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흥행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환경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피아노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금융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시민 주인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295
  • 새 봄 충무로 ‘착한 영화’ 가 뜬다

    새 봄 충무로 ‘착한 영화’ 가 뜬다

    불안하고 뒤숭숭한 국내외 정세 탓일까, 여전히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차가운 날씨 탓일까. 새 봄, 충무로에 대중의 감성을 치유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치유 영화’(힐링 무비)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자극적인 막장 코드나 눈길을 끄는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휴먼 스토리를 앞세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착한 영화’들이 관객과의 소통을 기다리고 있다. ●상반기 줄줄이 개봉 대기 ‘치유 영화’의 선두주자는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이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4위 자리를 지켰다. 네 노인들의 순애보를 주제로 인간의 삶과 사랑을 성찰한 이 작품은 개봉 2주 차까지 고전해 흥행 실패가 예상됐으나 뒤늦게 “감동적”이라는 관객의 입소문을 무섭게 타면서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 영화계 최대 이변으로 꼽힐 정도다. 지난 24일 개봉한 판타지 영화 ‘로맨틱 헤븐’도 천국을 소재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극 중 천국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평화로운 치유 공간으로 설정돼 있다. 영화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을 떠나 보내야 하는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에 대해 되묻는다. 다음 달 21일 선보이는 민규동 감독의 신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갑자기 닥친 엄마의 죽음 앞에서 갈등하고 반목하던 가족이 서로 치유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노희경 작가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배종옥, 김갑수, 김지영, 유준상, 서영희, 류덕환 등의 연기파 배우들이 가슴 절절한 가족애를 이야기한다.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는 ‘써니’(5월 개봉 예정)도 40대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휴먼 드라마다. 시한부 삶을 살게 된 한 여인이 과거 7공주파였던 친구들과 25년 만에 다시 모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되찾아 가는 여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유호정, 진희경, 홍진희, 이연경 등 쟁쟁한 중견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2011년판 ‘치유 영화’의 특징은 억지로 관객에게 눈물을 강요하는 최루성 신파가 아니라 탄탄한 줄거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적절한 코미디에 촘촘히 짜인 구성은 기본이고, 다양한 연령대의 연기파 배우들을 포진시켜 관객층을 넓히고 감동을 배가시킨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은 “비록 노인들의 이야기지만, 대사나 음향, 편집 등 영화적으로는 젊은 감각을 살려 최대한 현대적이고 지루하지 않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흥행 비결을 풀이했다. ●‘치유 영화’ 바람, 왜? 영화 관계자들은 ‘착한 영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대중들이 막장 TV 드라마나 스릴러 영화의 자극적인 코드에 식상함을 느끼는 데다 동일본 대지진 등 자연 참사로 인한 공포와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소외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로맨틱 헤븐’에 출연한 원로 배우 이순재는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인간적인 정에 더욱 목말라하고 위로받고 싶어 하기 마련”이라면서 “가족애와 인간애야말로 세대를 초월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 불변의 소재”라고 말했다. 감독들도 각박한 세상 속에서 관객이 영화를 통해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감정을 순화시키기를 바랐다고 입을 모은다. 민규동 감독은 “어떤 교훈을 주기보다는 관객이 스스로 각자의 위치에서 삶과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위로를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로맨틱 헤븐’의 장진 감독도 “편하고 나쁜 마음이 없어지는 공간인 천국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고 싶었고,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배급사인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박준경 한국영화팀 차장은 “최근 일본 지진 등 생사가 엇갈리는 자연 재해를 목격하면서 현실을 되돌아보고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한 작품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사회 전반적으로도 실컷 울거나 웃음으로써 감정을 치유하는 카타르시스용 영화가 올 상반기 극장가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손학규 분당을 출마 가시화… 與野 공천·선거구도 ‘요동’

    손학규 분당을 출마 가시화… 與野 공천·선거구도 ‘요동’

    4·27 재·보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은 이번 재·보선이 사실상 전국 선거인 데다 이명박 정부 집권 4년에 대한 평가전,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데 주목한다. 여야의 총력체제가 가열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선거 종반전에 돌입한 27일 강원과 경기 분당을, 경남 김해을, 전남 순천 등 재·보선 지역의 주요 변수와 판세를 점검했다. [분당을] 孫 나오면 ‘정권심판’ 화두… 與 대항마 고심 분당을 선거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손 대표의 출정에 따라 분당을뿐만 아니라 재·보선 구도 전체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 측은 이번 선거의 ‘정권 심판론’이란 성격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보선 구도는 인물론과 지역 현안론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강원도는 ‘이광재 동정론’과 낙후된 지역 살리기가 화두다. 김해을은 ‘노풍’(風)이 관건이다. 손 대표가 분당을에 출마하면 재·보선의 정치적 무게가 커지면서 전국적으로 ‘반MB’ 전선이 강화된다. 제1야당 대표의 직접 출마는 야권 연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일단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게 되고, 손 대표는 야권 지도자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 관계자는 “손 대표의 출마 일성은 ‘이명박 정권 3년을 심판하려면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 내가 선봉에 서겠다’가 될 것이다. 곧바로 ‘손학규 선거’가 된다.”고 말했다. 여러 측면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를 앞설 수 있는 명분도 확보한다. 민주당은 분당을 선거구가 중산층 집결지라 손 대표의 출마가 외연 확대 효과도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내 리더십 구축에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정운찬 전 국무총리급의 거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반MB’ 구도가 느슨해질 수 있다. 자칫 ‘손학규 당락’에만 집중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분당을 선거 판세는 ‘시계 제로’에 가깝다. 특히 한나라당은 마음이 급해졌다. 당초 이 지역은 부동의 텃밭이나 마찬가지였다. 손 대표가 불출마할 경우 ‘9부 능선’을 넘겼다고 볼 수 있지만 손 대표가 출마로 선회하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청와대가 공천 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예비 후보 6명 중 선두 주자인 강재섭 전 대표와 손 대표를 붙여 여론조사한 결과 10% 포인트 정도 앞섰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손 대표 출마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결과라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운찬 전략공천’ 불씨가 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 전 총리를 전략공천할 경우 ‘신정아 후폭풍’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구혜영·장세훈기자 koohy@seoul.co.kr [강원] 박근혜·이광재 영향력이 선거결과 좌우할 듯 강원지사 선거는 우선 한나라당 엄기영, 민주당 최문순 예비후보 등 전직 MBC 사장들의 맞대결이 이뤄질지가 주요 관심사다. 현재까지 여야 자체 여론조사 등 가상대결로는 엄 예비후보가 최 예비후보보다 10% 포인트 정도 앞서는 것으로 읽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빅매치’는 두 후보를 둘러싸고 여야 지도부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각 당의 지원이 어느 정도 민심을 파고들지가 최대 관건이다. 특히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영향력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나라당은 안상수 대표가 매주 강원을 방문하며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당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특위 고문을 맡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암묵적인 선거 지원에 나서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도 손학규 대표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여기에 이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이 정권 심판론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다음달 4일 용평에서 4만 2000여명 규모의 국민선거인단대회를 통해 후보를 선출한다. 경선 흥행으로 이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에 맞서 ‘책임 있는 여당 일꾼론’으로 여론몰이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오는 31일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한다. 인지도가 높은 엄기영·최문순 예비후보 외에 한나라당 최흥집·최동규 예비후보와 민주당 조일현·이화영 예비후보들은 출신 지역을 중심으로 밑바닥 민심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김해을] ‘盧風’ 최대 복병… 김태호 검증된 일꾼론 부상 김해을 선거전을 가르는 최대 변수는 ‘노풍’(風)이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적통성을 주장하며 샅바싸움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남이지만 야권에선 승산 있는 지역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광역의원 4석 중 3석, 기초의원 9석 중 5석을 야권이 휩쓸었다. 이번에도 반이명박 정부 심판 바람이 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두 당은 “야권 단일후보가 나오면 한나라당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승산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단일화 작업은 난기류다. 국민참여 경선 규칙을 두고 참여당이 현장 경선에 난색을 표하며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곽진업 후보가 조직력에서, 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인지도에서 각각 앞서는 등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전략공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부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 일각에선 김 전 지사가 공천될 경우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는 후보도 나올 것이라고 관측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교육 문제와 난개발 해소 등 지역 현안 문제가 떠오르면서 검증된 일꾼론이 부상하고 있는 추세다. 한나라당과 김 전 지사 측이 기대를 거는 대목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블랙스완’ 나탈리 포트만, 발레연기 고작 5%?

    ‘블랙스완’ 나탈리 포트만, 발레연기 고작 5%?

    제 83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주인공인 나탈리 포트만이 영화 ‘블랙 스완’에서 직접 선보인 발레 연기가 단 5% 밖에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발레리나의 숨겨진 욕망과 백스테이지를 그린 ‘블랙스완’에서 나탈리 포트만은 순수한 백조 오데트와 사악한 흑조 오딜의 1인 2역을 소화해 내며 신들린 연기력을 뽐냈다. 하지만 지난 25일 미국의 한 연예전문지는 ‘블랙스완’에서 나탈리 포트만의 발레 대역을 한 아메리칸 발레 극장의 발레리나인 사라 레인(27)의 말을 인용해 “나탈리 포트만이 극중 발레 장면을 소화한 것은 단 5%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사라 레인은 ‘블랙스완’의 안무가이자 나탈리 포트만의 약혼자인 벤자민 마일피드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영화 속 발레연기의 85%는 나탈리가 직접 한 것”이라는 말에 강하게 반박했다. 그녀는 “나탈리 포트만이 1년 만에 발레를 모두 익힌 발레 천재로 포장한 영화사 측의 거짓말에 어이가 없다.”면서 “나탈리는 특수효과 등을 이용해 얼굴만 따로 촬영했을 뿐, 대부분은 내가 연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녀가 촬영 직전까지 몸무게를 매우 줄이고 손과 팔 등을 무용수처럼 보이게 하려 노력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녀는 몸이 너무 뻣뻣해 춤을 제대로 출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블랙 스완’ 제작사 폭서치라이트 측은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라 레인이 영화 속에서 복잡하고 어려운 춤을 소화해 낸 것이 사실이고 그녀의 역할에 찬사를 보낸다.”면서 “하지만 영화 마지막 부분의 춤은 대부분 나탈리 포트만이 스스로 해낸 게 확실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나탈리 포트만과 그의 약혼자이자 문제의 발언을 한 안무가 벤자민 마일피드의 입장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흥행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은 작품의 대역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프로축구] ‘오빠부대’ 관중 수 올리고 ‘SNS’ 선수들 인기 올리고

