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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중훈 “특등 컴플렉스 벗으니 편하다”

    박중훈 “특등 컴플렉스 벗으니 편하다”

    20년이 넘도록 주연만 해온 대배우는 인터뷰이(interviewee)로서 ‘양날의 칼’이다. 너무 알려져 ‘캐낼’ 거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우문현답’은 기본. 기자와 독자의 관심사를 꿰뚫는 ‘섹시한’ 답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후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박중훈(45)을 만났다. 새달 4일 개봉하는 영화 ‘체포왕’이 계기다. 포상이 걸린 체포왕을 놓고 인접한 마포서와 서대문서 경찰들이 벌이는 이전투구를 그린 코믹 액션영화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서울청장 시절 표명한 실적주의 논란과 오버랩되면서 경찰의 촬영협조를 전혀 받지 못해 화제를 모았다. 공동주연 이선균은 물론, 주진모·이한위·임원희 등 조연들의 연기도 맛깔스럽다. 하지만 무엇보다 “코미디연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설명과 달리 맞춤옷을 입은듯 실적쌓기에 도가 튼 순경출신 ‘황구렁이’ 황재성 팀장으로 분한 박중훈이 돋보인다. 데뷔 26년차로 41편의 출연작을 가진 배우, 최초로 할리우드 영화에 진출한 한국 배우, ‘영화계 인맥종결자‘로 불리는 이 사내가 궁금했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인터뷰는 약속된 시간을 넘겼다. 박중훈의 제안으로 샌드위치와 롤 등을 나눠먹으며 40분을 더 이어갔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만족스럽나.  -유치한 면도 있고 괜찮은 구석도 있다. 유쾌하고 따뜻한 영화다. 유치한 코드를 조금만 걷어내면 아주 ‘웰메이드’였을 텐데란 생각도 들지만 이 정도면 평균 이상이다.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때 어떤 점에 마음이 끌렸나.  -당시 받은 시나리오 중 가장 재밌었다. 내가 요즘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웃음). 좋은 투자·제작자에 재미있는 상업영화 하나 쯤 나오겠다 싶었다. 연기의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건 아니니 마음은 편했다.  형사 역할만 여섯 번째인데.  -의도한 건 아닌데 참 많이 했다. 형사들이 나에게 가족처럼 친밀감을 느낀다.  연쇄성폭행범 추격신이 근사하다. 꽤나 고생했겠던데.  -아현동에서 해뜰 때부터 질 때까지 열흘 내내 뛰었다. 마지막 장면은 홍대 거리에서 1주일을 또 뛰었다. 지난 겨울 좀 추웠나. 11월~2월까지 알토란처럼 찍었다(웃음).  젊었을 때 찍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보단 힘들었나.  -그때가 육체적으로는 8~9배는 더 힘들었다. 8개월을 찍었다. 영화 5편을 찍은 노력이 들어갔다. 그런데 40대도 젊은 것 아닌가(질문 중 ‘젊었을 때’란 표현이 걸렸나보다). 남자에게 40대는 인생의 하이라이트다. 체력도 20대보다 많이 떨어지는 건 못 느끼겠고, 젊고, 사회적 지위도 안정되고, 아이들도 자라고, 부드러워지면서도 패기도 남아있다. (지금보다 젊다는 의미라고 했더니 웃었다) ‘라디오스타’(2006)를 마흔에 찍었는데 당시에 ‘극중 퇴물가수와 박중훈의 실제 모습이 겹쳐진다’는 둥의 평가를 보고 좀 의아했다. 톰 크루즈가 나보다 3살, 브래드 피트는 4살이 많다. 그들은 한창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왜 중견배우냐. 사회 전체가 빨리 조로하는 것 같다. 그러면 장인이 나오기 힘들다.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달빛 길어올리기) 다음이 신인 감독 데뷔작인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최근 작품을 역순으로 가면 데뷔 감독(‘체포왕’·임찬익)-101편 찍은 감독-다시 데뷔감독(‘내 깡패같은 애인’·김광식)이다. 선배 감독이 더 편하다. 내가 마음대로 제안해도 적극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월권이란 생각은 안한다. 하지만 신인 감독과 할 땐 자기 검열이 심해진다. 이렇게 말하면 감독이 불편해하진 않을 까란 생각이 든다. 신인감독들이 나와 (작품을) 하기 전에는 ‘결코 박중훈 선배에게 휘둘리지 말아야겠다’란 생각을 하고 온다. 그래서 임권택, 이명세, 강우석 감독님 같은 분들이 제일 편하다.  배우들과도 비슷할 것 같은데.  -마찬가지다. 예컨대 안성기 선배보다 이선균과 할 때가 어렵다. 안성기 선배한텐 ‘형님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하면 ‘제안’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이선균한테 같은 얘기를 하면 ‘제한’이 될 수도 있다. 누가 이런 농담을 하더라. 신인이 말을 많이 하면 재미있는 놈인데 선배가 그러면 ‘저 사람은 왜 그럴까’라고 생각한다. 후배가 말이 없으면 과묵한데, 선배가 그러면 부담스럽다(웃음).  형사만큼 건달도 많이 한 드문 경우인데.  -자화자찬을 하자면 내가 액션과 코미디를 오가는 배우 아니냐(웃음).  어느 쪽이 연기할 때 더 편한가.  -형사 쪽이다. 역할 자체가 연기해준다. 액션이 있고 정의감이 있고. 고뇌도 있다. 미국에서 연기 못 하는 남자 배우를 가리키면서 ‘저 배우는 형사를 줘도 못할 거야’라고 말한다. 대신 관객의 연민을 얻는데는 루저같은 깡패 역할이 용이하다. 깡패는 조금만 인간적이어도 마음이 간다.  전에는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란도 같은 보스 역할을 부러워했던 것 같은데.  -실제 삶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엔 무조건 강하고 쎄야 했다. 선두 그룹에서도 1등만 해야한다. 누가 앞서가는 꼴을 보지 못했다. 박중훈식 조어로는 ‘특등 컴플렉스’다. 그런 정서가 20~30대의 나를 관통했다. 그런데 지금은 자유로워졌다. 영화 속 역할도 슈퍼맨을 안 해도 편안하다. 마흔을 넘어서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사냥의 묘미는 잡을 때 있는 게 아니고 쫓을 때 있다’는 미국 속담을 좋아했는데 부질없다. 평생을 쫓아다니며 사는 게 얼마나 힘든가. 날 닥달해온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니 ‘투머치’(너무 과했던 것)였다.  굉장히 다양한 역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박중훈하면 코믹이미지를 떠올린다.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장단점이 있을텐데.  -어떤 배우가 하나의 이미지를 못 가지면 불행한 거다. 이미지가 자기 복제가 되고 답습되면 또한 불행하다. 하나의 이미지를 가졌다는데 초점을 맞추면 내가 배우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는 방증 같다. 조그만 역까지 하면 26년 동안 41편째다. 그 정도면 어떤 배우라도 관객들에게 친숙하지만 물리지 않을 순 없다. 오래된 배우의 한계다.  전보단 많이 코미디 이미지는 희석된 것 같다. 내 출연작 중 멍에 같은 게 ‘할렐루야’(1997)다. 한 배우의 재능으로 영화 한 편을 완성한 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만, 너무 끝까지 가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무려 14년 전이다. 그만큼 90년대에 찍었던 코미디들이 임팩트가 있었다는 얘기다. 반대로 ‘게임의 법칙’이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내 깡패같은 애인’ 등 느와르성 영화도 잘 됐다. 나에게 하나의 이미지만 갖고 있다고 하기엔 좀 억울한 면이 있다.  드라마는 생각 없나.  -마음이 안 간다. 빨리 찍는 것 같아서 안 맞기도 하고. 안성기 선배나 박중훈 정도는 괜히 폼 잡고 영화에만 있는 것도 괜찮지 않나(웃음).  배우 말고 다른 욕심은.  -제작·감독도 생각 있다. 감독이란 직업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를 표현하자니 감독을 해야겠다. 그런데 얘기를 구슬로 잘 못 꿰겠다. 남을 시키자니 성에 안 차고, 속으로 생각 중이다. 오만한 남자의 얘기를 다룬 드라마인데 아직 익지 않았다. ‘체포왕’ 개봉하면 본격적으로 매달려볼까 한다. 그런데 좋은 영화들어오면 또 (시나리오 작업을)홀드해야 하니까 요즘은 좋은 영화가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다른 한편으론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웃음).  ‘박중훈쇼’(2008년 12월~2009년 4월 KBS 방영)같은 토크쇼를 한번 더 하고 싶다고 했는데.  -물론이다. 지금 다시 하는 건 의미가 없고. 50세이든 60세이든 넘으면 다시 하고 싶다. 그땐 너무 트렌드를 외면하고 클래식을 고집했다. 다음에는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클래식한 토크쇼 포맷은 가져가고 싶다. 박진영이 당시 촌철살인 같은 얘기를 했다. “형, 우리나라에선 (지금 컨셉트는) 안 돼요.”라고 하더라. 이유가 뭔고 하니 미국은 일찍 독립을 하니까 개똥철학이라도 자기 만의 얘기가 있는데, 우리는 결혼 전까지 부모에 얹혀살고 그러니 자기만의 스토리가 없다. 토크쇼를 할만한 게스트가 한정적이란 얘기다. 극단적으로 이하늘 같은 경우는 토크쇼에서 좋은 게스트가 될 수 있다. 그런데 K양(박중훈은 실명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했다)이라면 스토리가 없지 않겠나. 실패한 사람의 변명일 수도 있지만, 내 방식을 고집하면서 품위를 잃지 않고 그만둔 걸 자부한다. 다음에는 공중파 3사말고 EBS나 케이블에서 하고 싶다.  당시 실망이 컸나.  -난 병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이다. 늘 희망을 본다. 실패하면 유쾌하진 않지만 절망스럽지도 않다. 전투에 졌다고 전쟁에서 진 건 아니다. ‘박중훈쇼’가 안 된 것도 요즘은 복이라고 생각한다. 토크쇼가 잘 됐으면 배우 이미지가 희석될 수도 있다. 덕분에 인생을 더 알게 되서 환갑 쯤 더 좋은 토크쇼로 꽃피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배우 박중훈이 패배한 전투는 무엇인가.  -흥행보다 배우로 외면받은 영화가 아프다. 90년대 말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전에 찍은 일련의 자기 복제된 코미디 영화들, ‘해운대’의 반응들, 당시에는 힘겨웠다. 절대적인 확신을 하고 찍었는데 안 좋게 반응이 나온 ‘세이 예스’(2001)도 같은 경우다. 그 외에 ‘박중훈쇼’도 그렇고. 개인사의 범법행위 걸린 것도 있고,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인생을 포기하지 않을 거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후회하고 땅을 치는건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은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당장 배우인생이 끝나도 난 행운아다. 예컨대 할리우드에서 (출연)기회가 안 와도 한국배우 최초로 메이저 영화에 출연한 것 자체가 의미있다. 마음이 편안하다.  할리우드 재진출은 계속 노력하나.  -무지 많이 한다(웃음). 한 달 전 미국에 다녀왔는데 조너던 드미(박중훈이 출연했던 ‘찰리의 진실’의 감독으로 ‘필라델피아’ ‘양들의 침묵’ 등 걸작을 연출)의 집에서 그의 가족, 후지모토 타크(‘찰리의 진실’ ‘필라델피아’ ‘양들의 침묵’ 촬영감독) 등과 저녁을 먹었다(아이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줬다). (할리우드 재진출이) 오래 늦춰지니까 양치기소년처럼 보는 분들도 있지만 ‘선’은 유지하고 있다.  영화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나.  -있다. 내가 몇억을 받은 배우인데. 부담 정도가 아니다. 최소한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일정 수익을 내야 배우 생활을 유지하는데 역할을 해주는 것 아니겠나.  ‘체포왕’은 어떤가.  -입이 방정이라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최소한 안 되는 쪽에 속한 건 아닌 것 같다. 손해는 안 볼 것 같다(‘체포왕’의 손익분기점은 180만명).  트위터를 열심히 하기로 소문이 났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안 돼서 사귀기 어려웠던 사람들과 관계가 개선됐다. 영화배우란 직업이 사람들과 접촉하기 어려운데 지금은 누구든지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내가 세상 속에 더 들어간 셈이다. 팔로어가 12만이 넘는다. 배우 중에는 가장 (팔로어가) 많고 (아이돌을 제외한)연예인 중에는 10위 안에 들 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왕자의 난’ 딛고 ‘왕자 호동’ 웃다

