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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28일 본회의 합의… ‘여야정 협의체’는 빈손

    여야, 28일 본회의 합의… ‘여야정 협의체’는 빈손

    구하라법 등 3대 비쟁점 법안 처리노란봉투법·25만원법 거부권 전망야 7당 “채상병특검법 등 공동보조” 여야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구하라법(민법 개정안)·간호법·전세사기특별법 등 ‘3대 비쟁점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13일 합의했다. 하지만 이날 정부는 ‘노란봉투법’과 ‘전 국민 25만~35만원 지원법’에 대해 재의요구안을 의결했고, 7개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 등에 대한 공동보조를 확인했다. 계속되는 첨예한 정쟁 속에 민생 협치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의 국회 회동 후 “(양당은 비쟁점 민생 법안을) 28일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간호법 제정안·구하라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등 3건 정도는 상정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야정 협의체’ 구성은 진전이 없었다. 배 수석부대표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이 만나면 될 것이고 정부 측에서 국무조정실장을 고정멤버로 하고 필요한 정부 각료를 불러 법안과 예산 등을 처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반면 박 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이 참여하는 실질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노란봉투법과 ‘전 국민 25만~35만원 지원법’에 대해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이날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2개 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0일까지다. 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6개 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윤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원내대표는 불참했으나 뜻을 함께한다고 전해왔다. 정진욱 민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야 7당은)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했고 채상병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같은 주요 특검법에 큰 이견 없이 적극적으로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여야, 28일 본회의 합의…‘여야정 협의체’는 빈손

    여야, 28일 본회의 합의…‘여야정 협의체’는 빈손

    여야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구하라법(민법 개정안)·간호법·전세사기특별법 등 ‘3대 비쟁점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날 정부는 ‘노란봉투법’과 ‘전 국민 25만~35만원 지원법’에 대해 재의요구안을 의결했고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계속되는 첨예한 정쟁 속에 민생 협치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의 국회 회동 후 “(양당은 비쟁점 민생 법안을) 28일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간호법 제정안·구하라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3건 정도는 상정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또 27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대통령실, 국회사무처,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정 협의체’ 구성은 진전이 없었다. 배 수석부대표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이 만나면 될 것이고 정부 측에서 국무조정실장을 고정멤버로 하고, 필요한 정부 각료를 불러 법안과 예산 등을 처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반면 박 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이 참여하는 실질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특히 강 대변인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여야 협의 분위기 마련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변화를 보여줘야 협조가 가능하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과 ‘전 국민 25만~35만원 지원법’에 대해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막대한 국가재정이 소요되고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지우는 법안들을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2개 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0일까지다.
  • [인터뷰] 소년 사건 파묻혀 사는 부장판사…그럼에도 ‘곁에 있어 주자’ 말하는 이유는