    프로축구 K리그의 올 시즌 인기몰이가 심상찮다. 3라운드 24경기를 치른 가운데 총관중 42만 6833명, 경기당 1만 7785명이 입장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총관중 25만 1158명에 경기당 1만 1960명을 훌쩍 넘겼고, 비교적 관중이 많았던 2009년 총 34만 6744명에 경기당 1만 6512명의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공짜표’가 대량으로 뿌려지는 개막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곤 했던 K리그의 올 시즌 남다른 인기비결은 뭘까. 사라졌던 오빠부대가 돌아왔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직후 안정환, 이동국, 고종수의 ‘트로이카’를 보기 위해 소녀팬이 축구장에 대거 등장한 뒤 10여년 만이다. 당시 경기력과 외모를 겸비한 ‘원조 오빠’들은 홈·원정을 가리지 않고 친위부대를 끌고 다녔다. 소속팀 연고와 관계없이 전국 각지에 팬클럽 지부가 결성될 정도의 ‘전국구 스타’였다. 올 시즌 등장한 ‘젊은 오빠’들도 마찬가지다. ‘조광래호’의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등장, 아시안컵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지동원(전남)과 윤빛가람(경남)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예전 트로이카처럼 탤런트 뺨치는 외모는 아니지만, 갓 스무살을 넘긴 어린 나이임에도 주전으로 자리 잡을 정도의 경기력은 원조 오빠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소속팀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젊은 선수들도 적지 않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 유병수(인천).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유병수는 셀 수 없이 많은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K리그로 돌아와 돌아와 K리그 데뷔무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박기동(광주), 전북에서 부산으로 옮긴 뒤 독을 품고 뛰기 시작한 임상협 등은 바람몰이를 시작했다. 고무적인 것은 이 젊은 오빠들이 서울, 수원 등 전통적인 수도권 인기구단이 아니라 시민구단이나 지역팀 소속이라는 점이다. 또 외모보다는 경기력으로 소녀팬을 끌어 모은다는 점이 K리그 흥행에 낙관적인 전망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리그 초반 열풍은 항상 있었다. 늘 반짝 인기로 끝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관중에 목마른 K리그 각 구단들이 이 같은 젊은 오빠들의 인기를 시즌 막판까지 이어가기 위해 적극적인 ‘팬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셜네트워크의 활용이다. 형식적으로 운영했던 선수 개인 미니홈피를 활성화시켰고, 선수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거나 교체를 강요(?)해 트위터, 페이스북에 적극적으로 글을 올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선수들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남는 시간을 이용해 꾸준히 자신의 근황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를 관리하는 구단에서도 모르고 있던 사실을 팬이 먼저 알고 물어 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선수의 이적 사실이 구단의 공식 발표 이전에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알려지는 등 당황스러운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선수에 대한 팬의 관심이 구단 입장에서 싫을 리는 없다. 이 같은 변화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팬과의 소통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던 프로축구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이제 각 구단에는 축구장에서 훌륭한 경기력과 매너를 보여줌으로써 리그 초반 인기를 이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선수와 팀이 아무리 좋아도 계속 지면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돈키호테’서 다시 만난 동갑내기 커플 ‘엄재용 & 김세연’

    ‘돈키호테’서 다시 만난 동갑내기 커플 ‘엄재용 & 김세연’

    유니버설발레단(UBC)이 올해 첫 정기공연으로 26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유쾌한 고전 발레 ‘돈키호테’를 선택했다. 25일부터 나흘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린다. 소설 ‘돈키호테’가 바탕이기는 하지만 발레는 소설을 비켜간다. 발레 ‘돈키호테’는 가난한 이발사 바질과 그의 연인인 선술집 딸 키트리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UBC 특유의 화려함과 다채로운 볼거리, 빠른 이야기 전개가 관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주역인 키트리와 바질 역에 총 여섯 커플이 캐스팅돼 각각 한 차례씩 공연을 펼친다. 가장 조명이 집중되는 커플은 UBC의 수석 발레리노 엄재용(32)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김세연(32)이다. 김세연이 국내 정식공연 무대에 서는 것은 8년 만이다. 지난 21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동갑내기 커플을 만나봤다. 엄재용과 김세연이 ‘돈키호테’로 무대에서 재회한 것은 8년 만이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UBC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며 엄재용과 주로 호흡을 맞췄던 김세연이 2004년 해외 진출 이후 갈라 공연을 제외하고는 국내 무대에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재용은 “그동안 달라진 건 경험이 풍부해졌다는 것”이라며 “세연씨는 유럽에서, 저는 한국에서 각각 경험을 쌓았고 둘 다 성숙해진 터라 호흡 면이나 작품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김세연은 “예전엔 공연 준비하면서 돈키호테를 대표하는 3막 ‘그랑 파드되’ 장면 등에서 기교를 부리곤 했는데 지금은 어려운 동작도 관객이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저 자신부터 편안하게 무대를 즐기려고 한다.”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이거”라며 환하게 웃었다. 두 사람은 예전에 비해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어릴 때부터 학교를 같이 다녀 워낙 친하다. 연습하면서도 서로의 옛날 실수를 끄집어내며 장난치고 그런다. 서른이 넘다 보니 이젠 단점을 숨기려 하지 않고 그냥 내놓게 되더라.” 김세연의 얘기다. 그러자 엄재용이 “단점? 전혀 없어 보이는데?”라고 재치있게 받아쳐 웃음이 쏟아졌다. 연습과정의 비화(?)도 폭로됐다. “글쎄 재용씨가 저를 들어올리다 그만 쓰러진 거예요. 어찌나 미안하던지…”(김세연) “그때 감기몸살로 워낙 제 몸 상태가 안 좋았거든요”(엄재용) 엄재용은 다음 달 시작되는 UBC 월드 투어(‘심청’) 준비하랴, ‘돈키호테’ 연습하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래도 한국적인 발레 작품을 세계에 알릴 수 있어 뿌듯하다.”고 엄재용은 말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꼽는 ‘돈키호테’ 명장면은 무엇일까. 김세연은 바질이 키트리와의 결혼 승낙을 받으려고 자작 자살극을 펼치는 장면을 꼽았다. “춤 동작보다 코믹한 연기가 재밌어요. 키트리는 바질의 자작극인 것을 눈치 채고, 이를 숨기느라 애를 쓰죠.” 엄재용도 “(바질의 자작 자살극을) 저만 알고 다들 모르는 상황이니 그 부분이 재밌다.”고 말했다. 엄재용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일화 등을 담은 1막도 최고로 쳤다. ‘돈키호테’는 UBC의 올해 첫 정기공연이다. 지난달 국립발레단의 첫 정기공연 ‘지젤’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아무래도 흥행성적 비교가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조심스레 물었다. 엄재용은 호탕하게 웃으며 “무용수들보다는 UBC 홍보팀에서 더 긴장하는 것 같더라.”면서 “한국에 있는 큰 발레단 두곳 모두에서 관객들이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세연은 “UBC나 국립발레단 무용수 모두 개성 있고 능력 있다.”면서 “요즘 (한국에서) 발레 인기가 부쩍 높아져 너무 기분 좋다.”고 거들었다. 두 사람은 ‘돈키호테’ 피날레 무대(28일)를 장식한다. 글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히어애프터’ 개봉으로 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인생

    ‘히어애프터’ 개봉으로 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인생

    ‘올해 나이 여든하나!’ MBC ‘무릎팍도사’의 개그맨 유세윤 버전으로 그렇다. 그런데 이 ‘사내’-2008년작 ‘그랜토리노’의 고집불통 참전용사를 떠올리면 할아버지란 표현은 맞지 않는다-는 지칠 줄을 모른다. 환갑을 넘긴 1990년 이후 감독으로 전성기를 맞았고, 19편을 연출했다. 다작이면 작품 수준이 들쭉날쭉할 법한데, 그렇지도 않다. ‘용서받지 못한 자’와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아카데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이야기와 캐릭터의 힘으로 오롯이 두 시간을 끌고 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얘기다. 그의 신작 ‘히어애프터’(Hereafter)가 24일 개봉했다. 1960년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스파게티 웨스턴’(이탈리아에서 만든 서부영화) 3부작-황야의 무법자·석양의 건맨·석양의 무법자-의 총잡이와 1970~80년대 ‘더티 해리’ 시리즈의 망나니 형사가 어떻게 거장이 됐는지 56년 영화인생을 더듬어 봤다. ●선악이 모호한 총잡이와 무대포 형사 1955년부터 B급 영화의 단역으로 나서던 그가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1959년 CBS 서부연속극 ‘로하이드’였다. 주인공 로디 역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때문인지 감독이던 토마스 카는 “게으르다. 한 번도 촬영 시작을 같이한 적이 없다.”고 뒷담화(?)를 남겼다. ‘로하이드’의 인기가 쇠할 무렵 기회가 왔다. 무명에 가깝던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원제:A Fistful of Dollars)였다. 이때가 1964년. 레오네 감독은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을 원했는데 거절당했다. 이스트우드는 “모두에게 친절한 영웅에 신물이 나던 찰나였다. 안티 히어로가 될 때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저예산 스파게티 웨스턴 3부작은 흥행은 물론,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판초를 뒤집어 쓰고 시가를 씹어대는 고독한 카우보이는 존 웨인으로 대표되는 정통 서부극의 영웅과는 정반대 지형에서 관객의 뇌리에 각인됐다. 1970~80년대는 ‘더티 해리’ 5부작과 보냈다. 샌프란시코의 강력계 형사 해리 캘러헌이 법망을 피하는 악당들을 매그넘44 권총으로 단죄하는 이 영화는 ‘파시스트적인 폭력’이란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관객은 묘한 쾌감을 느꼈다. 전성기에도 그의 연기에 대해 “뻣뻣한 나무 막대기” “얼굴 찌푸리고 서 있는 것 외에 할 줄을 모른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이스트우드는 “연기는 고함치고, 울부짖고, 감정을 쥐어짜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감독 20년 만에 거장 반열 경력이 쌓이면 카메라의 뒷사정이 궁금해지는 모양. ‘더티 해리’ 돈 시겔 감독의 연출 권유에 솔깃해진 그는 1971년 데뷔작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를 찍으면서 제작사 맬파소프로덕션을 차렸다. DJ와 스토커를 다룬 데뷔작은 흥행은 물론, ‘소름 끼치는 스릴러이자 아름다운 음악영화’란 호평을 얻았다.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것은 20년이 지난 뒤. 악명을 떨쳤던 무법자가 은퇴 이후 조용히 살려고 하지만, 악덕 보안관과 피할 수 없는 대결에서 결국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용서받지 못한 자’로 1992년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쓸었다. 배우 출신으로는 5번째 감독상 수상. 2005년에는 30대 여성복서와 늙은 트레이너의 ‘유사 부녀’ 관계를 다룬 ‘밀리언달러 베이비’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또한번 거머쥐었다. 필름 바깥의 삶도 흥미롭다. 1952년 공화당원이 됐고, 68·72년 리처드 닉슨의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지원했다. 하지만 한국·베트남·이라크전에서 미국이 ‘세계의 경찰’인 척하는 것은 질색했다. 스스로는 “리버테리언”(자유지상주의자)이라고 말한다. 1986~88년 카멜시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중소기업과 환경 보호에 힘썼다. ‘아름다운 보수주의자’란 수식어가 붙었다. ●‘히어애프터’는 어떤 영화 기획자로 나선 스티븐 스필버그와의 협업으로도 화제를 모은 ‘히어애프터’(12세 이상 관람가)는 사후세계를 다룬다. 영혼과 대화하는 심령술사 조지(맷 데이먼)와 쓰나미에 휩쓸려 죽다가 살아난 여기자 마리(세실 드 프랑스), 모든 걸 의지했던 쌍둥이 형을 잃은 마커스(프랭키 맥라렌)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한발짝 물러서 관조한다. 죽음의 위험이 일상화된 세상에서도 결국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란 메시지를 던진다. 이스트우드는 “저 세상에 뭐가 있는지 모른다. 저마다 믿는 바는 있지만 모두 가설일 뿐이다. 가 봐야 아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영화 속 사후세계의 영상은 평화롭다. 노감독은 죽음마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영화계 장학사업 선도 원로배우 신영균

