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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rld 특파원 블로그] 中 열병식의 품격

    [World 특파원 블로그] 中 열병식의 품격

    중국은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펼쳐질 항일·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국력을 마음껏 뽐내려 하고 있다. 중국의 국력이야 천하가 다 아는 사실. 그렇다면 열병식의 품격은 어떨까.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톈안먼 성루 앞줄을 차지할 각국 정상의 면면을 살펴보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 크림 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내전을 촉발한 장본인이다. 서방 정상이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핑계는 푸틴이 참석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체코의 밀로시 제만 대통령만 참석하는데, 그는 유럽 유일의 ‘친(親)푸틴’ 정상이다. 중국이 공들이는 아프리카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오른쪽) 대통령도 온다. 1989년부터 26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선발한 ‘전 세계 독재자 10인’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2위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다. 수단 서부 다르푸르에서 인종·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18만명을 죽였고, 200만명을 내쫓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수배령을 내린 인물이다. 중앙아시아의 노회한 독재자는 다 참석한다. 타지키스탄의 에모말리 라흐모노프,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등 모두 20년 이상 권좌를 지킨 철권 통치자들이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열병식에서 자신의 컨설턴트인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블레어는 나자르바예프에게 1300만 달러를 받고 유혈 진압을 컨설팅해 줬다. 상당수 영국인은 중동 평화특사로 활동하면서 관련 지역에서 컨설팅 사업을 벌인 블레어를 수치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아랍의 봄’을 짓밟았다. 민중 혁명으로 수립된 첫 민주정부를 쿠데타로 무너뜨렸다. 그에게 쫓겨난 민선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는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번 열병식에 정상이나 대표단을 파견하는 국가는 49개다. 이 중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하는 삶의 질 지수인 인간개발지수 순위에서 100위 이하가 20개국이다. 총력을 기울인 열병식치고 상당수 외국 지도자의 품격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번 행사가 주요 2개국(G2) 위상에 걸맞는 국격을 갖춘 행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좌 인도양 우 대서양… 두 대양 사이에 서다

    좌 인도양 우 대서양… 두 대양 사이에 서다

    열사의 땅 사막. 그 척박한 땅 위로 카타르의 하마드 공항이 서 있습니다. 아라비아 만(灣) 일부를 메워 조성한 중동의 허브 공항입니다. 비행기는 이제 막 ‘아라비안 나이트’의 궁전 같은 하마드 공항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오른 참입니다. 누런 모래바람 뚫고 이륙한 비행기가 향한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입니다. 탄압, 폭력, 흑백갈등 따위의 암담한 단어 너머로 ‘희망봉’이란 멋진 곳을 안배해둔 나라지요. 가는 길은 정말 멀고 험합니다. 하지만 희망봉을 밟는다는 기대만으로도 가슴은 부풀어 오릅니다. 가도 가도 모래뿐인 중동 땅을 벗어나니 인도양의 아덴만이다. 우리에겐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귀에 익은 곳. 여기서부터 중동과 아프리카가 갈린다. 남아공은 수도가 세 곳이다. 입법, 행정, 사법 수도가 다르다. 이번 여정에선 ‘입법수도’인 케이프타운과 ‘경제수도’ 요하네스버그 인근의 크루거 국립공원 중심으로 돌아보게 된다. 첫 기착지, 요하네스버그는 분주했다. 현지인들이 흔히 ‘조벅’(Joburg)이라 줄여 부르는 곳. 도로는 차들로 홍수를 이뤘다. 서울의 강남대로 뺨칠 정도다. 도로 옆은 주택가다. 한데 양 옆의 경계가 너무 분명하다. 도로 한쪽은 서민층, 다른 쪽은 부유층이 산다. 빈민촌에서 백인 얼굴 볼 수 없듯, 부촌에서 흑인 얼굴 찾기도 쉽지 않다. 물과 기름의 경계가 이럴까. 이 대목에서 슬그머니 남아공의 악명 높은 치안 문제가 떠오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나친 걱정은 안 해도 좋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가는 곳은 ‘유럽 같은 남아공’이다. 치안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곳은 ‘타운십’(Township)이라 불리는 빈민촌이다. 남아공 어디나 타운십은 있다. 연소득 5만 달러의 백인이 아닌 다음에야 3000달러 흑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은 타운십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 거리를 걷자면 아무래도 불편하고 섬뜩한 시선들과 수시로 마주해야 하는데, 외국인 혼자서는 무리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만델라 스퀘어’ 같은 명소 한두 곳 보고는 서둘러 조벅을 떠난다. 남아공 남쪽의 케이프타운으로 내려간다. 작은 유럽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세련된 도시 풍경을 갖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흑인보다 백인 수가 많고, 케이프타운이 속한 웨스턴케이프 주의 주지사 자리도 남아공에서 유일하게 백인이 꿰차고 있다.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는 테이블 마운틴이다. 수억년 전 지각변동으로 바다 밑바닥이 융기해 산이 됐다. 우리 식으로는 ‘탁자 산’쯤 될 텐데, 해발 1086m의 정상 일대가 대패로 민 듯 평탄한 모습을 하고 있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편평한 돌산은 동서로 3㎞, 남북으로 10㎞ 정도 이어진다. ●‘테이블 마운틴’ 오르면 보이는 12사도봉·넬슨 만델라가 수감됐던 로벤 섬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로 오른다. 케이블카에서 좋은 자리 잡으려 애쓸 필요 없다. 바닥이 회전하기 때문이다. 두 번 정도 사방을 빙 둘러보고 나면 곧 승강장이다. 정상에 서면 사방이 툭 터진다. 일망무제다. 해안을 따라 공룡의 등뼈를 닮은 ‘12사도봉’이 이어지고, 멀리 로벤 섬도 보인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27년 수감생활 중 18년을 보냈다는 곳이다. 외딴섬에서 절망과 고독에 맞서 싸우던 그에게 뭍의 테이블 마운틴은 어떤 의미였을까. 언젠가 딛게 될 ‘희망봉’이라 여기지 않았을까. 야경은 시그널 힐에서 본다. 테이블 마운틴 아래의 야트막한 언덕으로, 소문난 풍경 전망대다. 테이블 마운틴이 갈기 없는 검은 사자처럼 앉아 있고, 주변으로 주황빛 도시 야경이 너울대며 춤춘다. 이 모습이 마치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아 현지인들도 ‘골든 파우더’라 부른다. 이제 저 유명한 희망봉을 둘러볼 차례다. 남아공 땅을 밟은 이유의 ‘8할’이 담긴 곳이다.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희망봉까지는 대략 65㎞, 차로 1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가는 도중 헛베이(Houtbay)에 들른다. 물개 관광으로 이름난 작은 포구 마을이다. 유람선을 타고 인근의 물개 서식지 ‘더커섬’(Dulker island)을 보고 돌아온다. 왕복 45분 정도 걸린다. 백상아리가 많기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백상아리는 물개가 주요 먹이다. 먹이가 많으니 포식자도 많을 수밖에 없다. 몸길이 최대 9m, 체중 2t에 육박하는 최강의 포식자가 물 위로 솟구쳐 물개를 공격하는 ‘동물의 왕국’ 수준의 장면을 은근히 기대했지만 그런 행운은 없었다. 헛베이에서 희망봉까지는 채프먼스 피크(Chapman’s Peak) 도로를 타고 간다. 바닷가 절벽 중턱을 깎아 만든 도로다. 죄수와 전쟁포로 등을 동원해 7년 동안 조성했다고 한다. 1922년 완공됐다. ●350여년 남아공 역사 시발점 케이프타운… 그 들머리 노릇을 했던 곳이 희망봉 남아공 사람들은 케이프타운을 ‘머더 시티’라 부른다. 350여년 남아공 역사의 시발점이 케이프타운이기 때문이다. 그 들머리 노릇을 했던 곳이 바로 희망봉이다. 희망봉에 대해서는 몇 가지 엇갈린 견해들이 있다. 표기에서 비롯된 오해 때문이다. 지형적으로 보자면 희망봉이 있는 곳은 곶이다. 그래서 표지판도 ‘희망의 곶’(Cape of good hope)이다. 희망봉은 ‘희망곶’ 표지판이 있는 곶부리 바로 뒤의 야트막한 암봉이다. 여기는 기준 삼을 만한 표지판이 없다. 그래서 희망봉보다는 희망곶으로 불러야 옳다는 것이다. 한데 곶이면 어떻고 봉이면 또 어떠랴. 세상과 부딪쳐 입은 상처로 남루해진 몸을 추스를 수만 있다면 이름은 그리 중요할 게 없다. 희망봉 이야기의 첫 등장인물은 포르투갈의 뱃사람 바르톨로메우 디아스다. 아프리카 서해안을 따라 남진하던 그는 1488년 대륙의 남쪽 끝 작은 반도에 이른다. 당시엔 폭풍우 뒤에 닿았다 해서 ‘폭풍의 곶’이라 불렸다. 9년 뒤, 1497년 또 다른 뱃사람 바스코 다 가마가 이 곶을 지나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했다. 당시 포르투갈 왕 주앙 2세는 ‘인도 항해를 찾는 데 희망을 준 곶’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희망의 곶’으로 고쳐 부르도록 했다. 이게 희망봉이다. 희망봉 뒤는 케이프 포인트다. 해발 248m의 해안절벽으로 인도양과 대서양 두 바다가 만나는 접점이다. 정상엔 등대가 있다. 등대에 등 대고 서면 왼쪽은 인도양, 오른쪽은 대서양이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마음 착한 이’에겐 두 바다의 색깔이 달리 보인다고 하니, 한번 테스트해 보시길. 케이프타운에서 들러야 할 명소가 몇 곳 있다. 해안가에 조성된 워터 프런트는 쇼핑몰, 음식점 등이 밀집된 거리다.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값 싸고 질 좋은 ‘귀국 선물’도 살 수 있다. 저녁 늦게 현지 맥주 한 잔 즐겨도 좋겠다. ‘올드 비스킷 밀’은 폐공장을 활용해 조성한 벼룩시장 같은 곳이다. 주말에만 여는데, 아침부터 브런치와 쇼핑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댄다. 보캅스는 말레이계 무슬림들이 몰려 사는 곳이다. 형형색색의 집들이 인상적이다. 도심에서 멀지 않다. 글 사진 케이프타운·요하네스버그(남아공)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도하서 환승 시간 넉넉하다면? ‘공사비 18조원’ 하마드 공항 놀이·무료 시티투어 어때요 남아공 여정의 중간 경유지인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은 자체가 볼거리다. 우선 규모가 대단하다. 아라비아만을 개간한 땅 위에 2200㏊ 규모로 지어졌다. 공사 비용으로 155억 달러(약 18조 4000억원) 이상 투입됐다고 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호화롭다. 대리석과 고급차 람보르기니 내부에 쓴다는 가죽 소재 등을 사용해 꾸몄다. 천장은 아라비아만의 파도를 모티브 삼은 듯 곡선 형태로 조성했다. 공항 터미널 곳곳엔 26개의 전시 예술품을 설치했다. 메인홀의 대형 테디베어가 특히 눈길을 끈다. 높이 7m에 무게 17t으로 스위스 현대미술가 우르스 피셔가 제작했다. ‘알 무르잔’은 카타르 항공이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 승객을 위해 조성한 프리미엄 라운지다. 기도실, 흡연실, 샤워실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환승 시간이 넉넉하다면 도하 시티 투어에 나서는 것도 좋겠다. 도하에서 환승 시 유·무료로 시티 투어를 이용할 수 있다. 도하 시내 관광지 서너 곳을 세 시간가량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메인홀의 대형 테디베어에서 A 구역으로 가는 길 왼쪽에 시티 투어 부스가 있다. 임시 비자를 받은 뒤 가이드의 안내에 따르면 된다. 유료는 30달러와 45달러 두 종류다. 무료는 선착순 운영된다. 카타르 항공 홈페이지(qatarairways.com/kr) 상단의 ‘Holidays’ 메뉴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 좌 인도양 우 대서양…두 대양 사이에 서다

