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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생생리포트]‘노동시간 축소’ vs ‘가짜뉴스 양산’ AI 로봇기자 두고 논란

    [특파원 생생리포트]‘노동시간 축소’ vs ‘가짜뉴스 양산’ AI 로봇기자 두고 논란

    스포츠 기사에서 정치 기사까지 활용 확대AP “로봇기자로 노동시간 20% 단축”오픈AI “감쪽같은 가짜 뉴스 생산에 폐기 처분”미국 언론계에서 인공지능(AI) 기자의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다. 특히 2020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이 ‘가짜 뉴스’ 등 여론조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로봇 기자(Robot Reporter)의 역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 미 언론사가 AI로 무장한 로봇기자의 취재 영역을 확대하면서 윤리 논쟁이 일고 있다”면서 “일각에서는 가짜 뉴스 생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WP는 2016년 브라질 리우 하계 올림픽 당시에 자체 개발한 로봇 기자인 ‘헬리오그래프’(Heliograf)를 이용해 300건 가량의 기사를 작성했다. 헬리오그래프는 스포츠 담당 기자로 출발했으나 최근 미국의 연방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선거까지 취재 영역을 넓혔다. 2016년에 헬리오그래프가 작성한 약 500건의 기사 클릭 건수는 5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헬리오그래프는 스포츠 기사와 정치 기사뿐 아니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주요 스포츠 경기 결과 등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AP 통신과 USA 투데이 등도 로봇기자가 활약하고 있다. AP는 미국 주요 기업의 분기별 영업 실적 발표 기사를 로봇 기자에게 맡기고 있다. AP는 그 결과 이 분야 기사 작성에 투입했던 기자의 노동 시간을 20%가량 줄였다고 밝혔다. USA 투데이도 인터넷판 기사에 맞물려 있는 비디오 제작과 기사 읽어주기 기능을 로봇 기자에게 맡겼다. 로봇 기자의 활동 영역이 커지면서 ‘가짜 뉴스’ 생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시사 매체 ‘더 위크’는 최근에 WP에 게재된 고등학교 풋볼 경기 기사 2건을 소개했다. 하나는 2016년 9월에 ‘인간 기자’가 쓴 것이고, 또 하나는 로봇기자가 2017년 9월 작성한 같은 풋볼 경기 소식이었다. 두 기사에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결국, 이는 로봇기자가 어느 때든 가짜 뉴스를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지난 2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립자가 지원하는 비영리 AI 연구기업 ‘오픈AI’는 이들이 개발한 ‘작문 AI’를 공개하지 않고 폐기하기로 했다. 이는 진짜 뉴스와 구별하기 어려운 감쪽같은 가짜 뉴스를 양산하거나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글을 올리는 등 악용될 가능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대신 오픈AI는 다른 연구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논문과 사양이 낮은 AI 모델을 공개하기로 했다. 미국의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로봇 기자에게 시간과 장소, 주제만 정해준다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 진짜와 비슷한 ‘가짜 뉴스’를 언제든 만들어 낼 수 있다”면서 “앞으로 AI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윤리’ 논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4회] 임종헌 지시로 ‘강제징용 재판’ 시나리오 쓴 판사… “적절한가” 고민 담은 보고서 속 흔적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4회] 임종헌 지시로 ‘강제징용 재판’ 시나리오 쓴 판사… “적절한가” 고민 담은 보고서 속 흔적들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기관으로 실체적 판단에는 관여할 수 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사건 재상고심을 청와대·정부와 ‘거래‘를 한 정황으로 지목된 문건을 작성한 심의관이 보고서에 포함시킨 문구다. 당시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에 따르면서도 일부 상황들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보고서에 소극적이고 우회적으로나마 자신의 생각을 남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10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3회 공판기일에서는 정식 재판이 시작된 지 44일 만에 첫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핵심 증인으로 꼽힌 정다주·박상언·김민수·시진국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현직 부장판사)들이 모두 재판 일정 등을 이유로 불출석하면서 이 재판의 첫 증인은 행정처 사법정책지원실 심의관이었던 박찬익 전 부장판사(현 변호사)가 됐다. 박 전 심의관은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사법정책심의관으로 일하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재판 관련 보고서들을 작성했다. 대부분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앞서 4월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도 그렇게 진술했다. 그런데 이날 재판에서는 박 전 심의관이 스스로 판단해 몇몇 보고서에 있던 문구를 빼거나 새로운 문구를 추가한 정황들이 확인됐다. ●“외교부 오해할까봐”… ‘재판 독립’ 우회적 강조 2013년 9월 30일자 ‘강제동원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대외비)’. 이 문건을 작성하기 전 임 전 차장은 그보다 일주일 전인 9월 23일 ‘일제 강제징용사건 판결 요약 검토’ 보고서를 쓴 박 전 심의관에게 추가적인 사항에 대해 다시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외교부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 대법원 결론이 외교적 문제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면 우리가 질 거라고 한다”, “심리불속행으로 바로 끝내기는 어려운 사건 아니겠느냐. 한 번 정리를 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특히 “외교부에 대한 절차적 배려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이어졌다. 박 전 심의관은 “국제법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임 전 차장이 외교부 의견을 듣고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셨기 때문에 보고서에 외교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검토한 내용을 담았다”면서 “같은 결론을 내리더라도 외교부 의견을 경청했다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는 취지에 맞춰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심의관은 보고서 가운데 ‘3. 외교부를 배려하여 절차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안’의 가장 앞부분에 ‘가.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기관으로 실체적 판단에는 관여할 수 없음에 대한 이해 구함’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검찰은 보고서를 완성하기 전날인 9월 29일 오후 9시쯤 문서에는 ‘가’항의 이 문구가 없었다면서 “보고서를 거의 완성하는 단계에서 포함했느냐”고 물었고 박 전 심의관은 “시간상 그렇다면 그게 맞을 듯하다”고 답했다. “임 전 차장의 지시가 없었는데도 첫번째 방안으로 이 내용을 포함시킨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찰 질문에 박 전 심의관은 “외교부가 혹시나 오해할 수 있는,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기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에는 ‘나. 외교부의 입장을 받아들여 서면으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제출하는 규정을 신설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임을 설득’, ‘마. 간접적 방법을 통한 사실상 의견제출에 협조 가능. 상고이유서나 외교부의 입장을 담은 각종 서류를 간접 제출하는 방안’, ‘바. 현재 사건처리 절차사항 등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정보 제공, 관련 사건 정보 제공’등이 적혔다. 박 전 심의관은 이 부분들은 임 전 차장이 전해준 방안들이었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마’항과 관련해 검찰이 “법원행정처가 외교부의 피고 소송 대리인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주선한다는 의미인가“라고 물었다. 박 전 심의관은 “주선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사실 이 무렵 외교부에서 이런 요구를 하는 게 맞는 건지 하는 생각이 있었고 실현되기 어려운 안이긴 하지만, 다른 건 제도상 불가능하고 사실상 가능하지만 외교부에서 실제로 할 수 없는 거라 생각하고 기재했다”면서 “처음에 이것 저것 썼다가 다 안 되니까 사실상 가능한 걸 써보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의견 반영되도록… ‘참고인 서면 의견서 제출제도’ 마련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청와대의 협조를 얻고, 법관들의 해외공관 파견을 늘리기 위한 외교부의 협조를 얻으려고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을 정부의 입장에 맞게 결론이 날 수 있도록 지연시킨 이른바 ‘재판 거래‘를 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당시 법원행정처는 재상고심에서 배상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심각한 외교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외교부의 입장이 재판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고, 사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참고인도 서면으로 의견서를 재판부에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대법원 규칙개정안으로 참고인 서면 의견서 제출제도가 만들어졌다. 박 전 대법관은 이전 보고서를 통해 “전원합의체나 소부에서 공개변론을 열어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의견 진술을 하는 것은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임 전 차장이 외교부를 절차적으로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란 지시를 다시 내리자 9월 30일자 보고서 ‘나’항에 참고인이 서면으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점을 외교부에 설득하는 방안이 있다고 적었다. 2013년 11월 8일자 ‘강제동원자 검토(대외비)’ 보고서에도 박 전 심의관만의 소심한 표시가 있었다. 이 보고서는 임 전 차장이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등 4개 단체가 강제징용 관련 입장표명한 기사를 언급하고 외교부 문건을 주며 이를 반영해서 이전의 보고서를 업데이트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외교부에서 작성한 2013년 9월 23일자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관련 설명자료’를 전달받은 박 전 심의관은 외교부 문건에 있던 우리 외교부의 입장과 일본 측 움직임, 국무총리실 산하 위원회의 강제동원 피해조사 결과 20여만건의 피해자들이 잠정적으로 인정된다는 점 등의 내용을 11월 8일자 보고서에 담았다. 특히 박 전 심의관이 작성한 대외비 보고서 가운데 ‘외교부 입장’ 부분에 ‘대법원 상대로 외교적 문제 설명, 신중한 판결의 필요성을 알려 조기 선고되지 않도록 노력’이라며 외교부에서 선고가 조기에 이뤄지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했다. 이어 ‘선택할 수 있는 방안’과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 뒤 판단’ 등의 표현을 담았다. 그는 법정에서 “심리불속행은 접수한 지 4개월 내에만 할 수 있는데 당시 국외송달로 송달이 되지 않았고, 상고이유서 제출기한이 20일이고 제출 후 대법관이 검토하고 판단하는 데 적어도 10일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당시 한 달밖에 안 남은 상태였는데 한달 이내에 송달이 이뤄져 상고이유서 제출, 검토 및 판단까지 내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객관적 상황을 기재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최종 확정돼선 안 되고 판단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정부 측 입장과 같은 맥락이었다. ●임종헌, ‘심리불속행 기간 지나고 판단’ 보고서 재판연구관 전달 지시 박 전 심의관은 다만 임 전 차장이 이 보고서를 대법원 민사총괄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하자 “보내드려도 될까요”라고 되물은 뒤 결국 ‘선택할 수 있는 방안’과 심리불속행 관련 문구들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임 전 차장에게 그런(전달) 지시를 받았을 때 어떤 의견을 표했느냐”는 질문에 박 전 심의관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곤 “대부분의 보고는 행정처 내에서만 이뤄졌던 거라 연구관실에 보낸 경험이 없어 제가 보내드려도 될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증인은 임 전 차장에게 ‘민사총괄재판연구관이 부담 느낄 수도 있는데 이거 보내드려도 되나요?’라고 물었느냐”고 재차 확인했고 박 전 심의관은 “제가 임 전 차장에게 직접 했는지 그 당시 그 말이 제 마음 속에 있었던 건지 기억이 안 난다. 보내드려도 되냐고 여쭸던 건 기억나고 앞부분에 민사총괄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임 전 차장은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이 (민사총괄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니 그를 통해 보내라”고 했다고 한다. 동기 판사들끼리 참고자료를 건네주는 방식으로 주라는 것이다. 박 전 심의관은 “민사총괄재판연구관에게 보고서를 직접 전달하길 꺼린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검찰의 물음에 “ICJ나 조약에서의 중재 내용에 대해서는 별 부담이 없을 것 같은데 심리불속행에 대해서 검토한 부분이 있어서 이런 건 연구관실에 보내드리는 게 예의에도 어긋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주저했다”고 설명했다. 또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도 “심리불속행 검토 부분을 보내면 그런 영향이 있을 것 같아 주저돼 그 부분은 삭제했다”고 답했다. “결론이 나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사건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부분과 연관된 것”이라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을 삭제했다는 것을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 제도와 관련된 내용 외에 행정처 심의관이 작성한 보고서가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박 전 심의관도 자신이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면서 행정처로부터 보고서를 전달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심의관이 작성해 재판연구관에 보내진 보고서에는 ‘대법원에 신중한 판결의 중요성을 알려 조기 선고되지 않도록 노력’이라는 외교부 입장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박 전 심의관은 “그 당시 심리불속행에 대해 검토한 부분을 삭제해야겠다는 게 최우선이었던 것 같고 이 부분은 깊게 생각을 못했다”고 했다. ●양승태 측 “보고서 전달한 게 범죄는 아니지 않느냐” 이후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보고서를 재판연구관실에 전달할 때 일부를 삭제하고 나머지를 전달한 것을 보면 보고서를 전달해도 이것이 꼭 위법한 범죄가 된다는 생각을 안 가졌을 것 같은데 맞느냐”, “‘심리불속행’을 뺀 것도 그 부분이 들어간 상태에서 전달되면 위법하지만 빼면 괜찮다는 게 아니라 재판연구관 입장에서 기분 나쁠 수 있겠다는 정도가 아니었는지” 등의 질문을 하며 단순히 사건과 관련된 검토 보고서를 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박 전 심의관은 “예의도 아니었고 적절한 건지 의문이 있었다”고 부적절한 상황이었음을 거듭 설명했다. 박 전 심의관은 이밖에도 ‘독일의 기억책임 미래재단 검토’, ‘장래 시나리오 축약’ 등 강제징용 사건의 예상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들을 다수 작성했고 대법관들에게 대면보고도 했다. 2013년 11월쯤 권순일·차한성 대법관에게 보고서를 대면보고한 상황에 대해 박 전 심의관은 “권순일 대법관은 기억나지 않고 차한성 대법관은 보고드리러 갔을 때 강제징용사건이라고 하니 ‘이 사건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면서 소멸시효를 얘기하니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야 시효가 진행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주셨다”고 회상했다. 당시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너무 많다며 “언론에서도 이게 문제라 머리가 아프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차한성 대법관은 그해 12월 1일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관에서 열린 소인수회의에 참석해 재판 지연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수천만원 쓰고 미국 시민권…원정출산 천국 하와이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수천만원 쓰고 미국 시민권…원정출산 천국 하와이