    [김문이 만난사람] 영화계 장학사업 선도 원로배우 신영균

    노래 하나 감상해본다.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하늘의 사나이는 빨간 마후라/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구름따라 흐른다 나도 흐른다/아가씨야 내 마음 믿지 말아라 번개처럼 지나갈 청춘이란다.’ 한운사 작사, 황문평 작곡의 ‘빨간 마후라’다. 얼핏 짧고 단순한 노래 같지만 대한민국 공군 출신들에게는 영원히 가슴 속에 남아 추억의 되새김질을 하게 하는 노래다. 또한 40~50대 이상의 남성들에게는 영화를 통해 익숙하게 다가오는 노래이기도 하다. 1964년 신상옥 감독이 제작한 영화 ‘빨간 마후라’는 공군 전투기가 하늘을 나는 장면과 시원한 활주로, 빨간 머플러가 컬러 필름으로 표현돼 관객을 압도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서울 충무로 명보극장에서만 25만 관객을 기록했다. 특히 이 영화는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됐으며 주연으로 나온 신영균(83)씨는 당시 제11회 아시아영화제에서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하여 대한민국 최초의 한류 스타가 누구냐고 했을 때 영화계에선 신씨를 거론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런 추억을 담은 ‘빨간 마후라’는 대구 달성군 유가면 양리에 위치한 고 유치곤 장군의 호국기념관에 노래비로 세워져 이곳을 찾는 많은 관람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원로 영화배우 신씨가 2010년 10월 출연한 재산으로 출범한 재단법인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이사장 안성기)이 현판식과 함께 영화인 자녀 19명에게 2011년도 상반기 장학증서와 장학금을 전달했다. ●영화인 자녀 19명에게 첫 장학금 전달 영화인 총연합회 회원단체와 영화인회의 등 8개 영화 관련 단체로부터 추천받은 영화인 자녀 이동규(서원대 유아교육학과 1학년), 임원룡(서울대 경영학부 4학년)군 등 대학생 10명과 홍민호(경복고 3학년), 정원(동두천외국어고 1학년)군 등 고교생 9명에게 총 4000여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이들 장학생 중에는 영화배우 허기호(허장강씨의 장남)씨의 아들 허진우(안양대학교 공연예술학과 1학년)군도 포함됐다. 이 자리에서 신씨는 명보시네마테크 운영, 신영균연기예술상 제정과 함께 영화 인재 발굴 사업으로 청소년 영화제 ‘필름 게이트’와 방학 시즌 어린이 영화 체험 교실인 ‘꿈나무 필름 아트 캠프’ 등을 추진할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올 연말에는 제1회 신영균영화연기대상 수상자가 처음으로 나올 예정이다. 이처럼 ‘빨간 마후라’와 ‘5인의 해병’ 등으로 일찍부터 원조 한류스타의 명성을 얻은 신씨는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5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하는 등 국내 영화 발전을 위해 새로운 열정과 의욕을 보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명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신씨를 만났다. 때마침 김두호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현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도 함께 있어 자연스럽게 차를 마시며 인터뷰가 진행됐다. 검은색 양복에다 빨간 넥타이 차림이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40대로 보인다.”고 인사를 하자 “에구 뭘, 마음이 젊어서 그런가.”라며 파안대소했다. 그래서 건강 얘기부터 먼저 나왔다. “운동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가끔 골프 라운딩도 하고 헬스클럽에는 일주일에 두어번 정도 나가지요. 나이 먹어서는 근육 운동을 자주 해야 돼요. 골격이 튼튼해지니까.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합니다.” ●294편 영화 거의 다 기억… 팔순의 나이 무색 신씨는 웃음이 호탕하다. 생각을 젊게 하고 행동 또한 그러하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기억력 또한 남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1960년 조긍하 감독의 ‘과부’로 데뷔한 이후 1978년 ‘화조’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출연한 294편의 영화를 거의 줄줄 꿰고 있었다. ‘빨간 마후라’에 출연한 동료 배우 최무룡씨를 비롯해 ‘5인의 해병’에 등장하는 황해·곽규석·박노식씨 등에 대한 추억도 또렷하게 떠올린다. 이들 중 유일하게 혼자 살아남아 우리나라 영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회가 특별하다. 신씨는 알다시피 지난해 10월 자신의 사재 대부분을 털어 장학사업에 쓰겠다고 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 후 후회는 한번도 없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장학사업)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인들의 작업 환경이 아직도 열악합니다. 특히 그들 중에는 재능 있는 자녀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격려와 보탬이 된다면 그것처럼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대를 잇는 훌륭한 연기자들을 잠시 떠올린다. 1955년 ‘피아골’로 데뷔한 고 이예춘씨의 아들 이덕화와 손녀 이지현, 고 김승호씨의 아들 김희라와 손자 김기주, 오발탄의 명배우 고 김진규씨의 아들 김성준, 고 황해씨의 아들 전영록, 고 독고성씨의 아들 독고영재와 손자 독고준, 고 박노식씨의 아들 박준규 등. ●치과의사 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꿈 간직 신씨 자신도 가난과 배고픔을 몸소 겪었기에 연기에 자질이 있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청춘극단’에서 2년 동안 연기를 하다가 생활의 비참함을 벗어나고자 좀 더 안정적인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서울대 치과대학에 진학했다. 해군 대위로 군복무를 마친 그는 1958년 서울 회현동에 ‘동남치과’를 개업했으나 도저히 끼를 못 버려 2년 뒤 황순원 원작 ‘과부’로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처음에 연극을 했는데 생활이 영 말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직업적으로 전망이 좋다는 치과의사가 되고자 했지요. 하지만 연기에 대한 꿈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데뷔작 ‘과부’에서 처음 주연으로 발탁될 당시를 회고한 그는 “배역도 좋고 작품도 좋았는데 머리를 잘라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며 “많이 고민했지만 순전히 연기에 대한 욕심 하나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이후 신씨는 다양한 스타일의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스타의 길로 성큼성큼 발을 내딛는다. ‘빨간 마후라’ ‘5인의 해병’ 같은 군사물은 물론이고 ‘연산군’에서는 폭군,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는 멜로물의 주인공, ‘저 높은 곳을 향하여’에서는 종교인으로 등장하며 타고난 끼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18년 동안 294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니 그의 열정과 끼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렇다면 한참 인기 가도를 달릴 때 왜 배우를 그만두게 됐을까. “당시 군사정권이었죠. 검열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권총을 쏘는 장면도 ‘왜 이 각도에서 총을 쏴야 하느냐’ 등의 이유로 가위질을 많이 당했지요. 그러다 보니 영화에 대한 매력도 없어지고 편수도 줄고, 관객 또한 마찬가지로 흥미를 잃게 됩니다.” ●군사정권시절 검열 심해 배우 생활 그만둬 배우를 그만둔 이후에는 제주도에서 영화박물관 건립에 열정을 쏟는다. 그가 제주도와 인연이 된 것은 영화 ‘마적’(신상옥 감독)이었다. 이 영화는 1967년 제주도에서 촬영됐는데 당시 신씨는 드넓은 초원에서 영화박물관을 생각하게 됐다. 결국 오랜 노력 끝에 1999년 제주 남원읍에 ‘신영영화박물관’을 건립했다. 이때부터 신씨가 부자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어떻게 부를 일궜을까. “제 인생의 특징을 말한다면 실패를 안 했다는 것입니다. 부자가 되려고 무리하게 욕심을 내지도 않았고 또 무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요. 인격적으로는 겸손하자고 늘 생각했어요.” 신씨는 배우 시절 영화배우라는 직업을 늘 불안하게 여겼다. 그래서 1960년대 친구와 함께 서울 금호동에 동시 상영을 하는 ‘금호극장’을 지었다. 영화는 많으나 극장이 턱없이 모자라는 현실에서 발동이 걸렸던 것. 이후 명보극장 바로 옆에 있는 명보제과를 인수했다. 이때 부인 김선희 여사가 팔을 걷어붙여 직접 빵을 굽고 장사도 하면서 사업을 키워 나갔다. 당시 명보제과는 뉴욕제과와 태극당, 풍년제과 등과 함께 4대 제과로 꼽힐 정도였다. 그러던 1977년 8월 명보극장을 인수하게 된다. 이후 ‘지옥의 묵시록’과 ‘빠삐용’ 등의 외국 영화와 ‘내가 버린 여자’(이문웅 감독), ‘속 별들의 고향’(하길종 감독), ‘미워도 다시 한번’(변장호 감독) 등의 한국 영화가 잇달아 대박을 터뜨렸다. 그가 지난해 기부 대상을 ‘명보극장’으로 정한 것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극장 소유는 영화인들의 꿈이었고 이제는 그 꿈을 후배들에게 돌려주려는 생각에서였다. 무엇이든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면 언젠가 꿈이 이뤄진다는 철학도 포함됐다. 신씨는 지금도 꿈을 꾼다. 헤밍웨이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노인과 바다’ 같은 영화에 출연해 멋진 연기로 영화배우로서 마무리를 잘하고 싶단다. 이를 위한 구상이 현재 기획 단계에 있다고 귀띔했다. 그의 취미는 나무 심기다. 신영영화박물관 옆에 많은 나무들을 심었단다. 서른두살에 영화 나무를 처음 심은 이후 지금도 꾸준히 나무를 심고 있다고 했다. 팔순 나이에 ‘노인과 바다’라는 작품에서 또 한번 영원히 자라는 나무를 심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신영균은 치과의사 → 배우 → 국회의원… ‘빨간 마후라’로 아시아 영화제 남우주연상 1928년 황해도 평산의 산 속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교육열에 의해 일찍 서울로 월남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우연히 교회 연극을 통해 연기를 접한 뒤 줄곧 배우를 꿈꿨다. 한성고를 졸업하자마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청춘극단’에 들어갔다. 하지만 극단 배우로 생계 유지가 힘들자 다시 공부를 시작해 서울대 치의학과에 합격했다. 대학에 다니면서도 총학생회 연극부를 창립해 활동했고 졸업 후 치과의사로 일하다 1960년 32살의 나이에 영화 ‘과부’로 데뷔했다. 이어 1961년 ‘마부’로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고, 1962년에는 ‘연산군’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며 데뷔 2년 만에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출연작 중 단연 압권은 ‘빨간 마후라’(1964)이다. 이 영화로 아시아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원조 한류스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던 1970년대, 유신정권 아래 영화에 대한 사전 검열이 심해지면서 영화계가 침체됐고 1978년 ‘화조’를 끝으로 배우 활동을 접었다. 이후 명보극장을 중심으로 영화사업에 뛰어들었고 15, 16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99년 제주도에 영화박물관을 지었으며 지난해에는 사재 500억원을 선뜻 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 18일에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 현판식을 가지면서 장학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주요 대표작으로는 열녀문(1963), 쌀(1963), 달기(1964), 시장(1966), 천하장사 임꺽정(1968), 대원군(1968), 미워도 다시 한번(1968) 등이 있으며 18년 동안 모두 294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 PGA 가을시즌 토너먼트 2부투어 선수에 기회준다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가 페덱스컵 출전 여부를 결정짓는 가을 시즌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한다. PGA 투어는 오는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열리는 가을 시즌 토너먼트 7회 중 3차례에 PGA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예비 승인을 내렸다고 22일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동안 가을 시즌에는 2부 투어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다. PGA는 이날부터 선수들에게 이에 대해 공지하기 시작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2007년 PGA 투어에 도입된 페덱스컵은 정규시즌의 성적에 따라 얻은 포인트를 통해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면 다시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자를 결정짓는 시스템이다. PO 진출자 상위 30명은 자동으로 내년도 페덱스컵에 출전할 수 있고, 31등부터 125등까지가 가을 시즌을 통해 정해진다. 가을 시즌에 네이션와이드 투어 선수를 참여시키는 것은 2부 투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PGA는 지난 몇년간 2부 투어 활성화 방안을 고심해 왔다. 2부 투어를 거친 선수들은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하는 선수들보다 훨씬 준비가 잘돼 있어 1부 투어에 올라와서 흥행에 일조한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PGA 투어는 최근 퀄리파잉 스쿨보다는 네이션와이드 투어 상금순위 상위에 랭크된 선수들에게 더 많은 1부 투어 출전권을 부여해 왔다. 여기에 스폰서 문제도 걸려 있다. 2002년부터 2부 투어를 후원해 온 미국의 금융종합서비스그룹인 네이션와이드가 2012년까지만 후원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PGA 투어는 새 스폰서를 물색 중이다. PGA 투어의 새 계획에 따르면 8월 말부터 시작될 페덱스컵 PO에는 정규시즌 상위 125명이 진출해 3500만 달러의 상금을 놓고 겨루게 된다. 우승상금은 1000만 달러다. PO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들 중 75명가량이 가을 시즌에서 네이션와이드투어 상금순위 상위 50명과 겨루게 된다. 3차례 토너먼트를 통해 그중 상위 50명의 선수가 내년도 페덱스컵 진출권을 획득한다. 타이 보타우 PGA 투어 대변인은 “아직 확정된 숫자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개정안이 채택될 경우 퀄리파잉 스쿨(QS)이 위축될 것이라는 점이다. QS는 대학을 갓 졸업하거나 마이너 투어에서 오랜 기간 실력을 다진 골프 유망주들이 1부 투어에 입성하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PGA 투어 측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PGA 투어 관계자는 “1부 투어 하위 선수와 2부 투어 상위 선수들이 출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연말 골프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송재호·윤소정 “갈 길 머잖은 노년의 사랑 더 순수”

