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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채용 비리’ 책임 회피하는 최고책임자들

    ‘은행 채용 비리’ 책임 회피하는 최고책임자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영장 기각 4대 은행 최고책임자 전원 구속 면해 ‘금융적폐 수사’ 용두사미 처벌 가능성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11일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4대 은행 최고 책임자들이 모두 구속을 면했다.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던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서울동부지법 양철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새벽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피의자의 직책과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등에 비추어 볼 때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회장은 2015년 3월~2017년 3월 신한은행장 재직 당시 인사부장들(구속기소)과 공모해 임원 자녀 등을 부정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같은 혐의를 받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되어 불구속 기소됐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각각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으며 포토라인에도 서지 않았고, 결국 불기소 처분됐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권 채용비리를 금융적폐로 규정하자 전방위적 압수수색 등을 하며 시작한 검찰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어렵게 기소된 은행장과 지주 회장도 거대 로펌의 도움으로 처벌을 피해 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검찰은 지난 6월 은행권 채용비리 중간수사 결과 국민·하나·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등 6곳을 수사해 12명을 구속 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17일 신한은행 전직 인사부장 2명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윗선에 대한 수사를 이어 왔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권수정 서울시의원, 서울공공안전관(청원경찰) 노동조합 출범총회 참석

    서울공공안전관(이하 청원경찰)의 노동3권 보장과 함께 불합리한 법제도와 차별적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전국조직체계를 갖추기 위한 청원경찰 노동조합 출범총회가 열렸다. 서울시의회 정의당 권수정 의원은 10월 11일 오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1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공공안전관지부 출범총회에 참석해 청원경찰의 차별적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출범에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혔다. 청원경찰은 청원경찰법 및 경찰청 고시에 의해 노동조건 및 임금조건이 규제됨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에 비해 차별적 처우가 지속되는 등 불합리한 법제도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전국 지자체와 비교해 가장 많은 인원의 청원경찰을 배치해 국민 안전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업무에 배치하고 있음에도 일반 공무원과 차별적인 처우개선과 제도 정비에 대한 책임은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 의원은 연대사를 통해 “헌법33조1항에서는 모든 노동자의 단결, 교섭 및 쟁의에 대한 기본권을 보호하고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의 기본권에 대한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이곳에서 출범한 서울공공안전관(청원경찰) 노동조합 발대식이 노동자의 기본권을 쟁취하고 그 중요성에 공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청원경찰의 노동기준과 보상체계는 공무원법, 근로기준법, 경찰법 등 복잡한 법 테투리 안에서 형성됐다”며 “복잡한 기준은 책임회피와 전가의 빌미를 제공하며 관리체계 안에 노동자를 순응시키려는 시스템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서울시가 청원경찰 노동자에 대한 책임과 보호를 다 해낼 수 있도록 임기 내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한 법제도와 차별적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새 동력… ‘톱다운’ 방식 합의 상상 이상”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새 동력… ‘톱다운’ 방식 합의 상상 이상”

