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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칼럼] 집현전의 반격/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금요칼럼] 집현전의 반격/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세종처럼 여러 개혁을 구상하고 차근차근 실천에 옮긴 이는 역사에 드물었다. 처음에 집현전은 왕의 든든한 우군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집현전이 개혁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대목이었다. 문장가 서거정은 집현전의 성격 변화를 넌지시 암시했다. 그들이 상소를 올려 정치에 개입하는 전통은 이계전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선배들이 말렸으나 이계전은 듣지 않았다(필원잡기, 제1권). 그는 후배들과 함께 상소를 올려 조정을 공격했다. 세종 28년 6월 18일, 직제학 이계전은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한 ‘공법’(貢法ㆍ세제)에 대해 비판했다. 논점은 두 가지로, 첫째는 수확량에 따라 해마다 세금을 9등급으로 나눈 것(연분 9등)이 잘못이라는 점이었다. 흉년에도 농사가 잘된 논밭이 있기 마련인데 감면의 혜택을 보아 불합리하다고 했다. 둘째, 풍수해가 발생해도 이웃한 5결의 경작지가 모두 피해를 보아야 면세 또는 감세 대상이 되는 것도 문제점이라 했다. 일부만 온전해도 피해 지역이 혜택을 입지 못하므로 선의의 피해자가 많다는 지적이었다. 이처럼 공법이 불합리해서 백성의 한숨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계전은 공법이 민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뼈아픈 지적에 세종은 마음이 아팠다. 왕은 이계전을 비롯해 몇 명의 측근을 내전으로 불러들여 토론을 시작했다. 우선 왕은 이계전이 공법의 취지를 모른 채 비판을 일삼은 것 같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집현전의 선비조차 내 뜻을 모르니, 다른 사람들은 언급해서 무엇하겠는가”라며, 왕은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이 법이 제정된 동기와 과정을 설명했다. 끝으로, 왕은 공법을 시행한 지 10년쯤이나 됐는데 저항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했다. 토론에 나선 이계전은 꿋꿋하고 당당했다. 그는 경상도에서 전해온 현지 사정이라면서, 아무 소출도 없는 경작지에 세금이 부과돼 백성이 입은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경주 출신 한 관리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그 관리조차 작년에는 관청에서 구호 식량을 빌려 그것으로 세금을 낸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계전이 자신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자 세종은 아연실색했다. 누구도 이계전이 제시한 증거를 부정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러자 동석했던 집현전 응교 어효첨이 공법 비판의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공법을 좋아하는 이는 부자뿐이요, 싫어하는 사람은 가난한 농부들입니다.” 가난한 농부는 경작지도 척박해서 풍년이 들어도 그 수확량이 형편없는데, 공법은 부자의 세금만 깎아 주고 가난한 대다수 백성에게는 늘 희생을 요구하니 문제라는 식의 공격이었다. 대꾸할 말을 잃은 세종은 기존의 세법에 흠결이 많아서 공법을 제정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왕이 곤경에 빠진 사실을 확인하자 어효첨은 공법을 즉각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았다. 한참 동안 세종은 침묵하고 있다가 결국 동조하고야 말았다. “공법도 내 마음에 흡족하지 않으니 재고하겠다.” 그날 밤, 세종은 집현전 학사들로부터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시행한 주요한 정책들에 관하여도 질책을 당했다. 해 질 무렵에 시작한 토론은 밤이 깊어서야 끝이 났다(당일의 실록). 집현전의 거센 공격으로 세종은 내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 왕의 개혁 의지는 갈수록 약해졌고, 집현전은 국정의 비판자로 더욱 위세를 떨쳤다. 초기에는 집현전 학사 덕분에 왕이 여러 가지 개혁을 펼쳤으나, 이제 그들의 공격에 밀려 운신의 폭이 확 줄었다. 30년도 못 가서 방패가 창이 된 셈이었다. 어떤 제도든 순기능이 역기능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으니, 경계할 일이 아닌가.
  • “금기보다 자기결정권” 남미 여성연대의 승리

    프란치스코 교황 반대 등 저항 컸지만수년간 女인권 향상 초록 손수건 시위“낙태 비범죄화, 여성폭력 고리 끊을 것” “내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여성은 투표도 못하고 대학도 못 가는 보잘것없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운 이들을 위해 법이 있습니다.” 낙태 법안 가결 이후 아르헨티나 상원의원 실비아 사팍은 이렇게 말했다. 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상원은 12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14주 이내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낙태를 전면 허용한 건 아니지만, 엄격한 가톨릭 국가에서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아주 크다. 성폭행 등 극히 예외 상황에서만 임신 중단을 허용한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서 이런 결실을 만든 건 여성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표결을 두고 “남미에서 커져가는 페미니즘 물결의 중대한 승리”라며 이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거라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낙태 허용 흐름이 남미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포함된 평가다. 현재 남미에서 부분적으로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국가는 쿠바와 우루과이, 멕시코 일부 지역 등뿐이다. 아르헨티나의 여성 활동가들은 최근 수년간 낙태 합법화를 포함해 여성 인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역대 교황 중 개방적이란 평가를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낙태 허용 움직임에 반대를 시사할 정도로 저항이 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2018년 8월 아르헨티나 상원은 낙태 허용 법안을 찬성 31표 대 반대 38표로 부결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표현하기 위해 2005년 들었던 ‘초록색 손수건’을 다시 꺼내들고 호소를 이어 나갔다. 이들은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은 성공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위한 투쟁에 다시 나섰다. 그리고 이 녹색 물결은 결국 2년 전과 정반대의 의결을 이뤄냈다. 아르헨티나 여성단체 중 하나인 ‘라 마로나’에서 6년간 관련 캠페인을 한 활동가 카를라 비카리오는 “안전한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건 인권에 대한 폭력”이라며 “우리가 신체에 대한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낙태 비범죄화는 여성 스스로 자신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한다는 점에서 뿌리 깊은 여성 폭력의 고리를 끊는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변호사이자 작가인 질 필리포빅은 CNN에 “언제 아이를 낳을지 결정할 수 없다면, 여성이 어떻게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겠는가”며 “여성이 사회의 동등한 참여자가 되기 위해선 자신의 몸에 대한 완전한 주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금기보다 자기결정권” 남미 여성연대의 승리

    “금기보다 자기결정권” 남미 여성연대의 승리

    ‘교황의 나라’ 아르헨티나 낙태 허용“낙태 비범죄화, 여성 폭력 고리 끊을 것”“내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여성은 투표도 못하고 대학도 못 가는 보잘것없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운 이들을 위해 법이 있습니다.” 낙태 법안 가결 이후 아르헨티나 상원의원 실비아 사팍은 이렇게 말했다. 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상원은 12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14주 이내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낙태를 전면 허용한 건 아니지만, 엄격한 가톨릭 국가에서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아주 크다. 성폭행 등 극히 예외 상황에서만 임신 중단을 허용한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서 이런 결실을 만든 건 여성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표결을 두고 “남미에서 커져가는 페미니즘 물결의 중대한 승리”라며 이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거라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낙태 허용 흐름이 남미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포함된 평가다. 현재 남미에서 부분적으로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국가는 쿠바와 우루과이, 멕시코 일부 지역 등뿐이다.아르헨티나의 여성 활동가들은 최근 수년간 낙태 합법화를 포함해 여성 인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역대 교황 중 개방적이란 평가를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낙태 허용 움직임에 반대를 시사할 정도로 저항이 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2018년 8월 아르헨티나 상원은 낙태 허용 법안을 찬성 31표 대 반대 38표로 부결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표현하기 위해 2005년 들었던 ‘초록색 손수건’을 다시 꺼내들고 호소를 이어 나갔다. 이들은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은 성공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위한 투쟁에 다시 나섰다. 그리고 이 녹색 물결은 결국 2년 전과 정반대의 의결을 이뤄냈다. 아르헨티나 여성단체 중 하나인 ‘라 마로나’에서 6년간 관련 캠페인을 한 활동가 카를라 비카리오는 “안전한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건 인권에 대한 폭력”이라며 “우리가 신체에 대한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낙태 비범죄화는 여성 스스로 자신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한다는 점에서 뿌리 깊은 여성 폭력의 고리를 끊는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변호사이자 작가인 질 필리포빅은 CNN에 “언제 아이를 낳을지 결정할 수 없다면, 여성이 어떻게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겠는가”라며 “여성이 사회의 동등한 참여자가 되기 위해선 자신의 몸에 대한 완전한 주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독일 사제 아동 성착취에 수녀들이 포주 노릇…정치인 낀 성파티도”