    [인터뷰] 소년 사건 파묻혀 사는 부장판사…그럼에도 ‘곁에 있어 주자’ 말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 지수(가명)는 경남 창원시에 있는 로뎀의집(소년재판에서 1호 보호처분을 받은 소녀들 보호시설)에서 머무는 소녀 중 한 명이었다. 로뎀의집 책임자 등과 지수가 글램핑을 갔던 어느 날. 지수는 보름달을 보며 속에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면서 아무도 나를 키우려 하지 않아 할아버지에게 맡겨졌어요. 할머니는 매일 저에게 ‘화냥년의 딸이다, 웬수 덩어리다’라고 했고요. 할아버지는 제가 눈에 띄는 것이 싫다고, 소가 새끼를 낳는지나 잘 보라며 소 외양간에서 자라고 했어요. 새끼를 낳으려는 소가 울 때, 저는 어미 소 배를 만져 주면서 ‘울지 마’라고 하곤 했죠. 외양간에서 많이 울기도 했어요.”다음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지수가 보이지 않았다. 자해를 자주 했던 까닭에 혹시나 하는 걱정이 컸던 로뎀의집 책임자 등은 바닷가를 비롯한 주변 일대를 정신없이 훑었다. 순찰차를 타고 온 동네를 샅샅이 뒤지며 수소문하기를 세 시간가량.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달려간 곳에서 지수를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이 자랐던 곳, 잠옷 바람의 지수는 근처 외양간에 서 있었다. 올해 6월 발간된 ‘네 곁에 있어 줄게 : 소년재판과 위기 청소년을 바라보는 16개의 시선(온기담북, 2024.06.19. 초판 발행)’에는 지수와 비슷한 위기 청소년들 사연이 가득하다. 범죄나 비행을 저질러 소년보호재판에서 1호~10호 처분을 받은 이들, 오늘날 ‘증오의 대상’으로 치부되는 소년들이다. 소년들 곁에서 살아가는 소년부 부장판사와 국선보조인, 참여관, 조사관, 청소년회복센터장·사무국장 등은 각자의 경험을 살려 우리에게 묻는다. ‘이 소년들, 마냥 미워하기만 하면 될까요’하고. ‘소년들 곁에서 귀 기울여주자’는 목소리가 한데 모일 수 있었던 데에는 류기인(56·사법연수원 29기)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역할이 컸다. 2022년 2월 창원지법 소년부를 맡아 매달 200건씩 쏟아지는 소년보호사건 기록에 파묻혀 사는 그는 ‘들어주기만 해도 소년들은 바뀐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과 판사·변호사·국선보조인 등이 짝을 지어 걷는 ‘걷기학교’를 지난해 시행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류 판사는 소년보호사건에 함께하는 이들과 책을 내기로 결심했고 결실을 봤다. ‘한 아이를 바르게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을 실천하려는 류 판사를 지난달 29일 창원지방법원에서 만났다.소년재판서 ‘연대’ 강조 “온 마을이 나서 아이 키워야”촉법소년 연령 하한에 ‘무조건적인 배제·격리’ 경계범죄 발견율·열린 공동체 주목, 창원가정법원 설립 촉구“청소년기 6~7년이 아닌 성인 이후 70~80년 생각했으면” ―인터뷰 요청 때 첫 마디는 ‘다른 저자들과 함께하는지’ 되묻는 말이었다. 소년재판을 다루는 과정에서 저마다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듯하다. “소년보호재판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법리적인 부분을 명쾌하게 판결문으로 설명하는 전형적인 재판 구조와는 다르다고 본다. 소년법을 특별법으로 둔 취지가 죄를 찾아가는 구조가 아닌, 비행의 원인을 찾아보자는 데 있는 것과 같다. 그 원인을 찾는 건 법원이나 법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보호관찰소 등 기관과 국선보조인, 법원 내 참여관·조사관 등이 함께 비행의 원인과 재비행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 선고와 동시에 법원 역할이 끝나는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달리 소년보호재판은 1~7호 보호처분이 나간 뒤에도 지속적인 관리와 감독이 있어야 한다. 이 역시도 소년부 재판부가 다 할 수 없다. ‘온 마을이 나서서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소년보호재판에 녹아 있다.” ―책 내용 중 인상 깊었던 한 구절은 ‘한 아이를 내쫓기 위해 온 동네가 나서는 것만 같다’는 말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어떠하다고 보는가. “경쟁 사회가 되면서 안타까운 것 중 하나는 내 옆에 있는 아이, 친구마저 경쟁자로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좋은 일이 있는 아이에게 멘토 역할을 해 주고 싶어도, 잘못했을 때 훈계하려 해도 적극적인 개입이 굉장히 조심스럽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가 성공을 위해 모든 힘을 쏟는, 경쟁자들을 배제하려는 논리가 알게 모르게 심겨 있다고 본다. 우리 아이가 잘되려면 아이 스스로 노력하는 것 외에 위해 요소를 제거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낮추거나 완전히 폐지하자는 주장을 두고 찬반이 엇갈린다. ‘범법 행동은 분명한 잘못이나, 그 아이 자체를 잘못된 존재로 봐서는 안 된다’는 책 구절이 떠오른다. 어떻게 보면 좋을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나이가 우리나라는 만 14세로 돼 있다. 그 부분을 우리 사회 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세계 국가들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시각에서 우리나라 촉법소년 기준 연령 상한이 현저히 높아 낮춰야 하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또 하나, 촉법소년들이 저지른 사건 중 우리 사회에서 철저히 배제하고 격리해야 할 범죄가 얼마나 되는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 발생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소년범 문제를 촉법소년 연령 하한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내 몸에 암이 생겼을 때, 암세포를 정밀 표적으로 삼아 치료해야지 전이 우려가 있다며 위·대장·소장 등을 모두 잘라버린다면 건강해질 수 있겠는가. 제일 쉬운 방법이 배제와 격리다.”―통계를 보면 범죄로 입건된 촉법소년이 2018년 7346명에서 지난해 1만 9654명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마약·도박범죄도 늘었다. 어떻게 보나. “범죄 발생률이 아닌 발견율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여년 전 판사들에게 신호 위반 관련은 너무 힘든 사건이었다. 간단한 사건임에도 누가 잘못했는지, 거짓말을 하진 않는지 유무죄를 따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에는 힘들어하지 않는다. 어딜 가나 CC(폐쇄회로)TV가 있고, 차량 블랙박스도 많아서다. 이러한 상황을 다른 사건에 대입하면 발견과 신고가 굉장히 쉬워졌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시대 사람이, 아이들이 범죄를 더 자주 저지르냐는 계량화해 더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도박·마약범죄 증가는 스마트폰 보급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할 수만 있다면 초등학생 이하 연령대는 ‘스마트폰 소지 금지’라는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 ―책에서 소개된 많은 사연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가정·교육환경이 평탄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인생이 부모에 의해 좌우된다’는 말을 늘 느끼고 있다는 회복센터 소장님도 있었다. 어떤가. “조심스러운 표현이나, 문제 아이 이면에는 문제 가정이 있다. 그렇다고 마냥 그 부모를 탓하는 건 아니다. 그분들도 교육·가정 환경이 순탄치 않았던, 악순환이 있다. 개별 가정에서 조금 어려운, 연약한 부분이 있더라도 열린 공동체가 있다면 힘들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줄 수가 있다. 사회적으로 제도화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결혼기념일을 함께 축하해지고 공가 등을 지원해주고. 여러 아이디어를 현실화해야 한다.” ―소년범 사회복귀 지원 시스템이 확충되어야 하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남자 6호 감호위탁시설 지정기관이 부울경에는 한 곳도 없다. 인적, 물적 확대 방향을 제시한다면. “자주 나오는 표현처럼 ‘아이들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표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더 관심이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다. 다른 걸 떠나 경남에는 아직 가정법원조차 없다. 창원가정법원, 나아가 지역별 가정법원을 신속히 만들어야 한다. 가정법원이 독립되고 소년 재판부가 2개가 된다면 원활한 업무 연결,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나 학교 등에서 소년 사건을 인지하고 재판을 마무리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낸 자료를 보면 사건 발생부터 따지면 법원 처분까지 205일 정도가 걸렸다. 어떻게 보는가. “소년보호 업무가 상대적으로 비선호 업무이다 보니, 법관이 자주 바뀌는 문제가 있다. 현장에서 소년전문법관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수도권 집중화도 연관이 있다. 대부분 법관이 지역 근무 연수를 채우고 서울로 가려 하다 보니 연속성이 떨어질 때가 있다. 어쨌거나 소년보호재판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신속성이다. 아이들은 계속 변화하는데, 개선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걷기 학교’에 참여한 아이들, 국선보조인과 상담한 아이들은 하나 같이 ‘내 말을 들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한 듯하다. 위기 청소년이 ‘일반 어른’에게 말을 걸어왔을 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 책 추천사를 쓴 오선화 작가 이야기를 들어보면 놀이터에서 자기 고민 탓에 앉아 있다가 소위 말하는 노는 아이들과 눈이 마주쳤고, 몇 번의 과정을 거쳐 대화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이 예처럼 아무리 좋은 마음이 있더라도 과정이 필요하다. 무장해제의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먹는 것이기도 하다.” ―책에서 숱하게 말한 것처럼 아이들 ‘곁’에 있어 준 덕분인 듯하다. 먼 미래일 수도 있겠으나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많은 분이 말한다. ‘왜 나쁜 놈들에게 돈까지 쓰냐고’. 그럼에도 소년부에 관계하는 이들 마음속에는 ‘이 아이들이 지금은 사회 낭비를 부르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10~20년 뒤에는 세금을 내는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돼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위기 청소년들을 격리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닌 곁을 내주며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만드는 길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기 6~7년이 아니라 만 19세 이상의 70~80년을 생각했으면 한다.”
  • [사설] 폭염도 뉴노멀… 송전망 없어 발전소 놀린다니

