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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영철 대법관소속 3부 배당… 언소주, 재판부 기피신청

    대법원은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광고주를 상대로 광고중단 운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돼 상고심 재판을 받게 된 언론소비자주권연대(언소주) 회원들이 재판부 기피신청서를 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의 사건은 신영철 대법관이 소속된 대법원 3부에 배당돼 있다. 언소주는 “신 대법관은 ‘촛불재판’에 개입해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며 “신 대법관은 재판 배정을 스스로 회피하고 법관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여의도 돋보기] 여야 사법독립 소신 “그때그때 달라요”

    요즘 국회를 보면 여의도인지 서초동인지 알 수 없을 지경입니다. 여야의 하루가 법(法)·검(檢) 대립 얘기로 시작되기 때문이죠. 22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장광근 사무총장이 “우리법연구회가 학술연구모임이니 문제없다는 것은 과거 하나회 멤버들이 국가관과 군사병법에 대해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모임이라고 강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선공을 날렸습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라디오 방송에서 “한나라당이 하려는 건 사법개혁이 아니라 ‘사법테러’”라고 반격합니다. “판결이 권력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압박하는 것”이라면서 “정작 시급한 것은 검찰 개혁”이라고 칼끝을 돌렸습니다. 문득 정치권이 사법부 독립에 대해 초지일관했는지 궁금해지네요. 지난해 2월26일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파동으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긴급 현안보고 회의록을 살펴봤습니다.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이 사법부가 예규에 따라 소신 있게 한 것을 외부에서 잘했느니 못했느니 비난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합니다. 같은 당 홍일표 의원은 보수 판사에게 재판을 몰아줬다는 의혹은 있지만 법원이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으니 그냥 그런 줄 알자고 합니다. 장윤석 의원도 우리 사회가 법원 판결을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것이 과하다고 걱정합니다. 지금 민주당이 한나라당한테 하는 얘기와 같습니다. 민주당도 다를 게 없습니다. 신 대법관과 배당에 관여한 수석부장판사를 국회에 데려오라고 압박합니다. 당시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재판과 관련해 법관이 나오는 건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래도 부르라고 성화입니다. 지금은 양심에 따라 행동한 법관 개인을 공격하면 안 된다고 하는 민주당이 이때는 왜 이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법원 때문에 국민이 불안하다고 합니다. 내 재판을 맡는 판사가 누구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 무서운 건 맞습니다. 하지만 억울했던 내가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검찰이 법원 잘못이라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건지, 그건 더 무서운 일입니다. 한나라당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책임지라고 닦달합니다. 이러다 야당도 무죄 사건이 나올 때마다 검찰총장 보고 책임지라고 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두 주장 모두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얘기입니다. 무슨 일만 터지면 국회에 불려가 공격을 당하는 법원행정처장과 법무부 장관이 ‘오욕의 역사를 극복하려고 노력이라도 하고 있는 법조계보다 자기들 입맛에 따라 사법 개혁을 거론하는 국회 스스로나 개혁하라.’고 말하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수위낮춘 法·檢… 불안한 휴전모드

    수위낮춘 法·檢… 불안한 휴전모드

    MBC PD수첩 1심 무죄선고 하루 뒤인 21일 열린 검찰(전국검사회의)과 법원(대법관전체회의)의 두 모임에 촉각이 모아졌지만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게 끝났다. 모두발언 수위에 관심이 모아졌던 김준규 검찰총장은 ‘직무에 충실하자.’는 원론수준의 발언에 그쳤고, 이용훈 대법원장도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림으로 보면 일단 ‘휴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휴화산도 언제든지 활화산이 될 가능성은 엿보인다. 한나라당과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의 법원에 대한 공세는 이날에도 이어졌다. 때문에 이번 법(法)·검(檢) 대충돌은 일단 잠복기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태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갈등이 확산되면서 이 대법원장이 최종 타깃으로 부상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판사들의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하나회’에 비유하면서 공세를 폈다. 사법부 독립은 법관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날 사법부 독립을 지키겠다고 언급한 이 대법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사법부를 혼돈상태로 정의, “이런 사태를 방치하는 게 사법독립은 아닌 것을 대법원장은 유념하시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법원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사상 첫 전국검찰화상회의는 차분하게 치러졌다. 김 총장은 회의를 시작하면서 “지금의 상황이 어수선하다.”고 법원과 검찰의 냉기류를 에둘러 표현하며 “검찰이 갈 길을 의연하고 당당하게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화상회의 중 현안과 관련한 일선 검사의 발언이나 김 총장의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회의가 끝난 뒤 대검 간부들과의 오찬에서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사자성어를 끄집어냈다. 꾸준하게 검찰 본연의 일을 하다 보면 국민의 마음도 움직이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 담겼다고 대검 관계자는 전했다. 법원 판결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보다 검찰 본연의 임무인 수사에 충실함으로써 난국을 헤쳐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이날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열린 대법관 회의에서도 사법부 흔들기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대법원 관계자는 전했다. 이로써 검찰의 반발과 이에 대한 대법원의 성명,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선고로 충돌까지 가는 듯했던 양상은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당의 직접적인 사법부 때리기에 대해 법원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는다. 한 대법원 관계자는 “정권 차원의 사법부 장악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임기를 1년 9개월 남긴 대법원장을 흔드는 것은 법원시스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치부하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며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법원 측은 촛불, 미네르바, KBS 정연주 사장 등의 기소사건에 대해 가차없이 무죄를 선고한 법원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올해 임기를 마치는 김영란 대법관과 대법원장 지명으로 내년 임기를 마치는 이공현 헌법재판관의 후임에 관심이 모아진다. 불안한 휴전상태를 화약고로 만들 화인은 도처에 깔려 있다. 곧 있을 법원 인사도 인사지만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의 일부 공사지역에 대한 공사중지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충돌은 불가피하다. 장형우 허백윤기자 zangzak@seoul.co.kr
  • 드라마 속 ‘여장부형’ 캐릭터, ‘여기자’

    드라마 속 ‘여장부형’ 캐릭터, ‘여기자’