    “독일 사제 아동 성착취에 수녀들이 포주 노릇…정치인 낀 성파티도”

    독일 사제들의 아동 성착취에 수녀들도 적극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11일(현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는 1960~1970년대 가톨릭 고아원에서 벌어진 아동 성착취와 관련해 수녀들이 포주 노릇을 했다는 피해자 증언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는 지난 5월 법원 판결 당시 이같이 증언했으며, 관련 내용은 현지언론이 판결문 사본을 입수해 일반에 공개했다. 개신교뉴스통신사 EPD와 가톨릭통신사 KNA가 공동으로 입수한 판결문에는 당시 성착취를 당한 카를 하우케(63)의 피해 사실이 상세히 기록돼있다. 어릴 적 라인란트팔츠주 슈파이어시 가톨릭 보육원에 살았던 하우케는 법정에서 “10년 동안 1000번 가까이 사제에게 성학대를 당했다. 수녀들이 날 사제에게 데려갔다”고 밝혔다. 하우케는 “수녀들은 한 달에 한 두 번 신부의 아파트로 나를 거의 끌고 가다시피 했다. 돈을 받고 포주 노릇을 했다. 저항하면 구타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고인이 된 루돌프 모첸바커라는 사제 한 사람이 집중적으로 학대를 저질렀다고 증언했다.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사제는 다른 남자 성직자와 정치인이 포함된 성파티도 주최했다. 수녀들은 성파티에 어린이를 상납하고 돈을 벌었다. 끌려간 아이들은 7살 남짓으로 술과 음식을 나르다 방 한쪽 구석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하우케는 “성파티에 있던 사람들은 아낌없이 보육원에 돈을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성착취를 당한 어린이 대부분은 사망했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자신 역시 그때의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를 만난 전문가들은 피해자 증언이 신빙성이 매우 높으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를 인정해 가톨릭 슈파이어교구가 피해자에게 1만5000유로(약 2000만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문제가 된 보육원은 2000년 페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주교회는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제보를 장려하고 있다.독일 역시 미국과 영국, 호주, 칠레 등 전 세계에서 불거진 가톨릭 사제 아동 성학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8년 독일주교회가 기센대와 하이델베르크대, 만하임대에 의뢰해 1946년부터 2014년까지 성 학대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지난 70년간 3677건에 달하는 성학대가 자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 학대에 가담한 사제는 1670명으로 집계됐으며, 피해자는 대부분 남성으로 13세 이하가 절반을 넘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중남미 살인율 1위’ 베네수엘라,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경찰

    ‘중남미 살인율 1위’ 베네수엘라,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경찰

    경제위기의 장기화로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진 베네수엘라가 중남미 최고 살인율을 기록했다. 베네수엘라의 비정부기구 폭력관측소(OVV)가 29일(현지시간)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베네수엘라에선 주민 1만1891명이 살해됐다. 인구 10만 명당 살해된 사람은 45.6명으로 중남미 최고였다. 치안 불안이 심각한 멕시코(10만 명당 30명), 브라질(23.5명), 콜롬비아(23.3명) 등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OVV는 "2019년과 비교할 때 살해된 사람은 1만6515명에서 1만1000대로 크게 줄고 살인율도 60.3명에서 45명대로 떨어졌지만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중남미에서 살인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였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가 2019년에 이어 또 다시 중남미 최고 살인율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데는 공권력이 책임이 컸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베네수엘라에서 살해된 사람 중 4231명은 이른바 공권력에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경우였다. 경찰이나 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람이 코로나19 사망자 1018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는 것이다. 의문사로 처리된 죽음을 합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OVV는 이번 보고서에서 주민 3507명의 죽음을 의문사로 처리했다.OVV는 "경찰이나 군에 연행돼 조사를 받다가 사망한 사례가 다수 포함돼 있다"며 "기술적으론 의문사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공권력에 의한 사망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게 대부분의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베네수엘라에선 이제 코로나보다 경찰이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심지어 이젠 강도보다 경찰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OVV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베네수엘라에선 공권력에 의한 사망이 범죄에 의한 사망보다 많았다. 무장강도 등에 의해 주민 100명이 사망할 때 공권력에 살해된 주민은 101명꼴이었다. 공권력의 살인이 범죄살인을 앞지른 건 베네수엘라 역사상 올해가 처음이다. OVV는 "경찰폭력 감염병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공권력 살인이 심각한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권력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대부분 청년들이다. OVV의 보고서를 보면 공권력에 살해된 주민의 90%는 18~40살이었다. OVV는 "젊은 사람들이 경제위기에 몰려 대거 이민을 떠나고 있는 가운데 공권력 살인도 청년들에 집중되고 있어 앞으로 국가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에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사우디 女인권 외친 죄

    사우디 女인권 외친 죄

    여성이 직접 운전하면 태형 등으로 처벌하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굴하지 않고 운전대를 잡아 결국 2018년 6월 사우디의 여성 운전 허용 조치를 이끌어 냈지만, 스스로는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여성 인권 운동가 로우자이 알하틀로울(31)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28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사우디의 테러·국가안보 전담 법원인 특수형사법원(SCC)은 알하틀로울에게 5년 8개월을 선고하고 3년 동안 보호관찰을 받는 조건으로 2년 10개월의 징역형 집행은 유예했다. 알하트로울과 검찰 모두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된다면, 2018년 5월부터 복역해 온 알하틀로울은 내년 3월쯤 보호관찰 조건으로 석방될 수 있다. 다만 테러 혐의를 부인하는 알하틀로울은 항소를 단행하고 수감 상태로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알하틀로울은 남성을 동반하지 않은 여성의 이동을 제약한 사우디의 ‘남성 후견인법’과 여성 운전을 금지하는 ‘여성 운전 금지법’의 철폐를 주장, 2014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사우디로 직접 차를 끌고 국경을 넘다가 체포돼 73일 동안 구금됐었다. 이어 2018년 5월에 다시 여성 운전 금지에 저항한 다른 여성 활동가 10여명과 함께 구속됐다. 한 달 뒤 사우디는 여성 운전 금지법을 폐기하면서도, 알하틀로울을 국가안보 훼손 및 테러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인권단체는 알하틀로울 재판 관할과 절차를 비난해 왔다. 국제엠네스티는 “SCC가 공정성이 훼손된 재판으로 과도한 징역형을 선고한다”며 그녀의 석방을 요구했다.인권탄압 비판을 무릅쓴 이번 판결이 향후 미국과 사우디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사우디 인권 문제에 비판적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출소하자마자 여아 10명 성폭행…김근식 나오는데 대책은 [이슈픽]

    출소하자마자 여아 10명 성폭행…김근식 나오는데 대책은 [이슈픽]

