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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이야기] (8)이탈리아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널리 기억되고 있는 한국인은 바로 60년대 북한 축구선수 ‘박두익’이다.이탈리아 시골엘 가도 코리안이라고 하면 박두익 얘기부터 꺼내는 사람들을 흔히 만나게 된다. 66년 영국 월드컵에서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이탈리아는 8강 진출의 문턱에서 뜻밖의 다크호스 북한에 무릎을 꿇었다.성난 이탈리아 국민들은 돌아온 축구팀에 토마토 세례를 퍼부으며 야유했다. 36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탈리아인들은 전반 42분 결승골을터뜨린 박두익을 비롯한 북한 축구팀에 당한 쓰라린 패배를생생히 기억하고 있다.이탈리아는 당시 이 경기 보름전 벤베누티가 한국의 김기수에게 판정패,WBA 주니어미들급 챔피언벨트를 넘겨주는 아픔을 겪었다. 이탈리아 축구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34년 월드컵을 주최했고,그해와 38년 월드컵에서 연속 우승,최고의 전성기를누렸다.그러나 2차 대전 이후 그 영광을 이어가진 못했다.1949년 비행기 추락사고로 최고의 선수들을 대거 잃어버리는바람에 이탈리아 축구계가 오랜 슬럼프에 빠져든 것이다.60년대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축구 강국으로 재기하던 중에 일어난 ‘박두익 쇼크’는 이탈리아인들에게 너무도 아픈 일격이었다.이탈리아는 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우승했고,90년또다시 월드컵을 개최했다.94년 미국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브라질에,‘유로2000’ 결승전에서는 프랑스에아깝게 패했으나 여전히 세계 최강의 하나다. 이탈리아 축구의 저력은 ‘축구는 문화다.’라는 국민 의식과 탄탄한 축구 인프라에서 나온다.이탈리아축구연맹에 등록된 프로축구팀은 128개,선수는 2600여명에 이른다.준프로팀은 1만여개,선수는 47만 9000여명이다.여성 축구도 준프로선수가 1만여명이나 될 만큼 활성화돼 있다.청소년과 아마추어선수까지 포함하면 113만여명이 ‘축구선수’다.이탈리아에서 축구는 그야말로 생활의 일부다.일요일마다 주요 도시의 경기장 주변은 교통이 마비되고,경기장에서 울려퍼지는함성,경기가 끝난 뒤 해산하는 관객들이 울리는 자동차 경적소리 등 용솟음치는 이탈리아 축구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관심과 축구대표팀의전의 또한 대단하다.일본에서 경기가 열리는 G조에 속한 이탈리아는 에콰도르·크로아티아·멕시코와 예선전을 치른다. 이탈리아축구연맹 관계자들은 “16강 진출은 당연하다.16강전·준준결승·준결승을 한국에서 치른 뒤 결승전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탈리아는 전형적인 유럽축구를 구사하며 특정 스타에 의한 플레이보다는 조직력을 중시한다.모든 선수가 스타이기때문이다.아킬레스건은 승부차기다.이탈리아 축구팬들은 94년 월드컵 결승전의 승부차기 패배를 떠올리며,이 점을 가장 걱정한다. ‘한국에 가고 싶냐.’고 이곳 사람들에게 물어봤다.“여건만 허락하면 가서 사랑하는 월드컵 경기를 보고 싶다.”고즉각 대답했다.그러나 한국은 너무 먼 나라다.대다수 이탈리아인들은 TV 앞에서 환호하며 자국팀을 응원할 것이다.그리고 이탈리아가 승리를 쌓아갈 때마다 이탈리아의 거리는 환호성으로 가득할 것이다. 김석현 대사
  • 취임한달 방용석 노동부장관 인터뷰

    방용석(方鏞錫) 노동장관은 70∼80년대 노동운동의 ‘대부(代父)’로서 각종 시위·파업 현장에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이 때문인지 이번 공공파업 시 노동계 ‘후배’들은 장관 명성에 걸맞는 예우를 충분히 갖춘 것 같다.24일 밤부터협상 현장을 찾아 타협을 종용하는 방 장관을 향해 야유나 비난은 일체 없었다.노동운동 암흑기에 온갖 탄압을 헤쳐나온 만큼 ‘선배’로서의 권위를 인정받는 셈이다. 하지만 방 장관은 28일 취임 한달을 맞은 기자회견에서“노사관계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는 말로 최근 파업 전후의 ‘속앓이’를 털어놓았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답답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노동계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기때문에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노동계에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공공 노조위원장들이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하다 파업 1시간 전에 나타난 점을 거론하면서 ‘분통’에 가까운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방 장관은 취임 한달 동안 자신의 노동운동 당시와너무도 달라진 노동환경을 접했다고 실토했다.“과거엔 주로근로조건 위주의 노사협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이념지향적이라 쉽게 해결이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는 노동기본권 쟁취에 투쟁력을 결집했지만지금 노조는 많은 권리를 쟁취했음에도 합법적 절차는 별로 중요시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계의 정치 지향성을 비판했다.그는 “솔직하고 진솔하게 대하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으로 봤다.”며 자신의 ‘순진성’을 반성하면서 ‘법과 원칙’의 바탕 위에 노동행정을 펼치겠다는 각오도다졌다. 그는 노사관계 원칙에 대해 “경영자가 노조 활동에 간섭할 수 없는 것처럼 노조도 경영 문제를 좌지우지 할 수 없다.”며 ‘역할 분담론’ 속의 자율교섭을 강조했다. 오일만기자 oilman@
  • 솔트레이크 이모저모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한국대표팀의 전명규 감독이 억울하게 결승 진출에 실패한 김동성(고려대)건에 대해 제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17일 말했다. 전 감독은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에서 김동성이 리자준(중국)의 반칙으로 넘어졌지만 이를 지적하지 않은 심판 판정에 대해 “제소해서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면 하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승복하겠다.”고 밝혔다.전 감독은 “판정 직후 항의했지만 ‘리자준의 반칙을 보지 못했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경기장인 아이스센터에서는 이날 야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김동성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며 탈락한데 대해 수군대던 관중들은 이어 열린 결승에서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가 나서자 더 많은 야유를 보냈다.이를 제지하기 위해 장내 아나운서가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냅시다.”고 말했지만 야유는 그치지 않았다. ◆러시아 언론들은 17일 피겨스케이팅 페어에서 자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 뒤 판정시비 논란 끝에 캐나다와 공동우승으로 결정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연맹(ISU)을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러시아의 ‘스포츠 익스프레스’는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자신의 의지를 갖고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보다는 현지 여론에 조정받는 듯한 인상을 줬다.”며 판정시비 문제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지 못한 IOC와 ISU의 태도를 꼬집었다. ◆부부 바이애슬론 선수가 각기 다른 나라 대표로 출전해나란히 은메달을 따내 화제다.라파엘 포아레는 17일 바이애슬론 12.5㎞ 추발에서 프랑스 대표로 나서 은메달을 땄고 그의 아내 리브 그레테는 지난 12일 개인 15㎞에서 노르웨이 대표로 출전,2위를 차지했다.부부가 다른 국적으로 출전해 함께 메달을 딴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92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2000년에 결혼,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 “美, 햇볕정책 흔들지마라”

