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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康법무 교체 “개혁 더 세게”

    康법무 교체 “개혁 더 세게”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조영길 국방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김승규 전 법무차관과 윤광웅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각각 임명했다.또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의 사표를 수리하고 김현종 통상교섭조정관을 승진 임명했다. 이번 개각은 소폭이기는 하지만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전격’ 교체됐다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으로 입각해 검찰개혁 과정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왔기에 더욱 그렇다. 강 전 장관의 교체는 4·15 총선 이후 개각설이 나돌 때마다 거론돼 왔다.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에 기소권을 줘야 한다는 여당의 방침에 반대입장을 밝혔는가 하면 대검 중수부 폐지가 이슈로 떠올랐을 때는 검찰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패러디물 파문 당시에는 “성적 비하로 문제를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여권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하지만 강 전 장관 교체의 속내는 내부장악 미숙이라는데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여권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권은 강 전 장관이 검찰을 장악하지 못해 검찰개혁을 이끌어 갈 내부동력을 갖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1∼2년 혼신을 다해 일하면 지치기도 하고 부처 장악이 안돼 흔들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강 전 장관은 검찰개혁 등 많은 일을 해왔고 이제는 물러갈 때가 됐다.”면서 “앞으로는 일을 추진하고 실적을 감안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개각에서는 부처 장악을 통해 개혁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노 대통령의 강한 메시지가 읽혀진다.청와대 관계자는 김승규 신임 법무장관 발탁 배경으로 “오랫동안 검찰간부를 지냈고,검찰내부에 정통한 인물이기 때문에 검찰개혁을 마찰없이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해 검찰과 군에 대한 개혁이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해군 출신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윤광웅 국방보좌관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부처장악을 통해 군 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서해상 남북교신 보고누락 조사과정에서 군 상하의 불신이 커졌다는 진단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개각으로 참여정부 집권2기의 내각 색깔은 개혁에서 실무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효율성을 바탕으로 한 실무형 친정체제 강화와도 맥이 통한다.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해찬 총리,정동영 통일·김근태 보건복지·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등이 입각해 있기 때문에 개혁 색채가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전체적으로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시네마천국]23일 개봉 ‘돌려차기’

    23일 개봉하는 ‘돌려차기’(제작 씨네2000) 제작사는 이 영화를 홍보하면서 “한국영화에서 한번도 다뤄진 적이 없는 청춘 스포츠물”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하지만 ‘슬램덩크’부터 ‘으랏차차 스모부’까지 일본만화와 영화에서 수없이 다뤄졌던 설정을 그대로 따왔다는 사실은 왜 숨겼을까. 그래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억지 웃음보다는 정공법으로 드라마를 끌어가기에,완성도는 최근 줄지어 나온 10대 타깃의 다른 청춘물보다 나은 편이다.스포츠 드라마 특유의 긴박감과,다양한 캐릭터들이 주는 웃음,10대들의 성장통에 초점을 맞춘 감동이 적당히 공존하는 것도 영화의 미덕이다. 전통을 자랑했던 만세고 태권도부는 주장 민규(현빈)를 제외하고는 변변한 선수 하나 없는 삼류팀으로 전락한 지 오래.어느날 하굣길 만원 버스에서 만세고 주먹대장 용객(김동완) 일당은 태권도부와 패싸움을 벌이고 유치장에 끌려가게 된다.태권도부의 부활을 꿈꾸는 교장은 용객 일당이 태권도부에 가입해 예선전만 통과한다면 퇴학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묘책을 짜는데…. 초반부의 얼개는 좀 엉성하다.별 이유 없이 과격한 액션신에 힘을 준 것도 그렇고,학교에 미련 없이 말썽만 부리던 ‘녀석들’이 퇴학을 빌미로 태권도부에 들어간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약하다.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캐릭터간의 대립에 살이 붙고,문제아들이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괜찮은 성장드라마로 발전하는 것. 화려한 스타 한 명 없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만만찮다.그룹 신화 출신의 김동완은 가수라는 꼬리표를 떼기에 충분하다.“여기서 그만두면 평생동안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며 울컥하는 감정을 연기하는 그의 표정에는 진실함이 묻어있다.‘깐죽대기’가 주특기지만 묵직한 남자 정대 역의 김태현의 연기도 탄탄하다. 여전히 아쉬운 건 드라마의 강약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점.태권도 경기라는 액션신이 갖는 긴박감은 있지만,매 경기 고비를 넘겨 한 단계씩 올라가며 더 어려운 상대와 대결하는 묘미는 거의 없다.또 스포츠부에 양념처럼 여학생 부원이 들어있고,경기중 한 명이 퇴장당하자 어리버리한 후보생이 정식선수가 되는 등 거의 공식화된 일본 스포츠물을 그대로 베꼈으면서도 더 재미있게 만들지 못한 연출력의 한계가 노출된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시네마천국]23일 개봉 ‘돌려차기’

    23일 개봉하는 ‘돌려차기’(제작 씨네2000) 제작사는 이 영화를 홍보하면서 “한국영화에서 한번도 다뤄진 적이 없는 청춘 스포츠물”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하지만 ‘슬램덩크’부터 ‘으랏차차 스모부’까지 일본만화와 영화에서 수없이 다뤄졌던 설정을 그대로 따왔다는 사실은 왜 숨겼을까. 그래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억지 웃음보다는 정공법으로 드라마를 끌어가기에,완성도는 최근 줄지어 나온 10대 타깃의 다른 청춘물보다 나은 편이다.스포츠 드라마 특유의 긴박감과,다양한 캐릭터들이 주는 웃음,10대들의 성장통에 초점을 맞춘 감동이 적당히 공존하는 것도 영화의 미덕이다. 전통을 자랑했던 만세고 태권도부는 주장 민규(현빈)를 제외하고는 변변한 선수 하나 없는 삼류팀으로 전락한 지 오래.어느날 하굣길 만원 버스에서 만세고 주먹대장 용객(김동완) 일당은 태권도부와 패싸움을 벌이고 유치장에 끌려가게 된다.태권도부의 부활을 꿈꾸는 교장은 용객 일당이 태권도부에 가입해 예선전만 통과한다면 퇴학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묘책을 짜는데…. 초반부의 얼개는 좀 엉성하다.별 이유 없이 과격한 액션신에 힘을 준 것도 그렇고,학교에 미련 없이 말썽만 부리던 ‘녀석들’이 퇴학을 빌미로 태권도부에 들어간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약하다.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캐릭터간의 대립에 살이 붙고,문제아들이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괜찮은 성장드라마로 발전하는 것. 화려한 스타 한 명 없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만만찮다.그룹 신화 출신의 김동완은 가수라는 꼬리표를 떼기에 충분하다.“여기서 그만두면 평생동안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며 울컥하는 감정을 연기하는 그의 표정에는 진실함이 묻어있다.‘깐죽대기’가 주특기지만 묵직한 남자 정대 역의 김태현의 연기도 탄탄하다. 여전히 아쉬운 건 드라마의 강약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점.태권도 경기라는 액션신이 갖는 긴박감은 있지만,매 경기 고비를 넘겨 한 단계씩 올라가며 더 어려운 상대와 대결하는 묘미는 거의 없다.또 스포츠부에 양념처럼 여학생 부원이 들어있고,경기중 한 명이 퇴장당하자 어리버리한 후보생이 정식선수가 되는 등 거의 공식화된 일본 스포츠물을 그대로 베꼈으면서도 더 재미있게 만들지 못한 연출력의 한계가 노출된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23일 개봉 귀여니 원작영화 2편