    ‘청순가련형’에서 ‘캔디형’ 으로 다시 ‘여장부형’ 으로. 드라마 속 여주인공 캐릭터가 변하고 있다. 경제불황의 여파로 올해도 어김없이 ‘캔디형’ 여주인공들이 브라운관을 점령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여장부형’ 캐릭터로 종종 등장해 왔던 것이 여기자다. 드라마 속 ‘여기자’ 들은 어떤 모습일까.지난 2008년 방영된 MBC ‘스포트라이트’ 에서 손예진은 극중 사회부 2진 기자로 분해 저돌적인 여기자로 분해 관심을 모았다. 극중 우영은 “따뜻한 기사를 다루고 싶다.” 는 소신으로 거대권력에 맞서 싸우며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인물.이를 위해 손예진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기름진 머리, 단벌 의상으로 사건현장을 누비느라 바쁜 사회부 기자를 최대한 표현했다. 실제로 사흘 밤을 새우며 머리도 못 감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하지만 재벌기업의 비리와 촛불집회 등 민감한 사안들을 용기있게 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SBS ‘일지매’ 에 밀려 한 자릿수 시청률로 종영하는 비운을 겪어야만 했다.지난 해 방영된 SBS ‘스타일’ 속의 여기자는 저돌적인 성격에 패셔너블을 더했다. 이지아가 잡지사 1년차 에디터 이서정 역을 맡았다. 서정은 어리바리하지만 자존심은 세서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 이 때문에 실수도 많고 눈물도 많이 흘리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으로 결국 베테랑 에디터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이같은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이지아는 수시로 넘어지고 엉덩방아를 찧고 또 수영장에 빠지는 등 몸을 사리지 않으며 고군분투했다. 또 활동적인 서정의 캐릭터에 맞춰 심플하면서도 중성적인 캐주얼 룩을 선보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연기가 개성이 없다는 혹평을 받기도. 시청률은 20% 초반을 보이며 나름 선전했다.지난해 말부터 올 1월 중순까지 방영된 ‘용자’ 드라마 MBC ‘히어로’ 속 여기자는 도도하고 냉철하다. 용덕일보의 여기자 나가연 역을 맡은 정수영은 촌철살인격의 멘트를 날려 상대방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또 변장술과 잠입취재, 다양한 취재원들과 쌓은 두터운 인맥으로 취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초미니 스커트, 망사 스타킹 등 독특한 스타일로 화제가 되기도.하지만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 일침을 가해 ‘정의와 진실이 승리한다’ 는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히어로’ 는 KBS ‘아이리스’ 와 ‘추노’ 와 맞붙는 대진운으로 결국 한 자릿수 시청률을 보이며 막을 내렸다.이 달 중순부터 방영되고 있는 MBC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속 여기자는 일욕심이 많은 돌쇠형 성실타입이다. 박진희가 극중 방송기자 이신영 역을 맡았다. 신영은 워싱턴에 기자 연수를 다녀오고 또 자랑스런 선배로 모교 강단에 서기도 하지만 명퇴압박 1순위에 오르고 애인에게 차이는 등 위기를 겪는 인물.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기존의 명랑하고 씩씩한 기자 캐릭터는 여전히 유효하다. 나이도 기존 드라마 속 기자에 비해 올라갔지만 이를 무색케 만들만큼 당당하고 활동적이다. 또 앞으로 띠동갑 연하남과의 사랑 이야기도 선보일 것으로 보여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그 여부에도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사진 = MBC, 서울신문NTN DB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PD수첩 보도 정정하라는 법원, 무죄라는 법원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 전원에게 어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방송내용을 검찰 주장과 달리 허위보도로 볼 수 없다며 PD수첩의 손을 들어줬다.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과 쇠고기 수입업자 영업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즉시 항소하겠다는 검찰 반응이 아니더라도 민사1·2심에서 방송 일부 정정·반론보도 결정이 났던 만큼 법원 판결 차이로 인한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PD수첩의 방송은 1년8개월간 논란을 확대시키며 나라를 뒤끓게 한 사안이다. 한·미 쇠고기 수입협상이 타결된 뒤 주저앉은 소의 영상을 담아 미국 여성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사망했을 가능성을 지적한 게 발단이다. 촛불시위가 번지던 민감한 시기의 방송에 전문가, 국민이 갈라진 채 이른바 ‘광우병 파동’을 확산시켜 간 단초였다. 그런 만큼 이번 선고에 쏠리는 국민들의 관심은 지대한 것이었다. 방송 이후 인터넷을 달군 논란엔 정운천 전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을 향한 욕설, 비방이 난무했고 음식점에 발길이 끊기는 소동이 빚어진 게 사실이다. 허위보도가 아니라는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소의 후유증은 눈에 띌 만한 것이었다. ‘주저앉은 소가 광우병에 걸렸다는 증거 없음’을 인정한 언론중재위나 서울남부지법·서울고법의 정정·반론보도 판결은 방송내용 중 전부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잘못됐을 개연성을 지적한 것으로 봐야 한다. 헌법은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행동규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법관의 판단은 사회의 상식과 어느 정도 병행할 이유가 있다고 본다. 절차·형식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배치되는 민·형사 소송의 판결에 의구심이 쏠리는 게 당연하다. 법원의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결정과 강기갑 의원 무죄판결 결정이 낳은 법·검 갈등에 이념편향의 의혹이 뻗침도 괜한 게 아니다. 온 나라를 뒤집을 관심사라면 경륜과 전문적 지식이 있는 법관이나, 단독이 아닌 합의부의 심층적 판단이 긴요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와 소통을 자꾸 비켜나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법개혁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 할 것이다. 언론보도의 자율성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 시국선언 공무원 엇갈린 판결

    법원이 지난해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시국선언대회에 참여하거나 동조한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시국선언대회에 참가해 검찰이 기소한 공무원 노조원 13명에 대한 1심 판결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2단독 이동훈 판사는 지난해 7월1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시국선언에 동조하는 집회에 참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국민주공무원(민공노) 노동조합 김모(46) 전 부산지역 본부장에 대해 지난 5일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판사는 “피고가 집회에 참가한 목적이 공무원의 직무 및 근로조건 향상보다는 민공노, 전공노 및 법원노조가 ‘촛불시위 수사, PD수첩 수사, 용산화재 사건, 남북관계 경색’ 등 사회적·정치적 사안에 대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전교조의 시국선언에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러한 정치적 성격의 집회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해 놓은 지방공무원법 등 제반 규정에 어긋나고 노동조합과 관련한 정당한 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 19일 ‘공무원·교원 시국선언 탄압 규탄대회’에 소속 조합원과 함께 참석하고 대회를 홍보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반면 전주지법형사4단독 김균태 판사는 19일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전교조) 노병섭 전북지부장 등 간부 4명에 대해 “공익의 목적에 반하는 게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대한 비판을 한 것에 불과하고, 이는 헌법이 규정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 법원의 한 판사는 “판결문을 보지 않은 상황에서 두 판결에 대해 비교한다는 자체가 사실상 무리”라며 “향후 상급심에서 충분하게 심리가 다뤄지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法·檢갈등 핵심은 ‘공무집행방해’

