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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 올림픽의 해 밝았다] 도마 신기술 ‘양1’ 창조… “금빛 세리머니 기대하세요”

    [런던 올림픽의 해 밝았다] 도마 신기술 ‘양1’ 창조… “금빛 세리머니 기대하세요”

    청년은 경기 전날 잠을 뒤척인다. 떨려서가 아니다. 설레고 들떠서다. 관중들의 환호 소리를 들으면 심장은 쿵쿵 달아오른다. 즐기듯 뽐내듯 짧은 연기를 끝내면 순위 표 맨 위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청년은 ‘사인받으러 몇 명이나 올까?’ 생각하며 뺨이 발그레해진다. 아직은 ‘소년’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한국 체조의 간판’ 양학선(20·한국체대) 얘기다. 양학선은 지난해 10월 도쿄세계체조선수권 남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 시기 때 받은 16.566점은 전 종목을 통틀어 최고점이었다. “실수 없이 평소대로 하면 금메달을 딸 줄 알았어요. 사실 도마 짚으면 딱 감이 오거든요.” 다시 생각해도 좋은가 보다. 장난기 가득한 눈이 반달 모양이 된다. 양학선은 세상에 없던 신기술 ‘양1’을 선보였다. 공중 3회전, 무려 1080도를 비틀어 돌아내리는 기술이다. 여홍철(1996 애틀랜타올림픽 뜀틀 은메달·현 경희대 교수)이 선보인 ‘여2’에서 반 바퀴를 더한 기술이다. 양학선이 창조했고, 성공했고, 세계가 놀랐다. 세계체조연맹(FIG)에 신기술로 정식 등재되면서 양학선의 성을 딴 ‘YANG’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난도 점수는 무려 7.4다. 세계에서 이 난도의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는 양학선이 유일하다. ‘양1’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양학선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실수 없이 완벽히 착지한 선수랑 두 발을 움직인 선수가 있어요. 난도 7.4면 두 발을 움직인다고 해도 완벽히 착지한 선수를 이길 수 있는 높은 수준이에요.” 거침없다. 사실 세계 체조계를 뒤흔든 ‘양1’은 ‘베스트’가 아니었다. 다친 뒤 상태가 좋지 않은 발목을 고려해 그 정도로 자제(?)해 만든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완성도는 70%였다.”고 했다. 더 발전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뜻. 양학선은 더 진화된 ‘양2, 양3’를 만들겠다고 했다. “런던올림픽에서는 기술을 더 업그레이드해서 금메달에 도전할 겁니다.” 양학선은 일찌감치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두 살 위 형을 따라 우연히 체조를 시작했는데 이내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국소년체전 이단평행봉 동메달, 이듬해 링 금메달을 따냈다. 작은 키(160㎝·51㎏)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았다. “주변 친구들이 ‘애기야, 너 언제 클래?’ 하면서 놀렸어요. 체조하면 키가 쑥쑥 클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제는 체조가 정말 좋아요.” 양학선의 체조 사랑은 이어졌다. “체조는 잘 모르고 그냥 봐도 멋있지 않아요? 5초, 10초에 승부가 나니까 지루하지도 않고, 박진감 넘치고요.”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기구와 씨름하다 보니 양학선의 양손은 굳은살투성이다. 하지만 호랑이 코치들의 따끔한 훈련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체조장에 들어설 때마다 목표를 정한다고. ‘오늘은 딱 세 번만 뛰겠다.’고 하면 정말 세 번 하고 끝이다. 그만큼 집중해서 고품질의 연기를 선보인다. 애늙은이(?)처럼 목표도 또렷하다. 양학선은 “일단 제가 (나이상) 나갈 수 있는 세 번의 올림픽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예요.”라며 눈을 빛냈다. 은퇴 후에는 체조의 인기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싶단다. “재밌게 놀면서 운동하는 ‘체조클럽’을 만들고 싶고요. 그러다 보면 일본이나 중국처럼 체조가 인기 종목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묻는다. 패기 넘치는 약속도 했다. “런던올림픽요? 금메달 따면 진짜 재밌는 세리머니를 할 거예요. 아직은 비밀이에요.” 우리를 체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올해 런던 하늘을 태극기로 물들일 이 청년, 양학선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조은지·명희진·홍인기기자 zone4@seoul.co.kr
  • [여행가방]

    ●롯데월드 한겨울의 꽃축제 롯데월드(www.lotteworld.com)가 내년 1월 1일~3월 4일 ‘플라워 페스티벌’을 연다. 실내 어드벤처 전역을 튤립, 수선화 등 50만 송이의 꽃과 허브로 장식한다. 네덜란드에서 튤립 구근 10만개를 6개월 전부터 수입하는 등 1년 가까이 축제에 공을 들였다. 공중곡예 애크러배틱 퍼포먼스 ‘꽃의 요정 플라잉 쇼’와 ‘카르마, 꽃의 사계’ 등 완성도 높은 공연도 준비됐다. ●여행서 ‘책과 여행과 고양이’ 출간 경향신문에서 15년 동안 여행을 담당했던 최병준 기자가 여행서 ‘책과 여행과 고양이’(컬처그라피 펴냄)를 냈다. 저자는 여행이 시작되는 공항에서부터 전 세계 여행지에서 만나는 풍경과 미술관, 건축, 사진, 교통편과 음식 등을 화두 삼아 세련되고 웅숭깊은 지적 편력을 선보인다. 1만 5000원. ●에버랜드 ‘뉴 하모니 2012’ 이벤트 에버랜드는 오는 31일 오후 11시 50분부터 음악과 불꽃놀이가 어우러진 카운트다운 이벤트 ‘뉴 하모니 2012’를 진행한다. 난타 공연단의 축타 연주에 이어 새해 첫 순간 약 10분 동안 6300발의 불꽃 축포가 터진다. 눈썰매장인 ‘스노우버스터’도 개장했다. 올해는 특히 ‘튜브 리프트’를 신설해 편의성을 높였다. 자유이용권으로 이용할 수 있다. ●키자니아, ‘임진년’씨 무료 입장 키자니아(www.kidzania.co.kr)는 내년 1월 1일~31일 ‘임진년(연)씨를 찾습니다!’ 이벤트를 진행한다. ‘임진년(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키자니아 방문 시 동반 어른, 어린이 포함 총 4인까지 무료 입장할 수 있다. ●필리핀 관광 정보 앱 하나면 끝! 필리핀관광청이 숙박, 레스토랑, 관광명소 등 필리핀 관광 정보를 담은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마켓을 통해 ‘필리핀 관광 정보’ 검색 후 내려받을 수 있다.
  • 해돋이·해넘이 숨겨진 명소 8선

