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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지연 SBS라디오로 컴백

    백지연 전 앵커가 SBS 라디오 ‘라디오 전망대’ 진행을 맡으며 방송에 복귀한다. 시사 프로그램 ‘라디오 전망대’(매주 월∼금 오전 6시15분)는 “기존 진행자인 김신명숙에 이어 오는 30일부터 백지연이 프로그램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백지연은 “국내 가장 큰 사건인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에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돼 부담이 느껴진다.”면서도 “2년 동안 자연인으로 살며 느낀 시각으로 청취자들이 정말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여성&남성] 실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내가 너를 처음 본 곳 마지막 한번 가보고 싶었어. 비가 오는 이 밤길을 정신없이 그냥 걷고 있네. 한도 없이 걷다보면 너를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태지와 아이들,‘널 지우려 해’ 중에서) 한 사람이 내 머리에, 그리고 몸에 남긴 각인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때로는 끊기 힘든 마약처럼 정을 다 줬던 사람의 기억은 일상의 하나 하나를 파고든다. 하지만 사람의 뇌는 기억력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법. 남자와 여자, 그들은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까.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영화 속 비련의 주인공처럼 천모(27)씨는 실연이라는 아픔을 겪을 때는 항상 ‘재연 배우’가 된다.“이제는 제목도 잊어버렸는데요. 아주 오래 전에 영화에서 옷을 입은 채 샤워기 앞에 서서 물을 틀고, 쏟아지는 물과 함께 눈물을 흘려보내는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한번 따라해 봤을 뿐인데 이제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면 영화 속 그 장면을 반복 연출하고 있지요.” 대학생 방모(29)씨는 영화속 주인공처럼 다리가 후들거려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가 될 때까지 달린다. 평소에도 마라톤을 즐기던 방씨는 “실연당하면 심장이 터질 때까지 뛰고 또 뛴다.”고 밝혔다. 그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내 몸의 수분이 모두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 될 때까지 뛰고 나면 더 이상 슬프지 않다.”면서 “눈물로 흘러넘칠 물기까지 모두 땀으로 내보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며 미소를 짓는다. 몰입을 통해 잡념을 버리는 또다른 방법으로 대학원생 지모(29)씨는 요즘 텔레비전에서 한창 인기인 ‘무한도전’을 권한다. “계속 봅니다. 재방송도 보고 인터넷에서 다시보기도 하고 유선방송도 봅니다. 등장인물이 벌이는 도전을 하나씩 따라해 봅니다.”지씨는 “무모한 목표를 달성하느라 헤어진 여자 같은 건 이미 기억에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 남는 허탈함은 지씨도 어찌 할 방법이 없다. ●애인의 모든 흔적을 없앤다 취업준비생 추모(26)씨는 애인과 헤어질 때 미니홈피 싸이월드에서 애인과 맺었던 일촌관계도 같이 끊었다. 하지만 꽤 오래 사귀었기 때문에 애인과 추씨를 모두 아는 사람이 많아 일촌 파도타기를 해야 했다. 그는 “처음에는 내가 더 좋아했던 사람이라 잊기가 힘들었다.”면서 “일촌 파도타기를 하면서 처음에는 나 자신이 초라하고 비굴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추씨는 “싸이월드 일촌 파도타기를 하며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옛 애인을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촌 파도타기를 할 때는 조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일촌 파도타기 덕분에 이별의 아픔을 잊어가던 회사원 마모(29)씨. 이벤트에 당첨되는 행운까지 거머쥐었다. 아뿔싸! 그토록 잊고 싶던 옛 애인 미니홈피였다. 마씨는 파도타기를 다시 시작해야 할까. ●그녀 흔적이 없는 곳으로 상처가 너무 커서 이 나라가 싫어졌다는 사람도 있다. 대학생 공모(21)씨는 이번 달이 끝나기 전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간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 군 입대를 자원했지만 입대일이 예정보다 늦어지자 학교를 휴학하고 해외연수를 택했다. 공씨는 “그 친구 흔적이 남아 있는 캠퍼스를 도저히 다닐 자신이 없다.”면서 “새로운 환경이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군대 신병교육대에 붙어 있는 유명한 글귀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은 즐겨라.”를 실천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달 여자친구와 헤어진 대학생 피모(27)씨는 “여자친구 때문에 방해받았던 일이 많았다.”면서 “그동안 못 해본 걸 다하면서 그 여자 따윈 잊겠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여자친구한테 들킬까봐 자제하던 무도회장과 클럽 같은 ‘야간생활’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피씨는 상대의 입맛에 맞추느라 먹고 싶어도 참았던 것들도 즐겨 먹는다.“여자친구와 모든 걸 함께해야 하는 생활이 아니라 나 혼자의 삶을 찾고 있습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동병상련’ 동지 만나 아픔 치유 회사원 이모(26)씨는 최근 오래 사귀어오던 남자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늘 그랬듯 남자들은 별다른 이유는 말하지 않은 채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헤어지자.”는 말만 했다. 헤어짐의 고통은 그나마 참을 수 있는데 왜 헤어지자는 건지 이유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고 남자란 동물을 믿어버린 자신이 미치도록 싫었다. 그러다 찾아낸 방법이 이른바 ‘동지 만들기’. 이씨는 남자 친구와 헤어진 다른 친구와 만나 남자 친구의 험담을 하며 아픔을 치유했다.“친구와 헤어진 남자 친구의 험담을 하면서 자연스레 실연을 극복했어요.” 대학생 정모(25)씨는 1주일에 3일은 술을 마실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 ‘주당’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남자 친구가 영문을 모르는 이별 통보를 해온 날. 정씨는 소주 10병을 사온 뒤 자기 방에다 나란히 나열해 놓고 초록생 병들만 바라보며 밤을 지샜다.“아침이 되어 잠이 들었더니 모든 것이 희미해지는 것 같더군요.” 대학생 김모(25)씨는 실연을 당했을 때 그 남자의 기억을 하나씩 지우는 걸로 분풀이를 한다.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진 김씨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그가 쓴 모든 댓글과 사진 등을 하나씩 지운 뒤 그의 홈피에 있는 자신의 흔적도 하나씩 지웠다.“글이 모두 삭제된 걸 그가 알고 황당해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통쾌하기 그지 없더군요. 그러고나니 한결 기분이 가벼워졌어요.” ●추억을 곱씹으며 기억을 지운다 대학생 박모(23)씨는 떠난 연인의 단점을 하나씩 기억나는 대로 적으면서 아픔을 지웠다. 그의 못된 버릇, 마음에 들지 않았던 행동과 말투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그의 부정적인 모습만 각인시키려 애썼다.“아름다웠던 추억은 나만의 아픔이 될 뿐이더라고요. 그를 미워하기 위해 나쁜 기억만 떠올리면 점점 그는 잊혀지고 나는 또다른 시작을 준비할 수 있게 되더군요.” 전문직으로 일하는 이모(26)씨는 반대로 추억을 곱씹으면서 기억을 지워나가는 스타일이다. 이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다녔던 단골 밥집이나 커피숍 등의 아지트들을 동성 친구와 함께 가거나 혼자 다니면서 추억과 아픔을 떠올려본다.“언제부턴가 저 혼자 그 집을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됐을 때 ‘이제 그가 정리됐구나.’ 싶더군요.” 회사원 배모(24)씨는 학구적으로 실연을 극복한다. 평소 가이드책을 읽길 좋아하는 배씨는 실연당했을 때도 서점으로 달려가 ‘실연극복하기’에 대한 지침서를 사들고 그에 따라 조금씩 아픔을 잊어간다.“예전에는 흥밋거리로 읽었는데 차츰 가슴 속에 하나씩 와닿는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 실연당한 친구에게도 이 방법을 권하고 있어요.” ●다른 일에 몰두해 상처 보듬어 학원강사 박모(26)씨는 집중할 무언가를 찾아 실연의 아픔을 극복한다.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이것저것 찾아헤매던 박씨는 그 결론으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찾아냈다. 생전 집안 일이라고는 손도 대지 않았지만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자 어머니가 웬일이냐며 기특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뒀다.“남자친구의 얼굴을 쓰레기라고 생각하면서 분리수거를 하다보면 어느덧 그 남자는 기억 저 구석에 처박히게 되죠.” 회사원 송모(29)씨가 선택한 취미는 웨이트 트레이닝. 땀을 흘리며 조금씩 몸매를 다듬어가는 운동에 집중하면서 기억도 땀샘으로 내보냈다.“헤어진 남자 친구보다 더욱 흥미진진한 일이 세상에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죠. 웨이트 트레이닝 외에 다른 취미들도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고 있어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버지니아 참사] 2차범행전 우편물… 1차는 우발적?

    4월의 미국 버지니아 공대 교정을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인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지 어느덧 5일째. 조승희(23)씨가 범행 당일 언론사에 발송한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되고, 친지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사건 초기 종잡을 수 없었던 조씨의 범행 동기와 범행 전후 행적에 관한 의문점들이 하나씩 아귀를 맞춰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은 남아 있다. 특히 일부 국내 네티즌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위험한´ 시나리오를 유포하고 있다. 티모시 케인 버지니아주지사는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8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독립조사위원회’에서 학교 당국과 경찰의 초기 대응, 범행 동기와 행적 등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문을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케인 주지사는 “위원회는 범인 조승희가 여학생 스토킹 혐의로 조사받은 경위와 1차 기숙사 범행과 2차 공학관 범행까지의 행적, 그리고 학교 당국과 경찰의 초동 대응조치 등을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첫번째 피살 여학생과의 관계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극도의 적개심을 드러낸 동영상 내용을 감안하면 조씨가 다중사살 범행전에 굳이 기숙사를 찾아가 에밀리 힐스처(18) 등 2명을 왜 사살했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사건 초기 ‘치정에 얽힌 복수극’이란 추측이 나돌았지만 조씨의 내성적인 성격과 힐스처 친구들의 증언을 종합해볼 때 두 사람이 연인사이였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렇다해도 어떤 식으로든 힐스처가 조씨와 연관됐을 것이란 추측은 가능하다. 힐스처가 과거 두차례 스토킹 전력이 있는 조씨의 최근 스토킹 대상이었거나 다른 개인적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조씨의 억눌린 분노를 자극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범행일이 계획된 D데이였나 당일 아침 학교에서 조씨를 목격한 이들은 그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표정이었다고 증언했다.2월과 3월에 각각 한자루씩의 총을 구입하고, 적어도 한달간 사격연습을 했을 정도로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기는 했지만 사전에 16일을 범행일로 잡은 것 같지는 않다는 추측이다. 언론에 공개된 동영상에서 1차 범행 직후에 촬영한 장면이 담긴 점과 사전에 준비할 만큼 중요한 우편물을 1차 범행 전에 보내지 않은 점 등도 당일 아침 불가피하게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뒤 평소 계획 해온 다중사살을 감행했다는 추정을 뒷받침한다.●왜 노리스홀을 택했나 노리스홀은 평소 인문대 강의가 열리는 건물이다. 영문학 전공인 조씨는 주로 이곳에서 강의를 들었다. 미 수사당국은 조씨가 1주일전 독일어 시간에 여학생과 다투다 교수의 꾸지람을 들었고, 이번 범행에서 독일어 강의실에 난입해 독일어 강사 등 20여명을 살해한 점을 들어 노리스홀이 범행 타깃이 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노리스홀을 잘 아는 조씨가 총격 전 강의실을 기웃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 보였다는 증언은 의문거리다.●1차 범행후 경찰은 뭘 했나 조씨는 1차 범행 후 학교밖으로 나가 우편물을 발송하는 등 2차 범행까지 2시간 동안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유유히 교내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는 수사당국이 1차 범행의 용의자로 힐스처의 진짜 남자친구를 수배하는 등 초기 대응을 엉뚱하게 한 탓에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 당국의 미숙한 대응 조치도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말탐방]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 어느 간호사의 25시