    [사설] 폭염도 뉴노멀… 송전망 없어 발전소 놀린다니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로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난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어제 오후 6시 기준 최대 전력 수요는 94.4GW로 올여름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5일의 93.8GW를 경신했다. 이번 주부터는 하계 휴가자들의 산업현장 복귀로 조업률이 회복되면서 전력수요는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달 중순까지 이어진다니 전력난으로 2011년 9월 같은 대규모 정전사태가 빚어질까 염려스럽다. 정부는 현재 21대의 원전을 가동해 전력피크에 대응하고 있다. 추가 원전 건설 등 전력 공급시설 확대는 단기간에 실현하기엔 불가능하다. 기존의 전력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기를 생산할 시설을 갖추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동해안 화력발전소 4곳에 원전 6기와 맞먹는 6.2GW의 발전시설이 있으나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고 놀리고 있다. 수요처인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망이 없어서다. 정부는 3년 전에 송전선로를 준공할 계획이었으나 주민 반발 등으로 2026년 6월로 미뤄졌다고 한다. 지역주민들이 기피하는 시설이라면 정부도 좀더 치밀한 송전선로 건설계획을 세웠어야 했다. 폭염에 따른 전력 수요뿐 아니라 산업계 전력 수요에 부응할 전력 확보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경기 평택, 화성, 용인 등지에 조성하려는 반도체 클러스트에 필요한 전력 수요만도 수도권 전력수요량의 25%인 10GW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수적인 데이터 센터 가동에도 막대한 전력이 들어간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전력망 건설에 속도를 내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발의됐으나 민간 자본 투입을 둘러싼 민영화 논란 등으로 폐기됐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정상 가동시키고 AI 선도국가의 기반을 다지려면 정부·지자체·한전의 유기적 협력 등을 담은 관련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전기요금 현실화와 누적 부채가 200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경영 정상화도 절실하다.
  • 20일째 폭염인데 산업계 휴가도 끝… 13년 만에 ‘전력대란’ 비상

    20일째 폭염인데 산업계 휴가도 끝… 13년 만에 ‘전력대란’ 비상

    예비율 9%로 2년 만에 10% 붕괴기상청 “당분간 35도 무더위 지속” 변동성 큰 태양광… 예비율 높여야전력망 특별법은 국회 문턱 못 넘어56조 넘는 재원 마련 방안도 ‘과제’ 역대급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휴가철이 끝나 전력 소비가 큰 산업 시설의 재가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안정적인 예비전력률(예비율) 척도인 ‘10%’ 선이 2년 만에 무너진 상황에서 2011년과 같은 블랙아웃(대정전)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국 전력 수요량은 지난 5일 오후 5시 93.8GW(기가와트)를 기록, 여름철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91.1GW(2021년 7월 27일)→93GW(2022년 7월 7일)→93.6GW(2023년 8월 7일)로 해마다 상승세다. 3년 만에 1.4GW급 신형 원전 2기에 가까운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전력 위기 경고등 역할을 하는 예비율도 5일 9%까지 떨어졌다. 2년 만에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2022년 7월 예비율이 7.2%로 떨어진 이래 최저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냉방 사용이 급증한 탓이다.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서울의 열대야는 22일째 이어지고 있다.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세 번째 긴 무더위다. 폭염특보도 지난달 24일부터 20일째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일 것으로 봤다. 통상 전력 수요는 ‘7말8초’에 정점을 찍고 8월 중순이면 내려오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다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여름 최대 공급 능력이 104.2GW로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블랙아웃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 예비율을 높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면서 “비가 오거나 공기 질이 안 좋으면 태양광 출력이 좋지 않아 변동성이 크다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9월 15일 블랙아웃 때도 그랬다. 정전 전날까지만 해도 예비율이 19.4%로 블랙아웃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는데 때늦은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폭증해 대규모 정전 사태를 불렀다. 당시 예비율이 5.0% 밑으로 떨어지며 지역별 순환 단전을 실시해 엘리베이터에 승객이 갇히고 생산 시설이 멈추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피해 금액만 610억여원에 달했다. 대규모 정전을 막으려면 충분한 예비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전력망 확충을 위한 특별법은 국회 문턱에 가로막혀 있다. 발전소는 대부분 지방에 위치해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올 송배전망 확보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은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도 본회의를 통과 못 하고 폐기됐다. 전력망법은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상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전력망 적기 확충을 위해 정부·국회·사업자 및 관련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력망 확충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도 필요하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망 투자 비용은 56조 5000억원으로 산출됐다. 누적 부채가 202조원에 달해 하루 이자 비용만 120억원에 이르는 한국전력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비용이다. 이에 전기요금 인상 등의 대책이 요구되나 주택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이후 동결 상태다.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산업용도 평균 이하다. 한국의 전력 소비량은 세계 7위다. OECD 회원국 중에선 4위다.
  • 김상훈 “한동훈 뜻 알지만…제3자 특검 재고 필요”

    김상훈 “한동훈 뜻 알지만…제3자 특검 재고 필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한동훈 대표가 예고한 제3자 특별검사 추천 방식의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9일 “수사 과정 중에 특검법을 지향하는 것은 재고를 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한 대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의 수사종결과 무관하게 ‘대법원장 등 제3자 추천’ 특검안을 주장했고, 취임 이후로도 “입장이 변한 게 없다”고 강조해온 것과는 생각의 차이가 있는 듯 보인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에서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특검 법안을 성안하는 일은 없느냐’는 질문에 “당내 의견 수렴이 필요하지만 원칙적으로 접근해야하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에도 김 정책위의장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제3자 추천 특검안 논의 현황과 관련 “당내에서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특검법의 대전제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가 발표되고 나서 그 수사결과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때 특검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민주당과의 민생 법안 협치 가능성에 대해 “맞벌이 부부 육아휴직 기간을 연장한다든지, 돌봄서비스 인력에 대한 안심보증제도를 도입한다든지,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든지 이런 법은 여야가 정쟁의 프레임을 벗어놓고 ‘합의처리 해봅시다’라고만 이야기하면 반나절 만에도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물꼬를 터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 예상으로는 전세사기피해지원특별법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협의 처리가 쉽지 않을 것 같고 진료지원(PA)간호사제도 도입은 민주당에서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협의 처리를 해볼 만하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법적 보호 없는 임대형 공동주택 유사조합 가입 ‘주의보’

    법적 보호 없는 임대형 공동주택 유사조합 가입 ‘주의보’