    송재호·윤소정 “갈 길 머잖은 노년의 사랑 더 순수”

    요즘 극장가에 조용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그대를 사랑합니다’(이하 ‘그대사’)이다. 지난달 17일 개봉한 이 영화는 소리 소문 없이 스크린을 장악하더니 마침내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1일 현재 누적관객은 103만여명. 미국 아카데미 수상작과 블록버스터 공세 속에서도 주말 박스오피스 4위를 지키고 있다. 뒷심의 원동력은 입소문. ‘돌풍의 주역’인 송재호(72)와 윤소정(67)을 만나 ‘그대사 신드롬’과 ‘노년의 사랑’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눠 봤다. ●그레이 로맨스 할리우드 공세 막아 →‘그대사’는 김만석(이순재·76), 송이뿐(윤소정), 장군봉(송재호), 조순이(김수미·60) 네명의 황혼 순애보를 그린 영화다. 주연배우 네명의 평균 나이가 68.8세다. 젊은 톱스타나 화려한 볼거리도 없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같은 제목으로 인기리에 연재된 만화가 원작이지만 원작자인 강풀의 만화 가운데 영화로 성공한 작품이 별로 없어 크게 흥행을 예상하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강풀 징크스’를 깨고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데. 윤소정(이하 윤) 일단 영화가 아름답고, 완성도가 높다. 솔직히 요즘 너무 난폭하고, 자극적이고, 악만 남은 영화가 많지 않았나. ‘그대사’는 보고 나면 여운이 남고 좋은 기분을 오래 가져갈 수 있는 영화다. 험한 영화를 보면 꿈자리가 사나운데, ‘그대사’는 꿈까지 행복하게 꾸게 만든다. 송재호(이하 송) ‘그대사’의 ‘까도옹’(까칠하고 도도한 할아버지) 순재 형님이 ‘만추’의 현빈을 눌렀다는 얘기를 듣고 희망을 가졌다.(웃음) 생각만큼 홍보를 많이 못해 아쉬웠는데 관객들이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이렇게 후폭풍을 타면 롱런할 수밖에 없다. 내가 출연한 영화 ‘해운대’, ‘살인의 추억’ 등의 관객수를 모두 맞혔는데 ‘그대사’는 650만명을 예상했다. →우유를 배달하는 까칠한 할아버지 만석과 폐품을 수집하지만 따뜻한 미소가 아름다운 할머니 이뿐. 치매에 걸렸어도 남편의 사랑만은 잊지 않는 할머니 순이와 그런 아내 곁을 끝까지 지켜주는 ‘로맨티스트’ 군봉. 이 두 커플이 보여주는 노년의 사랑은 젊은이들의 사랑처럼 감각적이거나 요란하지 않지만 더 큰 설렘과 울림을 준다. 윤 사랑이란 교통사고처럼 느닷없이 찾아와 설레고 아무 조건 없이 서로 좋아하는 것인데, 요즘엔 사랑이라는 포장에 계산이 다 들어가 있다. 그래서 그 거품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네들이 사랑하면서 그런 조건을 따지겠나. 그러니까 더욱 순수하게 느껴지는 거다. 송 노년의 사랑은 생김새나 재력, 사회적 지위를 다 떠나서 인간 본성에 대한 사랑이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것 아닐까.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고 진심으로 상대방을 생각하는 그게 진짜 사랑인 거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의 속박을 받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강요하지 않아도 흐르는 눈물 →오롯이 실버 세대를 주인공으로 한 본격적인 상업영화는 ‘그대사’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송 맞다. 그동안 노인들이 영화 주변부에 놓인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주인공 삼은 영화는 처음인 듯싶다. 그렇기에 이번 영화가 더 잘됐으면 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들의 사랑은 분명 젊은이들과는 다르다. 노인들의 사랑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가슴 아프고 멋지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윤 영화에 만석 할아버지가 이뿐 할머니의 리어카에 우유팩을 얹어주고 신나하는 장면이 나온다. 별 장면 아닌데 찍으면서도 가슴이 뭉클했다. 사랑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장면이었다. →죽음이라는 인간의 한계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노년의 사랑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군봉과 순이 커플이 보여주는 생의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사랑, 만석과 이뿐 커플의 죽음 앞에서 절제하는 사랑. 이 두 사랑은 관객에게 진정한 사랑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데. 송 사랑은 서로에 대한 희생과 봉사라고 생각한다. 배우자는 인생의 반려자라고 하지 않나. 군봉의 입장에서는 전혀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다.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고자 한 거다. 윤 늘그막에 어렵게 찾아온 사랑을 두고 뒷걸음질치는 이뿐을 답답하다고 하는 분도 있는데, 젊은 애들처럼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꼭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론 절제하고 사랑을 가슴에 묻고 사는 것도 필요하다. 이뿐은 평생 소외되고 자신감 없는 삶을 살아 온 이다. 만석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해하면서도 발에 안 맞는 꽃신처럼 그 사랑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거다. ●결혼생활 40~50년… 현실 속 사랑은? →실제 삶에서 두분의 사랑은. 송 아내가 첫사랑이다. 결혼한 지 벌써 50년이 넘었다. 군봉의 사랑에 더 공감한 까닭도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 집사람이 젊었을 때 고생한 얘기 하는 것을 싫어해서 지금도 토크쇼에 일절 나가지 않는다. 배우 생활 하면서 본의 아니게 스캔들에 휘말린 적도 있었지만, 우리 부부는 50년째 누구보다 견고하고 튼튼한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다. 윤 지난달 28일이 결혼 43주년 기념일이었다(윤소정의 남편은 배우 오현경이다). 그런데 그런 날만 되면 꼭 싸우게 되더라고.(웃음) 사랑은 변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부부는 서로에 대한 약속이다. 이 나이 되면 신뢰와 믿음으로 살아간다. →‘그대사’를 보면서 펑펑 울었다는 사람이 많지만 영화는 결코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연기하면서 힘들지는 않았나. 윤 남편(오현경)이 이 영화를 두번 봤는데, 실제 윤소정의 모습이 영화에 나온다고 하더라. (서구적인) 외모 때문에 번역극에 많이 출연했고, 그로 인해 카리스마가 많이 부각됐지만 실제 윤소정은 영화 속 이뿐처럼 지극히 한국적인 여자다. 집에서 바느질과 토속 음식을 즐기고, 사고도 아주 고지식하고.(웃음) 송 또래의 삶과 사랑이라 연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추창민 감독과는 처음 작업하는데, 영화의 맛을 아는 아주 똑똑한 ‘여우’다. 배우는 언제나 선택을 받는 직업이지만,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두 사람. 어쩌면 노년의 사랑이란 이들의 모습처럼 겸허한 삶의 자세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상업영화 닌자활극 들고 온 ‘하드보일드 장인’ 최양일 감독