    [주말탐방]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 어느 간호사의 25시

    지난 19일 새벽 3시를 막 지난 시각 서울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 갑자기 5번 베드의 비상경고음이 울렸다. 폐렴과 패혈증으로 치료중인 최욱현(가명) 환자의 호흡이 가빠지고 혈압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환자의 호흡과 인공호흡기의 리듬이 어긋나 생긴 일이었다. 벌써 30일이 넘게 중환자실에 있지만 아직 누구도 그 환자의 생사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런 그가 갑자기 새벽에 쇼크를 일으킨 것이다. 담당의사에게 상태를 전하고 즉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이런 경우에는 인공호흡기를 다시 세팅하고, 강심제와 진정제를 투여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20여분간의 사투(?) 끝에 환자는 두어 차례 가쁜 숨을 몰아 쉬더니 이내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긴장 후에 엄습하는 돌덩이 같은 피로를 털며 의료진은 잠시 무거운 몸을 추스렸다. 창밖의 짙은 어둠 속으로 이른 새벽의 연무가 짙게 깔리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 내과계 중환자실의 베테랑 간호사인 정현향(36) 책임간호사.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경계가 그녀의 일터이다. 이를테면 그녀가 있는 곳이 바로 생과 사의 갈림길인 셈. 중환자실이란 그런 곳이다. 저쪽 문으로 나가면 영안실이고, 이쪽 문으로 나가면 회복실이다. 이런 중환자실에서 그녀는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간호사를 ‘백의의 천사’라고 부른다. “처음엔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나 두렵고 막막했어요. 전문교육을 받았고, 병원에 들어와 지금까지 줄곧 중환자실만 지켜왔으나 한사람의 생사가 갈리는 곳이라는 점에서 지금도 두려운 곳이지요. 항상 중압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그럴수록 온몸의 근육과 신경을 탱탱하게 긴장시켜 환자를 돌봐야 하는 곳이 중환자실이거든요.” 간호사 생활 14년째. 그녀는 이 14년을 오로지 중환자실에서만 보냈다. 그런데도 중환자실은 그녀에게 여전히 낯설고 두려운 곳이란다. 이곳의 수많은 ‘앓는 영혼들’을 지켜야 하는 일, 이보다 더 진지해야 하고, 성실해야 할 일이 따로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 세월을 어떻게 지냈나 싶어요. 환자들의 고통에 애간장이 타고,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수많은 경고음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일이 시도 때도 없이 되풀이되는 이런 살벌함을 헤쳐왔다는 게 가끔은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요. 운명이라고 생각하지요.” 간호사의 고통은 이것만은 아니다. 1일 3교대로 돌아가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 그녀의 생활은 마치 톱니바퀴처럼 한치의 어긋남도 없다. 예컨대 그녀의 출근이 10분 늦으면 전임자의 퇴근이 그만큼 늦어진다. “나 때문에 두 딸의 생활이 덩달아 3교대로 돌아가야 할 때는 엄마로서 정말 가슴 아프지요.” 그러나 이런 힘겨움은 이제 익숙한 일상이 됐다. 문제는 환자들을 겪으면서 겪는 상처다. 지금까지 간호사로 생사의 현장을 누빈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그녀의 눈앞에서 삶을 마감한 환자만 어림잡아 1000명이나 된다. “어느 하나 아깝지 않은 죽음, 슬프지 않은 죽음이 없지요. 처음 환자의 죽음을 확인했을 때는 너무 가슴이 저려 종일 어떻게 일을 했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그런 슬픔에 마냥 빠져있으면 안 되잖아요. 돌봐야 할 다른 환자들도 많은데…. 이런 게 직업의식인가 봐요.”잠을 쫓아가며 환자를 살펴야 하는 직업, 식사시간이 10분을 넘으면 스스로 불안해지는 직업, 그래서 소화불량과 방광염 같은 질환을 달고 사는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가슴 아픈 일이 어디 한두가지랴만 그래도 가슴에 남는 환자는 따로 있다. “3년쯤 전의 일이에요. 일곱살 난 여자애가 폐섬유종으로 이곳에서 숨졌는데, 뒤이어 그의 남동생이 같은 병으로 이곳에서 짧은 생을 접었던 일, 그 둘의 주검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저몄는지….” 그러나 슬프지만 아름다운 죽음도 있다. 중환자실 파트장인 김정연(36) 간호사는 이런 사연을 소개했다. “7∼8년쯤 됐나요. 폐암이 뇌종양으로 전이된 할아버지 한분이 이곳으로 오셨는데, 너무 인자하고 의연했어요. 언제 숨을 놓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심폐소생술을 거부하시더니 어느날 밤, 저와 대화를 나눈 뒤 정말 잠든 듯 운명하시더라고요. 제가 그 분의 생애 마지막 대화자였는데, 그 대화를 가족들과 나눴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에 지금도 가슴이 저릿해지곤 해요.” 이런 그들에게는 와닿는 삶의 의미도 각별할 수밖에 없다. 정 책임간호사는 “이미 의학적 처치가 별 의미가 없는 환자를 병원으로 모셔온 가족들이 의료진에게 최선을 다해 달라고 떼쓰듯 할 때는 솔직히 안타까워요. 환자가 그 지경이 되기 전에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지 않고, 더 중요한 것은 환자가 의미없이 생명을 연장하는 것보다 삶의 질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전 나중에 그런 상황에서 절대 심폐소생술을 안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김 파트장도 “일부이긴 하지만 이미 최악의 상황에 이른 환자를 대책없이 병원에 놔두는 건 치료를 바라는 게 아니라 병원을 도피처로 삼는 것이라고 여길 때도 없지 않다.”며 “중환자실에서 환자와 말 한마디 못 나눈 채 사별하는 것보다, 차라리 집으로 모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게 하는 게 더 의미있다.”고 털어놨다. 그들과의 대화는 수시로 발생하는 상황 때문에 단속적이었지만 흥미롭고 진지했다. “물론 기쁜 일이 더 많지요. 처음엔 가망없다고 여긴 환자가 멀쩡하게 회복해 일반병실로 가시더니 나중엔 휠체어를 타고 저흴 찾아 오셨어요.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그 분을 환대했던 기억, 그런 일이 보람이겠죠.”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간호사로서 바람이 많지요.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것은 스스로 죽음을 예비하고 준비하는 문화가 빈약하다는 겁니다. 중요한 결정을 가족에게 미루기보다 미리 결정해 놓으면 한 자연인의 종말이 더 아름답고 의미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다시 일이 터졌다. 새벽 4시15분을 막 지난 시각. 다발성 장기부전 환자의 심장이 갑자기 멈춰 비상이 걸렸다. 심전도 모니터의 경고음이 요란한 가운데, 담당간호사의 보고를 받은 정 간호사는 서둘러 의사에게 연락을 취하고는 앰부 배깅(Ambu-Bagging)을 시작했다. 의사가 오기 전까지 수행해야 하는 응급심폐소생술(CPR)이다. 다행히 환자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고, 그들은 깊은 안도의 얼굴로 새벽의 여명을 맞았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서울 4色 탐험-예술의 향기] 광화문 KT아트홀

