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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대통령, “통일위해 주요국가와 협력 더욱 강화할 것”

    박 대통령, “통일위해 주요국가와 협력 더욱 강화할 것”

    박근혜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통일을 이루려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주요 연구기관 대표 및 주요 인사들과 만찬간담회에서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의 잔재인 한반도 분단 70년의 역사를 끝내기 위해 평화통일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북핵, 인권문제, 도발과 같은 북한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들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결국 한반도 통일”이라며 “통일 한국은 휴전선으로 가로막힌 역내 협력의 통로를 열게 됨으로써 동북아와 국제사회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해 평화롭고 번영한 세계를 만드는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저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앞으로 아태지역 협력과 번영을 위한 핵심 축인 한미동맹의 역할을 높여나갈 것”이라면서 “한미동맹의 외형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서 사이버 우주를 비롯한 새로운 분야에서의 협력을 제도화하고, 범세계적 문제에 공동대응하는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더욱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북한 도발에 대해서는 “도발과 보상의 악순환이 계속됐던 남북관계 패러다임을 원칙과 신뢰를 토대로 하는 지속가능한 관계로 바꿔나가려 하고 있다”며 “지난 8월 북한의 지뢰도발과 폭격으로 긴장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는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면서 대응했고, 결국 북한의 유감표명과 8·25 합의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을 하면서, 그러나 또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대화의 문은 한편으로 열어놓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토마스 허바드 이사장, ‘아시아 소사이어티’ 케빈 러드 정책연구소장(전 호주 총리), 조셋 쉬란 회장, ‘미국외교협회’ 로버트 루빈 이사장, ‘미국 외교정책협의회’ 로즈마리 디카를로 회장, ‘미국외교정책협회’ 노엘 라티프 회장, 리 볼린저 컬럼비아대학교 총장, 윈스턴 로드 전 주중 미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북핵과 한반도 평화통일 등 한반도 문제, 동북아 평화안정에 대한 한국의 역할, 미국과 중국 간 관계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뉴욕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문경을 돌아보는 이유/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문경을 돌아보는 이유/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에이, 또 뭘?’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기자도 처음엔 그랬다. 서울에서 184㎞ 떨어진 경북 문경에서 세계군인들이 체육대회를 연다는데 그런가 보다 했다. 문경 인구는 8만이 채 안 된다. 그런 외진 곳에서 120여개국 7500여명이 참여하는 국제종합대회를 연다는 게 거짓부렁처럼 들리기도 했다. 더욱이 그 대회란 게 역설로 가득한 촌극 같기도 했다. 총을 들고 싸워야 하는 군인들이 사격 대표들을 빼고는 총을 내려놓고 운동장을 뛰고 구른다. 19개 일반 종목 외에 전투기술을 스포츠로 변형한 군사 종목이 다섯 가지나 열린다.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도 대회 조직위원회가 희망을 버리지 않는 북한이 극적으로 참여한다면 그 아이러니는 극에 이를 것이다. 상상해보라.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250㎞의 휴전선 따라 대치하는 군인들이 한군데 모여 뛰고 구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어떻겠는지. 사격에 출전하는 북녘 군인들이 남쪽을 향해 겨눠야 할 총기를 들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면 그 자체로도 상징하는 바가 작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처럼 군인들이 모여 평화를 갈망하는 대회를 연다는 국제군인스포츠위원회(CISM)의 창립 취지에 이처럼 부합하는 이벤트가 전무후무할 것이다. 그들이 묵는 숙소를 남쪽 군인들이 빙 둘러 경호하고 차량에 태워 이동시키는 것도 색다른 장면일 것이다. 폐막일 여자마라톤에서 북한이 우승한다면 그 자체로 대회 성공을 함축하게 될 것이다. 다음달 2일 문경 오정산 자락에 자리잡은 국군체육부대 안 메인스타디움에는 120여개국 군인들이 저마다의 제복을 차려입고 입장하는 장관이 연출된다. 여기에 모든 참가 선수들이 조직위가 만든 솔저댄스를 함께 추는 보기 드문 모습도 볼 수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일찍 귀국하지만 이 대회는 군인들이 참여하는 대회인 만큼 폐막 때까지 붙들려 있게 된다. 경기장 신축을 자제하는 차원에서 김천, 안동, 영주, 영천, 상주, 예천, 포항 등 8개 시군에서 개최하는데 대회 조직위와 문경시 지원본부는 해외 무관 경력자 등을 참가국별로 100~300명씩 서포터즈단으로 묶어 선수단이 본국을 출발하기 전부터 인터넷이나 메일로 친분을 쌓고 대회 기간 응원하도록 조직했다. 각국 선수단이 지역 관광, 특산품 쇼핑, 향토 음식 등을 맛보게 할 계획이다. 지난 17~18일 미디어 팸투어를 다녀왔는데 거의 모든 경기시설과 훈련시설이 망라된 국군체육부대의 위용에 놀랐고, 그렇게 많은 군(軍) 인력이 차출돼 열심히 대회 준비에 매달리는 모습에 또 놀랐다. 1653억원밖에 안 되는 예산으로 군과 지방자치단체가 규모 있는 대회를 치러내기 위해 힘을 모은다는 것까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안타까운 점은 국민들이 여전히 대회 개최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남 선비들이 한양에 과거 보러 가기 위해 거쳐야 했던 새재 너머로 경사로운 소식이 맨 처음 들려온다는 뜻에서 문경(聞慶)이라 이름 붙여진 곳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한반도 전역으로 뻗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면 너무 낭만적일까? bsnim@seoul.co.kr
  • 안철수 vs 비주류 vs 신당… 불안한 文

    안철수 vs 비주류 vs 신당… 불안한 文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21일 재신임 투표 철회가 곧바로 대표 리더십의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안철수 ▲당내 비주류 ▲천정배 신당 등 문 대표 체제를 흔들 안팎의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새정치연합의 재신임 정국을 관통했던 중요한 키워드는 ‘안철수’다. 두 전·현직 당 대표는 이번 사태를 통해 서로 협력하며 경쟁하기보다는 적대적으로 공생하는 관계임이 드러났다. 김상곤 혁신위의 실패를 규정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안철수 의원은 앞으로도 문 대표와 차별화를 통해 당내 주도권 싸움을 더욱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온정주의 논란을 두고도 양측은 이날 평행선을 달렸다. 한명숙 전 총리의 대법원 유죄판결에 대한 당 안팎의 불복 움직임을 비판한 전날 안 의원의 발언과 관련, 문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섣불리 온정주의라고 하는 것은 당치 않은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안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문 대표 측으로부터 연락은 없었다며 “(당 부패척결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냈으니 그것을 받아서 당에서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조만간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등 당내 부패척결을 위한 입법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 측은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철회를 ‘종전’이 아닌 ‘휴전’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 문병호 의원은 “전날 연석회의는 일종의 간이 재신임 절차”라며 표면적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12월 9일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에 다시 당이 요동치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을 제기하기도 한다. 전날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결의문 가운데 “정기국회에 전념할 것을 약속한다”는 문구의 해석을 놓고 당내 일각에서는 비주류가 일보 후퇴하는 시점이 정기국회까지임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무엇보다 ‘문재인발(發)’ 재신임 정국 때문에 야당이 국정감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종걸 원내대표의 부담이 컸다는 후문이다. 당내 갈등요소 때문에 상대적으로 1월 창당을 선언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신당 선언은 출발부터 다소 힘을 잃은 모습이다. 현재 문 대표 체제가 정상화되고 있지만, 향후 새정치연합의 인적쇄신과 공천 작업에 따라 당이 다시 흔들리는 시점과 맞물려 ‘천정배 신당’이 외연을 확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이경형 칼럼] 캠프 그리브스의 ‘선무’

    [이경형 칼럼] 캠프 그리브스의 ‘선무’

    캠프 그리브스의 실내 체육관은 숙연했다. ‘DMZ국제다큐영화제’(9월 17~24일)의 개막식은 DMZ 남방 민간통제선 안에 있는 미군 철수 기지에서 열렸다. 지난 17일 저녁 개봉된 개막작은 ‘나는 선무다’였다. ‘선무’(線無)는 얼굴 모습 없이 실루엣으로만 등장하는 주인공 탈북 화가의 예명으로 ‘경계선이 없다’는 뜻이다. 선무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패러디하기도 하고, 남북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그리는 등 팝아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에서 미술을 전공한 선무는 인민군 복무 중 북한 체제 선전물을 주로 그렸다. 1998년 북한을 탈출한 그는 중국을 거쳐 2002년 한국에 와서 다시 그림을 배웠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나, 개관 당일 북측의 항의를 받은 중국 공안에 의해 봉쇄됐다. 이번 개막작은 바로 베이징 전시회를 열기까지 4주간에 걸쳐 그가 부딪쳤던 현실을 미국 영화감독 애덤 쇼버그가 담아낸 것이다. 남북 이념 대결의 엄혹한 현실을 절감한 그는 북한 세습체제의 풍자화를 그릴 때는 지금도 누군가 등 뒤에서 칼을 겨누고 있는 환상에 빠진다고 말한다. 그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 남한에 살고 있는 2만 8000여명의 새터민들도 북에 두고 온 혈육으로 인해 선무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한·미 동맹의 최전방 부대였던 미 2사단 9연대 2대대는 임진강 북안 언덕 위의 캠프 그리브스에 주둔했다. 휴전협정 체결 직전인 1953년 7월부터 2004년 8월 이라크의 미군강습사단으로 흡수, 이동되기 전까지 51년간 주둔했다. 북한이 남침할 경우 미군이 자동 개입하는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부대였다. 1976년 북한의 ‘8·18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캠프 그리브스는 미군 피살자 후송 및 후속 작전 수행의 전방 기지로 임무를 수행했다. 2년 뒤인 1978년 8월 당시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단계적인 철수 방침을 밝혔을 때, 가장 먼저 철수할 부대로 철책선에 인접한 이곳의 대대병력 800여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광복·분단 70년을 맞은 올해 개막작이 던지는 탈북 화가의 고뇌에 찬 메시지는 700여 관객을 뛰어넘어 DMZ를 끼고 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마구 흔들었다. 다큐멘터리 ‘선무’가 주는 감동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주둔했던 미군 철수 기지라는 상영 장소와 맞물려 여운이 길었다. 영내 농구시합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미군 병사들의 함성이 아직도 들리는 듯한 낡은 체육관은 결코 전쟁의 상흔을 반추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DMZ와 함께 일상을 살고 있는 대성동, 통일촌, 해마루촌 사람들의 평화와 남북 소통을 간구하는 염원이 장내를 메웠다. 남북 간에 새로운 희망의 신호를 기다리는 ‘DMZ 사람들’에게는 DMZ가 더이상 남과 북을 갈라 놓는 경계선이 아니다. DMZ의 생태는 이미 남북의 경계를 지우고 하나의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정치군사적 분단은 어느덧 70년을 넘어가고 있지만, 숲의 생태는 이미 통일을 이룬 탓이다. 다음달 하순에는 남북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예정돼 있다.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도 코앞에 다가왔다.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이산상봉 이전에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지만, 남북 관계를 유리그릇처럼 조심스럽게 다뤄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통일로 가려면 먼저 분단의 평화적 관리라는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캠프 그리브스는 주한미군이 2007년 이후 한국 측에 반환한 40여개의 기지 가운데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미군 철수 기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DMZ 평화공원’의 후방 지원시설로 활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기지의 절반은 이미 국군 보병사단 예하 대대가 사용하고 있지만, 절반만이라도 원형을 잘 보존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한국 현대사의 안보문화유산으로 가꿔 가야 한다. 주필
  • ‘전쟁 없는 세상’ 얼마나 좋을까요