    본지 평양 정상회담 전문가 좌담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관련 내용이 사상 처음으로 포함된 남북공동선언문을 타결함에 따라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신문은 1일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석향 이화여대 교수,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실장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의 좌담을 통해 9·19 평양 남북공동선언의 내용을 분석·평가하고 향후 비핵화 협상을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상연 정치부장의 사회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좌담에서 대다수 전문가는 9·19 평양공동선언을 전반적으로 긍정 평가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비핵화 로드맵의 불투명성과 남북 간 군사 분야 합의에 따른 안보 불안 우려를 제기했다. 정상들이 주도하는 톱다운 방식의 전례 없는 협상 구도가 학자들의 예측을 뛰어넘는다고 토로하는 전문가도 있었다.→9·19 평양공동선언의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현욱 우선 군사 분야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 상호 간 적대행위 금지, 무력 사용 금지부터 북방한계선(NLL), 비무장지대(DMZ)까지 세세한 부분에서 무력 충돌 가능성을 상당히 낮췄다. 예를 들어 상호 간 경고 방송 등 다단계 절차를 만들어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도 낮췄다. 절차상에서 이미 남북 간 종전 상태를 만드는 데 상당히 기여한 군사적 합의가 나왔다. 이걸 앞으로 어떻게 실제 이행하느냐가 중요하다. 다만 남북이 서로 군축하는 데 미국 입장에선 우려가 있다. 남북 군축이 한·미 동맹의 약화로 가면 어떻게 하는가, 한국이 군축하면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양받는 데 준비가 되겠는가, 전작권 이양 조건은 한반도 위험 감소와 한국군 역량 준비인데 군축하면 역량 준비가 되겠는가. 이런 부분은 한·미 간 조율돼야 한다.경제 협력에서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상당히 의식했다. 철도·도로 연결은 연내 착공식까지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사업 정상화도 ‘조건 마련’이라는 토를 붙였다. 국제사회와 같이 가기 위해 속도 조절을 하려는 모양새를 갖췄다. 비핵화 관련해서는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완전 폐기, 미국의 상응 조치 후 영변 핵시설 폐기인데 영변 핵시설 폐기가 선언에 포함되면서 북·미 협상을 제 궤도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북·미 간 여전히 존재하는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한 가시적인 성과는 안 보인다.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북한으로선 큰 결심을 한 것이지만 여전히 상응 조치를 미국이 먼저 하라는 부분은 좁혀지지 않았다.-김석향 9·19 평양공동선언을 보면 김 위원장도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 예를 들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도 유관국 전문가가 보는 앞에서 폐기하겠다고 했다.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때는 기자에게만 보여 줬는데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 같다. 학습 효과는 분명히 있었지만 ‘유관국 전문가를 불러 놓고 폐기하겠다’고 딱 한 걸음만 나갔다. 진일보한 건 반가운데 딱 일보만 전진해서 북·미의 의견 차이가 좁혀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비핵화와 군사 분야 외에 보건의료, 이산가족 문제는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비핵화와 군사 분야의 합의가 정말 그대로 실행될지 의문이다. 그래도 올 가을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할지 의심스러웠지만 개최된 것을 보면 비핵화와 군사 분야 합의도 실행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고는 있다. -이호령 전반적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 실질적인 것, 희망과 현실과의 괴리 등 세 가지 모두 선언에 담겨 있다. 일단 현실에서의 가능성을 반영했다. 경제 협력은 다 조건부를 달았고 실질적으로 올해 안에 할 수 있는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포함시켰다. 착공식은 제재와 상관없기에 날짜까지 명확히 박았고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사업 등 실질적 경협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건 조건을 달아서 영리하게 잘 빠져나가면서도 북한에게 비핵화하면 실질적 경협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줬다. 이산가족과 관련해 북한에게 요구했던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 등을 담은 것도 좋은 포인트였다. 남과 북이 다시 하나 됨을 이룬다는 것은 문화 교류에 담아 냈다. 3·1 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공동 개최하면 분단되기 전 하나였던 모습을 다시 한번 축하할 수 있다. 2032년 올림픽을 공동 유치할 경우 향후 통일의 모습, 미래에 하나 되는 모습을 미리 그려 볼 수 있다.이런 소프트 이슈 중심으로는 우리의 희망과 현실을 잘 조화시켰는데 하드 이슈에서는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비핵화 관련 조항 중 3항(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이 의미가 있다. 4·27 판문점선언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각자 책임과 역할을 다한다고 돼 있는데 평양공동선언에서는 ‘함께 긴밀히 협력한다’고 돼 있어 의미가 있다. 그러나 비핵화 관련 1, 2항(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폐기, 미국의 상응 조치 후 영변 핵시설 폐기)의 경우 북·미 회담을 재개하는 유인책이 됐다고 하는데 유인책이 아니라 또 하나의 살라미 전술로 보인다. 영변 핵시설 폐기가 처음 언급된 건 의미를 둘 수 있지만 영변 이외의 핵시설이 궁금하다. 영변 핵시설 내 플루토늄 5메가와트 원자로는 이미 충분히 확인되고 있다. 영변 핵시설이 북한 비핵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처럼 됐는데 영변 핵시설 폐기를 위한 상응 조치를 취해도 다른 시설 폐기를 위해 또 다른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이 구사했던 살라미 전술이다. 북·미 협상이 교착되면 남한을 통해서 또다시 대화 국면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비핵화 조치를 살라미처럼 일부만 잘라서 내놓는 형국이 계속될 수 있다. 군사적 합의의 경우 남북군사공동위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하기로 하고 하지 않았던 것인데 26년 만에 가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남북기본합의서가 논의될 때는 북한 핵이 초보적 단계였고 의심만 가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북한 핵·미사일 능력이 엄청난 상황에서 남북군사공동위를 운영한다는 게 문제다.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재래식 전력 부분에서 신뢰를 구축하자는 건데 균형이 맞는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비핵화 부분에서 동결 등 아무것도 안 된 상태에서 그나마 갖고 있는 군사적 억제력을 줄인다는 것인데 평양 이남에 북한 전력의 70%가 집중된 상황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를 중심으로 이를 확장시킨다는 건 이론적으로 그럴싸해 보여도 실제 전력 운영 면에서는 이론과 차이가 있다. 상호 적대 정책을 중단하고자 해상, 공중, 육상에서 여러 조치를 취한다고 하는데 중요한 건 실제로 지키고 있는지 검증하는 문제다. 검증 체계에 대해 먼저 합의하고 육·해·공에서 합의를 이행할 때 보다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김정 큰 그림을 보는 게 중요하다. 지금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프로세스다. 관료적 프로세스와 속성이 다르다. 지금까지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를 꼽으라면 관료적 프로세스로 운영됐기에 합의와 이행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관료적 프로세스의 기본 속성은 위험 회피 전략으로 가는 것이다. 현상 유지에 유리한 구조지만 현상 타파는 어렵다. 지금은 정치적 프로세스, 그것도 선출직 최고위 정치인들이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프로세스다. 정치적 프로세스가 현상 타파에 유리하고 정치인이 하는 선택의 기본적 속성은 위험 회피가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게 없으면 현상 타파가 안 되는 것이다. 학자 입장에선 예측하기 어렵다.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안보 질서와 관련해서 예측 가능성은 굉장히 낮아졌지만 예측하지 못한 획기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시점에 있다고 봐야 한다. 평양공동선언은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핵무장국을 상대로 우발적 형태로 생길 수 있는 국지적 충돌 요소를 줄였다는 점은 좋은 의미에서 투자라고 생각한다. 운영적 군비 통제에서 구조적 군비 통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치가가 위험 감수를 한 측면에서 비춰 보면 대담하게 잘한 거다. -고유환 판문점 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비핵 평화 프로세스가 말 대 말 공약에서 행동 대 행동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교착 국면에 빠졌다. 남한이 나서서 가을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을 빨리 당겨서 초가을에 성사시키면서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새로운 동력 불어넣었다는 의미가 있다. 또 톱다운 방식이라는 새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프로세스가 가동되기에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진전된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4·27 판문점선언이 6·15나 10·4 공동선언에 비견되는 강령적 합의여서 이번 선언에는 판문점선언 이행에 대한 합의 정도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강령적 선언으로서의 9월 평양공동선언을 만들어 냈다. 남북 사이에서 군사적 적대행위 종식, 전쟁 없는 한반도 관련 합의를 끌어냈다. 목표 시점과 세부 일정까지 매우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내고 이대로 이행된다면 사실상 남북 사이에 종전선언에 해당된다 할 만큼 재래식 군비 통제가 이뤄졌다. 남북 사이에서 할 일은 하고 북·미 사이에서는 전략무기에 해당되는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는 구도로 가고 있다. 과거 핵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남북 관계도 연동돼서 풀리지 않았는데 이번엔 남북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비핵화를 추동했다. 남북 관계의 독자성을 확인했고 남북 간 신뢰가 높아졌다. 북한은 선언문의 비핵화 관련 두 번째 조항에서 자기들이 취할 비핵화 초기 조치를 밝혔다. 미국은 핵 신고·검증이 비핵화의 초기 조치라고 얘기했는데 북한이 상응 조치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스스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얘기한 것이다. 북·미 회담에서 다룰 의제 중 하나인 비핵화 초기 조치의 내용을 공개했다. 북한이 남북 간 신뢰를 통해 비핵 평화 프로세스의 모멘텀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한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이호령 실장은 북한이 살라미 전술을 취하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고유환 교수는 행동 대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비핵화를 바라보는 양극단의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점이 교착의 가장 큰 부분 같다. -김석향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고 과거와 현재를 평가하지 않는 한 미래는 없다. 어떤 미래를 꿈꾸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의도를 했든 안 했든 간에 과거 행적부터 묻고 넘어간다. 그런 면에서 지금 김 위원장이 비핵화 진짜 할 거라고 말해도 자기 할아버지, 아버지의 짐을 다 가지고 있는 거다. -고유환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북·미공동선언에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나열돼 있는데 북한은 둘을 의도적으로 연계해서 동시 행동 원칙에 따라서 단계적으로 이행한다는 복안을 갖고 포함시킨 것이다. 살라미로 간다는 건 한꺼번에 다 해결할 수 없으니까 단계적으로 간다는 뜻이다. 지금은 오히려 북한이 어차피 비핵화를 할 거면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북한은 빨리하고 싶은데 미국은 시간 조절을 하고 있다. 기존 고정관념으로는 지금의 판을 읽어내기 어렵다. -이호령 살라미 전술이냐 아니면 행동 대 행동으로 봐야 하냐의 문제인데, 톱다운 방식으로 정치적 합의가 진행되면서 알게 모르게 만들어지는 컨센서스가 있다. 즉 북한 핵무기를 일정 부분 반출해 주면 북한 핵위협이 감소하고 평화가 올 것이라는 건데 실제 맞는지 짚어 봐야 한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살라미로 여러 개 쪼갤 수 있다. 영변 핵시설 안에서도 플루토늄과 우라늄, 영변과 영변 이외의 지역, 이외의 지역에서도 A·B·C 지역. 대북 제재 해제라는 보상의 보따리는 그만큼 나누기 어렵다. 나눌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며 나중에 취소할 수도 있다고 무게감을 낮춤으로써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데. -김현욱 종전선언이 단순한 정치적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이건 남·북·미 정상이 서명하는 것이다. 국제법보다 더 큰 구속력이 있다. 트럼프, 문재인, 김정은 세 수반이 서명한 종전선언문에 담긴 내용은 추후 더 큰 굴레가 될 수 있다. 2018년 종전선언문에 세 수반이 서명한다면 1953년 정전협정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질 것이다. 그걸 알기에 미국에서도 우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해한 것처럼 쉽게 깰 수 있는 정상 간 서명에 기반한 합의서는 아니다. -김정 종전선언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기술적으로는 맞다. 종전선언을 한 다음에 북한이 마음에 안 들면 취소하면 된다. 단 종전선언을 하고 취소하면 비용이 발생한다. 기대가 좌절된 남한 국민들의 회의, 한·미 동맹에 부담, 북한의 핵 집착 가속화 등의 비용이 생긴다. -이호령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절대 후퇴할 수 없다. 그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이라는 용어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면 당연히 한·미 동맹이나 유엔사 해체와 상관없고 북한이 합의 사항을 어기면 후퇴할 수 있다. 하지만 종전선언을 하고 나면 영향력이 생긴다. 정치적 선언이라고 하지만 정치적 선언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종전선언이 갖는 영향력 때문이다. 예컨대 인권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인권선언이 발표된 후 인권법이 만들어지고 유엔에서 인권위가 활동하며 모든 걸 구속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종전선언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으로 가는 첫 번째 길이긴 하지만 종전선언이 평화협정 체결을 곧바로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게 아니다. -고유환 종전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종전선언 외에는 북한을 비핵화로 추동해내기 어렵겠다고 생각해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평화협정 없이도 북·미 수교로 갈 수 있는 구도에서 본다면 지금의 비핵화라든가 한반도 정세를 풀어나가는 ‘의무통과 지점’이 종전선언이다. 이걸 통과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다. 또 북한은 내부 설득을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 북·미 적대 관계 때문에 핵을 개발했다고 했으니 적대 관계가 해소돼 핵을 버리자고 설득하려면 해소 징표로서 종전선언이 필요한 것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정책 전환을 할 수 있는 만능의 보검이 과거에는 핵이었다면 지금은 종전선언이다. 종전선언을 가져야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북한이 매달리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종전선언을 안 주고 비핵화를 추동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리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씨줄날줄] 초고령 실버택시 불안/김성곤 논설위원

    [씨줄날줄] 초고령 실버택시 불안/김성곤 논설위원

    지난 5월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지가사키(茅ケ崎)시에서 90세 여성이 운전하던 차량이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로 돌진, 보행자 4명을 치어 이 가운데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세계적 장수 국가로 고령자 정책에서는 선진국이라는 일본에서 고령 운전자 안전 운전 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뾰족한 대책이 있을 리 없다.일본은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인구당 교통 사망사고 건수가 75세 미만의 2배를 기록할 만큼 고령자 운전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따라 일본은 1998년부터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했다. 면허 반납 시 대중교통요금 할인이나 정기예금 추가금리 적용 등이 그것이다. 한국도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양국 모두 면허 반납이 저조하다고 한다. 노인들의 거주지가 대부분 시골인 데다 도시든 벽지든 면허를 반납하면 불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가 나이 들어 운전면허를 반납하다니…” 하는 심리적 거부감도 없지 않다고 한다. 국토교통부가 30일 김상훈(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용 택시 운전자 중 90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23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80~89세는 533명, 70~79세는 2만 6151명이다. 헌법 등에서 나이 등을 이유로 차별을 허용하지 않지만,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택시 운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좋든 싫든 이미 택시 승객이 나이 든 운전자를 회피하는 ‘실버택시 기피 현상’은 현실이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고려해 택시 기사의 경우 내년부터 65세 이상은 3년마다, 70세 이상은 매년 자격유지검사를 받도록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했다. 하지만 개인택시 등 택시업계의 반발이 심해지자 적성검사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신체·인지적 기능 저하를 평가한다지만, 적성검사로 과연 자격유지검사가 대체될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더욱이 버스 기사는 2017년 1월부터 이미 자격유지검사를 도입했고, 화물차 운전기사는 2020년부터 자격유지검사를 도입하기로 한 마당이다.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노화는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필연적으로 신체 능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인간은 80세가 되면 고음역 청각은 생애 최대치의 30%, 폐활량은 50~60%, 신경전달속도는 85%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운전을 하다 보면 돌발상황 등에 대처하는 능력이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치매운전도 있다. 매사 불여튼튼이다. 노화가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와 만나면 흉기로 변할 수 있다.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 운전대는 노인과 젊은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고령자 택시 운전에 대한 대비는 그야말로 모자란 것보다 과한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sunggone@seoul.co.kr
  • [사설] ‘심재철 정보유출’ 수사하되 예산유용도 따져야