    아동성범죄자 조두순(68)이 12년 복역을 끝내고 사회로 나왔다. 조두순이 끝이 아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조두순만큼 끔찍한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 내년 출소를 앞두고 있다.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김근식(52)이 대표적이다. 전과 19범이었던 김근식은 2000년 강간치상죄로 5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지 16일 만에 등교 중이던 9살 초등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이듬해 9월까지 초·중·고생 10명을 성폭행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만 13세 미만이었다. 그는 성적 콤플렉스로 인해 성인 여성과 정상적인 성관계가 어렵자 어린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하기로 결심하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근식은 “무거운 짐을 드는 데 도와 달라” 등의 말로 어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간 아이들을 승합차에 태웠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해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그는 저항하는 피해자들을 마구 때리고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근식은 내년 9월 15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 2006년 형이 확정된 김근식은 당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2011년 1월1일 시행)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1년 4월16일 시행) 제정 후 도입된 신상정보 등록제도 및 공개·고지명령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법들이 시행되기 전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10대 5명을 상대로 연쇄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은 이모씨도 내년 4월 출소한다. 성폭력으로 두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이 씨는 김근식과 비슷한 범행 수법으로 어린 소녀들에게 몹쓸짓을 했다. 8살 조카를 5년간 유린한 혐의로 징역 8년(2013년)을 선고받은 강모씨와 3세 친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9년형(2012년)에 처해진 김모씨 역시 내년 3월 출소한다. 김씨는 출산한 첫 딸(생후 2개월)에게는 ‘아들이 아니다’라는 이유만으로 잔혹한 폭력을 행사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5년을 복역한 이후 고작 3세인 친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안전과 지원, 지역사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수많은 아동성범죄자들이 이미 출소해 활보하고 있고 앞으로도 출소 예정인 범죄자들이 많기 때문에 강력한 보호수용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법무부, 신상공개제도 활용 방침 법무부는 김근식과 같이 과거 법률의 적용을 받아 성범죄자 등록 및 공개 고지 대상이 아니라 할지라도 당시 적용된 신상공개제도(폐지) 및 등록 및 열람제도(구)를 활용해 성범죄자 등록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신상공개제도는 2000년 7월1일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성매수 및 성매매 행위자 등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등의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자를 대상으로 운영됐으며,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 그 대상자를 결정했다. 2005년 12월29일 해당 법률이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면서 청소년에 대한 강간 및 강제추행 등으로 2회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형이 집행된 자를 대상으로 재범 우려자의 정보를 등록하고 열람하는 등록 및 열람 제도로 운영됐다. 해당 업무는 국가청소년위원회가 흡수된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맡았다. 조두순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법률이 개정돼 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에 대해 법원이 결정하도록 제도가 변경됐다. 신상공개제도는 이후 2010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후 인터넷 등 공개 명령 정보가 확대 시행되고, 고지 명령 제도도 추가됐다. 여가부가 현재 성범죄자 알림이(e) 사이트 운영을 맡아 법원에서 등록 및 공개 고지 명령을 받은 범죄자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여가부는 법무부 판단에 따라 과거 위원회 기능이었던 성범죄자 신상공개자 결정 심의 기능이 유지되고 있으며 등록 대상에 대한 관리는 법무부 소관이라고 언급했다. 법무부는 검토를 통해 과거 성범죄자들에 대한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고지명령 재심의 기능이 없다면 법률 개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추미애, “윤석열 탄핵 꼭 필요” 글 공유…‘秋 재신임’ 청원 40만↑(종합)

    추미애, “윤석열 탄핵 꼭 필요” 글 공유…‘秋 재신임’ 청원 40만↑(종합)

    秋, 자신의 SNS에 ‘尹 탄핵 주장’민형배 민주당 의원 글 공유秋, “尹, 수구카르텔 중심 역할…검찰 조직 예봉 꺾는 탄핵 꼭 필요” 글 옮겨文, 이번 주중 秋 사표 수리할 듯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이 징계를 청구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여당 의원의 글을 공유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에 내린 ‘정직 2개월’ 처분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지만 법원이 징계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윤 총장은 업무에 복귀했다. “尹, 수구카르텔 전부는 아니나 굳이 ‘키워줄’ 필요 있나” 발췌 추 장관은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추미애TV’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윤석열 탄핵, 역풍은 오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공유했다. 민 의원의 글은 검찰개혁과 수구카르텔(재계-언론-국민의힘-태극기 부대)과의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윤 총장 탄핵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 장관은 민 의원의 글에서 “지금까지 나는 수사권·기소권 완전분리와 윤 총장 탄핵 두 가지를 주장했다. 탄핵 부분에서 이견이 적지 않다. 윤 총장 1명이 수구카르텔의 전부는 아닌데 굳이 그를 ‘키워줄’ 필요가 있느냐고들 한다”는 부분을 옮겼다. 이어 “탄핵은 자연인 윤 총장에 대한 단죄가 아니다. 수구카르텔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검찰조직의 예봉을 꺾어야 나머지 과제들의 합리적·효율적 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탄핵은 꼭 필요하다”는 부분도 발췌했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낸 민 의원은 이 칼럼에서 민주당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고, 윤 총장의 탄핵을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직접 생각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윤 총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하는 의미로 옮겨 적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秋 “그날이 쉽게 오지 않음을 알아도그날이 꼭 와야 한다는 걸 깨달아”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날이 쉽게 오지 않음을 알았어도 또한 그날이 꼭 와야 한다는 것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라고 소회를 적었다. 이를 두고 추 장관이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추 장관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제청한 뒤 사의를 밝혔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주중으로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속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 장관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2명이 선정된 데 대해 “여러 이유로 늦었지만, 늦게나마 훌륭한 두 분의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추미애 재신임해야” 靑 국민청원 40만 돌파 “윤석열 징계 철회해야” 청원 33만 육박“윤석열 엄중 처벌해야” 청원 38만 달해 한편 사의를 표명한 추 장관의 재신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40만명을 넘어섰다. 재신임 요구 청원은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다음 날인 17일 올라왔다. 29일 오전 3시 기준 참여 인원이 40만 2893명을 기록했다. 청원인은 자신을 ‘검찰개혁과 조국대전’의 작가 김두일이라고 소개하며 “검찰개혁의 성공적인 완성을 위해 추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재신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총장 이하 검찰 수뇌부들은 여전히 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검찰총장 징계) 재가와 무관하게 개혁에 저항하겠다는 항명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의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검찰 쿠데타를 주도한 윤 총장 등이 심판을 받는 과정까지 추 장관이 자신의 직무를 충분하게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시간 윤 총장의 징계를 철회해달라는 국민청원은 33만명을, 윤 총장을 엄중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은 38만명에 육박했다. 청와대는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담당 비서관이나 부처 장·차관 등을 통해 공식 답변을 하고 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일부 휴직·사표냈다” 확진 수용자들 이감…교도관들 ‘부글’

    “일부 휴직·사표냈다” 확진 수용자들 이감…교도관들 ‘부글’

    수용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일선 교도관들이 28일 열악한 수용시설의 방역 실태와 확진 수용자들의 청송 교도소 이송에 불만을 쏟아냈다. 법무부는 이날 동부구치소 확진 수용자 488명 가운데 기저질환자·고령자 등을 제외한 350명을 경북 청송군 진보면 경북북부제2교도소에 이감했다. 확진자가 나온 동부구치소와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청송교도소 직원들은 당국이 일선 교도관들과 상의도 없이 이 같은 조치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북 지역의 한 교도관은 “동부구치소에서 한참 떨어진 청송 지역 교도소를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직원들과 어떠한 상의나 합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교도관에 따르면 경북북부제2교도소 측은 교도관들을 7개 조로 나눈 뒤, 조별로 2박 3일간 근무하고 14일간 격리하도록 조치했다. 일부 교도관들, 휴직이나 사표 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수용자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확진 수용자 이감 계획이 나오자 일부 교도관들은 휴직이나 사표를 내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교도관은 “수용자들이 교도관들에게 저항하면서 침을 뱉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수용자가 난동을 피우면 제압하는 과정에서 접촉할 수밖에 없는데 아직 별다른 기준이나 세부적인 매뉴얼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또 방역물자 보급이 열악해 방역복 재사용이 동부구치소발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의 원인이라는 폭로도 나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확진자 전담반 직원 6명에게 방호복 6벌만 지급했는데, 방호복이 모자라 더 달라는 전담반 요청에 사무실에서는 ‘아껴서 입으라’는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한번 사용한 방역복을 재사용하라는 것은 감염되라는 말과 똑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진이 됐는데 왜 계속 가둬만 놓냐며 밥과 계란을 던지고, 창문틀을 뜯어 거실문을 부수는 수용자들을 상대하는 전담반 직원들에게 지원이 너무나도 부족했다”고 토로했다.한편 동부구치소 확진자는 이날 오전 0시 기준으로 수용자 488명, 직원 21명, 출소자 6명 등 총 515명이다. 확진자 중 376명은 경북 청송의 교도소로 집단 이송돼 완치 때까지 독실에서 치료를 받는다. 이송 대상은 무증상·경증자들로, 기저 질환자와 고령자는 동부구치소에 잔류했다. 청송교도소로 이송된 이들은 전원 독거 수용되며 완치 판정을 받은 뒤 동부구치소로 복귀한다. 법무부는 앞서 청송교도소 내 500여개의 독실을 수형자 생활치료센터로 전환하기 위해 기존 수용자 약 470명 전원을 전국으로 분할 이송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변창흠 청문보고서 채택’ 강행에 “의회독재…文 또 사과할 것”