    해돋이·해넘이 숨겨진 명소 8선

    시나브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뜨고 지는 해를 보며 불필요한 것들은 비우고, 새것을 채울 때지요. 송구영신의 의식을 치르기 적합한 장소를 골랐습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일출·일몰 명소들은 제외했습니다. 대신 접근하기 쉽고 덜 알려진 곳들로 채웠습니다. 아울러 주변에 돌아볼 곳이 많은지도 고려했습니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해돋이 명소] ■전남 장흥 소등섬 정남진…소록도·거금도 사이 떠오르는 해 장흥은 흔히 ‘정남진’(正南津)으로 불린다. 서울 광화문 도로원표 기준으로 정확히 남쪽이란 뜻이다. 정남진 바닷가에 소등섬이란 해돋이 명소가 숨겨져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배경이 됐던 남포마을 앞 작은 섬이다. 득량만을 붉게 물들인 해가 소등섬 위로 떠오를 때면 더없이 서정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관산읍 삼산리의 정남진 전망대(46m)에서 맞는 해돋이도 좋다. 올해 완공됐다. 소록도, 거금도 등 섬들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장엄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새해 1월 1일 떡국 무료 제공 등 해맞이 행사도 열린다. 맛집 남포마을은 석화구이로 유명한 곳. 해양낚시공원 내 어판장에서 사먹는 세발낙지도 맛있다. 바지락 회무침은 이 계절의 별미. 수문 해변 ‘바다하우스’가 많이 알려졌다. 주변 볼거리 억불산 아래 우드랜드가 첫손 꼽힌다. 편백숲을 거닐 수 있는 ‘말레길’이 최근 조성됐다. 찜질방 ‘소금집’은 추위를 녹이기 좋다. 보림사와 활기찬 토요시장도 둘러볼 만하다. ■경남 남해 금산 남해의 금강…38경 암봉들의 엘도라도 금산(701m)은 남해 금강, 혹은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산이다. 이른 아침이면 너른 남해를 적신 붉은 태양 빛이 보리암 뒤편 금산 38경 암봉들에 부딪치며 엘도라도를 펼쳐낸다. 금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망대. 금산을 둘러싼 만경창파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일출은 나라안 절경 중 절경으로 꼽힌다. 맛집 서면 스포츠파크호텔 맞은편의 부산횟집은 회무침처럼 섞어 내는 물회로 유명하다. 주변에 횟집 타운이 형성돼 있다. 주변 볼거리 가천리 다랭이마을은 ‘전국구’ 명소. 설흘산 자락을 타고 논들이 층계를 이루고 있다. 망운산에서 굽어보는 풍경도 시원하다. 물건마을과 미조항을 잇는 물미해안도로는 아홉 고개 아홉 구비를 돌아가며 비경을 속속들이 토해낸다. 서상면에서 다랭이마을로 이어지는 남면해안도로와 이동면에서 앵강만을 끼고 지족마을 창선교까지 이어진 해안도로도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전북 임실 국사봉 물안개 명소…그위에 ‘명품’ 해돋이 임실과 정읍 등에 걸쳐 있는 옥정호는 물안개의 명소다. 옥정호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국사봉 정상에 서면 짙은 물안개 위로 방울토마토를 닮은 빨간 해가 솟는다. 물안개 아래서는 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위로는 철새 서너 마리가 헤엄치듯 날아가는 몽환적인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운암리와 쌍암리를 잇는 옥정호 순환도로는 최근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경관도로 52선에 포함될 만큼 풍경이 빼어나다. 맛집 범어리 들어가는 길의 강나루식당은 붕어찜을 잘한다. 일송정가든은 민물매운탕으로 입소문 난 집. 주변 볼거리 관촌면 덕천리 임실 치즈마을(www.임실치즈마을.com)에서는 치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관촌면 관촌리 사선대(四仙臺),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용암리석등(보물 267호) 등도 볼 만하다. ■경남 합천 오도산 산들의 바다…수십개 봉우리의 파도 오도산(1134m)은 크기에 견줘 참으로 너른 풍광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서쪽으로 덕유와 기백, 북쪽으로 가야, 남쪽은 황매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멀리 명산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해돋이는 그야말로 ‘명품’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멋들어지다. 수십 개의 봉우리가 넘실대는 ‘산들의 바다’를 눈으로 따라잡기 벅찰 지경. 정상까지 도로가 나 있다. 폭이 좁아 교행에 주의해야 한다. 맛집 해인사 아래 ‘합천명품토종흑돼지’는 토종 흑돼지 삼겹살로 유명한 집. 합천초등학교 맞은편의 ‘어신민물매운탕’은 어탕국수가 일품이고, 합천호 인근 ‘고가식당’은 전통주인 ‘고가송주’로 입소문 났다. 주변 볼거리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여느 세트장과 규모나 완성도 면에서 단연 앞선다. 해인사는 설명이 필요없는 명소. 가야산과 합천호도 겨울 풍경이 좋은 여행지다. [해넘이 명소] ■경남 창원 해양관광로 감동 그자체…화려함 넘어 선정적인 풍경 이제는 창원에 통합된, 옛 마산의 구산면 신촌삼거리에서 마산해양드라마세트장을 지나 옛 진해에 이르는 바닷가에 해양관광로가 조성돼 있다. 이름은 촌스럽지만, 빼어난 풍경을 품은 도로다. 장구섬 등 고만고만한 무인도들이 버섯처럼 바다 위에 솟아 있고, 멀리 하동 등 내륙의 산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해가 완전히 진 뒤에도 서둘러 자리를 뜨지는 마시라. 해가 진 뒤 10분여 동안 화염에라도 휩싸인 듯 호수 같은 바다와 하늘이 온통 시뻘겋게 물든다. 화려하다 못해 선정적인 풍경이다. 맛집 옛 마산 합포구 오동동에 길 하나 사이로 아구찜 거리와 복 요리집들이 늘어선 복거리가 조성돼 있다. 애주가들은 통술거리를 찾아도 좋겠다. 주변 볼거리 국화축제가 열리는 돝섬은 옛 마산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관광지다. 900여개의 돌탑이 신비한 팔룡산 등도 볼 만하다. ■경남 사천 비토섬 별주부전 무대…바다 열리면 붉은토끼가 사천 끝자락의 비토(飛兎)섬은 ‘별주부전’의 무대로 추정되는 곳이다. 서포면 선전리와 비토교로 연결돼 있다. 비토섬 동쪽 끝에 서면 월등도와 거북섬이 보인다. 그 뒤편에 토끼섬과 목섬이 있다. 비토섬은 썰물 때 찾아야 한다. 비토섬은 아무때나 찾을 수 있지만, 이어진 월등도와 토끼섬 등은 썰물 때라야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비토섬 어디나 낙조 감상 포인트다. 굳이 꼽으라면 선전리 선착장을 놓치지 않는 게 좋겠다. 맛집 삼천포어시장, 선진횟집단지 등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쥐포’는 삼천포의 특산물. 비토섬 비토초등학교 앞에 비토 갯벌에서 채취한 굴을 파는 할머니들이 몰려 있다. 주변 볼거리 한용운과 김동리가 머물고 간 다솔사, 비봉내마을 대숲, 낙조로 유명한 실안해안도로와 남일대 해수욕장의 코끼리바위, 사천 대방과 남해 창선을 연결하는 5개 연륙교는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충남 서산 황금산 적벽도…해거름이 절벽에 그린 그림 황금산은 체구는 작아도 바다와 만나는 가로림만 해안가에 ‘국립공원급’ 절경을 숨겨두고 있다. 황금산의 자랑은 해거름 풍경이다. 바닷가 절벽들이 저물녘 햇살에 활활 타오르며 적벽도(赤壁圖)를 그려낸다. 날물 때 가야 코끼리 바위 등 다양한 갯바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하산길에 만나는 석유 정제 공장들의 야경은 컬트 영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맛집 서산시청 뒤 ‘진국집’은 토속음식 ‘게국지’로 소문났다. 삼길포항에 정박된 어선 위에서 맛보는 해산물도 별미다. 주변 볼거리 동틀 무렵 삼길산에 오르면 다도해 같은 서해 너머로 해가 뜨는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너른 대호방조제와 어우러지며 기막힌 풍경을 선사한다. 삼길포 바로 뒤에 산정까지 차로 오르는 길이 나있다. ■경기 안산 탄도항 풍력발전기 너머…선홍빛이 된 바다 탄도항은 최근 서정적인 일몰 풍경으로 부쩍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다. 가장 큰 볼거리는 탄도항에서 누에섬까지 1.1㎞의 물길 가운데에 솟은 거대한 풍력발전기다. 높이 100m짜리 3기가 들어섰다. 이 풍력발전기 너머로 해가 지면서 주변 바다를 온통 선홍빛으로 물들인다. 누에섬까지는 썰물 때 오갈 수 있다. 누에섬엔 17m 높이의 등대와 함께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어촌민속박물관(032-886-2912)에서 물때를 알려준다. 맛집 명동회관은 푸짐한 양이 자랑인 횟집. 우리밀칼국수는 시원한 바지락칼국수로 입소문 났다. 모두 대부북동에 있다. 탄도항 초입에도 횟집단지가 조성돼 있다. 주변 볼거리 아홉개 봉우리로 이뤄진 구봉도가 독특하다. 대부도가 지척이고, 시화호 갈대습지공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 [2011 좋았으나 뜨지 못한 Best3] (6·끝)드라마·예능