    정부의 비공개 예산 정보 무단 유출 혐의로 보좌관들이 고발당한 심재철 의원 등 자유한국당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의 야당 탄압과 국정감사 무력화 시도가 도를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상적으로 국회의원 의정활동 보좌 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야당 의원실을 고발한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검찰을 동원해 국회부의장을 지낸 야당 중진 의원의 의원실을 고발 나흘 만에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면서 정부의 즉각적인 고발 취하와 사과를 촉구했다. 심 의원은 압수수색 당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불법적인 예산 사용 내용을 틀어막기 위한 속셈”이라며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의 예산 유용 사례 일부를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심 의원의 보좌관들이 한국재정정보원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30여개 정부 기관의 예산 정보 수십만 건을 내려받아 불법 유출했다고 판단해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기재부가 승인해 준 아이디로 정상적으로 접속해 얻은 자료이고, 설령 일부가 대외 비공개가 필요한 자료라고 하더라도 정보 관리에 실패한 정부의 잘못”이라며 무고 혐의로 맞고발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확보한 만큼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사실관계를 규명하면 될 일이다. 다만 고의든 아니든 비공개 정보의 무단 유출이 불법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중진 의원이 기재부의 자료 반납 요청을 끝까지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리 국감을 위한 자료 수집이라고 해도 절차적 정당성을 회피하는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심 의원의 정보 유출 불법 여부를 가리는 수사와 별개로 현 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이 제기된 만큼 각 부처마다 예산 집행 실태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기재부는 필요하면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 또한 지켜볼 일이다.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5년 넘도록 끝나지 않는 1심… “피고인 탓”이라는 사법부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5년 넘도록 끝나지 않는 1심… “피고인 탓”이라는 사법부

    “신속하게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검찰을 지도·감독 하겠습니다”(2015년 법무부장관), “검찰에서 낸 (증거) 부분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2016년 법원행정처장), “(검사의 사법공조 은폐 의혹은) 파악 못하고 있어서 죄송합니다”(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저작권 침해 혐의로 기소했지만, 범행을 입증할 ‘기본 증거’인 원저작물을 확보하지 못한 검찰 때문에 2013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2년 6개월 동안 공판 대신 공판준비기일만 열리고 기소 뒤 5년이 지난 지금도 1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미국 대입시험(SAT) 기출문제 유출 사건’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여러 법사위원들의 지적 대상이 됐다. 서울신문이 26일 국회 회의록 시스템을 검색해 보니 19, 20대를 거쳐 모두 9차례 국감 회의장에서 이 사건이 거론됐다. 검찰과 법원 고위 관료들은 국감장에서 “검토 뒤 조치”를 약속했지만, 실제 파행적인 재판에 시정은 없었다. 결국 다음달 국감에서도 관련 지적이 이어질 전망이다. 법사위원들은 ▲3개월 안에 끝내도록 법으로 정해진 공판준비기일을 검찰이 제대로 된 증거를 제출할 때까지 법원이 무작정 연장해 주는 이유 ▲원저작물을 갖고 있는 미국 칼리지보드 측이 SAT 시험지를 제공하지 않아 검찰이 끝내 제대로 된 증거를 못 냈음에도 재판을 이어 간 배경 ▲원저작권자인 칼리지보드가 피고인들을 고발한 사건도 아닌데, 대한민국 검찰이 미국 회사인 칼리지보드 측 피해 구제를 추구하는 근거 ▲형사재판이 길어져 유학생 신분인 피고인들의 진학·해외 취업에 차질이 빚어진 실태 등을 지적해 왔다. 사법당국 고위 관료들은 “(사건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하기 일쑤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재판 지연에) 죄송하다”던 답변은 “(혐의를 수용하지 않는) 피고인이 문제”란 식으로 변해 갔다. 질의 3년째인 지난해 김소영 당시 법원행정처장은 “재판 절차상 하자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가 반박당하기도 했다. 김 전 처장은 “사건 당사자가 많았는데 대부분은 다 (벌금형) 확정이 됐고 한 명인가 두 명인가밖에 안 남았는데 그분은 불출석에다 재판에 별로 협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같은 해 대검도 서면 답변을 통해 “피고인 24명 중 1명운 군사법원 이송, 22명 선고, 1명은 1심 재판 시작 이후 계속 불출석 상태”라고 밝혔다. 재판이 5년 넘게 지연된 책임을 피고인에게 떠넘긴 셈이다. 하지만 이 재판을 모니터링해 온 사법감시배심원단은 “남은 피고인 1명은 2013년 12월 1회 공판준비기일에 참여했고 지난해 3월 현 재판장이 심리한 첫 공판기일에도 참석해 진술하는 등 한 번도 이유 없이 불출석한 사실이 없다”면서 “2016년 5월까지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엔 피고인 참여가 필요 없을뿐더러 그 기간에도 변호인을 통해 방어권 보장을 촉구했다”고 반박했다. 검사와 변호사, 재판부가 모여 심리 절차를 논의하는 공판준비기일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그런데 막상 국감장에선 유례없이 긴 공판준비기일 기간을 초래한 검찰과 법원이 피고인이 그 준비기일에 오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국회 소관 상임위가 3년째 국감에서 같은 내용을 지적했음에도 재판 진행이 고쳐지지 않은 배경으로 사법 당국의 ‘무오류 주의’가 꼽힌다. 일단 검찰이 발표, 기소한 사건이라면 유죄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수사·기소 당시 오류를 인정하기보단 새롭게 적용할 다른 형벌 조항을 찾거나 별건 혐의를 들춰내 추가 기소하는 행태가 문제란 얘기다. 법원은 ‘사법부 독립’이란 허울 아래 ‘재판·판결 비판’을 금기시하고 있는데 SAT 기출문제 유출 사건을 다룬 국감에서도 사법부 고위직들이 “개별 재판 내용을 말하기 부적절하다”고 회피한 경우가 많았다. 이제까지는 오직 검찰만이 무죄 선고에 대해 강력 반발하는 등 ‘판결 무비판 성역’의 예외가 돼 왔다. 수사 당국이 범죄자로 낙인찍은 뒤 범행 입증 증거를 찾지 못할 때 조작된 증거나 회유·협박에 따른 자백 증거를 활용한 일은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등 역대 간첩조작 사건에서 심심치 않게 알려져 왔다. 대공 사건뿐 아니라 일반 형사 사건에서도 비슷한 수사 기법이 활용되는 현상에 대해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과 법원은 자신들이 염두에 둔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라면 수사 당국은 불법을 저질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왜 의사·여자에게만 돌 던지나… 낙태,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왜 의사·여자에게만 돌 던지나… 낙태,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한국에서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은 불법이다.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범죄로 규정했다. 다만 1973년 모자보건법을 만들어 성폭력에 의한 임신, 유전적 질환 등 극히 일부 경우에 한해 예외를 뒀다. 불법 낙태가 적발되면 여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의사는 2년 이하 징역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법은 이렇게 엄하지만, 낙태율은 1000명당 29.8명(2005년 기준)으로 낙태 허용 국가인 캐나다(13.7명)보다 훨씬 높다. 법대로 하자면 상당수 산부인과 의사들은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8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보건복지부가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하고, 수술한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공포한 데 반발해 낙태 수술 거부를 선언했다. 파장은 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낙태 의사 처벌 강화를 철회하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복지부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행정처분을 유예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라며 낙태 수술 거부를 유지하고 있다. 김동석(59)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을 지난 13일 만나 자초지종을 들었다. 김 회장은 서울 강서구에서 24년째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개원의다. 지난 7월부터 대한개원의협의회장도 맡고 있다.→복지부가 행정처분을 미뤘는데도 낙태 수술 거부를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 혼란과 건강권 보호 등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결의지 없이 임시방편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행정처분을 유예했으니 이제는 연간 수십만 건씩 이뤄지는 낙태를 허용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복지부는 헌재 판결이 나면 개정안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런 방관자적인 태도는 온당하지 않다. 당장 의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정확한 기준의 개정안을 만들기 전까지는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수술을 할 수가 없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사문화된 법이 아니라 공론화를 통해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면 우리는 그 법을 지킬 것이다. →복지부는 이전에도 불법 낙태 수술을 한 의사에게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처벌 강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번 개정안이 왜 문제가 되는가. -이전에도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건 맞지만, 재판 결과가 유죄로 나와야 행정처분이 이뤄졌다. 이제는 개정안에 확실하게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이 돼서 즉시 처벌이 가능해졌다. 자격정지 몇 개월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낙태 수술을 한 여성이나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찍은 게 문제의 본질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45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당시엔 산아제한 때문에 보건소에서 낙태 수술을 권할 정도로 일반적이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국민이나 의사나 낙태 수술을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였다. 형법에는 낙태 수술을 한 여성과 수술한 의사를 처벌한다고 돼 있고 한 해 수십만 건의 불법 낙태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처벌은 드물다. 그런데도 유명무실해진 법을 내세워 불가피하게 수술을 택한 여성과 이를 도와준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규정한 것은 부당하다. →모자보건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어떤 부분이 바뀌어야 하나. -산부인과 의사들은 모자보건법에서 허용된 낙태 사유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내용이 많은데도 어느 정권이나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산모의 상황에 따라서만 낙태를 허용하고 태아와 관련한 사유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일례로 무뇌아처럼 생존이 불가능한 태아라도 현행법에서는 낙태 수술을 할 수가 없다. 반면 유전이 되는 정신 장애가 아닌데도 정신질환 부모의 낙태를 허용해 정신장애 환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라는 조항도 매우 모호한 표현으로 논란의 여지가 크다. →낙태죄 처벌 강화에 따른 부작용이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처벌 강화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 수술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음성화가 더 심각해져 돌이킬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안전하지 않은 수술로 여성의 건강이 위협받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낙태를 금지한 필리핀이나 브라질 같은 국가에서 낙태 수술로 인한 모성사망이 많다는 자료가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회는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인가. -아니다. 낙태 합법화에 대한 반대나 찬성은 의사 회원 각자가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 낙태 수술을 합법화하라는 게 아니라 입법 미비에 따른 혼란이 심각하니 바로잡아 달라는 것이다. 다만 일선 의료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낙태를 해야만 하는 경우를 자주 봐 온 의사의 입장에선 외국의 사례처럼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요한 건 사회적 합의다. 어느 쪽이든 공론을 거쳐 법이 만들어지면 의사는 지켜야 한다. →불법 낙태약인 미프진 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낙태가 불법인데 미프진을 합법화하라는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다. 미프진은 외국에서도 산부인과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인터넷에서 미프진 불법 유통이 만연하면서 하혈 등 부작용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가짜 약까지 나돈다. 그런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낙태 처벌을 강화하겠다면서 왜 미프진 통용은 방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루빨리 실태조사를 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산부인과의 어려움도 클 것 같다. 분만이 가능한 병원이 없는 지역도 상당수에 달한다는데. -합계출산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산부인과도 덩달아 위기에 몰렸다. 그로 인한 분만 인프라의 붕괴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 분만 산부인과는 전국 600여곳으로, 지난 10년간 절반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50여개 시·군·구에 분만 산부인과가 없다는 통계도 있다. 산부인과 전공의 배출도 감소 추세다. 저출산뿐만 아니라 분만 사고 시 의사의 책임이 무거운 점도 분만을 꺼리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예전엔 산부인과 의사들이 태아와 산모, 두 생명을 살린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밤낮없이 일했다. 요즘은 낙태 수술로 비도덕적 의사로 낙인찍히고, 분만 사고로 폐업 위기에 몰리는 이중고로 자괴감이 크다. 산부인과 간판 대신 피부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여성클리닉 병원이 늘어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위원회에 산부인과 의사가 한 명도 없다. 분만 인프라가 망가진 걸 알면서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런 안이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외국 사례처럼 산부인과의 진료 환경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일본은 2006~2010년 약 3조원을 투입해 산부인과 살리기에 나섰다. 의사와 산모에게 분만 지원금을 주고 산부인과에 진학하는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뇌성마비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와 지자체에서 보험금 등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이 모든 책임을 떠맡는 실정이다. 분만에 따른 여러 가지 의료사고는 불가항력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났을 때 산모와 산모 가족이 가장 힘들겠지만, 의료진도 어렵다. 저출산 정책에 많은 재원을 사용하는 대한민국에서 산부인과의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해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을 분담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분만을 포기하는 경우는 대부분 의료사고를 경험한 이후다. 산부인과의 저수가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coral@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러시아 정찰기를 방패로 쓴 이스라엘의 패기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러시아 정찰기를 방패로 쓴 이스라엘의 패기