    좌 인도양 우 대서양…두 대양 사이에 서다

    열사의 땅 사막. 그 척박한 땅 위로 카타르의 하마드 공항이 서 있습니다. 아라비아 만(灣) 일부를 메워 조성한 중동의 허브 공항입니다. 비행기는 이제 막 ‘아라비안 나이트’의 궁전 같은 하마드 공항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오른 참입니다. 누런 모래바람 뚫고 이륙한 비행기가 향한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입니다. 탄압, 폭력, 흑백갈등 따위의 암담한 단어 너머로 ‘희망봉’이란 멋진 곳을 안배해둔 나라지요. 가는 길은 정말 멀고 험합니다. 하지만 희망봉을 밟는다는 기대만으로도 가슴은 부풀어 오릅니다. 가도 가도 모래뿐인 중동 땅을 벗어나니 인도양의 아덴만이다. 우리에겐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귀에 익은 곳. 여기서부터 중동과 아프리카가 갈린다. 남아공은 수도가 세 곳이다. 입법, 행정, 사법 수도가 다르다. 이번 여정에선 ‘입법수도’인 케이프타운과 ‘경제수도’ 요하네스버그 인근의 크루거 국립공원 중심으로 돌아보게 된다. 첫 기착지, 요하네스버그는 분주했다. 현지인들이 흔히 ‘조벅’(Joburg)이라 줄여 부르는 곳. 도로는 차들로 홍수를 이뤘다. 서울의 강남대로 뺨칠 정도다. 도로 옆은 주택가다. 한데 양 옆의 경계가 너무 분명하다. 도로 한쪽은 서민층, 다른 쪽은 부유층이 산다. 빈민촌에서 백인 얼굴 볼 수 없듯, 부촌에서 흑인 얼굴 찾기도 쉽지 않다. 물과 기름의 경계가 이럴까. 이 대목에서 슬그머니 남아공의 악명 높은 치안 문제가 떠오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나친 걱정은 안 해도 좋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가는 곳은 ‘유럽 같은 남아공’이다. 치안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곳은 ‘타운십’(Township)이라 불리는 빈민촌이다. 남아공 어디나 타운십은 있다. 연소득 5만 달러의 백인이 아닌 다음에야 3000달러 흑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은 타운십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 거리를 걷자면 아무래도 불편하고 섬뜩한 시선들과 수시로 마주해야 하는데, 외국인 혼자서는 무리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만델라 스퀘어’ 같은 명소 한두 곳 보고는 서둘러 조벅을 떠난다. 남아공 남쪽의 케이프타운으로 내려간다. 작은 유럽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세련된 도시 풍경을 갖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흑인보다 백인 수가 많고, 케이프타운이 속한 웨스턴케이프 주의 주지사 자리도 남아공에서 유일하게 백인이 꿰차고 있다.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는 테이블 마운틴이다. 수억년 전 지각변동으로 바다 밑바닥이 융기해 산이 됐다. 우리 식으로는 ‘탁자 산’쯤 될 텐데, 해발 1086m의 정상 일대가 대패로 민 듯 평탄한 모습을 하고 있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편평한 돌산은 동서로 3㎞, 남북으로 10㎞ 정도 이어진다. ●‘테이블 마운틴’ 오르면 보이는 12사도봉·넬슨 만델라가 수감됐던 로벤 섬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로 오른다. 케이블카에서 좋은 자리 잡으려 애쓸 필요 없다. 바닥이 회전하기 때문이다. 두 번 정도 사방을 빙 둘러보고 나면 곧 승강장이다. 정상에 서면 사방이 툭 터진다. 일망무제다. 해안을 따라 공룡의 등뼈를 닮은 ‘12사도봉’이 이어지고, 멀리 로벤 섬도 보인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27년 수감생활 중 18년을 보냈다는 곳이다. 외딴섬에서 절망과 고독에 맞서 싸우던 그에게 뭍의 테이블 마운틴은 어떤 의미였을까. 언젠가 딛게 될 ‘희망봉’이라 여기지 않았을까. 야경은 시그널 힐에서 본다. 테이블 마운틴 아래의 야트막한 언덕으로, 소문난 풍경 전망대다. 테이블 마운틴이 갈기 없는 검은 사자처럼 앉아 있고, 주변으로 주황빛 도시 야경이 너울대며 춤춘다. 이 모습이 마치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아 현지인들도 ‘골든 파우더’라 부른다. 이제 저 유명한 희망봉을 둘러볼 차례다. 남아공 땅을 밟은 이유의 ‘8할’이 담긴 곳이다.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희망봉까지는 대략 65㎞, 차로 1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가는 도중 헛베이(Houtbay)에 들른다. 물개 관광으로 이름난 작은 포구 마을이다. 유람선을 타고 인근의 물개 서식지 ‘더커섬’(Dulker island)을 보고 돌아온다. 왕복 45분 정도 걸린다. 백상아리가 많기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백상아리는 물개가 주요 먹이다. 먹이가 많으니 포식자도 많을 수밖에 없다. 몸길이 최대 9m, 체중 2t에 육박하는 최강의 포식자가 물 위로 솟구쳐 물개를 공격하는 ‘동물의 왕국’ 수준의 장면을 은근히 기대했지만 그런 행운은 없었다. 헛베이에서 희망봉까지는 채프먼스 피크(Chapman’s Peak) 도로를 타고 간다. 바닷가 절벽 중턱을 깎아 만든 도로다. 죄수와 전쟁포로 등을 동원해 7년 동안 조성했다고 한다. 1922년 완공됐다. ●350여년 남아공 역사 시발점 케이프타운… 그 들머리 노릇을 했던 곳이 희망봉 남아공 사람들은 케이프타운을 ‘머더 시티’라 부른다. 350여년 남아공 역사의 시발점이 케이프타운이기 때문이다. 그 들머리 노릇을 했던 곳이 바로 희망봉이다. 희망봉에 대해서는 몇 가지 엇갈린 견해들이 있다. 표기에서 비롯된 오해 때문이다. 지형적으로 보자면 희망봉이 있는 곳은 곶이다. 그래서 표지판도 ‘희망의 곶’(Cape of good hope)이다. 희망봉은 ‘희망곶’ 표지판이 있는 곶부리 바로 뒤의 야트막한 암봉이다. 여기는 기준 삼을 만한 표지판이 없다. 그래서 희망봉보다는 희망곶으로 불러야 옳다는 것이다. 한데 곶이면 어떻고 봉이면 또 어떠랴. 세상과 부딪쳐 입은 상처로 남루해진 몸을 추스를 수만 있다면 이름은 그리 중요할 게 없다. 희망봉 이야기의 첫 등장인물은 포르투갈의 뱃사람 바르톨로메우 디아스다. 아프리카 서해안을 따라 남진하던 그는 1488년 대륙의 남쪽 끝 작은 반도에 이른다. 당시엔 폭풍우 뒤에 닿았다 해서 ‘폭풍의 곶’이라 불렸다. 9년 뒤, 1497년 또 다른 뱃사람 바스코 다 가마가 이 곶을 지나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했다. 당시 포르투갈 왕 주앙 2세는 ‘인도 항해를 찾는 데 희망을 준 곶’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희망의 곶’으로 고쳐 부르도록 했다. 이게 희망봉이다. 희망봉 뒤는 케이프 포인트다. 해발 248m의 해안절벽으로 인도양과 대서양 두 바다가 만나는 접점이다. 정상엔 등대가 있다. 등대에 등 대고 서면 왼쪽은 인도양, 오른쪽은 대서양이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마음 착한 이’에겐 두 바다의 색깔이 달리 보인다고 하니, 한번 테스트해 보시길. 케이프타운에서 들러야 할 명소가 몇 곳 있다. 해안가에 조성된 워터 프런트는 쇼핑몰, 음식점 등이 밀집된 거리다.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값 싸고 질 좋은 ‘귀국 선물’도 살 수 있다. 저녁 늦게 현지 맥주 한 잔 즐겨도 좋겠다. ‘올드 비스킷 밀’은 폐공장을 활용해 조성한 벼룩시장 같은 곳이다. 주말에만 여는데, 아침부터 브런치와 쇼핑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댄다. 보캅스는 말레이계 무슬림들이 몰려 사는 곳이다. 형형색색의 집들이 인상적이다. 도심에서 멀지 않다. 글 사진 케이프타운·요하네스버그(남아공)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도하서 환승 시간 넉넉하다면? ‘공사비 18조원’ 하마드 공항 놀이·무료 시티투어 어때요 남아공 여정의 중간 경유지인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은 자체가 볼거리다. 우선 규모가 대단하다. 아라비아만을 개간한 땅 위에 2200㏊ 규모로 지어졌다. 공사 비용으로 155억 달러(약 18조 4000억원) 이상 투입됐다고 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호화롭다. 대리석과 고급차 람보르기니 내부에 쓴다는 가죽 소재 등을 사용해 꾸몄다. 천장은 아라비아만의 파도를 모티브 삼은 듯 곡선 형태로 조성했다. 공항 터미널 곳곳엔 26개의 전시 예술품을 설치했다. 메인홀의 대형 테디베어가 특히 눈길을 끈다. 높이 7m에 무게 17t으로 스위스 현대미술가 우르스 피셔가 제작했다. ‘알 무르잔’은 카타르 항공이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 승객을 위해 조성한 프리미엄 라운지다. 기도실, 흡연실, 샤워실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환승 시간이 넉넉하다면 도하 시티 투어에 나서는 것도 좋겠다. 도하에서 환승 시 유·무료로 시티 투어를 이용할 수 있다. 도하 시내 관광지 서너 곳을 세 시간가량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메인홀의 대형 테디베어에서 A 구역으로 가는 길 왼쪽에 시티 투어 부스가 있다. 임시 비자를 받은 뒤 가이드의 안내에 따르면 된다. 유료는 30달러와 45달러 두 종류다. 무료는 선착순 운영된다. 카타르 항공 홈페이지(qatarairways.com/kr) 상단의 ‘Holidays’ 메뉴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 朴대통령 광복 70주년 경축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70년 전 오늘의 벅찬 감동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누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건국을 위해 헌신하신 애국지사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70년은 대한민국을 굳건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참으로 위대한 여정이었습니다. 70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독립을 향한 열망과 헌신적인 투쟁으로 마침내 조국의 광복을 이루어 냈습니다. 순국선열들의 불굴의 의지와 애국심은 오늘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67년 전 오늘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을 계승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왔고, 국가 경제와 국민 경제의 항구적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기다렸던 광복의 기쁨은 반쪽의 기쁨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분단의 비극과 6·25전쟁의 참화는 우리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갔고, 얼마 되지 않던 산업기반마저 모두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단합된 의지와 힘으로 새로운 도약을 일궈 냈습니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었지만 황량한 모래벌판에 제철소와 조선소를 세웠고, 모진 난관을 뚫고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제품과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제품 등을 생산하는 나라가 되었고, 수출 규모 세계 6위의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인구 5000만 이상 되는 국가 중에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소위 ‘5030클럽’ 국가는 지구상에 여섯 나라뿐입니다. 저는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일곱 번째 5030클럽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신장된 경제력과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최초의 나라가 되었고,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하면서 번영을 이루려는 많은 나라들의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가 한강의 기적으로 부르는 대한민국 성취의 역사는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 불굴의 도전정신이 만들어 낸 결실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그 불굴의 의지로 창조의 역사, 기적의 역사를 써온 우리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복 70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21세기 시대적 요구이자 대안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날개를 완성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창조경제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이의 구현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달에 17개 광역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모두 구축되어 이제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최고 수준의 창업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역의 혁신 주체와 기관들이 협력하여 우수한 지역 인재들과 특화산업을 키워 내고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미 4600여명이 멘토링을 받고 200여개의 기업을 보육하고 있으며, 23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창조경제가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여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 정부는 창조경제가 개인과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적극 지원해 갈 것입니다. 또 하나의 날개는 문화융성입니다. 문화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세계인을 하나로 만들고, 열광하게 하며, 가치를 공유하도록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는 무궁무진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국가 경쟁력의 핵심 원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세계는 문화 영토 확장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찬란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광복 이후 우리의 급속한 발전도 그 근간에는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의 창의적 기질과 문화적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의 유구한 문화를 세계와 교류하며 새롭게 꽃피울 때 새로운 도약의 문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문화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서 산업과 문화를 융합하여 우리 경제를 일으키는 한 축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정부는 그 시작을 문화창조융합벨트로 열어갈 것입니다. 이제 오픈을 하여 각 문화인들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문화창조융합벨트를 통해 문화와 아이디어, 기술을 융·복합하여 새로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 경제의 도약을 이끌 성장 엔진이라면 공공개혁과 노동개혁, 금융개혁과 교육개혁 등의 ‘4대 개혁’은 그 성장 엔진에 지속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혁신의 토대입니다. 저는 반드시 이 ‘4대 개혁’을 완수해서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희망의 대한민국을 물려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한번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짐을 나눠 지고 함께 나아갈 때 개혁과 혁신의 험난한 여정을 이겨 낼 수 있습니다. 우리 선대들이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듯이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뭉쳐서 또 다른 도약의 역사를 이루어 냅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금년은 광복과 함께 남북 분단 7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광복은 민족의 통일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남과 북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야 합니다. 최근 미국·쿠바 수교와 이란 핵 협상 타결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는 변화와 협력의 거대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숙청을 강행하고 있고, 북한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리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평화를 깨뜨리고 남북 간 통합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핵 개발을 지속하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DMZ 지뢰 도발로 정전협정과 남북 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겨레의 염원을 짓밟았습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도발과 위협은 고립과 파멸을 자초할 뿐입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민생 향상과 경제 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1972년 남북한은 분단 역사상 최초로 대화를 통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남북 간 대립과 갈등의 골은 지금보다 훨씬 깊었고, 한반도의 긴장도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남북한은 용기를 내어 마주 앉았습니다. 지금도 북한에는 기회가 주어져 있습니다. 북한은 민족 분단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도발과 핵 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의 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DMZ 도발을 겪으면서 DMZ에 새로운 평화지대를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북한의 젊은이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되어 있는 DMZ에 하루속히 평화의 씨앗을 심어야만 합니다. 저는 취임 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에 생명과 평화의 공원을 만들자고 여러 차례 제안하고, 그 구상을 가다듬어 왔습니다. 이제 남북이 함께 첫 삽을 뜨는 일만 남았습니다. 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하고 남북 간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면 한반도 백두대간은 평화통일을 촉진하고 유라시아 차원의 협력을 실현하는 새로운 축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을 내려놓고, 생명과 평화의 한반도를 만드는 길에 동참하기 바랍니다. 또한 지난 70년 눈물과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 드리는 일에도 북한은 성의 있는 자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부모 없는 자식이 없듯이 북한의 지도자들도 이산의 한은 풀어 주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문제를 풀어가 주길 바랍니다.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산가족들의 생사 확인이 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6만여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 측에 일괄 전달할 것입니다. 북한도 이에 동참하여 남북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남북 이산가족들이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하여 수시로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북한의 협력을 촉구합니다. 한반도의 자연재해와 안전문제도 함께 대응해 나갑시다. 홍수나 가뭄, 전염병 등의 반복되는 문제에 일회적 상황관리로 대응하기보다는 남북 간 보건 의료와 안전협력체계를 구축해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 보다 나은 길이 될 것입니다. 지난번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과정에서 남북한은 개성공단의 검역 관리에 협력한 바 있고, 현재 금강산 산림재해 대응을 위해서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보건·위생·수자원·산림관리 등을 비롯한 남북 공동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힘을 모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70년 분단으로 훼손된 민족의 동질성도 회복해야 합니다. 민간 차원의 문화와 체육 교류를 통해 남과 북이 만나고 마음을 열어 간다면 민족 동질성도 서서히 회복될 것입니다. 남북 간 장벽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역사유적 발굴조사와 겨레말 큰 사전 편찬 사업과 같은 학술 문화 교류, 축구와 태권도를 비롯한 체육 교류는 중단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남과 북, 해외의 8000만 동포 여러분, 비록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남북 관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광복 70주년을 맞는 역사의 길에서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평화통일을 이루는 길은 우리 민족이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면 희망과 기적의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기적’을 이뤄 낼 수 있습니다. 평화통일을 이룬 새로운 한반도는 핵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8000만 모두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통일 한국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촉진하며, 세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지구촌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입니다. 남북한의 장점을 결합하고 한반도 교통망을 대륙으로 연결하여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경제권을 연계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은 물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평화통일의 꿈이 이루어진 광복 100주년을 내다보며,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통일을 준비하고 이루어 나갑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6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우호협력은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역사 인식 문제에는 원칙에 입각하여 대응하되 두 나라 간 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호혜적 분야의 협력 관계는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일본 내각이 밝혀온 역사 인식은 한·일 관계를 지탱해 온 근간이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어제 있었던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는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역사는 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살아 있는 산증인들의 증언으로 살아 있는 것입니다. 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점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한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합니다. 앞으로 일본이 이웃 국가로서 열린 마음으로 동북아 평화를 나눌 수 있는 대열에 나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공언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하여 이웃 나라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합당하게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비록 어려움이 많이 남아 있으나 이제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양국의 위상에 걸맞게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 함께 공헌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년 전 오늘 우리는 잃어버렸던 조국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불굴의 의지와 하나 된 마음으로 온갖 역경을 딛고 성취와 희망의 대한민국을 건설해 왔습니다. 선대들의 애국심과 그 위대한 뜻을 이어받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소명입니다. 저와 정부는 중단 없는 혁신으로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여 세계의 반열에 우뚝 설 수 있는 부강한 나라와 원칙이 바로 선 투명한 나라를 건설해 나갈 것입니다. 확고한 원칙과 유연한 대응으로 통일시대의 문을 열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100년의 기적’을 완성하고 한반도의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어 세계와 지구촌의 번영을 선도하고, 문화로 인류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대한민국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 ‘조선인 전우’ 위해 법정에 선 日 노병