    인터넷 인기 작가 귀여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23일 나란히 개봉한다.송승헌·정다빈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그놈은 멋있었다’(제작 BM)와,강동원·조한선·이청아 주연의 로맨틱 드라마 ‘늑대의 유혹’(제작 싸이더스).청춘스타들을 간판으로 내세워 인터넷 세대 관객들을 집중포섭할 태세다. ●그 놈은 멋있었다 트렌디 멜로물에만 제격일 듯한 송승헌과 ‘옥탑방 고양이’의 스타 정다빈이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신세대들의 분방한 상상을 날 것 그대로 스크린에 퍼옮겼다.신세대 집단문화의 ‘발원지’인 인터넷을 매개로 영화는 이야기의 싹을 틔운다. 고교생인 은성(송승헌)과 예원(정다빈)의 만남은 인터넷에서 아웅다웅하며 시작된다.은성이 예원의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다 여학생들의 생김새를 놓고 시비걸자 발끈한 예원이 욕설 섞인 답글을 올린 게 화근.이웃 상고의 ‘짱’으로 여학생들의 선망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은성은,얼떨결에 입술이 닿았다는 이유로 평범하기만 한 예원에게 여자친구가 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단지 학생이란 신분의 틀에만 갇힐 뿐,영화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거침없이 자유분방하다.티격태격 몇차례의 자존심 줄다리기 끝에 ‘남친’과 ‘여친’이 된 남녀주인공의 감정은 처음부터 우정에 머물지는 않을 눈치다.예원은 매사에 제멋대로인 은성에게 이상할 정도로 끌리고,은성의 치명적인 가족사를 안 뒤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선다. 모처럼 판에 박힌 이미지를 탈피한 송승헌의 캐릭터가 볼만하다.건들거리며 주먹을 자랑하는 듯하다가 엉뚱하게 순애보로 빠져드는 장면들이 영화의 완성도 차원을 떠나 신선한 볼거리로 작용한다. 그러나 영화는 결국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갈등과 오해를 반복한 끝에 헤어짐 이후 다시 만나는 해피엔딩.누가 봐도 특별히 긴장할 여지가 없는 익숙한 얼개다. ‘인터넷 세대 영화’의 차별성도 찾아보기 어렵다.10대 문화의 가치전복적 특성을 별로 고민한 흔적 없이 민망한 욕설과 은어만으로 설명하려 했다는 느낌이다.영화가 자기발언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은성의 액션 시퀀스를 중간중간 장중한 톤으로 끼워넣는다.물론 볼거리 소재로는 무난하다.그러나 완력을 내세워 ‘남성 팬터지’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드라마 색채는 수없이 봐온 조폭영화들의 그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이환경 감독의 데뷔작.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늑대의 유혹 10대들의 사랑을 그렸다고 해서 무조건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톡톡 튀는 신세대의 발랄함이나,‘클래식’같은 풋풋한 사랑의 감수성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독특한 질감의 화면과 지루한 내러티브로 유명한 영화 ‘화산고’ 감독의 후속작답게,‘늑대의 유혹’은 김태균 감독의 특질이 충만해 비장미마저 느낄 수 있는 영화다. 화면 곳곳에는 미덕으로 여겨지는 장치들이 숨어 있다.두 꽃미남 배우와 요즘 미인의 기준과는 한참 떨어진 신인 배우 이청아의 결합은 꽤 참신하다.시골에서 갓 상경한 배역 그대로,어딘지 촌스럽지만 귀엽고 순수한 이미지가 섞여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한경.저돌적인 터프함을 자랑하는 해원(조한선)과 순정만화에서 볼 수 있는 예쁜 미소가 사랑스러운 태성(강동원).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해원의 실내화가 한경의 머리를 강타하고,비오는 날 한경의 우산 속으로 우연히 태성이 들어오면서 이들의 인연이 시작되는 영화의 초반부는 흥미진진하다.평범한 여성들의 팬터지를 충족시키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탁구공을 튕기듯 왔다갔다하는 미묘한 감정선이 바탕에 깔린,한 여자를 둘러싼 두 남자의 대결.하지만 그 팽팽했던 관계의 고무줄은 비밀이 밝혀지면서 툭 끊긴다.태성이 알고 보니 한경의 이복동생이라니.비현실적이라고 욕을 많이 먹는 TV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설정과 이어지는 눈물바다는 갑자기 영화를 신파로 만든다. 여기서부터 세 배우의 매력은 다소 색이 바랜다.누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의 태성과,누나와 동생의 위태로운 관계를 괴롭게 지켜보는 해원.그리고 그 중간에 선 한경.그 복잡한 감정을 연기하기에 이들의 역량은 부족해 보인다.그러다 보니 이들의 울음과 슬픔에 동화되기 힘들고 점점 지루해진다. 지나치게 멋을 부린 화면도 문제다.장면마다 잔뜩 힘을 넣어 액센트를 주다 보니 드라마의 강약이 카메라 속에 묻혀버렸다.드라마와 상관없이 뮤직비디오나 CF같은 멋진 화면과 느와르풍의 비장한 액션신을 좋아하는 관객에겐 맞춤일 작품.말도 안되는 코미디 일색의 ‘가벼운 영화’보다는 묵직함이 조금 더한 것 또한 사실이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기고] 뮤지컬이 나아갈 길/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뮤지컬 비평가

    “창작 뮤지컬의 육성,무엇이 필요할까요?” 요즘 들어 자주 듣는 질문이다.한류열풍이 중국과 동남아를 강타하고 한국 영화가 세계적인 영화제의 주요 수상작이 되면서 부쩍 우리 공연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탓이다. 그러나 답변은 늘 곤궁하기 마련이다.‘우리 것’과 ‘남의 것’을 가르는 평면적인 사고는 공연가에선 그리 어울리지 않는 다소 편협한 발상이기 때문이다.한번 만들면 수십 가지 형태로 복제돼 여러 창구(window)를 통해 소비되는 영상물과 달리,무대 위 공연은 매번 한 땀 한 땀 직접 재연되는 특징이 있다.요즘엔 자막을 붙이는 경우도 있지만,대부분 그 나라 말로 번안돼 무대에 올려진다는 것도 공연만이 갖고 있는 특성이다. 그래서 뮤지컬 산업에 창작이냐,수입이냐 하는 논쟁은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그 지역의 예술가들에 의해 재해석되고 재구성된 무대라면 그것은 창작극과 다름없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지하철 1호선’이 독일의 원작 ‘Linie 1’보다 더 설득적이고 감동적일 수 있다. 세계 뮤지컬 시장의 양대 산맥이라 일컬어지는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도 마찬가지다.이들 지역이 뮤지컬의 세계적 명소가 된 것은 새로운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산업 기능뿐 아니라 세계 공연물들의 열린 시장 기능이 또한 있기 때문이다.최근 브로드웨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맘마 미아!’,십여년이 넘게 공연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 등은 미국이 아닌 영국산 뮤지컬들이다.또 오스트리아에서 초연된 ‘뱀파이어의 춤’이 있는가 하면,아르헨티나산 퍼포먼스 ‘델 라 구아다’도 있다. 국산 뮤지컬 ‘난타’도 오프 브로드웨이의 상설 극장에서 막을 올려 인기몰이 중이다.웨스트엔드도 다를 바 없다.‘로미오와 줄리엣’이나 ‘파리의 노트르담’은 오랜 기간 영국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대표적인 프랑스산 현대 뮤지컬이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공연물의 국적을 캐묻는 사람은 없다.이미 자국 제작진과 배우들에 의해 재생산된 뮤지컬 작품은 순수 창작에 준한 예술성이 가미됐다고 보기 때문이다.무대 위 최고의 영예라는 토니상에는 과거 작품을 되살린 것에 대한 리메이크상은 있어도 수입 뮤지컬 부문은 아예 구분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외국 것을 가져다 재생산한 문화상품을 다시 그 나라에 되팔 수 있는 것이 무대 위 예술세계다.‘레 미제라블’이 대표적인 사례다.80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 프랑스산 뮤지컬은 86년 영국인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에 의해 영어 버전으로 환생해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물론 말만 바꾼 것은 아니다.무대 디자인의 존 나피어,연출의 트레버 넌 등 영국의 내로라하는 무대 예술가들을 총동원해 전작과 다른 새 생명을 잉태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문학세계의 금언이 무대예술에서도 매한가지라는 것을 알려준 전형적인 사례다. 수입 뮤지컬의 증가가 창작 뮤지컬의 발전을 저해한다고만 볼 순 없다.오히려 좋은 수입 뮤지컬은 시장 규모와 뮤지컬 저변 인구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문제는 명성에만 의존한 채 우리화에 게으른 ‘얼치기’ 수입 뮤지컬의 범람이나 번안이 가능한 수준임에도 직수입해 돈벌이에만 급급해하는 단시안적 행보들이다.누가 번역하고 연주하든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된다.’는 안이한 발상,세계적 명성에 주눅들어 작품 이면에 담긴 의미는 분석해보지도 않은 채 직역에만 의존하며 원작자와 싸울 줄 모르는 안일함이야말로 우리 뮤지컬 문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진정 필요한 것은 수입,창작에 관계없이 완성도를 따져 물어 옥석을 구분할 줄 아는 우리만의 잣대요,관객이나 비평가의 쓴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발전적 사고다.단편적인 ‘내 것’,‘네 것’의 논쟁을 벗어난 우리 뮤지컬의 한 차원 높은 성숙을 기대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뮤지컬 비평가 ˝
  • 더위야, 저리가라 뮤지컬시장 ‘후끈’