    선제 대응 나선 천안시, 현수막 주의 당부“법적 근거 없어 자칫 피해 우려”“가입 계약금 등 반황규정 여부 꼭 확인” 충남 천안시가 최근 홍보관·인터넷·현수막 등으로 지역 내 홍보 중인 임대형 공동주택 유사 조합인 ‘임대주택 입주위원회’ 가입에 주의를 당부했다. 사업 지연이나 취소될 경우 조합원이 법적으로 보호장치가 없어 투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천안시가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시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행정 게시대에 게시했다고 9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최근 성행하는 임대형 공동주택 유사 조합인 ‘임대주택 입주위원회’는 지역주택조합, 협동조합처럼 관련 법에 따라 조합원을 모집하는 방식이 아니다. 법적 근거 없이 회원을 모집하고, 회원 가입 계약금으로 주택건설 사업을 진행한다. 회원제 모집은 주택법·민간임대주택특별법 등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유사 조합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 시 가입자들은 가입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일반분양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지만 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경우 조합원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셈이다. 시는 유사 조합 가입자가 계약 내용, 사업 사업성 등을 파악하지 못한 채 가입하는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가입 계약금 등의 반황규정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시 관계자는 “임대주택 회원으로 가입 할 경우 가입 계약서와 계약금 반환에 관한 내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며 “임대주택 예비임차인 모집과 관련한 회원제 가입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거듭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 폭염 취약층 130만 가구, 전기료 사실상 ‘0원’ 된다

    폭염 취약층 130만 가구, 전기료 사실상 ‘0원’ 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에너지 취약계층 130만 가구에 전기요금 1만 5000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8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에 동의했고, 여야 협의를 통한 추가 대책 마련을 제안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역대급 폭염이 계속되고 있고 많은 취약계층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취약계층의 혹서기 전기요금에 대해 할인이 아닌 사실상 면제하는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게 한 대표의 구상이다. 그는 “4인가구의 하계 월평균 전기요금이 7만 6000원 수준”이라며 “취약계층은 하계 전기요금 복지 할인과 에너지바우처로 6만원가량 지원받는데 (1만 5000원 추가 지원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원 대상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바우처를 주는 취약계층이다.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를 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으로 130만 가구로 추정된다. 에너지바우처는 포인트로 지급된 뒤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차감되는 방식이다. 기존 지원액에 1만 5000원 상당의 포인트가 자동 증액돼 지급된다. 적용 시기는 최대한 서두르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르면 이달부터 적용될 수 있다. 앞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한 대표가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 방안을 제안하자, 추경호 원내대표는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적자 문제 등을 이유로 신중론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기존 책정된 에너지바우처 예산 잔액을 활용하는 방안”이라며 “적자 가중 위험은 없다”고 했다. 한 대표는 그간 발의된 반도체 특별법도 묶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한 대표의 전기요금 지원 방안에 대해 “임시방편책으로 동의한다”고 한 뒤, 관련법을 개정해 혹한·혹서기 취약계층 전기요금 감면 정책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뒷북 협치도 반쪽… 협의체 미루고 구하라법·간호법은 8월 처리

    뒷북 협치도 반쪽… 협의체 미루고 구하라법·간호법은 8월 처리

    이견 적은 민생법안부터 처리 합의여야정 협의체엔 전제 두고 입장차與 “조건 없이” 野 “영수회담부터”대통령실 “양당 대표 대화가 먼저”野 ‘세 번째 채상병특검’ 김여사 명시 민생 법안을 시급하게 처리하자는 데 전날 공감대를 이뤘던 여야가 8일 열린 첫 실무회동부터 이견을 보여 ‘민생 협치’의 길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했다. 여야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간호법 제정안 등 이견이 적은 민생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상설 대화 테이블인 ‘여야정 민생협의체’ 구성에는 입장 차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조건 없는 출범을 제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선 영수회담, 후 여야정 협의체’ 조건을 내걸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첫 실무회동 후 “8월 본회의에서 쟁점이 없는, 꼭 필요한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구하라법이나 간호법, 여야가 조금 더 접근한 전세사기특별법을 논의해 통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구하라법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에 대해 상속권을 배제하는 내용이다. 간호법 제정안은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 우려 속에서 의사의 지도·위임에 따라 간호사가 진료 지원 관련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법안이다. 전세사기특별법은 피해 주택을 경매해 차익을 퇴거하는 피해자에게 주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양측은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배 수석부대표가 “실무적 여야정 협의체는 조건 없이 구성하자는 생각”이라고 하자, 박 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영수회담을 진지하게 한 뒤 대통령이 참여하는 여야 상설협의체를 구성한 다음 구체적 실무협의체를 마련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또 박 수석부대표는 “(윤 대통령이) 민생회복지원금(전 국민 25만~35만원 지원) 등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진정성이 있겠나”고도 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정 협의체에 윤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영수회담에 대해 18일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가 적기라며 의제로 개헌, 기후 위기, 연금 개혁, 인구 문제 등을 꼽았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의 영수회담 제의에 대해 “국회 정상화가 먼저”라며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가 새로 선출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민생 협치를 위한 첫 실무회동이 열린 이날, 앞서 예고한 대로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재표결을 통해 폐기된 앞선 2개 법안에 비해 더욱 강화된 법안이다. 우선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연계해 수사 대상에 김건희 여사를 올렸다. 특검 추천권은 지난 법안처럼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1명씩 갖는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 특검법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한 대표도 자신이 생각하는 특검법안(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내놓길 바란다. 우리가 잘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생보다 정쟁을 택했다”고 비난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번에도 (대통령) 재의요구권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 민주당이 무한 정쟁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에 국민들의 거부권이 강하게 작용하는 시점이 곧 나타날 것이고 거의 임계치에 이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 [사설] 두 달 공친 국회, 민생 현안 처리 속도 높여라

