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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나 쇼크] 증시 심리적 저항선 3000선 무너지자 中 회심의 부양카드

    [차이나 쇼크] 증시 심리적 저항선 3000선 무너지자 中 회심의 부양카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5일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내렸다. 중국 증시가 나흘간 21.8% 하락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3000선마저 무너지며 패닉 장세가 이어지자 중국 정부가 회심의 부양 카드를 꺼낸 셈이다.  인민은행은 26일부터 1년 만기 위안화 대출 기준금리는 0.25% 포인트 내린 4.60%로, 1년 만기의 예금 기준금리도 0.25% 포인트 내린 1.75%로 조정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11월 이후 다섯 번째 이뤄진 조치다.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지준율)도 0.5% 포인트 내렸다. 지준율 인하는 올 들어 세 번째 이뤄졌다. 기준금리와 지준율 동시 인하는 지난 6월 27일 이후 두 달 만에 나왔다.  인민은행은 이번 금리 인하가 기업대출 원가를 낮춤으로써 은행 시스템의 유동성을 적절하게 유지하고 통화 및 신용대출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중국 당국의 증시 부양 대책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서 금리 인하 조치가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중단기 유동성 공급, 양로기금 증시투입 등 정책을 발표했지만 상하이 종합지수는 이날과 전날 각각 7.63%, 8.49% 폭락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2964.97로 마감해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에 3000선이 무너졌다.  ‘차이나 리스크’는 이제 전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주범이 됐다. 중국 수출에 목숨을 거는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과 아프리카·남미의 원자재 수출국에선 달러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24일까지 세계 주식시장에선 무려 8조 달러(약 9534조원)가 증발했다.  서방 언론은 중국의 경제 시스템이 무너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식시장은 물론 실물경제도 붕괴돼 구조 개혁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며 “이는 곧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리더십 위기를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전대미문의 ‘전환의 위기’에 놓여 있다”며 “금융시장 개방, 내수 위주로의 경제 체질 개선 등의 개혁 목표와 인위적 부양, 무리한 성장률 고집이 뒤엉켜 ‘중국 모델’이 종언을 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 언론들은 여전히 낙관론을 펴고 있다. 경제지 차이신은 “현재의 증시 폭락은 심리적인 요인이 큰 것으로 실물경제에 위기가 온 것은 아니다”라며 “불안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제일재경신문도 “위기는 과장됐다”면서 “지금이 위안화의 자율조정 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중국이 애써 구조적인 원인을 무시하는 이유는 경제 불안이 공산당의 통치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한편 이날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반등에 성공했으나 일본 증시는 ‘중국발 악재’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3.96% 하락한 1만 7806.70으로 장을 마쳤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국내외 정세를 주시하면서 주요 7개국(G7)과 협력해 필요한 시책을 취하고 싶다”고 밝혔다. 필요한 시책이란 추가 양적완화로, 9~10월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사설] 반환점 돈 박근혜 정부, 4대 개혁 성공시켜야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로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북한의 지뢰·포격 도발에 따른 안보 정국에서 산적한 과제와 함께 집권 후반기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의 전반기 공과에 대해서는 정치적 시각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게다. 애초 기대했던 국정 목표에는 미달했던 여론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 이 정부의 4대 국정기조가 중절되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에 토를 다는 국민이 누가 있겠나. 청와대를 포함한 당·정·청이 심기일전해 당면한 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여세를 몰아 4대 구조개혁에 속도를 낼 때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년 6개월 동안 국정 각 부문에서 적잖은 결실을 거뒀다.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법치주의를 강화하고 전국 17개 창조경제센터를 설립해 미래 성장 기반도 확충했다. 전통의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한·중 관계도 한 단계 심화시켰다. 이런 국내적·외교적 안전판을 구축했기에 이번에 비정상적 도발을 자행한 북한도 더는 막 나가지 않고 대화 트랙에 머무르고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5년 임기의 절반을 끝낸 현시점에서 여론은 그다지 후한 점수만을 주는 것 같지 않다.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 등 외생적 악재도 겹쳤지만, 잇단 총리 낙마 사태에서 보듯 인사검증 실패와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 현 정부의 자책점도 적지 않았던 탓이다. 물론 야권의 국정 발목 잡기도 문제였지만 말이다. 이런 대내외적 환경은 임기 후반기에도 단시일 내에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개혁에는 늘 고통 분담을 요구받는 계층의 반발과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과거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끈 독일의 사민당 정부는 노동 개혁에 성공하고도 정권을 내줬지 않는가. 그렇다면 반환점을 돌면서 박 대통령이 깊이 되새겨야 할 대목이 뭐겠나. 무엇보다 부족하다는 비판을 사온 소통 역량을 강화해 국민의 지지를 동력으로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얼마 전 대국민 담화에서 침체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집권 후반기에는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구조개혁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노동 부문에서의 임금피크제 도입 등 박 대통령이 설정한 각종 개혁의 기본 방향은 시대적 대의에 부합한다고 본다. 엊그제 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거의 7명꼴로 “청년 일자리를 위해 대기업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했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는 이제 2년 6개월이다.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는 말과 아직 반이나 차 있다는 말은 뉘앙스가 다른 법이다. 남은 절반의 임기 동안 국민 각계각층의 이해에 영합해 인기를 얻으려면 아마 시간이 모자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진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꼭 필요한 개혁을 하는 데는 짧지 않은 시간임을 강조한다. 이 정부의 핵심 구성원들이 후자와 같은 긍정적·적극적 사고로 경제 활성화와 남북 관계 정상화 등 단기 과제는 물론 4대 구조개혁에 앞장서기를 당부한다.
  • 시진핑의 장쩌민 지우기

    중국 베이징시 하이뎬(海澱)구에 위치한 중앙당교 정문에 있던 거석이 최근 사라졌다. 중국 공산당 교육기관인 중앙당교의 상징과도 같은 이 거석에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쓴 ‘중공중앙당교’라는 황금색 여섯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중앙당교 측은 “많은 사람들이 거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 교통에 영향을 줬고 일부 민원인들이 이 거석 앞에서 수료 기념사진을 찍는 당 간부들에게 접근해 억울한 일을 호소하는 일이 잦아 학교 내부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중앙당교는 거석이 있던 자리에 마르크스와 엥겔스,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자오위루(焦裕綠), 구원창(谷文昌) 등의 석상을 세워 학교의 공산당 혁명 전통을 강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오위루와 구원창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전 당원에게 본받으라고 주문한 지방의 옛 당서기들이다. 그러나 홍콩 명보와 중화권 매체 둬웨이 등은 24일 ‘장쩌민 지우기’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최근 상하이 공군정치학원과 베이징 인민해방군 301병원에 있던 장쩌민 글씨도 철거됐는데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과 관가에서는 낙마한 관리가 휘호한 글을 제거하는 전통이 있다. 앞서 이달 초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례적으로 당 최고지도부와 원로들 간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열리는 와중에 ‘손님이 떠나면 차(茶)도 식어야 한다’며 은퇴한 간부들의 지속적인 영향력 행사를 강력 비판했다. 장 전 주석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어 중국 국영 CCTV와 당 이론지 광명일보는 지난 20일 ‘개혁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하고 신념과 강인성을 유지하자’는 제목의 칼럼을 동시에 냈다. 칼럼은 “개혁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반대하는 힘은 완고하고 맹렬하며, 복잡하고 기괴하다”면서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을 초월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장 전 주석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장 전 주석을 필두로 한 원로그룹이 시 주석의 반부패 개혁에 거세게 저항하고 있고 시 주석이 장 전 주석과 마지막 일전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추경 편성·4대 구조개혁 등 정책 방향 옳지만 성과는 미흡”

    “추경 편성·4대 구조개혁 등 정책 방향 옳지만 성과는 미흡”