    ‘왕자의 난’ 딛고 ‘왕자 호동’ 웃다

    유료 객석 점유율 94%. 국립발레단의 창작 발레 ‘왕자 호동’의 최종 성적이다. 2011년 첫 공연 ‘지젤’로 전회·전석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국립발레단이 남자 단원들 간의 ‘폭행 사태’로 주역 무용수 2명을 교체하는 홍역을 치르면서도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27일 국립발레단에 따르면 지난 22~24일 사흘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왕자 호동’의 유료 객석 점유율은 94%로 집계됐다. 지난해(75%)는 물론, 2009년 초연(89%) 때보다도 높다. 창작 발레극이 자리를 잡으려면 10년은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된 ‘노장’(老將) 김용걸(38·호동 역)의 투혼 덕도 컸지만 그간 변화를 위해 부단히 쏟아부은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원래 2막에 있던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결혼식을 1막 마지막으로 옮겨온 것이 좋은 예다. 이로 인해 시간 안배(1막 1시간, 2막 40분)가 다소 틀어지긴 했으나 두 사람의 사랑이 맺어지는 오르막(1막)과 파국으로 치닫는 내리막(2막)의 대비 효과가 극명해졌다. 호동이 낙랑에게 자명고를 찢으라고 밀지를 내리는 대목을 실제 편지 쓰는 장면으로 추가한 것도 두 인물의 심리적 갈등을 선명하게 끌어냈다. 화려한 군무 못지않게 2막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슬픈 재회 장면도 압권이다. 김주원, 김리회, 이은원 세 주역(트리플 캐스팅)은 생명이 다해 가는 공주를 잘 묘사해 냈다. 물론 더 다듬어야 할 부분도 있다. 유형종 무용 평론가는 “연기나 안무 차원에서는 확연히 나아졌다.”면서도 “발레라는 장르적 특성을 감안해도 왕자와 공주의 결혼식 장면이 지나치게 서구적인 형식에 치우쳤고, 왕자가 끝내 자결하는 결말도 너무 식상하다.”고 지적했다. ‘왕자 호동’은 10월 이탈리아에 간다. 발레의 본산으로 여겨지는 나폴리 산카를로 극장의 초청을 받아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소설 이어 연극·뮤지컬·영화로… 다시 부는 ‘맘 신드롬’

    소설 이어 연극·뮤지컬·영화로… 다시 부는 ‘맘 신드롬’

    ‘어머니’라고 하면 그 맛이 살지 않는다. ‘엄마’라고 해야 가슴이 먹먹해진다. 외국도 다르지 않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 제목이 ‘플리즈 룩 애프터 맘’인 것처럼 마더(Mother)보다는 맘(Mom)이 울림이 있다. 최근 ‘맘 신드롬’이 다시 거세다. 엄마를 소재로 한 소설, 연극, 뮤지컬, 영화 등이 잇따르고 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발(發) 인기가 한국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리면서 200만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만들어진 같은 제목의 연극은 전국 순회 공연 중이고, 새달 5일에는 똑같은 제목의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다. 작가 노희경이 1996년에 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드라마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의 눈두덩이를 벌겋게 만들더니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 지난 20일 개봉했다. 개봉하자마자 첫 주말에 1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했다. 외국 영화 ‘마더 앤 차일드’도 28일 가세한다. 앞서 ‘친정엄마’, ‘친정엄마와 2박3일’, ‘애자’ 등도 연극·영화 등으로 장르를 바꿔 가며 관객의 마음을 잡아끌었다. 어떤 작품은 아예 마음껏 울라고 극장 입구에서 휴지를 나눠 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신경숙 소설에 대해 미국의 유명 서평가 모린 코리건이 “김치 냄새 풍기는 ‘크리넥스 소설’(눈물을 짜내는 소설)”이라며 “싸구려 위안에 기대지 말라.”고 혹평했듯, 부정적 시선도 존재한다. ●잊고 있던 단어… 힘겨운 삶의 절박한 구원 통로 26일 방북길에 오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마더 릴리언의 위대한 선물’이라는 책을 썼다. 최근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카터 전 대통령이 평생에 걸쳐 평화와 봉사의 삶을 살았던 자신의 어머니(릴리언)에게 바치는 사모곡(思母曲)이다. 그는 1976년 대통령 취임 기자회견에서 “나를 키운 어머니부터 만나 보라.”고 했을 정도로 어머니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음을 공공연히 얘기했다.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디지털과 로봇으로 상징되는 현대 문화는 인간성 상실과 부성 상실로 연결될 수밖에 없으며 근원에 대한 결핍감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문화예술의 몫”이라면서 “이런 시대에 인간의 존재 비의를 설명할 수 있는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어머니로 귀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동서고금을 아울러 창조적 감성의 원천으로 작용해 왔다는 얘기다. 이는 문화예술 영역에서 무한하게 변주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세상이 척박해질수록, 개인의 삶이 힘겨워질수록 편안하고 따뜻한 품을 줬던 어머니는 갈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2009년 서구에서 환호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나 최근 미국에서 각광받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드러내는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어머니에 대한 인간 본연의 절박함을 보여준다.”며 창작의 감성을 일깨워 주는 존재로서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상(像)이 무한희생의 모성, 헌신과 애정의 주체만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문호 막심 고리키의 장편소설 ‘어머니’ 속의 안나는 유약한 어머니에서 혁명가로 거듭난다. 1960년대 주요섭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속의 어머니는 정절이 아닌 욕망을 표출한다. 어머니의 ‘희생’을 반복해서 보여 주며 눈물을 요구하는 요즘의 추세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하드코어 신파… 박제가 돼 버린 엄마 최 교수는 “여성 가치, 모성이 품고 있는 긍정의 힘을 그 이미지만을 소비하며 상업주의적으로 활용하려는 문화산업계의 메커니즘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무한 애정과 헌신의 주체로만 어머니를 박제화시키며 우려먹는 최근의 흐름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다분히 ‘하드코어 신파’라는 냉소다. ‘엄마’라는 상업적으로 검증된 콘텐츠를 문화계가 안이하게 끊임없이 ‘자기복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조용신씨는 “엄마라는 콘텐츠는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젊은 층과 중장년층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라면서 “그 자체로 팔릴 수밖에 없는 아주 상업적인 코드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 안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문화 현장의 창의력과 노력이 부족하다는 쓴소리다. 연극 ‘친정엄마’에 이어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 등을 잇따라 연출해 ‘대학로의 엄마 전문가’로 불리는 구태환 연출은 “흥행 성공의 비결이 단순히 엄마라는 소재에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이 잊고 있던 정서를 한국적 사실주의로 자극한 때문 아니겠느냐.”고 역설했다. 박록삼·김정은기자 youngtan@seoul.co.kr
  • “한국인 드라이버들이 포뮬러 경험 많이 쌓아야”

    “한국인 드라이버들이 포뮬러 경험 많이 쌓아야”

