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초여름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 리버풀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 신사업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49
  • [씨줄날줄] 햇빛과 자살

    산다는 것이 녹록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가는이유도 많다.‘글루미 선데이’라는 음악은 1936년 대공황 여파속의 유럽에서 선보였다.이 음악을 듣고 드럼 연주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시작으로 이후 8주 만에 헝가리에서 187명이 자살했다.노래 제목처럼 음울한 노래가 자살을 유발했다고 한다. 따뜻한 햇빛도 역시 자살의 이유라고 한다.서울시 소방본부는 3월부터 자살이 증가하기 시작해 한여름인 7월에 최고치를 보인다고 최근 밝혔다.미국 하버드 보건대학의 트리코풀로스 박사의 연구결과를 뒷받침한 것이다. 그는 “일조량이 가장 많은 달에 자살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독일과 미국 등은 초여름인 5·6월,뉴질랜드는 11·12월에 자살이 많다.트리코풀로스 박사는 “자살은 행동적 요인 외에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며 “대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체의 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이 자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우울증 환자들의 손상된 유전자가 자살률을 정상인 경우보다 2배나 더 높인다는 외국연구도 나왔다. 자살하면 주위에서는 흔히 ‘실연,실직,고독 탓’으로 분석한다.손상된 유전자,멜라토닌과 햇빛만큼 이런 이유들도 죽는 동기를 너무 단순화하는 것이 문제다.실연,실직하고 고독해도 살아남는 사람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글루미 선데이를 듣고 죽은 사람도 있지만 여러번 듣고도 계속살아남은 사람도 많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캥’이 지적한 ‘아노미(anomy)’적 자살이 자살의 설명으로 더 설득력이 있다.기존의 가치관이 무너져 삶의 이유를 믿고 살아갈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다.그런가하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자의 ‘이기적(利己的)자살,또 팔레스타인 사람들처럼 대의를 위한다는 명목의 ‘애타적(愛他的)자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손꼽히는 사인(死因)중의 하나다.그런데도 구급대를 보내는 소방서 정도가 나설 뿐 자살문제를 본격 파악하는 기관도 별로 없다.자살을 햇빛과 연관시키는 피상적인 통계보다 자살이 왜 느는지부터 조사해야한다.전쟁때보다 평화시에,후진국보다 선진국에서,그리고어려울 때보다 잘 살 때 자살률이 더 높아진다.일본이 최근 자살 등의 연구에 처음으로 예산을 지원키로 한 것은주목할 만하다.한국도 자살연구에 본격 나설 때다. ◇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김봉호 전의원 “이씨 돈 받았다”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15일 이용호씨에 대한 계좌추적 과정에서 2000년 4월쯤 이씨의 돈 5000만원이 민주당 김봉호(金琫鎬) 전 의원의 계좌로 유입된 사실을 확인,김 전 의원을 출국금지하고 조만간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이씨의 돈이 정치인에게 유입된 사실이 밝혀진 것은 민주당 박병윤(朴炳潤) 의원에게 건네진 후원금 2000만원 외에는 처음이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이날 2000년 4·13총선 당시 김 전의원의 선거자금 관리를 도와주면서 이씨의 돈을 김 전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박모(47)씨 및 수감 중인 이용호씨를 소환,이씨의 자금이 김 전 의원 계좌에 입금된경위를 조사했다. 김 전 의원은 당초 “이용호씨를 전혀 모르며 만난 적도없고 이씨에게서 돈을 받거나 투자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4·13총선 직전 사돈인 박씨를 통해 5000만원을받았지만 이용호씨의 돈인지는 몰랐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이어 “이후 2000년 초여름 강남에 있는 박씨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이미 와 있던 이용호씨와 한 차례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면서 “지난해 9월 이씨가 구속된 뒤 박씨로부터 후원금 5000만원이 이씨 돈이라는 사실을 처음 듣게 됐다.”고 해명했다. 장택동 조태성기자 taecks@
  • MBC 새 드라마 ‘선희진희’

    MBC 새 드라마 ‘선희진희’

    MBC 새 월화 미니시리즈 ‘선희진희’가 사극 ‘홍국영’의 뒤를 이어 8월 20일 첫방송을 내보낸다.‘맛있는 청혼’의 손예진과 ‘장미와 콩나물’의 김규리가 각각 희생적인 삶을 사는 선희와 성공집착형의 진희역을 맡아 연기대결을 펼친다. ‘新귀공자’‘종합병원’의 이주환PD가 연출을,‘사랑과성공’‘사랑은 아무나 하나’의 김진숙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선희진희’는 환경운동가 심선희(손예진)와 불법 폐기물을 매립하려는 대기업 회장의 아들 최준섭(박용우)이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갈등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다. 75년 초여름 강원도 속초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두 여자아이가 태어난다.선희와 진희다.진희의 어머니는 진희를 낳다가 숨지고 신성그룹 공장장인 선희의 부친은 진희네를 돕는다. 같은 반 여고생으로 자란 선희와 진희는 친한 친구사이지만 가정환경이나 능력에서 항상 앞서는 선희에게 진희는 심한 질투를 느낀다. 선희의 아버지가 불법 폐기물 사건에 얽혀 억울하게 사망하고 게다가 살인 누명까지 뒤집어쓰자 하루 아침에 둘의운명은 뒤바뀐다.세월이 흘러 선희는 동문회에서 준섭을 만나게 되고 가난한 환경운동가와 신성그룹 후계자 간의 사랑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다.한편 진희는 선희를 이기고준섭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 ‘취화선’에서 기생 소운역을 맡기도 한 선희역의손예진은 “‘맛있는 청혼’에서 보여준 맑고 신선한 이미지 때문에 선희역에 캐스팅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진희역을 맡은 김규리는 “진희는 악녀가 아니라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인간적인 면을 지닌 아주 현실적인 여자”라고 말했다. 이주환PD는 “선희는 현실에서 보기 힘들지만 지향해야 할 인간형이고 진희는 대부분의 인간과 닮은 꼴”이라면서 “흑백으로 나누듯 선과 악의 대립구도의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극의 초반 5회까지는 경쾌한 트렌디풍으로,이후에는 아버지대부터 자식대까지 운명이 얽히는 삶의 모습에 중점을 둘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윤창수기자 geo@
  • [고시촌 산책] 초심으로 돌아가 최선을

