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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AG육상 트랙보다 필드서 금맥 캔다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AG육상 트랙보다 필드서 금맥 캔다

    20년 전인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은 아직도 육상인들에게 기억이 생생하다. 육상에서 무려 7개의 금메달을 따 육상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듯했다. 그러나 더 이상 뻗어가질 못했고, 이후 2∼4개의 금메달에 그치면서 아시아에서도 6∼7위 수준에 머물러 왔다. 도하아시안게임 전체 39개 종목 가운데 육상 금메달수가 수영(51개)에 이어 두번째(45개)로 많다. 그러나 이번 대회 한국의 목표는 겨우 금 3개뿐.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국이 절반의 메달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절반을 놓고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동세가 혈전을 벌일 전망이다. ●금메달 3개+알파 한국은 육상의 과거 영광 재현을 위해 몇년 전부터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다.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곳곳에서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도하아시안게임은 아시아 상위권 도약을 위한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는 데 중요한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금 후보는 남자 세단뛰기 김덕현(조선대)과 남자 창던지기 박재명(태백시청), 남자마라톤의 지영준(코오롱)과 김이용(국민체육진흥공단)이다. 트랙보다 필드 종목에서 강세다. 김덕현은 지난달 김천 전국체전에서 17m07로 ‘마의 17m 벽’을 넘으면서 체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지난해 9월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 16m78로 한국기록을 세운 뒤 1년 만에 30㎝ 가까이 기록을 늘린 것. 세계 25위 수준으로 탈아시아의 선두주자다. 올 17m12를 넘은 중국의 리양시가 경계 대상이다. 창던지기는 1998년 방콕대회와 2002년 부산대회에서 금메달을 낸 종목. 육상으로선 효자종목인 셈이다.‘금메달 제조기’인 핀란드 출신 에사 우트리아이넨 코치의 조련을 받은 박재명이 금메달 수성에 나선다. 박재명이 자신의 최고기록(83m99)만 내주면 금메달은 문제없다. 그러나 시즌 기록은 79m57에 머물러 80m 돌파 여부가 메달 색깔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 종목도 중국이 최대 라이벌이다. 중국은 시즌 기록에서 박재명보다 앞선 선수 2명을 보유하고 있다. 5연패에 도전하는 남자마라톤은 다소 불안하다. 주최국 카타르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서다. 그러나 최근 지영준과 김이용의 컨디션이 상승세를 타 금메달의 기대를 부풀린다. ●트랙 부활 타진 한국 육상은 필드와 로드에선 어느정도 선전해 왔지만 트랙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육상의 황금시대였던 서울대회에선 장재근, 임춘애 등 스타들이 트랙을 주름잡았다.‘라면 소녀’ 임춘애는 중거리 3관왕(800·1500·3000m)에 올랐고, 장재근은 200m에서 우승하는 등 절정을 이뤘다. 이후에도 트랙 명맥은 유지됐다.1990년 베이징대회에서 김유봉(800m),1994년 히로시마대회와 1998년 방콕대회에선 이진일(800m)이 2연패했다. 그러다가 홈에서 열린 2002년 부산대회에서 맥이 끊겼다. 트랙에선 남자 110m허들 박태경(광주시청)이 은메달 후보로 꼽힌다. 아테네올림픽 우승자이자 세계기록(12초88) 보유자인 ‘황색탄환’ 류시앙(중국)과의 맞대결도 주목된다. 박태경은 개인최고기록이 13초71로 류시앙에 뒤지지만 동반 레이스로 기록 단축이 기대된다. 27년 동안 잠자고 있는 남자 100m 한국기록(10초34) 경신도 관심거리다. 이 기록은 1979년 서말구가 세운 이후 요지부동이다. 이 때문에 메달권 진입이라는 무리한 욕심보다는 기록 경신과 결선 진출에 초점을 맞췄다.‘기록 도우미’인 일본인 미야카와 지아키(도카이대 교수) 코치의 조련을 꾸준하게 받은 전덕형(충남대)과 임희남(국군체육부대)이 ‘미션’을 받았다. 가능성은 있다. 전덕형은 지난 8월 한계풍속(초속 2m) 초과로 공인받지는 못했지만 10초39를 기록, 기대를 모은다. 대한육상연맹도 100m 기록 경신에 한해 1억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남·북, 개·폐막식 공동 입장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아시안게임 공동입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체육회담을 오는 30일 도하 현지에서 갖자고 27일 제안했다.KOC는 이날 김정길 위원장 명의로 북측 문재덕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북측 공동입장 제안을 수용하고 남북체육회담을 30일 갖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특별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아시안게임 개·폐막식에는 남북 선수단의 공동 입장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와 KOC는 우리측의 제의를 북측이 받아들일 경우 체육회담 대표단을 카타르에 파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담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단일팀 구성 문제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이 한권의 책] 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옛날옛날 한 옛날에 ‘여자 사냥’을 직업으로 삼았던 피에르 클레르그라는 신부가 살았다.14세기 프랑스의 한 작은 시골 마을의 본당 신부였던 이 친구는 중세 유럽의 가장 유명한 이단이었던 카타르파 신도이면서 동시에 그들을 팔아먹던 밀정이었고, 낭만적이며 정력적인 연인이자 난봉꾼이었다. 사제로서의 권력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알았던 그는 최소한 12명의 정부를 거느렸다. 그는 자신이 택한 여성 앞에서 주저함이 없었고, 지루한 서론을 생략하고 언제나 본론으로 직행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피에르의 주요 파트너는 자신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애정 편력을 자랑한 이 마을의 영주 부인 베아트리스 드 플라니솔이었다. 둘의 첫 만남은 고해실에서 이루어졌고, 성탄절에도 교회 안에서 불경을 저지를 만큼 뜨겁고 대담했다. 피에르는 제수씨와의 동침도 서슴지 않았다. 사촌간인 파브리스, 그리고 그녀의 딸, 당시 14세였던 그라지드와도 관계를 맺었다. 엄마 몰래? 아니, 엄마는 딸과 신부의 관계에 동의했다. 그라지드는 후에 사제와의 육체관계에 대해서 너그러울 줄 알았던 피에르 리지에에게 시집갔다. 그녀의 성의식은 대담하면서도 솔직했다. 그라지드에게 피에르와의 관계는 즐거운 것이었다. “유부녀와 잠을 잤으니 넌 큰 죄를 지었어.”라며 질책하는 애인에게 피에르는 태연하게 응답한다.“전혀 그렇지 않아. 유부녀든 미혼녀든 죄는 같아. 전혀 죄가 아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도대체 이 말도 안 되는 짓거리들을 하는 사람들은 뭐란 말인가? 그들은 중세에 관한 우리의 상상력을 부끄럽게 만드는 프랑스의 한 마을 ‘몽타이유’ 주민들이다.‘몽타이유:중세말 남프랑스 어느 마을 사람들의 삶’(엠마누엘 르루아 라뒤리 지음, 유희수 옮김, 길 펴냄)은 피레네 산맥 기슭 해발 1300m에 위치한, 주민 250명의 한 작은 마을에 관한 역사인류학 보고서이다. 2006년 8월 기준으로 14만 5000부라는, 전문 역사서로는 놀라운 판매부수를 기록하면서 미셸 푸코의 ‘앎의 의지’와 ‘감시와 처벌’들을 가볍게 제쳐 버리고 프랑스의 저명한 갈리마르 출판사 총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이야기의 제공자는 장차 베네딕투스 12세로서 아비뇽 교황청을 지배하게 될 파미에의 주교 자크 푸르니에였다. 몽타이유의 카타르파 혐의자들을 조사하러 온 푸르니에는 고문보다는 끈질긴 심문을 선호했고, 놀랍도록 세심한 기록을 남겼다. 그 결과, 대개 문맹이었기에 중재자 없이는 글을 남길 수 없었던, 그래서 역사의 공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14세기 농민들의 삶은 푸르니에의 치밀한 기록을 거쳐 라뒤리의 몽타이유 미시사로 다시 태어났다. ‘계량사의 최고봉’이라고 평가받는 ‘랑그독의 농민들’에서 과도할 정도로 ‘사람 없는 역사’를 보여주었던 아날학파의 이 역사가는 ‘몽타이유’에선 왕이나 저명한 학자들이 아닌 작은 농촌 마을의 갑남을녀들을 역사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람 냄새 물씬 배어나는 역사를 보여준다. 딸들이 결혼지참금으로 집안에 경제적 손해를 가져오느니 차라리 형제자매간의 혼인이 더 바람직하다고 여겼던 사람들. 면도도 목욕도 심지어 세수조차 거의 하지 않았던, 그러나 서로의 이를 잡아주면서 가족관계나 애정관계를 보여주었던 사람들의 독특하고 생생한 삶이 책에 가득하다.
  • AG야구팀, 3연패 꿈안고 장도