    뮤지컬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올초 초대형 뮤지컬 ‘맘마미아’의 흥행 성공 이후 이렇다할 화제작 없이 소극장 뮤지컬들만 명멸을 거듭하던 뮤지컬계에 새달부터 각양각색의 작품들이 무더기로 쏟아진다.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이 여름 시장을 겨냥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틈을 타 지금은 지난달 29일 막올린 극단 대중의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무주공산을 차지한 형국.하지만 새달 3일 브로드웨이 현지팀의 ‘카바레’ 내한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뮤지컬 여름 시즌의 포문이 열리면 시장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불능이다. 올 여름에 공연되는 크고 작은 뮤지컬은 대략 20여편.하지만 장기 공연이나 퍼포먼스 등을 제외하고,일정한 수준을 담보한 작품으로 꼽을 만한 공연은 10여편 정도이다.언제나처럼 대규모 자본과 고도의 제작 노하우를 앞세운 대형 수입 뮤지컬과 우리 고유의 정서를 내세운 중소 창작 뮤지컬의 한판 승부가 불을 뿜을 전망이다. ●수입 뮤지컬의 멈출 줄 모르는 공세 창작보다는 수입에 치중해온 신시뮤지컬컴퍼니의 행보가 유난히 눈에 띈다.‘카바레’‘렌트’‘블러드 브라더스’ 등 3편을 동시에 내놓는 물량작전을 편다.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카바레’는 6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래 8000여회를 기록한 장수 공연.지난해 런던팀이 내한공연한 ‘시카고’처럼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가미한 작품이다.나치 치하 베를린의 싸구려 카바레 ‘킷 캇 클럽’을 배경으로 퇴폐와 향락에 얼룩진 소시민들의 일상을 충격적으로 표현한다.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감독 샘 멘데스가 93년 리바이벌한 버전이다. ‘블러드 브라더스’(7월4일,폴리미디어시어터)는 영국 작가 윌리 러셀의 작품으로 국내에선 극단 학전이 ‘의형제’란 제목으로 번안해 여러차례 공연한 바 있다.오리지널 연출가를 초빙해 원작의 무대를 그대로 옮겨올 예정.‘렌트’(7월2일,연강홀)는 신시가 수차례 공연한 고정 레퍼토리로 20대 신인 배우들을 대거 투입해 새로운 분위기로 꾸민다.‘블러드 브라더스’와 ‘렌트’는 관객이 들 때까지 공연하는 오픈런으로 진행된다. 지난해에 이어 재공연되는 ‘토요일밤의 열기’(7월17일,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는 제작자 겸 연출자 윤석화가 아네트역으로 출연까지 강행해 화제가 되고 있다.토니역에 박건형과 김창준이 번갈아 출연하고,춤 잘추는 스테파니역에는 배해선이 캐스팅됐다. ‘지킬 앤 하이드’(7월24일,코엑스 오디토리움)는 뮤지컬 마니아들이 오래도록 기다려온 작품.‘원스 어폰 어 드림’‘섬원 라이크 유’ 같은 주옥같은 삽입곡들로 유명하다.조승우·류정한(지킬,하이드)최정원·소냐(루시)김소현(엠마) 등 쟁쟁한 뮤지컬 스타들이 총출동한 화려한 캐스팅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하반기 최대 화제작은 단연 8월8일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디즈니 뮤지컬 ‘미녀와 야수’.제미로 등 3사가 120억원을 들여 공동제작하는 대작으로 ‘오페라의 유령’‘맘마미아’의 뒤를 이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창작 뮤지컬의 힘겨운 반격 창작뮤지컬 중에서 대극장 규모는 단 한편이다.연초 정동 팝콘하우스에서 막을 올렸던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행진!와이키키 브라더스’라는 제목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7월3∼1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재공연된다.70·80년대 인기가요를 활용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지난번 공연에서 완성도의 부족과 공연장의 한계라는 치명적 결함으로 흥행에서 쓴 맛을 봤다.김용현 서울뮤지컬컴퍼니 대표는 “극적 구성을 보다 짜임새 있게 보강하고,무대세트와 의상도 세련되게 바꿨다.”고 말했다.뮤지컬배우 윤영석이 맡았던 주인공 ‘성우’역은 가수 이정열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소극장 창작뮤지컬로는 ‘난타’의 제작사 PMC프로덕션이 만드는 ‘달고나’(7월11일, 아룽구지극장)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사랑은 비를 타고’의 오은희 작가,연극 ‘남자충동’의 조광화 연출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70·80년대 유행하던 군것질거리에서 따온 제목이 암시하듯 386세대를 위한 ‘추억 환기용’뮤지컬이다.‘은하철도999’‘어쩌다 마주친 그대’‘이등병의 편지’ 등 그때 그시절 노래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지난해 초연 이후 여러차례 극장을 옮겨가며 장기 공연 중인 뮤지컬 ‘파우스트’도 7월17일부터 국립극장과 공동주최로 무대에 오른다.뮤지컬스타 김선경과 김성기가 새롭게 합류해 보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이밖에 장준하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청년 장준하’(8월18∼21일 세종문화회관),‘더 플레이 X’(7월9일,코엑스 그랜드콘퍼런스홀)등이 이어진다. ‘달고나’의 프로듀서인 김종헌 PMC프로덕션 상무는 “일부에선 수요에 비해 공급과잉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같은 경쟁을 통해 작품의 질적 수준이 상승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공포영화 달라졌네

    바야흐로 공포영화의 계절.여름 극장가의 기선을 잡으려는 납량물들이 개봉을 서두르고 있다. 올 여름 개봉하는 국내외 공포영화는 줄잡아 10여편.올해는 국산 공포물이 유난히 잰걸음이다.11일 개봉하는 ‘페이스’를 필두로 ‘령’‘분신사바’‘인형사’ 등이 바통을 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입맛대로’-다양해진 소재 공포의 소재가 눈에 띄게 폭넓어졌다는 게 올해 공포영화 트렌드의 핵심.지난해 ‘장화,홍련’의 흥행으로 동양적 공포가 주요정서로 자리잡은 가운데 낯설고 다양한 소재로 차별화를 노리는 추세다. 신현준·송윤아 주연의 ‘페이스’는 과학 스릴러물에나 어울림직한 복안(復顔)전문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스터리 공포.김하늘이 주연한 ‘령’의 중심소재는 물이다.‘가위’‘폰’ 등을 연속 흥행시켜 ‘공포영화 전문’으로 통하는 안병기 감독도 한창 막바지 촬영 중이다.김규리·이세은·이유리 주연의 ‘분신사바’(7월30일 개봉예정).여고를 공간적 배경으로 ‘여고괴담’시리즈로 익숙한 ‘왕따 문제’에다 불을 소재로 결합시킨 기대작이다. 7월 말 개봉하는 ‘인형사’는 제목 그대로 인형이 저주와 살인을 일삼는 핵심 캐릭터.할리우드 ‘처키’시리즈가 연상된다.외딴 숲속 미술관에 모인 사람들이 구체(球體)관절 인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괴이한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크랭크업한 감우성 주연의 ‘알 포인트’(8월 개봉예정)도 참신한 접근이 돋보이는 공포영화로 손꼽힌다.‘알 포인트’는 베트남전에서 실재했던 작전지역 ‘로미오 포인트’를 일컫는 말.실종된 병사들이 밤마다 전화를 걸어오자 괴무전의 실체를 밝히려고 알포인트로 들어간 병사들이 겪는 공포담이다.해외에서 찍은 첫 국산공포물이다. #주류장르로…여배우들의 이미지 변신카드 한국 영화시장에서 공포물은 올해 주류장르로 확고히 뿌리내렸다.여름 한철을 겨냥한 ‘아이디어 상품’이던 2∼3년 전과는 차원이 다르다.지난 2000년 ‘가위’를 홍보했고 현재 ‘인형사’ 마케팅을 맡은 마인엔터테인먼트의 김나영 실장은 “‘가위’ 개봉 당시 공포물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란 인식이 컸다.”면서 “‘여고괴담’‘폰’‘장화,홍련’ 등이 꾸준히 흥행하면서 관객들은 물론 영화계 내부에서 공포물을 보는 시각도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가장 뚜렷한 변화가 톱스타 여배우들의 반응이다.이미지를 훼손할까봐 공포시나리오는 거들떠 보지 않던 잘 나가는 여배우들이 오히려 ‘이미지 메이킹’용으로 눈독들이기 시작한 것.로맨틱 코미디의 캐릭터에 갇혀 있던 김하늘(령),‘광복절 특사’의 푼수로 각인된 송윤아(페이스),차분하고 내성적 분위기만 강조된 김유미(인형사) 등이 이미지의 틀을 깨는 ‘전복적 캐릭터’로 공포물을 선택했다.‘령’을 홍보하는 아이엠픽처스의 조영지 과장은 “지난해 ‘웰메이드 공포로 소문난 ‘장화,홍련’이 흥행한 뒤로 공포영화에 대한 여배우들의 시각이 급반전했다.”고 설명했다.무명의 하지원이 ‘가위’를 통해 ‘호러 퀸’으로 떳듯이,호러물로 스타 탄생을 노리는 건 이제 어렵다는 얘기다. 공포물이 주류 장르로 편입한 방증은,공포영화의 개봉일이 여름휴가철에만 반짝 집중돼 있지 않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과감한 투자와 관객들의 적극적인 소비에 힘입어 완성도를 갖춘 공포물들이,영화시장의 장르다양화를 꾀하는 계기로 작용해야 할 것”이라는 게 영화가의 지적들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7) 한국의 찻그릇 문화-김성철 약토유약찻사발