    초여름 가뭄이 지루하리만치 계속되고 있다. 2차 시험을앞두고 있는 수험생들의 마음도 긴 가뭄만큼이나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수은주가 치솟을수록 수험생들의 나른함과 무기력함은 더해간다.자칫 본분을 잊고 생활리듬을 흐트러뜨릴 수도 있다.게다가 시험을 앞둔 조바심에 시험제도가 어떤 형식으로 바뀔지에 대한 불안한 마음까지 더한다면…. 2차 사법시험과 군법무관시험을 한주일 남겨두고 있다.이시험이 끝나면 행정고시와 지방고시, CPA 등 각종 고시의2차 시험이 1주일 간격으로 치러진다. 무엇을 준비할 때가 수험생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시기이다.2차를 준비하는 수험생은 당연히 힘들 것이고,1차 합격자 명단에 들지 못해 내년도 1차를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도 힘들기는 매 한가지이다. 2차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보는 1차 준비생들은 상대적인 열등감을 이기지 못해 공부에 손을 떼는 경우가 종종 있다.또 2차 준비생들은 푹푹 찌는 더운 날씨와 시험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그러나 잊지말아야 할 것은 어느 수험생이나 이 기간만은마음을 진정시키며 총정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과욕을 부리거나 주변에 떠도는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것을 당부하고 싶다.그동안 정리한 내용을 중심으로 시험장에서 쓸 수 있는 만큼이라도 그 내용을충실하고 정확히 쓰겠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 처음 2차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이라면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쟁점과 예상문제 중심으로 정리를 하는 것이좋다. 최근 시험출제 경향과 관련해 법무부 간부가 일본식이니미국식이니 ‘얼빠진’ 글을 쓰는가 하면,법무부의 움직임에 맞춰 발빠르게 대비를 하는 고시학원도 있다. 그러나 출제의 ‘ABC’는 교육내용을 묻는 것이다.따라서교육보다 시험이 앞서갈 수는 없다는 사실을 수험생들은명심해야 한다. 특히 2차 시험의 경우 당분간 현재의 출제 경향을 유지할것으로 예상된다. 2차 수험생이 4,000명 정도가 되는 최근에는 충분한 채점위원 확보를 통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점과, 합격자 발표시기의 단축이 절실이 요구된다. 이것이 어렵다면 사법시험을 한해에 2번 치르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한경훈 한국법학교육원 기획실장
  • [한강 그곳에 가면] 하이킹족의 천국

    지금 한강변은 ‘자전거족’들의 천국이다.파란 하늘아래싱그러운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이들의 모습은 여유로움 그 자체다. 몸에 착 달라붙는 복장에 원색 헬멧으로 한껏 멋을 낸 자전거 매니아들의 하이킹 행렬은 넘실대는 한강 물결만큼이나 시원하다.자전거를 타고 함께 나들이나온 아빠,엄마,아이의 얼굴엔 행복의 미소가 그득하다. 한강변은 자전거길은 물론 자전거 대여소 등 부대시설도잘 갖춰져 있어 하이킹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자전거를 타다 지치면 인근 자연학습장이나 생태공원에 들러 쉬어가도 좋다.강물내음이 풋풋해지는 초여름.주말이나 휴일을 맞아 TV나 컴퓨터를 박차고 일어나 한강에 몸을 맡겨보면 어떨까. ◇자전거도로=한강 남북단 89㎞에 걸쳐 조성돼 있다.전용도로가 61.5㎞이고 나머지는 자동차 겸용도로다. 남단은 서쪽 방화대교 밑에서부터 동쪽 암사취수장까지 한번도 끊이지 않고 이어져 있어 2시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 북단은 서쪽 성산대교 아래에서 동쪽 잠실대교 밑까지만자전거길이 나 있다.나머지 잠실대교에서 워커힐호텔 인근약 2.8㎞ 구간은 올해 조성될 예정이다. ◇자전거 진출입로 및 대여시설=집에서 자전거를 타고갈 때는 반드시 지정된 진출입로를 이용해야 안전하다.한강시민공원 각 지구마다 주변 주택가나 도로에서 공원으로 이어지는 진출입로가 4∼6개씩 설치돼 있다.특히 안양천과 탄천변 자전거도로는 한강변 자전거도로와 직접 연결돼 양천·구로·강남구 주민들은 천변을 따라 한강변으로 논스톱으로진입할 수 있다.안양천변은 오금교부터,탄천변은 양재천 합류지점부터 자전거도로가 한강까지 이어진다. 자전거대여소는 반포,양화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7개 지구의 수영장 옆에 있다.총 2,200여대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어 수량은 충분한 편.요금은 1인용은 시간당 2,000원,2인용은 5,000원이다.회원으로 등록하면 50% 할인된다. 대여지점이 아니라도 강남북별로 아무 보관소에나 반환할수 있다.문의 (02)3780-0776,0726. ◇이런 점은 개선돼야=자전거도로가 한강교량과 이어지지않아 자전거를 타고 강을 거너기가 여의치 않다.주말마다한강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황경선씨(42·공무원)는 “한쪽에서만 자전거를 타다보면 다소 무료해진다”며 “돌아올때는 강을 건너 반대편을 달릴 수 있다면 훨씬 재미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보관시설도 부족하다.현재는 각 지구 관리사무소일부에만 거치대가 설치돼 있부.이용자들은 자전거를 타다가 잠시 쉬거나 다른 레저스포츠를 즐길 때 마음놓고 자전거를 잠궈놓을 수 있도록 거치대를 충분히 설치해줄 것을바라고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 *아줌마 부대 ‘양천구 자전거 동호회' . 주부 이영숙씨(40)는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찾는다.집안일 등 일상을 뒤로 하고 한강으로 나온 순간 ‘자유’를 느낀다고. 안양천 자전거도로에서 한강으로 접어들어 반포대교까지내달리다 보면 등줄기엔 어느덧 땀이 흐른다. 이씨의 동행은 양천구 자전거사랑동회회 회원들.모두 양천구 자전거교실에서 자전거타기를 배운 주부다. ‘아줌마’ 자전거족 30∼40여명이 햇살에 반짝이는 헬멧을 쓰고 길게 줄지어 강변을 달리는 모습이 이채로워 보인다. 이들은반포대교나 성산대교 밑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준비해간 도시락을 푼다.강바람을 맞으며 먹는 김밥맛이그야말로 꿀맛이다.“집안에서 살림만 하다가 매주 강변에나오니 삶의 활력이 느껴집니다.시작한지 1년쯤 됐는데 모두 건강이 좋아졌다고 난리예요” 한강변을 달리면서 이들이 한가지 아쉬워하는 점은 땡볕에 쉴만한 나무그늘이 별로 없다는 것.다리 아래서 쉬기는 하지만 그게 어디 시원한 나무그늘만 할까.콘크리트벽이 아닌 푸른나무들이 우거진 한강변을 달려보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요즘 사극 철저한 고증없이 재미 치중”