    아시안게임 3연패의 꿈을 품은 한국 야구 드림팀이 23일 밤 카타르 도하로 떠났다. 김재박 프로야구 LG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괴물 신인’ 류현진(한화)과 타격 4관왕 이대호(롯데) 등 국내파 22명으로 드림팀을 꾸렸다. 한국은 앞서 박찬호(전 샌디에이고)와 서재응(탬파베이) 김병현(콜로라도) 등 해외파와 국내파를 버무려 1998년 방콕 정상에 올랐고, 2002년 부산에서도 국내파로 금메달을 땄다. 24일 카타르에 도착, 현지 적응에 돌입하는 한국은 30일 사실상 결승전인 타이완과 예선리그 첫 경기를 벌인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과 타이완,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 등 6개국이 풀리그로 메달을 가린다. 일본은 사회인 야구 선수가 주축이기 때문에 한국을 제외하면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등으로 나선 타이완이 우승후보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라이벌을 넘어라] (4) 마라톤 지영준 vs 샤미

    [라이벌을 넘어라] (4) 마라톤 지영준 vs 샤미

    김원탁-황영조-이봉주-?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걱정스러운 종목이 남자마라톤이다. 남자 마라톤은 1990년 베이징대회부터 2002년 부산대회까지 4연패를 달성, 아시아 최강국의 면모를 뽐냈다. 당시 황영조, 이봉주 등 걸출한 스타들이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상황이어서 아시아무대는 사실 좁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한국마라톤이 침체기에 빠진 데다 전통의 라이벌 일본과 신흥 강국 카타르 등의 도전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차세대 주자 지영준(25·코오롱)과 ‘오뚝이’ 김이용(33·국민체육진흥공단)이 5연패에 도전한다. 특히 ‘포스트 이봉주’로 불리는 지영준은 이번 대회를 개인의 영광은 물론, 한국마라톤 부활의 계기로 삼겠다며 벼른다. 지영준은 지난 8월부터 본격 준비에 돌입했다. 횡계 하계훈련을 시작으로 중국 쿤밍-전국체전-쿤밍-영천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현재 경북 영천에서 마무리훈련 중이다. 정하준(54) 총감독은 “레이스 당일(12월10일)을 목표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1000m의 짧은 거리훈련으로 스피드를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2시간 8∼9분대의 선수들이 밀집해 있어 막판 스퍼트에서 메달 색깔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지난 8월 코스답사를 다녀온 정 총감독은 “바람도 강하지 않고 코스도 평탄하다.”면서도 “그러나 문제는 더위”라고 말했다.12월 도하는 낮 기온이 섭씨 30도까지 올라간다. 또 같은 코스를 4차례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지루함을 줄 수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이 강적이지만 이번에는 홈 이점을 등에 업은 카타르가 무섭다. 일본은 2진급 선수들을 내보낸 반면 아시안게임 유치 뒤 육상중흥을 기치로 내건 카타르는 아프리카 선수를 수입하면서까지 열성을 보였다. 그 중 한 명이 무바락 하산 샤미(26)다. 케냐 출신으로 리처드 아티치라는 이름을 버리고 귀화했다. 샤미는 지난해 데뷔 무대였던 빈마라톤에서 우승, 단숨에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그 해 세계하프마라톤 2위, 베니스마라톤 우승에 이어 올해는 프라하마라톤에서도 우승, 정상급 실력을 뽐냈다. 여기에 카타르 정부가 거액의 ‘당근’으로 확실한 동기를 부여했다. 지영준의 우승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록상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영준은 현지 적응 능력을 키워 당일 레이스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도하아시안게임] 독도표시 한반도기 선보인다

    한반도기(남북단일기)에 독도가 정식으로 표기될 전망이다. 다음달 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아시안게임에 공동으로 입장하자는 북한 제의를 정부가 22일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는 독도가 들어간 한반도기가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최근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는 데 대한 의견을 외교통상부에 질의했고 외교부는 “독도가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우리의 고유영토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일기에 독도를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회신했다. 정부 당국자는 “독도를 새겨 넣는 데 대해 정부내 반대가 없기 때문에 북측과 협의해서 앞으로는 독도가 들어간 단일기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공동입장에 대해 “핵실험과 상관없는 비정치적 스포츠 교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23일 남북공동입장 수용방침을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도하아시안게임] 카타르의 어스파이어돔은

    [도하아시안게임] 카타르의 어스파이어돔은

    1974년 테헤란대회 이후 32년 만에 중동에서 열리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이번 대회 개최를 계기로 ‘중동의 허브’로 도약을 꿈꾸는 카타르인의 열망은 세계 최대의 돔경기장인 어스파이어(Aspire·7만 3000㎡)에 투영돼 있다. 도하 시내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어스파이어돔은 5000석 규모의 축구장과 올림픽 규격의 수영·다이빙 풀, 그리고 7개의 다목적 경기장을 갖췄다. 이번 대회에서는 배드민턴과 우슈, 레슬링, 카바디, 복싱, 체조, 사이클 등 7개 종목이 열린다. 한 지붕 아래에서 동시에 여러 종목의 경기가 열리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돔 내부에는 126개의 5성급 호텔 객실까지 갖췄으며, 주변에 있는 320m 높이의 ‘스포츠 시티 타워’는 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서울 상암경기장(5만 9777㎡)보다 훨씬 넓은 규모의 돔을 짓고 에어컨 바람으로 채우는 무모한 발상은 ‘가스머니’ 내지 ‘오일머니’에서 비롯됐다. 아라비아반도 동북부 해안의 반도국 카타르의 면적은 불과 1만 1437㎢로 경기도보다 조금 크고, 인구는 80여만명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900조㎥의 천연가스와 1520억배럴의 원유 매장량은 카타르를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가 넘는 부국으로 만들었다. 카타르는 이 대회를 위해 28억달러(약 2조 7000억원)를 거침없이 쏟아 부었다. 경기장뿐 아니라 이 참에 도로와 정보기술(IT) 인프라에도 1080억달러(약 102조원)를 더 투입한 뒤 201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할 계획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정치·사극 명해설 성우 김종성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정치·사극 명해설 성우 김종성