    [서울 4色 탐험-예술의 향기] 광화문 KT아트홀

    ‘서울 도심에서 재즈에 취하다.’ 서울 광화문 ‘KT아트홀’에서 매일 저녁 재즈 공연이 필쳐진다. 클래식 음악부터 비보이 댄스까지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으나 최근 재즈 전문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공연시작 시간은 오후 7시30분이며 입장료는 1000원. 오픈기념으로 ‘2007 봄 재즈 스밋(Spring Jazz Summit)’이 이달 30일까지 진행된다. 모이다, 피아니스트 민경인, 하타 슈지, 정유정 트리오, 말로,C2K 등 국내외 뮤지션이 참여한다. ●입장료 1000원… 주말에는 매진 지난 16일 오후 7시30분, 무대가 밝아지고 5인조 퓨전 재즈밴드 ‘스포트라이트’가 무대에 올랐다. 중년의 직장인과 젊은 대학생 등이 관람석 233석의 절반 남짓 채우고 있다. 강은영 과장은 “주초인 데다 날씨까지 쌀쌀해 예약자가 많이 오지 않았다. 보통 주말에는 거의 매진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기획공연은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에서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감미로운 음악이 연주되자 관객들은 일상을 잊은 채 재즈에 빠져들었다. 머리로 리듬을 타고, 손·발로 장단을 맞추었다.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KT아트홀은 재즈처럼 아늑했다.1m 높이의 무대가 관람석과 닿을 듯 가깝다. 중앙 기둥에는 기타, 색소폰을 연주하는 뮤지션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 벽은 숲속처럼 상큼하다. 큼직한 나뭇잎이 높은 천장까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신발 벗고 누워서 관람 ‘안방이 따로 없네´ 관람석도 일품이다. 앞쪽에는 평범한 의자가 놓여 있지만 뒤쪽에는 계단식 관람석이 멋스럽다. 계단식 관람석에는 초록·빨강·주홍·흰색 쿠션이 있어 관객들이 자연스레 신발을 벗고 계단에 깊숙이 앉는다. 최고의 좌석은 천장이 닿는 맨 마지막석. 움푹한 나무 계단에 등을 대고 있으면 다락방처럼 포근하고 편안하다. 비스듬히 누워 연인의 어깨에 기대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관람석이 매진됐다고 슬퍼하지 말자. 무료석이 남아 있으니까. 중앙 기둥을 기준으로 무대가 보이는 오른쪽 좌석은 유료지만, 왼쪽 좌석은 무료다. 기둥 때문에 무대 일부가 보이지 않아 무료로 개방했다. 그러나 무대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이 좌석 앞쪽과 왼쪽에서 실시간으로 상영돼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무료석 앞쪽 ‘카페 재즈&’에서는 음료(3500∼5500원)와 케이크(4000∼4500원)가 판매된다. 공연장 안에서도 카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공개 프러포즈 등 이벤트도 다양 KT아트홀에서는 몇 가지 이벤트가 진행된다. 공연 입장료를 전액 소외 이웃을 위해 내놓는 ‘천원의 나눔’이 그것이다. 이번 기획공연 입장료는 청각장애 청소년의 보청기를 지원하는 사업에 사용된다. 공연 1,2부 사이에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개 프러포즈를 할 수 있다.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KT아트홀로 보내면 원하는 공연 날짜에 상영해 준다. ‘사랑은 □다.’란 이벤트도 인기절정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사랑을 정의 내려 KT아트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최고의 메시지를 선정한다. 이날 공연에서는 ‘사랑은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뽑혔다. 광화문을 지나다 재즈 음악이 그대의 귓가에 울리면 무작정 KT아트홀로 들어가라. 여유롭고 감각적인 시간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기고] 한·미 FTA와 저작권/조창희 문화관광부 문화산업국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달초 타결되었다. 막판까지 양국은 쇠고기, 농업, 자동차시장 개방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협상했다. 저작권분야도 양국이 최종 협상단계에서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한 핵심분야였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성공적인 협상 결과를 꼽자면, 저작물의 가격을 인상시킬 수 있는 미측의 병행수입금지(저작권자의 허락없이는 국내에서 동일 진품 저작물을 수입·판매할 수 없음) 요구와 불필요한 소송을 야기할 수 있는 비위반제소의 불수용을 들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보호기간 연장 요구를 수용했다. 미국이 당초 저작자가 자연인이 아닌 법인·단체 등일 경우 최고 120년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예외없는 70년 연장이 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한·미 FTA 협정으로 기대되는 전체 기대이익을 고려해 양국이 한발씩 양보한 합의였다고 생각한다. 일시적 복제권 등 다른 핵심 쟁점의 경우 디지털 환경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저작권 침해에 노출되어 있는 저작자의 보호 필요성을 인식해 도입을 결정하였다. 다만, 권리보호의 강화로 저작물 이용이 제한되지 않도록 협정문에 예외규정을 명시하는 등 권리자와 이용자의 균형이 어느 한축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였다. 저작권 집행수준도 일정 부분 강화되었다. 저작권 침해시 손해배상의 하한액이 적용되도록 하는 ‘법정손해배상’제도가 새로 도입되었으며, 포털사업자 등이 온라인서비스의 가입자가 저작권을 침해했을 경우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권리자에게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집행 수준의 강화는 권리자의 실질적인 권리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한·미 FTA를 통해 저작권 보호수준이 강화되었다. 새롭게 권리가 강화되는 보호 중에는 저작권 선진제도 도입을 위해 이미 우리 정부가 수년전부터 검토하고 있던 내용도 있다. 반면 ‘보호기간 연장’ 등 당장은 이익보다는 손실이 큰 것처럼 보이는 내용도 있다. 그럼에도 한·미 FTA 저작권분야의 전체적인 협상결과를 보건대 우리 저작권산업(문화콘텐츠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튼튼한 기반이 되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한류’의 사례에서 보듯이 콘텐츠 수출국이며 이제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 선진 문화산업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이를 위해 선진화된 저작권보호 시스템은 중·장기적으로 실보다는 득으로 작용하리라 기대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 문화부는 저작권 보호강화로 인해 위축될 수 있는 저작권 이용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도 다각도로 마련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문화부는 이미 지난해 한·미 FTA가 타결되었을 경우에 대비해 ‘디지털 환경에서의 이용활성화 방안’ 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여기에는 ‘포괄적 공정이용을 위한 저작권 제한’제도의 도입 등 여러 법적, 제도적 보완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문화부는 한·미 FTA 저작권분야 후속조치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이용자가 기존에 누리던 자유로운 이용이 침해받지 않도록 여러 지원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저작권 산업이 하루빨리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 저작권 산업은 국내 시장에 안주할 단계가 아니다. 한류를 넘어 더 큰 도약을 위해 앞을 보고 미래를 보자. 이번 한·미 FTA가 우리 저작권 산업 발전을 위해 우리에게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문화부는 국민과 손잡고 노력해 나갈 것이다. 조창희 문화관광부 문화산업국장
  • ‘화성 연쇄실종’ 공개수사 100일… 범죄전문가와 현장을 가다

    ‘화성 연쇄실종’ 공개수사 100일… 범죄전문가와 현장을 가다

    “초저녁부터 거리에는 인적이 끊겨요. 상당수 점포에는 무인 경비시스템을 달았죠. 하루빨리 범인이 검거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4명의 부녀자가 잇따라 실종된 경기 화성시 비봉면 일대는 16일 스산함이 감돌았다.‘화성부녀자 연쇄실종 사건’의 경찰 공개수사가 오는 19일로 100일을 맞지만 이렇다 할 단서조차 파악되지 않는 등 수사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마켓등 저녁 9시면 문닫아 지난해 12월24일 새벽 실종된 노래방 도우미 박모(37·여)씨의 휴대전화 연락이 끊긴 비봉톨게이트 인근에서 토스트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30·여)씨는 “실종사건 이후 날이 어두워지면 너무 불안해 두달 전 사설 경비시스템을 달았다.”면서 “가로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밤만 되면 무서워 밖에도 못 나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봉면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38·여)씨는 “한동안 밤에 물건 사러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면서 “지금은 주민들이 ‘설마 여기서 사라졌을까.’라며 애써 위안한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12월13일 첫 번째 실종자인 노래방 도우미 배모(46·여)씨가 실종된 경기 군포시 산본1동 먹자골목 일대 주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배씨가 일하던 S노래방 옆 건물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유모(38·여)씨는 “오후 9시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불안해서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아이들도 밖으로 나다니지 못하게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 1월9일 경기 군포경찰서에 수사본부(본부장 박학근 경무관)를 차린 뒤 매일 5∼10개 중대를 동원, 실종자 수색 및 범인 검거에 나서고 있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16일까지 567개 중대 연인원 5만여명이 수색작업에 동원됐지만 183점의 유류물(여성신발 82점, 휴대전화 27점 등)만 발견했을 뿐이다. 이마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했지만 피해 여성들의 것으로 확인된 유류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발견 유류물·제보 피해자와 관련 없어 경찰은 강력사건 최고인 5000만원의 보상금을 내걸고 주민제보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날까지 들어온 84개의 제보 역시 대부분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종 여성들의 통화 내역 3만여건을 분석하고 동선을 중심으로 방범 및 교통 폐쇄회로(CC)TV와 교통정보 수집장치(AVI)에 등장한 용의차량 4000여대를 집중 수사했지만 역시 소득이 없었다. 군포서 고위관계자도 “실종됐다는 사실만 알 뿐 현장이 없어 단서를 발견할 수 없는 상태라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군포서 강력3팀 관계자는 “수사 초기 50일가량 집에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여기저기 헤집고 다녔지만 요즘은 단서가 없어 그나마 일요일은 쉰다.”고 답답해했다. 한편 경찰은 수색작업의 범위를 경기 용인, 안성, 시흥 등 인접 13개 경찰서로 확대하고, 당진 등 충남 5개 경찰서와 인천 남동경찰서에 공조수사를 의뢰했다. 화성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스타의 부업-그집의 술값·음식값

    스타의 부업-그집의 술값·음식값

    연예인이 부업을 벌였다 하면「살롱」,「클럽」등 유흥업이기 첩경이다.「라스베이거스」의 경우는 이름있는「호텔」「클럽」의 절반 이상이 인기 연예인들의 것. 과연 한국의 인기 연예인들도「라스베이거스」의「프랭크·시내트러」「딘·마틴」「세미·데이비스·주니어」처럼 유흥가의 왕자가 될수 있을는지…. 1백평 홀의「봉조·클럽」은 1인당 1만원은 가져야 「프랭크·시내트러」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유흥가의 예비왕자로 등장한게 작곡가 겸 연주인인 이봉조(李鳳祚)씨다. 서울 청계천4가「센트럴·호텔」8층의「봉조·클럽」이 李씨의 업체. 1백여평의 넓은「홀」에 1백석 가량의 좌석을 수용하고 있으니까 크기로는 서울서 몇째 안간다. 8인조「밴드」가 연주하는 무대와 20쌍 가량이 춤 출수 있는「플로어」-「나이트·클럽」이 갖출 시설은 거의 갖추었다. 이 곳에서 사장님인 이봉조씨는 저녁 7시 개장과 함께 시작해서 영업마감 시간인 새벽 1시까지「색소폰」을 연주한다.「밴드」도 그가 악장으로 있는 이봉조「밴드」. 음악은 조용한「무드·뮤직」에서 최신 유행의「재즈」까지 각양각색이지만 춤추는「커플」을 위한「댄싱·뮤직」이 주류를 이룬다. 걸작이라면 이봉조씨의 즉흥 연주.「애들리브」의 선수로 알려져 있지만 때로는「데니·보이」에「웨딩·마치」를 섞는 익살도. 고객층은 주인과 가까운 방송·가요계 사람이 많다. TV 「탤런트」, PD, 가수들이 잘 모이는데 대개는 외짝으로 와서 아가씨는「현지조달」. 여기 제공되는「팁」은 5천원대, 3천원이면 짠 편. 주류는 맥주와 양주(관광업소이기 때문에 양주를 팔 수 있다)- 맥주 1병에 5백20원(세금,「서비스·차지」포함) 꼴이고 양주는 4~7백원, 안주 하나에 7백80원(세금포함) 꼴.여기에 입장세가 5백원. 값은 다른「나이트·클럽」과 별 차이가 없으니까 웬만큼 즐기려면 한사람 1만원은 준비해야…. 「홀」분위기는 좋은 편이고「호스테스」도 예쁘고 친절. 그위에 1류「밴드」와 1급가수의 노래가 덤으로 얹히는 셈이랄까, 그래서인지 개업 2개월동안 계속 만원을 이루고 있다. 「봉조·클럽」이 여유있는 선남선녀의 유흥장이라면 金「세레나」양의「세레나·살롱」은「샐러리맨」의 휴식처라 말할 수 있다. 우선 적은 돈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농촌 무드의「세레나·살롱」적은 돈으로 분위기 살려 명(明)동 성당입구에 자리잡은 이「살롱」은 민요가수 김「세레나」답게 농촌「무드」를 살린게 특색이다. 30여개의「테이블」이 놓인「홀」은 당초 수수깡 울타리 박덩굴등의 장식으로 제법「서울속의 산촌」을 풍겼다. 요즈음은 이런 장식을 정리, 바가지 대바구니의 등불등 단순하고 시원한 조명으로「바캉스·무드」. 맥주 1병에 3백원이고 안주는 하나에 1백원 균일. 낮에는「코피」등 음료를 파는 요즈음 유행의「주간다실」겸업이다. 고객층은 남녀동반의 30대가 제일 많다. 짝이 없는 손님에게는 미희의「서비스」가 제공 되는데 무료가 아니라「팁」(2~3천원)을 주어야 한다. 아가씨들은 대부분 20대초년생들로 긴 머리가 특징. 한쪽 구석에 마련된「스테이지」에선 5인조「밴드」가 연주를 맡고 있다. 김「세레나」의 부군 이종묵(李鍾默)씨가 바로「색소폰」연주자겸 악장인데 이 가게에서는 연주를 삼가는 편. 김「세레나」양도 이따금 나타나지만 노래는 부르지 않는다.「적은 돈으로 쉬고 가도록」이를테면 박리다매식 상술인데 연인동반이라면 3천원정도로 즐길 수 있다. 그 다음『과거를 묻지 마셔요』의 가수 나애심(羅愛心)의「살롱·뚜리바」. 얼마전 방송엔 나왔지만 현역에서 물러난 것으로 봐야 하는 나애심양의 이「뚜리바」는 영화·연예계 많은 식구의 단골집이 되어있다. 장소가 영화인의 집산지인 충무로2가. 「테이블」이 10여개 밖에 안되는 조그만「홀」이 오히려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벽과 선반을 장식한 공예품들이 나애심양의 섬세한 취미를 나타내 주고. 음료와 경양식을 겸해서 낮에는「코피」와 양식이 나온다. 『경양식은 앞으로 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얘기도. 술값은 맥주 1병에 4백원꼴. 안주값은 하나에 5백원가량. 마른 안주속에는 메뚜기도 나온다. 얼굴 예쁜 아가씨들이 술잔을 부어주는데 「팁」은 보통「살롱」수준. 주인공 나애심씨는「조용한 분위기」가 자랑인데 동생인 김봉옥(金鳳玉)양과 함께 매일 나온다. 「희의집」은 가족적 분위기 1천원이면 실속 차리고 윤정희(尹靜姬)의「통닭집」으로 소문난 퇴계로의『姬(희)의 집』은 얼마전「홀」을 2배로 확장, 개업 1년간의 착실한 성장을 과시했다. 당초 통닭집만 하던 것을 경양식과 음료를 곁들여「메뉴」도 많아졌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주업은 통닭. 「스타」의 집이란 선전 효과도 있지만「고기맛이 유달리 좋다」는 소문이다. 닭고기는 2백원, 3백원, 5백원이 정가. 맥주는 1병에 2백50원이고「주스」류는 1잔에 2백원. 닭고기를 즐기는 층이라도 1천원이면 맥주로 입가심까지 할 수 있어서 실속이 있는 셈. 고객은 학생층에서 50대까지 각양각색. 윤정희의「팬」이라고 모이는 손님이 자연 단골이 되고 그래서 때로는 가족적 분위기. 이 곳에서 약혼식을 올리는 일이 차차 늘어나서 하는 수없이 10명 가량이 합석할 수 있는 별실까지 만들었다. 윤정희가 촬영 여가에 잠시 들르는건 사실이지만 고객과 대화할 여유는 거의 없다. 경영은 윤양의 어머니 박XX 여사가 전담.「홀」을 2배로 늘려 23개의「테이블」이 있으나 다시 2배로 늘려야 할만큼 장사가 잘 되고 있다. 연예인의「마시는 장사」는 이밖에도 몇개 있다. 여배우 문미봉(文美峰)이 을지로3가에「오솔집」이라는 막걸리집을 경영하고, 이규웅(李圭雄)감독이 종로쪽에 역시 대폿집을 갖고있다. [선데이서울 70년 8월 16일호 제3권 33호 통권 제 98호]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70년간 가사 5000곡 쓴 한국가요계 거목 반야월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70년간 가사 5000곡 쓴 한국가요계 거목 반야월씨

