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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100년 기업, 해답은 사람이다/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CEO 칼럼] 100년 기업, 해답은 사람이다/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100년 기업. 한 세기를 영속하는 장수기업을 만든다는 것은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꿈과 같은 일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경영자들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 역시 전문 경영인의 한 사람으로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가 100년 장수 기업의 반열에 올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걸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에 현실은 그리 녹록지 못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수명은 27.3년이고, 중소 제조업체의 평균 수명은 12.3년이다. 신용평가 전문기업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자료에도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평균 수명이 13년으로 나와 있으니 갈수록 치열해지고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생존’이라는 두 글자가 기업에 얼마나 힘겨운 것인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100년 기업의 장수 비결은 뭘까. 이들에겐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 장인정신이다. 세계 최고(最古)의 기업으로 꼽히는 일본의 사찰전문 건축기업 곤고구미(剛組)는 백제의 건축 장인인 금강중광이 578년에 신텐노지라는 사찰을 건립하면서 출발했다. 이 회사는 2006년 중견 건설회사에 편입되기까지 무려 14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속해 왔는데, 직원 대부분이 평균 20년 이상의 숙련공으로 구성돼 있다. 곤고구미를 인수한 회사는 전통과 노하우를 인정하고 업무 방식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어려움을 겪던 회사는 2007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둘째, 혁신을 모토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한때 카메라 필름 시장을 호령했던 코닥. 이 회사는 디지털 카메라 시대의 거센 흐름을 읽지 못해 현재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회사는 코닥이었다. 그럼에도 경쟁사들이 디지털 카메라의 개발과 기능 향상에 앞다퉈 투자할 때 코닥은 ‘필름 1위 업체’란 자만에 빠져 시장 변화를 무시하고 노력을 게을리해 존립 위기를 자초했다. 반대로 요즘 대표적 혁신기업으로 칭송받는 애플을 보자. 과거 애플이 PC시장에서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 휴렛팩커드(HP) 등에 의해 뒤처져 고전을 면치 못하던 때가 있었다.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를 다시 영입한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선도적이고 창조적인 상품을 연이어 내놓았고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와 스마트기기 문화를 이끌어가는 기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장인정신과 혁신정신. 얼핏 모순돼 보이는 이 두 가지는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다. 여느 장수 기업들처럼 우리 기업들이 이 두 가지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필자는 그 해답을 사람, 즉 인재라고 말하고 싶다.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는 장인정신과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 미래를 예측하는 혁신정신을 갖춘 인재야말로 장수 기업을 만드는 초석이자 근간이다. 경영자의 일은 이러한 인재가 능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끌어 주는 것이다. 필자 역시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교육 전담팀에서는 신입사원 해외현장 OJT(On the Job Training), 핵심직무교육, 건설경영특강 등 다양하고 심층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주 창립 38주년을 맞았다. 100년 기업이 되기까지는 이제 겨우 4부 능선에 와 있는 청년 기업인 셈이다. 최근 불안한 중동 정세와 금융시장, 열악한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시장 등으로 인해 건설회사의 경영자로서 예측불가한 경영 환경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해결책은 오직 인재’라는 믿음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100년, 아니 그 이상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의 기업들에 사람만이 희망이고, 동력이고, 길이다.
  • G20 정상들 “IMF 재원 확충·내수진작 공조”

    4일(현지시간) 폐막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유럽의 채무 위기 해소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재원을 확충하기로 합의했다. IMF의 단기 대출 목적으로 위기예방 및 단기 유동성 지원제도(PLL)도 새로 도입했다. 정상들은 또 경상수지 흑자국들을 중심으로 내수 진작에 공조해 경기 회복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중국, 브라질, 캐나다, 호주, 인도네시아 등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들이 세계 경제 상황이 심각해지면 각국 여건에 따라 재량적으로 내수 진작책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G20 정상들은 지난 3~4일 프랑스 칸에서 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문(칸 선언)을 채택했다.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은 글로벌 재정 위기에 따른 재정 긴축이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경기 침체를 예방하기 위해 재정 형편이 양호한 국가들이 내수 진작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상들은 IMF 재원을 늘리는 데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확대 규모 등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현재 IMF의 가용 재원은 4000억 달러(약 444조원) 수준이다. 때문에 직접적인 유로존 위기 해법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공동선언문에서 정상들은 금융 안정성 회복을 위해 시장결정적 환율제로 더욱 신속히 전환하고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할 수 있도록 환율유연성을 제고해 경쟁적 평가절하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환율 유연성 제고와 외환보유액 축적속도 완화, 금융안전을 저해하지 않는 자본자유화 등을 약속했다. 외신들은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앞서 로이터는 “환율 변동성 확대를 위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요구가 (이번 회의에서) 제기됐다.”고 보도했고, 이는 위안화 절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상들은 최근 이행된 러시아의 시장결정적 방향으로의 환율제도 전환과 중국의 시장 펀더멘털에 기반한 환율 유연성 제고방침을 환영했다. IMF 재원 확충을 위해 정상들은 양자 차입과 특별인출권(SDR) 일반 배분, 특별 계정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외신들은 내년 가을쯤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지분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를 위해 신설된 PLL은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예방대출제도(PCL) 기능을 위기예방에서 해결까지 확대하고 6개월 단기 유동성 지원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이와 함께 유럽 각국은 종합적인 패키지를 통해 유로존 안정 조치를 이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규모를 1조 유로(약 1536조원)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내년 6월까지 은행의 핵심자기자본비율을 9%로 상향 조정하되 실물경제로의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하고 과도한 딜레버리징(부채 축소)을 방지하기로 했다. 특히 이탈리아는 이미 승인된 600억 유로의 재정패키지 이행 등을 통해 내년부터 국가 부채를 줄여 2013년까지 균형재정에 근접할 것을 약속했다. 미국은 공공투자와 조세개혁, 고용대책 등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단기 경기 진작 패키지의 적기 이행을, 일본은 대지진 복구 비용을 포함해 적어도 19조엔(약 271조원)의 재정지출을 각각 약속했다. 한편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유로존 구제기금에 재정적 기여를 할 것이며 그 세부 사안은 향후 수주일 안에 결정될 것이라고 칸 현지의 러시아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새달 무역 1조달러 시대 열린다