    김성철(金聖哲·38)씨가 고혹적인 약토유약 찻사발을 빚고 있는 산내요(山內窯)는 경북 경주시 산내면 감산리 1655의2번지 심심산골이었다. 부산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경주를 지나 건천나들목으로 빠져나간 뒤 시골길을 한참 더 가야 했다.감산리 가는 길 오른쪽 시냇가에는 군데군데 땅버들숲과 갈대숲이 있어서 아직도 도시화의 삭풍에 삭아내리지 않고 있는 오래된 미래가 느껴졌다. 경지 정리가 안된 굽은 논두렁을 이마에 두른 논배미들이 층층 탑을 쌓듯 야산 중턱까지 걱정 없이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기도 했다. 길섶에 띄엄띄엄 서 있는 작고 허름한 시골집 흙담장에 박힌 사금파리며 주먹돌들의 걱정 없는 표정이 이 마을을 찾는 나그네를 반겼다.밭둑 뽕나무에 달린 오디열매를 따먹던 할머니가 나그네에게 오디 한 움큼을 선뜻 건넨다.좀 과장하면 긴 장대를 걸치고 빨대를 널어 말릴 만큼 좁은 산골짝 잡목 숲에선 꾀꼬리가 운다.초여름날 초록을 주워 입김으로 불어 날리듯이 간드러지게 운다.무논에서는 개구리들이 쏴 울다가 자동차 소음에 잠시 그쳤다가 다시 울어제치는 푸른 산골이었다. 산내가마는 불꺼진 지 며칠 지난 뒤여서 주변의 한적하고 푸른 분위기를 껴안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고,소년의 눈빛을 지닌 김성철씨와 일본문화를 배우기 위해 2년 동안 유학을 다녀온 지 며칠밖에 안된 그의 아내 윤영미씨는 신혼부부처럼 살포시 미소를 머금은 채 살고 있었다.먼저 윤영미씨에게 물어보았다. 문:농과대학을 나온 김성철씨가 그릇을 빚게 된 데는 그럴 만한 내력 같은 것이 있으리라 짐작됩니다.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부터 김성철씨가 도자기에 관심을 보이던가요? 윤영미:성철씨를 만났을 때 그이는 이미 사기장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시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성철씨는 어릴 적에 무슨 물건이든지간에 손이 닿기만 하면 깨지고 박살이 났는데,어른이 된 뒤에 그릇을 만드는 사람이 된 것을 참으로 믿기 어렵다 하시더군요.한번 깨뜨렸으니까 또 한번은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유용하게 쓰도록 일하라는 무슨 내밀한 인연이라도 있는가 봅니다. 문:사기장 김성철은 어떤 사람인가요? 윤영미:저이가 만든 그릇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고요,다만 참 순수한 사람이라고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그 순수함이 저이의 가장 큰 미덕이고 힘이지요.고집이기도 하고요.고집은 고집이되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서 터득하고 있는 점에 대한 고집이지 무턱대놓고 부리는 고집하고는 다르지요.누구한테든 편안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것도 큰 재산이라고 봐요.그래서 항상 넉넉한 마음씨를 지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문:(김성철씨를 향하여) 농대를 나와 그릇을 만들게 된 동기 같은 것이 있었나요? 김:학교 다닐 때부터 도자기에 마음이 많이 끌렸습니다.졸업 후 여행을 하면서 주로 그릇 굽는 가마를 택하여 다녔지요.관심에서 생활로의 전환을 위한 저 나름의 깊은 모색이었던 셈이지요.결심을 했습니다.처음으로 산청에 계신 민영기 선생을 찾아갔지요.민선생께서는 사람을 쓰지 않는다 하여 양산 신정희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그곳에서 6년간 도자기 일을 배웠지요.1990년부터 시작하여 도자기 만드는 전 과정을 모두 마치는 데 6년이 걸린 셈입니다.물레대장을 하고 나서 1997년 이곳에다 가마를 짓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문:김 선생이 만든 이른바 ‘약토유약 찻사발’은 비록 숫자가 매우 적기는 하지만 찻사발 연구자들에게는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약토유약이란 어떤 것을 두고 붙여진 말인가요? 김:‘약토(藥土)’란 원래 낙엽 같은 것이 썩어서 이루어진 흙을 뜻하는 말입니다.부엽토(腐葉土),부식토(腐植土)를 도자기하는 사람들이 예쁜 말로 바꿔 부르는 말이지요.부엽토는 비옥하고 보수성(保水性),통기성(通氣性)이 모두 뛰어나 식물의 생육에 아주 좋은 흙이지요.이런 흙은 식물의 성분들이 썩어서 생기는 갈색·암흑색을 띠게 되는데,바로 이 색깔들을 변화시켜서 그릇의 유약으로 사용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약토유약이 만들어졌지요. 문:약토유약이 사용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김:문헌으로 확실한 고증이 된 것은 없지만 짚재의 사용과 깊은 관련이 있는 점으로 미루어보면 매우 오래 전부터 사용된 것만은 분명합니다. 문: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주시지요. 김:약토는 낙엽이 쌓여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주로 산 계곡에 있지만,시냇가,저수지,논에서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산에서 빗물에 씻겨 흘러내려오는 과정을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되지요. 그래서 약토는 그 소재지에 따라서 조금씩 성분이 다르고,토양에 따라서도 성분이 많이 바뀝니다.낙엽이 부식하여 생기는 무기질이 색깔을 만들어내는데,검정색,노랑색,초록색 등 다양하게 색깔이 나타납니다. 특히 산에서 흘러내려와 쌓인 저수지 바닥이나 논흙의 경우 낙엽 외에 볏짚이 썩어서 부엽토화된 경우도 있습니다.볏짚을 거름으로 사용한 논흙의 경우 볏짚재에다 약토를 추가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거든요.논을 끼고 있는 저수지 바닥의 약토는 볏짚재와 약토의 절묘한 배합이 주는 색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문:약토유약의 특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지요. 김:약토유약은 그릇 몸흙(태토)과 한 몸이 되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즉,몸흙이 유약을 골고루 잘 흡수하여 몸의 태깔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유약 색깔이 자연스럽고 깊은 느낌을 줍니다.흔히 볼 수 있는 몸의 태깔과는 상관없이 유약 자체의 색으로 그릇을 결정짓는 경우와 다르지요.이런 경우를 두고 자연성,의도하지 않은 무의식의 색채,노림수로서는 절대로 표출되지 않는 흙의 비밀 등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문:김 선생이 약토유약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저는 부엽토에다 재를 섞어 만듭니다.이 유약은 무기질이 불길에 녹으면서 여러 가지 색깔을 만들지요.1250도 이상에서 노란색이 나올 수 있고,이보다 낮은 온도일 때는 군청색이 발견되기도 하더군요.아주 고온일 때는 검정빛깔을 띤 이른바 흑도가 되기도 합니다.앞에서 이 유약의 특성을 말할 때 빠뜨린 것이 있는데,이 유약은 그릇의 표면에 반질거림이 적다는 점입니다.편안함을 주는 이유지요.부엽토에 들어 있는 광물질 중에서 유리질화되는 장석,규석,규산질,도석 등의 함량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이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그릇 표면이 반질거리지 않고도 깊은 맛과 함께 편안한 느낌을 준다는 것은 이 유약으로 훌륭한 찻사발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했습니다.좋은 찻사발은 반질거리지 않아야 하고,몸흙과 유약이 하나가 되어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을 지녀야 하지 않습니까? 문:이 유약을 사용할 경우 그릇의 완성도 즉,완제품이 나올 가능성은 어떤가요. 김:성공률은 매우 낮습니다.유리질화되는 성분이 불길에 증발해버리거나 타버리기 때문인데,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장석을 넣기도 합니다만 어렵습니다. 문: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시지요. 김:약토유약을 더욱 연구하면서 세계 최고의 찻사발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제가 좋아하는 색깔인 노란색 계열의 찻사발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
  • 부드러워진 로커 서문탁 새앨범

    여성로커에 아마추어 복서.가수 서문탁(27)하면 강한 이미지가 떠오른다.그녀도 부정하는 건 아니다.단지 그런 이미지로 고정되는 것이 싫을 뿐.이제는 그녀 안에 숨쉬는 다양한 감정의 결에 귀 기울여주었으면 하는 게 그녀의 바람이다. 그래서일까.3년만에 발표한 4집 ‘Now Here’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다.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부드럽기보다는 편안해졌죠.지금까지는 긴장해서 힘이 많이 들어갔었나봐요.” 자연스러움.이번 앨범을 그녀는 그렇게 규정지었다.그녀가 처음으로 작곡한 ‘난 나보다 널’도 콧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만들었단다.꼭 뭘 보여주려고 작심하고 만드는 것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자신 안의 감정을 풀어냈다.그러다 보니 목소리에도 기교나 가식이 사라졌다. 이런 변화는 2002년 4월 무작정 일본으로 떠날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1999년 10월 1집의 록발라드 ‘사랑,결코 시들지 않는‘으로 빅히트를 기록한 뒤 해마다 앨범을 발표하며 쉼없이 달려왔던 그녀.가요계에서 여성 로커로서 입지를 굳힌 그녀가 그렇게 훌쩍 떠난 건 “나를 찾고 싶어서”였다. 처음 6개월동안은 보통의 유학생처럼 지냈다.지인도 연고도 없이 라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본어 학교에 입학해 언어를 배웠다.그저 사람 사는 냄새에 취해서 “나를 버리고”살았다.하지만 그녀는 “가만 놔두지 않더라.”며 웃었다.영화 ‘화산고’의 일본 시사회 때 보컬로 초청되면서 일본음악계에 알려졌고,일본 최고의 록페스티벌인 ‘하드록 서미트’에서 프로젝트 밴드의 보컬로 초청됐다.그 인연으로 지난해 4월과 10월에는 2장의 앨범을 발표했다.이번 4집은 그 때 발표한 앨범을 한국어로 다시 작업해 내놓은 것이다. 그녀가 일본 생활에서 배운 것이 바로 ‘자연스러움’이라고 했다.“하드록 뮤지션에게 로큰롤을 연주해 달라고 부탁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라며 안 합니다.그들은 절대 억지로 꾸미지는 않아요.그냥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음악을 표현할 뿐이죠.” 그래서 이번 앨범에 그녀만의 자연스러움을 담아냈다. 굳이 록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듣기에 부담이 없는 곡들이 많지만,연주는 정통 헤비메탈에 가깝다.일본 최고의 메탈 밴드 라우드니스의 전 프로듀서가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게다가 일본의 이름있는 메탈 연주자들과 메가데스의 전 기타리스트 마티 프리드먼도 참여해 메탈 팬이라면 더더욱 ‘찜’해둘만한 가치가 있다. 11∼13일 대학로 질러홀에서는 콘서트도 갖는다.이번 콘서트를 위해 일본 연주자들과 밴드를 구성했다.“한국 여성 보컬과 일본 연주자,색다른 접목이지 않을까요?일본에서 배우고 느꼈던 것을 모두 보여드리겠습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7) 한국의 찻그릇 문화-김성철 약토유약찻사발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7) 한국의 찻그릇 문화-김성철 약토유약찻사발