    “진짜 사극을 하고 싶습니다.” ‘연산군’‘수양대군’‘이방원’에 이어 KBS-2TV의 ‘명성황후’중 ‘대원군’역까지 맡으며 사극 붐을 일으킨 유동근씨(44)의 첫마디는 의외다. 그는 “요즘 사극이 전성기라고는 하지만 철저한 역사적 고증이 없고 재미에만 치중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속내를 털어놨다.TV드라마에 사극붐을 일으킨 주인공답게 사극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초여름 KBS 본관 맞은편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나타난 그는 촬영을 막 마친 탓에 아직까지 대원군의 위엄이 배어있는 듯했다. 극중에서 경복궁 중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세금을거두면서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진 것에 대해 대신들이 항의하자 대원군이 눈물을 흘리면서 설득하는 대목에서는 실제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라와 펑펑 눈물을 쏟기도했다.영국 공사가 중국을 처음 방문해 어머어마한 자금성의규모에 놀라 기가 죽는 이야기를 자못 처연한 목소리로 상세히 들려주며 “자금성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웃 나라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나라라는 인상을줄 정도의 궁궐은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울먹이며 대신들에게 되묻는 장면이다. 그는 이어 “국민의 혈세로 궁궐이나 지어 왕권을 강화하려 했던 대원군의 종래 이미지는 본래 모습과 차이가 있는 것같다”면서 “대원군에 관한 고정된 인물관을 바꿔놓기 위해 예전보다 훨씬 열정을 갖고 연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출자 윤창범 PD도 같은 생각이다.“단순히 구한말 상황을 재연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국민적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인다. 흥선대원군이나 명성황후가 구한말 백성들의 지탄을 받았고 파벌정치와 매관매직 등으로 국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은식민사학자들의 그릇된 평가라고 제작진은 보고 있다.이때문에 대원군 캐스팅은 윤PD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기도 하다.‘5척 단신에 빼빼 마르고 꼬장꼬장한’ 면모로서는 왕실개혁과 세도정치 혁파에 앞장섰던 지도자의 선굵은 이미지를 제대로 살려낼 수 없어 당당한 풍채에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춘 유동근을 발탁한 것. 유동근은 부인 전인화와 요즘 서로왕과 왕비로 부르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예전에 한명이 사극에 출연할 때는 서로 도움을 줬으나 요즘에는 헷갈려서 대본읽기 연습도 따로한다”고 능청을 떨었다. 이송하기자 songha@
  • [장익는 마을](13)정선군 ‘메주와 첼리스트‘

    강원도 정선군 두메산골에서 첼로소리에 익는 토속 장맛이일품이다. 임계면 가목리 두메산골에서 도완녀(都完女·48)씨가 운영하는 ‘㈜메주와 첼리스트’에서 빚어 내는 장맛은 바로 옛할머니들의 손끝 맛을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콩은 정선군,삼척시 등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해마다 어렵사리 구해오는 토종만 고집한다.한해 1,300여 가마의 콩을 구입,메주를 쑤고 이듬해 1,500여개의 항아리에 장을 담그니규모가 엄청나다.메주는 볏짚으로 엮어 띄움방에서 겨우내숙성시켜 이듬해 초여름에 장농사를 준비한다. 소금도 직접 발품을 팔아 서해안 천일염을 구한다.1년 이상 쌓아둬 중금속 등 불순물이 제거된 뒤 장에 사용한다.물도‘장맛은 물맛’이라고 가목리마을 인근 배병산 줄기의 물맛 좋기로 유명한 명지목 청정수를 떠다 쓰고 있다. 해마다 장담그기작업이 끝나는 7월 6일이면 첼리스트인 도씨가 ‘음악과 함께하면 장맛도 좋아진다’며 장항아리를 배경으로 가족들과 이색적인 첼로 연주회를 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곳의 장은 조미료,방부제,쌀·보릿·밀가루를 사용하지않고 순수 메주가루와 천일염,물로만 장을 빚어내다 보니 단맛이 적어 신세대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지만 40,50대 이상 주부들은 옛 할머니 손끝 맛 그대로라며 찾는 사람들이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고추장에는 꿀이나 조청을 가미,달작지근한 맛을 낸다. 황태·마늘·도라지·더덕·무우 등 갖가지 재료를 이용한장아찌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더덕장아찌는 장에 버무려 곧장 상품으로 내지만 무우장아찌는 1년 동안 숙성시킨 뒤 시장에 선보인다. 판매는 서울 등 대도시 주요 백화점과 농협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고 우편주문도 가능하다.가격은 ▲된장 1㎏에 1만5,000원,1.8㎏는 2만5,000원 ▲고추장 1㎏에 2만원 ▲간장 0.5ℓ에 1만3,000원,0.9ℓ에 2만원 ▲장아찌 450g에 1만원(더덕 1만5,000원) 등이다. 나들이겸 산지에서 직접 구입하려면 임계면에서 승용차로 40여분,정선읍에서 1시간20분 시골길을 오르면 된다.문의는가목리사무소(033-562-2710),서울사무소(02-518-5280). 정선 조한종기자 bell21@
  • 공직 e메일/ 고급인력이 떠나는 까닭