    민주당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은 5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북·미 대립과 관련,“부시 미 대통령의 발언이 햇볕정책을 흔들게 해선 안된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정부의 의지가확인되고,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제안이 나오길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이날 “민주당과 우리 국민은 테러를 반대하지만 남북의 신냉전과 한반도에서의 어떠한 전쟁도 반대한다.”면서 “북한도 그동안의 경직된 자세를 버리고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겨냥해 “미국방문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반대했고,미 고위층과만나 햇볕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대북 강경론자들과손을 맞잡았는데 이는 구시대의 냉전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른바 ‘세풍’에 동생이 연루됐을 때도,안기부자금횡령 때도 사과 한마디 없었고 부패사건 때마다 방탄국회를 열었다.”고 비판한 뒤 “유명가수 병역기피문제가 뜨거운 문제로 등장했는데과연 이 총재는 추운 겨울 전방에서 보초서느라 고생하는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느냐.”며 몰아세웠다. 이 총재에 대한 김 고문의 비판이 계속되자 야당 의석에서 야유와 고함이 터져나와 연설이 잠시 중단되는 소동을빚기도 했다. 김 고문은 정치개혁에 대해서도 “돈 안드는 선거가 뿌리내리도록 여야를 막론하고 경선과정부터 후보자가 경선비용을 공개할 것을 제안한다.”며 국민경선제 정착을촉구했다.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자기반성은 겉치레로 끝난 채 정치불안이 한나라당의 비협조 결과라는 주장은 소아적 발상”이라고 비난하고,“대통령의 시각을 반영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은 “남북문제에 대해 막연하고 안이한 시각이 바탕을 이뤘고 대안제시도 부족했다. ”고 평가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2002 길섶에서] 교외선

    서울 외곽을 달리는 교외선의 열차 차창 밖으로 붉은 기운을 띤 달이 시야에 잡힌다.동짓달 보름을 며칠 지났어도 둥근 모습은 크게 일그러지지 않았다. 뇌리에는 딸기밭·포도밭·과수원과 밤나무 숲 등 30년전교외선을 타고 야유회를 갔던 풍경들이 영화 장면처럼 지나간다.그러나 막상 눈 앞에는 고층 아파트 불빛과 유난히도많은 모텔,파크의 네온사인 조명들이 현란하기만 하다.지난날의 추억과 현실의 괴리가 섬뜩하리 만큼 컸다. 간이역인 장흥역에 내려 야외 미술관을 둘러 보았다.눈이발목까지 빠지는 마당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대리석,청동조각들을 살펴 보다 움막처럼 생긴 찻집에 들렀다.가마솥을 개조한 화덕 주변에 사람들이 둘러 앉아 얘기 꽃을 피웠다.낯선 사람들끼리였지만 모닥불로 추위를 녹이면서 이웃처럼 정감을 나누었다.순간 “차 주문하지 않은 분은 좀 나가주세요.”하는 여주인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 왔다.정겨운 움막 모습과 잇속에 전 짜증난 목소리 사이의 괴리는‘추억과 현실’의 그것 만큼이나 커 보였다. 이경형 논설위원실장
  • 월드컵 2002/ 월드컵 문화시민 이것만은 고치자

    월드컵축구대회의 성패는 시민들의 ‘작은 참여’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와 월드컵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는 이를 위해 ‘품위있는 한국인의 10대 실천덕목’을 선정했다. 서울·인천·수원·대전·대구·부산·울산·전주·광주·서귀포 등 월드컵 개최도시 10곳의 시민2,002명을 대상으로 조사,반드시 고쳐야 하고 일본에 비해뒤진다고 여겨지는 분야를 선정한 것이다.10대 덕목을 친절·질서·청결·기타 등 4개 분야로 나눠 간추린다. ●친절= 미국인 데니스 프롤리그(51·한양대 아태지역학 대학원 교수)는 역,백화점,거리 등에서 한국인들이 먼저 가려고 밀치거나 떠밀릴 때 ‘한국인들이 가장 싫었다’고토로했다. 일본인 구로다 가스히로(60·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는“서울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는 일본 여성이 엘리베이터에 탄 할머니에게 인사치레로 방긋 웃자 ‘왜 남의 얼굴을보고 웃느냐’며 화를 냈다”고 소개했다.그는 현대적 매너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미소라고 강조하면서 다른 사람과 부딪혔을 때 ‘죄송합니다’,양보를 받았을때 ‘고맙습니다’라고 미소로 인사하는 것이 매너라고 덧붙였다.시민의식 조사에서 일본에 비해 가장 뒤지는 분야도 ‘미소로 인사하기’였다. 전화응대 친절도 조사에서는 세무서가 가장 친절하고 경찰서,동사무소,시청 및 구청,병원 순이었다.가장 친절한곳은 전주 세무서,가장 불친절한 곳은 울산의 한 병원이었다.전화를 받았을 때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상대방이 전화를 끊은 뒤 수화기를 내려놓는 것은 기본이다. ●질서= 줄서기는 미국,일본 등에서는 오래전에 정착된 문화다.먼저 온 사람의 순으로 일을 볼 수 있어 뒷사람이나옆 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줄서기가 정착되면 ‘새치기’ 등 기회주의적인 행태는 사라지고 불공평한 일도 줄어들어 공정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양보 운전은 편리성 측면에서도 필요하지만 교통사고 위협도 줄일 수 있는 덕목이다.그러나 10대 도시 정지선지키기 현장을 모니터링한 결과,평균 위반율이 55.7%나 돼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지역별로는 대전(75.7%),인천(72.0%),대구(64.3%)의 순으로 위반율이 높았고,서귀포(31.0%),전주(37.9%),광주(44.3%) 등은 위반율이 낮았다. 경기장에서 쓰레기 되가져가기,줄서기,상대방 야유 안하는 건전한 응원문화,암표 안팔기,금주 등도 성숙한 관람문화의 기본이다. 조사결과,급한 사람을 위해 에스컬레이터 왼쪽을 비워두는 탑승 예절은 준수율이 평균 90%로 상당히 정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결= 서울시는 지난 8월까지 파출소,음식점 등 모두 179곳의 화장실을 공중용으로 개방했다.오는 5월까지는 80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화장실 이용자가 물밀듯이 밀려와건물 관리 및 보안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건물주의 당초 우려는 기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그러나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는 태도가 개방의 전제조건이다. 지난해초 폭설 때 내 집앞의 눈도 치우지 않아 큰 불편을 겪었다.행자부는 매월 첫째주 토요일을 ‘대청소의 날’로 지정,내 집앞 쓸기운동을 펼치고 있으나 마음가짐이 관건이다. ●기타= 프랑스인 발레리 베이사드(39·여·한불친선협회장)는 “과음은 가장 당혹스러운 한국 문화”라면서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사업 파트너나 직장 동료와 무조건 술을마셔야만 하는 문화를 혐오하고 싫어한다”고 꼬집었다.술잔 안 돌리기,술 강권 않기 등은 상대를 배려하는 음주문화의 기본이다. 휴대전화는 때와 장소를 가려 사용해야 한다.운전시 휴대전화 사용은 이제 단속대상이 됐다.공연장,강의실 등에서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지하철,버스 등에서 벨소리를진동으로 바꾸는 것은 월드컵 개최국민이라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기본 매너다. 윤창수기자 geo@
  • 돋보기/ 월드시리즈가 남긴 것