    오는 12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무역 1조 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와 철강 등 주력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잘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지식경제부의 ‘2011년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증가한 474억 달러, 수입은 16.4% 늘어난 431억 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43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21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 갔다. 이로써 10월 말까지 무역 규모는 8988억 달러로, 대망의 무역 1조 달러까지 1012억 달러 남았다. 지경부는 월평균 무역 규모가 910억 달러 내외임을 감안할 때 오는 12월 5일쯤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10월 수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과 달리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실적 호조로 발생한 기저효과(기준시점과 비교시점 수치가 달라 결국 큰 차이가 나는 현상)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하루(23.5→22.5일) 줄어든 조업일수 때문이다. 또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 탓에 무선통신기기와 컴퓨터, 반도체 등의 수출 둔화세가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석유제품(29%), 자동차(18.9%), 철강 제품(17.9%), 석유화학(17.6%) 등은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지만 무선통신기기(28.9%↓)와 선박(6.4%↓), 반도체(4.4%↓) 등은 하락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초엔고 국내 영향은

    일본 정부가 31일 엔고(円高)를 저지하기 위해 88일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할 정도로 엔고 현상이 일본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막대하다. 물론 일본과 세계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우리 기업으로서는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우리 수출 상품에 일본산 수입 부품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엔고 상황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수입부품 비중 큰 IT 등 타격 삼성경제연구소(SERI)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 포인트 하락할 때 우리나라의 수출은 0.5% 포인트 오른다. 자동차, 정보통신, 가전 등이 주요 수혜 업종이다. 엔고는 당장 우리의 경상수지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 9월 경상수지는 31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 전월 2억 9000만 달러보다 무려 10.7배 증가했다. 이에 대해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엔화 환율이 사상 최고로 올라 그 혜택을 받은 부분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 제조업의 일본 의존도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전체 부품소재 중 일본에서 들여오는 비중은 23.4%로 떨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출주력 품목인 정보기술(IT),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의 경우 부품의 대일 수입 비중이 70∼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고의 위력은 해외에서 더 크다. 일본 기업들은 엔고에다 동일본 대지진 등의 여파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에 본사나 백오피스 등의 설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엔고 특수로 인해 일본 관광객의 방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 관광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日 관광객 늘어 업계 ‘특수’ SERI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 포인트 오르면 일본인 입국자가 0.45% 포인트 증가한다. 엔화는 강세를 보이는 반면 최근 원화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지난 9월까지 일본인 관광객이 231만여명 입국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1만명에 비해 4.6% 증가한 규모다. 정영식 SERI 수석연구원은 “엔고 현상을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대일 무역수지를 줄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엔화 대출자의 부담은 더욱 증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25)연구용역