    [사설] 두 달 공친 국회, 민생 현안 처리 속도 높여라

    여야가 어제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일명 ‘구하라법’과 간호법 등 비쟁점 법안을 8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전세사기특별법도 조금 남은 쟁점을 조정해 나가기로 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통과시킨 한 건의 민생법안도 없이 정쟁에만 2개월을 허비했다는 여론의 비판과 내부의 피로감이 여야를 마주 앉게 한 동력이 됐다. 기왕의 여야 대화와 정책경쟁이 구체적·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다시 만나 ‘민생회담’을 하고 싶다고 한 데 대해 대통령실은 “국회 정상화가 먼저”라는 입장을 보여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회담 성사에는 여건 조성이 더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정부·여당이 받아들이기 곤란한 쟁점법안과 탄핵안들만 잔뜩 강행처리하고는 이를 수용하라는 포고문 낭독용 회담이라면 성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여야 당대표 간 또는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간 회담을 통해 먼저 비쟁점 법안들부터 조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조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대통령과 야당 대표, 또는 여당 대표까지 함께하는 여야 수장 회동에서 국가적 현안들을 논의하는 게 보다 자연스런 방법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어제 ‘채상병 특검법’을 세 번째 발의했다. ‘방송4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특별법) 등 야당이 강행처리한 법안들과 마찬가지로 정부·여당이 수용 불가를 분명히 한 법안이다.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추가하며 김건희 여사 이름까지 명기해 놓고선 “거부하면 탄핵 사유”라고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래서야 대화가 되겠는가. 쟁점법안들은 추후 논의할 숙제로 미뤄 놓는 ‘현상동결’(standstill) 선언이 필요한 때다. 이 전 대표의 ‘먹사니즘’이나 영수회담 제의가 구두선이 아니라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을 위한 것임을 보여 주는 증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여당도 21대 국회에서 미뤄 둔 국민연금 개혁안의 뼈대와 추진 일정을 조속히 제시하고, 정권 때마다 사찰 공방의 소재가 되고 있는 통신이용자 정보조회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황과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대처,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 특별법, ‘K칩스법’, 예금자보호법, 모성보호 3법, 인공지능(AI) 기본법, 인구전략기획부 신설법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경제 현안들이 지금 여야 의원들 앞에 가득 쌓여 있다. 모쪼록 일하는 국회, 밥값 하는 의원들이 되기 바란다.
  • 뒷북 협치도 반쪽…협의체 미루고 구하라법·간호법은 8월 처리

    뒷북 협치도 반쪽…협의체 미루고 구하라법·간호법은 8월 처리

    민생 법안을 시급하게 처리하자는데 전날 공감대를 이뤘던 여야가 8일 열린 첫 실무회동부터 이견을 보여 ‘민생 협치’의 길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했다. 여야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간호법 제정안 등 이견이 적은 민생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상설 대화 테이블인 ‘여야정 민생협의체’ 구성에는 입장차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조건 없는 출범을 제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선 영수회담, 후 여야정 협의체’ 조건을 내걸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첫 실무회동 후 “8월 본회의에서 쟁점이 없는, 꼭 필요한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구하라법이나 간호법, 여야가 조금 더 접근한 전세사기특별법을 논의해 통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구하라법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에 대해 상속권을 배제하는 내용이다. 간호법 제정안은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 우려 속에서 의사의 지도·위임에 따라 간호사가 진료 지원 관련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법안이다. 전세사기특별법은 피해 주택을 경매해 차익을 퇴거하는 피해자에게 주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양측은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배 수석부대표가 “실무적 여야정 협의체는 조건 없이 구성하자는 생각”이라고 하자, 박 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영수회담을 진지하게 한 뒤 대통령이 참여하는 여야 상설협의체를 구성한 다음 구체적 실무협의체를 마련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또 박 수석부대표는 “(윤 대통령이) 민생회복지원금(전 국민 25만~35만원 지원) 등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진정성이 있겠나”고도 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정 협의체에 윤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영수회담에 대해 18일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가 적기라며 의제로 개헌, 기후 위기, 연금 개혁, 인구 문제 등을 꼽았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의 영수회담 제의에 대해 “국회 정상화가 먼저”라며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가 새로 선출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민생 협치를 위한 첫 실무회동이 열린 이날, 앞서 예고한 대로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재표결을 통해 폐기된 앞선 2개 법안에 비해 더욱 강화된 법안이다. 우선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연계해 수사 대상에 김건희 여사를 올렸다. 특검 추천권은 지난 법안처럼 더불어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씩 갖는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 특검법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한 대표도 자신이 생각하는 특검법안(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내놓길 바란다. 우리가 잘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생보다 정쟁을 택했다”고 비난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번에도 (대통령) 재의요구권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 민주당이 무한 정쟁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에 국민들의 거부권이 강하게 작용하는 시점이 곧 나타날 것이고 거의 임계치에 이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 점심에도 빈 보신탕 골목… “장사 접어야지 우짜겠노”

    점심에도 빈 보신탕 골목… “장사 접어야지 우짜겠노”

    2027년 2월까지 ‘식용 종식’ 유예업주 “과거 매출의 10~20% 그쳐” “흑염소만 해서는 장사 안된다. 장사 접어야지 우짜겠노….” ‘개 식용 종식법’ 시행령 시행 첫날인 7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에서 만난 보신탕 식당 업주 김모(75)씨는 “개고기 먹는 사람이 계속 줄어서 저절로 사라질 텐데, 왜 법까지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 식용 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공포일인 이날부터 식용 목적의 개 사육 농장과 식용 개 유통·조리·판매업의 신규 또는 추가 운영이 금지된다. 다만 2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둬 2027년 2월 7일부터는 위반 업자에 대한 처벌도 본격화한다. 칠성시장은 현재 국내에 남은 마지막 개 시장이다. 한때 부산 구포시장, 성남 모란시장과 함께 전국 3대 개 시장으로 꼽혔다. 보신탕 식당과 건강원 50여곳이 영업할 정도로 번성했다. 이후 개고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40여m 보신탕 골목에 식당 4곳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은 점심시간 즈음에도 식당에 드나드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폐업한 점포들도 대부분 텅 빈 채 방치된 상태였다. 햇빛과 비를 가리기 위한 차광막마저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었다. 골목을 찾은 손님들도 식당 영업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골목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업주 김씨는 “요새 워낙 말이 많아 손님들도 전화로 ‘아직 장사하느냐’고 물어보고 올 정도”라며 푸념했다. 60여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식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0년 전 가게를 인수해 영업을 이어 오고 있다는 박모(여·68)씨는 “한창 장사가 잘될 때랑 비교하면 지금은 매출이 10~20% 수준”이라며 “농장이 줄면서 개고기 가격도 많이 올라 장사를 해도 남는 게 없지만 정부 보상안이 나올 때까지 가게 문을 열어 둬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을 찾은 손님 권모(46)씨는 “개를 먹는다고 색안경을 끼고 봐서 주변에는 알리지 않는 편”이라며 “무작정 못 먹게 하기보다는 사육·도축 환경이 개선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년층 손님은 “보신탕집에 몸보신하러 오지, 뭘 자꾸 묻나. 나쁘게 볼 것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 5일까지 지역 내 보신탕 식당과 개 농장, 도축장 등 식용 개 취급 업소 106곳으로부터 전·폐업 이행계획서를 제출받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조만간 보상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여야정 협의체’로 뒤늦게 민생 협치