    ‘전쟁 없는 세상’ 얼마나 좋을까요

    올 추석 한국 영화 기대작 중 한 편인 ‘서부전선’이 베일을 벗었다. 추석에는 국내 영화계 4대 메이저 배급사 중 세 곳에서 신작을 내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암살’과 ‘베테랑’으로 나란히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쇼박스와 CJ E&M이 각각 ‘사도’와 ‘탐정’을 내놓은 가운데 ‘서부전선’은 상반기 부진을 만회하려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야심작이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계의 단골 소재인 남북 분단을 다루고 있다. 여전히 대립과 긴장 완화를 반복하는 남북 관계는 늘 마음이 무거워지는 숙제와도 같다. 때문에 영화적 소재로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실제로 이 영화의 제작 보고회 직전 서부전선을 둘러싸고 확성기 설치, 포격 등으로 남북의 긴장 관계는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부전선’은 냉랭한 남북 관계를 따뜻한 휴먼 코미디로 녹인 영화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남북 간 휴전협정(1953년 7월 27일) 직전의 마지막 3일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천성일 감독은 이 시점을 택한 이유에 대해 “휴전 협정이 계속 진행되고 심지어 발효가 된 뒤에도 서부전선에서는 사기 진작을 위해서 비밀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 장의 비밀 문서에서 시작된다. 농사를 짓다 전쟁터에 끌려온 남복(설경구)은 일급 기밀문서를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전달하라는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갑작스러운 적의 습격으로 부대가 전멸한다. 이 문서는 교전 도중 탱크와 함께 홀로 남겨진 열여덟 살 어린 북한군 영광(여진구)의 손에 들어간다. 영화는 무사귀환을 꿈꾸는 두 사람이 비밀문서를 서로 손에 쥐기 위해 벌이는 소동이 주를 이룬다. 협박과 회유를 반복하는 탱크 안은 전쟁터의 축소판이다. 이념의 충돌도 발생한다. “미제의 앞잡이를 벗어나 민족을 해방시켜 주겠다”는 영광의 외침에 남복은 “내가 니들한테 해방시켜 달라고 부탁을 했어? 사정을 했어? 애기 얼굴도 못 보고 이게 무슨 XX이여!”라며 쏘아붙인다. 난투극 끝에 누가 총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탱크의 방향은 남과 북으로 엇갈리기를 반복한다. 긴장은 점차 고조되고 서로 총구를 겨누던 두 사람은 서로 방아쇠를 당기고 만다. 비극적 결말? 아니다. 인류로서 존재의 소중함과 민족의 동질성은 이념의 강팍함과 전쟁의 냉엄함을 뛰어넘는다. 인류애적 위대함을 보여주는 장치는 곳곳에 깔려 있다. 남복이 우연히 북한 마을에 들어가 위협을 하지만 주민들은 오히려 그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준다. 초상집에서도 아기가 태어나는 현실을 통해 전쟁통에도 새 생명은 태어나고 인간의 삶은 이어진다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한다. 서로 반목하던 두 사람은 남복이 아내와 배속의 아이를 두고 온 사연을 털어놓고 영광이 형들이 모두 전쟁통에 죽고 홀로 계신 어머니를 봉양해야 한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점차 가까워진다. 영화는 문서의 정체도 모르고 쫓기만 하던 남복이 “우리가 뭘 알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라는 대사를 통해 전쟁의 무의미함과 비인도적인 문제를 고발한다. 1959년 발표된 선우휘의 소설 ‘단독강화’를 시작으로 영화 ‘웰컴 투 동막골’, ‘고지전’, ‘적과의 동침’ 등 수많은 영화와 문학에서 북한군과 남한군의 이념을 넘어선 우정과 민족애는 여러 차례 다뤄져 왔다. 물론 이 영화도 그런 클리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마치 연극 무대 위 배우를 보는듯 두 주인공에게만 집중해 소소하고 일상적인 코미디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전쟁영화는 아니지만 자칫 썰렁해 보일 수 있는 구성을 메운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설경구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푸근한 40대 아저씨로, 여진구는 어리바리하지만 혈기 왕성한 10대 소년병사 역을 맡아 상호보완적인 시너지를 냈다. 이들이 나이와 이념을 넘어 우정을 확인하는 순간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드라마 ‘추노’와 영화 ‘7급 공무원’, ‘해적:바다로 간 산적’의 각본을 썼던 천성일 작가의 감독 데뷔작이다. 아기자기하게 날리는 잽펀치는 많지만 관객을 단번에 휘어잡는 몰입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24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6·25 전사자 유해, 64년만에 가족 품으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사나이’를 촬영하던 도중 발굴한 6·25전쟁 참전 용사의 유해를 추석을 앞둔 23일 유족들에게 전달한다고 18일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1950년 입대해 1951년 전사한 정성준(당시 21세) 하사의 유해를 64년 만에 대구에 거주하는 동생 정문웅(68)씨와 여동생 정수조(72)씨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화배우 이규한(36)씨는 지난 5월 강원 화천군 내성동리 일대에서 호국보훈의 달 특집 ‘진짜사나이 유해발굴감식단편’ 촬영에 병사로 참가하던 도중 정 하사의 인식표를 발견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이를 근거로 병적 자료 확인과 유전자 감식 작업을 거쳐 유해의 신원이 육군 6사단 7연대 소속이던 정 하사임을 확인했다. 정 하사는 1950년 9월 20일 제6사단 7연대로 입대해 용문산 전투 등에 참전했고, 휴전 회담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고지 쟁탈전이 치열하던 1951년 8월 2일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문웅씨는 “하늘에 계신 부친께서 당시 전사자 통지서를 받고 유품을 뒷산에 묻으셨다”면서 “추석을 앞두고 형님의 유해를 찾게 돼 분명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열린세상] 북한 지역도 일기예보를 해야 한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열린세상] 북한 지역도 일기예보를 해야 한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어떤 정보가 반복적으로 제공되면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고 그것은 나쁜 의미에서가 아닌 일종의 ‘세뇌’가 되기도 한다. 가령 남자는 치마를 입지 않고 바지를 입는다거나 짜장면은 단무지랑 먹는 게 좋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세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세뇌 심리학의 이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것 중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언론이나 방송이 내보내는 ‘일기예보’도 그중 하나에 해당한다. 지상파 텔레비전이나 언론사에서 내보내는 일기예보는 우리나라 전반이나 특정 도시의 날씨뿐 아니라 남북한의 지형 등에 대한 생각까지도 규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기예보는 비단 날씨 정보에만 한정되지 않고, 우리나라의 통일에 대한 국민 정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이나 지상파 텔레비전의 일기예보는 한반도 가운데서 북한 지역은 싹둑 잘라 내고 남한 지역만의 일기예보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극히 일부 언론사가 휴전선 이북의 개성, 금강산 등의 일기예보를 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북한 지역을 제외한 뉴욕, 도쿄, 베이징, 모스크바, 파리, 런던 등 세계 주요 지역의 날씨까지도 예보한다. 심지어 기상청 홈페이지에서조차도 북한의 날씨 정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언론사의 경우는 일기예보를 대부분 민간 회사에 맡기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일기예보를 맡아서 제공하다 보니 이들은 일기예보가 통일에 대한 국민의 의식 같은 데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2000년대 초 언론사가 지면을 늘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일기예보를 직접 챙기기보다는 외주를 주고 있는 것이다. 남한 지역만의 일기예보는 우리나라 관광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의 일기예보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도 한다. 언론들이 일기예보의 중요성을 깊게 인식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부는 현재 남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을 700여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8월 남북한 고위급 회담 이후 이산가족 상봉이 다음달 20일부터 26일까지 2박3일씩 두 차례 이뤄질 예정이다. 이산가족은 자나깨나 고향이나 부모형제를 그리워하고 있다. 지금처럼 계절이 바뀌거나 비가 오거나 시나브로 눈이 오면, 또 지금처럼 명절을 앞두고 있으면 고향 날씨가 무척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이나 언론은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 주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필자는 예전에도 이점을 지상(2014년 7월 25일자 서울신문)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아쉽게도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여파는 작지 않다. 지상파 텔레비전이나 신문이 우리나라 전체가 아닌 남한 지역에 한정된 일기예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알게 모르게 ‘마음의 분단’을 고착시키고, 이것을 강화·세뇌시킬 수 있는 소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에 대한 간절함보다는 통일에 대한 생각을 흐려지게 할 수도 있다. 더구나 이것은 ‘대한민국의 영토가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라는 우리나라 헌법 제3조의 규정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우리의 영토에 대해 일기예보 측면에서는 ‘영토권’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굳이 이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런 모습은 세계화 시대의 성숙한 방송이나 언론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세계 유수의 방송사나 언론은 국경을 초월해 세계 거의 모든 곳의 일기예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통일은 시대를 떠나 우리에게 부여된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달래 주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더 큰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통일은 크고 작은 노력을 해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 지역의 일기예보도 인도주의를 떠나 통일의 작은 기초로서 대단히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 [소비자의 선택] 사과