    상업영화 닌자활극 들고 온 ‘하드보일드 장인’ 최양일 감독

    ‘하드보일드’(hard-boiled)는 장르가 아닌 스타일이다. 인물·사건을 군더더기 없이 비정하고 냉정하게 묘사한 소설·영화를 이른다. 그에겐 줄곧 ‘하드보일드의 장인’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악마 같은 사내로 변해 가는 재일교포 김준평의 삶을 그린 기타노 다케시 주연의 ‘피와 뼈’(2004)를 떠올린다면 와 닿을 터.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1993), ‘개 달리다’(1998) 등 ‘자이니치’(재일한국인)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유명한 최양일(62)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17일 개봉한 블록버스터 닌자 활극 ‘카무이외전’을 들고서다. 1960년대 일본 전공투(전학공투회의의 줄임말. 1968~1969년 각 대학에 결성된 학생운동 조직) 세대에겐 바이블 같은 고전이라는 시라토 산페이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카무이외전’은 17세기 에도시대가 배경이다. 천민으로 태어난 카무이는 살기 위해 닌자가 됐지만 의미 없는 살육에 질려 도망친다. 조선 시대 ‘추노’처럼, 에도시대에는 ‘추닌’(도망친 닌자들을 쫓는 닌자)이 있었다. 뫼비우스의 띠에서 벗어나려는 카무이의 사투는 컴퓨터그래픽(CG)을 비롯한 특수효과를 차용하는 등 상업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주변부 인생들의 비루한 삶에 천착해 온 최 감독은 ‘전향’한 것일까. 속내를 들어봤다. ●“카무이전은 전공투 세대의 바이블” →사전 정보가 없다면 최 감독의 영화인 줄 모를 것 같다. -지금까지의 작품하고는 다른 면이 있다. 내 영화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고 느꼈다면 기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내 영화의 폭이 넓어진 게 아닐까. →원작은 산페이의 닌자만화다. 만화에서 소재를 많이 찾는 편인가. -만화의 세계관에 강하게 공감할 때가 있는데 대개 컬트적인 작품들이다. ‘국민 만화’나 ‘통과의례적인 만화’와는 거리를 두게 된다. ‘허리케인 조’(지바 데스야 원작으로 1960년대 일본 대학생에게 큰 영향을 준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지고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나는 관심이 없다기보다 싫어했다. →그렇다면 ‘카무이외전’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17세기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단순히 권력과 민중의 계급 투쟁뿐 아니라 민중 내부의 분열과 그 안의 복잡한 인간관계, 사랑과 증오를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연재 당시 사상적으로 오른쪽(보수)이든, 왼쪽(진보)이든 관계없이 큰 영향을 받았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사회와 개인을 고민했던 1960~1970년대의 청년에게 바이블 같은 작품이다. 다만 ‘카무이전’은 상업성을 얻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강조한 스핀오프 작품인 ‘카무이외전’을 선택하게 됐다. →‘카무이’란 캐릭터도 독특한데. -카무이란 말 자체가 일본어가 아니라 아이누족의 말이다. 배경은 오카야마 지방인데 왜 카무이가 훗카이도 원주민의 이름을 가졌는지 미스터리다. 카무이는 오카야마의 천민 부락에서 자란다. 원작에서는 홋카이도 원주민들을 에도막부가 침략하면서 처절한 싸움이 벌어진다. 카무이가 거기에 참여하면서 출생의 비밀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작가의 의도적 절필로 중단됐다. 그런 수수께끼들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CG 장면이 독특하다. 카무이가 절벽을 뛰어올라가는 장면은 일부러 어설프게 보이려고 한 것인가. -의도적이다(손바닥을 치면서 웃었다). 스스로 통제가 안 될 때가 있다. 발작적으로 희화화하거나 만화적으로 그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아무리 절정의 무공을 지닌 닌자라도 그러진 못할 거란 걸 알면서도 ‘뿅!뿅! 날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해피엔딩은 아니다. 따뜻한 결말은 싫은가. -즐겨 보는 영화는 해피엔딩이 많다. 그런데 찍다 보면 비극적 종말을 맞는 경우가 많다. 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주류가 아닌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인물들이다. 자칫하면 어느 한쪽으로 떨어지는 인물들을 그리기 좋아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결과를 맞이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메인 스트림에 관심 없다… 밑바닥 얘기에 끌린다” →그동안 자이니치의 삶을 많이 다뤘다. 더는 관심이 없나. -내가 자이니치로 태어나고 자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재일한국인을 그리는 게 영화감독 최양일의 본질은 아니다. 내 관심은 한·일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의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 근대화를 겪으면서 어쩔 수 없이 개인에게 남게 된 전근대성 등에 관심이 있다. 세상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관심 없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끌린다. 나조차도 어디에 서 있는지는 모르겠다. 핀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선지가 불분명한 존재로 앞으로도 남고 싶다. →당신은 ‘경계인’이다(그는 1994년 북한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일본영화감독협회장이다). 다른 자이니치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최근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이 자이니치에게 정치헌금을 받은 것이 문제가 돼 사퇴한 사건은 한국에서 파장이 있었는데. -마에하라 외상 문제에 대해 한국에서는 헌금자가 한국 핏줄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깃집을 하는 (자이니치)아줌마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고 해도 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다. 현지 언론이 코멘트를 요청하기에 “법률 위반은 맞다. 하지만 일본이 시민참가형 민주국가를 지향한다면 납세를 하고 3~4대를 거주한 재일한국인의 지위와 지방참정권 문제를 어떻게 할지 본격적인 논의를 할 좋은 계기”라고 말했다. 결국 자이니치의 지위에 대해 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는다면 달라질 건 없다. 현장에서 치열하고 무섭기로(?) 소문난 그이기에 인터뷰 전 살짝 긴장했다. 하지만 무서운 게 아니라 너무 진지하기 때문이란 걸 알아차리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뉘앙스까지 꼼꼼히 헤아려 대답했지만, 가끔 농담도 툭 던졌다. 최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리뷰] ‘웨이백’ -생사 기로속 인간애

    [영화리뷰] ‘웨이백’ -생사 기로속 인간애

    역사상 최악의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라는 일명 ‘캠프 105’를 7명의 사내가 탈출한다. 고문을 견디지 못한 아내의 증언 탓에 정치범으로 몰린 폴란드 장교 야누스(짐 스터게스), 러시아 폭력배 발카(콜린 파렐), 미국인 엔지니어 스미스(에드 해리스) 등 7명은 바이칼 호수를 지나 몽골 국경만 넘으면 자유를 얻게 될 것이란 희망에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부모를 잃은 폴란드 소녀 이레나(시얼샤 로넌)까지 합류한다. 하지만 국경에 이르렀을 때 붉은 별과 함께 스탈린과 레닌의 사진을 발견한다. 뒤늦게 몽골이 공산화됐다는 걸 알게 된 것. 이들은 소련의 힘이 미치지 않을 법한 인도로 방향을 튼다. 고비사막과 히말라야 산맥을 관통하는 6500㎞의 대장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17일 개봉한 영화 ‘웨이백’(The Way Back)은 슬라보미르 라비치(1915~2004)의 자전적 소설인 ‘롱 워크’(The Long Walk)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롱 워크’는 1956년 영국에서 출간돼 26개 언어로 출판된 베스트셀러다. 실제 폴란드 기갑부대 중위였던 라비치는 1939년 간첩 혐의로 25년형을 받고 시베리아수용소로 이송된 뒤 탈출해 11개월 동안의 대장정을 회고록 형식으로 남겼다. 말이 6500㎞이지 끔찍한 거리다. 서울과 부산을 걸어서 7번 왕복하고도 부산까지 한번 더 가야 한다. 게다가 한여름 사막과 한겨울 설산을 넘어야 한다. 생사의 기로를 오가는 행군 속에서도 이들은 제 몸뚱아리보다는 서로 보살피고 보듬는 인간애를 보여 준다. 대개 이런 유의 영화가 고난 속에서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영화는 아카데미영화제 감독상 단골 후보인 피터 위어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복귀작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1989), ‘트루먼쇼’(1998) 등 호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낚는 데 능한 위어 감독은 2004년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이후 수차례 프로젝트가 엎어진 탓에 메가폰을 들지 못했다. 캐스팅도 탄탄하다. 짐 스터게스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007), ‘21’(2008)로 미국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주목을 받은 유망주. 시얼샤 로넌은 10대 초중반에 찍은 ‘어톤먼트’(2007), ‘러블리본즈’(2008)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등 각종 영화제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에드 해리스는 물론 콜린 파렐도 조역으로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다. 하지만 133분 상영시간 대부분, 주인공들은 방대한 스케일의 화면 속을 걷고 또 걷는다. 갈등을 도맡던 시한폭탄 같은 발카가 대열을 이탈하면서 드라마는 눈에 띄게 평탄해진다. 생기를 불어넣던 이레나마저 어느 순간 퇴장해 버린다. 위어 감독이 ‘연기의 달인’들을 무더기로 캐스팅한 것은 극적 요소가 적다는 점을 고려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12세 이상 관람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화이트데이 그녀와 뭘 보러갈까

    화이트데이 그녀와 뭘 보러갈까

    ‘×××데이’마다 이벤트를 마련하는 것도 예삿일은 아니다.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괜찮은 공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다행일 터. 캐나다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스티브 바라캇(왼쪽·38)은 13~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스티브 바라캇 화이트 콘서트’를 갖는다. 오케스트라나 밴드, 현악 앙상블 등과 함께했던 바라캇의 이전 공연과 달리 어쿠스틱 피아노로 솔로 무대를 꾸민다. 13살 때 퀘벡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만큼 천재성을 인정받았던 바라캇은 정통 클래식 수업을 받다가 재즈로 전향했다. 2005년 첫 내한 이후 해마다 빠짐없이 한국을 찾을 만큼 ‘흥행 브랜드’로 명성을 굳혔다. ‘슈퍼스타K’로 이름을 알린 존 박과 김그림이 초대손님으로 나선다. 3만~10만원. 1577-5266. 가수 보아의 친오빠로도 유명한 피아니스트 권순훤(가운데·31)은 14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김현지(바이올린), 김영민(첼로), 조미영(아코디언)과 함께 ‘아주 오래된 사랑 이야기’라는 제목의 화이트데이 공연을 연다. 달달한 클래식 명곡과 곡에 얽힌 사랑 이야기를 권순훤의 맛깔스러운 해설과 함께 들을 수 있다. 2만 2000~4만 4000원. (02)6372-3242.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마이더스’를 비롯해 각종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의 단골손님인 발라드 가수 나윤권(오른쪽·27)도 12~13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화이트데이 콘서트를 연다. ‘나였으면’ 등 팬들에게 사랑받았던 노래들을 스토리텔링 형식의 공연으로 기획했다. 5만 5000~7만 7000원(연인석은 15만 4000원). (02)518-858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오페라 베이스의 전설’ 새뮤얼 래미 첫 방한