    [경제] “전반전에 작전은 괜찮았는데 골을 넣지 못했다.” 반환점을 돈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전직 경제 관료들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두 번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부동산·주식 시장 부양, 4대 부문 구조 개혁 등 정책 방향은 바람직했지만 성과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노동 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해법이라는 조언이 많았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세월호·메르스 사태 등 대내외 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3%대 성장률을 유지한 점은 점수를 줄 만하다”면서 “하지만 경제 민주화에서 경제 활성화로 급변하는 등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남은 2년 반 동안 노동 개혁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잠재성장률이 오르고 청년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장을 지낸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너무 자주 바뀌어 혼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면서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게 (경제주체들의) 심리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전 실장은 “기업이 투자를 해줘야 고용이 늘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데 (롯데 사태 등으로) 반기업 정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정부와 대기업이 반기업 정서 해결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법인세율 자체를 인상하기보다는 비과세, 감면을 대폭 줄여 실효세율을 끌어올리고 정부의 낭비성 예산도 먼저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등 재정 확대 정책으로 국가 부채가 다소 늘었지만 지금은 재정건전성보다는 경제 활성화에 무게를 둬야 한다”면서 “복지 공약 예산을 늘리기보다는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 연구개발(R&D) 등에 재정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도 “일자리 창출에 모든 정책 역량을 쏟아야 한다”면서 “정부가 재정을 직접 투입해 저소득층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동 개혁에서 노동자에게만 양보하라고 하면 저항이 더 심해진다”면서 “기득권층인 재벌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세금도 더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급증하는 가계부채도 결국 일자리를 늘려줘야 월급으로 갚아 나갈 수 있다”면서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재정 확대, 금리 인하 등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가 충분히 낮은 상태이고 재정 적자가 이례적으로 늘어난 상황이어서 금리·재정 정책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박 전 총재는 “이제 쓸 수 있는 카드는 노동 개혁을 비롯한 구조개혁뿐”이라며 “여기에 (남은 반환점의) 성패가 달렸다”고 잘라 말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최경환 경제팀이 부동산 시장을 살렸다고 자평하지만 금리 인하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등에 기반한 부채 주도 성장이었다”면서 “지금은 4대 구조 개혁 중 노동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증시 폭락 등 국제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있고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대내외 위험 관리에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한·중·일 환율 공조 체제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서울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소통 넓혀 국정 추진력 강화… 南北정상 대화로 대결 극복을”

    “소통 넓혀 국정 추진력 강화… 南北정상 대화로 대결 극복을”

    2013년 2월 25일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25일로 반환점을 맞았다.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 지향점으로 내걸고 출발한 박근혜 정부는 2년 반 동안 적폐 개혁, 경제활성화 및 대외 관계에 매진했지만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세월호 참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연이은 고비를 맞으며 견고했던 ‘40% 지지율’도 무너지는 등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리얼미터가 24일 주간 집계한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41%로 북한 도발 강경 대응 조치에 힘입어 메르스 사태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40%대를 회복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 지지율(3년차 2분기 기준)은 이명박(49%)-김대중(38%)-박근혜(36%)-노무현(34%)-김영삼(28%)-노태우(18%) 순으로 박 대통령이 3위에 올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대한 부정 평가도 55%로 노태우(62%)-노무현(53%)-이명박·김영삼(41%)-김대중(25%) 전 대통령과 비교해 두 번째로 높았다. 서울신문은 분야별로 현 정부의 국정 수행을 진단하고 원로들로부터 후반기 국정 운영의 방향과 방법론에 대한 제언을 들어 봤다. [정치] 박근혜 정부의 2년 6개월은 다사다난했다. 첫해부터 국가정보원 댓글 논란으로 여야 관계는 얼어붙었다. 이듬해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관료+마피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됐고, 연말에는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비선 실세 논란이 가열됐다. 올 들어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국회법 개정안과 유승민 사태로 정국은 소용돌이쳤다. 고비마다 악재가 터졌고 야당은 물론 당·청 관계마저 원활하지 못했다. 공무원 연금개혁을 제외하면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정치원로와 전문가들은 남은 임기 동안 박 대통령이 노동개혁 등 국정과제를 풀어가려면 ‘소통’을 강화하고 비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고언했다. 역설적으로 소통 확대를 통해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불통의 리더십 ‘만기친람식’ 바꿔야 정치원로들은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을 성공하려면 불통 리더십과 만기친람식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대통령은 많은 얘기를 듣고, 소통한 뒤 판단하고 결정하는 역할이지 국민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다”라고 에둘러 지적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도 “국정쇄신도 좋지만 소통의 폭을 넓혀가면 보다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 등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장관들에게 서면보고만 받지 말고 대면보고를 받고 국정현안 해결에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운영과 인사에 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노태우 정권 후반기는 역대 정부 가운데 지지율은 가장 낮고 YS(김영삼 대통령)에게 권력을 내주긴 했지만, 덕망 있고 능력 있는 분들을 내각과 청와대에 중용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센터장은 “국회에, 야당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대결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100%를 관철시키려 하지 말고 양보하고 타협을 해 70~80%라도 성과를 내는 실리적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 개혁 방법론을 바꿔야 박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컸다. 다만 개혁 대상인 노동자의 양보를 끌어내려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정성을 보이고 사회통합을 먼저 이뤄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전 의장은 “방향 설정은 굉장히 잘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게 순서”라면서 “여당에 맡겨둘 게 아니라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여야 대표에게 노동개혁을 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위한 적극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노동개혁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여당에서 노동계 저항을 딛고 대통령을 뒷받침할지 의문이고, 정권 후반기에 공무원들이 총대를 메기를 바라기도 쉽지 않다”면서 “방법은 딱 하나다. 국민만 바라보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YS 때 노동개혁을 시도하면서 존경받는 전직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각계각층 대표들을 위원으로 위촉해 노동개혁위원회를 만들었던 일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년 총선 전후로 레임덕이 가시화될 수도 있는 만큼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총선 전까지가 대통령이 힘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다”면서 “국민 피부에 와닿는 성과를 내려 한다면 예컨대 노동개혁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외교안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으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지난 2년 6개월 동안 굳건한 한·미 동맹 확인과 한·중 관계의 발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남북 관계는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및 포격 도발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상황을 맞는 등 시련을 겪었다. 한·일 관계 역시 수교 이래 최악이라고 할 만큼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임기 후반은 남북 간, 한·일 간 관계 개선이 과제로 지적된다. ●꼬일 대로 꼬이는 남북 관계 임기 출범 후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는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대북정책 기조로 내세웠지만 박근혜 정부는 아직까지 남북 관계에서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전임 이명박 정부가 비핵화 없이는 남북 관계 진전도 없다는 강경 기조를 내세웠던 것과 달리 현 정부는 올 들어 북한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대화를 제안하며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광복 70년·분단 70년을 계기로 꽉 막힌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DMZ 목함지뢰 도발에 이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맞선 우리 쪽을 향해 포격 도발까지 감행해 긴장이 준전시 상태로 치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로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경우 우리 측 역시 강력한 대북 압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정세는 더욱 어두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 문제 역시 6자회담이 재개되지 못한 채 북한의 핵 능력만 고도화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안마다 워낙 입장 차가 커서 실무회담을 통해서는 풀 수 있는 사항이 거의 없다”며 “결국 최고지도자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 속 對中 협력, 최악 한일관계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선언’을 통해 “한·미 동맹이 안보협력을 넘어 정치,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의 분야에서 폭넓은 협력으로 나가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북핵 문제를 비롯해 최근 북한의 지뢰 및 포격 도발 등에서 확고한 동맹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또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 재연기, 한·미 원자력협정 재개정 등을 이끌어 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미 관계를 두고 ‘빛 샐 틈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 역시 강화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를 통해 이른바 ‘정열경열’(政熱經熱) 관계로 발전시켰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고 밝혀 북핵에 대한 중국 측의 ‘확고한 반대’ 입장을 사실상 처음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외교적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한·일 관계 악화는 아베 신조 총리의 과거사 왜곡 움직임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우리 정부 역시 유연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나마 6월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 지난 14일 아베 담화를 기점으로 정부가 다소 유연한 자세를 보이면서 관계 개선의 실마리는 일정 부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대미, 대중 관계는 더욱 심화시키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 남은 힘을 더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꿀벌 멸종? 생존 위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 네이처