    단장(斷腸)의 고통이란 이런 것일까.1950년 9월초였다.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던 아내는 할 수 없이 어린 딸과 피란길에 나섰다. 서울 미아리고개를 막 넘었을 때였다. 허기를 견디지 못한 어린 딸이 자욱한 화약연기 속에 숨을 헐떡이다 그만 명줄을 놓고 말았다. 오열을 토해내던 아내는 정신을 차려 딸의 시신에 간신히 흙을 덮고는 다시 길을 떠났다. 남편과 재회한 것은 그로부터 몇달 뒤였다.6·25전쟁이 끝날 무렵인 어느 겨울날, 남편은 아내와 함께 딸이 묻힌 미아리고개 근처를 찾았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딸의 무덤은 보이지 않았다. 너무 얕게 묻어서 이리 저리 발끝에 차이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을 것이라고 여겼다. 남편은 비통한 마음에 아내의 손을 붙잡고 한참동안 흐느꼈다. 저절로 한 편의 시를 썼다. ●‘단장의 미아리고개´ 작사가 “미아리 눈물고개 님이 넘던 눈물고개/화약연기 앞을 가려 눈 못뜨고 헤매일 때/당신은 철사줄로 두손 꽁꽁 묶인 채로/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맨발로 절며절며∼.” ‘단장의 미아리 고개’, 말 그대로 장(腸)이 끊어지는 아픔의 노래다. 이 시는 1956년 이해연의 목소리로 처음 불려진 후 지금까지도 애송되는 국민 가요가 됐다. 이 노랫말을 지은 작사가 반야월(90) 선생.1917년생이니 우리 나이로는 91세인 셈. 부인인 윤경분(86) 여사도 살아 있어 가끔 당시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반 선생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 가요사(史)의 백과사전이요, 산 증인이다. 올해로 70년 가요인생을 맞는다. 그동안 무려 5000곡에 가까운 노래를 만들어냈으니 기네스북 등재가 부럽지 않다. 특히 노래비만 해도 ‘울고넘는 박달재’‘단장의 미아리고개’‘만리포사랑’‘소양강처녀’‘삼천포아가씨’ 등 10여개에 달해 생존 가요인으로는 가장 많은 노래비를 가지고 있다. ●청계천 주제로 10곡 선보인다 그는 요즘도 여전히 현역이다. 보통 사람의 나이로 보면 눈과 귀가 멀어 뒷방에 나앉을 법도 하건만 매일 오선지 위에 시를 써내려간다. 최근에도 ‘청계천 트위스트’,‘청계천 엘레지’,‘꿈꾸는 청계천’ 등 청계천을 소재로 한 가사를 10곡이나 만들어 놓았고, 이 가운데 여러 곡이 녹음 중이어서 늦어도 상반기 중 팬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무엇이 그토록 반 선생의 창작열을 달구고 있을까.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에 위치한 한국가요작가협회 사무실에서 반 선생(협회 원로원 의장)과 어렵게 마주 앉았다. 파란 체크무늬 넥타이에 정장을 한 모습이 90나이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건강이 어떠냐고 했더니 “이젠 잘 안들려. 성질은 급하고 할말은 많은데 말야.”라며 웃는다. 이어 “다리도 좀 쑤시지만 전철타고 다녀.(다리)부러지지 않으려고 정신 바짝 차리고 있지.”라고 특유의 괄괄한 성격을 드러냈다. 병원에서 가끔 건강을 체크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아픈데는 없다고 했다. 채식 위주의 소식(小食)도 건강비결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이 나이에 매일 일기 쓰고 4개의 일간신문을 다 보고 살아. 사회면은 물론 사설까지 몽땅. 그러다 보니 잠은 새벽 1시쯤에나 자게 돼. 모든 것이 정신 통일이야. 그리고 말야, 아직까지 작품을 쓰고 있잖아. 그러니 치매 걸릴 틈이 어딨어? 음식? 거 많이 먹으면 못써. 그저 맛있는 음식을 찾아 식도락하고, 즐거움 속에 그냥 소리내어 크게 웃는 거야. 하늘이 놀랄 정도로 말야. 자, 따라해 봐.‘우하하하’, 이게 최고지, 암.” 그는 가끔 택시를 타는 경우가 있다. 그 때 자신을 알아보는 운전사에게 자신의 나이를 물으면 70대라고 한단다.“기자양반, 다니다보면 나를 알아보는 사람 많아. 그러니 내가 세수 안하고 꺼벙하게 다닐 수 있겠어.‘꼰대’소린 듣기 싫거든.”이라며 깔끔한 옷차림을 자랑하는 그다. 최근 작품으로 화제를 옮겼다. 주저없이 서랍 속에서 악보를 꺼내더니 막 작업을 끝낸 ‘꿈꾸는 청계천’을 먼저 낭송한다.‘아, 청계천아 꿈꾸는 청계천아/육백년 긴 세월에 부귀영화 속절없고/임금님께 바친 절개 치마폭에 한을 담고/낙화되어 사라져간 궁녀들의 눈물이여.’ 고저장단, 정확한 발음과 감정이입이 사뭇 감동적이다. 듣는 자세가 진지해서일까. 그는 “자 들어봐, 이번에는 ‘청계천 블루스’야.”라며 다시 낭송을 했다.“네온등 꽃물결에 황혼빛 청계천/새단장 곱게 꾸민 분수가 꿈을 쏟네/그이와 만나자고 약속한 광교다리/퇴근길 늦은시간 가슴만 조마조마/아 서울의 연인이여 청계천 블루스/울어라 색소폰아 밤새워 같이 울자∼.” “어때, 괜찮아? ‘청계천 시리즈’로 10곡을 만들고 있어.(옆에 앉아 있는 작곡가 김병환씨를 가리키며)작곡이 훌륭해. 청계천을 가끔 걷다 보면 이 생각, 저 생각 많아. 그래서 쓰기 시작했어. 이봐, 청계천의 다리가 몇갠줄 알아? 광교, 수표교, 배오개….22개나 돼. 다들 600년의 역사와 한이 담겨 있거든.” ●“‘꼰대´ 소린 듣기 싫다고” 옛날에는 을지로 3가 일대를 ‘스카라 계곡’으로 불렀다고 한다. 남산에서 내려온 물이 스카라 극장 앞을 거쳐 청계천으로 흘러갔다는 것. 지금도 그렇지만 이곳 일대가 생활무대여서 제2의 고향으로 여길 정도다. 그가 왜 ‘청계천 시리즈’ 노래를 만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눈 감는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어디 (죽는 것도)맘대로 돼야 말이지. 먼저 간 동료나 선배들이 꿈속에서 천천히 오라고 자꾸 그래.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살면서 후배들을 이끌고 뒷바라지하라는 팔자지 뭐겠어.”라며 또한번 크게 웃는다. 요즘의 가요계 세태와 관련해서는 “국적 불명의 노래가 많은 데다 기승전결이 없어 영 맛이 없어. 또 듣는 노래가 아닌 보는 노래로 변질돼가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고….”라며 원로다운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일제시대 때)노래도 글도 다 빼앗긴 시절에 눈물로 우리 노래를 지켜왔어. 온돌, 김치, 된장만이 전통이 아니라 노래도 전통이 있는거야. 살려야 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매년 한번씩 ‘가요사랑 뿌리찾기 운동’을 펼칠 예정이라면서 살아 있는 동안 전통가요 살리기에 앞장서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본명은 박창오(朴昌吾).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1939년 조선일보와 태평레코드사가 주관했던 전국가요음악 콩쿠르에서 1등으로 뽑혀 가수생활을 시작했다. 예명은 ‘진방남’.1940년 ‘불효자는 웁니다’로 일약 스타가 된다.1942년에는 작사가 ‘반야월(半夜月)’로 또다른 인생을 시작했다. 달이 차면 기울 듯, 이왕이면 곧 일그러질 보름달보다 앞으로 점점 커질 반달이 희망적이라는 뜻에서 ‘半夜月’로 했다. 이밖에 추미림, 박남포, 남궁려, 금동선, 허구, 고향초, 옥단춘 등의 예명으로 암울했던 시절을 노래했다. ●“가요 뿌리찾기 운동 할 거야” 그는 애주가로 소문나 있다. 지금은 부인의 건강 때문에 일찍 귀가하지만 그 전만 하더라도 항상 후배들과 술자리에서 어울렸다. 술시(時)가 되면 초걸이(1차)를 시작으로 소걸이(2차), 중걸이(3차)까지는 기본이다. 이 때마다 ‘자, 사랑합시다.’라며 권주사를 드높인다. 가끔 중중걸이(4차)까지 해도 귀가 때는 지하철을 이용한다. 얼마전에는 70여년의 음악인생을 정리한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930쪽짜리 회고록을 펴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흥미진진한 가요사의 이면까지 담아 사료적으로도 중요한 저술이다. 슬하에 2남4녀를 두었으며 대부분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 주요 노래 꽃마차, 고향만리 사랑만리, 불효자는 웁니다, 세세년년, 잘 있거라 항구야 등. # 주요 작사 두메산골, 만리포사랑, 무너진 사랑탑, 벽오동 심은 뜻은, 비 내리는 삼랑진, 산장의 여인, 삼천포 아가씨, 유정천리, 울고넘는 박달재, 잘했군 잘했어 등. # 주요 저서 반야월 히트가요 선집, 반야월 명작가요 전집, 반야월 가요야화, 불효자는 웁니다 등.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포스트 김종욱… ‘ 누가 될까?

