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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조작’ 김경수 2심 맡은 새 재판부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 다시 살필 것”

    ‘댓글조작’ 김경수 2심 맡은 새 재판부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 다시 살필 것”

    ‘불법 댓글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53)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을 맡은 새 재판부가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를 다시 살펴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지사가 시연회를 봤다고 잠정적으로 판단한 전임 재판부의 의견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함상훈)는 24일 김 지사의 15회 공판에서 공판 갱신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김 지사 측의 요청에 따라 다음 기일에 김 지사 측과 특별검사팀에 각 2시간의 발표(PT) 시간을 부여했다. 검찰은 전임 재판부가 지난 1월 21일 선고 기일을 연기하고 재판을 재개하면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8개 항목 위주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임 재판부가) 잠정 결론을 내린 부분을 논쟁하기 위해서라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전임 재판부는 “김 지사가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한 사실은 객관적 증거로 증명이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판부의 구성이 바뀐 만큼 전반적인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 심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지사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올해 법관 인사와 사무 분담으로 주심을 제외한 나머지 부장판사들이 교체됐다. 재판이 끝난 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조심스럽지만 재판부가 변경됐기 때문에 잠정적인 결론이 그대로 유지되리란 보장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정부도 재난기본소득 도입 초읽기…文 “새달부터 4대 보험료 등 유예”

    정부도 재난기본소득 도입 초읽기…文 “새달부터 4대 보험료 등 유예”

    靑, 전 국민 현금성 지원에는 부정적24일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실효성 있는 생계지원방안’을 주문하면서 재난기본소득(수당) 지급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현금성 지원 확대가 포퓰리즘으로 비춰질 것을 경계하면서도, 경기 대응을 위한 현금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2차 회의에서 “3차 회의에선 실효성 있는 생계지원방안에 대해 재정 소요를 고려해 신속한 결론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기 바란다”면서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며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는 정부 의지를 신속하고 분명하게 보여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4대 보험료와 전기료 등 공과금 유예 또는 면제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4월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실효성 있는 생계지원방안 마련에 대한 지시는 지난 19일 1차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밝힌 ‘취약계층 우선’ 원칙과는 결이 다른 지점으로 더욱 과감한 조치를 주문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는 여전히 전 국민 대상의 일괄적 현금성 지원에 대해 부정적이다. 현금성 지원은 재정을 방만하게 만들고 재정승수가 다른 재정지출보다 떨어져 정책 효과가 낮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찮게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등이 현금 지원책을 내놓은 것도 포퓰리즘에 대한 부담을 덜어 줬다는 분석이다. 다만 도입한다면 빈곤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확대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관심은 지급 대상과 규모, 그리고 방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고소득층에 재난기본소득을 현금으로 지급하면 금고로 돈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용 기간이 한정된 지역화폐 등을 활용하는 게 소비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내국인 무증상 입국자 3일간 자가격리 후 검사

    내국인 무증상 입국자 3일간 자가격리 후 검사

    23일 방역지침 위반 종교시설 1456곳정부의 강화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어긴 집단시설들이 대거 적발됐다. 시민들이 꽃구경에 나서며 야외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유럽에서 정부 예상보다 많은 입국자가 들어와 해외 유입 환자를 막는 데도 비상이 걸렸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3일 하루 동안 방역지침을 위반한 전국 종교시설 1456곳과 콜센터 29곳, 유흥시설 101곳 등 모두 3482곳에 대해 행정지도를 하고 이 중 위반행위가 심각한 454곳에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행정명령 대상은 종교시설 442곳과 체육시설 12곳이다. 이 시설들은 발열 체크, 2m 이상 거리 유지, 단체식사 제공 금지, 방역책임자 배치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회의에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봄 햇살을 조심스럽게 즐기는 것을 넘어 꽃 구경에 인파가 몰리고 클럽행을 계획하는 젊은 분들도 있다”면서 “한 사람의 방심이 누군가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신천지가 아닌 전체 코로나19 환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3%(504명)에 이른다. 클럽, 극장 등 대중시설 이용 빈도가 잦다 보니 환자도 그만큼 많이 나오고 있다. 꽃구경의 경우 마스크와 2m 거리 유지가 필수다. 이와 함께 미국 등 유럽 이외 다른 국가로도 전수 진단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재 검역 인력과 검사 물량으로는 유럽발 입국자를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유럽발 입국자 전수 진단검사를 시행한 첫날(22일) 1444명이 검사를 받아 이 중 1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23일에도 18명이 나왔다. 밀폐된 곳에서 유증상자들이 장시간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등 혼선이 빚어지자 정부는 이날 개선책을 내놓았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내국인 무증상자는 일단 자가격리 후 3일 이내에 검사를 시행해 자원을 유증상자 중심으로 집중해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무증상자는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해 검사를 받고 있다. 진단검사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다. 유럽발 입국자는 하루 평균 1000여명으로, 검사에만 1억원 가까이 들어간다. 정부는 감염 확산을 막고 내국인을 보호하고자 검사비를 지원하되 생활비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유럽발 입국자는 개인의 선택에 따른 입국이어서 일반적 자가격리 대상자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며 “국내 유입을 유도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n번방 피해로 꿈도 접어”…n번방 피해 여학생의 눈물

    “n번방 피해로 꿈도 접어”…n번방 피해 여학생의 눈물

    “대외적으론 장애인을 돕는 등 약자를 챙기는 모습을 하고 뒤에서는 미성년자에게 성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돈벌이로 이용했더군요. 그게 사람이 할 짓인가요?” 텔레그램을 통해 여성과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의 피해자인 고등학생 A양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n번방 가운데 하나인 박사방 주요 운영자 조주빈(25·구속)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2019년 6월 당시 중학생이었던 A양은 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찾던 중 고액의 ‘스폰 알바’ 제의를 받았다. 스폰 알바를 제의한 남성은 A양에게 텔레그램을 설치하게 한 후 텔레그램으로 이야기하자고 유인했다. A양도 처음에는 남성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 그러나 남성이 회사 이름, 주식 현황 등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자 조금씩 그를 믿기 시작했다. 남성은 “돈을 입금하겠다”, “선물을 보내주겠다” 등의 말로 A양의 이름과 계좌, 주소,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처음에는 얼굴이 나오지 않게 몸 영상만 찍어도 된다고 말하던 남성은 “얼굴을 보여달라”, “교복 스타킹을 찢어달라”라며 점점 수위를 높여 나갔다. 급기야는 학용품을 이용한 성착취 영상을 요구했다. A양이 거부하자 “나에게 너의 영상과 개인정보가 있으니 기어오르지 마라”라고 협박했다. A양은 두려운 나머지 남성이 시키는 대로 영상을 더 찍어 보냈다. 그렇게 보낸 영상이 40여 편이다. 피해는 2주가 넘게 지속됐다. 이후 남성은 A양에게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잠적했다. A양은 “제발 그러지 말아주세요”라고 애원했지만 남성과 대화하던 비밀 대화방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A양은 영상이 유포돼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두려움에 떨면서 지냈다. 한여름에도 몸을 감싸고 외출했고, 주변에 다가오는 사람들도 믿지 못하고 겁을 냈다. 하고 싶었던 음악의 꿈도 포기했다. A양은 “꿈이 있으니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A양은 자신이 겪은 일이 어떤 일인지 모르는 채 지내다 최근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그때의 일이 n번방의 일종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양은 “n번방을 검색하자 제일 먼저 나오는 ‘텔레그램’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n번방 기사를 모두 읽은 A양은 그때의 기억에 손을 벌벌 떨고 눈물을 흘렸다. A양은 n번방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에 두 번 상처받았다. A양은 “생활비가 간절했다. 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구하면서 미성년자도 고용해달라고 사장님한테 간절히 부탁해봤지만 일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서 “다른 방법도 열심히 찾아봤는데 힘들었던 사정은 몰라주고 함부로 말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A양은 용기 내서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A양은 “이 일이 묻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공론화에 나섰다”라면서 “그동안 세상 속에 혼자 있는 기분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줘서 힘을 냈다. 다른 피해자들도 함께 용기 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권영진 “신천지 교인으로 인해 대구 너무 고통 받았다”