    카타르시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나온다. 억압된 영혼이 자유로워져 순간적인 쾌감을 준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이른바 ‘천(天)의 목소리’라고 한다. 정확한 발음과 깔끔하고 박력있는 목소리로 오감을 자극해 카타르시스를 팍팍 선사한다. 또한 ‘제1공화국’에서 ‘제3공화국’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세월을 생생하게 전달, 정치극을 한 차원 높이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도 ‘격동 50년’(MBC라디오)을 18년째 진행해오면서 청취자들의 귀를 역사의 현장으로 쏘옥 빠뜨린다. ●‘천의 목소리´로 안방극장에 생생한 해설 전달 어디 이뿐이랴. 얼마전 끝난 인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비롯, 요즘 주말에 상영되는 ‘연개소문’(SBS-TV) 등의 대하사극과 오락 프로그램 ‘스펀지’(KBS-2TV)에서 감칠맛나는 해설로 우리의 오감을 흥미진진하게 건드린다. 특히 딱딱할 것 같은 웬만한 다큐멘터리와 교양 프로그램에서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끌어당긴다. 성우 김종성(63)씨. 주말 저녁이면 목소리로 늘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아저씨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얼굴 없는 배우’ 가운데 소위 ‘가장 잘 나가는’ 성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64년에 데뷔, 올해로 42년째이자 나이 60대 중반을 바라보는 원로이지만 여전히 열정적인 활약으로 ‘성우계의 살아 있는 역사’로 통한다. 지난 16일 오후, 가을의 끝자락을 아쉬워하듯 쓸쓸하게 낙엽이 흩날리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김씨를 만났다. 처음에는 “해줄 말도 없는데다 얼굴 없는 배우가 얼굴을 내밀어선 무엇하느냐.”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김씨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주 동안(童顔)이었다. 소설가 조정래씨와 시인 박제천씨가 동국대 국문과 동기이고 탤런트 김무생씨와는 동갑이라는 점에서도 얼른 비교가 된다. 젊어진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욕심도 없고 술, 담배도 안 한다.”며 빙그레 웃을 뿐이다. 나이보다 젊어 황당했던 일도 당연히 있을 터. 주차장에서 50대 경비 아저씨한테 “젊은 사람이 왜 그래?”하는 식의 야단을 자주 듣는가 하면 한 살 아래인 부인과 동행할 때 누나 동생 사이로 오해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너무 젊게 보여 수염을 길렀더니 오히려 ‘젊음의 끼’로 여겨 낭패(?)를 당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어려서는 노숙했고 나이들어서는 젊게 보인다고 하니 얼마나 복받은 삶일까 부러워진다. 김씨의 본명은 김기호, 아명(兒名)이 ‘종성’이다. 성우로 데뷔할 때 ‘금(金)종소리’라는 뜻에서 ‘鍾聲’으로 쓴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김종성(金鍾聲)으로 쓰고 있다.‘두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로 유명한 라디오 스타 김기덕씨가 친동생이다. “원래 성우가 된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먹고 살기 위해 대학 다닐 때 방송대본을 쓰게 되면서 엉뚱하게 성우의 세계로 빠진 셈이지요.” ●동아방송 사태로 실직 아픔… 복덕방 운영도 가난한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가문에 대한 강박관념과 살림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래서 대학 3학년때 입주 아르바이트 등 여러가지를 했지만 신통치 않아 방송국을 노크했다. 당시 MBC 라디오 제작2부장이었던 김범석씨를 만나 방송대본을 건네자 “성우가 낫지 않겠느냐.”며 성우학원 등록을 권유받았다. 이때가 1963년 6월. 그래서 서울 종로5가에 있는 한국예술학원에 두달 동안 다녔다. 그해 10월 동아방송 성우시험에 응시했으나 낙방, 적잖은 고민을 했고, 결국 이듬해 4월 TBC가 개국하면서 성우시험 공채 1기에 합격했다. 이와 관련, 김범석씨는 “당시 한국예술원에서 성우강의를 했는데 김종성씨는 성우에 자질을 크게 보였다.”면서 “지금도 방송해설 분야에서 나름대로 독특한 장르를 개척했고 또한 그 분야를 순수하게 잘 이끌어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성우의 길은 생각만큼 순탄치 않았다. 초창기 TBC 시절, 구조조정 등으로 노사분규가 발생했고 함께 입사한 동료 15명 중 7명이 퇴사하는 아픔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부인을 만난다. 부인은 당진 출신으로 TBC에서 2년,MBC에서 3년 성우생활을 하다가 1970년 결혼하면서 성우활동을 그만두었다. “동아방송 사태가 나자 실직했지요.1976년부터 1979년까지 서울 잠실에서 3년동안 가나안 복덕방을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돈 되는 걸 도무지 맞추질 못하는 거예요. 오죽했으면 주위에서 ‘반대로만 하면 된다.’고 할 정도였지요.” 이때 MBC에서 ‘그림자’ 방송을 담당하는 PD한테 연락을 받고 다시 복귀했다. 아울러 1980년 서울의 봄을 맞아 동아방송에서 ‘정계야화’라는 정치드라마를 맡으면서 사실상 본격적인 성우생활이 시작된다. 하지만 신군부에 의해 방송국이 통합되면서 또 한번의 시련을 겪으면서 KBS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현재 극단 산울림대표의 임영웅씨가 만든 ‘인물 한국사’의 해설을 맡으면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가 지금의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 ‘격동 50년’을 하게 된 것은 지난 1988년 4월1일에 시작된 ‘격동 30년’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김씨는 “배우 사정이나 시국 분위기 등으로 처음에는 두달만 하자고 한 것이 벌써 18년이나 됐다.”면서 ‘전설따라 삼천리’보다 더 오래 장수한 유일한 라디오 드라마가 됐다고 의미 부여를 했다. “소리나 언어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요. 사전대로 하면 안 맞습니다. 대중들이 가장 아름답게 여기는 언어와 억양을 구사해야 친숙해집니다. 물론 잘못된 대중언어는 골라내지요. 그게 제가 40년 넘게 성우생활을 해온 고집이기도 합니다.” ●“말이란 형식미가 아니라 자연미여야” 가끔 후배들을 만나면 “성우는 언어학자가 아니다. 자유롭게 리얼하게 표현하면 된다.”고 당부한다. 또 작품의 성격을 잘 이해해야 올바른 배역과 해설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씨 자신도 드라마든 다큐프로이든 항상 대본부터 꼼꼼히 읽는 습관을 가졌다. 목소리가 원래 좋았느냐고 묻자 “어렸을 때 부모님이 ‘옥루몽’이며 ‘삼국지’를 읽는 모습을 자주 봤다.”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누나들이 갖다 준 ‘무정’ 등의 소설책을 많이 읽었다고 대답했다. 또 성우생활을 하면서 AFKN방송의 해설을 눈여겨보면서 미래의 호흡과 템포를 익혔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언젠가는’ 할 때 대부분 한꺼번에 읽지만 ‘우리는/언젠가는’식으로 호흡의 길이를 나름대로 정했다.“말이란 형식미가 아니라 자연미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술, 담배 안한 것도 맑은 소리를 제대로 서비스하기 위해 결단했던 것.”이라며 웃는다. “물러나는 것을 늘 생각합니다. 짧게는 2년 후 그만두려고 합니다. 후배들이 한 600여명이 있지만 영상매체의 발달로 성우라는 직업이 사양길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새로운 무대를 개척해야지요. 지금까지 방송의 배려로 살았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매년 몇백대1로 성우 지망생은 늘고 있거든요.” 김씨는 이에 대비해 몇년 전부터 ‘오디오북’을 준비해오고 있다. 이미 ‘백범일지’‘고전12마당’‘단편문학50권’ 등을 녹음했다. 앞으로는 후배들과 함께 특수효과를 넣은 오디오북 1000권 제작을 목표로 이에 전념할 계획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나 후배 성우들도 품위있게 은퇴를 하려면 이러한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김씨는 ‘불멸의 이순신’을 끝내면서 시청자들이 주는 상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카페를 만들어 김씨의 나이를 의식해서인지 “후계자는 없나요.” 등의 많은 애정과 안타까움을 표시한다.“글쎄요. 제가 하라는 대로 하면 후배들이 돈을 벌 수 없다며 기피한다.”며 멋쩍게 웃는다. km@seoul.co.kr
  •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아침형 인간이 되자”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하는 한국야구대표팀이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 중이다. 오는 30일 도하아시안게임 타이완전과 12월2일 일본전 등 금메달 길목에서 만나는 난적과의 대결이 모두 카타르 현지시간으로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3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야간 경기에 익숙해져 있는 선수들에겐 고역이 아닐 수 없다. 16일 LG와의 연습경기를 위해 대표팀은 오전 8시30분부터 구장에서 몸을 풀면서 ‘아침형 인간’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17일 롯데전에서는 이보다 빠른 오전 7시에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23일 도하로 떠나는 대표팀의 현지 적응 훈련은 이보다 더 빨리 시작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훈련장으로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경기 2시간 전까지 구장에 집결해야 한다는 대회 규정에 따라 오전 7시까지 경기장에 가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일정을 시작해야 한다.김재박 감독이 일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아시안게임이 단기전인 만큼 당일 컨디션이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경기시간에 맞춰 몸 상태를 만들어 놓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한편 대표팀은 이날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첫 연습경기에서 9-7로 승리했다. 길게는 한 달 보름 만에 실전을 치러서인지 경기감각은 현저히 떨어졌다. 특히 중간계투로 등판한 이혜천이 2실점, 마무리 윤석민이 4점을 내주는 등 불안함을 드러냈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홍명보도 못 깬 ‘日 징크스’