    ‘여야정 협의체’로 뒤늦게 민생 협치

    22대 국회 생산성이 ‘제로’(0)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가운데 여야가 뒤늦게 민생 정책을 논의할 ‘여야정 협의체’에 공감하고 실무 협의에 착수했다. 여야는 우선 ‘전세사기특별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연임이 유력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차 윤·이 회동’이 ‘8월 말 9월 초’에 열릴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민생 협력’이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쏠린다. 여야 원내 사령탑은 7일 정치권과 정부가 참여하는 협의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여야는 그간 국민의 심판을 받을 거라며 국회 공전의 이유를 상대에게 떠넘겨 왔다. 하지만 대치 국면의 장기화로 정치 혐오가 커지자 이른바 ‘공멸의 위기’를 감지하고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정부와 국회 간의 상시적 정책협의기구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 대책에 따른 입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8월 임시국회 정쟁 휴전을 선언하자. 여야정 민생 협의체를 구성해서 국민을 위해 일을 하는, 민생을 위해 여야가 함께 일하는 국회로 복원시키겠다”고 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8일 협의체 구성을 위한 비공개 실무 논의를 이어 갈 계획이다. 여야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전 첫 회동에서 민생 법안의 신속한 처리에 합의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범죄피해자 보호법, ‘구하라법’,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법,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등을 같이 논의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구하라법과 간호법 등은 견해차가 크게 없다”고 했다. 양측은 혹서기 취약계층 전기요금 감면에도 공감했다. 특히 여야는 전세사기특별법과 관련해 ‘오는 20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심사→21일 국토위 전체회의 의결→본회의 통과’ 수순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위 소속 한 의원은 “쟁점들이 몇 가지 남아 있어 조율이 필요하지만 최대한 합의 처리를 해서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걸림돌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2특검’(채상병·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4국조(채상병 순직 은폐·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방송 장악·동해 유전개발 의혹)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두 차례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을 8일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특별검사란 제도를 타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야당이 앞서 강행 처리한 노란봉투법, 전 국민 25만~35만원 지원법, 방송4법 등에 윤 대통령이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변수다. 무엇을 민생 법안으로 볼 것이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민주당은 전 국민 25만~35만원 지원법을 민생 법안으로 내세우지만 국민의힘은 ‘13조원 현금살포법’이라며 ‘취약계층 맞춤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지난해 말 여야가 원내수석부대표·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민생 법안 2+2 협의체’를 가동했지만 소득 없이 활동을 마무리한 바 있다. 이에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 간 영수회담이 지난 4월 이후 4개월여 만에 성사된다면 여야정 협의체의 걸림돌을 치워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전날 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지금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윤 대통령을 꼽았고, 박 원내대표는 이날 “경제 비상상황 대처와 초당적 위기 극복 방안 협의를 위해 여야 영수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개최 가능성을 열어 뒀다. 오는 18일 민주당 전당대회 일정을 고려할 때, 정치권에서는 2차 윤·이 회담 개최 시점으로 ‘8월 말 9월 초’가 언급된다. 회동이 성사된다면 여야 대표 간 만남 후 윤·이 회담으로 이어질지, 윤 대통령과 거대 양당 대표 간 3자 회동이 될지도 관심사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영수회담은 여당 대표 패싱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격식보다 민생을 더 중시하는 실용주의 정당”이라며 “민생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과 마음을 모으고 정책에 관해 협의하는 건 너무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 [르포]개식용 금지법 시행 첫날…보신탕 업주 “장사 접어야지 어쩌겠노”

    [르포]개식용 금지법 시행 첫날…보신탕 업주 “장사 접어야지 어쩌겠노”

    “흑염소만 해서는 장사 안된다. 장사 접어야지 어쩌겠노.” ‘개 식용 종식법’ 시행령 시행 첫날인 7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에서 만난 보신탕 식당 업주 김모(75)씨는 “개고기 먹는 사람이 계속 줄어서 저절로 사라질 텐데, 왜 법까지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 식용 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시행령 공포일인 이날부터 식용 목적의 개 사육 농장과 식용 개 유통·조리·판매업의 신규 또는 추가 운영이 금지된다. 다만, 2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둬 2027년 2월 7일부터는 위반 업자에 대한 처벌도 본격화한다. 전국 3대 개 시장으로 꼽히던 칠성시장은 부산 구포시장과 성남 모란시장이 문을 닫으면서 국내에 남은 마지막 개 시장이 됐다. 이날은 점심시간을 앞둔 오전 11시30분쯤인데도 식당에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폐업한 점포들도 대부분 텅 비어있어 을씨년스러웠다. 김씨는 “요새 워낙 말이 많아 손님들도 전화로 ‘아직 장사하느냐’고 물어보고 올 정도”라고 푸념했다.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은 과거 보신탕 식당과 건강원 50여 곳이 영업할 정도로 번성했다고 한다. 이후 개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현재는 40여 m 골목에 보신탕 식당 4곳 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이곳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다는 박모(여·68)씨는 “한창 장사 잘될 때랑 비교하면 지금은 매출이 10~20% 수준”이라며 “농장이 줄면서 개고기 가격도 많이 올라 장사 해도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 했다. 그러면서 “이제 미련도 없다. 보상만 제대로 해주면 지금이라도 그만둘 생각”이라고 했다. 이곳을 찾은 손님 권모(46)씨는 “소, 닭, 돼지고기는 잘 먹으면서 개를 먹는 것만 색안경을 끼고 봐서 주변에는 알리지 않는 편”이라며 “무작정 못 먹게 하기보다는 사육·도축 환경을 위생적으로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노년층 손님은 “보신탕집에 몸보신하러 오지, 뭘 자꾸 묻나. 나쁘게 볼 것 아니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 5일까지 지역 내 보신탕 식당과 개 농장, 도축장 등 식용 개 취급 업소 106곳으로부터 전·폐업 이행계획서를 제출받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정부 지원안이 나오지 않았다”이라며 “조만간 농식품부에서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을 발표할 계획인데, 이후 구체적인 보상안이 마련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사설] 여야 도돌이표 공방 접고 민생법안 챙겨라