    초여름 아침나절에 길을 걷다 하늘을 올려다보면,거기에는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있다.하늘색이나 초록색 또는 금색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무엇인가가 많이 모자라는 어떤 느낌이 있다.바로 눈 앞에 있고,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시원히 설명할 수 없는 조화이다.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국제인사관리협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이 열렸다.전세계 25개 국가와 기관에서 37명의 대표가 참가하여 최근의 인적자원관리 동향에 대해 의견을 나눈 자리였다.5일 동안 이어진 정보와 의견 교환을 통해 떠오른 생각은 조화로움에 대한 필요성이었다. 심포지엄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로,‘정보기술의 발달과 인적자원관리’,‘인적자원관리의 국제화’였다.나라마다 정보기술이나 국제화와 관련하여 겪고 있는 문제와 해결방식은다르지만,공통적인 것은 인적자원관리에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더 체계적으로 인적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점차적으로 특정 업종에 대한 기피현상이심화됨에 따라 많은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급인력 유치와 고급인력 유출 현상이다.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고급인적자원이 자국에 귀국하지 않음으로 해서 고급인력을 이용할 기회를 잃거나 국내에 머물던 고급 인적자원이 보다 나은환경을 찾아 떠나는 바람에 다른 나라에서 인적자원을 오히려 수입해야 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자국의 고급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조성하고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의견이었다. 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나라로 옮겨갈 만큼 경계가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열린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조화이다. 적절한 시스템과 네트워크의 구성으로 여러 종류의 관계를원활히 이어갈 수 있을 때 성공적인 인적자원관리가 가능한것이다.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들의 조화가 자연의 조화를 따라갈 수 없을지 모른다.하지만,나무 그늘 아래에서 올려다 본 로마의 하늘과 서울의 하늘은 다르지 않았던 것을보면,전체적인 조화를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급변하는 정보기술의 발달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틀리지 않으리라 믿는다. △신소현 중앙인사위 공보담당
  • [먹거리 축제를 찾아서] (36)평창군 청옥산 산나물축제

    “쌉싸름하고 향기로운 청정 산나물을 맛보러 오세요” 나른하고 입맛이 없는 계절,강원도 깊은 산에서 나는 산나물로 초여름 원기를 되찾아보자. 해발 1,255m의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육백마지기에서 27일 ‘해피 700 육백마지기 산나물축제’가 열려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청정지역인 육백마지기 일대는 취나물,참나물,곰취,곤드레,삽주,딱죽이 등 각종 토종 산나물이 지천이다.평지에서는 오래전에 산나물이 시장에 나와 있지만 고산지대인 육백마지기 일대는 요즘이 제철이다. 오염되지 않고 높은 산 청정지역에서 자란 청옥산 산나물은 씹는 맛이 연하고 향기가 진해 최고의 산나물로 인정받아오고 있다. 육백마지기는 미탄면 회동2리와 평안2리 사이의 청옥산 정상 일대로 600마지기(1마지기 150∼200평) 정도의 농사를 지을 수 있을 만큼 넓다는 데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더구나 이곳은 생체리듬에 가장 좋다는 700m의 넓은 고원지대라 휴양지로도 유명하다.축제이름에 ‘해피 700’이 들어간 것은 이 때문이다. 축제는 청옥산 아래 미탄면 미탄중학교에서 펼쳐지지만 ‘산나물 뜯기’는 임도를 따라 차량으로 30분정도 올라가는육백마지기 정상과 산아래 앞골과 장재터(해발 700∼900m)등에서 펼쳐진다.산나물뜯기는 이날 오전 5시부터 오후 2시까지며 입장료는 무료.임도라 소형차량이나 화물트럭만이 올라갈 수 있다.등산을 겸해 걸어서 정상까지 오르려면 2시간가량 걸리기 때문에 새벽시간부터 서둘러야 한다.육백마지기 정상에는 축구장 3배 넓이의 주차공간이 있어 주차는 가능하다.지난해에는 서울 등 외지에서 4,0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밖에 산신제를 비롯해 산나물 보물찾기,산나물 요리경연대회,송어 맨손잡기,토종닭 잡기,통나무 자르기 등이 펼쳐진다.학교 운동장에서는 농산물특판장과 먹거리 난전도 열린다.문의는 전화(033-332-3817,330-2602)나 인터넷(www.happy700.or.kr). 평창 조한종기자 bell21@
  • 2001 길섶에서/ 새벽頌

    사람에 따라서는 초저녁에 졸음을 못 참는 이도 있고, 또밤은 꼬박 새워도 새벽에는 절대 못 일어나는 이도 있다.요즘 젊은이들 가운데는 한밤중에 일하고 새벽잠을 깊게 자는‘야행성’ 체질이 늘어나는 것 같다.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주었던 사람들중 열에 아홉은 새벽시간을 활용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시간에는 헬라어로 ‘흘러가는 시간’인 ‘크로노스’와 ‘의미있는 시간’을 뜻하는 ‘카이로스’가 있다.거인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차이는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거인들은 새벽시간을카이로스로 만들어 사용한다.고인이 된 현대그룹의 총수 정주영씨도 “사람의 운명은 새벽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꿈은 저녁에 꾸지만 비전은 새벽에 일군다. 꿈을 깨면 아침이 되지만,비전을 열면 새벽이 된다. (조태현이 쓴 ‘새벽나라에 사는 거인’중에서) 초여름의 새벽은 신선하다.동트기 전에는 약간 찬 기운이있어도 조금만 걸어도 금세 활기가 넘친다.새벽시간을 꿈속에서만 보내서야 되겠는가.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 포항 어제 31.3도 ‘복더위’

    17일 포항의 낮 수은주가 올들어 가장 높은 31.3도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대구 31.1도,강릉 31도,,울산 30.4도,전주29.7도,광주 29.1도,대전 28.7도,서울 27.7도 등 예년보다4∼7도 가량 높은 초여름같은 더위가 이어졌다.기상청은 18일에도 전국적으로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영우기자 anselmus@
  • 전국 초여름 날씨

    13일 강릉의 낮 최고기온이 31.8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이 27∼32도의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기상청은 “전국이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가 지속된데다 따뜻한 남서풍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기온이 높았다”면서 “때이른 더위는 14일까지 이어진 뒤 15일쯤 전국적으로비가 내린 뒤 평년 기온을 되찾겠다”고 예보했다. 이날 최고 기온은 오후 3시 현재 강릉 32.7도를 비롯,포항30.8도,대구 29도,광주 28.4도,대전 28.5도,서울 26.6도다. 14일에도 강릉의 낮 최고기온이 31도,춘천이 30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에 25∼31도의 초여름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영우기자 ywchun@
  • [먹거리 축제를 찾아서] (35)경기 광주 붕어찜축제