    [테마로 본 공직사회] (25)연구용역

    정부가 정책을 새로 마련할 때나 대형 사업을 시작할 때 빠짐없이 활용하는 게 ‘연구용역’이다. 공무원 집단이 갖는 사고의 한계를 탈피하는 한편 전문가 집단의 힘을 빌려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행정의 투명성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용역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정책 연구용역이든 사업 연구용역이든 발주자의 입맛에 맞게 보고서가 나오는 게 적지 않아서다. 때문에 예산낭비의 주범이라는 비판론도 적지 않다. 이번주 테마로 본 공직사회에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연구용역 실태를 짚어본다. ●예상 수입 부풀려 ‘장밋빛 사업’ 부각 전남도의 F1대회 유치타당성 연구용역을 맡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연구책임자는 고발당한 상태다. 수입은 부풀리고 지출은 누락시켜 객관성이 결여된 보고서를 내 전남도 재정에 파탄을 가져올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남은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F1 대회’를 유치했으나 첫 대회를 시작한 지난해부터 2016년까지 7년간 4855억원의 적자를 떠안게 될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전남은 사전 타당성 연구용역에만 1억 9200만원을 썼으나 연구기관은 기반시설 건설비용, TV중계권료 및 금융이자 등의 비용을 누락시키고 F1대회 운영사에 귀속되는 수익을 도 수입으로 포함해 수익을 과다 산출했다. 연구원은 같은 방식으로 2010년 70억원 흑자 등 2016년까지 모두 1112억원의 흑자 발생을 예측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모두 4855억원의 적자를 떠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1차 대회 결과 연구원의 예상과 달리 9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용인, 부산, 김해 역시 잘못된 연구용역 결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용인시는 경전철 도입을 추진하면서 한국교통연구원이 수행한 하루 예상 이용객 연구용역 결과를 기준으로 ㈜용인 경전철과 30년 손실보전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09년 7월 하루 예상 이용객이 14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재정악화를 우려한 용인시의회가 경전철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 경기개발연구원에 같은 내용의 연구를 다시 의뢰한 결과, 하루 이용객은 최대 3만 2000명에서 최소 1만명에 그칠 것으로 파악됐다. 이 경우 용인시는 손실보전 협약에 따라 연간 850억원씩 30년간 2조 5000억원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부산~김해 경전철도 마찬가지다. 1992년 정부시범사업으로 추진된 부산~김해 경전철은 1999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발주한 연구용역을 통해 개통 첫 해 하루 29만 2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로 지난 9월 17일 개통 뒤 한 달 동안 하루평균 3만 1000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태룡 상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 같은 엉터리 연구용역에 대해 “현재 정부나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연구용역은 연구기관이 객관적 입장에서 연구하지 않고 발주기관의 의견에 맞춰 연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일부 학계에서는 학자적 양심을 지키기 위해 자치 심의위원회도 두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낮다.”고 말했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발주기관이 의뢰한 의도와 맞지 않는 내용의 결과물이 나오면 그대로 사장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모든 연구용역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정책이나 사업 추진의 형식적 근거를 남기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연구 결과와 발주기관의 의도와 상관없이 모든 연구 결과는 정책 추진에 참고하게 되며 그 자체로도 의미는 크다.”고 반박했다. ●조사 항목별 제목만 바꾼 용역 보고서 부실한 연구용역은 중앙부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효율적인 연구용역이나 연구 몰아주기 등은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로 등장할 정도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내용이 비슷한 연구용역을 두 기관에 발주하는 등 비효율적인 연구용역으로 세금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가부의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를 분석한 한나라당 최경희 의원에 따르면 여가부는 지난해 4월 서울대 여성연구소에 ‘성매매 실태조사’를 의뢰했고 바로 다음 달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성매수 실태조사’를 의뢰했다. 각각의 연구용역에 3억 200만원과 4700만원이 사용됐다. 하지만 조사 항목별 제목만 조금씩 다를 뿐 인용한 문헌과 표 등 상당 부분의 내용이 중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특정인에게 연구용역을 맡기는 방식으로 예산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지난 6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통일부의 연구용역 사업 중 북한정세지수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수의계약을 유도해 특정인에게 18억원이 넘는 예산을 몰아주는, 사실상 불법연구용역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정세지수 연구용역 사업과 관련, 통일부는 2010년 1월 13일부터 2월 12일 사이 2000만원짜리 사전조사 용역을 발주하면서 특정인과 수의계약을 맺었다. 그 이후 2010년과 올해 각각 13억 2500만원, 5억 5100만원의 북한정세지수 개발용역이 경쟁입찰에서 두 차례 유찰되자, 수의계약을 통해 사전조사에 참여했던 특정 교수에게 몰아줬다. ●올 연구과제 8553건 중 7977건 위탁연구 문제풍 한서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대부분의 연구용역이 민간위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각종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10월 말 현재까지 완료된 연구 과제 8553건 중 93.3%인 7977건이 위탁연구로 진행됐고 공동연구는 3.1%(264건)에 그쳤다. 나머지 312건은 ‘자문’방식으로 진행됐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경제 브리핑]

    KB금융, 3분기 순익 5790억원 KB금융은 3분기에 57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28일 발표했다.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 실적에 현대건설 매각차익 3137억원이 반영됐던 전 분기보다 29% 줄어든 규모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2조 15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순이자이익은 5조 22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증가했다. KB금융의 3분기 말 현재 총자산은 353조 6000억원을 기록했다. 경상수지 31억弗 흑자… ‘불황형’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31억 달러로 전달 2억 9000만 달러보다 28억 1000만 달러 늘어났다.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한은 김영배 경제통계국장은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늦추거나 축소하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자본재 수입이 줄어 경상수지 흑자폭이 늘어났다.”면서 “그러나 이는 향후 성장력을 제약할 수 있어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경제위협 발목까지… 내년 더 걱정”

    “경제위협 발목까지… 내년 더 걱정”

    “부지불식간에 경제 위험이 발목까지 차올랐다. 내년이 안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7일 경제 전망과 관련, 강한 경기 쇼크보다 느끼기 힘들 정도로 서서히 나빠지는 경기에 대비하기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3.4%를 기록하면서 3%대 경제성장률을 지속하는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는 것으로 보이지만 거시 대응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불황에도 신흥국의 견조한 발전은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을 촉발할 것으로 봤다. 무엇보다 앞을 예측하기가 이보다 힘든 시절이 있었나 싶다고 했다. 이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경영자총협회 포럼 강연에서 대외여건 악화로 내년 중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애초 전망치인 170억 달러보다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 총재가 이 같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 고위관계자의 경기전망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저성장 국면의 원인은 역시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장기화되고 있고, 유럽의 재정문제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힘들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2차 양적완화정책(QE2)을 시행하고도 풀린 돈이 기업 활동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폭이 커진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도 감소한다는 의미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낮은 것은 가계 부채로 인한 내부위축이 큰 원인이었지만 내년에는 글로벌 금융불안도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성장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17%로 7월(20.3%)이나 8월(24.4%)보다 급감했다. 지난달 70개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하락세로 전환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3~0.5% 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주요국의 경기둔화에도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은 고공행진이다. 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9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고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은 이날 ℓ당 1992.38원으로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자원절약형인 선진국의 성장이 둔화됐음에도 신흥국의 자원소비형 성장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저성장·고물가 현상은 국내에서도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이근태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에 진입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우려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내년에는 물가가 다소 꺾일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률 역시 3% 중반대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물가가 성장률을 넘는) 경기 둔화는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거시정책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금리인하가 해법이지만 가계부채의 가수요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채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반대로 금리 인상은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부추길 수 있다. 경기둔화가 부지불식간에 오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사용할 명분과 근거도 부족하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 정책 흐름이 가계나 은행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는 돈의 흐름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우선 정책기조를 내수 살리기에 맞춰 소비심리 위축을 막고 기업 투자에 인센티브를 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저성장 터널 본격 진입