    꿀벌 멸종? 생존 위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 네이처

    지구 상에 있는 거의 모든 동식물의 생존에 꼭 필요한 존재로 꼽히고 있는 꿀벌. 수십 년 전부터 이런 유익한 곤충이 대량으로 사라지고 있는 ‘군집 붕괴 현상’(CCD)이 농약이나 스트레스, 질병, 환경 등 다양한 원인에 있다는 것을 과학자들은 밝혀내고 있다. 최근에는 꿀벌 기생충으로 알려진 ‘바로아 응애’(진드기 일종)가 꿀벌 감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이런 꿀벌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유전자를 빠른 속도로 진화시키고 있다고 국제 연구진이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코넬대와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OIST) 공동 연구진은 1990년대 중반 바로아 응애가 대량으로 발생했던 미국 뉴욕 중부 이타카시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 꿀벌군을 발견했다. 이들은 과거 진드기가 대량으로 발생했음에도 예전처럼 번성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요인을 밝히기 위해 1977년 채집해 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꿀벌 표본의 DNA와 2010년 같은 숲에서 채집한 꿀벌의 DNA를 비교해 두 꿀벌의 유전적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살아남은 꿀벌 개체군에서는 불편과 위험을 피하고자 기피 및 회피 행동의 학습을 제어하는 도파민 수용체(AmDOP3)와 관련한 유전자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연구에서는 이 수용체가 진드기를 씹어 몸에서 제거하기 위한 행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시사되고 있었다. 또한 성장과 관련한 유전자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바로아 응애는 꿀벌의 애벌레 기간에 번식하고 그 유충을 포식하는 데, 꿀벌들은 이 과정을 피하려고 빠른 성장으로 진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체적으로도 변화가 일어나 현재 꿀벌은 당시 개체보다 작고 날개 형태도 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체에서만 전해지는 것으로 세포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의 DNA에도 큰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세대의 여왕벌은 많이 살아남지 못하고 그 수가 크게 감소했지만, 살아남은 개체군의 세포핵 내에 존재하는 게놈은 유전적 다양성이 높게 유지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유전적 다양성이 높은 것은 환경적응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인다. 연구를 이끈 알렉산더 미헤예프 OIST 교수는 “꿀벌들은 한 번 피해를 봤지만 그로부터 회복한 듯하다”면서 “꿀벌 개체군은 바로아 응애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유전적 저항성을 획득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또 “이번 발견을 통해 더욱 강한 저항력을 가진 꿀벌 품종개량에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보 유전자를 특별히 정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사례는 미국 꿀벌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으로 향후 발생하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8월 6일자)에 게재됐다. 사진=OIST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내러티브 리포트] 일베 글 수천개 비교한 ‘글 몽타주’ 범인을 지목하다

    [내러티브 리포트] 일베 글 수천개 비교한 ‘글 몽타주’ 범인을 지목하다

    “우리 북진멸공자유인민해방군은 이희호가 탑승할 이스타항공 비행기를 폭파할 것을 분명하게 경고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16개 언론사 기자들에게 정체불명의 메일이 발송됐다. 그로부터 보름여가 지난 20일 경찰은 협박 용의자 박모(33)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박씨는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메일을 보내는 등 나름의 용의주도함을 보였지만 경찰은 다양한 사이버 수사기법을 총동원해 포위망을 좁혀갔다. 수사에 참여했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의 시점에서 박씨 검거 과정을 재구성해 본다. 협박메일이 전해지자 우리 광역수사대와 사이버범죄수사대 소속 경찰관 10명으로 전담수사팀이 편성됐다. 처음엔 IP(인터넷 프로토콜·주소) 추적만 이뤄지면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왠걸, 발신지는 한국이 아니었다. IP 추적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우리 팀은 해당 메일 계정을 파고들었다. 협박범이 사용한 메일은 실명 확인이 필요 없는 미국 구글의 ‘지메일’(Gmail) 계정이었다. 그러나 조회를 통해 용의자가 지메일 가입 당시 ‘리커버리 메일’(비밀번호를 잊어버렸을 때를 대비해 기입하는 예비 메일 주소)로 국내 ‘네이버 메일’ 주소를 기입한 사실을 알아냈다. 네이버 계정은 가입할 때 휴대전화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다. 때마침 IP 추적 결과 메일 발신지가 일본 오사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우리는 곧바로 일본경찰청에 공조 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네이버 계정의 휴대전화 번호를 추적했다. 일이 술술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아뿔싸. 용의자가 사용한 휴대전화는 인도네시아에서 구매한 ‘선불 폰’이 아닌가. “나올 때까지 뒤져야지 별수 있나.” 범인의 꼬리를 잡기 위해 본격적인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가 시작됐다. 우리는 문제의 메일 속 글자와 문장들을 하나하나 해체해 나갔다. 띄어쓰기와 표기법, 자주 쓰는 단어나 표현 등까지 모조리 분석했다. 일종의 ‘글 몽타주’다. ‘북진멸공자유인민해방군’이란 단체명은 중요한 실마리가 돼줬다. 지난 1년간 ‘일베’ 등 보수성향 사이트에 올라온 관련 게시물 수천개를 하나하나 비교하고 몽타주와 대조하며 ‘미지의 글쓴이’를 찾아나갔다. 우리 팀원 모두 꼬박 열흘 밤낮을 여기에 매달렸다. 거뭇하게 자란 수염을 깎을 새도 없었다. 침침한 눈으로 모니터를 이 잡듯이 뒤진 끝에 결국 게시물 작성자를 2~3명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 이들의 출입국 기록을 조사해 해당 기간에 일본 오사카와 인도네시아에 머물렀는지 확인했다. 결국 용의자는 경기 수원에 사는 박모씨로 좁혀졌다.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나는 그의 집 근처에서 동료 너댓 명과 탐문수사를 벌여 그가 실제로 해당 주소에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뒤이은 잠복근무. 잠복 이틀째이자 수사 착수 17일째인 8월 20일 오전 9시쯤, 출근하던 박씨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죠. 죄송합니다.” 박씨는 별다른 저항 없이 우리를 따라나섰다. 경찰서에서도 순순히 범행을 시인했다. 170㎝ 초반의 키에 왜소한 체격, 안경을 쓴 얌전한 인상의 박씨가 그런 과격한 협박을 했으리라곤 좀체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는 우리에게 폐를 끼쳐서 미안하다는 인사까지 건넸다. 그러나 조용하기만 하던 그는 범행 동기를 묻자 “한반도에 위협이 되는 북한이 아직도 멸망하지 않고 있는 건 고비 때마다 대북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그랬다”고 단호히 말했다. 하지만 진짜로 테러를 감행할 마음은 없었노라고 했다. 협박이 알려지면 방북이 취소될 줄 알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김동수 민생프리즘] 성장률 대신 고용창출 경제 목표 삼자