    권영진 “신천지 교인으로 인해 대구 너무 고통 받았다”

    “신천지에 가혹한 게 아니라 공동체 지키는 의무”권영진 대구시장은 24일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한 조치에 대해 “신천지에 가혹한 게 아니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부 신천지 교인이 시설 폐쇄 등이 가혹하다며 반발한다는 말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신천지 교인들로 인해 대구가 너무 고통을 받았다”며 “일부 얘기를 전체 얘기로 받아들여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생활치료센터 등에 입소했다가 퇴원한 (신천지) 분들이 남긴 글을 보면 미안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신천지 관련 방역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관해서 권 시장은 “느슨하지 않다. 신천지 교인 집단 거주시설을 중심으로 매일 순찰을 하고 삼삼오오 모이는 것을 단속하고 있다”며 “신천지 교회 스스로도 조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차 행정조사에서 확보한 유년부, 학생부, 위장교회 명단을 토대로 밝혀낸 미검사자들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가 마무리돼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정 총리 “꽃 구경? 한 사람 방심, 공동체 무너뜨려…거리두기 강화”

    정 총리 “꽃 구경? 한 사람 방심, 공동체 무너뜨려…거리두기 강화”

    “모든 행정력 동원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꽃 구경 인파 등이 생겨나자 “한 사람의 방심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며 다음 달 5일 초중고 개학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해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정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4월 5일까지 정부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에 나설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정 총리는 “긴 겨울이 지나고 화창한 봄날이 시작됐고, 오랜 고립과 긴장에 많이들 지쳤을 줄 안다”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참여하고 있지만 조심스레 봄 햇살을 즐기는 것을 넘어 꽃 구경에 인파가 몰리고, 클럽행을 계획하는 젊은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40대 이하 환자의 치명률이 걱정했던 것보다 낮은 것도 경각심을 늦춘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모두가 확실히 참여하지 않으면 언제 우리 아이들을 학교로 돌려보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당신이 어디를 가느냐가 다른 사람의 삶과 죽음을 가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면서 “아이들과 공동체, 대한민국 안전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유럽발 입국자 90%가 우리 국민… 감염 우려 최소화 조치 마련” 정 총리는 이어 정부가 지난 22일부터 모든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입국자 90%가 우리 국민”이라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조치일 뿐 아니라, 해외에서 돌아오는 국민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이틀간 2300여명의 유럽 입국자를 임시시설에 수용하고 검사하는 과정이 원활하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다른 지역 입국자에 대한 강화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방역 역량이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개선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장시간 공항 대기로 인한 불편과 감염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주문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코로나19 속 일본 출간기념회

    [김금숙의 만화경] 코로나19 속 일본 출간기념회

    “미쳤군, 미쳤어! 당장 취소해.” ‘풀’의 일본 출간을 기념한 강연과 사인회로 일본에 간다고 했더니 우리 가족은 난리가 났다. “지금 도쿄가 제일 위험해. 가지 마.” 나는 조심하겠노라고 안심을 시켰지만 막상 떠나기 전날 밤에는 작업하느라고 잊었던 불안이 몰려왔다. #2월 20일(목) 코로나19 때문인가? 이렇게 한산한 김포공항 국제선을 보기는 처음이다. 오후 6시 35분쯤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아 나가니 이케다(Women’s Active Museum on War and Peace : WAM의 전 관장), 오카하라(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히로시마 네트워크 사무국장) 고로카라 출판사의 대표 기세, 그리고 ‘풀’을 일어로 번역한 스미에, 이령경씨가 나를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다음날 오전 나는 이케다, 오카하라, 스미에와 간다 고서가에 들렀다. 그곳에서 우연찮게 1971년에 발간된 일본만화잡지 ‘가로’를 두 권이나 구했다. 내가 좋아하는 요시히로 다쓰미의 작품이 실려 있었다. 오후 2시, 신주쿠 니시와세다 아바코(AVACO) 빌딩에서 이케다의 사회로 행사가 시작됐고 스미에가 ‘풀’의 일본 출간 동기와 과정을 설명했다. 솔직히 나도 궁금했다. 스미에가 설명한 동기 중 하나를 인용해 본다. “나라나 지역은 달라도 누군가의 폭력에 겁먹지 않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찾은 것은 인류 보편의 것이다.” 사인회가 끝난 후 WAM을 견학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빈틈없이 가득 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자료들과 꼼꼼한 분류, 치밀한 전시에 놀랐다. 망자의 사진 앞에는 하얀 꽃이 있었다.#2월 22일(토) 오사카 쓰르하시에 도착했을 때엔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역을 나와 걷는 길에는 한글로 된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코리아타운인가? 행사장은 예상보다 많은 사람으로 실내가 꽉 찼다. 령경씨가 관부재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재일조선인들과 일본인들이 모였다. 뒤풀이 때 나이 든 일본인 할아버지도 왔다. 그는 당시 차별받던 조선인들을 평생 본인의 회사에 고용해 가족처럼 챙겼다고 한다. 나는 일본인들에게 물었다. “당신들 같은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이 몇 프로나 됩니까?” “아마도 1%?” 잠자리에서 1%라는 숫자가 머릿속을 맴맴 돌았다. #2월 23일(일) 히로시마의 남녀공동참획추진센터에서는 조선학교 고등학생이 사회를 봤다. 위아래 까만 치마저고리를 입었는데 교복이라고 했다. 행사를 마치고 일본의 작은 음식점에 갔다. 사회를 본 학생이 내 옆에 앉았다. 음식을 먹는 중 열띤 토론이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한 한국인이 일본의 현재 우익화는 절망적이라고 했다. 일본인들이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자 일본인 한 명이 무상교육에서 유일하게 일본에서 차별받는 조선학교에 대해 한국에 알려서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한국인은 그것을 왜 한국이 지원하느냐, 일본 내의 문제이니 일본에서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일본인들이 더 집회도 열고 운동도 해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학생의 생각을 물었다. 그녀는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이 일본 내에서 사라지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해결될 거라고 대답했다. 꿈이 뭐냐고 물으니까, 조선학교 선생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녀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다음날엔 후쿠야마 시민참획센터에서 강연을 했다. 4일간의 행사에 총 280명이 왔다. 강연하는 동안 단 한 사람도 조는 사람이 없었다. 돌아와서 책꽂이에 꽂힌 ‘풀’을 꺼내 본다. 나라마다 표지, 제목,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국내 한 출판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출판의 경우 현지의 책 버전과 다를 수 있다. 그 나라 시장에 맞게 세일즈 포인트를 정한다. 기대작일 경우 표지와 제목 등에 더 신경을 쓴다”고 설명했다. ‘풀’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이옥선들’처럼 굳세게 살아남고 있다. 일본에서 돌아온 다음날부터 기침이 나고 목이 아팠다. 팔다리도 쑤셨다. 코로나19는 아니었다. 14일간의 자가 격리를 마쳤다. 나는 다시 붓을 든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 ‘n번방 사건’ 창시자 ‘갓갓’, 경북경찰청 추적 중