    하와이를 꿈의 섬으로 여기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자유롭고 아름다운 와이키키 해변에서 단 며칠이라도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전 세계 명품 브랜드를 모아놓은 대형 쇼핑몰에서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해 쇼핑을 즐기길 소원한다. 그런데 매년 하와이를 찾아오는 약 1000만 명의 여행객 중에는 자녀의 미국 시민권을 획득을 목적으로 한 이들도 상당하다. 이른바 ‘원정 출산'(birth tourism)을 위한 최적의 지역으로 하와이를 꼽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한국의 유명 대기업 총수의 자녀와 그 손자, 손녀가 미국 시민권자이며, 이들이 출생한 지역이 다름 아닌 ‘하와이’라는 소문이 떠돌며, 이곳은 마치 원정 출산의 파라다이스처럼 여겨지는 형편이다. 이 같은 특수한(?) 목적을 가진 이들 때문일까. 하와이 현지에는 ‘원정출산’이라는 기대에 부푼 이들을 겨냥해 출산을 위한 의료, 숙박, 각종 행정절차 등 전반을 돕는 여러 곳의 전문 원정 출산 업체가 성행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를 포함, 중국, 일본 등지에서 찾아오는 산모들을 위해 수십 년 째 원정 출산을 도왔다는 수 곳의 업체들은 서로가 ‘원조’이며 가장 공신력 있는 업체라고 자부하는 등 암암리에 홍보를 지속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 원정 출산 패키지까지…출산 전후 2~3만 달러 수준실제로 하와이를 거점으로 운영되는 일부 업체가 제공하는 원정 출산 광고에는 마치 물건을 구매하듯 가격별, 조건별로 디자인된 ‘패키지’ 구성 상품도 있을 정도로 활성화돼 있는 분위기다. 출산 시기 즈음 하와이에 도착, 출산을 마친 뒤 자녀에게 미국 여권을 쥐어주는데 성공한 이들의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를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해당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산모들은 출산 전후 각각 1개월 씩 총 2개월 동안 곧 태어날 자녀에게 미국 여권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면 바다 건너 이국에서의 생활로 인한 고난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이들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정 출산을 돕는 업체들이 제공하는 가격은 각 패키지 별로 상이하지만, 평균 2만 5000달러에서 3만 달러(약 3000~35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비용에는 출산 전후 지출하는 병원 진료 비용 전액과 왕복 항공권, 2개월 간의 현지 숙박 체류 비용 등을 일체 포함한 것이다. 이 같은 원정 출산을 돕는 업체의 명칭은 ‘산후 조리원’, ‘여행사’ 등 ‘가짜’ 간판을 달고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주로 제법 큰 규모의 아파트와 레지던트 호텔, 콘도 등을 장기간 임대, 각국에서 오는 만삭의 여성들에게 출산 전후 머무를 수 있는 편의 시설을 제공하고, 출산 시 이용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병원을 중계하는 것이 이들 업체의 주요 임무다. 또 현지 언어에 낯선 고객들에게 출산 전후 과정 등 일체의 행정 처리 등을 돕는 업무도 이들이 하는 중요한 일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도움 덕분에 만삭의 여성들은 현지에서 약 2개월 동안 거주, 출산 후에는 아이의 손에 독수리 문양이 아로새겨진 미국 여권을 쥐어 공항을 통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미래의 사교육비 지출 대비 원정출산비용 “아깝지 않아” 이 같은 현지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미국의 이민연구센터(the Center for Immigration Studies)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미국 시민권을 위해 미국행을 선택하는 만삭의 외국인 국적 여성의 수는 약 3만 6000명(2018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연구센터 측은 “미국 정부가 이들 원정 출산 여성들의 개인 정보 및 신원 등을 추적, 수치를 집계해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들 중 상당수는 중국인 국적자일 것이다. 다만, 중국인 다음으로 많은 수를 차지한 국가는 한국인 산모”라는 입장이다. 이어 대만, 터키, 러시아 등의 출신 산모도 원정출산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가 지난 2007~2016년 약 10년 동안 미국 원정출산을 시도한 한국 국적의 임산부 수를 추적한 결과 이 기간 동안 약 3만 명의 여성이 자녀의 미국 여권 취득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기간 연평균 무려 3000명의 여성들이 만삭의 불편한 몸을 이끌고 길게는 24시간, 짧게는 11시간의 장시간 비행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만삭의 몸으로 무리가 될 수 있는 약 10시간에 달하는 장거리 비행과 출산 전후로 한국과는 크게 다른 병원 환경을 이겨내야 하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행을 선택하는 이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행 출산을 결정하기에 앞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출산 전후 병원비, 진료비 등의 항목에 최소 2만 달러, 많게는 3만 달러 이상의 금액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평범한 직장인 부부에게 ‘원정출산’은 쉽고 간편한 선택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자 하는 이들의 선택을 가장 확고하게 만든 측면은 미래에 지출할 가능성이 명백한 ‘사교육비’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필자와 평소 친분이 있는 한국인 가족의 사례에서도 원정 출산 시 소요되는 비용과 한국에서 출산 후 유치원 때부터 줄곧 영어유치원, 영어 과외와 중국어 과외, 미술, 피아노, 무용, 태권도, 논술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수의 사교육 기관에 아이를 내몰아야 하는 형편을 고려하면 차라리 미국 원정 출산 비용이 ‘싸다’는 결론에 이른다는 평가다. 이는 과거 자녀의 병역 문제로부터 자유롭고자 했던 목적과는 크게 달라진 특징이다. 과거 자녀 병역 문제 회피 등을 목적으로 한 불법 원정 출산이 줄을 이었다면, 자녀의 미래 사교육 지출에 대한 고려가 새로운 원정 출산의 목적으로 등장한 셈이다. 그런데 원정 출산 목적의 이 같은 변화는 과거의 원정출산이 소수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데 그친 것에서 나아가,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교육 문제가 결부됐다는 점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비관적인 시각이 다수다.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한 원정 출산이 감소한 이유는 현행 법규상 원정 출산 시민권자는 병역 면제를 받기 어렵게 된 현실적인 상황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남성이라도 부모와 당사자가 미국에 장기간 체류하거나 병역 의무 기간 당시 미국에 살지 않는다면 병역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명문 법 규정이 실효됐기 때문. 더 이상 병역 면제가 한국을 떠나 타국에서 아이를 낳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결정 사유가 아니게 된 셈이다. 그 대신 과거보다 더 강력한 원정출산의 동기로 등장한 것이 자녀의 사교육 문제다. 자국의 교육 체제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들이 보다 나은 환경의 교육을 자녀에게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행 출산을 감행해오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국 국적의 여성 10여 명이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 입국, 원정 출산을 시도한 사례가 현지 경찰에 의해 적발되는 사건이 일반에 공개된 바 있다.이들 10여명의 만삭의 여성들은 입국 후 현지 원정 출산 전문 브로커와 접선, 대형 아파트에 입주해 출산 날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여성 1인당 약 10~23만 위안(약 1700~3800만 원) 수준의 비용을 받고 원정 불법 출산을 도운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에 대해 현지 법원은 여성들에 대해 1인당 25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상태다. 그런데, 이 같은 논란과 ‘불법’ 원정 출산이라는 사회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매년 다수의 국가에서 원정 출산을 목적으로 현지 공항을 밟는 여성들이 줄을 잇는 현상은 매우 아이러니해 보인다. 특히 얼마 전 한국 언론을 통해 보도됐던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현직 교사 출신의 학부형이 시험지와 답안을 몰래 반출한 사건 등을 기억할 때, ‘말 설고 물 설은’ 타국에서의 원정 출산을 계획하는 젊은 부모들에 대해 ‘불법’이라는 사회적 잣대만 들이댈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원정출산이라는 불법적인 행위에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출산을 앞두고 자녀의 미래를 계획 중인 부모 중 어느 누가 과연 ‘원정출산’이라는 선택지 앞에 마냥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이런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몹시 아쉬울 뿐이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3회] 양승태 측 “증인들 압박하지 말라”…위법수집증거 주장은 또 배척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3회] 양승태 측 “증인들 압박하지 말라”…위법수집증거 주장은 또 배척

    지난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검찰에 각종 파일들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겼다.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국민 메시지도 있었다.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은 최근 재판에서 이같은 임의제출로 검찰이 확보한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인 심의관들의 동의를 얻지 않았고 이들을 임의제출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5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2회 공판이 시작되자마자 “위법하게 수집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8일에도 재판부는 핵심 증거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도 위법 수집 증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놨다. 다만 그날도, 이날도 “최종 판단은 아니고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거조사를 통해 내놓은 현재까지의 결론”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위법 수집 증거가 아니라는 판단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이날 행정처에서 임의제출된 정다주·박상언 전 기획조정심의관 작성 문건들의 일부를 증거로 채택했다. 파일과 출력물의 동일성에 대한 검증을 마친 문건들에 대해서다. 여기에도 재판부는 “문자 정보 내용의 진실성이 아닌 문자정보의 존재 자체가 증거가 되는 것으로 채택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더했다. 앞서 ‘임종헌 USB’ 속 파일들에 대한 검증이 한참 진행되던 지난달 26일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행정처 문건에 대한 증거능력을 처음 문제삼았다. 검찰이 행정처에서 보고서를 임의제출 받을 때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처럼 당사자의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문건들에 법관들의 사생활이나 재판 관련 비밀사항들이 담겨있는 만큼 이러한 정보가 검찰에 임의제출 되는 데 대해 작성자들이 동의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서 당사자와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조항이 임의제출 시에도 적용됐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재판부는 열흘 만인 이날 판단을 밝혔다. “기본적으로 압수수색 당사자가 영장 집행에 참여하도록 하는 규정은 압수수색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집행받는 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취지”라면서 “그러나 영장에 의하지 않은 압수수색에 해당하는 임의제출의 경우까지 이러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의제출물 압수의 경우에는 압수물 취득 과정에서 강제력이 행사되지 않는 것이고, 이러한 점에서 영장에 의한 압수보다는 당사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할 필요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임의제출의 적법성은 임의성을 엄격히 판단하거나 제출자에게 제출권한이 있는지 등을 심리해서 충분히 결정할 수 있고 현행 법상 명문에 근거가 없는 당사자의 참여권 요건을 추가로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판부 “법원행정처 임의제출 문건 ‘위법 수집 증거’ 아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에서 임의성 부분을 살펴보면 검찰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변호인이 주장하는 보고서 등을 제출받음에 있어 그 범위와 방법에 관해 행정처와 사전에 충분히 검토와 협의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제출의 임의성이 보장돼야 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수사기관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임의제출받은 보고서는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행정처 공용 PC를 이용해 작성하고 저장했던 문건들”이라면서 “행정처가 압수물의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임의제출자로서의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행정처 임의제출 문건들에 대한 판단이 내려진 뒤에는 검찰이 신청한 증거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사이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박찬익 전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앞두고 임 전 차장 재판에서 있었던 박 전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 조서를 증거로 신청한다고 밝혔다. 박 전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정책실 심의관을 지낸 2013년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의 증거 신청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곧바로 반발했다. “검찰은 주신문 과정에서 ‘증인이 과거 다른 재판에서 이렇게 진술한 바가 있느냐’는 신문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형사소송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유도신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도 “증인에게 자연스럽게 직접 질문하며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임종헌 재판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죠?’라고 질문하면 과거 재판에서의 증언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임종헌 재판 신문조서 증거 신청…변호인들 “유도신문 하지 말라” 검찰과 변호인의 서로 다른 주장의 쟁점은 형사소송규칙 75조였다. 이 조항에 따르면 ‘주신문에서는 유도신문을 해선 안 된다’는 게 변호인들의 주장이다. 반면 ‘다만 다음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 조항과 함께 ‘증인이 종전의 진술과 상반되는 진술을 하는 때에 그 종전 진술에 관한 신문의 경우’ 유도신문이 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전에 다른 곳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묻는 것 자체가 유도질문”이라면서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건 이게 허용되면 다음 증인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다른 사건 재판에서 한 진술이 다룰 경우, 그리고 공소사실 입증이 어려울 경우 ‘수사기관에서 증언한 게 맞는 것 아닌가요?’라는 식의 질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유도신문을 넘어서 증인에 대한 압박이고 자유로운 증언을 막는 위험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다른 재판의) 증인신문 조서 없이 하자는 것이 재판부 의견이었지만 검찰이 추가 증거신청을 했으므로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시진국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는 결국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늘 출석을 하지 못한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봐서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는 걸로 하겠다”고 밝혔다. 시 부장판사는 두번째로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당직 법관이라는 이유로 출석하기 어렵다는 사유서를 냈다. 시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 일정은 오는 26일로 미뤄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2회] 양승태 석방 앞으로 한 달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2회] 양승태 석방 앞으로 한 달

    “담당 재판때문에” “야근 때문에” 현직 법관들 계속 증인 출석 미뤄재판부 별다른 대응 안하고 일정 순연··· 검찰 ‘속터진다’ 강한 성토“현재로서는 추가 기소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8월 석방을 기정사실화했다. 지난 2월 11일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구속기간(6개월)은 다음달 10일 끝난다. 검찰이 다른 혐의를 더해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는 지금의 방침을 유지하면 다음달 11일 자정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구치소를 나서게 된다. 구치소가 아닌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피고인들이 서는 법정은 서두를 이유가 확 줄어든다. 재판이 열리지 않는 날 누구와 연락하고 만나는지 법정은 알 길이 없다. 양 전 대법원장과 법정에서 마주해야 하는 증인은 211명이나 된다.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재판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당초 지난달 21일부터 3일까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현직 법관 4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열기로 했었다. 해당 법관들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각각 근무하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보고서)들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이들이다. 지난달 14일부터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는 검증절차도 이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제시할 문건의 출처를 명확히 하고 임 전 차장의 USB에 담겨 있던 문건과 같은 것인지, 이들이 사용한 이메일 속 파일과 같은 문건인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이다.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21일부터 26일, 28일에 이어 이날까지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각각 진행하려고 했지만 네 사람 모두 자신이 맡고 있는 재판 일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재판부는 다시 5일부터 7월 중하순쯤으로 증인신문 일정을 차례차례 조정했다. ●시진국 부장판사의 두 번째 불출석 사유 “당직근무 때문” 그런데 5일 오전 10시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은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는 이번에는 다른 이유를 들어 재판부에 불출석사유서를 냈다. ‘당직 법관으로 지정돼 있어 출석이 어렵다.’ 지난달 26일 예정된 증인신문 일정에는 자신이 맡고 있는 재판 때문에 어렵다고 해 재판부는 시 부장판사의 재판이 없는 5일로 일정을 다시 잡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직 때문이라는 게 출석하지 않겠다는 이유가 됐다. 각 법원에서는 법관들이 순번을 정해 평일 야간과 주말, 공휴일에 영장 업무를 도맡아 하는 당직제도가 있다. 주로 경력 15년 미만의 단독 또는 배석 판사들이 하던 업무였는데 젊은 판사들이 줄어들면서 부장판사들도 하게 됐고, 과거에 비해 순번이 빨리 돌아오게 되자 매해 사무분담 시기가 되면 법원마다 당직 법관의 대상과 순번 등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이 있을 정도다. 시 부장판사의 불출석 사유는 쉽게 말해 ‘야근이라 재판에 못 나간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대법원 내부 규정까지 확인하며 시 부장판사를 비판했다. 검찰은 “대법원 규칙인 ‘법원 당직 및 비상근무 규칙’에는 당직 지정을 받은 법관이 출장·휴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당직 근무를 할 수 없을 때에는 지체 없이 당직 지정자에게 신청해 당직 근무일 변경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고, 같은 규칙에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당직 법관 사무를 처리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이튿날에 당직을 대행한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재판의 증인 출석은 출장·휴가와 같이 규칙에 있는 사유 못지 않게 더 불가피하다는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금요일(지난달 21일) 증인신문 기일이 지정되자 다음날 중요한 개인 일정이 있고, 그 다음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자신의 재판이 있다며 불출석했다. 증인신청된 법관들의 재판 기일과 준비기일, 당직근무 일정까지 모두 고려해 일정을 지정해야 한다는 건데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라는 게 검찰 지적이다. 검찰은 그러면서 재판부에 “일반적인 사건에서도 증인이 회사에서 본인 대신 다른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일 또는 당직 근무가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한 경우 이를 불출석하는 합당한 사유로 보는지 의문이다. 일반인에게도 적용되는 기준을 이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검찰 “일반인들도 당직근무로 불출석 되나…원칙 동일하게 적용” 형사소송법 151조에는 법원으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부의) 결정으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이후에도 다시 출석하지 않으면 결정으로 증인을 7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한두 번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처분을 받는 게 아니다. ‘정당한 사유’와 ‘결정으로’라는 문구는 오롯이 재판부의 몫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반발에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잘 생각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그리고는 4명의 법관을 비롯해 추가 증인신문 일정 계획을 설명했다. 오는 19일 오전 10시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 일정은 지난달에 잡혔고 이 다음 일정을 박남천 부장판사가 읊기 시작했다. “(앞 부분 생략) 7월 23일 오전 10시 박상언. 7월 24일 오전 10시 정다주.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잘 살펴보고 또 필요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이번주 금요일에 시진국을 신문하지 못한다면 시진국은 7월 26일 오전 10시.” 시 부장판사가 재판부에 출석이 가능하다고 밝힌 날짜다. 핵심 증인들과의 대면이 미뤄진 법정에서는 다시 ‘디테일’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임종헌 USB’ 속 파일에 대해서는 변호인들이 검찰청에서 직접 원본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검증절차를 줄이긴 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양만큼 법원행정처나 외교부 등에서 임의제출 받은 문건들에 대한 문제제기가 늘어났다. 심의관이나 공무원들이 작성한 문건을 검찰이 해당 기관으로부터 임의제출을 받는 과정에서 작성자들로부터 동의를 받거나 작성자들의 임의제출 과정에서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행정처와 검찰은 2018년 7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실체를 규명한다는 목적 아래 임의제출의 범위 및 방법을 협의했고, 심의관들이 사용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등을 받아 포렌식 등을 거친 다음 현직 심의관들이 추출된 파일을 일일이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심의관들이 업무상 작성한 문건들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행정처 컴퓨터에 보관된 뒤 행정처에서 소지, 관리하는 문건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작성자가 아닌 기관 측의 동의를 받고 협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작성자인 전직 심의관들의 임의제출 과정에서의 참여권이 배제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임의제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USB 담은 봉인지 ‘누가 처음 붙였다 뗐나’ 확인 공방에도 불구하고 결국 출처를 명확히 하고 실제 검찰이 임의제출받은 각종 파일들과 출력물이 같은 것인지, 흠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검증이 또 종일 이어졌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사건과 관련해 제시될 외교부 문건들에 대해 검증할 때는 지난해 외교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USB를 감싼 봉인지가 언제 처음 붙었다가 언제 떼여졌다가 또 언제 다시 붙여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있었다. 검증을 위해 USB를 실행해야 했는데 그 전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면서 USB를 봉인해 두었다가 포렌식 작업과 분석을 하기 위해 USB를 사용했다가 다시 봉인해두고 그 외에 USB를 조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최초 봉인지를 해제한 그곳에 부착되어 봉인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변호인들, 이 봉인지를 해제하기 전에 확인할 필요성이 있으면…”(재판장) “최초에 봉인을 해제해 보고서 내용을 확인하게 될 텐데 최초에 있는 외교부 사무관을 참여하도록 했다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 부분이 확인돼야 할 것 같고 봉인해제 한 날짜를 지난해 8월 6일로 했는데 누가 이 봉인을 해제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사이에 봉인 해제한 검찰 관계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이 오갔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의 의문이 해소되자 박 부장판사는 “저희가 이 부분에 대해 봉인을 해제하기 전에 이 상태로 사진을 한 장 찍도록 하겠습니다”라며 USB를 꺼내기 전 봉투의 모습까지 법원 직원을 통해 사진으로 남겼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0회] ‘임종헌 USB’ 검증 보류…대신 법원행정처 문건·이메일도 “출처 검증”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0회] ‘임종헌 USB’ 검증 보류…대신 법원행정처 문건·이메일도 “출처 검증”