    용산참사와 민노당 강기갑 의원 재판을 둘러싼 법원·검찰간 갈등의 중심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있다. 검찰은 법치주의를 내세워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려 하지만 법원은 ‘국민 군기잡기’적 성격이 짙다고 보고 엄격한 해석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초기 촛불시위에 대해 검·경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고, 법원이 무죄나 벌금형 선고로 제동을 걸었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17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용산참사와 강 의원 사건의 핵심은 ‘방해 받은 정당한 공무집행’이 실제로 있었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한 민원인이 경찰서 민원실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에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한 것과 관련,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정당한 경우에 한해 ▲폭행과 협박에 이른 경우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전제가 ‘정당한’ 직무집행이라는 점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면서 “다소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 해도 정당한 직무집행이 아니라면 무죄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회폭력’이라 이름 붙은 사건에 대해 법원이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무죄를 선고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 문을 해머로 부순 민주당 문학진 의원, 국회의원 명패를 집어던진 민노당 이정희 의원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국회 외통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 자체가 위법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강 의원 사건과도 연결된다. 이와 관련, 남부지법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이 위법했고 ▲더구나 당시 박계동 사무총장은 신문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공무를 집행 중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공무집행방해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입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한 영장 기각률은 2005년 30.1%, 2006년 34.3%, 2007년 38.7%, 2008년 43.2%, 2009년(7월 기준) 46.9%로 꾸준히 증가했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과 2009년 상반기에 40%대를 넘어섰다. 용산참사건도 다르지 않다. 용산참사 피고인들에게 1심에서 징역 5~6년형의 중형이 선고된 것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혐의가 인정됐기 때문. 검찰이 용산참사건과 용산참사 재정신청건을 함께 심리하는 것에 반발, 재판부 기피신청을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찰 진압작전은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는 전제가 흔들리면 양형은 물론 유·무죄 판단까지도 뒤집힐 우려가 있다는 것이 검찰의 속내다. 검·경은 법원이 도전받는 공권력 문제에 둔감하다고 말한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공무집행 사범에 대한 공권력 확보방안’이란 논문을 통해 “법집행이 폭력성을 띠고 있더라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이를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 역시 “판결이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경우 공권력 집행에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 전주 ‘얼굴없는 천사’ 기념비 제막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 전주 ‘얼굴없는 천사’ 기념비 제막

    지난 10년 동안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앞에 몰래 성금을 놓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졌다. 전주시는 12일 오전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 앞 화단에서 ‘얼굴 없는 천사의 비’ 제막식을 가졌다. 이 기념비는 2000년부터 해마다 연말을 전후해 노송동주민센터 앞에 현금과 돼지저금통 등을 놓고 사라진 50대 남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아름다운 선행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가로 1.2m, 세로 1m 크기의 검은색 돌로 제작된 이 기념비에는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이 글은 주민들의 뜻을 모아 송하진 전주시장이 직접 붓글씨를 써 새겨 넣은 것이다. 한편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4월3일 초등학교 3학년생을 통해 58만 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노송동주민센터 민원대에 올려놓고 가는 등 지난해 연말까지 11차례에 걸쳐 1억 6136만 3120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지방시대] 창·마·진 통합시 명칭 시민뜻 반영을/민병기 창원대 국문학 교수

    [지방시대] 창·마·진 통합시 명칭 시민뜻 반영을/민병기 창원대 국문학 교수

    인간은 주어진 상황에서 생존에 가장 유익한 것을 최우선으로 선택하여 그것을 극대화시키려 언제나 노력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동물이다.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도 국민 대다수가 경제통의 지도자를 선호한 데 있다. 집권 초기에 촛불 집회로 고전했지만 현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여, 한국 경기가 서서히 되살아나는 분위기이다. 한국은 세계적 불황을 빨리 극복한 대표적인 나라로 평가받는다. 2009년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 정도의 플러스로 돌아섰다. 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자로 한국전력이 선정되었다는 양국 정상회담 발표는 국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 기술력과 경제통 대통령의 외교력이 합쳐지면 앞으로 더욱 수주실적을 올릴 수 있으니, 이번 수출의 의미는 매우 크다.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이득을 위하여 서로 손잡고 협력하며 발전을 모색한다. 대표적인 예가 유럽연합이다. 중·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20억 인구의 단일 시장이 생겼다. 이렇게 현대 국가들은 이웃과 협력하여 잘살려고 한다. 이것이 고대나 현대에 모두 적용되는 생존법칙이요 경제논리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역사·경제적 지식을 바탕으로 현실 문제를 쉽게 잘 설명하는 하버드대 닐 퍼거슨 교수의 주장을 우리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는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를 침공하고 군대를 주둔시키는 세계 최강 제국이지만 빚이 너무 많아서 그 국력이 점점 약해지고, 미·중 경제 공존의 관계도 곧 깨지고, 김정일 정권도 10년을 못 버틴다.’고 예견했다. 그리고 중·일 사이에 있는 한국은 ‘호두까기’ 기계 사이에 끼인 처지이니, ‘부서지는 운명’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퍼거슨은 한국이 미국과 손잡을 필요성을 강조하며, 빨리 국력을 키워 남북통일을 이룩하도록 권유했다. 국력을 키우려면 우리 경제가 빨리 발전해야 한다. 기업인들은 서둘러 국내 투자를 늘리고,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이나 4대강 정비 사업 같은 굵직한 국책사업들을 빨리 착수해야 한다. 그래야 내수가 살아난다. 야당은 정부안을 반대만 하지 말고,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정부안보다 더 효과적인 경기 부양책을 제시하며 정책대결을 하든지, 아니면 정부안에 협조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수준 높은 야당으로 인식하여, 그 지지율이 상승한다. 이제 우리는 과거에 집착하는 명분논리보다 미래 지향적인 안목으로 경제적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 진보·보수 세력이나 여·야 정당이나 남북한이 극단적으로 싸우면 우리나라는 망한다. 반대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협력한다면, 통일한국은 극동의 맹주국으로 군림하는 날이 곧 온다. 같은 맥락에서 창원·마산·진해 통합문제도 정부주도로 이뤄지지만 궁극적으로 시민들 입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지역주민들은 통합을 계기로 더 잘살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해 그 명칭도 옛것의 단순한 결합보다 새것이 되기를 원하는 추세이다. 창마진 같은 것보다 행복시 같은 명칭을 바라는 경향이다. 그 명칭을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여야 통합의 효과가 커진다. 주민들이 잘살기 위한 통합이라면 당연히 거쳐야 할 절차다.
  • “촛불집회 시민단체 보조금 중지 정당”

    촛불집회 참여를 이유로 보조금 지급을 거절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홍도)는 사단법인 한국여성노동자회가 행정안전부장관을 상대로 낸 보조금지급중지결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행안부가 비영리 민간단체를 선정해 지원하는 것은 재량행위이므로 공익상 필요가 있으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며 “불법폭력 집회·시위 참여가 형사범죄이고 이들 집회 등에 참여한 단체에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에 배치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행안부가 불법폭력 집회·시위 참여를 보조금 제한 사유로 든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08년 5월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해 촛불집회가 불법폭력 집회·시위로 변질됐음을 알면서도 대책회의의 집회·시위에 관한 행동방안을 적극 지지·선전했고, 6월 경기도 광주 미국산 쇠고기 보관창고 앞 인간띠잇기 대회를 주도해 도로 무단 점거 등 행위를 했다.”며 행안부의 보조금 지원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밝혔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인터넷 가상공간의 경험·교감