    ‘조선인 전우’ 위해 법정에 선 日 노병

    일본 양심의 탄생/오구마 에이지 지음/김범수 옮김/동아시아/358쪽/1만 6000원 일본 게이오대 교수이자 역사사회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의 일생을 조명해 일본의 지난 20세기를 그려낸 책이다. 책의 주인공은 오구마 겐지다. 올해 90세인 겐지에겐 특이한 이력이 있다. 조선인으로 전 ‘일본군’이었던 전우 오웅근을 위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었다는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1945년 겐지는 스무 살의 나이로 일본군에 입대하자마자 소련군의 포로가 됐고, 3년간 시베리아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된다. 수용소엔 그와 같은 ‘일본군’ 조선인도 있었다. 재중동포 오웅근이다. 만주 출신의 조선인이었던 그는 일본군에 강제 징집됐고,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무기를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전투에 참가했다가 붙잡혀 겐지가 있던 수용소로 오게 된다. 이후 중국으로 귀환한 오웅근은 의사가 되었지만, 중국 문화혁명의 혼란 속에서 ‘일본군 출신’이란 이유로 박해를 받는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나, 일본 정부는 ‘일본인 국적자’들에게 ‘위로금’ 형식으로 전쟁피해를 ‘위로’하는 애매한 보상 사업을 벌였다. 당연히 중국 국적자였던 오웅근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강제 징집 당시 오웅근은 ‘일본 국적자’였다. 식민지 조선인들은 1910년 경술국치일 이후 일방적으로 일본 국적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패전 이후 1952년 연합군 점령이 끝나자 일본은 일방적으로 조선, 대만 등 일본 호적 이외의 사람에 대한 일본 국적을 박탈했다. 국적선택권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인으로 징집됐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 국적을 상실해 연금이나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오웅근과 겐지는 1996년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00년 ‘당연히’ 패소했다. 손해는 “국민이 다 같이 참고 견디지 않으면 안 되는 전쟁피해”이기 때문에 보상할 수 없고, 공식 사죄는 “입법부의 재량”이라는 것이었다. 예상된 결말에 오웅근은 격분했지만 겐지는 시도 자체가 법원에 근거로 남으니 나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의 변호사도 국가(일본)에는 양심이 없어도 국가를 대신해 양심을 증명하는 사람이 있다고 평했다. 저자는 이처럼 아버지에게서 전쟁 전의 기억과 전쟁 중 시베리아 수용소에서의 기억, 그리고 전후의 기억을 끄집어내 샅샅이 추적했다. 그리고 사적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아버지의 인생사를 각 시대의 사회적 맥락에 대입시켰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전문] 박근혜 대통령,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

    [전문] 박근혜 대통령,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70년 전 오늘의 벅찬 감동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누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건국을 위해 헌신하신 애국지사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70년은 대한민국을 굳건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참으로 위대한 여정이었습니다. 70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독립을 향한 열망과 헌신적인 투쟁으로 마침내 조국의 광복을 이루어냈습니다. 순국선열들의 불굴의 의지와 애국심은 오늘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67년 전 오늘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을 계승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왔고, 국가경제와 국민경제의 항구적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기다렸던 광복의 기쁨은 반쪽의 기쁨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분단의 비극과 6.25 전쟁의 참화는 우리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갔고, 얼마 되지 않던 산업기반마저 모두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단합된 의지와 힘으로 새로운 도약을 일궈냈습니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었지만, 황량한 모래벌판에 제철소와 조선소를 세웠고, 모진 난관을 뚫고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제품과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나라가 되었고, 수출규모 세계 6위의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인구 5천만 이상 되는 국가 중에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는 소위 ‘5030 클럽’ 국가는 지구상에 여섯 나라뿐입니다. 저는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일곱 번째 5030 클럽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신장된 경제력과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최초의 나라가 되었고,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하면서, 번영을 이루려는 많은 나라들의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가 한강의 기적으로 부르는 대한민국 성취의 역사는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 불굴의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결실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그 불굴의 의지로 창조의 역사, 기적의 역사를 써온 우리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복 70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21세기 시대적 요구이자 대안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날개를 완성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창조경제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이의 구현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지난달에 17개 광역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모두 구축되어 이제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최고 수준의 창업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역의 혁신 주체와 기관들이 협력하여 우수한 지역 인재들과 특화산업을 키워내고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미 4,600여명이 멘토링을 받고 200여개의 기업을 보육하고 있으며, 23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창조경제가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여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 정부는 창조경제가 개인과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적극 지원해 갈 것입니다. 또 하나의 날개는 문화융성입니다. 문화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세계인을 하나로 만들고, 열광하게 하며, 가치를 공유하도록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는 무궁무진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국가경쟁력의 핵심 원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세계는 문화영토 확장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오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찬란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광복 이후 우리의 급속한 발전도 그 근간에는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의 창의적 기질과 문화적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의 유구한 문화를 세계와 교류하며 새롭게 꽃피울 때, 새로운 도약의 문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문화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서 산업과 문화를 융합하여 우리 경제를 일으키는 한 축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정부는 그 시작을 문화창조융합벨트로 열어갈 것입니다. 이제 오픈을 하여 각 문화인들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문화창조융합벨트를 통해 문화와 아이디어, 기술을 융복합하여 새로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 경제의 도약을 이끌 성장엔진이라면, 공공개혁과 노동개혁, 금융개혁과 교육개혁 등의 ‘4대 개혁’은 그 성장엔진에 지속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혁신의 토대입니다. 저는 반드시 이 ‘4대 개혁’을 완수해서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희망의 대한민국을 물려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한 번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짐을 나눠지고 함께 나아갈 때, 개혁과 혁신의 험난한 여정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 선대들이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듯이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뭉쳐서, 또 다른 도약의 역사를 이루어냅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금년은 광복과 함께 남북 분단 7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광복은 민족의 통일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남과 북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야 합니다. 최근 미국-쿠바 수교와 이란 핵협상 타결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는 변화와 협력의 거대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숙청을 강행하고 있고, 북한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리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평화를 깨뜨리고 남북간 통합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핵개발을 지속하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DMZ 지뢰 도발로 정전협정과 남북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겨레의 염원을 짓밟았습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도발과 위협은 고립과 파멸을 자초할 뿐입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민생향상과 경제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1972년 남북한은 분단 역사상 최초로 대화를 통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남북간 대립과 갈등의 골은 지금보다 훨씬 깊었고, 한반도의 긴장도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남북한은 용기를 내어 마주 앉았습니다. 지금도 북한에게는 기회가 주어져 있습니다. 북한은 민족 분단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도발과 핵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의 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DMZ 도발을 겪으면서, DMZ에 새로운 평화지대를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북한의 젊은이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되어 있는 DMZ에, 하루속히 평화의 씨앗을 심어야만 합니다. 저는 취임 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에 생명과 평화의 공원을 만들자고 여러 차례 제안하고, 그 구상을 가다듬어 왔습니다. 이제 남북이 함께 첫 삽을 뜨는 일만 남았습니다. 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하고 남북간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면, 한반도 백두대간은 평화통일을 촉진하고 유라시아 차원의 협력을 실현하는 새로운 축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을 내려놓고, 생명과 평화의 한반도를 만드는 길에 동참하기 바랍니다. 또한, 지난 70년 눈물과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드리는 일에도 북한은 성의 있는 자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부모없는 자식이 없듯이 북한의 지도자들도 이산의 한은 풀어주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문제를 풀어가 주길 바랍니다.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이 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6만여 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 측에 일괄 전달할 것입니다. 북한도 이에 동참하여 남북 이산가족 명단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남북 이산가족들이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하여 수시로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북한의 협력을 촉구합니다. 한반도의 자연재해와 안전문제도 함께 대응해 나갑시다. 홍수나 가뭄, 전염병 등의 반복되는 문제에 일회적 상황관리로 대응하기보다는, 남북간 보건 의료와 안전협력체계를 구축해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 보다 나은 길이 될 것입니다. 지난 번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과정에서 남북한은 개성공단의 검역 관리에 협력한 바 있고, 현재 금강산 산림재해 대응을 위해서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보건·위생·수자원·산림관리를 비롯한 남북 공동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70년 분단으로 훼손된 민족의 동질성도 회복해야합니다. 민간차원의 문화와 체육교류를 통해 남과 북이 만나고 마음을 열어간다면, 민족 동질성도 서서히 회복될 것입니다. 남북간 장벽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역사유적 발굴조사와 겨레말 큰 사전 편찬 사업과 같은 학술 문화 교류, 축구와 태권도를 비롯한 체육교류는 중단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남과 북, 해외의 8천만 동포 여러분, 비록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남북관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광복 70주년을 맞는 역사의 길에서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평화통일을 이루는 길은 우리 민족이 반드시 가야할 길입니다.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면, 희망과 기적의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평화통일을 이룬 새로운 한반도는 핵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8천만 모두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통일 한국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촉진하며, 세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지구촌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것입니다. 남북한의 장점을 결합하고, 한반도 교통망을 대륙으로 연결하여,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경제권을 연계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은 물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평화통일의 꿈이 이루어진 광복 100주년을 내다보며,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통일을 준비하고 이루어 나갑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6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우호협력은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역사인식 문제에는 원칙에 입각하여 대응하되 두 나라간 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호혜적 분야의 협력관계는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고노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일본 내각이 밝혀온 역사 인식은 한·일 관계를 지탱해 온 근간이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어제 있었던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는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역사는 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산증인들의 증언으로 살아있는 것입니다. 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점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한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합니다. 앞으로 일본이 이웃국가로써 열린 마음으로 동북아 평화를 나눌 수 있는 대열에 나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공언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하여, 이웃나라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합당하게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비록 어려움이 많이 남아 있으나, 이제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양국의 위상에 걸맞게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 함께 공헌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년 전 오늘, 우리는 잃어버렸던 조국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불굴의 의지와 하나 된 마음으로 온갖 역경을 딛고 성취와 희망의 대한민국을 건설해왔습니다. 선대들의 애국심과 그 위대한 뜻을 이어받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소명입니다. 저와 정부는 중단 없는 혁신으로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여 세계의 반열에 우뚝 설 수 있는 부강한 나라와 원칙이 바로선 투명한 나라를 건설해 나갈 것입니다. 확고한 원칙과 유연한 대응으로 통일시대의 문을 열어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100년의 기적’을 완성하고 한반도의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이루어 세계와 지구촌의 번영을 선도하고, 문화로 인류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대한민국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정치부 정리 iseoul@seoul.co.kr
  • 청년층 67% “한국 국민으로 자긍심 있다”