    ‘n번방 사건’ 창시자 ‘갓갓’, 경북경찰청 추적 중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인 ‘박사’ 조모씨가 19일 구속된 가운데, 박사방에 앞서 텔레그램에서 불법 음란 영상을 최초로 퍼트린 것으로 알려진 ‘n번방’ 창시자 닉네임 ‘갓갓’에 대한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다. 해외 온라인 메신저인 텔레그램에서 이뤄진 성 착취물을 공유한 대화방은 ‘n번방’이 시초로, ‘박사방’은 그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졌다. 여성단체 등에 따르면 ‘n번방’은 2019년 2월부터 9월까지 갓갓에 의해 운영됐고 텔레그램 안의 8개의 방이 있어 수백개의 피해자 영상들이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3일 언론 브리핑에서 “‘갓갓’에 대해서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추적 중에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작년 9월부터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상 불법 음란물 유통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20일까지 운영자 등 124명을 검거했고, 18명을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박사’가 검거됐고, ‘갓갓’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n번방의 공범과 이용자들도 붙잡혔다. 이날 경찰청 관계자는 ‘갓갓’이라는 인물이 누군지 수사망이 좁혀졌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해 어느정도 윤곽이 잡혔음을 암시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누구인지 특정이 됐다고 해도, 막상 검거가 되면 다른 인물일 수 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사이버 범죄에선 익명은 물론 차명과 도명이 많아 용의자의 구체적인 인터넷 주소를 파악해도 진범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경찰청은 텔레그램 n번방 수사를 위해 텔레그램 본사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 본사에 이메일을 보내 ‘불법 촬영물을 지워달라’고 요청하면 답신은 없지만 불법 촬영물은 2~3일 뒤 삭제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영상 게시자 인적사항을 달라고 하면, 반응이 없다. 한국 수사기관 뿐 아니라 다른 국가 수사기관에도 마찬가지”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미국 수사기관에도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며 “해외주재관을 통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본사를 찾게 되면 외교적인 방법을 동원해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텔레그램의 ‘n번방’과 ‘박사방’에 참여한 인원으로 추산되고 있는 26만여명을 모두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23일 오후 3시 기준 158만 명을 돌파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회원들 역시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라 집단 성폭력의 공범이라는 여론을 잘 파악하고 있다”며 “법에 근거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박성국의 인터미션] 왜 예술은 ‘원래’ 배고픈 것이어야 하죠?

    [박성국의 인터미션] 왜 예술은 ‘원래’ 배고픈 것이어야 하죠?

    “이 사태가 끝나고 나면 또 바짝 말라 쩍쩍 갈라진 저수지 바닥에 물만 조금 채우겠죠. 아니면 그냥 그대로 두거나.”사실 ‘이 시국’에 공연계 소식을 전하고, 예술인들의 삶을 조명한다는 일 자체도 조심스럽다.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이 ‘일시 정지’ 상태에 빠지면서 어려운 공연계와 예술인들의 사정을 다루면 “사람이 죽고 사는 시국에 태평하게 예술 걱정을 하느냐”는 식의 댓글이 주를 이룬다. 해외 음악인들은 한국의 투명하고 안전한 방역 시스템에 신뢰를 표하면서 코로나19로 집단 우울에 빠진 사람들을 응원하고자 내한공연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반응 중에서는 “제발 오지 마라. 코로나만 더 퍼진다”라는 게 적지 않았다. 모든 공연장이 입구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관객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관객은 입장을 허용하지 않는 등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공연계 노력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연’과 ‘예술’이란 먹고사는 일 너머에 존재하는, 등 따뜻하고 배부른 사람들의 호사 정도로 치부된다. ‘예술은 원래 배고픈 것’이라는 이율배반적 시각도 상존한다. 그래서일까. 공연계에서는 경영 사정을 묻는 말에 늘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만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등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말들을 먼저 한 뒤 ‘폐업’과 ‘도산’과 같은 현실성 짙은 말이 이어진다. 이미 많은 공연이 코로나19로 개막 자체가 무산됐고, 무대에 오른 공연들은 대부분 막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으며 조기 폐막을 이어 가고 있다. 일부 뮤지컬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조기 폐막 이유로 밝혔지만, 애초 제작사들은 부실 경영에 작품 흥행 부진으로 출연 배우와 제작진 임금도 지불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더욱 열악한 소규모 극단 사이에서는 경영난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만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분위기다.실제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에 따르면 2월 공연 매출은 206억 4049만원으로 1월 매출 규모(402억 7727만원)의 48.7%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공연 취소가 본격화한 3월 매출이다. 3월 상반기(1~15일) 공연 매출액은 49억 4869만원으로 전월 상반기(124억 8381만원) 대비 60.3%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긴급 지원에 나섰지만 공연·예술인 체감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인 개인과 단체에 대한 피해 보전 방안으로 소극장 한 곳당 최대 6000만원씩 200곳을 지원하고, 예술단체 160곳을 대상으로 규모에 따라 2000만~2억원의 제작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 뮤지컬 제작자는 “지금 큰 산불이 났는데 물이 부족하다고 분무기 들고 와서 물 뿌리는 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신청을 받은 ‘코로나19 특별융자’에는 394명이 몰렸다. 당초 긴급 편성한 예산은 30억원이었지만, 이대로라면 이를 훌쩍 초과한 36억원 규모가 되는 터라 심사를 통해 개별 융자 금액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1인당 융자 한도 1000만원 이내로 규모는 적은 반면 예술 활동과 피해 증명 과정이 까다로워 승인 신청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무엇보다 재단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지원자 스스로 예술인임을 증명하는 ‘예술활동증명’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를 ‘예술’로 볼 것인가라는 해묵은 논쟁 속에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중증장애인들로 구성된 극단 애인은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 편’을 통해 성과를 단순히 증명하기 어려운 예술인들이 예술활동을 증명해야 예술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풍자하기도 했다. 현 공연·예술계를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에 비유한 한 예술단체 대표의 푸념이 떠오른다. “‘BTS(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와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을 찬양하고 제2의 BTS, 제2의 봉준호를 육성하겠다는 나라에서 왜 ‘예술은 원래 배고픈 것’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걸까요?
  • 배구연맹 오늘 또 이사회… 조기 종료 여부 촉각