    ‘변창흠 청문보고서 채택’ 강행에 “의회독재…文 또 사과할 것”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하자 국민의힘이 “의회 독재”라고 규탄하며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심각한 문제에 대해 법적 절차를 검토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변창흠 후보자는 능력, 도덕성, 인성 등 모든 분야에서 이미 낙제점을 받았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변창흠 후보자는 ‘사과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고, ‘해명에 대한 해명’이 필요할 정도로 앞뒤 안 맞는 모습만 보였다”며 “이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대한민국은 24번째 부동산 정책 실패 터널을 통과해, 더 어둡고 긴 암흑의 터널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적 저항과 최종 책임은 대통령의 몫이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되는 26번째 장관급 인사다. 이런 것을 의회 독재라 하지 않으면 무엇을 독재라 하는가”라고 덧붙였다.이날 오전 국토위는 야당의 거센 항의 속에서 변창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재석 26인 중 찬성 17인, 기권 9인으로 가결, 채택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토위원들은 표결 전 국토위원장 자리에 몰려들어 “원천무효”, “지명철회”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야당 간사인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새벽까지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그간 제기된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증폭되기만 했다”며 “아무도 없는 구의역 사고 현장에서 혼자 고개 숙인 사진 한 장이 과연 진정성 있는 사과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SH, LH 사장 시절 특정학회, 단체 일감 몰아주기, 지인 채용 등 각종 의혹 제기됐으나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오히려 위증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크리스마스에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에 대한 법원 판결과 관련해 잘못된 부분에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며 “이번 보고서가 채택돼 임명이 강행된다면 제2의 대통령 사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진선미 국토위원장은 “표결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 그 누구보다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조금 부족하다 생각하셔도 후보자가 본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도 있지 않나. 오늘은 양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인사청문회 국면마다 ‘데스노트’(저승사자의 명부)로 불리며 주목받는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은 부적격 의견을 명시하는 조건부로 찬성표를 던졌다. 심상정 의원은 “변창흠 후보자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저급한 인식과 노동인권 감수성 부족은 시대착오적이며 국민 정서와 크게 괴리돼 있다”며 “특히 재난 시기 국토부 장관으로서 치명적 결격 사유”라고 했다. 이어 찬성표를 던진 데 대해 “보고서 채택이 대통령의 임명을 인정하는 정치적 의미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후보자의 도덕성, 인성에 대해서 여러 가지 비난이 있는데, 너무 매도당한 점이 있다”고 반박하며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한번 좀 시켜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정경심 1심 재판부 탄핵”…국민청원 35만명 돌파

    “정경심 1심 재판부 탄핵”…국민청원 35만명 돌파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탄핵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6일 35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정경심 1심 재판부의 탄핵을 요구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은 이날 오후 5시20분 현재 총 35만7043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해당 청원은 하루만인 24일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하는 기준인 20만명 동의를 넘긴 데 이어 사흘 만인 이날 오전 30만명을 돌파한 바 있다. 청원인은 정 교수에 대한 1심 선고 직후 올린 글에서 정 교수의 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의 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를 지목 “3인의 법관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차원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것을 촉구한다”며 “3인의 법관이 양심에 따라 심판을 해야 하는 헌법 103조를 엄중하게 위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법관은 유무죄를 판단할 때 법원에서 진행된 피고인 신문과 증거조서를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는 이제 저 같은 일반 국민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다르게 말하면 검찰에서 제출한 수사서류만 갖고 판단을 한다면 이는 법관의 양심을 버리는 행위이자 헌법에 위배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경심 재판부는 무려 34차례에 걸친 공판을 진행했음에도 검찰의 정황 증거와 진술조서에만 일방적으로 의지했을 뿐 변호인 측에서 제출한 물적 증거와 검찰측 주장에 논박한 내용에 대해서는 조금도 판결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며 “검찰의 공소장을 증명해야 하는 것은 검사의 의무이고 그것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면 무죄여야 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조차 무시한 채 재판 과정에서 중립적이지 않는 검찰에 편파적인 진행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청원인은 “본 사건의 본질은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해 억지수사하고 무리한 기소를 한 사건”이라면서 “적어도 34회의 재판과정을 지켜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3인의 법관이 헌법과 법률적 양심에 따라 판결을 했다는 것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는 법관의 양심을 저버린 이 3인의 법관에게 헌법이 규정한대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3권분립과 법치주의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에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오늘 나온 참담한 판결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법과 양심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줬다. 때문에 진정한 사법개혁을 촉구한다”면서 “‘사법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는 배심원제도의 입법화를 요청한다. 사법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도록 대법관들을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입법화 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지난 23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5세트에만 도합 14득점 김연경·이재영 이래서 ‘흥벤져스’

    5세트에만 도합 14득점 김연경·이재영 이래서 ‘흥벤져스’

    5세트를 이기기 위해선 15점이 필요하다. 그리고 흥국생명에는 그중 14점을 책임지는 국가대표 레프트 듀오 김연경과 이재영이 있다. ‘흥벤져스’라 불릴 수 있는 비결이다. 김연경과 이재영이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과시하며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2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였다. 김연경은 34점, 이재영은 31점을 합작하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5세트 접전에서 김연경이 8점, 이재영이 6점을 몰아치며 인삼공사의 거센 저항을 물리친 점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흥국생명의 공격은 김연경 아니면 이재영으로 간단했지만 인삼공사는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고 두 선수는 화끈한 공격력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두 선수의 활약이 더 의미 있는 것은 현재 흥국생명이 루시아 프레스코의 부상으로 외국인 선수 자리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으로서는 공격옵션 하나를 잃는 것인 만큼 상대팀 입장에서도 대처하기 수월하다. 공교롭게도 루시아의 공백은 팀의 연패로도 이어졌다. 박미희 감독도 “외국인 선수의 부재가 크다. 단순히 점수를 몇 점 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견제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상대가 연경이나 재영이에게 정확히 갈 수 있는 타이밍을 주는 것은 두 선수에게 힘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그러나 흥국생명이 흥벤져스인 까닭은 결국 알고도 막을 수 없는 것이 김연경과 이재영이기 때문이다. 이영택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없으면 김연경, 이재영에게 볼이 몰리기 때문에 방어하는 입장에서 수월하다면 수월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두 선수가 워낙 개인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이라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는 디우프랑 누구를 매치시킬지 항상 고민인데 흥국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레프트 2명이 같이 대각으로 뛴다”면서 “단조롭지만 두 선수가 하는 퍼포먼스가 너무 좋아서 굉장히 버거운 건 사실”이라고 했다. 여기에 김연경이 한국생활에서 안정감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고 이것이 좋은 경기력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흥국생명을 더 무섭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다. 김연경은 한국에서 시즌 반환점을 돈 소감에 대해 “구단에서나 감독님이 많이 배려해주셔서 재밌고 편하게 경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가족들도 자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음식도 큰 힘이다. 김연경은 “떡볶이는 기본이고 치킨이 특히 좋다”면서 “외국에서 떡볶이는 재료 사다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해도 ○○콤보, ○○마요 같은 치킨은 만들어 먹을 수가 없다. 배달되니까 너무 좋다”고 웃었다. 한국 리그 생활에 적응해가면서 김연경의 성적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김연경은 1라운드에 117점 공격성공률 47.37%를 기록했다. 2라운드엔 124점에 공격성공률 49.55%였다. 1경기가 남은 3라운드는 벌써 115점에 공격성공률 52.88%다. 상대팀으로선 만나면 만날수록 김연경의 공격이 두려워질 수밖에 없다. 김연경은 “재영이나 나나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컨디션 안 좋을 때는 팀이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런 부분도 조금씩 준비해서 꾸준히 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내년에 건강했으면 좋겠고 통합우승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사설] 사법개혁 하겠다고 겁박하는 여권, 성찰과 반성이 우선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효력이 법원에 의해 집행정지된 다음날인 어제 국민에게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는 여권에서 사법부를 적폐로 몰고 사법개혁을 주창한 것과는 다른 대응이자 현실인식이라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다만 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기보다 청와대 대변인을 통한만큼 부족함이 없지는 않다. 그래도 현안에 오래 침묵하지 않고 발언한 것은 현재의 국정혼란을 빠르게 수습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만큼 평가할만하다. 이런 차원에서 이미 사표를 제출한 추미애 법무장관의 후임을 서둘러 지명할 필요가 있겠다.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은 3권분립의 훼손으로 보일만큼 심각했다. 최인호 대변인은 서면논평에서 “이번 사법부 판단은 행정부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징계결정한 엄중한 비위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같은당 신동근 최고위원은 소설미디어에 “형사·사법 권력을 고수하려는 법조 카르텔의 강고한 저항”으로 규정하면서 “강도 높은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썼다. 일각에서 ‘사법 쿠데타’라는 용어까지 동원됐다. 앞서 여당 인사들은 전날 조국 전 법무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딸 입시비리 등에 법원이 유죄판결하자 맹비난을 쏟아냈다. 법원의 연이은 제동에 여당 지도부의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게다가 국민을 혼란속에 빠뜨린 추 법무장관과 윤 총장의 거의 1년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얻은 실익이 거의 없다. 오히려 국민들로하여금 검찰개혁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명분도 훼손됐다. 국정운영을 당파적으로 하면서, ‘우리만 옳다’는 식의 유아독존적 독선과 아집으로 밀어붙인다면 국민의 신망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 정당한 목적이라도 달성하려면 야당을 진득하게 설득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어야 한다. 법원은 정 교수가 개입한 딸의 입시비리 전체를 유죄로 판단했다. 또한 윤 총장 징계는 기본적으로 징계위 운영 과정의 치명적인 절차적 하자가 지적됐다. 민주당은 법원 판결에 반발하기 전에 국민정서와 동떨어져 조 전 장관 부부에 대해 과도한 감싸기를 하고 무리하게 ‘윤석열 찍어내기’를 한 것은 아닌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검찰도 법원의 결정에 환호하기보다는 과거의 오류를 반성하고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힘써야 한다.
  • “정치 한복판에 선 檢, 국민은 불편… 尹총장 책임의식 가졌으면 좋겠다”