    2011년 포뮬러원(F1) 자동차경주대회가 지난 3월 호주 멜버른대회를 시작으로 오는 11월 브라질 상파울루까지 19차례 개최돼 스피드 마니아들을 열광케 한다. 우리나라에도 있다. 전남 영암대회는 지난해에 이어 2016년까지 매년 10월 대회를 치른다. 올해는 14~16일 사흘간 열린다. 대당 100억원의 자동차가 최고 시속 350㎞를 내달리며 뿜어내는 굉음과 스피드는 수많은 사람들을 마니아로 만들어 버리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태극기는 볼 수 없다. 드라이버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많은 레이서들이 F1 드라이버를 꿈꾸며, 각종 대회에 출전해 기량을 쌓고 있을 뿐이다. 그 가운데 한 명이 인디고 레이싱팀 소속의 레이서 최명길(26)이다. 네덜란드 입양아 출신이다. 국내 서킷에 얼굴을 내민 지 2년. 일문일답을 통해 F1 대회의 의미를 들어 봤다. →생후 6개월 만에 네덜란드로 입양, 20년간 자동차 경주를 했다. 2년 전 한국으로 돌아온 계기는. -네덜란드에서 살아 왔지만 나는 한국 사람이다. F3 대회에서 우승도 해 봤고, F1의 바로 전 단계인 GP2 테스트까지 통과했다. F1을 한국으로 유치한 모터 스포츠 프로모터인 정영조씨가 내게 한국에서 첫 F1 드라이버에 도전하라고 제의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국내 F1 드라이버 선발전에서 1위까지 했다. 하지만 정씨가 해임되면서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너무나 아쉽다. →F1 드라이버로 실력이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3 대회 활약 당시 지난 17일 끝난 중국 상하이대회 우승자인 맥라렌의 루이스 해밀턴(26·영국)과 자우버 소속인 고바야시 가무이(25·일본)와 경쟁한 적이 있다. F3에서 두 차례 우승했지만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F1 진출을 위한 다음 단계인 GP2에 진출하지 못했다. →국내에는 아직 포뮬러 경주가 없다. -포뮬러 자동차경주는 투어링카 경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한국인 드라이버들이 포뮬러 경주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포뮬러 대회나 경주가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국내 첫 F1대회는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보나. -그렇다고 본다. 이후 F1 조직위원회와 KAVO의 갈등 내막은 잘 모른다. F1은 무엇보다 흥행이 우선이다. →F1 드라이버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3년 안에 F1 드라이버가 되기 위한 실행 계획을 지금 구상 중이다. 나는 지금 26살이다. 문제는 스폰서 확보다. 스폰서를 빨리 구해 유럽으로 돌아가 포뮬러 자동차 경주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이 스폰서로 나서 주면 좋겠다. 인도 드라이버 나레인 카티케얀은 인도의 대기업인 타타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고, 일본의 고바야시 가무이는 도요타에서 지원받는다. 무안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영화프리뷰] ‘워터 포 엘리펀트’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 아이비리그 명문대 수의학과 졸업을 앞둔 제이컵(로버트 패틴슨)은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인생이 뒤바뀐다. 모든 것을 잃고 충격을 받은 그는 정처 없이 일자리를 찾으러 다니다 벤지니 서커스단의 기차를 타게 된다. 서커스단에서 수의사로 일하게 된 그는 순회공연을 다니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제이컵은 서커스단 최고의 스타이자 단장의 아름다운 아내 말레나(리즈 위더스푼)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제이컵과 말레나는 서커스단의 새로운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른 코끼리를 함께 돌보고 훈련시키면서 호감을 느끼지만, 서커스단의 폭군으로 군림하는 단장 어거스트(크리스토프 왈츠)가 이들의 관계를 눈치채고 둘 사이를 떼어 놓으려고 한다. ‘워터 포 엘리펀트’는 대공황 당시 최대 호황을 누렸던 서커스단을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주인공들의 애정 관계에 얽힌 스토리가 더 중심을 이루는 영화다. 블록버스터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 뛰어난 시각 효과에 서사적인 스토리를 결합시켜 호평을 받았던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은 이번에도 서커스라는 화려한 쇼에 서사적인 로맨스를 덧입히려고 했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강렬하거나 웅장한 느낌은 덜하다. 백발노인이 된 제이컵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고전적인 시대 배경만큼이나 주인공들의 삼각 관계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광폭한 남편의 학대를 피해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제이컵과 말레나의 감정선이 섬세하고 애절하게 표현되지 않아 감정 이입이 어렵고 오히려 동물에게 호된 매질을 서슴지 않는 어거스트의 잔인함에만 시선이 쏠리는 불균형을 낳았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전 세계 소녀팬들을 사로잡은 로버트 패틴슨은 성숙한 캐릭터에 도전했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격정적인 로맨스를 표현하기에는 아직 내공이 부족해 보인다. 단, 동물을 좋아하거나 1930년대 미국 서커스단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관객이라면 초대형 천막 안에서 사자, 호랑이 같은 맹수들이 부리는 묘기에 눈길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분량이나 스케일이 작아 영화 ‘시카고’나 ‘물랭루즈’처럼 화려하고 관능적인 볼거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미국에서 280만부를 판매한 세라 그루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15세 관람가. 5월 4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가장 행복했던 기억 얘기하고 싶었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 얘기하고 싶었다”

    “이게 9번째 장편만화인데 모두 영화 계약을 했죠. 그런데 ‘그대를 사랑합니다’ 빼고는 모두 다 망했어요. 껄껄.” 만화가 강풀(37·본명 강도영)이 커다란 덩치와 우락부락한 얼굴이 무색하게, 또한 웹툰 만화계 최고 스타라는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게 순박한 표정으로 말했다. 짐짓 껄껄거리지만 수줍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작품은 그려내는 족족, 좀 더 정확히는 인터넷 연재를 시작하는 족족 영화·연극계 등에서 눈독 들이며 채갔다. ‘아파트’가 그랬고, ‘바보’ ‘순정만화’ ‘타이밍’ 등이 그랬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흥행에 제대로 성공한 것은 이순재·윤소정·송재호·김수미 주연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이하 ‘그대사’)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강풀 징크스’란 말까지 생겨났다. 강풀은 앞서 “(‘그대사’도) 개봉 둘째 주에 퐁당(교차 상영)에 들어가기에 끝났구나 싶었는데 입소문 등에 힘입어 순항하는 걸 보고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었다.”면서 “진정성은 통한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대사’는 관객 150만명을 돌파하며 지금도 상영되고 있다. 그가 ‘순정만화 시즌 4’를 표방하며 최근까지 인터넷에 연재해 온 ‘당신의 모든 순간’(이하 ‘당모순’, 재미주의 펴냄)을 책으로 묶어 내놓고 25일 서울 대학로 갤러리 이앙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당모순’ 역시 이미 제작사 청어람을 통해 영화화 계약이 끝났다. 강풀은 자신이 내놓는 작품마다 영화, 연극, 드라마 등으로 앞다퉈 변주되는 이유에 대해 “재미있으니까”라고 능청을 떨다가 금세 “영화산업이 검증된 콘텐츠를 찾기 때문이기도 하고 네티즌에게 홀리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겠느냐.”라면서 ‘겸손 모드’로 전환했다. 그의 작품에는 줄기차게 착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고전적인 권선징악식 선악 구도 또한 없다. 심지어 악인조차 그 근본은 선하고, 그렇게 변질될 수밖에 없는 사연을 품고 있다. “저도 사실은 한때 그것 때문에 많이 고민한 적 있었어요. 별로 착하지도 않은 제가 착한 사람들 얘기만 하고 있으니…. 아마도 성선설을 믿는 것 같아요. 저는 좋은 사람들이 나와 얽혀 살며 풀어내는 이야기가 좋아요. 앞으로도 이런 것만 그릴 것 같아요.” 신작 ‘당모순’에는 무시무시한 좀비가 등장하고 잔혹스러운 장면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 좀비들도 전형적인 좀비가 아니다. 뇌리에 박혀 있는 ‘마지막 순간, 마지막 행복의 기억’으로 돌아가지 못해 괴로워하는 존재들이다. 강풀은 “보통 좀비 영화를 보면 사랑하는 이나 부모 자식이라도 좀비로 변하면 죽여 버리잖아요?”라고 반문한 뒤 “죽어가는 순간 떠오르는 가장 행복했던 기억, 가장 간직하고 싶은 순간을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번 작품은 ‘호러물’이 아니라 ‘순정만화 시리즈’라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넷 환경이 좋아지면서) 만화가가 되기는 쉬워졌지만, 만화가로 살아남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간담회 끄트머리에 “또래에 비해 돈을 많이 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강풀은 “그렇다고 후배들에게 수입이 좋으니 너희들도 만화가 하라는 말은 도저히 못 하겠다.”며 여전히 열악한 웹툰 만화가의 처지를 토로했다. ‘착한 만화’를 즐겨 그리는 만화가지만 만화를 둘러싼 환경은 그리 착하지 못하다는 ‘수줍은 항변’처럼 들려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써니’ 강형철 감독 “상상으로 쓴 여고 생활, 女 PD한테 감수 받았죠”

    ‘써니’ 강형철 감독 “상상으로 쓴 여고 생활, 女 PD한테 감수 받았죠”