    미국프로야구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그러나 아직도 우리 가슴속에는 여운이 남아 있는 듯하다. 특히 ‘왕중왕’을 가리는 월드시리즈는 어느해보다 우리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이는 22세의 어린 나이로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꿈의 무대인 월드시리즈에 출전한 김병현선수 때문이었다.우리는 월드시리즈 기간 내내 머나먼 이국땅에서 세계적인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그를 응원했다.그리고 김병현의 소속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애리조나가 승리하기를 바랐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보고 우리는 스포츠의 묘미를 맘껏 즐겼다.특히 우리는 선수들과 팬들이 김병현에게 보여준 인간적인 행동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김병현은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2점짜리 동점홈런을허용하며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팀 승리를 날렸다.홈런을맞은 뒤 김병현은 마운드에 주저앉아 버렸다.그는 당시 현지 한 언론인의 말처럼 ‘고향에서 지구 반바퀴 떨어져 있는마운드에 웅크리고 앉았을 때 지구상에서 가장 고독한 인간’이었을 것이다.그러나 다음 순간 애리조나 선수들이 보여준 행동에서 우리는 진정한 스포츠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동료 선수들은 마운드로 달려가 “힘내라”는 말과 함께 주저앉은 김병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애리조나 팬들도 다 잡았던 승리를 두번씩이 날려버린 김병현에게 야유가 아닌 격려를 보냈다.그들은 홈에서 열린 시리즈 6·7차전에 “우리는 BK(김병현선수의 애칭)를 사랑해요. 힘내세요”란 피켓을 구장에 들고 나왔다.자칫 월드시리즈첫 우승을 놓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팬들은 우승에 연연하기보단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병현도 우승 뒤 인터뷰에서 “야구는 혼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고 털어놨다고 한다.동료애와 팬들의 격려가 쓰러진 김병현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나 다름 없다. 메이저리그는 선수들의 실력 뿐 아니라 그들의 동료애와 팬들의 매너도 ‘메이저급’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박준석 문화체육팀 기자 pjs@
  • [사설] 대정부질문제도 바꿔야

    국회 대정부질문이 무책임한 폭로와 무차별적인 정치공세,그리고 이에 따른 반발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갈 뿐 아니라 국론분열과 정치불신을 심화시키는 등 그 폐해가 실로막대하다.특히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은 여야간에 고성과 야유가 난무하고 악의적인 색깔론으로 이런 국회가 더이상 존재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했다. 이른바 ‘이용호게이트’는 통일·외교,경제,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야당 의원들의 중복된 질문에 정부측이 같은 답변을 며칠씩 되풀이해야만 했다.그러다가 마침내 야당이 ‘이용호게이트’와 관련해 여권 실세의 실명을 거론하고,이에 여당이 야당 의원들을 고소·고발함에 따라 경찰이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사무실을압수 수색하고 야당이 크게 반발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있다.국내외적으로 숨가쁜 우리 현실에서 촌각을 다투는 국정현안이 ‘이용호게이트’밖에 없는지 국민들은 의아하게생각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무책임한 저질 대정부질문은 ‘한건주의식폭로’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지난 16일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이 서로 10·25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상대당 후보들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방을 퍼붓는 바람에 마치 혼탁한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어떤후보는 학력을 위조했고,어떤 후보는 부친이 친일파라는데장관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식이었다.형식은 대정부질문이지만 실제로는 상대당 후보에 대한 헐뜯기였다.오죽했으면 국회의장이 “마이크를 끄겠다”고 경고까지 했겠는가.일부 시민단체는 실효성 없는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을아예 폐지하고 관련 질의는 해당 상임위에서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정부질문이 끝난 것을 계기로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 등 여야 소장개혁파는 조만간모임을 갖고 현행 본회의 대정부질문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한다.정치공세성 질문이나 국정감사와 상임위에서 이미 거론된 사안을 재탕·삼탕하는 작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국회법상 상임위를 상시적으로열 수 있는 우리 현실에서 국정에 관한 질의는 오히려 상임위에서 밀도있게 펼 수 있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그럼에도본회의 대정부질문을 고수하고 싶다면 현재의 상태로는 안된다는 게 국민들의 공감대일 것이다.일문일답식 진행방식이나 서면질문·구두답변의 활성화와,정도를 벗어난 질문에대한 국회의장의 규제권 강화도 검토해볼 때가 됐다고 본다. 또한 국회윤리위에 학계와 시민단체 대표들을 참여시켜 정쟁성 저질 발언을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면 한다.한마디로 말해,국민들의 요구는 어떤 형식으로든 대정부질문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 정치권 표정·파장 ‘실명공개’ 후폭풍 클듯