    저성장 터널 본격 진입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 이어 연속 3%대에 머무르며 약 2년 만에 최저 수준을 지속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4.3%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은이 내놓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3분기 중 실질 GDP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분기와 동일한 수치로 지난 2009년 3분기 1.0%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지속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한 포럼에서 “(GDP가) 예상보다는 좀 낮았다.”면서 “설비투자가 늘지 않은 게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김 총재는 “8월 초에 미국의 신용도가 하락하고 자본시장이 불안정해지니 환율이 크게 상승했다.”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서 수입이나 수출이 다 불안정해지고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우리 경제의 핵심이던 설비 투자 자체가 상당히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도 한국경제와 관련해서는 “대외여건 악화로 내년 중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애초 전망치인 170억 달러보다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은 내년에도 4%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처럼 5~6% 수준으로 경제성장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으며 큰 변동성 없이 3% 후반에서 횡보하는 수준이 당분간 진행될 것”이라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했다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추정한 바 있다. 삼성·LG경제연구소 등 민간연구소들도 3.6%로 보고 있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데다 내수도 큰 폭으로 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LG전자 3분기 319억 영업손실

    LG전자 3분기 319억 영업손실

    LG전자는 올해 3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12조 8973억원, 영업손실 319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줄었고, 영업이익은 올 들어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1852억원, 2457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뒤 올 들어서는 1분기 1308억원, 2분기 1582억원의 흑자를 냈다. 부문별로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가 매출 5조 3685억원, 영업이익 1011억원을 기록했다. 유럽 경기 침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7.0% 줄었지만, ‘시네마 3D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이 늘어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LG전자는 설명했다. 반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부문은 매출 2조 7624억원, 영업적자 1388억원의 성적을 내놓았다. 전략형 스마트폰들이 기대만큼 실적을 올리지 못한 데다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량마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LG전자는 4분기 사업 전망과 관련해 “시네마 3D TV 및 스마트 TV 마케팅 활동 강화를 통해 수요 창출과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지영기자 @seoul.co.kr
  • 금융硏 “한국 내년 성장률 3.7% 전망”

    금융연구원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7%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26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2011년 금융 동향과 2012년 전망’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재정위기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내수도 올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9%로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3.6%로, 현대경제연구원은 4.0%로 예상한 바 있다. 연구원은 내년 경상수지가 세계 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로 올해(154억 달러)보다 적은 128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 더딘 세계경기 회복세의 영향으로 상승률이 올해 4.3%에서 내년 3.1%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은 내년 상반기 1130원, 하반기 1070원으로 연중 11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내년 우리 경제는 상반기에 부진하고 하반기 들어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유럽 재정 위기가 심해지고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이 발생한다면 국내외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날개 꺾인 LCD패널… 삼성·LG ‘OLED 승부수’

    날개 꺾인 LCD패널… 삼성·LG ‘OLED 승부수’

    글로벌 경기 침체로 TV, PC의 핵심부품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3분기에 삼성전자(LCD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 등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LCD 사업의 한계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승부를 걸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40~42인치 LCD 패널 가격 200달러선도 위태 21일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주력 제품인 40~42인치 초고해상도(풀HD) TV용 LCD 패널의 10월 후반기 가격이 보름 전인 10월 전반기보다 2달러(1%) 또 떨어져 206달러를 기록했다. 이미 원가 이하여서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인 상황인데도 가격이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다. TV용 LCD 패널은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지만 북미·서유럽 시장의 TV 판매 부진과 공급 과잉이 겹쳐 ‘제값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제품이 지난해 1~4월 340달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34달러나 급락했다. 같은 크기의 발광다이오드(LED) TV용 패널 제품도 5월 초 320달러에서 7월 후반기 315달러로 주저앉더니 이달 후반기에는 269달러까지 속락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500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46인치 TV용은 지난해 초 447달러에서 한 차례도 오르지 못하고 떨어지기만 하다 8월 후반기 300달러 벽이 무너진 데 이어, 이달 후반기에도 283달러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LG “OLED만이 살 길” 이처럼 글로벌 TV시장이 총체적인 부진에 빠지자 삼성전자(LCD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는 3분기에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LCD 산업이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내놓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에 매출 6조 2687억원, 영업손실 49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별 영업손실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줄어들었고, 손실액은 2분기 483억원에서 10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낸 LG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 누적적자(3371억원)를 더해 영업손실로만 연간 1조원 이상이 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앞서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역시 LCD사업부문에서 LG디스플레이와 비슷한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4분기부터 두 회사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흑자 전환 시기에 대한 예측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두 회사 모두 LCD 투자 규모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사업에 ‘올인’해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는 판단이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는 LCD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는 대신 7월 이전까지 55인치 OLED TV를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서울광장] 탐욕의 자본에 언제 제동을 걸 건가/오병남 논설실장