    김성철(金聖哲·38)씨가 고혹적인 약토유약 찻사발을 빚고 있는 산내요(山內窯)는 경북 경주시 산내면 감산리 1655의2번지 심심산골이었다. 부산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경주를 지나 건천나들목으로 빠져나간 뒤 시골길을 한참 더 가야 했다.감산리 가는 길 오른쪽 시냇가에는 군데군데 땅버들숲과 갈대숲이 있어서 아직도 도시화의 삭풍에 삭아내리지 않고 있는 오래된 미래가 느껴졌다. 경지 정리가 안된 굽은 논두렁을 이마에 두른 논배미들이 층층 탑을 쌓듯 야산 중턱까지 걱정 없이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기도 했다. 길섶에 띄엄띄엄 서 있는 작고 허름한 시골집 흙담장에 박힌 사금파리며 주먹돌들의 걱정 없는 표정이 이 마을을 찾는 나그네를 반겼다.밭둑 뽕나무에 달린 오디열매를 따먹던 할머니가 나그네에게 오디 한 움큼을 선뜻 건넨다.좀 과장하면 긴 장대를 걸치고 빨대를 널어 말릴 만큼 좁은 산골짝 잡목 숲에선 꾀꼬리가 운다.초여름날 초록을 주워 입김으로 불어 날리듯이 간드러지게 운다.무논에서는 개구리들이 쏴 울다가 자동차 소음에 잠시 그쳤다가 다시 울어제치는 푸른 산골이었다. 산내가마는 불꺼진 지 며칠 지난 뒤여서 주변의 한적하고 푸른 분위기를 껴안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고,소년의 눈빛을 지닌 김성철씨와 일본문화를 배우기 위해 2년 동안 유학을 다녀온 지 며칠밖에 안된 그의 아내 윤영미씨는 신혼부부처럼 살포시 미소를 머금은 채 살고 있었다.먼저 윤영미씨에게 물어보았다. 문:농과대학을 나온 김성철씨가 그릇을 빚게 된 데는 그럴 만한 내력 같은 것이 있으리라 짐작됩니다.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부터 김성철씨가 도자기에 관심을 보이던가요? 윤영미:성철씨를 만났을 때 그이는 이미 사기장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시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성철씨는 어릴 적에 무슨 물건이든지간에 손이 닿기만 하면 깨지고 박살이 났는데,어른이 된 뒤에 그릇을 만드는 사람이 된 것을 참으로 믿기 어렵다 하시더군요.한번 깨뜨렸으니까 또 한번은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유용하게 쓰도록 일하라는 무슨 내밀한 인연이라도 있는가 봅니다. 문:사기장 김성철은 어떤 사람인가요? 윤영미:저이가 만든 그릇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고요,다만 참 순수한 사람이라고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그 순수함이 저이의 가장 큰 미덕이고 힘이지요.고집이기도 하고요.고집은 고집이되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서 터득하고 있는 점에 대한 고집이지 무턱대놓고 부리는 고집하고는 다르지요.누구한테든 편안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것도 큰 재산이라고 봐요.그래서 항상 넉넉한 마음씨를 지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문:(김성철씨를 향하여) 농대를 나와 그릇을 만들게 된 동기 같은 것이 있었나요? 김:학교 다닐 때부터 도자기에 마음이 많이 끌렸습니다.졸업 후 여행을 하면서 주로 그릇 굽는 가마를 택하여 다녔지요.관심에서 생활로의 전환을 위한 저 나름의 깊은 모색이었던 셈이지요.결심을 했습니다.처음으로 산청에 계신 민영기 선생을 찾아갔지요.민선생께서는 사람을 쓰지 않는다 하여 양산 신정희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그곳에서 6년간 도자기 일을 배웠지요.1990년부터 시작하여 도자기 만드는 전 과정을 모두 마치는 데 6년이 걸린 셈입니다.물레대장을 하고 나서 1997년 이곳에다 가마를 짓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문:김 선생이 만든 이른바 ‘약토유약 찻사발’은 비록 숫자가 매우 적기는 하지만 찻사발 연구자들에게는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약토유약이란 어떤 것을 두고 붙여진 말인가요? 김:‘약토(藥土)’란 원래 낙엽 같은 것이 썩어서 이루어진 흙을 뜻하는 말입니다.부엽토(腐葉土),부식토(腐植土)를 도자기하는 사람들이 예쁜 말로 바꿔 부르는 말이지요.부엽토는 비옥하고 보수성(保水性),통기성(通氣性)이 모두 뛰어나 식물의 생육에 아주 좋은 흙이지요.이런 흙은 식물의 성분들이 썩어서 생기는 갈색·암흑색을 띠게 되는데,바로 이 색깔들을 변화시켜서 그릇의 유약으로 사용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약토유약이 만들어졌지요. 문:약토유약이 사용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김:문헌으로 확실한 고증이 된 것은 없지만 짚재의 사용과 깊은 관련이 있는 점으로 미루어보면 매우 오래 전부터 사용된 것만은 분명합니다. 문: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주시지요. 김:약토는 낙엽이 쌓여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주로 산 계곡에 있지만,시냇가,저수지,논에서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산에서 빗물에 씻겨 흘러내려오는 과정을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되지요. 그래서 약토는 그 소재지에 따라서 조금씩 성분이 다르고,토양에 따라서도 성분이 많이 바뀝니다.낙엽이 부식하여 생기는 무기질이 색깔을 만들어내는데,검정색,노랑색,초록색 등 다양하게 색깔이 나타납니다. 특히 산에서 흘러내려와 쌓인 저수지 바닥이나 논흙의 경우 낙엽 외에 볏짚이 썩어서 부엽토화된 경우도 있습니다.볏짚을 거름으로 사용한 논흙의 경우 볏짚재에다 약토를 추가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거든요.논을 끼고 있는 저수지 바닥의 약토는 볏짚재와 약토의 절묘한 배합이 주는 색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문:약토유약의 특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지요. 김:약토유약은 그릇 몸흙(태토)과 한 몸이 되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즉,몸흙이 유약을 골고루 잘 흡수하여 몸의 태깔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유약 색깔이 자연스럽고 깊은 느낌을 줍니다.흔히 볼 수 있는 몸의 태깔과는 상관없이 유약 자체의 색으로 그릇을 결정짓는 경우와 다르지요.이런 경우를 두고 자연성,의도하지 않은 무의식의 색채,노림수로서는 절대로 표출되지 않는 흙의 비밀 등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문:김 선생이 약토유약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저는 부엽토에다 재를 섞어 만듭니다.이 유약은 무기질이 불길에 녹으면서 여러 가지 색깔을 만들지요.1250도 이상에서 노란색이 나올 수 있고,이보다 낮은 온도일 때는 군청색이 발견되기도 하더군요.아주 고온일 때는 검정빛깔을 띤 이른바 흑도가 되기도 합니다.앞에서 이 유약의 특성을 말할 때 빠뜨린 것이 있는데,이 유약은 그릇의 표면에 반질거림이 적다는 점입니다.편안함을 주는 이유지요.부엽토에 들어 있는 광물질 중에서 유리질화되는 장석,규석,규산질,도석 등의 함량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이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그릇 표면이 반질거리지 않고도 깊은 맛과 함께 편안한 느낌을 준다는 것은 이 유약으로 훌륭한 찻사발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했습니다.좋은 찻사발은 반질거리지 않아야 하고,몸흙과 유약이 하나가 되어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을 지녀야 하지 않습니까? 문:이 유약을 사용할 경우 그릇의 완성도 즉,완제품이 나올 가능성은 어떤가요. 김:성공률은 매우 낮습니다.유리질화되는 성분이 불길에 증발해버리거나 타버리기 때문인데,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장석을 넣기도 합니다만 어렵습니다. 문: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시지요. 김:약토유약을 더욱 연구하면서 세계 최고의 찻사발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제가 좋아하는 색깔인 노란색 계열의 찻사발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 일요아침드라마 ‘알게될거야’

    KBS가 새 일요드라마 ‘알게될거야’에서 공채 탤런트 띄우기에 나섰다.지난해 11월 선발한 공채 탤런트 20기 가운데 3명을 주연급으로 동시에 캐스팅한 것. 지금까지는 대부분 드라마의 주연급 배우는 기획사에서 공급받는 형식을 취했다.그러다 보니 재능있는 신인의 발굴이 점점 어려워지고 스타들의 몸값만 치솟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궁여지책 끝에 KBS PD들은 다시 공채 탤런트를 부활시키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4년 만에 27명을 선발했다. 오는 6일 처음 방송되는 시추에이션 드라마 ‘알게될거야’는 이같은 취지를 앞세워 야심차게 준비한 실험의 장이다.‘상두야 학교가자’의 연출을 맡았던 이형민 PD를 중심으로 김형석·전창근 PD가 한 주씩 연출을 맡고,‘겨울연가’‘낭랑 18세’의 콤비 작가인 김은희·윤은경이 대본을 써 드라마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최근 거의 맥이 끊긴 청춘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이 드라마는 24세 여성들의 풋풋한 성장 이야기를 담았다.집안이 몰락해도 여전히 철없는 나경,자유연애주의자 혜란,사법고시를 단번에 통과한 영미 등 대학동창 3명이 어울려 사랑과 세상을 배워간다.나경역은 아시아나 CF모델 출신인 이수경,혜란역은 레이싱퀸으로 잘 알려진 오윤아가 맡았다.영미역의 김지헌과 영미의 남자친구인 고시생 철구역의 이지훈,수경과 사랑을 나누는 선일역의 지현우가 공채 탤런트 20기 출신들이다. 하지만 이런 취지에도 불구하고 가족시간대로 여겨지는 일요일 오전 9시50분에 드라마를 편성해 자칫 실험에만 그칠 우려도 없지 않다.이형민 PD는 “시청률 10%대를 유지하면서 젊은층에 화제를 일으키는 것이 목표”라면서 “성공한다면 다른 공채 신인에게도 주연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초여름밤 ‘아리아의 향연’