    [사설] 여야 도돌이표 공방 접고 민생법안 챙겨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통과시킨 ‘방송4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에 반발, 어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아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위법성을 확인하겠다며 ‘현장검증’을 벌인 데 이어 청문회와 국정조사까지 단독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거대 야당이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맞서면 야당이 다시 재발의와 추가 공세를 벌이는 악순환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어제 “정쟁법안은 당분간 미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법안은 8월 임시회에서 처리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도 당대표 경선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경제 상황과 대결정국을 어떻게 해결할지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여야 간 비(非)쟁점 민생법안으로는 의료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하는 간호법 개정안, 저출생 문제 대응을 위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법,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화물표준운임제법, 국가기간전력망 확충특별법, 연금개혁안, 반도체 투자세액 공제 연장을 위한 ‘K칩스법’, 공공주택특별법 등 수두룩하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지금의 불통 정국은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여당이 풀어내야 한다(이해식 수석대변인)”고 주장한다. 민생현안 논의는 말뿐이고 정쟁국회가 계속될 조짐이 여전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그제 국회 본회의에서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했다. 21대 국회에서 이미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이다. 22대 국회 들어 이런 식으로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쟁점법안을 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여 통과시킨 게 벌써 7번째다. 민주당은 쌀값이 폭락할 경우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법 개정안도 당론입법으로 통과시킬 방침이다. 쌀 과잉생산과 재정 악화 초래라는 부작용 때문에 역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민생을 입에 올리면서도 실제로는 정쟁 유발형 대여 공세에만 매달린다면 결국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가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의구심만 증폭시킬 것이다. 지금 시중에는 요동치는 주식시장에 가슴이 무너지는 소액 투자자들과 티몬·위메프 사태로 줄도산 위기 앞에 막막해하는 소상공인들이 부지기수다. 국회만 ‘딴 세상’에서 놀지 말고 민생을 위해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 주기 바란다.
  • ‘철도 지하화’ 시동 못 거는 비수도권 지자체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올해 초 제정됐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 지원 없이 사업시행자가 철도 부지 개발 수익으로만 사업비를 충당하도록 했는데 지방에서는 지상부 개발의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6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대구시는 최근 2021년부터 진행한 경부선(대구 도심) 지하화 등 개발방안 연구용역 결과의 일부 내용을 공개하며 상부 역세권 개발만으로는 사업성이 낮다고 밝혔다. 따라서 특별법만으로는 사업추진이 어려우며, 국비 지원 등 제도개선 없이는 수조원대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사업에 참여할 투자자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 도심 경부선 지하화 대상 구간은 서대구역에서 수성구 사월동까지 20.3㎞다. 공사 비용은 8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지난 4월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추진 협의체’ 회의에 참석해 “비수도권은 정부 지원 없이 사업성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획기적인 금융 모델을 도입하거나 사업성 높은 수도권의 철도 지하화 개발 수익을 지방에 공유하는 방식을 취해야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부산시도 낮은 사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법에 초기 사업비 지원 등의 조항을 담기 위해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는 지난 5월 한 달간 18개 시·군을 대상으로 사업 계획 수요를 조사했으나, 향후 철도 지하화를 추진하겠다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비수도권 지자체가 철도 지하화 사업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건 사업성이 낮은데다 정부 지원마저 없어서다. 지난 1월 제정된 특별법에는 ‘개발 비용 부담은 사업시행자가 역세권 개발 등 상부개발로 발생한 수익으로 철도 지하화 비용을 충당하고, 지자체가 사업 비용의 일부를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0월까지 지자체를 대상으로 철도 지하화 사업 제안서를 접수하기로 했다. 이후 제안서 평가 등을 거쳐 12월까지 선도사업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영우 대구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철도 지하화라는 대규모 사업을 민간 사업으로 추진하면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사업성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에는 정부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재명 “尹대통령 만나고 싶다”… 사실상 영수회담 제안

    이재명 “尹대통령 만나고 싶다”… 사실상 영수회담 제안

    李 후보 “대결 정국 진지하게 대화”대통령실 “경선 끝나야 논의” 답변‘민생 법안 처리’ 계기 마련 기대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6일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지금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꼽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측도 “(민주당) 경선 후에 논의하자”고 밝혀 지난 4월 이후 두 번째 영수회담이 열릴지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는 이날 SBS에서 열린 후보 토론회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묻자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절박한 과제가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을 다시 만나 뵙고 싶다”며 “지금 상황이 엄혹하고 특히 경제 상황이 매우 안 좋다. 경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꽉 막힌 대결 정국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만나서 진지하게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삶이 어렵고, 주식시장 폭락을 포함해 미래 경제 산업이 참 걱정되기 때문에 꼭 뵙고 싶다”며 사실상 두 번째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휴가를 떠난 상황”이라며 “(민주당에서) 경선이 진행 중인 만큼 경선이 끝나야 논의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수회담 가능성을 일축하지 않은 것이다. 여야 간 대치로 국회에서 민생법안이 단 한 건도 통과되지 않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민생을 위한 영수회담’ 필요성이 언급되는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4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민생을 주제로 영수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 11개월 만에 당시 당대표였던 이 후보를 만나 2시간이 넘는 차담을 했다.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지만 양측은 “앞으로 소통을 이어 가기로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야는 당시 영수회담을 계기로 민주당이 추진했던 이태원참사특별법의 수정안에 합의한 바 있다. 최근 야당이 채상병특검법, 방송4법, 전 국민 25만~3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을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후 재표결을 통해 법안들이 폐기되는 악순환 속에서, 두 번째 영수회담이 민생법안을 처리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 금투세 폐지 밀어붙이는 당정… 민주도 ‘우클릭’으로 선회하나