    [김동수 민생프리즘] 성장률 대신 고용창출 경제 목표 삼자

    2년 전 이맘때쯤, 미국으로부터 날아든 외신 하나가 모두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 디트로이트시가 파산했다는 소식이었다. 세계자동차 시장을 주름잡았던 도시가 어쩌다 그렇게까지 몰락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차원적인 분석이 줄을 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국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가장 큰 요인일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몇 해 전 그곳에 뿌리를 두고 있던 미국 자동차업계 빅3가 모두 파산했기 때문이다.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 자동차산업의 추락은 회사보다 자신들의 안위와 복지를 더 앞세우는 강성노조에 기인했다. 그리고 자동차산업의 쇠락에 따른 세수 감소에도 정치권의 방만한 재정운영이 재정위기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현재 그리스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도 따지고 보면 무리한 요구를 일삼는 노조와 그에 결탁하여 포퓰리즘적 정책을 편 정치권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이런 사례들을 들지 않더라도, 노조가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만을 앞세움으로 인해 나타나는 폐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청년실업, 비정규직 양산 문제 역시, 그 이면에는 상당 부분 강성노조의 존재와 그에 따른 정규직 과잉보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정규직이 근간을 이루는 노동시장은 바람직하지만, 성과에 따라 보수와 인사가 결정되는 유연성도 가미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하면 정규직 보호시스템이 도리어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이 될 수 있다. 일단 정규직으로 취업하면 일을 잘하든 못하든 고용이 보장되고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승급되는 시스템에서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채용과 임금이 결정되는 건강한 노동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기업도 정규직 채용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 결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임금피크제 및 성과형 임금체계 도입 그리고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요건 완화 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현재의 노동시장 개혁 시도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노동시장 개혁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 것인가 하는 점이다. 1997년 노동법 파동의 경험에서 보듯이 노동시장 개혁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어젠다이기에 정권을 내놓을 각오가 없다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당이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힌 독일의 하르츠개혁의 성공도 사민당 정부가 정권을 내줄 각오를 하고 과감하게 밀어붙였기에 가능했다. 개혁 이후 사민당은 결국 정권을 내줘야 했는데, 슈뢰더 총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노동개혁을 밀어붙여 비록 정권은 잃었지만 나라를 구했다고 자부해 왔다. 이처럼 노동개혁을 이끌어 낸 그의 정치적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필자는 틀리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개혁방안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의 저항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결사의 자유는 보장하되 국가경제를 볼모로 한 불법적인 파업은 철저히 차단하면서 노동계를 설득하는 리더십을 정부가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노동계의 양보를 이끌어 내야 할 정부와 사측도 개혁을 통해 양보와 희생의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정부 주도로 강력한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노동계의 희생을 요구하기에 앞서 공공부문부터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정부와 사측도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 역시 노동개혁에 아낌없는 지지와 격려를 보낼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앞으로는 정부가 경제정책의 목표를 성장률 대신 고용창출에 두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더이상은 경제성장이 일자리 창출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안정된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소비가 늘고 경제도 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률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고용증가율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놓이고 그에 맞는 다양한 정책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 대형 물고기 꼬리에 얼굴 맞고 기절한 남성

    대형 물고기 꼬리에 얼굴 맞고 기절한 남성

    대형 물고기 꼬리지느러미에 얼굴을 맞고 기절하는 남성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20일 호주 나인뉴스는 최근 화제가 되는 ‘물고기에게 KO 당한 어부’ 영상을 소개했다. 이는 브라질에서 촬영된 영상으로 최근 누리꾼 사이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상은 맨손으로 잡은 대형 물고기를 둑 위로 옮기는 남성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곁에서 다른 동료가 힘을 보태지만, 워낙 물고기가 커서 이도 여의치 않다. 이에 남성은 물고기를 감싼 포대를 들어 올려 녀석을 옮기길 시도하지만, 이내 녀석의 저항에 부딪힌다. 급기야 거칠게 몸부림을 친 녀석의 꼬리에 얼굴을 강타당한 남성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촌극이 벌어진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에 ‘신기하다’면서도, 물고기에게 봉변당한 남성이 ‘무사하길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 외에도 종종 고래나 골리앗 그루퍼 등 대형 어종들과 마주했을 때 발생하는 돌발 상황이 포착돼 화제가 되곤 한다. 지난 2013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선상 낚시를 하던 남성이 골리앗 그루퍼의 꼬리에 얼굴을 맞은 순간이 포착된 영상이 공개돼 누리꾼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멕시코 서부 바하 칼리포니아 해안에서도 여성 관광객이 고래의 꼬리에 맞는 아찔한 순간이 포착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진 영상=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저장장치’ HDD vs SSD 누가 이길까?

    [고든 정의 TECH+] ‘저장장치’ HDD vs SSD 누가 이길까?

    컴퓨터를 새로 구매하실 분들이라면 한 가지 빠지지 않는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저장 장치죠.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이하 SSD)는 가격대비 용량이 작지만 대신 속도가 아주 빠르고 반대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이하 HDD)는 용량이 큰 대신 속도가 느립니다. 물론 각자 용도와 예산에 맞춰 구매하게 되겠지만, '미래에 SSD가 저렴해지면 결국 HDD는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HDD는 미래에는 구시대에 유물이 되는 걸까요? - 더 대용량의 HDD를 향한 몸부림 사실 지난 몇 년간 HDD의 수요는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PC의 수요가 감소하고 노트북PC 가운데서도 SSD만 탑재한 모델이 증가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의외이지만, 사실 의외가 아닌 게 기업 시장이 있기 때문이죠. 아직 세상에는 SSD로만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백업할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은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사실 기업의 세계이기 때문에 더 비용에 민감하죠. 빠른 데이터 입출력이 필요 없는 분야라면 HDD의 수요는 여전합니다. 물론 개인 가운데서도 외장 하드나 NAS 같은 새로운 저장 장치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사실 수요가 많이 감소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HDD 회사들이 아직 망하지 않은 비결이겠죠. 하지만 동시에 SSD의 가격이 빠른 속도로 저렴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같은 가격이라면 당연히 속도가 빠르고 전력을 적게 먹는 SSD가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HDD가 용량 경쟁에서 이기려면 앞으로 특별 대책이 필요합니다. 웨스턴 디지털, 씨게이트 같은 HDD 제조사들은 이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Advanced Storage Technology Consortium(ASTC)라는 기술 컨소시엄을 만들었습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차세대 HDD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서죠. HDD는 기본적으로 동그란 원판 위에 자기적으로 기록을 저장합니다. 하드디스크 플래터라고 불리는 이 원판의 기록 밀도는 이미 엄청나게 높아진 상태입니다. 현재의 하드디스크들은 플래터당 최고 1.43TB, 그리고 제곱 인치당 0.95Tb(Tbpsi (Terra-bit per square inch))의 저장 밀도를 구현했습니다. 이런 고용량이 가능한 이유는 HDD 제조사들이 수직 자기기록(PMR: perpendicular magnetic recording) 기술에다 SMR(Shingled Magentic Recording)라는 신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플래터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저항이 작은 헬륨으로 내부를 채워 넣는 방법도 등장했습니다. 덕분에 10TB라는 거대한 용량의 HDD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SSD의 용량 증가 속도는 더 놀라워서 이미 10TB가 넘는 대용량 SSD가 등장한 상태입니다. 가격이 너무 비싸 기업용이긴 하지만 HDD 제조사가 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HDD 진영의 다음 무기는 열보조 자기기록(HAMR: Heat Associated Magnetic Recording)입니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50TB급 HDD의 개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용화되는 시기는 2017년 이후로 우선 2020년 이전까지 20~30TB급 HDD가 일반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이후에는 BPMR(Bit Patterned Magnetic Recording) 및 HDMR(Heated-Dot Magnetic Recording)같은 신기술이 100TB급 이상의 HDD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대용량의 저장장치가 필요할까요? 사실 같은 질문이 1GB HDD, 1TB HDD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1PB급 HDD 역시 나중에는 흔하게 보는 물건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SSD의 미래 이렇듯 든든한 신기술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근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의 급격한 발달을 보면 HDD의 미래는 바람 앞의 등불 같아 보입니다. 최근 SSD나 스마트폰, 그리고 메모리 카드 등에 들어가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3차원으로 발달하고 있습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기록 밀도와 속도가 빨라지는 대신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기록을 덮어쓸수록 수명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었던 것이죠. 여기에 공정의 미세화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메모리 제조사들은 이 부분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 있습니다. 공정의 미세화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해결책은 공정을 미세화하는 대신 아파트처럼 메모리 셀을 쌓아올리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같은 면적에도 더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한정된 토지 위에 여러 층으로 건물을 올린 셈이죠.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세계최초로 3D V낸드를 양산했습니다. 그것도 이제는 3세대에 이를 만큼 발전이 빠릅니다. 24층(layer)로 된 1세대 V낸드와 32층으로 된 2세대 V낸드에 이은 48층 3세대 V낸드는 엄청난 고밀도를 이룩해 256Gb(32GB)라는 용량을 작은 메모리 칩에 구현했습니다. 앞으로 TB급 SSD가 대중화될 가능성을 예고한 셈입니다. 물론 다른 제조사도 강 건너 불구경만 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인텔과 마이크론은 3D 크로스포인트(3D Xpoint)라는 새로운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이 신기술을 이용하면 메모리를 쉽게 적층해서 고용량화가 가능한 것은 물론 속도도 기존의 낸드 플래시 대비 1,000배나 빠르다고 합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메모리 기술의 신기원이 이룩되는 셈입니다. - 경쟁의 이익은 소비자의 몫 새로운 형식의 비휘발성 메모리와 3차원 적층 기술이 만나면 초고속 초고밀도의 SSD가 등장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현재 개발 중인 HDD 기술 역시 엄청난 고밀도 HDD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목과는 다르게 누가 이기는지 궁금한 싸움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경쟁 그 자체죠. 경쟁은 경쟁 당사자만 빼고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런 경쟁 속에서 더 빠르고 고용량이면서 저렴한 저장장치가 등장한다면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일은 어느 한 회사가 저장 장치 시장에서 독과점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현재 답보 상태에 있는 컴퓨터용 CPU 시장을 보면 답이 나오는 이야기죠. 다행히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당분간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몇 년 후에 더 빠르고 용량이 큰 저장장치를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경찰, 길에서 비무장 용의자 ‘즉결처분’ 파문