    청년층 67% “한국 국민으로 자긍심 있다”

    ‘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전생에 죄가 많으면 조센징으로 태어난다.’ 일부 젊은이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고 비하하며 만든 ‘헬조선’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 중 일부다. 한국의 20·30대는 나라를 개혁하기보다 이민을 떠나려 하거나, 입시·취업·생계의 고통을 ‘헬’(지옥)이라고 표현하며 기성세대에 반발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 10명 중 7명꼴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세대 갈등이 심화되기보다 아직도 세대 통합의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13일 통계청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9~29세 중 67%가 ‘한국인으로 자긍심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30대(64.4%), 40대(69.5%)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60대(80.7%)보다 겨우 13.7% 포인트가 낮다. 심지어 2013년 조사에서 두 연령대의 격차인 14.1% 포인트보다 줄었다. 20·30대 젊은 세대가 이민을 원한다지만 이민도 줄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국적상실자 또는 이탈자는 2010년 2만 2865명에서 지난해 1만 9472명으로 14.8%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는 9340명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올해 말에는 1만 8680명으로 더 준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6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6·25전쟁의 극복이나 1970년대 ‘한강의 기적’ 등 산업화 과정에서 애국심을 느꼈다면, 20·30대 젊은 세대는 월드컵, 한류 등 대규모 문화체육 이벤트를 통해 자긍심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지속적인 경제적 불황이나 세월호·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건 등으로 젊은 세대의 불안이 커지고 있어 사회통합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인으로 자긍심을 느끼는 비율은 2013년 80%에서 지난해 71.4%로 떨어졌다. 한국인으로서의 강한 자부심에서 특히 세대 간 차이가 드러난다. 19~29세의 응답 비율은 13.9%로 60~69세(30.8%)의 절반에 못 미쳤다. 역시 일자리와 주거가 문제다. 지난달 20대 고용률은 58.7%였다. 지난해 15~24세 고용률도 2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9.7%를 크게 밑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0%를 넘어섰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해결책으로 “정부 등 공적기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며 “사회적 신뢰관계가 깨지면 세대 간 갈등도 심화되고 생활 피로감도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OECD 소속 국가 중 세대 간 자원배분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로 젊은 세대가 불이익을 당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증세의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현대사 속 잊혀진 개인, 그 흔적을 더듬다

    현대사 속 잊혀진 개인, 그 흔적을 더듬다

    극단 코끼리만보는 이름처럼 느리지만 묵직한 걸음으로 연극계에 의미 있는 발자국을 찍어 가고 있다. 2007년 창단한 이래 질곡의 현대사 속 잊혀진 개인들을 복원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이 중 대표작 3편을 모아 서울 종로구 게릴라극장에서 9월 한 달간 릴레이로 공연을 이어 간다. ‘착한사람 조양규’(2007)와 ‘말들의 무덤’(2013), ‘먼 데서 오는 여자’(2014)는 각각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에 걸쳐 그 시대를 살아갔거나 조용히 사라져 간 보통 사람들의 말과 기억을 되살려 낸다. 지난 12일 대학로에서 만난 김동현(50) 극단 코끼리만보 대표는 “우리 근현대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소박한 연극으로 만들자는 게 극단의 목표”라고 말했다. 첫 번째 작품은 창단 첫해 초연하고 이듬해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을 수상한 ‘착한사람 조양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실종된 ‘조양규’라는 가상의 인물이 1970년대부터 2004년까지 한국 사회에서 ‘실종’된 채 살아간 이야기다.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이 3000명 가까이 전사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습니다. 그들을 그린 영화도 많이 만들어졌죠. 하지만 실종되거나 탈영한 군인들은 전혀 이야기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사망 처리된 그들은 아마 한국에 돌아와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을 겁니다.” ‘사라진 사람’에 대한 관심은 2013년 공연된 ‘말들의 무덤’으로 이어졌다. 한국전쟁 중 일어난 피비린내 나는 양민 학살 속에 죽어 간 사람들의 말과 기억을 재구성했다. 뒤이어 ‘절친’인 극작가 배삼식이 희곡을 쓰고 김 대표가 연출한 ‘먼 데서 오는 여자’를 통해 1970년대 가족을 남기고 중동으로 떠나야 했던 노동자와 남겨진 아내의 고된 삶을 되새겼다. 공연 당시 보조석이 마련될 정도로 흥행했으며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지금의 대학로 연극계 현실에서는 보통의 뚝심이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김 대표는 “어제와 오늘, 내일을 결합하는 것은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광복 이후 70년이 흐르기까지 역사적 사실은 기록돼 있지만 그 이면에 남아 있는 흔적은 쉽게 보지 못합니다. 극장에서 겪는 경험과 감각을 통해 그 흔적을 되새긴다는 건 정말 소중한 일입니다.” 그 ‘흔적’을 되살리기 위해 김 대표는 실험적인 시도도 마다하지 않았다. ‘착한사람 조양규’에서는 무대 위에 ‘조양규’가 등장하지 않는 대신 7명의 배우가 번갈아 가며 그의 흔적만을 형상화해 보여 준다. ‘말들의 무덤’에서는 ‘산 자’인 배우들이 죽은 자의 말을 그대로 복원한다. “배우들이 사라진 사람들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재연’해서 보여 주는, 그런 가장 연극적인 구조를 통해 관객들은 사실을 넘어선 진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세 작품이 ‘3부작’으로 묶이기까지 자그마치 8년이 걸렸다. 단원 전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공동 창작, 방대한 자료 조사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맺은 열매다. “처음 제가 극단 이름을 ‘코끼리만보’로 지었을 때 재미있어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극단 이름에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번 릴레이 공연은 ‘말들의 무덤’과 ‘착한사람 조양규’를 1·2부로 묶어 ‘생각나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다. ‘생각나는 사람’ 9월 2~16일, ‘먼 데서 오는 여자’ 9월 18일~10월 4일 서울 종로구 게릴라극장. 전석 3만원. (02)889-3561~2.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기준금리 동결 “연 1.5% 동결” 도대체 왜?

    기준금리 동결 “연 1.5% 동결” 도대체 왜?

    기준금리 동결 기준금리 동결 “연 1.5% 동결” 도대체 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1.5% 수준에서 동결됐다. 한은은 13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작년 8월과 10월에 이어 올 3월과 6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총 1% 포인트가 떨어진 후 두 달째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이번 동결 결정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후유증을 극복하고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6월 기준금리를 내린 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집행하고 있는 만큼 그 효과를 지켜보자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금통위 종료 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국내경제는 메르스 사태의 충격 등으로 위축됐던 소비와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냈다”면서 “경제가 앞으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나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11조 8000억원의 추경을 포함해 총 22조원을 경기 살리기에 쏟아붓는 재정보강 대책을 추진 중이다. 은행의 가계대출이 6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점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임박한 점도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전격적으로 단행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안감이 커져 연내에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연속으로 위안화 고시환율을 인상(위안화 절하)했다. 이로 인해 12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코스피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했다. 한은도 “앞으로 세계경제는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및 중국 위안화 절하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증대,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약화 등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따라서 “가계부채의 증가세,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및 일부 신흥시장국의 금융불안 등 해외 위험요인, 자본 유출입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우리나라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떨어 뜨려야 우리나라도 환율전쟁에서 방어막을 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핵협상 세일즈 ‘돌직구’ 던진 이·이 청년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직전까지 이란 핵협상 타결안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이란과 이스라엘 젊은이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파격을 선보였다. 핵협상 합의안에 대해 60일 동안의 검토에 들어간 미 의회에 핵협상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6일 백악관에서 인터넷매체 믹(Mic) 편집장 제이크 호로위츠와 만나 10여분간 인터뷰를 했다. 이날 공개된 인터뷰 동영상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호로위츠가 “정치인들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이란 핵협상에 대해 질문할 것이 많다”고 말하자 “이번 핵협상이야말로 가장 타당하고, 중동 지역의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태블릿PC를 통해 이란과 이스라엘에 있는 젊은이들을 대면하고 그들의 ‘돌직구’ 질문에 대해 답변했다. 이란에 사는 가잘 하카미(22)는 “당신은 항상 평화를 얘기하는데 정작 우리 이란인들은 미국의 혹독한 제재로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 이란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고 협상을 타결할 다른 방법도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오바마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내가 취임했을 때 이란 최고 지도자에게 ‘미국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반응이 없었다”며 “우리는 대신 이란의 포르도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적발했고, 이란이 협상에 나오도록 하려면 더 가혹한 제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란이 이번 핵 합의를 준수하면 제재는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에 사는 이란계 미국인 닐라 팩(24)이 “이번 이란 핵합의가 중동 동맹국과의 관계 훼손을 대가로 치르면서 추진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가까운 동맹, 특히 이스라엘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란이 핵합의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고, 헤즈볼라와 같은 테러 조직을 지원하지 않으며, 이웃국가들을 불안정하게 하지 않는다면 이웃국가들도 핵합의를 환영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이스라엘에 사는 샘 그로스버그(30)가 “이스라엘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당신은 우리 총리(베냐민 네타냐후)에 반대하는 것이 명백하다. 당신이 이스라엘 안보에 관해 여러 약속을 했는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미 우리 문밖에 와 있다. 이런데도 우리가 당신을 믿어야 하냐”고 묻자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이스라엘 총리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샘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이란 핵개발을 봉쇄하기 위한 협상 여부를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 이견이 있다”며 “그러나 다른 이슈들, 특히 이스라엘 안보와 관련해 이스라엘과 모든 점에서 보조를 맞춰 왔고 네타냐후 정부도 그 점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CNN과 공영라디오 NPR도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의 사전 인터뷰를 내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 기간에도 미리 진행한 인터뷰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연일 내보내는 것은 다음달 의회의 합의안 표결을 앞두고 여론에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의회가 부결안을 통과시킬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맞설 예정이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 직후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창하며 만든 핵안보정상회의 제4차 회의가 내년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종료에 앞서 마지막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이란 핵협상 후속 조치뿐 아니라 북핵 문제도 거론될지 주목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쿠데타 집권 콤플렉스… ‘넓고 강해진 수에즈’ 앞세워 물타기?