    [소비자의 선택] 사과

    사과는 과일의 대명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과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정도다. 한가위 선물로 사과상자가 오가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오랜 미풍양속이다. 4000년 전부터 재배해 온 것으로 알려진 사과가 우리나라에는 1901년 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북위 30~50도 지대에서 자라는 한대성 식물이어서 일교차가 큰 고랭지에서 많이 재배된다. 각 지역마다 최고 명품 사과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각종 품평회 휩쓴 당도 높은 청송사과 경북은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이다. 재배면적과 생산량 모두 전국의 60%를 넘는다. 이 중에서도 ‘청송사과’는 전국 사과 가운데 최고의 브랜드를 자랑한다.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품평회에서 최고상을 휩쓸었다.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청송사과’는 당도가 높고 저장성이 좋으며 육질 또한 단단해 씹는 맛이 일품이다. 평균 당도가 16브릭스로 타지산보다 월등히 높다. 빛깔이 곱고 과즙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농약이나 화학비료 대신 산야초와 농업부산물 등 유기질 비료 등을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재배되는 것도 고품질 사과 생산에 한몫한다. 청송사과에는 ‘꿀맛 사과’ 또는 ‘명품 사과’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다른 지역산 사과보다 10~20% 더 높게 값이 형성되고 있다. 청송군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1994년 청송의 지명과 사과를 합성한 ‘청송사과’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했고 2007년에는 지리적표시제 등록까지 마쳤다. 또 매년 서울광장에서 청송사과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청송 꿀맛사과 전국산악마라톤대회도 열고 있다. 청송에서 생산되는 기능성 사과인 폴리페놀사과와 비타칼슘사과 등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러시아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추석사과의 대표 선수 장수사과 장수사과는 대한민국 대표 추석사과로 유명하다. 전국 추석사과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9월에 출하되는 품종인 ‘홍로’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를 제공한 것도 장수사과다. 해발 400m가 넘는 고랭지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타 지역보다 빨리 시장에 출하된다. 장수사과는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사과 재배기술을 배워 와 타 지역보다 5년 이상 앞선 재배기술을 자랑한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청정 고랭지의 지역 특색을 살려 당도 높고 과즙이 풍부하며 아삭거림이 뛰어난 고품질 사과를 생산한다. 가락동 농산물시장 등에서 ‘특별대접’을 받는다. 강서구 장수농업기술센터 과수연구팀장은 “장수사과는 출발은 타 지역보다 늦었지만 앞선 재배기술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시장에서 인정받은 상품”이라며 “특별히 배합한 유기질 비료와 타 지역보다 월등히 적은 병충해 소독으로 고품질 저공해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토밭서 생산하는 국가대표 예산사과 충남 ‘예산사과’는 전통적으로 유명하다. 국내 사과 재배 초기인 1920년대 초 고덕면에서 처음 재배됐다. 예산사과는 맛이 좋고 당도가 뛰어나며 향이 진하다. 수분이 많고 식감이 아삭아삭하다. 예산은 국내 최대 예당저수지가 있고 토질이 대부분 황토여서 질 좋은 사과를 생산하는 데 적격이다.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 사과들보다 색깔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 흠이다. 대부분 추석 전에 출하하는 조생종 ‘홍로’와 나중에 따는 ‘부사’를 재배한다. 올해 1월부터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국가대표’ 사과가 됐다. 러시아에 수출도 한다. 2008년에는 예산농산물유통센터를 설립해 ‘애플리나’라는 브랜드로 출시하고 있다. 박주석 센터장은 “예산은 오랜 역사만큼 재배 노하우가 뛰어나 질 좋은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외국인이 더 좋아하고 수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달착지근한 뉴질랜드산 ‘엔비’와 속까지 빨간 스위스산 ‘레드러브’를 들여와 재배했고 올해 출하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출신인 탤런트 정준호 부부가 예산사과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맛, 향, 빛깔 고루 갖춘 명품 충주사과 충북 충주사과는 명품사과로 불린다. 맛과 향, 빛깔 등 3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어서다. 과육이 단단해 저장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충주사과의 품질이 뛰어난 것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은 충주 지역 날씨 때문이다. 농산물파워브랜드 대상, 자랑스러운 명품대상, 세계명품브랜드 대상 등 잇단 수상기록이 충주사과의 품질을 보증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2003년 충주시 동량면 대전리에 사과과학관을 건립했다. 1912년 재배를 시작한 충주사과의 정통성과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세워졌다. 사과와인, 사과국수, 사과막걸리, 사과순대 등 사과를 응용한 식품 80여점도 개발했다. 충주에는 1997년 조성된 5.8㎞의 사과나무 가로수도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사과는 지역 복지시설에 전달된다. ●신맛 없고 큰 밀양 얼음골 꿀사과 밀양 얼음골사과는 영남의 알프스로 불리는 천황산·가지산 자락에 위치한 경남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 일대에서 생산된다. 다른 평지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보다 당도가 높고 산도는 낮아 달고 신맛이 없으며 크기가 크다. 일명 꿀사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후·지형·토양이 사과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성분 분석 결과 밀양 얼음골 사과의 당도는 14.06으로 전국 평균 13.3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밀양 얼음골사과가 생산되는 산내면 지역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로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산 아래 15~30%의 경사가 진 구릉지여서 주·야간 일교차가 크다. 개화는 빠르고 수확은 늦게 할 수 있어 경쟁력 있는 고품질 사과를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이다. 밀양 얼음골사과는 2006년 정부에서 인증하는 지리적 표시 등록 제24호로 등록된 데 이어 지리적 단체포장 등록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얼음골 일대의 자연환경 때문에 사과맛이 우수하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기온차 커 꿀이 가득 밴 양구 펀치볼 사과 휴전선을 지척에 둔 최북단 강원 양구 해안면 ‘펀치볼 사과’는 꿀사과로 유명하다. 밤낮의 기온차가 12~13도에 이르다 보니 당도가 다른 지역 사과보다 월등히 높다. 펀치볼 사과는 서리를 맞추어 육질에 꿀을 바른 것 같은 ‘홍로’와 과일 세포마다 고르게 당도를 유지시키는 ‘부사’ 두 가지 품종이 주로 생산된다. 육질이 아삭하면서 단단해 저장성도 최고로 꼽힌다. 이듬해 4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결실기인 가을철 강한 햇빛으로 색깔도 선명하다. 지난해에는 전국 과수 품질평가 사과 부문(홍로) 우수상을 수상하며 공식 명품사과로 인정받았다. 주변에는 공장지대 등이 없고 무공해, 유기농으로 재배된다. 위도가 높아 한겨울 모든 것이 얼어붙지만 작은 분지로 이뤄진 펀치볼 지역은 사과나무가 얼지 않고 생존이 가능해 5~6년 전부터 대량 사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열린세상] 남북 음악인의 합동음악회를 꿈꾸며/이원철 코리아심포니 대표