    [서울광장] 탐욕의 자본에 언제 제동을 걸 건가/오병남 논설실장

    한국이 국제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불린 지는 오래다. 좋은 투자처인 한국에 쉽게 들어와 이득을 챙긴 뒤 아무 걸림돌 없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라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온다. 또 외국인 투자가들은 선물시장과 역외외환시장을 이용해 주가가 떨어져도 돈을 번다. 다른 시장에서 본 손실을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산을 팔아 메우는 경우도 다반사다. 국제금융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우리나라 주가와 환율이 유독 심하게 요동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역, 특히 수출로 먹고사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친 것 또한 현실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외환시장의 빗장을 풀면서 최소한의 합리적 규제 카드를 남겨 놓지 않은 탓이다. 대외의존도는 높고 금융·주식시장은 실력 이상으로 열어젖혀 국제 투기자본을 제어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 없게 된 것이다. 이제라도 국제 투기자본, 특히 월가(街) 자본의 해악적 들락거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세계를 휘젓는 국제 투기자본의 총규모는 10조 달러 이상, 하루 거래 규모는 평균 1조 5000억 달러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000억 달러 수준이다. 또 현재 우리나라 증시 시가총액의 30%는 외국인 자본이다. 리먼사태가 터진 2008~2009년 2월 말 우리나라 증시에서 빠져나간 해외자금은 300억 달러에 이른다. 위기가 닥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토빈세’라는 외환거래세가 투기자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빌 게이츠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제안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토빈 미국 예일대 교수가 1978년 처음 주장했다. 고정환율제도의 근간인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함에 따라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국경을 넘는 자본에 과세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세금을 매기면 거래 비용이 늘어 핫머니 이동은 줄어 들게 마련이다. 브라질 등에서 주식·채권 거래에 부과하고 있다.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014년부터 유럽에 도입하는 방안을 유럽의회에 제출하고, 다음 달 프랑스 칸 G20 정상회의에서도 제안하겠다고 밝혀 더욱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영국 등이 내키지 않아 하는 데다 한 나라에서만 도입하면 효과가 없고, 오히려 자본이 급격히 유출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더구나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앞장설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심리적으로 불안하더라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경제의 더블딥, 유럽발 경제위기의 장기화 조짐 속에 우리 경제도 저성장이 예측돼 외환위기 재발을 막을 합리적 규제 카드는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감소 추세여서 더욱 그렇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선물거래 양도소득세 부과 방안조차도 부산지역 정서를 의식한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처리가 불투명하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금융 및 해외투자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니라 제조업 및 정보기술(IT)산업 등으로 대외수입을 얻는 나라여서 토빈세가 도입되면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영국 등과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전면 도입에 앞서 목표 환율을 벗어났을 때만 과세하는 절충안도 검토할 만하다. 중요한 건 무작정 중·장기 과제로 넘길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라는 점이다. 자본은 냉혹하고 탐욕스럽다. 통제 안 되는 상태로 방임하는 건 위험하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게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길이다. 우리는 이미 금융·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쏟아붓는 등 자본의 게걸스러운 속성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obnbkt@seoul.co.kr
  • “평창 마스터플랜·인프라예산 시급… 특별법 서둘러야”

    “평창 마스터플랜·인프라예산 시급… 특별법 서둘러야”