    집단지성(集團知性) :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되는 지적 능력에 의한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 중지(衆智·대중의 지혜), 집단지능, 협업지성, 공생적 지능이라고도 한다. 위키피디아가 집단지성에 대해 내린 정의다. 1910년대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휠러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개미의 사회적 행동을 관찰하며 처음 사용한 이 말은 국내에서는 2008년 ‘촛불항쟁’을 지나며 일상적인 용어가 됐다. 언어 차원이 아니라 우리는 이제 실생활 속에서도 심심찮게 집단지성의 산물을 접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 역시 대표적인 집단지성의 산물이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는 전문가 1인에 의한 집필이 아니라 다수 네티즌의 자료 수집과 토론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의미를 축적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모두가 광장에 모이다’(한국 트위터 사용자들 지음, INU 펴냄)는 집단지성의 산물로 오프라인에서도 온전한 책 한 권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 예다. 대표저자로는 송인혁·이유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엔지니어를 내세우고 있지만, 책의 완성에 참여한 사람들은 무려 186명. 정동영 무소속 의원 등 추천사를 쓴 사람만 해도 100명에 가깝다. 이런 저작이 가능하게 된 기틀은 바로 ‘트위터(twitter)’다. 186명 저자들은 모두 대표저자의 트위터 팔로(fallow·메시지를 받도록 등록한 사람)로 이들 간의 교환된 의견과 자료가 모여 이 한 권 책을 이룬 셈이다. 표지도 팔로들의 조그만 얼굴 사진을 모아 꾸몄다. 이들은 노키아가 제시한 ‘4세대 스크린론’을 인용하며 지금은 심화된 개인화의 끝을 보여주는 4세대 ‘외로운 행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대형 스크린에서 TV로, 휴대용 영상기기로 옮겨가며 스크린은 점점 집단적인 경험과 교감이 불가능한 미디어로 대체됐다. 하지만 이들은 4세대 스크린으로 인한 극단적 개인화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이라고 본다. 개인화의 끝에서 새로운 방식의 광장이 태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Facebook·싸이월드 같은 소셜 네트워크) 등으로 대표되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Social Media Service)다. 저자들은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 새로운 광장을 구성해 주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키워드로, 이것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지를 추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나눌수록 줄어드는 ‘파이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나눌수록 늘어나는 ‘촛불의 시대’가 도래해 무한 공유와 확산을 기반으로 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표저자들은 기업 임직원답게 소셜 미디어 서비스가 불러올 이러한 세상에서 기업들이 이를 어떤 형태로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을지도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책의 모든 내용은 ‘TwitMe.kr’라는 사이트에 그대로 실려 있으며, 앞으로도 소셜 미디어 서비스 방식으로 계속 진화될 예정이다. 책의 모든 수익은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용산·칸쿤… 자본·권력에 맞선 거리의 詩

    용산·칸쿤… 자본·권력에 맞선 거리의 詩

    여기 노동자 시인들이 있다. 백무산, 박노해, 박영근, 그리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들. 엄혹했던 1980년대는 노동자가 ‘노동의 신성함’ 안에만 머물 수 없도록 했다. 시대는 노동자가 시(詩)를 쓰게 했고, 그 시를 가지고 시대와 맞서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다. 노동자 출신 시인이 있을지언정 노동운동하는 시인은 더 이상 없는 시대가 됐다.  하나의 예외가 있다. 송경동이다. 앞선 선배들과 달리 그는 자본과 권력, 분단과 반민주에 맞서 끈질기게 싸우고 있다. 한순간도 멈춤이 없었다.  꼬박 345일 동안 서울 용산 남일당 건물 앞을 지켜 왔던 그가 최근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창비 펴냄)을 내놓았다. 비록 진상규명, 가해자 처벌까지는 아니지만 국무총리의 사과를 이끌어 냈으니 절반의 승리에 대한 자축이자 남은 절반 승리를 위한 새로운 싸움의 선전포고라고 볼 수 있겠다.  뭇 시선처럼 그는 호전적이거나 천상 ‘빨갱이’는 아니다.  놀이터에 아이 손잡고 놀러 갔다가 근처 식당에서 중늙은이 둘이 쩔쩔매며 장독대 울타리 치는 모습을 보다가 ‘…배운 거라곤/ 손이 하나 필요할 때 손 하나를 보태는 일’(‘겨울, 안양유원지의 오후’)이라며 선뜻 일손 거드는 모습이 송경동의 모습이다. 그 마음이 그를 용산참사 현장으로, 세계무역기구(WTO)를 반대하는 멕시코 칸쿤 집회장으로, 경기 평택 대추리 황새울 들판으로,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농성장, 광화문 촛불집회로 내몰았다.(‘촛불 연대기’)  그가 내뱉는 투박함과 단선 논리, 직설의 시어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문단의 시선이 있음을 그 역시 잘 알고 있다. 시 창작이 아닌 투쟁의 공간만을 좇아다니는 그의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잘 듣고 있다. 아무도 살아 펄떡거리는 노동시를 쓰지 않는 세상에서 혼자 남아 전선을 지키고, 시를 부르짖고 있으니 외로움이 클 터. 학습하고, 노동하고, 투쟁하던 서울 가리봉 2동 청춘의 시기를 돌아보는 시인은 그 곳과 구로공단을 이어줬던, 지금은 흉물스럽게 남아 있는 고가를 바라보며 “불우하고 불온했던 삶의 고가에서 잊혀질까 두렵다.”고 토로한다.  한데 다행스러움인지 공교로움인지. 비슷한 시기 시집을 낸 시인 김수열은 시편을 통해 후배 시인 송경동을 가리키며 ‘내 마음의 지도부’라고 칭했다. ‘시를 버릴 줄도 아는’ 진정한 시인이기 때문이란다. 외롭기는커녕 든든하겠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2010 신춘문예-동화 당선작]별똥별 떨어지면 스마일-이 나 영