    [열린세상] 남북 음악인의 합동음악회를 꿈꾸며/이원철 코리아심포니 대표

    제1차 세계대전 중 격전지의 한 장면이다. 치열한 전투를 끝낸 어느 날 밤 대치하던 양 진영에 휴식이 찾아든다. 지쳐 있던 양측 병사들이 긴장과 피로를 잠시 내려놓고 있던 그즈음 연합군 소속이던 스코틀랜드 종군 신부가 백파이프를 잡고 ‘아임 드리밍 오브 홈’(I’m dreaming of home)이라는 노래를 연주한다. 그 노래는 당연히 불과 100m 앞에 대치하고 있던 독일군 병사들의 귀에 흘러들어 간다. 음악 소리에 잠시 어리둥절하던 독일군 진영에서는 웅성거림이 일었다. 그 순간 저격수에게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독일군의 한 장교가 참호 밖으로 몸을 드러내 ‘사일런트 나이트’(Silent Night)를 부르며 화답한다. 마치 경연과 같은 작은 음악회는 그렇게 시작된다. 그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서로 저격하기 위해 증오와 투쟁심에 젖어 있던 ‘적’과 ‘적’은 그날 밤 기적 같은 자기들만의 ‘휴전’의 시간을 만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의 뭉클한 장면이다. 얼마 전 DMZ 내에서 일어난 목함지뢰 사건으로 제2의 한국전쟁을 예감하는 불안이 온 사회에 퍼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영화를 떠올려 보았다. 음악이란 것이 어쩌면 사람들 마음속 깊이 잠재해 있는 평화의 염원 같은 것을 자극하는 뇌관 같은 것이 아닐까. 다행히 전쟁 일보 직전을 떠올리게 하던 남북의 전운은 긴 협상 끝에 공동합의문 발표를 통해 마무리됐다. 이산가족 재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재개와 당국자 간 대화 채널 재개통,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교류의 활성화 등이 주 내용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었다. 힘겨룸은 늘 불안하고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만 남겨 준다. 그래서 음악을 다시 생각해 본다. 무기의 경합은 서로 상처를 주지만, 음악을 통한 경합은 늘 서로에게 이로움으로 작용하지 않던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필자의 경험을 떠올려 본다. 필자는 몇 년 전 서울시향 재직 당시 남북합동음악회를 추진한 적이 있다. 서울시향과 북의 은하수교향악단은 가까운 시일 내 남과 북이 함께 연주하자는 데 동의했다. 그 일환으로 2012년 3월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의 은하수교향악단과 한국의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합동공연이 진행됐다. 당시 합동공연에서는 서울시향에 근무하는 여러 명의 해외 교포들이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측으로 함께 참여해 연주했다. 북의 교향악단은 우리의 교향악단과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악기 편성 및 연주, 운영체계 거의 모든 면에서 달랐다. 그들의 교향악단은 서양 악기인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과 개량 악기인 21현 가야금을 비롯해 옥류금, 장새납과 같은 동서양 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교향악단 형태였다. 공연의 제1부는 북한 지휘자의 은하수교향악단 연주였다. 북의 전통 악기와 서양 악기가 혼성된 배합곡과 생상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등이 연주됐다. 제2부에서는 정명훈 지휘로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과 앙코르로 ‘아리랑’을 연주했다. 당시 파리 살 플레엘 극장에서는 프랑스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과 각국 대사, 언론인들이 관람했는데 연주자들과 관객들의 감흥은 매우 컸다. 파리 공연이 끝난 지 벌써 3년여 세월이 흘렀다. 남북의 음악 교류는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소원해졌다. 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남북 합동음악회가 열릴 날을 꿈꾼다. 이번 여름의 아찔한 사건을 떠올리며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어 나가는 데 남북 합동음악회 개최가 절실하다. 다만 남북이 서로 다른 체제에서 육십 년 넘게 대립한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음악을 매개로 한 남북의 만남이 정치적인 목적이나 체제 선전에 이용돼서는 안 되고, 통일을 가정해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순수 예술로 문화적·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남과 북의 문화예술인은 예술적 협동 작업을 통해 질적 교류의 폭을 더욱 넓혀야겠다. 이를 위해 통일부와 문화부를 중심으로 관은 물론 민간단체가 어우러지는, 민관 거버넌스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게 음악을 매개로 우리가 지혜롭게 접근한다면 영화에서의 짧은 평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에 기여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 국내여행 | 숱한 시간의 흔적 교동도

    국내여행 | 숱한 시간의 흔적 교동도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걸까?소곤소곤 들려오는 교동도의 옛 향기에 차분히 집중했다.디디는 발걸음마다 애틋해진다.비로소, 한 발 더 가까이 멀게만 느껴졌던 교동도가 가까워진 지 벌써 1년이다. 섬에 들어가기 위해 강화도에서 배를 타야만 했던 불편이 지난해 7월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해소되는 듯했다. 하지만 교동도는 연백평야까지 불과 3.2km인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 속한다. 자국민일지라도 신분증을 검사받는 등 군부대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외부인은 일출 전 30분부터 일몰 후 30분까지만 교동대교를 통행할 수 있었다. 반가운 소식은 지난 6월부터 방문객에게 교동대교를 자정까지 연장해 개방한다는 것. 비로소 교동도에 한 발 더 가까워진 셈이다. 주민들에게 24시간 통행이 허용된 것도 지난 6월 초부터였으니 교동대교의 의미를 되새겨 볼 만하다.교동도는 우리나라에서 14번째로 큰 섬이다. ‘구름에 뜬 섬’이라는 뜻의 대운도戴雲島가 원래 이름이었다. ‘하늘에 닿을 새’라는 의미로 달을신達乙新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고구려 때 처음으로 현縣을 두어 고목근현高木根縣이라 했고 신라 경덕왕 때 교동현이라 한 것이 오늘에 이른다. 강화 나들길의 교동코스 중 하나인 ‘다을새길’은 옛 지명 달을신의 소리음인 다을새의 이름을 따서 탄생했다. ‘나들길’이란 나들이 가듯 걷는 길이라는 뜻으로 1906년, 화남 고재형 선생이 강화도의 유구한 역사와 수려한 자연을 노래하며 걸었던 강화의 끊어진 길을 연결했다. 총 19개의 코스, 20개 구간으로 310.5km에 이른다. 이 중 교동도에는 2개의 코스, ‘다을새길’과 ‘머르메 가는 길’이 있다. 월선포를 출발하여 교동향교, 화개사, 화개산 정상, 석천당, 대룡시장, 남산포, 교동읍성, 동진포를 둘러보는 9코스(교동 1코스)는 약 16km. 장장 6시간이 걸리는 걸음이었지만 애틋하기만 했던 교동도 이야기.화개산 아래로 보이는 시간의 흔적 비가 제법 잦아들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해발 259.6m로 비교적 낮지만, 교동도에서는 가장 높은 화개산을 오르기에 선선한 날씨다. 오르는 내내 눈에 들어오는 푸름과 중턱에서 보이는 교동도의 모습이 정상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다소 가파르지만 속도가 더디어도 곳곳에서 소곤소곤 들리는 옛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화개산 약수터, 화개산성의 외성과 내성의 북벽이 교차하는 지점인 북벽망루北壁望樓, 자연숭배 신앙의 흔적으로 보이는 성혈바위 등 볼거리가 쏠쏠하기 때문.정상에 다다르자 한 장의 정지된 사진을 보는 듯 모든 것이 멈춰 있는 풍경과 마주한다. 드넓은 교동평야 뒤로 섬들과 산이 교차하여 내다보인다. 교동도에는 논이 약 2,640만 평방미터, 밭이 660만 평방미터로 모두 3,300만여 평방미터의 농경지가 자리한다. 간척사업을 통해서 농경지가 마련된 것으로 강화도에서 경작지 면적이 가장 넓고, 호당 경지면적도 가장 넓다. 동쪽 교동대교를 시작으로 오른쪽으로 조금씩 눈을 돌리면 석모도, 상주산, 남산포, 기장섬, 주문도, 미법도, 서경도를 차례대로 음미할 수 있다. 흐린 날씨 탓인지 지도상의 ‘말도’는 눈으로 짚어지지 않았다. 반대쪽으로 발길을 돌리다 보면 서북쪽 휴전선 너머로 너무 가까워 믿기 힘들 정도의 거리에 황해도 연백평야가 뿌옇게 펼쳐져 있다.교동도는 연산군 유배지로 유명한 섬이기도 하다. 고려 희종, 안평대군, 임해군, 능창대군, 폐비 류씨, 익평군, 영선군, 은언군 등 이곳으로 많은 왕과 왕족, 귀족이 유배됐다고 한다. 교동도는 ‘돌아오지 않는 섬’이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있는데, 유배당한 이들 대부분이 이곳을 빠져나오지 못해 얻은 호칭이다. 하지만 옛날 사적은 물론 유배지도 분명한 자료가 남아 있지는 않아 전설과 추정으로만 전해지고 있다.조선시대 선조들도 찜질방을 즐겼던 걸까. 연산군 유배지로 추정되는 화개산 서쪽 자락에는 돌무덤으로 보이는 한증막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문화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조선 후기에 만들어져 1960년대까지도 간간이 사용했을 거라 추정된다고 한다. 화개산은 이 모든 역사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야외 박물관인 셈이다.그 많던 제비는 대룡시장에 있었다 옛것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 있다고 소문나면 너도나도 그 모습을 담아 오려고 애쓴다. 교동대교가 들어서기 전 대룡시장은 그런 이들에게 호기심과 정복의 대상이었다. 1960~70년대의 영화세트장을 옮겨 놓은 것 같은 골목은 옛것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물들지 않은 역사 그대로의 모습이다. 연백군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고향에 있는 연백장을 본떠 만든 골목시장으로 활기도 잃고 촌스럽지만 정겹고 순박하다. 기나긴 시간이 흘렀지만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실향민들 때문인지 아련한 공기가 감돈다. 그나마 몇 개 남지 않은 점포들이 있는 시장을 둘러보려면 10분도 넉넉하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을 느리게 또 느리게 둘러본다. 2명이 오갈 수 있을 법한 좁은 골목도 한산하다. 관광객보다 주민을 마주치는 일이 더 어려울 정도로 적막하다. TV를 통해 그나마 낯익은 교동이발관, 동산약방, 거북당이 외지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뿐.고요함을 뚫고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제비다. 애잔한 실향민들의 보살핌으로 매해 둥지를 틀었나 보다. 처마 밑 곳곳에 제비집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운 좋게 새끼 제비들이 있는 둥지를 찾았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 귀여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자니 미안한 마음이다. 새끼 제비가 불안하지 않게 거리를 유지해 주어야 할 것 같다.최신식으로 보태어 꾸미지 않아 더욱 소중했고 어디를 둘러봐도 옛것 그대로의 교동도다운 모습을 담아 올 수 있어서 뜻깊다.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옛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교동도에서는 따스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학문적인 지식은 조금 흘려 지나도 괜찮다. 멈춰 있는 시간에 다가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결고리가 있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는 자연이 기다리고 있으니.▶travel info 교동도인천유형문화재 28호 교동향교 가장 오래된 향교 중 하나인 교동향교喬桐鄕校는 고려 인종5년(1127년)에 화개산 북쪽에 지었으나 조선 영조17년(1741년)에 현재 위치로 옮겼다. 고려 충렬왕12년(1286년) 당시, 안유선생이 원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공자와 십철十哲의 초상을 모셔 왔다고 전해진다. 제사와 교육의 공간이 결합해 있는 향교에서는 매년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를 위시한 성현들을 추모하고 덕을 기리기 위한 ‘석전제釋奠祭’ 행사가 펼쳐진다. 8월 말까지 교동향교 내 전통건축물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인천기념물 23호 교동읍성화개산 남쪽의 읍내리에 있는 교동읍성은 조선조 인조7년(1629년) 수영이 설치되었을 때 축조된 것으로 도읍 전체를 둘러싸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아 주민을 보호하고 군사적·행정적인 기능을 함께했다. 성의 둘레는 약 430m, 높이는 약 6m로 동, 남, 북에 3개 성문이 있었다. 현재는 반원 형태의 남문인 홍예문만 남아있다.교동 정미소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삼선리 교동 정미소는 부부가 20년 넘게 운영하는 교동도에서 가장 오래 된 방앗간이다. 대룡시장의 모습처럼 옛 자취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350가마를 찧는데, 쌀이 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모두 지켜볼 수 있다. 전기 대신 아직도 기름으로 모터를 돌려 쌀을 찧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교동도는 섬임에도 불구하고 논과 밭이 많고 벼농사가 발달했다. 축산농가가 없어 맑고 깨끗한 농업용수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교동북로 183 삼선리정미소 032 932 1887강화 교동 나들길 여행상품DMZ와 접경지역 10개 시·군을 대상으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DMZ관광주식회사(대표 장승재)에서 교동대교 1주년 기념으로 출시한 교동도 당일여행 관광상품. 나들길 화개산과 연계한 교동문화 중심의 A코스와 역사 문화 농촌 관광자원 중심의 B코스로 운영될 예정이다. 7월부터 매주 주말 출발하며 단체의 경우 주중 출발도 가능하다.02 706 4851 www.dmztourkorea.com 3만3,000원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유리취재협조 DMZ관광주식회사 www.dmztourkorea.com☞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톈안먼 성루 위 朴대통령… 한·중 새 시대로