    “지금 얘기하는 의견들이 공판준비 절차에서부터 처음부터 의견 진술이 돼서 해결이 다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는데 공판준비 절차에선 없었다가 새롭게 제기된 의견들이 있는 것 같다”, “증거능력 부분에 대해서는 준비절차에서부터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드렸다고 생각하는데….” 지난 3월 25일 첫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지 꼬박 석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다섯 차례의 준비절차가 있었고 5월 29일부터 정식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재판장은 거의 매 재판마다 “준비기일 때 정리했어야 하는데”라고 말한다. 매번 새로운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늘어나기만 하는 주장의 핵심은 결국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방식이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9회 공판 초반에도 변호인들은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 대한 검증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임의 제출한 문건들에 대해 문제삼은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법원행정처에서 임의 제출된 파일들도 임의 제출 자체가 증거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도 힘들 수 있다”면서 “행정처가 임의 제출한 문서가 개인의 사적 영역과도 관련 있을 수 있다면, 작성자의 동의를 안 받고 제출됐을 경우 증거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들 “법원행정처, 前심의관들 동의 없이 임의제출했다면 문제” 이전 재판에서도 거듭 검찰에 원본 파일을 제공해 달라고 변호인들이 요구하자 검찰이 문건 내용 가운데 법관들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는 이유로 파일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하자 작성자들의 사생활 관련 내용이 노출되는 데 대해 작성자들이 동의했는지를 문제삼는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최소한의 동일성을 저희가 이의 제기를 안 할 정도의 수준은 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다른 두 전직 대법관들의 변호인들은 어떤 입장이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박 전 대법관 측은 “동일하다. 어느 정도 검찰에서 입증하셔야 한다”고 했고, 고 전 대법관 쪽에서도 “공소사실과 무관한 증거라 다른 피고인들과 같은 의견”이라고 답했다. 임 전 차장의 USB에 대한 검증은 이날 재판에서 보류됐다. 지난 14일부터 다섯 기일에 거쳐 쳇바퀴 돌 듯 검증절차를 진행했는데 변호인들이 이번에는 내용이나 형식이 아닌 파일을 언제 작성하고 수정했는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의의 시작은 박 전 대법관 측에서 검찰이 파일을 그대로 복사해 주도록 재판부가 지휘해 달라는 내용의 열람등사허용 신청을 내면서였다. 지난 재판에서도 박 전 대법관 측은 원본 파일의 제공을 검찰에 요구했다. 검찰도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임종헌 USB 파일에는 사건관계인들의 명예나 사생활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가 포함됐고 법령상 타인에게 누설하거나 제공할 수 없는 자료에 해당한다”면서 “현재 임종헌 USB에 대한 검증을 하고 있어 열람등사를 신청해서 얻을 실익도 없다”며 신청을 기각해 달라고 재판부에 강조했다. 검찰은 재판의 증거가 되는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 파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USB 파일은 전자정보에 해당해 복제가 쉽고 휘발성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파일의 열람을 넘어서 교부해줄 경우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건 관계인의 명예나 비밀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첫번째다. 임종헌 USB 파일에는 특정 판사의 재산 관계 등을 분석한 문건과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게시글을 작성한 판사들의 평소 성향과 그들이 쓴 게시글을 요약한 문건, 사법행정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위원 후보자 명단에 그들의 정치적 성향 등을 분석한 것들이 있다. 해당 파일이 외부에 유출될 경우 앞에서 언급한 전·현직 법관 등의 사생활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 ●”검찰청에서 변호인들이 직접 출력 보게 해달라“ 요구 이어 검찰은 “변호인들이 유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공유 대상자의 착오, 오류 등으로 삽시간에 외부에 유출될 수 있고 명예와 비밀이 침해되는 주체가 현직 법관들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재판의 공정성이나 법관의 신뢰에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이런 위험성을 재판부도 충분히 고려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이유로 검사가 지난해 7월 24일 법원에 동일한 전자파일 열람허용을 신청했는데 행정처도 지속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처에서 법관들의 명예나 사생활, 재판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해당 문건 파일의 공개를 거부한 그 논리 그대로 검찰도 변호인들에게 파일 원본을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재판부께서 파일에 대해 열람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단하신다면 ‘이규진 일정표’ 파일을 확인했던 것처럼 검사 사무실에 변호인들이 오셔서 확인하신 뒤 파일을 그 자리에서 출력해서 받는 방식으로 하면 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저희가 임종헌 USB의 원본을 봐야된다는 건 재판부도 보셔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동일성에 대한 다툼은 별론으로 하고 심의관이 작성한 파일 자체를 원본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종헌 USB를 원본으로 보면 심의관들이 작성한 날짜와 USB에 포함된 1000여개의 문서를 수정한 날짜를 보면 심의관이 작성한 날짜를 확인할 수 있어 임종헌 USB 파일 자체를 변호인과 재판부가 보는 것이 문서의 수정된 날짜를 확인해서 진정하게 심의관들이 작성한 건지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때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의 “지금 얘기하는 의견들이 공판준비 절차에서부터 처음부터 의견 진술이 돼서 해결이 됐어야 하는데 새롭게 제기된 의견들이 있는 것 같다”, “증거능력에 대해서는 준비절차에서부터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드렸다고 생각하는데…”라는 말과 함께 쓴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변호인들이 새로운 주장을 냈으니 무작정 배척할 수도 없었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은) 파일 자체를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 하니 변호인이 참관한 가운데 검사가 파일에서 출력을 하고 출력물을 받는 방법으로 하고 대조 결과 여전히 동일성과 무결성 검증이 필요한 부분을 특정해서 계속 검증하는 방식으로 하면 어떤가”라고 검찰과 변호인단에 물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들이 잠시 머리를 맞대고 상의했다. “변호인들이 참관한 가운데 검사가 출력하면 변호인이 의견을 제기하는 것처럼 증거를 출력해서 신청하는 단계에서 (검사가) 파일을 건드린다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박 부장판사가 한 번 더 물었다. ●검증 제안한 박병대 측 “검증 너무 많은 시간 걸려 의미 없어” 양 전 대법원장 측 이상원 변호사는 “저희의 의견은 어느 정도 수용하는 것으로 가고, 다만 ‘이규진 일정표’도 같은 방식으로 했는데 이규진 파일 해시값과 검사님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의 해시값을 비교해서 동일성을 확인한 다음 그 파일에 문서 속성에 대한 정보를 별도 표기했다. 그 뒤 프린트해서 가져왔다”고 답했다. 가장 처음 모든 파일의 검증을 요구했던 박 전 대법관 측에서도 “저희는 사본을 확인하기 위해 원본을 달라는 거였지만 사실은 검증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많은 정리가 되는 것 같다. 검사님들도 출처를 확인하고. 그래서 검증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의미가 없는 것 같은데 지금 말씀하신 대로 (검찰청에) 가서 문서정보와 해시값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갈음하면 기일을 적어도 한두 기일 정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거들었다. 변호인들의 요구는 이랬다. 검찰에 직접 가서 변호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증절차를 아직 거치지 않은 임종헌 USB 속 문건 파일들을 열어서 ‘문서정보’ 메뉴에 담긴 파일 수정 날짜와 해시값을 직접 확인한다. 법정에서 일일이 한글 파일을 열어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스크롤을 넘겼던 검증작업에 일단 약간의 효율성을 더할 수 있는 방식이다. ‘검증의 늪’ 트라우마인지 검찰은 재차 확인을 요구했다. “분명히 폰트(글자체)나 날짜 등 외형이 다른 게 분명히 있을 텐데 또 그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 다시 검증절차로 돌아가야 하는데 정확히 거기에 대해 다투지 않겠다고 정리하지 않으면 저희가 다시 편의제공을 할 필요가 없다.” 변호인들이 몇 차례 상의 끝에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저희가 확인하고자 한 게 그간 검증에서 많이 확인됐다. 출력일자와 폰트 문제는 저희도 납득한다. 나머지 파일들에 대해서도 (외형상의 차이점은 다투지 않고) 원본과의 동일성을 인정하겠다.” 드디어 법정에서의 검증은 속도를 내는가 싶었다. 매 기일마다 새로운 주장이 튀어나온 데 대한 트라우마 탓인지 재판장은 그 이후 같은 문구를 몇 차례 반복해 언급했다. 변호인이 신청한 열람등사신청을 허용한다는 결정문의 문구를 정하는데 양쪽이 더 이상 새로운 다툼을 벌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자 그러면… 다시 정리를 하면, 문서정보하고 해시값을 출력한 출력물을 교부하는 것은 검증신청서 첨부2에 있는 전체 파일에 대한 것이고 출력물까지 다 받는 것은 아직 검증이 남아있는 부분에 대해서 출력물을 교부받는 방법으로 허가한다. 대조 결과 여전히 동일성과 무결성에 대해 확인이 필요한 출력물을 특정하고 특정한 이외의 나머지 출력물에 대해서는 다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하는 것으로 정리하겠다.” ●1000여개 파일 정보 일괄 추출할 수 있다는데도 “한글 파일 다 열어야” 검찰이 “저희가 기술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파일 창을) 하나하나 띄워서 문서정보를 캡처해서 출력해 드리는 게 있고, 기술적으로 그 정보를 추출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가급적 후자로 원하는 대로 드릴 수 있고 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00여개의 파일을 일일이 열어 문서 속 메뉴에서 문서정보를 클릭하고 다시 해시값을 캡처하느니 일괄적으로 문서정보를 추출할 수 있도록 하는 더욱 효율적인 방식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이를 거부했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기술적으로 편리한 절차가 있는 것은 동의하는데 재판장님의 정리는 향후 이의 제기할 여지를 없애자는 취지여서 조금 불편하셔도 창을 띄워서 문서속성을 한 번씩 확인하는 방법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인들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변호인들이 불편할 수 있어 방법을 제안한 건데 싫으시면 저희도 뭐 굳이 발전시켜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고 말했다. 결국 1000여개의 한글 파일을 검찰 사무실에서 다시 하나씩 열어서 모든 문서정보를 캡처하고 그걸 출력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모았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이 생각하듯 기술적으로 일괄적으로 추출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안 된다, 파일별로 다 열어서 캡처하고 추출하고 그걸 원한다는 거죠?”라고 되묻고 “하…” 짧은 탄식을 뱉었다. 법정에서는 일단 멈춰졌지만 검증의 속도가 좀 더 빨라질지는 오는 3일 재판에서나 확인이 가능해 보인다. 게다가 임종헌 USB 외 행정처에서 임의제출한 문건들과 검찰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이메일 등 여전히 변호인들이 출처를 문제삼는 증거는 산더미 같이 남아있다. 이날 오후 재판에서도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 등 심의관 출신 법관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다. 이메일 속 첨부파일을 일일이 여러보는 방식이었다. 메일 속 첨부파일이 검찰의 출력물과 동일한지, 또 조작의 흔적은 없는지. 쳇바퀴는 여전히 돌고 있고 늪의 출구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9회] “이러다 40주간 검증만” vs 7·8월 한여름 기다리는 양승태?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9회] “이러다 40주간 검증만” vs 7·8월 한여름 기다리는 양승태?

    법정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청석에 앉았다. 지난 5월 29일 첫 재판이 열린 날 가득 메워진 법정은 서류증거 조사에 돌입하자 바로 휑해졌다. 가장 넓은 대법정과 그보다는 작은 중법정에서 재판이 열리면 방청석에는 기자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그런데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8회 재판에는 10여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방청석을 채웠다. 재판 첫 날 부엉이 그림이 그려진 스티커를 옷에 붙이고 재판을 지켜보던 ‘두눈부릅 사법농단 재판방청단’에서 온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농단TF에서 중요한 증인신문 일정이 있을 때 참관하자며 모집한 시민 방청단이다. 당초 이날은 오전부터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19일 정 부장판사가 자신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고 밝혀 첫 번째 증인신문이 무산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문건들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정 부장판사의 증언을 듣기 위해 법정을 찾은 두눈부릅 방청단은 매 재판마다 반복된, 증거조사를 비롯한 재판 진행방식을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으로 오전 재판이 거의 통째로 쓰여지는 장면을 지켜봤다. ●첫 증인신문 무산…절차 공방으로 또 오전 재판 소모 지난 19일 7회 공판에서는 변호인들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의 압수과정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조사가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날 “임종헌 USB의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한지 여부는 앞으로 진행을 위해 증인신문 전에 바로 결정돼야 할 쟁점“이라면서 “오늘 조사할 증거들을 포함해 혹시라도 더 낼 제출할 의견이 있다면 늦어도 월요일(24일) 오전까지는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28일 예정된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증인신문 전에 임종헌 USB의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USB 압수수색의 위법성에 대해 변호인들이 많이 주장했지만 또 논의하다 보면 새로운 위법요소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26일 수요일을 언급했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의 마이크로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러자 변호인은 “그럼 화요일까지만…하루만 늦춰주십사…”라고 말했다. “충분히 주장을 냈고, 입증도 됐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주장할 게 남았냐”고 박 부장판사가 되물었다. 검찰도 “변호인이 또 뭘 검토하시겠다는지 잘 모르겠다. 공방이 충분히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 이뤄졌고 의견서로도 충분히 이뤄졌는데 자꾸 미루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 밖에 안 든다”며 재판장이 제시한 24일까지 의견서를 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저도 어떤 내용이 나올지는 알 수가 없다”면서도 “피고인들에게 기회를 드리겠다. 의견서 제출기한은 화요일(25일)까지로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의견이 일리가 있지만 워낙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쟁점이라 철저하게 확인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검찰 ”변호인 말만 듣고…검사 의견 안 받아들이나“ 반발 다음은 검찰이 준비한 서증설명서에 대해서였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재판부께서 부적절하다 하셨던 부분, 증거능력 제도를 형해화(부실하게)할 수 있는 부분의 시정을 요청하셨는데 47~48페이지만 보더라도 양승태 피의자신문조서에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수첩이나 일정표를 캡처한 게 그대로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5월 31일 2회 공판 때 증거로 신청해 증거조사를 할 자료들의 간략한 내용과 입증취지를 요약한 서증설명서를 냈다. 그런데 설명서에 변호인들이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은 부분들이 포함됐다는 점을 변호인들이 문제삼아 재판부는 제출받았던 서증설명서를 곧바로 검찰에 돌려줬다. 법관에게 예단을 형성하게 해선 안 된다는 취지에 따라 동의되지 않은 증거를 재판부가 미리 봐선 안 된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또 같은 지적을 하자 박 부장판사는 “보지 못했다”면서도 곧바로 서증설명서를 검찰에 반환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검찰은 반발했다. “이번에는 재판장님이 지휘하신 사항을 고려해 전반적으로 다 수정한 걸 제출했고 쟁점과의 관련성, 입증취지에 대해서는 다른 증거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게 가능하다 해서 그 부분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변호인이 말한 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인데 반환하겠다는 것은 검찰의 어떠한 의견진술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걸로 보여서 부당하다고 검사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증설명서를 재판부에서 보지 못한 상태에서 변호인 주장만 듣고 반환을 결정했는데 다음에는 변호인이 주장하는 우려가 있는지 봐주신 다음에 결정해 달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확인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냐는 문제가 있어 변론 내용 기초로 결정한 것이니 양해해달라”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검찰에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부터 증거능력 제도를 형해화시키기 위해 저희로서는 사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주장들을 하고 있는데…”라고 말하자 검찰은 “형해화시키기 위해서라는 표현을 자제해 주십시오. 근거가 무엇입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증만 하다 양승태 구속기간 만료“ vs ”시간끌기 아냐“ 잠시 뒤에는 검증과 증거방식을 놓고 또 부딪혔다. 지난 14일 4회 공판부터 재판에서는 임종헌 USB나 다른 방법으로 확보된 문건들의 파일과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출력물이 같은 것인지, 누군가 임의로 조작하지는 않았는지 동일성과 무결성을 따지는 검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양이 너무 많다 보니 검찰은 한 사람을 증인신문할 때 그에게 제시할 같은 문건이 여러 개라면 그 중에 대표순번을 정해 그것만 먼저 검증하고서 증인에게 제시하는 방식을 재판부에 제안했다. 검사는 “현재 증거의 5%를 검장하는 데 4회 기일을 소요했다. 이 속도면 80회 기일, 40주 동안 검증만 하고 어떠한 본안 심리도 없이 양승태 피고인의 구속기한(8월 10일)이 끝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검증절차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파일과 문건이 다른 것이) 페이지가 다른 경우, 글자체(폰트)가 달라진 경우, 출력물에 수기를 적은 경우, 문서작성일이 달라진 경우가 있었는데 출력한 컴퓨터 버전에 따라 달라진 것이고, 파일을 출력한 뒤 수사기관이 문서 위에 수기로 기재한 것이라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증거파일을 일일이 검증해야만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는 변호인들의 주장이 아직까지는 실익이 없이 재판의 진행만 늦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 사건에 등장하는 수많은 문건이 한 사람이 작성해서 완료된 게 아니라 심의관이 하나 작성해서 임 전 차장이 수정하고, 경우에 따라 다른 심의관에게 보내 수정을 하는 식으로 수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추가된 버전이 달리 있기 때문에 검사가 입증하려는 ‘피고인 등이 심의관에게 의무 없는 일로서 문건을 작성하게 했다는 것’을 확인하기위해서는 그 심의관이 작성한 보고서가 무엇인지 확인해서 제시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고 반박했다. “검사님 입장에서는 시간끌기로 보이지만 당연히 상식적으로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 부장판사는 “갑자기 재판부가 예정했던 것과 다른 진행에 관한 의견이 나와서 즉시 대답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오후 재판에서도 계속해서 검증이 이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 전 대법원장의 머리는 벽에 가까워졌다. 틈틈이 열심히 자료를 훑어보고 메모를 하던 박·고 전 대법관도 잠시 손을 놓고 멍한 듯한 표정이 늘어갔다. 지난 재판에서 더해져 1180개의 파일을 일일이 열어 글씨체와 날짜, 간인과 형광펜 자국, 페이지수를 모두 확인하고 있는 검증절차를 애초에 요구한 변호인들도 앞서 피고인 세 사람은 검증절차 동안에는 법정에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정해진 공판기일과 다른 검증기일을 따로 잡아 출석에 자유롭게 해달라는 것이다. 하루종일 지난한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게 그만큼 고역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금 하고 있는 검증은 공판기일에서 하는 검증으로 생각하면 된다. 검증을 하다 재판내용을 다루기도 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검증기일을 별도로 지정해야 하는 것도 번거롭고 부담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근혜 이르면 7월 대법 선고’ 보도에 양승태 측 ‘촉각’ 이날 저녁식사를 위해 오후 5시 30분쯤 휴정을 하고 한 시간 뒤 다시 법정에 모였을 때, 재판부가 들어서기 전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뒷줄에 앉은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국정농단…전합…7월달…보도는 그렇습니다.” 한 시간 전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사건의 상고심에 대한 심리를 마쳤다고 알렸다. 이어 이르면 다음달 세 사람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있을 수도 있다는 속보가 나왔다. 그 내용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변호인이 설명한 것이다. “그게 일단 애매한 게…박 대통령…블랙리스트…다른 주장이긴 한데…직권남용…”의 단어들이 방청석으로 흘렀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대법원의 판단이 특히 주목되는 쟁점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가 뇌물로 인정되느냐로 꼽힌다. 그와 함께 또 다른 쟁점은 바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한 판단이다.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1·2심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따라 직접 블랙리스트를 총괄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마찬가지다.(김 전 비서실장 등의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쟁점이 남아있어 좀 더 심리한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사법부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등 이른바 ‘물의야기’ 법관 명단에 포함된 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 조치를 했다는 혐의가 있다. ‘법관 블랙리스트’ 외에도 주요 혐의들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 직권남용죄에 대해 중요한 판례가 될 대법원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판단에 누구보다 관심을 가질 사람이 양 전 대법원장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일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변호인의 작은 목소리에 박·고 전 대법관도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8회] 이번엔 “증거마다 출처 밝히라”… ‘임종헌 USB’ 또 공방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8회] 이번엔 “증거마다 출처 밝히라”… ‘임종헌 USB’ 또 공방