    “평창올림픽이 성공하도록 튼실한 초석을 놓겠습니다.”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창립총회에서 총괄 수장으로 공식 선출된 김진선(65) 초대 조직위원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국민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강원지사로, 평창유치위원회 특임대사로 지난 10여년간 지구 곳곳을 누비며 3번째 도전 끝에 동계올림픽 개최를 이끌어낸 김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은 국가적 대사이고 과업이다. 개최 자체가 대규모이고 복잡하다.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면서도 “조직위원장은 개인의 영광이며 큰 보람이 될 것이다. 어깨에 무거움을 느끼지만 모든 역량을 쏟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제 조건을 달았다. 개최 지역(강원) 정부와 주민이 참여하고 전 정부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 체육계는 물론 국회·국민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모두가 합심해야만 성공 개최가 가능하며 힘 있는 심부름꾼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원장 자리를 놓고 조양호 유치위원장과 치열한 경합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물었다. 김 위원장은 “정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한체육회(KOC), 강원의 고른 추천을 받았고 종합적인 판단일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올림픽 유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한 과정에서 얻어진 노하우, 구체적으로 축적된 인적 네트워크가 주효했다. 여기에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종합 행정이 요구되는 측면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소 비용·최대 이익 지향 고문으로 선임된 조 유치위원장의 역할에 대해서는 유치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고 올림픽을 많이 이해하고 있는 만큼 필요할 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출범 후 당면 과제는 무엇일까. 그는 “정밀하고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것이 바로 대회 교본이고 매뉴얼이며 초기에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음으로 특별법 추진을 꼽았다. 빠른 시일 안에 이뤄져야 성공 올림픽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인프라 등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공정을 관리하는 것도 필수라고 했다. 이와 관련한 사무처 운영 계획도 밝혔다. 사무처의 기조는 절약과 실질, 효율이며 조직을 일체화시켜 역량을 극대화시키겠다고 했다. 초기에는 필수 조직과 요원을 확보하는 대신 집중력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필요시 현실에 맞게 확대해 나가겠다며 여지를 뒀다. 초기 인원은 공무원 중심으로 최소 50~60명 선이다. 그가 생각하는 올림픽 성공 요건을 들어봤다. 대회 성공의 요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역시 선수·경기 중심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최고 기록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이 흑자 올림픽 달성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내겠다는 얘기다. 지속 가능한 유산이 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을 보탰다. 그리고는 평창올림픽을 정의했다. 경제·문화·평화 올림픽으로 만든다는 다짐이다. 첨단기술 올림픽이 될 것도 분명히 했다. 최우선으로 경제올림픽을 내세웠다. 단지 흑자가 나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로의 파급 효과까지 강조했다. 우리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수출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강원 지역에 대한 투자와 관광이 촉진되는 것까지 포함시켰다. 문화올림픽은 대한민국의 이미지와 국격,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게 요체다. 올림픽 경기 자체는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하다. 때문에 평창은 문화로 차별화할 생각이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문화 시연에 힘쓰겠다고 했다. ●전통·현대 아우르는 문화 시연 주력 다음은 환경올림픽. 기후변화시대를 맞고 있는 만큼 시설은 물론 자재·에너지까지 환경적으로 만들어 이른바 ‘그린올림픽’을 구현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평화올림픽. 대한민국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고 강원도 분단된 도라는 점에서 올림픽을 통해 평화 메시지를 전하고 남북 화해·협력의 장이 되도록 구상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픽 현안으로 꼽히는 알펜시아리조트와 스키 활강 경기장에 대해 물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평창 알펜시아는 올림픽의 핵심지구이다. 알펜시아가 활성화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다음이 활강 경기장이다. 친환경으로 건설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 많이 고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끝으로 평창올림픽의 의미에 대해 피력했다. 2018년에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리고 선진국에 진입할 것으로 확신했다. 따라서 평창올림픽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상징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정치·경제·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처럼 선진 한국, 선진 국민으로 도약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여겼다. 여기에 낙후된 강원이 크게 발전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며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했다. ●국민 참여 올림픽 되도록 노력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은 “올림픽을 국민들의 활력과 신명이 넘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가적 에너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참여해 만드는 올림픽이 되도록 하겠다. IOC의 선택이 역사적으로 빛나도록 하겠다. 위대한 대회가 되길 희망하며 초석을 다지는 데 앞장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中, 8월 美 국채 365억弗 매각… 신용하락 결정타?

    中, 8월 美 국채 365억弗 매각… 신용하락 결정타?

    중국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대폭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 조정된 지난 8월 중국이 미 국채 365억 달러어치를 순매각했다고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이 19일 미 재무부 발표를 인용, 보도했다. 8월 말 현재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1조 1370억 달러로 지난해 9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은 앞서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미 국채를 꾸준히 순매수한 상태여서 300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8월에 한꺼번에 줄인 것이 미 신용등급 하락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 국채를 줄이고 신흥국 채권 등으로 보유 자산을 다양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두정정(杜征征) 연구원도 “지난 8월 5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조정이 이뤄진 것과 중국의 미 국채 대량 매각이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미 국채 대량 매각이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는 점에서 크게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5월에도 325억 달러의 미 국채를 순매각했으며 6월에도 240억 달러를 재차 매각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2009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4개월 연속 미 국채를 줄였고, 특히 2009년 12월에는 342억 달러나 줄여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따라서 8월 말 이후 중국의 추가 매각 여부를 확인해 봐야 중국의 해외 자산 보유 포트폴리오의 변화 여부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럽 각국의 재정 위기와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유로화와 엔화 자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태여서 중국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미 국채를 대량으로 내다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한편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9월 말 현재 3조 2017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특히 무역흑자 등에도 불구하고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9월에 608억 달러 줄어들어 위안화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개입에 사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과도한 복지경쟁에 伊 시스템 붕괴”

    프랑코 디베네데티 이탈리아 전 상원의원은 18일 “이탈리아는 서구에서 정부가 통제하는 경제 부문이 가장 큰 나라”라며 “아주 관대한 복지 입법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아 결국 막대한 정부 부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디베네데티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시장경제 전문 연구기관인 자유기업원 주최로 열린 ‘이탈리아 재정위기, 원인과 교훈’ 강연회에서 “과도한 복지경쟁에 따른 광범위한 부패가 국가 시스템 붕괴로 이어졌다.”며 “이탈리아는 공공지출을 줄여 흑자 재정을 유지해야 하는데 어느 정당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드로 드 니콜라 변호사도 “복지 포퓰리즘의 두 가지 특징은 적이 꼭 필요하다는 것과 일관성이 있는 정치적 사회비전 없이 특정 집단을 위해 복지를 사용한다는 점”이라며 복지 포퓰리즘이 이탈리아 경제에 장기 침체를 가져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복지 확충이 자칫 잘못하면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보다 정치적 목소리가 큰 집단에 돌아갈 우려가 있다.”며 “대학생 반값등록금 시위는 이미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지원하고 있는데 중상위층에까지 지원하라는 것으로, 비합리적으로 정부지원을 요구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국가가 유지되려면 최소한 현 세대가 배고프다고 후손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무역흑자액의 39%가 FTA 체결국서 나와”