    때로는 배우보다 감독이 더 궁금해지는 영화가 있다. 새달 4일 개봉하는 ‘써니’가 바로 그런 경우다. ‘써니’는 관객수 831만명의 ‘과속스캔들’을 연출했던 강형철(37)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을 통해 평범함 속에서 비범한 웃음을 버무리는 장기를 선보였던 감독은 이번에는 40대 여성들의 우정과 희망을 통해 삶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한다. 지난 21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강 감독을 만났다. ●불혹 넘긴 여성들의 고교동창 찾기 →전작의 흥행이 상당히 부담될 것 같은데. 개봉을 앞둔 소감은. -기대를 너무 많이 안 하셨으면 좋겠다. 별 생각 없이 우연하게 영화를 만나야 더 기억에 남고 의도도 잘 전달되는 것 같다. 저 역시 내용만 대충 알고 극장에 갔다가 명작을 만난 경우가 많았다. ‘시티 오브 갓’, ‘어바웃 어 보이’ 등이 그랬다. →불혹을 넘긴 여성들이 고교 시절 칠공주로 뭉쳤던 ‘써니’ 멤버들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누구나 10년 전을 돌이켜보면 지금 자신의 모습이 아이러니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 사람 일이 때론 뜻대로 되지 않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10대의 꿈 많은 소녀였지만, 이제는 각자 거대한 역사를 지닌 40대를 통해 이 같은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 주고 싶었다. →남자 감독으로 40대 주부의 고독과 쓸쓸함을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특별히 영감을 얻게 된 계기는. -처음엔 저희 어머니를 많이 떠올렸다. 가족이 우선인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인데, 당신에게도 소녀시절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가씨에서 아줌마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40대가 가장 표현하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보다는 사람 이야기로 접근했다. 주인공을 고스란히 남자로 바꿔도 충분히 이야기가 가능하다. →주인공들의 10대와 40대의 장면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단순한 회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 상영처럼 또 한편의 영화가 숨어 있는 느낌이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교차 편집으로 인해 이야기가 따로 놀지 않도록 하나의 감정선을 가지고 기승전결에 맞게 전개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예전부터 시간이나 장소가 변환되는 기법에 관심이 많았다. 영화적인 농담이자 매력적인 화법이라고 생각한다. →2인 1역인 만큼 닮은꼴 배우를 찾는 것도 큰 일이었을 것 같다. -총 14명이나 되는 배우의 수는 그렇다 치고, 임나미(유호정-심은경)처럼 싱크로율을 높여 닮아야 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황진희(홍진희-박진주)처럼 캐릭터 특성상 외모가 달라져야 하는 인물도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한 사람을 연기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전투경찰과 시위대 충돌 장면이 등장하는 등 198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복고풍 영화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시청각 효과로 인해 복고 이야기로 해석하는 분들이 계신데, 40대의 소녀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1980년대가 나온 것뿐이다. 복고는 이야기를 받쳐 주는 배경에 그쳐야지 영화의 목표가 된다면 실패한다고 본다. 경찰과 학생의 충돌도 시대적 분위기보다는 주인공들의 역사를 보여 주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뻔한 이야기 찍는 방법따라 달라 →‘과속스캔들’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에서도 보니엠의 ‘써니’나 조이의 ‘터치 바이 터치’, 턱&패티의 ‘타임 애프터 타임’ 등 음악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데. -전작 때도 그랬지만, 대본 단계부터 음악을 선곡한다. 음악 자체가 하나의 대본이자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뜬금없이 영상에 깔리는 것은 배제한다. ‘써니’는 발랄한 칠공주가 춤추는 장면을 생각하면서 골랐고, ‘타임 애프터 타임’도 인물 소개를 위한 프롤로그(서곡)에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10대 여고생들의 생활이나 40대 여성들의 캐릭터가 구체적으로 묘사됐는데. -여고 매점 상황 같은 것은 쓰기 힘들었는데, 남고생으로 상황만 싹 바꿨다. 직접 경험은 아니지만, 살면서 들은 것들을 상상해 대본을 썼다. 40대 주부인 나미는 우아한데 뭔가 허전하고 약간 엉뚱함도 있는 소녀 같은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했다. 춘화는 죽음을 앞두고도 장난치는 여유 있고 멋있는 리더 캐릭터로 그리고자 했다. 대본을 쓴 뒤 주변의 여성 PD들에게 검사를 받았다.(웃음) →평범한 소재라도 영화로 재밌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뻔한 이야기라도 어떤 영상 언어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험적이고 개성 있는 장면이 나오거나 엇박자로 세련된 기법을 활용하면 힘을 받기도 한다. 극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힘의 강약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시사회에서 폭소를 자아내는 몇 장면이 있었는데, 예상과 잘 들어맞았나. -좋아하는 영화를 볼 때 저의 반응은 끊임없이 키득거리는 것이고, 관객들에게도 잔잔한 웃음과 감정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억지스럽게 웃음을 강요하면 실패한다고 생각한다. ‘과속스캔들’ 때도 관객들이 빵빵 터지라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오히려 드라마에 방해가 될까봐 덜 웃겨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케이블TV에서 몇번을 봤는데도 또 보게 되는 영화처럼 언제나 반가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강 감독. 평생 남는 기록 매체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반짝 유행을 쫓아가기보다는 다양한 장르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그의 젊은 패기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프로배구] 토종 ☆, 최고의 ☆로 빛나다

    [프로배구] 토종 ☆, 최고의 ☆로 빛나다

    김학민(대한항공)과 황연주(현대건설)가 프로배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박준범(KEPCO45)과 표승주(도로공사)는 신인선수상을 받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9일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NH농협 2010~11 V-리그 시상식을 갖고 이같이 발표했다. 기자단과 주관방송사 대표, KOVO 전문위원 등으로 구성된 투표인단 52명 가운데 김학민은 31표를 얻어 가빈 슈미트(삼성화재·9표)를 제치고 MVP로 선정됐다. 올해 ‘삼성-현대’ 양강 구도를 깨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대한항공의 ‘벌떼 배구’에 힘입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가 됐다. 김학민은 올 시즌 정규리그 28경기에 출전해 총 384득점을 올리며 공격종합 1위(공격성공률 55.65%), 오픈공격 2위를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은 지난해 가빈이 작성한 역대 최고 기록(55.55%)을 경신한 수치다. 김학민은 “큰 상을 받아서 기쁘지만 팀이 준우승에 머물러 마음이 무겁다.”면서 “군입대를 1년 미루고 내년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팀의 통합 우승을 돕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삼공사 몬타뇨(11표)를 제치고 최고 선수의 영예를 안은 황연주(27표)는 올스타전, 챔피언결정전에 이어 정규리그까지 MVP를 거머쥐면서 ‘MVP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정규리그 24경기 출전, 339득점을 하며 공격종합 5위, 서브와 퀵오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황연주는 “올해 현대건설로 옮긴게 큰 행운”이라면서 “앞으로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신인왕은 불꽃 튀는 경쟁 끝에 박준범에게 돌아갔다. 박준범은 소속팀이 5위(10승 20패)로 부진했지만 기복 없는 플레이와 신인답지 않은 대담함으로 팀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득점부문 5위, 공격종합 8위에 올랐다. 여자부의 표승주는 김주하(현대건설)의 추격을 뿌리치고 정규리그 막판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프로배구는 역대 최다관중을 동원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KOVO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일부터 지난 9일까지 진행된 V리그 188경기 동안 총관중은 34만 5549명으로 지난 시즌보다 9% 늘어났다. 프로 원년인 2005년(192경기 15만 9716명)과 비교하면 무려 116%가 늘어난 수치다. 이외의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득점상 가빈 슈미트(삼성화재) 몬타뇨 마델레이네(인삼공사) ▲공격상 김학민 몬타뇨 ▲세터상 한선수(대한항공) 염헤선(현대건설) ▲수비상 최부식(대한항공) 임명옥(인삼공사) ▲블로킹상 방신봉(KEPCO45) 양효진(현대건설) ▲서브상 에반 페이텍(대한항공) 황연주 ▲우승감독상 신치용(삼성화재) 황현주(현대건설) ▲기량발전상 정기혁(LIG손보) 황민경(도로공사) ▲페어플레이상 신영석(우리캐피탈) 남지연(GS칼텍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복고열풍에 도전장” 아이돌 기지개…가요계 춘추전국시대

    “복고열풍에 도전장” 아이돌 기지개…가요계 춘추전국시대

    ‘세시봉 열풍’에 주춤하던 아이돌 그룹이 반격에 나섰다. 젊은 솔로 가수들도 가세하는 양상이다. ‘복고’로 급격히 방향을 틀던 가요계가 모처럼 다양한 음악으로 분할되며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세시봉 콘서트’와 ‘나는 가수다’ 등 예능 프로그램의 흥행 성공은 그동안 방송에서 소외됐던 ‘7080 가수’(1970~80년대 주로 활동했던 가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이는 이들의 가요계 컴백으로 이어졌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재조명된 90년대 가수들의 앨범도 줄을 잇고 있다. 가요계 전반에 가창력을 중시하는 풍조가 퍼지면서 한풀 꺾이는 듯싶던 아이돌의 기세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신-구 아이돌의 신보가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 아이돌 밴드인 씨엔블루는 정규 1집 타이틀곡 ‘직감’으로 각종 가요 프로그램 순위 집계와 음원 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 걸그룹 정상을 노리는 포미닛과 에프엑스도 속속 방송 전면에 나서고 있다. 걸스데이, 브레이브 걸스, 달샤벳 등 신인 아이돌 그룹의 약진도 눈에 띈다. 여기에 휘성, 김태우, 케이윌 등 가창력이 뛰어난 남자 솔로 가수들도 잇따라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그렇다고 복고 열풍이 꺾인 것은 아니다. 민해경, 이치현, 강인원, 권인하 등 중견 가수 4명은 지난 11일 프로젝트 그룹 ‘더 컬러스’를 결성했다. 이들은 1980~90년대 이름을 날렸던 가수들이다. 민해경의 ‘그대 모습은 장미’와 강인원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는 ‘나는 가수다’에서 김범수와 박정현이 각각 리메이크해 인기를 끌었다. ‘더 컬러스’ 측은 “포크, 록 발라드 등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를 원하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지 달려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1978년 데뷔해 그룹 ‘송골매’의 리드 싱어로 인기를 누렸던 가수 구창모도 5월 디너 콘서트로 20년 만에 가요계에 복귀한다. 80년대를 풍미했던 ‘원조 댄싱퀸’ 김완선도 6년 만에 새 앨범을 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했다. 실력파 여가수 장혜진은 지난 12일 리메이크 앨범을 내고 복고 대열에 합류했다. 윤도현의 2집 수록곡을 재편곡한 ‘사랑했나봐’는 벌써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추세를 반기는 모습이다. 대중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한 것으로 가요계에 다양한 음악이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너뮤직의 임승채 홍보팀장은 “요즘 가요계는 한마디로 뚜렷한 강자가 없다.”면서 “이는 대중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한 것으로 가요계에 다양한 음악이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음반기획사의 이사도 “국내 가요계도 이제 한 장르 위주의 쏠림 현상보다는 외국처럼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프로축구] ‘오빠부대’ 두 주인공, 승자는?