    하루 만에 다시 재판부와 검찰,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법정에 모였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마다 열리는 재판을 이례적으로 화요일에 한 번 더 진행한 이유다. 서증조사와 검증기일. 수많은 파일을 열어보며 글씨체가 왜 다른지, 이 부분에 왜 형광펜이 그어져 있는지, 출처가 무엇인지, 재판의 내용과 방식도 거의 비슷했다. 한 가지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면 피고인석에 앉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다. 전날과 달리 이들은 넥타이를 매지 않고 흰 셔츠에 양복만 걸쳤다. 전날 재판장이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협조 공문을 소개하며 여름에는 법정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된다며 “지금 바로 푸셔도 된다”고 농담을 건넨 뒤의 변화다. 넥타이 하나 풀렀을 뿐인데 고 전 대법관은 휴정시간에 다른 변호인들과 서서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등 한결 편안해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는 다르다. 고 전 대법관은 항상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의 옆에서 가장 분주하게 무언가를 적고 읽으며 매우 꼼꼼하게 재판의 진행상황을 체크한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의 7회 재판에서 고 전 대법관 측은 검찰이 압수수색한 증거들의 출처를 문제삼았다. 지난 14일부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확보한 법원행정처 문건 파일과 이를 출력해서 증거로 낸 검찰의 출력물 1142개가 서로 같은지 일일이 검증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임 전 차장의 USB가 아닌 다른 곳에서 확보된 증거에 대해서 출처를 분명히 밝히라는 주장이다. 이른바 ‘실물 압수증거’라고 고 전 대법관 측의 의견서를 검토한 재판부가 언급했는데 형사소송법이나 관련 규정에 정식 명칭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흔히 쓰이는 개념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자료, 법원행정처나 이 사건의 고발인들이 임의로 제출한 문건 등 검찰이 입증자료라고 낸 문건들의 출처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선 재판에 이어 이날 재판에서 47건에 대해 추가로 조사할 것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원칙대로라면 기존에 신청된 증거들 가운데 입증자료라는 것을 다 서증조사 해야되는 게 맞겠지만 지금 서증조사의 목적이 실물 압수증거의 내용이 아니라 출처만을 심리하는 것이고 다른 변호인은 문제삼지 않고 고영한 피고인의 변호인만 문제삼고 있다”면서 “고영한 피고인의 변호인 측에서 문제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특정해서 출처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하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검찰과 변호인이 동의했고, 이날 점심시간 동안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검찰에 찾아가서 일부 ‘실물 압수증거’를 확인하고 오기도 했다. ●변호인들, USB는 압수수색 위법 주장 ·USB 외 증거는 ‘출처’ 문제삼아 ‘위법수집증거’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된 재판들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 사건의 ‘스모킹 건’으로 불릴 정도로 핵심 문건들이 확보된 임 전 차장의 USB가 검찰에 넘어간 과정은 임 전 차장의 재판 초반에도 치열하게 다퉈졌다. 이날 재판에서도 위법수집증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증거조사로 지난해 7월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이 담긴 문건들이 낱낱이 공개됐다. “지금부터 (증거순번) 1만 1705번부터 1만 1718번, 위법수집증거 관련 증거에 대한 서류증거를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재판부가 말했다.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되지 않았다는 것을, 또는 피고인들 입장에서는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것을 각각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조사하겠다는 말이다. 재판부는 이어 “지금 조사하는 증거들을 통해 재판부가 특히 알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는데 미리 말씀드리겠다”면서 “지난해 7월 21일 압수했던 임종헌 USB에서 일부 파일을 삭제한 정황이 있는지, 파일의 상세목록을 (임 전 차장에게) 교부했는지, 그리고 압수를 한 다음에 임 전 차장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바탕화면에 8635개의 파일 리스트를 저장해 주었는지, 압수수색 조서에 압수수색할 장소가 다르게 기재된 이유가 무엇인지, 또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무관한 파일을 압수했다는 주장이 있다.” 변호인들이 임종헌 USB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하는 이유들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7월 21일 검찰이 임 전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 검증영장’이 공개됐다. 영장을 화면에 띄우고 검사가 주요 혐의를 요약한 소제목을 읽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사모 관련: 피의자 양승태, 박병대, 고영한, 임종헌’, ‘이판사판 야단법석 카페 관련 범죄사실’, 이어 ‘상고법원 정책추진과정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범죄사실’ 이후가 눈에 띄었다. ‘조선일보를 통한 여론조작 시도’, ‘지역 언론을 통한 여론조작 시도’, ‘상고법원 정책추진 과정 법무부 상대 빅딜 시도’, ‘오연천 명의의 기고문 게재 관련: 피해자 조선일보에 대한 업무방해’(지난해 검찰 수사 결과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을 찬성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울산대 오연천 총장의 이름으로 대필해 조선일보에 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압수수색 영장 속 행정처…언론·국회 상대로 상고법원 협조 전략 영장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는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회의원들과 관련된 재판에 개입해 상고법원 도입에 힘을 얻으려 했다. 임 전 차장은 ‘상고법원 공동발의 가능 국회의원’ 명단과 설득전략을 검토하도록 지시했고, 새누리당 김재원·김학용·김회선·나경원·노철래·유기준·윤상현·이병석의원을 찬성 명단에,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박영선·서영교·양승조·우윤근·최원석·최재천 의원을 설득 거절 의원 명단에 담았다. 마찬가지로 상고법원 도입에 협조를 얻기 위해 ‘국회의원 안덕수의 회계책임자 선거법 위반 사건’을 비롯해 몇몇 의원들과 관련된 내용, 접촉루트 등이 영장에 범죄사실 중 하나로 담겼다. 최유정 변호사, 김수천 전 부장판사 관련 내용,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현직 법관이 관련된 형사사건 재판 개입 관련 사건도 영장에 기재됐다. 다만 재판에서 영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혐의들로 임 전 차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겠다고 했는데 임 전 차장의 USB는 압수수색에 적힌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는 게 위법수집증거 주장의 주요 쟁점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1. 주거지 2. 피압수자 등의 진술 등에 의해 압수할 문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돼 있음이 확인되는 경우 그 보관장소’라고 적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동의로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했고 캐비닛에서 USB를 꺼낸 것이라며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은 자신의 재판에서 USB를 꺼낸 캐비닛이 자신의 전용공간이 아닌 사무실 공용공간에 있던 곳이었고, 자신이 보관하지 않았다며 영장에 기재된 ‘보관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도 ‘“압수수색 영장의 취지는 주거지에 있는 대상 물건을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권한을 준 것이고 원칙적으로 주거지나 기타 적시된 곳이 아니라면 위법하다고 보는 게 맞다는 것”이라면서 “검찰의 설명은 주거지 PC에 있던 USB가 어디 있느냐고 묻다가 사무실에 있다고 해서 사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했다는 건데 이미 임 전 차장의 협조로 물건을 제출받았음에도 사무실 PC도 보자고 하고 여러 흔적을 찾게 돼 추가로 USB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택에 있던 USB만 사무실에서 받아왔어야 하는데 USB를 핑계로 사무실 전체를 압수수색해 더 많은 증거를 찾아냈다는 주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영장주의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강해 이 부분에 대한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헌 공판조서 양승태 법정서 낭독…변호인 ”영장주의 위배“ 또 USB 5개에서 확보된 8635개 파일 가운데 혐의와 관련된 내용만 검찰이 확보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파일들까지 모두 얻어 수사에 활용했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별도의 절차로 입수할 수 있는 증거가 아니었다면 혐의 사실이 아닌 파일이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파일이라도 눈감고 가셨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변호인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특히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혐의 중 하나인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법원장들에게 현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정보들을 입수해 위법행위에 대해 의심이 있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보관실 운영비는 독수독과로 증거능력이 없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수독과(毒樹毒果)는 ‘독이 있는 나무의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말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독수)에 의해 발견된 2차 증거(독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도 비슷하게 다뤄진 USB의 증거능력을 두고 이날 법정에서도 임 전 차장의 공판조서가 줄줄이 낭독되며 공방이 오갔다. 오후 3시가 되기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약 4시간을 USB를 입수한 과정이 복기됐다. 이후에는 또 다시 USB 속에 담겼던 파일의 원본과 검찰이 증거로 낸 출력물이 동일한 것인지 검증이 이뤄졌다. 이 같은 검증과 서증조사는 21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던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가 자신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증인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 부장판사는 재판부에 다음달 24일이나 26일이 법정에 출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날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오전에는 “불출석 이유를 아직 확인 못 했다”고 했다가 오후에서야 “재판 일정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증을 한 주요 목적은 증인신문에서 정 부장판사에게 제시할 문건의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증인신문이 한 달이나 뒤로 미뤄지자 검찰은 또 한숨을 쉬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7회]‘임종헌 USB’ 파일과 출력물의 동일성 검증 ‘쳇바퀴’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7회]‘임종헌 USB’ 파일과 출력물의 동일성 검증 ‘쳇바퀴’

    박병대 측 검찰의 조작 가능성 주장하며 파일 1142개 검증 요구지난 14일에도 7시간 내내 파일과 출력물 일일이 대조 작업 반복18일에는 “안과 진료 가야하는데”···재판부는 불허···검찰은 분통“파일의 제목은 HY수평선B체이고 날짜는 휴먼옛체입니다. 날짜도 지금 이의를 제기하십니까?”(재판장)“날짜는 비슷해 보입니다.”(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날짜는 빼고요. (작성자인) ‘기획조정실’이 다르다는 거죠? 기획조정실은 파일에는 HY수평선B체로 돼있고 출력물에는 제목과 기획조정실 표시는 글자체가 다른 것을 확인했습니다. 내용은 똑같고 글자체가 다른 것입니다. 설명해주시겠습니까?”(재판장) “네, 이 문건은 컴퓨터에 설치된 폰트 부족 등으로 글자체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출력 시에 기본 글자체로 출력된 것으로 보입니다.”(검사)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들어있던 267번 파일과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885번의 문건은 같은 내용이다. 2015년 1월 18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최민호 판사 관련 대응방안’ 문건이다. 그런데 PC로 보는 파일 내용과 종이로 보는 문건의 제목과 기획조정실 표기가 글씨체가 달랐다. 변호인은 이의를 제기했다. 2014년 12월 3일 작성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은 임 전 차장의 USB 7636번 파일에서는 1쪽부터 8쪽까지 페이지 번호가 매겨졌는데 검찰이 출력물로 제출한 증거 932번 문건에서는 77쪽부터 84쪽까지 페이지 번호가 적혀있었다. 문건의 내용은 같다. 변호인들은 이의를 제기했고 검찰은 “여러 파일을 하나로 합쳐놓으면서 페이지 순서가 1쪽이 77쪽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헌 USB’ 속 파일과 출력 문건 같은지…일일이 열어 글씨체까지 확인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6회 공판기일에서는 오전부터 내내 이 같은 검증이 이뤄졌다. 지난 14일 5회 공판에서도 오후 2시 20분부터 밤 9시 20분 남짓까지 7시간을 내내 파일과 출력물을 비교했지만 검증해야 할 전체 양의 15%에 불과하다고 검찰은 말했다. 검증하기로 한 파일의 양은 무려 1142개. “증거 순번 871번, 2015년 10월 1일자 사법정책실 양형위원회 작성의 ‘헌재 관련 비상식 대처 방안 검토(대외비)’ 문건, 임종헌 USB 파일 목록 순번 3872번 출력물입니다.” “네. 871번 출력물 같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재판장) 검증 방식은 이렇다. 검찰이 해당 문건의 한글 파일을 열어 페이지 끝까지 천천히 스크롤을 넘긴다. 재판부와 변호인들은 빠르게 출력물과 비교를 한 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가 동일한 내용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선언하면 그 다음 파일로 넘어간다. 이렇게 온종일 재판이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다른 부분이 발견되면 곧바로 변호인들이 설명을 요구했다. PC 화면에서 파일을 하나씩 모두 열어보고 페이지수와 글자체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며 갖고 있는 출력물과 같은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애초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의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 재판준비 절차에서부터 박 전 대법관 측은 ‘동일성’과 ‘무결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임 전 차장의 USB를 통해 많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문건들이 확보됐지만, 임 전 차장이 받은 파일이 심의관 등 전·현직 법관들이 사용한 파일 그 자체인지는 사실 분명하지 않다. 임 전 차장이 수정을 해서 USB에 담아놨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변호인단이 문제삼는 건 그것이 아니다.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검찰이 압수한 파일과 법정에 증거로 낸 출력물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용납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공판준비기일에서부터 몇 차례 논쟁을 벌이며 핵심 문건 30여건에 대해서만 검증을 하도록 의견을 좁혔다가 박 전 대법관 측에서 전체 파일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증거로 쓰기로 한 1142건의 파일을 모두 법정에서 열어보게 됐다. 지루한 검증에 검찰과 변호인은 예민해진다. 거의 매 재판마다 “증거를 파일 원본으로 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변호인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검찰은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있어 원본은 제공할 수 없다. 확인이 필요하면 검사실로 오시라”는 대응을 반복했는데 이날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또 한 차례 고성이 오갔다. 박 전 대법관 측에서 임 전 차장의 USB에서 확보되지 않은 144건의 출력물에 대해서도 원본 파일과 동일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였다. 예를 들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410개의 파일과 같이 법원행정처에서 임의로 제출했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확보된 문건들에 대해서 또 다시 무결성과 동일성을 주장한 것이다. ●박병대 측 “안과 진료 위해 오후 변론 분리해 달라”…검찰 “무책임” 발끈이와 함께 박 전 대법관 측에서 박 전 대법관이 이날 오후 3시 30분 안과 진료가 예약돼 있어 이날 재판만 변론을 분리해 따로 재판을 진행해 달라는 의견서를 냈다고 재판부가 소개하자 검찰은 불만을 터뜨렸다. 검찰은 “주로 박병대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검사가 증거를 조작했을 수 있다는 중대한 의혹을 계속 제기했고 결국 재판장님께서 문건 하나 하나를 확인하겠다고 하고 지난 기일부터 원본과 출력물을 일일이 대조하고 있다”면서 “임 전 차장의 USB 속 파일만 1142개인데 그 중 15%만 검증을 했다. 이런 검증 절차를 마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시며 부득이 오늘 추가 기일을 또 지정했는데 정작 박병대 피고인의 변호인은 어제 오후에서야 오늘 오후 재판을 분리하겠다고 한다. 지금 이걸 박병대 피고인의 변호인 때문에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피고인은 불출석하고 변호인은 방청석에서 보겠다고 하니 매우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사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실제 지난 기일에 밤 9시까지 검증을 했음에도 문제될 만한 증거는 없었다. 오히려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변호인의 문제 제기 근거는 ‘검사가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이 아니라 ‘왜 원본에는 간인이 돼있는데 여긴 안 돼있느냐’, ‘원본에는 주민등록번호가 있는데 출력물엔 왜 가려져있느냐’는 것들이었다. 이런 점을 근거로 증거가 조작됐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매우 놀랍다. 경력이 풍부한 여러 변호인도 계시지만 검찰의 신뢰와도 직결된 증거 검증 과정에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 1명(박현상 변호인)에게만 맡겨두고 다른 변호인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 변호인들이 웅성웅성하며 일어나서 반박하기 위해 몸을 들썩거렸다. 재판부가 잠시 조용히 하라고 제지하자 검사가 발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계속된 근거 없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고, 다른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인다.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쪽수와 날짜가 다르다는 것이 의혹의 전부인지, 다른 내용이 의심되는 무언가 있는지, 박병대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인지 재판부께서 변호인들에게 설명을 요구해 주시고 향후 이런 근거없는 의혹 제기가 아무런 검토 없이 법정에 노출돼 국가의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절한 소송지휘권을 행사해주시기 바란다.” ●현직 법관들 “재판일정 때문에 증인신문 못 나간다”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 중 한 명이 일어섰다. “변호인으로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대해 따지는 것을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한다면 지금 (법정에) 앉아 계신 기자들을 위한 말일지는 모르나 재판부에 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판부는 결국 박 전 대법관에 대한 변론을 분리하지 않기로 했고 이날 오후 박 전 대법관은 안과를 갈 수 없었다. 파일 하나 하나에 대한 확인은 금방 지나갔지만 양이 너무 많다 보니 마치 빠르게 돌아가는 쳇바퀴 같이 법정의 시간이 흘렀다. 양 전 대법원장은 눈을 질끈 감고 피곤한 기색을 자주 보였고, 두 전직 대법관도 고개를 뒤로 제꼈다가 또 고개를 푹 숙이고 열심히 메모를 했다가, 표정은 지루했지만 경계를 놓지 않아 보였다. 오는 21일 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지낸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를 시작으로 핵심 문건들을 작성한 현직 법관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 부장판사를 비롯해 시진국(6월 26일)·김민수(7월 3일) 부장판사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재판 일정을 이유로 정해진 날짜에 법정에 나올 수 없다고 재판부에 알렸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을 하지 못하게 되는 날에도 계속해서 이 같은 검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오후 3시 45분부터 15분 휴정을 한 뒤 다시 시작된 재판에서 박남천 부장판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지난달 30일 하계 법정에서의 복장에 관한 협조요청 공문을 법원에 보내왔다”면서 “6월부터 8월까지 변호인들이 넥타이를 하지 않도록 권고했으니 법원에서도 적극 협조를 해달라는 내용이다. 법원장님도 결재를 하셨으니 넥타이를 매지 않으셔도 된다”고 알렸다. 박 부장판사는 이어 “피고인들도 넥타이를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장 지금부터 넥타이를 푸셔도 됩니다”라면서 “검사님들은 여기(공문)에 없네요. 검사님들은 어떻게 되시는 건지”고 말하자 상기됐던 법정에 잠시 웃음이 돌았다. 그리고 다시 파일들이 열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우주를 보다] 화성 표면에 스타트렉과 팩맨?…모래언덕 포착