    지중해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지난 17일 밤 11시(현지시각),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Latakia) 해안 35km 상공을 비행하던 항공기 1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사라진 비행기는 지중해 일대에 전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력에 대한 정찰 비행을 마치고 시리아 흐메이밈(Hmeimim) 공군기지로 귀환하던 러시아 공군 IL-20M 전자정보(ELINT) 정찰기였다. 시리아 인근 지중해 일대에 배치된 NATO 해군과 공군의 군함과 전투기에 대한 레이더 및 통신정보 수집을 위해 시리아에 배치된 이 정찰기에는 15명의 러시아 장병이 탑승해 있었다. 이 정찰기가 귀환 도중 통신이 두절되자 러시아 국방부는 레이더 스크린에 나타난 정보를 바탕으로 이 정찰기가 지중해에 추락한 것으로 판단하고 구조대를 급파했다. 사건 발생 몇 시간 후, 러시아 국방부는 긴급 성명을 내고 이 정찰기의 추락에 시리아와 이스라엘, 프랑스가 연루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러시아 정찰기를 격추한 것은 시리아 정부군이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이거나 인근에 있던 프랑스 호위함이 발사한 함대공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으며, 정찰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진 시점에 정찰기 인근 공역에서 이스라엘 전투기들의 비행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스라엘 연루 가능성도 제기했다.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 정찰기가 비행하던 곳은 지중해 공해상이었다. 이 인근에는 프랑스가 파견한 아퀴텐(Aquitaine)급 호위함 오베르뉴(FS Auvergne)가 작전 중이었는데, 러시아는 자국 정찰자산이 오베르뉴함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포착했다며 자국 정찰기가 프랑스 군함에 의해 격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해상에서의 타국 공군기 격추는 상호 적대적 행위가 있었을 때는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격추된 IL-20M 정찰기는 임무를 마치고 복귀 중이었고, 프랑스 호위함과 상호 적대적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가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는 또 다른 무력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본다면 프랑스 군함이 러시아 공군기를 공격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자국 정찰기 격추 용의자가 프랑스 군함이라는 러시아 국방부 발표에 대해 프랑스 정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측은 성명에서 시리아 정부군의 오인 사격 가능성도 제기했다. 라타키아 일대에 배치되어 있던 시리아 정부군 S-200 지대공 미사일이 자국 정찰기를 격추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리아는 러시아와 군사동맹관계이고, 격추된 정찰기는 시리아 정부군을 위협하는 NATO 군사력에 대한 정찰감시 임무를 수행하던 ‘우군’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시리아가 러시아 군용기를 공격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러시아는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원인이 이스라엘에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의 주장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러시아 정찰기를 ‘방패막이’로 이용했다. 사건 당시 격추된 정찰기가 비행하던 공역에는 이스라엘 공군 F-16 전투기 4대가 있었다. 이들은 야간을 틈타 지중해를 저공비행하여 시리아에 접근했으며, 시리아 영토 내에 이란이 건설한 무기제조시설을 공습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한밤중에 무기 공장이 폭격을 당하자 놀란 시리아 정부군이 지대공 미사일 레이더를 가동했는데 이 레이더에 이스라엘 전투기가 포착됐고 곧이어 지대공 미사일이 발사됐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미사일 발사를 확인하고 곧바로 회피 기동에 들어갔다. 시리아 정부군이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은 S-200으로 지상의 사격통제소에서 미사일을 유도하는 지령유도 방식의 구식 미사일이었다. 문제는 시리아 정부군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자신들이 미사일을 쏜 지역에 아군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러시아 국방부 주장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크고 둔중한 러시아 정찰기 근처에 바짝 붙었다. 이렇게 되면 시리아군 레이더 스크린 상에 레이더 반사 면적이 가장 큰 1개의 표적만 보이게 된다. 시리아군의 구식 지대공 미사일은 자신이 노린 표적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분간조차 못하고 레이더 상에 떠 있는 표적을 향해 돌진했고, 결국 미사일은 러시아 정찰기에 명중했다. S-200이 운용하는 V-860 지대공 미사일의 탄두중량은 무려 217kg이다. 명중과 동시에 표적은 가루가 된다는 의미다. 미사일에 피격당한 러시아 정찰기가 지상 관제소에 구조 신호를 보낼 틈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산산조각 났다는 것이다. 상황만 놓고 보자면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러시아 정찰기를 방패막이로 삼아 미사일을 피한 것이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에서 “러시아는 이스라엘의 이러한 행위를 적대적 행동으로 평가하며, 대응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엄청난 파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격추된 정찰기가 초강대국인 러시아의 군용기였고 사건이 발생한 곳은 국제법적으로 비행이 보호되어야 할 국제공역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이번 사건으로 무려 15명이 폭사했는데 자국민에 대한 공격 행위를 러시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강력 보복으로 일관해 온 푸틴 대통령의 성격 상 이번 일을 묵과할 가능성도 낮았다. 이스라엘 전투기가 러시아 정찰기를 방패로 삼았다는 러시아 국방부 발표에 이스라엘은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정찰기가 격추되어 사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조의를 표하지만, 이 사건의 책임은 전적으로 시리아 정부군, 나아가 이란과 헤즈볼라에게 있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입장이었다. 사건 당시 이스라엘이 공습한 표적은 이란이 시리아에 건설해 준 무기 공장이었는데, 여기서 생산된 무기들이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헤즈볼라에게 흘러들어가고 있었고, 예방적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공습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주장이었다. 이스라엘은 전투기들이 공습을 마치고 복귀하는 중에 시리아군이 피아 식별도 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이번 참극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사건의 책임은 시리아 정부군이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을 향해 강경 대응을 선포하고 나선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전사자 발생에 대한 조의를 표한 뒤 자위권 차원에서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리아에서 이란이 군사적 활동을 계속해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한, 시리아 공습은 멈출 수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러시아 내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끓기 시작했다. 건방진 이스라엘을 이 기회에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러시아의 일부 전문가들과 누리꾼들은 이스라엘이 러시아 군용기를 방패삼아 미사일을 피하고도 재발 방지 약속은커녕 공습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분개하며 러시아 정부의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강경 성향의 푸틴은 매우 의외의 반응을 내놓았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전투기가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한 것은 아니며, 이번 사건은 비극적인 우연의 연속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에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장관이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나선 지 몇 시간 만에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이었다. 강경 성향의 푸틴 대통령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데는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사항이 배경에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과의 충돌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안보에 있어서는 타협 자체를 거부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이스라엘을 적국으로 돌리는 것은 초강대국 러시아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정규군을 동원한 공격은 물론 정보기관을 동원한 암살과 사보타주에 거리낌 없이 나서는데, 이것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탱하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가 그동안 이스라엘 전투기들의 시리아 공습을 수수방관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리아를 공습하기 위해서는 지중해를 우회해 시리아 서부 해안지역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 지역에는 러시아군의 임차 공군기지인 흐메이밈 기지가 있으며, 여기에는 러시아군의 최신예 Su-35S 전투기와 A-50 조기경보기, 심지어 세계 최강의 지대공 미사일이라는 S-400 포대도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난해부터 200차례 이상 시리아를 공습하는 동안 흐메이밈의 러시아군은 항상 침묵해왔다. 공격에 나서는 순간 어떤 결과가 뒤따를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초강대국 러시아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이 같은 ‘패기’는 강대국들에게 둘러싸여 하루가 멀다 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한국에게 적지 않은 교훈을 던져준다. 자국의 주권과 영토를 지키는 데는 힘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그 힘을 사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평화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패라는 사실을 우리 위정자들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단원 상습추행’ 이윤택 징역 6년…“추행 명백한데 책임 회피” 질타