    [글로벌 인사이트] 쿠데타 집권 콤플렉스… ‘넓고 강해진 수에즈’ 앞세워 물타기?

    시나이 반도 서쪽 포트사이드에서 이스마일리아까지,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운하가 지난 6일 재단장 축포를 터뜨렸다. 일부 구간에 쌍둥이 운하를 파 교행이 가능해졌고, 기존 구간에 대한 정비 작업도 이뤄졌다. 1869년 탄생 이후 세계 교역사의 주역으로 국제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곤 했던 과거와 미래를 수에즈운하가 직접 말하는 1인칭 시점으로 들어 본다. 오페라 아이다 서곡인 개선행진곡이 흐른 뒤 라팔 전투기 3대가 운하 위로 솟구쳤어. 화물선 두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서자 사람들은 ‘타흐이야 마스르’(이집트 만세)를 외쳤지. 6000여명에 달하는 외교 사절과 기업인들이 탄성을 질렀지. 카이로에서 180㎞ 떨어져 운하의 남쪽 끝을 여는 도시 이스마일리아의 2015년 8월 6일은 마치 1869년 11월 17일과 같았어. 내가 처음 탄생했던 그날 말이야. 200m 폭에 192㎞ 길이로 지중해와 홍해를, 넓게는 대서양과 인도양을 잇는 운하, 아프리카 대륙을 한 바퀴 돌아 운송하던 배가 나를 만나며 얼마나 운항 거리와 시간을 줄였을지 가늠할 수 있겠어? 나를 건널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수에즈맥스’(12만~16만DWT·재화중량t)란 말로 유조선 크기를 가늠할 정도란 말로 대답을 대신할게. 싱가포르에서 런던을 갈 때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경유하면 2만 4500㎞인데, 나를 지나는 수에즈 항로를 택하면 1만 5027㎞로 줄거든. 그렇다고 교역로 일색으로 나를 봐주지 말아줘. 역사에 이름을 남겼던 모든 길이 그렇듯 난 교역 뿐 아니라 예술, 문화, 평화를 잇는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았거든. 첫 개통을 기념해 1871년 카이로에서 처음 막이 오른 아이다의 선율이 이번에 다시 울려 퍼진 이유는 35㎞ 구간에 건설된 쌍둥이 운하 때문이야. 덕분에 왕복 운항이 가능해졌지. 37㎞ 구간을 폭 317m, 깊이 24m로 늘리는 일도 병행됐어. 동맥경화를 치료했으니까 나는 넓어지고 강해졌어. 지난해 8월에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나를 재단장하겠다고 선언한 지 1년 만에 벌어진 일이야. 이제 하루 평균 통과 선박 수는 49척에서 97척으로, 배 한 척의 통과 시간은 18시간에서 11시간으로, 평균 대기 시간은 8~11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들 거야. 연간 수에즈운하 통행 수입도 지난해 53억 달러(약 6조 2000억원)에서 2023년 132억 달러(약 15조 3200억원)로 늘어난다고 이집트 정부는 추산했어. 배 한 척이 나를 지나려면 평균 30만 달러(약 3억 5000만원)를 지불해야 하는데, 운항량을 두 배 가까이 늘린 셈이니까. 나와 비슷한 입지 조건을 지닌 중미 파나마운하 통행료도 20만~30만 달러로 연 24억 달러(약 2조 8000억원) 안팎의 수입을 내고 있어. 그렇더라도 나는 위기에 빠졌어.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기 때문이지. 사실 내가 실어나르는 만큼인 하루 240만 배럴의 원유보다 10만 배럴 많은 양을 운송하는 중동에서 유럽으로의 파이프라인이나 북극해 항로, 항공노선도 많이 발전했고. 때문에 자존심이 꽤 오래 상했었거든. 한국은 특히 이 중 북극해 항로에 관심이 많지. 윤승국 목포대 교육항해사는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북극해 항로를 이용해 가면 항해일수가 24.4일로 나를 통과하는 항로(34.6일)보다 10.2일 감소한다는 계산을 내놓기도 했어. 여건이 되면 나를 가장 위협할 최대 라이벌이야. 이번 공사로 내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시시 대통령은 한껏 들떠 있어. 시시 대통령은 AFP통신과 같은 언론에 “전 세계에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기록적인 기간 만에 약속을 지켰다”면서 “번영을 위한 또 다른 심동맥이 생겼고, 수에즈운하가 문명을 연결시킬 것”이라고 공언했어. 사실 나는 태생부터 외교나 국제 자본과 떼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어 왔어. 이집트의 프랑스 영사였던 페르디낭 드 레셉스가 1859년 추진하기 시작해 1869년 처음 개통될 때 나를 관장하던 회사는 국제 컨소시엄인 수에즈운하회사였어. 그러다 1956년 가말 압델 나세르 당시 이집트 대통령이 나를 이집트 국유재산화시켰고, 지금은 정부 산하 수에즈운하청이 나를 관리하고 있어. 이번 새 단장에 필요했던 공사비 84억 달러(약 9조 8200억원)의 특별채권도 발매 8일 만에 전 세계 투자자에게 팔렸고. 예전보다 못해도 나는 여전히 세계 물동량의 7.5%를 담당하는 세계적 자산이라고. 물론 시시 대통령에게 나를 새 단장한 일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듯해. 그는 ‘아랍의 봄’ 시민 혁명 결과 집권한 첫 민선 대통령이었던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을 2013년 7월 쿠데타로 쫓아내고 집권한 군부 세력이야. 무르시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사형선고를 받았어. 아랍권 언론들은 “이집트의 첫 문민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시켰다는 정치적 약점을 상쇄시키기 위해 시시 대통령이 경제난 극복, 국정 안정, 외교적 인정 등에 집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어. 그런데 이번에 내 개통식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등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으니 이보다 더 명확한 국제적 정권 승인이 어디 있겠어. 시시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등 물밑에서 많이 노력했다고 들었어. 이렇게 정치적인 일에 연루되는 게 피곤하지 않느냐고. 가끔 신물이 나기도 하지만, 솔직히 이제 익숙해졌어. 사실 인류 역사 중 나처럼 중요한 교역로가 국내외 정치와 연동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스스로를 과대평가한 말일까. 나를 건설하는 데 적극 나선 이집트와 프랑스, 이집트에 대한 통제권 상실을 우려해 건설을 주저한 오스만 제국이 애초부터 맞선 사업인 데다 이집트인 수십만명을 강제 노동에 동원해 탄생한 게 나야. 건설할 때 수천명이 영양실조와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었어. 착공한 뒤 공사비 부족으로 곤란에 처한 이집트 정부가 내 사업권 지분을 영국에 매각, 영국에 내정 간섭 빌미를 주기도 했어. 이집트 나세르 정권이 나를 국유화할 때에도 이를 지지한 구소련과 이를 반대한 영국과 프랑스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이때 갈등은 결국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2차 중동전쟁으로 비화됐어. 나는 2차 중동전쟁 때엔 5개월 동안, 1967년 3차 중동전쟁과 1973년 4차 중동전쟁 때에도 폐쇄됐어. 다행히 1975년 6월 이후 내가 폐쇄된 적은 없지만, 지금도 내가 지나는 물길 주변은 테러 위협이 끊이지 않는 곳이야. 정치적인 문제보다 더 큰 걱정은 한동안 넓어지고 강해진 내가 실력 발휘를 할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야. “이집트 정부의 전망은 지나치게 장밋빛”이란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비관적 전망에 전면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가 꽤 힘든 시간을 보낸 게 현실이거든. 중동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유조선 통행량이 줄면서 나를 통과하는 전체 선박 수도 2008년 2만 1415대에서 2009년 이후 1만 7000대 선으로 줄어들었어. 게다가 대대적으로 개통식을 하긴 했지만, 이번에 재단장한 부분은 일부잖아. 아까 잠시 언급한 북극해 항로도 계속 내 신경을 긁고 있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틈만 나면 “북극해 항로가 수에즈운하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며 북극해 쪽 안보 우위를 점하려고 노력 중이야. 그런데 북극해 항로가 열리게 된 이유가 북극 빙하가 녹았기 때문이고 빙하가 녹은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잖아. 그런데 이번에 내가 재단장한 게 주변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지적했어. 146살을 먹었는데도, 세상일은 참 알 수가 없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18개월짜리 아기가 테러로 죽어도 사람들은 사자만 걱정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조용히 아기의 곁으로 떠났다. 전신의 80%가 불에 그을렸지만 외마디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방화로 18개월 된 아기 알리가 먼저 목숨을 잃은 지 여드레 만이다. 아내와 네 살배기 아들은 여전히 사경을 헤매고 있지만 세상은 이를 외면한다. 아이보다 나흘 앞서 사냥당한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사자 세실에게 온통 관심이 쏠린 탓이다. AFP는 8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 북부 나불루스 인근 두마 마을에 살던 팔레스타인인 사에드 다와브샤가 이스라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새벽 유대인 극우세력이 던진 화염병에 집이 불타면서 다와브샤의 18개월 된 아기는 숨을 거뒀다. 4살짜리 아들과 아내는 간신히 구출됐으나 아기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여론은 대평원을 뛰놀던 짐바브웨의 사자 세실에게 집중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현지 언론들은 전 세계가 세실의 운명에 더 슬퍼하고 분노하는 사이 팔레스타인 아기는 잊혀졌다고 한탄했다. 짐바브웨 ‘더헤럴드’는 “서방에선 세실의 살육을 떼 지어 규탄하는데 정작 팔레스타인 아기의 사망에는 무관심하다”며 “아기의 피보다 사자의 목숨이 값진 사람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영자신문 ‘아랍뉴스’는 트위터 반응을 예로 들었다. 세실과 다와브샤의 죽음을 주제로 삼은 해시태그(#) 수가 일주일간 각각 84만회와 1만 5000회로 크게 차이가 난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27일 세실을 사냥한 미국인 의사에게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유엔은 야생동물 밀렵과의 전쟁 결의안을 채택했고, 각국 항공사들은 앞으로 야생동물 사냥 전리품을 싣지 않겠다며 동참했다. 반면 다와브샤 가족의 비극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잔인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가격표 살인’이라 불리는 극우 성향 유대인 범죄에 대해 단죄의 칼을 강하게 뽑아 들지 않고 있다. ‘가격표’ 사건은 입었던 피해만큼 되갚는 것을 말한다. 1998년 등장했으며 미국은 이를 보복성 테러로 규정했다. 다만 AFP는 이스라엘 경찰이 다와브샤 가족의 집에 방화 테러를 가한 혐의로 2명 이상의 유대인 용의자를 요르단강 서안의 무허가 유대인 정착촌에서 체포했다고 9일 밝혔다. 모르데차이 메이어라는 이름의 유대인 극단주의자를 같은 혐의로 체포한 지 수일 만이다. 이는 팔레스타인 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한·미 동맹 토대 강화… ‘큰절 외교’는 논란거리