    우리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과의 무역에서 지난해 거둔 흑자가 188억 달러로 전체 무역흑자액의 3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FTA 국가의 무역비중이 17%인 점을 감안하면 FTA체결에 따른 교역확대가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18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FTA의 실증적 경제효과’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와 FTA를 발효중인 5개 국가 및 권역을 대상으로 교역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교역액은 1539억 달러를 기록했다. 조사대상은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 인도 등으로 지난 7월 이후 FTA가 발효된 유럽연합(EU), 페루는 제외됐다. 지난해 5개 국가 및 권역으로의 수출액은 863억 4000만 달러, 수입액은 675억 4000만 달러로 188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 교역총액이 8915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가 484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국가 및 권역의 무역 및 흑자비중은 각각 17.3%, 39%에 이르는 셈이다. FTA 발효전 교역규모가 925억 달러, 무역 흑자가 70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교역은 60%, 무역수지는 168% 늘었다. 2004년 FTA가 시행된 칠레의 경우 1년전 교역액이 18억 5000만 달러(수출 5억 2000만 달러, 수입 13억 3000만 달러)였으나 발효 7년차인 지난해 교역액이 71억 7000만 달러(수출 29억 5000만 달러, 수입 42억 2000만 달러)로 3배가 넘게 늘었다. 수출은 462%, 수입은 218% 늘어 수출증가 규모가 더 컸다. 2007년 관세가 사라진 아세안은 교역액이 618억 달러에서 지난해 973억 달러로 커졌고 무역수지 흑자는 23억 달러에서 91억 달러로 확대됐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내년 건보료 4% 오른다

    내년 건강보험료가 4%가량 인상될 전망이다. 지난해 인상률(5.9%)보다는 낮지만 올해 2000억원의 건보재정 흑자가 예상되고 있어 인상 수준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희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은 1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포괄수가제, 약값 인하, 고액종합소득 과세 기반 확대 등 기존의 정책을 꾸준히 수행해가면 향후 5년간 연평균 4% 수준의 보험료 인상률로 재정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만약 건보료가 4% 인상되면 내년 직장가입자 1인당 평균 보험료는 올해 7만 8941원보다 3158원이 올라 처음으로 8만원 선을 돌파하게 된다. 지역가입자는 2952원이 인상된 1인당 평균 7만 6751원이 된다. 최 정책관은 “인구고령화 등에 따른 자연증가 요인이 항상 있기 때문에 건보료를 동결할 여지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후속대책 보완해야 한·미FTA 비준 풀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절차가 미국 의회에서 완료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정작 우리 국회에서는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그제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무통상통일위원회에서 주최한 끝장토론이 민주당 측의 반발로 무산된 데 이어 어제는 전체회의마저 야당 측의 점거로 파행됐다. 현 상황에서는 협정 발효로 예상되는 피해 대책 등을 보완하기 전에는 비준동의안 처리가 어려운 국면이다.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자유선진당마저 선(先)보완 후(後)비준으로 방향을 정해 더욱 그러하다. 여야 합의 처리든,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든 보완 과정을 밟은 뒤에야 비준문제는 풀릴 수 있다. FTA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게 수치로 드러났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FTA 체결국과의 무역에서 지난해만 해도 188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뒤에 앉혀 놓고 “파는 만큼 사가라.”고 압박한 것은 한·미 FTA 이후에도 대미 무역 흑자가 여전할 것임을 미국 측에서 우려한다는 얘기다. FTA는 이처럼 국익에 보탬이 되는 것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국익에는 여야가 없는 것이며, 비준동의안은 여야 합의로 통과되는 게 최선이다. 민주당은 4대 불가론으로 더 이상 발목 잡지 말고 초당적으로 협조하는 결단을 보일 때다. 한나라당도 야당 측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내년 1월 발효를 목표로 한다면 시간이 많지 않다. 여야 간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되 끝내 강행 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더라도 보완 없는 강행 처리는 최악의 선택으로 화를 부를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의 반대를 발목잡기로만 깎아내리는 자세도 온당치 않다. 한나라당이 중소기업·농수산업 피해대책 등의 보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진정성을 보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민주당에는 정략적 발목잡기와 국익에 협조하는 것 가운데 어떤 선택이 현명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줄 수 있다. 설령 민주당이 끝내 타협을 거부한다면 합의 처리 약속을 뒤집을 수밖에 없는 불가피함을 국민이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 간판급 대기업도 “현금 부족”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뿐 아니라 간판급 대기업들의 현금 사정도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규모를 늘리거나 단기 차입을 확대하는 등 유동성 위험관리에 돌입했다. 17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3개 대형 상장사의 올해 연간 잉여현금흐름(연결재무제표 기준) 전망치는 7월 말 74조 4989억원에서 13일 현재 42조 9902억원으로 42.29%나 줄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에서 투자에 쓰인 현금을 뺀 돈이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18.29%가량 늘었지만, 세계 경기 악화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7.90%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적자로 바뀐 대기업도 12곳이나 됐다. LG디스플레이가 440억원 흑자에서 1472억원 적자로, 삼성물산은 3004억원 흑자에서 2042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CJ제일제당과 CJ E&M, 현대상선, 한국가스공사, 서울반도체, 한화, LS산전 등도 적자로 바뀌었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된 기업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며, 실패 시 심각한 경영난을 맞게 된다.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증가세를 나타낸 기업은 13곳(15.7%)에 그쳤고, 나머지 84.3%가 적자 또는 감소세를 나타냈다. 최대 수출기업인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 전망치는 7월 5조 9311억원에서 13일 현재 5조 3395억원으로 9.97% 줄었다. 현대차(-83.47%)·현대중공업(-51.55%)·하이닉스(-46.81%)·LG화학(-54.44%)·현대모비스(-43.94%)·롯데쇼핑(-66.85%)·호남석유(-43.48%)·현대건설(-80.75%) 등 대부분 간판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이 7월 말보다 악화했다. 대기업들은 4분기 현금 유동성도 걱정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500개사를 대상으로 ‘기업 자금사정지수’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4분기 지수는 ‘99’로 기준치 100에 못 미쳤다. 기업 자금사정지수가 100을 넘지 않는다는 것은 해당 분기 자금 사정이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대기업들은 현금이 부족하자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차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30조 92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증가했고, 이달 들어서는 14일까지 2조 1900억원의 회사채가 발행됐다. 지난 13일 현재 CP 발행 잔액은 63조 7489억원으로 작년 말 47조843억원에 비해 35.4% 늘었다. 황인덕 한국기업평가 평가기획실장은 “기업들의 현금 창출 능력이나 재무 안정성이 과거보다 많이 약화된 상황인데,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외부 여건마저 안 좋아진 만큼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며 “단기 차입 의존도도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만기 도래를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자동차·섬유·해운 ‘기회’… 농업·제약·소상공업 ‘위기’