    야외 오페라 ‘카르멘’과 한국오페라단의 대작 ‘루치아’가 지난달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 막을 내린 데 이어 이달에도 주옥 같은 아리아 선율을 감상할 수 있는 오페라 공연이 줄을 잇는다.푸치니,모차르트,베르디 등 대가의 작품들과 함께 국내 창작 오페라가 모처럼 무대에 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누스오페라단(단장 이승현)은 5∼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토스카’를 공연한다.‘라보엠’ ‘나비부인’과 함께 푸치니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토스카’는 19세기 초 로마를 배경으로 여가수 토스카와 그의 연인인 화가 카바라도시,경시 총감 스카르피아가 엮어가는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다.캐슬린 매캘러,미겔 산체스 모레노 등 이탈리아 성악가와 김동규·강무림 등 국내 음악인이 호흡을 맞춘다.(02)330-5111. 베세토오페라단(이사장 강화자)은 15∼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마술피리’를 선보인다.젊은 연인들의 사랑과 선악의 대결 구도 등이 동화처럼 펼쳐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등장인물이 워낙 많아 난이도가 높은 작품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인 이번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카리아 플라츠카,버나드 루넨 등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활동하는 모차르트 전문 가수들을 초청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주최측은 설명한다.연출가 패트릭 비알디와 지휘자 사무엘 베츠리도 독일인이다.국내 성악가로는 김인혜,양희준,린다 박 등이 출연한다.밤의 여왕이 부르는 아리아는 CF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돼 클래식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을 듯싶다.(02)3476-6224. 베르디의 명작 ‘라 트라비아타’는 기원오페라단(단장 김기원)이 24∼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춘희’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한 이 작품은 1948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된 오페라로,지금까지 최다 공연 횟수를 자랑한다.순진한 청년 알프레도 제르몽과 순수한 마음을 지닌 창녀 비올레타의 가슴저린 사랑이 애잔한 감동을 준다. 연출은 정갑균 전 국립극장 상임 연출가,지휘는 최승한 연세대 교수가 맡는다.비올레타 역은 소프라노 김영미·김향란,알프레도 역은 박세원·신동호가 번갈아 출연한다.(02)2256-8800. 9∼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하멜과 산홍’은 화희오페라단(단장 강윤수)과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신경욱)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창작오페라다.하멜은 350년 전 제주도에 표류한 네덜란드인으로 14년간 이국땅에서 겪은 문화 충격과 적응과정을 기록해 ‘하멜표류기’를 펴냈다.이 작품은 이러한 역사적 사건 뒤에 전설처럼 전해지는 하멜과 조선 여인 산홍의 사랑 이야기를 보탰다.시인 최종림이 대본을 썼고,베를린 음대 주임교수 프랭크 마우스가 작곡했다. 파리 오페라극장 총연출을 역임한 미하엘 디트만이 연출하고,지외르지 지외르바니 라크가 지휘한다.테너 박치원과 이용진이 하멜역으로,소프라노 김향란·이정아·에스더 리가 산홍역으로 출연한다.(02)3473-843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투명한 수묵… 그 아름다움-창산 김대원 초대전

    수묵작업으로 일관해온 한국화가 창산(蒼汕) 김대원(49·경기대 교수) 화백은 실경산수에 관한 한 국내 대표급 작가다.혹자는 “자연경을 마음 속에 품는 지경에 이르렀다.”고까지 평한다.자연과 한 몸이 됐다는 얘기다.그 정도의 성취라면 이미 그림의 기술적인 완성도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지 모른다.그림의 정신적인 깊이를 따질 수 있을 뿐이다. 2일부터 8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리는 ‘창산 김대원 초대전’은 수묵산수 고유의 아름다움을 새삼 일깨워준다.창산은 전래의 기법이나 조형개념에 안주하지 않는다.한동안 몰골법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시도해 한국화 표현의 영토를 넓힌 것이 그 한 예다.그러면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까. 먼저 수묵의 이미지가 한결 투명해졌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선묘의 군더더기를 털어내고 곧바로 자연의 핵심에 육박하는 직정경행(直情徑行)의 정신을 터득한 것이다.수묵의 농담변화가 더욱 자연스러워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전시에는 ‘망월사’‘천문산’‘장가계’‘대서문1’‘귀래정’‘낙산의상대’등 4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특히 최근 작품들은 작가 자신의 고향인 안동을 중심으로 한 고택과 고찰 풍경에 애정을 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창산은 “한국미술을 이해하고 독창성을 계발하기 위해선 중국화론의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한국화 혹은 동양화가 요즘처럼 침체하게 된 데는 이론의 부재도 한 몫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이런 문제의식에서 그는 96년부터 본격적으로 한문공부를 시작,최근 ‘중국역대화론’(도서출판 다운샘)이란 묵직한 미술이론서를 번역해 냈다.이번 전시에선 출판기념회도 함께 열린다.(02)736-6347.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남규철의 DVD폐인]파자마 입고 카퍼필드 보기

    공연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즘 많은 대형 공연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지난해부터 붐이 일었던 초대형 야외 오페라를 비롯하여 해외 유명 뮤지컬이나 마술쇼,대형 콘서트 등을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물론 이런 공연을 좋은 자리에서 편안하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티켓값을 지불해야 한다.때론 공연장이 너무 멀거나 시간이 부족하다거나 하는 이유로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DVD라면 이런 제약들에서 벗어나,거실에서 편안하게 훌륭한 화질과 사운드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물론 DVD로 보는 공연이 직접 현장에서 즐기는 것 만큼의 감동을 주지 못할 수도 있지만,저렴하고 편안하게 유명 공연을 만끽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사라 브라이트만:라 루나 새달 내한공연을 가질 사라 브라이트만의 라이브 공연실황.‘캐츠’‘오페라의 유령’ 등의 뮤지컬에 오리지널 멤버로도 참여했던 그녀는 전세계적으로 300만장 이상이 판매된 ‘Timeless’라는 앨범을 통해 파페라의 여왕으로 등극했다.이 타이틀은 그녀의 공연실황 타이틀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타이틀로,2000∼2001년의 La Luna World Tour를 담고 있으며,‘천상의 목소리’라는 그녀만의 맑고 투명한 환상의 목소리를 5.1채널로 고스란히 전달해 주는 타이틀이다. ●데이빗 카퍼필드:일루전 마술쇼라고 하면 어딘가 ‘명절날 TV에서 보여주는 방송 프로그램’을 생각하겠지만,데이빗 카퍼필드는 보통의 것들과는 규모 면에서 상당히 다른 마술을 보여준다.바로 ‘만리장성 통과하기’‘자유의 여신상 없애기’ 같은 초대형 마술쇼가 그의 장기이다.이 타이틀은 지금 내한공연중인 그의 마술들 중 많은 화제를 모았던 인기 작품들을 모아둔 것으로,흥미진진함과 놀라움으로 가득한 마술의 세계를 보여준다. 국내에서 출시된 유일한 ‘마술 DVD’이기도 한 이 타이틀은 만족스러운 화질과 사운드,부가영상 등 충실하게 제작된 DVD의 즐거움도 가지고 있다. ●매튜 본:호두까기 인형 호두까기 인형은 정통 발레의 단골 레퍼토리이지만 매튜 본이 창조해 낸 이 작품은 오직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전혀 새로운 호두까기 인형을 보여준다. ‘댄스 뮤지컬’이라는 호칭을 단 매튜 본의 작품들은 정통발레와는 다른,쉽게 다가설 수 있는 친근함과 유쾌함이 가득한 연출로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그의 작품으로는 지금 공연중인 ‘호두까기 인형’ 외에도 ‘백조의 호수’가 있으며 두 편 모두 DVD로 출시가 되어있다.어느 타이틀이나 깨끗하고 역동적인 영상과 훌륭한 사운드로,가족 모두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타이틀이다. DVD칼럼니스트·09DVD업무팀장˝
  • 액션 혁명 일으킨 ‘옹박‘ 저게 사람이야?

    액션의 혁명을 이뤘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게다가 와이어,CG,스턴트도 없었다니 정말 사람이 맞나 싶다.태국 영화 ‘옹박,무에타이의 후예(26일 개봉)’는 그 액션만으로 프랑스의 뤼크 베송 감독을 사로잡았고,전세계로 배급되는 행운을 얻었다.게다가 뤼크 베송의 재편집을 거쳐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완성도를 갖췄다. 첫 배경은 한 시골마을.어느날 마을 사람들이 떠받드는 옹박 부처의 머리가 도난당하고,고대 무에타이 무예를 전수한 팅(토니 자)이 부처의 머리를 찾으러 방콕으로 떠난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전통과 현대의 틈바구니에 낀 태국 사회를 엿보는 것은 흥미롭다.전근대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는 가난한 시골마을과 달리 방콕은 네온과 오토바이 소리로 어지럽다.팅은 방콕에서 같은 마을 출신인 훔래를 찾아가지만 촌놈 취급을 받을 뿐이다.“돈벌이를 위해 폭력을 쓸 수 없다.”는 팅의 신념과 돈벌이를 위한 도박격투가 난무하는 방콕의 거리는 절대 어울릴 수가 없다. 하지만 사기꾼 훔래 때문에 일이 엉키면서 팅은 어지러운 도시에 통쾌한 액션을 날리기 시작한다.최고의 액션신은 시장에서 팅이 도망가는 장면.자동차·리어카 등을 뜀틀처럼 가볍게 뛰어넘고,여러 사람의 어깨를 차례대로 가뿐히 밟고 담장으로 올라가는 등 거의 기예 수준의 액션이 볼거리 가득한 시장을 배경으로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도박판 격투신도 흥미진진하다.경기마다 점점 강한 상대와 대결을 벌이며 올라가는 게임과 비슷한 형식.‘족보’ 없는 액션과 달리 무에타이의 절제된 동작이 가히 예술이다.관객은 경기가 다 끝난 뒤 놀라서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박수를 치는 영화속 관객과 같은 기분을 느낄 듯싶다.돈을 찾기 위한 우여곡절 액션을 그리는 많은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어쩌면 현대인이 보기엔 한낱 돌덩이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전통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내달리는 액션은 오히려 신선하다.삼륜택시 추격신도 태국만의 볼거리다.조연 캐릭터도 재미있다.돈만 밝히다 팅과 함께 옹박을 찾아다니며 변화하는 훔래는 뻔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코믹과 감동을 선사한다. 하지만 ‘도난당한 마을의 보물을 찾기 위한 한 무에타이 후예의 모험’이라는 단 한 줄로 정리되는 단선적인 내러티브 탓에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 흠.눈살을 찌푸릴 만한 잔인한 장면도 여럿 된다.프라차 핀캐우 감독의 작품. 김소연기자 purple@˝
  • KBS ‘북경내사랑’ 무늬만 사전제작