    17일 창원축구센터에서 벌어지는 프로축구 K리그 6라운드 경기에서는 10년 만에 그라운드에 ‘오빠부대’를 몰고 온 두 ‘영건’이 정면충돌한다. 주인공은 경남 윤빛가람(21)과 전남 지동원(20). 지난 시즌 신인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둘은 K리그 2년 차에 접어든 올 시즌 당당히 팀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 등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수많은 소녀 팬을 몰고 다니는 전국구 스타로 거듭나 K리그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윤빛가람이 반 발짝 앞서 있다. 지난 시즌 29경기에 출전해 9골 7도움을 기록한 윤빛가람은 26경기에서 8골 4도움을 올린 지동원을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도 지동원이 초반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동안 윤빛가람은 리그 4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지동원은 시즌 마수걸이 골이 급한 상황. 팀 상황은 비슷하다. 5라운드까지 경남은 3승 2패, 전남은 2승 1무 2패로 각각 7, 8위를 달리고 있다. 경남은 최근 2경기 연속, 전남은 3경기 연속 이기지 못했다. 두 영건과 함께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두 수문장 김병지(41·경남)와 이운재(38·전남)의 맞대결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K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로 최다 출전 기록(541경기)을 매번 새로 쓰는 김병지나 350경기를 뛴 이운재는 둘 다 기량, 경험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최고의 골키퍼들이다. 올 시즌 컵대회를 포함해 7경기 2실점(5경기 무실점)의 이운재가 6경기 5실점(3경기 무실점)의 김병지에게 다소 앞서 있다. 이와 함께 5라운드까지 정규리그에서 승리를 맛보지 못한 안익수 감독의 부산과 허정무 감독의 인천이 홈에서 각각 대구와 성남을 맞아 시즌 첫 승 사냥에 나선다. 한편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강원의 경기에서는 수원이 마토와 최성국의 연속골로 2-0으로 이겼다. 심판 판정에 항의하던 강원 김상호 감독은 올 시즌 감독 가운데 처음으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할리우드 블루칩’ 시얼샤 로넌 vs 미아 바시코프스카 가상인터뷰

    최근 미국 할리우드 제작자, 감독들이 탐내는 여배우 리스트를 만든다면 시얼샤 로넌(17)과 미아 바시코프스카(22)가 첫손으로 꼽힐 터. 난해한 발음만큼이나 낯설었던 스무 살 안팎의 두 배우는 깊은 눈빛과 소름 돋는 연기로 빠르게 필모그래피(출연작)를 늘려가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거장들의 문제작 내지 화제작이다. 로넌은 조 라이트(‘어톤먼트’), 피터 위어(‘웨이 백’), 피터 잭슨(‘러블리 본즈’)과 작업했다. 바시코프스카도 팀 버튼(‘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구스 반 산트(‘레스트리스’)를 사로잡았고, 박찬욱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에 캐스팅됐다. 괄목상대(刮目相對)란 말이 잘 어울리는 두 여우(女優)의 본색을 가상인터뷰 형식으로 탐구했다. →발음하기 까다로운 이름인데 어디 혈통인지. 미아 (고개를 끄덕이며) 와시코브스카, 바쉬콥스카, 와시코스카…. 제각각 다르게 부르는데 신경 안 써요. 캔버라에서 태어난 호주 사람이에요. 어렵다는 성(姓)은 폴란드 출신 엄마를 따른 거고요. 시얼샤 부모님 모두 아일랜드 분이에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지만, 세 살 때 아일랜드 칼로로 이사 갔어요. 시얼샤란 이름은 아일랜드어로 ‘자유’란 뜻이에요.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나. 미아 아홉 살 때부터 발레리나가 되려고 춤을 배웠어요. 1주일에 35시간씩, 밤 9시까지 춤을 췄다는 게 믿어지세요? 4년 넘도록 그렇게 살았는데 발뒤꿈치에 무리가 와서 그만뒀어요. 후회는 안 해요. 덕분에 오디션 공포증 같은 건 없으니까요. 지금의 날 만든 건 8할이 발레예요. 그 무렵 영화 ‘피아노’의 홀리 헌터를 보면서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호주에서 드라마, 영화를 하다가 2008년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디파이언스’로 할리우드에 데뷔했어요. 시얼샤 아홉 살 때 ‘더 클리닉’이라는 아일랜드 의학 드라마로 연기를 시작했어요. 열세 살 때 만난 게 ‘어톤먼트’(2007)였어요. 오디션을 뚫고 주인공의 여동생 브리오니 역을 따냈죠. 브리오니는 당시 저랑 똑같은 열세 살짜리 작가지망생인데 공상과 오해로 혼란스러워하는 캐릭터예요. 이 영화로 2008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와 골든글로브에서 역대 최연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건 알고 계시죠(웃음). 그때부터 ‘제2의 다코타 패닝’이란 별명이 생겼어요. 그런데 패닝이 데뷔가 빨라 그렇지 저랑 동갑이에요. →또래 배우 중에 특별하게 친한 배우는. 미아 ‘디파이언스’에서 제이미 벨(‘빌리 엘리어트’ 주연 배우)의 어린 신부로 나왔던 거 혹시 기억하세요? ‘제인 에어’에서 또 만났어요. 몸과 마음 모두 상처입은 저를 달래 주는 자상한 ‘세인트 존’을 오빠가 맡았죠. 저한테 청혼까지 하는데 결과는 스포일러(내용 유출꾼)가 될 수 있으니 말씀 못 드리겠네요(웃음). 시얼샤 저는 또래랑 찍을 일이 없었어요. 키라 나이틀리·제임스 맥어보이·브렌다 블라신(‘어톤먼트’), 에드 해리스·콜린 파렐(‘웨이 백’), 에릭 바나·케이트 블란쳇(‘한나’), 마크 왈버그·레이철 와이즈(‘러블리 본즈’) 등 까마득한 선배들하고 주로 작품을 했네요. 촬영장에서 심심하긴 한데 예뻐해 주시고 많이 배울 수 있으니 상관없어요. →지금의 ‘나’를 만든 감독·작품을 꼽는다면. 미아 흠…. 아무래도 팀 버튼 감독님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닐까요. 그전까지 드라마랑 단역으로 출연한 게 전부라 네다섯번의 오디션을 봤어요. 앨리스 역을 꼭 하고 싶었거든요. 나중에 감독님께서 “앨리스가 환생한 것 같았다. 누군가의 눈빛으로 표출되는 영혼의 울림을 발견할 때 큰 행복을 느낀다. 감독은 그걸 끄집어내기만 하면 되니까. 그런데 미아가 그랬다.”고 하셨던데요. 시얼샤 전 ‘어톤먼트’를 연출했던 조 라이트 감독님을 빼놓을 수 없어요. 감독님은 제가 꼬마였을 때부터 어른처럼 대해줬어요. ‘한나’를 찍을 때는 제가 좀 더 자랐고, 다른 감독들과의 작업을 경험한 뒤여서 더 잘해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시얼샤와의 작업은 즐거움이다. 굉장히 뛰어난 자질을 가졌고, 여배우로서 사랑한다.”고 하셨더라고요. →이번에 한국 관객과 만나는 영화를 소개한다면 (‘한나’는 14일 개봉했고 ‘제인 에어’는 21일 개봉한다). 미아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필독도서 아닌가요(웃음)? 봉건적인 빅토리아 시대에 고아로 태어난 에어가 어두운 베일에 싸인 손필드 저택의 가정교사가 된 뒤 귀족인 주인과 사랑에 빠지는 얘기예요. 1914년 존 찰스 감독이 영화로 만든 이후 제가 27번째 제인이래요.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란 얘기죠. 한국의 성춘향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아요.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의 드레스를 입는다는 게 얼마나 고역인지는 안 입어 봤으면 말도 꺼내지 마세요. 시얼샤 촬영하면서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핀란드의 숲에서 죽도록 고생했어요. ‘한나’는 인적이 끊긴 숲에서 아버지에 의해 살인병기로 키워진 소녀예요. 엄마를 죽이고 자신을 숨어 살게 한 못된 아줌마의 숨을 끊으려고 십수년을 준비하는 거죠. 아빠와 백과사전을 통해 모든 걸 배웠던 한나가 막상 세상에 나가 처음으로 음악을 듣고, 키스를 해요. 한마디로 섬세한 액션스릴러죠. 여성 관객도 충분히 좋아하실 거예요. →스타가 된 뒤로 달라진 게 있는지. 앞으로 계획은. 미아 앨리스 덕에 제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 이어 지난해 흥행배우 2위에 올랐어요. 하지만 스타가 됐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어요. 촬영이 없을 땐 호주 집에 가서 쓰레기통 비우는 평범한 소녀예요. 다음 작품 ‘스토커’에서는 호주 국민배우 니콜 키드먼의 딸로 나온답니다. 시얼샤 절 잘 아는 사람들은 (스타라고) 전혀 신경을 안 써요. 곧 피터 잭슨 감독님의 ‘호빗’ 촬영에 들어가요. 잭슨 감독님과는 ‘러블리 본즈’에 이어 두 번째네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올랜도 블룸, 크리스토퍼 리, 블란쳇이 모두 나온다니 더 설레요.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다큐야? 예능이야?

    다큐야? 예능이야?