    [2011 좋았으나 뜨지 못한 Best3] (6·끝)드라마·예능

    올 한 해 오디션 열풍이 거셌던 가운데 KBS 2TV의 ‘톱밴드’는 음악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받쳐주지 못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평균 시청률 4.3%(AGB닐슨 기준). 하지만 아마추어 밴드들의 서바이벌 경연을 통해 밴드 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자극, 아이돌 일변도로 흐르던 국내 대중음악 풍토에 새로운 물꼬를 텄다는 평을 끌어냈다. 박상혁 SBS ‘강심장’ PD는 “경쟁사 프로그램이지만 높은 완성도로 마니아층의 지지가 두터웠다.”면서 “록 음악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서바이벌 쇼의 다양성을 개척했고, 특히 톱4에 오른 POE, 톡식, 게이트플라워즈, 제이파워 등 수준 높은 밴드를 발굴한 것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상반기 18부작으로 방영된 MBC 수목 드라마 ‘로열 패밀리’도 아쉬운 작품으로 꼽힌다. 1976년 발표된 일본 소설 ‘인간의 증명’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재벌가 며느리 김인숙(염정아)의 이야기를 통해 한 인간의 삶을 몰락시킬 만큼 파괴력을 지닌 재벌가의 속살을 파헤쳤다. 국내 모 재벌을 연상시키는 설정과 염정아의 연기력 등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평균 시청률(12.2%)은 흥행 기준치(17~20%)에 못 미쳤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건에 휘말리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의 삶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탄탄한 드라마였다.”면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었음에도 시청률이 그만큼 받쳐주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2일부터 5월 3일까지 방영된 SBS 월화 드라마 ‘마이더스’도 비슷한 맥락에서 2%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희애와 ‘추노’로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장혁, 연예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이민정 등 호화 캐스팅으로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본격적인 경제 드라마를 표방한 홍보문구에 걸맞게 기업 간 인수·합병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는 등 초반에는 시청자의 관심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뒷심이 달리면서 시청률은 줄곧 10%대 중반에 머물렀다. 김영섭 SBS 책임 프로듀서(CP)는 “선전한 편이긴 하지만 배우들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드라마를) 좀 어렵게 다뤄서 그런 것 같다.”는 자평도 덧붙였다. MBC 10부작 드라마 ‘심야병원’은 저조한 시청률(평균 3.5%, TNmS 기준)을 남긴 채 지난 17일 종영됐지만 완성도는 높았다는 평가다. 정덕현 드라마 평론가는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는 뛰어난 연기력과 탄탄한 구성에서 오는 스릴, 계속되는 반전 등으로 박진감이 굉장했다.”면서 “밤 12시 20분에 편성된 게 취약점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심야병원’ 시청자 게시판에도 방송시간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김경덕(아이디 ‘wpqnsth’)씨는 “방송시간만 잘 잡았어도 시청률이 훨씬 더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범수·명희진기자 kimje@seoul.co.kr
  • 송강호·이나영 주연 ‘하울링’ 베일벗다…티저 예고편 공개

    송강호·이나영 주연 ‘하울링’ 베일벗다…티저 예고편 공개

    대한민국 대표 배우인 송강호와 이나영의 캐스팅만으로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영화 ‘하울링’이 2012년 2월 개봉을 확정했다. ‘하울링’은 승진에 목말라 사건에 집착하는 형사 ‘상길’(송강호)과 사건 뒤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려는 신참 형사 ‘은영’(이나영)이 파트너가 돼 늑대개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범죄 수사 드라마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 이후 9년 만에 강력계 형사로 컴백,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생활형 형사’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는 여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우행시) 등의 작품으로 특유의 감성연기를 펼쳐 온 이나영 역시 이번 작품에서 차가운 지성과 예리한 감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여형사 캐릭터를 완성했다. 더불어 ‘하울링’은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등 뛰어난 연출력과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구현해 온 유하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유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늑대개’라는 독특한 소재와 함께 연쇄살인 사건을 파헤쳐 가는 두 형사의 추적을 특유의 감성으로 밀도있게 그려낸 것으로 알려졌다. 티저 예고편 공개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킨 ‘하울링’은 2012년 2월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2011 좋았으나 뜨지 못한 Best3] (5)연극·뮤지컬

    [2011 좋았으나 뜨지 못한 Best3] (5)연극·뮤지컬

    올해 공연계는 치열했다. 저마다 관객의 선택을 받고자 고군분투했지만, 어디에나 아쉬움은 있는 법. 연극·뮤지컬 분야의 ‘숨은 진주’를 찾아봤다. 지난 9월 24일부터 11월 6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 창작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이하 ‘식구’)는 인지도 높은 외국 작품을 돈 주고 들여온 라이선스 작품도, 유명 배우가 나오는 작품도 아니었다. 극단도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오징어’였다. 초기 흥행이 뜨뜻미지근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공연을 본 관객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내면서 막바지에 큰 주목을 받았다. ‘지하철 1호선’과 ‘빨래’에 이어 소외층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린 창작 뮤지컬로서, 2년여의 제작기간을 통해 높은 완성도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2009년 다큐멘터리 ‘들꽃처럼, 두 여자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식구’는 열 번씩이나 퇴고를 거치며 극본도 탄탄하게 다졌다. 원종연 뮤지컬 평론가는 “담금질의 시간을 충분히 가진 ‘식구’는 스타 마케팅이 팽배해 있는 국내 공연계 풍토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 작품이었다.”면서 “입소문이 좀 더 빨리 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극단 측은 내년 재공연을 준비 중이다. 지난 10월 서울 구로 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쥐의 눈물’도 눈에 띈다. 전석 매진 돌풍을 일으켰던 ‘야끼니꾸 드래곤’, ‘겨울 해바라기’ 등의 작품으로 국내 연극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재일교포 2세 작가 정의신의 작품이란 점에서 공연 전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이었다.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함석 버스를 밀고 다니며 병사들을 상대로 공연하는 쥐 가족 유랑 연예극단 ‘천축일좌’의 이야기다. ‘쥐’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는 설정이 이채롭다.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 형식이 연극에 도입돼 듣고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극장의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데다 스타 배우 부재 등의 이유로 화제성 만큼 관객을 동원하진 못했다. 구로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연극을 기획한 극단 미추의 박현숙 기획실장은 “지리적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민초들의 희극과 비극을 공감 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보니 삶에 지친 관객들에게 위로가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출신의 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의 삶을 그린 2인극 ‘레드’는 평론가 등 전문가 집단에게서 작품성을 크게 인정받은 작품이다. 강신일, 강필석 두 주연배우의 연기도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예술사, 미술사, 철학 등을 훑는 내용이 대중에게는 다소 어렵게 다가갔다는 반응이 있었다. 조용신 대중문화평론가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토니상을 받는 등 원작도 탄탄했지만 국내 초연인 데다 예술가의 삶을 소재로 한 탓에 대중성은 다소 떨어졌다.”면서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력이 워낙 좋았고 드라마의 긴장감도 적절히 녹아 있어 올해 돋보이는 연극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레드’도 내년 재공연을 계획 중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2011 좋았으나 뜨지 못한 Best 3] (4) 무용

    [2011 좋았으나 뜨지 못한 Best 3] (4) 무용

    올해 무용계는 객석의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다. 분위기는 미리 달구어져 있었다. 국민요정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 프로그램으로 ‘지젤’을 선택했고, KBS 개그콘서트는 남자 무용수들을 다룬 ‘발레리NO’ 코너를 선보였고, 발레를 주제로 한 영화 ‘블랙 스완’이 나탈리 포트먼의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무용 자체도 화젯거리가 풍성했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과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이 손잡고 야심차게 선보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핵심이었다. 국립발레단의 ‘왕자 호동’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처럼 대표적인 창작발레가 해외무대에서 극찬을 받기도 했다. 덕분에 무용 공연에도 ‘전회 매진’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빈구석은 있다. 고전발레에 비해 창작 현대 작품들은 높은 완성도에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우선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의 10월 내한 공연 ‘볼레로’가 아쉬운 공연으로 꼽힌다. 현대 발레의 전설로 불리는 프랑스 출신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1927~2007)가 만든 발레단이다. 발레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보고 싶어 하는 단체다. 그런데 내한공연이 대전에서만 이뤄졌다. 최태지 단장은 “서울 공연을 기대했는데 대전에서만 공연하고 돌아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선보인 프랑스 안무가 피에르 리갈의 작품 ‘프레스’도 아쉬움을 남겼다. 국가대표 육상선수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리갈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안무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프레스’는 점차 좁아지는 공간에 처한 한 사내의 모습을 통해 부조리한 현대인의 삶을 그려냈다.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실험적인 작품이면서도 신체표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와 메시지가 분명하다.”면서 “어렵다는 현대무용이 너무도 쉽고 재치있게 와닿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리갈의 신작은 내년에도 볼 수 있다. 한국 무용수 10여명을 이끌고 내년 9월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지난 6월 열린 ‘제1회 대한민국 발레축제’에는 각 발레단의 대표작과 함께 김경영 등 8명의 안무가가 창작 작품을 내놓았다. 그런데 정작 관객들은 대표작에 더 많이 쏠렸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창작 작품에 힘을 더 불어넣어 줬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8월에 공연된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수상한 파라다이스’, 9월 말 서울세계무용축제 때 선보인 왕현정의 ‘투 마이 시스터’(To My Sister)도 아쉬움이 남는다. ‘수상한 파라다이스’는 분단 문제와 같은 한국의 현실에 대해 무용가들이 발언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투 마이 시스터’는 발레와 각종 길거리춤을 융합했다는 점에서 산뜻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줄어드는 관리직