    “쌓인 피로풀고 원기회복하세요” 조선백자를 굽던 황실도자기터로 유명한 경기도 광주시남종면 분원리 팔당호반에서 오는 11일부터 16일까지 ‘제4회 붕어찜축제’가 열린다. 성남에서 남한산성을 지나거나 중부고속도로 경안IC를 빠져나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팔당호를 끼고 10여분쯤달리면 한적한 농촌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팔당의 청정자연마을’이라고 새겨진 커다란 자연석의 안내를받으며 야트막한 야산 사이로 뚫린 아스팔트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청사초롱이 집집마다 걸려있다. 이곳이 축제 준비로 분주한 남종면 분원리.마을에 들어서자마자 30여개의 크고작은 업소들이 저마다 솜씨를 뽐내며 만든 매콤하고 푸짐한 붕어찜의 구수한 냄새가 입맛을 돋운다. 밑바닥에 네모나게 썬 무우와 시래기를 깔고 칼집을 낸커다란 참붕어를 얹어 양념을 넣은 뒤 졸여낸 붕어찜은 초여름 스태미나식으로 그만이다.이곳 붕어찜은 후추와 겨자,구기자,깻잎,들깨,마늘,고추 등이 첨가돼 비린내가 나지않는다. 붕어를 대추와 생강,마늘,약초 등을 함께 넣어 하루종일고아 즙을 낸 붕어즙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축제기간동안 이곳을 찾으면 시원스레 펼쳐진 팔당호를바라보며 평소보다 20%정도 싼값(1인분 1만2,000원)에 붕어찜과 붕어즙을 즐길 수 있다.일부업소들은 손님들에게붕어즙을 무료로 서비스하기도 한다. 마을에 있는 백자자료관 앞 광장에는 조선백자 도요지의명성이 담긴 도자기를 전시,판매하고 마을 공설운동장에서는 사물놀이,연예인 공연,경로잔치 등이 펼쳐진다.문의는분원상인회(031)767-2131. 광주 윤상돈기자 yoonsang@
  • 권위없이 우후죽순 문학상…이대로 좋은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많지만 박수치는 관객이 별로 없는 썰렁한 잔치,문학상 수여식. 신록의 계절 5월을 맞아 문학상은 마치 초여름 바람에 벚꽃이 흩날리듯 우수수 쏟아진다.그러나 권위와 의미는 가을 낙엽보다 더 퇴색해버렸다. 이상문학상,동인문학상,김수영문학상,소월시문학상,김광섭문학상,소천아동문학상,김달진문학상…. 현대문학사에 등장하는 웬만한 작가 중에 자기 이름을 내건 상이 없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문학상은 흔하다. 20여개 출판사와 10여개 잡지사가 1∼2개 씩의 문학상을 주관,총 수십개에 이른다. 문학상은 문학계의 유명 작가들이 작고하기 시작한 80년대후반부터 작가들의 이름을 걸고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했으나 20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독자들의 뇌리 속에서 지워지고 있다. 전체 문학상의 50% 정도가 수여되는 시기인 5월을 맞아 문학상의 현실과 문제점을 점검한다. [문학상의 종류] 문학상은 신인과,기성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두 종류로 크게 나뉜다.기성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은 또 다시 둘로 구분된다.이미 출간된 단행본과,출간되지는않고 잡지 등에 발표된 글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이다. 기출간 책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에는 대산재단이 주관하는 대산문학상,문학과지성사의 이산문학상,민음사의 김수영문학상,동서문학의 동서문학상,조선일보사의 동인문학상이있다.동인문학상의 경우 1999년까지 출간 전 작품에서,2000년부터 기출간 책으로 수상자 선정기준이 바뀌었다. 출간 전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에는 문학과사상의 이상문학상,이수의 21세기문학상,문예월간지인 현대문학의 현대문학상 등이 있다.수상 작품을 모아 책으로 낸다. [문학상의 현실] 10여개 신문사가 연말에 일제히 실시하는신춘문예의 경우 본심사위원들이 심사에 겹치기로 참가하는사례가 드물지 않다.권위를 가진 본심사위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보통 신문사들은 1월1일 신춘문예 당선작을 발표하지만 원고마감은 전해 12월 중순까지다.3∼4일만에 예심을 거쳐 2∼3일만에 본심에서 당선작이 뽑힌다.이는 비단 신문사신춘문예에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지난해 모 출판사의 신인상 예심심사위원으로 처음 참가했던 한 교수는 “예심심사위원들이 소설을 겨우 2∼3장 읽고합격,불합격을 판단했다”면서 “이렇게 함부로 채점해도 되는 것인지 자책감이 들어 몹시 괴로웠다”고 말했다. [문제점] 출판계 관계자들은 독자에게 공신력을 잃은 것을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예전에는 문학상이 작품의 질을보증하는 문서와 같은 구실을 했다.출판 시장에 활력을 주는 요소로도 작용했다. 그러나 문학상의 수가 급증하면서 가치는 반비례해 급락했다.상마다 이름만 다를 뿐 특성화를 이뤄내지 못한 점도 독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이상문학상이나현대문학상 등은 수상 작품을 책으로 엮어 판매하기 때문에상업성이 있는 작가만 선정한다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었다. 30년동안 바뀌지 않은 본심사위원의 한계도 심각한 문제로지적된다.모 출판사의 편집실장은 “타계한 미당 서정주의경우 30대 중반부터 우리나라 문학계의 대부로 40여년동안문학상 심사에 참가했다.문학상이 공신력을 얻기 위해 유명한 분들의 심사가 필요했지만 결국은 미당의 입맛에 맞는 시를 써야 상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문학상이 문학계의 줄세우기 수단으로 이용되었다”고 털어놨다. [나아갈 길] 무엇보다도 문학상의 차별화가 가장 필요하다. 서강대 우찬제 교수는 “판타지 소설 문학상,아방가드르 문학상,역사소설 문학상 등 상마다 독특한 성격을 입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단순히 유명 작가의 이름이 먹히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에서 연재되는 소설이나 시 등에 대한 문학계의검토도 요구된다. 도서출판 민음사의 박상순 편집주간은 “온라인 매체의 소설이나 시의 문학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대로의 가치와 매력이 있다”면서 “온라인 소설을 외면하지말고 독자의 취향에 접근하는 문학계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학 침체기에 문학상의 수를 줄일 수는 없지만,문학상의차별화 전략을 연구하고,심사위원의 고루한 권위만을 부각시키는 데 급급했던 본심사위원제도를 개선하며,온라인 문학까지 끌어안는 대중성 확보를 통해 21세기에 걸맞는 다양한 상으로거듭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송하기자 songha@
  • [대한광장] 초여름날의 수학여행