    한·미 동맹 토대 강화… ‘큰절 외교’는 논란거리

    지난달 25일 시작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미국 방문은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마무리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 대표의 방미 성과로는 한·미 동맹 강화, 일본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한 미국의 협조 등을 미 의회로부터 이끌어낸 점을 꼽을 수 있다. 반면 ‘큰절 외교’, “중국보다는 미국” 발언 등은 야당의 비판을 받는 등 논란거리가 됐다. 김 대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의 마지막 날인 2일(한국시간) 현행 공천제도의 문제점을 역설하며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한인타운의 한 식당에서 한인 정치 지도자들과 ‘오픈프라이머리 정책간담회’를 갖고 “필요하다면 여야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합동으로 외국 사례도 연구하고 장단점을 잘 분석해 한국에 맞는 제도를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공동 토론회를 열자는 우리 당의 제안에 먼저 답하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의석수 증원 문제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대표는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현지 한인 언론들과의 간담회에서 “지역구 의원수가 늘더라도 비례대표를 줄여 지금의 300석을 유지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추천과 관련해 “당 대표로서 어떤 직능이든지 한 명도 비례 추천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문성 있고 분야별 대표성이 있는 분들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보수층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내년 총선에서 원내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2017년 대선에서 반드시 보수 우파 새누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해 국민 여러분께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 좌파 세력이 준동하면서 미래를 책임질 어린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역사관을 심어 주고 있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동포 지인들과의 만찬에서는 대표적 친한파인 마이클 혼다 의원과 ‘러브샷’을 하며 평소 한인들을 위해 애쓰는 점에 감사를 표했다. 김 대표의 이번 방미 성과에는 명암이 교차한다. 워싱턴과 뉴욕 일정에서는 한·미 동맹의 근본적 토대 강화를 역설하고 미 의회 주요 정치인들을 잇따라 만나 일본 역사 왜곡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 성공했다. 워싱턴에서는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및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회동을 하고,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한 호텔에서는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8월 15일 종전 70주년 기념사에서 사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뉴욕 유엔 본부에서 가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만남에서는 북한 핵 문제 등에 대한 협력을 약속받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는 얘기도 나왔다. 반면 김 대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보수층 공략 행보로 인해 도마 위에 올랐다. 워싱턴에서 한국전쟁 참전 영웅인 월턴 워커 장군 묘역에서 한국식 ‘큰절’을 두 번 해 굴욕 외교 논란이 일었고,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중국보다는 미국” 발언으로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가벼운 언행과 처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내년에도 큰절을 하겠다”, “한·미 동맹의 굳건한 토대를 강조한 것”이라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김 대표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 쓴다”고 답했지만 거침없는 언행으로 귀국 후에도 끊임없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일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한 식당에서 열린 모교 중동고의 미주 동문 모임에 참석한 뒤 4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로스엔젤레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영·프 “관용 없다”… ‘난민 무덤’ 된 칼레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 영국과 마주 보는 프랑스 칼레는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으로 유명한 곳이다. 영·불 간 백년전쟁에서 패하기 직전 주민과 도시를 살리는 대신 처형을 자원한 귀족 6명의 절망이 담긴 작품이지만 조각의 소재가 됐던 옛이야기는 해피엔드다. 적국의 왕은 처형 자원자를 살려 줬다. 최근 들어 이곳은 ‘난민의 무덤’이 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일 이곳에서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는 난민이 지난 1월 600여명에서 최근 3000여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양국 사이 해저로 뚫린 화물용 유로터널을 지나는 탱크로리, 냉장차 등에 몸을 싣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든다. 올해에만 지난 7월까지 이들에 의한 ‘도둑 탑승’ 시도는 3만 7000건이나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최근 두 달 동안 10명이 사망했다. 여객용 유로스타에 매달리다 감전사를 당하거나 숨어든 냉장차 안에서 저체온증이나 질식으로 사망하는 등 참혹한 죽음이었다. 칼레 난민의 이야기에는 해피엔드가 끼어들 여지가 안 보인다. 십여 년 동안 난민이 처한 상황은 악화일로다. 1999년 칼레 한 곳에 난민수용소가 들어서면서 난민이 몰리기 시작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반이민주의자로 유명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내무장관으로 재임하던 2001~2002년 이 수용소를 해체했다. 쫓겨난 3000여명이 황무지에 텐트를 치고 ‘정글’로 명명된 난민 군락으로 밀려났지만 그마저 2009년 강제 해산됐다. 프랑스에서 설 곳이 사라질수록 난민들은 영국행을 꿈꿨다. 지난해 9월 불법 이민자 235명을 싣고 영국으로 향하던 배가 뒤집혀 수장된 사건도 ‘잉글랜드 드림’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지난 6월 프랑스 선원 파업으로 유로터널이 잠시 폐쇄되고 발이 묶인 대형 화물트럭이 터널 앞에서 멈추는 혼란이 벌어진 뒤 ‘바닷길’ 대신 ‘터널길’을 노린 밀입국 시도가 급증했다. 지난달 27~28일 3000여명이 유로터널 앞 트럭에 뛰어오르기를 시도했다. 이제 프랑스뿐 아니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영국 보수당 정부도 난민에게 ‘무관용 정책’을 펴고 있다. 이미 470만 파운드(약 85억원)를 들여 유로터널 주변에 전기가 흐르는 울타리를 쌓았던 영국 정부는 700만 파운드(약 127억원)를 투입해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경찰견 등 경비 병력 보강에 나섰다. 난민들의 ‘잉글랜드 드림’엔 이유가 분명하다. 에리트레아, 파키스탄, 이란, 수단,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 등 주로 옛 영국 식민지 출신인 이들에겐 영어와 영국식 교육이 익숙하다. 난민 신청 뒤 반년 동안 프랑스가 성인에게만 정착 지원금을 주는 데 비해 영국은 미성년 난민 대기자에게도 주급 39~52파운드(약 7만~9만원)의 수당을 준다는 경제적 유인도 있다. 역으로 사하라 사막과 중동 사막을 건너고 뗏목에 의지해 지중해를 넘으며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 맞닥뜨린 50㎞ 길이 유로터널은 난민들에겐 꿈의 나라로 가는 ‘9부 능선’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단속 정책만으로 칼레의 난민 사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양국은 이날 유럽연합(EU)에 협조를 요청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더 멋진 국내 관광/이인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정책관

    [옴부즈맨 칼럼] 더 멋진 국내 관광/이인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정책관

    지난주에 조금 이른 여름휴가로 충남 부여-전남 완도-경북 안동을 다녀왔다. 휴가 첫날 부여 백마강 황포돛배에서 본 해질 무렵의 보슬비 내리는 낙화암은 삼천궁녀의 넋을 기리기에 충분히 고즈넉했다. 계절마다 펼쳐지는 어촌의 경치와 흥취를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로 노래한 고산 윤선도가 저 멀리 남쪽 끝 전남 보길도에 가게 된 까닭이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에 무릎을 꿇었다는 소식에 벼슬을 버리고 자연에 은거하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됐다. 안동에서는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유성룡 선생의 종택이 있는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둘러본 후 국보 제132호로 지정돼 있는 징비록(懲毖錄)을 살펴보았다. 미리 징계해 후환을 경계하는 기록, 눈물과 회한으로 쓴 전란의 기록인 징비록 또한 내 눈에는 낙화암의 삼천궁녀와 보길도의 윤선도가 느꼈을 나라 잃은 설움이 똑같이 스며 있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위축된 지역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전국을 강타한 이후 정부는 침체된 경기 회복을 위해 관광·숙박·공연 등 피해 업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의 지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휴가철 중국 유커(旅客)들의 발길이 끊어져 우리 국민들의 내수 관광이 절실히 요청됨에 따라 국내 관광 활성화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행정자치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여름휴가 국내 여행 가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공무원 여름휴가 국내 여행 후기 콘테스트’를 개최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다시 찾아온 여름, 다시 찾은 대한민국’ 캠페인을 추진하면서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쇼핑관광 축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내건 슬로건은 “가장 쉬운 나라 사랑은 국내 여행입니다”이다. 필자에게 이 문구가 와 닿는 이유는 앞서 다녀온 여행지에서 얻은 역사적 교훈과 상통한다. 전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국민들의 삶이 궁핍해지면 더 늦기 전에 온 국민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똘똘 뭉쳐 왔다. 외환위기 때는 돌반지를, 전통시장이 어려울 때는 온누리상품권을, 메르스가 멍들게 한 이 자리에는 국내 관광 발걸음을 모으는 국민이다. 지난 16일 명동 한켠에서는 제주지사가 시민들에게 화채를 나눠 주며 제주도 관광을 홍보하고 있었고, 다른 한켠에서는 모 항공사가 초청한 중국 여행사 대표, 언론인, 파워블로거로 구성된 중국 방한단이 명동을 둘러보고 있었다(서울신문 7월 17일자 사진기사).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 또한 역사성, 문화성 등 이색적인 공통점을 찾아 상생하기 위한 상품을 개발해 내고 있다. 지역 이름에 고을 주(州) 자가 있는 양주, 경주, 전주 등 14개 지자체가 구성한 전국동주도시교류협의회 등이 그것이다(서울신문 7월 21일자 “인연 찾아 뭉치는 지자체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힘들었던 기간 동안 열심히 산 국민들에게 필자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그대여, 생활에 변화를 주고 활력을 얻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여행을 떠나라! 그리고 그 여행이 나라 사랑이 될 수 있도록 마음껏 즐겨라.’ 서울신문은 그동안 ‘국내 여행’이라는 기획특집을 통해 많은 여행지를 소개해 왔다. 앞으로도 더욱더 값진 여행지, 해외보다 더 멋진 국내 관광지 안내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 주기 바란다.
  • [기고] ‘테헤란로의 번영’ 재현할 이란/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기고] ‘테헤란로의 번영’ 재현할 이란/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세종로, 을지로, 종로.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지명들 속에 유독 낯설게 여겨지는 도로명이 있다. 강남의 테헤란로가 그곳이다. 시원하게 쭉 뻗은 왕복 10차선의 대로에 빈틈없이 들어선 차들로 언제나 불야성을 이루는 서울의 대표적 번화가 테헤란로. 사실 테헤란로는 중동건설 붐이 한창이던 1970년대,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 서울이 자매결연한 것을 기념해 붙인 이름이다. 오늘날 테헤란로는 수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밀집해 ‘대한민국’의 번영을 대표하는 곳으로 자리잡았지만 우리 수출기업들에 이란은 멀고도 위험한 시장이었다. 79년 원리주의 종교지도자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과 오일 쇼크, 학생 시위대의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점거 등 이란은 미국과 서방세계의 대척점에 서 있었다. 8000만명이 넘는 중동 최대의 인구와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진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에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그림의 떡’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핵협상 타결에 따른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수출시장 확보는 물론이고 석유매장량 세계 4위의 자원 부국인 이란의 원유 수출이 재개되면 중장기적인 국제유가 안정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우리 수출기업들의 이란시장 진출 전략 수립과 실행의 경험은 향후 남북경협에도 소중한 ‘예행연습’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핵개발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면, 이란과 마찬가지로 남북 간의 경협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빗장이 풀린 황금시장을 글로벌 기업들이 놓칠 리 없다. 향후 10년간 2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이란의 노후 항공기 교체시장을 노리고 보잉과 에어버스가 이미 경합 중이고 정보기술(IT) 공룡 애플도 이란 진출을 탐색 중이다. 우리 기업들의 발 빠른 시장진출 전략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가장 위험한 곳에서 수출기업들과 함께하는 무역보험공사의 발걸음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사는 이미 올해 5월 이란 핵협상 잠정합의를 기점으로 이란에 수출하는 우리 중소기업에 대한 부보율(보험책임비율)을 기존 80%에서 90%로 상향하고 무신용장 거래도 최장 180일까지 무역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조치해 이란 수출의 물꼬를 차근차근 열어 가고 있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의 하반기 개최를 추진하고 무역보험 인수 제한 요건의 추가 완화 및 폐지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80만 달러에 그쳤던 대이란 무역보험 지원 실적은 올해 상반기에만 5000만 달러를 넘어서 향후 수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쿠바의 개방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에 따른 국제사회 복귀 등 일련의 변화는 우리 수출기업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무역전쟁’의 시대에 더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이란 시장의 문을 두드리길 기대해 본다. 70년대 오일 쇼크를 중동진출이라는 ‘역발상’으로 극복했던 우리 수출기업들의 저력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 멀리 갈 거 있나요, 집 앞 ‘워터파크’ 놔두고