    경찰, 길에서 비무장 용의자 ‘즉결처분’ 파문

    체포한 용의자를 즉결 처결한 경찰들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베네수엘라 검찰이 현역 경찰 8명을 길에서 비무장 청년을 즉결 처결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현지 언론이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물증이 확보됨에 따라 연루된 경찰 8명을 전원 기소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사건은 5일 베네수엘라 아라구아주의 한 도시에서 발생했다. 사건은 총격전으로 처리될 뻔했지만 누군가 영상을 촬영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영상은 3명의 청년이 쓰러져 있는 길에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어 경찰 8명이 자동차에서 주르르 내려 쓰러져 있는 청년들 곁에 서 있는 한 또 다른 청년을 에워싼다. 경찰 2명이 청년을 붙잡더니 갑자기 총성이 울린다. 경찰이 잡고 있던 청년은 힘없이 쓰러진다. 이어 총성이 다시 울기기 시작한다. 현지 언론은 "추가 총성이 울린 건 경찰이 확인사살을 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4명 청년은 21~24세로 범죄조직원이었다. 조직에 가담해 범행을 저지르던 청년들은 이날 길에서 경찰과 맞부닥쳤다. 4명 중 3명은 경찰에 저항하다가 총을 사망했다. 나머지 1명은 총을 버리고 투항했지만 경찰은 검거한 청년을 그대로 처결했다. 영상에는 경찰들이 뒷수습을 하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포착됐다. 경찰들은 살해한 청년을 이미 쓰러져 있던 청년들 쪽으로 옮기고 혈흔을 없애기 위해 원래 청년이 쓰러진 곳에는 물을 뿌렸다. 영상을 촬영한 사람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처음엔 치안기관에 근무하는 소식통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사진=영상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예견된 추행 적극 저항 안 하면 강제추행 아니다”

    폭행이나 협박 없이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이런 일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않았다면 가해자를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심우용)는 자신의 집에서 처제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C(39)씨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C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집 안방 침대에서 잠을 자려던 처제 A(25)씨의 신체 일부를 만지고 방을 옮겨 간 A씨를 따라가 이불을 덮어 주는 척하면서 또다시 추행한 두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첫 번째 성추행에 대해 이른바 ‘기습추행’(피해자에 대해 갑자기 저질러진 추행)으로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두 번째 추행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두 번째 추행은 법률상 기습추행이 아니며 강제추행죄의 성립 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며 항거가 곤란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가 언니에게 추행 사실이 알려지지 않게 하려고 적극 제지하지 않고 잠을 자는 시늉을 했고 C씨도 A씨가 깨어 있는 기색을 보이자 추행 행위를 멈춘 정황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A씨가 형부 C씨의 추행 행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 가능했는데도 적극 제지하지 않은 정황’을 기초로 이같이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강제추행죄 성립 요건을 너무 엄격히 적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보람 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처제가 형부의 첫 번째 추행 후 이를 피해 다른 방으로 건너간 행동은 C씨의 추행을 거부하고 제지하는 의사를 표시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 “A씨가 C씨의 거듭된 추행으로 충분히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사안에서 강제추행죄의 성립 범위를 지나치게 엄격히 해석한 법원 판단에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임금피크제 ‘공공기관 버티기’에 초강수… 노조 반발이 변수

    임금피크제 ‘공공기관 버티기’에 초강수… 노조 반발이 변수

    정부가 임금피크제 미도입 공공기관에 ‘연봉 인상률 50% 삭감’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좀체 도입 속도가 붙지 않아서다.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청년 고용 절벽’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게 된다. 어떻게든 임금피크제를 확산시켜 이를 통해 아낀 재원으로 청년 채용을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하지만 공공노조의 거센 반발 등이 변수다. 공공기관을 설득하고 민간기업 참여를 적극 유도하려면 공무원도 임금피크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연봉 차등화 기준은 단순하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느냐, 안 했느냐이다. 어떤 형태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느냐는 따지지 않되, 연말까지 도입하지 않으면 무조건 내년 연봉 인상률을 50% 싹둑 자르겠다는 것이다. 공공노조의 강한 저항이 예상되지만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어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는 공공기관은 사실상 내년 연봉과 성과급이 깎이기 때문에 노조도 끝까지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올 연말까지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공공기관 연봉 인상률은 해마다 공공기관운영위에서 결정한다. 기획재정부가 연봉 인상률 차등화 방안을 담은 공공기관 예산 편성 지침을 정하고 이를 공운위가 의결하면 공공기관은 이를 따라야 한다. 물론 예산편성 지침 자체는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가 들어가는 만큼 성과급이 깎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당 공공기관의 주무부처에 ‘괘씸죄’로 걸려 예산 편성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사실상 강제 사항인 셈이다. 민간 대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는 점은 공공노조의 입지를 약하게 만든다. 삼성그룹은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미 4개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SK는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도 41개 계열사 15만명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사이에서는 “왜 우리만”이라는 반발 기류가 강하다. 한 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기관의 인사·예산 등 다른 건 모두 공무원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왜 임금피크제만큼은 예외로 하느냐”면서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제할 거면 공무원부터 도입하라”고 결사 반대 방침을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무원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는 인사혁신처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면서 인사정책은 연말까지 정부·노조·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기구에서 결정하기로 해 정부 마음대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할 수 없다”면서 “고위 공무원은 50대 초중반이면 퇴직하는 경우가 많고 나이가 많은 민간 경력자를 공직으로 끌어와야 하는 문제도 있어 임금피크제 도입이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가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압박하면서 공무원에만 도입하지 않는 것은 정책의 진정성이 떨어진다”면서 “공무원에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연공서열식 호봉제는 성과 중심 연봉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롯데, ‘황제경영’ 벗어나겠다는 약속 지켜야