    배구연맹 오늘 또 이사회… 조기 종료 여부 촉각

    여자농구 조기 종료가 영향 미칠 수도 남자프로농구는 내일 이사회서 논의코로나19로 중단 상태인 남녀 프로배구를 재개할지, 종료할지를 지난 19일 결정하지 못했던 한국배구연맹(KOVO)이 나흘 만인 23일 다시 이사회를 열기로 해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번 이사회 일정은 지난 20일 여자프로농구가 시즌 조기 종료를 결정한 직후 정해졌다는 점에서 남녀 배구 역시 시즌 조기 종료를 결정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KOVO 관계자는 2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이사회 때 의견들이 분분해 확정을 못 했다”며 “더이상 미룰 수가 없어 이번 이사회에선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자농구의 조기 종료 결정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해 조기 종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20일 “4월 6일에 재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 시기에도 사태가 진정된다는 보장이 없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힘을 기울이는 것에 동참하는 게 낫다고 봤다”고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WKBL은 종료 당시 순위를 최종 순위로 정했고,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 등도 현재까지의 기록을 토대로 선정하기로 했다. 남녀 배구도 코로나19 앞에서 농구와 똑같은 처지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향후 보름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한 데다 배구장은 총선 투표장으로 활용되는 문제가 있다. 다음달 6일부터 리그를 재개해도 15일 총선 전까지 남은 경기를 다 소화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코로나19가 완전히 해소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KOVO의 결정에 따라 하루 뒤인 24일 이사회를 여는 남자 프로농구 리그 재개 여부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농구연맹(KBL)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여자 농구 중단 결정과 배구 이사회 결정에 대해 참고할 것”이라며 “시즌 종료의 가능성까지 다 열어 두고 있다”고 했다. 다만 남자 농구는 상대적으로 일정에 여유가 있어 조금 더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 배구는 주관 방송사가 프로야구 중계 방송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무한정 일정을 미룰 수 없는 반면 남자 농구는 다르기 때문이다. KBL 관계자는 “원래대로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까지 다 치르면 5월 10일 종료인데 꼭 그 날짜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방송사와도 얘기가 됐고 구단들의 체육관 대관 일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포토] ‘완연한 봄’ 조심스레 나들이

    [포토] ‘완연한 봄’ 조심스레 나들이

    화창한 날씨가 이어진 22일 휴일을 맞아 강원 속초해수욕장을 관광객과 주민들이 백사장에서 봄기운을 즐기고 있다.2020.3.22 연합뉴스
  • “젊은이들 코로나19에 천하무적 아냐” WHO 총장 경고

    “젊은이들 코로나19에 천하무적 아냐” WHO 총장 경고

    “오늘, 난 젊은이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 당신들은 천하무적(invincible)이 아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화상 브리핑을 갖던 중 “우리는 매일 코로나19, 그에 따른 질환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있다”며 “그 가운데 하나가 노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지만, 젊은 사람들도 살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예방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코로나19는 당신을 몇 주 동안 병원에 입원하게 할 수도 있고, 심지어 당신을 숨지게 할 수도 있다”며 “아프지 않더라도 당신이 어디를 가느냐에 대한 선택은 다른 사람의 삶과 죽음을 가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 플로리다주의 해변 휴양지들에 봄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대거 몰려 확산 우려를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식과 여행, 쇼핑, 10인 이상의 모임을 피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했는데 아랑곳하지 않았다. 친구 한 명과 클리어워터 비치를 찾은 20대 여성은 NBC방송에 “코로나19 때문에 삶을 중단해야 한다고 느끼진 않지만 분명히 조심할 것”이라면서도 “친구들과 몰려온 건 아니다. 우리끼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층이 활동을 줄이지 않아 노약자에게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 왔다. 국내에서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가 인파로 북적이는 ‘불금(불타는 금요일)’이 돌아왔다는 경고가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날 보고된 세계 확진자 수가 21만 명, 사망자 수는 9000명을 넘겼다며 “매일 코로나19는 새롭고 비극적인 이정표에 도달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특히 공중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에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의료진이 개인보호장비(PPE) 부족 위험에 처한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WHO의) 파트너와 회원국 정부, 민간 분야의 지원으로 공급을 계속하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짓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시료 채취 시 사용하는 면봉부터 대형 기계까지 검사에 필요한 제품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 중국 우한에서 전날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아무리 엄중한 상황이라도 돌아갈 희망이 있다는 점을 세계에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를 밀어낸 도시와 국가의 경험은 다른 나라에 희망과 용기를 준다”고 역설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아울러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피로를 느끼는 데 대해 영양이 갖춰진 식단, 주류 및 가당 음료 섭취 금지, 금연, 가벼운 운동 등을 권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서울포토] 정몽준 정기선 부자, 정주영 19주기 제사 참석

    [서울포토] 정몽준 정기선 부자, 정주영 19주기 제사 참석

    고(故)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9주기를 맞아 범(汎)현대 일가가 20일 정 명예회장의 옛 청운동 자택에 모였다. 올해는 코로나19 우려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불참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참석자가 예년보다 줄었다. 이날 정 명예회장의 아들 중에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이 참석했다. 장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부인과 함께 참석했고, 손자녀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도 자리했다. 며느리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한 손녀 등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무래도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가 있어 제사에 모이는 것도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용돈 100원씩 모았어요” 어린이들도 코로나19 극복에 동참

    “용돈 100원씩 모았어요” 어린이들도 코로나19 극복에 동참

    대구 어린이들의 작은 정성 어린이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물품 기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9일 대구 동구에 따르면 지난 16일 천민지(5)양이 어머니와 함께 평소 100원씩 모아온 용돈 1만7000원과 마스크 10개를 동구 효목2동 행정복지센터에 건냈다. 민지 양은 “코로나19 조심하세요. 어려운 사람들 꼭 도와주세요. 파이팅!”라고 적힌 서툰 글씨로 쓴 정성스런 손편지도 함께 전달했다. 동구 불로동 초등학교 6학년 김예솔 학생은 이웃을 위해 힘들게 모은 마스크 50개와 응원 메시지를 구청에 보냈다. 또 동구 봉무동 초등학교 1학년 이채윤 어린이는 착한 일을 할 때마다 부모님이 주신 칭찬스티커를 모아 받은 용돈으로 구입한 휴대용 손 소독제(60ml) 24개를 마음이 담긴 편지와 함께 동구 불로봉무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하기도 했다. 배기철 대구 동구청장은 “절망 속 희망의 빛을 밝히는 반딧불이 천사들의 합창에 동구의 미래를 보게 되었다. 코로나19와 당당히 맞서 싸워 청정 동구, 멋진 동구의 꿈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성북구에서도 도움의 손길 최근 종암동 주민센터에 이른 아침 어린이 두 명이 고사리 같은 손에 꼭 쥔 편지 한 통을 건넸다. 아이들은 자신이 모은 저금통을 깨서 준비한 성금을 같이 전달해 온 것이다. 동네에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마스크를 지원해달라며, 자신보다 또래 친구들의 건강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이 훈훈하다. 종암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전해온 성금은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음에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저소득 어린이 가정을 위해 전달될 예정”이라며 “나보다 더 힘들어 하는 이웃들을 위한 어린이들의 마음으로 다양한 계층의 참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움츠려드는 생활과 떨어져 가는 활력을 살리기 위해 어린이, 기초수급자 기부 등 각계각층에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고난의 시기… 예술은 희망의 나침반”

    “고난의 시기… 예술은 희망의 나침반”