    ‘포스트 김종욱… ‘ 누가 될까?

    ‘제2의 김종욱 찾기’는 누가 될 것인가? 8일 막을 내리는 ‘김종욱 찾기’는 241석의 소극장에서 지난해 2만명, 올해 3만 2000명의 관객과 객석점유율 94%를 기록한 창작뮤지컬 최고의 히트작이다. 지난 3월 개막한 창작뮤지컬 3편 ‘위대한 캣츠비’ ‘컨츄리보이 스캣’ ‘첫사랑’을 비교·분석해 ‘김종욱 찾기’의 성공신화를 이어갈 작품을 찾아봤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감동을 주는 노래를 자랑하는 ‘첫사랑’이 가장 뛰어난 작품성으로 유력하게 꼽혔다. 창작뮤지컬 3편의 장단점을 알아 보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위대한 캣츠비 ●‘청춘의 혼란´ 세밀한 묘사 돋보여 지난 3월9일 서울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에서 개막해 폐막 기한없이 10달 이상 장기 공연중이다. 청춘의 혼란에 복선을 깔고, 인물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낸 강도하의 만화가 원작.2004∼2005년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돼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원작 만화는 동물을 의인화해 그림은 예쁘지만 주인공들이 독설을 내뿜고, 청춘의 현실은 신산하다. 캣츠비, 하운두, 페르수는 대학시절 친구로 하운두의 조건을 건 양보로 페르수와 캣츠비는 연인이 된다. 청년백수가 된 캣츠비는 하운두에 빌붙고, 페르수는 돈 많고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해 버린다. # 장점 ‘대학로의 미래’로 불리는 박근형 연출가의 손맛으로 인해 소극장 공연에서 맛볼 수 있는 자잘한 재미가 쏠쏠하다. 드라마 음악을 했던 아트모스피어의 노래도 사랑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며 귀에 착 감긴다. 영상을 활용해 소극장 무대의 단점을 극복하려 한 시도 역시 돋보인다. # 단점 하운두의 비밀이 드러난 이후 급반전되는 극의 분위기는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몰입하기 힘들다. 일부 배우들의 가창력은 음악의 수준을 갉아 먹는다. 뮤지컬의 매력을 살렸다기보다는 소극장 연극과 발라드 가요가 조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 컨츄리보이 스캣 ●‘뮤지컬 관람이 잠수함 여행´ 설정 신선 한국 공연계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기획사 CJ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최초로 시작한 창작뮤지컬 쇼케이스를 통해 처음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지난 3월13일 개막해서 오는 5월5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즉흥적으로 뜻없는 가사를 지어서 부르는 스캣이란 특이한 소재와 해군홍보단 출신인 양만춘 밴드의 열정적 공연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신선함에 비해 완성도는 덜 익었다는 게 중평. # 장점 관객을 바다마을로 가는 잠수함 승객으로 모시는, 뮤지컬 관람을 여행으로 상정한 설정이 신선하다.‘뚜∼루비루비루바레’란 가사만으로 자유본능을 전달한다. 드라마 ‘간난이’로 데뷔해 뮤지컬 배우로 농익은 김수용의 땀과 열정이 인상적이다.‘몸이 되는’ 여주인공의 안무는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 단점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알기 힘들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사회자 역할을 하는 배우가 있지만 역부족. 무대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양만춘 밴드와 뮤지컬 공연이 어우러지지 못한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환상과 모험의 뮤지컬인지, 아니면 양만춘 밴드의 록 콘서트인지 헷갈린다. ■ 첫사랑 ●중년 배우 연기력에 탄탄한 줄거리 압권 2년간의 사전 제작기간이 빛을 본다. 초연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지난 3월28일 개막해서 오는 6월17일까지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에서 공연된다. 창작뮤지컬로는 드물게 중견 배우들을 끌어들여 유행을 타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벗어났다. 즐겁고 신나는 게 뮤지컬의 전부인 줄 알았다면 진한 눈물 한방울쯤은 준비해야 할 것 같다.20대부터 60대의 배우가 한 무대에 서서 남녀간 사랑뿐 아니라 부자간의 정, 모녀간의 애증에 대해 노래한다. 유명세를 따지지 않는다면, 홍광호-해이-김성기가 최고 가창력의 앙상블을 자랑한다. # 장점 프랑스 극작가 마르셀 파뇰의 ‘화니 삼부작’에서 모티브를 딴 줄거리가 배우들의 연륜으로 더욱 탄탄하게 살아난다. 영상과 조명, 세트를 다양하게 활용한 무대 연출도 눈에 띈다. 완성된 대본이 나오기 전 워크숍에서부터 참여한 배우들의 연기 몰입은 감동 그 자체다. # 단점 첫사랑은 진부하고 신파적인 소재다. 자칫 선입견만으로 닳고 닳은, 그저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첫사랑’이란 제목을 단 여러 문화 장르 가운데 뮤지컬로는 이번 공연이 지금까지는 단연 으뜸이다.
  • [주말탐방] 금남의 집 광명시 하안동 복지아파트

    [주말탐방] 금남의 집 광명시 하안동 복지아파트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단돈 50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초저가 아파트가 있다.20대 미혼 직장 여성들의 꿈으로 가득 찬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복지아파트가 그곳이다.2∼3평 남짓한 방 한 칸에서 2명씩 부대끼며 생활해도, 입주자들의 마음만으로는 부자 아파트다. ●단돈 50만원으로 ‘내 집’ 마련 복지아파트 입주 보증금은 47만∼53만원 선이다. 복지아파트 운영 초창기인 1986년에는 입주 보증금이 4400원에 불과했다.20여년 동안 120배 이상 올랐다고는 하나, 이곳에 거주하는 450가구 1600명이 낸 보증금을 모두 합해도 강남지역 아파트 한 채 가격에도 못 미친다. 입주자들이 매달 납부하는 임대료는 월 1만 8000∼2만 400원이다. 전기·가스·수도요금 등을 포함한 관리비가 추가된다. 하지만 한 집에 3∼4명씩 살기 때문에 1인당 주거비 부담은 월 평균 5만∼6만원이 고작이다. 박정혜(30)씨는 “월급의 90% 가까이를 쓰다가,4년전 이곳에 입주한 뒤에는 60∼70%를 저축하고 있다.”면서 “저렴한 데다, 여성들만 살기 때문에 관리가 철저해 안전한 것도 장점”이라고 꼽았다. 천미혜(28)씨도 “타향살이에도 의지할 사람이 많아 든든하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다.”면서 “아파트단지 내 문화프로그램도 다양해 자기 계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홍보가 필요없는 입소문의 ‘위력’ 복지아파트는 입주자 모집을 위한 별도의 홍보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점이 많기 때문에 빈 방은 없다.‘입소문’만으로도 전국 8도에서 신청자들이 몰려든다. 알음알음 소문이 번지면서 3자매·쌍둥이자매 등 한핏줄은 물론, 고향·학교 친구, 직장 동료 등이 아파트 주민을 구성하고 있다. 건물이 지어진 지 20년이 넘으면서 아파트 철거 움직임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곳을 거쳐간 ‘OB’들과 입주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이정연 복지아파트 관리담당자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입주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다.”면서 “시설이 낡아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지금도 입주 경쟁률은 2∼3대 1 정도”라고 전했다. ‘무늬만’ 아파트라는 입주자들의 불평도 있지만, 여성들만 살기 때문에 자체 규율은 엄격한 편이다. 남성들의 단지내 출입은 철저히 통제된다. 아버지나 남자 형제들의 출입조차 관리사무소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또 0시30분인 통금시간을 세차례 어길 경우 퇴출되는 ‘3진 아웃제’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서울에 직장을 갖고 있는 20대 미혼 여성만 입주할 수 있기 때문에 30세가 되면 방을 강제로 비워야 하는 ‘억울한’ 퇴출자도 나오고 있다. ●입주자 모두가 ‘야무진 공주님’ 강원도 태백이 고향인 류정임(27)씨는 5년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류씨는 ‘왕소금’ 그 자체다.200만원 남짓한 월급의 80% 이상을 저금하고, 한달 생활비는 20만∼40만원 정도다. 류씨는 이곳에서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지난 2005년 부모님께 경기도 평택에 있는 조그마한 아파트도 사드렸다. 게다가 아파트 자치회장까지 맡을 정도로 ‘마당발’이다. 류씨는 “회사에서 교통비를 지원해 주고, 청소 할아버지에게 부탁하면 제법 쓸 만한 물건도 구할 수 있어 돈 쓸 일이 없다.”면서 “가계부 쓰는 일은 기본”이라며 미소지었다. 이곳에는 류씨처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절제하는 ‘장한 딸’들이 많다. 낮에는 회사에서, 밤에는 대학이나 학원에서 주경야독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사치와 명품을 즐기고 허영심이 많은 여성을 일컫는 된장녀는 ‘딴세상 얘기’다. 이정연 관리담당자는 “부모님 병원비, 동생 학비 등을 대느라 정작 자신을 위한 저축이나 준비는 하나도 못 한 채 이곳을 떠나는 입주자들도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경비원 전영기(56)씨도 “대부분 열심히 사는 모습이 예뻐 입주자들에게 ‘공주님’이라고 부른다.”면서 “공동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도 많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피자·자장면 배달 관리실로…아버지 신분증 제시해야 ‘금남(禁男)의 집’ 복지아파트에는 혈기 왕성한 20대 여성들만 살고 있기 때문에 갖가지 황당한 이야기도 많다. 그녀들만의 특별한 속사정을 들어봤다. ●자장면 배달요? 가져다 드세요 복지아파트에 남성은 출입 엄금이다. 입주자들이 자장면이나 피자를 배달시켜도 관리사무소까지 나와 직접 음식을 가져가야 한다. 심지어 입주자의 아버지도 관리사무소에 신분증을 맡겨야 들어갈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숙박은 할 수 없다. 종종 남자 친구를 컴퓨터 수리공 등으로 위장, 짐입시켰다가 들통나기도 한단다. 매년 5월에 열리는 ‘오픈 하우스’가 남자들이 제한없이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단지 앞,‘바바리맨’ 출몰다발지역 여학교 주변 등지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신체의 은밀한 부분을 드러내는 속칭 ‘바바리맨’도 골칫거리다. 퇴근시간 무렵, 단지 앞은 바바리맨의 주요 활동 무대다. 때문에 바바리맨 퇴치는 경비아저씨의 임무 중 하나며, 경비아저씨와 바바리맨이 벌이는 ‘한밤 추격전’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관리사무소 한 구석에는 바바리맨으로부터 빼앗은 ‘전리품’인 코트도 있다. ●통금시간 위반 ‘3진 아웃’,‘무늬만’ 아파트? 0시30분부터 새벽 4시30분까지 아파트 출입이 통제된다. 통금시간을 세 차례 어기면 퇴출 대상이다. 때문에 한때 통금시간 위반자들이 경비아저씨들의 눈을 피해 줄을 서서 아파트 담장을 넘기도 했다. 결국 지난 2003년 담장에 무인 경비시스템을 설치했다. 이에 따라 통금시간 직전, 단지 앞은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하는 연인들로 ‘입영 현장’을 방불케 한다. ●서른에 퇴출,‘나 떨고 있니?’ 복지아파트에서 30세를 넘으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자동 퇴출된다. 현 입주자 1600명 가운데 15%인 239명이 28세 이상으로,‘요주의 인물’이다. 결혼 못한 것도 서러운데 쫓겨나기까지 한다고 투덜대는 입주자들도 있지만, 예외는 없다. 퇴출 시기가 다가올수록 단지 앞 바바리맨보다 애정 행각을 벌이는 연인이 더욱 얄밉다고 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복지아파트란 복지아파트는 지난 1986년 구로공단 등지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여성 근로자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어졌다. 경기 광명시 하안동 450가구, 서울 중랑구 면목동 134가구 등 2곳에 있다. 서울시가 땅을, 노동부가 건립 비용을 각각 지원했다. 운영은 한국청소년연맹이 맡고 있다. 복지아파트에는 서울에 직장을 갖고 있는 28세 이하 미혼 여성만 입주할 수 있다. 계약직을 포함한 정규 직원만 입주 신청할 수 있고, 아르바이트 직원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운영 초기에는 대부분 생산직 여성들이 입주했지만, 최근에는 전문직과 사무직 여성 비율이 부쩍 높아졌다. 하안동 복지아파트의 경우 생산직 근로자는 전체 입주자 1600명 가운데 1.9%인 31명이 고작이다. 13평형과 15평형 등 두 종류가 있으며, 한 집에 4명이 공동 생활하고 있다. 침대조차 들여놓기 힘들 정도로 주거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을 감안, 현행 ‘2인 1실’에서 ‘1인 1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최대 6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다만 30세가 넘으면 재계약이 불가능하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Let’s Go] 11회 군산벚꽃축제 13일까지