    톈안먼 성루 위 朴대통령… 한·중 새 시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3일 톈안먼 성루에 섰다. 대한민국 정상으로 최초다. 역사의 반전이다.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이 1954년 마오쩌둥(毛澤東) 국가주석과 함께 섰던 그곳이다. 왕권과 힘의 상징인 자색(紫色) 성루에 오른 박 대통령의 황금색 재킷은 보색처럼 도드라지면서 ‘새로운 한·중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 행사에서 북·중 혈맹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북한 대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행사의 숨은 연출자인 중국중앙TV로부터 거의 외면당했다. 성루 위의 끝 편 그의 자리는 냉랭한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6·25전쟁 휴전 직후인 61년 전 신중국 건국 5주년 기념식에서 김일성과 마오 주석이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을 과시한 그 자리에는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10년 인연의 ‘라오펑여우’(朋友·오랜 친구)로 나란히 섰다. 열병식에 앞서 기념 촬영 뒤 성루까지 100미터가량 걷는 길에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담소를 나누는 장면은 전 세계로 송출됐다. 손님으로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의 오른편 가장 가까운 곳에 섰다. 박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다음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 정상은 없었다. 과거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 베트남의 호찌민 등 사회주의 이웃들만이 초대에 응한 것은 61년 전이나 차이가 없었다. 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아니었다면, 성루 위의 친구들은 그대로일 뻔했다. 중국은 박 대통령의 방문을 크게 기뻐하고 환영했다. 같은 듯, 다른 듯 61년의 시차를 두고 톈안먼의 성루는 이처럼 복잡한 모습을 드러냈다. TV 화면은 동북아 관계가 새로운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으나, 그 방향이 어디인지는 더욱 모호해졌음을 느끼게 했다. 중국과 시 주석의 메시지부터 복합적으로 중층적이다. 신중국 성립 이후 국경절이 아닌 날 처음으로 거행한 열병식을 통해 엄청난 물량의 무기를 공개하고는 병력 감축을 발표했다. 열병식은 중국이 내부적으로 어떤 힘을 축적해왔는지도 보여주었다. 한 때 불참설이 나돌던 장쩌민·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등 원로들도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힘을 드러내지 않겠다던 중국이 본격적인 ‘굴기’를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과시한 이날, 7년여 공전됐던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한·미·중, 한·미·일 대표가 조만간 회동할 것”으로 발표됐다. 베이징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新국토기행] 경기도 파주시

    [新국토기행] 경기도 파주시

    경기 파주는 서울과 개성 사이에 있다. 서울시청까지는 35㎞, 개성시청까지는 25㎞다. 서쪽으론 한강하류가, 북으론 임진강이 흐르며 두 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드는 지역이 교하(交河)다. 최북단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북한의 개풍군·개성특급시·장풍군과 접하고, 동쪽은 양주시·연천군과, 서쪽은 한강을 경계로 김포시, 남쪽은 고양시와 접한다. 면적은 서울시와 경기 안양시를 합친 크기다. 한강 둑을 따라 북으로 자유로가 뻗어 있고, 국도 1호선 통일로가 정중앙을 가로질러 판문점으로 통한다. 2003년부터 시작된 운정신도시 개발로 18만 인구가 42만명으로 불어나, 보수적인 주민들의 정치 성향이 다소 완화됐다. 예부터 한양에서 개성을 거쳐 대륙을 오갈 때 거쳐야 하는 주요 통행로였다. 임진나루는 사신들의 주요 길목이었고, 봉일천 공릉장터는 전국 3대 장터에 들어갔다. 율곡 이이, 우계 성혼, 구봉 송익필, 휴암 백인걸, 청송 성수침(우계 성혼의 부친), 용재 성현(악학궤범 편찬) 등 당대를 주름잡던 대학자들이 살았던 고장이라 ‘문향’(文鄕)으로도 불린다. 황희 선생, 윤관 장군, 허준 선생, 신사임당 등이 파주에 잠들어 있다. 광해군 때 새 도읍지로 꼽히던 파주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에서 하나가 되듯 남북이 하나가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볼거리 ●휴전선에서 불과 7㎞… 통일 기다리는 ‘안보 관광지’ 임진각 연간 500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세계적인 안보관광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한국전쟁과 그로 인한 민족 분단의 아픔이 새겨진 곳이다. 휴전선에서 불과 7㎞ 떨어진 민간인 출입 북쪽 한계선이자 남북 철도의 중단점이다. 한국전쟁 때 각종 유물과 전적기념물들이 전시돼 있다. 망배단, 북한기념관, 통일공원, 자유의 다리, 평화의 종, 임진강 철교, 전망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그중 남북 분단의 대표 상징물은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의 화통이다. 전쟁의 참상을 화통 곳곳에 파인 포탄 및 총탄 자국에서 느낄 수 있다. 임진각 오른쪽 주차장 쪽에는 ‘평화누리’가 있다. 인간의 존엄을 기본 정신으로 한 화해와 공존, 나눔이 있으며 분단의 아픔보다 통일의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잔디 언덕에서 다양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카페 안녕’에서는 1000여개의 바람개비를 감상할 수 있다. ●3만 병력 이동 가능한 제3 땅굴, 살벌한 분단현실 보여줘 북한이 판 제3 땅굴, 도라전망대, 도라산역, 통일촌 등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을 관광하는 프로그램이다. 1978년 발견된 제3 땅굴은 문산까지 12㎞, 서울까지 52㎞ 지점에 있다. 한 시간에 3만명의 병력 이동이 가능하다. 최북단 접경지역에서 분단 현실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현장이다. 2002년 이후 셔틀 엘리베이터와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민통선 영상관 등이 갖춰져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도라전망대는 민통선 안에 위치하며 북한의 생생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남측 최북단 전망대다. 망원경 수십대를 설치, 개성공단과 개성시 변두리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송학산, 선전마을, 김일성 동상 등도 볼 수 있다. 도라산역은 민통선 남방한계선에서 700m 떨어진 경의선 남쪽 최북단 역이다. 향후 경의선 철도 연결이 완료돼 남북 왕래가 가능해지면 도라산역은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를 오가는 사람 및 화물 등의 통관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인접한 곳에 도라산 평화공원이 조성됐다. 통일촌은 파주 특산물인 장단콩을 테마로 한 슬로푸드 체험마을이다. 골프장 2개 면적 경작지에서 거둬들인 콩으로 가공한 된장, 청국장을 판매한다. 매년 장단콩 축제가 열린다. 우리의 손맛이 담긴 장단콩 정식도 맛보고, 두부 만들기, 장 담그기, 전통문화 배우기 등 정겨운 체험을 할 수 있다. ●문화예술마을 ‘헤이리’ 파주 전래 농요서 명칭 유래 다양한 장르가 한 공간에서 소통하는 문화예술마을이다. 파주에 전해 내려오는 전래 농요 ‘헤이리 소리’에서 마을 이름을 따왔다. 1998년부터 50만여㎡의 부지에 미술인·음악가·작가·건축가 등 380여명의 문화예술인이 주택·작업실·미술관·박물관·갤러리·공연장 등 각종 문화예술공간을 자유롭게 조성했다. 산과 산 사이에 있으며, 마을 한가운데 자연지형의 갈대 늪지와 다섯개의 작은 다리가 있다. 숲·시냇물이 건축물들과 어우러져 걷는 맛이 그만이다. 건물들은 페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3층 높이 이상 짓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 자연과 어울리는 건물을 설계했다.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건물, 지형을 그대로 살려 비스듬히 세워진 건물, 사각형의 건물이 아닌 비정형의 건물 등 각양각색의 건축물들이 개성을 뽐내고 있다. ●8m 높이 장대한 서가 품은 ‘책의 나라’ 파주출판도시 자유로와 심학산 중간에 있다. 출판기획, 편집에서부터 인쇄, 물류, 유통에 이르기까지 출판과 관련된 전 과정을 하나로 묶어 한국의 출판문화를 이뤄낸 국가산업단지다. ‘좋은 공간 속에서 좋은 시각, 좋은 글, 좋은 디자인이 나오고 그것이 곧 바른 책을 펴내는 것으로 연결된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출판사 아웃렛과 서점, 도서관, 북카페가 즐비하고, 어린이 책잔치, 국내외 도서전, 공연, 세미나, 전시회, 체험활동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나 볼 수 있다. 이 중 지혜의 숲은 파주출판도시에 자리한 도서관으로 높이 8m 서가에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빼곡하다. 어린이책 코너도 있다. 푹신한 카펫과 소파에서 편안하게 독서를 할 수 있고, 카페에서 식사와 음료도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 전통 레스토랑·공방·카페… 낭만의 프로방스 1996년 이탈리아 정통 레스토랑을 시작으로 리빙, 도자기 공방, 베이커리, 카페 등 동화 같은 건축물들이 들어서 낭만을 선사한다. 형형색색의 꽃과 각종 허브, 향긋한 풀 냄새와 내추럴한 프랑스 프로방스 스타일이 마치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에 온 듯한 여유를 느끼게 한다. 도자기 핸드페인팅, 천연허브비누 만들기 등 체험행사가 열리고 저녁이면 반짝이는 빛으로 화려함을 더한다. ●율곡 이이·허준 선생 등 대학자들의 고장 자운서원은 조선 중기 유학자이자 경세가인 율곡 이이(1536~1584) 선생의 유적지다. 이이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조선 광해군 7년에 창건됐다. 이이 선생의 묘와 신도비, 어머니 신사임당 등 가족묘도 있다. 율곡 선생과 신사임당의 유품을 전시한 기념관 등도 있다. 매년 10월 초 파주 최대 축제인 율곡문화제가 열리는 장소다. 율곡기념관은 다양한 영상물과 볼거리를 제공해 자녀 교육에 좋다. 파주시는 올해 서울 사직단에 세워진 이이 선생과 신사임당 동생을 이전해 올 계획이다. ●황희 선생 은퇴 생활을 함께한 정자 ‘반구정’ 자유로 당동나들목 근처에 위치한 반구정은 방촌 황희 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에 돌아와 갈매기를 벗 삼아 지낸 곳이다. 임진강 하류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세운 정자다. 1452년 황희 선생이 세상을 떠나자 유덕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방촌영당과 방촌기념관, 제사를 지내는 경모제가 있다. 임진강을 바라보는 그의 동상이 서 있다. ●개발의 위협 속에서도 굳건한 ‘용미리석불입상’ 보물 제93호로 지정돼 있다. 이 불상과 같이 자연 암벽을 이용해 몸체를 만드는 수법은 고려시대에 들어와 몇 예가 보인다.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보물 제115호)이 이와 거의 같은 기법을 보여 준다. 이천 영월암 마애여래입상(보물 제822호)도 비록 머리를 따로 만들지는 않았으나 천연의 암벽을 그대로 이용해 몸체를 표현했다. 주변 나뭇가지에 아름다운 모습이 일부 가려지고, 근처까지 파고든 석산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찰인 용암사와 신도회, 율곡고등학교 문화재지킴이 소속 학생들이 보호하고 있다. >>먹거리 ●임진강 장어 임진강변에 유명 장어집이 많다. 장어는 고려 말 왕실에서도 즐기던 여름 보양식으로 역사가 600년이 넘는다. 양식장어가 아닌 직접 잡거나 어민들로부터 직매입한 자연산을 파는 곳도 있다. 자연산은 양식 장어보다 4배가량 비싸다. 일부 음식점들은 100% 토종장어인 자포니카 실뱀장어를 무항생제, 무소독 방법으로 키워 판다. 처음에 소금을 뿌려 노릇노릇하게 구워 주고 익기 시작하면 볼록하게 올라오는데 그때 뒤집어 소스를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파주 장단콩 요리 파주 장단콩은 쌀, 인삼과 함께 예로부터 임금님께 진상하던 장단삼백의 하나다. 파주 장단지역은 1913년 국내 최초의 콩 장려품종으로 선정된 ‘장단백목’을 탄생시킨 콩의 본고장이다.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의 청정 자연환경과 큰 일교차, 마사토에서 자란 장단콩은 타 지역 콩에 비해 유기질은 2배, 항암 성분인 이소플라본은 50%쯤 함량이 높다, 파주시 곳곳에는 장단콩을 이용한 전문 음식점이 성업한다. 월롱면 영태리 통일로변과 통일촌에 유명 음식점들이 있다. ●임진강 참게장 문산, 적성, 임진강 주변에 참게장으로 유명한 맛집들이 많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려졌던 임진강 참게는 집게 아래쪽이 덥수룩하게 털이 나 있다. 특유의 은은한 향으로 한번 맛을 보면 바다에서 잡히는 꽃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참게는 9~11월 사이 주로 통발로 잡는다. 첫 벼 베기 때가 알이 꽉 차 가장 실하다. 게딱지 크기는 10㎝ 내외이고 암놈보다 수놈이 조금 크다. 가을바람에 살찐 딱지가 두꺼운 참게로 담근 장은 여러 번 간장을 달이고 오랜 시간 삭이기 때문에 발효 음식의 참맛을 볼 수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국가직 7급 시험 어려웠다”… 한국사·헌법에 당락 갈릴 듯