    경영권을 놓고 3부자 간 막장 다툼을 벌였던 롯데 사태가 일단락됐다. 어제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는 예상대로 신동빈 롯데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따라서 롯데홀딩스의 주총 결과는 롯데 경영권 다툼의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어제 주총에서는 신격호 창업주의 차남인 신 회장 측이 제시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지배구조 관련 안건 등 두 건이 별다른 저항 없이 통과됐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측의 반발도 예상됐지만 주총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고 일사천리로 끝났다. 두 개의 안건이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한 것은 한국과 일본 롯데를 완전히 장악한 신 회장 쪽으로 대세가 기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신 회장은 주총이 끝난 뒤 발표문에서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사태의 조기 해결과 재발 방지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날 주총의 성격을 설명하면서 “롯데그룹은 법과 원칙에 의거한 경영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27일 처음 불거진 ‘신격호·신동주 대(對) 신동빈’ 구도의 3부자 간 경영권 다툼은 표면상으로는 마무리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신동빈 원톱’ 시대가 탄탄대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갈등은 여전히 잠복해 있고, 신 회장이 해결해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 당장 형인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놓고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 법적 소송에 대처하는 일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3부자 간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바닥까지 추락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이번 사태로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우리 국민들 사이에 굳어진 것도 치명적인 손실이다. 앞서 신 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호텔롯데를 공개하고 416개나 되는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연말까지 80% 이상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약속은 이미 했으니 이제 실천만 남았다. 그래야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황제경영’의 폐해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혹여 일단 급한 불만 끄고 위기를 넘기자는 생각이었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들은 신 회장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스스로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롯데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져 국민들로부터 영원히 외면당할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에 저항한 선조들의 교육 의지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에 저항한 선조들의 교육 의지

    17일 첫 전파를 탄 EBS 1TV 광복 70년 특별기획 ‘학교교육백년사’(3부작)가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기보다는 기록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연 영상을 통해 당시의 학교생활과 시대상 등을 흥미롭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학교교육백년사’는 최초의 관립 영어학교인 ‘동문학’과 근대식 공립교육기관인 ‘육영공원’, 외국인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등 130년 동안의 우리 학교 역사와 발전 과정을 되돌아보고 미래 교육 비전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18일 방송되는 2부에선 일제강점기 학교 모습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1910년 일제의 치밀한 민족문화 말살 정책으로 위기에 처한 학교의 모습과 이에 저항하는 학생들의 독립운동, 국권 회복을 위해 힘썼던 선조들의 교육 의지를 담았다. 일제는 국권침탈에 이어 네 차례에 걸친 조선교육령으로 치밀한 차별정책을 펼쳤다. 학교에선 조선어가 사라지고 학생들은 신사참배와 기미가요를 강요당했다. 체력 양성을 가장한 군사훈련을 받으며 전쟁 도구로 양성되고 실업 위주 교육을 받으며 상급 학교 진학 기회를 박탈당했다. 이에 맞서 학생과 교육사상가들은 교육구국운동 등을 펼쳤다. 함흥영생여고보 여학생의 일기장에서 비롯된 조선어학회 사건과 광주학생독립운동, 부산 경남 지역 독립운동의 중심에 선 부산진 일신여학교(현 부산 동래여고) 학생들의 만세 시위운동 등 암울했던 당시 학교 현장을 생생하게 재연했다. 앞서 1부에선 개화기 학교를 다뤘고 3부에선 광복 이후 전쟁 속 천막학교와 군사정부 시절 통제된 학교, 학교의 미래 비전 등을 담는다. 18, 19일 밤 11시 35분 방영.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제대로 알자! 의학 상식]

    ●퇴행·감염·통풍성 그리고 류머티즘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은 노화로 관절이 퇴화해 이상이 생긴 경우를 말한다. 처음에는 관절을 심하게 쓸 때만 아프지만, 증상이 진행되면 층계를 오르내리기가 불편해지고 아주 심해지면 밤에도 아파서 잠을 못 이루다가 결국 걸을 수도 없게 된다. 한번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면 어떤 치료를 해도 그 이전의 상태, 즉 젊었을 때의 관절로 돌려놓을 수 없다. 퇴행성 관절염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질환도 있다. 세균이 관절에 침투해 염증을 유발하는 감염성 관절염은 몇 시간 또는 며칠 이내에 급격히 발생한다. 심한 열감기처럼 온몸에 열이 나고 춥고 떨리며 관절 주변이 뜨겁고 피부색이 붉어지면 감염성 관절염일 가능성이 크다. 오른쪽과 왼쪽 관절에 거의 동시에 생긴 관절염이 한 달 이상 가면 류머티즘 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관절을 외부에서 침입한 나쁜 물질로 오해해 공격함으로써 발생하는 자가 면역 질환이다. 주로 젊은 여성에게 발생하며 손, 무릎 등에서 좌우가 비슷하게 발병하는 특징이 있다. 이 밖에도 요산이 몸에 쌓여 발생하는 통풍성 관절염도 퇴행성 관절염으로 오해하기 쉽다. 과도한 음주와 고기 섭취가 원인이며 발이나 발목 관절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당뇨환자 물가 맨발로 다니면 합병증 우려 당뇨발은 당뇨병 환자의 발에 생기는 신경병, 구조적 변형, 궤양, 감염, 혈관 질환 등을 일컫는 말이다. 당뇨발이 진행되면 작은 상처도 낫지 않아 궤양이 되고 심하면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발이 까맣게 썩는다. 발에 상처가 생겨도 잘 느끼지 못하며 치유력과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특히 여름은 당뇨병 환자가 조심해야 할 계절이다. 맨발로 다니다 보니 당뇨발이 나타나기 쉽다. 당뇨병 환자에게 발은 얼굴보다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는 물가, 해변, 수영장 등에서 맨발로 다니면 안 되며 물집이 잡히거나 발 색깔이 변하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잠자기 전에는 꼭 비누로 발을 닦고 잘 건조하고선 매일 주의 깊게 발을 관찰해 상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신발을 신기 전에는 안쪽에 이물질이 있지는 않은지 살피도록 한다. 다리를 꼬거나 책상다리 자세를 하면 혈액 순환이 안 되니 항상 바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너무 오래 서 있는 것도 좋지 않다.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김종민 정형외과 교수, 서현석 성형외과 교수
  • 침략 배경부터 일제 잔재까지…식민지배 다시보기