    [2010 신춘문예-동화 당선작]별똥별 떨어지면 스마일-이 나 영

    우리 옆집에 연예인이 산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놀랍게도 나와 친하다. 과연 누굴까? 오빠는 영화배우도, 가수도 아닌 바로 개그맨이다. 그렇다면 메뚜기 유재석? 무릎팍 강호동? 혹시 독설 왕비호?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내가 아는 오빠는 아쉽게도 그들이 아니다. 오빠의 이름은 있지만. 아직 개그맨의 이름은 없다. 송희동, 오빠의 이름이다. 오빠는 어엿한 방송사 공채 개그맨이다. 내가 아주 어려서 기억도 못 할 때, 공채 개그맨 모집에 당당히 합격했다고 한다. 동네 아줌마들이 자주 이야기해 주었는데, 그 후, 오빠는 자랑스럽게 자신이 이제 개그맨이라고, 뜨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들떠서 다녔다고 한다. 아마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빠의 가장 활기차고 적극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다. 한 일 년은 신바람에 실려 다녔고, 삼사 년 동안은 조금만 기다려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하며 다녔다고 한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좀 기대를 했었지만, 나중에는 오빠에게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냐고 아쉬움 섞인 농담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 벌써 칠년이 되었다. 모두는 오빠를 연예인이라는 특별함을 잊어가고, 그저 웃기게 생긴 옆집 총각으로 기억하게 되었고, 오빠도 지쳤는지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사실 오빠는 성격이 그렇게 적극적이고, 활발한 것은 아니었다. 굳이 특기라면, 그저 잘 웃는다는 것, 얼마나 잘 웃었으면 웃는 것으로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을까? 어느 날, 오빠가 내게 말해주었다. “근데, 오빠는 뭐로 개그맨이 된 거야? 잘하는 성대모사라도 있어?” “아니, 난 그런 것 없어.” “그럼 어떻게 그 어려운 시험을 한 번에 합격한 거야?” “몰라. 그냥 웃었더니, 심사 보시는 선생님들이 같이 웃더라. 그러더니 그놈 참 잘 웃네 하며 나가보라고 하더라.” “뭐야? 그게 끝이야?” “응.” “정말?” “그렇다니까!” “뭐야? 공채 개그맨 시험은 어려운 게 아니었어?” 내가 보기에도 오빠는 웃는 것 말고는 그다지 썩 눈에 띄게 잘하는 것이 없어 보였다. 기뻐도 웃고, 놀라도 웃고, 미안해도 웃고, 심지어 화가 나도 웃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가끔 놀린다. “바보 아니야?” 희동 오빠는 어머니와 살고 있었다. 우리 할머니와 오빠 어머니는 아주 오랜 친구셨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라고 부른다. 우린 가족 같다. 오빠는 내게 사촌 오빠같이 편하게 해주고, 잘해준다. 내게 매번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깍쟁이! 예쁘게 생겨 갖고.” 그럼 내가 콧방귀를 뀌고 걸어가면, 오빠는 내 뒤통수를 보고 계속 웃었다. 희동 오빠네 할머니는 몸이 좀 불편하셨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오빠네 할머니는 동네에서 오랫동안 분식집을 하시며 홀로 희동 오빠를 키우셨다. 할머니가 만드신 떡볶이와 만두가 정말 맛있어서 분식집은 동네 학생들에게 인기가 최고였다고 했다. 바쁘게 몇 년을 일만 하셨던 할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분식집에서 쓰러지셨다. 너무 힘드셔서 그랬을 것이라고 우리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할머니가 쓰러지고서 분식집은 닫아야 했다. 할머니는 몸의 반쪽을 잃으셨다. 걸음도 잘 못 걸으시고, 한 손도 잘 못 쓰시고, 말도 정확하게 못 하셨다. 지금까지 말이다. 할머니가 쓰러졌던 해는 희동 오빠가 공채 개그맨으로 합격한 해였다. 희동 오빠는 개그맨으로 성공해 어머니를 모셔야겠다고 생각해서, 할 수 있는 노력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매번 회의에서 오빠의 개성 없는 착한 개그는 번번이 밀려났고, 오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을 기회도 찾지 못했다. 오빠는 오랫동안 야간 알바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매일 오빠는 할머니를 부축하고 동네를 산책했다. 할머니를 하루에 한 번씩 운동을 시켜 드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어딜 가느냐고 물을 때면, 오빠는 웃으며 말했다. “미녀와 데이트 가요!” 낮에는 할머니와 함께 있기도 하고, 포기할 수 없는 개그맨의 기회를 계속 찾아보고 다녔다. 힘들 텐데, 오빠는 항상 좋다. 그 누가 저 얼굴을 아픈 어머니가 계신 얼굴이라 할까? 누가 저 얼굴이 무명에 서러운 얼굴이라고 할까? 정말 오빠를 보고 있으면 울지도, 웃지도 못하겠다. “무슨 저런 눈물 나는 개그맨이 다 있어?” 동네 사람들은 오빠를 보며 자주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희동 오빠가 꼭 잘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주고 있었다. “저렇게 착한 애가 또 어디 있어? 저런 애가 잘되어야 하는데…….” 희동 오빠의 꿈은 어쩌면 언제부턴가 우리 모두의 꿈이 되어 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그만큼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의 별이 어둠에서 돋아나 반짝이는 빛을 내는 것처럼 언젠간 희동 오빠도 별처럼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희동 오빠의 눈물겨운 소원이 이루어지면 그 별에서 별똥별이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힘든 어둠 속 같은 지금을 잘 뚫고 갈 수 있게, 오빠와 함께 웃어주고, 그 웃음으로 힘을 주고, 격려를 해주고, 조금 기다려 주었다. 오빠가 반짝거리는 그날을! 그날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희동 오빠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 아직 동네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 오빠네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만 알고 있으라고 하며 은근히 자랑을 하셨던 모양이다. 그 비밀 같지 않은 비밀을 할머니는 또 나만 알고 있으라고 하며 알려주셨다. 참 어른들이 더 웃기다니까! 내가 들은 비밀이란, 희동 오빠가 만든 개그 아이디어를 요즘 인기 좋은 선배가 뽑아주어 토요일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개그 프로그램 무대에 올리고, 오빠가 역할을 맡아 나온다는 것이다. 내가 볼 때, 두 할머니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텔레비전에, 오직 방송에 나올 수 있다는 그 한마디에 흥분하고 계셨다. 나도 물론 좋고, 기쁘다. 기다렸던 그날이 오는 걸까? 잘 되길 오늘 밤부터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희동 오빠는 여전히 웃고 다녔다. 특별히 좋아서 웃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오빠는 매일 저렇게 웃었으니까. “오빠! 좋은 일 있다며?” “아, 그거….엄마만 알고 있으라니까.” 오빠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웃었다. “오, 오빠, 정말 이번에 뜨는 것 아냐? 확 뜨면, 나 오빠 펜클럽 회장 시켜줘야 해. 내가 오빠 팬 일호니까!” “야, 너 왜 그래? 부끄럽잖아.” 오빠의 뚱뚱한 몸으로 나를 밀어서 넘어질 뻔했다. 오빠가 나를 안아주며 환하게 웃었다. 오빠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하고 싶었던 일이었을까? 나도 벌써 떨리고, 기대가 되었다. 오빠가 말한 녹화하는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오빠는 매일 연습하러 가서 우리 할머니가 오빠네로 출근을 하셨다. 모두가 오빠 때문에 생긴 힘든 일이 하나도 힘들지 않은 날들이었다. 저녁이 되었다. 오빠가 집에 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 할머니 두 분이 걱정을 하기 시작하셨다. 두 할머니의 걱정이 시작되면,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그것을 아는 나는 얼른 말했다. “제가 오빠 마중 나가 볼게요. 오빠는 제가 나가면 금방 오더라고요.” 나는 할머니들의 말이 떨어지기 전에 휙 돌아 뛰어나왔다. “왜 안 오는 거야?” 어둠 속에서 가로등 불이 한 줄기 내리고 있었다. 그 아래 누군가의 그림자가 길게 서 있다. 그림자는 길어 쓸쓸해 보이기까지 했다. 누군가 자세히 봤더니 긴 그림자의 정반대로 짧고, 뚱뚱한 희동 오빠가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희동 오빠?” 오빠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웃었다. 그런데 어쩐지 오빠는 활짝 웃지 않았다. “수연이구나?” “왜 이렇게 늦었어?” “오빠 마중 나온 거야? 우리 예쁜이.” 오빠는 동네 편의점에 나를 데려가 내가 좋아하는 딸기 우유를 사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놀이터 그네에 앉았다. 나는 신나서 딸기 우유를 먹으며 말했다. “오빠, 방송 준비는 잘 돼가?” 무심코 던진 내 물음에 오빠의 대답은 빨리 돌아오지 않았다. 오빠는 씁쓸하게 웃었다. “오빠, 못하게 됐어.” “왜?” 나는 앉아 있던 그네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음에 하자고 하더라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럼 다음이 언제야?”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잘할 수 있었는데…. 웃길 수 있었는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빠는 내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우리 엄마는 모르게 해줘. 일단, 방송만 못 보고 지나가게 하게. 너한테 거짓말 시켜서 정말 미안해.” “아니야. 힘내, 오빠.” 오빠의 부탁에 나는 알았다고 했다. 선의의 거짓말이니까. 그것으로라도 힘든 오빠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난 알고 있었다. 이 비밀 또한 이미 비밀로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다렸던 녹화 날은 왔다. 오빠는 할머니에게 말하지 않고, 녹화하러 가는 것처럼 외출했다. 나는 마음의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이 비밀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말이다.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나도 오빠의 안 좋은 일 때문인지 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학교 끝나고 빨리 집에 가서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굣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사거리가 있었다. 그곳은 상가가 있어 평소에도 복잡해서 꼭 엄마들이 자원봉사로 아침에 교통정리를 해주었다. 그런데 오늘은 복잡한 그대로였다. 아니, 더 시끄럽고,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좀 걸어 보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둘러 서 있었다. 건널목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 나는 궁금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길바닥에 케이크 상자가 덩그러니 떨어져 터진 옆구리로 하얀 생크림이 새어 나와 있었다. 앞으로 좀 더 가보니, 헬멧 쓴 아저씨가 쓰러진 오토바이를 세우고 있었다. 나는 다른 쪽을 보았다. 그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내 눈앞에 오토바이에 치여서 쓰러져 있는 사람이 바로 희동 오빠의 엄마였다. “할머니!” 나는 우리 가족들에게 연락해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다. 살짝 부딪힌 접촉 사고였다. 할머니는 가뜩이나 불편한 다리 한쪽에 깁스를 하게 되었다. 다리에 조금 금 간 것 빼고 괜찮다고 하셨다. 천만다행이었다. 병원에서 오빠에게 연락했다. 오빠가 헐레벌떡 병실로 뛰어들어 왔다. “엄마!” “희동이 왔구나?” “엄마, 어떻게 된 거야? 왜 그랬어?” “우리 희동이 첫 녹화 축하해주고 싶어서….” 할머니는 떨리는 입술로 목소리를 내셨다. 오빠는 손으로 엄마의 얼굴을 만져 드렸다. 할머니는 오빠를 축하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제과점에 걸어가 케이크를 사오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나는 내가 한 거짓말을 후회했다. 그날 저녁, 조금 늦은 시간에 우리 할머니가 죽을 쑤셔서 가져다 드리려고 하셨다. 병원이 가까워서 내가 심부름을 하겠다고 했다. 난, 지금 마음이 아플 오빠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다행인지, 오빠의 비밀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병실 문을 스르르 살짝 열었다. 틈이 조금 생기고, 더 밀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잠시 서서 내 앞에 펼쳐진 모습을 보고 있었다. 촛불 하나 밝힌 케이크를 가운데 두고 할머니가 침대에 기대앉아 계셨고, 오빠는 서서 케이크를 바라보고 환하게 웃고 촛불을 후 불었다. 그들은 소리 안 나게 박수를 치며 마주 보고 웃었다. 그들은 웃었지만, 할머니는 행복해 보였고, 오빠는 더 슬퍼 보였다. 오빠네 할머니는 얼마 후 퇴원하셨다. 오빠는 또 원래 그 모습대로 돌아와 항상 웃고 다녔다. 변함없이 열심히 엄마를 돌봐 드리고, 밤에 일하고, 언제나 머릿속은 개그 아이디어를 찾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오빠가 그동안 열심히 만든 새로운 개그 아이디어를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희동 오빠가 무대에 서고 싶은 역할은 다름 아닌 스마일이었다. 노란 둥근 테를 두른 스마일 얼굴을 떠올려 보니 오빠와 딱 맞았다. 나는 오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눈을 감아본다. 순간, 환한 조명이 무대 위의 주인공인 스마일을 비추어준다. 관객석에서 스마일을 향한 웃음이 빵빵 터진다. 드디어 어둠 속을 뚫고 별이 뜬다. 스타다! 사람들은 스마일을 보고 있지만, 나는 스마일의 웃는 얼굴에 흐르는 땀과 눈물을 보고 있다.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진다. 스마일의 눈물이었다. <끝>
  • 국회 파행 속 개정시한 넘겨 효력상실 민생법안 속출