    ‘단원 상습추행’ 이윤택 징역 6년…“추행 명백한데 책임 회피” 질타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미투 운동’으로 고발된 유명인 사건 중 첫 실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19일 오후 2시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공소사실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8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청소년기관 취업제한 등도 명령했다.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크다며 검찰이 청구한 보호관찰 명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는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로서 절대적 권한을 이용, 2010년 7월~2016년 12월 여성 배우 5명을 2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12월 여성 배우의 신체 부위에 손을 대고 연기 연습을 시켜 우울증 등 상해를 가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는 단원을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반복적인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연극을 하겠다는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범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원들이 여러 차례 항의나 문제 제기를 해 스스로 과오를 반성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면서 “자신의 행위가 연극에 대한 과욕에서 비롯됐다거나, 피해자들이 거부하지 않아 고통을 몰랐다는 등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미투 폭로’로 자신을 악인으로 몰고 간다며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강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하지 않아 증거가 부족하거나, 일반적인 발성 연습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일부 범행을 제외하고 총 8명에 대한 18회의 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렇게 유사한 방식의 추행이 반복된 만큼 상습성도 인정했다. 추행을 저질러 배우의 우울증을 발현·악화시켰다는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각 혐의의 유·무죄를 판단하면서 “피해자가 이의 제기를 못 하고 묵묵히 따랐다고 해서 동의했다고 볼 수 없고, 명백히 동의하지 않은 이상 어떻게 해도 수긍할 수 없는 추행이 명백하다”면서 ‘피해자들이 거부하지 않아 몰랐다’는 이씨의 해명을 반박했다. 또 ‘독특한 연기 지도 방법이었다’라는 이씨 측의 항변에 “발성 지도 명목이라 해도 결코 용납될 수 없고, 나중에 문제가 된 뒤 피해자가 연기 지도라고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범죄가 성립되는 데는 영향이 없다”고도 판단했다. 또 “연기 지도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신체 접촉은 용인된 것으로 보이지만, 접촉 부위 등이 수치심·혐오감을 느끼게 하고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연기 지도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대부분 범행이 일방적인 추행이고, 피해자들은 단지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하지 못했을 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씨 측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당한 고통과 심리적 부담을 느낄 피해자들이 미투 운동에 용기를 얻어 늦게나마 피해 사실을 밝힌 것으로 보일 뿐이지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법정에서의 진술 내용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씨 측은 범행이 ‘갑자기’ 이뤄지지 않은 만큼 강제추행의 요건인 폭행·협박이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강제추행의 본질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을 행사해 성적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피고인의 범행은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는 일부 피해자들과 변호인들이 참석해 재판부의 선고를 직접 방청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재판부의 선고 결과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검은 악마를 보았다…교황청은 눈감았다