    19일 국회는 야당의원들이 제기한 비리연루 의혹 정치인이실명 공개되면서 대정부질문 마지막날 파행위기까지 가는 등 진통을 겪었다.밤늦게까지 진행된 이날 본회의에서는 실명공개발언 도중 여야간 거친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을 빚었다. [발단] 안경률(安炅律) 의원이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 3인방으로 민주당 전현직 의원 등 3명의 이름을 거명하자 민주당의석에서 “면책특권의 가면을 쓰고 별 이야기를 다한다”“터무니 없는 소리 말라”는 등의 야유가 쏟아졌다.한나라당의원들도 “똑바로 들어봐라”“시간이 지나면 밝혀진다”며 맞고함을 질렀다.이어 등단한 민주당 윤철상(尹鐵相) 의원이 주진우(朱鎭旴) 의원의 노량진 수산시장 인수 압력설로맞불을 놓자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사실무근”이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전개]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은 의외로 달래는 투였다.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이회창 총재는 신원조회하고 사람을 만나느냐”면서 “인신공격하지 말자”고 제안했다.장영달(張永達) 의원도 “시중에 떠도는얘기를다 하면 끝이 없다”면서 “상호존중하는 국회를 만들자”고 말했다.장 의원의 발언으로 다소 분위기가 누그러들자 이만섭(李萬燮) 의장도 “예전에는 의원 신분에 관한 일은 여든야든 보호하고 옹호하는 풍토가 있었고,국가원수와 야당 총재에 대한 예우를 지켰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그러나 밤늦게 이어진 보충질문에서 한나라당 안경률 유성근(兪成根)의원과 민주당 최선영(崔善榮) 의원 등이 나서 면책특권의 범위와 실명공개 발언의 진위를 놓고 설전이 재연됐다.이한동(李漢東) 총리도 “면책특권은 제도의 취지에 걸맞도록 행사돼야지 남용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향후 파장] 이번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전망이다. 실명공개는 오는 25일 3개지역 재보선과 내주 상임위 활동,일부 의혹을 둘러싼 국정조사 실시 논란과 맞물려 여야간 새로운 정쟁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종반전에 접어든 재보선 유세현장에서는 실명공개를 빌미로 온갖 소문과 유언비어가 난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특히 이번 실명공개가 자칫 유언비어를 확대재생산하는 ‘막가파식’ 정쟁과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낳고 있다.또 여야간 고소·고발전을 더욱 부채질하고,정쟁을 사법부까지 몰고 가는 ‘정치 부재’현상을 자초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찬구 이지운기자 jj@
  • 국회 왜 이러나/ 대정부질문장이 재·보선 유세장 전락

    국회가 파행사태 끝에 겨우 정상화됐으나 17일에도 본회의장에서 야유와 맞고함이 난무하고 인신공격·민원성 질의가 쏟아졌다.또 의원들의 출석률이 극도로 저조해 시간이 흐를수록 본회의장이 썰렁했다.때문에 국회의원 스스로‘정부정책 비판과 견제’라는 존립근거를 외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외면당하는 국회] 경제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이 거의 끝나갈 15일 오후 8시쯤 본회의장을 지킨 의원은 재적의원의10분의 1을 겨우 넘긴 30명을 간신히 넘나들었다. 당연히정부답변도 일사천리로 진행됐고,보충질의도 열의가 떨어졌다.급기야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이 저조한 출석률을지적하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 30여명의 이름을 일일이 낭독,속기록에 올릴 것을 지시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벌어졌다. 16일 사회·문화분야 대정부 질문도 예정보다 20분 가까이 늦게 개회됐고,재석 의원도 잠시 과반수를 넘긴뒤 2시간20여분의 대정부 질문 내내 3분의 1 정도만 자리를 지켰다.특히 첫번째 질의가 끝난 뒤 이 의장이 “질문 중이지만 의결정족수 관계로 의사일정과 총리,국무위원 출석요구의 건을 일괄상정하겠다”며 이를 서둘러 처리할 정도였다. [재·보선 유세장 전락] 대정부 질문장이 10·25 재·보궐선거의 여야 공방전장으로 변질됐다.이날 한나라당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이 돈선거,불법선거가 횡행한다며 “선거포기 선언을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민주당 김명섭(金明燮) 사무총장은 “국민주권에 도전하는 오만한 태도”라면서 반박한 중앙당 차원의 재·보선 공방이 국회로번진 것이다. 먼저 민주당 김태홍(金泰弘) 의원이 질의 도중 서울 동대문을,구로을과 강릉시 등 3곳 한나라당 후보들의 선거법위반 전력,학력부풀리기 의혹 등 약점을 들추자 한나라당의원들이 야유했다.이어 당지도부와 협의를 거친 한나라당김정숙(金貞淑) ·박종희(朴鍾熙) 의원도 질의 앞부분에서민주당 재·보선 후보들에게 ‘타락한 …’ ‘꼼수정치’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퍼붓거나 “(김태홍 의원은)보궐선거장에나 가라”고 즉각 보복했다. 특히 마지막 질의자인 민주당 김경재(金景梓) 의원이 당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비난하는 질의를 할것으로 알려져 오전 내내 한나라당이 강력 대응의지를 밝히는 등 소란스러웠으나,막상 김 의원은 질의를 시작하면서 “너무 긴장말라”고 장난스럽게 말한 뒤 질의 후반부에 이 총재 공격 대신 재·보선 한나라당 후보 3명을 맹렬히 비난했다.이로 인해 5분 이상 여야 의원들이 야유와 고함으로 맞서 본회의장은 시장바닥을 방불케 했다. 이같은 재·보선 공방은 보충질의 때도 이어져 한나라당안상수(安商守) 의원 등이 민주당의 낮시간 질의에 반박하며 자당 후보를 거드는 등 노골적인 선거 공방전이 펼쳐졌다. [민원성 질의] 15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때 일부 의원들이 낯간지러운 민원성 질의를 한 데 이어 이날도 민주당고진부(高珍富·제주 서귀포시·남제주군) 의원은 제주국제자유도시 관련 제주개발특별법의 전면 개정을 장황하게요구했고,김경재 의원은 일괄질의와 보충질의에서 자신의지역구에 있는 특정학과 관련 질의만 지루하게 할애,“너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춘규기자 taein@
  • 李총리 ‘곤혹’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는 16일 국회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이 자신의총리직 유임을 맹공하자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 총리는 자신이 총재로 있던 자민련의 조희욱(曺喜旭)의원이 “삼청동 구중궁궐 총리공관이 얼마나 좋은 곳이기에 400만 당원의 뜻을 버리고 해바라기꽃이 됐나요”라고신파조 질문을 던지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 잠시 눈을 감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 당시 상황에서 고뇌 끝에 국정 안정의길을 선택한 것”이라며 신상발언식 답변을 이어갔다. 이 총리는 또 부산 월드컵경기장 방문시 자신에 대한 관중들의 야유에 관한 질문에는 “특별히 소회를 말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관중들이 소리를 지른 의미가 뭔지 겸허하게 생각하겠다”며 의원들과 직접적인 충돌은 피했다. 총리직 사퇴의향에 대해서도 “일 잘하라는 충고로 알겠으며,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만 답변했다. 이 총리는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이 독단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공격하자 “대통령이 독단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격분한 이회창총재