    “정치 한복판에 선 檢, 국민은 불편… 尹총장 책임의식 가졌으면 좋겠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중요한 것은 검찰이 정치의 한복판에 서버린 것”이라며 “윤 총장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저항을 보면서 그 반작용으로 개혁의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검찰개혁 시즌2’를 예고했다. 또 “세계적으로 봐도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는 대단하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며 ‘언론개혁’ 필요성도 시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임시국회 내 처리가 가능한가. “우리는 아직도 산업재해와 관련해 불명예 기록을 가진 나라다. 예방과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이나 사람에 정확한 책임을 묻는 방식이 함께 가야 한다. 상임위에서 실효성 있는 법을 만들 것이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가 “다른 법안은 통과시키고 왜 이 법에만 야당이 필요하냐”고 물었는데. “제정법이기 때문에 쟁점이 많아 하루이틀에 끝낼 법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야당에 촉구하고 있고 원내수석부대표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단일안을 만들어 와야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다.” -18개 상임위·특위 위원장을 모두 갖고 국회를 운영해 본 평가는. “과거에는 1당이 책임지고 국회를 운영할 수 없었으나 지금은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이 됐기 때문에 책임정치 구현이 가능하다. 임기 내 상임위 재배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압도적 의석으로 국회를 거칠게 운영한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현상적으로만 보면 그런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야당의 태도를 봐야 한다. 지연전술과 발목 잡기, 상임위 불응에 대응한 것이다.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킨 것도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는 비상 시기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원들의 ‘문자폭탄’에는 어떻게 대응하나. “차단하지 않고 다 받는다. 격려도 있고 때로는 개혁 속도가 더디다는 불만도 있고 내용이 다양하다. 본인들의 생각을 의원이나 당에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개진하는 것은 유권자, 지지자의 권리다. 내용을 채택하느냐 않느냐는 판단의 문제다.” -새해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하나. “국민들께서 많이 불편하고 힘들지만, 방역조치를 믿고 협조해 준 데 눈물겹도록 고맙다. 봉쇄 없는 방역에 백신과 치료제를 더해 ‘게임 체인지’에 나서야 한다. 위기 때 더 큰 피해를 보는 취약계층의 보호를 위해 재정 투입 등으로 양극화 심화를 막는다는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 -윤 총장이 징계 후 복귀하면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검찰이 정치의 한복판에 서버린 것이다. 국민들 보기에 대단히 불편한 일이다. 검찰의 사법행위는 국민 신뢰에 기반을 둬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 한복판의 검찰을 신뢰할 수 있겠나. 윤 총장도 그런 점에서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 등 ‘검찰개혁 시즌2’ 시간표는. “검찰에 6개 분야 수사는 남겨 놨기에 개혁이 완결된 게 아니다. 어떤 측면에선 과도기다. 경찰이 완전히 수사를 다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고 약간의 시간을 두면서 법적·제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완벽하게 기관 대 기관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가 안 되면 과도기적으로 검찰에 기소부를 별도로 두는 방안도 있다. 최근 검찰의 저항을 보며 그 반작용으로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개혁과 코로나19 백신 관련해 최근 언론 비판 강도가 세졌는데. “외부에서 법적·제도적 책임을 가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인들의 책임의식과 자정의식이다.” -검찰개혁 다음은 언론개혁인가. “순서를 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봐도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대단하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만큼의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강도로 함께 탑재할 것이냐를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이낙연 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등 대선 후보군에 대한 평가는. “대전환의 시기에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훌륭한 분들이 당에 많다. 지방정부에서 능력을 입증하고 있는 분들도 있고, 국가 경영 한복판에서 역량을 발휘하거나 국회에서 의정 활동으로 검증된 분들도 많다.” -대북전단금지법 논란이 부담스럽지 않나.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대한민국 국회가 지키는 것이지 미국의 일부 의원이 지키는 것이 아니다. 분쟁지역에서 선교활동을 금지하는 걸 종교탄압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듯 금지법을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하면 안 된다.” -신년 개각 전망은.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다만 집권 4년차가 되면 ‘하산길’이라 관리 모드로 들어가려 하는데 예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새롭게 등반을 해야 하기에 내각도 훨씬 긴장감을 느끼고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의원의 입각이 효과적이라는 판단과 바람이 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인터뷰] 김태년 “검찰개혁 끝 아냐…‘기소부’ 두는 방안도 검토”

    [인터뷰] 김태년 “검찰개혁 끝 아냐…‘기소부’ 두는 방안도 검토”