    줄어드는 관리직

    관리자 수가 지난 10월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1년 연속 감소세(전년 동월 비교 기준)다. 정부 중앙부처·공공기관·대기업 등에서 업무가 늘어나면서 과장급도 실무를 맡게 돼 관리자 대열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금융계의 명퇴바람, 학원 경기 냉각 등이 관리자 수가 줄어든 원인으로 꼽혔다. 기업 중간관리자들은 “책임과 일은 늘고 권한은 줄어 샌드위치 신세”라면서 “최근에는 부장급까지 감독과 지시를 하면서 현업의 일부를 맡아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한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관리자 수는 48만 3000명으로 9개 직업군을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가장 적었다. 지난해 10월(55만 1000명)보다 12.3% 감소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0월(59만 6000명)과 비교하면 19%가 줄었다. 관리자 5명 중에 1명이 4년 만에 사라진 셈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관리자 직군과 단순노무자 직군이 모두 감소세였지만 올해는 단순노무자는 다소 늘고 관리자만 줄고 있다. 관리자 직군의 월평균 인원은 지난해 56만 2000명에서 올해 52만 3000명으로 6.9% 감소했고, 단순노무자는 321만 5000명에서 326만 3000명으로 1.5% 증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가져온 불황과 달리 올해 불황의 경우 지난 2년간 정부가 마련한 공공일자리 확충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서 단순노무직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관리자의 감소 이유를 ‘직위 인플레이션’으로 해석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업별 조사에서 관리자는 ‘명령과 지시만을 하며 이를 수행할 하부조직이 있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일반기업이나 공무원의 과장급은 명령과 지시를 하는 관리자였다. 하지만 금융위기까지 거치면서 과장급 중에 현업을 맡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앙부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외환위기 전에는 주사 행정이라고 했는데 이후 사무관 행정이라 부르더니 금융위기 후부터는 과장 행정이라는 말이 유행”이라면서 “과장이 현업의 일부를 맡지 않으면 업무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 기업은 부장까지 현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시중은행의 한 부장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팀장 업무의 30%를 부장이 흡수했고, 매년 새로 생기는 신규 사업의 경우 부장이 직접 기안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면서 “자연 승진으로 관리자급 인원은 늘어나지만 실제 수행하는 업무의 질로 따지면 오히려 관리자가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황에 따라 잦아진 구조조정도 관리자가 줄어드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SC제일은행은 최근 팀장급 이상에 대해 명예퇴직을 받았는데 전체 직원의 13% 수준인 813명이 제출했다. 삼성금융계열사도 관리직을 중심으로 명예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경기에 민감한 조선, 철강, LCD 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교육서비스업의 경기가 식으면서 사설 학원 원장 등 관리직이 크게 줄어든 것도 관리직 퇴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는 월평균 168만 700명으로 지난해 179만 8750명보다 11만 8050명(6.5%) 감소했다. 대기업의 한 팀장은 “수평적 조직체계가 도입되면서 그간은 조직이 빨라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관리자가 줄어드니 업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드라마속 대역 …그들이 궁금하다

    드라마속 대역 …그들이 궁금하다

    최근 각종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양한 대역의 활약이 눈길을 끈다. 대역이라 하면 액션 연기나 위험한 장면을 소화하는 스턴트맨을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까지 많은 드라마 속에서 다양한 대역이 존재해 온 것이 사실이다. 즉, 극 중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신체 일부분을 등장시키는 부분 모델도 대역이며, 그림·붓글씨·수술 등 특정한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섭외해온 전문인도 특수한 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드라마를 살펴보면 이들 대역을 활용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하며, 또 홍보까지 하므로 이들 대역은 1석3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배우들이 대역 없이 액션 장면을 포함한 모든 연기를 소화하고 이 같은 소식이 보도되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일부 연기자는 극 중 캐릭터에 완벽하게 분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기도 한다. 그 예로 뇌의학을 소재로 한 화제의 드라마 ‘브레인’에서는 배우 신하균이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뇌수술을 포함한 극 중 모든 장면을 대역없이 소화했으며, 야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 ‘영광의 재인’에서는 배우 천정명과 이장우 역시 대역을 쓰지 않고 모든 장면의 연기를 소화한 것으로 알려져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모든 배우가 대역 없이 세세한 연기 모두를 소화하기란 사실 능률적으로나 시간상으로 쉽지 않다. 최근 MBC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를 통해 복귀한 배우 안재욱 역시 일부 장면에서 대역을 썼다고 솔직히 고백해 오히려 주목을 끌었다. 이렇듯 과거 펄펄 날던 배우들도 중년으로 접어들면 극의 모든 장면을 혼자서 소화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또 드라마 역시 스포츠, 의학, 예능 등 다양한 분야로 점차 전문화되고 세분되면서 극중 캐릭터들이 특별한 재능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 등장하곤 한다. 이때 숨은 대역들이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큰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중 대역이 알려져 서로 윈윈한 작품으로는 세종의 한글 창제를 다룬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물론 이 드라마가 대역을 통해 떴다는 말은 아니다. 한석규, 장혁, 신세경 등 주·조연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력과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데 최근 극 중 소이 역을 맡은 신세경은 실어증에 걸려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속에 처해 있었지만, 극 초중반 붓글씨라는 매개체를 통해 상황을 이끌어나가는 핵심인물로 등장한다. 이때 그가 솜씨를 발휘하는 붓글씨 역시 시청자와 네티즌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미 보도를 통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신세경의 글솜씨는 실제 서예학을 전공한 비슷한 또래의 두 여대생(대전대 김세린·경기대 이정화)의 손 대역이라고 알려지면서 오히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그동안 드라마 ‘대장금’, ‘황진이’의 서체를 쓴 유명한 서예의 대가 송민, 이주형 선생의 추천으로 대역을 맡게 됐었다고 한다. 또 주말드라마 ‘천번의 입맞춤’에서도 극 중 서영희가 돌싱(이혼녀)에서 구두디자이너가 되는 과정에서 그림을 그리는 장면 역시 실제 디자이너가 대역으로 나섰다고 알려졌다. 이렇듯 각종 드라마에서는 시청자의 극 중 몰입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대역들이 활약하고 있다. 또 이들 대역은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실제로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으며,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 오히려 이슈가 되기 때문에 작품이나 홍보 면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드라마 속에서 시청자들의 극중 몰입에 이바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대역들의 숨은 활약을 기대해본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2011 좋았으나 뜨지 못한 BEST3] (3) 대중가요

    [2011 좋았으나 뜨지 못한 BEST3] (3) 대중가요

    2011년도 가요계는 치열했다. 하루에도 신곡이 수십곡씩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 가수와 작곡가들은 대중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 가운데는 큰 인기를 누린 음반도 있지만, 완성도에 비해 아쉬움을 남긴 앨범도 있었다. 발라드, 댄스, 인디 음악계에서 ‘숨은 진주’를 찾아봤다. ●발라드:정엽 2집 ‘파트 I:미(Me)’ ‘파트Ⅰ:미(Me)’는 MBC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통해 큰 주목을 받은 정엽이 3년 만에 내놓은 앨범이다. ‘나가수’ 하차 이후 끊임없는 신보 발매 제의를 받은 그는 직접 작곡한 곡들로 앨범을 내겠다는 싱어송라이터의 자존심을 지키며 7개월이 지난 10월에서야 앨범을 발매했다. 전형적인 틀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극적인 슬픔을 표현한 그는 타이틀곡 ‘눈물나’ 등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성숙한 음악성을 선보였다. 그동안 곡을 먼저 쓴 뒤 가사를 붙였던 그는 이번에는 가사를 먼저 쓴 뒤 멜로디를 붙여 이전보다 감정이 더 잘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음악적으로도 브릿 팝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고, 기존과 다른 창법을 시도하기도 했다. 정엽의 앨범에 외부 작곡가로 처음 참여한 윤종신은 “창법도 좋았지만 화법이 더 마음에 드는 가수와의 작업이었다.”면서 “배우 잘 만난 작가의 느낌이 이럴 것 같다.”고 말했다. 정엽의 소속사인 산타뮤직 측은 “발매 당시 ‘슈퍼스타K 3’ 등 음악계의 화제가 많아 (앨범이 다소 묻혀) 아쉽기는 하지만 다음 달 선보이는 파트 2에서는 좀 더 다양한 장르와 대중적인 음악을 선보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댄스:엠블랙 3집 ‘모나리자’ 가수 비가 키운 아이돌 그룹으로 유명한 엠블랙은 3집 미니 앨범의 타이틀곡인 ’모나리자‘에서 스패니시 일렉트로닉 장르를 시도했다. 이 곡은 독일 아시안 음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사랑을 갈망하는 한 남성의 마음을 직설적인 노랫말로 표현한 ‘모나리자’는 다섯 멤버의 보컬과 랩이 잘 조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KBS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서 가창력을 자랑한 지오는 이 곡으로 4단 고음을 뽐내기도 했다. 앨범에는 SBS 주말 드라마 ‘여인의 향기’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유앤아이’도 수록됐다. 엠블랙에는 걸그룹 2NE1의 멤버 산다라박의 동생인 천둥과 탤런트 고은아의 동생인 미르 등 화제의 멤버들이 많아 데뷔 초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진 못했다. 한 아이돌 그룹 소속사의 관계자는 “멤버들의 노래와 퍼포먼스 실력도 뛰어나고 여러 가지 화제성도 많은 그룹인데,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인디밴드 : 허클베리핀 5집 ‘까만 타이거’ 데뷔 13년차 혼성 듀오인 허클베리핀은 4년 만에 5집 정규앨범 ‘까만 타이거’를 내놓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장기인 사색적인 가사와 묵직한 기타 리프의 조화를 보여주면서도 리듬감 있는 사운드로 한층 밝은 성향의 록을 추구했다. 특히 인디음악계의 고참임에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은 음악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도레미파’를 비롯해 ‘까만타이거’ ‘쫓기는 너’ 등 총 11곡이 수록됐으며, 자우림 밴드의 드러머 구태훈이 드럼 녹음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용지 대중음악평론가는 “요즘 인디 음악계는 멜로디가 강조된 포크 성향의 음악이 인기를 얻고 있고 그 시류에 무작정 편승한 음악들도 많은데, 허클베리핀은 초창기 록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음악적인 발전을 이뤘다.”면서 “무엇보다 로큰롤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잘 표현했고 완성도 있는 앨범”이라고 평가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서울현대도예공모전] 大賞 유의정 ‘2011 수복강녕’