    국회가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파행을 거듭하는 바람에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5개 법령 조항이 2009년 말까지 개정 보완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끝내 효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입법기관인 국회로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령을 제때 손질하지 않아 ‘입법공백’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3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고서 헌재가 정한 시한까지 개정되지 않아 효력을 상실한 법령조항은 대통령선거 출마시 5억원을 기탁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과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만 방송광고판매대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방송법 조항 등 5개에 이른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령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단순 위헌 결정과 같은 즉각적인 효력 중지로 발생할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고자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존속시키는 결정을 말한다. 하지만 개정 시한을 넘기면 위헌 결정과 마찬가지로 모든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 경우 위헌성이 없는 부분까지 효력을 잃게 돼 법의 공백이 불가피해진다. ‘공무원이 재직 중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때 퇴직급여나 수당을 2분의1로 감액한다.’고 규정한 공무원연금법 64조 1항1호의 경우 공무원 신분이나 직무와 관련이 없는 범죄에까지 퇴직급여 제한 조치를 하는 것은 공무원범죄 예방이란 입법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8년 말까지 개정할 것을 전제로 2007년 3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이는 단순 위헌 결정으로 법 개정 없이 바로 효력을 정지시키면 뇌물수수와 같은 공무원 직무와 관련된 범죄도 감액 처분을 못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논란을 촉발했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중 야간 옥외집회 금지 부분은 작년 9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뒤 국회에 개정안이 계류 중이지만 처리가 지연되면서 재판부에 따라 기존 법률조항을 달리 적용하는 바람에 유·무죄 판결이 엇갈리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태아 성 감별을 금지한 의료법 조항과 공매절차에서 매각결정을 받은 매수인이 대금납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계약보증금을 국고에 귀속시키도록 한 국세징수법 조항은 지난 31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법령조항 중에서 현재 12개가 미개정 상태다. 또 국가보안법 19조 등 단순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하고도 후속입법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법령조항도 15개에 이른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세종시수정안 정부발표 임박…충청권 “원안사수” 반발 고조