    ‘오페라 베이스의 전설’ 새뮤얼 래미 첫 방한

    오페라에서 남자 가수에게 허락되는 스포트라이트는 대개 테너나 바리톤의 몫이다. 가장 낮은 음역인 베이스가 맡는 역할은 왕이나 제사장, 철학자, 나이 든 아버지 등이다. 드라마나 영화로 치면 조역이나 감초라는 얘기다.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이되, 주연의 화려한 조명은 결코 허락되지 않는 자리. 그런데 다면적인 악마 캐릭터를 탁월하게 소화해 ‘전설’이 된 베이스가 있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삼은 구노의 ‘파우스트’,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등 수많은 오페라에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역할만 400회가량 공연한 미국의 새뮤얼 래미(69)가 주인공이다. “그의 노래에서 오페라의 전설이 만들어진다.”(미국 뉴욕포스트)거나 “래미의 유일한 단점은 청중으로 하여금 그 아름다움에 녹초가 돼 돌아가게 한다는 것”(뉴욕타임스)이란 평가처럼 지난 30여년간 래미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16~20일 공연하는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맡은 래미를 7일 공연장소인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났다. 그가 한국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몸짱에 ‘쿨’하기까지 젊은 시절 ‘오페라계의 섹스 심벌’이란 평가를 들을 만큼 ‘몸짱’이었던 풍모는 조금 퇴색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컬이 들어간 아름다운 백발에 따뜻한 미소, 단전 아래에서 끌어올린 듯한 중저음은 ‘미노년’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전날 입국한 래미는 “호텔 직원을 빼면 만난 사람이 없어 한국의 첫인상을 말하기 이르지만 친근한 느낌”이라면서 “너무 늦게 한국에 왔지만, 첫 공연이라 매우 흥분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해외공연에서 시차로 겪는 어려움은 젊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며 한국공연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래미가 이름 모를 작은 오페라단에서 처음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맡은 것은 1971년. 꼭 40년이 지났다. 래미는 “악마의 특성상 무거워지기 쉽지만, 굉장히 장난스러운 면도 있는 등 다층적인 캐릭터라는 게 이 역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래미는 메피스토펠레스뿐만 아니라 1992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개막공연에서 오펜바흐의 ‘호프만이야기’에 나오는 4명의 악한 역을 모두 맡아 찬사를 받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악마와의 데이트’(A Date with the Devil)라는 타이틀로 오페라 속 악마 캐릭터의 아리아 14곡을 부르는 레퍼토리로 전 세계 투어를 흥행시키기도 했다. 수십년 동안 ‘악마 전문 가수’로 살아오면서 내면의 악마성을 느껴본 적은 없을까. “글쎄, 지인들은 다르게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닌 것 같다.”면서 “실제 성격은 재치가 번득이는 ‘피가로’(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주인공)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적어도 무대 위에서는 악역이 훨씬 재미있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아고 역이 탐나 바리톤 갈구도” 어렸을 때는 팝 음악을 흥얼거리던 래미가 진지하게 성악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캔자스주립대에 진학한 이후다. 대학에서 첫 스승이 들려준 ‘피가로의 결혼’ 아리아에 넋을 잃은 것. 1967년 여름 무렵 오페라 가수가 되겠다고 결심한 래미는 합창단원을 뽑던 콜로라도의 한 오페라단에 데모 테이프를 보냈다. 이후 뉴욕시 오페라단을 거쳐 1984년 1월 최고의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헨델의 ‘리날도’로 데뷔했다. 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그’에 진입한 셈이다. 그는 “매우 흥분된 밤이었다.”면서 “조금 떨리기는 했지만 배역이 좋은 데다 톱스타였던 매릴린 혼(77·메조소프라노)과 공연해 더 좋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40년 가까이 무대에 서 온 ‘전설의 베이스’가 가장 사랑하는 역할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잠시 고민하더니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가장 좋아한다.”면서도 “베르디의 ‘오셀로’ 중 ‘이아고’ 역을 너무 해보고 싶어서 (음역대가 더 높은) 바리톤이었으면 하고 바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나이를 감안하면 오페라 가수로서 피날레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쿨’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는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이미 늙었다.”(I´m not getting older. I´m just old)면서 “끊임없이 과거를 반추하고 역할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은 좋지만 목소리가 한창 때처럼 나오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오랜 세월 기다려온 한국 오페라팬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앞으로 길어야 무대에 서는 것은 3년 정도일 텐데 아마도 내 인생에서 메피스토펠레스 역할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후회하지 않을 테니 꼭 와서 지켜봐 달라.”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주말 박스 오피스] ‘블랙 스완’ 포트먼 아카데미 수상효과

    [주말 박스 오피스] ‘블랙 스완’ 포트먼 아카데미 수상효과

    극장가에 본격적인 ‘아카데미 특수’가 시작된 것인가. 내털리 포트먼 주연의 영화 ‘블랙 스완’이 아카데미상 수상 효과에 힘입어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블랙 스완’은 지난 4~6일 전국 417개 상영관에서 28만 9818명의 관객을 동원해 1위를 차지했다. ‘블랙 스완’은 첫 주 박스오피스에서 2위 성적을 내는 데 그쳤지만 내털리 포트먼이 지난달 28일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탄 것을 계기로 1위에 등극했다. 포트먼은 이 작품에서 완벽한 발레를 추구하다 정신분열 상태에 빠지는 발레리나 역을 열연해 호평을 받았다. 지난달 24일 개봉 이후 누적관객은 90만 1054명이다. ‘파이터’, ‘킹스 스피치’ 등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흥행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3일 개봉한 외화 두 편도 첫 주에 강세를 보였다. 맷 데이먼 주연의 ‘컨트롤러’는 440개 상영관에 19만 1156명의 관객이 들어 개봉 첫 주 2위로 출발했으며, 조니 뎁이 목소리 연기를 한 애니메이션 서부극 ‘랭고’는 378개관에서 17만 4434명을 동원해 3위에 올랐다. 노년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렸다는 평이 퍼지면서 관객이 불어난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358개관에 12만 7692명이 찾아 전주보다 6계단 껑충 뛴 4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전주까지 2주간 정상을 지켰던 ‘아이들’은 374개관에서 12만 566명을 보태는 데 그쳐 5위로 4계단 떨어졌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아이들’의 누적관객은 각각 62만 5126명과 175만 5952명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분단선 넘어온 눈물…北風 부는 충무로

    분단선 넘어온 눈물…北風 부는 충무로

    2011년 봄, 충무로의 화두는 북한이다. 엄밀히 말하면 북에 살고 있는 사람들, 북을 떠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현실의 남북 관계는 여전히 한겨울 터널 속이지만, 스크린에서는 그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아픔에 주목한 북한 소재 영화가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상적인 감동 코드 내세운 북한 영화 봇물 한국 영화사에서 ‘쉬리’ 이후 남북 분단을 소재로 한 작품은 꾸준히 제작돼 왔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피해갈 수 없는 소재의 보편성과 현실성 때문에 최근까지도 ‘국경의 남쪽’(2006), ‘크로싱’(2008), ‘의형제’(2010) 등 분단의 아픔을 소재로 한 영화는 계속 만들어졌다. 하지만 올해 선보이는 북한 관련 영화는 이념이나 정치색을 배제하고 일상적인 감동 코드로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한 작품들이 다수를 이룬다. 특히 탈북자, 재일교포, 조선족 출신 감독들이 직접 보고, 겪고, 느낀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시각과 생생한 현실감이 살아 있다. 재일교포 2세 양영희 감독이 만든 ‘굿바이, 평양’은 북한과 일본 오사카에 각각 30년째 헤어져 살고 있는 이산 가족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2006)에서 조총련 간부로 살아온 아버지와의 관계를 그린 양 감독은 이번에는 막내 조카 선화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6㎜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는 “고모!”라고 부르는 앙증맞은 조카 선화와의 첫 만남부터 반복적인 정전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거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등 평양의 한 가족의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그린다. 하지만 그 담담한 시선 뒤에는 ‘디어 평양’ 이후 북한 입국이 금지된 양 감독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선화를 통해 바라본 자신의 정체성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지난 3일 개봉했다. 탈북자 출신 정성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량강도 아이들’(17일 개봉)도 북한의 량강도 두메산골에 남한에서 날아온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가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 영화.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제작 및 연출을 맡았던 정 감독은 실제 북한의 어린이들로만 출연진을 구성하고, 억압된 북한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념과 국경을 초월한 어린이들의 순수한 동심에 주목한다. ‘두만강’(17일 개봉)과 ‘무산일기’(4월 7일 개봉)는 탈북자들의 실상에 사실적으로 접근한 영화로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조선족 출신의 재중교포 장률 감독의 ‘두만강’은 북한과 국경을 맞댄 연변 조선족 자치구를 중심으로 탈북자와 조선족의 갈등을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 프랑스 파리 국제영화제 2관왕, 러시아 이스트웨스트 국제영화제 2관왕을 차지했다.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는 행복을 찾아 남한에 왔지만 서로 불신과 상처만 쌓이는 탈북 주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네덜란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레드 콤플렉스’ 약화… 북한에 대한 시각 변화 영화 관계자들은 북한 소재 영화가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소재의 다양성 측면도 있겠지만, 사회문화적인 시각의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이전에 북한은 거시적으로 정치적인 이미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미시적으로 그 속에 사는 사람들에 관심을 갖는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영화 ‘량강도 아이들’의 홍보를 맡고 있는 영화사 샘의 최혜경 실장은 “북한에 대한 시각이 이데올로기에서 그 체제하의 사람들로 옮겨지면서 인간의 심리와 본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작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북한 관련 영화가 제작돼도 배급사나 상영관을 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고 북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생기면서 북한 관련 영화가 늘어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레드 콤플렉스’가 약화되고 흔들리는 북한 체제를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영화평론가인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우리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가 줄어드는 등 이념적인 문제가 누그러졌고, 영화적으로도 자유분방한 소재가 나오는 추세”라면서 “독일 통일 이후 ‘굿바이 레닌’ 등 동독 관련 영화가 많이 나온 것처럼 최근 북한 체제가 흔들리면서 북한에 대한 모순을 다루고 동시에 남한 사회를 되돌아 보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소재 영화들은 만든 지 2~3년이 된 작품들로 최근에 빛을 본 경우가 많다. 영화계는 이들 북한 영화들이 코미디 열풍을 잠재운 실화 영화 ‘아이들...’의 흥행과 ‘파수꾼’, ‘혜화, 동’ 등 작지만 강한 독립 영화의 선전과 맞물려 의미있는 성공을 거둘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최혜경 실장은 “북한 관련 영화들은 삶에 밀착되어 사실적이면서도 진정성 있는 공감을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영화제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영화적인 완성도도 뛰어나다.”면서 “스마트폰 확산으로 각종 소셜 네트워크(SNS)를 통해 입소문이 난 독립 영화 선전이 이어지고 있어 그 어느때보다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그래픽 김선영기자 ksy@seoul.co.kr
  • 제대 두달앞둔 공군병장 조인성을 만나다