    [글로벌 인사이트] 검은 악마를 보았다…교황청은 눈감았다

    ‘사제복을 입은 ‘짐승들’이 어린 영혼들을 사냥하는 동안 교회 권력은 이를 은폐하고 침묵을 강요했다.’세계 각지에서 가톨릭 사제들의 오랜, 그리고 은밀한 성 학대 행위 사건의 실체는 이 한 줄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가톨릭주교회의(USCCB)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6년 5월까지 미국에서 성추행을 저지른 사제는 최소 6721명이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교회에서 근무한 전체 사제 11만 6690명의 5.8%다. 사제 100명 중 6명꼴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피해자는 1만 8565명으로 집계됐다. 두 얼굴의 사제들은 저항할 힘이 없는 아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캐나다, 필리핀, 벨기에, 프랑스,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영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사제들의 성범죄 전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톨릭 사제들의 성 학대는 1985년 길버트 고드 신부 사건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고드 신부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1974~1983년 어린이 37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혐의를 인정하고 20년형을 선고받았다. 2002년 미 보스턴 대교구 소속 사제들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전까지 성추문은 일부 사제들의 일탈 행위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미국 유력지인 일간 보스턴글로브를 통해 알려진 이 사건은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됐다. 2002년 보스턴에서 사제 235명이 1940년부터 60년간 1000명 이상의 어린이를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고, 일그러진 집단적 이상 행동의 배경에는 교회가 도사리고 있었다. 교회가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세상은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미 펜실베이니아주 성추문이 불거졌다. 펜실베이니아주 검찰 조사 결과 앨런타운, 피츠버그 등 6개 교구 사제 300여명이 1940년대부터 최근까지 70여년에 걸쳐 1000명 이상의 어린이를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교구들이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했다는 점은 보스턴 사건과 동일했다.가톨릭 교회는 가해자들을 응징하고 피해자들을 치유하기보다는 사건 자체를 무마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것으로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CNN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교회의 성 학대를 추적하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 ‘비숍 어카운터빌리티’를 인용해 교회와 보험회사가 사제의 성 학대 소송 등으로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지출한 금액은 미국에서만 약 38억 달러(약 4조 2541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각국 의회 등에 로비를 한 정황도 있다. 사제들의 성 학대는 미국 내 가톨릭 교회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2009년 아일랜드 정부는 성당, 수도원 학교 등지에서 발생한 아동 성추행을 망라한 ‘머피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75년부터 30년간 1만 5000건의 범행이 보고됐다. 아일랜드 정부는 “성 학대·강간·폭력은 아일랜드 가톨릭 기숙학교와 고아원에서 70여년간 만연해 있던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칠레 검찰은 1960년 이후 아동 178명을 포함한 총 266명에게 성적 학대를 하거나 은폐한 혐의로 사제와 신도 등 158명을 수사 중이다. AP통신 등은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크리스티안 프렉트 주교의 성직을 박탈했다고 전했다. 프렉트 신부는 1970년대 아구스토 피노체트 전 독재정권에 저항해 인권단체를 이끈 인물이어서 칠레 내에서도 파문이 커지고 있다. 2012년 교회의 성 학대 사실을 조사하는 독립 기구 ‘왕립 조사위원회’를 발족한 호주에서는 1980~2015년 호주 어린이 4444명이 사제 및 남녀 수사, 교회 관계자들에게 성추행과 성적 학대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 2000여명 가운데 572명이 사제다. 이는 호주 사제의 7%에 해당된다. 일부 교구에서는 사제의 15%가 아동 성 학대를 저질렀다는 충격적 보고도 있었다. 현재 호주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인 조지 펠 추기경의 아동 성 학대 재판이 진행 중이다. 펠 추기경은 성폭행 1건을 포함해 최소 3건의 성범죄 혐의를 받는다. 독일주교회에서도 사제 1670명이 1946~2014년 성폭행을 포함해 최소 3766건의 성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 대부분이 남성이었으며 13세 이하가 절반을 넘었다. 6건은 성폭행이었다. 이쯤 되면 가톨릭 교회 내에서 성 학대는 거의 일상적인 범죄 수준이다. 그럼에도 바티칸 교황청은 이를 은폐하고 수수방관했다. 소탈하고 가식 없는 행보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의혹에 연루돼 리더십에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다. 지난달 26일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부터 시어도어 매캐릭 전 미 추기경의 성범죄를 알았으며, 이를 모른 척했다고 폭로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50여년 전 10대 소년과 어린 사제를 성 학대했다는 혐의를 받고 지난 7월 사임했다. 바티칸 등 교회 지도부는 사제들의 범죄를 어떻게 숨겼을까. 미 온라인매체 쿼츠는 펜실베이니아주 성 학대 당시 교회가 ‘7단계 법칙’에 따라 은폐했다고 분석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일부 교구들은 “성폭행 또는 강간 등 직접적 단어 대신 ‘부적절한 접촉’ 또는 ‘경계 문제’ 등의 용어를 사용할 것”, “가해 사제를 전보조치할 때는 신자들에게 직접적 원인을 알리지 말고 ‘병가’ 등의 이유로 설명할 것”, “성폭행 사제에게 주택, 생활비를 지원할 것”, “사제의 포식(성 학대) 사실이 신도들에게 밝혀졌을 때에도 그를 면직하지 말고 그가 아동 성 학대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지역으로 전보할 것” 등 7개의 구체적 지침에 따라 움직였다. 교회가 은폐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피해자들의 영혼은 부서졌다. 짐 부치는 여덟 살 때 미 메릴랜드주 클린턴의 성요한 성당에서 사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학대는 4년간 이어졌다. 그는 ABC뉴스에 “그때는 그것이 내 잘못인 줄로만 알았다. 나는 오랫동안 하나님을 미워했다. 그러나 내게 그런 짓을 한 것은 한 남자였지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가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부치는 한때 약물 중독에 빠졌고 강도 등 혐의로 복역했다. 교회 신도들도 깊은 상처를 받았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2015년 미 여론조사 기업 퓨리서치의 연구를 인용해 “가톨릭 신앙을 잃은 27%가 그 이유로 사제 성 학대 추문을 꼽았다. 개신교로 개종한 가톨릭 신도 21%도 같은 이유로 가톨릭을 등졌다”고 보도했다.호주의 비영리 연구전문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사제의 성 학대 및 은폐 원인으로 교회의 보수성, 계층 구조, 책임 회피, 로비 등 4가지를 꼽았다. 더 컨버세이션에 따르면 교회는 일선 사제의 비행에 대한 책임이 교구를 포함해 가톨릭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을 두려워해 은폐에 나선다. 또 평신도·사제·고위 성직자로 엄격하게 구분되는 계층 구조가 상위 계층에게 ‘절대적 순종’이라는 무기를 준다. 이 무기는 상위 계층이 하위 계층을 학대하는 데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때로 교회는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라면서 사제 개인의 문제로 돌린다. 뉴저지주의 존 밤브릭 신부는 최근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열다섯 살 때 사제에게 반복적으로 성 학대를 당했다. 학대를 당한 지 11년 뒤 가해 사제를 뉴욕 대교구에 고발했다. 한 주교는 ‘한여름 밤의 로맨스’라며 나의 아픔을 무시했다. 주위 사람들은 나를 비난했다”고 폭로했다. 밤브릭 신부는 주교 등 교회 권력 선출 과정에 일반 신도가 참여해야 하며, 주교 임명 시 자질을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끼 있어 따라다녀” ‘위안부 비하’ 순천대 교수 징역형

    “끼 있어 따라다녀” ‘위안부 비하’ 순천대 교수 징역형

    수업 중 ‘위안부’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순천대 교수가 징역 6월을 선고 받고 구속됐다. 17일 광주지법 순천지원(부장 최두호)에 따르면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송모 교수에 대해 이같이 판결하고 지난달 23일 법정구속했다. 송씨는 광주고법에 항소했다. 송 교수는 지난 4월 순천대 강의실에서 물리교육학과 학생 14명을 상대로 수업하다 위안부 강제 동원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말을 내뱉었다. 송 교수는 “그 할머니들은 상당히 알고 갔어. 오케이? 일본에 미친 그 끌려간 여자들도 사실 다 끼가 있으니까 따라다닌 거야”라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면서 간 것이고, ‘끼가 있어 따라다닌 것’이므로 “미안할 게 없다”면서 “쓸데없는 소리”라고 비하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재판부는 “송씨는 대학교수로서 학생들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적시해 이미 많은 피해를 입은 고령의 피해자들을 비하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혔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고 있어 이에 상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송 교수는 지난해 10월 파면 처분됐다. 지난 1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아웅산 수치, 로힝야 사태에 유감 표명

    아웅산 수치, 로힝야 사태에 유감 표명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정부군의 로힝야족 학살에 대해 두둔해 온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가 13일 유감과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얀마의 국가자문역 겸 외교부 장관을 맡고 있는 수치는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아세안 지역회의 대담에서 로힝야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나고 보니 그 상황을 더 잘 대처할 방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이 항전을 선포한 뒤 국경 지역 경찰초소 등을 습격한 라카인 주에서 미얀마군은 반군을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병력을 동원해 대규모 토벌작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70만 명이 넘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성폭행과 방화, 고문 등을 일삼으며 자신들을 국경 밖으로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집단학살 및 반인도범죄로 규정해 책임자 처벌을 추진 중이다.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교부 장관은 그동안 이런 난민과 국제사회의 주장을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며 군부를 두둔해왔다. 또 대변인을 통해 “라카인 주에서 발생한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단기적인 해법을 찾기 어렵다”며 사건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비해 수치의 이날 발언은 기존 입장에서 다소 물러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수치는 “장기적인 안정과 안보를 위해 모든 당사자에게 공정해야 한다”면서 “법치는 모두에게 적용돼야 하고, 누가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 선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지난 6일 로힝야족 집단학살과 전쟁범죄 의혹에 대해 관할권을 갖고 조사할 수 있다고 결정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주도해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얀마군이 명백하게 인종청소 의도를 갖고 대량학살과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으며,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 등 군부 지도자 6명을 중범죄 혐의로 국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한 것을 견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와 함께 로힝야족 학살 사건을 취재하던 로이터 기자 2명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이 선고된 것과 관련해 합법적인 절차였다고 항변했다. 수지 국가자문역 겸 외교장관은 “(그들은) 언론인으로써 구속된 것이 아니다”며 “표현의 자유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직 비밀법 위반 문제이지 표현의 자유와는 상관없다”고 반박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에 거주하는 이슬람계 소수족이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는 로힝야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고, 토지를 몰수하거나 강제 노역을 시키는 방식으로 이들을 탄압해왔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미 지상파 CBS방송 성공 이끈 미디어 거물...잇따른 성폭행 의혹 폭로에 사임

    미 지상파 CBS방송 성공 이끈 미디어 거물...잇따른 성폭행 의혹 폭로에 사임

    부진에 허덕이던 CBS를 미국 내 시청률 1위의 지상파 방송사로 이끈 미디어업계 거물 레슬리 문베스(68) 최고경영자(CEO)가 성폭행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CBS 이사회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문베스가 CEO, 이사회 의장, 회장 자리에서 모두 물러난다고 밝혔다. 1995년 CBS엔터테인먼트 사장으로 시작해 2006년 CEO에 오른 문베스는 세계적으로 마니아를 양산한 범죄수사 드라마 ‘CSI’ 등 프로그램으로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킨 것은 물론 쇠퇴해가던 TV·라디오 방송국을 디지털 플랫폼의 성공적인 프로그램 제공자로 변화시켜 20년 넘게 CBS코퍼레이션을 이끈 중심 축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다수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과 성희롱을 일삼하온 사실이 폭로되면서 파국을 맞게 됐다. 미 시사주간지 뉴욕커는 지난 7월 30일 문베스가 30여년에 걸쳐 여성 6명에게 강제로 입맞춤 등 신체 접촉을 하고 직장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피해 여성 중 한 명인 일리나 더글라스는 1997년 CBS방송의 한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는데 문베스가 강제로 키스를 요구했고 이를 회피하자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첫 보도 이후 CBS 이사회는 독립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법률회사를 고용해 문베스의 성폭력 의혹에 관한 자체 조사를 벌여왔으나 문베스의 즉각적인 업무 중지와 퇴출 요구는 거부했었다. 그러나 뉴욕커가 이날 문베스의 추가 성폭행 의혹을 잇따라 보도하면서 CBS 이사회는 수 시간 만에 사임을 발표하는 성명을 냈다. 이와 함께 문베스의 퇴직금 중 2000만 달러(약 225억원)를 ‘미 투’ 운동과 성별 임금 격차 해소 관련 단체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추가 보도에는 문베스가 피해자들에게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한 것은 물론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고 물리적 폭력과 협박을 사용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들 피해자는 모두 실명으로 피해 사실을 고발했다. 문베스는 이에 대해 뉴요커에 보낸 성명에서 “기사에 실린 끔찍한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진실은 내가 CBS에 오기 전인 25년여 전 이 여성들 중 3명과 합의된 성관계를 한 것이며, 난 여성의 커리어와 발전을 방해하는 데 내 지위를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문베스는 약 1억 달러로 추산되는 거액의 퇴직금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이번 조사가 끝날 때까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일단 빈 손으로 물러나게 됐다. 여성 단체들은 문베스가 거액의 퇴직금을 챙길 수 있다는 보도에 강력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문베스는 대학 졸업 후 뉴욕 네이버후드플레이하우스에서 연기 공부를 한 뒤 ‘600만불의 사나이’ 등 많은 드라마와 연극에 출연했다. 그후 브로드웨이에서 연극 제작자로 변신했다가 1985년 로리마TV의 영화 및 미니시리즈 담당 이사, 1993년 워너 브로스TV 사장을 거쳤다. 그는 CBS 앵커 겸 방송제작자인 중국계 미국인 줄리 첸과 2004년 재혼 후 낳은 아들 1명을 포함해 네 자녀를 두고 있다. 한편 CBS 이사회는 임시 CEO로 조이 이아니엘로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검찰, 이명박 전 대통령에 징역 20년 구형…벌금 150억·추징금 111억