    [우주를 보다] 화성 표면에 스타트렉과 팩맨?…모래언덕 포착

    인류의 주요 탐사 대상이 된 화성에서 특이한 모습의 사구(砂丘)가 발견됐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정찰위성(mars reconnaissance orbiter·MRO)에 장착된 고해상도 카메라(HiRISE)를 운영하는 애리조나 대학 연구팀은 "유명한 로고와 뚜렷하게 닮은 것을 발견했다"면서 흥미로운 사진 한장을 공개했다. SF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눈에 알 수 있는 사진 속 모습은 분명 영화 '스타트렉'의 로고처럼 보인다. 물론 이 모습은 인공적인 것이 아닌 자연 현상에 의해 우연이 만들어진 것이다.사진 속 스타트렉 로고의 정체는 모래언덕인 사구다. 화성의 남반구에 위치한 원형의 충돌 분지인 헬라스 분지(Hellas Planitia)에 위치한 이 사구는 용암이 흘러나와 초승달 모양의 사구를 형성하고 바람으로 운반된 모래가 쌓여지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해 3월에도 HiRIS에 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게임인 식충캐릭터 ‘팩맨’(Pac-Man)을 연상시키는 크레이터가 촬영된 바 있다. 이 사진을 보면 게임에서처럼 마치 주위 물질를 잡아먹는 모습처럼 보일 정도.운석 등 천체가 충돌해 생기는 크레이터가 이처럼 특이한 모습을 하고있는 이유는 있다. 일반적으로 크레이터는 둥근 원형에 가까운 것이 많다. 그러나 이 크레이터의 경우 오랜 세월 동안 그 주위에 모래로 된 사구가 쌓여 팩맨 같은 외양을 갖췄다. 애리조나 대학 HiRISE팀은 "스타트렉처럼 생긴 사구는 우연히 생긴 것이지만 MRO가 13년 동안이나 화성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보내는 것은 노력의 결과물"이라면서 "MRO는 현재 큐리오시티와 인사이트 착륙선의 중요한 통신 중계 역할도 맡고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 “재판거래 의혹은 비약…물의야기 법관은 관행“ 양승태의 해명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 “재판거래 의혹은 비약…물의야기 법관은 관행“ 양승태의 해명