    침략 배경부터 일제 잔재까지…식민지배 다시보기

    광복 70년을 맞아 출판계에 관련 서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들 출판물은 근현대사의 그늘에 초점을 맞춰 일제 침략 배경과 조선의 무능, 그리고 여전히 후유증이 큰 일제 잔재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들춰 눈길을 끈다.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이덕일 지음, 만권당 펴냄)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 도발 등 주변국 역사왜곡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동북아재단 동북아역사지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고조선과 한사군, 위만조선, 임나일본부, 독도 사료 등을 토대로 지도의 오류와 그에 얽힌 식민사관을 고발한다. 지도에 고구려와 한나라 국경선이 세로로 무 자르듯 뚝 잘려 있어 독도가 증발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4세기를 나타낸 지도에 신라·백제가 빠진 사실도 밝혀냈다. 저자는 “식민사관을 가진 역사학자들이 대단히 치밀하게 의도적으로 이 같은 지도를 만들어냈다”고 밝히고 있다. ‘조선정벌’(이상각 지음, 유리창 펴냄)과 ‘근대조선과 일본’(조경달 지음, 열린책들 펴냄)은 일제 강점의 부당함과 조선의 나약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선정벌’은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배하려는 야욕에 시동을 걸었던 1854년부터 1945년 해방까지 한국 근대사를 다뤘다. 한반도를 침탈한 일본의 불법성을 짚었지만 그보다는 조선이 왜 허무하게, 제대로 저항도 못한 채 무너졌는지에 비중을 뒀다. 그 이유는 무력하고 허약한 왕과 사대주의에 찌든 고위관리, 매국세력 등으로 집약된다. 저자는 “지금의 모습이 1854년 개항 이후 정한론과 동아시아 건설을 이야기하던 메이지 시대와 닮았다”며 “성찰하지 않고 대비하지 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경고한다. ‘근대 조선과 일본’은 “근대 조·일 관계사는 일본의 조선침략사”라는 전제 아래 개항부터 대한제국 멸망까지 반세기에 걸친 통한의 역사를 보여준다. 일본과 조선의 운명이 엇갈린 이유를 조명한 게 특징이다. 일본은 서구와 접촉하며 국민국가로 연착륙했지만 조선은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를 정치문화의 차이로 지목한다. 일본은 유교적 민본주의를 통치수단으로만 받아들인 반면 조선은 국가를 지배하는 원리적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유교적 민본주의를 토대로 한 새로운 국가 건설은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해방후 3년’(조한성 지음, 생각정원 펴냄)은 해방정국에서 민족 지도자 7인이 민족의 완전독립과 신국가 수립을 둘러싸고 벌인 최후의 결전을 담았다. 여운형, 박헌영, 송진우, 김일성, 이승만, 김구, 김규식 등이 주인공이다. 민중을 위한 민주주의, 민중을 위한 개혁을 주창했던 그들을 움직인 건 민족과 혁명, 권력이었다. 그들의 궤적 성찰을 통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오늘날의 지도자나 대중은 다시 한번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역사’를 꿈꾸고 실행해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아… 한용운, 님이 다시 왔습니다

    아… 한용운, 님이 다시 왔습니다

    조국을 일제에 빼앗기고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라며 절절하게 울부짖었던 독립운동가이자 저항시인 만해 한용운. 그가 생을 마친 집인 서울 성북구 심우장에서 만해 한용운이 부활했다. 성북구는 13일 한용운이 직접 지은 고택인 심우장 마당의 야외무대에서 그의 생애를 그린 뮤지컬 ‘심우’를 제작해서 발표했다. 뮤지컬 ‘심우’는 성북구에 기반을 둔 극단인 ‘늚’에서 음악도 직접 제작한 순수 창작 뮤지컬로 성북구에서 활동하는 무명 배우들이 출연한다. 뮤지컬은 한용운이 심우장에서 지내던 생애 말년을 담았다.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총부리 앞에서 스러져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시절에 직접 그들의 시신을 수습했던 만해는 백년 후 손님인 후손들에게 조국의 미래를 당부한다. 심우(尋牛)는 불교에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데서 유래했으며, ‘자기의 본성인 소를 찾는다’는 뜻이다. 심우장은 한용운이 일제총독부 청사가 보기 싫다며 볕이 잘 드는 남향 대신 동북향으로 집을 틀어 지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뮤지컬 발표에 앞서 이순선 인제군수, 김석환 홍성군수와 함께 한용운의 발자취가 깃든 순례길을 마련하고 직접 그 길을 다녀왔다. 세 지방자치단체가 손잡고 만든 만해 순례길은 만해의 출생부터 출가·수행·독립운동·입적과 관련된 전국의 장소들을 1박 2일 동안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충남 홍성군의 생가, 한용운이 출가한 강원 인제군 백담사와 만해마을, 성북동 심우장 등을 만해 순례길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성북구는 구청 1층과 2층에서 오는 29일까지 만해의 독립선언문과 옥중 작품, 신문자료 등을 통해 그의 시와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도 마련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만해 한용운의 삶의 궤적이 남아 있는 성북구, 홍성군, 인제군이 함께 2000리의 긴 순례길을 시작했다”면서 “앞으로도 만해와 관련된 내용을 발굴하고 알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해외여행 | Ohana Time in Hawaii 필사적 하와이 가족여행②Marine, Mountain Activities