    국내 방송사상 완전한 의미의 첫 사전제작제를 도입했다고 KBS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한·중 합작드라마 ‘북경 내사랑’.하지만 실상은 사전제작제의 장점을 못살린 과대 포장이었다. 드라마 사전제작제가 필요한 이유는 대본이 촬영 직전에야 나오고,방송 횟수도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하는 현재의 벼락치기 제작 시스템에서는 드라마의 완성도도 배우의 연기력도 좋아질 수 없기 때문.당장 코앞에 닥친 촬영 분량 몇줄만 팩스나 e메일로 받아보는 쪽대본 관행에 많은 연기자들은 “연기가 아닌 암기”라며 불평을 터뜨려왔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보완해야 할 이번 ‘북경 내사랑’의 사전제작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연기자의 연기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준비와 경험 부족 때문이다.내막을 들여다보면 오는 15일까지 완성본을 넘기기로 한 중국 CCTV와의 계약 이행을 위한 다소 무리한 진행이었음이 드러난다. 마지막 촬영이 있던 지난 8일에는 ‘초치기’로 70장면을 찍었다.중국 현지 사정 때문에 실제 촬영이 어려운 부분이 많아 대본도 수없이 고쳐졌다.빠듯한 일정 때문에 아직도 후반 편집작업이 30%정도 남아 엄밀한 의미의 사전제작에도 실패했다. 드라마의 주연배우인 김재원은 “보통 16부작을 5개월 동안 찍는데,이번 드라마는 20부작인데도 촬영기간이 비슷했다.짧은 기간에 여건까지 안 좋아 연기하기가 훨씬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중요한 것은 드라마 사전제작이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축적이 다음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데 있다.제작진 역시 이번 사전제작제가 어렵게 진행됐지만 장기적으로는 꼭 정착해야 할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이교욱 PD는 “순서대로 찍지 않아 소품을 준비하는 데 어려웠던 점 등 처음이라 겪는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배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 ‘클레멘타인’-내러티브는 없고 주먹다짐만

    할리우드 스타의 첫 한국영화 출연으로 화제가 된 영화 ‘클레멘타인(21일 개봉·제작 펄스타 픽쳐스)’.하지만 스티븐 시걸이 주연인 할리우드 영화도 재미가 없으면 안먹히는 마당에,그가 조연인 한국영화라고 해서 관객이 몰릴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스티븐 시걸은 ‘언더 씨즈’‘패트리어트’등에 출연한 액션 전문 배우. 게다가 해도 너무 했다.시걸이 등장하는 장면은 5분여나 될까.조연이라기보다는 우정출연쯤 될 듯 싶다.그래도 시걸은 영화 제작비의 3분의1 정도인 12억원의 개런티를 챙겼다. 영화의 완성도만 높다면 시걸이 출연하든 안하든 상관없다.하지만 영화는 내용이 구닥다리라는 것을 제껴두더라도 드라마의 기본도 못 갖췄다.주인공 승현(이동준)은 세계태권도챔피언 결승전에서 상대방인 잭 밀러(스티븐 시걸)를 압도하지만 부당한 판정으로 챔피언 벨트를 빼앗긴다.한동안 방황하며 도박판 격투를 뛰다가 7년 뒤 강력계 형사가 된다. 갑자기 이야기가 튀면서 형사가 되는 것도 뜨악한데,불법격투 도박사에 말려들어 형사 옷을 벗고,도박사가 딸 사랑(은서우)의 이름을 들먹거리자 별 갈등도 없이 다시 격투기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승현의 옛 애인 민서(김혜리)가 사랑과 친해지는 과정도 갑작스럽고,알고 보니 민서가 사랑의 엄마였다는 설정도 꼭 우연이 판치는 TV드라마같다. 약한 내러티브의 고리 대신 들어선 건 액션과 눈물이다.승현은 걸핏하면 주먹을 휘두르고,가족영화라는 제작진의 주장과 맞지 않게 격투장면은 잔인하다.딸 사랑을 둘러싸고 부성과 모성으로 빚어내는 눈물도 억지스럽다.70년대 감수성을 가진 관객에게는 먹힐지 모르겠지만. 혹시 시걸이나 이종격투기를 좋아한다면 시걸과 이동준이 대결하는 마지막 장면쯤은 기대해도 좋겠다.‘주글래살래’의 김두영 감독 작품.제목은 미국의 민요에서 따왔다. 김소연기자 purple@˝
  • ‘잠자는 미녀vs호두까기’ 뭘 봐야 좋을까

    ‘백조의 호수’와 더불어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로 불리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호두까기 인형’이 색다른 버전으로 오는 8일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고전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안무가 루돌프 누레예프의 작품. LG아트센터에서 막올리는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의 ‘호두까기 인형’은 지난해 내한공연을 가진 ‘백조의 호수’처럼 현대발레를 활용한 댄스 뮤지컬이다.두 작품 모두 초등학생도 관람할 수 있는 무대여서 가족 단위의 공연으로 제격이다. ●국립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마녀의 저주로 100년간의 잠에 빠진 공주가 왕자의 키스로 깨어난다는 동화를 바탕으로 한 마리우스 프티파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고전발레의 모든 테크닉이 담겨 있어 ‘발레의 교과서’로 통한다.누레예프 버전은,1961년 서방세계로 망명한 러시아 키로프발레단 출신의 전설적인 안무가 누레예프가 파리오페라발레단 재직 당시 프티파의 안무에 그만의 독특한 세련미와 남성미를 가미해 재안무한 것.남성 무용수들의 힘과 테크닉을 극대화함으로써 다른 공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화려하고,역동적인 무대가 특징이다.그만큼 무용수들에겐 많은 고통이 따른다. 워낙 어렵고 까다로운데다 누레예프 재단이 엄격하게 레퍼토리 관리를 하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단체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이탈리아의 라 스칼라발레단,오스트리아의 비엔나발레단 등 세 곳뿐이다.때문에 국립발레단이 창단 이후 처음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공연하면서 누레예프 버전을 선택한 것은 과감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국내에선 유니버설발레단이 마린스키 버전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공연한 바 있다. 명성에 걸맞게 제작 규모 또한 엄청나다.이탈리아에서 공수하는 300벌의 의상 대여료만 2억원.총 제작비는 11억 5000만원에 달한다.무용수도 100명이 넘는다.국립발레단은 누레예프와 25년간 함께 작업했던 영국인 안무가 겸 무용수 패트리샤 뤼안을 초빙해 단원들을 연습시키는 등 작품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공연에는 주역 세 커플이 번갈아 출연한다.국립발레단 간판스타인 김주원과 ‘발레 혜성’이란 별명을 얻은 신예 이원철,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발레단 솔리스트인 안바 자로바와 한국 대표 발레리노 이원국,미국 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폴리아나 리베로와 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사이먼 볼이 각각 짝을 이룬다.15일까지 1588-7890. ●매튜 본 ‘호두까기 인형’ 우아한 여성백조 대신 근육질 남성 백조의 역동적인 군무(백조의 호수)로 파격의 즐거움을 선사했던 안무가 매튜 본이 이번엔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작 ‘호두까기 인형’을 댄스 뮤지컬로 각색한 무대를 선보인다. 국내에는 ‘백조의 호수’가 먼저 소개됐지만 안무 순서는 ‘호두까기 인형’이 앞선다.1992년 ‘호두까기 인형’탄생 100주년 기념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매튜 본이 안무한 첫 장편 발레 공연으로 그해 에든버러페스티벌에서 성황리에 초연됐다. 고전발레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그의 독특한 안무 스타일은 ‘호두까기 인형’의 성공에 힘입어 이후 ‘하이랜드 플링’‘백조의 호수’‘신데렐라’‘카 맨’등 일련의 화제작을 낳았다. 이번에 공연되는 ‘호두까기 인형’은 매튜 본이 지난 2002년 공연단체 ‘뉴 어드벤처스’를 창단하면서 리바이벌한 것.초연 이후 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지난 2월까지 영국 전역에서 ‘백조의 호수’를 능가하는 흥행 수익을 올렸다. 매튜 본의 ‘호두까기 인형’은 원작에 설정된 중산층 가정 대신 악랄한 고아원장이 원생들을 착취하는 춥고 음울한 고아원을 배경으로 택했다.사랑의 슬픔과 기쁨을 통해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하는 클라라와 소년에서 근육질의 멋진 남성으로 변모하는 호두까기인형 등 성장드라마의 이미지를 강조한 점도 색다르다.클라라의 꿈속에서 고아원생들이 하얀 빙판위에서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나 오색 빛깔의 사탕과자나라 등은 단숨에 관객을 마법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장치들이다. 초연 당시 클라라역을 맡았던 에타 머핏이 같은 배역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어서 한층 기대를 모은다.30일까지(02)2005-011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애드리브 짱 공형진