    금투세 폐지 밀어붙이는 당정… 민주도 ‘우클릭’으로 선회하나

    한동훈, 이재명에게 “초당적 논의”추경호 “여야, 당장 협상 착수해야”李, 금투세 유예 긍정적 입장 보여‘유예 반대’ 진성준 SNS엔 댓글 폭탄여론 의식한 듯 관련 토론회 연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중동 사태 격화로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당정이 6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야당에 제안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금투세 유예’ 언급에도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던 민주당은 관련 토론회를 연기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개미투자자들은 이날 금투세 유예에 반대하는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소셜미디어(SNS)에 “금투세를 폐지하라”며 거친 항의를 쏟아 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당정협의회에서 “금투세와 관련해 전향적이고 초당적인 논의를 하자는 공식 제안을 한다. 이 전 대표도 금투세에 대해 다소 유연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증시가 불안한 상황에서 한국만 주가 하락의 모멘텀을 만들 금투세를 강행한다면 일부러 ‘퍼펙트 스톰’(초대형 경제위기)을 만들어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결국 금투세 폐지가 당면 과제 아니겠느냐’는 정부 입장이 있었다”고 전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당장 (금투세) 폐지 논의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양당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7일 예정된 ‘국민이 원하는 금융투자소득세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미뤘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못 한 금투세 토론회를 국민의힘과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임 의원은 이후 “금투세 토론회 하자. 한 대표가 직접 나오면 되겠다”고 응수했다. 이 전 대표도 이날 SBS 주관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주식은 꿈을 먹고 사는데 5000만원까지 과세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분이 저항하고 있다”며 금투세 유예 입장을 견지했다. 그간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개인 의견으로 선을 긋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으로 당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진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한 금투세 유예 반대에 대해 “(당 안팎을 설득해) 연착륙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재명표 ‘우클릭’이 거센 저항 없이 안착하도록 ‘약속대련’의 성격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날 진 정책위의장 블로그에는 “주가 폭락은 민주당 탓”, “정치 싸움에 1400만명 개미투자자는 운다” 같은 항의 글이 2000개 이상 달렸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소득의 20%(3억원 이상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으로,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22대 국회 들어 여야 합의 민생법안 실적이 ‘0건’을 기록한 가운데 여야 정책위의장이 7일 처음으로 만난다. 상견례 성격의 회동이지만 여야 모두 민생법안 협의를 시작하자고 밝힌 만큼 혹서기 취약계층 전기요금 지원, 전세사기특별법 등 이견이 적은 현안이 논의될 수 있다.
  • ‘여순사건시민대책위’ 국회 방문···여순특별법 개정 촉구

    ‘여순사건시민대책위’ 국회 방문···여순특별법 개정 촉구

    ‘여순사건왜곡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지난 5일 국회를 방문해 민주당 여순특위 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여순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비대위는 여순10·19범국민연대를 비롯한 전남 동부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단체다. 이번 국회 간담회에서 여수, 순천, 광양 등 여순사건 관련 시민단체 대표 등은 특별법 개정 촉구 및 진상보고서작성 기획단의 편파구성 등 여순위원회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대책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학영 부의장도 만나 협조를 요청한데 이어 주철현(여수갑) 민주당 여순특위 위원장를 비롯해 행안위원으로 활동 중인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도 만나 협조를 구했다. 이날 요청한 내용은 특별법 개정과 관련해 ▲9월 안에 조사기간 연장 법률 개정 ▲9월 중 특별법 개정 국회 대토론회 개최 ▲특별법 제대로 시행할 수 있도록 특별법 원안에 따른 시행령 보완 개정 필요 등이다. 이어 중앙지원단과 진상보고서작성 기획단과 관련해 ▲중앙지원단의 종합적인 업무보고 및 수시 업무보고 체계화 ▲9월 국정감사 시 피감기관으로 여순사건 위원회 조사 ▲2년 6개월 동안 9% 선에 머문 희생자 및 유족 결정의 원인 규명과 대책 강구 ▲중앙지원단장의 근무 태만 문책 요청 ▲축소 은폐시킨 구례 희생자 유골 봉안식 담당자 책임 문책 등을 요청했다. 또 ▲법령에 따른 직권조사 전면 실시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기획단 재구성 혹은 편파적 인사 교체 ▲특별법에 따른 피해 기간을 무시하고 오락가락한 중앙지원단의 심의 기준 문제 ▲실무위원회 심의 기준 무시한 횡포 ▲여순위원회와 실무위원회 간에 정보 및 소통 부재로 인한 문제점 해결 방안 ▲유족들에게 세심한 정보 전달 및 불안과 불만 해소 대책 마련 등도 강력히 요청했다. 비대위는 지난달 27일 전남도청 동부청사에서 신정훈(나주화순) 국회 행정안전위원장과 간담회를 통해 여순위원회의 문제점과 대책을 요청하기도 했다. 앞으로 국정감사를 앞두고 행안위원들을 만나 문제점을 적극 알릴 예정이다.
  • 단독처리→거부권 또 악순환 정국… ‘정치 혐오’만 커진다

    단독처리→거부권 또 악순환 정국… ‘정치 혐오’만 커진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8월 임시국회 첫날인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단독 처리하자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과 함께 앞서 본회의를 통과한 ‘전 국민 25만~3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법) 등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거대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 후 여당이 ‘거부권’으로 맞서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거듭될수록,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쌓일수록 ‘국민의 심판’을 받을 거라지만, 정작 민생을 등진 정치권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네 탓”만 하는 쳇바퀴 정국이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날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은 재석 179명 중 찬성 177명, 반대 2명(개혁신당 이준석·이주영 의원)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자녀의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졌던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도 재석 의원 271명 중 찬성 206명, 반대 58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재계는 사실상의 ‘무제한 파업법’이라고 반발하고, 노동계는 ‘노동약자 보호법’이라며 맞선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본회의 재표결 절차를 거쳐 폐기됐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 더 강한 법안을 재발의했다. 앞선 채상병 특검법, 방송4법, 25만~35만원 지원법에 이어 여당은 일곱 번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 나섰고, 이를 강제 종료한 야당은 이날 표결해 통과시켰다. 여당은 이미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요청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이 앞서 요청받은 방송4법, 25만~35만원 지원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면 임기 2년간 21건이 된다. 이 추세라면 이승만 전 대통령의 45건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정책의원총회에서 양곡관리법, 한우산업지원법, 농산물가격안정법 등 21대 국회에서 정부·여당 반대로 처리가 무산됐던 3건을 또다시 당론 법안으로 채택했다. ‘쟁점 법안 본회의 상정→여당 필리버스터→야당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법안 폐기’로 이어지는 도돌이표 정국이 반복되는 데는 국회 공전의 원인이 상대에 있고, 따라서 국민 심판이 상대에게 향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은 정작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국회의원 선서’조차 67일째 무시하고 있다. 국회법 24조에는 ‘임기 초에 국회에서 선서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개원식은 못 해도 정기국회가 시작하는 9월 2일에 의원 선서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들은 법을 만들고 국민의 이름으로 일하는 사람들인데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여야 행태가 정치혐오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 무용론이 나오는 현재 상황이 모두에게 정치적 부담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한 초선 의원은 “필리버스터보다 집권 여당으로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 인사도 “상임위원회에서 쟁점 법안을 다룰 때 여야 논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재한 오찬 회동에서 전세사기특별법과 간호사법 처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실제 이 법안들은 상임위 단계에서 의견 접근을 이뤄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 법안 협치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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