    학계에만 ‘통섭’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방송가에도 장르 간 벽을 허무는 ‘크로스오버’가 유행이다. 다큐멘터리가 예능과 접목되고, 예능 프로그램이 다큐멘터리와 통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SBS ‘짝’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혼 남녀가 자신의 짝을 찾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올 1월 신년 특집 3부작으로 방송한 뒤 반응이 좋아 지난달부터 매주 수요일 밤 11시 15분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예능 요소가 대거 가미된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가수 싸이가 진행자 격인 ‘연애 컨설턴트’로 투입됐다. 7명의 남자와 5명의 여자가 외딴 애정촌에 모여 서로의 이상형을 찾아가는 설정은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인 ‘짝짓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의 속성을 버리지는 않는다. 출연자 이름 대신 남·여 1, 2, 3, 4호라는 호칭을 붙였다. 개인보다는 그들의 심리나 행동에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다. 감정을 배제한 다큐멘터리 특유의 내레이션(해설)도 빠지지 않는다. SBS는 올 초 예능국과 교양국을 아예 합쳐 제작국으로 통합했다. ‘짝’은 그 첫 실험작이다. KBS, MBC도 다큐멘터리 연성화가 두드러진다. 연예인을 내레이터에 과감히 기용하는가 하면 생활 밀착형 소재도 주저 없이 채택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 김남길, ‘아프리카의 눈물’에 현빈을 내레이터로 기용해 재미를 톡톡히 봤던 MBC는 6월 초 방송되는 50주년 특집 다큐 시리즈 ‘타임’ 내레이터에도 연예인을 발탁했다. 첫 회 ‘새드 무비를 아시나요?’의 내레이션을 배우 공효진에게 맡긴 것. 술, 소리, 비밀, 돈 등 각기 다른 주제어를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 50년을 돌아보는 이 다큐멘터리는 이명세, 권칠인, 김현석, 류승완 등 4명의 영화감독이 연출에 참여한다. ‘전화이야기’편은 아예 드라마의 형태로 제작된다. MBC 측은 “기존 다큐의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각계의 명사, 작가 등이 스토리 발굴 단계부터 참여하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다큐”라고 강조했다. 앞서 SBS도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에 고현정을 내레이터로 기용했다. 다큐멘터리에 미국 할리우드 액션영화 촬영 방식을 도입한 예도 있다. 케이블 채널 tvN이 오는 15일과 22일 밤 9시에 방영하는 ‘익스트림 다큐:인간 vs 고래’는 감독이 직접 인도네시아 오지에 들어가 인간과 고래의 처절한 승부 현장을 현실감 있게 담았다. tvN 교양국 관계자는 “‘방송 다큐멘터리도 할리우드 액션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없을까’라는 실험적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반면, 예능 프로그램은 점점 다큐멘터리화되고 있다. MBC ‘무한도전’, KBS ‘1박2일’ 등 대표적 예능 프로그램은 대부분 다큐멘터리 요소를 접목한 것들이다. 지리산 등반, 설악산 종주, 레슬링 도전 등이 그 예다. 특별한 대본이나 연출 없이 출연자들이 주어진 임무(미션)를 수행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형식도 다큐멘터리에서 빌려왔다. 요즘 최고 인기인 오디션 프로그램도 다큐멘터리 요소가 흥행 성패를 좌우할 정도다. 케이블 채널 엠넷의 ‘슈퍼스타 K’가 본선 진출자들의 다큐멘터리로 시청률을 확 끌어올린 것처럼 MBC ‘위대한 탄생’과 SBS ‘기적의 오디션’도 출연자 다큐멘터리에 지대한 신경을 쏟고 있다. ‘기적의 오디션’ 제작을 맡고 있는 김용재 SBS 제작본부 차장은 “(오디션의 기본 요소인) 서바이벌보다 다큐 재미를 얼마나 살리느냐가 (프로그램 성공의) 관건”이라면서 “예능과 다큐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혈세 9억 투자 ‘달빛’ 흥행 참패

    전북 전주시가 거액의 혈세를 투자해 제작한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가 당초 기대와 달리 관객 동원에 실패해 뒷말이 무성하다. 한지 제작에 관한 열정을 담은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는 거장 임권택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아 예술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 관객들의 호응도 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개봉 이후 한달 가까이 흘렀지만 결과는 가히 굴욕적이다. ‘재미없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객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봉 이후 지난 12일까지 26일 동안 전국에서 5만 4690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스오피스 순위는 20위. 여기에 전체 관객의 83.8%인 4만 5852명이 전북 지역 주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을 제외한 다른 시·도의 관객은 1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전주시 학생들의 단체관람도 한몫을 했다. 영화는 개봉 당일 전북지역 3392명, 전국 6457명으로 박스오피스 순위 전북 1위, 전국 10위로 출발했다. 그러다 3월 19일 전북 3454명(1위), 전국 8265명(11위)을 정점으로 관객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급기야 4월 둘째주에 들어서는 전국 관객이 100명 이하로 떨어지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7일에는 전북지역 65명(10위), 전국 74(35위)명으로 줄었고 11일에는 전북지역 30명(11위), 전국 36명(36위)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였다.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하자 상영관도 대폭 줄었다. 개봉 당시 150여개 영화관에서 상영을 시작했으나 13일 기준 4개로 줄어 냉혹한 영화시장에서 흥행에 실패했음이 입증됐다. 이 중 3곳이 전주 지역 상영관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영화 제작에 6억 9000만원, 홍보비로 2억원 등 8억 9000만원의 혈세를 퍼부은 전주시는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을 넘어서 절망하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창작뮤지컬 ‘빨래’ 롱런 비결은…

    창작뮤지컬 ‘빨래’ 롱런 비결은…

    2005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약 25만명의 한국 관객이 선택한 뮤지컬이 있다.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와 같은 대형 뮤지컬이 아니다. 소극장 무대에 주로 서는, 창작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 ‘빨래’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한해에만 200회 공연 가운데 110회가 매진됐다. 스타 캐스팅이나 매스컴의 큰 홍보 없이 작품성과 탄탄한 연기, 입소문 등에 힘입어 ‘대학로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것. 지난달 3일 시작된 올해 공연은 오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에서 열린다. ●지난해 200회 공연 중 110회 매진 고향을 떠나 힘든 서울살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현실 속에서 한번쯤 봤을 법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래서 몰입도가 높다. 서울 변두리 달동네를 배경으로 ‘받은 월급’보다 ‘못 받은 월급’이 더 많은 불법체류자 몽골인 솔롱고, 강원도 강릉 출신의 서울살이 5년차 서점 직원 나영, 40대 장애인 딸을 방 안에 가두고 사는 주인집 할머니, 동대문에서 속옷장사를 하는 희정 엄마가 나온다. 그들의 고단한 삶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진솔하게 그렸다. 이들의 힘겨운 서울살이를 지켜보는 동안 관객들은 두 눈 그득히 눈물이 고인다. “서울살이 참 못됐죠.” 극 중 나영의 대사는 보는 이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로 힘이 있다. 솔롱고 역을 맡은 배우(성두섭·이주광)의 팬이라면 2막 시작과 동시에 과감하게 용기를 내보는 것도 좋다. 이 배우가 2막 초반 베스트셀러 작가로 잠시 등장하는데 사인회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선착순 15명. “사인 받고 싶으신 분”이란 대사가 나오면 후다닥 무대로 뛰쳐나가자. 용기를 낸 자, 솔롱고의 사인을 받을 수 있다. ‘빨래’는 2005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무대에 처음 오른 이후 소극장 공연을 이어오다가 2009년 4월 석달 동안 중극장인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로 무대를 넓히기도 했다. 당시 가수 임창정과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솔롱고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됐다. ●감동·유머·사랑 흥행코드 두루 갖춰 뮤지컬 평론가인 조용신씨는 ‘빨래’의 장기흥행 비결로 ▲완결성 있는 서사구조 ▲상대적으로 저렴한 티켓 가격(2만 9000~3만 9000원) ▲현실성 있는 내용 등을 꼽았다. 조씨는 “뮤지컬임에도 가격 부담이 덜하고 극의 내용이 현실감을 잘 살려냈다.”면서 “감동, 유머, 사랑 세 가지 흥행 코드를 두루 갖춘 데다 관객의 입소문이 얹어지면서 매번 신규 관객이 유입, 롱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정엽 “7인에 든 것만으로 제겐 1등”

    정엽 “7인에 든 것만으로 제겐 1등”

    “7인의 가수 안에 들었다는 것만으로 제 자신에겐 1등이나 마찬가지죠.” 가수 정엽(34). 요즘 그는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정엽으로 익숙하지만, 가요계에서는 4인조 남성 보컬 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리더로 더 유명하다. ‘나가수’의 첫 탈락자라는 수식어가 다소 불편할 법도 하지만, 9년 차 가수의 내공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지난 5일 서울 논현동 녹음실에서 정엽을 만났다. →가수 생활 9년 만에 ‘스타덤’이 뭔지 확실히 느꼈을 것 같다. -팀보다 개인 섭외가 더 많아졌고, 생애 처음으로 CF 섭외도 들어오긴 했다.(웃음) 제 개인 블로그에 50~60대 분들까지 글을 올려주시고, 회사에도 응원하는 전화가 폭주해 참 신기하다. 지켜봐주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생각에 자극도 되고,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나가수’에 출연한 이유가 뭔가. -호기심이 가장 컸다.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왜 날 섭외했지?’하는 생각에 갸우뚱했다. 처음엔 일곱 명의 가수가 나오는데, 노래가 미션으로 주어진다는 말만 들었다. 음악 위주의 방송이라면 새로운 도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바이벌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부담감이 컸을 것 같은데. 인지도 면에서도 가장 불리하고. -김범수씨가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가수 경력은 훨씬 길다. 즉, 나는 가장 후배 입장이었기 때문에 더 편했다. 많은 분들이 모르기 때문에 떨어져도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부담감이 훨씬 덜했다. 그래서 더 긴장하지 않고 나름대로 무대를 즐기려고 했다. 나로서는 전혀 잃을 것이 없는 게임이었다. →그러면 얻은 것은 뭔가. -가수로서 새로운 무대 경험을 했다. 앞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음악적으로 승화시키는 데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가수로서 ‘나가수’의 흥행 요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좋은 무대를 보고 열광하는 것은 가수나 대중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 중에 누군가는 탈락되어야 한다는 긴장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가수들끼리는 섭외 단계부터 경연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예를 들어 김건모라는 ‘국민 가수’에 대한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방송이 나간 뒤 생각보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워 분위기가 그렇게 된 것 같다. →가수의 서열화에 대한 비판도 있었고, 실제로 김건모의 재도전 등 탈락을 둘러싸고 논란도 많았는데. -물론 비판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상식적인 것에서 살짝 변형된 것이 이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 김건모씨가 탈락했을 때 출연자들도 너무 당혹스러웠다. 나는 오히려 김건모씨가 재도전을 결정한 것이 큰 용기라고 생각한다. 가수로서 재도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을 안고 가야 하기에 더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컸던 것 같다. →본인은 재도전에 응하지 않았는데.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물러나야지 또다른 가수가 멋있는 무대를 꾸며줄 것이고, 그것이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래가 아쉬웠다거나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면 모르겠는데, 편곡도 좋았고 나의 무대도 충분히 마음에 들었다. 후회나 아쉬움이 전혀 남지 않았다. →주현미의 ‘짝사랑’이나 윤도현밴드(YB)의 ‘잊을게’는 솔(soul) 창법을 주로 구사해 온 정엽에게는 좀 불리한 미션이 아니었나. -사실 처음에 미션곡을 받을 때 어느 정도 가수의 스타일이나 자기 생각이 반영된 곡 중에서 고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복불복’ 게임이었다. 솔직히 두 곡 모두 난해하고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다른 가수들도 똑같은 선상에서 평등한 기회를 부여받고 선곡한 것이기 때문에 불편한 것은 다들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특별히 도전해보고 싶은 노래가 있었나. -한영애씨의 ‘누구 없소’나 김건모씨의 노래를 해보고 싶었다. 가수로서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잘할 수 있는 곡도 있고, 잘 어울릴 것 같아도 불편한 곡이 있게 마련이다. →‘나가수’를 계기로 가요계 흐름이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한번에 가요계 패턴이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인식이 서서히 스며들기를 바란다. 쉽게 타오른 관심은 쉽게 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대 위의 모든 가수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노래하면서 퍼포먼스를 하는 아이돌은 능력자라고 생각한다. 다만 가요계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서로에게 자극을 주면서 다양하게 발전했으면 좋겠다. →정엽이 생각하는 가수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사랑과 이별을 대신 불러주는 사람이 아닐까. 사람들의 사랑이나 이별의 색깔은 다 다르지만, 결국에는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가수는 다른 사람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고, 그 공감대를 노래로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방송 출연을 일절 하지 않는 그룹으로 유명하다. 이번을 계기로 방향이 바뀐 것이 있나. -방송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 멤버가 있어 방송 출연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불편하면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 음반 활동은 각자의 판단에 맡겼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내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모체 같은 곳이다. 앞으로도 그룹 차원에서 방송 활동을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정엽은 오는 9월 포크록,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담긴 정규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회사에서는 흥행을 염두에 두고 5~6월에 앨범 발매를 제의했지만, 내실이 무너질 것 같아서 거절했다. 그때 가서 지금의 유명세가 사그라질 수도 있지만, 음악적인 부분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는 정엽. 그가 우리가 찾던 진짜 ‘가수’의 모습이 아닐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내수시장 한계봉착… 중화권 손잡고 대륙시장 뚫어야”