    지난 2005년 이후 한국축구는 일본과의 대결에서 1승2무2패로 확연한 열세를 드러냈다. 그해 1월 청소년대표팀이 카타르에서 일본을 3-0으로 제압한 이후 지난 9일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준결승 패배까지 성인·올림픽·청소년 등 19세 이상 3개 대표팀에서 승전보를 전한 적이 없다.‘해묵은 갈증’은 도하아시안게임을 2주 남짓 남겨둔 14일 창원에서도 이어졌다. 홍명보(37) 코치가 임시 지휘봉을 잡은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이 14일 창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일본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전반 초반 박주영의 선제 헤딩골을 지키지 못하고 1-1로 비겼다. 한국은 이란으로 건너간 핌 베어벡 감독의 성인대표팀이 벌일 2007아시안컵 최종 예선전에 하루 앞서 축포를 쏘아올리는 듯했지만 후반 어이없는 자책골로 최근까지의 ‘일본 징크스’에 또 치를 떨어야만 했다. 한국올림픽대표팀은 이로써 지난 2004년 9월 평가전 이후 2년 무승(1무2패)의 악몽을 이어갔고, 대일본 역대 전적에서도 4승2무4패로 동률을 허용했다. 무엇보다 3개 각급대표팀의 최근 대일본전 열세를 재확인시켰고, 도하아시안게임과 내년 2월 시작될 베이징올림픽에 대비할 올림픽대표팀 전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게 됐다. 전반 4분 박주영의 선제헤딩골과 이후 파상공세로 일본을 압박하던 한국은 후반 19분 역습을 펼친 일본의 측면 돌파에 이어진 크로스를 수비수 안태은이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게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 선제골을 까먹었다. 어이없는 무승부였지만 수확은 있었다.‘일본 킬러’ 박주영의 진가가 되살아난 것. 청소년대표 시절 일본과의 5차례 경기에서 4골을 몰아치며 전승을 이끌어 ‘일본 킬러’의 명성을 얻은 박주영의 활약은 이날도 이어졌다.4-4-2 포메이션의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 측면 공격을 이끈 박주영은박주영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두 차례의 위협적인 슛을 날리며 발끝을 조율한 뒤 전반 4분 김승용의 코너킥을 골지역 오른쪽 구석에서 솟구쳐 오르며 헤딩슛, 통쾌한 선제골을 뽑아냈다. 쉴 새 없이 일본의 문전을 흔들던 박주영은 28분 아크정면에서 오른발로 찬 감각적인 30m짜리 프리킥으로 상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비록 후반 백지훈과 교체돼 더 큰 활약은 이어지지 못했지만 독일월드컵과 K-리그 등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로 재도약할 희망을 품기엔 충분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아! 아쉬운 무승부

    아! 아쉬운 무승부

    지난 2005년부터 한국축구는 일본과의 대결에서 1승2무2패로 확연한 열세를 드러냈다.그해 1월 청소년대표팀이 카타르에서 일본을 3-0으로 제압한 이후 지난 9일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준결승 패배까지 성인·올림픽·청소년 등 19세 이상 3개 대표팀에서 일본을 꺾은 경우는 없었다.‘해묵은 갈증’은 도하아시안게임을 2주 남짓 남겨둔 14일 창원에서도 이어졌다. 홍명보(37) 코치가 임시 지휘봉을 잡은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이 14일 창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일본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전반 초반 박주영의 선제 헤딩골을 지키지 못하고 1-1로 비겼다.한국은 이란으로 건너간 핌 베어벡 감독의 성인대표팀이 벌일 2007아시안컵 최종 예선전에 하루 앞서 축포를 쏘아올리는 듯 했지만 후반 수비수 안태은의 어이없는 자책골로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본 징크스’에 치를 떨었다. 한국올림픽대표팀은 이로써 지난 2004년 9월 평가전 이후 2년 무승(1무2패)의 악몽을 이어갔고,대일본 역대 전적에서도 4승2무4패의 팽팽한 동률을 허용했다. 무엇보다 3개 각급대표팀의 최근 대일본전 열세를 재확인시켰고,고스란히 도하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올림픽대표팀 전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게 됐다. 전반 4분 박주영의 선제헤딩골과 이후 파상공세로 일본을 압박하던 한국은 후반 19분 역습을 펼친 일본의 측면 돌파에 이어진 크로스를 수비수 안태은이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게 골문으로 빨려들어 선제골을 까먹었다. 어이없는 무승부였지만 수확은 있었다.‘일본 킬러’ 박주영의 진가가 되살아난 것.청소년대표 시절 일본과의 5차례 경기에서 4골을 몰아치며 전승을 이끌어 ‘일본 킬러’의 명성을 얻은 박주영의 활약은 이날도 이어졌다.양동현 이근호 등 양날개를 이끌고 스트라이커로 나선 박주영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두 차례의 위협적인 슛을 날리며 발끝을 조율한 뒤 전반 4분 이승용의 코너킥을 골지역 오른쪽 구석에서 솟구쳐 오르며 헤딩슛,선제골을 뽑아냈다. 쉴 새 없이 일본의 문전을 흔들던 박주영은 28분 아크정면에서 오른발로 찬 감각적인 프리킥으로 상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비록 후반 백지훈과 교체돼 더 큰 활약은 이어지지 못했지만 독일월드컵과 K-리그 등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이시아 최고의 공격수로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엔 충분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5) 중국을 배우자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5) 중국을 배우자