    15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전례없이 격분한 모습을 보였다.김원웅(金元雄)의원이 미국의 대 테러전쟁과 관련한 한 TV토론에서 당론과 다른 발언을 한 데 대해 이날 의총에서 토론이 벌어졌을 때였다.최근 김 의원은 태러전쟁에대해 “단순한 보복 응징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과 연계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총에서는 김 의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으며,권기술(權琪述) 의원은 당 차원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이에 김 의원이 반박 발언을 자청했으나 일부 지도부가 제지했으며,연단에 나서기 전부터 야유가 터져나왔다. 이 때 묵묵히 보고만 있던 이 총재가 격앙된 목소리로 “왜 멋대로들 그래요.말들 들어요”라며 언성을 높였다.이 총재는 이어 (김 의원에게) “할 말이 뭐요.나도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간단히 얘기해봐요”라고 말했다.김 의원은 총재의 호통에 놀란 듯 말을 더듬으며 설명하려 했지만 “집어치우라”는 등 고성에 묻혀 말을 맺지 못했다. 이에 장내를 정리한 이 총재는 “김 의원의 발언은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단정하며 반 테러전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이 총재는 또 “당내 논의 없이 밖에서 함부로 얘기하면 외부에서 당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우리 당을) 콩가루 집안이라고 할 것”이라고 강조,그간 일부 당내 개혁파 의원들의 ‘돌출발언’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지운기자
  • 시정연설 주요내용/ “”5兆 추경 내수확대 역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5일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에서경제 활성화와 개혁의 마무리를 통해 국가재도약의 발판을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그러나 이날 시정연설에 대한여야간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치분야에서 김 대통령은 소모적인 정쟁에 매몰된 정치권의 성찰과 반성을 촉구했다.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선거·정당·국회 등 정치개혁 방안을 도출할 것을 요구한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김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과 협조할 것은협조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는 ‘열린 자세’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야당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내년지방선거와 대선을 역사상 어느 선거보다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통일·외교·안보분야에서 김 대통령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사업,동해안 도로개설,개성공단,임진강 수방사업,남북간 공동어로사업 등 남북협력사업과 군사당국 차원의 협력관계를 심화,발전시키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김 대통령은 또 미국 테러사건을 계기로 확고한 국방력과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견지하는 가운데 전후방 구별없는테러 대비태세를 완비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경제분야에서 김 대통령은 미국 테러사건으로 악화된 대외여건을 극복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에 역점을 두었다. 내수 확대를 목표로 금년 본예산 집행의 불용과 이월을 최대한 억제하고 5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연내 차질없이 집행하겠다고 제시했다. 김 대통령은 오는 2005년까지 500개 세계일류 상품을 발굴,육성하고 대형 국책사업과 사회간접자본 등 경기진작효과가 큰 분야에 재원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 대통령은 최근 금융비리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처리하고 내년 1월 설치될 부패방지위를 중심으로부패를 유발하는 불합리한 환경과 제도를 개혁하는 등 부패방지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찬구 홍원상기자 ckpark@. ■與 “국민기대 부응”… 野 “현실인식 안이”. 민주당은 정치개혁과 부패척결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지속적인 국정개혁 추진과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정책방향을 소상하게 밝혀 국민이 안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전 대변인은 “서민층과 중산층에 복지혜택이 확대될 수있도록 견실하게 재정을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대통령과 그 주변의 현실인식이 안이하고 독단에 빠져있다고 혹평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생파탄과 권력비리,인사난맥,안보불안,언론탄압 등 나라를 총체적 위기로 몰아넣은 5대 실정에 대해선 일언반구 해명이나 사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민련 소속 의원들은 이한동(李漢東)총리가 시정연설을 대독하는 동안 이완구(李完九)원내총무를 뺀 나머지의원들이 모두 불참,이 총리에게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또 이날 시정연설 가운데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언론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라는 대목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의야유와 민주당 의원의 응수로 한때 소란이 일었다.
  • [편지로 본 1940년대 문단秘史](3)지조와 훼절