    [Let’s Go] 11회 군산벚꽃축제 13일까지

    남도의 봄은 꽃의 향연으로 시작된다.2월 말 여수의 동백꽃이 봄의 출발을 알리고,3월이면 광양의 매화와 구례의 산수유가 바통을 이어받는다.4월에 접어들면 벚꽃이 만개해 향연의 절정을 이룬다. 전북은 특히 벚꽃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많다. 정읍시 천변로, 완주군 송광사 진입로, 진안군 마이산 도립공원, 김제시 금산사, 장수 논개사당 가는 길 등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자태를 뽐낸다. 이 중에서도 으뜸은 군산 은파유원지와 월명공원의 벚꽃터널이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군산벚꽃예술제도 4일부터 13일까지 10일동안 월명경기장과 은파유원지 일대에서 열린다. 군산벚꽃예술제는 그 규모와 지명도에서 진해 군항제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전주∼군산간 번영로를 따라 펼쳐진 100리 벚꽃길은 예나 지금이나 관광의 명소다. ●벚꽃의 향연 군산벚꽃예술제가 열리게 된 것은 197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향을 그리워하던 재일교포들이 전해준 벚나무를 전주∼군산간 국도변에 심은 것이 100리길 벚꽃터널을 만들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상춘인파가 몰려들자 군산시는 1996년부터 벚꽃을 주제로 한 축제를 개최해 상품화했다. 올 벚꽃예술제는 월명경기장과 은파유원지 등 두곳에서 개최된다. 번영로변 군산시 입구 월명경기장에서는 왕벚꽃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는 야외무대공연, 마당극, 백일장대회, 국악꽃잔치, 먹거리장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먹거리장터에서는 싱싱한 생선회, 주꾸미 등 해산물과 전라도의 인심을 맛볼 수 있다. ●벚꽃 향기에 취해 은파유원지는 호수를 가로지르는 물빛다리와 호수, 벚꽃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봄바람에 살랑이는 소담스러운 꽃가지와 호수 위로 나부끼는 눈꽃 같은 꽃잎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호숫가를 따라 거닐다 보면 저절로 봄의 향취에 취한다. 이 산책로와 물빛다리는 군산시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산책 코스다. 상큼한 봄바람에 실려오는 벚꽃향기를 맡으며 거닐어보는 호수 주변 산책로는 연인이나 친구, 가족 모두 즐길수 있는 코스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째보선창서 회 한접시 어때요” 항구도시 군산은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한 도시다. 전주에서 출발해 익산을 거쳐 군산에 이르는 100리 벚꽃길을 달려 금강 하구둑에 이르면 금강과 서해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다.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을 가로지르는 금강하구둑에서 바라다 보면 동쪽으로는 금강호, 서쪽으로는 서해가 펼쳐진다. 해질녘 군산항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가 장관이다. 군산시 곳곳에는 ‘째보선창’ 등 소설 속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어 기억을 더듬어 문학기행을 해봄직하다. 인근에 건립된 동양 최대 철새조망대도 새로운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천하절경을 자랑하는 고군산군도를 돌아보며 봄 바다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군산까지 어렵게 발걸음을 한 외지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33㎞의 새만금방조제를 둘러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다. 먹거리는 해산물이 유명하다. 군산 내항 주변에는 싱싱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는 대형 횟집들이 즐비하다. 꽃게장, 복탕, 아구찜, 주꾸미 등 서해안의 특산물과 금강에서 잡히는 황복, 우어회 등 봄철 별미도 미식가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꽃게장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어지간한 백반집에서도 각기 독특한 맛을 내는 군산의 토속음식이다. 해망동 수산물종합센터에는 150개 점포가 건어물, 선어, 활어를 취급하고 있어 눈요기와 미각을 동시에 충족시킬수 있다. 수산물종합센터 (063)442-4822.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이용시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우회전→국도26호선(100리 벚꽃길) 전주에서 군산 월명경기장까지 승용차로 40분 소요. 서해안고속도로 이용시 동군산나들목→대야 방향 월명경기장까지 10분 소요 ▶문의 축제 문의 군산시청 (063)450-6125, 숙박 안내 (063)450-4321, 요식업소 안내 (063)450-4323.
  • [20&30] 메신저에 빠진 ‘직딩’들의 애환