    ‘빛의 화가’라 불리는 팔순 신부화려한 색채·동양적 여백 구현 독창적 추상회화유럽인 매료 스테인드글라스 세계 38곳 전시“우리 마음속 바이러스도 경계 격리의 시간을 성찰 시간으로”“이달 초 한국에 들어올 때 프랑스 지인들이 전부 만류하더군요. 오히려 더 용기를 냈습니다. 전시회에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더라도 이런 고난의 시기에 희망의 나침반을 들고 와야겠다 생각했지요.” 짧은 머리카락 가득 하얗게 서리가 내린 팔순의 김인중 신부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빛의 화가’라는 별명에 잘 어울리는 밝은 웃음이었다. 서울대 미대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파리로 건너가 도미니크수도회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50년 동안 프랑스에서 구도자와 예술가의 길을 병행해 온 ‘사제 화가’다.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막한 화업 60년 회고전 ‘빛의 꿈’을 위해 방한했다.개막 전날 전시장에서 만난 김 신부는 “코로나19도 조심해야 하지만 우리 마음속의 바이러스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의 불행에 아랑곳없이 나의 행복만 탐하는 이기심과 질투심 등을 영혼을 좀먹는 악성 바이러스 사례로 꼽았다. “격리의 시간을 각자 성찰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기지 못한다. 이런 계기를 통해서 신의 뜻이 무엇인지 되새겨야 한다.” 김 신부는 화려한 색채로 빛의 본질에 천착하는 동시에 동양적 여백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독창적인 추상회화로 서양인들을 사로잡았다. 프랑스와 유럽의 저명한 평론가들은 샤갈, 피카소, 로스코 같은 거장과 비교할 만큼 그의 예술 세계를 높이 평가한다. 영국 미술사가인 웬디 베켓 수녀는 “만일 천사들이 그림을 그린다면 틀림없이 김인중의 그림과 같을 것”이라고 극찬했다.프랑스 대혁명 이후 전시회가 열리지 않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2003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의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특히 김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프랑스, 스위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세계 38곳에 설치될 정도로 독보적이다. 성화가 아닌 비구상 형태로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는 종교와 국경을 초월해 영적인 깊은 울림과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프랑스 에브리 대성당, 프랑스 고딕건축을 대표하는 샤르트르 대성당 등이 그의 작품을 택했다. 지난해 프랑스 남동부 소도시 베종라로멘의 주교성당 에도 스테인드글라스 19점을 설치했다. 국내에선 대전 동구 자양동 성당(2009)과 용인 신봉동 성당(2019)에서 김 신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김 신부가 그림을 시작한 건 고등학생 때다. 동창인 이종상 화백과 미술반에서 그림을 배웠는데 “누가 봐도 내가 제일 못 그렸다”며 웃었다. 그는 “어릴 때는 전혀 미술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서예 실력이 뛰어났던 아버지와 색채 감각이 남달랐던 어머니에게서 예술적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같다”고 회고했다. 대학원 졸업 후 신학교에서 미술교사를 하면서 사제에 대한 꿈을 품게 됐다. 그 꿈을 이루려 1969년 스위스로 유학을 떠났고, 파리 도미니크수도회와 연이 닿아 1974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수도회에서 기도와 묵상, 그림을 그리는 수도 사제의 길을 걸어왔다. 이번 회고전에는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회화 100점, 도자 15점, 스테인드글라스 5점 등 120여점이 전시된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한 ‘시편’도 때맞춰 한국어 번역본이 나왔다. 구약성서 시편 150구절마다 그의 작품을 한 점씩 실은 화집이다. 그는 “30년 전 파리에서 작은 전시회를 했을 때 유대인 예닐곱명이 와서 ‘당신 그림 앞에선 기도를 할 수 있겠다’며 눈물을 글썽인 적이 있다. 이 책이 종교 간 갈등을 허무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이제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전시는 4월 4일까지 열린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경기 안 뛰었는데… NBA 외부감염+집단감염 가능성에 비상

    경기 안 뛰었는데… NBA 외부감염+집단감염 가능성에 비상

    브루클린, 유타와 1월 경기가 마지막듀란트, 이번 시즌 시합 나선 적 없어선수단 외부감염 가능성에 NBA 비상케빈 듀란트를 포함한 브루클린 네츠 선수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코로나19 확진 선수가 7명이 됐다. 그러나 이번 시즌 부상으로 뛰지 않았던 듀란트마저 감염되면서 NBA 선수들의 외부감염과 집단감염 위험이 더욱 커지게 됐다. 미국 현지언론들은 18일(한국시간) 브루클린 소속 4명의 선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전했다. 구단 측이 선수 이름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해당 선수 중엔 2017년과 2018년 NBA 파이널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듀란트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선수 4명은 모두 팀 내과 의사의 관리 아래 격리됐다. NBA에서 그동안 나온 확진자가 최초의 선수 감염자였던 루디 고베어와 연관이 있었다는 점에서 브루클린 선수의 감염은 전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선수단의 외부감염과 집단감염의 위험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고베어의 팀동료 도노반 미첼, 지난 8일 경기에서 고베어를 밀착 마크했던 크리스티안 우드(디트로이트 피스턴스)는 고베어로 인한 감염 영향이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브루클린은 1월 15일 경기를 끝으로 유타와의 맞대결이 없었다. 게다가 듀란트는 이번 시즌 경기에 나선 적이 없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한 팀에서 4명의 확진자가 나옴에 따라 선수단 중 누군가가 외부에서 감염돼 팀원들에게 퍼졌을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 상황인 만큼 안심할 수 없다. 브루클린과 최근 경기를 가졌던 팀도 비상이다. 브루클린은 11일 LA 레이커스, 9일 시카고, 7일 샌안토니오, 5일 멤피스, 4일 보스턴, 1일 마이애미와 경기를 가졌다. 미국 내 다른 스포츠와 달리 선수감염으로 리그가 멈춘 NBA로서는 선수들이 적극 나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듀란트 역시 현지 언론을 통해 “모두 조심해라. 우리는 이 사태를 극복해 낼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열린세상] 거리두기 그리고 함께하기/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거리두기 그리고 함께하기/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한 달 만에 유럽에서 엄청난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했던 것이 무색하게 유럽과 미국의 마스크 가격은 크게 높아졌으며 사재기로 인한 생필품 부족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완전 통제는 간단한 선택이 아니다. 전염병의 개인 간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 청결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종교적 모임을 포함한 모든 모임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과의 물리적 거리를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구 밀집지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도 보다 더 주의해야 한다. 물리적 접촉은 줄여도 협력은 강화돼야 한다. 각 지역에 있는 시민들은 의료진이 최상의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면마스크를 착용하되 공적 마스크는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것도 좋다. 국회는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25억달러 긴급예산안이 국회에서 83억 달러로 확대 편성되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되면 추가 추경을 하더라도 현재 계획된 추경은 신속성이 생명이다. 야당의 빠른 협력이 절실한 이유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 간 협력이다. 세계화 시대가 시작된 이래 세계는 모든 면에서 연결돼 있으며 최종재와 중간재들이 거미줄처럼 세계를 이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간 협력의 고리가 약해지고 눈앞에 있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이득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결과로 돌아온다. ‘용의자의 딜레마’ 상황이 국가들 사이에서 재현되는 것이다. 일본 아키타현에서는 주택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변기 재료가 중국에서 오는데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 중단이 문제가 됐지만, 이제는 일본의 중국발 입국금지가 교역을 더 어렵고 느리게 만들 것이다. 마스크 재료를 비롯한 수많은 제품이 중국에서 온다. 중국은 현재 마스크를 비롯한 각종 물품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한국으로 보내고 있다. 사태 초반에 한국이 중국과 협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부당한 조치를 한다면 맞서야 하겠지만, 기본은 협력이 돼야 한다. 대규모 전염병에 대한 정책은 의학적 자연과학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정치경제적 사회과학적 접근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실제로 이탈리아를 비롯해 코로나19 사태의 초반에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를 한 국가들 중 뒤늦게 코로나19가 심하게 퍼진 국가들도 많다. 의료 및 방역 시스템이 열악한 국가들이 아니라면 무리한 통제는 국가협력을 훼손하고 교역을 지연시켜 더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돌이켜 보면 2016년부터 모든 국제 질서가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고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를 선언하면서, 국가들 사이의 진지한 다자간 협력이 대단히 어려워졌다. 통상 문제 외에도 지구 온난화 문제와 환경 문제를 비롯해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거의 중단됐다. 그 사이에 문제는 계속 심해졌다. 다자 간 협력을 위해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단기로는 현재 바이러스에 잘 대처하고 있는 한국의 노하우와 정보를 다른 나라에 제공해 국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지난 정권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미국과 중국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조심성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외교적 선택이 포퓰리즘에 좌우되지 않는 현명한 정부를 선택해야 한다. 특정 정치 세력이 인기를 얻기 위해 소수를 공격하고 사람들의 혐오감을 이용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디에나 많다. 특히 외국을 공격하면 당장 외국인들은 투표권이 없으니 정치세력에게는 이득이지만, 국익에는 상당한 피해가 된다. 극우 지지세력의 지지를 얻고자 한국과 중국에 무리한 강경조치를 한 일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지독한 감염병에 빛을 잃은 무대…건강한 공연시장 만드는 게 사명”