    “국가직 7급 시험 어려웠다”… 한국사·헌법에 당락 갈릴 듯

    지난달 29일 치른 국가직 7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는 6만여명의 수험생이 몰려 평균 경쟁률 81.9대1을 기록했다. 올해 시험에서는 전체적으로 예년보다 까다로운 문제가 출제되면서 체감난도가 다소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출문제 영역에서 벗어나 지엽적이고 세부적인 문제가 출제된 한국사, 최신 판례와 함께 새로운 유형들이 등장한 헌법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공무원시험 전문학원인 박문각 남부고시학원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과목별 출제 경향을 분석했다. [국어] 국어 과목은 지난해 7급 국가직 시험과 비교했을 때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전체 20문항 가운데 문법 분야(품사론 2문항, 문장론 2문항, 의미론 1문항, 정서법 2문항, 어문 규정 2문항)에서는 9문항, 어휘 분야에서는 3문항, 독해 영역에서는 8문항(비문학 5문항, 문학 3문항)이 나왔다. 정채영 강사는 “한문이 포함된 문제, 시조를 제시하고 유사한 주제를 찾는 문제 등 난이도 조절을 위한 문제가 배치돼 있었다”며 “문법 분야에서 절반 정도가 출제된 것은 공무원시험의 특성을 잘 보여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시험에서 문법 분야 출제가 강조되면서 앞으로도 수험생은 해당 부분을 중점적으로 학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독해 분야에서는 사실적 정보 확인, 글의 중심 내용 파악하기, 접속어의 쓰임, 추리 상상적 사고와 관련된 문제가 나왔다. 정채영 강사는 “특히 독해 분야는 전체적으로 지문이 길어지고, 주제도 다양해지는 경향”이라면서 “이러한 흐름에 맞춘 학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사] 이번 시험에서 수험생이 가장 까다롭다고 느낀 과목은 한국사다. 지난해 7급 시험에 비해 어렵게 출제됐으며, 지엽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이 4지선다형 보기에 포함됐다. 선우빈 강사는 “발해, 선덕여왕, 휴전 관련 문제 등 자칫 함정에 빠질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며 “가장 까다로웠다고 느꼈던 조선의 문화유산 문제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출제된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종전 공무원시험의 틀에서 벗어나 수능형 문제, 공무원시험 문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문제가 골고루 출제되면서 수험생이 적잖이 당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대사별로는 전근대사 13문항, 근현대사 7문항이 나왔고, 분야별로는 정치사 9문항, 경제사 3문항, 문화사 7문항, 종합 1문항으로 출제됐다. 선우빈 강사는 “시대별 주요 개념과 함께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학습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강조된 시험”이라면서 “개념에 대한 완벽한 숙지를 바탕으로 공무원시험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한국사 시험까지 섭렵하는 학습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헌법] 헌법은 ‘역대 가장 어렵게 출제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난도를 보였다. 특히 기존에 반복적으로 출제되던 주요 지문 대다수가 출제되지 않고, 지엽적인 판례가 많이 나왔다. 아울러 최신 판례도 수험생이 평소에 자주 보지 못한 생소한 지문 위주로 구성됐다. 수험가에서는 2017년부터 5급 공무원경쟁채용시험에 도입되는 헌법 과목 난도를 7급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난도 조절이 이뤄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기현 강사는 “합격권의 수험생이라 할지라도 60~70점 이상의 점수를 얻기는 힘들 정도로 굉장히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앞으로 학습 방향을 아예 지엽적인 판례 중심으로 설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기현 강사는 “기존처럼 중요 판례 및 기출 지문 위주로 학습을 이어 가되 다양한 문제를 많이 풀어 보고, 헌법 관련 판례의 논리구조 등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행정법] 행정법은 예년 수준의 난도로 문제가 출제된 데다 기출 문제의 핵심 개념이 다수 나왔다. 국어와 한국사, 헌법 과목이 어렵게 출제된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과목에서 실수한 부분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난도였다는 평가다. 다만 법 과목의 특성상 헌법 과목의 난도가 높아지면 이와 연관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행정법 문제도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 핵심 개념과 기출문제, 최신 판례 학습으로 이어지는 정통 학습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학] 경제학은 지난해 시험에 비해 어려운 문제의 출제 비중이 늘어나면서 체감 난도도 상승했다. 함경백 강사는 “전체 20문항 가운데 19문항 정도는 기출 문제에서 나왔다”면서 “다만 계산 문제의 증가와 새로운 문제 유형의 등장으로 체감 난도는 높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야별로는 미시경제 7문항, 거시경제 10문항, 국제경제 3문항이 출제됐다. 계산 문제는 11문항이 출제돼 시간 부족을 겪은 수험생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답률이 낮고, 모든 지문을 다 검토해야 정답을 골라낼 수 있는 복수선택형 문제도 2문항이나 나왔다. [영어] 이번 시험에서는 대부분의 과목에서 까다로운 문제가 많아지면서 체감난도가 높아졌지만, 영어와 행정학은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영어를 가르치는 이동기 강사는 “수월하다고 여길 정도로 쉬운 문제는 아니었지만, 특별히 까다로운 문제 없이 적절한 난도”라고 분석했다. 다만 독해 분야에서 일치·불일치 유형, 빈칸 문제, 글의 일관성을 묻는 문제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 유형들이 나오면서 시간부족을 겪은 수험생이 다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험은 독해 분야에서 10문항, 문법분야 5문항, 어휘·표현 3문항, 생활영어 2문항이 출제됐다. 특히 문법 분야는 지난 시험까지 높은 난도를 보였지만, 올해 시험은 수동태, 분사선택 등 기출 문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나왔다. 이동기 강사는 “최근 공무원 영어 시험에서는 어휘, 문법, 생활영어 분야는 기출 문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독해 분야는 지문이 길어지거나 어려운 어휘가 등장하는 등 난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은 앞으로 이러한 경향을 감안한 대비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학] 행정학 역시 기출 문제 또는 기출 변형문제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신용한 강사는 “꾸준히 학습한 수험생이라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행정학은 정책론 4문항, 인사행정론 4문항, 총론 3문항, 조직론 3문항, 재무행정론 3문항, 정보화사회와 행정, 행정환류, 지방행정론에서 각 1문항씩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관료제 모형, 앨리슨 모형, 점증모형, 민영화 직위분류제 등 그동안 계속 출제돼 왔던 개념이 대부분이었다. 신용한 강사는 “새롭게 출제됐다고 볼 수 있는 빅데이터 문제는 ‘정부 3.0’ 연관 문제로 최근 정책과 개정 내용을 살펴봤다면 충분히 풀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朴대통령, 역대 최대 한·미 통합화력 격멸훈련 참관