    멀리 갈 거 있나요, 집 앞 ‘워터파크’ 놔두고

    ‘여름휴가’. 말만 들어도 설레는 단어다. 그런데 마냥 즐겁지만 않다. 마음 한편에 걸리는 게 많기 때문이다. 교통 체증과 예약 전쟁, 돈 등등. 설렘은 곧 답답함으로 바뀐다. 이를 단박에 풀 수 있는 피서지가 있다. 가깝고, 편하고, 돈도 별로 안 드는 서울의 한강이다. 수영장과 캠핑장은 물론 축제와 공연 등 다양한 형태로 여름을 즐길 수 있다. 17일부터 각종 물놀이와 수상레포츠, 문화공연으로 꾸며진 ‘2015 한강 몽땅 축제’가 시작됐다. 올해 주제는 ‘한강, 한여름 밤의 꿈’이다. 2013년 시작된 뒤 해마다 900만명 넘는 시민들이 찾는 대표 여름 축제다. 추억에 남을 한강 피서법을 찾아보자. ●강바람 맞으며 별과 함께 즐기는 ‘도심 캠핑’ 한여름 밤 텐트에서 맞는 강바람은 선풍기와 비교할 게 못 된다. 은은한 달빛과 별빛뿐 아니라 도심의 네온사인이 도심 캠핑의 운치를 더한다. 버너에는 보글보글 라면이 끓고, 바비큐그릴에선 지글지글 고기가 구워지고. 여기에 가슴속까지 시원한 맥주를 더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주말에도 밀린 일에 치이다 보면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의 캠핑은 꿈 같은 얘기다. ‘낭만이 고픈’ 이들에게 18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여의도·뚝섬·잠실·잠원·양화 등 5곳에서 운영되는 여름 캠핑장을 추천한다. 특히 반길 사람은 초보 캠핑족들이다. 양화를 제외한 4곳은 시에서 텐트를 설치해놨다. 아내나 여자친구 앞에서 낑낑대고 텐트 치다 넘어지는 수모를 겪을 필요가 없다. 모든 장비를 빌릴 수 있다. 올해는 샤워장과 바비큐 존 등 편의시설을 많이 늘렸다. 하지만,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곧 여름방학이다. 이미 토요일은 모두 마감됐다. 그래도 도심에 있어 평일에 직장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보내기에 충분하다. 1544-1555. ●일상의 스트레스 잊게 하는 공연으로 ‘감성충전’ 열대야로 잠 못 든다면 무작정 한강변으로 나가보라. 7월 한 달 각종 무료공연이 이어진다. 시원한 강바람, 아름다운 별빛과 어우러지는 멋진 선율이 무더위를 잊게 해준다. 매주 수요일 여의도 물빛무대에서는 로맨틱한 ‘재즈의 밤’이 열린다. 오는 22일에는 러쉬라이프, 29일에는 김대호 퀄텟이 연주한다. 매주 금요일에는 공연과 영화를, 토요일에는 충전 콘서트, 일요일에는 국악 한마당이 준비됐다. 이색적인 데이트를 원한다면 ‘광진교 8번가’를 추천한다. 광진교 하부에 있는 광진교 8번가는 통유리 바닥으로 한강 위에 떠 있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아직 손도 못 잡은 커플들, 꼭 가봐야 한다. 각종 공연과 영화도 볼 수 있다. 매주 금요일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등 로맨틱 영화만 틀어준다. 배우 염우형의 해설도 곁들인다. ‘토요 문화살롱’에서는 토크 콘서트와 음악 감상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오는 25일 열리는 ‘아름다운 콘서트’에선 7080 음악을 감상할 수 있으니 중년 부부들에게도 ‘추억 돋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일요일에는 피아노와 재즈 공연이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방한다. 둘째, 넷째 월요일엔 휴무다. 조용하게 혼자 여름 밤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뚝섬 청담대교 하부의 ‘자벌레’를 권한다. 7월 내내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계속한다. 오는 20~26일에는 전국 ‘장애 이해 사진 및 실천사례 UCC전’이 열리고 한강의 사계를 주제로 한 사진전도 볼 수 있다. 2층에 마련된 작은 도서관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워터파크 안 부러운 야외 수영장서 ‘짜릿한 추억’ 여름 한강의 백미는 역시 야외 수영장이다. 지난해에는 33여만명이 찾았다. 이날 한강 야외 수영장과 물놀이장이 동시에 문을 열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여파로 예년보다 보름 정도 늦었다. 다음달 23일까지 뚝섬·여의도·광나루·망원·잠실·잠원 야외수영장과 난지·양화 강변 물놀이장을 운영한다. 워터파크 수준의 역동적인 물놀이를 기대한다면 여의도와 뚝섬 수영장이 제격이다. 뚝섬은 흐르는 물에서 튜브를 타고 도는 유수풀과, 4m 높이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는 아쿠아링을 선보인다. 여의도 수영장에는 아쿠아링과 함께 물대포, 스파이럴 터널 등 다양한 시설이 준비돼 있다. 그래서인지 젊은 남녀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솔로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에어 슬라이드는 잠실·잠원·망원 수영장에 있다. 수영복 입기가 부담스럽거나 귀찮은 이들에게는 난지 물놀이장을 추천한다. 간편한 복장으로 이용할 수 있고 한강을 배경으로 한 음악분수가 있어 어린이들도 좋아한다. 수영장에서의 로맨스가 빠질 수 없다. 연인들을 위한 오붓한 물놀이 장소로는 광나루 수영장과 양화 물놀이장이 좋다. 광나루 수영장은 아기자기함과 수영장 중간에 설치된 터널 분수가 특징이다. 양화 물놀이장은 올해 첫선을 보였다. 생태공원과 연계한 자연친화적인 조성이 특징으로, 더 여유로운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교통 정체와 주차 문제가 걱정이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잠실 수영장과 양화 물놀이장이 가장 편리하다.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0~15분 걸린다. 잠실 수영장은 신천역 7번 출구에서, 양화 물놀이장은 당산역 4번 출구에서 가깝다. 이용 시간은 모두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주말에는 오후 10시까지 휴일 없이 운영된다. ●물싸움부터 수상레포츠까지… 어딜가나 ‘축제’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길 물놀이도 많다. 이날부터 오는 19일까지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는 ‘한강 물싸움 축제’가 열린다. 유일한 참가 조건은 물총을 갖고 오는 것뿐이다. ‘청팀 백팀 물쌈 전쟁’ 등 이벤트가 수시로 펼쳐진다. 18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여의도 공원에서 ‘수상 레저 박람회’가 개최된다. 수상 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 이촌·양화·반포 공원에선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요트, 고무보트, 카약 등을 배울 수 있다. 이 밖에 윈드서핑이나 오리보트 경주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이 정도면 멀리 갈 필요 있겠나. 올여름은 ‘누구와 함께’ 갈지만 고민하면 된다. 한강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보길.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의사들의 전쟁’