    |베이징 이지운특파원|“7년 내에 육상과 수영, 두 기초종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집안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망신당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8월31일 중국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마련한 기자회견장. 베이징에서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마친 뒤 당시 리푸룽(李富榮) 부위원장의 발언은 비장했다. 그는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서 식단을 차렸으나 대부분 외국인이 와서 먹어버렸다.”고 말했다. 이 때 중국이 육상·수영에서 딴 금메달은 10개. 일부에서는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성과로 받아들여졌으나, 그는 “이번 대회 금메달의 기록은 세계선수권 대회의 20위권에 불과하다.”고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은 이보다 1년 앞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이미 한차례 큰 충격을 경험했다. 육상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밖에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 육상의 대부 마쥔런 감독은 망연자실해 있다가 건강 악화로 ‘마군단’을 떠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중국 육상은 1992년 세계청소년육상대회 800m,1500m,3000m,1만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뒤이어 93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육상경기에서도 1500m,1만m에서 금메달,3000m에서 금·은·동을 모두 휩쓸어 세계를 놀라게 했었다. 중국은 1932년 10회 LA 올림픽 때 최초의 올림픽 참가선수로 단거리 육상선수 리우창춘(劉長春)을 참가시켰을 만큼 육상과 깊은 인연이 있는 나라다. 리푸룽 부위원장은 이른바 ‘5대 대책’을 제시했다. 대책의 최우선은 지도자 선발과 육성이었다. 다음이 선수 선발과 훈련, 세번째는 과학적 훈련체계의 도입이다. 이어 최대한 국제대회를 유치해 경험을 축적한다. 끝으로 ‘밖으로 나가고 안으로 불러들인다.’(走出去,請進來)는 원칙을 세웠다. 최대한 해외 전지 훈련의 기회를 마련하는 동시에 능력있는 해외 지도자들을 불러들인다는 계획이다. 뒤이어 중국은 ‘119 공정(工程·프로젝트)’을 수립한다.119는 육상과 수영에 걸린 금메달의 합계다. 중국의 약점인 육상, 수영에 ‘올 인’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이후 중국은 ‘최선을 다해 금메달 1위를(力爭金牌榜第一)’이라는 구호를 내놓는다.2008년 안방에서는 스포츠 최강국 미국을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인 셈이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중국은 다시 한번 좌절을 겪는다. 육상에서 단 2개의 금메달. 수영에서는 10개의 금메달을 건졌지만 전통 강세 종목 다이빙을 제외한 나머지는 성적이 변변치 않았다. 실망은 커져갔다.2005년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서 미국은 17개의 금메달, 육상선수권대회에서 14개의 금메달 등 31개를 땄지만 중국은 수영에서 5개, 육상에서는 한 개도 없었다. 다만 중국은 류시앙 등을 통해 희망을 보았다. 그는 189㎝,85㎏의 좋은 체격에 중국 육상계가 체계적으로 길러낸 재목으로 꼽힌다. 아테네 올림픽 110m 허들에서 ‘동양인은 올림픽 육상 단거리에서 우승할 수 없다.’는 속설을 보란 듯이 깨뜨렸고 세계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수영계는 만 12세의 소녀 왕췬에 흥분하고 있다. 그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2005∼2006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월드컵 5차대회 여자 평영 200m에서 2분22초27의 깜짝 놀랄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왕췬은 마지막 25m를 남겨놓고 놀라운 스퍼트를 보여줘 “성장 중인 소녀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힘을 보여줬다.”는 극찬을 받았다. 중국 수영계는 베이징올림픽까지는 무난히 세계 최강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왕췬 금메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중국 체육계의 ‘7년 프로젝트’가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인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우선은 중국의 올림픽 준비가 신비에 쌓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계자들은 “올림픽에 관한 한 중국 관계자들이 극도로 민감해 있어 물어보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전했다. 취재도 체육총국의 선전국으로 일원화해 많은 해외 언론매체가 취재를 거절당했다. 결국 오는 12월1일부터 열리는 제15회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나 그 일면을 확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jj@seoul.co.kr ■ 집중단기투자 성공할까? |베이징 이지운특파원|과거 중국은 ‘세계대회 금메달 공정(工程)’이란 이름으로 초등학교 졸업 이전의 학생들을 선발해 ‘체육공작대’‘체육대(隊)’‘체육학원’ 등을 통해 체육 인력을 키워냈다. 이같은 스포츠 아카데미는 1만 7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13억명이라는 인적자원과 맞물리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토대를 갖춘 셈이다. 다만 중국이 육상과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 과학적 관리 시스템을 갖춘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어서 효과를 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이 남은 1년반 동안 수영과 육상에서 막판 스퍼트를 올린다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미국-중국간에 전에 볼 수 없었던 메달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스포츠계는 보고 있다. 결국 집중 단기 투자가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것인가가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중국 선수들은 일단 신체조건이 한국 선수들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에서 스포츠 의학을 전공한 김태경 박사는 “육상과 수영은 빠른 근섬유 운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체격’이 상당부분을 좌우하는데 중국은 이런 점에서 서양인들과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임춘애를 키워낸 김번일 코치가 중국에서 코치 생활을 하면서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만 뒷받침 된다면 중국의 육상이 세계 정상권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재목은 수두룩한데 선수들의 정신력이 문제”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정신적인 문제에서도 중국은 이전과는 다른 면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체육회 중국지부 정홍용 사무처장은 “개인적으로 접해보는 중국의 체육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과거와는 다른 압박과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고들 한다.”고 전했다.“국제대회 출전 때의 대우도 예전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 수영 국가대표팀의 장야동 감독은 올 초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며 부담이 심하면 심할수록 그만큼 우리 성적은 좋아질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동시에 중국의 과학적 선수관리 체계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수영선수 출신으로 중국 현장에서 수영을 지도하고 있는 베이징체육대학의 윤효진씨는 “현 중국 수영계의 선수 관리 시스템은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분석적이다.”면서 “한국의 현 국가대표 선수들도 중국 국가대표 수영 선수들의 수영법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시행해 보고 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는 “스포츠 의학 등 기초적인 분야에서 중국은 분명한 강국”이라면서 “선수 개개인 능력과 시합 결과를 검사·분석·연구,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상당한 기초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jj@seoul.co.kr ■ 중국 훈련명소 ‘쿤밍’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오는 12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국 수영 대표단은 지난 7일부터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17일간의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중국 남부에 위치한 쿤밍은 세계적인 관광도시다. 날씨는 겨울 평균이 8도, 여름은 17도로 사시사철 기후가 온난하다. 쿤밍이 ‘체육 중심도시’로 불리게 된 것은 날씨 때문이 아니다. 평균 해발 1800m 이상의 고원지대여서다. 세계 체육계가 고지대 훈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0년대 중반. 케냐,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고지대에 위치한 나라의 선수들이 중·장거리 및 마라톤 종목을 석권하자 그 원인을 분석하면서부터다. 1600m 미만의 고도에서는 적혈구 생성을 위한 자극이 일어나지 않아 산소 운반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한다. 고도 3000m가 넘을 때는 훈련강도 유지가 어려워 오히려 유산소 능력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1600∼3000m가 훈련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간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고지대 훈련으로 단련된 몸으로 해수면에서 경기를 하게되면 훨씬 몸이 가벼워지고 근육의 피로 회복이 빨라져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면서 “고지대 훈련이야말로 모든 운동선수에게 필수불가결한 훈련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세계적으로 고지대 훈련의 명소로 알려진 곳은 미국 콜로라도주의 볼더, 미국 뉴멕시코주의 앨버키키, 스위스의 생모리츠, 중국의 쿤밍 등이다. 이 가운데 최근 특히 주목을 받고있는 곳이 쿤밍.90년대 여자육상 중·장거리 부문에서 세계를 석권한 ‘마군단’의 훈련캠프로 잘 알려졌다. 특히 ‘마군단’을 이끈 마쥔런 감독이 직접 디자인한 육상 트랙과 크로스컨트리훈련장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한국의 육상팀도 몇년 전부터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5000m,1만m, 하프마라톤 등 여자 장거리 종목에서의 한국기록은 고지대 훈련을 통해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영연맹도 이번 전지훈련지를 선정하면서 “폐활량과 지구력 향상을 위해 쿤밍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중국 대표선수들은 쿤밍보다는 서부 칭하이(靑海)성에 있는 ‘국가 고원체육훈련기지’를 선호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위해서도 현재 3주간 비밀스러운 특수 훈련에 들어갔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jj@seoul.co.kr
  • 홍감독 데뷔전 “일낸다”