    “검찰 저항에 속도 내자는 의견도”尹총장 대해선 “국민 보기에 불편”검찰개혁 후 언론개혁 필요 시사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24일 “검찰에 6개 분야 수사는 남겨놨기에 개혁이 완결된 게 아니다”며 “약간 시간을 두며 법적·제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에서 진행한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힌 뒤 “(완벽하게) 수사와 기소가 분리가 안 되면 과도기적으로 검찰에 기소부를 별도로 두는 방안도 있다”며 “검찰 저항을 보며 더 속도를 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는 “검찰이 정치의 한복판에 서 버린 것”이라며 “국민들 보기에 대단히 불편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정치 한복판의 검찰을 신뢰할 수 있겠나. 윤 총장도 그런 점에서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이후 언론개혁도 필요하다는 여당 극렬 지지층 등의 주장에 대해선 “세계적으로 봐도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대단하다”며 “자유를 보장하는 만큼의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강도로 함께 탑재할 것이냐를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개혁 의사를 시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임시국회 내 처리가 가능한가. “우리는 아직도 산업재해에 국제사회에서 불명예 기록을 가진 나라다. 예방과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이나 사람에게 정확한 책임을 묻는 게 함께 가야 한다. 획기적으로 산업 안전을 강화하고 중대 재해를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상임위에서 실효성 있는 법을 만들 것이다.” -인터뷰 직전 정의당 단식농성장에서 고 김용균씨 어머니가 “다른 법안은 다 통과시키고 왜 이 법에만 야당이 필요하냐”고 물었는데. “제정법이기 때문에 쟁점이 많아 하루이틀에 끝낼 법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야당에 촉구하고 있고, 원내수석부대표 간에 의사일정 협의가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단일안을 만들어 와야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은 아쉬움이 많다. 상임위에서 병합심사를 하는 게 국회 시스템이다.”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으로 국회를 거칠게 운영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상적으로만 보면 그런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야당의 태도를 봐야 한다. 지연전술과 발목잡기, 상임위 불응에 대응한 것이다.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킨 것도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는 비상 시기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원들 특유의 ‘문자폭탄’에는 어떻게 대응하나. “번호를 차단하지 않고 다 받는다. 격려도 있고 때로는 개혁 속도가 더디다는 불만도 있고 내용이 다양한다. 본인들의 생각을 의원 또는 당에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개진하는 것은 유권자, 지지자로서의 권리다. 내용을 채택하느냐 않느냐는 판단의 문제다.” -새해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하나. “우리 국민들께서 많이 불편하고 힘들지만, 정부의 방역조치에 대해 믿고 협조해 준 데 대해 눈물겹도록 고맙다. 봉쇄 없이 코로나를 관리한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서 K방역의 평가가 나온다. 이제 방역에 백신과 치료제를 더해 ‘게임 체인지’에 나서야 한다. 위기 때 더 큰 피해를 보는 취약계층의 두터운 보호를 위해 재정 투입 등으로 양극화 심화를 막는다는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징계 후 복귀하면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검찰이 정치의 한복판에 서 버린 것이다. 국민들 보기에 대단히 불편한 일이다. 검찰의 사법행위는 국민 신뢰에 기반을 둬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 한복판의 검찰을 신뢰할 수 있겠나. 윤 총장도 그런 점에서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 등 ‘검찰개혁 시즌 2’의 완성 시간표는. “검찰에 6개 분야 수사는 남겨 놨기에 개혁이 완결된 게 아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과도기다. 경찰이 완전히 수사를 다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고 약간의 시간을 두면서 법적·제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완벽하게 기관 대 기관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가 안 되면 과도기적으로 검찰에 기소부를 별도로 두는 방안도 있다. 최근 검찰의 저항을 보며 그 반작용으로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개혁 다음은 언론개혁인가. “순서를 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봐도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대단하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만큼의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강도로 함께 탑재할 것이냐를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이낙연 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등 대선 후보군에 대한 평가는. “아주 훌륭한 분들이다. 또 대전환의 시기에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훌륭한 분들이 우리 당에 많다. 지방정부에서 능력을 입증하고 계신 분들도 있고, 국가 경영 한복판에서 역량을 발휘하거나 국회에서 의정 활동으로 검증된 분들도 있다. 우리 당의 자원이 많다.” -대북전단금지법 논란이 부담스럽지 않나.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대한민국 국회가 지키는 것이지 미국의 일부 국회의원이 지키는 것이 아니다. 분쟁지역에서 선교활동을 금지하는 걸 종교탄압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듯 금지법을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 -신년 개각 전망은.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다만 희망컨대 집권 4년차가 되면 ‘하산길’이라 관리 모드로 들어가려 하는데 예전의 4년차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하산이 아니라 새롭게 등반을 해야 하기에 내각도 훨씬 긴장감을 느끼고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의원의 입각이 효과적이라는 판단과 바람이 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난항에 부딪힌 KBS 수신료 인상 계획, 내년으로 넘긴다

    난항에 부딪힌 KBS 수신료 인상 계획, 내년으로 넘긴다

    공영방송 KBS의 수신료 인상 계획이 해를 넘겨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KBS와 KBS 이사회는 수신료 인상안의 경우 오는 30일 이사회에 상정되지 않는다고 24일 밝혔다. 인상안을 보다 구체화하고 경영혁신안의 내용을 보완해 내년 초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7년 만에 수신료 현실화를 주장하면서 인상안의 이사회 상정과 공청회 개최 등을 준비해왔으나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KBS는 수신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들어 설득에 나섰지만, 저항감이 커 쉽지 않을 전망이다. KBS는 “강도 높은 자구 노력으로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긴축과 절감만으로 극복하기에는 그 골이 너무 깊다”며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난방송 전담 조직과 시스템 고도화, 대하사극 부활, 지난 추석 연휴 신드롬을 일으킨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같은 대형 기획 프로그램의 성공을 근거로 들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lr
  • 손쉬운 봉쇄만… 지원책은 ‘하세월’

    손쉬운 봉쇄만… 지원책은 ‘하세월’

    코로나 블루 넘어 ‘백신 블루’정부가 코로나19 3차 대유행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5명 이상 모임 금지’ 같은 강력한 봉쇄 조치를 잇달아 단행했지만 이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을 보듬어 줄 지원책은 후순위로 밀려 있다. 방역 대책만큼이나 생계비 지원 등도 속도전이 필요한데, 정부가 국민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K방역’이 한계에 부딪히고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사태를 종식할 것으로 기대되는 백신에 대해선 명확한 수급 일정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넘어 ‘백신 블루’가 확산될 조짐이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는 ‘지금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24일 0시를 기해 2주간 전국에서 시행되는 5명 이상 식당 이용 금지, 스키장과 주요 관광지 폐쇄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도 없는 강력한 조치다. 거리두기 3단계가 가져올 경제적 충격을 우려한 정부는 사람 간 접촉 자체를 최소화하는 ‘핀셋 방역’을 먼저 실시했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소상공인과 겨울철 레저시설, 숙박시설 운영자나 종사자, 나아가 전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김에도 최소한의 생계비 지원책조차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3일까지 정부가 공식 언급한 지원책은 ‘3조원+α’의 재원으로 3차 재난지원금을 편성해 소상공인 위주로 지급하겠다는 게 전부다. 미국은 지난 21일 8920억 달러(약 987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켜 실업자와 저소득층, 중소기업 지원 예산을 확보했다. 역대 두 번째로 큰 부양책임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착수금’일 뿐이라며 추가 부양책을 시사했다. 영국은 지난달부터 봉쇄 조치로 문을 닫은 사업장 직원 급여 3분의2를 2100파운드(312만원) 한도로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독일은 지난달 부분 통제에 들어가기 전 소상공인과 기업매출 손실 보전을 위해 100억 유로(13조원)를 먼저 편성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원책이 방역과 봉쇄 정책의 국민 협조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방역 대응이 장기화되면 사람들의 순응도가 떨어지고 재봉쇄에 대한 저항이 커지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대책과 효과적인 소통 방안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며 “재정 지출은 경기 부양과 피해계층 지원에도 의미가 있지만 방역정책에 대한 순응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생존 투쟁을 벌이는 국민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서울에서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신모(47)씨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알기 때문에 문 닫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벌써 세 번이나 반복되다 보니 지치고 화가 나는 게 사실”이라며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임대료만이라도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 매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4~20일 서울지역 매출은 1년 전보다 57% 감소해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 조치와 동시에 지원 대책이 이뤄지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소상공인 중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이들을 선별해 직접 재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서울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걔가 원래 목소리가 야했어”…알바생 덮치려 한 공공기관 직원

    “걔가 원래 목소리가 야했어”…알바생 덮치려 한 공공기관 직원

    아르바이트생 성폭행하려한 직원대법서 실형 확정…손해배상 소송 아르바이트생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직원과 방지조치에 부주의했던 공공기관도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17단독 김유진 판사는 아르바이트생 A씨가 직원 B씨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공동해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학원생 A씨는 2016년 여름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던 중 같은 팀 상사 B씨로부터 주말에도 근무하라는 다그침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일요일에 사무실에 출근했고, B씨도 오후에 사무실에 나타났다. B씨는 사무실에 단둘이 있는 상황을 이용해 A씨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격렬한 저항에 막혀 미수에 그쳤다. 이 사건으로 B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형을 확정받았다. 당시 A씨는 회사에 신고했으나 팀장은 이를 무마하기에 급급했다. 당시 팀장은 “B씨가 처벌받으면 나까지 불이익을 받으니 그냥 넘어가자”는 취지로 말했다. 또 A씨를 도우려는 다른 팀원까지 회유하고, 급기야 “원래부터 목소리가 야했다”며 오히려 책임을 A씨에게 전가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호소했다. 이에 B씨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이 사건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었다. 공공기관은 “범죄행위가 휴일에 단둘이 있을 때 발생했고, B씨는 인사권한이 없다. 개인적인 일탈에 불과해 사무집행과 관련성이 없고, 사용자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법률구조공단의 송영경 변호사는 “해당 사건이 공공기관 사무실에서 발생했고, A씨는 B씨의 소개로 별도의 심사 없이 채용된 이후 업무지시를 받았다”면서 사무집행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B씨의 이 사건 불법행위가 사무집행 자체로 볼 수는 없으나, A씨가 실질적으로 B씨의 업무 지시를 받고 있었다. 비록 휴일이기는 하나 근무장소에서 공공기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해당 공공기관은 B씨의 사용자로서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민법상 사용자 책임을 부담한다. 해당 공공기관이 성희롱 예방교육 등을 실시하고, A씨의 신고가 있자 B씨를 직위해제 발령하고 사실확인 등을 거쳐 해임 처분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코로나 크리스마스’, 당신의 백신은 무엇입니까