    朴대통령, 역대 최대 한·미 통합화력 격멸훈련 참관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우리 군과 미군이 합동으로 실시한 역대 최대 규모의 통합화력 격멸훈련을 참관했다. 통합화력 격멸훈련은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포격 도발에 대비해 실시하는 대규모 화력시범 훈련으로, 1977년 6월 이후 여덟 번째다. 특히 최근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상황과 겹쳐 남북 대화를 추진하면서도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통해 유사시 도발을 응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카키색 상의 차림의 박 대통령은 방명록에 “애국심으로 뭉친 강한 군대”라고 쓴 뒤 훈련을 참관했고, 전역 연기를 신청했던 장병들을 만나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훌륭한 모습을 보여줘서 국민 모두가 크게 감동을 받았다”고 치하한 뒤 장병대표 12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또 K2 전차, 차륜형 장갑차와 벙커버스터(지하요새 파괴용 폭탄)의 성능을 보고받은 뒤 “지하에 숨어도 소용이 없어요. 적이 갈 데가 없겠네요”라고 말했다.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안 우리 군의 경계초소(GP)에 포격 도발하는 상황을 가정한 이번 훈련에는 한·미 47개부대 장병 2000여명과 K2 전차, K21 장갑차, 수리온 헬기, FA50 전투기 등 장비 319대가 동원됐다. 군 당국은 이번 훈련에 선보인 무기들을 유사시 북한군 응징 작전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휴전선 일대에서 포격 도발을 벌이는 가상 뉴스가 시작되자 K4·K6 기관총, 106㎜ 무반동포, K9·K55 자주포를 선보였다. 북한군 도발에 대한 응징에 포병 화력을 전면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번 훈련에는 최근 북한의 준전시 상태 선포 때 전역 연기를 신청한 장병 87명 가운데 86명도 초청됐다. 김요환 육군참모총장도 서울 용산 육군회관에 이들을 초청해 점심을 겸한 격려 행사를 열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햄버거 전쟁 멈추고 ‘맥와퍼’ 함께 만들자”

    “햄버거 전쟁 멈추고 ‘맥와퍼’ 함께 만들자”

    미국 ‘빅3’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이 선두 맥도날드에 두 회사의 주력 상품인 와퍼(버거킹)와 빅맥(맥도날드)을 합친 ‘맥와퍼’를 만들자고 깜짝 제안했다. 맥도날드는 버거킹이 한 일종의 ‘휴전’ 제안에 확답을 피했다. 버거킹은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에 ‘버거킹이 맥도날드에게’라는 편지 형식의 광고를 실었다. 유엔이 정한 세계 평화의 날(9월 21일) 하루 동안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임시 점포를 세워 양사 직원이 공동으로 ‘평화의 버거’인 맥와퍼를 만들어 팔자고 제안한 것이다. 수익금 전액은 기부하자는 의견까지 덧붙였다. 버거킹은 ‘맥와퍼닷컴’이란 홈페이지를 개설, 와퍼와 빅맥 재료 6개씩을 섞은 맥와퍼 제조법도 공개했다. 휴전 장소인 애틀랜타는 버거킹의 본사가 있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와 맥도날드 본사가 위치한 일리노이주 시카고와의 중간에 자리한 도시다. 이곳에서 “‘햄버거 전쟁’을 잠시 멈추고 화합하자”는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역제안으로 비껴갔다. 스티브 이스터브룩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에 “두 업체가 좀 더 큰일을 도모해야 한다”며 “다음 번에는 전화로 얘기하자”고 못박았다. 버거킹은 이에 침묵했다. 이에 대해 토론토 요크대 경영대학원의 알란 미들턴 교수는 “버거킹이 손해 볼 것이 없는 ‘꽃놀이패’”라며 “맥도날드가 수용하면 두 회사는 영원한 경쟁자로 각인됐을 터이고, 거부해도 버거킹에 적잖은 광고효과를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미국에서 버거킹의 6배에 이르는 66억 달러(약 7조 8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웬디스에 밀려 업계 3위로 떨어진 버거킹과 굳이 경쟁자로 인식될 이유가 없다. 버거킹은 1998년과 2007년에도 ‘왼손잡이 버거’나 ‘와퍼 중독’ 같은 도발적 광고를 게재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맥도날드마저 분기별 매출이 10% 감소한 상황도 버거킹의 도발을 부채질한 원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남북 8·25 합의] 北유사시 병력·작전 전개 파악 ‘성과’ 軍 부실한 DMZ 감시 태세는 도마에

    [남북 8·25 합의] 北유사시 병력·작전 전개 파악 ‘성과’ 軍 부실한 DMZ 감시 태세는 도마에

    지난 4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부터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군 당국이 얻은 군사적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11년 만에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위력을 재확인했을 뿐 아니라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군의 유사시 군사 작전, 병력 전개 과정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DMZ 감시 태세의 미흡함을 드러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북한이 경기도 연천에서 포격 도발을 일으킨 지난 20일은 한·미 군 당국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을 실시한 훈련 기간이었다. UFG는 한·미연합군 지휘부가 같은 지휘소에서 북한의 다양한 도발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지휘체계를 숙달하는 훈련으로, 감시 자산을 최대한 가동한다. 이에 따라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군 당국은 평소에 비해 실제 상황과 같은 훈련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포한 지난 21일부터 동·서해에서 잠수함 전력을 전개시키고 휴전선 인근에 특수전 부대와 포병 전력을 증강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 잠수함 전력의 이동을 모두 파악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지만 육상에서 북한군 총참모부 작전국 소속 병력의 이동을 확인하고 준전시 상태 병력 전개 시나리오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북한군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사전 타격할 수 있는 일종의 좌표를 제공한 셈으로 북한군이 한번 드러난 좌표를 바꾸려 해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양국이 굳건한 공조를 통해 공동 국지 도발 계획의 가동을 검토하고 미국의 전략무기 투입을 검토하는 등 연합 방위 태세의 저력을 재확인했다는 점도 한·미 동맹을 통한 대북 억지력을 동북아에 과시했다는 점에서 성과로 꼽힌다. 지난 10일부터 실시한 대북 확성기 방송도 비록 15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전방의 북한군 장병들에게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홍보했다. 북한 장병들의 군심을 흔들었다는 점에서도 성공한 작전이며 유사시 도발에 대한 억제 수단으로서의 효용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군 당국이 북한의 DMZ 지뢰 매설 사실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리 군 감시 태세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군 당국은 여름철 DMZ 안에서는 잡목과 수풀이 우거지고 우기철 안개가 겹쳐 감시 장비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군이 지난해 말부터 DMZ 안에서 이상행동을 보였음에도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남는다. 특히 DMZ 안의 지뢰는 도발 원점을 파악하기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도발 수단으로 꼽혀 군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공기부양정 20여척 서해 전진배치 정황…‘3대 침투전력’ 남하