    해외여행 | Ohana Time in Hawaii 필사적 하와이 가족여행②Marine, Mountain Activities

    ●Ohana Time Marine Activities 와이키키에서 파도를 탄다는 것 와이키키 비치를 온전히 느끼려면 해양 액티비티를 곁들여야 한다. 하와이의 대기는 물기를 머금지 않아 햇살의 순도가 높다. 비치타월 한 장 깔고 순도 높은 햇살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태닝족 앞으로 펼쳐진 바다 위에서 사람들은 서핑, 스탠드업 패들링, 부기보딩, 스노클링, 카약킹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서핑의 발상지라더니 정말 서퍼들이 많네, 프로급은 파도가 더 높은 노스쇼어 쪽으로 간대, 엄지하고 새끼손가락만 펴서 인사하는 샤카 사인Shaka Sign도 서핑에서 유래했다던데…. 수영을 못하는 아내만 혼자 두기 뭣해 서핑 강습을 포기해서인지 자꾸만 서퍼들로 눈길이 향한다. 초보 서퍼들은 파도를 타는가 싶다가 가뭇없이 하얀 파도거품 속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도 희한하게 스릴 있다. 서핑 대신 고른 해양 액티비티는 카누 라이드Canoe Ride. 큰 나무 속을 파낸 카누 속에 셋이 들어가 유유자적 와이키키 바다 위를 떠다니려던 의도는 빗나간다. 옆에 균형대까지 달린 대형 카누다. 우리만 타는 게 아니다. 맨 앞 맨 뒤에 길잡이가 앉는다. 멀리까지 나가나 봐, 겁먹은 아내는 수영을 못한다는 핑계로 뒷걸음친다. 하는 수 없이 딸하고만 오른다. 대장 길잡이 지시에 따라 바다를 향해 패들링, 멈췄다가 다시 젓기…. 노를 놓치기라도 할까 걱정이지만 딸도 제법이다. 어느새 바다 한가운데, 카누머리를 해변으로 향한 채 파도를 기다린다. 다가오는 파도 속도에 맞춰 전력을 다해 패들링, 패들링, 패들링…. 노를 거뒀는데도 카누는 쏜살같이 질주한다. 파도를 탄 짜릿함에 ‘우~~~옛’ 절로 탄성이 터진다. 아빠! 나 다음에 오면 꼭 서핑 배울래! 딸도 파도 타는 맛에 빠졌나 보다. 그 맛을 알 리 없는 아내는 공기튜브를 타고 파도에 휘청거리는 것만으로도 자지러진다. 내친 김에 바다 속 탐험에도 나선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20여분쯤 나가니 잠수함 아틀란티스호Atlantis Adventures가 보인다. 스르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싶더니 금세 창문 옆으로 열대어며 가오리며 거북이가 스친다. 돌고래가 나타났다며 술렁이는데 딸은 보이지 않는다며 안달이다. 물위로 올라오니 와이키키의 끝자락 산 다이아몬드 헤드Diamond Head가 반긴다. 짙푸른 바다와 그 위를 미끄러지는 범선과 요트 그리고 파란 하늘이 와이키키의 스카이라인과 어울려 아름답다. 페이스 서프 스쿨 www.faithsurfschool.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Ohana Time Mountain Activities 짜릿하고 기묘한 오아후의 산 키아나 농장Keana Farms의 클라임 웍스 짚라인Climb Works Zipline은 오아후섬 최초의 두 줄짜리 짚라인이자 규모가 가장 크다. 생긴 지 1년도 채 안 된 신상이다. 7개의 짚라인이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고 농장 위를 가로지르며 바다로 미끄러진다. 연습용 짚라인에서 감을 잡으면 곧바로 4WD 지프차를 타고 거친 숲길을 뚫고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선 첫 번째 짚라인으로 향한다. 타 본 적 없는 아내와 딸은 아찔해 한다. 그나마 동반자와 함께 탈 수 있다는 데서 위안을 삼는다. 출발대에서 아내와 딸이 신호를 기다린다. 하나 둘 셋! 함께 외쳤지만 딸만 카운트에 맞춰 뛰어내리고 아내는 머뭇거린다. 꺄~아~아! 딸의 고함소리에 정신이 들었는지 뒤늦은 점프! 또 하나의 비명소리가 더해지더니 곧 아득해진다. 도착점에 못 미쳐 멈춘 딸을 와일드한 매력이 물씬한 여자 리더 줄리가 낚아채 끌어올린다. 몸을 웅크리고 팔을 쭉 펴서 공기저항을 줄여 줬어야지, 아빠가 보여 주마, 호기롭게 활강하지만 결국 딸과 같은 신세로 끌려간다. 맞바람 탓을 해보지만 멋쩍다. 짚라인 투어가 거듭될수록 긴장은 설렘으로 바뀌고 비명은 탄성으로 변한다. 기술도 일취월장. 뒤로 뛰어라, 중간에서 자세를 바꿔라, 거꾸로 매달려 가다가 중간에서 똑바로 서라…. 점점 세지는 리더의 명령을 척척 수행한다. 두려움을 이기고 내디뎠던 첫 걸음 덕에 가능했다고 남자 리더 타일러가 말한다. 3시간 내내 수다쟁이 까불이였던 타일러가 사뭇 진지한 메시지를 던지니 모두 경청한다.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기세를 몰아 쿠알로아 목장Kualoa Ranch에서도 4륜 오토바이ATV에 도전하지만 딸이 최소기준 나이 16세를 밑돌아 포기한다. 승마투어와 무비투어Movie Site Tour를 놓고 고민하다 영화를 택한다.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을 비롯한 여러 영화 촬영지로 워낙 유명해서다. 목장 산을 보더니 딸은 누군가 찌그러뜨려 놓은 것 같단다. 산은 주름진 듯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무비투어 트럭은 그 기묘함 속으로 달린다. ATV나 말을 탄 여행자들과 마주칠 때마다 샤카 사인을 주고받으며 웃는다. 트럭은 영화 <진주만>의 촬영지라는 벙커에서 멈춘다. 2차 대전 때는 실제 군사용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벙커 안은 일종의 영화촬영 기록관이다. <고질라>, <첫 키스만 50번째>, <윈드토커>, <배틀쉽>, <소울서퍼>, <로스트> 등 이곳에서 찍은 영화와 드라마 포스터들이 줄을 잇는다. 고질라는 아예 초원에 골프장 벙커 같은 발자국을 쿵쿵쿵 찍으며 무비트럭을 따른다. 압권은 추억의 영화 <쥬라기 공원>이다. 공룡을 피해 주인공들이 숨었던 커다란 통나무는 인기 만점 기념촬영 포인트다. 무비투어 트럭이 그 앞에 멈추자 우르르 몰려나가 경쟁을 벌인다. 후속작품 <쥬라기 월드Jurassic World>가 6월 개봉해서 그런지 딸보다 아내가 더 조바심친다. 클라임 웍스 짚라인 www.climbworks.com/keana_farms 쿠알로아 목장 www.kualoa.com 글·사진 김선주 기자 취재협조 하와이관광청 www.gohawaii.com/kr www.spamjamhawaii.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서울광장] 귀 막은 자들의 도시/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귀 막은 자들의 도시/박홍환 논설위원

    여기 한 효성 지극한 여인이 있다. 그녀 눈에서 최근 피눈물이 흘렀다. 사연은 이랬다. 몇 해 전 모친을 여읜 그녀는 병마 때문에 거동조차 어려운 연로한 부친을 봉양하고 있다. 오빠들은 명절 때나 얼굴을 비칠 뿐 오불관언, 부친 병구완은 오롯이 그녀 몫이다. 어느 날 막내 오빠가 술에 취해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 오빠는 그녀를 무지막지하게 때리고, 머리채를 붙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치기까지 했다. 부친에게도 위협을 가한 패륜이었다. 그녀가 가까스로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고, 오빠는 현행범으로 입건됐다. 그런데 사건 처리는 묘하게 일그러졌다. 저항하며 남긴 손톱자국을 빌미로 오빠가 진단서를 끊어 경찰에 그녀를 폭행 혐의로 고소한 뒤부터다. 수사한 경찰도,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도 그녀 얘기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쌍방 피해 사건이니 둘 다 형사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피해자임에도 가해자로 처벌받아야 한다니 이런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 귀를 막은 경찰과 검사로 인해 그녀는 말문을 잃었고, 자신이 지금까지 딛고 산 이 땅이 그렇게 싫을 수 없다고 했다. 너무도 억울해 화병을 앓듯 속이 시커멓게 타 버렸다고 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누군가 한 명이라도 귀 기울여 들어줬다면 그렇게까지 허무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찌 보면 그녀 혼자만의 답답함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귀를 틀어막고 고집불통인 사람들이 어디 경찰과 검사뿐일까. 온 사회, 온 나라에 귀 막은 자 천지다. 소통과 경청은 백과사전에나 등장하는 말이 돼 버렸다. 노벨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묘사에 빗대면 귀를 틀어막는 전염병이라도 퍼진 듯하다. 설혹 귀를 열어도 건성으로 듣는다. 좀체 제 고집을 꺾지 않는다. 한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그건 나는 모르겠고”라며 고집불통인 사람들투성이다. 신임 대법관 후보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50대 중반의 남성 고위 법관 출신이다. 함께 천거됐던 후보들이나 현 대법관들이나 대부분 비슷한 스펙이다. 대법원 판결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대법관 구성을 좀 더 다양화해야 한다는 사회 각계의 진언이 빗발쳤지만 대법원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상대편 사연을 다 듣고도 “그건 나는 모르겠고”라며 제 주장만 고집하는 어느 개그 프로그램이나 매한가지다. 경청(傾聽)이 아니라 경청(輕聽)한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애당초 몽이(蒙耳·귀를 막고 듣지 않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특정 대학과 고위 법관 출신 일색의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해 다양한 배경으로부터 쌓은 풍부한 경험, 인생관,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해 충실하게 재판해 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그렇게까지 묵살할 수 있을까. 며칠 전 청와대에서는 어색한 풍경이 연출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 개혁을 강조하는 담화문을 발표하는 회견장에서 기자들이 단상의 박 대통령 앞으로 열을 지어 앉았지만 누구도 노트북PC는 꺼내 놓지 않았다. 질의응답 순서가 없으니 굳이 노트북PC를 갖고 들어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만 하고는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사안의 중요성이 희석될 수 있어 질의응답 계획을 없앴다는 청와대 측의 해명은 옹색하다. 그토록 소통의 중요성,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했건만 요지부동인 까닭을 모르겠다. 사실 경청은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상대방을 사로잡는 비결이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도 한결 넓어진다. 귀 기울여 듣는 과정 자체가 소통이기 때문이다. 반면 몽이는 불신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하위권인 정부와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도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만큼 정부나 우리 사법 시스템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았다는 얘기다. 더 심각한 건 이 같은 ‘몽이 증후군’이 온 사회, 각계각층으로 전염병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에는 모두 실명(失明)이 돼 버린 사회가 급속하게 부조리와 무질서에 휩쓸리는 모습이 잘 묘사돼 있다. 보이지 않으니 무슨 짓을 해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점차 ‘귀 막은 자들의 도시’, ‘몽이사회’가 돼 가는 이 땅의 미래가 두렵지 않을 수 없다.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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