    세종시수정안 정부발표 임박…충청권 “원안사수” 반발 고조

    세종시 건설사업이 일단 원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 계획대로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의 수정안 발표를 앞두고 충청권이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30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연기군 남면 송원리에서 행정도시 첫마을 2단계 사업을 착공했다. 이 아파트는 4278가구 규모로 내년 하반기 분양되고 2011년 말 완공된다. 2242가구의 첫마을 1단계 사업은 지난 3월31일 착공돼 현재 1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1단계 분양 및 완공시기는 2단계와 같다. 건설청 관계자는 “첫마을은 어차피 원주민 등의 거주를 위해 조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종시가 수정돼도 필요한 곳”이라면서 “이 마을은 토지주택공사에서 시행해 착공이 가능했다. 민간 아파트 건설업체는 지금까지 사업신청을 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전·충남북 1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행정도시무산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와 행정도시사수 연기군대책위원회는 31일 충남 연기군청에서 ‘행정도시 원안사수 총력투쟁 선포식’을 갖는다. 선포식에는 서울, 부산, 대구, 강원 등 전국의 균형발전 관련 시민단체 대표들도 참석한다. 이들은 선포식에서 행정도시 원안 추진을 거듭 강조한 뒤 ‘행정도시가 무너지면 혁신도시도 무너진다.’면서 행정도시와 혁신도시지역 시민단체 사이의 연대투쟁 계획도 발표한다. 이날 밤 연기군 조치원역 광장에서는 주민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촛불 든 손 내리지 말아요’ 행사가 막을 올린다. 또 같은 곳에서 전통예술단 등이 공연하는 ‘행정도시 원안건설 기원 송년음악회’도 열린다. 이상선 충청권비상대책위 상임 대표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충청지역을 방문했지만 주민들이 마을 방문을 거부하는 등 반감만 커졌다.”면서 “오는 11일 정부의 수정안 발표 전후로 행정도시 원안 전국 홍보투어와 대규모 상경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키워드로 본 2009 문화] (9)종교 - 사랑과 화합

    어두울수록 촛불은 더 밝게 빛난다. 2009년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종교가 더욱 밝게 빛난 한 해였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으로 촉발된 ‘사랑 바이러스’는 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갔고, 종교계가 앞장서 두드러진 화합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세상을 감싸주는 종교의 사랑·자비 실천은 올해 2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란 김 추기경의 유지는 들불처럼 사회 구석구석으로 번져 나갔고, 안구 기증 등을 통해 장기기증 문화 확산이라는 생명의 빛을 남겨두고 떠났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해 지난 20년 동안 장기기증을 서약한 사람은 3만 3000여명이었지만, 올 한 해만 서약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유례 없는 숫자였다.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종교계의 움직임은 곧 용산으로 이어졌다. 종교인들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모순이 집약된 상징적 공간인 용산 참사 현장으로 교파를 불문하고 찾아가 손을 내밀었다. 때로는 철거민들과 어깨를 걸었고, 한편으로는 평화적 해결의 길을 열어가며 우리 사회의 상처를 보듬기 위한 걸음을 옮겼다. 50대 신임 총무원장을 배출한 ‘젊은 조계종’도 자비와 화합의 움직임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된 자승 스님은 종단 내 정당인 중앙종회 종책모임을 아우르는 단일후보로 출마해 91.5%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당선 이후 지난해 종교차별 논란 등으로 편치 않았던 정부와의 관계도 “지난 차별 논란은 정부차원이 아닌 개인 공직자의 문제로 보겠다.”면서 화합으로 재설정했다. 2009년은 우리 종교계가 세계인과 더불어 소통하는 한 해이기도 했다. 개신교계는 ‘기독교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2013년 총회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원불교는 처음으로 미국에 해외총부를 건설해 해외포교에 박차를 가했다. 템플스테이와 수도원 피정도 국내를 넘어 해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더불어 올해 10월에는 지난 2006년 불타 버린 낙산사가 복원을 마쳤다. 하지만 이런 새출발 뒤로 ‘온유한 목자’ 정진경(서울 신촌 성결교회)목사와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설립자 김준곤 목사 등 원로 종교인들의 소천 소식도 많아 가슴을 아프게 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데스크 시각] 또 다른 절망이 나를 기다릴지라도…/박찬구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또 다른 절망이 나를 기다릴지라도…/박찬구 정치부 차장

    부고(訃告)의 한 해가 간다.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자들의 죽음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시간이 흐른다. 한 해는 가지만, 부고는 좀처럼 갈무리되지 않는다. 두 전직 대통령은 가슴과 역사에 묻는다지만, 용산참사 희생자는 만 1년이 되도록 안식을 찾기조차 힘들어 보인다. 남은 자들의 분노와 회한, 일상과 비겁이 점점(點點)으로 흩어지는 연말이다. 시민에게 국가와 공권력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한 해였다. 국가와 법치를 앞세운 공권력 앞에서 개인의 신념과 견해, 정당한 비평,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종속변수로 전락한다. 공권력과 국가는 때로 시민에게 유·무형의 폭력으로 와닿는다. 과잉 진압, 피의사실 흘리기, 혐의 내용과 무관한 여론 재판, 반대파와 비판자 탄압…. 온·오프 라인에서 시민의 기본권은 위축된다. 항변은 소외된다. 검찰 수사와 여론 재판 사이에서 개인의 일상과 양심은 밑바닥까지 까발려진다. 합법적 폭력에 노출된 시민은 초라하고, 비루해진다. 강요된 질서는 강제된 굴종, 침묵과 다름없다. 제도화된 폭력에 개인으로서의 시민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자문(自問)하는 한 해였다. 한 해와 함께, 광장이 간다. 지금, 광장은 없다. 논쟁 속에 미로의 출구를 찾는, 사통팔달의 개방된 광장은 사라졌다. 서울광장, 광화문광장은 이미 광장의 속성을 상실했다. 보여주는 대로 관람하고, 화살표대로 움직이는 건 광장이 아니다. 홍보전시장, 이벤트장일 뿐이다. 열린 토론과 사유의 분출, 자유정신과 이상의 지향이 넘실대는 광장이 잊히면서, 시민 사회는 무기력증에 빠져든다. 광장의 동력이 없는 사회에서 어떻게 민주를 논하고, 가치를 얘기할 수 있는지, 답답한 한 해가 저문다. ‘서민’의 남발에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 언제부터인가, ‘서민’이란 용어는 통치와 정치의 수단, 중도의 레토릭이 됐다. ‘서민’은 사회 변혁의 의지나 주체성을 상실한 채, 일방적인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묘사된다. 감세 정책의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서민’을 쫓아가는 여당의 몸짓은 어색하다 못해 기만적이다. 효율과 시장, 부자 정책을 희석하는 개념으로 쓰이는 ‘서민’의 실체가 낯설고 생경하다. 불통(不通)의 한 해가 간다. 소통 부재가 남긴 골은 깊다. 언어가 같아도 말이 통하지 않고, 말이 오가도 교감과 절충에 인색하다. 진정성이 막힌다. 일방의 속도전만 난무한다. 국회도, 정치도,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약자와 패자, 빈자(貧者)는 퇴출되고, 또 배제된다. 패자부활전은 없다. 착각이고 미망(迷妄)이다. 불신과 단절이 틈입한다. 공동체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되묻는 한 해였다. 4대강을 타고 한 해가 온다. ‘산은 그 자리에, 강은 그곳에, 그대로 흐르게 하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성당 앞에서 마주치는 경구다. 강산(江山)을 개발과 수익의 대상으로 여기는 천박한 자본주의와 토건주의를 꾸짖는다. 인위(人爲)와 성형에 국토가 움찔한다. 물길은 이미 촛불에서 막히고, 틀어졌다. 역류(逆流)의 시간이 반복된다. 세밑, 눈 덮인 도심 위로 구름이 아침 해를 가린다. 눈길에도, 서대문 할머니는 키를 넘는 폐지 더미를 고물상에 실어나르고, 홍은동 어머니는 아들이 탄 휠체어를 민다. 지하철역 출구 옆 수레에서는 주름 팬 아저씨가 오늘도 숨쉴 새 없이 토스트를 익힌다. 절망의 심연에서 희망을 본다. 방관과 침묵에서 깨어나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가장 강한 힘은 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나온다는, 해묵은 교훈을 되새긴다. 그렇게 한 해를 맞는다. 또 다른 절망이 나를 기다릴지라도…. ckpark@seoul.co.kr
  • 향일암 해맞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대표적 해맞이 명소로 지난 20일 화재가 일어나 소실된 전남 여수 향일암 대웅전 앞 해맞이 행사가 종전대로 치러질 전망이다. 25일 여수시와 향일암 등에 따르면 대웅전 화재원인 감식과 시료 채취 등 현장조사와 잔해물 처리가 마무리돼 대웅전 앞 해맞이 행사를 그대로 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행사 취소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일어났으나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 등에서 치르자는 의견이 많아 규모를 줄여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연과 오락행사 등은 축소하거나 폐지했고, 기원, 염원 등의 프로그램 중심으로 치르기로 했다. 31일에는 금오산 정상 해넘이 감상과 시루떡 자르기 및 떡 나눔행사, 대형 촛불 조형물 점등행사, 소원시 쓰기 등이 열릴 예정이다. 새해 첫날에는 오전 6시부터 일출 제례와 소망실은 풍선날리기, 2012인분 희망떡국 나누기를 통한 2012여수박람회 성공기원 등 새해 소원과 건강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여수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할머니 말씀 잘 들었으니 올핸 아빠 꼭 돌아오겠죠”