    고단한 생활에 지쳐 있다가도 문득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을 때가 있다.장년의 나이에 이를수록 유년의 기억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그것은 메마른 일상을 적셔주는 한줄기 시원한 청량음료와 같다. 지난 겨울에 나만의 내밀한 추억을 되새기며 섬진강 상류의 옥정호 주변을 찾았다.그 호수는 내가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곳이다.지난 60년대에 궁벽한 산촌에서 학교를다닌 사람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겠지만,그때 우리는 ‘수학여행’이란 단지 도회지 아이들에게나 해당되는 일로만 여겼다. 6학년 초에 아마 담임선생님이 처음 수학여행 이야기를 꺼내셨던 것 같다.오십명 남짓 되던 우리들 모두는 다같이 좋아서 날뛰었고,그 다음날부터 학교생활 자체가 여행계획을중심으로 짜여졌다.방과후에 뒷산에 올라 싸리나무를 베던일,그 나무들을 한데 묶어 빗자루를 만들던 일,그리고 인근면소재지의 장이 열리면 교대로 나가서 내다팔던 일이 기억에 새롭다. 드디어 6월 어느날 이른 아침에,우리는 그동안 모은 돈을밑천삼아수학여행을 떠났다.말이 수학여행이지 그건 하루종일 산길을 걷는 도보여행이었다. 몇 봉우리의 산을 넘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어쨌든 저녁무렵에 칠보 수력발전소에 이르렀으니 무척 많이 걸었던 모양이다.그 다음날 버스를 타고 넓은 호수를 구경했다.마침이전 댐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새로운 댐을 건설하고 있었다.공사감독의 배려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케이블카를 타는행운도 누렸다.원래 계획으로는 그날 버스편으로 돌아와야했다.그러나 때마침 쏟아진 장맛비로 도로가 막히면서 공사판을 떠날 수 없었다. 우리는 공사판 근처의 허름한 음식점에서 함께 기숙했다. 그렇게 사흘을 머물렀다.식사 때마다 우동과 자장면을 번갈아 시켜먹는 것이 무척 신이 나기도 했다.식사가 끝나면 빗발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널따란 방에서 끼리끼리화투를 치며 놀았다.비가 그친 후에 마을로 돌아오기는 했지만,예상치 못한 비용 때문에 우리는 얼마씩 돈을 더 거두어야 했다. 일부는 담임선생님이 부담하셨다고 들었다.이것은 가난하고 고달팠던 한 세대 전의이야기다.나는 졸업 후에 곧바로고향을 떠났으므로,그 선생님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나는 지금도 삶이 고달플 때,또 요즘처럼 주위를 둘러보아도 답답한 일들만 가득차 있을 때,가끔 그 수학여행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는다.그러나 그 웃음 속에는 눈물이 깃들어있다.눈물을 글썽이는 순간 사람은 순수해진다고 한다.그순수한 마음으로 그 시절의 교육을 생각한다.그 당시에도도회지 학교에 비해 ‘뒤처진’교육을 받았겠지만,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내게는 황금기였던 모양이다.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 선생님을 생각한다.아무래도교육자로서 나의 자질은 그 분보다 뒤떨어지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 분은 자신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에게무언가를 가르쳐주시지 않았나 싶다.그 시절에는 그런 분위기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가난한 농투성이 아이들에게 진솔한 사랑을 베풀어주시던 모습이 눈물과 함께 어른거리곤 한다. 하나,느리게 살아가던 학교생활과 농군 복장을 하고 틈만나면 막걸리를 마시던 선생님의 모습과 그리고 모두 가난하기 때문에 서로 친근했던 친구들이 요즘 들어 더욱더 선연한 기억으로 다가오는 것은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향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도대체 교육이란 무엇인가.삶 자체를 배우는 것 말고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교육의 황폐화와 교실붕괴를 개탄하는기획기사들이 신문지면에 가득한 지금 다시 한번 되묻고 싶다.도대체 교육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영석 광주대교수
  • 전국 초여름 날씨…낮기온 예년보다 4~7도 높아

    17,18일에는 남부지방의 낮 수은주가 30도까지 치솟는 등전국의 낮 기온이 평년보다 4∼7도 가량 높은 초여름 날씨가 예상된다. 기상청은 “17,18일에는 고온건조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의 낮 기온이 크게 올라 덥겠다”면서 “대구는한낮의 기온이 17일 28도,18일 30도까지 치솟고,서울도 낮기온이 각각 24도와 26도까지 오르겠다”고 16일 예보했다. 기상청은 20,21일쯤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평년 기온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16일 오전 10시를 기해 강원 영동과 영남지방에 내려진 건조주의보가 건조경보로 강화됐다. 그밖의 지역에는 건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전영우기자 anselmus@
  • 오늘도 초여름 더위

    9일 서울과 인천 등에 황사 현상이 나타나 서울을 기준으로 올들어서만 황사 발생 일수가 15일을 기록,황사가 가장많이 발생했던 61년의 14일을 경신했다. 10일에도 초여름 같은 날씨 속에 중국 화북지방에서 발달한 황사가 전국에 영향을 미치고 서울·경기와 강원·충청지방에는 밤에 황사가 섞인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9일에는 전주의 낮 수은주가 28.9도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부여 28.8도,보령 28.7도,광주 28.3도,서울 28.2도 등전국이 초여름같이 더운 날씨를 보였다. 기상청은 “남동쪽에서 따뜻한 기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데다,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높새바람 현상을 일으켜 기온이 크게 올랐다”면서 “10일에도 고온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중국에서 발달한 고온건조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4월 말까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황사 현상도 잦을것”으로 내다봤다. 전영우기자 anselmus@
  •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무죄판결 의미