    파인과 최정희의 연애가 무르익어 갈 무렵에 강력한 방해자로 등장한 인물이 시인 김종한(金鍾漢,1914∼1944,일부 문학사전에는 1916년 생으로 되어 있으나 착오임)이었다.‘문장’지를 통해 정지용으로부터 “경쾌한 코닥 카메라 취미”의 “명암이 적확한 회화”란 평을 들으며 그는 1939년 보무도 당당하게 등단했다.이미 그는 동아일보 등에 작품을 발표한 경력에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1937)이란 후광까지 입었던 터라 정지용 사단인 조지훈·박두진·박목월·이한직·박남수와 더불어 시인으로서의 앞길이 창창한 유망주였다.“조금 더,단 1년만이라도 오래 살았더라면 ‘청록집’은 4인 시집이 되었을지 모른다”(大村益夫 ‘윤동주와 한국문학’ 중 ‘김종한에 대하여’)고 할 정도로 암흑기 그의 시는 돋보였다.고향이 파인과 같은 함북 경성(鏡城)이었다는 사실을상기하면 필시 배신자는 고향에서 나온다는 말이 맞을까. 김종한은 최정희에게 끈질기고 추잡하며 노골적이고 야성적인 글을 끊임없이 보냈을 뿐만 아니라 신당동 집으로 찾아가기까지 했던근대 한국문단 ‘스토커’의 챔피언급이었다.그는 삼천리사와 신당동 두 곳으로 여러 형태의 편지를 보냈는데 그 사연은 노골적인 사랑의 고백이자,위협이고 유혹인데한글과 일어를 뒤섞어 썼다.“승녀(僧女)는 되지 마시기 바라오며”란 구절을 미망인에게 함부로 한 걸로 볼 때 그는진작부터 최정희에게 깊은 연정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나는 고독한 시계입니다.당신은 내 안의 진자(振子)입니다”는 고백은 그래도 점잖은 편이고,“두 번 주신 엽서에 의하면생존본능의 정력이 소모된 듯한 표정이 보이는 고로 근심하고 있습니다.피차 일반이기도 하려니와,나는 의식적으로 그것을 깨트려 가려는 자세를 강조하기로 결심했습니다.이것이 연애편질 수가 있다면 나는 좀더 행복자였을 텐데”에 이르면 매우 노골적이 된다.즐겁게 지낸다는 최정희의 편지에 대하여 애인이라도 생겼는지 걱정이라고 덤비는 김종한의 방자함은 한계가 없다.“좋은 동무를 얻었으니 반생이나 동반하려고 공상하지 않은 바도 아니었는데--벌써 절교의 자세를취하십니다 그려.크게 반성하시고 회신을 주시기 바라오며,동경은 오늘도 비가 옵니다.참,”이란 글로 미뤄 보면 어지간한 스토커였던 것같다. “애기(지원,어렸을 때 아란으로 부름.1942년)가 났다지요? 애기 어미는 아마 고양이가 낙태한 듯한 거룩한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 추측하오며,여하간 크게 축복지지(祝福之地).여무언야(餘無言也)”란 편지를 보낸 이 시인에게 아무리 사람 좋은 최정희인들 고분고분하진 않았을 터이다.이내 절교장을 받은 듯 “이제는 신사로 대접해 주세요”라는 애원조가되지만,“지금 떠나갑니다.명년 춘삼월,다시 뵈올 때까지,연애도 많이 하시고 소설도 많이 쓰시기 바라오며”란 야유가또 등장한다. 이렇게 끈질겼던 김종한은 대체 문학사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었던가.일본대학 예술과 학생 때부터 부인화보사(婦人畵報社)에 아르바이트로 나가다가 졸업(1939) 후 정식직원이된 그는 고구려 문인 을파소(乙巴素)를 필명으로 삼았다가‘달밭집’(月田茂)이라는 고향의 택호를 창씨개명으로 정한 괴짜였다.“순수하고 자아가 강한 만큼,서울에 나와서도 가는곳마다 충돌하여 문단 동료들로부터 백안시를 당했다.그는 1942년 도쿄로부터 귀국,‘국민문학’ 편집을 맡았는데,한 때(1943.5)는 경성일보 기자였던 유명한 재일동포 작가김달수(金達壽)와 종로구 사간동 같은 집에 하숙을 하며 가깝게 지냈다.친일파연구가 고 임종국은 김종한을 일언지하에 친일파로 몰아댔는데 오무라 교수는 그가 싱가포르 함락을찬양했던 친일시를 예술성이 없다고 몰아친 용기나,“조선의 옷을 입고 조선온돌에 누워 있어도 훌륭한 황민이 될 수 있다”(좌담 ‘국민문학의 방향’)고 한 말을 주시한다.‘국민문학’에 1년3개월간 근무하다 사직한 그는 정지용을 비롯한 토착적인 민족정서가 강한 홍사용·백석·김동환·주요한·유치환 등의 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하려 진력하다가 급성폐렴으로 죽었다.이루지 못한 연애처럼 그의 문학적 위상 또한아직도 중음신으로 떠돌고 있다. 시인이라고 다 김종한처럼 경박하지는 않다.그 반대편에 이육사(李陸史)의 편지는 무게를 보탠다.이 강철의 투지를 지닌 대륙적 남성 시인은 절친했던 이병각(李秉珏)시인 부부가 폐병으로 눕자 아예 동거하며 주위의 만류를 듣기는 커녕자신이 피하면 친구가 병이 더 심한 줄 알고 불안해 한다며오히려 가까이 지냈다.1941년은 그에게 액운의 해였다.이병각과 부인의 장례를 다 치른 그는 부친상까지 당했다.너무쇠약해 졌음을 느끼고 여기 저기 요양을 다닌 건 1942년이었는데,항상 바빴던 그에게 여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건강의 악화 때문이었다.최정희에게 보낸 ‘무량사(無量寺)에서’란 편지는 이 무렵의 글일 터인데,대체 무량사란어떤 절인가.김시습이 난세를 피해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으로 의탁했던 곳이다.“백제란 나라는 어디까지나 산문적이란것을 말해줍니다”는 함의는 무엇일까.신라의 지배계급 문학이었던 향가와는 달리 백제의 전설들은 오히려 백성들의 설움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뜻일까.“깨어져 와전(瓦)을 비치고 가는 가냘픈 가을 빛살을 이곳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는모양”이라고 나라 잃은 몽매한 백성들을 안타까워 하면서,“무량사만은 오늘 저녁에도 쇠북 소리가 그치지 않고 나겠지요”라고 문학인의 사명을 쇠북소리에 빗대어 토로하는 이 행동주의 시인의 심경을 꿰뚫어 보라. 이 삭막해 보이는 민족해방투사 시인에게도 연인이 있었던가.모든 선진 사상을 흡수 실천했으면서도 정작 가풍을 좇아 조혼으로 결코 행복스럽지 못했던 부부생활이었던 이육사. 신석초는 “그에게도 단 한 사람의 비밀한 여성이 있었다는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있다”(신석초 ‘이육사의 인물’)고 귀띔했지만 그게 누군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너는 무삼 일로 사막의 공주같아 연지 찍은 붉은 입술을내 근심에 표백된 돛대에 거느뇨 /오--안타까운 신월(新月)”(‘해후’)이라는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를 닮은 시가바로 그녀를 그린 작품이라 전한다.비밀결사 대원답게 그는영원히 자신의 연인을 철저히 숨긴 채 친구가 옮겨준 폐병으로 쇠잔해져 자신이 동양의 파리라며 동경했던 도시 북경에서 옥사했다.지조와 사랑은 일치하는 것일까. 이육사와는 사뭇 다른 사랑의 실천자에 이효석이 있다.“이효석씨 하고는 그가 결혼하기 전부터 가깝게 사귀었다.…수송동 그 방에다 살림을 꾸미고 여기서 먹고 자고 했는데,얼마 안돼서 부인이 친정으로 가고 그 방에서 나는 칼도마질이랑 하는 여자를 목격할 수 있었다.…이효석씨는 ‘칼도마 위의 여자’를 ‘넥타이 갈아매는 기분’으로 사귀었다고 나중에 부인에게도,내게도 말했다”(최정희 ‘조광·삼천리 시절’)는 대목은 유명한 문단 야사의 한 토막이다.자신의 바람기까지 익히 알고있는 최정희에게 이효석은 마음 놓고 편지로 모든 아픔을 털어 놓는다.경성제대의 수재였던 그가 18세의 이경원과 결혼하자 호구지책으로 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에 취직했는데 입 빠른 평론가 이갑기(李甲基)가 “너도 개가됐구나”라고 모독하자 파인의 고향 경성 농업학교 교사로내려갔다가 평양 숭실전문 교수로 자리를 바꾼 게 1934년.신사참배 거부로 숭실전문이 1938년 폐교당하자 대동공업전문학교로 옮겼는데,편지는 이 내역을 말해준다.메밀꽃 분위기보다는 장미,된장보다는 버터를 더 사랑했던 이 수재는 편지에서 보듯이 함북 주을(朱乙)온천을 끔찍히 좋아했다.길명지구대란 명승과 함께 68도의 라듐이 내뿜었던 전국 1위의 이휴양지가 이국취향의 유미주의자 이효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안식처였다.아내가 죽은(1940) 뒤 실의에 빠진 모습이 편지에 역력히 나타나있는데,그 자신도 1942년 세상을 떠나고말았다. 꼭 편지에 깊은 뜻이 담긴 것만이 중요하진 않다.화가 김환기(金煥基)의 풋감 그림이 싱싱한 편지는 내용에 못지 않게글씨 자체가 예술품이다.문인과 화가의 관계가 늘상 가깝듯이 김환기도 그림 재료를 사러 거리에 나갔다가 우연히 김동환·최정희를 조우했었는데,헤어져 전차에 올라 생각해 보니 최에게는 건강 안부를 놓쳤고,김은 화가 이종우(李鍾禹)로착각하고 인사를 했다는 고백이다.이 편지는 행간을 읽을 필요가 있다.김환기가 이종우로 알고 인사를 한 뒤 헤어져서곰곰이 생각해 보니 ‘김동환’이었다는 사실은 뇌리에 최·김 둘이 자주 어울린다는 ‘소문’을 들었을 개연성도 있다는 묘미가 느껴진다.사람을 몰라 봤던 데 대한 사과의 편진데 이럴 경우 대개는 어물쩍 넘기는 게 오히려 예의일 듯 하건만 굳이밝히면서 다음에 만나면 오토밀이라도 사 드리겠다는 화가의 진솔성이 애교롭다.김환기가 눈치를 챘든 않았든 이 무렵은 파인과 최정희가 꽤나 깊어졌던 때일 것 같다. 임헌영 문학평론가·중앙대 겸임교수
  • 존스 ‘2관왕’ 명예회복