    홍감독 데뷔전 “일낸다”

    ‘이번엔 일본을 넘는다.’ 한국과 일본 축구는 영원한 라이벌이다. 엎치락뒤치락 아시아 맹주 자리를 놓고 수없이 겨뤄온 사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으로 보면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는 일본에 우위를 지켜왔다. 그랬던 것이 2004년 8월부터 역전당했다. 일본만 만나면 강력한 힘을 발휘한 한국이었으나 요즘 들어선 그렇지도 않다.2005년부터 각급 대표팀(19세 이상) 경기에서 한국은 1승2무2패로 일본에 뒤졌다.2무도 승부차기에서 모두 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1승4패인 셈. 지난해 1월 카타르청소년축구대회에서 3-0으로 이긴 뒤 지난 9일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준결승까지 한국은 일본에 모두 졌다. 이런 한국이 14일 오후 8시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일본과 다시 격돌한다. 오는 12월 도하아시안게임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한 올림픽대표팀의 친선전이다.21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원정 2차전이 열린다. 올림픽대표팀 역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4승2무3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다. 일본 격파의 선봉에는 ‘축구 천재’ 박주영(21·FC서울)과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37) 코치가 나선다. 박주영은 청소년대표 시절 일본과 5차례 경기를 펼쳐 4골을 넣으며 한국의 5전 전승을 이끌 정도로 ‘일본 킬러’다. 특히 박주영은 2004년 아시아청소년(U-19)선수권 준결승에서 1골을 넣은 끝에 승부차기 승리를 따냈고, 지난해 카타르친선대회 결승에서 2골을 작렬시켜 우승컵과 최우수선수(MVP), 득점왕을 동시에 품었다. 홍 코치는 이번 한·일전에서 처음으로 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잡는다. 핌 베어벡 감독이 15일 아시안컵 예선 이란과 마지막 경기를 위해 중동으로 갔기 때문이다. 특히 현역 시절 홍 코치와 함께 아시아 최고 수비수로 자웅을 겨뤘던 이하라 마사미(39)가 일본 코치를 맡고 있어 이들의 자존심 대결도 볼거리다. 홍 코치는 “한·일전의 중요성과 팬들의 관심을 잘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중요한 경기가 많이 있어 무리하지 않도록 하겠지만 선수들이 일본전을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으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J리그 구단의 반발로 이번 대표팀을 꾸리는 데 골머리를 앓아 최정예 멤버는 아니다.‘괴물’ 히라야마 소타(21·FC도쿄) 등 일부 정예 멤버가 빠졌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지난해 J리그 신인왕으로 김진규의 팀 동료인 아일랜드 혼혈 로버트 카렌(21·주빌로 이와타)과 마에다 스케(20·산프레체 히로시마) 등이 버티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난 8월 일찌감치 팀을 꾸려 중국 등과 세 차례 평가전을 치르며 발빠르게 베이징올림픽에 대비해 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13) 미국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