    [서울현대도예공모전] 大賞 유의정 ‘2011 수복강녕’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제30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에 유의정(30) 작가의 ‘2011 수복강녕’(壽福康寧)이 선정됐다. 상금 10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진다.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을 지원하는 준정부기관인 한국장학재단 등이 후원하는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전통 도예를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도예작품의 창작 활동을 돕고 상업성을 배제한 순수 도예 예술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행사다. 대상 수상작인 ‘2011 수복강녕’은 가로 50㎝, 세로 50㎝, 높이 110㎝ 형태의 병이다. ‘2011 수복강녕’은 개별 글자 그 자체가 상징하는 그대로 장수와 복과 건강과 안녕 모두를 기원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실용품이자 장식품이다. 해서 전통적인 작품에서는 한자 그 자체를 특이한 문자로 변형하거나 글자에 어울리는 동식물을 새겨넣었다. 그렇기에 병이든 그릇이든 옷이든 그 자체의 완성도뿐 아니라 해당 글자를 어떻게 꾸밀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하다. 이번 대상작은 ‘강’자에 콜라를 배치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넣었다. 현대사회의 소비문화에다 국가 간 경계를 넘어 나타나는 혼합문화의 양상을 반영한 것이다. 상금 300만원의 우수작에는 현대도예(조형) 부문에 정동균(29) 작가의 ‘OTIS_30000’과 세라믹디자인 부문 신희창(33) 작가의 ‘노마드를 위하여’가 각각 선정됐다. 정 작가의 ‘OTIS_30000’은 결국 무너지고 사라져가는 인간의 욕망을, 신 작가의 ‘노마드를 위하여’는 그 자체로 예쁘면서도 가지고 다니기에도 편리한 점을 강조한 작품이다. 상금 50만원의 특선작에는 현대도예(조형) 부문에 황지혜씨 등 7명, 세라믹디자인 부문에 김어진씨 등 3명이 선정됐다. 이 밖에 입선작에는 현대도예(조형) 부문에서 이채은씨 등 36명, 세라믹디자인 부문에서 최두우씨 등 18명이 선정됐다. 올해 공모전에는 현대도예(조형) 부문 78점, 세라믹디자인 부문 39점 등 모두 117점이 출품됐다. 심사위원으로는 천복희 서울여대 공예학과 교수, 권오훈 단국대 도예과 교수, 배진환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 우관호 홍익대 도예유리과 교수, 김미경 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등 모두 5명이 참여했다. 수상작들은 서울 번동 북서울꿈의숲 드림갤러리에서 18일까지 전시된다. 시상식은 13일 오후 4시 30분 같은 곳에서 열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지금&여기] 종편 출범뒤 혼란/임일영 문화부 기자

    [지금&여기] 종편 출범뒤 혼란/임일영 문화부 기자

    지난 1일 이후 심기가 불편하다. 현 정권의 각별한 배려(?)로 출범한 TV조선(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MBN(매일경제)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4개사가 본격 영업을 시작한 탓이다. 우선 시청자의 한 명으로 짜증이 났다. 새로 출범하는 방송사라면 채널의 정체성, 다른 채널과의 차별성을 도드라지게 하는 게 급선무일 텐데 4개 채널을 돌려봐도 엇비슷했다. 저녁 메인뉴스는 ‘새 소식’은 없고 ‘자사 홍보’로 채워졌다. 약속이라도 한 걸까. 어느 채널을 틀어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온화한 미소를 짓고 나왔다(‘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을 깐 TV조선의 편집은 압권이다). 사내방송에 적합한 아이템을 반복적으로 틀어대는 것도 고문 수준이다. JTBC와 채널A는 1980년 언론 통폐합으로 각각 동양방송(TBC)과 동아방송을 빼앗겼다며 뜬금없이 독재정권의 피해자인 양했다. 막강한 종이신문의 뒷받침을 받는 종편 4사에 대해 ‘을’의 입장인 연예인이나 미디어에 민감한 정치인은 그렇다 치자. 경제부처의 장관까지 특정 종편에 출연해 생긋 웃으면서 ‘파이팅~’을 외쳐댄다. ‘MB노믹스 전도사’다운 행동이지만, 찜찜한 뒷맛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중문화 담당 기자에게 종편 출범은 또 다른 고민의 시작이다. 마음 같아서는 종편 4사의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예능 프로그램을 싹 무시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빼어난 완성도를 지닌 프로그램, 혹은 ‘폐인’을 양산하는 인기 프로그램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오롯이 텍스트만을 두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조·중·동이 대주주인 방송사란 이유로 작품을 외면해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다. 졸속 출범한 종편의 사정을 볼 때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중파의 스타 PD와 톱스타들을 대거 끌어들인 만큼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고민은 깊은데 딱히 답은 없다. argus@seoul.co.kr
  • 15일 개봉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UP & DOWN