    북한군이 지난 21일부터 준전시 상태로 전환한 이후 잠수함뿐 아니라 특수부대원을 수송하는 공기부양정 전력도 남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자체적인 핵심 3대 침투 전력(잠수함, 특수전요원, 공기부양정)을 동원함에 따라 준전시 상태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24일 “북한군이 불시에 특수부대원을 신속히 수송하는 기습전력인 공기부양정 20여척을 평안북도 철산군 기지에서 대동강 하구 서해 남포 해상으로 이동시킨 정황이 있다”면서 “이들 공기부양정이 앞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쪽으로 60여㎞ 떨어진 고암포로 전진배치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공기부양정은 침투 목적의 특수부대원 50여명을 해상에서 신속히 수송하는 북한의 핵심 침투전력이다. 길이 21m에 최대속력은 시속 74~96㎞를 자랑한다. 공기부양정의 예비기지로 알려진 고암포 기지는 2012년 완공됐고 공기부양정 70여척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북한은 공기부양정의 이동을 엄호할 스텔스형 고속침투선박(VSV)도 서해 NLL 인근에서 전개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공기부양정을 이용해 연평도, 백령도 등 서북 도서 지역에 침투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우리 해군 유도탄 고속함과 육군 코브라(AH1S) 공격헬기들이 합동 작전을 통해 공기부양정의 상륙을 저지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은 이 밖에 은밀성과 기동성이 뛰어난 잠수함 50여척을 한·미 감시망에서 벗어난 수중으로 전개했고 최전방 지역에 대북 확성기를 타격하기 위한 특수전 병력을 배치했다. 북한군은 휴전선 일대에서는 지난 20일 포격도발 때 사용한 76.2㎜ 평곡사포(직사화기)를 전진배치하고 포병부대도 갱도에서 나와 사격 준비를 마친 상태다. 군 관계자는“북한군 상당수 전력이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미뤄 준전시 상태의 매뉴얼이 적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울광장] 서부전선의 나흘, 평화는 공포의 자식일 뿐인가/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서부전선의 나흘, 평화는 공포의 자식일 뿐인가/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평화란 공포의 자식’이라는 윈스턴 처칠의 경구를 새삼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나흘이 흘렀다. 느닷없는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과 이에 따른 우리 군의 응전, 그리고 뒤이은 북의 ‘48시간 최후통첩’과 최후통첩 시한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이뤄진 남북 간 고위급 대화 합의, 그리고 밤을 넘겨가며 진행된 남북 간 대화는 분단 70년간 이어져 온 한반도의 평화라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 롤러코스터 위에 서 있는 것인지를 새삼 일깨워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전면적 무력 충돌 직전 남북 간 대화가 성사된 반전이 보여 주듯 이같이 위태로운 평화나마 지켜 내려면 앞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공을 들여 힘의 우위를 유지해 나가야 하는지 가늠케 하기에도 충분하다. 그제부터 이어진 남북 간 고위급 대화가 무엇을 합의했고, 무엇을 합의하지 못했든 간에 이번 북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 사태는 일단 북의 실체와 관련해 비교적 명확한 시사점 몇 가지를 제시해 준다. 우선 북한 지도부가 안고 있는 ‘두려움’이다. 지난 4일 북측의 서부전선 지뢰 도발에 맞서 우리 군 당국이 10일부터 휴전선 확성기를 통해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자 김정은 체제는 불과 보름도 견디지 못한 채 주먹을 휘둘렀다. 기껏해야 20㎞ 남짓 떨어진 곳에서밖엔 들을 수 없는 확성기 방송이지만 북의 3대 세습 체제는 그런 제한적 심리전조차 몹시 아파했다. 체제의 취약성을 스스로 드러냈다. 한·미 연합전력과 우리 군의 단호한 응전 태세에 대한 북의 두려움도 일단을 드러냈다. 주먹을 휘둘렀지만 제대로 때리지는 못했다. 아니, 안 했다. 마땅히 타격목표가 됐어야 할 대북 확성기를 피해 엄한 야산에 포탄을 날렸다. 최후통첩 뒤로 허겁지겁 대화에 매달렸다.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퍼부어질 한·미 연합전력의 위력을 그들도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강력한 억지력만이 평화를 지켜 준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대화와 대립, 무력 충돌이 숨 가쁘게 한반도를 종횡으로 가르는 반전의 역사를 한동안은 더 지켜봐야 할 우리의 숙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판문점에서 남북 간 대화가 이뤄지는 동안에도 북은 동·서해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함 50여척을 기동시키는 양동 작전을 전개했다.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2년 4월 발사한 은하3호 로켓의 사거리를 뛰어넘어 미국의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성능을 내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핵탄두 소형화 작업과 더불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전 배치가 가능해질 3~5년 뒤면 이른바 북의 대남(對南) 비대칭 전력이 가시화하면서 한반도 안보지형 전체가 뒤흔들리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어제 그제 이어진 북의 도발과 대화 제스처에 일희일비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무력 충돌의 위기와 대화가 희비의 쌍곡선을 그리는 지금 정작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김정은 체제가 드러낸 두려움의 일단이나 화전 양면전술의 이중적 태도를 넘어 이런 미래 위협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일 것이다. 북의 비대칭 전력이 현실적 위협으로 부상하는 시점에서 과연 우리가 한뜻, 한목소리로 저들에게 맞설 수 있을 것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의 오늘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의 영령 앞에서 둘로 갈라져 싸우는 나라다. 올해를 광복 70주년으로 볼 것인지 해방 70주년으로 볼 것인지, 건국 67주년으로 볼 것인지 정부 수립 67주년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도 둘 셋으로 갈라져 도무지 타협할 줄을 모르는 나라다. 이 전 대통령을 한쪽에선 ‘남북 분단의 원흉’으로 몰아세우고 또 다른 쪽에선 ‘건국의 아버지’로 떠받드는 이념적·정치적·정서적 분단의 현실 속에서 과연 남북 분단이라는 민족적·역사적 비극을 끊어 낼 힘을 우리가 지니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대북 억지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노력 너머로 안보 위기 속 국론 분열을 막을 정치권의 노력이 절실하다. 북의 도발 앞에서 책임론부터 꺼내 들거나 전격적인 남북 고위급 대화 성사를 놓고 공을 다투며 정치적 득실 계산에 골몰하는 소아적 리더십부터 버리는 게 첫걸음일 것이다. jade@seoul.co.kr
  • “고향 땅 한번 밟고 싶을 뿐인데… 남북 모두 외면하네요”

    “고향 땅 한번 밟고 싶을 뿐인데… 남북 모두 외면하네요”

    6·25전쟁이 터지고 두 달 정도 지난 1950년 8월이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데 인민군들이 몰려와 아이들을 운동장에 모으더니 붉은 깃발을 앞세운 채 전장으로 끌고 갔다. 15세 소년 김명복은 그렇게 징집돼 고향인 평안북도 용천을 떠났다. 1953년 7월 휴전협정이 맺어질 때 18세의 김명복은 경남 거제도의 포로수용소에 있었다. 그는 북측도, 남측도 아닌 제3국행을 택했다. 이듬해 1월 인도로 떠나 1956년 2월 브라질 마토그로소라는 머나먼 타국 땅에 발을 디뎠다. 소년 김명복이 팔순을 앞둔 노인이 돼 59년 만에 고국에 왔다. 올해로 79세.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리턴 홈’을 제작하는 조경덕(41) 감독과 함께 남과 북을 두루 돌아보는 여정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의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죽기 전 고향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을 뿐입니다. 단순한 거죠.” 그러나 김씨의 소망과 달리 고향으로 향하는 길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남과 북 모두 그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2년 전부터 브라질 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해 방북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부당했다. 북한대사관은 그에게 “왜 남한을 거쳐 북한으로 오려고 하느냐”고 했다. 한국 정부도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절대로 북한에 가서는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60여년 전 포로수용소에서 남과 북 중 하나만 선택하길 강요받던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요.” 김씨는 당시 제3국을 택한 이유에 대해 “공산주의나 자본주의가 싫어서 한 선택이 아니었다”며 “오직 살고 싶어서 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북으로 돌아가면 포로로 잡혔던 전력 때문에 죽임을 당할 게 뻔하고 남쪽에 남아 봐야 빨갱이라는 딱지가 평생을 따라다닐 게 뻔했거든요.” 그는 인민군복을 입고 싸우다 한 달 만에 국군에 투항했다. 이후 부산, 거제, 영천, 마산, 중립지대(판문점) 등 수용소를 전전하며 평생 잊기 어려운 상처를 경험했다. “중립지대 수용소에서 한 인민군 포로가 ‘고향에 가고 싶다’는 잠꼬대를 했다가 맞아 죽었어요. 중립지대는 반공 수용소였거든요. 자신에게 붙은 인민군 딱지를 떼려면 더욱 철저하게 반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기에 동료조차 죽였던 거죠.” 김씨는 지난 13일 판문점을 찾았다. 60여년이 흘렀어도 남과 북으로 분단된 모습이 그에게는 슬프고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이번에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브라질로 돌아가면 영영 고향에 갈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부모님은 돌아가셔겠지만 고향에 있을 세 살 위 누나와 한 살 어린 남동생은 꼭 만나고 싶습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北 “전면전 불사… 中 자제 타령 도움 안돼”

    北 “전면전 불사… 中 자제 타령 도움 안돼”

    북한은 21일 남북한 포격전과 관련해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며 한층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북한 외무성은 “우리 군대와 인민은 단순한 대응이나 보복이 아니라 우리 인민이 선택한 제도를 목숨으로 지키기 위해 전면전도 불사할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성명은 또 남북한 모두에 자제를 요청한 중국을 겨냥해 “지금에 와서 그 누구의 그 어떤 자제 타령도 더는 정세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날 전방 지역에 ‘준전시 상태’를 선포한 가운데 더 도발적인 성명을 내놓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대북 심리전 중단 시점으로 못박은 22일 휴전선 일대 11개 사단 지역에서 모두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한·미 공조를 강화하며 대응에 나섰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이날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22일 예상 가능한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질문에 “11개 지역에서 북한이 확성기 방송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백 차관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 당국은 연천뿐 아니라 파주, 강원 화천·철원·양구 지역 등 11개 전방 사단에서 모두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고 있다. 이날 우리 군의 전방 사단뿐 아니라 경기 동두천에 주둔한 미 210화력여단도 긴급 지원 태세를 갖추는 등 한·미 양국은 실시간 연합작전 체제를 가동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를 기해 북한 전방 지역에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군인들에게 완전무장할 것을 명령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인민군 전선대연합부대들은 군사적 행동 준비를 완료했다”며 “인민군은 최후의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또한 전방의 당, 정권기관, 근로단체, 사법기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등을 모두 준전시체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을 포함해 수시로 준전시 상태를 선포해 왔지만 민간까지 준전시 상태에 돌입한 것은 1993년 3월 이후 22년 만이다. 통일부는 이날 홍용표 장관 명의로 북한군의 군사 도발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란 내용의 서한을 보내려 했으나 북한이 접수를 거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 총참모부에 전통문을 보내 “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은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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