    제대 두달앞둔 공군병장 조인성을 만나다

    지난 3일 오전 11시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때문에 기지 정문부터 삼엄한 경비가 이어졌다. 미군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기지여서 출입도 더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전역을 두달 앞둔 조인성 병장을 만나기 위해 기지 안쪽에 자리 잡은 군악대로 향했다. 군악대 현관에 들어서자 방탄 헬멧을 쓰고 군장을 갖춘 군인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그 사이로 훤칠한 키의 미남자가 나타났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조 병장 얼굴에는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조 병장은 기자와 첫인사를 나누자 “훈련 중이라 촬영과 행동이 제한된다.”고 강조하면서 “보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역이 두달 남았다. 돌아보면 어떤 생활이었나. -함께 입대한 친구들이 전역하고, 그래서 내가 더 길게 하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나더라. 밖에 있을 땐 그냥 ‘3개월 쯤’으로 생각했는데 들어와 보니 ‘3개월씩이나’로 바뀌더라. 부대 동료들끼리 그런 얘기한다(육군은 21개월, 해군은 23개월, 공군은 24개월로 병 복무기간이 확정됐다). 대한민국 대다수 남자들이 경험하는 것일 뿐인데, 그런 경험을 통해 사람이 한순간에 바뀐다는 건 이상한 거 같다. 다만 군 생활이 남자들에게 성숙한 성격을 갖게 해주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내가 앞으로 연예인으로 생활하면서 위기의 순간이 올 때 지금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도 든다. 술자리에서 안줏거리가 생겼다는 점도 좋은 일이고. →군악대 생활은 어땠나. 군기가 세다고 들었다. -입대 전에는 매니저나 소속사가 업무를 처리해 주어 연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군에선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한다. 청소, 빨래는 물론 바지도 각 잡아서 내가 다림질한다. 군악대는 문화사절단이다. 보여지는 것, 군의 색깔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단정해야 한다. 부대 내 생활은 굉장히 엄격하다. 한 가지가 빠지면, 다른 모든 부분에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를 보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엄격한 생활을 후임병들에게도 알려주고 있나. -배웠고, 해왔기 때문에 (후임병에게 알려 줄 수 있는)자격이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가 힘들지 알기 때문에 후임병들의 고민도 알 수 있었다(그는 28살에 입대해 10살가량 어린 후임병들과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있었다. -민감한 부분이지만, 정말 화가 났다. 전우들이 전사하고 추가 도발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F15K가 영공에 떠 있었다는 점이 굉장한 안정감을 주었다. (공군 입대 후) 우리군이 많이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단 음식 먹고 싶지 않았나. 식사는 어땠나. -처음엔 그랬다. 자대 배치 받고 나서 팬들이 맛있는 과자 등을 부대원들이 모두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이 보내 줬다. 감사하다. 짬밥이 다 비슷하지만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메뉴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쓴다. 메뉴를 보고 맛있는 거 나오면 좀 빨리 가고 메뉴를 사수해야 한다. 꼬리곰탕 나왔을 때 그 안의 것(고기)이 금세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장이 되고 나서는 더 빨리 갈 수 있어 좋다. 식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열한 거리’나 ‘쌍화점’ 때보다 몸이 좋아진 거 같은데. -‘비열한 거리’ 때는 좀 더 쪘고, ‘쌍화점’ 때는 많이 빠졌었다. 요즘 관리를 하고 있다. 6시 이후에는 잘 먹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연기에 욕심이 생기나. -늘 고민된다. 어려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달콤한 연기를 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작업(연기)이란 게 늘 쉬운 게 없더라. 이왕이면 사회에서 불편한 부분들을 꺼낼 수 있는 역, 그런 역을 찾아가는 게 내 개인적인 성향인 것 같다. 외모에 대한 평가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런 시기를 겪으며 고민의 시기에 결정했던 작품들이다. 앞으로 어떨지 모르지만, 외모를 부각시킬 수 있는 작품을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팬서비스 차원에서(조 병장은 말을 마친 뒤 한바탕 크게 웃었다). →어렵다는 작품을 보면 늘 유하 감독 작품인데. -유 감독 작품은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야기꾼이기도 하고…. 불편한 것들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이 좋았다. 조폭 영화라고 해서 조폭에 대한 얘기만 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셰익스피어 작품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나. -먼저 작품을 하고 난 다음 조심스럽게 대중으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대중들에게 사랑받겠다는 생각만 한다면 남는 게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야 사랑받지 못하고 (흥행에)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유 감독이 인생에 많은 영향 주지 않았나. -그렇다. 유 감독은 면회도 왔다. 하지만 친하다는 이유로 구속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다. 유 감독 작품이 아니어도 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할 예정이다. 살면서 모르는 것이 많을 때 그걸 도와주는 분, 지인이고 스승 같은 분이다. →그동안은 원하는 작품만 한 거 같은데, 앞으로 어떤 역을 해보고 싶나. -대다수 작품은 그렇다. 어떤 역에 대한 욕심은 없다. 작품 읽어 보고 뭔가 얘기하고 싶은 것이 보이고, 그걸 연기하고 싶으면 하려고 한다. →연기는 언제까지 하고 싶은가. -대중이 좋아해 줄 때까지, 자존심이 허락할 때까지 할 생각이다. →감독으로 나서는 배우들도 많은데.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감독들은 대단하다. 난 연기하기도 바쁘다. →조인성에게 팬은 어떤의미를 갖는가. -팬들을 빼고 연예인을 말할 수 없다.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인간 조인성에 대해 얘기해 달라.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남동생이 한명 있다. 아버지는 공군에서 병사로 근무하다가 하사로 전역했다. 군에 입대하기 전 조언을 해줬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좀 더 엄했다. 장남을 잘 키우려는 노력이 있었다. 야구부에 속해 있던 내가 훈련이 끝나면 피아노 학원에 다닐 정도였다. LG 박용택(2년 선배) 선수, 심수창(동갑) 선수 등이 함께 운동했었다.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상식을 기준으로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식이란 게 어렵다. 보편적이란 것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나와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착하다, 선하다는 평을 많이 하는데. -나 안 착하다. 밖에 나가서 불평도 많이 한다. 술자리에서 친분 있는 사람들과 하는 말인데, 그런 말들이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착한 사람 같진 않다(그렇게 말하며 웃는 조 병장의 얼굴 모습에도 선한 느낌이 가득했다). →호(好), 불호(不好)가 확실해 보이는데. -그렇게 생활해 왔다. 호, 불호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명확한 자의식이 있다고 보면 된다. 신인 때는 그럴 수 없었지만 배우로 입지를 다지면서 의지가 뚜렷해졌다. 특히 어머니가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말은 하도록 가르쳤다. 어른들과 만나는 사람들에게 예의 있게 의사표현하라는 말씀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조인성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 같나. -군에 입대하면서 ‘일반성’ 있는 조인성을 찾아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반성을 찾는다고 해도 보는 사람들은 그걸 알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잣대를 대고 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 조인성’이다. 그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 →30대에 들어섰다. 결혼에 대한 고민은 해 봤나. -결혼 꼭 할 거다. 뭔가를 포기하고 배려할 수 있을 때 결혼할 거다. 마흔 살 전에는 하지 않을까. ‘이 사람’이란 생각이 들면 할 생각이다. →이상형이 있나. -‘척’하는 사람이 아니고 내 눈에 참 예뻤으면 좋겠다. 독립심이 강하되 넘치지 않고, 예의 바르면서도 배려하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전역하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여행 가려고 한다. ‘쌍화점’ 끝나고 프랑스, 벨기에, 영국, 일본을 다녀왔는데 또다시 가고 싶다. 오산 공군기지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현빈 입대’ 경제적 가치로 계산해보니 무려…

    ‘현빈 입대’ 경제적 가치로 계산해보니 무려…

    배우 현빈(본명 김태평 29)이 7일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며 해병대에 입대했다. 대한민국 보통 성인남성이라면 당연히 져야 할 국방의 의무지만,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선풍적 인기를 끈 직후 절정의 위치에서 자원한 해병대 입대이기에 ‘아름다운 입대’로 회자되고 있다. ‘인기가 곧 몸값’으로 책정되는 연예계에서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으로 불렸던 현빈의 21개월 복무의 의미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 경제활동이 제한되는 군복무 기간 동안 포기해야 할 신규CF 전속 계약금과 영화 및 드라마 개런티의 어림값을 계산해보고, 반면 벌어들일 군복무 수당과 그의 입대가 불러올 잠재적 가치와 해병대 홍보효과 등을 어림잡아 비교해 봤다. ◆ 톱스타 현빈이 포기한 것 현빈이 입대로 포기해야 할 가장 큰 경제적 부분은 광고 전속계약으로 비롯된 수익. 7년 전부터 주연급 배우였던 현빈은 ‘시크릿 가든’을 통해 단순히 ‘잘생긴 배우’에서 명실공히 톱스타 반열에 오르며, 5억원 선에서 7억원 선으로 모델료도 수직상승했다. 현빈은 ‘시크릿 가든’ 종영 뒤 불과 2달 만에 면세점, 의류브랜드 등 6편 이상 신규광고 전속계약을 체결해 40억 원 가까이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21개월 동안 최소 이정도의 광고 계약을 맺는다고만 해도 40억 원 이상의 잠재적 가치를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영화 및 드라마 개런티 역시 현빈이 2년 간 포기해야 할 부분이다. 현빈의 ‘몸값’은 알려지지도 않았으며, 작품 당 그 차이 폭은 커서 계산하기 어렵다. 다만 현빈이 영화 ‘만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흥행 저력도 보여줬고,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아시아권에서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기 때문에 한류스타들의 영화 및 드라마 개런티인 10억 원도 무난히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 아름다운 청년 김태평이 얻은 것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경제적 수입은 현빈의 해병대 월급. 현빈은 이병월급 7만 8000원으로 시작해 진급할 때마다 많게는 10만원 이상의 월급으로 받게 된다. 이렇게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받게 될 금액은 200만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걸어 다니면 돈이 되는 톱스타에게 200만원은 푼돈이지만, 현빈의 입대가 가질 잠재적 가치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일단 현빈이 자원한 해병대는 국내 및 아시아 언론매체에 노출돼 경제적 가치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분석됐다. 현빈 개인에게도 2년은 손해만 보는 시간이 아니다. 현빈은 해병대 자원입대로 ‘건강한 청년’,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얻게 됐다. 스타의 사생활 역시 몸값으로 책정되는 국내 연예계 정서상 현빈은 제대 뒤 모델료 및 개런티가 더 상승할 수 있다. 또한 복무기간은 2003년 데뷔 이후 휴식 없이 달려온 현빈에게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전우들에 섞여 보통 젊은 이들과 감정을 교류하고 소통하며 현빈의 연기 폭을 더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된다. 이는 현빈이 국민배우로 발전할 수 있는 성장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된다. 글=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사진=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프로배구] 대한항공 달콤한 첫 경험