    검찰, 이명박 전 대통령에 징역 20년 구형…벌금 150억·추징금 111억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징역 20년에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결심 공판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부패 사건으로 엄정한 법의 심판이 불가피하다”면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최고 권력자였던 제17대 대통령의 총체적 비리 행각이 낱낱이 드러난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349억원가량을 횡령하고, 직원의 횡령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도 31억원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약 68억원, 재임 기간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7억원 상당,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 등에게서 직위 제공을 대가로 36억여원 등 110억원대 뇌물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또 퇴임 뒤 국가기록원에 넘겼어야 할 청와대 생산 문건을 빼돌린 혐의까지 모두 16가지의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에게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남용해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면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범죄로 구속된 역대 네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돼 헌정사에 오점을 남겼다”고 밝혔다. 또 “무관하다고 강변하던 다스를 사금고처럼 이용하고 권한을 부당히 사용해 사적 이익을 취한 것이 드러나 대통령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여지 없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스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면서도 철저히 은폐하고 국민을 기만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할 수 있었다”면서 “취임 후에도 갖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 확인됐음에도 철저히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담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본분을 망각하고 재벌과 유착한 것으로 최고 권력자의 극단적인 모럴 해저드 사례”라고 비판했다. 각종 청탁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두고는 “국민의 여망을 담아 위임한 권한을 당연한 전리품처럼 여기고 남용했다”면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부패 사건으로 엄정한 법의 심판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리고 “피고인은 퇴임 후에도 중대 범죄를 은폐하고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는 데에만 몰두하는 등 책임 회피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검찰 조사에도 한 차례만 응하고 추가 조사와 법정 신문을 거부하는 등 범행에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답변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선고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인 10월 8일 자정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전공심화도 장애인 ‘정원 외’ 배려”… 국민 이익 땐 ‘적극행정’

    “전공심화도 장애인 ‘정원 외’ 배려”… 국민 이익 땐 ‘적극행정’

    공무원 “규정 없다”며 법령 소극적 해석 “반드시 필요한 경우만 규제” 기준 제시 국민 편익·신산업 발전 걸림돌 안 되게 #1. 정원 외 전형으로 전문대학에서 배움의 기회를 얻은 장애인 A씨는 전공심화과정에 진입해 학사학위까지 받고자 했지만 대학에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당연히 전공심화과정에서도 정원 외 입학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고등교육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었다. 단순히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배움을 포기하긴 아쉬웠던 A씨는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다행히 법제처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자 전문대 학위심화과정에도 정원 외로 입학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2.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웃집에 적극적으로 이를 알려 정부로부터 ‘의상자’(다른 사람을 돕다가 다친 사람)로 지정된 B씨. 그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궁이나 국립공원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최근 한 국립 자연휴양림을 이용하려다가 접었다. 또 다른 법인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의상자를 자연휴양림 입장료 면제 대상자로 규정하지 않아 돈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법제처는 입법 취지를 고려해 의상자에게도 국립 자연휴양림의 입장료를 면제해 줄 수 있다고 봤다. 이처럼 법제처는 국민들이 이익을 받는 쪽으로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법령을 해석하고 집행할 있는 지침서인 ‘적극행정 법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8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가이드라인은 적극적 법령해석의 기준과 사례, 신산업 활동에 대한 자율 보장방법,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 마련을 통한 적극 행정 사례를 담았다. 그간 공무원들은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법령을 소극적으로 해석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신산업이 속속 등장하는데 공무원의 시각은 여전히 과거에 만들어진 법령의 틀에만 갇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법령에 명확하게 주체가 적혀 있으면 규제 대상을 불필요하게 늘리지 않는다. 예컨대 ‘건설산업기본법’엔 지자체가 출자한 법인에 대해서만 규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기존에는 지자체가 아닌 지방 공기업이 출자한 주식회사까지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방 공기업과 지자체가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제처는 “규제 대상을 엄격히 해석해 반드시 규제가 필요한 때에만 규제를 적용하고, 국민의 편익 증진 관련 규정은 넓게 해석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라”고 기준을 제시했다. 또 소극적인 해석으로 신산업 발전을 막지 못하도록 했다.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전자서명 방식이 나오고 있지만 ‘의료법’ 등엔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만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공인 전자서명뿐 아니라 다른 전자서명도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국민 안전을 지향하는 차원이라면 규정에 없어도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지나친 행정편의적 법령 해석도 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용 비중 높아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용 비중 높아

    재벌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 용역·파견·하도급 등 간접고용 형태의 비정규직 고용이 일반적인 300인 이상 기업보다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원청업체가 산업재해를 비롯해 각종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고용형태다. 24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간한 대기업 비정규직 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형태 공시제 대상 기업은 시행 첫해인 2014년 3월 2942곳에서 올해 3월 3475곳으로 533곳 증가했다. 고용형태공시제는 300인 이상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고용안정정보망에 매년 3월 31일 기준으로 노동자의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는 제도로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연구소가 재벌(대기업집단) 계열사 472곳을 분석한 결과, 사업주가 직접고용한 정규직 노동자는 121만 1000명(59.8%)이었고, 파견·용역·하도급 등 ‘소속 외 노동자’(간접고용 노동자)는 62만 6000명(30.9%)으로 집계됐다. 계약 기간이 정해진 비정규직 노동자는 18만 800명(9.3%)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57개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는 1991곳 가운데 고용형태공시제를 시행하는 곳은 472곳이다. 반면 고용형태공시제를 시행하는 300인 이상 기업 전체 평균은 직접고용 정규직 노동자가 302만 8000명(76.5%), 간접고용 노동자는 90만 6000명(18.6%)이다. 계약 기간이 정해진 비정규직 노동자는 93만 1000명(23.5%)이었다. 또 기업 규모가 클수록 간접고용 노동자의 비중이 높아졌다. 300~500인 미만의 기업은 간접고용 노동자 비중이 15.1%, 500~999인 기업은 11.5%였지만, 1000~4999인 기업은 17.2%, 5000인 이상 기업은 24.9%로 집계됐다.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300인 이상 기업은 규모가 클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진다. 대기업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온상이자 주범”이라며 “특히 대벌 계열 거대기업일수록 사내하청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인종학살’ 로힝야 1년...“살인·성폭력 뒤 남은 건 무관심뿐”

    ‘인종학살’ 로힝야 1년...“살인·성폭력 뒤 남은 건 무관심뿐”