     최근 들어 국내 각급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질병을 치료한다는 고답적인 의료 개념을 적극적으로 확장한 결과다. 즉, 의료가 더 이상 병원이나 지역에서 보수적으로 영향권을 지키려 해서는 안 된다는 개척적 발상이고, 오는 환자만을 치료하는 과거의 진료권 행사 방식을 뛰어넘는 도발적인 시도다. 이런 변화는 의료의 산업화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가까운 중국 시장을 겨냥했다가 패퇴한 아픈 기억들을 가진 우리지만, 의료의 해외 진출이 의료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개념의 영토 확장, 시장 확장이라는 점에서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의료 해외진출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의료진이 직접 찾아나섰던 예전의 왕진(往診)과는 또 다른 개념이다. 왕진이 아픈 환자만을 찾아가는 의료서비스였다면, 해외 진출은 환자를 찾아가는 왕진의료의 확대이자 동시에 적극적인 시장 개척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물론, 이런 의료 수출의 배경에는 단기간에 우뚝하게 성장한 우리의 의료, 그리고 그 의료와 연계된 자본이 존재한다. 사실, 자본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거창하다. 왜냐면, 해외 시장을 열겠다고 독하게 맘 먹고 ‘나라 밖의 전쟁터’에 나서는 의료인들이 가진 자본이라는 ‘전쟁비용’은 국가가 지원하는 정책자금이나 대기업이 책정한 전략예산처럼 거액이 아니다. 그렇다고 병원이 대는 비용도 아니다. 오로지 의사 개인 돈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각오가 더 비장하고, 그들의 의지가 더 결연하다.  혹자는 “돈 까먹으러 가는 거지”라거나 “돈 많이 벌어놓은 모양이네”라고 쉽게 말하고 마는 의료인들의 그 답 없는 도전, 총성도 없는 살벌한 전쟁의 이면을 들여다 본다. ■찾아오는 환자는 늘었지만…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는 한국브랜드병의원협회(회장 안건영) 주최로 의료 해외진출과 관련한 의미있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한 한림대 정왕교 교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 김장욱 분석평가실장의 발표를 보면, 우리가 이 시점에서 왜 ‘의료’라는 상품을 들고 마치 ‘기업가’처럼 해외로 나가야 하는 지를 설득력있게 보여 준다.  먼저, 정왕교 교수의 발표를 보자.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2012년 15만 9464명이던 것이 2013년에는 21만 1218명으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이로 인한 수익은 1030억원이서 3930억원으로 4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내용을 좀 더 상세하게 들여다 보자.  병원 이용 형태(2013년 기준)별로는, 외래진료가 17만 270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입원 2만 137명, 건강검진 1만 8379명 등이었다. 이들이 이용한 병원으로는, 7만 7738명(36.8%)이 상급종합병원을, 5만 2996명(25.1%)이 종합병원을, 4만 6366명(22.0%)이 의원을, 1만 8638명(8.8%)이 병원을 각각 이용해 이들이 전체의 93% 가량을 차지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활약이다. 규모 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해외 환자 유치율이 22.0%라는 건 의사 수 등 규모의 불리를 이겨냈다는 점에서 ‘선전’이라는 평가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환자들의 국적 분포는 어떨까. 역시 중국이 5만 6075명(26.5%)으로 압도적이다. 이어 미국 3만 2750명(15.5%), 러시아 2만 4026명(11.4%), 일본 1만 6849명(8.0%), 몽골 1만 2034명(5.7%)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베트남 카자흐스탄 캐나다 필리핀 영국 호주 우스베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폴 아랍에미레이트 독일 프랑스 등이 0.4∼1.4%대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를 국가별 증감 추이로 분석해 보면 우리 의료에 대한 각 나라별 선호도를 가늠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2011년 1만 9222명에서 5만 6075명으로 3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고, 러시아는 9650명에서 2만 4026명으로 2.5배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비해 미국 환자는 약간의 증가 수준이었고, 일본 환자는 2만 2491명에서 1만 6849명으로 오히려 상당히 감소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 간단한 분석은 우리 의료의 해외 진출이 어느 곳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답은 중국과 러시아다. 사실, 미국 환자는 속을 들여다 보면 실상과는 약간 다르다. 미국에서 직접 우리나라를 찾는 환자라기보다 미국에 거주하는 교포나 한국에 체류하는 주한미군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고 보면 중국이 우리의 의료 수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략적 타깃임을 간파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떻든, 우리나라를 찾아 의료 서비스를 받는 해외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 현상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몇 가지 문제가 남는다. 이처럼 찾아오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으며, 이미 국내 의료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냉정한 평가가 그것이다. 또 인도적·선의적 관점에서도 의료 수준이 상대적으로 낙후한 곳을 찾아가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권장할 일이다.  이에 따라 국내 각급 병·의원들의 해외 진출이 활성화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 운영을 시작했는가 하면, 연세의료원·삼성의료원 등 대형 병원과 우리들병원을 비롯한 병·의원들의 해외 진출도 크게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 규제연구센터 김장욱 분석평가실장의 분석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 건수는 모두 125건으로, 2013년의 111건 대비 12.6%의 증가 추이를 보였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4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 35건, 동남아 18건, 몽골12건, 중동 5건 등으로 나타났다.  진출 형태도 눈여겨 볼만 하다. 진출 사례 125건 중 단독 진출이 31건으로 가장 많았고, 라이센싱(브랜드) 26건, 프랜차이징 25건, 연락사무소 21건, 합작 10건 등이었다. 나머지는 자선진료소나 위탁경영 등이었다. 특징적인 것은,미국의 경우 단독진출이 19건으로 가장 많았던데 비해 중국은 라이센싱과 프랜차이징이 각각 11,15건을 차지(단독 진출은 4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 진출한 의료기관의 진료과목에는 우리 의료의 강점과 약점이 함축적으로 투영돼 있다. 피부·성형이 39건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었고, 한방 23건, 치과 13건, 종합 10건, 건강검진 4건 등이었다.    ■‘의료’와 ‘산업’ 사이  문제는 이렇게 물꼬가 트였지만, 갈 길이 멀고 험하다는 점이다. 의료기관이 해외로 진출할 때는 대부분이 산업적 목적을 1차적으로 지향한다. 하지만 국내 의료 관련법에 따르면 의료법인으로서는 원천적으로 해외 진출이 어렵다. 이 때문에 중국 등지의 광대한 시장으로 노리고 진출하는 대부분의 병의원들은 개인투자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외 시장으로 나갔던 수많은 의료기관들이 패퇴했다. 개인 자격으로는 현지 협상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의료행위에 대한 현지 신뢰도에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정부의 보호 정책이 거의 없어 시쳇말로 현지 당국과 중간에 개입하는 거간꾼들의 쉬운 먹잇감이었던 셈이다.  중국에 진출했다가 고전 끝에 철수한 한 의료인은 “법과 제도 때문에 인력 파견이나 송금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현지 정보 부재와 자금 등의 문제 때문에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의료법인이 아니라 개인 자격의 해외 진출은 현지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하기 어려워 분쟁 상황에서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데, 이는 곧 실패를 의미한다”고 털어놨다.  한국브랜드병의원협회 안건영 회장은 “많은 국내 의료기관들이 해외로 나가 시장을 확보하고, 앞선 의료를 통해 국위를 선양할 기회를 갖고 싶어 하지만, 국내 법과 현지 정보부족, 현지 지원체제 부재와 인력수급, 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의료법인의 투자 규제 문제를 단시일 내에 전향적으로 풀어낼 수 없다면, 해외에 진출할 경우에만 산업적 기준을 적용하는 등 이원체제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의료는 규제나 법규정의 측면에서 서로 융합하기 어려운 양면성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우리나라는 의료가 수익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 대한 진료가 우선이라는 고전적 의료관이 의료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의료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또 현재의 국민건강의료보험 체계도 이같은 공공성을 전제로 구축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의료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해외에서의 의료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병원에 앉아서 찾아오는 환자만 치료하던 고답적 방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해외 진출 논의가 달아오르고, 실제로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모두 의료가 아닌 산업적 관점으로 보아야만 이해가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김정욱 분석평가실장이 의료 해외진출의 애로사항으로 제시한 △정보 부족 △현지 네트워크 부재 △법과 제도 미비 △인력수급의 어려움 △자금 조달체계의 부재 등은 뒤집어 말하면 우리 의료기관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필요한 기본 요소 중에서 의료인들의 의지 말고는 갖춰진 게 거의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상태라면 ‘수출’로 표현되는 고부가 의료산업의 해외 진출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이 많았지만, 성공 사례가 손으로 꼽을 만큼 희귀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수많은 제약과 규제의 벽을 넘어 현재 중국 정부가 비준한 유일한 한중 합작병원으로 자리 잡은 상하이 서울리거성형미용병원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상하이 서울리거성형미용병원의 도전  상하이 중심가 동방명주와 월드금융센터, 상하이센터가 한눈에 보이는 황푸 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 서울리거병원은 한국의료수출협회가 공인한 의료수출 제1호 병원이다. 중국 철도 시설을 현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한 연건평 2000여 평의 이 병원은 한국 의료기관이 아니라 의료인 개인의 중국 진출이라는 불리를 극복하기 위해 3년여에 걸쳐 현지 규제기준 이상의 인력과 시설을 갖췄다. 반도체 공장 수준의 무균 시스템병원에다 심장 격인 수술실은 천재지변에 대비한 비상 동력 공급장치을 설치했으며, 최근 급신장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력을 감안해 최고 수준의 스파 치료시설도 마련했다. 이 병원의 목표는 간단하다. 중국 최고의 글로벌 미용성형 병원을 만들어 최고의 의료 수준과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앞선 의료시스템과 잘 훈련된 의료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피부과, 성형외과, 모발이식 등으로 중국 현지 의료의 ‘거대한 틈새’를 공략했다. 현지인들의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이곳에서 치료받고 있는 한 중국인 환자는 “중국에서 가장 발전했다는 상하이에서도 지금까지 정도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는 어려웠다”면서 “서울리거병원은 한국의 앞선 성형 및 피부 관련 의료서비스를 한국인 의사로부터 제공받는다는 점 뿐 아니라 중국 의료의 수준과 다양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사례”라고 말했다.  서울리거병원이 중국에서 주목할 성공을 거둔 것은 철저한 현지화 결과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홍성범 병원장은 중국 현지화의 관건으로 중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들었다. “이곳에서 중국을 단순한 시장으로만 보려고 하면 답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아무리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부가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다. 그들을 진정성 있게 대하고, 성실하게 진료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면서 “현지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 자본 등에서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니라면 정착할 때까지는 물론 안정된 후에도 철저한 현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리거병원의 현지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홍성범 병원장은 “한국의 의료라고 해서 당장 중국 환자들이 관심을 가질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면서 “중국 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삼기보다 중국의 의료 발전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현지 의사들을 교육하는 등의 접근도 중요한 현지화 전략이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리거병원은 한국의료수출협회로부터 ‘국제 성형외과 의사교육센터’로 공인받아 중국 의사들을 교육하고 있고, 이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국 의료기관의 중국 진출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안지에로펌 이수철 변호사는 “의료 수출의 전제조건은 철저한 현지 분석과 대응, 그리고 법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는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정부의 금융지원은 물론 국내에서는 당장 현실화가 어려운 영리병원 문제에 대한 보완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제도 보완이 없으면 문화적·지리적으로 우리와 이질감이 적고, 시장이 큰 중국에서도 다른 경쟁국에 밀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  홍성범 병원장은 “법적 명의가 중국 측에 있어 권리 행사가 극히 제한적인 원내원(院內院) 방식이나 수익률 제고에 한계가 있는 기술제휴 컨설팅 방식이 아니라 서울리거병원은 투자자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는 합작병원 방식으로 중국에서 입지를 다졌다”면서 “이를 성공이라고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성공으로 가는 한 과정일 뿐이며,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지적은 현장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2013년에 한 조사기관이 해외 진출 경험이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시스템 해외 진출 현황 및 전망’조사 결과, 특별법 제정 등 법적·제도적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무려 49.8%에 달했다. 또 전문기관과 전문가 육성을 통한 지원이 45.4%, 전문 펀드 조성 등 금융 지원방안 마련이 33.8%에 이르렀다. 정부간 보건의료 협력외교(29.7%), 해외진출 병원에 대한 별도의 평가 및 인증절차 마련(23.1%)도 중요한 대책으로 꼽혔다.  사실, 영리병원 허용 문제는 국내에서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현안이다. 경제력의 격차가 의료 격차로 나타나는데 대한 국민적 거부감 때문이다. 여기에다 영리병원을 허용해서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수혜를 보는 집단이 민간보험사일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꼽힌다. 영리병원의 비싼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이 감당할 수 없어 결국 부유층은 사보험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어 사보험은 배를 불리는 반면 국민건강보험 체계는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또 사회적으로 건전하지 못한 자본이 대거 병원 경영에 유입되는데 따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선거가 있는 한 영리병원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필자는 지금도 국내에서의 영리병원 허용에 반대한다. 논리는 이렇다. 같은 감기 환자를 똑같은 방법으로 치료하는데, A 병원의 진료비는 1000원이고 B 병원의 진료비를 5000원이다. 이는 진료 수준이나 치료 방식, 약제의 차이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진료 외적 서비스에서 발생한 차별이라고 보는 게 옳다. 가뜩이나 양극화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의료를 두고 이런 불평등이 현실화한다면,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내부 분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건보 가입자가 속속 사보험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발생하는 건강보험 체계의 붕괴는 국민보건 차원에서 볼 때 재앙이다. 국내외 민간 보험사들이 영리병원 허용에 목을 매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 때문에 의료 수출까지 막아서는 안된다는 논리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의료와 산업이라는 두 측면에서 볼 때, 국내 의료인력과 시설은 이미 포화 수준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적절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의료에너지를 투입할 합리적인 용처가 필요하다. 의료수출을 통해 의료 영역을 확대해야 하는 한 가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다른 관점은, 의료를 적극적으로 산업화해 국부 창출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다. 사실, 우리 의료는 임상 분야에 지나치게 치중해 왔다. 당장은 진료의 질과 양이 일정 수준 확대되는 효과를 보였으나, 기초연구를 통한 의료 수준의 향상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의료 신기술은 물론 의료와 밀접한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 분야에서도 비효율성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의료 수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의료의 산업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관련 법령의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는 결국 의료의 낙후와 건강보험 수급체계의 왜곡, 의료수익의 투자 기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개원의 원장 집에서 발견된 거액의 현금 다발은, 투자 등 선순환 체계로 끌어들이지 못한 의료수익이 어떤 문제를 낳을 수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하이에 터를 닦은 서울리거병원이 실패하면 적어도 의료 분야에 있어 중국은 더 이상 한국 의료의 이상향이 될 수 없게 된다”는 홍성범 원장의 비장함이 상징하는 한국 의료의 현실이 더 이상 의료선진화의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한번 두드려보고 마는 식이 아니라 실효성있는 정책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국민적 합의를 끌어 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야심 만만한 우리 의료인들이 ‘의료’라는 무기를 들고 해외로 나가 전쟁을 벌이는 판에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되는 일이 아니다.  jeshim@seoul.co.kr
  • 오바마 “이란 핵합의 역사적 기회…더 나은 대안 없다”

    오바마 “이란 핵합의 역사적 기회…더 나은 대안 없다”

    ‘오바마 이란 핵합의 역사적 기회’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는 역사적 기회”라면서 “더 나은 대안은 없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가 더 안전한 세상을 추구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합의의 성과 및 의의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이란 핵합의를 ‘잘못된 합의’라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결사저지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의회와 국민을 상대로 ‘핵합의 세일즈’에 본격 나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는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이익에 부합한다”면서 “이번 합의를 통해 가장 중대한 위협, 즉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모든 통로를 차단했다. 이란의 주요 시설에 대한 전례 없는 24시간 상시 모니터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번 합의가 없다면 이란의 핵개발 통로는 계속 열려 있을 것이고, 이란은 결국 핵무기 개발로 더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핵합의가 없다면 사찰도 할 수 없고 이란의 핵프로그램 모니터 및 은밀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도 탐지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이번 합의에 따라 철저한 사찰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이고 이란이 합의를 어길 경우에는 그동안 이란 경제를 옥죄어 온 제재가 곧바로 재개되게 된다”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등이 이란 핵합의를 강력히 비판하는 데 대해선 “이번 협상이 모든 위협을 제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데서는 최상의 협상이다. 이란과의 전쟁은 물론 중동 지역 내 핵무기 경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면서 “반대파들로부터 더 나은 어떤 대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이 이란 핵합의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잘못된 정보나 의혹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의해 판단을 한다면 다수가 이번 협상을 승인해야 한다”며 미 의회의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이란 핵합의에 대한 열띤 토론을 기대한다. 국가안보 정책은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정밀검증과 투명성이 보장돼야 더 강하고 효과적이게 된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토론을 하더라도 이번 합의를 통해 얻은 기회, 즉 큰 그림은 놓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 등 아랍 동맹의 우려와 불만을 잠재우려는 노력도 배가했다. 그는 “이번 핵합의에도 이란의 테러 지원 및 중동지역 불안정 야기 등과 관련해선 여전히 중대한 이견이 있다”면서 “이란은 여전히 우리의 이익과 가치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테러 지원이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인권문제와 관련한 대(對)이란 제재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이스라엘과의 전례 없는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걸프 국가들과의 협력도 계속해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5년째로 접어든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선 “러시아나 터키, 또 다른 파트너 국가들의 지원 없이는 시리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이란 역시 시리아 문제 논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CBS 기자가 ‘이란 억류 미국인 인질들이 여전히 감옥에 남아 있는데도 이번 합의에 왜 그리 만족하고 환호하느냐’고 묻자 “고통받는 미국인이 이란 감옥에 있는데도 내가 만족하고 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좀 제대로 알고 질문을 해야죠”라며 ‘핀잔’을 줬다. 그는 “우리는 매일 인질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들이 석방될 때까지 그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에 인질 문제를 연계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 ‘나쁜 협상’을 피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란이 인질 문제를 지렛대로 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란 핵협상 타결] 중동 ‘3대 난제’ 출구 열린다

    이란 핵협상이 14일 타결되면서 ‘중동 난제’라는 고차 방정식이 풀리는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재 중동의 난제는 크게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사태와 시리아 내전, 예멘 전쟁으로 압축된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3월 핵협상 결과가 다른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만큼 이번 타결이 중동 정세 변화의 기폭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IS 사태에 이란이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지금도 군사고문단 형태로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를 사실상 지휘하지만 의혹만 무성하던 공군과 지상군 투입이 본격화할 수도 있다. 미국의 IS 격퇴 작전에 이란이 협조하는 연결고리는 유엔의 무기 금수조치 해제이다. IS를 격퇴하려면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에 무기가 더 필요하다며 이란 측이 무기 금수 해제를 줄곧 주장해 왔다. 5년째 접어든 시리아 내전도 이란이 움직이지 않으면 해법을 찾기 어렵다. 미국의 바람은 알아사드 세력 자체를 퇴출하는 ‘레짐 체인지’ 또는 적어도 알아사드를 상징적으로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시리아 문제에 대한 이란의 정책 방향의 큰 줄기는 걸프 왕정과 이집트의 수니파와 맞서기 위해 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를 공고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핵협상이 타결됐다고 해서 이란이 시리아 정책을 크게 바꾸지는 않겠지만 미국과 느슨한 공조를 바탕으로 중동의 평화 정착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알아사드 개인의 퇴진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예멘 전쟁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의 배후가 이란이라고는 하지만 직접 당사자가 아닌 이란으로선 예멘 사태가 장기화해도 큰 손해는 없다. 석 달 넘게 예멘을 공습하고는 있지만 확실히 승기를 잡지 못한 이란의 ‘숙적’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적·정치적 부담만 커지게 된다. 예멘에 직접 발을 담그지 않으면서도 비인도적 피해를 고리로 사우디를 비난하는 이란이 예멘 사태 해결에 나설 수도 있다. 게다가 무기 금수조치가 해제된 이란과 사실상 핵무기국 이스라엘의 세력 확장에 맞서 사우디가 더욱 군비를 증강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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