    [강남순의 낮꿈꾸기] ‘코로나 크리스마스’, 당신의 백신은 무엇입니까

    2020년은 모든 이들에게 힘든 한 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은 갖가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백신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온 인류가 백신의 효과를 보기까지는 요원하다. 일자리를 잃고, 가족을 잃고, 고립된 일상을 보내는 이들, 칠흑같이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는 경험을 하는 이들이 도처에 있다. 고립과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이들도 늘어 가고 있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코로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위기 한가운데에서 맞게 되는 크리스마스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코로나19의 위기는 이전에 생각하지 않았던 의미들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든다. 4세기에 로마에서 크리스마스의 축하가 시작됐고 9세기가 돼 비로소 주요한 기독교 명절로 지켜지기 시작한 크리스마스는 현재 세계 160여개의 나라에서 공식적인 휴일로 지키고 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가 기독교 배경을 지닌 서구 세계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특별한 축하의 절기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상업주의가 크리스마스를 왜곡시키고, 승리주의적으로 해석된 기독교의 예수 모습이 정작 크리스마스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특별한 절기로 자리잡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이제 기독교라는 한 특정 종교에만 제한된 종교적 절기의 의미를 넘어서 있다. 지금보다 나은 새해, 나은 미래를 기다리는 기다림과 희망의 절기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전통은 네 가지 중요한 보편 가치를 담고 있다. 희망, 평화, 기쁨 그리고 사랑이다. 예수가 추구하고, 가르치고, 실천하고자 한 가치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들은 제각기 왜곡된 이해로 오염돼 왔다. 이 개념들을 호명해도 아무런 감동을 느끼기 힘든 이유이다. 모든 개념이 그러하듯 상투적 이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사전적 의미를 괄호 속에 넣고서, 새롭게 그 의미를 재음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상투성의 덫’에 빠져 무의미하고 공허한 단지 상업주의로 변질된 크리스마스에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금전을 낭비해야 하는 절기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짙은 어둠이 많은 이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이 ‘코로나 크리스마스’를 넘어서는 ‘백신’은, 우리 자신의 인간됨을 재확인하고 확장하게 하는 이러한 소중한 가치들의 재조명이며 재창출을 통해서라고 나는 본다.희망이란 무엇인가.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진정한 희망이란 ‘모든 것이 잘될 거야’와 같은 낭만화된 ‘희망 고문’이 아니다. 또는 구체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낙관’과도 다르다. 희망의 토대는 사실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성공과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씨름하는 그 과정 자체에 희망의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실패’의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규정한 성공 또는 실패로 자신의 삶이 휘둘리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의 의미이다. 나는 어떠한 삶을 살고자 하는가. 내가 살고 싶은 세계를 향해서 나는 용기를 가지고 어떠한 씨름을 하는가. 그러한 고민과 씨름하는 그 과정 자체가 바로 희망의 근거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를 종종 ‘평화의 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물론 나는 예수와 직접 대화한 적은 없지만, 제자들의 냄새나고 지저분한 발을 씻긴 그 예수가 자신이 ‘왕’과 같은 위계주의적 표현으로 지칭되는 것에 동조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예수를 ‘왕’으로 표현하는 종교적 상징은 예수를 지배자와 승리자로 표상함으로써 기독교의 승리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사용되곤 한다. 예수가 지향하고 확산하고자 하는 평화란 무엇인가. 소극적 의미의 평화란 분열, 전쟁, 갈등의 부재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왕’으로 표상되는 힘센 세력이 약자 위에 군림해서 아무 소리 못 하도록 억누르는 상태도 표면적으로 ‘평화’라고 착각하게 된다. 이런 위험한 평화는 가정, 학교, 직장, 나라 또는 세계적 정황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누가 규정하는 평화인가’를 물어야 한다. 반면 적극적 의미의 평화란 이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 배제, 혐오, 분열, 불의를 넘어서서 연대와 정의를 추구하는 구체적 변혁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 여전히 북한과 남한의 분열, 젠더 차별, 계층과 출신 지역·학력 등에 의한 차별과 배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장애인·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등의 문제가 산재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는 무관심하면서 “모두에게 평화를”이라는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암송하고 노래 부르는 것은 위선적이며 공허하다. 기독교가 아닌 종교에 대한 혐오로 불상을 파괴하고 사찰에 불을 지르면서 ‘평화의 왕 예수’ 또는 ‘모두에게 평화를’이라고 외치는 것 또한 위선적이다. 다양한 얼굴의 불의, 차별, 혐오를 방치하면서 외치는 평화, 차별금지법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평등과 정의의 제도화를 반대하면서 외치는 평화란 위험한 ‘거짓 평화’일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이 당연한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많은 이들은 권력, 성공, 물질에 대한 욕망을 좀처럼 제어하지 못한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인식에 따른 두려움은 인류에 철학과 종교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 죽음에 관한 두려움과 그 한계를 넘어서는 길은 무엇인가. 철학이나 종교는 각기 다른 개념들을 동원해서 행복과 기쁨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은 시작점이 아니다. 시작점이 돼야 하는 질문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나를 알아가고, 나를 지속적으로 가꾸는 과정을 통해서,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서서히 배우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기쁨’이 가능하게 된다. 행복과 기쁨이란 외부세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돼서 내가 나 자신과 타자와의 관계를 올바르게 만들어 가는 그 한가운데에서 진정한 행복과 그에 따른 기쁨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탄생의 경험은 크리스마스가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라는 절기가 상징하는 ‘사랑’의 가치는 희망, 평화, 그리고 기쁨의 가치와 연결돼 그 정점을 이룬다. 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신이 스스로 인간이 돼 예수로 태어났다는 것을 상징하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포괄적인 의미의 ‘사랑’의 메시지이다. 신이 인간이 된다는 ‘성육’의 의미는 물론 사실적인 생물학적 표현이 아니다. 시의 언어처럼 심오한 메타포적 의미를 품고 있다.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기에 신이 자신의 신적 자리까지 내려놓고 인간으로 태어나는가. 예수는 우리가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에서는 참으로 먼 삶을 살았다. 그렇기에 ‘신의 아들’ 또는 ‘인간이 된 신’이라는 종교화된 교리로 포장하지 말고 ‘탈교리화’를 통해 예수의 태어남과 살아감의 의미를 살펴보아야 한다. 예수는 요즘 같이 모든 시설이 갖추어진 병원이나 저택에서 출생하지 못하고 차고나 창고 같은 곳에서 태어났다. 3년이라는 짧은 공적 삶에서 그는 노숙인으로 살았다. 12명의 제자가 따라다녔다고는 하나, 그 어느 제자도 예수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그 심오한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예수는 기존의 종교적·정치적 제도가 인간생명을 억압하는 것일 때, 과감히 그 제도에 맞서서 저항했다. 그 당시 안식일을 지킨다는 절대적인 종교적 관습보다 ‘인간 생명’이 먼저라고 하면서, ‘생명의 철학’을 설파하고 실천했다. 예수의 생명의 철학을 담은 메시지의 정점에 있는 사랑의 메시지는 나, 이웃, 원수 그리고 신에 대한 사랑의 분리 불가성을 품는다. 희망, 평화, 기쁨 그리고 사랑이라는 가치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크리스마스는 이러한 소중한 가치를 ‘예수의 탄생’이라는 상징과 함께 재조명하고 재창출하는 절기다. 결국 나의 삶이란 무수한 너의 삶과 연결돼 있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자 한다면 코로나 위기 한가운데에서 희망이 아닌 절망, 평화가 아닌 폭력과 차별, 기쁨이 아닌 비통함과 고통 그리고 사랑이 아닌 혐오를 경험하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가를 둘러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이메일 해고·성차별 임금… 여성 밀어내는 실리콘밸리 ‘민낯’