    15일 개봉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UP & DOWN

    영화 ‘미션 임파서블’은 미국 파라마운트사는 물론 제작과 주연을 맡은 톰 크루즈에게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1편 ‘미션 임파서블’(1996)로 전 세계에서 4억 5769만 달러를 벌어들인 데 이어 2편(2000)으로 5억 4638만 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시리즈 사상 가장 많은 1억 5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3편(2006)은 3억 9785만 달러에 그쳤다. 때문에 오는 15일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하 MI 4)에 일찍부터 관심이 쏠렸다. 4편 성적에 따라 시리즈의 수명이 정해질 터. 1~3편이 이단 헌트(톰 크루즈)의 위기를 다뤘다면, 4편은 소속기관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운명을 건 ‘미션’이 얼개를 이룬다. 헌트는 제인 카터(폴라 패튼), 벤지 던(사이먼 페그),브랜트(제레미 러너)와 팀을 이뤄 핵무기를 손에 넣으려는 ‘코발트’를 쫓는다. 이들은 정보를 얻고자 크렘린 궁에 잠입하는데, 폭파사고가 나면서 외려 테러조직으로 몰린다. 러시아와의 분쟁을 우려한 정부는 IMF의 모든 것을 삭제하는 명령인 ‘고스트 프로토콜’을 발동한다. IMF의 운명은 물론, 핵전쟁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한 헌트와 동료들의 불가능한 모험이 시작된다. ‘MI 4’의 장단점을 분석해 봤다. ■ 이래서 볼만해요 - 무대역 액션신 ‘압권’ 명불허전(名不虛傳). 톰 크루즈(49)는 죽지 않았다. 5년 만에 돌아온 ‘MI 4’는 통상 시리즈물이 빠지기 쉬운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늘 새로움을 요구하는 관객들의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화면을 압도하는 스케일, 긴장감 넘치는 액션, 탄탄한 스토리 3박자가 고루 맞아 떨어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하마터면 ‘첩보물의 고전’으로 잊혀질 뻔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우선 훨씬 정교해진 특수장비와 발달된 기술로 초반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이맥스 카메라로 러시아 모스크바, 인도 뭄바이,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 등 세계 곳곳에서 촬영된 숨막히는 첩보전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러한 미션 수행의 한 가운데에 톰 크루즈가 있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그는 쉰을 바라보는 나이를 무색케하는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며 직접 액션신을 소화했다. 특히 대역이나 컴퓨터그래픽(CG)을 쓰지 않고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 외벽에서 아찔한 고공 액션을 펼쳐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전편까지 헌트의 단독 미션 수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팀플레이가 강조된 것도 이번 시리즈의 차별점이다. 섹시하면서도 강인한 여성 요원으로 자신의 매력을 한껏 과시한 ‘미션 걸’ 폴라 패튼, 긴장을 이완시키는 웃음과 위트를 담당하는 사이몬 페그는 각자 제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한다. 냉철한 모습 이면에 진짜 정체를 숨기고 있는 IMF의 전략 분석가 브란트 역의 제레미 레너도 연기 내공을 발휘한다. 이야기를 복잡하거나 어렵게 꼬지 않고 관객보다 반발짝 앞서 가는 구성과 시의 적절하게 흘러나오는 웅장한 음악도 매력적이다. 이처럼 132분이라는 상영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가는 것은 아케데미 2회 수상에 빛나는 브래드 버드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 덕택이다.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을 연출했던 감독의 첫 번째 실사 영화로 주목 받은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인 재기 발랄한 순발력이 그대로 살아난다. 여기에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다섯 차례나 방한한 ‘친절한 톰아저씨’의 각별한 한국 사랑에 국내 관객들이 어느 정도로 화답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이래서 아쉬워요 - ‘2% 부족’ 악당캐릭터 ‘MI 4’는 오락영화로선 거의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뽐낸다. 하지만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1999)나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2001~2003),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2002),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2008) 같은 블록버스터 걸작에 비하면 2% 부족한 게 사실이다. 결정적인 요인을 꼽자면 허술한 악역 캐릭터에 기인한다. 헌트의 원맨쇼가 빛을 발하려면 그만큼 악당도 강해야 한다. 그래서 시리즈의 전작에는 묵직한 악역들이 배치됐다. 1편의 악당은 헌트의 IMF 직속상관이었지만, 사리사욕을 위해 조직과 조국을 배신한 짐 펠프스(존 보이트). 헌트를 감쪽같이 속여 넘긴 것은 물론, 아내(엠마누엘 베아르)마저 필요에 따라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등 악역 전문 대배우다운 면모를 뽐냈다. 3편에서 악명 높은 무기 암거래상 오웬 데이비언으로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나온다. 할리우드가 가장 아끼는 조연배우이던 호프먼은 2005년 ‘카포티’로 아카데미와 전미비평가협회 등 웬만한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휩쓸면서 주연급으로 부상했다. 헌트의 아내를 인질로 잡고, 헌트를 죽음 직전까지 내모는 호프먼의 카리스마는 시리즈의 악당 중 단연 최고였다. 하지만 ‘MI 4’의 악당인 암호명 코발트(미카엘 니크비스트)의 캐릭터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러시아의 핵무기와 발사코드, 전술위성을 입수한 뒤 미국으로 핵폭탄을 발사해 미·러 두 나라의 핵전쟁을 불러오는 게 코발트의 지상과제.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 따윈 안중에도 없다. 그런데 그만큼 절실한지 납득이 안 된다. 스웨덴 특수부대 출신의 천재 대학교수라는 게 그에 대한 설명의 전부. 조직(부하 한 명이 전부다)도 자금력도 없는 그가 어떻게 최고 정보기관인 IMF를 우롱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코발트 역을 맡은 니크비스트가 스웨덴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란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다. 요절한 스웨덴의 저널리스트 겸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베스트셀러 ‘밀레니엄’ 3부작의 6부작 드라마 버전에서 주인공 마이클 블롬크비스트 역을 맡은 배우가 바로 그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프리뷰] 8일 개봉 ‘블리츠’

    [영화프리뷰] 8일 개봉 ‘블리츠’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열혈형사 브랜트. 그는 타블로이드 언론의 표적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어느 날, 순찰을 하던 여경관이 총에 맞아 숨진다. 또 다른 경찰은 순찰차에서 총을 맞는다. 연쇄살인범은 브랜트와 앙숙인 기자에게 전화를 건다. 자신을 ‘블리츠’(기습공격)라고 소개한 뒤, 경찰 8명을 죽이겠다고 공언한다. 세 번째 희생자는 브랜트의 절친한 선배 로버츠. 브랜트와 동료들은 용의자 배리 와이즈를 검거한다. 그런데 증거 불충분으로 48시간 만에 풀려난다. 오히려 그는 비뚤어진 추종자들을 양산하면서 유명해 진다. 올해만 벌써 네 편째다. 이쯤 되면 ‘다작 종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액션영화 아이콘으로 불리는 제이슨 스타뎀(가운데·44) 얘기다. 하지만 8일 개봉하는 ‘블리츠’는 스타뎀의 기존 영화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현란한 맨몸 액션은 거의 없다. 육중한 근육에서 나오는 특유의 아크로바틱한 액션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해 개봉한 그의 영화 중 완성도는 가장 낫다. 스타뎀이 액션뿐 아니라 표정과 심리묘사도 가능한 배우란 걸 새삼 깨닫게 한다. 스타뎀 못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연쇄살인범 와이즈 역을 맡은 에이단 질렌이다. ‘영드’(영국 드라마) 마니아라면 낯익은 얼굴이다. 화제작 ‘퀴어 애즈 포크’의 주인공 스튜어트를 맡아 영국의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던 배우다. 초점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살인범의 광기를 드러낸다. 조지 R R 마틴의 판타지 대작 ‘왕좌의 게임’을 드라마로 만든 미국 HBO의 화제작에 출연하는 등 대서양을 오가면서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킬링타임(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나쁘지 않은 영화다. 기본 얼개는 많이 본 듯한 얘기들이다. 경찰에 앙심을 품은 연쇄살인범은 말할 것도 없고, 살인을 저지르고 경찰을 농락한 범죄자가 증거가 없어 풀려난다거나 범죄자가 비뚤어진 대중들의 우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 역시 충분히 우려먹은 얘기다. 하지만 뻔한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진부하지 않다. 특히 결말은 꽤나 신선하다. 수많은 범죄영화에서 악한들은 경찰에게 ‘너는 나를 결코 쏠 수 없어. 나를 체포해봤자 나는 더 유명해질거야.’라며 이죽댄다. 이에 대한 브랜트의 대답은 극장에서 확인하는 편이 낫겠다. 영화는 많은 부분을 원작에 빚지고 있다. 하드보일드 범죄스릴러의 거장 켄 브루엔의 ‘톰 브랜트’ 시리즈 중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또 다른 인기작인 ‘잭 테일러’ 시리즈 중 ‘런던 불러바드’ 역시 인기각본가 윌리엄 모나한의 감독 데뷔작으로 낙점됐다. 제시카 심슨과 힐러리 더프의 뮤직비디오로 알려진 엘리어트 레스터 감독은 광고·뮤직비디오 감독들이 빠지기 쉬운 ‘서사의 빈곤’ 함정을 비교적 영리하게 피해갔다. 차기작을 기대해 볼 만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현장 톡톡] ‘더 보컬리스트 콘서트’ 제작발표회

    [현장 톡톡] ‘더 보컬리스트 콘서트’ 제작발표회

    “순위나 객석 반응을 떠나서 마이크를 잡고 더 편하고 솔직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MBC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가수’)에 출연 중인 가수 바비킴과 거미가 합동 투어를 벌인다. 오는 10일 전주에서 출발해 31일 서울에서 마무리하는 ‘2011 더 보컬리스트 콘서트’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바비킴과 거미는 “솔직하고 편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바비킴은 ‘나가수’와 이번 콘서트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힘을 빼고 집중할 수 있는 무대를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가수’를 위한 편곡과 열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콘서트에서는 더 솔직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거다. 그렇다고 ‘나가수’에서 작전을 세워 제 음악을 안 했다는 건 아니다. 다만, 콘서트에는 그런 압박감이 없다 보니 더 편하게 노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거미는 “콘서트는 저희만을 보러오시는 분이 많아 좀 더 편안하게 공연하니 무대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나가수’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경쟁이라는 테마가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무대를 마치고 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올해로 3회째인 ‘더 보컬리스트 콘서트’는 보컬 실력을 인정받는 가수들이 참여하는 브랜드 공연으로 2009년에는 바비킴·김범수·휘성이, 지난해에는 바비킴·휘성·거미가 무대에 올랐다. 올해 공연에는 유명 작곡가 김형석과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 손무현이 밴드로 참여해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선사할 예정이다. 바비킴과 거미가 김형석과 손무현의 히트곡을 재편곡해 들려주고 보컬리스트와 연주자가 어우러지는 무대를 마련한다. 바비킴과 거미의 팬이라 이번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는 김형석은 “가수들과 전면에 같이 나서서 하는 게 어색하기도 하지만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좋은 보컬리스트’에 대한 정의도 눈길을 끌었다. 바비킴은 “노래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으면 좋은 보컬리스트라 생각한다.”면서 “내가 만든 노래는 내 인생 이야기를 보컬로 풀어가는 과정이고 외부 곡은 연기자가 된 것처럼 노래 속 캐릭터에 푹 빠지는 것이다. 그런 노래들이 관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 소통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거미는 “좋은 보컬리스트는 목소리 하나만으로 여러분의 생각과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10대가 된 어린 왕자와 여행 간다면…