    “내수시장 한계봉착… 중화권 손잡고 대륙시장 뚫어야”

    영화진흥위원회는 1999년 출범했다. 이곳을 거쳐 간 위원장은 7명. 이 가운데 5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 두 명(강한섭·조희문)은 1년여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영진위의 수장은 그만큼 험난한 자리다. 김의석(54) 신임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임기를 다 채우는, 끝날 때 웃으면서 나가는 위원장이 되겠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 정권 들어 영화계는 신·구와 진보·보수 갈등으로 극심한 홍역을 앓았다. 영진위 정책은 외부 입김에 흔들렸고, 위원장은 노조와 각을 세웠다. 김 위원장이 선임 통보를 받은 건 공식발표 1시간 전. 5명의 후보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최종 추천되고 나서도 두 달 가까이 끈 선임이 막판까지 난항을 거듭한 셈이다. 1992년 데뷔작 ‘결혼이야기’로 흥행감독 대열에 오른 뒤, 2003년 이론가(영화아카데미 책임교수)로, 이번에는 영화계 구원투수로 변신한 김 위원장을 지난 1일 서울 청량리동 영진위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2년 동안 동맥경화증 환자의 혈관처럼 꽉 막힌 영진위와 영화계의 소통을 복원할 적임자인지 궁금했다. 막 첫걸음을 뗀 김 위원장은 “현장 출신인 데다 직무대행을 넉 달 한 만큼 다른 (후보)분들이 겪을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치권과 영화인들이 갈등 키워” →앞선 두 위원장이 불명예 퇴진했는데. -최근 1~2년 동안 영진위가 워낙 시끄러웠기 때문에 무거운 과제를 안고 시작한다. 전임 위원장들은 학계에 계신 분들이라 영화계와 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현장(감독) 출신은 ‘양날의 칼’이다. 현안에 밝은 건 장점이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할 수 있는데. -맞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최소한 상식이 통하는 상황으로 끌어오는 게 급선무다. 영화계와 거리를 좁히고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내가 영화인이란 점이 대화하고 행동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영화계의 신·구 및 좌·우의 갈등이 깊어진 원인은 뭘까. -정치권과 영화인들 모두 문제였다.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사수 투쟁 당시 영화계가 한목소리를 내면서 활력이 넘쳤다. 지금은 분열과 갈등이다.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면서 생긴 구조적 요인과 함께 일부 영화인들이 이런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탓도 있다. →일부에선 위원장을 진보 성향으로 평가하던데. -개인적으로는 중도 실용이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걸 좋아하고 치우치는 걸 싫어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한 건가. -(코드를 맞추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순수한 의도로 말했다. →정치적 스펙트럼을 수치로 따진다면. -자꾸 그쪽으로 몬다(웃음). 굳이 따지면 ‘1’을 보수, ‘10’을 진보라고 할 때 ‘6’ 정도가 아닐까. ●“중국 시장 진출, 선택 아닌 필연” →중국 시장 진출을 강조했는데.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다. 내수시장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한국 영화의 몸집을 줄이지 않으려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난해 초 3차원(3D) 스크린이 1000개였는데 연말에 2500개로 늘어났다. 전체 스크린은 8000개인데 5년 뒤엔 3만개로 미국을 넘어선다. →계량적 접근 아닌가. 현실성은 어느 정도인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해적판이 중국에서 1억 5000만장 팔렸다. 그 명성으로 장쯔이와 궁리가 주연하는 200억원짜리 영화 ‘양귀비’를 곽재용 감독이 맡는다. 돈과 인프라(극장), 관객은 있는데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 ‘중국의 강제규’쯤 되는 펑샤오강(馮小剛) 감독도 컴퓨터그래픽(CG)이나 특수효과 스태프를 한국에서 데려와 작업한다. 하지만 스태프나 감독이 인건비를 받아 오는 수준으로는 곤란하다. 중국 영화계에서 주목하는 한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월급쟁이가 아닌 (지분이 있는) 주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공동제작·투자를 해야 (한국 영화의) 시장이 확대되고 고용도 창출된다. 중국에서 개봉하는 외국 영화는 한해 평균 30편 정도인데 이 시장을 뚫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타이완 등과 합작해 (외국 영화) 쿼터를 피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어느 쪽이든 서둘러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데 최근 2~3년간 영진위가 엉뚱한 데 발목이 잡혀 시간을 흘러보낸 게 안타깝다. →최고은씨 죽음으로 시나리오 작가의 현실과 업계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대책은. -영진위가 온라인에서 운영하는 ‘시나리오 마켓’이 원상복구된다. 지난해 국회에서 (올)예산에 반영이 안 됐는데 최씨의 죽음으로 예산이 되살아났다. 지난해 3억원에서 올해 5억원으로 늘 것 같다. 기획개발비(원작비·대본비 등) 지원을 영화계에서 간절하게 요구했는데 이 예산도 되살아날 것 같다. 제작비 4억~20억원짜리 영화에 편당 6000만원 정도를 세컨드급 이하의 스태프 인건비로 지원하는 사업을 새로 진행한다. 제작사가 영진위에서 지원을 받은 덕에 아낀 돈의 절반을 다음 영화의 기획개발비로 재투자해 결국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독립영화관 직영도 재검토” →지난해 정책 방향이 ‘간접·사후 지원’ 원칙으로 선회하면서 지원이 축소된 독립영화계의 반발이 큰데. -독립영화 제작 지원비 7억원은 올해 유지된다. 지난해 예술영화 제작 지원 항목으로 지원됐던 32억여원이 인건비 지원 형식으로 대체됐다. 예술영화 몇 편을 사전 지원하던 것에서 50편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독립영화 제작 여건이 어렵고, 영진위가 살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미국에서 뛰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 추신수의 얘기가 적절한 비유가 될 듯싶다. 처음 마이너리그에 갔을 때는 빵·우유·잼이 전부였는데, 한 단계 더 올라가니 잼의 종류가 늘어나고,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니 5개국의 뷔페가 제공됐다더라. 영화계도 선순환 구조를 이루려면 마이너와 메이저리그가 공존해야 한다. 단 마이너리그는 마이너리그다워야 한다. →전임 장관(유인촌)·위원장(조희문) 체제에서 간접 지원 방식으로 바꾼 틀은 그대로 둘 것인가. -지원만 정확하게 했으면 사실 문제될 건 없었는데…. 2012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제로베이스에서 현장 의견을 취합해 다시 고민하겠다. 논란을 빚었던 독립영화전용관 직영과 축소된 영화아카데미 기능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03년 영화 ‘청풍명월’을 끝으로 뜸했다. 현장에 대한 미련은 없나. -이후 줄곧 영화아카데미 교수를 했다. 상업영화 연출을 병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또 다른 숙제다. 평생 해온 게 영화밖에 없다. 3년 임기를 마친 뒤 어떤 형태든 (영화를) 찍을 것이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이종원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김의석 영진위원장은… ▲1957년 전북 군산 ▲휘문고-중앙대 연극영화과-한국영화아카데미 1기 ▲주요 작품: 결혼이야기(1992), 그 여자 그 남자(1993), 총잡이(1995), 홀리데이 인 서울(1997), 북경반점(1999), 청풍명월(2003)
  • [경제 브리핑] 국민銀 프로야구 정기예금 출시

    [경제 브리핑] 국민銀 프로야구 정기예금 출시

    프로야구 시즌 개막에 맞춰 국민은행이 4일 ‘KB국민 프로야구 정기예금’을 출시하고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기본금리 4.1%에 예금 가입자가 선택한 구단의 성적과 프로야구 흥행실적에 따라 최고 연 1.6%포인트 우대이율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5월 6일까지 한시판매한다. 왼쪽부터 어윤대 KB금융 회장, 탤런트 홍수아, 허구연 해설위원, 민병덕 국민은행장.
  • 女心에 빠진 필름