    자동차·섬유·해운 ‘기회’… 농업·제약·소상공업 ‘위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그에 따른 득실 계산과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자동차, 섬유 등은 한·미 FTA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손꼽히고 있다. 전자, 해운 등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환영 성명을 내고 우리 국회의 조속한 비준안 처리를 촉구했다. 13일 재계 등에 따르면 경제계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경우 향후 10년간 고용 부문에서 35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5.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대미 무역수지는 연평균 1억 4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가뭄의 단비’ 이번 한·미 FTA의 최대 수혜자는 국내 자동차업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시장의 10배 규모이자 세계 최대인 1500만대 규모의 미국 시장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가 미국에 수출될 때 부과되는 2.5~25%의 관세는 한·미 FTA 발효 5년 뒤에 완전히 철폐된다. 이렇게 되면 일본이나 유럽연합(EU) 등 FTA를 체결하지 않은 경쟁국에 비해 수출에서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판매 부진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미 FTA 비준은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부장도 “한·미 FTA 발효로 수출 증가뿐 아니라 170여만명의 신규 고용 창출 등 직간접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입차업계도 한·미 FTA 비준 통과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미국 생산 차량 역시 국내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미국차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면서 “다만 독일차나 일본차 업체까지 FTA의 영향이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1177만 2000대로 전 세계 판매 대수의 20.1%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108억 6000만 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의 21.8%를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도 2.5~4%의 미국 관세가 FTA 발효 즉시 없어지면서 국내 부품업체들의 대미 수출 물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최문석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수출전시팀장은 “올해 1~8월까지 자동차 부품에서 30만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를 냈다.”면서 “한·미 FTA가 발효되면 최소 20% 이상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섬유 年1억8000만달러 수출 증가 섬유 역시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발효 즉시 1300여개 제품 중 상당수가 즉시 관세 철폐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연간 1억 80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항공업계, 해운업계 등 운송업계도 화물 물동량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과의 교역량이 늘어나고, 그에 비례해 인적 교류도 활발해지는 긍정적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삼성과 LG 등 주요 대기업이 멕시코나 미국 텍사스 오스틴 등 북미에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은 이미 무관세 혜택을 적용받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FTA 타결로 교역량이 확대되면 전반적인 수출 인프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반응을 보인다. 철강 분야는 제품 대부분이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FTA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다만 자동차 등 철강 수요 산업의 수출 증가에 따른 후방 효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유·화학업계 역시 FTA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원유나 석유제품 물량이 거의 없는 데다 항공유 등 일부 대미 수출제품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재계 “국회, 비준 적극 나서야”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와 전국은행연합회 등 경제 단체 등으로 결성된 FTA 민간대책위원회(민대위)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EU에 이어 미국 시장에 또 하나의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미국 의회의 한·미 FTA 이행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민대위는 “우리 수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코리아 프리미엄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수출 신장과 경제 선진화를 앞당기려면 우리 국회도 한·미 FTA 비준 동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경련은 별도 논평을 내고 “단일국으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FTA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섬유, 전기·전자 등 우리나라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한상의도 “미국과의 FTA가 발효되면 동북아의 자유무역 중심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는 “한·미 FTA는 무역 1조 달러 시대에 한국이 지속적으로 무역을 확대하는 데 새로운 성장 엔진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소상공인단체연합회 관계자는 “미국 대형 프랜차이즈의 진출이 본격화되면 소상공인들이 더욱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두걸기자·산업부 종합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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