    2017년 8월 25일 새벽 1시쯤. 무장한 괴한 수백명이 미얀마 서부 라타인주의 경찰초소와 군기지를 덮쳤다. 이 괴한 부대의 정체는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핍박을 받으며 살아온 로힝야족을 돕겠다며 나선 반군단체였다. 이날 군경 12명이 살해됐다. 반군단체의 돌발 행동이었지만, 불똥은 미얀마 로힝야 민간인에게 튀었다. 이 사건을 빌미로 미얀마군은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했고 이들은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방화, 성폭행, 고문 등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된 로힝야족은 70만명이다.로힝야 사태 1주년을 맞은 24일 독일, 캐나다, 아일랜드 등 세계 각국에서는 이들을 기억하고 연대하는 행사 “Rohingya Genocide Remembrance Day(로힝야 학살 연대의 날)”가 열렸다. 한국 시민단체들도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주한 미얀마 대사관에 로힝야 난민 사태 책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 공익법센터 어필 등 32개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에 대한 학살을 인정하고, 이들이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1년 전 로힝야 학살로 약 2만 5000명의 민간인이 집단살해, 강간, 구타, 재산 약탈을 당했다”면서 “그럼에도 미얀마 정부는 여전히 이를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했다.로힝야 난민 캠프를 오가며 난민들을 인터뷰한 김기남 인권 변호사는 이날 발언에서 “로힝야 난민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과정에서 군인에게 끌려다니며 수차례 강간을 당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군인이 칼로 목을 따버린 이야기도 들려왔다”고 눈물을 훔쳤다. 김 변호사는 “과거 한국 국내의 잔혹한 일에서도 국제 사회의 개입이 큰 도움이 됐듯 우리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또한 단순히 다른 나라의 누군가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잃은 사람들을 인식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로힝야 사태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미얀마 정부에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잇따랐다. 유엔난민기구와 국제 엠네스티 등은 이들의 인권문제를 들어 미얀마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미얀마의 국가자문을 맡고 있는 인권운동가 아웅산 수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박이 이어졌다. 지난 22일 영국 에든버러시는 아웅산 수치에게 2005년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공로로 수여한 에든버러 명예시민권을 박탈했다.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도 2012년 수여한 엘리 위젤 상을 철회했다. 지난해에는 영국 옥스퍼드시와 아일랜드 더블린시가 각각 명예 시민권을 박탈했다. 아웅산 수치는 우리나라 5·18 민주화 운동을 기념해 만든 인권상 수상자이자 광주 명예시민이다.아웅산 수치는 지난 21일 싱가포르 방문 중 진행한 강연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귀환자들은 방글라데시에서 보내줘야 돌아올 수 있다. 우리는 국경에서 그들을 환영할 수 있을 뿐”이라면서 “방글라데시는 난민 송환 절차를 언제까지 마무리할지에 대해서도 시급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유혈사태를 피해 피신한 로힝야족 난민의 송환의 책임이 방글라데시에 있다는 듯한 말이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 서울시 비영리단체지원센터에서는 로힝야 학살 1주기 추모행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열린다. 이 행사에서는 로힝야 난민 다큐, 현장 사진전, 전문가들의 좌담회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라이프’ 조승우 VS 유재명, 날선 악수 “시청률 최고의 1분”

    ‘라이프’ 조승우 VS 유재명, 날선 악수 “시청률 최고의 1분”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2막을 연 ‘라이프’ 최고의 1분은 날선 긴장감을 선사한 조승우와 유재명의 악수로 뽑혔다. 지난 20일 방송된 JTBC 월화특별기획드라마 ‘라이프(Life)’(연출 홍종찬 임현욱, 극본 이수연, 제작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AM 스튜디오) 9회 시청률은 전국 4.5%, 수도권 5.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 시청률이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호평 속 뜨거운 반응을 이어갔다. 분당 시청률 6.2%를 기록한 최고의 1분은 병원장 선거에 나선 주경문(유재명 분)에게 구승효(조승우 분)가 악수를 청하는 장면. 매섭게 부딪히는 두 사람의 눈빛이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낸 명장면이다. 예진우(이동욱 분)의 부탁으로 고민하던 주경문은 병원장 선거 출마를 결심했다. 과거 김해대학병원 병원장 선거 출마를 결심했을 때와 같은 문제점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국대학병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주경문과 오세화, 끝내 사퇴하지 않은 김태상과 이상엽까지 4자 구도로 진행된 1차 투표에서 유효득표수의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서 주경문과 오세화 양자 대결로 결선 투표가 진행됐다. 그러나 주경문은 구승효의 계획에 걸림돌이 될 상대. 투표장에 나타난 구승효는 “다 관두고 김해에 내려가고 싶다 했을 때는 내가 우수인력을 놓치는 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라며 악수를 청했다. 주경문의 지지 기반을 위협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다. 악수하는 구승효와 주경문, 두 사람을 바라보는 예진우의 치밀한 셈법이 물밑에서 얽히며 긴장감을 자아냈다. 2막에 돌입한 ’라이프‘는 새로운 차원의 긴장감을 선사했다. 치열한 수 싸움이 펼쳐지는 병원장 선거의 판도가 밀도 높은 전개를 펼쳤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김태상, 이상엽의 모습이 씁쓸함을 남겼다. 맞부딪치는 욕심 사이에서 병원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예진우와 좌고우면하면서도 숙명을 받아들이는 주경문의 행보는 무게감을 더했다. 병원장 선거를 앞두고 드러난 다양한 인간군상의 첨예한 충돌이 더욱 강렬한 흡인력을 선사할 2막에 기대를 높였다. 승부사 구승효의 선택은 매 순간 긴장을 증폭했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위원회의 업무 기피 신청을 걸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예선우(이규형 분)에게 김태상 사건의 엠바고를 부탁했다. 김태상을 향한 지지를 거두고, 판세를 뒤흔들기 위해 선거 현장에 나타난 치밀한 수 역시 몰입도를 더했다. 빈틈없는 구승효의 전략이 상국대학병원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궁금증을 높였다. 한편 ‘라이프’ 10회는 오늘(21일) 밤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면허취소 면했지만 착잡한 진에어

    국토교통부가 내민 ‘면허취소 대신 경영 불이익’ 카드에 진에어는 안도감과 착잡함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신규 노선 취항과 기재 도입 제한 등 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려서다. 진에어는 지난 17일 입장자료를 내고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고객 가치 및 안전을 최고로 여기는 항공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에 제출한 ‘경영문화 개선 방안’에 따르면 ▲의사결정 체계 정비 및 경영 투명화 ▲준법지원 제도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등을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단 경영에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내 다른 계열사 임원의 결재를 배제하고 최종 결재를 대표이사가 하기로 했다. 이사회 개최를 격월로 늘리고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며, 사외이사를 이사회 과반으로 확대하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배제하는 방안도 담았다. 임원에 대한 보직 적합성 심사와 리더십 평가 등을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직원들의 불만 등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에어의 경영 정상화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진에어가 제시한 경영문화 개선 대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때까지 일정 기간 신규 운수노선 배분과 신규 항공기 등록을 하지 않고 전세기, 부정기 항공기 운항 등도 불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 LCC 업계가 지방 공항을 기점으로 공격적으로 신규 노선을 늘려 가는 상황에서 신규 노선 취항 제한은 사업 확대에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 또 지난달 도입하려던 신규 항공기 B737-800 2대의 도입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리스 계약과 도색, 좌석 개조 등을 끝낸 항공기를 방치해 둘 수밖에 없어 리스료 등 고정비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지난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진에어는 전 거래일보다 6.22% 오른 2만 3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뛰었지만 당장 3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날 진에어 노조는 성명을 내고 진에어에 ‘갑질 경영’을 일삼은 총수 일가와 혼란을 자초한 국토부를 동시에 비판했다. 노조는 “국토부가 모순된 법을 억지로 적용해 직원 생계를 위협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면서 “김현미 장관은 사퇴하고 국토부는 항공법을 재정비하는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수천 명을 실직 위기에 몰아넣고도 비겁하게 숨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무책임한 총수 일가는 사죄하고, 진에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진에어 면허 취소는 피했지만 … 신규노선 제한 등 정상화 ‘첩첩산중’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에 면허 취소 대신 경영상 불이익을 주기로 하면서 진에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나 신규 노선 취항과 기재 도입 제한 등 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경영 정상화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17일 진에어는 입장자료를 내고 “조속한 경영정상화와 고객 가치 및 안전을 최고로 여기는 항공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짧게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진에어는 지난 14일 국토부에 ‘경영문화 개선 방안’을 제출해 ▲의사결정 체계 정비 및 경영 투명화 ▲ 준법지원 제도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등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에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내 다른 계열사 임원의 결재를 배제하고 최종 결재를 대표이사가 하기로 했다. 이사회 개최를 격월로 늘리고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며, 사외이사를 이사회 과반으로 확대하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배제하는 방안도 담았다. 준법지원인을 선임해 항공법령을 꼼꼼히 준수하고 외부전문가와 익명 제보 등을 통해 준법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임원에 대한 보직 적합성 심사와 리더십 평가 등을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직원들의 복지와 불만 등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면허 취소 위기에 몰리면서 주가 급락 등 경영에 심각한 불안을 겪었던 진에어는 이날 국토부의 결정을 계기로 경영정상화에 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면허 취소 대신 주어진 제재가 경영에 적지 않은 불이익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진에어가 제시한 경영문화 개선대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때까지 일정 기간 신규 운수노선 배분과 신규 항공기 등록을 하지 않고 전세기, 부정기 항공기 운항 등도 불허하기로 했다. 최근 LCC업계가 지방 공항을 기점으로 공격적으로 신규 노선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신규 노선 취항 제한은 사업 확대에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 또 지난달 도입하려던 신규 항공기 B737-800 2대의 도입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리스 계약과 도색, 좌석개조 등을 끝낸 항공기를 방치해둘 수밖에 없어 리스료 등 고정비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진에어는 전 거래일보다 6.22% 오른 2만 3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뛰었지만 당장 3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날 진에어 노조는 성명을 내고 진에어에 ‘갑질 경영’을 일삼은 총수 일가와 혼란을 자초한 국토부를 동시에 비판했다. 노조는 “국토부가 모순된 법을 억지로 적용해 직원 생계를 위협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면서 “김현미 장관은 사퇴하고 국토부는 항공법을 재정비하는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수천 명을 실직 위기에 몰아넣고도 비겁하게 숨어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무책임한 총수 일가는 사죄하고, 진에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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