    1942년 미국 뉴욕의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생텍쥐페리가 냅킨에 장난삼아 그림을 그렸고, 그것을 본 출판업자 커티스 히치콕이 “그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이야기를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이 ‘어린 왕자’의 탄생 비화다. 히치콕이 뭘 그린 거냐고 물었을 때 생텍쥐페리는 “별것 아니오. 그냥 마음에 담아서 다니는 어린 녀석이지요.”라고 답했다. 어린 친구가 바로 ‘어린 왕자’이자 생텍쥐페리의 외로운 ‘야간비행’ 내내 그와 함께했던 또 다른 생텍쥐페리였다. ‘어린 왕자 두 번째 이야기’(A. G. 로엠메르스 지음, 김경집 옮김, 지식의숲 펴냄)는 어린 왕자가 10대가 되어서 다시 우연한 기회에 주인공 ‘나’와 함께 길을 떠나면서 나누는 대화와 일화로 구성되어 있다. 생텍쥐페리의 종손이자 생텍쥐페리재단 이사장인 프레드릭 다아게는 “생텍쥐페리가 살아 있었다면 지금의 사람들에게 남겼을 주옥 같은 메시지”라고 이 책을 평가했다. 저자인 로엠메르스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시인으로 아르헨티나 문학가협회에서 그를 문학 대사로 임명한 바 있다. 그가 쓴 ‘어린 왕자 두 번째 이야기’는 전 세계 15개국 이상에서 출판됐다. 생텍쥐페리 재단에서 극찬한 두 번째 이야기는 철저하게 작가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에서 구현했던 세계관과 인물 캐릭터를 기반으로 원작에 걸맞은 후속편으로서의 완성도를 보여 준다. ‘나’의 자동차 여행길에 우연히 같이 탄 10대의 어린 왕자는 여전히 질문을 쏟아낸다. “운명이라는 건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하는 길인가요? 사람들이 자기 운명을 바꿀 수는 없나요?”란 어린 왕자의 질문에 ‘나’는 “네가 어떤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강물이라고 가정해 보자. 강물은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을 찾으려 애쓰며 자신을 가로막는 산을 피하려고 할 거야. 어려움이란 건 바로 네가 도중에 발견하게 되는 커다란 바윗덩어리 같은 거란다. 만약 강물이 그 바윗덩어리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면 결국 강물을 막는 둑처럼 쌓이고 말 거야. 반대로 그게 나타날 때마다 하나씩 이겨내면서 나아간다면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게 되고 그 물은 수정처럼 맑아져서 바위들을 씻기고 반질반질하게 해서 점점 더 빛나게 만들 거야.”라고 말해준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시 지구에 나타난 어린 왕자는 ‘어린 왕자’와는 또 다른 경험을 하지만 그 안에는 ‘어린 왕자’에서 깨달았던 인간적인 가치는 물론 정서적 공감을 하게 하는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1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애니일리 없어 살아 있잖아

    애니일리 없어 살아 있잖아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스티븐 스필버그 연출,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 제작. 오는 8일 개봉하는 3차원(3D) 애니메이션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은 미국 할리우드 두 거물의 만남만으로도 연말 극장가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영화다. ‘틴틴’이라는 캐릭터에 매료된 두 감독은 지난 2001년 의기투합해 8년여간 이 작품을 준비해 왔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 ‘거장의 만남 ‘틴틴’ 시리즈는 벨기에 출신의 만화가 에르제(필명)가 소년 기자 틴틴의 모험을 그린 만화로 총 24권의 시리즈가 51개 언어로 80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1929년에 첫 등장해 총 3억 5000만부 이상 판매되며 100년여 동안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고전으로 스필버그가 30년간 영화화를 갈망할 정도로 ‘어드벤처의 정석’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에트에 간 땡땡’을 시작으로 24권이 번역되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전 세계 역사상 가장 열정적인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만화 캐릭터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이 강자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틴틴의 거침없는 모험담을 빗대어 “땡땡은 세계에서 나의 유일한 라이벌”이라고 말한 것은 유명하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도 자신의 작품 세계에 디즈니보다 틴틴이 더욱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동서양 각국과 아프리카, 이집트, 티베트 등의 다양한 국가는 물론 사막, 극지방, 바닷속, 달나라를 넘나드는 틴틴의 모험은 과학의 진보와 사회적 이슈 등 20세기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중국에 아편을 퍼뜨리는 국제마약 밀매단에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는 ‘푸른 연꽃’은 1930년대 유럽인들의 동양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고, 1953년과 1954년에 발간된 ‘달 탐험 계획’과 ‘달나라에 간 틴틴’은 로켓 설계도 등 달 탐험과 관련된 과학 기술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묘사해 틴틴이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1969년보다 15년이나 빨리 달에 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그만큼 틴틴의 이야기는 어린이는 물론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대상이었다. ●입체적인 캐릭터 구현 vs 약한 스토리 구조 개봉에 앞서 국내 언론에 먼저 공개된 ‘틴틴:유니콘호의 비밀’은 기존의 3D 애니메이션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였다. 캐릭터의 매력이나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무늬만 3D’였던 최근 애니메이션과 차별성이 두드러졌다. 활자화된 만화에서 3D로 다시 태어난 주인공 틴틴은 이마를 찌푸릴 때 나타나는 주름과 주근깨가 있는 콧잔등을 찡그리는 표정, 뛸 때 흩날리는 금발머리의 움직임까지 마치 실사로 착각할 만큼 캐릭터를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구현해냈다. 이는 ‘아바타’에서 활용됐던 이미지 위주의 캡처 방식에서 한 단계 발전해 인물의 표정과 희로애락의 감정까지 잡아내는 이모션 3D 기술을 통해 가능했다. 틴틴과 함께 모험을 펼치는 사고뭉치 하독 선장도 매력적인 캐릭터로 극의 균형을 잡아준다. 언뜻 스필버그 감독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악당 사카린도 눈길을 끈다. 각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는 제이미 벨(틴틴), 앤디 서키스(하독 선장), 대니얼 크레이그(사카린)가 각각 맡았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우연히 시장에서 유니콘이 박힌 모형배를 사게 된 틴틴이 배에서 떨어진 비밀지도를 발견하면서 생기는 모험과 소동을 그리고 있다. 스필버그 감독은 자신이 만든 ‘인디아나 존스’ 못지 않은 정교한 연출력과 화려한 스케일로 웬만한 실사 ‘해양 어드벤처’ 영화에 버금가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하지만 어린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탓일까. 원작은 충실하게 구현됐지만, 인물간의 갈등구조가 약하고 스토리의 흡인력이 떨어져 성인 관객들의 높은 기대치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체 관람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환자=돈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현실”

    “환자=돈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현실”