    매리언 존스(미국)가 대회 첫 2관왕에 올랐다. 존스는 12일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제8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400m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팀의 우승(41초71)을 이끌며 두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독일이42초32로 은메달을 차지했고 프랑스는 3위(42초39)에 올랐다. 존스는 전날 열린 여자 200m 결승에서도 22초39로 정상에올랐다.이로써 존스는 100m 패배의 아픔을 말끔히 씻으며현역 최고 여자 스프린터로서의 명예를 회복했다. 남자 멀리뛰기에서는 이반 페드로소(쿠바)가 4연패를 이룩했다.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페드로소는 결승에서 8.40m를뛰어 사반트 스트링펠로(8.24m·미국)와 카를로스 칼라도(8.21m·포르투갈)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95년 예테보리대회에서 대회 첫 정상에 올랐던 페드로소는 97·99년 대회를 포함해 연속으로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또 페드로소는 ‘인간새’ 세르게이 부브카(우크라이나)가 장대높이뛰기에서 세운 대회 최다 연패(6연패·83∼97년) 기록에 2개 차로 다가섰다. 여자 5,000m에서는 약물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올가 예고로바(러시아)가 15분03초39의 기록으로 맨 먼저 결승선을통과했다.금지약물 복용 의혹에도 불구하고 출전을 강행한예고로바는 비록 1위로 골인했지만 관중들의 심한 야유를받았다. 국제육상연맹(IAAF)은 지난달 지구력 강화제인 EPO 양성반응을 보인 예고로바의 2차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회 출전을 허락했다. 한편 남자 400m 계주 예선에서는 지난 대회 챔피언 미국팀이 실격판정을 받았다가 번복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미국은 이날 2조 예선에서 1위로 골인했지만 첫번째 주자인 존 드러몬드가 60m 지점에서 다른 라인으로 넘어간 것으로 드러나 실격처리됐다.그러나 IAAF는 미국의 강력한이의제기를 받고 ‘드러몬드가 갑작스런 근육통으로 어쩔수 없이 라인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실격판정을 뒤집었다.이에 따라 미국팀은 13일 열리는 준결승에 진출하게 됐다. 박준석기자 pjs@
  • 자민련 이완구 총무 “튄다고 대권주자냐”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총무가 3일 여야 대권주자들에게직격탄을 날려 정치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언론문제 등으로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 검증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대선주자라면서할 말 못할 말 하는데,자제해 줬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대권경쟁은 내년에나 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는 “요즘 정치면 기사를 보면 자칭,타칭 대권후보들의 행보밖에없어 분통이 터진다”면서 “그렇게 해서 어떻게 국정을논하겠는가.나라를 걱정한다면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어야한다”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97년 대선정국서 신한국당의 소위 ‘9룡(龍)’중 한 명이었던 이홍구(李洪九)씨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경력을 상기시키며 “대권이란 자기가 튄다고 결정되는 게 아니고 복합적인 체계를 거쳐 되는 것이다”라고 훈수도 했다.특히 그는 “어제 어떤 사람을 만났더니,그런식으로 할 것이면 이 총무도 한번 해봐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는 일차적으로 최근 일부 대권 주자들이 국민적 지지도에 대한 검증없이대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데 대한 ‘야유’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총무는 이날 예기치 않게 대권 주자들을 비판한 것과 관련, “자민련의 공식 입장으로 봐도 된다”면서“여야 (주자군이) 다 그렇지만 민주당 쪽에 더 액센트를두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이 여권 주자군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는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의 의중과도 무관치 않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홍원상기자 wshong@
  • 대중가요 패러디 ‘창작인가, 공해인가’

    가수 서태지가 자신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왜곡해 본땄다는 이유로 이재수의 앨범 ‘이란’(耳亂)과 뮤직비디오에 대한 판매중지 가처분신청을 냄으로써 대중가요 패러디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다. 서태지의 이번 조처는 패러디 부분을 놓고 이루어진 첫법적 대응이란 점에서 지금까지의 표절시비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대중가요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태지측은 이재수의 앨범 수록곡중 ‘컴배콤’이 자신의 노래 ‘컴백홈’과 비슷한 유사 제목을 사용한 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이고 가사를 조잡하게 개사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분장을 한 이재수가 휴지를 들고 변기에 앉은모습을 담은 뮤직비디오가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불만을표시했다.패러디 장르를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컴백홈’을 야유해 원곡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는주장이다. 이에 맞서 이재수는 “저작권 부분은 이미 사용료를 낸상태”라며 원곡을 부분적으로 변형하는 패러디 문화가 확산돼가는 시점에서 서태지가 사전 협의 없이 법적 대응에나선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패러디의 정도와 형식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리가 돼있지 않은 점이다.선진 외국에선 간혹 생기는법적인 분쟁에도 불구하고 패러디가 독창적인 표현의 한장르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지만 국내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특히 우리의 경우 패러디가 젊은 층에서 널리 확산돼가고 있지만 수면위로 떠오를만큼 유연성과 탄력성을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논란이 일단 법적 해석에 따라 좌우되지만 이번 기회에 문화적 차원에서 공론화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패러디가 독립적인 창작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원작과 관련된 주제를 더 진실되게 표현해야 하며 단순히 흥미위주의 가벼움이나 상업적인 이해관계가 개입되선 안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즉 합성이나 원작의 특정부분을 희화화하는 패러디는 원작의 기본 컨셉과 맥락을 같이 하면서 원작의 논의를 비판하는 수준이라면 보호받을 수 있지만 상업적인 의도를 담은작의적인 변형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이동연 사무차장은 “대중가요를 포함한 예술영역에서 패러디의 자유는 인정돼야 하지만 패러디의 주체가 원작의 본래 의도를 분명하게 인식,재창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번 기회에 패러디에 대한 공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평론가 강헌씨는 “국내에서도 비디오나 TV영화 등에서 패러디가 일상화되고 있지만 예술사를 새로 쓸정도의 독창적 형태와는 거리가 있다”며 “성숙한 문제의식 없는 패러디는 공해”라고 잘라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고이즈미 대해부] (2) 대외정책