    “지독한 감염병에 빛을 잃은 무대…건강한 공연시장 만드는 게 사명”

    중국 우한 지방에서 시작해 한국을 넘어, 세계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는 사회 모든 영역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관객이 성립과 생존의 필수 요소인 공연계는 말할 것도 없다. 장르를 불문하고 관객은 이미 공연장 발길을 끊었고, 공연 창작진도 정부가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동참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을 투자한 작품들을 일찌감치 접는 분위기다. 이미 수억원의 돈을 쓰고도 무대에 올리지도 못하는 작품도 속출하고 있다. 모두에게 잔인하고 힘든 시기이지만, 한국 무대 공연계의 맏형 격인 신시컴퍼니에는 특히 야속한 2020년의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박명성(57) 신시컴퍼니 대표 프로듀서에게 조심스럽게 만남을 청했다.●낡고 오래된 빨간 벽돌 건물, 그곳에서 꽃핀 명작들 ‘가장 낮은 곳에서 먼 꿈을 꾸는 사람.’ 서울 서초구 신시컴퍼니 건물 회의실 벽에 걸린 박 대표의 좌우명이다.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제작사에다 서초구에 있다고 해서 통유리가 번쩍이는 으리으리한 건물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구룡산과 맞닿은, 다소 휑하거나 조용한 동네 원룸촌 사이를 걷다 보면 낡고 오래된 빨간 벽돌 건물이 나온다. 뮤지컬 ‘시카고’, ‘맘마미아!’, ‘아이다’ 등을 한국 무대에 올리며 지금의 한국 뮤지컬 시장을 만든 신시컴퍼니 사옥이다. 단출한 회의실을 잠깐 둘러보고 곧 박 대표의 방에서 그를 만났다. “아이고 요즘 같은 분위기에 제가 인터뷰를 해도 될는지 모르겠네요. 나만 힘든 것도 아니니까, 힘들다고 할 수도 없고….” 지난 13일 만난 박 대표의 첫인사에는 신시를 비롯한 공연계 전반의 암울한 분위기가 녹아 있었다. “요즘 뭐 공연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고, 오늘은 손숙 선생님 만나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 떨다 급히 오는 길입니다.” 애써 너스레를 떨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그를 비롯한 요즘 공연 기획·제작사 대표들은 비상대책회의의 반복에 갇혀 지낸다. 배우 손숙 역시 원래 일정대로라면 박 대표와 수다 떨 시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손숙은 박 대표가 제작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출연 중이었지만, 작품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29일 한 달가량 앞당겨 폐막했다. 높은 작품성에 연극계의 역사와도 같은 손숙·신구 주연이었지만 지독한 감염병에 빛을 잃었다.신시와 박 대표에게 알토란 같은 뮤지컬 한 작품도 허망하게 관객과 이별했다. 박 대표는 2004년 위암 투병 사실을 주변에 숨기고 오직 브로드웨이 명작 국내 초연에만 집중했다. 당시 제작비만 148억원에 국내 최장기 8개월 공연을 목표로 2005년 한국 무대에 올렸다. 그렇게 선보인 작품이 지금의 신시를 있게 한 ‘아이다’다. 초연 이후 매 시즌 공연마다 전회차 매진에 가까운 흥행을 이어 온 ‘아이다’는 올해 공연으로 전 세계에서 완전히 막을 내린다. 판권을 가진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의 결정이었다. 신시는 세계 종영을 앞두고 국내 첫 지방공연도 계획했다.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부산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소됐고, 이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공연이 됐다. 박 대표에게 공연 무산에 따른 피해 규모를 묻자 “아직 계산해 보지도 않았다. 지금은 계산기 두드리는 것보다는 모두가 조금씩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아이다’는 이번이 세계 마지막 공연이었고, 부산·경남의 관객들도 정말 많이 기다린 작품인데 공유하지 못해 너무나 아쉽다”고 했다.●해남 깡촌 소년의 인생을 뒤흔든 연극 한 편 박 대표는 1963년 땅끝 전남 해남에서도 외지인 우수영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평생 흙에서 가정을 일군 부모는 자식들만큼은 손에 쟁기 대신 펜을 쥐여 주고자 모두 10대 중반의 나이에 도시 광주로 유학 보냈다. 형과 누나, 동생들은 모두 집안의 기대에 착실히 따랐다. 하지만 고교생 박명성은 도무지 공부에 취미가 없었다. 그나마 문학 수업은 즐거웠고, 영화와 연극을 공부하는 선생님에게 이끌리며 문학 감수성을 키워 나갔다. 고교시절 친구들과 남도문화예술관에서 본 연극 한 편은 큰 충격과 함께 박명성의 인생을 결정지었다. 박 대표가 “내 연극 정신의 고향”이라고 표현하는 차범석 작가의 ‘산불’이었다. 한국전쟁 후 국가 재건이 진행되고 ‘반공’이 시대정신이던 시절, 전쟁으로 여자들만 남겨진 마을에 숨어든 ‘빨치산’과 마을의 두 여자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해남 깡촌 출신 소년에게 연극배우라는 꿈을 심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자식 교육에 열성적이었던 부모님에게 도시 유학까지 보낸 아들이 ‘딴따라’가 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교 3학년 때 꿈과 무관한 상과대에 지원했으나 떨어졌고, 재수생 시절에는 비가 퍼붓던 날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언덕 아래로 구르는 사고를 당해 또 대학에 떨어졌다. 삼수 도전이 싫었던 그는 무작정 서울 친구 집으로 상경해 한 극단의 연구 단원(연습생)으로 연극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가 스무 살이 되던 해였다.배우 생활은 길지 않았다. 단역으로 몇 번 무대에 올랐지만, 연기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연극판은 떠나기 싫었다. 극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극단 사람들과 너무 정이 들었고, 연극 외엔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연기 대신 연출로 전향했다. 오갈 곳 없던 시절 극단에서 함께 생활한 선배 김갑수의 소개로 당대 연극판을 이끌던 김상열 연출의 조연출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김 연출의 어깨너머로 12년 연극과 연출을 배웠다. 지금의 신시컴퍼니는 1987년 김 연출이 대학로에서 창단한 극단 ‘신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신시(神市)는 삼국유사 속 제천의식을 열던 신성한 공간으로, 1983년 창작 뮤지컬 ‘님의 침묵’으로 인연을 맺은 구룡사 주지 정 우 스님이 김 연출과 함께 극단 이름을 지었다. “만해 한용운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라 스님께서 매일 공연장을 찾으셨죠. 모두 가난하고 어려울 때였는데 스님께서 항상 분장실에 먹을 것을 주시고, 본인은 안 드시지만 극단 식구들 삼겹살 사 먹으라고 돈도 주시고…. 구룡사에 극단을 위한 공간까지 마련해 주셨는데 그곳에서 활동하다 2012년 지금 이곳에 새 터전을 열었죠.” 1999년 김상열 초대 대표에 이어 극단 신시를 물려받은 박 대표는 뮤지컬 전문 제작사를 표방하며 극단 신시를 ‘신시뮤지컬컴퍼니’로 전환했다. 시장 가능성을 연극이 아닌 뮤지컬에서 봤고, 연극 지원과 창작을 위해서라도 우선 뮤지컬 시장을 키우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무엇보다 당시 무대예술 창작자로서, 30~40년 지난 브로드웨이 작품을 무단으로 베껴 와 조악한 수준으로 무대에 올리던 한국 뮤지컬계 관행이 싫었다. 박 대표는 “1990년대 우리나라 뮤지컬은 ‘점방’ 수준이었다”면서 “라이선스 개념도 없이 철 지난 대본과 악보 일부만 구해서 연극배우가 녹음한 테이프에 립싱크하는 게 다반사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래서 저는 브로드웨이에 저작권료를 내고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작품을 한국 무대에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대표를 바라보는 미국 공연 관계자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이미 한국 뮤지컬계의 ‘도둑 공연’으로 불신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브로드웨이의 문전박대에도 반복해 찾아가고 설득했고, 어렵게 그들의 마음을 얻었다. 그렇게 한국 무대에 처음 오른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이 ‘더 라이프’다. 국내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연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가 관객으로 가득 찼다. ‘더 라이프’를 시작으로 박 대표와 신시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렌트’, ‘시카고’, ‘아이다’, ‘맘마미아!’, ‘마틸다’, ‘빌리 엘리어트’ 등 명작 계약을 연이어 따내며 한국 뮤지컬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었다. 물론 일부 실험적인 작품들의 흥행 참패로 빚더미에 앉기도 했지만, 흥행이 보증된 인기 뮤지컬로 다시 만회하면서 그 수익을 다시 연극과 뮤지컬 창작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 “제 이름 뒤에 대표니 프로듀서니 하는 말들이 붙지만 저는 그저 ‘연극쟁이’일 뿐입니다. 관객들이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건강한 공연 시장을 만드는 게 저와 신시의 사명이죠. 그리고 앞으로의 10년은 아마 후배들에게 배턴을 넘겨주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산림 공무원 “재난 업무는 힘들어”… 산불방지과·산림보호 ‘기피 1순위’