    ‘돈이 있어야 환자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 병원은 어느새 정글이 되어 버렸다.’ 카메라는 한 대학병원 외래진료실 앞에서 오랫동안 숨을 죽인다. 환자 다섯 명이 그 교수를 만나는 시간은 평균 31초. 이어 현직 대학병원 의사와 간호사, 원무과 직원들이 차례로 증언한다. 양전자 컴퓨터단층 촬영(PET-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조직검사 주문을 내거나 값비싼 로봇수술이 안전하다고 설명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지 모른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대한민국 일부 병원에서 벌어지는 행태들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1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의 송윤희(32) 감독은 “돈에 눈먼 의사나 병원의 잘못, 무지한 환자들의 욕심 탓이 아니라 시장 논리에 의료복지 정책을 내팽개친 정부 탓”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정부가 추진 중인 영리 의료법인이 도입되면 결국 중산층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82분짜리 다큐멘터리의 영화적 완성도만을 따진다면 허점도 많다. 하지만 메시지의 울림은 극장을 떠나고서도 한동안 남는다. 의료 관계자의 용기 있는 내부 고발과 단돈 몇 만원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 소외계층의 아픔이 녹아 있다. 리얼리티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데는 송 감독의 또 다른 직업( 산업의학과 전문의) 덕이 크다. 약 900만원의 순제작비를 책임진 것은 물론, 자문, 기획, 섭외, 포스터 모델까지 도맡은 남편 이선웅씨 역시 안산의료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새안산의원 원장이다. ‘의사가 웬 영화냐.’고 생뚱맞게 볼 일은 아니다. 2001년 아주대 의대를 휴학하고 독립영화워크숍에서 연출을 공부했다. “영화가 너무 가슴 떨리는 일이란 걸 그때 깨달았다. 하지만 의사도 매력적이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는 게 송 감독의 설명. 전공 선택도 남달랐다. “내과나 정신과도 흥미로웠지만, 4년 동안 사회와 동떨어지는 게 싫었다. 사회와 끊임없이 접촉하고 시야가 편협되지 않을 분야를 찾다 보니 산업의학을 택하게 됐다.” 쪽잠 잘 시간도 부족한 전공의 시절에는 영화와 ‘별거’했다. 하지만 2009년 전문의 자격을 따고 나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시나리오 집필이라니 영화는 운명인 모양이다. 의사로, 또한 보건의료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연구원으로 지내던 그가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든 건 지난해 여름. “가정방문 의료봉사를 다니던 남편에게 돈이 없어서 당뇨 치료를 내버려두는 어르신 얘기를 들었다. 막상 얘기를 듣고보니 현실로 다가왔다. 소외계층에만 집중하면 너무 감성적인 접근이 될 테고 시스템의 모순을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이 의사에게 환자 수를 실적으로 여겨 수익을 올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적나라하게 나온다. 의사들에게 실시간 문자메시지로 외래환자 현황을 알리는 한편, 회의시간에 파워포인트로 과(課)별 진료 실적을 공개하는 등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외래진료 횟수와 진료수익 등에 따라 등급을 매겨 성과보수를 지급한다’거나 ‘MRI 오더를 내면 건당 만원씩 받았다’는 의사들의 증언을 듣노라면 뒷목이 뻐근해진다. 영화를 접한 동료 의사 중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이도 있었단다. 침소봉대했다는 불만이다. 송 감독은 “전수조사를 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목소리가 있는 곳, 문제가 있는 곳으로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닌 르포다. 상업화, 산업화의 논리 속에 다수 병원이 비슷한 현실에 놓였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 3월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실험상을 받은 ‘하얀 정글’은 공동체 상영(영화를 보고 싶은 단체의 신청을 받아 상영)에서 ‘한국판 식코’란 별명을 얻었다. 미국 민간의료보험 체계를 신랄하게 비판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2007)를 본 뒤 많은 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얀전쟁’을 보고 나면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송 감독은 “‘식코’처럼 쉬운 언어로 쿨하게 찍고 싶었는데 내 유머감각이 낙후된 것 같다.”며 웃었다.이어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의료만큼은 복지의 시각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쥬얼리·임정희 등 참여…‘사랑의 열매’ 뮤직다큐

    쥬얼리·임정희 등 참여…‘사랑의 열매’ 뮤직다큐

    유명인들의 재능 기부로 제작되는 ‘사랑의 열매’ 뮤직다큐멘터리(이하 뮤직다큐)가 꿈과 희망을 전달한다. 이번 ‘사랑의 열매’ 뮤직다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김성식(14)군의 이야기를 담는다. 김성식군은 초등학교 5학년때 재능을 알아봐 준 은사님의 권유로 씨름을 시작했다. 2년도 채 안되 전국을 제패한 소식, 부모 없이 조부모와 함께 살게 된 배경, 가족에 대한 소중함 등 시골 마을 씨름천재 성식군의 인간적인 모습과 가슴 아픈 사연 등이 담긴다. 지난 9일부터 충북 청주와 음성에서 진행된 뮤직다큐 촬영현장에선 추운 날씨 속에도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김성식군을 위해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을 진행했으며, 성식군은 중학생답지 않은 기특함으로 촬영 내내 스태프들을 감동시켰다. 이날 김성식군은 인터뷰를 통해 “이만기와 강호동 같은 최고의 씨름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전했다. 또 ‘사랑의 열매’ 뮤직다큐는 유명인들의 재능기부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수 김범수, 아이유, 그룹 제국의 아이들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오세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인기 4인조 걸그룹 쥬얼리와 가수 임정희, 작곡가 박덕상, 작사가 김희선, ‘O15B’ 객원보컬 출신 가수 치열 등이 노개런티로 참여했다. 지난 20일 서울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뮤직다큐 주제가를 녹음한 쥬얼리 멤버들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할 수 있어서 뜻깊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주제가 ‘STEP’은 하하의 ‘너는 내 운명’, 지아의 ‘수호천사’ 등을 작곡한 유명 작곡가 박덕상 씨와 보컬트레이너 및 작사가로 활동 중인 김희선씨가 공동으로 만든 곡으로 파이팅 넘치는 노랫말과 경쾌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곡이다. 최근 ‘불후의 명곡2’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인정받고 있는 가수 임정희도 뮤직다큐에 내레이션으로 목소리를 기부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였다. 사랑의 열매 측은 “뮤직다큐가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이웃들, 장애인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세한 사항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홈페이지 (www.chest.or.kr)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챔스 전술 리뷰] 웨인 루니의 빈자리

    [챔스 전술 리뷰] 웨인 루니의 빈자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에이스’ 웨인 루니 없이 벤피카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치렀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2-2 무승부로 끝이 났다. 맨유는 조2위로 밀려났고 마지막 바젤과의 경기 결과에 따라 유로파리그로 강등(?)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물론 맨유가 바젤에게 패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날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루니 없는 맨유’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몸 상태가 좋지 못한 루니를 빼고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애슐리 영을 투입했다. 베르바토프는 전방에서 치차리토의 역할을 맡았고(스타일은 완전히 달랐지만) 영은 처진 위치에서 루니의 빈자리를 메웠다. 맨유가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루니를 제외한건 이번이 처음이다.(리버풀전은 후반에 투입됐다) 루니가 맨유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공격수’ 그 이상이다. 공격, 조율과 패스, 수비 등 포지션 전 지역을 커버한다. 과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전방으로 나설 때는 측면으로 이동했고 올 시즌처럼 중앙 자원이 부족할 때는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세계 어디에도 이처럼 다양한 능력을, 그것도 월드클래스 수준으로 갖추긴 어렵다. 다시 벤피카전으로 돌아가 보자. 이 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은 앞서 언급했듯이 루니의 자리에 영을 배치했다. 영에게는 그리 낯선 포지션이 아니다. 아스톤 빌라 시절 처진 공격수로 자주 나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빌라 감독이었던 제라드 훌리에는 영을 중앙으로 이동시켜 공격시 좌우로 빠지며 측면 윙어와의 연계 플레이를 시도했다. 이는 공격시 측면에 속도감을 더해줬다. 퍼거슨 감독이 이 점을 이용하려 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영이 처진 위치에서도 일정 능력 이상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고려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영의 중앙 이동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다. 일단 베르바토프와 호흡이 맞지 않았고(한 차례 찬스는 골키퍼에 막혔다) 벤피카가 4-3-3 포메이션에서 홀딩(하비 가르시아)를 기용해 영을 집중 견제한 것도 원인이 됐다. 루니와 영의 플레이는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직접적인 비교가 될 순 없지만, 스완지 시티전 루니와 벤피카전 영의 움직임과 패스 전개를 보면 왜 맨유에게 루니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 벤피카전에서 영은 총 41개의 패스를 시도했고 이중 37개를 성공했다. 나쁘지 않은 성공률이다. 그러나 문제는 패스의 질이다. 전방보다는 후방으로 향하는 패스가 대부분이었다. 처진 위치에서 루니는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하고 이것을 측면으로 정확하게 이동시킨다. 아마도 맨유의 경기를 자주 본 축구 팬이라면 루니가 마치 폴 스콜스처럼 측면으로 길게 볼을 연결하는 것을 봤을 것이다. 이것은 팀에게 매우 커다란 이점을 준다. 루니의 볼을 받은 선수는 홀로 있는 풀백과 일대일 대결을 하거나 비교적 압박이 덜한 상태에서 크로스를 올릴 수 있다. 최근 루니의 미드필더 변신과 맞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국에선 퍼거슨 감독이 벤피카를 상대로 베르바토프와 영을 동시에 기용한 것을 두고, 루니의 미드필더 변신을 위한 실험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격수는 남고 미드필더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영의 중앙 이동은 루니의 부재시 임시방편적인 플랜B가 될 순 있지만 A가 되기에는 완성도면에서 문제점이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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