    지난 4월 26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취임하자 일본 안팎에서는 그의 외교 역량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사실 외교에는 밝지 않다.29년 정치 생활중 자민당이건 정부건 외교와 관련된 직책을 맡아 본 일이한차례도 없다.일본 정치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미국 중시,아시아 무시’의 판박이이다. 그의 친미 성향은 지난 6월 워싱턴 미·일 정상회담,7월 제노바 G8 정상회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 대한 일방적 지지로 좀처럼 그를 비판하지 않던 일본 언론들도 ‘미국 추종 외교’라고 야유를 퍼부었다. 미국에는 늘 미소짓는 그이지만 아시아에는 냉담하다.역사왜곡 교과서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로 악화일로인한국,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참배 후에 시도하겠다”는 오만하고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 중시 성향은 성장 배경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고향 요코스카(橫須賀)는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의 이른바 ‘흑선(黑船)’이 찾아온 일본 개국(開國)의 시발점이다.근·현대일본 부흥의 전진기지이기도 한 요코스카에서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포함,3대가 정치생명을 이어 왔다. 요코스카에 미 7함대의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반미 운동의 중심지가 됐을 때도 방위청장관을 지낸 그의 부친 고이즈미 준야(小泉純也·1969년 사망)는 ‘미·일 안보조약’의 중요성을 역설했을 만큼 고이즈미 가(家)의 ‘친미 성향’은대물림이다. 일본 외무성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아시아를 이해한다면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언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아시아 지역에 대한 몰이해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놀랍게도 한국이건 중국이건 태어나서 가본 적이 없다.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 참가를 위해 상하이(上海)에 가는 게 첫 중국 방문이다.한국과 중국을 모르는 고이즈미 총리가 취임하자 한국 정부는한·일 관계의 앞날이 험난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이길 바랐다. 전문이 아니기는 방위 분야도 마찬가지다.총리 취임 후 방위 정책과관련한 그의 언급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그 가운데 유사법제 정비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는 상당히 적극적이다.그는 취임 직후 “일본 근해에서 미군이 공격받았을경우 일본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능한 일인가”면서사실상 검토를 지시했다.일본 정부는 지난 60년 “헌법상 행사는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렸으며 이같은 헌법해석은 아직까지 유효한 상태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개헌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미사일 방위(MD) 구상에도 결국은 미국의 권유를 받아들여 참여할 것으로전망되고 있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marry01@
  • 김영현 9번째 백두 꽃가마

    김영현(LG)이 개인 통산 아홉번째 백두봉을 밟았다. 김영현은 15일 전남 광양체육관에서 열린 세라젬마스타광양장사씨름대회 백두장사 결정전에서 영원한 맞수 이태현(현대)을 맞아 4번째 판까지 제한시간 초과로 승패없이비긴뒤 5번째 판에서야 겨우 이겨 1-0으로 백두장사에 올랐다. 대회 사상 5전3선승제 경기에서 네번째 판까지 비기고 단한판 승부로 우승자가 가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강전과 준결승전을 손쉽게 통과,결승에 오른 김영현과이태현은 서로를 지나치게 의식한 듯 4번째 판까지 ?D부른공격을 자제하는 등 지나친 탐색전을 펼쳐 야유를 받았다. 결국 마지막 5번째 판에서 김영현이 30여초를 남긴 상황에서 안다리를 걸며 공격해 들어온 이태현을 피하며 밀어치기를 성공,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3월 장흥대회 백두장사에 오른 뒤 무관의 설움에시달려온 이태현은 또 정상 일보직전에서 무너졌다. 2∼3품 결정전에서는 김경수(LG)가 백승일(현대)을 밀어치기로 제압,2품에 올랐다. 이로써 김영현은 통산 9번째 백두장사 타이틀을 차지,이날 ?萬肄쪄? 이태현(11회 우승)을 바짝 따라붙었다.백두급 최다우승 기록은 이만기(18회)가 갖고 있다. 한편 이날 5번째 판에서 두 선수가 또 장외로 밀려 떨어지면서 가벼운 부상을 당해 경기장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지적됐다. 임병선기자 bsnim@
  • 국회본회의장 이모저모

    5일 국회 3당 대표연설은 각 교섭단체별로 하루씩 실시됐던 종전과 달리 하루에 끝났다.연설이 진행된 이날 국회 본회의장은 야유나 고성없이 시종 차분한 분위기였다. ■연설 원고는 각 당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정부의 실정보다는 대안제시에 치중했다”는한나라당은 과거와는 달리 비교적 ‘온건한’ 말투로 정부에 조목조목 조언을 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민주당은 각종 정책적 문제점을 의식한 듯 “책임을 통감하고,송구스럽다”는 표현과 함께 그간의 성과를 강조했다. 여러차례 국민적 협조도 당부했다.자민련 역시 공동정부의성과를 부각시켰지만 당의 보수적 정체성을 드러낸 정책을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연설자들은 전날 북한 상선의 영해침범이 문제가 되자 이날 부랴부랴 수정된 원고를 마련,이 사건을 거론했다.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부총재는 수정 원고에서 “안보를 포기하고 주권을 퍼주기로 작정한 사건”이라면서 6월이 호국영령의 달임을 의식,“호국 영령들이 지하에서 대성통곡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련 이양희(李良熙) 사무총장은 “우리 해군이 주권 수호를 포기했다”면서도 “그러나 남북 대화와 교류는 멈출수 없다”고 말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지지했다.민주당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대표연설에 앞서 이만섭(李萬燮) 의장은 국무회의 때문에국무위원들의 출석이 다소 늦어지자 이한동(李漢東) 총리가듣고 있는 가운데 “국무회의도 중요하지만 여기는 국민의대표기관인데 시간을 지켜야지 뭣들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이지운기자 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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