    “애드리브요? 제가 그 쪽의 끼는 좀 있나봐요.순간적인 상황 몰입이 빠르다는 말을 듣는 편인데다 즉흥 연기를 해도 파트너 연기자나 감독님이 덜컹거리지 않는 걸 보면요.주위에서 좋게 봐준거겠죠.” 주연못지 않은 조연배우로 각광받다 지난해 ‘동해물과 백두산이’에서 데뷔 13년만에 주연으로 발딱(?) 일어선 배우 공형진(35).두번째 주연 작품 ‘라이어’(제작 씨앤필름) 개봉(23일)을 기다리고 있는 그를 만났다. “연극을 토대로 한 작품인데 짜임새 있는 구성,탄탄한 배우(?)가 만난 웰빙 코미디입니다.우리 코미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거죠.” 예의 ‘따발총 입심’은 ‘라이어’자랑으로 말문을 연다.논리까지 갖춘 ‘말짱’(?)인지라 막지 않으면 끝없이 이어질 태세다.두번째 주연에 대한 소감으로 화제를 돌렸다.정준호와 호흡을 맞춘 ‘동해물과‘에 이어 이번에도 주진모와 함께 ‘투톱 주연’이지만 그의 비중이 높아진 건 확실하다.어깨나 말 등에 힘이 들어갈만도 하지만 전혀 느낄 수 없다. “외부의 시선이나 대우도 달라졌고 그에 따른 부담도 늘었지만 저는 주·조연 개념이 별로 없습니다.그저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그의 꿈은 ‘빛나는 배우’다.99년 유인촌이 대표로 있는 극단유의 배우로 입단한 뒤 ‘택시 드리블’‘보석과 연인’‘종이풍선’등에서 연기수업을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연극은 배우라면 꼭 거쳐야 할 코스같습니다.영화판에 온 뒤 게을러 거의 무대에 오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을 늘 갖고 있습니다.” 영화 밖에서 만난 그는 진지했다.다양한 이미지로 변신하면서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만든 영화 속 분위기와는 다르다.심지어 애드리브에 대해서도 그만의 철학을 갖고 있다.“그거요? ‘과하면 독’이에요.장면이나 상황을 윤택하게 하고 자기를 돋보일 수 있는 개인기라는 순기능도 있지만 하모니가 깨질 수 있는 역기능도 있어요.호흡을 맞추는 배우를 당황하게 만들거나 감독이 그 신에 담으려는 목적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합니다.” 말을 나눌수록 그가 남을 웃기는 데는 한껏 너그럽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함을 알 수 있다.대중문화계의 살벌함을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는지라 ‘스타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에게 허와 실을 들려준다.“연예인이 선호도 1위 직업이잖아요.좀 건방지게 들릴 지 모르지만 아마 상위 5%의 모습만 봐서 그런 거 같아요.겉모습만 보고 부나방처럼 덤빌 게 아니라 인생을 걸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생긴 다음에 뛰어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는 코믹배우.특히 억지로 짜내지 않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안기는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아마 그가 ‘웃긴다’는 말에 강박관념에 눌리지 않는 데서 나오는 장기인 듯하다.“제 작품을 잘 보세요.일방적으로 관객을 웃기려고 한 게 아니에요.모두 휴머니티가 녹아있는 드라마인데 그 속에 제 역이 그렇게 된 거지요.” 그가 소화한 캐릭터를 돌아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음란 비디오를 만들어 파는 양아치(‘파이란’),사기치는 게 부업인 관광가이드(‘남남북녀’),능청스러운 철가방(‘위대한 유산’),엄살심하고 사고뭉치인 북한병사(‘동해물과 백두산이’)….이번에 ‘라이어’의 캐릭터도 약간 달라진다.이제까지는 주로 먼저 코믹함을 내뿜었는데 이번엔 주진모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받은 뒤 한 템포를 늦췄다가 튕겨준다. 그의 연기철학은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 한 ‘욕’ 연기에 응축돼 있다. “제 연기의 메타포는 ‘실감나는 욕’입니다.다만 맛깔스러우면서도 기분나쁘지 않은 욕을 만드는 데 주력합니다.알고 보면 우리는 희로애락을 모두 욕으로 표현하잖아요.이성으로 자제하고 있지만 그 감정이 극에 이르거나 아무도 보지않을 때는 한마디씩 흘러나오잖아요.그걸 제가 대신 해주니 관객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요.”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의 모습에 “혹시 이것(진지한 답변)도 연기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게 연기면 얼마나 힘들겠어요?”라고 정색을 하고 반문한다.그 모습이 더 웃긴다.그래서 사람들은 완성도가 낮은 영화를 본 뒤에도 “그래도 공형진 때문에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 나 찾아봐라 90년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로 데뷔한 공형진이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는 20여편.자신이 출연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대뜸 ‘파이란’을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았다. #파이란=평생 못잊을 영화다.최민식 선배와 함께 촬영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스타 배우란 그저 떨어지는 게 아니구나…연기란 저런 것이구나.’를 알게됐다.개인적으로도 공형진이란 이름이 영화판에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된 작품이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나답지 않게 대단히 정적인 캐릭터를 소화했다.이성과 우정을 나눌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하는 남자역인데,25년된 여자 친구 신은경에게 맹목적·헌신적 사랑을 주려는 남자.캐릭터에 반한 여성 관객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와 흐뭇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출연 자체로 영광이었다.조역과 단역,엑스트라,스태프들 모두가 태릉 선수촌 입촌하는 심정으로 찍었다.선수들이 땀을 흘리듯 치열한 사명감을 갖고 작업에 임했다.촬영 과정이 고생스럽고 힘들어 지긋지긋한 기억이 많지만 배운 게 더 많았다는 느낌이다.개인적으로는 ‘쉬리’ 오디션에서 탈락한 응어리를 풀 수 있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첫 주연이란 영광을 안긴 작품.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노력 많이 했다. #박하사탕=시국 사범 잡으려는 송형사역으로 나왔다.믿을는지 모르겠지만 고문도 많이 하는 악질 경찰이었다.이창동 감독에게 연기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글 이종수기자 vielee@ 사진 강성남기자 snk@˝
  • [남규철의 DVD 폐인] 화질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DVD와 관련된 글을 읽다 보면 종종 ‘레퍼런스급 타이틀’이란 단어를 볼 수 있다.‘레퍼런스’의 사전적 의미는 ‘참고’,혹은 ‘기준’인데,‘레퍼런스급 타이틀’이라면 말 그대로 다른 타이틀의 기준이 될 만한 DVD퀄리티를 가졌다는 뜻이다.즉 음질·화질 등 DVD로서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보면 된다.물론 ‘레퍼런스급 타이틀’이란 말 자체가 영화의 완성도보다는 영화를 담는 그릇(DVD)에 집착하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불편해 하는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한다.하지만 DVD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수준의 영상경험을 느끼고 싶다면 이런 타이틀들을 찾아보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 될 듯.오늘 소개하는 작품들이 바로 ‘레퍼런스급의 화질’을 가진 타이틀들이다.많은 DVD애호가들이 주저없이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우는 화질의 타이틀들을 통해 즐겁고 강렬한 영상경험을 만끽하기 바란다. ●몬스터 주식회사 화질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타이틀들은 픽사(Pixar)가 만들어온 100% 디지털 애니메이션들이다.디지털로 제작된 까닭에,아날로그인 필름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 보다 깨끗한 영상을 보여주고,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답게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색상까지 풍부하게 담고 있다.특히 ‘몬스터 주식회사’는 주인공 셜리의 온몸에 난 부드러운 털들의 세밀하면서도 선명한 이미지와,풍성한 색상들이 가득한 타이틀로 ‘레퍼런스급의 화질’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대단히 만족스러운 화면을 보여준다. ●비독 극영화들중에서 강력한 화질을 보여주는 타이틀들은 HD카메라로 제작된 작품들.높은 해상도의 HD급 기술로 촬영한 대표적 작품들로 ‘비독’‘스타워즈 에피소드 2’‘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등을 꼽을 수 있다.그 중 가장 먼저 개봉된 프랑스 영화 ‘비독’은 독특한 비주얼과 함께,배우들 잔주름과 피부 질감까지 손에 잡힐 듯 느껴질 만큼 화질이 훌륭하다.단단하면서도 깊이감이 느껴지는 흑색의 표현도 만족스러우며,아지랑이나 잡티 등의 세세한 노이즈도 찾아 보기 힘들만큼의 깨끗한 영상도 보통 타이틀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 확장판 올 아카데미상을 통해 영화 자체로도 절대강자임을 드러낸 작품이지만,DVD로도 같은 위상을 자랑하는 타이틀이다.영화가 시작하면 등장하는 거대한 전투 장면은 수만명의 병사들이 보여주는 세밀한 디테일과 선명한 영상들로 대단히 놀랄 만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여기에 어두운 장면에서도 잘 표현되는 이미지들과 명암표현,아름다운 자연에서 보여지는 따스하고 풍부한 색상들까지,‘Lord of DVD’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타이틀이다. 이외에도 ‘스워드 피쉬’‘글래디에이터’‘원더풀 데이즈’등도 레퍼런스급 화질을 가진 타이틀로 꼽힌다. DVD칼럼니스트·09DVD업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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