오랫동안 영양실조라서 그랬는지 어느 날 각혈을 했어요.당시만 해도 결핵이란 난치병이었기 때문에 몇년 씩 한솥밥을 먹었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죠.그때 죽을 결심을 몇 번이나 했고… ” 그후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병을 이겨냈고,또 참한 색시를 만나 가정을 어렵게 이뤘기 때문에 그는 남의 슬픔이나 고통을 누구보다 쉽게 이해한단다.“저는 배운 게 없어서 잘 모릅니다.그렇지만 아이잃은 부모가 그리 많고,또 해마다 300명의 아이들이 부모를 잃는 이 가슴 아픈 사연은 버려둘 수 없었어요.더욱이 아이를 잃으면,대개의 가정이 깨어집니다.아이를 찾아 돌아다니느라 직장 잃지요,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기니 서로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결국 이혼으로 치닫는 등 정상적인 가정으로 회복되기란 거의 불가능해요.” 그는 젊은 부부일수록 아이를 잃으면 부부가 더 빨리 헤어지고 만다고 아쉬움을 표했다.그는 아이 잃은 부모들이 오면 전단지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뿐아니라 부모들의 손을 마주 잡고,가슴시린 사연도 들어주며 위로한다.그렇게 그동안 찾아준 아이가 36명이다. 헤어지면서 나 회장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였다.“남의 아이가 너무 예뻐서 데리고 가서 키운 분 등 불법 양육자들은 자수하세요.3월 한달간은 자수해도 죄를 묻지 않는답니다.아이를 잃고 헤매는 저희 부모들과 아이를 위해서 부탁합니다.”(02)963-1256 허남주기자 h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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