    피고인으로 법정에 들어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꼿꼿하다. 빳빳한 흰색 와이셔츠의 깃이 그의 목을 가려 더욱 고개가 꼿꼿해 보인다. 혼자 구속 피고인 대기실에서 나와 미리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옆에 앉는다. 아주 가끔씩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세 사람의 모습은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자주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을 모아 얼굴을 괴는 모습을 보인다. 세 사람 중 가운데 앉은 박 전 대법관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앞에 놓여진 서류들을 살펴본다. 고 전 대법관은 특유의 엷은 미소 띤 얼굴이다. 미세하게나마 다른 자세와 표정들이 다른 세 사람은 한 자리에 모여 재판을 받고 있지만 사건에 관여한 정도나 역할, 입장이 모두 다르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세 사람의 5회 공판에서는 지난 재판에 이어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일부가 공개됐다. 지난 재판에서는 검찰이 피의자신문조서 가운데 혐의와 관련된 핵심 부분들을 설명하며 증거조사를 했고, 이날 재판은 변호인들이 검찰의 증거조사에 대한 의견을 반박하거나 피의자신문조서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설명하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인 변은석 변호사가 먼저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검찰 증거는 외교부에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공관에서 회의를 갖고 있다는 점과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을 연결시켜 묻고 있는데 피고인(양 전 대법원장)의 답변은 ‘이건 지나친 비약’이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해외 공관에 법관들을 파견시키기 위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재상고심을 이른바 ‘거래‘라고 지적했다.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는 ‘BH(청와대) 협조요청사항. 재외공관 법관 파견에 적극 협조, 외교부의 긍정적·전향적 태도 유도’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2010년 중단된 해외공관 법관 파견은 2013년 주 유엔 대표부와 네덜란드 대사관 등에서 재개됐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해외공관 파견하는 걸 어떻게 재판으로 연결시키겠느냐. 법관의 자질이나 인격을 모욕하는 것이다. 안 보냈으면 안 보냈지 어떻게 재판을 가지고…(그런 거래를 하느냐)”라며 혐의를 부인했다는 것이다. ●양승태 “법관 해외공관 파견 안 보내면 안 보냈지 어떻게 재판을” 앞서 지난 4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도 임 전 차장은 검찰 쪽 서류증거 의견을 반박하며 관련 혐의에 대해 “저와 외교부 관계자 모두 강제동원 사건과 법관 재외공관 파견 문제를 대가관계로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두 가지를 연계해서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외교부 인사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주장은) 남녀 간에 썸만 타고 있는데 확대해석해서 불륜관계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4회 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양 전 대법원장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임 전 차장이 청와대와 외교부 관계자들과 접촉한 것은 그가 ‘유능한 사람’이어서, 알아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관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 조치에 대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거듭 부인하는 입장을 반복했다. 2015년 9월 지금은 헌법재판관이 된 김기영 당시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대법원 판례와 달리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자 징계가 검토됐다.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짧게 축약을 하니 전체 뜻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다. 내 취지는 당시 이런 사안에 관한 여러 하급심 판결이 엇갈려 혼선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쪽으로 통일하는 대법원 선고가 되고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급심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대법원 판결 취지에 반하는 선고를 한다면 혼선은 여전히 계속되어 법적 안정성이 위협받고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기능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대법원의 일방적 기능은 법적 안정성을 위한 통일 등 기능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지 간섭한 것은 전혀 아니다. ”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이렇게 반박했다. “물의야기 법관 인사 방침은 제가 취임하기 전부터 내려오던 관행이었다. 처음에는 저는 물의야기 법관이라고 해서 인사심의관이 인사안을 만들어온 것을 보고 ‘인사는 일방적으로 행정처에서 다 하면서 이렇게 어려운 것은 나보고 다 하라는 것인가’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 공판에서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 강조한 양 전 대법원장의 답변은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방안에 대해) 설명을 듣고 결재는 내가 한 게 맞다”면서도 “결재를 했다고 해서 (내용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었다. ●“물의야기 법관은 취임 전부터 내려오던 관행” 변호인은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에 대한 양 전 대법원장의 설명을 덧붙였다. “인사안에 대해서는 제가 거의 다 행정처에서 올린 의견대로 결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은 이런 문서가 있으니까 전부 대법원장이 결정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런 내용은 행정처에서 제가 이렇게 만들어오라고 지시하거나 행정처가 만들어온 안에 제가 고치라고 지시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인사안에 대해 대법원장이 실질적으로 강행하거나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다. 제가 관여한 게 거의 없다”, “어떤 사람을 이 자리에 배치하느냐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대법원장이 하나 하나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행정처에서 만들어 오는 것이지 어떤 사람을 특정해서 한 적이 없다.”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사건의 재상고심과 관련, 일본 전범기업의 소송 대리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한상호 변호사에 대해서도 다른 언급이 공개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한 변호사와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면서도 한 변호사가 이 사건의 소송대리를 맡은 것은 몰랐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2016년 말쯤에는 사건 대리를 한다는 걸 알았겠지만 그 전에는 언제 알았는지 기억할 수 없다. 처음에는 몰랐다고 진술한 것은 사건 접수 후 상당 기간 동안은 몰랐고 적어도 2016년 말쯤 전원합의체 들어갔을 때는 알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바꿨다. 다만 한 변호사와 사건과 관련된 협의를 했다는 의혹은 여전히 부인했다. “그러면 한 변호사는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는 데 대법원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닌지 저는 되묻고 싶다. 전원합의체 회부는 대법원장 권한이 전혀 아니다” 변호인은 이게 양 전 대법원장의 일관된 주장이라며 만약 전원합의체 회부가 대법원장의 권한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얼마나 대법원의 사건 처리 방향을 모르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어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차례로 검찰 측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오전 재판이 더딘 속도를 이어갔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의견서를 토대로 검찰에 석명을 요구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기준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 넘겨진 범행의 수가 129개라며 이게 맞는지 검찰에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인들 “휴정기엔 재판 하지 말아달라…재판부도 쉬셔야” 박 전 대법관은 증인신문 일정에 대한 재판부의 검토를 요청했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휴정기에도 재판을 할지 검찰과 변호인들에 의견을 물었다. 법원은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 2주간 휴정기를 갖는다. 이 기간 동안 재판은 진행하지 않지만 일부 시급한 사건이나 중요한 경우 재판이 열리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은 휴정기에도 재판을 이어갔다. 검찰은 “저희가 알고 있는 전례로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하계 휴정기에도 공판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판이 많이 늦어졌다는 생각을 저희는 누누이 말씀드렸고 휴정기에 만약 재판을 진행하기 어렵다면 그 전에라도 보충해서 재판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재판을 쉬지 않고 열어 달라고 호소했다. 오는 8월 10일이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이 끝나는 만큼 검찰은 재판이 늦어지는 데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변호인들은 휴정기에 재판을 하지 말아달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구속된 피고인이 있는 경우에 구속기간을 어느 정도 존중해서 재판을 하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감안이 되는 게 맞지만, 구속 기간 안에 기일 진행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사건이 끝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다시 일반 원칙으로 돌아가 휴정기 지침에 따른 기일 지정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 “여름에 하계 휴정기를 갖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오래된 관습법에 해당한다. 재판부도 쉬셔야 되고 증인도 쉬어야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재판하는 게 고군분투, 악전고투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다가 좀 기간을 주시면 저희가 정리할 시간도 가질 수 있다”(박 전 대법관 변호인), “증인신문에 들어간 뒤에는 3~4주 일정을 소화한 뒤 한 주 쉴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재판부도 좀 쉬시고 정리하실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전 대법관 변호인) 매주 두 차례씩 온종일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부에 대한 걱정도 새삼스레 잇따랐다. 그러나 정작 이날 재판은 오후 9시 23분이 돼서야 끝이 났다. 임 전 차장의 이동식 저장장치(USB)에서 확보된 각종 파일들과 검찰이 증거로 낸 출력물이 같은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박 전 대법관 변호인 측 요구에 따라서다. 오후 2시 20분부터 시작된 검증기일이 7시간 이어져 1142건의 파일을 일일이 열어 임 전 차장의 USB 속 파일과 검찰의 출력물과 내용과 형식이 같은지 확인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 ‘유능한 후배들이 스스로 알아서’…책임 미루는 양승태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 ‘유능한 후배들이 스스로 알아서’…책임 미루는 양승태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 중계 합니다. 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사이가 그렇게 지시를 하는 사이가 아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유능한 사람이기에 알아서 하는 것이고 나는 지시한 적이 없다”, “인사심의관실에서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회 공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피의자신문 조서가 일부 공개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짙어지자 집 옆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밝힐 때부터 검찰 수사 과정 내내 양 전 대법원장이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그가 검찰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진술을 했는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개된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 진술을 종합하면 “나는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로 모인다. 사법행정의 최종 결재권자이자 책임자인 만큼 각종 문건을 승인한 것은 자신이 맞고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것도 맞다고는 인정했다. 그러나 그 보고 내용들은 결국 하급자들이 ‘알아서 한 것’이고 자신은 가장 마지막에 보고를 듣기만 했을 뿐이라는 취지다.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의 핵심인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해서 사법부 고위 관계자들이 청와대, 외교부와 재판 관련 논의를 했다는데도 양 전 대법원장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 “그런 것 하는 데 왜 대법원장 지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2013년 12월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관에서 열린 이른바 ‘소인수회의’에서 청와대와 대법원, 외교부, 법무부 고위 관계자들이 모여 일제 강제징용 사건을 논의한 데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회의에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참석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 들은 적이 있으면 기억하겠지만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2014년 3월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만난 사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분을 알지 못한다”며 부인했고, 윤 장관에게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을 요청한 사실 있냐는 질문에도 마찬가지로 윤 장관을 만난 사실도 없다고 잡아뗐다. 검찰이 외교부 직원의 이메일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윤병세 장관과 조우한 계기에 양 대법원장이 재외공관 확대에 대해 논의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발견됐다고 제시하니 양 전 대법원장은 “조우라는 것은 우연히 만났다는 건데 우연히 만난 것을 일일이 기억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2014년 10월 열린 2차 소인수회의에서도 당연히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2차 소인수회의에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참석한 사실에 대해 “사후에 보고받아 알게 됐고 사전에는 몰랐다”고 밝혔다. “박 대법관이 다녀와서 얘기한 것 같다. 전혀 사전 보고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박 전 대법관과의 진술이 엇갈린 것이 확인됐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서 “그런 정도의 자리라면 대법원장에게 보고하고 참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거듭 물었다. “박 전 대법관이 2차 회의에 참석하기 전 각급 법원을 상대로 일제 식민지 시대 관련 과거사 사건의 현황을 조사한 뒤 이를 회의에 지참한 사실이 확인되는데 피고인(양 전 대법원장) 지시로 박 전 대법관이 이를 지참하고 회의에 참석 한 것 아닌가”,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박 전 대법관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챙긴 것 아닌가”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은 오히려 “처장은 업무 하나 하나마다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고 하는 게 아니다. 처장은 대법관이다”, “대법원장과 처장 사이가 그렇게 지시를 하는 사이가 아니다. (처장은) 대법원장이 사건 하나 하나를 갖고 지시를 하는 지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핵심 실행자이자 중간 책임자인 임 전 차장에게도 전혀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임 전 차장이 2016년 4~5월쯤 청와대 등을 통해 외교부에 강제징용 사건 관련 의견서를 내라고 독촉한 것과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은 “임 차장이 굉장히 유능한 사람이기에 알아서 하는 것이고 나는 지시한 적이 없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굉장히 유능한 사람이어서 챙겨보라고 따로 지시해야 할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들(외교부와 청와대)을 직접 접촉한 사람이 아니겠느냐. 임 차장이 의견서를 내기로 했는데 왜 안 내냐고 했을 뿐이다. 저와 연관된 사안은 아니다.” 처장도 차장도 대법원장의 지시 없이 ‘알아서’ 청와대와 외교부를 접촉한 뒤 모든 논의가 이뤄진 뒤에 대법원장에게 결과만 보고됐다는 것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나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지낸 후배 법관들을 향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과 관련, 특정 쟁점에 대해 재판연구관에게 검토를 지시한 적이 있나요?”(검찰), “지시한 적 없습니다.”(양 전 대법원장) “정다주 전 기획조정심의관(현 지방법원 부장판사)이 작성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을 알고 있나요?”(검찰), “전혀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양 전 대법원장)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을 심리하던 재판부에 법원행정처 입장이 담긴 문건을 전달하도록 승인하지 않았나요?”(검찰), “그런 것을 하는데 왜 대법원장이 꼭 지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양 전 대법원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전 고등법원 부장판사)이 통진당 소송 현황을 상시적으로 보고했는데, 대법원장의 지시가 있던 것 아닌가요?”(검찰), “제가 시켜서 보고를 한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한 것입니다”, “대법원장이 최고위급 간부에게 그런 식으로 지시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양 전 대법원장)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결재는 시인···“인사 조치 이유는 인사실이 알아서”당시 사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의견을 밝힌 법관들을 비롯해 이른바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를 작성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와 관련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은 최종 결재를 했음은 인정했다. 그는 “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들이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을 대법원장에게 보고할 때 한 명 한 명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책 결정을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인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인사조치 방안에 승인한다는 뜻으로 문건에 표시된 ‘V’표시에 대해서도 “제가 했다. 제가 했거나 옆 사람에게 체크하라고 했으니 제가 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인사조치를 왜 했냐는 질문에는 “인사실에서 왜 그렇게 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면서 “결재를 했다고 해서 이런 내용까지 다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 인사안에 대해서도 “결재는 내가 한 게 맞다”면서도 “행정처에서 올린 의견대로 결정한다. 실질적으로 대법원장이 관여하는 게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벌어진 가장 핵심적인 원인으로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이 지목됐다. 그러나 정작 그는 ‘유능한’ 후배 법관들이 ‘스스로, 알아서’ 논의하고 처리해 온 일들을 결과만 보고받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법정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인정한 유능하고 스스로 일한 후배 법관들이 증인으로 나와 그와 마주하게 된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에서의 진술을 후배 법관들이 어떻게 설명할지 주목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회] ‘지연된 정의’ 되짚는 재판도 지연?… ‘재판 속도’ 샅바싸움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회] ‘지연된 정의’ 되짚는 재판도 지연?… ‘재판 속도’ 샅바싸움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생생 중계합니다. 속도를 붙잡고 당기기 시작한 검찰과 변호인의 샅바싸움조차 속도를 내지 못하고 더뎠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세 번째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검찰과 변호인의 밀려있던 설전이 시작됐다. 지난 5일 예정됐던 재판이 한 차례 취소된 뒤 검찰은 부쩍 서두르는 모양새였다. 이미 피고인들이 재판에 넘겨진 지 넉 달이 다 되어갔고, 세 사람 중 유일하게 구속 상태인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기간(6개월)이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아직 증인들을 언제 법정에 부를지조차 정하지 못했으니 거듭 답답함이 터져 나왔다. 지난 5일 예정됐던 재판은 박병대 전 대법관의 눈 수술 등 건강상의 이유로 열리지 않았다. 검찰은 “건강상태로 인한 공판 출석 어려움 그 자체를 문제삼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기일변경 과정이나 절차가 다소 매끄럽지 못하다고 생각되거나 적정성에 의문이 있다”며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수술은 이미 예정돼 있었을 텐데 공판기일(5일) 바로 직전인 전날 오후 4시에야 기일변경 신청서를 접수해 그 과정에서 검찰은 어떠한 의견도 제출할 기회가 없었고, 구체적인 사유도 알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또 “갑작스런 기일변경과 공전으로 사실상 오늘까지 마치기로 돼있던 서증조사를 제 때 마칠 수 없게 됐고 아직 증인 채택 및 신문 일정조차 결정되지 않아 증인신문이 언제 시작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검찰은 구속 피고인인 양 전 대법원장과 나머지 두 전 대법관의 재판을 분리해서 심리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 피고인들 ‘재판 지연’ 비판… “양승태 분리 심리해 달라” ‘재판 지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재판이 시작되고부터 검찰에게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자리잡았다. 지난해 11월 이 사건으로 가장 먼저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벌써 여러 선례를 남긴 이유에서다. 변호인 11명의 전원 사임으로 2명의 변호인을 새로 선임하는 과정까지 거쳐 첫 공판이 3월 11일에야 열렸다. 재판이 시작되서도 USB의 증거능력을 두고 다투느라 한참 입씨름을 벌였고 가까스로 증인신문이 시작됐지만 초반에 나오기로 했던 핵심 증인인 현직 법관들은 자신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일정을 미뤘다. 그리고 지난 2일 오후 임 전 차장은 돌연 재판부가 자신에 대한 유죄 판결을 정해놓고 불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이번주로 예정됐던 재판은 물론 다음주 재판까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석 달 가까이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 다뤄진 사안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 관련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각종 재판개입 의혹 등으로 앞으로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지연된 정의’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재판마저 한없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경계가 검찰에 깔려있다. 그러나 정작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에게 속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공판준비절차에서 일주일에 며칠씩 재판을 열 것인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면 재판이 시작된 뒤에는 하루 중 몇시까지 재판을 할 것인지를 매번 다툰다.이날도 검찰이 “지난 5일 하지 못한 서증조사를 위해 당초 예정된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재판 외에도 다른 날을 하루 더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변호인들이 즉각 반발했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공판 진행은 절차에 따라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지 한정된 (시간) 안에서 무조건 욱여서 넣을 게 아니다”라면서 “이 사건이 이렇게 번잡스럽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증거가 너무 많아서 그러다. 증거가 10개, 20개, 100개면 끝날 것을 20만 페이지가 넘는데 이걸 저희가 증거법칙대로 꼼꼼히 보려고 하니까 그렇게 된(늦어진) 것이지 서증조사를 언제까지 끝내야 한다 이런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두 번도 재판부 사정을 감안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는데, 이 이상으로 하는 것은 너무 무리다. (피고인들이) 하루종일 뒤에 가만히 앉아있지만 스트레스와 신경쓰는 것을 보면 건강이 앞으로 버틸 수 있을지 많이 걱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한 협조하겠지만 건강상태를 봐달라”고도 덧붙였다. 정해진 증거조사를 어느 정도 진행하고 이날 재판을 오후 7시 30분쯤 끝낼 계획이라고 재판장이 말하자 이번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지난 재판에 이어 ‘식사시간’을 또 언급했다. “오후 5~7시 사이에만 식사 제공을 받을 수 있어 재판이 오후 7시 반이 넘어 끝나면 식사가 불가능해진다”며 재판을 너무 늦게까지 진행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다음 기일을 온종일 꽉 채워 하더라도 저녁까진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다. 형사재판을 받는 구속 피고인들은 식중독이나 음독 등의 위험성 때문에 외부 음식을 먹지 못하게 돼있다. 그러나 검찰과 변호인단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다 보면 해는 금방 저물고, 그러면 구치소에서 마련한 식사를 정해진 시간에 하지 못하면 그날 끼니를 거르거나 다 식은 밥을 삼켜야 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매주 3회 재판을 받던 박근혜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도 재판부에 자주 식사시간을 확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국정원 정치공작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한 전직 국정원 간부의 가족은 법정 밖에서 “사람을 잡아 넣었으면 밥은 먹게 해줘야 할 것 아니냐”는 원망을 종종 쏟아냈다. 임 전 차장은 재판이 열리는 날이면 거의 저녁을 먹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작 피고인들은 “원칙대로, 천천히”…양승태 변호인 “저녁식사 거르지 않게 해달라” 누군가는 자주 거르는 것일 수도,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해소하느라 몇 번쯤은 빠뜨리게 될 수도 있는 것도 저녁밥 한 끼이고 또 누군가는 나락으로 떨어진 듯한 시간 속에서도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챙겨야 하는 것도 저녁 한 끼일 수 있다. ‘밥은 먹게 해달라’는 요청에 재판장은 다시 확인을 했다. “(오후 7시반에 재판이 끝난다고 해서) 아예 못 드시는 건 아니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식사시간에 대해 답해줄 교도관을 다급하게 찾았다. “교도관들께서 확인을 해주실 텐데…”하며 눈을 돌리고는 “지금 여기에 안 계신가 봅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방청석 앞 쪽에 앉아있던 교도관 두 명이 각자 턱을 괴고 조느라 그 눈빛을 보지는 못했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저도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고 싶습니다”라고 반복해서 말하며 속도론에 힘을 더하면서도 “증인신문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있을 수 있어 그 전에 증거조사를 통해 정리했으면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증거와 관련한 새로운 의견도 내놨다. “검찰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압수한 문건은 위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라며 또다른 증거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공판까지, 그리고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사건의 재판에서 잇따라 흘러나오는 돌림노래와 같은 ‘임종헌 USB’와 비슷한 맥락이면서 다른 이야기였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의견서를 통해 “검찰은 김앤장을 압수수색할 때 변호사의 업무상 비밀과 관련된 문건에 대해 압수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라면서 “검찰이 김앤장으로부터 압수해 제출한 문건은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비밀누설죄 처벌 가능성이 있어 김앤장 변호사 등 증인들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앤장은 영장에 의해 압수수색이 됐고 압수대상에게 적법하게 고지해야 한다고 명시된 형사소송법을 지켰다”면서 “변호사 다수가 참여해서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거부권은 행사되지 않았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특히 “전범기업 소송 대리인들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변호인의 의견에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해당 증인이 법정에 출석해서 증언할지 말지는 증인의 권한이고 증언을 거부하는 합당한 사유가 있는지는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인데 피고인 측이 증언을 거부할 권리에 대해 말하는 것은 형사처벌 운운하면서 증언을 거부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양승태 측, ‘김앤장 압수문건’ 문제삼아…유명환 전 장관 증인 채택 지난달 31일 재판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임종헌 USB에서 출력한 문건과 심의관들이 작성한 문건의 동일성을 문제삼으며 증거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날도 “임종헌 USB는 증거물로서만 동의하고 압수 절차가 위법하다는 점은 계속 주장하겠다”고 말했다.재판부는 “지난 기일에 이어 새로운 증거능력 문제가 제기된 만큼 해당되는 증거의 압수수색 절차에 대해 검찰이 의견서를 내고 별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면 추후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김앤장에서 압수된 문건의 작성자인 김앤장 소속 최모 변호사와 김앤장 고문을 지낸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2015년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과 관련해 피고 측 소송대리인인 김앤장 한상호 변호사와 수시로 접촉한 것으로 파악했다. 재판부는 이들을 포함해 13명의 증인을 더 채택했다. 신광렬·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유해용·김현석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심의관을 지낸 법관들이 양 전 대법원장과 법정에서 대면하게 된다. 검찰은 당장 14일부터, 그게 어렵다면 19일부터 증인신문을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오는 21일부터 이 법정에 증인들을 불러 신문을 하기로 했다. 첫 번째 증인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지낸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그는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도 가장 먼저 증인석에 앉았다. 정 부장판사에 이어 시진국·박상언·김민수 부장판사의 순서로 법정에 나올 예정이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오전 재판은 이렇게 미뤄진 서증조사는 하지도 못한 채 끝이 났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회] “‘칼은 칼’이라고만 말하라” 증거조사 가로막은 ‘종이 전쟁’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회] “‘칼은 칼’이라고만 말하라” 증거조사 가로막은 ‘종이 전쟁’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 중계 합니다.  “제가 예를 들게요. 살인사건이면 칼을 제시하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찌른 거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거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말씀대로 하면 ‘이건 칼입니다’라고 말하면 되는 거죠, 입증을 뭘 합니까?”(검사)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그 다음에 증인이나 칼을 주운 사람을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이게 피의자가 피해자를 찌른 칼’이라고 말도 못하는 거면 서증조사는 왜 합니까?”(검사) “칼로 찔렀다는 말은 해도 되는데 이게 뭐 어디서 주웠고 누가 주웠고 이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검찰 측 서류증거(서증)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던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회 공판은 그야말로 ‘종이와의 전쟁’이나 다름 없었다. 증거서류, 증거물인 서면, 보고서, 설명서, 의견서, 원본, 사본, 출력물…. 검찰이 세 사람의 방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서류증거도 수만쪽. 변호인들은 종이 자체의 완벽성을 요구하기도 했고 종이에 담긴 내용, 종이 속 내용을 어디까지 읽어야 하는지까지. 검찰의 서증조사 방식을 건건이 문제삼았다. 29일 1회 공판은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지만 이날은 311호 중법정에서 열려 법정 규모가 확 줄었다. 그 안에 14명의 검사와 12명의 변호인이 법정 앞을 가득 채운 데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고성이 터져나올 정도로 뜨거운 공방이 더해졌다. ●이틀째 서류증거 조사…변호인들 “원본과 완벽하게 같은 서류증거만 동의” 보통 형사재판에서 서증조사는 검찰이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기록을 비롯해 피고인과 증인, 참고인 등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검찰 진술조서, 사건과 관련된 문서, 이메일, 언론기사 등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고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간단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변호인이 검찰 측 증거에 동의하면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하고 법정에서 실물화상기에 띄워 다같이 지켜보며 어떤 내용인지 확인한다. 변호인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그 문건을 작성한 사람을 법정으로 불러 실제 자신이 작성한 문건이 맞는지, 문건 속 내용이 맞는지 등을 증인신문을 거쳐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판준비절차에서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야 할 사람들이 200명이 훨씬 넘는다. 그 가운데 재판부는 우선 28명만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29일 첫 공판부터 다음 공판기일가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서증조사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오전 10시부터 열린 재판에서는 서증조사가 아닌 서증을 둘러싼 공방이 먼저 시작됐다. 서류증거의 많은 부분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겨있던 것들이다. 변호인들은 임 전 차장의 USB에서 비롯된 수많은 서류증거들의 ‘무결성’을 확실하게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차례에 걸친 재판준비절차에서도 거듭 나왔던 주장이다. 변호인들은 임 전 차장의 USB에서 발견된 문건들과 법원행정처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임의로 제출한 문건들에 대해 ‘원본과의 동일성’을 요구했다. 적법하지 않게 수집이 됐고(임 전 차장의 USB), 증거능력이 없는 ‘사본’이거나 누가 작성했는지 또는 누가 제출했는지 알 수 없는 ‘출력물’(USB 속 문건들과 임의 제출 문건들)이기 때문에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들은 “증거물(증거물인 서면)로는 동의하지만 내용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증거(증거서류)라면 동의할 수 없다”면서 “수고스럽더라도 (검찰이) 법원행정처에 물어 문서 출처를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은 “압수수색절차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증거물로서 동의하겠다면서 증거의 압수 이전 출처까지 입증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증거 내용이 문제라면 작성자를 찾으면 된다”고 맞섰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공판준비절차에서 해소됐어야 하는 문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심리의 효율성을 위해 피고인이 문제삼는 부분을 특정해서 동일성과 무결성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몇 차례 더 신경전을 거친 뒤 상황이 마무리됐지만 곧 다른 다툼이 기다리고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워낙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증거 양이 많다 보니 검찰에서 어떤 문서로 어떤 공소사실을 입증하겠다고 적은 증거설명서를 내서 재판의 효율성을 좀 더 높이기로 했다. 준비절차에서 예정된 방식이었다. 그런데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이 증거설명서를 문제삼았다.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내용까지 증거설명서에 곁들였다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A문건에 대해 설명하면서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채택되지 않은 B문건과 내용을 합해보면 이러한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는 식으로 설명서를 썼다는 것이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검찰이 증거를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검찰의 주장과 의견, 해설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나중에 본안 심리에서 의견서로 내면 되는데 서증조사 절차에서 일일이 주장을 내놓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과 비슷한 맥락으로도 읽힌다. 공소장에는 범죄사실과 적용 법조만 담아야 하고 증거 내용이나 혐의와 직접 관련 없는 배경 설명을 지나치게 자세히 담으면 법관들에게 불필요한 선입견과 예단(미리 결론을 단정짓게 하는 것)을 줄 수 있어 금지돼야 한다는 게 공소장 일본주의다. 수사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사법농단’의 주역이 돼버린 전·현직 법관들은 재판부가 가질 수 있는 선입견과 예단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여왔다. 사법농단 사건의 ‘정점‘으로 꼽힌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측의 민감함은 강도가 더 세졌다. 서증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한 검찰의 증거설명서에조차 동의하지 않은 조금의 내용도 허락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검찰이 정리한 증거설명서… “채택되지 않은 증거내용도 포함” 재판부 반환 검찰이 “법원 실무에서는 쟁점과의 관련성과 입증취지를 진술한 뒤에 증거조사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해봤지만 변호인은 “검사의 주장이 기재된 부분을 제가 접어놓은 것만 해도 166쪽, 174쪽, 175쪽, 176쪽…. 너무 많아서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제출된 증거설명서를 증거조사에 활용하지 않고 반환하겠다”며 재판부가 먼저 증거설명서를 검찰에 다시 돌려줬다. 검찰이 문제될 게 없다고 거듭 주장하자 재판장은 “증거능력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고 증거를 채택하지 않은 것을 계속 증거조사하는 건 부적절한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것을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재판장은 원칙적으로는 증거로 채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고 검찰은 굳은 표정으로 예정된 증거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검찰 측 서증조사는 얼마 안 가 다시 멈춰졌다. 검찰은 우선 사법행정권 의혹이 제기된 뒤 2017년 대법원에서 진행된 자체 진상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소개했다. 이어 이탄희 전 판사의 사직서가 증거로 나왔다. 이 전 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세상에 알려지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2017년 2월 법원행정처에 발령받은 뒤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상부 지시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 전 판사의 사직서로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려 한다며 실물화상기에 사직서를 띄웠다. 그리고는 “이탄희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가 이메일을 통해 검찰에 제출한 명단이다. 이 사직서를 통해 입증하고자 하는 것은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이 판사가 발령을 받게 되자...” 이 대목에 이르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과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동시에 손을 들고 “이의 있습니다”라고 소리쳤다. 변호인단은 “사직했다는 사실 외에 왜 추가로 설명을 하느냐”고 항의했다. 사직서로는 사직의사를 표시했다는 사실관계만 확인시켜줘야 할 뿐, 증거에 포함되지 않은 배경 설명을 설명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반면 검찰은 “이 전 판사가 사직을 하게 된 경위를 입증하기 위한 취지이기 때문에 필요한 설명이다. 사직서를 두고 사직했다는 것만 읽으라는 것은 부당한 이의 제기”라고 받아쳤다. 다만 재판부는 “쟁점 관련성을 넘어섰기 때문에 이 부분은 진술을 금지하겠다”고 정리했다. 이번에도 변호인단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검찰은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며 재판부의 결정에 반감을 드러냈다. 오후 12시 5분 오전 재판이 마무리되고 휴정이 선언됐다. 재판부가 법정에서 나가자 양 전 대법원장, 박·고 전 대법관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변호인들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사석 옆을 지나치면서 몇몇 검사의 낯이 익은 듯 웃으며 목례를 했다. 검사 3명이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에 답했다.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2시부터 재판이 다시 열렸다. 검찰은 “오전에 2시간 분량의 서증조사를 준비했지만 20분 밖에 하지 못했다”며 변호인들이 건건이 서증조사 방식을 문제삼는 바람에 재판이 불필요하게 지연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치열하고 더 센 강도의 설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서증조사를 이어가던 검찰은 2016년 법원행정처에 보고된 구속영장 청구서 하나를 증거로 내놨다. 이 청구서에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는지 결과가 써있지 않았는데,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특정 사건과 관련해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영장 사본을 입수하려 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다시 검사의 말을 막았다. “이 문서에는 언제, 어떻게 입수됐는지가 기재돼 있지 않은데 그런 말(입수 경위)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재판부도 “증거 내용상으로는 없는 내용이니 진술하면 안 된다”고 했다. 조사방식을 두고 번번이 가로막혔던 검찰이 드디어 폭발했다. “단순히 (구속영장 청구서가) 외부에 유출됐다고 하는 게 입증 취지인데, 왜 이걸 말씀드릴 수가 없는 건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증거 둘러싼 배경설명 하지 말라”…검찰, 재판부에 정식 이의신청 이 때 ‘칼’이 등장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증거물이 만약 살인사건에 쓰인 칼이라면, ‘이 칼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찌른 칼입니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4명의 검사들이 동시에 반응했다. 웃음을 보이거나 앉은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검사도 있었고 인상을 찌푸리며 동료 검사와 상의를 하는 등 변호인의 주장에 불만을 표시했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심리되기 전인, 또 증인들이 법정에 나와 많은 서류증거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기 전에는 서류증거에 적힌 내용만 딱 설명해야 한다는 게 변호인들의 주장이었다. “칼로 찔렀다는 말은 해도 되는데 이게 뭐 어디서 주웠고 누가 주웠고 이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란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말은 그렇게 나왔다. 반면 검찰은 입증취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경위나 배경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이번에도 변호인 측 주장이 원칙적으로 맞다고 판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7시 16분쯤 재판이 마무리됐다. 검찰은 “증거를 설명할 때 증거와 쟁점 사안의 관련성, 입증 취지에 대한 설명도 제한하는 취지로 결정한 것은 법령에 명백히 위반되고 실무와도 어긋난다”면서 “변호인의 부적절한 이의 신청으로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적절히 소송을 지휘해 달라”며 재판부에 정식으로 이의를 신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날 예정된 증거조사를 마무리한 검찰은 이날 바로 정식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검찰은 “증거를 설명할 때 증거와 쟁점 사안의 관련성, 입증 취지에 대한 설명도 제한하는 취지로 결정한 것은 법령에 명백히 위반되고 실무와도 어긋난다”면서 “변호인의 부적절한 이의 신청으로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적절히 소송을 지휘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곧바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검찰은 “혼란스러운 게 있다. 증거조사 방법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하셨고 수긍할 수 없지만 불복절차가 없고 다투려면 상급심에 주장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판)조서에 남겨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재판부의 결정에 우회적으로 불편함을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회] “법원 사찰·잔인한 수사” 양승태, 25분간 쏟아낸 비난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회] “법원 사찰·잔인한 수사” 양승태, 25분간 쏟아낸 비난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 합니다. “그 모든 것이 근거가 없고 어떤 것은 소설의 픽션”이라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29일 첫 공판에서의 발언은 오후 재판에서 더 뜨겁게 불이 붙었다. 40여개에 달하는 공소사실을 한 마디로 일축했던 오전 재판은 그저 간략한 예고편일 뿐이었다.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회 공판기일이 다시 열렸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인 이상원 변호사가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띄우자마자 ‘이 사건 공소장의 문제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지난 2월 26일 보석 심문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이 조물주가 창조해내듯 공소장을 창조했다”고 비판했고 이날 첫 재판에서 밝힌 입장도 “소설”이라고 말했다.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검찰의 공소장을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시작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한 재판들에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지적하는 등 공소장에 대한 문제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지만 누구도 ‘소설’을 언급하진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과 공소사실의 공모관계 불명확성, 죄수(범죄의 수)관계 불명확성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넘어가겠다”면서 변호인은 “공소장 일본주의가 위반됐다면 공소 기각 판결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공판절차에서 공소장 변경신청이 허가됐다 하더라도 그 하자가 치유될 수 없다는 계 판례에 따른 법리”라고 짧게 언급했다. 공판준비절차에서 재판부의 요구로 검찰이 일부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그걸로도 공소장에 혐의와 직결되지 않은 내용이 너무 많으니 “현재 시점에서라도 실체적인 심리에 나가기 전에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PT 화면에는 대법원 2009도7436 사건의 판례가 요약돼 적혀 있었다. ●양승태, 과거 전원합의체 판결서 “공소장에 배경·정황 설명 기재 불가피” 이 판결은 2007년 대선 당시 창조한국당 후보였던 문국현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다. 문씨는 공소장에 범죄사실과 관계 없고 입증되지 않은 내용이 기록됐다며 공소장 일본주의가 위반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9년 다수의견을 통해 공소장의 특성상 법률이 정한 범위로 공소사실을 한정해서 넣기는 어렵다고 봤다. 범죄사실을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해 관련 설명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이 때 김영란·박시환·김지형·전수안 대법관이 공정한 재판의 대원칙을 강조하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타협이 있어선 안 된다며 반대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다수의견보다 더 강한 취지의 보충의견을 냈다. 특히 “사안이 복잡하거나 범행 수법이 교묘한 경우 또는 상황적 요소에 의해 범죄의 성립 여부가 좌우되는 미묘한 사안에서는 범행에 이르는 과정이나 그 배경 등 전후의 정황에 관한 설명 없이 단순한 범죄구성 요건에 직접 해당하는 행위만을 기재해서는 공소사실을 완성도 높게 특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 내용을 당연히 인용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어 “공모관계 부분은 가장 중요하고 엄격한 증명 대상”이라는 판례를 거론하며 “재판장님께서도 여러 차례 말씀하신 것처럼 세 분 피고인은 실행행위를 직접 한 사람이 없고 검사 주장에 의해서도 지시 내지 보고받는 과정을 거쳐 공모관계에 들어갔다는 취지”라면서 특히 “공소사실의 대부분이 직권남용죄인데 누구의 직권을 남용했는지 전제도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한 행위 등’ 이런 식으로 ‘등’이라는 표현이 너무 남용돼서 도대체 ‘등’이라는 표현을 공소사실에서 꼭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범죄사실의 정확한 수도 특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단순 계산하면 되는데 그걸 지금까지도 특정 안 해주고 있다”며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건지 아니면 검사 스스로도 못하는 건지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다”며 재판부에 호소하기도 했다.이후 구체적인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반박한 변호사의 모두진술이 끝나자 드디어 양 전 대법원장의 차례가 됐다. 법정에 있던 모두가 양 전 대법원장의 입을 바라봤다. “대법원장이었던 제가 법정에 선, 오늘의 참담한 마음을 어찌 전하고 싶지 않겠습니까만 모두 생략하고 바로 이 사건에 대해서만 말하겠다”며 그의 발언이 시작됐다. 준비해온 종이나 메모도 없이 25분간 이어졌다. 주요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법률문서 아닌 소설…42년 만에 처음 본다” 검찰 공소장 맹비난 “무려 80명이 넘는 검사가 동원돼서 8개월이 넘는 수사를 한 끝에 300 몇 페이지가 넘는 공소장을 창작했다. 저는 법관 생활을 42년 했지만 이런 공소장은 처음 봤다. 저를 찾아오는 동료 법률가들도 공소장을 보고서는 어떻게 이런 공소장이 다 있냐는 말을 한결같이 한다. 그렇다. 이것은 법률가가 쓴, 법률문서라기 보다는 제가 보기에는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자문을 받아서 한 편의 소설을 쓴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법적인 측면에서 허점과 결점이 너무 많아서 결국 공소 전체를 위법한 것으로 만들거나 이 사건 처리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법원의 절차, 법관의 자세나 이런 것에 대해 너무나 아는 게 없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사건 공소장 맨 첫머리에 흡사 피고인들이 엄청난 반역죄나 행한 듯이 아주 거창한 거대담론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재판으로 온갖 거래행위를 하고, 있을 수 없는 재판거래를 한 것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며 모든 것을 왜곡하고 견강부회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서 줄거리를 만들어 내다가 제일 마지막 부분 결론 부분, 공소사실을 축약해야 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재판거래는 어디갔는지 온데 간데 없고 겨우 휘하 심의관들한테 몇 가지 문건과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 직권남용이라는 것으로 끝을 낸다. 저를 찾아오는 여러 법조인들에게 공소사실이 이런 것이라고 하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재판거래는 어디 가고 문서작성 직권남용이냐, 재판거래를 했다고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중에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재판거래라고 할 만한 부분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 골라서 재판거래인 듯 포장을 했지만 그것도 재판에 개입한 흔적이 별로 없으니까 결국은 나중에 문건을 작성하게 한 것으로 끝을 낸 것이다.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태산을 울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놓고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마리라는 말로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매우 사소한 결과라는 뜻)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용두사미도 이런 용두사미가 없다. 용을 그리려다 뱀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 “블랙리스트도 마찬가지다.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온 장안을 시끄럽게 했는데 그런 리스트가 없단 게 밝혀지자 통상적인 인사문건을 갖고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포장이 이 300 몇 페이지에 이르는 공소장에 넘쳐 흐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보잘 것 없는 내용물을 갖고 포장만 근사하게 해놓은 상품이 꽤 있다. 그런 포장들이 다 소비자를 현혹하는 거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러한 포장을 근사하게 함으로써 재판부로 하여금 아주 부정적인 선입견과 예단을 형성하게 하고 그래서 보잘 것 없는 내용물까지 그걸로 커버하는 의도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소설가적 기질에서 법적 측면은 별로 그렇게 고려하지 않는 게 오히려 맞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법률에 관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소설식으로 쓰다 보니까 법적인 점에서 허점이 한둘이 아니다.” “아예 공소사실도 특정이 안 됐다는 단적인 예를 보여드리겠다. 공소장 자체에 있는 문장을 인용하겠다. ‘배OO 인사심의관 등으로 하여금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 ‘~등’은 둘 이상을 나타내는 불확정한 단어다. 두 개가 될 수도 있고 세 개가 될 수도, 열 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이 문장에서 ‘배OO 등’이라고 하면 사회통념상 최소 두 사람이다.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이라고 하면 최소 두 개다. 아무리 적어도 이 문장엔 네 개의 행위가 들어간다. 그러나 여기에 알 수 있는 건 한 개밖에 없다. 그럼 나머지 세 개는 뭐냐. 뭘 갖고 우리가 방어해야 하고 재판부는 뭘 갖고 심리해야 하나. 마치 권투할 때 상대방 눈 가리며 이쪽에서는 두 사람 세 사람이 그 사람을 때리는 이런 경우다.” “이 사건은 거의 전부가 공범이라고 작성해놨다. 심지어는 공범이라고 표시한 여러 사람 중에 실행행위를 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그런 공범이 있다. 아주 기묘한 공범이다. 그리고 실행행위가 끝난 훨씬 뒤의 일을 버젓이 공소장에 쓰고 있고 그 실행행위와 전혀 관계없는 제3자 재판에도 버젓이 공소장에 나와있다. 아마도 이야기 줄거리를 더 재미나게 하기 위해서 소설가적 기질을 발휘해서 에필로그를 쓰고 애닉도트(일화)를 쓴 것으로 보면 이해 갑니다만 그 하나하나가 공소장으로서는 위법한 공소장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계속 빨리 심리하자고 재촉을 하고 있다. 피고인이나 변호인들이 뭐를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심리를 하자고 한다. 축구장에 금을 그어놓지 않고 골대를 세워놓지도 않고 축구 경기를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견강부회·용두사미·태산명동 서일필… “공소장 왜곡됐다” 공세 “저는 구금돼 있는 몸이어서 18만쪽에 이른다는 수사기록 중 거의 100분의 1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본 수사기록만 보더라도 깜짝 놀라는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여러 사람들의 진술조서나 서면조사를 보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추측성의 진술로 온 조서가 뒤덮여있다. 진술한 사람이 자진해 진술한 게 아니다. 그 사람이 직접 경험자가 아닌 걸 알면서도 의견을 제시하라는 검사의 독촉이나 재촉에 못 이겨서 교묘한 유도신문에 영합하는 그런 진술이 대부분인 것을 우리가 행간으로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제가 처음으로 받아보니 정말 검사의 조서를 조심해서 읽어야겠다고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교묘한 질문을 통해서 전혀 답변과는 다른 내용으로 기재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저는 이번 수사가 정말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법관들이 검찰에서조사를 당하면서 검찰의 조서가 얼마나 경계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을 직접 체감할 수 있게 됐다. 추측성으로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내가 그 조서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통상적 수사가 아니다. 내 취임 첫날부터 퇴임한 마지막 날까지 모든 직무행위를 샅샅이 뒤져서 그 중에 뭔가 법에 어긋나는 것을 찾아내기 위한 수사였다는 것이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세상에 이런 것도 다 조사를 했구나 하는 것이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거다. 심지어 제 전임 대법원장 시절에 있던 일까지 들춰냈던 그런 흔적까지도 발견했다.” “이것이 과연 수사입니까. 사찰이 있다면 이런 것이 사찰입니다. 그 사찰의 목적은 무엇일까. 어떤 특정 인물을 반드시 처벌해야 하니 처벌할 거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사찰이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가 지배하는 민주공화국이고, 수사기관이나 검찰은 국민에게 법치주의를 보장하고 지켜주기 위해 수사를 하고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서, 처벌거리를 잡아내기 위해서 하는 수사는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수사다. 그것은 정면으로 헌법에 위배되고 그런 수사야말로 권력의 남용이다. 그러한 사찰을 법원을 향해서 한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삼권분립을 기초로 하는 민주정을 채택하고 시행하는 나라에서 법원에 대해 이토록 잔인한 수사를 한 사례가 대한민국 밖에 어디에 더 있는지 제가 묻고 싶다. 법원에 대해서 이런 수사를 할 지경이라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한테라도 이런 수사를 못 하겠나. 이런 수사가 허용된다면 이것은 우리 국민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그 과정에서 직권남용이라는 효과적 무기를 개발했다. 그런데 일본에는 직권의 남용이라는 거 자체가 공무원의 직권을 남용해서 일반 국민의 권리를 해할 때 범죄가 된다는 확고한 이론이 정립돼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직권남용죄가 공무원 상하 간에 적용된 사례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것을 받아들여서 아주 확대해석하는데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완전히 위배되는 것이다. 만일 이런 게 전부 유죄가 된다면 우리 공직사회 중에 일을 좀 하고 싶은 공직자는 나날이 직권남용죄를 쌓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검찰이 한 번 노려보기만 한다면 그것을 문제삼기는 손바닥 뒤집기 만큼 쉬울 것이다. 공직자 뿐 아니라 온 국민이 마찬가지다. 검찰권 앞에 누구도 이제는 대적할 수가 없다. 프랑스의 한 역사가가 이런 얘기를 했다. ‘증오하는 권력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복종하는 것만큼 비참한 나라가 없다’.“ ●”직권남용은 검찰의 무기“ 25분 토로 끝나자 검찰 ’격앙‘ “대한민국이 정말 법의 지배가 이뤄지고, 법이 모든 사람을 간절하게 보호해서 그 아래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로 유지될 것이냐, 아니면 무소불위로 흐르는 검찰의 칼날에 숨을 죽이고 혹시 그 칼날이 자기한테 향해 있다 전전긍긍하며 떨며 살아야 할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인가, 최근에 이루어지는 몇 건의 재판이 바로 이런 앞날을 결정하게 되리라고 저는 생각을 한다.” “한마디만 더 하겠다. 작년에 입적한 제가 존경하는 조오현 시인이 ‘마음 하나’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그 옛날 천하장수가 온 천하를 다 들었다 다 놓아도 모양도 빛깔도 향기도 무게도 없는 그 마음 하나는 끝내 들지도, 놓지도 못했다.’ 저는 최근에 저를 비롯한 몇몇 사람에게 쏟아지는 도를 넘은 공격에 대해서, 이런 마음 하나로 견뎌왔다. 그러나 요즘 보면 이런 마음 하나로 견뎌야 할 사람이 저뿐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사건 공소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재판부에서 잘 관찰하셔서 피고인들 마음에 지장이 없도록 적절하고도 강력한 소송 지휘를 해주시길 바라겠다. 오랜 시간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25분의 격정 발언이 끝나자마자 검찰석에서 “반박할 기회를 달라”는 요청이 격앙된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에) 반박할 기회를 주신다면 저도 다시 반박할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며 또다시 맞섰다. 재판장은 모두진술 단계에서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양측에 모두 반박 기회를 주지 않았다. 긴장감을 넘어선 뜨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생수병을 들고 물을 마셨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 1회] 긴장감 속 첫 재판…양승태 “모든 것이 근거 없고 소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 1회] 긴장감 속 첫 재판…양승태 “모든 것이 근거 없고 소설”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직업이 무엇입니까?”(재판장) “직업이 없습니다.” 전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두 전직 대법관이 잇따라 피고인석에 서서 “직업이 없다”고 답하는 장면을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 평생 법대에서 피고인들을 내려다 보다가 후배 법관 앞에 서서 집 주소와 등록기준지를 읊어대는 장면을 정작 자신들은 상상이라도 했을지. 세 사람의 표정이 복잡해 보였다. 그러나 재판이 시작된 뒤 그들은 자신이 여느 피고인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듯 했다. 29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재판이 열린 곳은 417호 대법정으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1심 재판을 받은 곳이다. 특수부 검사 12명, 세 사람의 변호인으로 14명이 법정 앞을 가득 채워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모집한 사법농단재판 시민방청단 30여명도 ‘두눈부릅’이라는 글귀와 함께 부엉이가 그려진 스티커를 각자 옷에 붙인 채 법정을 메웠다. 오전 9시 59분 남색 양복에 흰 셔츠를 입은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 피고인 대기실에서 혼자 법정으로 들어왔다. 불구속 상태인 박·고 전 대법관과 눈이 마주쳤고, 이들쪽으로 다가가자 고 전 대법관이 자신의 자리를 비켜주려는 듯 일어섰다. 잠시 자리를 헤매다 자신의 변호인 옆자리로 발걸음을 옮겼고, 재판장을 기준으로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순서로 나란히 자리했다. ●‘사법부 정점’ 양승태·박병대·고영한, 피고인석에서 첫 대면 검찰 측에서 제시하는 서류증거에 대한 조사를 몇 번에 걸쳐 할지, 어떤 증거들을 어떤 순서대로 조사할지를 논의한 뒤 10시 24분 검찰의 모두진술이 시작됐다. 첫 공판에서는 검찰이 피고인을 재판에 넘기게 된 공소사실의 요지를 간략히 밝히고 이에 대해 변호인과 피고인이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말하게 된다. 검찰은 “양이 좀 많다”며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띄웠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이 법원에서 얼마나 높은 자리인지, 얼마나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지가 먼저 설명됐다. “피고인들은 대법원장 또는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사법행정을 총괄 또는 관장하고 법관 조사, 징계, 대외관계, 인사 등 사무를 지휘하고 감독하는 권한을 갖는다. 재판의 명백한 실수 또는 중대한 잘못이 있을 시 재판 진행 및 절차에도 사법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어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당시 사법부 상황은 전임 이용훈 대법원장이 마련한 법관인사 이원화 제도가 단계적으로 시행돼 고법부장 승진제가 폐지될 예정이어서 대법원장의 법관들에 대한 장악률이 약화될 상황이었고 헌법재판소의 중요한 결정들이 대법원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인식이 있던 때”라면서 “고법부장 승진제도를 유지하면서 행정처 차장이 제청되는 식의 인사제도가 확립되면서 점차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의 일사분란한 조직으로 변모해 개별 법관들이 독립을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리고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들이 줄줄이 언급됐다. 상고법원 도입을 사법부의 최대 역점사업으로 두고, 정부와 청와대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재상고심에 개입하고 이른바 ‘재판거래‘를 했고,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에도 개입한 혐의가 먼저 나왔다. 서기호 판사의 연임 탈락 관련 행정소송 개입, 헌법재판소의 위상을 떨어뜨리기 위해 헌재소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칼럼을 대필해서 언론사에 게재한 의혹,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업무방해 사건을 두고 청와대를 통해 헌재를 압박하려던 시도,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행정소송에 개입한 혐의, 상고법원에 반대하거나 당시 사법부를 비판한 판사 등에 대한 불이익 조치 등 검찰의 공소요지 설명은 1시간 30분을 훌쩍 넘겼다. ●검사 12명 vs 변호인 14명…모두진술부터 신경전 ’팽팽‘ 공소요지와 입장을 밝히는 것에서부터도 검찰과 변호인의 신경전이 일어났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요지를 밝히면서 어떤 증거들로 혐의를 입증할 것인지 계획을 말하려고 하자 “이의 있습니다”라며 제지했다. 혐의와 적용 법조만 언급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주장이다. 공소요지 낭독을 마친 검찰은 이에 대한 입장을 변호인들보다 피고인들이 먼저 밝히라고 요구했다. 일반적인 형사재판에서는 별로 거론되지 않던 진행 순서까지 모두 규정이라며 다툰 것이다. 몇 차례 공방이 오가자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시작으로 피고인들이 먼저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를 밝힌 뒤 변호인들이 구체적인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설명하고 다시 피고인들이 보충하는 방식으로 하겠다고 말했다.“공소사실에 관해 인부(인정 또는 부인)를 말씀드리겠습니다마는 이것이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니고 변호인이 얘기한 다음에 다시 말할 기회를 주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렇다면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재판장이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를 먼저 밝히라고 하자 양 전 대법원장은 다시 목에 힘을 주었다. “검사들께서 정력적으로 공소사실을 이야기했는데 그 모든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이고 어떤 것은 정말 소설의 픽션 같은 이야깁니다. 모든 것을 부인하고 그에 앞서서 이 공소 자체가 부적합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검찰이 재판에 넘긴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사실은 40여개. 양 전 대법원장은 이 한마디에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 전 대법관도 간단했다. 그는 “구체적인 개별 공소사실에 대한 사실관계와 법리적 문제 일체에 대해 다투는 취지”라면서 “공판준비절차에서 변호인들이 낸 의견서와 저도 같은 의견”이라고 말했다. 고 전 대법관은 “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일단 전부 부인하면서 재판에 임하는 소회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가 그토록 사랑했던 형사법정에 서고 보니까 이루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이 메어진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제가 이 자리에 선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여러 부분으로 재판에 임하시는 양승태 대법원장님을 잘못 보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참으로 죄송스럽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고영한 “양승태 보필 잘못…죄송스럽고 가슴 아프다” 고 전 대법관은 이어 “무엇보다 저의 가슴을 천근 만근 무겁게 하는 것은 이 사건으로 인해 국민이 사법부에 가진 신뢰가 전례없이 크게 훼손됐다는 것”이라면서 “재판을 통해 그동안 잘못 알려졌던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34년 법관생활을 하면서 심복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절제된 삶을 살았고, 행정처장 근무 당시에는 오로지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사법부가 존립할 수 없다는 가치 아래 어떻게 신뢰를 가질 것인지를 사법행정의 주안점으로 삼고 일했는데, 공소사실은 마치 제가 소신을 져버린 채 권한을 흔들며 남용했다고 표현돼 그 자체로 마음이 참담하고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재판을 하는 법관과 달리 사법행정 담당자들은 조직의 위상을 강화하고 안정적이 방향으로 정책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여러 합목적적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폭넓은 재량을 갖고 있다”며 “사후에 보기에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을 수 있어도 곧바로 형사범죄로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로 볼 수는 없다”며 검찰이 지목한 범죄사실을 반박했다. 고 전 대법관은 또 “저에게 양심적이나 도의적으로 어떠한 책임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전가하지 않고 질 것이고 제가 져야 하는 십자가가 있으면 마땅히 그 십자가를 지기로 했다”면서 “판사님께서 유감스럽게도 일방적 시각에서 언론보도를 접하며 갖게 됐을지도 모르는 선입견을 걷어낸 상태에서 저의 간절한 말에 귀기울여 주시고 과연 형사법정에 이를 수준으로 권한을 남용해 후배 법관들에게 의무없는 일들을 시킨 것인지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신중하고 냉철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약간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고 전 대법관이 말을 마치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재판장은 오후에 본격적으로 변호인이 공소사실에 대한 진술을 하고 피고인들이 입장을 밝히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하고 오전 재판을 마쳤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법원, ‘윤석열 협박’ 유튜버 김상진 석방 명령… 보증금 3000만원 조건