    “할머니 말씀 잘 들었으니 올핸 아빠 꼭 돌아오겠죠”

    “오늘 밤엔 아빠가 꼭 돌아오실 거예요. 산타할아버지는 착한 어린이 소원은 반드시 들어주신다고 할머니가 그러셨거든요.”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뒷골목 쪽방촌에서 만난 일곱살 민성이는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때도 똑같은 소원을 빌면서 잠들었지만 아빠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 해가 저물도록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민성이는 그저 할머니 말씀을 잘 안 들은 탓인 줄 알고 올해는 반찬투정 없이 밥도 꼬박꼬박 잘 먹고 할머니 일도 거들었다. ●세살때 부모 이혼… 할머니랑 살아 “이번에 아빠가 오면 밖에서 야구도 같이 하고 게임방에도 갈 거예요.” 4년 전 부모님이 경제 문제로 이혼하면서 줄곧 할머니 손에서 자라 온 민성이는 현재 사촌형과 누나 그리고 큰아버지까지 5명이 한집에서 살고 있다. 시멘트와 판자로 대충 얽어 놓은 집안에는 한 사람이 누우면 발끝이 닿을 정도로 좁은 방 3개가 ‘ㄱ’ 자 형태로 붙어 있었다. 방안엔 난방조차 되지 않아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왔다. ●작년에도 소원 빌었지만 안돌아와 “그래도 요즘엔 할머니가 밖에 안 나가니깐 너무 좋아요. 아침 저녁으로 매일 밥도 해 주시고 만화도 같이 보거든요.” 민성이 할머니는 1년 전 관절염과 허리 협착증 때문에 식당일을 그만두고 요즘엔 집에 있다. 큰아버지가 막노동을 나가면서 다섯 식구의 생계는 그럭저럭 이어갔지만 그나마 올해 불경기로 일감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월 30만원인 방세도 몇 달째 밀렸다. 민성이는 유치원을 마치면 집 앞 놀이터에 나가 야구공을 던지면서 하루를 보내거나 요즘처럼 추울 때는 집안에 누워 온종일 텔레비전만 본다.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혹시라도 어린 마음에 상처라도 받을까 봐 할머니는 민성이를 엄마아빠가 있는 아이들과 놀지 못하도록 일러둬서다. 이 때문에 민성이는 유독 사람들 손길을 그리워했고 사촌형과 누나들이 수녀원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올 때면 기분까지 좋아져 폴짝폴짝 뛰면서 마당 앞까지 마중 나간다. ●“가족이 모여 케이크 파티 했으면” 세 살 때 부모님과 헤어진 탓에 민성이는 엄마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나마 1년에 한두번 나타나는 아버지는 민성이가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자 민성이는 “올해는 아빠랑 할머니랑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케이크를 사서 불 끄고 촛불을 불어 보고 싶어요.”라면서 수줍게 미소 지었다. 최재헌기자 박은정 수습기자 eunice@seoul.co.kr
  • 현직기자, 뉴스를 노래하다

    현직기자, 뉴스를 노래하다

    “크라잉넛이 주로 대중적인 멜로디와 은근하게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만드는데, 장르와 메시지 강도는 다르지만 그러한 부분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습니다.” 11년차 현직 기자가 뉴스를 테마로 앨범을 내고 가수로 데뷔해 화제다. 김형찬(38) 한겨레신문사 편집1팀 기자가 주인공. 최근 ‘뮤직뉴스1-기억해’를 내놨다. 직장인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했다고 하나, 전문적인 음악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앨범에 담긴 12곡을 모두 작사·작곡하고, 프로듀싱까지 했다. 5년 작업 끝에 나왔다는 이 앨범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까닭은 청년 실업, 루저 논란, 명품 중독, 촛불시위, 이산가족 등 각종 사회 이슈들을 담고 있기 때문.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 등 올해 우리 곁을 떠난 ‘바보들’에게 바치는 노래, 4대강 사업이 사람과 환경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길 염원하는 노래도 있다. “기자이기 때문에 접하게 되는 사회 각 분야의 일들을 모티프 삼아 노래하게 됐습니다. 요즘 대중가요가 사랑 노래로 넘쳐나는데,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획일화되는 것 같아 다양성을 주고 싶었죠.” 사회 이슈를 담고 있다고 해서 집회 현장에서 불려지는 강한 노래를 떠올린다면 섣부른 오해다. 노래들은 쉬운 멜로디에 부드러운 음색이 보태져 대중적으로 다가온다. 반전 메시지를 아프가니스탄 파병으로 헤어지게 된 연인 이야기에 녹이는 식으로, 딱딱할 수 있는 주제에 사람 이야기를 곁들여 노랫말도 친근하다. 게다가 발라드, 포크, 하드록 등 다양한 장르로 앨범을 구성해 듣는 재미가 있다. “사회적 이슈들도 우리 삶의 일부분이죠. 듣는 이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대중적인 멜로디를 입히려 공을 들였고, 노랫말도 거창하지 않게 서정적으로 다듬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학창 시절 노래를 잘 부른다는 소리를 곧잘 들었지만 음악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99년 서울신문사에 입사, 사회에 발을 디딘 뒤 노래에 대한 열정을 거부할 수 없어 직장인 밴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현재 사내 밴드 ‘공덕쓰’ 외에도 프로젝트 밴드 ‘뮤직뉴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초 태안 기름 유출 사고를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든 뒤, 처제를 보컬로 내세워 디지털 싱글을 내기도 했다. 이번 앨범 수익금의 일부는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우리 소리를 우리 정서에 맞게 접목시킨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두 번째 뮤직뉴스가 벌써 기대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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