    [20&30] 메신저에 빠진 ‘직딩’들의 애환

    회사원 홍모(31)씨는 지난주 회사 동료들과 친구, 선후배에게 ‘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최근 악명을 떨쳤던 메신저 바이러스 파일(photo album.zip)이 홍씨의 MSN메신저를 통해 ‘새로운 사진을 보라.’는 내용의 안부 글로 전달돼 이들의 컴퓨터를 감염시켰기 때문이다. 이들은 “메신저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하루종일 ‘암흑천지’ 속에 살았다.”며 볼멘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2030세대에게 메신저는 휴대전화만큼이나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이들은 컴퓨터를 부팅시키는 동시에 메신저를 로그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메신저마다 ‘주특기’가 달라 둘 이상의 메신저 프로그램을 쓰는 이들도 허다하다.3명 이상이 한꺼번에 수다(혹은 회의)를 떨 수 있고 문서나 그림, 음악파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메신저의 장점은 많은 ‘20&30’을 중독자로 만들고 있다. ●“메신저는 생활 필수품?” 보안을 이유로 회사에서 방화벽을 쳐놓았지만 박모(27·여·회사원)씨는 아랑곳 않고 MSN메신저와 네이트온(NATE ON)’을 쓰고 있다. 규정상 사내 전산프로그램의 쪽지 기능을 쓰도록 돼 있지만 메신저가 훨씬 편해 암암리에 애용하고 있다. 한 번은 본사에서 암행 감사가 떴는데 메신저로 지사 친구들에게 언질을 줘 그 친구들이 ‘화’를 면했다고 박씨는 귀띔했다. “동료들끼리 동향 파악하고 정보 보고하는 데 유용하죠. 메신저가 없다면 회사 생활은 완전 암흑이죠. 우리 같은 ‘직딩’에겐 ‘생활필수품’이에요.” 다양하고 독특한 이모티콘이나 서체도 메신저의 매력이다.“때론 침대에 누워 있으면 천장에 메신저 창이 그려지고 온갖 이모티콘과 글자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한참 뒤척인 뒤에야 잠들기도 한답니다.” 대학생 임모(26)씨는 눈을 뜨고 있는 내내 컴퓨터를 끼고 산다. 부팅과 동시에 MSN, 네이트, 구글의 메신저가 자동 로그인되도록 설정해 놓았고 각각의 메신저에는 100명 안팎의 친구들이 등록돼 있다. 휴대전화나 이메일보다 메신저로 약속을 잡는다. 임씨는 “뻔히 로그인으로 표시가 돼 있는데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거나 하루 종일 한마디도 걸어오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합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쯤되면 ‘메신저 강박증’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회사원 최모(36·여)씨도 지독한 메신저 중독에 빠진 경험이 있다. 최씨는 2003년 뒤늦게 후배를 통해 메신저(네이트온)에 맛을 들였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서웠다. 회사에서는 물론 퇴근하고 집에서도 메신저를 켜놓고 있어야 안심이 됐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 메신저에 누가 로그인해 있는지 확인하고 메신저에 아무도 들어와 있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어요. 심지어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친구와 선후배, 동호회 사람 등 상대를 바꿔가며 대화하기도 했죠.” 문득 ‘중독자’가 돼 버린 것을 깨달은 최씨는 메신저 프로그램을 아예 지워버렸다. 업무 시간에는 로그인을 안 하고 집에서도 의도적으로 컴퓨터를 켜지 않았다. 최씨는 “지금도 다른 사람들에게 왕따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에 불안해요.”라고 말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이모(30)씨도 사내에서 메신저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방화벽을 뚫고 네이트온 메신저를 설치했다. 눈치보며 조금씩 채팅하는 수준이라 회사에서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분위기라고.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메신저를 로그인하고 누가 들어와 있나 확인해야 다른 일들이 술술 풀립니다. 열받게 하는 회사 상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실시간 닉네임을 바꾸는 버릇도 생겼죠. 예를 들면 ‘왜 나만 시키는 거야.’‘XX님 착하게 사시오.’ 같은 거죠.” 이씨는 메신저의 대화명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친구들이 위로해 줘 회사 생활의 오아시스 같다고 말한다. 메신저에 등록된 사람들이 50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입사 초기에는 말 걸어오는 사람들을 걸러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씨는 “지금은 요령이 생겨 소수에게만 대화 신청이 가능하도록 설정해 놓았고 귀찮은 사람이 말을 걸면 없는 척하고 그냥 씹어버리죠.”라고 털어놓았다. 시간과 돈을 모두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메신저에 빠지기도 한다. 정모(25·여·회사원)씨는 바빠서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고, 전화도 잘 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메신저로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메신저를 안 켜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이에요.”라고 정씨는 털어놓았다. 특히 정씨는 네이트온을 애용하는데 ‘미니대화’의 투명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대화창을 잘 안보이게 해 직장상사나 동료들에게 들키지 않고 마음껏 메신저를 쓸 수 있다. 외국의 거래처나 유학을 떠난 친구들과의 대화에도 유용하다. 정씨는 일본에서 유학 중인 친구와 메신저를 통해 틈틈이 수다를 떨고 안부를 물어서 2년 만에 얼굴을 봤을 때도 전혀 어색한 느낌이 없었다.“국제전화라면 돈이 아까워서 못하죠. 얼마나 경제적이에요.”라며 흐뭇해했다. ●‘메신저의 악몽’ 대화의 상당 부분을 메신저에 의존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은 ‘사고’도 터진다. 송모(36·회사원)씨는 지난해 보고서를 제 때 못내 직속 상사인 과장에게 ‘처절하게 깨진’ 경험이 있다. 송씨는 친한 동료들과 메신저로 과장을 마음껏 씹으며 분을 풀었다. 머릿속에 온통 과장 이름이 오락가락하던 순간 새로 대화를 걸어온 상대에게 아무 생각없이 과장을 ‘씹었지만’, 상대는 반응이 없었다. 다름 아닌 과장이었다.“굳이 그 다음은 말하고 싶지 않네요. 과장이 말을 돌렸는지 상사들한테 완전히 찍혔고, 어쨌거나 그 회사를 오래 못 다녔죠.” 이모(29)씨는 메신저 때문에 인간관계가 일그러졌다. 회사 선배가 자꾸 짜증나게 하자 이씨는 일시적으로 대화상대에서 그 선배를 차단시켰다. 하지만 어느 날 그 선배가 이씨의 자리에 와서 얘기하다가 메신저에서 자신이 차단 설정이 된 것을 보고 말았다.“그땐 정말 등에서 식은땀이 쫙 흐르더라고요. 뭐라고 변명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나고 그 뒤론 선배와 소원해졌죠.” 보안 기능이 강화되면서 ‘자기 검열’도 늘었다. 장모(33·회사원)씨는 최근 메신저 친구들과 상사를 신나게 씹다가 며칠 전 사내전산팀에서 보안 점검을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순간 ‘이거 누가 보고 있는 거 아니야.’란 생각이 스쳐지나 갔다. 전산팀 동료로부터 기술적으로 개개인의 컴퓨터를 원격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들은 뒤로는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고 두려움이 엄습했다. 대화내용 저장기능 때문에 비밀이 탄로나기도 한다. 김모(25·여)씨의 회사에선 당직 근무자가 동료들의 컴퓨터 바이러스를 체크해주곤 했다. 어느 날 김씨가 메신저를 로그아웃하지 않고 퇴근했고, 마침 야근을 하던 동료가 호기심이 발동해 통합메시지함에 저장된 김씨의 대화 내용을 몰래 읽었다. 사내커플인 김씨가 연인과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은 은밀한(?) 대화를 모두 알게 된 이 동료는 술만 먹으면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고 김씨 커플은 한동안 곤혹을 치러야 했다. 임일영 이문영기자 argus@seoul.co.kr ■ 20대 이용률 최고… 네이트 독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최근 인터넷 메신저 사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연령대 별로는 20대의 이용률이 가장 높고, 브랜드는 네이트온의 이용자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흥원이 올 2월에 작성한 ‘2006년 하반기 정보화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인터넷 사용자의 메신저 이용비율은 47.7%로 2005년 12월의 45.2%에 비해 2.5%포인트 증가했다. 남성(48.0%)과 여성(47.4%)의 메신저 이용률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은 반면 연령별로는 20대의 이용률(75.6%)이 10대(55.7%)와 30대(46.0%)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았다. 직업별로는 학생의 63.6%, 전문·관리직의 53.9%, 사무직의 55.9%가 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이용시간은 주 7.1시간이었고,5∼10시간 이용자가 34.5%,10시간 이상이 25.2%,3∼5시간은 15.7%였다. 이용목적을 묻는 질문에는 82.4%가 ‘친구와의 채팅’이라 답했고,40.2%는 미니홈피·블로그 방문,34.5%는 파일전송,30.7%는 게임·엔터테인먼트를 위해 메신저를 쓴다고 답했다. 브랜드별로는 점유율 1위 네이트온의 이용자수(1950만명·79.4%)가 2위 MSN(739만명·30.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리서치 기관 ‘메트릭스’에 따르면 올 2월 현재 네이트온은 로그인 시간(64.0%)과 실제 이용시간(58.5%) 등 전 부문에서 2위 MSN(13.7%,13.0%)과 3위 버디버디(12.7%,19.0%)를 큰 차이로 앞섰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이색&뜨는 新직업] (9) 쇼콜라티에

    [이색&뜨는 新직업] (9) 쇼콜라티에

    달콤한 향기에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한 천사가 하트를 안고 있다. 이름은 쇼콜라엔젤이라고 했다. 한쪽 옆에는 귀엽게 생긴 갈색 곰 한마리가 개구쟁이처럼 주저앉아 뭔가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국내 ‘쇼콜라티에’ 1호로 알려진 김성미(40·서울여대 제과제빵과) 교수의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들로 가득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작업실 ‘빠드루’는 상표이기도 하다.2일 기자가 찾은 그곳에는 초콜릿 제조기술을 배우려는 견습생 5∼6명이 초콜릿을 녹이고 있었다. ●국내 전문가 10여명 정도 김 교수처럼 초콜릿을 이용해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을 ‘쇼콜라티에’라고 부른다. 초콜릿으로 인형, 트리, 촛대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생소한 직업이지만 초콜릿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 등지에서는 100여년 전부터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밸런타인데이에 연인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유행이 퍼지면서 각양각색의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1년 김 교수가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초콜릿으로 만든 작품 전시회를 가지면서 ‘쇼콜라티에’란 직업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 국내에는 쇼콜라티에라고 불리는 전문가는 10명 정도. 넓게는 제과점이나 대형 제과사 등에서 초콜릿을 가공하는 사람들도 포함된다. 아직은 미개척지이지만 이들의 손끝으로 초콜릿은 예술의 경지로 되살아난다. 초콜릿을 즐기는 마니아들은 이들을 예술가로 대접한다. 그렇다고 예술품이나 예술가로 여기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먹는 음식을 좀더 맛깔스럽고 아름답게 꾸며 즐기는 이의 품위를 더한다는 의미다. 이들이 만든 작품은 만드는 데만 몇시간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것도 있다. 원래 초콜릿의 유통 기한은 1년이지만 부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신선함을 생명으로 여기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빠른 시간내에 팔리도록 한다. ●거대한 잠재수요 현재 국내의 초콜릿 시장은 대형 제과사들이 만드는 초콜릿 과자만 해도 연 3000억원대에 이른다. 리얼 초콜릿 등 대용시장을 포함하면 1조원대 시장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더구나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에 진입하면 초콜릿을 즐기는 마니아층이 형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초콜릿 시장은 조만간 급성장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10년 안에 초콜릿 시장의 대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소득 수준의 향상과 함께 신선하고 품격있는 초콜릿 수요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쇼콜라티에의 수입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제과사에서 활동할 경우 평균 3000만∼4000만원 정도. 초콜릿 전문점을 운영한다거나 사설학원 경영 등 활동 영역에 따라 고수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 교수의 경우 작업실과 서울, 부산 등지의 초콜릿 전문점 운영으로 연 1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미적 감각과 책임감 그러나 누구에게나 성공의 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많은 노력과 소질이 필요하다. 쇼콜라티에의 기본 자질은 사람이 먹는 음식을 만드는 만큼 책임감이 강해야 한다.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들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섬세함과 미적 감각도 필요하다.‘보기좋은 음식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은 초콜릿에도 적용된다. 김 교수는 쇼콜라티에의 자질로 섬세한 기술력과 이미지를 각각 50%로 구분했다. 미술을 전공했다면 다소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처럼 미술전공자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김 교수는 사회학도로 일본 유학중 초콜릿 문화를 체험한 후 영국에서 기술을 익혔다. 국내 대학에서는 제과제빵과, 외식산업과 등이 있다. 일반제과학원 등 사설학원이나 제과점, 초콜릿 전문점 등에서 도제교육(1∼3년 과정)을 통해 기술을 익힐 수 있다. 김 교수는 “좋은 초콜릿은 신선한 맛과 독특한 향기에 멋스러움이 더해져야 한다.”면서 “감각있는 젊은이들에게는 도전해 볼 만한 직업세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씨줄날줄] 삶의 방정식/우득정 논설위원