    법원, ‘윤석열 협박’ 유튜버 김상진 석방 명령… 보증금 3000만원 조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해 협박성 발언을 한 유튜버 김상진씨에 대해 법원이 석방을 명령했다. 법원은 김씨를 석방하는 대신 앞으로 수사나 재판 과정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이관용)는 16일 김씨가 신청한 구속적부심사를 가진 뒤 보증금 3000만원을 납입하는 조건으로 김씨를 석방하도록 결정했다. 지난 1월부터 ‘상진아재’라는 아이디로 유튜버 활동을 하면서 최근 윤 지검장 박원순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서영교 의원, 손석희 JTBC 사장 등의 주거지에 찾아가 집회·시위를 하며 협박 방송을 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지난달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관련 검찰의 결정을 앞두고 윤 지검장의 주거지 앞에서 “차량 넘버를 다 알고 있다”, “자살특공대로서 죽여버리겠다는 걸 보여줘야겠다”는 등의 협박성 발언을 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유튜브로 중계했다. 또 지난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해산 촉구 집회현장에서 집회 참가자인 이모씨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해 상처를 입힌 혐의도 있다. 검찰은 윤 지검장 집 앞에서 한 방송이 협박을 통해 형집행정지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김씨에게 공무집행방해와 폭력행위등처벌법상 공동협박,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7일 검찰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씨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에 응하지 않자 9일 체포했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김씨는 11일 새벽 구속됐다. 김씨는 지난 2일 자신의 집과 스튜디오에 관한 압수수색 절차부터 체포, 구속영장 발부 과정이 적법하지 못했다며 전날 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신청했다. 김씨는 특히 자신에 대한 수사가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으나, 위원회는 전날 김씨 수사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해당하지 않아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날 오후 2시 열린 구속적부심사에서 김씨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활동을 했을 뿐”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김씨는 “검사님은 제가 활동하는 부분에 대해 ‘시위를 가장한 폭력’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전혀 아니다”라면서 “이런 방식의 집회는 저희가 처음에 시작한 게 아니라 소위 촛불집회, 좌파집회에서 엄청나게 해왔던 것을 벤치마킹한 것에 불과하다. 좌파진영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씨의 변호인도 “민주노총의 과격한 폭력 사례에 비추면 김씨의 행동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언어폭력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구속수사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제시됐던 (공범들과의) 진술 담합 우려, 객관적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향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절대 신뢰하지 않는다”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씨를 석방하는 대신 주거지를 제한하고 정해진 수사일정 및 향후 재판에 넘겨졌을 경우 재판 기일에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는 지정조건도 덧붙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윤석열 협박’ 유튜버 “표현의 자유…촛불집회 벤치마킹한 것”