    [세계의 싱크탱크] (13) 미국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싱크탱크들 가운데 브루킹스가 차지하는 위치는 대학들 내에서 하버드가 차지하는 위치와 비슷하다. 브루킹스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연구소 가운데 하나이고, 연구 결과가 가장 많이 인용되며, 이에 따라 영향력이 가장 큰 싱크탱크로 손꼽힌다. 학문적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중도좌파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분류된다. 브루킹스의 역사는 1916년 개혁주의자들에 의해 세워진 정부연구소(Institute for Government Research)로부터 시작한다. 이 연구소의 탄생을 지원했던 세인트루이스 출신의 사업가 로버트 브루킹스는 1922년과 1924년에 경제연구소(Institute of Economics)와 브루킹스대학원을 추가로 설립한 뒤 1927년 세 기관을 모두 합쳐 브루킹스연구소로 재탄생시켰다. 브루킹스는 특정 분야를 심층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내외 정책의 전반을 연구하는 종합 연구소이다. 그 가운데서도 연구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미국의 대외정책, 경제, 정부와 통치, 국제경제와 개발, 메트로폴리탄 정책이다. 브루킹스는 연구소 내에 교육 정책, 아동과 가정, 동북아정책연구, 사회 및 경제 변동, 미국과 유럽, 중동정책을 연구하는 별도의 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보수적 성향의 미국기업연구소(AEI)와 공동으로 각종 행정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시하기 위한 연구도 수행 중이며, 어번연구소와는 세금 정책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국제경제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싱크탱크의 영향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구 결과가 가장 많이 언론에 인용된 연구소는 브루킹스였다.2000년과 2002년에 이뤄졌던 비슷한 조사에서도 브루킹스는 1위를 차지했었다. 브루킹스의 국내외적인 영향력은 다양한 부류의 거액 기부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50만달러(약 5억원) 이상 기부자 가운데는 뉴욕의 카네기 사와 영국의 국제개발부, 카타르 대사관, 미 상공회의소가 포함돼 있고 25만달러 이상 기부자에는 보스턴 칼리지와 포드 재단, 도쿄 클럽 재단,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부가 들어 있다. dawn@seoul.co.kr ■ “독립된 정책적 시각·목소리 그대로 반영” “특정 정치인 도울땐 떠나야… 복귀땐 환영”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브루킹스의 론 네센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소장과 한반도 전문가인 리처드 부시 선임연구원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소의 경쟁력 유지 방안과 연구 수행 방식 등을 설명했다. ▶브루킹스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네센= 오랜 역사와 통찰력 있는 연구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최근 들어서는 초당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워싱턴은 양극화된 이념의 싸움장이다. 그런 곳에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평가를 받는다고 본다. 워싱턴에는 다양한 종류의 싱크탱크가 존재한다. 어떤 싱크탱크는 특정한 ‘어젠다’를 옹호하기 위해 결과를 정해놓고 연구를 시작한다. 브루킹스는 다르다. 순수하게 연구를 통해 결과를 도출한다. ▶보수측에서는 브루킹스가 ‘리버럴’하다는 평가를 한다. 부시= 우리 연구소에 특정한 ‘이름표’를 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브루킹스에는 중도좌파적인 연구원과 중도우파적인 연구원이 공존한다. 연구원마다 각자의 주관이 있다. 헤리티지처럼 연구원들이 연구소의 ‘지침’에 따라 연구를 수행하는 곳도 있지만 우리는 다르다. 예를 들어 북한 문제의 경우 어떤 연구원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다른 연구원은 보다 유연한 정책을 지지한다. ▶정부나, 기업이나 최근에는 ‘같은 모습, 같은 목소리(One Look,One Voice)’라는 통합되고 일관된 메시지를 중요시한다. 연구소의 연구결과도 그런 점이 필요한 것 아닌가. 부시= 그것은 기구의 철학과 관련된 것이다. 브루킹스는 연구원들의 독립된 정책적 시각을 존중해온 전통을 갖고 있다. 네센= 우리 연구소의 분위기는 대학과 비슷하다. 브루킹스는 국내 정책이나 대외 문제에 대해 연구소 차원의 견해를 밝히지 않는다. 연구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그대로 살려준다. ▶다양한 목소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시= 예를 들어 북한 문제에 대해 토론회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면 토론이 활성화된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토론을 보고 있는 일반인들이 문제의 여러 측면을 알게되고 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연구소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사람들에게 특정한 독트린을 주입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 연구소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가를 제시해준다. ▶선거 때 특정한 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는가. 부시= 만일 브루킹스의 연구원이 특정한 정치인을 돕고 싶다면, 개인 시간에 할 수가 있다. 만일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연구소를 떠나야 한다.2004년에 동료 연구원 2명이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외교 정책 공약을 돕기 위해 몇 달간 휴가를 냈다. 그리고 선거에서 케리가 패배하자 동료들은 연구소로 돌아왔다. ▶그들이 연구소로 돌아오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나. 네센=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돌아와 기뻤다. 브루킹스는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직접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인사들을 선호한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경험이다. ▶연구원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면 연구의 질과 객관성은 어떻게 유지하나. 부시=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연구원이 정책 보고서 초안을 완성하면 이를 소장에게 제출할 때 그 분야의 전문가 6명의 이름도 함께 줘야 한다. 소장은 그 가운데 3명에게 초안을 보여주고 의견을 듣는다. ▶브루킹스 같은 연구소를 갖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부시= 미국의 경우 정부가 각종 재단이나 기구에 대한 기부금을 세금에서 공제해준 것이 싱크탱크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것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독립된 연구기관을 만드는 토대가 됐다. dawn@seoul.co.kr ■ 브루킹스와 한국관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브루킹스의 대표적인 한국 전문가는 리처드 부시 선임연구원이다. 부시 연구원은 중국과 타이완 문제 전문가였으나 한반도까지 연구의 폭을 넓혔다. 부시 연구원은 스스로를 대북 강경론자라고 말하지만 보수적인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에 비해 중도적이고 온건한 정책 제안들을 제시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은 부시 연구원은 미 국가정보위원회에서 아시아 정책을 분석·조정하는 업무를 담당했으며,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다. 부시 연구원은 브루킹스 동북아정책연구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다. 이 센터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 타이완, 홍콩 등에서 선발된 정부 관리나 연구원, 언론인 등이 관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박형중 통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방문연구원으로 파견돼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한국 외교 정책 방향을 연구 중이다. 박 연구위원 직전에 파견됐던 임원혁 한국개발원(KDI) 연구원은 워싱턴에서 열린 각종 한반도 토론회에서 ‘외롭게’ 대북 포용정책의 불가피성을 설파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브루킹스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도 안보분야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다. 프린스턴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모두 받은 오핸런 연구원은 군사전략과 군사기술, 군축 분야 등에 일가견을 갖고 있어 이라크전 등 주요한 안보 현안이 터질 때마다 미국 미디어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오핸런 연구원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행정부로 옮겨 대외정책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오핸런 연구원의 현재 연구 과제 가운데는 이라크와 북한 정책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의회에서 그의 정책 보고서가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잭 프리처드 전 대북협상 특사는 최근까지 브루킹스에서 한반도 현안을 다루다 한국경제연구소(KEI)의 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브루킹스는 지난 5월에는 세종연구소와 함께 ‘서울-워싱턴 포럼’을 출범시켰다. 두 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매년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한반도 관련 현안들에 대해 토론하는 모임이다. dawn@seoul.co.kr
  • 日엔 IT·美엔 의료인력

    청년층 해외취업자의 대부분은 중국과 일본에 도전장을 내민다.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거니와 문화적 이질감도 적기 때문이다.최근 2년간의 취업 현황을 보면 일본이 1016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817명, 미국 291명 등이다.특히 일본은 우리보다 임금 등의 대우와 조건이 좋아 인기가 높다.2001년 한·일 정보기술(IT)자격 상호인정 협정체결 후 일본 IT분야의 취업 문호가 확대돼 취업자가 늘고 있다. 최근 연간 1000여명이 일본 기업에 취업하거나 인턴 자리를 얻어 일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실무능력을 갖춘 전문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 비즈니스 전문가 연수과정을 거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한 뒤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미국의 경우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등 의료인력이 부족해 이 분야 전공자들의 취업이 증가하고 있는 편이다. 유치원교사, 초·중·고교 교사직도 취업의 문호가 점차 열리고 있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 국가에 항공승무원으로 취업하는 사람들도 많고 호주나 인도네시아 등지로도 청년실업자들이 직업을 구해서 진출하고 있다. 윤지원 해외취업지원센터 취업지원 담당자는 “일본의 경우 조건을 갖춘 IT 관련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진출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앞으로 5년간 간호사 1만명을 미국에 취업시킬 계획을 추진 중이다.이 계획이 성사되면 1966∼1976년 10년 동안 1만여명의 간호사들이 서독에 취업한 뒤 최대 규모의 해외취업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지만 취업 추진작업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산업인력공단은 지난 4월 미국의 취업전문기관과 유급 인턴간호사 파견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지만 미국내 사정이 급변, 어려움을 겪고 있다.당초 미국 간호사 면허를 소지한 한국 간호사를 연간 2000여명씩 5년 동안 뉴욕의 36개 병원에 취업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가 이들의 현지 취업에 필요한 비자(j-1) 조건을 강화하는 법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승부차기도 미리 준비해야

    페널티킥이나 승부차기에서 실축은 자주 일어난다. 통계로 따지면 약 20% 정도가 실패한다. 키커의 심리적인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골키퍼야 하나라도 막아내면 ‘영웅’이 되지만, 키커는 단 한 번의 실패로 ‘역적’이 된다. 세계 최고 스트라이커로 꼽히던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바조도 1994년 미국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했다. 아주리 군단을 결승까지 진출시킨 공로는 짧은 순간에 휴지조각이 됐고, 바조는 우승컵을 브라질에 넘긴 ‘이적 행위자’로 낙인찍혔다. 지난 9일 아시아청소년(19세 이하)축구선수권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숙적’ 일본과 승부차기 끝에 2-3으로 졌다. 한국은 6명의 키커 가운데 2명이 골대를 맞혔고,2명이 상대 수문장에게 막혔다. 특히 한국은 1∼3번 키커들이 모두 실축하는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승부차기에서 졌다고 마냥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같은 팀을 상대로 한 카타르 친선대회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3-4로 졌던 기억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에 띄게 자신감 없는 한국 선수들의 슛은 팬들을 안쓰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언제 또 승부차기 순간이 다가올지 모른다. 그로 인한 패배가 ‘징크스’로 자리 잡기 전에 반복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승부차기를 ‘운칠기삼’에서 ‘운삼기칠’로 만들어야 한다. 앞서 일본 수비수가 후반 35분 퇴장당해 연장까지 약 40분 동안 한국은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지만 승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 수많은 기회를 만들었으나 골결정력 부재라는 형님들의 고질병이 아우들에게 감염된 듯, 연신 헛발질로 일관했다. 패배에서 교훈을 얻는다고 했다.9일 악몽이 어린 한국팀에 보약이 됐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 내년 캐나다 세계대회가 고질병 완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AFC 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소나기골, 막을테면 막아봐”