    이청준은 그의 소설 ‘날개의 집’에서 화가 세민의 도제과정을 통해 그가 추구했던 삶의 방정식을 제시한다. 먼저 붓놀림을 익히기 전에 그 대상인 흙과 바위, 나무, 구름, 바람이 가슴에 자리잡을 때까지 온몸을 던진다.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이다. 그리고 가슴에서 솟구치는 사랑을 화폭에 담는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남이 제시한 방정식을 베끼는 단계에 불과하다. 그 사랑에 숨겨진 아픔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살갗이 찢어지는 아픔까지도 모두 보듬을 수 있어야 비로소 평화와 기쁨이 화폭에서 살아 움직인다. 그가 ‘당신들의 천국’ 이래로 줄기차게 고뇌했던 실존적 물음에 대한 해답이다. 김영현은 중국 사막길에서 마주친 화두를 풀기 위해 소설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온몸에 생채기가 나도록 삶의 바닥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소설에서는 절망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다.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시선이 밤 하늘의 별을 향하기 시작했다. 뭔가 잡힐 듯한 모양이다.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오리아나 팔라치는 종군기자로 전장을 누비면서 삶의 방정식을 찾으려 했다. 그는 마침내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아말, 자살특공대, 신의 아들이 지배하는 땅 베이루트를 다룬 ‘인샬라’에서 평생 갈구했던 해답을 내놓는다. 베이루트 파병근무를 자원한 수학도 안젤로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으로도 풀지 못했던 답을 그의 연인 니네트가 죽기 전에 남긴 메모에서 확인한다. 니네트는 절망적이었던 생의 마지막 순간을 담담하게 기술하면서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살면서 체험해야 할 신비이다.”라고 단언한다. 올초 고위 공직에 계신 분이 책 한권을 선물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이빨꾼들이 쏟아낸 ‘설(說)’들을 한데 모은 책이라고 했다.‘인생의 해답은 이것이다’‘이렇게 살아라’‘요렇게 하면 망한다’…. 그럴 듯한 비유와 더불어 현란한 수식어가 난무한다. 하지만 책을 덮자마자 남는 것이 전혀 없다. 가슴과 영혼이 빠진 ‘혀 끝’의 말이기 때문이리라. 올 연말 대선 고지를 향해 내닫는 주자들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온통 덧셈, 뺄셈뿐이다. 이런 방정식으론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유치] 숫자로 바꿔보는 효과

    육상은 단일 종목임에도 TV중계 시간과 시청자 수에서 하계올림픽에 버금간다.3년 전 2주일간 아테네올림픽을 지켜본 시청자는 연인원 220억명. 이듬해 9일 동안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은 전 세계에서 모두 65억명(국제육상경기연맹 자료)이 시청했다. 높은 인기도 덕분에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한 도시와 국가는 곧바로 세계 스포츠계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그리스 아테네는 1997년 대회를 통해 2004년 올림픽 유치의 발판을 마련했다. 수치로 따져본 경제적인 효과는 또 어떨까. 대구경북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대회를 유치한 대구는 5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5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총생산은 2932억원, 부가가치는 1272억원이나 늘어난다. 대회 기간 중 3만명의 외국 관광객이 입국해 약 670억원의 소득 효과도 기대된다. 여기에 국내 기업의 대회 스폰서 참여 등을 통한 홍보 효과는 금액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크다. 지역 발전을 위한 직·간접적인 중앙정부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CSI) 강준호(체육교육학과 교수) 소장은 “대회 운영 자체에서 얻는 것도 있지만 더 큰 것은 중앙 정부로부터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얻어낼 수 있는 점”이라면서 “도시 시설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소프트 파워’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대구의 육상세계선수권 유치는 지역 경제뿐만 아니라 시민 의식, 행정 시스템 등 도시를 변모시키는 무형의 경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세계 미술경매시장 “피카소 최고”

    지난해 세계 미술 경매시장에서 최고의 작가와 최고 경매가는 피카소로 나타났다. 세계 2900여개 경매회사의 가격동향을 분석하는 아트프라이스닷컴은 26일 지난해 미술 경매시장에서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2087점이 3억 3920만달러(1184억원)에 거래됐다고 밝혔다.특히 그의 5번째 연인 도라 마르를 그린 ‘고양이와 함께 있는 도라 마르’가 지난해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9530만달러(905억여원 상당)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피카소 다음으로는 미국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작품 1010점이 모두 1억 9939만달러에 팔렸다.워홀의 거래금액은 전년대비 36%,10년 전에 비해 382%나 상승해 그의 작품총액은 무려 6조원에 이른다.3위에는 구스타프 클림트가 차지했다. 지난해 경매에서 불과 41점이 거래됐지만,11월에 유화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Ⅲ’가 크리스티에서 8790만달러에 팔리면서 거래총액이 1억 7514만달러로 크게 뛰었다. 4위는 윌렘 드 쿠닝으로 경매 거래총액이 1억 737만달러, 5위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로 9071만달러, 6위 마르크 샤갈(8900만달러), 7위 에곤 실레(7900만달러), 8위 폴 고갱(6231만달러), 9위 앙리 마티스(5972만달러), 10위 로이 리히텐슈타인(5967만달러) 순이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책꽂이]

    ●율리시스(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1904년 6월16일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단 하루(정확히 18시간) 동안 전개되는 등장인물의 일상을 그렸다. 리오폴드 블룸과 그의 아내 몰리 블룸, 예술가를 꿈꾸는 스티븐 디덜러스가 중심인물. 저자가 1906년 구상을 시작,1914년 말부터 집필에 들어가 8년만인 1922년에 출간한 대작이다. 영어 외에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 10여개의 외국어가 사용된 이 소설에는 고어와 폐어, 속어, 비어, 은어 등이 뒤섞여 있어 읽기가 쉽지 않다.3만 8000원.●충만한 힘(파블로 네루다 지음, 정현종 옮김, 문학동네 펴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칠레 시인 네루다가 만년에 펴낸 시집. 독재자 곤살레스 비델라 정권이 무너진 뒤, 네루다가 칠레로 돌아와 10여년간 산티아고 해안가의 작은 섬 이슬라 네그라에서 머물며 쓴 시들을 묶었다.‘시인의 의무’ ‘다림질을 기리는 노래’ ‘알스트로메리아’등 30여편이 실렸다.7500원.●체 게바라 시집(체 게바라 지음, 이산하 엮음, 노마드북스 펴냄)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으로 평가받는 체 게바라(1928∼1967)가 남긴 일기 등 산문 가운데 ‘시적인 것’을 뽑아 시 형태로 꾸민 책. 체 게바라의 혁명에 대한 열정, 인간적 번민과 사랑을 엿볼 수 있다.1987년 제주 4·3사건을 다룬 장편서사시 ‘한라산’으로 필화사건을 겪은 ‘체 게바라 마니아’ 이산하 시인이 2002년 ‘먼 저편’이라는 제목으로 펴낸 책의 개정판.8500원.●심우도(이설산 지음, 연인M&B 펴냄) 심우도(尋牛圖)는 본성을 찾아 수행하는 단계를 동자나 스님이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해 묘사한 불교 선종화. 석가세존은 성불하기 전에 고타마 태자라 불렸는데, 고타마는 바로 소를 뜻한다.‘달이 구름을 벗어나다’ ‘뒤에 오는 이도 없고 앞에 가는 이도 없다’ ‘미륵의 문을 활짝 열다’ 등 9편의 구도소설 작품이 실렸다.1만원.●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푸른숲 펴냄) 권위있는 국제 풍자문학상인 황금종려상(이탈리아), 황금고슴도치상(불가리아) 등을 수상한 터키의 국민작가 아지즈 네신(본명 메흐멧 누스렛)의 단편집. 표제작을 비롯해 ‘품을 수 없는, 안길 수 없는’ ‘찰나에 만나다’ 등 6편이 실렸다.9500원.
  • [무슨 영화 볼까]

    빼꼼의 머그잔여행 감독 임아론 취학 전 아동에게 딱 맞는 애니메이션. 우주복 입고 기저귀 찬 아기 베베의 모험이 아이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동안 외양만 애니메이션인 영화를 보러 갔다가 집중력이 떨어진 아이들을 달래느라 힘들었던 부모들에게 ‘강추’! 브레이크업-이별후애 감독 페이튼 리드 주연 제니퍼 애니스턴·빈스 본 당신의 성공적인 연애와 결혼을 위한 연애지침서!‘콩깍지’가 벗겨진 뒤 갈등하는 브룩과 게리로부터 배운다. 어떻게 하면 헤어지지 않을 수 있는지. 향수 감독 톰 튀크베어 주연 벤 위쇼·더스틴 호프먼 세계적 베스트셀러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이 원작. 천재적인 후각 소유자의 ‘절대 향수’를 향한 집념이 타오를수록 꽃 같은 여인들이 사라진다. 타인의 삶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주연 울리시 뮤흐·마티나 게덕 도청이라는 비인간적인 행위로 인간성을 회복하게 되는 한 남자 이야기. 동독 비밀경찰, 자신이 감청하던 극작가·배우 연인에 의해 인생이 바뀐다. 수 감독 최양일 주연 지진희·강성연·문성근 폭력의 끝을 보여주마!19년만에 만난 쌍둥이 동생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남자의 지치지 않는 복수가 스크린을 피로 물들인다.
  • [20일 TV 하이라이트]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5000년의 역사를 지닌 중동의 전통 화장술인 헤나 문신이 아랍에미리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헤나 문신은 영구적이지 않아 부담이 없고 독특한 아랍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도형, 꽃, 동물 등 디자인이 다양하고 신체 어디에나 가능하다. 헤나 문신은 이제 당당한 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큐10(EBS 오후 9시50분) 비잔틴제국의 정신적 토대가 된 그리스정교가 어떻게 발전했고 또 어떤 문화유산을 남겼는가를 살펴본다. 비잔틴제국의 초기 6세기쯤에 지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가운데 하나인 카타리나 수도원을 방문, 수도사들이 어떻게 주변의 이슬람 세계와 공존해 왔는지도 알아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50분) 특별 프로젝트 소아비만편. 열두 살 장원이와 열한 살 선경이. 이들의 정확한 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검사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먹기에 어린 나이에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 비만을 불러온 충격적 원인과 그 해결을 위한 비법을 알아본다.   ●나쁜여자 착한여자(MBC 오후 7시45분) 소영은 말자에게 저녁을 사겠다며 건우와 서경이 식사를 하고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말자는 건우가 서경의 옛 연인이며 요즘도 만나고 있다는 소영의 말에 놀란다. 배신감에 주저앉고 만 말자는 어쩔 줄 몰라하고, 소영은 웃는다. 한편 넋이 나간 세영은 무작정 길을 걷다가 여관으로 들어간다.   ●놀라운 아시아(KBS2 오후 8시55분) 몽골 고비사막에서 1년에 단 한번 열리는 낙타축제. 몽골 낙타와 함께하는 흥겨운 축제의 한마당을 소개한다. 일본에는 지금 초미니 열풍이 불고 있다. 조리공간이 30㎝ 밖에 안 되는 도쿄의 네 평짜리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부터 공중전화부스 크기의 초소형 쌀집까지 일본 초미니 하우스를 공개한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아무런 증상 없이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인 대동맥류. 어느 날 갑자기 파열돼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에 ‘몸속의 시한폭탄’이라 불린다. 파열되기 전까지는 통증이 없어 숨겨진 대동맥류 환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동맥이 부풀어 오르는 원인과 그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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