    ‘윤석열 협박’ 유튜버 “표현의 자유…촛불집회 벤치마킹한 것”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협박성 발언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등의 혐의로 구속된 유튜버 김상진씨가 법원에 “표현의 자유를 위한 활동이었고 도주할 위험이 전혀 없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수사를 받고 있는 정치인 등에 대한 협박 혐의 등에 대해서도 부인하며 “좌파진영은 더 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1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이관용) 심리로 열린 구속적부심사에서 김씨는 “수사 진행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검찰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은 뒤 체포돼서 여기까지 왔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활동을 했을 뿐”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검사님은 제가 활동하는 부분에 대해 ‘시위를 가장한 폭력’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전혀 아니다”라면서 “이런 방식의 집회는 저희가 처음에 시작한 게 아니라 소위 촛불집회, 좌파집회에서 엄청나게 해왔던 것을 벤치마킹한 것에 불과하다. 좌파진영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1월부터 ‘상진아재’라는 아이디로 유튜버 활동을 해오면서 최근 윤 지검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서영교 의원, 손석희 JTBC 사장 등의 주거지에 찾아가 집회 및 시위를 하며 협박 방송을 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지난달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관련 검찰의 결정을 앞두고 윤 지검장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앞에서 “차량 넘버를 다 알고 있다”, “자살특공대로서 죽여버리겠다는 걸 보여줘야겠다”는 등의 협박성 발언을 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유튜브로 중계했다. 또 지난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해산 촉구 집회현장에서 집회 참가자인 이모씨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해 상처를 입힌 혐의도 있다. 검찰은 윤 지검장 집 앞에서 한 방송이 협박을 통해 형집행정지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김씨에게 공무집행방해와 폭력행위등처벌법상 공동협박,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7일 검찰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씨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에 응하지 않자 9일 체포했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김씨는 11일 새벽 구속됐다. 김씨는 지난 2일 자신의 집과 스튜디오에 관한 압수수색 절차부터 체포, 구속영장 발부 과정이 적법하지 못했다며 전날 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다. “형사소송법에 구속적부심 심문에 대한 공개 여부 규정이 없다”며 검찰과 변호인, 재판부의 논의에 따라 이날 심문은 공개로 진행됐다. 검찰은 “이미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있고 공범들의 존재를 다투거나 부분적으로 사실관계를 인정한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2회 조사를 보면 검찰에서 혐의를 제대로 인정한 부분이 거의 없고 상당 부분은 묵비로 돼있다”면서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제시됐던 (공범들과의) 진술 담합 우려, 객관적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절대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피해자를 협박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보증금 납입으로도 석방할 수 없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이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반면 김씨의 변호인인 강연재 변호사는 “범죄사실이 대부분 영상 속 내용이어서 핵심 증거들이 다 영상에 있다. 피의자가 석방된다고 해서 (인멸)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촬영장비와 휴대전화까지 모두 압수돼 있는 상황에서 추가 증거 인멸을 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1인이 전화기에 대고 유튜브에 (방송을) 하는 부분에 대해 단지 장소가 유력 정치인의 집 근처라는 이유인데 집 근처는 누구나 통행할 수 있고 누구나 서서 통화할 수 있는 장소인데 과도하게 계속 구속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석동현 변호사도 “검찰이 좀 대범했으면 좋겠다.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주 우려를 얘기하는 것은 너무나 수사 편의적”이라면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의 심각한 침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목도하는 민주노총 등 우리 사회에서의 과격한 폭력 사례를 비춰보면 피해자의 행동은 언어폭력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씨와 변호인들이 거듭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지난 정권에서 대통령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인물 등은 처벌이 안 됐다는 등의 언급을 하자 재판부는 “다른 사건과 비교하지 마시고 이 사건에 대해서만 말씀하시라”고 여러 차례 제지하기도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윤석열 협박’ 유튜버 구속… “위험성 크고 구속 필요성 인정”

    ‘윤석열 협박’ 유튜버 구속… “위험성 크고 구속 필요성 인정”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여권 정치인 등의 집에 찾아가 협박성 발언이 담긴 방송을 한 보수 성향 유튜버 김상진씨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범죄 혐의사실 중 상당 부분 소명된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송 부장판사는 특히 “법 집행기관의 장의 주거까지 찾아가 위협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중계한 범행으로 위험성이 크고 수사에 임하는 태도에 비춰 향후 수사 및 재판을 회피할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신응석)는 김씨가 지난 7일 검찰에 출석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자 9일 오전 김씨를 체포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자신에 대한 수사가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며 검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지난 1월부터 ‘상진아재’라는 아이디로 유튜버 활동을 해온 김씨는 최근 윤 지검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서영교 의원, 손석희 JTBC 사장 등의 주거지에 모두 14차례 찾아가 협박 방송을 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지난달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관련 검찰의 결정을 앞두고 윤 지검장 집 앞에서 “차량 넘버를 다 알고 있다”, “자살특공대로서 죽여버리겠다는 걸 보여줘야겠다”는 등 협박성 발언을 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유튜브로 중계했다. 이와 관련,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법 집행기관을 상대로 노골적인 협박과 폭력 선동을 일삼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사실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법 집행기관을 상대로 한 협박과 폭력 선동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느 중대범죄로, 결코 용납되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검찰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엄단할 것을 지시했다. 김씨는 또 지난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해산 촉구 집회현장에서 집회 참가자인 이모씨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해 상처를 입힌 혐의도 있다. 검찰은 윤 지검장 집 앞에서 한 방송이 협박을 통해 형집행정지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김씨에게 공무집행방해와 폭력행위등처벌법상 공동협박,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SKT ‘마법 사진관’

    SKT ‘마법 사진관’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및 5G(세대) 이동통신 활용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5GX 슈퍼노바’ 기술로 옛 사진과 동영상 화질을 개선하는 ‘SKT 5GX 마법 사진관’ 이벤트를 23일까지 실시한다고 2일 밝혔다. 가입 통신사에 관계없이 SK텔레콤 공식 블로그인 ‘SKT 인사이트’에서 참여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매일 응모자의 사진 300장, 영상 100개 화질을 업그레이드해 제공할 계획이다. 딥러닝 알고리즘 기반 AI가 수백만장 사진으로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저화질 사진을 고화질로 개선하는 게 5GX 슈퍼노바 기술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한꺼번에 많은 사진의 화질을 개선하거나 실시간 스트리밍 영상을 업그레이드할 때 유용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또 4일 오후 8시 30분부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일대에서 약 11분 동안 펼쳐지는 ‘2019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를 ‘옥수수 5GX관’에서 360도 가상현실(VR)로 생중계한다. 롯데호텔월드 32층 옥상에 360도 특수 카메라와 중계 장치를 설치하고, 5G 특유의 초저지연 중계 기술을 적용해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청은 5G, LTE로 모두 가능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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