    산림 공무원 “재난 업무는 힘들어”… 산불방지과·산림보호 ‘기피 1순위’

    임야 화재·자연 재해 늘면서 피로 가중 가점 조정·소속 기관 인력 충원 등 필요산림 공무원들은 부서 중에서는 산불방지과, 업무로는 산림보호 업무를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산림청과 산림청 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조합원 등을 대상으로 ‘만성과로 노출 직위’(554개 직무)를 조사한 결과 부서로는 산불방지과(33명)가 가장 많았다. 이어 산림항공본부 산림항공과(23명), 기획재정담당관실(15명), 산사태방지과(15명), 운영지원과(9명) 등이 업무 부담이 높은 부서로 조사됐다. 산불방지과는 봄·가을철 산불조심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수시로 산불이 발생하면서 4계절 재난 부서가 됐다. 주말과 휴일도 없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 처하면서 선호도가 가장 낮았다. 산림항공과는 산불 진화뿐 아니라 산악구조·산림병해충 방제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잦은 헬기 출동으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기피 직무 중에서는 산불·산사태·병해충 등을 총괄하는 지방산림청·국유림관리소의 산림보호 업무를 63명이 꼽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중앙산림재난상황실(20명)은 봄·가을 산불에 여름철 자연재난(5월 15~10월 15일) 등으로 연중 가동되면서 본청 부서 중에서 선호도가 낮았다. 지방조직 중에서는 국유림 대부가 많은 수원국유림관리소 관리 업무가 꼽혔다. 노조의 이번 조사는 해마다 반복되는 직원들의 ‘돌연사’ 대책의 일환으로 이뤄졌으며 총 409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산림청은 지난해 5월 산불 비상근무 중이던 재난상황실 사무관이 숨지면서 전문직위 해제 및 재난부서 근무자는 순환 보직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전히 인사 가점은 전문 직위(4년)와 오지 근무자로 한정돼 있다. 일선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산림청이 정부대전청사로 이전하기 전인 1997년 정원 1641명 중 소속 기관이 87.8%(1442명)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현재 정원 1699명 중 소속기관 비중은 81.5%(1385명)로 축소됐다. 조직이 확대되고 업무가 늘었지만 증원이 본청에 집중된 결과다. 소속 기관은 조직 신설이나 증원 없이 기존 부서에 업무만 더해진 데다 산불·산사태 등 재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조 관계자는 “재난 부서는 근무 일정이나 휴일 보장이 어렵고 긴장이 큰 업무의 특성상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이 사람이 사는 법] 가장 낮은 곳에서 먼 꿈을 꾸는 사람…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프로듀서

    [이 사람이 사는 법] 가장 낮은 곳에서 먼 꿈을 꾸는 사람…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프로듀서