    [AFC 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소나기골, 막을테면 막아봐”

    ‘일본 밟아 주마.’ 한국 청소년축구대표팀이 9일 인도 콜카타 솔트레이크스타디움에서 숙적 일본과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청소년(U-19)축구선수권대회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다. 한국은 35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서 11번이나 우승컵을 품은 최다 우승국이다. 또 2002·2004년에 이어 3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조동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청소년대표팀은 8강까지 치른 4경기에서 15골을 몰아치며 출전국 가운데 최다 득점을 올렸다. 수비에서는 짠물 수비로 최소 실점(1골)을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어린 공격수들이 잇단 소나기골로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재를 해결한 재목으로 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특정 선수에 치우치지 않고 득점포가 고르게 폭발했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 신영록(4골), 이상호, 심영성, 송진형(3골), 박현범(1골)이 골폭죽을 쏘아올렸다. 박주영 백지훈 김진규 등의 2004년 멤버보다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이번 선수들이 더욱 알토란 같다는 평가다. 일본은 4경기서 9득점(3실점)을 기록,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역대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도 13승4무1패로 단연 한국이 우위다.U-19,U-20 전적도 23승6무4패. 그러나 방심은 절대 금물.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라이벌전의 특성 탓에 ‘양날의 검’인 셈이다.2005년 세계청소년선수권 직후 새로 꾸려진 한국과 일본 청소년팀은 이번 대회에 앞서 무려 4차례나 승부를 겨뤘고, 한국이 열세였다. 첫 대면이던 지난해 7월 일본 니가타국제청소년대회 결승전에서 0-1로 졌다.10월 안방 친선전에서는 이상호가 2골을 터뜨리는 등 5-2로 시원하게 설욕했다. 올해 2월 카타르친선대회 결승에선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졌고, 지난 8월 일본SBS컵에서는 0-3으로 완패했다. 각 2골을 기록한 포워드 모리시마 야스히토와 가와하라 가즈히사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 주로 조커로 투입되는 네덜란드에서 귀화한 장신(196㎝) 공격수 마이크 헤르나르도 경계 대상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독일월드컵 결승전 공인구 카타르왕족에 22억원 낙찰

    지난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사용돼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축구공이 지난 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Reach Out To Asia(ROTA)’ 자선 경매에서 240만달러(약 22억 4500만원)에 낙찰됐다. 승부차기 끝에 프랑스를 꺾고 우승컵을 품은 이탈리아 선수들의 사인이 담겨긴 이 공은 카타르 왕족 셰이크 모하메드 빈 하마드 알타니에게 돌아갔다. 알타니는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동안 도하의 ‘어스파이어 아카데미’에 이 공을 전시할 예정이다. 앞서 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은 자선사업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ROTA 경매에 이 공을 기증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프로농구] 농구코트 ‘도하 한파’

    `도하발 한파´가 프로농구 코트에 몰아친다. 새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농구대표팀에 차출된 프로선수 8명이 6일부터 합숙에 들어감에 따라 삼성, 전자랜드 등 일부 구단이 된서리를 맞게 된 것. 팀의 기둥 서장훈(207㎝)과 간판슈터 이규섭(197㎝)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삼성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팀득점(평균 81.7점)의 32%인 26.2점을 합작하고 8.9리바운드를 낚아내는 이들의 공백으로 삼성은 전력의 3분의1을 떼어놓고 15경기 안팎을 치러야 한다. 설상가상 올루미데 오예데지(201.8㎝)가 발목을 다쳐 안준호 감독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당초 서장훈과 이규섭이 떠나기 전 최소 5승을 건진다는 계산이었지만 6일 현재 3승4패.‘도하 혹한기’를 어떻게 버티느냐에 따라 플레이오프 진출이 갈릴 전망이다. 안준호 감독은 “위기의식이 높지만 식스맨급 선수들에겐 되레 기회”라면서 선수들의 의욕에 기대를 건다. KT&G와 LG를 연파하고 겨우 자신감을 되찾은 전자랜드는 해결사 김성철(195㎝)의 공백이 뼈아프다. 성공률 60%에 달하는 고감도 3점포를 앞세워 평균 17.4점을 몰아친 김성철이 빠진 동안 3할 승률만 거둬도 성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희암 감독은 “외곽슛은 (조)우현이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다.2·3쿼터 파워포워드 역할은 (김)택훈이와 (석)명준이가 힘을 내야 한다.”면서도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동부와 모비스, 오리온스도 탄탄한 ‘잇몸’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아시안게임 동안 4할 승률만 유지하면 상위권 수성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 센터 김주성(205㎝)이 빠진 동부와 포인트가드 양동근이 차출된 모비스는 포스트플레이와 게임 리딩에도 일가견이 있는 만능용병 앨버트 화이트(동부)와 크리스 윌리엄스(모비스)가 있어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전망이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알자지라 10주년

    알 자지라 방송이 11월로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서방 언론 일색 보도에서 아랍권 목소리를 대변, 보도 및 국제적 여론 형성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중동지역을 주요 대상으로 위성을 통해 24시간 뉴스를 전문적으로 송출해 왔다. 아랍어 TV방송에서 시작해 영어 TV까지 영역을 넓혔다. 본사는 카타르 도하. 알 자지라는 아랍어로 ‘바다’,‘섬’이란 뜻이다. 시청자는 6500만명가량.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 전체 시청자의 96%다. 이라크 바그다드, 이란 테헤란 등 중동지역을 거점으로 워싱턴, 런던, 파리 등 세계 30여개 도시에 지국을 두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선 시청률이 40%를 넘는 등 이슬람권에서 폭발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아랍판은 지난 20일 ‘아랍 최고 브랜드’로 뽑을 정도로 높은 신뢰와 영향력을 누리고 있다. 9ㆍ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나 오사마 빈 라덴을 독점 취재,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아랍어 인터넷 뉴스사이트(2001년), 영문판 사이트(2003년)를 개설했다. 올 9월 전 세계 대상의 영어 방송인 ‘알 자지라 인터내셔널’을 시작,CNN,BBC와 경쟁하고 있다. 설립자인 카타르 국왕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 일가는 ‘취재·보도의 절대 자유’를 약속, 이례적인 언론 자유를 지원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 주둔지인 대표적인 중동 친미국가 카타르에 반미적인 방송사 본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방송에선 볼 수 없었던 분쟁 지역의 비참한 실상과 금기시 됐던 정치 논쟁을 다뤄 뜨거운 반향을 얻고 있다. 반면 반미·반서구 정서에 편승, 정치 선동과 폭력 미화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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