    “올해엔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었죠. 그 약속을 지키게 돼서 기분이 좋습니다.” 신영철 감독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6일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0~11 NH농협 V-리그에서 LIG손해보험을 3-0(25-19 25-21 25-23)으로 누르고 23승(4패)째를 챙겼다. 이로써 2위 현대캐피탈과의 승차를 3.5경기로 벌리며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었다.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거머쥔 대한항공 선수와 구단 관계자는 얼싸안고 발을 구르며 감격의 순간을 함께했다. 집중력 싸움이었다. ‘삭발 투혼’ LIG보다 대한항공의 집념이 더 강했다. 에반 페이텍(22득점)과 신영수(15득점)가 고루 활약했고 최부식과 곽승석이 수비로 든든하게 받쳤다. 서브 리시브와 토스, 공격으로 이어지는 패턴 플레이가 잘 돌아가니 점수가 날 수밖에 없었다. 대한항공의 리그 우승은 1위 이상의 의미다. ‘신선한 반란’이다. 그동안 남자배구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양강 체제’였다.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둘이 정규리그 우승을 나눠 가졌다. 그러나 이 체제가 계속되면서 오히려 흥행에 악재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대한항공이 판을 깼다. 시즌 전 “양강 구도가 해체돼야 한다. 그 변화를 주도하겠다.” 던 출사표를 증명했다. 현대캐피탈을 올 시즌 네번 모두 꺾었다.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완승. ‘디펜딩챔피언’ 삼성화재와도 네번 붙어 세번 완파했다. 지난 시즌 중반 사령탑에 올라 만년 3위 대한항공을 정규리그 우승으로까지 이끈 신 감독의 지도력도 인정받았다. 선수들의 정신 상태를 확 바꿔 놓았고, 체력을 끌어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원동력은 ‘시스템 배구’였다. 대한항공은 “스타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철저한 팀플레이를 수행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서울에서는 상무신협이 우리캐피탈을 3-0으로 꺾고 9연패 사슬을 끊었다. 여자부 3위 흥국생명은 꼴찌 GS칼텍스를 3-0으로 완파했다. 구미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돌아온 축구의 계절…가슴이 뛴다

    돌아온 축구의 계절…가슴이 뛴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축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프로축구 K리그가 5일 상주-인천, 포항-성남, 광주FC-대구, 강원-경남의 4경기를 시작으로 9개월여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2011년 K리그의 가장 큰 변화는 기존 15개 팀에서 광주의 시민구단 광주FC의 창단으로 역대 최다인 16개 팀이 됐다는 점이다. 매 라운드 쉬는 팀 없이 모든 팀이 30경기씩 모두 240경기를 치러 6강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가린다. FA컵 등을 포함하면 283경기다. 등록선수도 지난해 609명에서 648명으로 늘어났다. 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 관중목표도 350만명으로 올려 잡았다. ●축구로 펄펄 끓는 광주와 상주 올 시즌 개막전에서 주목해야 할 팀은 신생팀인 광주FC와 광주FC 창단으로 연고지를 옮긴 상주상무다. 광주FC는 신생팀이라서, 상주는 군인팀이라서 우승권 도전이 어려울 수는 있지만 올 시즌 K리그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다. 부산과 함께 대표적인 ‘야구도시’인 광주는 개막전 현장판매분 7000장을 제외한 입장권 3만 3000장 모두 동이 날 정도로 축구열기가 뜨겁다. 더 놀라운 것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2라운드 수원-광주 전의 원정팀 광주 쪽 입장권 1200장이 벌써 예매됐다는 사실이다. 그 유명한 ‘호남 향우회’가 신생 광주FC의 출발에 큰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인구 11만의 조용한 도시 상주도 축구로 떠들썩하다. 연간 회원권 4000장이 판매 20일 만에 다 팔렸고, 개막전 1만 5000장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군인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호응이다. 광주FC와 상주가 의외로 좋은 성적만 낸다면 두 도시에서 불기 시작한 K리그 중흥의 바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설전도 라이벌답게 주말 8경기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전통의 라이벌인 FC서울과 수원의 6일 경기다. 어느 때보다 화려한 진용을 갖춘 수원의 윤성효 감독과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F4’(판타스틱 4)를 완성한 FC서울 황보관 감독은 4일 열린 경기 전 기자회견 자리부터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윤 감독이 “그동안 FC서울은 우승하고 난 다음 시즌 성적이 안 좋았다. 6강에 들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선제공격을 펼치자 황보 감독은 “수원은 영국의 맨체스터시티 같은 팀이다. 선수는 좋은데 우승을 못하는 팀이다.”고 반격했다. 이에 윤 감독은 “FC서울이 홈에서 18연승을 달리는데, 수원이 세웠던 기록과 동률이다. 아마 기록 경신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맞섰고, 황보 감독은 “윤 감독이 지난 기자회견에서 1-0으로 승부가 난다고 했는데, 수원이 혹시 수비축구를 할까 걱정된다.”고 받아쳤다. 수준급 장외 설전으로 최고의 경기를 예고하는 모습이었다. 또 두 감독 다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준다면 선수들의 경기력도 발전할 것”이라고 K리그 흥행에 대한 하나같은 마음을 드러냈다. 이제 킥오프를 알리는 휘슬이 울릴 차례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할리우드가 열광했다…이 남자가 창조한 미래에

    할리우드가 열광했다…이 남자가 창조한 미래에

    그가 숨을 멈춘 것은 1982년 3월 2일. 29년이 흘렀는데도 그의 이름은 끊임없이 영화 자막에 오르내린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 폴 버호벤 감독의 ‘토탈 리콜’(1990),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2002), 우위썬 감독의 ‘페이첵’(2003)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할리우드 감독들이 사랑하는 공상과학(SF) 소설가 필립 K 딕의 얘기다. ●죽을 무렵에야 인정받은 불운한 작가 SF 문학의 ‘빅3’는 아이작 아시모프(아이로봇), 아서 클라크(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로버트 하인라인(스타십 트루퍼스).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만 놓고 보면 딕에 못 미친다. 딕은 1928년 미국 시카고에서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다. 예정보다 6주 먼저 태어났지만, 쌍둥이 누이는 5주 만에 죽었다. 그의 작품 속에 곧잘 등장하는 ‘상상의 쌍둥이’(Fhantom Twins)의 모티브가 됐다. 청소년기에 아시모프 등 SF 작가에 심취했던 딕은 UC버클리에서 독일어를 전공했지만 곧 그만뒀다. 결혼을 다섯번 했고, 광장공포증·피해망상·신경쇠약에 시달리는 등 순탄치 못한 생을 살았다. 30여년 동안 48편의 장편소설과 100편 이상의 단편·에세이를 발표했다. 생활고 탓에 펜을 놓지 못했던 것. 1963년 ‘높은 성의 사나이’(The Man in the High Castle)로 최고의 SF 소설에 주어지는 휴고상을 받기도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심장마비로 죽은 이듬해인 1983년, 가능성 있는 신인 SF 작가에게 수여하는 ‘필립 K 딕 상’이 제정되는 등 재조명을 받았다. ●섬뜩한 예지력과 기발한 상상력, 존재론적 의문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한 미래를 그린 그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주제는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이 보고 있는 현실은 진실인가’ 같은 존재론적인 질문이다. 안타깝게도 생전에 완성을 보지 못한 ‘블레이드 러너’(원작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를 시작으로 그의 작품은 속속 스크린에 옮겨졌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블레이드 러너’를 비롯해 많은 영화들이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성공했다. ‘블레이드’는 2019년 로스앤젤레스가 배경이다. 인간보다 탁월한 육체적 능력은 물론, 대등한 지능과 감정까지 느끼는 복제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를 통해 실존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분전환기계’를 이용해 기분을 조절하는 인간과 감정을 느끼는 복제인간 중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인가.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워싱턴DC를 배경으로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자를 단죄하는 첨단 치안시스템 ‘프리크라임’을 소재로 한다. 돌연변이로 예지 능력을 갖게 된 세 명의 예지자를 이용해 용의자를 미리 체포한다는 기발한 발상이다. 딕은 여기에서도 윤리적 판단을 요구한다. 범죄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용의자’를 사전에 제거하는 게 옳은 것일까. 기발한 문제의식과 인간복제 등 미래사회에 대한 섬뜩한 예지력, 기술의 진보에 따라 제기되는 철학적 문제들을 엮어내는 능력이야말로 감독들이 딕의 작품에 홀리는 이유일 터. ●맷 데이먼 주연… SF의 껍질을 쓴 로맨스 ‘컨트롤러’ 개봉 3일 개봉한 조지 놀피 감독의 ‘컨트롤러’(원제:The Adjustment Bureau)도 딕의 단편 ‘조정팀’(The Adjustment Team)이 원작이다. ‘오션스 트웰브’ ‘본 얼티메이텀’의 시나리오를 맡았던 놀피는 ‘본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춘 맷 데이먼과 일찌감치 손을 잡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에밀리 블런트가 9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컨트롤러’는 인간의 기억과 일상, 심지어 미래까지도 전능한 존재에 의해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우연 따윈 없다. 운명적인 사랑까지도 초현실적인 집단 ‘조정국’의 설계도에 따라 이뤄진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데 지친 한 요원의 실수로 하원의원 데이비드 노리스(데이먼)는 조정국의 존재를 알게 된다. 나아가 조정국이 허락하지 않는 엘리스(블런트)와 사랑에 빠진다. SF 액션영화의 ‘반죽’에 로맨스 ‘토핑’을 듬뿍 얹었다. 딕의 소설로 만들어진 영화 중 가장 말랑말랑하고 뒷맛이 깔끔할 듯싶다. 물론 딕의 마니아라면 외려 만족도는 떨어질 수도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그래픽 김선영기자 ksy@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