    6년을 끌며 유무죄 판결이 엇갈렸던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의 피고인 이모씨에게 서울고법이 다시 무죄를 선고한것은 증거를 중요시하는 형사법상 대원칙을 따른 것이다. 법원은 ▲사망시간이 피고인이 출근하기 전으로 추정되고▲이씨가 살해 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불을 지르며 천천히타도록 했으며 ▲가정 불화가 있었고 ▲이씨 진술이 엇갈린부분이 많다는 등의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모두 확실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사망시간 논란 검찰은 사망시간을 법의학자들의 감정을 토대로 이씨가 출근한 오전 7시 이전으로 봤다.이씨의 출근 시간은 확인됐기 때문에 사망 시간은 이씨의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된다.법의학자들은 시반(시체에 나타나는 붉은반점)과 시강(시체의 굳은 정도)을 검사해 사망시간을 7시전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들이 목졸려 숨진 만큼 근육 긴장 정도가 심했고 더운 물 속에 있었으며 초여름이어서 사체 강직이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또 초동 수사로 시체와 현장이 훼손된 상태에서 실시된 법의학자들의 감정만으로 사망시간을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발화시간 지연 문제 이씨 집에 불이 난 것이 목격된 시각은 오전 8시20분.이씨가 출근한 뒤이므로 이씨가 불을 내지않았다는 간접증거가 된다.검찰은 이에 대해 출근 전에 살해하고 불을 지르며 천천히 타도록 하기 위해 장롱 속의 옷에불을 질렀다는 논리를 폈다.검찰은 불을 지른 뒤 연기가 발견되기까지 1시간30분이 걸릴 수 있다는 컴퓨터시뮬레이션결과를 제출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도 배척했다.변호인측은 장롱 속에불을 붙이더라도 30여분만에 연기가 치솟는다는 사실을 컨테이너실험으로 입증했으며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가정불화와 엇갈린 진술 살해된 부인 최모씨의 외도 등 가정불화와 엇갈리는 이씨의 진술 등에 대해서도 법원은 “의심은 가지만 유죄로 인정할 충분한 증거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고로 판단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대법원은 98년 11월 유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기 때문에 이 사건은 상고심과 항소심을 오가는 ‘핑퐁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상록 조태성기자myzodan@
  • “美경제 연착륙 조짐 뚜렷”

    [워싱턴 연합] 미국 경제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일 밝혔다. FRB는 이날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기업활동 조사 내역을 토대로 작성한 ‘베이지북’에서 “대부분의 지역은 경제 여건이 건전하며 일부 지역은 성장세가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FRB의 통화신용정책 결정기구인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10월3일 향후 정책 기조를 논의할 때 기초 자료로 활용될 보고서는 아직인력수급 사정이 빡빡하기는 하지만 경쟁과 생산성 향상 덕분에 노동비용 상승 효과가 물가에 파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몇몇 연방준비은행은 그러나 최근 의료비와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상승에 따른 효과가 “결국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조사대상 기간이 지난 7월31일∼9월11일인 보고서는 금리 인상의여파로 새 차를 비롯한 고가품 구입에 제동이 걸린 탓으로 지난달 소비자 지출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올해 늦봄이나 초여름에 비해 “같거나 완만히 늘어난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3)낯선 땅에서