    이메일 해고·성차별 임금… 여성 밀어내는 실리콘밸리 ‘민낯’

    #1. “구글 검색 인공지능(AI) 기술의 편향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려다 해고당했다. 논문을 철회하거나 공저자 중 구글 직원 이름을 빼라는 요구에 불응하자 이메일로 해고를 통보해 왔다.” 지난 3일 구글 AI윤리팀 공동리더 팀닛 게브루의 트위터 폭로다. 흑인 여성인 게브루는 스탠퍼드대 박사로 ‘AI가 유색인종보다 백인 남성을 특히 잘 식별한다’는 논문으로 주목받은 인물. 지난해 구글에 입사해 신설된 AI윤리팀 공동 리더를 맡아 왔다. ●게브루 “구글 CEO 알맹이 없는 사과” 일축 폭로 뒤 구글 직원들은 “연구 자유를 보장하지 않은 부당한 행위”라며 게브루 편에 섰다. 트위터에선 #ISrpportTimnit(나는 팀닛을 지지한다)을 게시하는 게브루 지지 해시태그 운동이 전개됐다. 결국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해고는) 고통스러운 사건이지만 (구글에) 아직 진보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상기시켜 주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게브루는 “알맹이 없는 사과”라고 일축하며 “나를 마치 ‘화난 흑인 여성’으로 바라보지 말라”고 받아쳤다. 게브루의 연구 자유를 지지하는 흐름은 멈추지 않았다. 해고 통보 뒤 2주가 지난 17일 구글 직원들은 게브루에 대한 공식 사과 및 그의 복직을 요구하는 서한을 경영진에게 전달했다. 그보다 앞서 구글 직원 2700명과 학계 4300명이 게브루 지지 서명을 했다. 비슷한 시기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기업 핀터레스트에서는 늦봄에 시작됐던 갈등이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2. 지난 4월 회사 내 성차별 문제를 제기한 뒤 화상통화로 해고 통보를 받았던 프랑소와 브로어 전 핀터레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 이미지 공유 앱을 운영하는 핀터레스트를 직장 내 성차별 혐의로 고소했던 브로어는 지난 16일 2250만 달러(약 247억원)에 핀터레스트와 소송 취하에 합의했다. 핀터레스트는 브로어에게 지급하는 금액 중 250만 달러(약 27억원)를 정보기술(IT) 업계 성차별 문제 개선에 공동 기부하기로 했다. 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신인 브로어는 2005년 구글에 입사해 글로벌 영업 및 운영 담당 부사장까지 올랐다. 이후 위치 기반 모바일 결제회사 스퀘어로 이직했다가 2018년 3월 핀터레스트 COO가 됐다. 브로어는 소를 제기할 때 쓴 블로그에서 “중요한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됐고, 입사 당시 남자 동료들보다 적은 급여와 주식을 받았다”면서 “사내에 만연한 여성 차별, 적대적인 근무환경, 여성 혐오 문화에 대해 공공연하게 이야기한 것 때문에 해고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게브루는 2주, 브로어는 약 8개월 동안 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직원들이 지난 몇십 년 동안 겪은 경로대로 움직였다. 회사의 잘못된 문화에 대한 공개 지적→ 일방적인 해고 통보→ 사측 부당행위에 대한 공개 및 저항→ 회사의 사과 또는 보상. ●AI 인종·성 편견 사후에 걸러내는 건 불가능 그래도 게브루와 브로어는 각각 회사의 응답을 받았다. 비록 여성, 특히 게브루는 흑인 여성으로 실리콘밸리의 소수그룹에 속하지만 둘은 명문대를 나온 ‘엄친딸’이고, 책임자급 지위에 있었고, 소속 회사를 넘어 실리콘밸리에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해 두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2명의 여성에게만 초점을 맞춰 ‘메신저들의 승리’로 결론 짓기엔 찜찜한 부분이 있다. 애초에 이들이 제기했던 ‘메시지’의 민감함 때문이다. 평소 직원들의 연구를 장려하는 구글은 왜 유독 게브루팀의 논문에 대해서만 제재를 가했을까. 논문을 입수해 분석한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는 AI에 관한 잠재적 위험이 논문에 총망라돼 있다고 평가했다. 논문은 AI 학습을 위해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려는 관행 속에서 인종차별, 성차별, 학대적인 언어가 AI 훈련 데이터에 무분별하게 포함될 수 있는 반면 AI는 인간의 집단적 각성에 대해선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 관행을 반성하고 정반대 생각으로 각성해 ‘블랙 라이브스 매터’(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운동에 나서는 인류를 AI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AI는 인간의 언어를 완벽에 가깝게 흉내낼 수 있기 때문에 편향된 입력 데이터에 기대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오역을 할 수도 있다. AI의 편견을 사후에 걸러내면 된다는 반론에 대해 논문은 너무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에 AI 사후 교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결론 냈다. ●사용자 70% 여성 ‘핀터…’ 女 경영진은 소외 게브루는 결론적으로 AI를 학습시키는 데이터를 저인망식으로 수집하는 지금의 행태에서 벗어나 더 세심하게 구조화해 수집해야 한다고 논문을 통해 구글을 직격했다. 구글의 사업 전략과 정반대 주장을 제시한 데다 ‘편향된 AI’에 관한 구글과 과학자들의 미필적 고의를 꼬집은 셈이다. “핀터레스트에서 여성 경영진은 소외되고 배제되고 침묵해야 한다”던 브로어의 폭로 역시 사용자의 70%가 여성인 핀터레스트에 매우 위협적인 진실이었다. 핀터레스트 측은 브로어의 개인적인 태도 문제에서 해임 사유를 찾으려고 했지만, 일단 브로어가 시작하자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정책팀 소속이던 2명의 흑인 여성은 핀터레스트에서 저임금을 받았고, 상사가 자신을 ‘하인’이라고 부르는 폭언을 들었으며, 관련 불만을 제기한 뒤 보복당했다고 트위터에 썼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핀터레스트는 궁지에 몰렸다. 하필 올해는 빅테크 기업이 정치권으로부터 혹독하게 공격받은 시기였다. 미 의회는 빅테크 기업들을 청문회장에 세워서 무분별한 정보 수집 관행과 생태계 독점 문제를 추궁했다. 이런 와중에 내부에서 사업전략과 조직문화를 직격했으니 구글과 핀터레스트가 탐탐지 않아 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두 여성 리더들의 문제 제기는 실리콘밸리에선 이색적이지만, 전통 기업의 영역에선 아주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인적관리(HR) 회계 창립자인 에릭 플램홀츠 UCLA 교수는 창업 단계의 기업은 수요에 민감하고 내부 인력의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며 급팽창한 다음부터는 창설 멤버와 직원들이 양분되거나 회사보다 부서에 충성하는 식의 배타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이 빠르게 성장한 빅테크 기업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에 우려를 표시하며 마치 과거 에너지 재벌을 대하던 태도로 IT 기업을 다룬 것처럼 게브루와 브로어가 실리콘밸리 기업과는 어울리지 않는 구태스러운 조직문화를 폭로했던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선)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나서는 여성이 동등한 기회를 거머쥔다’던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의 책 ‘린 인’이 나온 지 7년 만의 반전이다. ●“다양성 존중 않는 문화의 폐해” 폭로 중 게브루와 브로어는 내부자가 된 소수자가 문제 제기를 한 경우이지만, 사실 소수자의 빅테크 기업 입성 자체도 쉽지 않다. 2018년 여름부터 1년 동안 집계한 빅테크 기업 11곳의 여성 인력 비중은 32.0%로 실리콘밸리 전체 여성 직원 비중인 44.8%보다 낮았다. 실리콘밸리 재직자 중 흑인 비중은 2008년 3%에서 2018년 2%로 줄었다. 애초에 공학을 전공하는 여성과 흑인이 적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수자로 내부자가 됐다가 배제된 두 여성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이미 빅테크 기업 안에 있음을 증언 중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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