    女心에 빠진 필름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제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오는 7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주 상영관인 서울 창천동 아트레온은 물론 한국영상자료원, 서울여성플라자, 양천문화회관 등에서 30개국 110편의 장·단편 영화가 소개된다. 배우 겸 감독인 구혜선이 영화제 공식 홍보영상(트레일러)을 제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개막작은 ‘파니핑크’(1994)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독일 도리스 되리 감독의 신작 ‘헤어드레서’(2010)이다. 비대한 몸 때문에 침대에서 일어설 때조차 특수 제작한 지지물에 의존해야 하는 싱글맘 카티가 자신의 미용실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재료로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재주가 탁월한 되리 감독은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을 2008년 독일 최고 흥행작으로 만들기도 했다.제한상영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숏버스’의 여주인공으로 알려진 중국계 캐나다인 이숙인은 대형마켓 안전요원의 색다른 성(性)적 모험을 다룬 ‘새미의 카니보어’를 선보인다. ‘안토니아스 라인’으로 1996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네덜란드 마를렌 고리스 감독의 신작 ‘소용돌이 속에서’, ‘반생연’(1997)으로 유명한 홍콩의 여성 감독 쉬안화(許鞍華)의 소동극 ‘사랑에 대한 모든 것’도 영화광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전망이다. 비혼(非婚) 커플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백하게 다룬 ‘두개의 선’(임신 테스트 기기의 두줄을 의미)도 주목할 만하다. 결혼 제도 바깥에서 연애와 동거를 하고 출산을 한 감독의 경험담을 통해 결혼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풀어낸다. 기획개발 아이템의 발굴 통로로 지난해 첫선을 보인 ‘피치&캐치’에서 다큐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지민 감독의 신작으로 한국 관객에게 가장 먼저 선보인다. 개·폐막식 및 심야상영은 1만 2000원, 일반상영은 5000원이다. 프로그램 확인 및 예매는 홈페이지(www.wffis.or.kr)에서 가능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 첫 주연 송새벽 “이런 날도 오네요”

    영화 첫 주연 송새벽 “이런 날도 오네요”

    요즘 충무로에 이보다 더 극적인 배우가 있을까. 영화 데뷔 2년, 단 네 작품 출연 만에 주연을 거머쥔 송새벽(32) 얘기다. 첫 주연작 ‘위험한 상견례’는 31일 정식 개봉 전에 유료 시사회만으로 1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주말 예매율도 1위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유료시사 10만명 넘어 →조연으로 나왔던 영화 ‘방자전’ 이후 몰라보게 세련돼졌다. 연예인 티도 제법 나고. -그동안 맡았던 영화 속 캐릭터 때문에 그렇지, 나도 알고 보면 세련된 남자다. 하하. 농담이다. 오늘 인터뷰한다고 차려입어서 그런 거다. →데뷔하자 마자 각종 영화제 남우조연상을 휩쓸고, CF 출연까지 ‘초고속 승진’이 따로 없다. 인기를 실감하나. -아니다. 혼자 또는 여자친구(연극배우 하지혜)와 길거리를 다녀도 아무도 못 알아 본다. 며칠 전 여자 두분이 저를 유심히 쳐다보길래 이제야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나 했더니 “송새벽 닮았다.”고 수군거리며 지나가 버렸다. 지난해 갑자기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고, 짧은 시간에 상도 많이 주셔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처음 주연 제의를 받았을 때 어땠나. -아,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었다. 정말 만감이 교차하더라. 한편으로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연극에서 주연은 맡아 봤지만, 상업영화 주연은 처음이다 보니 흥행에 대한 책임감도 느껴졌다. 재밌게 촬영했는데, 막상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니 예민해지더라. →‘위험한 상견례’는 송새벽을 위한 맞춤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본인의 장기인 코미디 장르인 데다 주인공 현준이 전라도 사투리에 다소 어눌한 말투를 구사한다. -그런가. 나는 오히려 사투리가 가장 신경쓰였다. 현준은 광주(광역시)가 고향이지만 나는 전북 군산 출신이다. 전북은 말이 좀 느린 편이고, 전남엔 전라도 특유의 억양이 있다. 두 가지가 섞일까봐 걱정이 좀 됐다. 전남 출신의 연기자 선배들과 대본을 보면서 사투리를 따로 연습했다. →전작과의 차별화가 신경쓰였을 것 같은데. -이전 영화들과 이야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연기 차별화에 대한 강박관념은 없었다. 일단 그동안 변태에 찌질남, 여자를 배신하는 역할만 맡다가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캐릭터라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극 중 현준은 나이트클럽 후계자이지만, 경상도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순정만화 작가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라도 남자의 센 이미지를 좀 유하게(부드럽게) 표현해 보고자 애썼다. →영화는 지역감정의 골이 깊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전라도 총각 현준과 경상도 처녀 다홍(이시영)의 좌충우돌 결혼기를 다루고 있다. 지역감정에 대한 생각은. -80년대는 내가 초등학생일 때라 개인적으로 지역감정을 경험한 특별한 기억은 없다. 극 중 현준과 다홍의 아버지처럼 고향 때문에 결혼을 반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지역감정은 예민한 부분인데, 영화가 이것을 유하게 풀어낸 느낌이 좋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가벼운 코미디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눈물이 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에서…. -양가 어른들이 오랜 세월 지역감정으로 인한 상처와 설움으로 괴로워하다가 나중에 오해를 깨닫고 화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두가 피해자라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더라. ●천연덕스러운 코미디 10년 연극 내공 덕 →무심한 듯 천연덕스럽게 남을 웃기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10년 넘게 연극에서 쌓은 내공 덕분인가. -순발력과 인물 분석 등 내 연기의 모든 것은 연극에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대본 읽기 연습할 때 사람들이 많이 웃는 편이다.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너무 빵 터지니까 뭘 잘못했나 싶어 “제가 실수했나요?”하고 물어본 적도 있다. 다행히 재밌어서 웃었다고 하더라. →실제 성격도 유머러스한가. 아니면 설정인가. -아이돌 스타도 아니고 무슨 설정을 하겠나.(웃음) 그냥 평범한 편이다. 크게 활달하지도 않고 조용하지도 않다.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다만 (연기) 역할을 분석할 때는 이 인물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에 집중하고, 캐릭터에 대해 연민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캐릭터가 코미디 쪽으로 굳어지는 데 대한 부담감은 없나. -그동안 출연한 작품이 코미디에 가까운 장르일 뿐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때문에 연기도 비슷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 많은 분들이 ‘마더’의 세팍타크로 형사, ‘방자전’의 변학도 모습을 재미있게 기억해 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나는 한번도 코미디를 염두에 두고 연기해 본 적 없다. 말 그대로 역할과 상황에 충실했을 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니까 계획을 짠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예전에 일이 들어오지 않아 무대나 조명, 엑스트라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다. 물론 나중엔 다 연기 공부가 됐지만…. 그래서 이쪽 일이 불안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니까 작품이 들어올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싶다. →좀 상투적 질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묻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연륜에 비례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은 33점이지만 내년엔 34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아, 내가 생각해도 멋있는 말 같다. 빵 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송새벽. 디지털 세대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죽 ‘촌놈 성향’으로 살아가고 싶단다. 동틀녘 밝아오는 새벽이라는 독특한 한글 이름처럼 그의 영화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새 봄 충무로 ‘착한 영화’ 가 뜬다

    새 봄 충무로 ‘착한 영화’ 가 뜬다

    불안하고 뒤숭숭한 국내외 정세 탓일까, 여전히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차가운 날씨 탓일까. 새 봄, 충무로에 대중의 감성을 치유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치유 영화’(힐링 무비)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자극적인 막장 코드나 눈길을 끄는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휴먼 스토리를 앞세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착한 영화’들이 관객과의 소통을 기다리고 있다. ●상반기 줄줄이 개봉 대기 ‘치유 영화’의 선두주자는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이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4위 자리를 지켰다. 네 노인들의 순애보를 주제로 인간의 삶과 사랑을 성찰한 이 작품은 개봉 2주 차까지 고전해 흥행 실패가 예상됐으나 뒤늦게 “감동적”이라는 관객의 입소문을 무섭게 타면서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 영화계 최대 이변으로 꼽힐 정도다. 지난 24일 개봉한 판타지 영화 ‘로맨틱 헤븐’도 천국을 소재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극 중 천국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평화로운 치유 공간으로 설정돼 있다. 영화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을 떠나 보내야 하는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에 대해 되묻는다. 다음 달 21일 선보이는 민규동 감독의 신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갑자기 닥친 엄마의 죽음 앞에서 갈등하고 반목하던 가족이 서로 치유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노희경 작가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배종옥, 김갑수, 김지영, 유준상, 서영희, 류덕환 등의 연기파 배우들이 가슴 절절한 가족애를 이야기한다.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는 ‘써니’(5월 개봉 예정)도 40대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휴먼 드라마다. 시한부 삶을 살게 된 한 여인이 과거 7공주파였던 친구들과 25년 만에 다시 모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되찾아 가는 여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유호정, 진희경, 홍진희, 이연경 등 쟁쟁한 중견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2011년판 ‘치유 영화’의 특징은 억지로 관객에게 눈물을 강요하는 최루성 신파가 아니라 탄탄한 줄거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적절한 코미디에 촘촘히 짜인 구성은 기본이고, 다양한 연령대의 연기파 배우들을 포진시켜 관객층을 넓히고 감동을 배가시킨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은 “비록 노인들의 이야기지만, 대사나 음향, 편집 등 영화적으로는 젊은 감각을 살려 최대한 현대적이고 지루하지 않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흥행 비결을 풀이했다. ●‘치유 영화’ 바람, 왜? 영화 관계자들은 ‘착한 영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대중들이 막장 TV 드라마나 스릴러 영화의 자극적인 코드에 식상함을 느끼는 데다 동일본 대지진 등 자연 참사로 인한 공포와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소외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로맨틱 헤븐’에 출연한 원로 배우 이순재는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인간적인 정에 더욱 목말라하고 위로받고 싶어 하기 마련”이라면서 “가족애와 인간애야말로 세대를 초월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 불변의 소재”라고 말했다. 감독들도 각박한 세상 속에서 관객이 영화를 통해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감정을 순화시키기를 바랐다고 입을 모은다. 민규동 감독은 “어떤 교훈을 주기보다는 관객이 스스로 각자의 위치에서 삶과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위로를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로맨틱 헤븐’의 장진 감독도 “편하고 나쁜 마음이 없어지는 공간인 천국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고 싶었고,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배급사인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박준경 한국영화팀 차장은 “최근 일본 지진 등 생사가 엇갈리는 자연 재해를 목격하면서 현실을 되돌아보고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한 작품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사회 전반적으로도 실컷 울거나 웃음으로써 감정을 치유하는 카타르시스용 영화가 올 상반기 극장가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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