    중국 우한 지방에서 시작해 한국을 넘어, 세계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는 사회 모든 영역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관객이 성립과 생존의 필수 요소인 공연계는 말할 것도 없다. 장르를 불문하고 관객은 이미 공연장 발길을 끊었고, 공연 창작진도 정부가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동참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을 투자한 작품들을 일찌감치 접는 분위기다. 이미 수억원의 돈을 쓰고도 무대에 올리지도 못하는 작품도 속출하고 있다. 모두에게 잔인하고 힘든 시기이지만, 한국 무대 공연계의 맏형 격인 신시컴퍼니에는 특히 야속한 2020년의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박명성(57) 신시컴퍼니 대표 프로듀서에게 조심스럽게 만남을 청했다.세계 마지막 작품의 첫 지방공연 불발과 명작의 조기폐막 ‘가장 낮은 곳에서 먼 꿈을 꾸는 사람.’ 서울 서초구 신시컴퍼니 건물 회의실 벽에 걸린 박 대표의 좌우명이다.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제작사에다 서초구에 있다고 해서 통유리가 번쩍이는 으리으리한 건물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구룡산과 맞닿은, 다소 휑하거나 조용한 동네 원룸촌 사이를 걷다 보면 낡고 오래된 빨간 벽돌 건물이 나온다. 뮤지컬 ‘시카고’, ‘맘마미아!’, ‘아이다’ 등을 한국 무대에 올리며 지금의 한국 뮤지컬 시장을 만든 신시컴퍼니 사옥이다. 단출한 회의실을 잠깐 둘러보고 곧 박 대표의 방에서 그를 만났다.“아이고 요즘 같은 분위기에 제가 인터뷰를 해도 될는지 모르겠네요. 나만 힘든 것도 아니니까, 힘들다고 할 수도 없고….” 지난 13일 만난 박 대표의 첫인사에는 신시를 비롯한 공연계 전반의 암울한 분위기가 녹아 있었다. “요즘 뭐 공연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고, 오늘은 손숙 선생님 만나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 떨다 급히 오는 길입니다.” 애써 너스레를 떨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그를 비롯한 요즘 공연 기획·제작사 대표들은 비상대책회의의 반복에 갇혀 지낸다. 배우 손숙 역시 원래 일정대로라면 박 대표와 수다 떨 시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손숙은 박 대표가 제작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출연 중이었지만, 작품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29일 한 달가량 앞당겨 폐막했다. 높은 작품성에 연극계의 역사와도 같은 손숙·신구 주연이었지만 지독한 감염병에 빛을 잃었다. 신시와 박 대표에게 알토란 같은 뮤지컬 한 작품도 허망하게 관객과 이별했다. 박 대표는 2004년 위암 투병 사실을 주변에 숨기고 오직 브로드웨이 명작 국내 초연에만 집중했다. 당시 제작비만 148억원에 국내 최장기 8개월 공연을 목표로 2005년 한국 무대에 올렸다. 그렇게 선보인 작품이 지금의 신시를 있게 한 ‘아이다’다.초연 이후 매 시즌 공연마다 전회차 매진에 가까운 흥행을 이어 온 ‘아이다’는 올해 공연으로 전 세계에서 완전히 막을 내린다. 판권을 가진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의 결정이었다. 신시는 세계 종영을 앞두고 국내 첫 지방공연도 계획했다.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부산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소됐고, 이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공연이 됐다. 박 대표에게 공연 무산에 따른 피해 규모를 묻자 “아직 계산해 보지도 않았다. 지금은 계산기 두드리는 것보다는 모두가 조금씩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아이다’는 이번이 세계 마지막 공연이었고, 부산·경남의 관객들도 정말 많이 기다린 작품인데 공유하지 못해 너무나 아쉽다”고 했다. 해남 깡촌 소년의 인생을 흔든 연극 한 편 박 대표는 1963년 땅끝 전남 해남에서도 외지인 우수영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평생 흙에서 가정을 일군 부모는 자식들만큼은 손에 쟁기 대신 펜을 쥐여 주고자 모두 10대 중반의 나이에 도시 광주로 유학 보냈다. 형과 누나, 동생들은 모두 집안의 기대에 착실히 따랐다. 하지만 고교생 박명성은 도무지 공부에 취미가 없었다. 그나마 문학 수업은 즐거웠고, 영화와 연극을 공부하는 선생님에게 이끌리며 문학 감수성을 키워 나갔다. 고교 시절 친구들과 남도문화예술관에서 본 연극 한 편은 큰 충격과 함께 박명성의 인생을 결정지었다. 박 대표가 “내 연극 정신의 고향”이라고 표현하는 차범석 작가의 ‘산불’이었다. 한국전쟁 후 국가 재건이 진행되고 ‘반공’이 시대정신이던 시절, 전쟁으로 여자들만 남겨진 마을에 숨어든 ‘빨치산’과 마을의 두 여자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해남 깡촌 출신 소년에게 연극배우라는 꿈을 심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자식 교육에 열성적이었던 부모님에게 도시 유학까지 보낸 아들이 ‘딴따라’가 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교 3학년 때 꿈과 무관한 상과대에 지원했으나 떨어졌고, 재수생 시절에는 비가 퍼붓던 날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언덕 아래로 구르는 사고를 당해 또 대학에 떨어졌다. 삼수 도전이 싫었던 그는 무작정 서울 친구 집으로 상경해 한 극단의 연구 단원(연습생)으로 연극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가 스무 살이 되던 해였다. 배우 꿈 접고 제작자로…판을 바꾸다 배우 생활은 길지 않았다. 단역으로 몇 번 무대에 올랐지만, 연기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연극판은 떠나기 싫었다. 극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극단 사람들과 너무 정이 들었고, 연극 외엔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연기 대신 연출로 전향했다. 오갈 곳 없던 시절 극단에서 함께 생활한 선배 김갑수의 소개로 당대 연극판을 이끌던 김상열 연출의 조연출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김 연출의 어깨너머로 12년 연극과 연출을 배웠다. 지금의 신시컴퍼니는 1987년 김 연출이 대학로에서 창단한 극단 ‘신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신시(神市)는 삼국유사 속 제천의식을 열던 신성한 공간으로, 1983년 창작 뮤지컬 ‘님의 침묵’으로 인연을 맺은 구룡사 주지 정우 스님이 김 연출과 함께 극단 이름을 지었다. “만해 한용운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라 스님께서 매일 공연장을 찾으셨죠. 모두 가난하고 어려울 때였는데 스님께서 항상 분장실에 먹을 것을 주시고, 본인은 안 드시지만 극단 식구들 삼겹살 사 먹으라고 돈도 주시고… 구룡사에 극단을 위한 공간까지 마련해주셨는데 그곳에서 활동하다 2012년 지금 이곳에 새 터전을 열었죠.” 1999년 김상열 초대 대표에 이어 극단 신시를 물려받은 박 대표는 뮤지컬 전문 제작사를 표방하며 극단 신시를 ‘신시뮤지컬컴퍼니’로 전환했다. 시장 가능성을 연극이 아닌 뮤지컬에서 봤고, 연극 지원과 창작을 위해서라도 우선 뮤지컬 시장을 키우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무엇보다 당시 무대예술 창작자로서, 30~40년 지난 브로드웨이 작품을 무단으로 베껴 와 조악한 수준으로 무대에 올리던 한국 뮤지컬계 관행이 싫었다. 박 대표는 “1990년대 우리나라 뮤지컬은 ‘점빵’ 수준이었다”면서 “라이선스 개념도 없이 철 지난 대본과 악보 일부만 구해서 연극배우가 녹음한 테이프에 립싱크하는 게 다반사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래서 저는 브로드웨이에 저작권료를 내고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작품을 한국 무대에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대표를 바라보는 미국 공연 관계자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이미 한국 뮤지컬계의 ‘도둑 공연’으로 불신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브로드웨이의 문전박대에도 반복해 찾아가고 설득했고, 어렵게 그들의 마음을 얻었다. 그렇게 한국 무대에 처음 오른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이 ‘더 라이프’다.국내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연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가 관객으로 가득 찼다. ‘더 라이프’를 시작으로 박 대표와 신시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렌트’, ‘시카고’, ‘아이다’, ‘맘마미아!’, ‘마틸다’, ‘빌리 엘리어트’ 등 명작 계약을 연이어 따내며 한국 뮤지컬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었다. 물론 일부 실험적인 작품들의 흥행 참패로 빚더미에 앉기도 했지만, 흥행이 보증된 인기 뮤지컬로 다시 만회하면서 그 수익을 다시 연극과 뮤지컬 창작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 “제 이름 뒤에 대표니 프로듀서니 하는 말들이 붙지만 저는 그저 ‘연극쟁이’일 뿐입니다. 관객들이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건강한 공연 시장을 만드는 게 저와 신시의 사명이죠. 그리고 앞으로의 10년은 아마 후배들에게 배턴을 넘겨주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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