    *우연히 맛 본 '홍탁' 오감 뒤흔든 맛의 혁명.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속담이 퍼지게 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유래가 있다.생물학적으로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되,현지 사람들 말에 의하면 홍어는 ‘되다만 물고기’라고 한다.즉 물고기와 파충류의 중간치기라는 것이다.오래 전에 홍도에 갔을 때 섬 주위를 배를 타고 돌아보다가 물 밑 저 아래로 지나가는 거대한 물고기를 본 적이 있었다.그것은 거의 돗자리 한 장만한 크기였는데 유유히 물 밑으로 헤엄쳐 지나갔다.아마도 가오리일 거라고 뱃사람이 말했다.하여튼 가오리와 홍어는 얼핏 보아 구분이 잘 안간다.아마도 바닷 속 생물중에서는 한통속일 거라고 생각한다.홍어는 대개 방석 한 장만한 크기가 제일 맛있다.다시 ‘홍어 거시기’ 이야기로 돌아가서 홍어를잡으면 암놈과 수놈은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난다. 수놈 홍어는 암놈에 비하면 헐값이고 쳐주지도 않는다.실제로 찜해 놓은 것을 먹어보면 암놈은 지느러미 부근이나 속뼈가 흐물거리고오돌오돌 씹히건만 수놈의 것은 뻣뻣하고 딱딱해서 발라내야만 한다. 그리고 살 맛도 부드럽고 쫄깃하지 못하고 어딘가 퍽퍽한 느낌이다. 사가는 사람이야 겉모양만 보아서는 어느게 암놈이고 수놈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이 때에는 생선을 뒤집어 배 아래쪽을 보면 된다.물론암수의 성기가 다르기 때문이다.아니,물고기에 성기라니.홍어는 다른물고기들처럼 난생이 아니라 태생이다.따라서 다른 물고기들처럼 암놈이 알을 낳으면 그 주위에 정액을 뿌려서 수정 시키는 게 아니라직접 교미를 통하여 수태하고 새끼를 낳는다.어부들이야 그러지 않겠지만 중간상인들은 홍어가 들어오면 배를 뒤집어 살피고나서 수놈 홍어의 ‘거시기’부터 얼른 떼어낸다.암놈과 같은 가격을 받아내려는속셈에서다.그래서‘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가 되어 버렸다. 전라도 사람들은 홍어의 맛 중에 ‘목포 홍탁’을 제일로 친다.칠십년대 초반엔가 우연히 ‘홍탁’을 맛보고 진저리를 쳤던 적이 있었다.무슨 날고깃점 같은 것을 두툼하게 썰어 내오고,그와 크기가 비슷하게 돼지고기 삶은 것 몇점이 곁들여졌는데,묵은 김치가 찢어 먹기 좋도록 썰지도 않은 채로 한접시 따라 나왔다. 술은 주전자에 넘칠 듯 가득 들어있는 탁주 막걸리였다.상대방의 하는 짓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데 우선 날고기 비스무레한 것에 돼지 삼겹살을 겹쳐서 손으로 찢은 김치에 둥글게 싸서는 입 안에 넣었다.한 입 씹자마자 그야말로 오래된 뒷간에서 풍겨 올라오는 듯한 개스가 입 안에 폭발할 것처럼 가득찼다가 코를 역류하여 푹 터져 나온다.눈물이 찔끔 솟고 숨이 막힐 것같다.그러고는 단숨에 막사발에 넘치도록 따른 막걸리를 쭈욱 들이켠다.잠깐 숨을 돌리고나면 어쩐지 속이 후련해진다.참으로 이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버리는 맛의 혁명이다.말 그대로 어리떨떨하다가 정신이 번쩍 나는 것이다.이들 홍어,돼지 삼겹살,묵은김치를 전라도 사람들은 ‘삼합’이라고 부른다.‘홍탁 삼합’을 처음 먹는 사람들은 어찌나 독한지 입천정이 홀라당 벗겨져 버리기도한다. 이 지독한 별미는 홍어를 발효 시켰기 때문이란다.싱싱한 홍어를 사다가 그대로 뒤란 두엄더미속에 던져 둔다.다른 생선이나 육류 같으면 대번에 썩어 문드러질텐데 두엄 더미 속에서 사나흘 삭으면 홍어는 적당히 발효가 된다.살은 아직도 먹음직한 선홍색이다.이것을 두툼하게 썰어서 자연 그대로 먹기도 하고 얇게 저며서 고춧가루 섞은소금에 찍어 먹기도 한다.그뿐 아니라 찜을 하여도 맛이 독특하다.발효시킨 홍어찜은 날 것 보다는 덜해도 개스는 여전해서 코를 탁 쏘는 맛은 여전하다.삭힌 홍어를 갖은 양념하여 다른 물고기 찜을 하듯이 뭉근하게 쪄서 내는데 살과 뼈를 모두 함께 먹을 수가 있다.잔뼈가많이 들어있는 지느러미께는 마치 중국요리의 샥스핀처럼 부드럽고아작거리는 맛이 그만이다. 그냥 가자미처럼 잘게 썰어서 갖은 양념과 채썬 무에 미나리 등속과 버무린 홍어무침은 흔히 경조사의 주요 음식으로 나온다.충청도에서도 홍어찜을 쳐주는데 발효 시킨 것은 아니다.도회지 사람들, 특히서울 사람들은 거의가 삭힌 홍어를 처음 먹을 때에는 ‘다시는 먹지않겠노라’고 혼자서 속으로 은근히 결심을 하지만,십중 팔구는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슬슬 조심하면서 먹게되고 한번 맛을 들이면 아예요즈음 말로 ‘마니아’가 되어 버린다.제법 맛을 아는 고참이 되면홍어찜을 먹다가 더욱 냄새가 고약한 홍어애를 서로 먹겠다고 다투게된다. 옛날에도 홍어는 가짜가 많았다.흔히 조기를 말린 굴비가 그렇듯,칠산 앞바다에서 잡은 굴비를 영광 법성포에서 말린 것이 영광 굴비이듯이 홍어도 흑산도에서 잡은 것이 진짜 노릇을 하는 셈이다.흑산 홍어는 지느러미에 부드러운 가시가 있고 몸빛이 조금 더 진하고 검붉은 기가 도는데 살이 단단하고 차지다고 한다.뾰족하게 솟아난 코를둥글게 구부려 보면 다른 홍어는 쉽게 부러지지만 흑산 홍어는 유연하게 구부러질뿐 부러지지 않는다. 요즈음에는 흑산도는 물론이고 인근 서해에서 홍어가 잘 잡히지 않으니 진짜배기 흑산 홍어는 부르는게 값이라고 한다.그래서인지 저 남반구의 반대편쪽에서 잡힌 칠레산 홍어가 흑산 홍어로 둔갑을 하게끔 되었다.외국산 홍어는 날개살의 뼈를 씹어보면 딱딱하고 거세어 대번에 알아차릴 수가 있다.그래서 부드럽게 하려고 온갖 조리법에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회는 살만 저며내니 그렇다치고 통째 찜으로 낼때에도 잘 삭히고 오래 쪄내면 구별이 안되기도 한다. 요즈음 진짜 홍어 먹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주는 시정의 뒷말이 있다.모모 당의 원로 되시는 이가 진짜 흑산 홍어를 전문으로 취급한다는 어느 음식점에서 홍어를 먹어 보고는 자신있게 ‘이건 진짜’라고 점수를 매겼다.그는 한 고장 출신으로 홍어를 좋아하는 대통령에게 자랑하려고 포장해달라며 다시 한 접시를 주문했더라고 한다.사정을 알게된 주방장이 급해졌는지 달려나와 속내를 털어놓는데 진실을 밝히자면 ‘이건 가짜’라는 것이다.즉 아무리 높은 어른도 구해먹기가 어려워졌다는 농담일 것이다. 내가 해남 가서 처음으로 후배를 사귀어 선물을 받은 것 두 가지가있으니 그중 첫 번째가 ‘어란’이다.작은 항아리에 무슨 훈제 소시지 같은 것이 채곡채곡 들어 있었다.큰 아이가 아직도 해남 토박이인 그를 부를 때면 동섭이 삼촌이라고 부르지 않고 ‘살구 아저씨’라고 부르는 연유가 있다.해남 내려가서 자리를 잡았던 집 안에 수백년묵은 느티나무와 동백나무가 있었다는 얘기는 나왔는데 백 오십여평남짓한 마당 안에 또한 살구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해마다 가지가휘도록 살구가 열려서 초여름만 되면 내 아이들이바구니 가득 따고는 했다.동섭이는 병원 집 장남인데 도시에 나가 직장 생활을 하다가 뜻을 잃고 낙향해서 집안 일을 거들던 청년이었다. 그가 집에 올 때마다 아이들에게 ‘내 살구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아서 농담 치고는 좀 괴이쩍게 생각했더니 한참 뒤에 내가 물으니 그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성님이야 유명한 사람이고 나는 촌 구석 사람인디 금방이사가뿔면 저놈들이 내를 알것소.내가 이렇게 해둬야 낭중에 날 기억하지 않것소,하는 것이 그럴듯한 그의 대답이었다. 황석영.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